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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미각의 발견 in Italy③모데나Modena-발사믹 식초의 고향

    해외여행 | 미각의 발견 in Italy③모데나Modena-발사믹 식초의 고향

    ●모데나Modena ▶food origin 발사믹 식초의 고향 볼로냐에 볼로네제가, 파르마에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와 프로슈토 디 파르마가 있다면 모데나에는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가 있다. 여기서 발사믹이란 ‘향기가 좋다’는 이탈리아어. 그 뜻만큼이나 향이 좋고, 첫맛은 달콤하되 목 넘김 후에는 신맛이 경쾌하게 남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발사믹 식초’ 하면 여느 이탈리아 식당이나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식재료 중 하나 같지만 만드는 과정을 알고 나면 감히 ‘흔한 식초’라 말할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발사믹 식초는 일단 모데나에서 재배된 청포도 품종인 트레비아노Trebbiano만을 사용해 즙을 낸다. 그렇게 얻은 즙은 뽕나무, 밤나무, 체리나무, 향나무, 떡갈나무 통에 순서대로 옮겨 담으며 12~25년, 길게는 수십년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목질이 다른 다섯 개의 통에서 증발, 숙성, 응축되기 때문에 여느 식초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향을 지닌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 실제로 이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오랜 세월 숙성한 발사믹 식초는 강한 점성과 매끄러운 암갈색 그리고 강렬한 향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시중의 마트에서 유통되는 발사믹 식초 대부분은 ‘흉내만 낸 것’에 불과하다고. 진짜 발사믹 식초는 숙성 기간에 따라 D.O.P와 I.G.P로 등급이 나뉘고, 12년 이상 숙성한 발사믹 식초는 반드시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한 호리병에 담겨서 판매된다고 하니 참고하자. ▶in the city 중세의 멋과 기품이 묻어나는 도시 볼로냐와 파르마의 중간 지점에 있는 모데나는 작지만 강한 도시다. 16세기 에스테Este 가문의 영향력 아래 귀족문화가 발달했고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자동차의 생산지로 현대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볼로냐에서 기차로 30분, 모데나 기차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어 반나절이면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과 모데나 대성당Modena Cathedral, 시청사 등을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모데나 대성당은 내부로 들어가기에 앞서 파사드Fasade(건축물의 정면)를 눈여겨보자. 투박하고 단단해 보이는 외형에 아치형 기둥과 꽃을 연상시키는 창문이 어우러져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출입문 양옆, 위로 구약성서의 장면들을 묘사한 조각들을 볼 수 있는데 이브의 탄생, 낙원에서의 추방, 고난의 역사 등이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다. 85m나 되는 종탑 토레 치비카Torre Civica도 지나칠 수 없는 유적으로 대성당과 함께 로마네스크 양식의 진수를 보여 준다. 이후 모데나 대성당을 둘러싼 대광장Piazza Grande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거나 대광장에서 두 블록 거리에 위치한 시장 메르카토 코페르토Mercato Coperto를 둘러봐도 좋다. 1920년에 지어진 이 시장에는 꽃, 와인, 햄, 치즈, 신선한 과일 등 모데나와 인근 파르마 지역에서 나는 각종 특산물들이 한자리에 있어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샘솟는다. 엔초 페라리를 기억하다 자동차에 흥미가 없어도, 심지어 면허가 없어도 모데나까지 와서 페라리Ferrari를 보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모데나 겉핥기’일 터. 모데나 기차역에서 약 500m만 걸으면 엔초 페라리Enzo Ferrari 생가를 만날 수 있다. 엔초 페라리 뮤지엄Museo Enzo Ferrari으로 리모델링하면서 그의 유년시절, 페라리의 탄생, 페라리 희귀 모델 등을 전시해 놓았다. 또 다른 이탈리아 명차, 마세라티Maserati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마세라티와 페라리는 독자적으로 출발했지만 훗날 피아트에 인수되면서 현재 한솥밥을 먹고 있다. 모데나에서 약 20km 떨어진 마라넬로Maranello는 인구 2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페라리 뮤지엄Museo Ferrari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페라리 팬들에겐 성지와도 같다. 레이싱카를 비롯해 과거부터 지금까지 출시된 모델을 전부 만나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테마를 바꿔 전시하기 때문에 볼거리도 많다. 현재는 페라리의 제1마켓인 미국을 테마로 꾸며 놓았다. Museo Enzo Ferrari via Paolo Ferrari 85 +39 0594397979 www.museocasaenzoferrari.it Museo Ferrari via Dino Ferrari 43 Maranello Italy +39 0536949713 www.museo.ferrari.com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민희 취재협조 Emilia Romagna Regional Tourist Board (APT Servizi) www.emiliaromagnaturismo.com, Direzione d’Area ENIT이탈리아관광청,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대접한 이별주 나도 먹어 볼까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대접한 이별주 나도 먹어 볼까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삼국 시대부터 중국에 명성이 전해질 만큼 역사가 깊다. 지역마다 주 재료인 곡식이 다르고,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누룩으로 술을 빚는 방법도 달라 맛과 향이 다양하다.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어졌던 전통주가 최근 들어 부활하면서 우리 술에 취하는 애주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맛과 붉은색이 특징인 ‘감홍로’(甘紅露)는 ‘이강주’, ‘죽력고’와 함께 조선 시대의 3대 명주로 꼽힌다. 용안육, 계피, 정향, 진피, 방풍, 생강, 감초, 지초 등 8개 한약재를 넣고 숙성한 약주로 한식 때 조상께 올렸다. 판소리 수궁가에서 별주부가 토끼를 보고 용궁에 가면 좋은 술이 있다고 꾀는 장면에 등장하며, 춘향가에서 이몽룡과 이별하는 춘향이가 향단에게 이별주로 내오라고 했던 술도 감홍로다. 강원 홍천의 ‘옥선주’(玉鮮酎)는 효자주로 유명하다. 조선 후기 괴질에 걸린 부모에게 자신의 허벅지를 떼어 국을 끓여 먹인 선비 이용필의 집안에서 내려오는 술로 고종이 이 이야기를 듣고 정3품의 벼슬을 내렸다. 40도의 높은 도수와 시원한 맛이 특징이며 강원도 전통 음식인 오징어순대와 찰떡궁합이다. 서울의 대표 전통주는 ‘삼해주’(三亥酎)다. 순조의 둘째 딸인 북온 공주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서 전해진 궁중의 술로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빚는 기간이 100여일이나 걸려 백일주라고도 한다. 18도로 다른 전통주에 비해 알코올이 적고 신맛, 쓴맛, 감칠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충북 보은에는 ‘송로주’(松露酒)가 대대로 이어져 온다. 소나무 줄기를 주원료로 생밤, 멥쌀, 누룩을 섞어 빚은 송절주(松節酒)를 다시 증류해 만들어 속리산의 솔 내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전남 담양의 양씨 가문에서 5대째 명맥을 지켜 온 ‘추성주’(秋成酒)는 13개 한약재가 들어가 쌉싸래한 맛과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함께 나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 초에 세워진 천년 고찰 연동사의 스님들이 건강을 위해 빚었던 곡차에서 유래했고, 술 맛이 워낙 좋아서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 뜻의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로도 불린다. 전북 완주의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는 유일한 사찰 법주다. 신라시대 진덕여왕 때 처음 빚었고 송화 가루가 들어가 투명한 황금빛이 나는 게 특징이다.
  • 야생 빌베리, 고지방식 악영향 억제 효과 (핀란드 연구)

    야생 빌베리, 고지방식 악영향 억제 효과 (핀란드 연구)

    블루베리라고 하면 ‘눈에 좋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블루베리 사촌으로 북유럽에 자생하는 야생 빌베리는 건강효과가 높은 폴리페놀의 일종인 안토시아닌이 재배종 블루베리보다 훨씬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핀란드 학자들은 말한다. 이스턴 핀란드대학 연구팀이 이 빌베리에 고지방 음식에 의한 악영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염증은 중요한 생체 방어 기능 중 하나이지만, 장기화(만성)하면 다양한 폐해를 일으킨다. 비만이 되면 지방 세포가 부풀어 염증 반응을 나타내며,이 염증​​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 경화 등의 심장 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3개월간 쥐들에 고지방 음식을 주는 실험을 시행했다. 일부 쥐에는 동결 건조한 빌베리를 5%나 10% 포함한 먹이를 줬다. 그리고 염증 세포와 염증 마커가 되는 사이토카인(면역작용 관여 단백질) 농도와 내당능장애 여부, 몸무게, 혈압 등의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염증 반응과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3개월 뒤 고지방 음식만 준 쥐들은 혈압과 체중의 증가 범위가 높고 염증 인자와 당대사, 지질대사가 모두 악화되고 있었다. 이와 달리 빌베리을 함께 섭취한 쥐들은 사이토카인 농도가 상승해 염증을 돕는 T세포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혈압 상승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빌베리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안토시아닌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빌베리는 신맛이 강해 북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잼이나 주스, 시럽절임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이스턴 핀란드대학의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의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20) 딸기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20) 딸기

    새콤달콤한 맛과 향기로 ‘황후의 과일’이라는 애칭을 지닌 딸기는 역사 속에선 먹는 과일이라기보다 약재와 관상용이었다. 지금의 딸기는 남미 칠레산종과 미국 서부산종이 유럽에서 교잡하며 탄생했다. 딸기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소염·진통에 효과가 있다. 최근엔 고혈압과 당뇨, 비만, 심혈관계 질환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영양 만점의 과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20세기 초 일본에서 들어왔다. ●제철 과일이 최고?… 겨울철 딸기가 더 맛있어요 딸기는 이제 봄뿐 아니라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다. 겨울철에도 수확이 가능한 국산 품종의 보급과 시설재배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품종이 90% 이상을 점유해 로열티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들이 2005년 ‘설향’이라는 딸기 품종을 개발하면서 로열티 문제는 해결했다. 농가에 보급된지 10년도 안 돼 일본 품종을 제치고 전국 딸기 재배 면적의 7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5300㏊가 넘는다. 설향은 겨울철 생산이 가능한 데다 과실이 크고 당도가 높다. 여기에 신맛도 적절히 어우러져 달콤하면서 새콤한 맛을 낸다. 과즙이 풍부해 한 입 깨물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 젊은층에서 인기가 더 좋다. 물론 딸기 맛도 중요하지만 재배 농가에서는 수량(딸기 개수)도 많고 병에 강해야 재배가 수월한데 설향은 ‘흰가루병’(식물의 잎·줄기에 흰가루 형태의 반점이 생기는 식물병)에도 강하다. 친환경 재배가 가능하고 수량도 많아서 딸기 품종의 ‘팔방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시사철 딸기 수확 체험 농장… 프로그램 풍성 딸기는 언제 가장 맛이 좋을까. 물론 재배 품종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통 겨울철에 생산되는 딸기가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은 적어 봄철보다 우수한 편이다. 제철 과일이 최고라는 말은 딸기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셈이다. 딸기는 키가 30㎝ 내외다. 따라서 농부들이 작고 좁은 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작업할 때가 많다. 특히 딸기는 일주일에 2회 이상 수확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다른 작물에 비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설(高設)식 수경재배’가 최근에 크게 늘고 있다. 이른바 ‘침대 딸기’라고 하는데 딸기를 심는 위치를 허리 높이 이상 올린 것이다. 쪼그리며 하던 작업들을 이제는 서서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다. 악성 노동에서 벗어나 작업 편의성을 높인 셈이다. 수확 기간도 한 달 이상 길어지면서 생산량이 기존 재배 방식보다 50% 이상 개선됐다. 여기에 공중에서 딸기가 달리기 때문에 흙이 닿지 않아 깨끗하고 고품질의 신선한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체 딸기 재배 면적의 10%(664㏊) 정도가 고설식 수경재배로 재배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파프리카가 수경재배 면적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엔 딸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촌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맞춤형 재배 방식이다. 딸기는 키우고 수확하고 먹는 즐거움을 모두 제공하는 도시농업의 대표 아이템이다. 예전엔 딸기 대부분이 밭에서 재배됐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적인 품종 개발과 재배 방식의 다양화로 생산 시기가 당겨지고 수확 시기는 길어지고 있다. ●국산 품종 ‘설향’ 보급 확대… 年 생산액 1조대 ‘쑥쑥’ 특히 분홍색 꽃이 피는 관상용 품종이 개발되면서 집 안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다. 사시사철 딸기의 꽃과 향, 열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일반 딸기는 가을에 꽃눈이 생기고 이듬해 봄에 한 차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반면 관상용 딸기는 여름 내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관상용 딸기 ‘관하’는 관상용이면서 과실도 별미로 먹을 수 있다. 보고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또 딸기 수확 체험은 겨울방학 아이들 교육용으로 훌륭한 소재다. 도시 근교와 딸기 주산지를 중심으로 체험 농장이 늘고 있다. 수확체험 외에 딸기 화분과 딸기 비누, 딸기잼 직접 만들기 등을 연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지역마다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체험 농장은 무농약 재배가 기본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딸기 농장의 수확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 간 소통과 아이들 교육에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딸기 산업은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생산액 규모가 1조 3000억원으로 2005년에 견줘 2배가량 증가했다. 출하 시기가 봄철에서 겨울철로 바뀌면서 안정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국산품종 ‘설향’ 개발과 보급 확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농가 대부분이 설향으로 재배하다 보니 출하량이 특정 시기에 몰리면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맛을 가진 품종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겨울철 미국에서 수입되는 오렌지 시장이 앞으로 전면 개방됨에 따라 그 여파로 겨울철 딸기 소비도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딸기산업의 또 한번 도약을 위해서는 설향 품종보다 수량이 많으면서 고품질의 맛을 지닌 새로운 국산 품종이 빨리 나와야 한다. 시장 다변화 전략과 함께 국가대표 딸기 브랜드를 창출해 내수와 수출시장 모두를 공략하는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기관 간 상호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대영 농촌진흥청 채소과 농업연구사 ■문의 golders@seoul.co.kr
  • ‘味鄕’ 저장성 요리의 숨은 사연

    ‘味鄕’ 저장성 요리의 숨은 사연

    중국 양쯔강 이남의 강남문화를 대표하는 저장성 일대는 특유의 요리로 이름 높다. ‘하늘엔 천당, 땅엔 항저우와 쑤저우’(上有天堂 下有蘇杭)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수려한 볼거리 못지않게 먹거리 또한 풍성하다는 뜻일 터다. 대표적인 곳이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다. 양념을 적게 넣고 재료의 본래의 맛을 강조하는데, 다른 지역에 견줘 단맛이 짙은 게 특징이다. 둥포러우(東坡肉) - 귀양 간 소동파가 개발한 삼겹살찜 중국 강남지역 한족의 전통요리다. 삼겹살 덩어리를 중국식 간장에 장시간 조려 만든다.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맛이 일품이다. 흔히 청경채를 곁들이는데, 화쥐안(꽃빵)에 싸서 먹는 경우도 흔하다. 애주가들은 이름만 들어도 배갈을 연상할 만큼 고량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처음 만든 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 소동파(1037~1101)라 전해진다. 중국여유국 한국지사는 “장쑤성(江蘇省) 쉬저우(徐州)에서 처음 만들어지고 후베이성(湖北省) 황저우(黄州)에서 다듬어져 저장성 항저우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음식”이라고 했다. 내용은 이렇다. 1077년 소동파가 쉬저우 지역 책임자로 부임했다. 공교롭게 황하에 홍수가 났고, 소동파는 병사들을 잘 지휘해 물난리를 이겨냈다. 쉬저우 주민들은 감사의 뜻으로 돼지를 잡아 바쳤다. 소동파는 이 고기로 훙사오러우(紅燒肉)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되돌려줬다. 이 때문에 둥포러우를 후이정러우(回贈肉)라 부르기도 한다. 1080년 소동파는 황저우로 귀양을 간다. 당시 황저우는 양돈 농가가 많은 고장이었던 듯하다. 이 덕에 소동파도 훙사오러우를 즐겨 먹을 수 있었는데 “불을 천천히 쓰고 물은 적게 하여 만들 때 재료 원래의 맛을 느낀다”는 내용의 시를 쓸 정도였다. 1089년 우여곡절 끝에 복권된 소동파는 항저우의 책임자로 부임한다. 걸핏하면 터지는 물난리로 진저리를 치던 항저우 주민들은 시후(西湖)에 제방을 쌓는 등 수해에 잘 대처하는 소동파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하여 그가 좋아하는 훙사오러우를 만들어 선물했는데, 소동파는 이를 잘게 잘라 백성들과 나눠 먹는다. 이게 바로 ‘소동파가 준 고기’ 둥포러우다. 시후 쪽의 와이포지아(外婆家), 신바이루(新白鹿) 등이 둥포러우 요리로 많이 알려졌다. 두 곳 모두 항저우 시내 여러 곳에 프랜차이즈 업소를 두고 있어 맛보는 건 어렵지 않다. 자오화지(叫花鷄) - 청나라 건륭제가 반한 ‘거지 닭’ 자오화(叫花)는 중국어로 거지란 뜻이다. 그러니 자오화지를 직역하면 거지닭이 된다. 음식치고 그리 맛깔스럽지 못한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은 이렇다. 옛날 한 거지가 밥 구걸을 하다 뜻밖에 닭 한 마리를 얻게 됐다. 횡재를 한 거지는 닭을 잡아 요리하려 했으나 조리 도구도, 양념도 없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거지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하자고 생각했다. 먼저 연잎으로 닭을 싼 뒤, 진흙으로 전체를 꼼꼼하게 감쌌다. 이어 불을 지피고, 진흙으로 싼 닭을 불에 던져 구웠다. 이게 거지닭의 시작이다. 거지닭은 청나라 건륭제 때 ‘히트’를 친다. 평복 차림으로 강남 일대를 돌던 건륭제가 길을 잃고, 기갈마저 들 때쯤 한 거지가 거지닭을 건넨다. 걸신 들린 듯 닭을 먹어 치운 건륭제는 이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거지닭을 칭찬했다고 한다. 항저우 시내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거지닭을 맛볼 수 있다. 머리를 둔 채 요리하는 특성 탓에 외형은 다소 섬뜩하지만 맛은 제법 쫀득하고 담백하다. 시후추위(西湖醋魚) - 생선찜의 신맛 “형의 복수를 잊지 말라” 항저우의 대표적인 생선요리 중 하나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시후추위는 단맛 속에 신맛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도 여러 사연이 있는데, 가장 그럴싸한 내용은 이렇다. 남송시대 송씨 형제가 시후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고 있었다. 한데 형수의 미모가 몹시 빼어났던 게 문제였다. 탐관오리 조씨가 형수를 탐내 형을 죽인 뒤, 동생마저 해치려 들었다. 이를 눈치챈 형수가 한밤중에 시동생을 도망 보내며 마지막으로 음식을 차려 주는데, 이게 시후추위였다. 단맛은 그렇다 쳐도, 생선찜에서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시동생이 이유를 물었다. 형수는 “단맛은 즐거웠던 기억을, 신맛은 현재의 슬픔을 잊지 말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동가식서가숙하며 고생하던 시동생은 열심히 공부해 암행어사가 됐다. 이어 고향으로 돌아와 조씨를 처단하고 비운에 숨진 형의 영혼을 위로했다고 한다. 러우와이러우(楼外楼) 등 이름난 맛집들에서 맛볼 수 있다. 다자셰(大閘蟹) - 상납용으로 쓰였던 쫀득한 참게 찜 우리의 털게, 혹은 참게라고 보면 알기 쉽다.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이 공무원들의 검소한 상차림을 주문한 이후, 부쩍 값이 싸진 식재료 중 하나다. 예전엔 고위 공무원들을 위한 ‘상납용’으로 흔히 쓰였다고 한다. 다자셰의 유명 산지는 상하이 인근의 쿤산(昆山)시 양청후(陽澄湖)다. 하지만 산지보다는 대부분 상하이와 항저우 등의 대도시에서 소비된다. 우리의 영덕대게와 비슷하다. 다자셰는 주로 찜으로 먹는다. 제철은 몸통과 다리마다 살이 꽉 찬 늦가을이다. 한데 우리의 대게와는 차이가 많다. 껍질은 두껍고, 상대적으로 살은 적다. 그 탓에 살점을 죄다 발라먹으려면 고생깨나 해야 한다. 다자셰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게 한 마리를 한 시간 동안 먹기도 한단다. 다자셰 살점은 고소하다. 쫀득한 식감도 일품이다.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맛이다. 요즘 다자셰를 찾는 한국인이 늘어 상하이 푸둥공항 면세점 등에서 팔기도 한다. 글 사진 항저우(중국)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김장김치 맛있게 만드는 비법? 손맛이 아니라 유산균!

    김장김치 맛있게 만드는 비법? 손맛이 아니라 유산균!

    김장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을 묻는다면, 10명의 9명은 ‘손맛’이라고 답할 것이다. 요리처럼 김치는 누가 담그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요리 전문가들은 그 비법으로 손 맛 이전에 ‘유산균’을 꼽는다. 유산균이 얼마나 생성되고, 생성되는 유산균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김치 반대로 신 맛이 강한 김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익히 알려져 있듯이 유산균은 건강에도 효능이 있기 때문에, 김장김치의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김치유산균 수에 따라 항암효과, 염증억제, 면역력 증진 등에 효능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현대인들이 겪는 대표 질병이자 완치가 어려운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김치의 맛과 건강을 위한 유산균의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김장철을 맞은 요즘 유산균에 대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일고 있다. 김장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 ‘유산균’ 2006년에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효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식품인 김치는 생성되는 김치유산균의 수에 따라 김치 맛이 좌우된다. 김치에 있는 약 200여종의 유산균들이 김치를 숙성시키면서 김치 맛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유산균이 많을수록 건강하면서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맛있는 김장김치를 만드는 비법으로 유산균을 꼽은 이유는 ‘류코노스톡’균 때문이다. ‘류코노스톡’균은 김치 특유의 시원한 맛을 만들고, 김치를 시어지게 하는 산패균의 번식을 억제하기 때문에 김치의 시원한 맛과 청량감을 오랫동안 유지해주는 유산균이다. 따라서 김장 때 맛있는 김치를 만들고 싶다면, 김장을 담근 초기에 류코노스톡균을 최대한 증대시키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김장을 담그는 단계에서 유산균을 많이 생성시키는 방법은 ‘생새우’와 ‘무’를 사용하는 것이다. 생새우와 무는 유산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유산균을 생성시키는데 효과적이어서 김치 맛이 시원하면서 감칠맛이 나게 되고, 영양도 풍부해진다. 김치유산균을 생성시키는 환경 유산균이 많은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또 한가지는 올바른 보관을 위한 김치냉장고의 활용이다. 즉, 김치냉장고의 유산균 생성 기술과 온도 관리 기술을 잘 활용할 때 유산균이 풍부한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김치유산균은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여 온도에 따라 발효패턴이 급변하기 때문에, 정교한 온도 관리 기술과 냉기를 지켜주는 밀폐력이 매우 중요하다. 유산균을 풍부하게 하려면 김치를 갓 담근 후, 김치냉장고의 온도 설정 기능을 이용해 적정 온도 5~7도에서 4~5일 정도 보관해야 한다. 저온에서 김치를 발효시켜 유산균의 성장을 유도해야 하고, 온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외부 공기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18도 이상의 고온에 김치를 두면 신맛을 내는 유산균이 생성되므로 김치냉장고의 온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치유산균을 9배 더 많이 생성하는 김치냉장고 ‘LG 디오스 김치톡톡’ 특히 최근에는 유산균 생성에 특화된 김치냉장고도 출시되어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LG전자는 맛있는 김치 유산균을 9배 더 많이 만들어주는 신제품 2015년형 ‘디오스 김치톡톡’(모델명:R-D574PBAW)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국가지정 연구실로 선정된 조선대 김치연구센터와 22개월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김치 맛을 결정짓는 유산균(류코노스톡)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온도를 형성하는 기술이 적용되었다. 신제품의 대표 기능인 ‘유산균 김치’는 맛있는 김치 유산균이 잘 자랄 수 있는 온도를 맞춰, 동일한 기간 동안 타사 제품보다 9배 더 많이 유산균을 생성할 수 있게 한다. 또한 6분마다 팬에서 냉기를 뿜어 온도 편차를 줄이는 ‘쿨링케어’와 냉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완벽하게 방지하게 위해 문이 열고 닫힘에 따라 쿨링케어 작동여부를 판단하는 ‘쿨링센서’를 탑재해 맛있는 유산균이 생성 및 유지되기 좋은 환경을 마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김치가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200여개의 유산균을 통해 발효숙성이 되기 때문”이라며 “유산균이 가장 많이 생성되는 온도로 맞춰주는 LG 디오스 김치톡톡과 함께라면 유산균이 9배 더 생성된 시원하고 청량감있는 김치를 맛볼 수 있다”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우리 뇌가 맛을 느끼는 ‘비법’ 찾았다

    우리 뇌가 맛을 느끼는 ‘비법’ 찾았다

    혀에는 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세포’가 있다. 혀의 각 부위별로 짠맛, 쓴맛, 신맛, 단맛, 감칠맛 등 5가지 맛을 인지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위의 5가지 맛은 혀의 각 부위가 아닌 전체에서 인지되며, 뇌는 이들 맛을 각각 구별하는 특별한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혀에는 8000개 이상의 미뢰가 분포돼 있으며, 각각의 미뢰는 5가지의 맛을 모두 인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예컨대 단맛은 혀의 끝에 있는 미뢰 만이 인식할 수 있다는 기존 속설과 다른 사실이다. 맛을 인지한 8000여개의 미뢰는 뇌에 신호를 보내고, 뇌는 서로 다른 신경세포가 각각의 맛을 인지한 뒤 이에 반응한다. 뇌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은 미뢰 속에 든 100여개의 감각기가 담당한다. 이 같은 결과는 연구팀의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쥐의 뇌에 있는 ‘맛 세포’가 활성화되면 빛을 발하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한 뒤, 5가지 맛의 화학물질을 쥐에게 공급했다. 그 결과 혀와 뇌를 연결하는 특유의 ‘라인’이 있으며, 각각의 맛에 따라 서로 다른 뇌의 신경세포가 이를 인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단일 뇌세포가 여러 가지 맛을 인지한다는 기존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다. 뇌세포가 맛의 정보를 인식하는 정확한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미각이 둔감한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나 미각이 약해진 노인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찰스 주커 교수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뇌가 맛을 인식하는 과정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뇌에 양질의 ‘맛 신호’를 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적인 과학매체인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감귤값 폭락…그럼 식탁까지도 쌀까요

    감귤값 폭락…그럼 식탁까지도 쌀까요

    “농사는 풍년인데 손에 쥐는 돈이 너무 적어 죽을 맛입니다.” 제주 서귀포에서 감귤 농사를 5000평 이상 짓고 있는 한모씨는 올해 감귤 가격이 급락해 울상이다. 출하량이 늘면서 산지 감귤값은 지난해와 비교해 최대 33%나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올겨울에 맛있는 감귤을 싸게 사 먹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감귤 산지가격과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지만 소매가격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량한 감귤마저 불법 유통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5일 제주도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감귤 산지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1관(3.75㎏)에 3000원이다. 지난해보다 1관당 평균 500~1000원 떨어졌다. 산지가격이 떨어지면서 도매가격도 대폭 떨어졌다. 감귤의 이달 평균 도매가격은 ㎏당 1500원이다. 지난해(2047원)보다 26.7%나 하락해 2009년(1264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싼 값을 기록했다. 감귤값이 폭락한 이유는 우선 작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10월 감귤 출하량은 전년 대비 4% 늘었다. 11월 이후 전체 출하량도 5%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날씨가 좋고 병해충 발생도 적어서다. 불법 유통이 급증한 점도 감귤값 하락의 한 원인이다. 제주도 감귤특작과에서 지난 9월 1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적발한 불법 유통 실적은 총 1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배에 이른다. 올해 적발한 수량은 73t으로 지난해 82.9t보다 적지만 지난해 강제 착색한 감귤 50t을 한 번에 적발한 것이 수량을 크게 늘렸던 점을 감안하면 불법 유통량은 40t 이상 급증했다. 병해충에 걸리는 등 품질이 떨어져 돈을 받고 팔 수 없는 ‘불량 감귤’을 유통시키는 것이 불법 유통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크기가 너무 작거나 커서 유통이 금지된 0번(46㎜ 이하), 1번(47~51㎜), 9번(71~77㎜), 10번(78㎜ 이상) 감귤을 파는 경우도 많다. 특히 0번, 1번 감귤을 2번 감귤 박스에 섞어서 파는 수법으로 비상품 감귤이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감귤의 소매가격은 산지·도매 가격에 비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이달 감귤 평균 소매가격은 10개당 2603원으로 지난해(2699원)보다 3.6% 싸지는 데 그쳤다. 불법 유통된 저품질 감귤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어 당도가 높은 감귤을 사 먹기도 힘든 실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탁구공만 한 감귤(0번, 1번)은 신맛이 나고 야구공만 한 감귤(9번, 10번)은 당도가 떨어진다”면서 “꼭지가 검은색이면 강제 착색한 감귤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中 사천요리 대가 사로잡기 나선 20대 청춘의 무한도전

    中 사천요리 대가 사로잡기 나선 20대 청춘의 무한도전

    10년 전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김민철(24)씨는 어려운 형편 속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겨운 삶을 살았다. 그러나 식당 주방보조로 일하던 그를 좋게 본 사장님의 도움으로 요리에 입문하게 됐다. 뉴욕 CIA 요리학교에서 공부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요리로 행복을 나눠주고 싶은 꿈을 키운다. 30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되는 EBS 스페셜 프로젝트 ‘청춘, 세계 도전기’에서는 중국의 4대 요리로 꼽히는 사천요리의 본고장, 중국 쓰촨성을 찾은 김씨의 도전기가 펼쳐진다. 중국의 쓰촨성에서는 더위를 물리치기 위한 맵고 강한 음식이 발달했다. 웬만한 양의 조미료와 향신료로는 쓰촨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김씨가 내민 것은 바로 ‘고추장’이다.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 쓴맛, 향기로운 맛, 얼얼한 맛 등 총 일곱 가지의 맛이 존재한다는 사천요리에 김씨는 고추장을 가미한 자신만의 레서피로 승부한다. 김씨는 정통 사천요리 레스토랑에서 50여명의 주방 직원들을 이끌며 100여개의 메뉴를 책임지는 주방장 장자오쥔을 만난다. 그러나 주방장은 제자를 받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돌린다. 진정한 사천의 맛을 배우겠다는 열정을 품은 김씨는 주방장의 마음을 열기 위해 세 가지 테스트를 통과한다.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빠른 시간 안에 볶아내야 하는 소고기 요리 ‘깐비엔뉴로우’는 조금만 온도가 높거나 시간이 지체돼도 고기가 타기 일쑤다. 태어나 처음으로 웍(중화 팬)을 잡은 김씨는 손목에 점점 무리가 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가의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우리 문화와 함께한 ‘배’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우리 문화와 함께한 ‘배’

    배는 우리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과실이다. 상서로움과 희망, 건강, 지혜, 벼슬 등을 상징하는 과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배나무는 수령이 500년 정도로 길다고 알려져 있어 장수를 상징한다. 제사에서는 씨가 6개라 하여 6판서를 의미했다. 속담에서도 배는 귀중함, 좋은 것을 상징한다. ‘배 썩은 것은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내 자식을 남보다 아낀다), ‘배먹고 이 닦기’(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얻음) 등의 다양한 속담이 전해진다. 배나무는 궁궐이나 사찰 등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구성하는 경관 나무였다. 경복궁에서 왕비가 거처하던 교태전 후원의 아미산에는 600년 수령의 돌배나무가 있어 왕과 왕비의 번성과 안녕을 기원했다. 전북 진안 마이산 은수사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386호), 경북 울진 쌍전리 산돌배나무(408호), 전북 정읍 두월리 청실배나무(497호), 경북 영양 무창리 산돌배나무(519호) 등은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 배꽃이 피는 4월에는 전남 나주, 울산 등지에서 배꽃축제가 열린다. 음악회 등 가족 단위 문화 활동을 통해 관광 활성화에 활용하고 있다. 가을에는 천안 성환, 치악산, 울산, 나주 등에서 배 축제를 개최한다. 농촌진흥청이 손꼽는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배 5선’은 한아름, 황금배, 화산, 만풍배, 추황배 등이다. 한아름은 무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인 여름배다. 8월 중순에 수확되며 아담한 크기에 육질이 아삭하고 과즙이 풍부하다. 황금배는 여름 햇살에 영근 황금색에 깔끔한 맛으로 가을의 청명함을 선사하는 배다. 9월 중순에 수확되며 육질이 아삭하고 산 성분도 가미돼 있는 게 특징이다. 화산은 크기에 상관없이 뛰어난 맛으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가을철 과일의 대표 주자다. 신맛 없이 달콤한 게 매력 포인트다. 이른 추석에 선물용으로 주로 팔린다. 만풍배는 거친 외모보다 뛰어난 맛으로 소비자를 매료시킨 천하일미 배로 평가받는다. 최고급 선물용 배로 각광받고 있다. 2011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에서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 부드러운 육질에 풍부한 과즙이 일품이다. 추황배는 단맛과 신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육질이 아삭하고 맛이 깔끔한 편이다. 오래 저장해도 막 수확한 배처럼 맛이 변함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배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껍질째 먹어보자. 껍질에 함유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 기능성 성분은 배 4개의 과육에 포함된 성분의 양과 비슷하다. 껍질째 먹는 배는 스위트스킨, 한아름, 황금배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옌볜에서 생산되는 ‘사과배’는 중국 조선족 동포의 자부심으로 손꼽힌다. 일제강점기의 탄압을 피해 룽징으로 이주한 최창호 선생에 의해 탄생했다. 사과배는 황무지를 개척해 정착한 조선족의 고난과 극복의 역사가 투영돼 있다. 중국 야생돌배에 함경남도 북청의 토종배를 접붙여 육성한 품종이다. 해외 수출은 물론 중국인민대회당의 국가연회석에도 오른다.
  • 충북 영동, ‘대한민국 와인 1번지’ 꿈이 영글다

    충북 영동, ‘대한민국 와인 1번지’ 꿈이 영글다

    26일 오전 10시 충북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에 들어선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선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향수처럼 은은하게 코를 찔렀다. 와인 구경을 하기도 전에 짙은 포도향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와인 생각을 은근히 부추겼다. 지동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 황간 IC를 빠져나와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평화로운 마을은 1959년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포도의 주산지인 영동군에서도 가장 앞섰다. 지금도 주곡리 포도를 최고로 친다. 농가형 와이너리 1호인 컨츄리와인 김덕현(32) 대표는 “포도를 그대로 출하하는 것보다 와인을 생산하는 게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며 “나아가 영동을 전국에 알리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300㎡ 남짓한 시설은 발효실, 저온숙성실, 지하저장고, 시음판매장 등 4곳으로 나뉜다. 영동군에 있는 와이너리 규모는 엇비슷하다.연간 생산량은 3000병에서 많게는 1만 5000병에 이른다.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귀농한 김 대표는 “적정한 온도 유지가 생명”이라고 덧붙였다. 발효실은 20~25도, 저온숙성실은 7도, 지하저장고는 15도를 맞춰야 맛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단다. 컨츄리와인의 한 해 생산량은 1만 5000병, 매출 2억원을 웃돈다. 제조 체험을 위한 방문객은 한 해 6000여명에 이른다.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영동군이 ‘대한민국 와인 1번지’로 거듭났다. 군은 2008년 포도의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사양화로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껴 농가형 와이너리 육성에 나섰다. 일정 규모의 품종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 제조를 경험한 농가에 발효 및 숙성통, 여과장치, 열수축기 등 와인 1000ℓ(750㎖, 1300병)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지원했다. 현재 영동군에는 모두 46곳의 농가형 와이너리가 있다. 전국 와이너리의 절반을 넘겼다. 영동지역과 함께 와인산업에 주력하는 경북 영천엔 18곳이 있다. ●‘100농가 와이너리’ 목표… 영동대와 무상 교육 영동에는 기업형 와이너리도 있다. 주곡리에 있는 와인코리아는 40여종의 와인을 연간 30만병 생산한다. 시중에 ‘샤토마니’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게 와인코리아 제품이다. 포도주 브랜드에 자주 등장하는 ‘샤토’(chateau)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포도주를 만들었던 성(城)을 뜻한다. 와인코리아와 농가 와이너리의 생산량을 모두 합하면 750㎖ 기준 연간 40만병쯤 된다. 영천의 연간 생산량은 25만병이다. 영동군은 와이너리 100농가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와인 생산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포도밭에서 8월 중·하순 수확한 포도의 줄기 등을 제거하고 알을 으깬 뒤 효모, 설탕을 첨가해 발효기에 넣고 3주간 숙성시킨다. 이때 효모가 포도 속의 당분을 분해하며 탄산가스와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발효를 끝내면 저온숙성실로 옮겨져 3개월 뒤 찌꺼기를 거르고 원액만 뽑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 원액을 라벨이 붙여진 병에 담으면 마침내 우리 포도로 만든 향긋한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와인은 2010년부터 군이 열고 있는 와인축제와 체험을 위해 방문한 외지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군의 노력으로 곧 시중 마트에서도 농민들이 만든 와인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마다 맛 독특… 국제소믈리에協 총회 만찬주로 영동지역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저마다 독특한 맛을 낸다. 탄닌 성분을 띠어 살짝 떫은 와인부터 와인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단맛을 내는 와인까지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와인을 골라 구매할 수 있다. 컨츄리와인은 캠벨포도와 머루를 8대2 비율로 혼합해 순하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듣는다. 캠벨포도에서 나는 신맛을 머루의 향이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컨츄리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저온숙성 비법을 통해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이런 차별성 덕분에 2012년 국제소믈리에협회 총회 및 아시아·오세아니아 소믈리에 경기대회 공식 만찬주로 선정돼 이름을 드높였다. 매곡면 옥전리의 도란원이 생산하는 와인은 끌포도를 재료로 써 끝 맛이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끌포도란 처음 나온 포도 열매를 제거한 자리에서 다시 자라난 포도를 말한다. 생산량이 적지만 당도가 일반 포도보다 4~5브릭스 높다. 따라서 일반 와인은 끝 맛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도란원의 와인은 끝 맛이 미끄러지듯 완만하다는 말을 듣는다. 도란원은 대나무통을 이용한 와인 제조 기술도 자랑한다. 도란원 와인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우리술품평회에서 과실주 대상을 받았다. 특히 와인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보졸레 시장 일행이 맛을 높게 평가해 기쁨을 더했다. 심천면 약목리에 위치한 시나브로는 화이트와인이 유명한 와이너리다. 떫은맛과 신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프랑스 와인센터연구소장인 슈샤 박사에게 극찬을 받았다. 영동군의 와인산업은 상당히 체계적이어서 일찌감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농민들은 영동대와 손을 잡고 운영하는 와인아카데미에서 무상으로 모든 것을 배운다. 수준별 3개 반으로 나눠 5개월간 운영된다. 신규반은 와인 제조 이론교육과 와인 서비스 매너를, 고급반은 와인 제조 기술과 재료 처리법을, 소믈리에반은 소믈리에 자격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인아카데미는 2008년 첫 수료생 28명을 배출했다. 지난해까지 327명이 거쳐 갔다. 군은 또 와이너리 농가를 대상으로 와인 선진국 해외 연수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20명이 보르도에 다녀왔다. 당시 농민들은 와인회사를 방문해 양조 첨가물 생산시설을 견학하고 마케팅 전략도 익혔다. ●국내 첫 와인연구소 문 열고 품질 개선 힘써 지난 2월엔 40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읍내에 와인연구소를 세웠다. 4만 9443㎡ 부지에 들어선 연구소는 연구동과 관리사, 창고, 와인저장고 등으로 꾸며졌다. 연구원 7명이 일한다. 고품질의 정통 와인과 기능성 와인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박재호(48) 와인연구소 품질관리팀장은 “영동 와인산업은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해 이제 질적 향상을 겨냥할 때”라며 “와인연구소는 농가에서 만든 와인들의 알코올 도수, 산도, 폴리페놀 함량 등을 분석해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또 와인 전시, 시음, 판매 코너를 갖춘 와인터널을 조성 중이다. 고품질 와인 생산을 위해 국산 목재를 이용한 오크통 및 오크칩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와인 상설판매장 건립도 추진한다. 2006년부터는 와인트레인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2만 5000여명이 이용할 만큼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테마열차로 평가받는다. 2005년 지정된 포도·와인특구다운 면모다. ●와인 체험 관광상품 만들어 유커 유치 등 차별화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산업 발전을 위한 군과 농민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보완할 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김준철(62) 한국와인협회장은 “영동군의 의지가 강하고 행정적인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농가들의 연구 정신도 투철한 것 같다”고 반겼다. 이어 “그러나 아직 레드와인이 붉은색을 띠지 않는 등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캠벨포도를 많이 사용해 향이 너무 진한 점 등 아쉬움도 있다”면서 “포도를 외국산 품종으로 바꿔 보는 것도 개선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오명주(50) 영동군 와인산업팀장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떠나 와인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까지 만들어 차별화를 꾀하겠다”며 “와인 족욕, 나만의 와인 만들기 등 체험시설을 갖춘 와이너리를 10곳까지 늘려 중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취재를 마치고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도 시음한 와인 맛이 혀를 맴돌고 있었다. 글 사진 영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커버스토리] 그래~ 이 맛이야… 괜찮아, 사실이야

    [커버스토리] 그래~ 이 맛이야… 괜찮아, 사실이야

     경기 광주에 사는 30년차 주부 이익순(54)씨는 평소 음식 맛을 내려고 소고기, 해물 등 다양한 복합 양념이 첨가된 ‘다시다’를 쓴다. 글루탐산나트륨(MSG)만 들어가 있는 미원은 김장할 때만 쓴다고 했다. 이씨는 “몸에 나쁜지 알면서도 음식 맛이 안 나 찌개 등을 끓일 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쓴다”면서 “MSG가 무해 하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봤지만 계속 뜬소문이나 의혹이 제기되는 걸 보면 안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인 MSG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짠맛, 단맛, 쓴맛, 신맛에 이어 제5의 맛으로 인정받으며 ‘식탁 위의 혁명’으로까지 불렸던 MSG는 도대체 어쩌다 이 같은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을까. ●대상 ‘미원’으로 초보 주부 사로잡아  1908년 일본에서 탄생한 MSG가 우리나라에 건너온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원조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사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부터다. MSG는 음식 맛을 돋우는 마법의 재료로 통하며 ‘뱀가루’라고 불렸을 정도다. 해방 이후 일제 조미료 수입이 금지되자 6·25전쟁 직후 대성공업사가 ‘미소미’를 생산했지만 별 재미를 못 봤다.  본격적인 MSG 시장을 연 건 대상의 창업주인 임대홍 회장이 일본에서 조미료 생산기술을 배워오면서부터다. 임 회장은 1956년 부산에서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며 ‘신선로표 미원’을 생산했다. 미원은 대성공을 거뒀다. 음식을 준비하는 초보 주부나 음식점에서 미원은 1등 공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미료 사업이 대 히트를 이어가자 현재의 CJ제일제당(삼성그룹 분리 전)도 MSG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일제당은 원형사를 인수해 1963년 12월 미풍산업주식회사를 차린 뒤 ‘미풍’을 내놨다. 하지만 미풍은 미원의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1세대 MSG의 승리는 미원이 가져갔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세상에 안 되는 것” 세 가지 중 조미료를 꼽으며 안타까워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조미료 시장에 먹구름이 낀 건 1968년 미국의 한 의사가 ‘MSG가 들어간 중화요리’가 가슴 압박감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이때 제기된 ‘중화요리증후군’은 이후 MSG와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지만 당시 불거진 MSG 유해성 논란은 1993년 말 국내 조미료 시장에 고스란히 옮겨 붙었다. ●1993년 럭키 “인체 유해” 네거티브 광고  불을 지른 건 1993년 12월 ‘맛그린’을 내놓은 럭키(현 LG생활건강)였다. 후발주자였던 럭키는 미원과 다시다를 ‘화학조미료’라고 가르키며, 인체에 유해한 MSG가 다량 햠유돼 있다는 도발적 광고를 냈다. 대상과 제일제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안전성이 확보된 MSG가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보사부(보건복지부)는 2주 만에 럭키 맛그린에 대해 광고시정명령을 내리고 피해를 입은 미원과 제일제당에 사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MSG=화학조미료’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데 보름이란 시간은 충분했다. 사실 ‘맛그린’도 MSG만 뺐을 뿐 핵산이나 합성향 등 다른 첨가물을 여전히 사용해 천연조미료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결국 맛그린은 MSG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만 가중시킨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여파로 이후 조미료 시장에서 MSG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식품업체는 너도나도 ‘천연’, ‘자연’임을 강조하는 복합조미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제품은 2007년 출시된 CJ제일제당의 ‘산들애’와 대상의 ‘맛선생’이다. 이 제품들은 MSG 등의 첨가물을 없애고 100% 자연재료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FAO·WHO “안전하다” 연구 결과 발표  그러는 사이 MSG에 대한 누명은 벗겨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과 2012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엔식량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연합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1987년 230여 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국내선 외면… 세계 시장 매년 2% 성장  국내 소비자들은 MSG를 외면하고 있지만 전 세계 MSG 시장은 매년 2%대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소금보다 나트륨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MSG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MSG 제조업체도 수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대상에 따르면 국내 매출은 1990년 이후 2013년까지 40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 매출은 같은 기간 2000억원 이상 늘었다. 대상의 최대 수출국은 일본으로, 2013년 MSG 5325t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매출액으로는 약 101억 458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MSG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따갑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MSG가 건강에 나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효모나 글루타민산 등 조미 소재에 과학적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한번 나쁜 인상이 심어지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해외여행 | 이탈리아-미술과 음악을 품은 마르케 Marche

    해외여행 | 이탈리아-미술과 음악을 품은 마르케 Marche

    이탈리아 마르케 지역을 다녀왔다. 이름은 생소했고, 미리 구해 놓은 정보도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약 30년을 살았다는 한국인 가이드는 “마르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진짜 휴양지”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 진짜 휴양지에는 풍경 이외에 예술과 음식도 풍성하게 깃들어 있었다. 넉넉한 휴양지 마르케 기행문을 작성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경한 지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낯선 곳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이번에도 설렘과 조바심이 끊임없이 교차했는데, 불안정한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은 마르케의 수굿한 풍경과 아슴아슴한 예술이었다. 마르케주는 이탈리아 중북부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한반도에 비유하면 강원도쯤 되겠다. 강원도가 그렇듯이 마르케도 바다와 산을 함께 거느리고 있다. 자연이 넉넉하게 인심을 썼다. 구릉도 있고 동굴도 있다. 우리가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가듯 이탈리아 사람들도 마르케에서 바캉스를 즐긴다. 마르케에 아예 ‘세컨드 하우스’를 두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했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에 들어가면 금방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마르케 여행 첫날,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감청의 아드리아Adria해가 넘실거렸다. 수영복 차림의 커플 한 쌍이 소형 보트를 몰고 쏜살같이 지나갔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마주한 아드리아해였다. 첫 경험은 크로아티아에서였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가 있는 발칸반도는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탈리아에 가까운 아드리아해와 크로아티아에 가까운 아드리아해. 바다의 근본적인 성분이야 달라질 것이 없겠지만 어쩐지 느낌이 달랐다. 이탈리아의 아드리아해가 수더분하다면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 해는 아롱다롱했던 것 같다. 사랑이 넘쳤던 미남 화가 마르케에서 중요한 도시로 우르비노Urbino가 꼽힌다. 무엇보다 그림 애호가들에게는 성모화의 대가 라파엘로Raffaello의 고향이란 점이 돋보인다. 라파엘로가 활동하던 16세기 초는 르네상스의 전성기로 불세출의 화가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던 시기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해 미켈란젤로와 티치아노 등이 자신들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대의 공기를 호흡했던 라파엘로가 이들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선 성격이 사뭇 달랐다. 어딘가 신비롭고 고독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재 예술가’의 면모를 지녔다면 라파엘로는 성품이 사근사근해서 어딜 가나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활약했던 분야도 상이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미술을 넘어 조각과 건축 등에도 재능의 촉수를 뻗쳤다면 라파엘로는 회화에만 집중했다. 라파엘로는 1483년 우르비노에서 태어났다. 첫 번째 미술 선생님은 궁정화가인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등진 이후에는 페루지아에서 그림 수업을 계속했고, 17살인 1500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의뢰받기 시작했다. 우르비노는 라파엘로의 고향이기는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해준 성모자상과 초상화들은 1504년부터 거주한 피렌체와 1508년에 입성한 로마에서 그린 것들이다. 14세기에 지어진 라파엘로 생가Casa di Raffaello에 들어섰다.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그가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방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작은 안뜰과 우물의 존재는 라파엘로의 가정이 당시 꽤나 부유했음을 일러 주었다. 집 안 한쪽에 놓인 라파엘로의 흉상은 그가 상당한 미남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얼굴값’을 단단히 했던 모양이다. 많은 여인들을 사랑했는데, 미술가들의 삶을 기록한 전기 작가 조르조 바사리에 따르면 연애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열병을 초래했다고 한다. 안코나 마르케의 주도다. 안코나항은 아드리아해와 접한 이탈리아의 항구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리스나 크로아티아 등으로 떠나는 페리를 이용할 수 있다. 산 치이라코San Ciriaco 대성당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몬테펠트로가 정면을 바라보지 않는 이유 우르비노는 1998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우르비노는 르네상스 시대에 활짝 꽃을 피운 도시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각지의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이 우르비노로 모여들었고 이들이 물을 뿌려 가꾼 풍만한 문화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특히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Federico da Montefeltro가 통치하던 시절(1444년부터 1482년까지)이 우르비노의 최전성기였다. 몬테펠트로는 원래 용병이었다. 남들의 전쟁에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나가 대신 싸우는 것이 그의 직업이었다. 그는 뛰어난 군사 전략가인 동시에 계몽적인 지도자였다. 1444년 공작이 되고 난 후 이름난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를 마련하고자 했는데, 그의 바람이 구체화된 것이 바로 우르비노의 중심이자 지금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군림하고 있는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이다. 비례와 균형의 미학으로 지어진 두칼레 궁전은 현재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르비노 태생의 라파엘로, ‘회화의 군주’ 티치아노, 몬테펠트로 부부의 초상화를 그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원근법에 심취했던 파올로 우첼로 등의 ‘르네상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우르비노를 대표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부부 초상’과 두칼레궁에 소장된 페드로 베루게테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아들 귀도발도’를 보면 몬테펠트로의 얼굴이 ‘호감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무스름한 피부, 매부리코, 툭 튀어 나온 턱, 거슴츠레한 눈매는 고약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두 그림에는 공통점이 있다. 몬테펠트로의 왼쪽 얼굴만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1455년 창 시합에서 오른쪽 눈을 잃은 후 정면 대신 늘 왼쪽 측면을 그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초상화는 사실주의적 묘사가 인상적이다. 또 아들과 함께한 그림에서는 갑옷을 입은 채 책 읽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몬테펠트로가 문무를 겸비한 지도자임을 나타내고 있다. 루벤스를 보려면 페르모로! 페르모Fermo 에도 아퀼라Aquila라는 이름의 극장이 있다. 마르케주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이다. 1792년 문을 열었으며 1,000석 규모를 자랑한다. 플로어 앞쪽에 앉은 사람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공연 무대를 경사지게 만들었다. 1590년에 완성된 건물 프리오리Priori에는 루벤스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과 1722년에 제작된 거대한 지구본이 눈길을 끄는 시립도서관이 있다. 아퀼라 극장 Via Giuseppe Mazzini, 4, 63023 Fermo, Italy +39-0734-284345 프리오리 미술관 Piazza del Popolo, 63023 Fermo, Italy +39-0734-217140 페사로가 낳은 아들 로시니 우르비노에서 차로 4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인구 9만의 도시 페사로Pesaro를 찾았다. 우르비노의 인물이 라파엘로라면 페사로의 얼굴은 로시니Rossini다. <세비야의 이발사>, <빌헬름 텔>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말이다. 로시니는 1792년 페사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소프라노였고 아버지는 호른 연주자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6살에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고 14살에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가 첼로와 피아노, 작곡을 체계적으로 배운 곳은 볼로냐 음악학교였는데 지루한 수업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밀라노시에서 그의 동상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돈을 내게 주면 매일 서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농담을 즐겼다. 그의 익살맞은 성격은 오페라에도 잘 드러난다. 내용은 극적이고 선율은 유쾌하다. 페사로에는 로시니 극장이 있다. 181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극장이다. 로시니는 이미 20대에 작곡가뿐만 아니라 극장장과 지휘자로도 맹활약했는데, 로시니 극장에서도 당연히 지휘를 했다. 예전 극장은 음악 감상 이외에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한다거나 카드놀이를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고 한다.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로시니 극장은 5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계층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랐다. 2층 중앙석은 최고 권력자를 위한 자리였고 일반인은 4층부터 앉을 수 있었다. 페사로에서는 매년 8월이면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도 8월10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는데, 무대에는 당연히 로시니의 작품을 올린다. 지난해 120만여 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축제는 항상 성황을 이룬다. 참고로 티켓 가격은 20~180유로다. 어쨌든 마르케주에만 로시니 극장 같은 곳이 72개가 있다고 하니 이탈리아 사람들의 음악 사랑을 짐작할 만하다. 작업복을 입은 회장 마르케에서 음악과 관련된 도시로 마체라타Macerata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의 상징이 바로 스페리스테리오 야외극장Arena Sferisterio이다. 유럽의 중요한 야외극장 중 하나인데, 스페리스테리오의 공연 역사는 19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작의 후원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가 상연됐던 것이다. 스케일이 엄청났다. 무려 1,000명이 넘는 배우가 투입됐고 낙타나 말 같은 동물들도 출연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17회 공연으로 7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마체라타 오페라’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를 상연했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관객의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1927년까지 스페리스테리오에서는 공연이 열리지 않았다. 부활의 계기는 1967년에 찾아왔다. 마르케 출신의 카를로 페루치라는 인물이 ‘마르케 오페라 순회 공연단’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전국 순회공연에 나섰는데, 마체라타의 차례가 되자 스페리스테리오를 공연장으로 요구했던 것이다. 마체라타측으로부터 새로운 무대와 조명 등의 지원을 받은 페루치는 <오셀로>와 <나비부인> 등을 공연하며 야외극장을 부활시켰다. 1992년부터는 한여름에 스페리스테리오에서 서너 개의 오페라가 공연되는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기 시작했다. 스페리스테리오는 스포츠 경기장이었다. 주로 15세기부터 유행한 핸드볼 형식의 공놀이 경기와 투우가 벌어졌다. 스페리스테리오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는 극장의 특이한 형태와 더불어 음향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구조에 있다. 아무런 음향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소리가 잘 전달된다. 직접 만나 본 아트 디렉터도 “소리가 극장 모든 곳에 동시에 도달하고 원래 소리의 두 배가 되어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이 스페리스테리오의 무대에 앞 다퉈 올랐다. 이탈리아는 패션의 나라이자 명품의 본고장이다. 전 세계 명품 시장의 절반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장악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가운데 무려 53%가 명품 산업 종사자라는 통계도 있다. 협회를 만들어 명품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마르케에서는 신발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곳에 프라다Prada, 토즈Tod’s, 체사레 파치오티Cesare Paciotti의 신발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마체라타에 있는 명품 구두 브랜드 로리블루Loriblu 본사를 방문해 제조 공정을 살펴보았다. 패션 문외한이지만 각 라인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태도와 표정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건물 안에 들어 있는 매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우연히 로리블루 회장 부자父子를 마주쳤다. 놀랍게도 그들은 작업복을 입은 채 구두와 씨름 중이었다. 옷에 잔뜩 묻은 검댕이, 구두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처음 만난 우리 일행을 스스럼없이 대했다. 권위가 권위주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오래 가는 화이트 와인 페사로에 로시니 극장이 있다면 예시Yesi에는 페르골레시 극장이 있다. 맞다.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및 오르간 연주자인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가 예시 태생이다. 1710년에 태어난 페르골레시는 27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너무 짧은 삶을 살아서였을까. 그는 사후에 훨씬 더 큰 명성을 얻었다. 페르골레시의 작품 중 <마님이 된 하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음악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자면 프랑스의 궁정 오페라가 우월하냐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이탈리아어로 쓰인 가벼운 내용의 희극)가 우월하냐는 논쟁이었다. 2년에 걸친 싸움은 결국 이탈리아측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역설적이게도 프랑스 희가극인 오페라 ‘코미크’의 탄생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1790년 처음 문을 열었다가 1883년 재개관한 페르골레시 극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다음, 와인 테이스팅을 위해 발레아니 광장에 있는 에노테카Enoteca로 자리를 옮겼다. 에노테카는 마르케와인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포도 품종의 개발과 와인 생산업자들의 보호 및 육성, 와인 유통 활성화 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화이트 와인 2가지, 스푸만테 1가지, 레드 와인 1가지를 시음했는데 역시 베르디키오Verdicchio 품종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베르디키오는 마르케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상큼한 신맛이 일품이다.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인 스푸만테 양조에도 쓰인다. 양조장에 따라서는 베르디키오를 늦게 수확하기도 하는데, 이는 산도를 낮추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베르디키오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탁월한 숙성력이다.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저장 기간이 짧은 편인데 베르디키오를 이용한 화이트 와인은 빈티지가 좋을 경우 10~15년 정도도 거뜬하다. ‘어린’ 베르디키오 와인에서는 신맛과 살짝 매운 맛이 감돌고 ‘묵힌’ 베르디키오 와인에서는 농익은 사과향이 난다. 마르케에 머물며 접한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이 아스콜라나 올리브Olive Ascolana튀김이다. 아스콜라나는 아스콜리나 지역에서 재배한 올리브로 크기가 커서 씨를 빼고 속을 채워 튀기기에 적합하다.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바삭한 튀김옷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잘게 다진 고기의 식감이 서로 잘 어울렸다. 아드리아 해에 면한 항구도시 세니갈리아Senigallia에서는 미슐랭 스타 셰프인 마우로 울리아시Mauro Uliassi를 만날 수 있었다. 17살이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생계유지를 위해 셰프의 길을 선택한 그는 “사실 처음에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여자 친구 생일을 맞아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해준 적이 있어요.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진심으로 감동한 나머지 저를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때 요리의 강력한 힘을 알게 됐죠. 지금의 제 아내가 이렇게 얘기해 주었어요. 당신의 손에는 영혼이 있다고.” 그가 준비한 저녁 정찬 메뉴는 단순하면서도 모던함을 추구한다는 그의 요리 철학을 닮은 듯 보였다. 특히 셰프 스스로 ‘육지와 바다의 만남’이라 칭한 생선 위에 올린 프로슈토와 오징어를 넓적하게 썰어 먹물 소스를 끼얹은 요리가 사람들로부터 감탄을 이끌어냈다. 코스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와인 그리고 후식까지 음미하다 보니 시계가 어느새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 www.enit.it, 마르케 주정부, 알리탈리아항공 ▶travel info Airline 알리탈리아항공의 직항편을 이용해 로마까지 간 다음, 안코나행 국내선으로 갈아탄다. 로마-안코나 구간의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0분. Hotel 산 피에트로San Pietro에 위치한 호텔 몬테코네로까지는 안코나공항에서 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해발 550m에 자리하고 있어 아드리아해와 언덕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호텔은 원래 12세기 수도원으로 이용됐던 건물이다. 지금도 고풍스런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총 50개 객실 보유. via Monteconero 26, 60020 Sirolo (AN), Italy www.hotelmonteconero.it +39-071-9330592 Restaurant 라 토레La Torre 주방에 들어가 셰프가 파스타 만드는 과정을 구경했다. 밀가루에 달걀을 넣은 반죽이 병아리색을 띈다. 탈리아텔레. 우리네 칼국수처럼 면이 길고 납작한 탈리아텔레 파스타는 셰프가 열심히 치대서인지 면이 유난히 쫄깃쫄깃하다. 함께 넣은 조개, 새우 등의 해산물이 파스타의 풍미를 한껏 올려 준다. via la Torre 1, 60026 Numana (AN), Italy www.latorrenumana.it +39-071-933047 우르비노 리조트 레스토랑 우르비노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는 갓 구운 빵과 돼지 뒷다리를 염장한 다음 바람에 말린 프로슈토를 추천한다. 어깨살과 삼겹살도 있는데 부드럽고 짭짤해서 자꾸만 손이 간다. 도톰한 파스타와 부드러운 송아지 스테이크 그리고 카카오 셔벗까지 함께하면 완벽한 점심 정찬. Via San Giacomo in Foglia, 7, 61029 Urbino (PU), Italy www.tenutasantigiacomoefilippo.it/en/urbino-resort +39-0722-580305 Activity 프라사시Frasassi 동굴 | 1971년에 발견된 프라사시 동굴은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연출하는 지하 세계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동굴의 규모는 상당하지만 관람객에게는 약 1.5km 구간만 개방된다. 1시간 15분 정도 소요. 총 7개의 홀로 구성돼 있는데, 6·7번 홀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입장이 허락된다. 길이 험하기 때문에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 동굴 내부의 기온은 연중 14℃로 일정하다. Largo Leone XII, n 1 - 60040 Genga (AN), Italy www.frasassi.com +39-0732-90090 피아스트라 수도원Abbazia Fiastra | 예시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피아스트라 수도원은 여전히 엄격한 계율을 신봉하는 시토 수도회 소속이다. 이탈리아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수도원 중 하나로 꼽힌다. 수도원 주변은 자연보호 구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Abbadia di Fiastra , 62029 Tolentino (MC), Italy www.abbadiafiastra.net +39-0733-818638 아스콜리 피체노Ascoli Piceno | 로마보다 오래된 도시 아스콜리 피체노에는 도시의 중심을 잡아주는 두 개의 광장, 포폴로Popolo와 아링고Arringo가 있다. 아링고 광장에는 도시의 수호성인 에미디오에게 바쳐진 산 에미디오San Emidio 성당이 있고 바로 옆에 위치한 시청 내부에는 시립미술관이 있다. 미니 열차를 이용하면 도시의 명소들을 손쉽게 돌아볼 수 있다. 가격은 6€ 다. 로레토Loreto | 가톨릭 신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띠는 도시가 로레토다. 성가聖家, 즉 성모마리아가 태어난 나사렛 집의 일부(지상 부분의 담벼락으로 추정)가 로레토 성당Basilica di Loreto 안에 옮겨져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사렛에 남아 있는 성가의 지하 부분과 로레토 성가의 담벼락이 같은 벽돌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성당과 성가 내부는 기도를 올리는 순례자들과 일반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스시·딤섬·국수’ 고향 탐방기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스시·딤섬·국수’ 고향 탐방기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도 인류의 행복에 한층 더 공헌한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식가 브리어 사바랭의 말이다. 따뜻한 한 끼 식사는 허기진 배만 채우는 게 아니다. 모든 요리에는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사랑과 에너지가 담겨 있다. 현지 식재료로 각자의 방식대로 만들었지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아시아 대표 음식의 고향을 찾아 요리사 양지훈이 떠난다. EBS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가 15~17일 오후 11시 35분 1부 일본의 스시, 2부 광둥의 딤섬, 3부 산시의 국수를 탐방하는 ‘요리의 탄생’ 편을 연속 방영한다. 15일 1부에서는 한 조각의 스시가 어떻게 일본 국민의 음식에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일본의 맛이 되었는지 그 탄생 여정을 따라가 본다. 특히 오사카는 예부터 ‘천하의 부엌’으로 불렸다. 풍요로운 경제적 기반 위에 다채로운 음식 문화가 발달해 세상의 모든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사카 사람들은 ‘먹다가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7월이 되면 오사카 전역은 1000년의 시간을 이어온 ‘덴진 마쓰리’ 축제로 들썩인다.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스시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스시는 ‘하코스시’ 상자 초밥이다. 케이크나 떡처럼 틀에 찍어 만들어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맛은 어떨까. 스시는 ‘맛이 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스시는 원래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만든 신맛의 자연 발효식품이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스시는 에도 시대 중기에 그 전형이 완성됐다. 양지훈 셰프가 쌀과 함께 절인 생선에서 시작된 ‘후나즈시’를 찾아 시가현 하리에 마을로 떠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0) 포도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10) 포도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일제강점기 민족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 중 한 구절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현대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색채의 대비와 공감각적 표현을 통해 조국 광복의 소망을 시의 언어로 표현했다는 점과 더불어 우리가 예로부터 즐겨 먹던 포도를 주된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청포도(나이아가라)는 포도의 대표적인 품종 중 하나다. 포도의 학명 ‘바이티스’는 라틴어로 ‘생명’이라는 뜻이다. 포도는 기원전 6000년경부터 인류 문명과 함께한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머루 등 야생종 포도를 채취해 이용한 것이 시초였다. 삼국시대 유럽종 포도가 중국을 통해 전래되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포도는 예로부터 다복과 다산을 상징해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통일신라시대의 와당(瓦當·기와 끝을 막는 것), 조선시대 이계호와 신사임당의 포도도 등 관련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다. 포도는 대표적인 여름 과일이다. 수분과 당분 함량이 높으며 풍부한 유기산과 비타민은 물론 다양한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다. 포도에는 포도당(글루코스)과 과당(프럭토스)이 많이 함유돼 있다. 포도당이라는 말 자체가 ‘포도에 많은 당’에서 유래했다. 포도당은 동식물의 신진대사에 직접 사용되는 당의 일종으로 많을수록 에너지로서의 이용 효율이 높아져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유기산은 소화 작용을 돕고, 인은 칼슘과 함께 뼈의 성분이 된다. 특히 자흑색 포도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B1은 심혈관계 안정, 다발성신경염 방지에 좋으며 포도주에 함유된 B12는 항빈혈과 지방변성 억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포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피로 해소제, 소화제, 이뇨제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돼 왔다. 포도는 열매뿐 아니라 새순, 잎, 뿌리까지 약으로 사용됐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포도 열매는 배고픔을 달래고 기운이 나게 한다. 또한 추위를 타지 않게 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 몸을 든든하게 하며 태아를 편안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의 활동 기록에서나 성서에서도 포도주를 약으로 활용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적당한 양의 포도주를 마시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포도를 언급하면서 포도주를 빼놓을 수 없다. 포도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술이다. 라틴어 ‘비눔’에서 따온 말이다.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로마 신화의 바쿠스)는 술과 자유, 광기(狂氣)의 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그리스 희비극의 신이자 포도주와 재배의 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포도주가 처음 들어온 것은 고려시대 충렬왕 11년(1285년)이다. 원나라의 원제(元帝)가 사위인 고려의 왕에게 포도주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또 조선 인조 14년(1636년) 대일통신부사였던 김세렴의 ‘해차록’에 의하면 서구산 적포도주를 대마도에서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본격적인 유입은 고종 때 쇄국정책을 뚫고 독일인 오페르트가 적포도주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와인 다음으로 포도 가공품 중 부가가치가 큰 것은 식초다. 식초(Vinegar)의 어원은 불어의 ‘신맛의 와인’(Vin aigre)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좋은 포도는 색이 진하고 탄력이 있으면서 포도알 표면에 흰 과분이 많고 줄기가 녹색이다. 특히 표면에 있는 흰색의 과분은 포도알 내부로부터 분비된 천연 물질로 포도가 잘 익었다는 지표다. 보통 포도를 들었을 때 송이 윗부분이 가장 맛있고 송이 아랫부분은 신맛이 강하다. 아랫부분의 맛이 좋으면 송이 전체가 잘 익은 포도라는 뜻이다.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9)복숭아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9)복숭아

    최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복숭아가 이달 들어 과일 판매 순위에서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복숭아가 예년보다 열대야가 적어 선선한 올여름 날씨 덕분에 시원한 수박을 밀어낸 것이다. 무릉도원의 꽃과 불로장생의 과일로 잘 알려진 복숭아는 장미과에 속하는 온대 낙엽과수로 원산지는 중국 황허와 양쯔 강 유역이며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돼 온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복숭아는 크게 먹는 과일(생식용)과 꽃복숭아(관상용)로 구분하는데 과실이나 꽃의 모양, 과육의 색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과실 표면의 털을 기준으로 할 때는 털이 있는 털복숭아와 털이 없는 천도로 구분되며 과육의 색에 따라서는 일반적으로 백육(白肉)과 황육(黃肉)으로 나뉘는데 과육에 붉은 색소가 많은 혈도(血桃)도 있다. 꽃복숭아는 나무의 모양이나 꽃잎 색에 따라 구분한다. 나무 모양에 따라서는 빗자루 모양인 것, 가지가 늘어지는 것, 키가 작은 것으로 나뉘고 꽃잎 색에 따라서는 흰색, 분홍색, 붉은색으로 분류되며 천엽백도, 홍도, 삼색도 등이 있다. 복숭아는 수박과 함께 복날에 먹는 대표적인 여름 과일로, 과즙이 많고 향긋하며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져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품종별로 맛이 다양해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꼭지 반대쪽으로 갈수록 당도가 높다. 백도는 과일이 흰색이고 무른 편이어서 입에서 살살 녹는 느낌을 준다. 단맛이 강해 주로 꽃복숭아보다는 먹는 과일로 재배하는데 국내 품종의 70%를 차지한다. 과일이 노란색인 황도는 육질이 단단해서 과거에는 주로 통조림 등 가공용으로 썼지만 현재는 먹는 과일로 다른 복숭아보다 늦게 출하된다. 털이 없는 천도는 보통 노란색이고 단단하며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신맛이 강하다. 복숭아는 수확한 뒤에 점차 물러지면서 당도와 향이 증가하고 산 함량은 떨어져 맛이 더 좋아진다. 다만 복숭아를 냉장고에 오랫동안 넣어 두면 껍질 안 과일이 갈색으로 변하고 맛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저온장해라고 한다. 냉장 보관하면 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저온에서 복숭아의 포도당은 증가하지만 자당과 과당이 줄어들어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숭아를 맛있게 먹으려면 평소에 상온에 뒀다가 먹기 1시간 전쯤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복숭아는 여름 더위를 이기는 데 필요한 영양 성분이 가득한 제철 과일이다.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고 유기산이 풍부해 달콤한 맛과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력이다. 비타민 A의 함량은 황도, 천도, 백도 순으로 높다. 만성피로증후군 개선, 간 해독,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유기산인 아스파르트산도 들어 있다. 인, 마그네슘, 칼슘, 셀레늄, 망간, 구리, 아연 등 미네랄도 골고루 함유돼 있다. 특히 여름철에 우리 몸에서 땀으로 빠져나가기 쉬운 칼륨과 수분의 함량이 높아 피로 해소와 식욕 증진에 좋은 과일이다. 복숭아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의 함량이 높은데 펙틴은 장 안에 있는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 대장암, 변비,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포만감을 높여 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도 많이 들어 있어 노화를 예방하고 온몸에 피가 잘 흐르게 도와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 품종, 국내 육성종 등이 섞여 다양한 종류의 복숭아가 재배되고 있다. 일본 품종의 경우는 백도, 창방조생, 가납암백도 등의 백도 계열과 찌요마루, 용택골드 등의 황도 계열이 많이 재배된다. 미국 품종으로는 암킹, 선프레, 선광 등 천도가 많다. 농촌진흥청은 1963년부터 복숭아 품종을 개량하기 시작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농민들에게 보급했고 현재까지 유명, 천홍, 진미, 수미 등 13품종을 육성했다. 농가에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미백도, 월봉조생, 장호원황도 등이다. ‘햇사레’는 경기 이천시와 충북 음성군 6개 조합이 결성한 복숭아 상표로 과일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 브랜드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2년 2000여 복숭아 농가가 모여서 만든 햇사레는 2009년 54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하는 등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농산물 브랜드다. 설문조사 결과 서울 시민의 70%가 안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 햇사레의 브랜드 가치만 9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진흥청 과수과 농업연구사 권정현 문의 esjang@seoul.co.kr
  • 알면 먹고 싶어진다…레몬의 건강 효과 10가지

    알면 먹고 싶어진다…레몬의 건강 효과 10가지

    신맛의 대명사인 레몬. 음료나 음식에 첨가하는 ‘조연’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레몬만 먹는 이는 드물 것이다. 레몬은 비타민C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다양한 건강 혜택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단지 ‘슈퍼푸드’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다음은 여성전문 사이트 ‘팝슈가’에 최근 소개된 레몬의 효과 10가지다. 확인하고 레몬의 건강 혜택을 누려보자. 1. 요로결석을 예방한다: 매일 레몬주스를 반컵 정도 마시면 소변 내 구연산 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신장과 요도, 방광 등 요로계에 생기는 칼슘 등으로 이뤄진 결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2. 목 통증을 완화한다: 꿀과 섞은 레몬주스는 심한 인후염으로 인한 불편함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3. 체중감소를 돕는다: 물 대신 레몬주스를 꾸준히 마시면 체중감소를 돕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는 다이어트를 돕는 수용성 섬유질인 펙틴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 순조로운 하루의 시작을 돕는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 대신 레몬즙이 들어간 따뜻한 물이나 레몬주스를 마시면 소화를 촉진하고 몸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C를 보충할 수 있다. 5. 가려움증을 완화한다: 덩굴 옻나무에 쓸렸거나 벌레에 물려 가려울 때 그 부위에 레몬즙을 바르면 증상이 완화된다. 이는 소염 및 마취 효과가 있기 때문. 단 얼굴에 바르지 말고 햇빛이 닿으면 물집을 유발할 수 있으니 야외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6. 소화를 촉진한다: 아마씨를 섞은 레몬주스를 마시면 노폐물 제거가 빨라진다고 미국의 전문가는 말한다. 이로 인해 체중 감소 효과도 있다고 한다. 7. 항암 효과가 있다: 감귤류 화합물로 레몬에 함유된 리미노이드는 체내 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암세포가 생성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갖고 있다. 8. 칼륨이 풍부하다: 염분이나 노폐물 배출을 촉진하는 칼륨. 이 성분이 부족하면 피곤하기 쉽고 현기증이 나거나 변비가 생길 수도 있다. 칼륨은 바나나에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9. 열을 낮춘다: 감기 등으로 열이 날 때 레몬주스를 마시면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10. 산도(pH)의 균형을 맞춘다: 레몬은 약산성이므로 알칼리성 음식에 넣으면 중화시켜 우리 몸의 산도(pH)를 균형 있게 맞출 수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계속 음식 생각나면 맛 중독 의심… 미각 훈련 필요해

    계속 음식 생각나면 맛 중독 의심… 미각 훈련 필요해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지독한 탄수화물 중독이다. 일주일에 딱 두 번, 주말에만 라면을 먹기로 한 후부터 휴일 아침이면 라면 생각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사실 라면만 주말에 먹을 뿐 이씨의 ‘면’사랑은 주중에도 계속된다. 칼국수, 냉면, 비빔국수….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 면 요리가 있으면 대개 면을 주문한다. 커피전문점에서는 시럽이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대신 달콤한 조각케이크를 산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저녁에는 밀려오는 허기에 과자를 집어든다. 이씨의 하루가 남 일 같지 않다면 당신도 미각과 두뇌가 만들어낸 ‘맛의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탄수화물 중독은 가장 보편화된 미각 중독이다. 탄수화물 자체가 당이기 때문에 ‘단맛 중독’이라고도 한다. 단맛이 나는 음식은 어떤 음식보다도 강렬하고 심지어 심리적 허기까지 자극한다. 고탄수화물 식사를 했을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당의 흡수를 촉진하는 것 외에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두뇌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두뇌로 전달된 트립토판은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우울, 의욕 상실, 초조함 등의 금단현상이 오기 때문에 뇌는 더 많은 탄수화물을 요구하게 된다. 신체의존도도 상당하다. 혈당 지수가 높은 음식이나 탄수화물 음식을 단기간에 과량 섭취하면 이를 에너지원으로 분해하려고 인슐린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이로 인해 신체는 일시적인 저혈당 상태에 빠진다. 저혈당은 다시 혈당을 올리고자 탄수화물 폭식을 부추긴다. 저혈당과 고혈당을 오르내리며 탄수화물을 탐닉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몸은 서서히 단맛에 길들게 된다. 당연히 당뇨병이나 비만 같은 합병증이 온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61.4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섭취량인 50g을 훌쩍 넘는다.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이보다 13% 많은 69.6g이다. 소금만큼 설탕 중독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다. 하지만 설탕과 밀가루에 든 탄수화물은 대부분 정제된 단순탄수화물이어서 소화 속도가 빨라 인슐린 분비와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금세 허기지기 때문에 밥을 먹고 돌아서서 또 과자를 찾게 된다. 반면 현미 등 가공하지 않은 곡식, 과일, 채소에 들어 있는 복합탄수화물은 당분 분자의 구조가 복잡해 소화 속도가 느려 지방으로 바뀌는 양도 적다. 단맛뿐만 아니라 매운맛·짠맛 중독도 위험수위다.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평균 4583㎎으로 최근 섭취량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WHO의 하루 최대 권장량 2000㎎의 2배가 넘는다. 이렇게 짠맛에 길들어 있으면 고혈압이 생겨 저염식 식사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맛이 없는 것은 물론 간이 거의 안 된 병원 밥을 먹을 때 메스꺼운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한다.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짠맛에 중독된 미각과 몸이 건강식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매운맛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많이 먹다 보면 미각 세포의 반응도가 감소해 싫증이 나지만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극을 받아 혀가 얼얼해져도 젓가락을 들게 된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는 질적으로 다른 ‘고통의 쾌락’이다. 사실 매운맛 자체가 몸에 안 좋은 것은 아니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 속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량을 늘리고 지방분해를 촉진해 비만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에는 비타민C도 풍부하기 때문에 원기 회복과 감기예방 효과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하면 좋지 않듯 매운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위장관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전문의는 “고추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궤양이 발생하기 쉽고 간 기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캡사이신이 암세포에 맞서 싸우는 인체의 아군 격인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위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아산병원 의학과 김헌식 교수팀)도 나왔다. 캡사이신 자체가 암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캡사이신을 섭취하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를 위축시켜 간접적으로 암 발생을 돕는 셈이다. 자연살해세포는 암 세포막에 구멍을 낸 후 세포질과립을 분비해 암 세포를 괴사시키는 항암면역세포다. 잘못된 미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면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미각교정다이어트’의 저자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은 “중독은 자극적인 맛이 입안에 머문 시간과 강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미각 훈련을 할 때는 입안을 중립 상태로 유지하는 미각소독, 즉 입에서 자극 맛의 잔해와 기억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유용한 도구가 물과 채소다. 물은 혀의 미뢰 사이에 낀 자극 맛을 제거하고 단맛이 없는 채소는 칫솔처럼 이와 혀 사이사이에 낀 자극적인 맛을 씻어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자두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자두

    앤서니 밍겔라 감독의 1996년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주인공인 탐험가 알마시(랄프 파인즈 분)는 심한 화상으로 말도 잘 못할 정도다. 하지만 간호사 한나(줄리엣 비노쉬 분)가 입에 넣어준 새콤달콤한 자두를 물고 ‘플럼(plum)… 플럼’이라고 속삭이며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해 주는 자두만의 매력 덕분이다. 자두는 현재 전 세계에 30여종 2000여개 이상의 품종이 있다. 이 중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것은 동양계와 유럽계 등 2종뿐이다. 전지혜 농촌진흥청 과수과 농업연구관(문의 douzirl@seoul.co.kr) 동양계 자두는 중국 양쯔강 유역을 시원지(始源地)로 하는 종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추위에 견디는 특성이 강하다. 유럽계 자두는 코카서스 산맥이 시원지로 추정된다. 대부분 생과일보다 말린 과일로 섭취된다. ●사과·포도 열량의 3분의1뿐 자두는 플럼과 ‘프룬’(prune)이라는 두 가지 영문으로 쓰인다. 동북아에 주로 분포하는 동양계 자두를 플럼이라고 하고, 당 함량이 상당히 높아 과일 모양이 손상되지 않고 건조될 수 있는 유럽계 자두를 통틀어 프룬이라 한다. 자두는 세계적으로 면적 253만㏊, 생산량 1070만t 중 56%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루마니아와 세르비아, 칠레, 터키 등도 주요 생산국이다. 상위 5개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 수준을 재배한다. 특히 루마니아는 생산량의 75%를 추커라는 브랜디의 원료로 쓴다. 추커는 와인이나 샴페인 등을 대신해 애용되는 루마니아의 전통주다. 주요 수출국인 스페인은 한 해 생산량의 48%, 칠레는 34%, 미국은 25% 이상을 수출한다. 세계 최대 자두 수입국은 러시아로 자국에서 한 해 13만t 정도를 생산하지만 국내 소비량을 감당하지 못해 7만t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경북 김천서 전국 생산량 58% 수확 우리나라에서 자두는 2012년 기준 전체 과일 생산액의 2.5%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5656㏊에서 5만 6000t이 생산됐다. 전국 생산량의 58%가 경북에서 나는데 자두 생산 1번지는 경북 김천시이다. 김천시는 개화기의 평균 기온이 높고 다른 지역에 비해 7일 정도 과일이 빨리 익는 데다 토양도 기름진 편이어서 우수한 품질의 자두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포장 상자 단위를 5㎏으로 바꾸는 등 지역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자두는 늦봄에서 초여름까지가 제철인 과일이다. 그 시기에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중요하다. 크지 않은 과일에 비해 먹을 수 있는 부위는 많은 편이고, 껍질째 먹기 때문에 폴리페놀 등의 기능성 물질 섭취에 유리하다. 적당한 신맛과 단맛의 조화로 열량은 낮고 유기산은 풍부하다. 같은 무게의 사과나 포도, 배 등에 비해 열량이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면서도 충분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다. 과일 특유의 향이 풍부하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암세포 성장 억제… 심장병 예방 미국 농업연구청 연구에 따르면 자두는 폴리페놀과 식이섬유, 비타민,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돋우며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 여기에 비타민A·C가 많아 야맹증과 피부 미용에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좋을 뿐 아니라 철분의 함유량도 높아 빈혈 방지에 효능이 상당하다. 각종 질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암세포와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해 심장 합병증 예방과 천식, 골절, 류머티즘 관절염 증세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쥐 암컷에게 말린 자두를 섭취하게 한 결과 골밀도가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폐경기 이후의 여성을 대상으로 자두의 골밀도 향상 효과가 연구되고 있다. ●말리면 비타민A 3배로 늘어 자두가 갖는 또 하나의 강점은 가공용으로도 훌륭한 맛과 다양한 모양으로의 변신이 가능해 다양한 연령층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다. 향기가 뛰어난 데다가 당도도 높은 편이라 술과 음료, 절임 등의 다른 모양으로 가공해도 특유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건자두는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A가 3배 이상 증가해 눈에 매우 좋고, 풍부한 칼륨 성분의 영향으로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디저트류, 잼, 술, 음료 등으로의 활용도도 높다. 자두의 숨겨진 가능성은 자두가 복숭아, 살구, 매실 등과 서로 교잡이 가능해 새로운 맛과 모양을 가진 꽃, 나무, 과일 등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이러한 교잡종들이 새로운 과일로 자리매김해서 새로운 과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역시 자두와 살구의 맛을 동시에 갖는 교잡종인 ‘플럼코트’ 과종을 개발하고 새로운 품종을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 1~2년 안에 자두와 살구의 맛을 동시에 갖는 플럼코트 과일들이 국내 소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자두의 옛말은 오얏이다. 고야(충북, 강원), 놀(함북), 애아치(경남), 오얏(경남·북, 충남·북, 강원), 왜지(함남·북, 평남·북, 황해), 자도(전북), 추리(경북, 전북), 풍개(경남·북), 깨끼(경북) 등 35종의 방언이 있는 우리와 매우 친숙한 과일이다. ●오얏나무 베어도 오얏(李)씨 왕조가 자두나무는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전에 중국에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에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언급된 문장이 발견될 정도다. 자두는 조선 건국과 대한제국의 상징으로도 쓰였다. 신라 말 승려 도선국사는 ‘500년 뒤 오얏(李) 성씨 왕조가 들어서리라’라는 조선 건국을 예언(도선비기)했다. 이에 따라 위협을 느낀 고려 왕조는 고려 중엽 이후 한양에 오얏나무를 잔뜩 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베어버리는 것을 반복해 왕이 나올 기운을 다스렸다. 그러나 고려 왕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392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조선을 건국해 오얏 성씨(李)의 왕조가 들어섰다. ●고려가 오얏나무 베던 곳… 번동 서울 일부 지명에도 자두의 흔적이 남아있다. 고려 조정은 ‘이씨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돌자 지금의 번동 일대에 오얏나무를 베어 버리는 벌리사(伐李使)를 파견하고 그곳을 ‘벌리’(伐李)라고 칭했다. 이후 지역 이름이 한자로 ‘번리’(樊里), ‘번동’(樊洞)으로 바뀌면서 오늘날 서울시 도봉구 번동의 기원이 됐다. ●고종, 자두꽃을 국장으로 사용 고종은 자두꽃을 대한제국 국장으로 삼아 사용했다. 국내 최초로 발행된 우표에는 자두꽃 무늬가 들어가 있어 ‘이화(李花) 우표’라고 불리었다. 대한제국의 황실 의복과 용품 등은 물론 창덕궁, 덕수궁 등에 자두꽃 무늬를 넣은 건축물 등이 있다. ●시가에선 자두나무=믿을 만한 인재 옛 시가에서 자두나무는 믿을 만한 인재, 꼿꼿한 선비의 마음가짐 등을 묘사하는 데 쓰였다. 고사성어인 ‘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는 ‘세상에 믿을 만한 자기 사람이 가득 찼다’는 뜻이다. 실세를 뜻할 때도 자두나무 등이 인용되기도 한다.
  • [탈북 한의사 김지은의 고려의학 이야기] (20)땀 많은 여름에 좋은 오미자차

    여름이 절정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활력이 떨어진다. 이럴 때 달고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면 갈증이 일시적으로 해소되지만, 곧 목이 더 마르게 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최고의 음료는 오미자차다. 오미자(五味子)는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씨앗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중에서도 신맛이 가장 강하다. 동의보감에는 오미자가 몸을 보해 주고 눈을 밝게 하며 남녀의 정력을 보강해 주고 번열(신열이 몹시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괴로운 증세)과 갈증을 덜어 준다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오미자가 오장의 기를 모두 보하며, 위로는 원기를 보해 주고 아래로는 수분대사에 관여하는 중요한 장기인 신장을 보하기 때문에 여름철 보약의 약재로 많이 쓴다. 특히 오미자에는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어 여름철 피로 회복과 생체의 활력을 높이는 데 아주 좋다. 또 여름에는 찬 음식을 많이 먹고 에어컨이나 선풍이 바람을 직접 쐐 냉방병에 걸릴 수 있는데, 오미자의 따뜻한 성질이 이런 증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미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복용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차로 마시는 것이다. 오미자를 깨끗이 씻어 찬물에 12~24시간 정도 담갔다가 마시면 된다. 이렇게만 해도 물에 오미자의 붉은 색상이 우러나면서 맛이 부드러운 차가 만들어진다. 약간 텁텁한 맛이 느껴진다면 기호에 맞게 꿀이나 약간의 설탕을 넣어 마시면 된다. 깨끗이 씻은 오미자를 꿀에 재웠다가 한번에 반 숟가락씩 먹든가 한 숟가락 정도를 물에 타서 마실 수도 있다. 활력을 더하고, 간 기능 개선과 노화방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냉방병으로 인한 잔기침을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흔히 무더운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귀한 약 기운이 땀을 통해 몸 밖으로 다 빠져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름에 먹을 수 있는 보약은 따로 있으며 시중에서 손쉽게 구해 차로만 마셔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재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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