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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 에세이] 크리스마스 음식

    크리스마스 불빛이 어김없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크리스마스에는 누구나 아련한 추억이 있게 마련이다.아이들에게 천원짜리 지폐를 쥐어주곤 구세군 냄비에 넣게 했던 소박한 풍경,크리스마스 실을 사 책갈피에 잘 보관해 두었던 일,관심도 없었던 교회에 나가 계란을 잔뜩 들고 오던 일,평소엔 이 빠진다고 손을 내 저으시던 어머님들도 케이크나 사탕 등을 저녁 식탁에 내어 놓으셨던 일. 무엇보다 머리맡에 놓여질 선물 생각으로 크리스마스 즈음에 착한 어린이가 되고자 무척이나 분주했을 자신들의 옛 모습을 기억하시는지?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나 목적보다는 우리의 어린 시절 행복의 추억을 만들어 주는 축제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날’이다.나홀로 보내야 하는 솔로들에겐 크리스마스는 무척이나 허기진 날이겠지만,연인들에겐 그야말로 최고로 맛있는 날이 된다.크리스마스에 여자들이 즐기고 싶어하는 음식은 어떤 것일까? 루비빛 와인에 부드러움이 혀끝에 감싸도는 치즈 퐁듀,크림 소스의달콤함이 매력적인 파스타,진한 풍미의 초콜릿 케이크 디저트…,창밖의 화사한 야경을 즐기며 코스 요리를 만끽하는 식도락의 사치가 허용되는 날이다.하지만 연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가 맛있는 날이다.연인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눈송이가 아닐까? 세계의 여러나라에는 크리스마스 푸드가 있다.영국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음식은 참새우 칵테일로 시작해 터키 스터프,크리스마스 케이크와 푸딩이 있다.여기에 레몬주스와 코냑의 향이 어우러진 크리스마스 푸딩의 달콤함은 현란하다.프랑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 예배를 마친후 가족과 함께 레베종 만찬을 즐긴다.굴과 소시지 구운 햄과 로스팅한 닭 구이 등이 와인과 함께 나온다.그렇다면 따뜻한 나라의 크리스마스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필리핀은 가족 축제를 통해 뷔페식 만찬을 즐긴다.라이스 수프,생선 요리,국수…우유와 치즈 오리알이 들어간 비빙카는 필리핀의 크리스마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팬케이크이다.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영국 전통을 따라 야외에서 칠면조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자두푸딩을 즐긴다. 어느 곳이든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맛이 있는 날이다.굳이 크리스마스 푸드가 아니더라도 가족과 함께 즐기는 저녁 식사야 말로 가장 맛있는 크리스마스 메뉴이다.김치찌개면 어떻고,삼겹살에 된장찌개면 어떠한가? 중요한 것은 크리스마스를 맛있는 추억으로 만드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가족들과 모처럼의 풍성한 대화를 나누고,사랑하는 이에게 당당하게 고백할수 있는 당신이라면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먹든지 간에 가장 맛있는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정신우 푸드스타일리스트
  • ‘오색빛화장’ 도시의 밤은 설렌다/ 부산·경주등 사적지·다리 조명

    도시가 밤화장을 한다.야경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밤을 아름다운 조명으로 치장하고 있는 것이다. ●야경으로 환생하는 도시 신라 천년고도 경북 경주시는 최근 주요 사적지 4곳에 8억원(전액 국비)을 들여 야간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경관이 수려한 임해전지(臨海殿址·안압지·사적 제18호)를 비롯해 계림(鷄林),동부사적지대 고분군,첨성대 등이다.겨울에는 밤 7시부터 10시까지,여름에는 밤 8시부터 11시까지 불을 밝힌다.단풍철이나 눈이 올 때면 밤 12시까지 연장된다.동부사적지대와 임해전지는 옛 건물과 나무,조명시설 등이 함께 어우러져 운치가 깃든 환상적인 야경을 자아내고 있다. 경남 사천시는 31일 오후 6시 삼천포대교 경관조명 점등축제를 가졌다.지난 4월28일 개통한 창선·삼천포대교의 5개 교량은 공법과 양식이 각각 달라 교량의 박물관으로 일컬어질 만큼 특색을 갖고 있으나 야간에 볼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시가 5개 다리중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삼천포대교와 초양교에 25억여원을 들여 조명등을 설치한 것.삼천포대교는 비상을 나타내는 조명연출로 교량을 통행하면 빛의 터널을 연상케 한다. 부산시도 광안리·국제행사지구와 해운대·송정지구,동래·온천지구 등 3개 지역을 ‘경관조명 시범사업지구’로 지정,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광안리해수욕장은 수목 조명을 통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광안대교·올림픽공원 등은 빛과 다양한 색채 연출을 통해 자연과 조형물이 조화되도록 할 방침이다.해운대·송정지구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해월정,송정해수욕장,죽도 등을 연결하는 수평적 해안선을 강조하는 야간경관을 연출할 계획이다.달맞이 고개에 있는 해월정 일대에는 주변 조도를 낮추고 벤치하부와 바닥 패턴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도 1998년부터 야간경관 개선에 나서 지금까지 모두 159개 시설물에 야간경관 조명을 설치했다. ●관광객 증가 등 효과만점 경주시 관계자는 야간조명 설치 이후 관광객들이 평시 300여명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경주를 찾은 관광객 임모(37·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최근 가족들과함께 사적지 주변을 거닐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즐겼다.”며 “경주의 새로운 관광상품임에 틀림없다.”고 자랑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일본 요코하마나 프랑스 리옹시가 도시야간경관사업을 추진한 이후 관광객 수가 25%나 증가했다.”며 “야관경관 조명사업은 부산의 이미지 제고와 함께 야간에도 도시에 활기를 불어 넣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부산 김정한·경주 김상화기자 jhkim@
  • 팔만대장경 동판으로 부활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불교 경전을 총집대성한 동판 대장경으로 다시 태어난다.특히 동판 팔만대장경에는 중국 대장경과 일본 신수대장경 등 목판 팔만대장경에 들어 있지 않은 경전들이 새로 추가되며 원효·의상 대사,지장·자장 율사 등 역대 조사들의 어록도 함께 수록된다.19일 해인사가 밝힌 팔만대장경 동판 복원 계획에 따르면 해인사 신행문화도량 법당에 설치될 동판 팔만대장경은 구리와 주석을 섞은 인청동으로 제작되며 일단 해인사 성보박물관 지하전시장에 전시됐다가 신행문화도량이 완성된 뒤 법당에 이운된다. 목판 팔만대장경은 많은 사람들이 경전의 글자를 일일이 조각한 탓에 각 판마다 글자의 크기와 형태가 다른 반면 동판 대장경은 고려대장경 연구소가 표준체로 통일한 폰트체에 따라 동일하게 만들어진다. 해인사측은 특히 일본의 신수대장경과 중국대장경에는 있지만 팔만대장경에는 누락된 주요경전을 새로 묶어내는 보완작업을 통해 이 동판 대장경을 명실공히 불교문헌을 총집대성한 판본으로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지장보살본원경’‘반야경보살불색관경’과 밀교 계통의 경전을 새로 넣고 불교 전래이후 고려조까지 역대 조사들의 어록을 함께 붙인다면 경판은 모두 10만장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해인사는 이를 위해 지난 3개월간 금속공예·건축 전문가들의 검수작업을 마쳤으며 올해안에 신행문화도량의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경우 2005년 3월까지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동판 팔만대장경은 신행문화도량 법당의 정면과 양 측면에 모두 배치된다. 동판 팔만대장경 제작에 드는 비용은 법당 건립비를 포함해 총 200억원.해인사는 경판 제작이 완료될때까지 모두 21회의 49재를 열어 신자들의 시주로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새달 3일 2차 입재에 들어가는데 이어 17일 고불식을 갖고 공식작업을 시작한다.해인사 주지 세민 스님은 “팔만대장경은 우리의 불교유산에 국한되지 않은 세계문화유산으로,활용도가 높은 자산인데도 그동안 보존측면에 치우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며 “모든 국민이 동참하는 복원 불사로 진행해 시주자들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기고/ 북한을 도와야 할 이유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역사적인 평양·개성 방문에 동참하는 기회를 가졌다.설렘으로 출발한 방북길은 이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처음 북한 땅을 밟은 감회는 차창 밖에서 펼쳐지는 풍경으로 인해 곧 탄식으로 변했다.그건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니었다.평양 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평양도 밤에는 그야말로 칠흑이었다.평양에 야경이란 없다.마지막 날 개성 관광에서도 고려의 도읍다운 옛 영화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출국절차를 마친 후 다시 휴전선을 넘으니 바로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황금물결을 이룬 들녘부터 풍요로웠다.마치 긴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에는 국회의원 얼굴도 여럿 어른거렸다.그 중에는 남북협력기금 집행을 승인해 주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있었다.이 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돌아왔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동포들의 그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고서도 퍼주기니 뭐니 하며 변함없이 정략적 판단으로 일관한다면….불과 나흘이지만 돌아와서 본 정치 현실은 또 다른 참담한모습이 아닐 수 없다.우리가 북한 체제를 비판하지만,경제적 풍요 외에 그들보다 나은 게 뭐가 있을까? 특히 쌈박질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권의 모습은 부끄러움에 낯을 들지 못할 지경이다. 사실 남북협력과 교류의 물꼬를 트고,나아가 통일의 초석을 다진 사람은 경제인이지 정치인이 아니다.고 정주영 회장이 10년 전부터 구상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과 결합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이미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기업인들의 왕래도 잦아졌다.대표적으로 정 회장이 소떼 방북을 연출한 후 현대아산 주도로 금강산 관광사업·개성공단 조성,그리고 이번 육로관광에까지 이른 것이다.이 과정에서 정치권과 일부 신문은 끊임없이 재를 뿌리며 방해했다.정몽헌 회장의 자살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함께 다녀온 중소기업인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이들은 한결같이 북한이 붕괴되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하루빨리 개성공단이 조성되어 우리 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는 우리 기업에도 좋고 자연스럽게 북한도 돕는 아주 소중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현대가 지금까지 북한에 쏟아부은 것은 투자지 퍼주기가 아니다.현대는 결코 자선사업 기관이 아니다.탁월한 경제감각을 지닌 선각자가 선도적으로 대북투자에 나서면 정치가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도리다.그럼에도 정치권과 일부 신문은 오히려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냉전적 사고와 반공의식에 기대 권력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보다 못해 국민이 나섰다.금강산사랑운동이 그렇고 남북경협활성화를 위한 국민운동이 그렇다.이들은 정치권이 고사시키는 남북경제협력을 다시 살리고,남북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현대아산 주식갖기,금강산관광 독려하기,정치권 각성을 촉구하는 여론조성 등의 시민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북한은 당초 개성공단을 위해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공사를 결행했지만 그 길이 결국 평양관광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더이상 감추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얘기다.북한이 고립과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는 길은 남북경협과 관광 외에는 없다.관광사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도 경협은 필수적이다.관광객을 받을 기반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퍼주기라는 여론조작이 중단되어(혹은 극복하며)남북간 경제협력이 본 궤도에 오르고,핵문제가 해결되어 고립과 동결의 족쇄가 풀리며,전력과 도로·숙식 등의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김정일 체제의 붕괴가 해결책이 아님은 부시 정권도 인정하는 추세다.오로지 한국의 극우세력만이 그것을 고집한다.주석궁에 탱크를 진입시킬 정도로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치자.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결코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다.상호협력과 활발한 교류만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 동 민 한일장신대교수 명예논설위원
  • 옆구리 허전한데 남자나 꾀어볼까/ 연애9단 두 여우 의 달콤쌉싸름한 사랑게임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할리우드의 ‘문제적’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르네 젤위거가 로맨틱 드라마로 다시 팬들을 찾아온다.‘버스데이 걸’(Birthday Girl·10일 개봉)과 ‘다운 위드 러브’(Down with Love·17일 개봉)가 그들의 새 영화.‘연애 9단’이 된 두 여배우의 달콤쌉싸름한 사랑게임이 초가을 극장가를 달굴 것 같다. #니콜 키드먼의 ‘버스데이 걸’ 출연하는 영화마다 화제작으로 띄워올리는 할리우드 대형배우 니콜 키드먼도 때로는 부담없이 영화를 찍고 싶을 게다.‘버스데이 걸’은 그녀가 모처럼 쉬어가는 영화다. 영국의 신인감독 제즈 버터워스가 연출한 이 영화는 키드먼이라는 빅카드를 내세움으로써 더욱 각별해졌다.더군다나 영화속의 키드먼은 ‘한탕’을 위해 순진한 남자의 순애보를 훔치는 뻔뻔스러운 러시아 여자다. “평생의 동반자를 이웃에서 찾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굳게 믿는 성실한 은행원 존(벤 채플린)이 인터넷으로 신부를 ‘주문’한 게 사단이다.평소 말주변이 없어 친구가 없던 존은 말벗이 돼줄 애인을 원했건만 정작 공항에 ‘배달’돼온 여자는 한마디도 소통할 수 없는 러시아인 나디아(키드먼).고민끝에 그녀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적극적인 육탄공세에 눌려 얼렁뚱땅 한집에 살게 된다.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인가 싶지만 러시아에서 나디아의 사촌오빠가 찾아오면서 영화는 진로를 살짝 바꾼다.사촌 유리(마티유 카소비츠)가 나디아와 한통속인 인터넷 사기중매꾼이란 사실을 귀띔한 뒤 돈가방을 목표로 쫓고 쫓기는 코믹 범죄드라마 색채를 덧칠해간다. 순진한 ‘바른생활맨’ 남자주인공이 의사소통할 대상을 찾다가 은행절도범으로 내몰리는 해프닝은 생각없이 웃어넘기기엔 메시지가 꽤 진지하다.전라의 키드먼 뒷모습이 공개되는 것도 무시못할 감상포인트.줄담배에 뚝뚝 부러질 듯 투박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키드먼의 대사연기도 영화의 질감을 한결 생생하게 다듬는다. #르네 젤위거의 ‘다운 위드 러브’ 르네 젤위거가 이완 맥그리거와 한판 로맨스를 엮는 영화.싱겁고 맨숭맨숭하게 들릴 것이다.하지만 ‘다운 위드 러브’를 압축하기에 이보다 더 효율적인 표현은 없다.소박하고 수수한 캐릭터로 승부를 걸어오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서 화려한 끼를 검증받은 젤위거.그녀가 이번엔 ‘찜’한 남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인생을 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사랑을 거부하다.’란 뜻의 영화제목은 극의 주인공 바바라 노박(젤위거)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내용은,여자도 사랑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섹스를 즐기며 사회적 성공을 노리자는 것.자유연애와 여권신장을 외치는 페미니스트 명사가 된 그녀에게 유력 남성잡지의 스타기자이자 소문난 바람둥이인 캐처 블락(맥그리거)이 인터뷰를 요청한다.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뻣뻣하게 콧대만 세운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미모의 페미니스트와 천하의 바람둥이 매력남이 옥신각신 펀치를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영화의 얼개.1960년대 뉴욕의 야경 위로 보름달이 장난처럼 붕 떠오르거나 배우들의 과장된 제스처·대사가 뮤지컬처럼 색다른 감흥을 안긴다.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노박의 숨겨진 사연이 ‘깜찍한’ 반전이다.패션모델 뺨치게 화려한 배우들의 의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영화다. 황수정기자 sjh@
  • 베이징 국제판화 비엔날레 우수상

    현대판화가 김승연 교수(홍익대 미술대 판화과)가 9월 6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03 베이징 국제판화 비엔날레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야경-20012’로 도시의 밤풍경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 호텔·테마파크 수도권 명소 / 남들 떠난 도심서 쿨~ 피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대형 유수풀과 어린이 전용풀을 갖춘 야외수영장 ‘리버파크’ 무료 이용이 강점.패키지A(19만원:스탠더드룸 1박+조식),B(24만원:스탠더드룸 1박+조식+리버파크 중식),C(30만원:스탠더드룸 1박+조식+리버파크 중식+디너)가 있다.24일까지.(02)455-5000. ●노보텔 앰배서더(독산점)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경품행사가 특징.슈페리어룸 1박을 9만 9000원에 제공하는 ‘에스케이프’패키지와 여기에 가든 테라스 2인 조식뷔페 및 과일서비스,환영음료를 추가한 ‘팸퍼 미’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9월15일까지.(02)3282-6502. ●소피텔 앰배서더 슈페리어룸 1박을 9만 9000원에 제공하는 ‘애스크 미’A패키지 및 여기에 조식 뷔페와 클럽라운지 칵테일,다과 제공,수영장·사우나 무료 이용 등을 추가한 ‘애스크 미’B 패키지(15만원)를 운영하고 있다.31일까지.(02)2270-3111. ●르네상스 서울 체련장 및 실내 수영장 무료 이용,레스토랑 및 바 할인 등을 묶은 1박2일 패키지를 15만 5000원,18만 8000원(조식뷔페 추가)에 각각 판매한다.31일까지.(02)2222-8500. ●리베라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다.세금 봉사료 포함,9만 5000원에 슈페리어룸 1박,수영장 및 사우나 무료 이용,커피숍 및 레스토랑의 식음료 10% 할인 쿠폰이 제공된다.2인 조식뷔페(13만원) 및 석식 코스요리(15만원)가 추가되는 패키지도 판매한다.9월15일까지.(02)3438-4200. ●웨스틴 조선 가족이나 친구와 즐길 수 있는 ‘쿨 섬머 패키지’와 부부나 연인을 위한 ‘로맨틱 핫 서프라이즈 패키지’를 운영한다.‘쿨 섬머’는 디럭스룸 1박 및 체력단련실·수영장 무료이용,화장품세트 선물 등으로 구성됐다.3만원을 더 내면 이그제큐티브룸 숙박,2인조식 등이 추가된다.로맨틱 핫 패키지는 이그제큐티브룸(23만원) 또는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28만원) 1박,2인 조식,라운지 무료 칵테일,수영장·사우나 무료 이용,레드와인과 로맨틱케이크 제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31일까지.(02)317-0404. ●그랜드 하얏트 A(22만 2000원),B(26만 6000원),C(29만 7000원) 타입의 패키지를 내놓았다.디럭스룸 1박,트로피칼 칵테일 2잔 제공,실내·외 수영장,체육관 무료 이용,테라스 2인 조식뷔페(B만 해당),10만원 상당의 레스토랑 이용권(C만 해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31일까지.(02)799-8888. ●63빌딩 러시아 출신의 난장이들과 금발의 미녀가 관람객들에게 재미있는 연주와 묘기를 선보이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퍼레이드를 17일까지 1층 만남의 광장에서 펼친다.뮤지컬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공연차 한국에 온 이들은 동화 원작속의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그대로 재연해 어린이들과 어우러져 행진을 한다.퍼레이드 시간은 평일 낮 12시,토·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02)789-5663. ●서울랜드 24일까지 초등학생들을 위한 방학 체험학습교실을 연다.하멜과 히딩크의 나라인 네덜란드의 풍물을 직접 보고 배우는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로봇과 함께 하는 물리실험을 통해 에너지의 원리를 배우는 ‘사이언스 어드벤처’,과자로 가족 얼굴 만들기,도공 아저씨와 함께 물레를 돌리면서 그릇을 만들고 색칠도 해보는 도자기 체험 코너 등을 진행한다.세계의 광장 네덜란드전 입구에서 신청을 받는다.(02)507-5012. ●롯데월드 얼음을 소재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아이스 페스티벌’을 10일까지 연다.18m 길이의 대형 얼음터널에서 맨발로 걷는 얼음산책로가 등장하고,얼음으로 조각을 직접 만들어보는 ‘얼음조각 체험전’도 열린다.또 15일까지 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 매직아일랜드 호반무대에서 ‘공포영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링’‘링2’‘나이트메어’‘엘리시움’ 등을 상영한다.행사기간중 저녁 6시 이후에는 입장권 만으로 놀이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02)411-2000. ●에버랜드 무더위를 맞아 공원에 ‘스플래시 존’을 설치했다.주요 건물 처마에 설치된 특수장치에선 물이 뿜어 나오며,포시즌스가든에서는 은구슬 모양의 물방울이 가슴 높이까지 튀어오르는 ‘매직마블’이 펼쳐진다.공원내 30곳에선 물풍기가 시원한 물바람을 뿜어 더위를 식혀준다.또 통나무로 만든 진지에서 물풍선을 쏘고 피하는 ‘워터캐논볼’게임도 진행된다.(031)320-5000. 임창용기자 sdargon@
  • 어린이 都農체험

    “도시 어린이에게는 농촌의 풍요로움을,농촌 어린이에게는 도시의 발전상을….” 영등포구(구청장 김용일)와 충남 청양군,전남 영암군 등 3개 자치단체는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에게 도시와 농촌의 서로 다른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상호 방문,문화를 체험하는 이색 문화교류 행사를 갖는다.이에 따라 영등포구 관내 초등학생 90여명은 22일부터 24일까지 청양군과 영암군에 각각 45명씩 방문한다. 청양군을 방문한 어린이들은 칠갑산 도립공원에 있는 장곡사와 장승공원을 둘러보고 고운식물원,칠갑산 자연휴양림 등을 견학한다.또 천연염색 실험을 직접 해볼 기회도 갖는다. 영암군을 방문한 어린이들은 왕인 박사유적지,도기문화센터,월출산 등정,쌀 도정공장 방문,수박농원 견학등 소중한 농촌체험을 한다. 청양군과 영암군은 답례로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두 지역 어린이 45명씩 90명이 영등포구를 방문,도시의 발전상을 체험한다.첫 날인 29일엔 뮤지컬 ‘김치꽃만두’를 관람하고 월드컵경기장을 방문,지난해 뜨거웠던 월드컵 열기를 직접 느낀다.밤에는한강유람선을 타보며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을 구경한다.이튿날인 30일에는 63빌딩에 들러 아이멕스영화관과 수족관,전망대 등을 구경하고 방송국도 견학할 예정이다. 조덕현기자
  •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가득 千의 얼굴 홍콩

    |홍콩 글·사진 김명주 특파원|낮보다는 밤이 아름답고,중국어를 쓰지만 중국과는 전혀 다른 천가지 표정의 축제가 있는 도시 홍콩.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스감염지역 제외 발표이후 움츠러들었던 홍콩관광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보고,먹고,놀 것이 가득한 도시,홍콩을 찾았다. ●빅토리아 피크에 오르면 홍콩전망 한눈에 아침에 서울서 출발,호텔에 짐을 놓고 나오면 오후 3시 정도.홍콩섬에 묵고 있다면 남쪽의 리펄스 베이와 스탠리에 들러보자.리펄스 베이에 다다르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깨끗한 백사장과 해안선이 반긴다.날씨가 후텁지근하다면 바다에 몸도 담그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리펄스 베이 상가내 ‘베란다’ 레스토랑에서 오후의 차를 한 잔 마셔 보자.유럽풍 건물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이 그윽하다.차 한 잔에 쿠키 등의 과자류가 함께 나오는 ‘오후의 차 세트’는 128홍콩달러(1 홍콩달러=약 160원). 리펄스 베이와 이어져 있는 스탠리는 쇼핑과 식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곳.스탠리는 유럽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카페와 상점의 거리.프랑스,이탈리아,태국 등 이국적 먹거리가 가득하다.우리나라 이태원과 비슷한 스탠리 시장에 가면 칠보액세서리,홍콩 전통옷,도장,그림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홍콩의 천가지 표정과 거대함을 한꺼번에 느끼고 싶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빅토리아 피크.전차와 비슷한 피크트램 열차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올라가면 해발 554m 높이인 피크 타워에 단숨에 도착한다(8분 소요).탑승료는 단돈 2홍콩달러.45도 급경사를 오르는 트램을 타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피크 타워 안에는 홍콩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와 레스토랑,마담 투소 전시관이 있다.마담 투소 전시관은 아시아 유일의 밀랍인형관.엘비스 프레슬리,이소룡,마돈나에서 조지 부시 미대통령,아인슈타인,다이애너 영국 왕세자비까지…. 생김새뿐 아니라 키까지 실제와 똑같이 제작했다고 한다.아쉬움 하나.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 피크타워 정상에 있는 카페‘데코’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더위를 식혀 보자.환상적 야경을 만끽할 수있는 밤이라면 더욱 좋을 듯. 평소 점보기를 좋아한다면 도교사원인 웡타이신 사원에 들러보자.사원 안에 들어서면 과일이나 갖가지 음식을 바닥에 놓은 채 수십개의 대젓갈이 담긴 통을 열심히 흔드는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소원을 빌면서 통을 흔들면 어느새 대젓갈 하나가 튀어나간다.그 대젓갈에 적힌 번호를 관리소에 보이고 쪽지를 받은 후 점집에 들러 운세를 들으면 된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면 테디베어 실내 테마파크를 놓치지 말자.입구에는 높이 2m의 테디 베어가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고 전시관내로 들어서면 전세계에서 제작된 테디베어 500여점이 저마다 모습을 뽐내는 듯하다.어린이들을 위한 게임·오락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젊은이들끼리의 여행이라면 란콰이퐁을 빼놓을 수 없다.한국의 압구정동,청담동처럼 예쁜 바와 카페들이 밀집한 거리.거리에 서서 맥주병이나 칵테일을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손님들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노래 부르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행의 피곤함이 풀린다. ●‘새우딤섬’ 한국인 입맛에 딱 맞아요 홍콩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광둥요리인 딤섬이다.우리나라 만두처럼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고기,해물,야채로 속을 만들어 빚었다.새우만두인 ‘하가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딤섬.그밖에 돼지고기 찐빵인 ‘차시오파우’, 새우·돼지고기·생선알찜인‘시오마이’ 등도 맛있다.‘차를 마시다’는 뜻인 얌차와 함께 보통 점심으로 즐긴다.센트럴역 란콰이퐁 인근에 가면 60년 역사의 광둥요리 레스토랑 ‘융기’가 보인다.이곳의 요리를 잊지 못한 영국인들이 항공편으로 주문해 간다는 거위 로스트가 이집의 대표음식.식사시간이면 4층 건물의 넓은 가게 안이 꽉찰 정도. 고급스러운 홍콩식을 맛보고 싶다면 특급호텔내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도 맛보자.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요리경연대회 입상작들이 수두룩하다. 여행중 과음한 여행객들은 숙소 주변의 죽집을 찾으면 좋다.특히 파,생강,버섯,땅콩 등을 넣어먹는 흰죽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쇼핑도 즐기고 발마사지도 받고 쇼핑천국 홍콩에선 값비싼 명품에서 싼 물건까지 모두 한꺼번에 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구룡지역의 하버시티,홍콩섬의 랜드마크·타임스퀘어 등 수백개에서 1000개가 넘는 유명매장이 들어선 대형쇼핑몰에는 없는 브랜드가 없을 정도.지금이 쇼핑의 적기.매년 6월에서 9월까지,12월에서 구정까지 최고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럼 뭘 사면 좋을까? 전통공예품,중국전통옷,중국차,금장신구,중국과자 등이 추천된다. “가짜가 많다는 홍콩에서 괜찮을까?” 염려가 된다면 꼭 ‘優’라 표기된 품질관광인증(QST)마크가 붙은 상점을 이용하라. 하루종일 걸었다면 발바닥도 아프고 다리가 피곤해지기 마련.이럴 때면 심야에 발마사지도 받아보자.발을 자극,신진대사를 촉진해 건강을 회복하는 요법으로 평소 안좋은 부위와 연결된 발 부위는 심한 통증을 느낀다.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발마사지 40분 정도에 220홍콩달러.간판에 발바닥 그림이 그려져 있어 찾기 쉽다. 이른 아침 새소리 가득한 홍콩섬 홍콩공원에 가면 삼삼오오 혹은 단체로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오전 8시부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judy@ 가이드/ 2층버스·스타페리 명물 여름철엔 꼭 긴팔옷 준비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가량 떨어진 홍콩은 홍콩섬,구룡반도,235개의 외곽섬과 신계지로 구성되어 있다. 구룡은 면적이 48㎢에 불과하지만 가장 빨리 도시화가 이루어진 지역.홍콩 면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계지는 대부분 전원지역이지만 현재 신도시가 건설중.관광지로는 홍콩섬과 구룡반도,란타우섬 등이 대표적이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의 경우 홍콩의 17개 호텔과 함께 ‘캐세이퍼시픽 비지트 홍콩’ 패키지를 판매중이다.9월30일까지 계속되며 항공권,호텔2박,공항·호텔왕복 교통편 등이 제공되며 2인1실 기준으로 어른 1인당 최저 29만 9000원부터 시작한다.(02)3112-800.현재 일부 내부수리를 마친 구룡 샹그리라 호텔의 경우 9월 말까지 객실료의 40%를 할인해준다. 홍콩공항에서 시내로 갈 경우 고속전철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공항서 홍콩섬까지는 1인당 100홍콩달러.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2∼4인 여행객에게 최고 40%까지 할인해준다.또 주요호텔을 경유하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귀국할 때 홍콩역,구룡역에서는 공항을 대신해 항공편 수속을 마무리할 수 있다. 홍콩의 교통수단인 택시,지하철 외에 2층버스와 스타페리는 꼭 타보자.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운행하는 2층버스는 목적지,에어컨 유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연결하는 스타페리는 관광객뿐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해서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탑승료는 불과 2.2홍콩달러.8분밖에 걸리지 않아 잠깐 동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빅토리아 항구의 아름다운 경관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홍콩의 여름기온은 섭씨 26~33도.여름철 꼭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긴팔 옷.습도가 높고 더워서 모든 내부시설엔 에어컨이 ‘빵빵’하다.호텔은 특히 냉방시설이 완벽해 잠잘 때 에어컨 틀고 잤다간 감기 걸리기 쉽다. 홍콩공항에는 한국어로 된 관광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다.홍콩관광진흥청 한국사무소(02-778-4408)와 웹사이트(www.discoverhongkong.com)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 [길섶에서] 저녁 산행

    황혼 무렵 진달래 능선을 따라 북한산 대동문에 올랐다.성곽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은 낮의 부끄러움을 모두 감추고 아름다움으로 다가섰다.그렇게 저녁 산행이 주는 정취에 한동안 취해있다가 내려왔다. 오를 때는 들리지 않던 계곡의 물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대낮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 산의 온갖 미세한 소리가 예민해진 청각에 모두 잡혔다.어둠이 빚어낸 기기묘묘한 형태의 산 그림자에 속으로는 수없이 놀라 자꾸만 발걸음이 빨라졌다. 정신 없이 하산하다 고개를 드니 화려한 야경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왔다.그러고 보니 1시간가량 동행한 친구와 아무 말도 않고 쉴 새 없이 걷기만 한 것이다.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텅 비워져버린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다.첫 저녁 산행의 일탈이 내게 가져다준 묘미였다. 하잘 것 없는 일처럼 보여도 곱씹어보면 다 그 값어치와 쓰일 데가 있다고 하더니,정말 그런 모양이다.평범한 우리들의 일상도 그런 의미의 연속일 터. 양승현 논설위원
  • 주말 여기 어때요 / 동숭동 낙산공원

    언제나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대학로에서 5분만 다리품을 팔아 올라가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 있다.그것도 한때 한양의 경계였던 성곽을 따라 걸으면서….산 모양이 낙타 등처럼 볼록하게 솟았다고 해 ‘낙타산’으로 불리기도 했던 종로구 동숭동의 ‘낙산’이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500m쯤 올라가면 낙산공원 입구가 나온다.입구광장에는 조각품이 많아 감상하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전시관에 들르면 낙산의 어제와 오늘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 때마다 시야가 탁 트이며 경복궁,종로는 물론 멀리 강남도 눈에 들어온다.개나리 진달래는 한풀 꺾였지만 여기저기 봄꽃이 남아 있다.야경은 더 좋다.족구장·배드민턴장·농구장도 있다. 목조계단을 타고 단숨에 정상으로 올라가도 되지만 산을 빙빙도는 ‘장애인도로’가 훨씬 여유있다.산 중턱에 있는 육각정(낙산정)이 제법 운치를 더한다.댓평 남짓한 ‘홍덕이밭’에서는 열무와 쪽파가 씩씩하게 자란다.병자호란 때 청국에 끌려갔다 돌아온 효종이 청국에서 나인 홍덕이가 담가주던 김치맛을 잊지 못해 낙산 중턱에 채소밭을 마련,홍덕이에게 계속 김치를 담그게 했다는 안내문이 미소짓게 한다.성곽 답사는 제3전망광장에서 시작해 놀이마당을 거쳐 역사문화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는 게 좋다.해발 120m의,산이라기보다 언덕에 가까운 낙산이지만 성곽을 따라 걸으며 바깥을 내려다보면 왜 이 곳이 한양방어의 요충지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놀이마당과 마을버스 종점을 지나면 전형적인 달동네 골목길을 따라 동대문까지 성곽이 이어진다.성곽 바로 옆의 좁은 골목길에는 일제시대부터 농촌에서,평지에서 쫓겨 산으로 올라온 사람들의 사연이 배어 있다.성벽밑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낙산은 일부러 나들이복을 차려입지 않고도 쉽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대학로에서 연극과 공연 등을 즐겨도 된다.대한민국의 모든 산 주변에서 거의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도토리묵과 닭백숙 대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재즈바에서 칵테일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1호선 동대문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정상까지 곧바로 갈 수 있다.743-7985∼6. 류길상기자 ukelvin@
  • [나의 건강보감] ‘야간산행 마니아’ 조정원 경희대 총장

    상상해 보라.천지가 어둠에 잠겨 오직 땅과 하늘만 있는 적멸(寂滅)의 밤.고요를 헤치며 홀로 산의 능선을 타고 오른다.세상일 멀찍이 떼어놓고 구도자처럼 호젓하게 산에 들면 달빛을 타고 내린 정기(精氣)가 온 몸으로 배어든다.그 충일한 생명의 기운. 경희대 조정원(54) 총장.한국의 대표적 사학 가운데 하나를 이끄는 그가 감당해야 하는 세상의 일들은 너무나 복잡하고 많다.그가 그런 일들을 감당할 지혜와 기력을 얻는 곳은 산,그것도 밝음 가운데 만물이 형상을 드러내는 한낮의 산이 아니라 우주의 음기가 충만하게 대지에 내리는 밤의 산이다.그는 야간산행을 즐긴다. 야간산행.말 그대로 밤에 산을 오르는 것이다.그러나 아무 때나 올라서 되는 건 아니다.그는 보름달이 뜨는 음력 보름 무렵에만 오른다.이유가 있다.“천지에 양기(陽氣)가 있으면 또한 음기(陰氣)가 있어 섭리를 이룬다.사람도 그런 섭리의 존재인데,현대인에겐 양기가 너무 승해서 문제다.해서 음기가 충만한 보름날 산에 올라 청정한 정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는 산을 좋아한다.가히 요산요수(樂山樂水)의 경지다.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두세번은 산을 탄다.산은 그에게 여락의 대상이라기보다 외경과 신성의 존재이다.그만큼 산을 대하는 마음이 진지하고 진솔하다. 그와 산의 인연은 고교 때 등산반에 들 때부터.그뒤 한동안 산을 찾지 못하다 84년 벨기에 유학 때 뛰는 것으로 산과 다시 만나는 계기를 마련했다.기혼이었던 그는 당시 체중이 100㎏을 넘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래서야 되겠나.”싶자 앞뒤 가릴 것 없이 뛰기 시작했다.매일 90∼120분을 뛰어 1년만에 무려 37㎏이나 줄였다.초인적인 감량이었다.그러나 문제가 생겼다.지나친 감량으로 현기증이 나는 등 체력이 달린 것.도리없이 체중을 5㎏정도 늘려 68㎏으로 귀국했다.오랜만에 그를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그 사람 같기도 하고,아닌 것도 같아서였다. 유학 후 경희대 교수로 강의를 시작한 그는 다시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지금은 회원만 200명이 넘는 교수산악회가 그때 만들어졌다.평일 일과후에는 학교 뒤 고황산을 자주 올랐으나 안식년 중이라무척 아쉽다고 했다.“서울처럼 좋은 도시가 어딨습니까.곳곳이 명산이잖아요. 서울 말고 인구 1000만에 이런 환경의 도시를 들라면 리우데자네이루 정도지요.” 산에서 그는 두가지를 얻는다.하나는 세상일 잊을 건 잊고,털건 털어버리는 ‘정돈의 평화’이고,다음은 싱싱한 대지의 정기를 받아들이는 것.가끔 사람들로부터 “그걸 잊어버리느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주변의 잡다한 일들을 잘 털어내는 스타일이다.특히 해결할 수 없는 일,알아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이런 그의 습관은 산을 타면서 터득한 것이다. “산을 타는 때가 일상중 유일하게 혼자하는 시간이다.여럿이 가더라도 산은 혼자 타는 것이다.대자연 앞에 홀로 서는 것,그것이 바로 겸허의 시작이다.” 이렇게 산을 타며 스스로를 성찰하는 그는 야간산행에서는 대지의 기운을 흡인한다.보름날을 전후해 산에 오르기 때문에 자주 갈수는 없지만,달빛이 교교히 내리는 어둠속에 침잠한 세상의 또다른 모습을 보며 산을 타는 동안 그는 이미 세속의 인간이 아니다.야간산행은 주로 익숙한 북한산을 탄다.퇴근 후 북한산 입구를 출발,보현봉쪽 능선을 두어시간쯤 타며 젊은 시절의 호연지기를 되살린다.도선사에서 정상을 거쳐 능선을 밟다 보면 서울의 야경이 선계(仙界)처럼 다가온다.안식년으로 등산로가 막힌 지금은 남장대쪽으로 코스를 바꿨다.평창동에서 나서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는 타고난 강골이다.지금도 산에만 오르면 지칠줄 모르는 건각이다.오죽했으면 ‘총 안든 공비’라는 별명이 붙었을까.일화 한토막.지난 89년,그는 몽골의 울란바토르 인근에서 두번이나 벼락을 맞았다.한번은 정수리 부근에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 일어나 다시 맞았다.불과 20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는 충격을 느꼈으나 그후 기억력은 물론 체력이 몰라보게 강건해졌다고 했다.웬만한 의학지식은 술술 외는 그지만 ‘벼락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대외용으로는 ‘소주 1병’인 주량도 사실은 끝을 모른다.지금도 경희의료원에서는 소주와 맥주,양주를 섞는 그의 ‘삼합주’가 전설처럼 회자된다.그러나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그렇게는 마시지 않는다.“학생들 가르치는 사람이 술을 자랑삼아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담배도 가끔 한다.어렵사리 끊었다가 지난해 의료원 파업 때 다시 태웠다.얘기중에도 “우리끼리 한 대씩 하자.”며 담배를 권했다.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함이었다. 그가 산만 챙기는 건 아니다.골프와 테니스도 즐긴다.그러나 산행만큼 그의 마음을 빼앗은 운동은 없다.“좋은 산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는 그다.그에게 좋은 운동이 뭐냐고 묻자 “남따라 하지 말고 자기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거창한 운동보다 줄넘기,달리기,자전거타기 등 손쉬운 생활운동을 골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음악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낸다는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목련이 만개한 창가에서 카나리아가 예쁘게 울어대고 있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야간산행의 득과 실 조 총장의 야간산행은 저녁 무렵에 시작된다.보름날을 전후해 익숙한 코스로 오르기 때문에 랜턴등 특별한 장비없이 피켈 정도만 챙겨 나선다.달이 밝아 길이 이내 눈에 익는다. 그러나 야간 산행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식물이 밤에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산소량만을 생각한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에 대해 그는 산행으로 얻는 명상의 기회와 청정한 기력이 그런 문제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한다.심폐기능 강화 등 신체적 건강도 빼놓을 수 없는 등산의 부가가치다. 야간 산행을 하려면 보름 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이 가장 좋다.연중 양기가 새로 돋는 때이자 음기가 가장 충만한 날이어서다.뒷동산에 올라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전통도 기실 일년 동안 인체를 지탱할 음기를 듬뿍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다.일종의 채음보양술(採陰補陽術)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점도 많다.봄과 여름 사이의 산,특히 숲이 우거진 음습한 곳에는 ‘장기(氣)’라는 독한 기운이 많이 쌓인다.차가운 온도와 습기가 그것이다.동의보감도 밤에 산을 다니면 장기에 해를 입는다고 했다.이 기운에 오래 노출되면 가볍게는 감기부터 중하게는 괴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나타난다.이 때문에 장마후 습기가 많고 날씨가 무더울 때는 산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 밤에는 인체의 오감과 판단력,동작 반응이 둔해지기 때문에 어둡고 험한 길을 가기에는 위험할 뿐더러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턱없이 욕심을 부리거나 아는 길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초보자는 혼자 산에 오르기보다 팀을 짜서 오르는 것이 좋다. 산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오만이나 만용을 용납하지 않는다.조 총장도 무리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야간산행의 준칙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너무 강한 성격이거나 잔꾀가 많은 사람은 음기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다시 말해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성격의 소유자는 적절한 야간산행을 통해 쇠잔한 기력을 충전할 수 있다. ■ 도움말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신현대 교수(노무현 대통령 한방 주치의) 심재억기자
  • 서울야경 어두워진다/20일부터 옥외조명 제한

    서울의 야경이 어두워진다. 서울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2단계 에너지 절감대책’을 20일부터 시행한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 10일부터 권고 차원에서 실시한 각종 에너지 절감대책이 앞으로 강제성을 띠게 된다.각종 조치를 위반하면 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따라 20일부터 주유소나 LPG충전소 등 자동차 연료 소매업소의 주유기를 제외한 옥외 간판과 옥외조명의 낮시간대 사용이 제한된다.옥외조명의 밤시간대 사용도 현재보다 50% 줄여야 한다. 현재 밤새도록 켜져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판매점,3000㎡ 이상 쇼핑센터 등의 외부조명과 자동차 판매업소의 실내 및 상품진열장 조명도 영업시간 외에는 사용이 금지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시티투어버스 노선 재편/새달부터 노선형서 ‘테마형’으로

    서울시티투어버스가 노선형에서 테마형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11일 그동안 노선을 정해놓고 단순히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만 하던 ‘노선형’ 시티투어버스를 3월부터 주요 테마별로 서울투어를 즐기는 ‘테마형’으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화문∼덕수궁∼이대입구∼신촌∼홍대앞∼월드컵경기장∼선유도 등을 경유하던 ‘월드컵코스’의 경우 볼거리,즐길거리,공연,식사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뀐다.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타워,유람선 등을 묶은 ‘야경 코스’ 신설 등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투어버스 탑승객들이 해당 관광지에 내리면 입장료,음식값 등을 각자 알아서 내야 했지만 앞으로 테마코스를 선택,경비를 내면 해당 코스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이 한번에 해결된다.테마투어 소요시간은 5시간,경비는 3만∼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원효 저술 영문판 나온다

    퇴계 이황은 국내외 학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그런 반면 한국의 불교사상과 인사들은 번역 활동이 전무한 탓에 한국 선(禪)불교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뒤집기라도 하듯 신라 고승 원효(617∼686)의 사상을 집대성한 ‘원효전서’가 영문판으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어서 학계와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 불교 관련 자료가 영문판으로 출간되기는 한국 불교사상 처음이다. 동국대와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가 5년간의 번역 작업 끝에 총 5권 가운데 내년초 2,5권을 출간하는 ‘원효전서’.‘원효전서’는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를 비롯한 7세기 원효(元曉)의 방대한 저술을 집약해 번역한 것으로 내년 말까지 모두 완간될 예정이다. 원효는 86편에서 106편에 이르는 작품을 저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고,이중 22편의 저술이 현존한다.이번 번역 대상은 원효의 현존저술 22종을 모두 망라하고 있으며 ‘한국불교전서’를 저본으로 삼아 ‘대정신수대장경’을 참조했다.책은 미국의 서니 출판사에서 원효총서 시리즈(Wonhyo Studies Series)로 출판한다. 한국 3명,타이완 1명,일본 1명,미국 11명의 불교학자들이 전 5권 번역작업을 이미 마무리해 놓고 있으며 오는 12,13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원효전서 번역자 워크숍 및 학술회의’에서 최종 검토,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년초 출간될 2권은 ‘금강삼매경론’,5권은 ‘아미타경’ 등 대중적인 불교경전에 대한 주석과 짤막한 불교수행·의례를 다룬 책.이후 잇따라 나올 1권은 ‘대승기신론소’,3권·4권은 ‘반야경’ 주석서인 ‘대해도경종요’를 비롯해 ‘화엄경’과 원효의 불교논장으로 엮이게 된다. 이번 출간작업을 주도해온 국제원효학회는 동국대와 뉴욕주립대가 원효사상의 세계화를 위해 1997년 설립한 학술단체로,국내외 학자 15명이 중심이 돼 지난 5년간 원효전서의 번역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원효의 저술이 7세기 불교한문으로 쓰인 점,한문이 가진 다의성,모호성,연기론적 사유와 심오한 논리구조,동아시아사상적 흐름과의 연관성 등이 야기한 어려움으로 정확한 번역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고려대 조성택 교수와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 등은 13일 오전 9시 동국대 다향관에서 열리는 번역자 워크숍에서 번역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을 논의한다. 김성호기자
  • 제주도 억새 드라이브길 - 가을을 속삭이는 바람난 ‘억새물결’

    비 갠 뒤의 제주 억새밭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생각나게 한다.그토록 몰아치는 비바람에 초라하게 움츠렸던 억새가 하나 둘 고개를 들며 하얀털꽃을 피우는 모습의 황홀함이란…. 비가 막 그친 뒤 펼쳐진 ‘억새의 마술’을 만난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다.가을 해질녘 들판에 서면 황홀함을 안겨준다는 제주도 억새.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출장 이틀 동안 억새 천지라는 제주엔 비바람만 몰아쳤고,빗물에 젖어 엉겨붙은 볼품없는 억새들만이 여행객을 맞을 뿐이었다. ‘이제 틀렸구나.’하고 억새 취재를 포기할 무렵,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남제주군 1115번 산록도로 변에 차를 세웠다.파란 하늘이 군데군데 얼굴을 내밀고 햇살이 비추기를 10분이나 되었을까.잔뜩 빗물을 머금고 늘어져 있던 억새들이 앞다퉈 고개를 세웠다.하얗고 보송보송한 털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들판엔 순식간에 은회색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침이 마를 정도로 제주 억새를 자랑했다가 풀이 죽어 있던 가이드 손태원(대장정 여행사 대표)씨가 신이 났다.“해질 무렵이곳을 지나면서 석양을 받아 일렁이는 억새를 보면 심장이 쿵쿵 뜁니다.꼭 바람날 것 같다니까요.” 제주에 억새가 많은 것은 제주 특유의 바람 때문이다.거센 비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수없이 누웠다 일어서며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억새는 억척스러운 제주 여인네를 똑 닮았다. 억새가 하얗게 피어 있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억새길 드라이브는 제주 가을나들이의 압권이다.제주엔 앞서의 남제주군 안덕면 1115번 산록도로 말고도 가을의 정취를 즐길 만한 드라이브 코스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성산 일출봉에서 성읍 민속마을로 이어지는 1119번 관광도로.산굼부리와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다.제주 사람들이 ‘억새오름길’이라고 부르는 이 도로 양편엔 끝없이 억새 물결이 이어진다. 제주 동편 남북을 가로지르는 남원∼조천간 1118번 도로 주변에도 억새가 많다.특히 1112번 도로 옆 산굼부리로 이어지는 교래사거리 주변이 많이 찾는 코스다.산굼부리 5만여평의 평원엔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북제주군 애월∼하귀 해안도로도 각광받는 드라이브 코스.다른 곳에 비해 억새 군락지 규모는 작지만 차창 밑까지 밀려드는 흰 파도와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제1 도깨비도로와 서부산업도로를 잇는 1117번 산록도로는 일몰 억새 물결이 특히 아름다운 곳.일몰 때 서쪽을 바라보면 은빛 억새 물결이 석양과 어우러져 금빛으로 변하면서 춤을 춘다.밤에는 북쪽으로 제주시와 바다낚싯배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와 야경을 즐기려는 데이트족이 많이 찾는다. 95번 서부산업도로 옆 새별오름 밑으로 펼쳐진 억새밭도 요즘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줄지어 이어진 제주 오름들과 어우러진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제주 임창용기자 sdragon@ ■색다른 해안도로 하이킹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자동차 드라이브하고는 또 다른맛을 준다.제주도 해안로는 특히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길이 평평해 여성이나 노약자가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다. 요즘에는 아예 자전거만 타고 제주도를 일주하는 젊은이가 많이 늘었다.해안을 따라 형성된 제주도 일주도로는 길이가 180㎞ 정도.한바퀴 돌려면 2박3일 정도 잡아야 한다. 제주도 곳곳에 100여개의 자전거 대여점이 들어서 있으며,보관소도 속속 생겨나면서 불편함이 많이 해소됐다.북제주군의 경우 2005년까지 애월∼하귀코스 등 5개 노선 64.5㎞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개 5곳 정도의 코스를 추천한다.그중 중문에서 제주 남서쪽 절경인 송악산까지의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왕복 50㎞ 정도의 길을 구경과 사진촬영을 하며 쉬엄쉬엄 달리면 5시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특히 산방산에서 송악산까지의 구간이 아름답다.육면체 모양의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산방산은 절벽 군데군데 식물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같은 느낌을 준다.인근에 용머리해안·산방굴사·하멜기념비 등이 있다. 탁 트인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송악산 가까이 가면 마라도와 가파도가 한눈에 들어온다.산밑 해안엔 마라도행 배를 타는 선착장이 자리하고 있다. 임창용기자 ■여행가이드 - 삼나무 숲속 펜션숙박 해볼만 ◆숙박-지난 몇년 동안 제주엔 ‘펜션’으로 불리는 고급 민박집이 많이 들어섰다.대부분 해안 절경이나 삼나무숲,감귤농장 등을 끼고 있어 호젓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최근 개장한 남제주군 남원읍 영화마을 인근 해안의 ‘파도마을’(064-764-9114) 등 30여 곳이 영업중이다. ◆맛집-시원한 갈칫국과 갈치회,흑돼지 바비큐가 먹을 만하다.제주에서 갈치는 10월에 가장 많이 잡히며 맛도 들기 시작한다.하얀 갈치 살이 쫄깃쫄깃 씹히는 갈치회는 고소한 뒷맛이 일품이다.갈칫국은 갈치를 넣어 끓은 뒤 호박과 야채,마늘을 넣어 맛을 내는데 뜨거울 때 먹으면 전혀 비린내가 나지않는다.서귀포항 ‘칠십리갈치요리전문점’(064-762-2366)이 각종 갈치요리를 낸다.회는 1접시 2만원,갈칫국 백반 1인분 7000원. 제주도 흑돼지 바비큐는 부드러운 육질과 은은한 양념 맛을 자랑한다.파도마을 입구 ‘별주부전’(064-764-8899)의 음식이 먹을 만하다.토종 흑돼지고기를 손바닥 정도 크기로 두툼하게 잘라 숯불에서 구워낸 뒤 양념을 발라불에 달군 돌판에 얹어 낸다.1인분 7000원. ◆렌터카-제주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선 차량 렌트는 필수.최근 비수기를 맞아 렌터카 업체들이 요금을 대폭 할인해 주면서 드라이브 즐기기가 한결 수월해졌다.제주동양렌트카(064-711-8288)의 경우 내년 2월까지 중형차인 매그너스 LPG 차량을 40% 할인한 6만 2000원에 빌려주며,연료비까지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투어미디어(02-736-7788)는 왕복 항공료와 숙박료,렌터카 요금을 포함한 2박3일 제주 자유여행 상품을 17만 5000원에 내놓았다.
  • [대~한민국 24시] 대구 팔공산 갓바위 부처/합격 점지…자식 점지…전국의 母情 ‘북적’

    대구 팔공산은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했다.동봉과 서봉에서 떠밀려온 붉은 파도들이 계곡과 계곡 사이를 넘실거리며 한바탕 단풍 도배질이 한창이다.팔공산이 물들면 이땅의 어머니들은 속이 바삭바삭 타 들어간다.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간절한 모정(母情)이 붉게 물든 팔공산을 덧칠한다.대학이 뭐기에….‘정성스레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만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 부처. 언제부턴가 한입 건너 두입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갓바위는 요즘 코앞에 다가온 수능시험 때문에 전국에서 몰려든 기도객들로 24시간 북적인다.바야흐르 입시대목을 만난 셈이다.쌀쌀해진 날씨도 이들을 막지는 못한다. 22일 낮 12시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갓바위 주차장.평일인데도 부산과 울산,경남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가 빼곡히 들어 차 있다.서울,인천,경기,광주 번호판도 군데군데 보인다. “보살님들 4시까지는 꼭 내려 오셔야 합니다.” 관광버스 기사의 당부를 듣는 둥 마는 둥 버스에서 쏟아져내린 40∼50대 아주머니들이 총총걸음으로 산행을 재촉한다.서울에서 왔다는 50대 아주머니는 “새벽 6시에 출발했는데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면 밤 12시쯤 될 것”이라면서 “부모들이야 이젠 해줄 거라곤 기도밖에 더 있겠느냐.”며 등산화 끈을 조여맸다. 부산에 산다는 40대 아주머니는 “오늘은 밤샘기도를 하기 위해 왔다.”면서 두손을 합장한 채 갓바위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혔다. 이들을 내려 놓은 관광버스 기사들은 서둘러 문을 걸어 잠근 채 낮잠을 청한다. 산에서 왔다는 버스기사는 “이달부터 입시가 끝나는 내년 초까지 갓바위는 손님 걱정 안하는 황금노선”이라면서 “차비는 왕복 1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물 들기 시작한 단풍숲을 헤치며 제법 가파른 돌 계단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 지 40여분 남짓.등산로 군데군데에는 ‘합격엿을 판다.’는 상인들이 대목을 노리고 진을 치고 있다. 이윽고 해발 850m 갓바위(冠峰)정상.사방 탁 트인 시야와 함께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한 모습의 장대한 돌부처가 눈앞에 나타난다.머리에 판석이 올려져 있어 마치 갓을 쓴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흔히 갓바위부처님이라 불리는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보물 제431호). 산행에 숨이 가쁜 기도객들은 서둘러 정성스레 들고온 공양미를 불전 앞에 쏟아내고 가만히 자리를 잡는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깃을 여미고 이내 기도는 시작된다. “약사여래불…약사여래불….” 백팔배는 기본인 듯하고 백팔배를 끝낸 기도객들은 다소곳이 앉아 눈을 감은 채 부지런히 염주알을 굴린다.아예 지난밤을 하얗게 새운 사람들도 있다. 포항에서 왔다는 50대 아주머니는 “높은 점수만 받을 수 있다면 밤샘기도가 대수냐.”면서 “제발 제 실력만 발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탁탁탁탁…….수능시험 고득점 대입합격 축원 발원 울산시 태화동 김○○,대구시 지산동 박△△,부산시 대연동 이××,서울시 상계동 최○○….” 목탁소리와 함께 스님의 대입합격 축원 기도가 시작되면 이들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진다.두손을 합장한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절하는 기도객들의 얼굴에는 간절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했던가.가히 돌부처의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을 듯한 정성이다. 시험을 앞둔 손자녀석을 위해 기도하러 왔다는 백발의 한 할머니는 “마음으로부터 정성을 쏟아야만 부처님 귀에 들어간다.”며 돌부처를 향해 연신머리를 조아렸다. 한쪽에서는 이미 기도를 마친 인파가 우르르 산을 내려가고 한쪽에서는 다시 기도객들이 갓바위로 빼곡히 얼굴을 내민다.단풍을 찾아 산에 오른 등산객들은 우두커니 서서 마치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이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쳐다본다. 참배를 마친 기도객들은 갓바위 아래 선본사 식당에서 밥 한공기와 시래기국 한그릇으로 허기를 채우고 하산을 재촉한다. 선본사의 한 스님은 “휴일에는 하루 쌀 서너가마 양의 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찾아드는 기도객수만큼 시줏돈도 많을 거라는 물음에 “요즘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서인지 시주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갓바위를 관리하고 있는 선본사는 조계종단의 직영 사찰로 종단의 주요 돈줄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대구시내에서 왔다는 40대 한 등산객은 “밀려드는사람들 좀 보이소.아마 시줏돈이 일년에 수백억원은 족히 될거요.”라고 거들었다.이 소리를 듣고 있던 스님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갓바위는 우리나라 서민불교의 상징”이라고만 답했다. 이맘때면 입시 기도객들이 갓바위 방문객의 주를 이루지만,정치인 등 다른 소망을 쏟아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광주에서 왔다는 30대 주부는 “아들 낳으려면 갓바위에 한번 가보라고 해 단풍구경도 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며 얼굴을 붉혔다. 대구시내에서 식당을 한다는 50대 남자는 “대구사람들은 뭐 일 좀 안풀리면 한번쯤 갓바위를 찾는 거 아닙니까.”라며 “장사가 요즘 영 신통치 않아 마음도 다잡을 겸 찾아왔다.”고 말했다. 퇴직사우들끼리 등산을 왔다는 60대 남자는 “갓바위에 갔다 온 다음날은 고스톱도 기가 막히게 잘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뉘엿뉘엿 온기를 잃은 가을 햇살이 서산에 걸치면 갓바위에는 냉기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이내 어둠이 찾아든다.기도객들은 가지고 온 두툼한 외투를 서둘러 걸치고 기도터 주변에는 야간 기도객을 위해 전등불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멀리 대구시내 야경이 가물가물 눈에 들어온다.산사에는 가을밤이 시작되지만 기도객들의 행렬은 밤이 새도록 끝날 줄 모른다. 22일 밤 10시 경산시 와촌면 갓바위 가는 길.갓바위로 올라가는 도로변 식당들은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촌두부,칼국수,파전,동동주,닭백숙…. ○○촌두부집 주인은 “입시철이 시작되면 밤 손님이 많아 대부분의 식당이 새벽까지 문을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즐비한 식당들 뒤편으로 ○○고시원이라는 큰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갓바위부처가 영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갓바위 가는 길목에 몇년사이에 방이 20∼30개나 달린 대형 고시원이 2개나 들어섰다. 바위 주차장은 밤에도 낮처럼 승용차와 관광버스 차량들이 즐비하고 야간산행에 나서는 무리들로 붐빈다.등산로를 따라 설치된 가로등이 환하게 산길을 비추고 버스에서 내린 기도객들이 하나둘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사라진다.갓바위는 밀려드는 올빼미 기도객들로 불야성이다. “약사여래불…약사여래불….” 기도객의 염원 속에 밤바람에 꺼질세라 불전 앞 유리속에 갇힌 촛불은 더욱 빛을 발하고 어둠 속으로 향내가 짙게 퍼져 나간다. 대구시내에서 왔다는 40대 부부는 “큰 아들이 입시를 앞두고 있어 퇴근후 종종 찾아와 기도한다.”면서 “시험은 다가오는데 부모라는 게 그저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쪽에서는 온몸에 모포를 덮어쓴 채 밤샘기도를 준비하고 참배를 끝낸 기도객들은 못내 아쉬운 듯 천천히 발길을 돌린다. 불상 대신에 갓바위부처의 사진을 모셔놓은 기도터 아래 법당에서도 찬바람을 피해 모인 기도객들의 백팔배가 한창이다. 대전에서 왔다는 30대 남자는 “사실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고 이곳을찾는 사람이 그리 많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그저 간절히 기원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여기저기서 휴대전화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독서실 갔다 왔니.엄마 철야기도하러 왔는데 새벽에 갈거다.책 좀 보고 자거라….” 가을밤은 깊어가지만 자녀들을 향한 간절한 모정은 더욱 용맹정진이다. 그러나 정작 갓바위 돌부처는 낮이고 밤이고 아무런 말이 없다.뉘집 딸은 합격시키고 뉘집 아들은 떨어뜨린단 말인가.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서울의 밤 밝아진다, 교량·문화재 등 조명작업 단계적 추진

    ‘서울 밤거리,확 달라진다.’ 서울시는 2일 서울시청 앞을 비롯해 고궁,공원,한강다리 등 시내 야경을 국제 수준으로 밝게 가꿔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내 각 지역을 특화하고 세련된 야간 조명을 설치해 또 하나의 수준 높은 관광 인프라로 확충하기 위한 전략이다. 시 관계자는 이날 “월드컵을 계기로 국제적인 명소로 도약한 시청 앞의 광장 추진에 발맞춰 시청 주변에 대대적인 조명시설을 갖춰 특화하는 한편 다른 지역들도 단계적으로 특성에 맞는 조명설치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안으로 시청 본관을 비롯해 프라자호텔 옆 원구단 공원,덕수궁 돌담,시청앞 광장 주변 민간 건물들에 형형 색색의 화려한 꽃전등을 설치해 서울 야경을 한껏 뽐내기로 했다. 또 최근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이 즐겨 찾는 선유도 공원의 옹벽과 서울시의회,남산골 한옥마을,반포·양화·한강대교의 조명시설도 올해안에 추가로 설치하며 내년에는 강변북로 교각과 여의도공원,잠실대교,광진교 등으로 이어져 서울의 밤거리는 더욱 밝아질 전망이다. 시의 구상은 문화재,교량,건축물 등 인공적 요소와 서울의 강,산,공원 등 자연적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 지역특성에 맞는 밤거리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다는 것이다. 한편 시는 월드컵을 계기로 동호·동작·성산·원효대교 등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8.15 민족통일대회/ “통일의 뜻 음반에 담았어요”

    “통일과 화해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 강동경찰서 고덕1동파출소 부소장 김용현(사진·53) 경사가 지난 15일 낮 12시 8·15민족통일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로 찾아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통일연대측에 ‘북측 대표단에 전해달라.’며 음반 10여장을 전달했다. 김 경사는 지난해 10월 경찰관 생활 26년만에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평양의 밤’이란 곡을 앞세워 첫 음반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늦깎이 경찰가수’로 음반에는 평양의 밤도 담았다.평양의 밤은 평양 야경을 빗대 헤어진 여인을 그리워하는 트로트. 김 경사는 “2년전 평양의 밤 가사를 쓸 때만 해도 남북 정상이 만나 통일이 성큼 다가온 것 같더니 시간이 가면서 자꾸만 멀어져갔다.”면서 “이번행사로 다시 분위기가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 [월드컵 다시보기] (2)4강신화의 효과

    ■“1년치 국가예산 만큼 벌었다” ‘1년치 국가 예산을 벌었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처음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룩함으로써 새로운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월드컵 이후 대규모 거리응원과 한국 대표팀의 선전이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당초 기대했던 경제적인 효과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국가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홍보면에서 계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과를 거둬 ‘경제 8강’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확보한 것이 큰 수확이다. ◇경제 효과 100조원= 현대경제연구원은 월드컵 개최와 한국팀의 4강 진출로 우리가 거둔 직·간접적인 경제효과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올해의 국가 예산에 버금가는 액수다. 연구원은 이번 월드컵 개최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10% 정도 개선됐다고 가정하면 200조원에 이르는 한국 수출상품의 가치가 10% 올라간다고 내다봤다. 또 월드컵 개최로 국가 이미지 개선효과가 5년 정도 앞당겨졌다고 볼 때 총 100조원의 효과가 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측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등 경제규모는 세계 12∼13위이지만 주관적인 국가 이미지는 30위권 수준이었다.”며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국가 이미지가 경제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700만여명의 붉은 물결이 뿜어낸 한민족의 정신과 저력은 과거의 ‘할 수 있다(Can-Do Spirit)정신'을 ‘레드 스피리트’로 한단계 승화시켜 ‘레드 이코노미’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월드컵에 따른 단기적인 경제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이를 얼마나 국가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제고로 연결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錫) 경제연구센터장은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한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린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밝혔다. ◇대외 신인도·국가 브랜드 ‘껑충’= 월드컵 기간에 서울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등 전국에서 벌어진 길거리 응원에서 한국 국민이 보여준 열정과 질서의식은 코리아의 역동성과 시민의식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영국의 BBC 방송은 “평화적이면서도 열광적인 응원문화가 한국의 브랜드로 정착됐다.”고 지난 14일 보도했었다.이 평가는 각국의 외신에서도 여실히 보여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외 이미지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일본내 인지도가 월드컵 전인 2월에는 32%였으나 6월에는 67%로 높아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와 함께 월드컵 기간에 해외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초청해 수출마케팅 행사를 가지면서 수출과 외국인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가 구축됐다. 특히 월드컵 개막행사 등에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서 IT 최강국의 이미지를 높였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역사적으로 월드컵 주최국이 승리하면 해당국가 경제에 상승효과가 있었다.”면서 “월드컵 출전국이 세계 국내총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국가의 축구실력과 경제력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항공·호텔·관광업계는 울상= 문화관광부는 월드컵 기간의 외국인 관광객이 45만명에 그쳤다고 추산했다.이에 따라 항공·호텔·관광업계는 월드컵 기간 내내 울상을 지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기간에 15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40억∼5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특급호텔도 예년보다 10∼20% 낮아진 예약률에 만족해야 했다.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풍성한 경품행사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이 TV를 보거나 거리로 나가는 바람에 대부분 매출 감소를 겪었다. 박건승기자 ksp@ ■사회통합/ 학연·지연 녹인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분전하는 모습과 붉은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는 광경을 보고 국민 모두가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월드컵 축제는 오랜만에 온 국민이 하나되는 효과를 가져왔다.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성숙된 모습을 전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리는 성과를 안겨주었다. ◇국민통합 효과= 지난 4일 한국-폴란드 경기가 시작될 당시 붉은악마 응원단의 수는 전국적으로 50만명 정도였다.주로 서울 광화문 등 서울시내 11곳 정도에 모여 응원을 했다.그러나 지난 25일 대독일전이 열렸을 때에는 전국 250여곳으로 700만명이 쏟아져 나왔다.경찰이 집계한 250여곳이란 적어도 1만명 이상이 모인 곳을 말하며 동네 뒷동산,학교 운동장,마을회관 앞 등 남녀노소가 붉은 옷을 입고 모일 수 있는 어디든 둘러앉아 ‘대∼한민국’을 외친 곳까지 합치면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일 것이다.폴란드전부터 추산하면 줄잡아 2000만명이 응원전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장 관중석이나 길거리 응원 열기가 가득했던 곳에서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말끔하게 청소하고 뒷정리를 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줬다.차량 2부제 참여율은 전국적으로 평균 90%를 넘었다.외국인들에게는 ‘열정과 질서’라는 분명한 이미지를 남겼다. 한양대 한태선(사회학) 교수는 “국민의 단합된 모습은 지난 몇십년 동안 수많은 정치·사회적인 부정적 경험 등을 통해 형성된 ‘집단무의식’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에너지를 뿜어냈다.”면서 “길거리 응원은 전통적 잔치문화의 재현이었다.”고 평가했다. 성신여대 강석훈(경제학) 교수는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박혀 있는 지연·학연·혈연 등의 ‘연줄 문화’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이름조차 생소한 어린 선수들을 발탁,주변의 험담에 개의치 않고 결국 세계적인 선수로 길러낸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외교적 성과= 나라에서 큰 경사를 치르다 보니 김대중 대통령도 바빴다.월드컵 폐막식이 아직 남아 있지만 김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막식 이후 전·현직 국가정상 10여명을 만났다.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 등이 그들이다.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수십년에 걸쳐 이룰 외교적 성과를 한꺼번에 일궈냈다고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반면 기대가 컸던 중국의 한류 열풍은 중국 축구팀의 초반 성적 부진에다 중국인을 상대로 한 관광상품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는 바람에 기대에는 못미쳤다.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경제 도약과 외교안보적 입지구축을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고 보고 ‘포스트 월드컵’의 묘수를 찾느라 분주하다. ◇국가브랜드 제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단국가가 주는 정치·군사적 리스크는 크게 줄고 싸구려 수출국이라는 이미지도 상당히 벗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리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현대자동차 ‘란트라’가 있다.소나타·엘란트라·아반떼 등을 합친 통합브랜드로 크게 성공했으나,이 란트라를 일본 자동차로 알고 있는 그리스인들도 많다. 현대측이 굳이 한국산이라고 강조하지 않는 데에는 경우에 따라 국가브랜드가 제품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KOTRA의 민경선 해외조사팀장은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제품 이미지에 결합시키는 것을 꺼렸던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코리아 브랜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현대경제연구원 박동철 거시경제실장은 “차기 정권까지 효과를 이어갈 수 있는 국가브랜드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단기적인 경제효과보다는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좋은 국가 이미지를 널리 알리게 된 것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10개 개최도시 변화 월드컵 개최도시가 다시 태어나고 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함께 응원하면서 이웃사랑과 애향심을 키웠고 문화적 자긍심도 갖게 됐다.교통망·체육시설 확충 등 실질적인 지역발전도 이뤄냈다.대한민국에 서울 말고도 다른 아름다운 도시가 많음을 해외에 알리는 효과도 거두었다.차량 2부제 자율동참,자원봉사,서포터스 활동등을 통해 선진시민다운 기량을 발휘하고 자신감도 얻었다.프로축구단 창단 움직임 등을 통해 지역 체육 진흥도 기대된다. ◇이미지 개선= 제주도는 국내외 매스컴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이란 찬사를 들음으로써 관광도시로서 이미지를 개선하고 도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대구시는 범어 네거리에서 길거리 응원전 등을 통해 보수성을 탈피,대구의 역동적인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점을 내세운다.월드컵 기간 중 패션쇼를 잇따라 개최,대구를 패션의 도시로 각인시킨 것도 성과다. 전주시는 전통문화도시 이미지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적 자긍심= 수원은 월드컵 개최로 문화·관광 인프라가 크게 늘고 화성(華城)을 주제로 한 각종 문화예술행사 개최로 문화적 자긍심을 높였다고 자평한다.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진 인천의 문학경기장∼문학플라자∼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중앙공원∼인천시청 구간은 명실상부한 ‘인천 문화벨트’로 자리잡았다.월드컵 인천경기가 끝난 뒤에도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이 즐겨찾는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지역발전 도모= 간선도로 교통망 확충 등 지역발전은 이번 월드컵이 가져온 가장 큰 가시적인 성과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경우 환경친화적인 월드컵 공원 등으로 아름다운 도시로 재탄생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서북부권인 마포구 상암동에 월드컵 경기장과 월드컵 공원을 세워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한강 야경은월드컵이 가져온 또 다른 선물이다.한강을 가로지르는 18개 다리 가운데 동호·동작·성산·원효대교 등 9곳이 화려한 조명으로 서울의 야경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대전엑스포 개최로 지역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겼다는 대전은 이번 월드컵 개최로 다시 10년 이상 지역발전을 앞당겼다고 보고 있다.국가대표팀이 이탈리아와 16강전을 이곳에서 치르면서 대덕연구단지의 벤처기업 경쟁력도 높였다고 분석한다. ◇주민통합과 자신감= ‘4강 신화’를 이룬 광주는 국민·사회 통합을 소중한 성과로 꼽는다.1980년 5·18 이후 최대 인파인 20여만명이 함께 응원한 금남로는 한국민주화의 상징거리이지만 한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배타적인 장소로 인식됐다.그러나 대구·부산·서울·대전 등지에서 이곳으로 몰려든 붉은악마들이 광주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데모’의 거리가 온국민이 함께 한 ‘감격’과 ‘환희’의 장소로 탈바꿈한 셈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영·호남 등 다른 지역 출신들이 토착민과 한데 섞여 ‘뜨내기 의식’이 강했던 지역주민을 하나로 묶는 효과를 거둔 게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체육진흥 효과도= 부산은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등 아시안 게임의 홍보효과가 극대화됐다고 자평한다.또 생활축구 육성 등을 위해 기장군 일광면일대 5만여평에 천연 잔디구장 등 11면과 선수숙소,시민들의 오락활동과 스포츠관광을 위한 유희시설 등 복합시설인 ‘부산그라운텔’을 완공하기로 했다. 울산도 축구전용구장을 포함한 옥동 체육공원을 조성,체육시설을 늘렸다. 또 달아오른 축구 열기 덕택에 서울 대구 등지의 지역연고 프로축구단 창단 여론이 높아 월드컵경기장의 사후 활용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전국종합·정리 박현갑기자 eagled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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