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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포토] 주한미국대사관에 걸린 무지개 현수막

    [서울포토] 주한미국대사관에 걸린 무지개 현수막

    8일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에 무지개 모양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사관 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성 소수자의 기본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인권ㆍ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해 대사관 건물에 LGBTI 배너를 걸게 되었음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기내식 대신 피켓 나눠준 아시아나 승무원들…“갑질 박삼구 아웃”

    기내식 대신 피켓 나눠준 아시아나 승무원들…“갑질 박삼구 아웃”

    대한항공 직원연대도 집회 옆에서 시위“승객, 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6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영진 교체 및 기내식 정상화 촉구’ 관련 문화제를 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조용히 묵념을 했다. 최근 기내식 지연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명복을 기리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직원들의 드레스코드가 검은 옷에 국화꽃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아시아나항공 직원도 “고인이 된 하청업체 대표의 명복을 비는 게 오늘 행사를 연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직원을 힘들게 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내식 대란이 왜 발생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원들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대다수 참가자들은 흰색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아름다운 우리가 바꾸자, 아시아나’, ‘박삼구는 물러나라’, ‘침묵하지 말자’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대한한공 직원연대가 촛불집회를 했을 때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 가면’도 눈에 띄었다. 실제 대한항공 조종사와 승무원들도 행사장 옆에서 갑질 근절 캠페인을 펼치며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의 문화제에 힘을 보탰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로 인해 열렸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납품 회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차례로 공식 사과를 했지만 논란은 커졌다. 이에 직원들이 나서서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익명 채팅방을 만들어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이날 사회자는 “익명 채팅방에 벌써 3000명의 직원, 시민들이 동참했다”면서 “이날 행사도 지난 3일 직원들이 광화문 집회를 열자는 제안을 하면서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는 8일 오후 2차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충북도의회 자리싸움 언제까지 봐야 하나

    충북도의회 자리싸움 언제까지 봐야 하나

    충북도의회가 개원부터 시끄럽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리싸움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도의원 4명은 5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이 일방통행식으로 의장단을 선출하고 원을 구성하려 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한국당 의원들은 “수차례에 걸친 원구성 관련 협의요청에도 민주당은 협치를 외면한 채 승자독식 논리에 따라 불통의 길을 가고 있다”며 “한국당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두자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한 자리만 주겠다며 상생을 거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는 패거리정치, 자리나눠먹기 등 폐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시종 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현실속에서 집행부 견제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한국당의 반발에도 잠시 후에 열린 충북도의회 제365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도의원들은 민주당 장선배(청주2)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민주당 황규철(옥천2)·민주당 심기보(충주3) 의원을 부의장으로 각각 뽑았다. 선거결과는 예견됐었다. 도의회 32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하며 절대다수인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지난 3일 충북도당에서 경선 등을 통해 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내정했기 때문이다. 본회의는 사실상 짜고치는 형식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관행을 강조하며 한국당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장 의장은 “그동안 의장을 제외하고 부의장 2자리, 상임위원장 6자리 등 총 8자리를 놓고 의석수를 배분해 각 정당에서 나눠가졌다”며 “전체 도의원 32명 가운데 한국당이 4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임위원장이나 부의장 중에서 1자리만 갖는게 타당하다. 2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6일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거도 결과가 뻔하다. 민주당이 5자리를, 한국당이 1자리를 차지할 게 확실시된다.도의회의 자리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회가 개원할 때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됐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당이 제1당이었던 10대 전반기 도의회에서는 새누리당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당시 도의회는 31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21석, 민주당이 10석이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이번 원 구성을 무조건 비판할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생활자치팀장은 “의석수를 감안해 자리를 배분하는게 합리적이지만, 다수당이 대승적인 견지에서 양보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며 “의회 본연의 임무는 감투를 쓰는게 아니라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인사]

    ■국토교통부 ◇실장급 승진 △항공정책실장 손명수 ◇국장급 전보△철도국장 황성규 ■포항시 ◇4급 △일자리경제국장 정연대 △복지국장 윤영란 △환경녹지국장 하영길 △자치행정국장 조현국 △건설교통사업본부장 이영두 △맑은물사업본부장 정경락 △평생학습원장 허윤수 △북구청장 권태흠 ■속초시 ◇4급 승진 △기획감사실장 정성훈 ■대전시 ◇국장급(3급) △시민안전실장 이강혁 △문화체육관광국장 정해교 △도시재생본부장 성기문 △대중교통혁신추진단장 강규창 △보건복지여성국장 임묵 △상수도사업본부장 이화섭 △동구 부구청장 임근창 △중구 부구청장 김동선 △서구 부구청장 임진찬 △유성구 부구청장 신성호 ◇ 과장급(4급)△창조혁신담당관 김용두 △청년정책담당관 박민범 △예산담당관 김진기 △국제협력담당관 민동희 △정보화담당관 이현미 △안전정책과장 하을호 △비상대비과장 주은영 △과학특구과장 문창용 △4차산업혁명운영과장 정재용 △에너지산업과장 박장규 △총무과장 지송하 △세정과장 권오균 △회계과장 구정자 △지역공동체과장 이홍석 △문화재종무과장 권춘식 △노인보육과장 구재교 △공원녹지과장 노기수 △자원순환과장 김지웅 △교통정책과장 오찬섭 △버스정책과장 이병응 △첨단교통과장 김종삼 △의회사무처 총무담당관 김명희 △의회사무처 의사담당관 한경희 △의회사무처 전문위원 박노훈 △농업기술센터소장 오정희 △상수도사업본부 경영부장 김정홍 △상수도사업본부 수도시설관리사업소장 임영호 △여성가족원장 김광수 △서울사무소장 정재관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장 최경진 △유성구 전출 윤동의 △총무과(대전테크노파크 파견) 민병운 △총무과(국외훈련) 김영빈 ■의정부시 ◇4급 전보 △재정경제국장 오영춘 △복지문화국장 임문환 △안전교통건설국장 정승우 △맑은물환경사업소장 이병우 △흥선동장 유근식 △호원2동장 최석문 △신곡1동장 김덕현 △의회사무국장 이용린 ◇4급 승진 △비전사업추진단장 김광회 △송산2동장 유호석
  • “빌려주고 나눠 쓰고”… 축제로 즐기는 공유의 가치

    “빌려주고 나눠 쓰고”… 축제로 즐기는 공유의 가치

    자원 나눔 통해 공동체 회복 토크콘서트·공유시장 등 풍성 “빌려주고 나눠 쓰면 이웃이 생겨요. 공유페스티벌 오세요.”성남공유단체기업협의회가 주최하고 경기 성남시가 후원하는 ‘제1회 공유 페스티벌’(포스터)이 오는 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성남시청광장에서 열린다. 4일 협회에 따르면 공유의 가치를 알리고 확산시키기 위해 축제 형식으로 진행된다. 15개 단체와 기업으로 구성된 성남공유단체기업협의회는 ‘공유 성남’의 새로운 시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공유페스티벌은 성남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공유 축제다. 공유경제 활동의 좋은 사례를 나누는 ‘이야기 콘서트’, 시민들과 함께 공유문화를 즐겁게 경험하는 ‘공유놀이터’, 시민참여와 자원순환의 ‘공유시장’, 재능공유의 ‘공유버스킹’ 등 풍성하게 준비했다. 공유 이야기 콘서트는 특설무대를 마련해 3명의 전문가가 시민들과 공유 문화에 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차해옥 은평공유센터 대표, 김승수 똑똑도서관장, 이현배 주민신용협동조합 상임이사가 패널로 나온다. 공유 버스킹은 재능을 나누기로 한 천둥 난타팀, 카밀라밸리 공연단, 용감한 녀석들 등 6개 팀이 공연을 펼친다. 공유 놀이터는 놀이로 공유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관련 단체·기업 24곳이 33개의 부스를 차린다. 과학실험, 드립백 만들기 등을 할 수 있고, 복지 용구 공유사업에 대해 알 수 있다. 업사이클 제품과 먹거리 판매 행사도 열린다. 황정주 협의회장은 “공유는 나눔과 신뢰로 유휴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공동체를 회복하는 등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제시도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나눔과 신뢰, 협동과 연대의 민주시민 의식을 성장시키는 실천행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공유경제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술보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단독]‘배려병사’에게 軍의 배려는 없었다

    [단독]‘배려병사’에게 軍의 배려는 없었다

    병가 중 일병 투신사망… 우울증 병력관리 허술·진료 소견도 무시… 중대장 견책이 끝우울증을 앓던 군인이 한강에 투신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자살 징후’를 보이는 병사에 대해 군 당국이 관리를 소홀히 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시민단체인 군피해치유센터 ‘함께’에 따르면 A일병은 입대 8개월 만인 지난 3월 8일 병가를 내고 나와 서울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 현장에는 A일병의 불안한 마음과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노트 9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A일병은 유서에 “누군가 친절하게 다가와 주면 그에 따른 보답을 못 할까 봐 두려웠다.”고 남겼다. 유가족에 따르면 A일병은 입대 전 정신과 진료에서 우울증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과 함께 10여 차례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정신질환 특성상 증상의 기복이 커 지난해 병무청의 신체검사에서는 ‘양호’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해 6월 입대 이후 우울증이 다시 심해졌다. 신병교육대에서 받았던 복무적합도 검사에서도 ‘정신건강 전문가의 정밀진단 요구’ 소견이 나왔다. 한 달 뒤 2차 검사에서도 ‘정신 건강’ 부문에서 ‘주의’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A일병은 국군 대전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았다. 자대 배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연대 인사장교는 인솔자인 주임원사에게 A일병이 신병교육대에서 ‘배려병사’로 지정된 자료 일체를 전달하지 않았다. A일병이 배치된 부대 또한 신상 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일병을 배려병사로 분류하지 않았다. 한 달 뒤에야 부대는 뒤늦게 A일병의 상태를 파악하고 배려병사로 분류했지만 지휘관의 적극적인 관찰과 관리가 뒤따르지 않았다.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이 A일병과의 면담에서 “가정과 연계해 관리하고, 정신과 진료와 심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소견을 수차례 내놨음에도 중대장 등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족과 연계한 병력 관리도 이뤄지지 않아 가족들은 A일병이 군에서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A일병 사망 후 헌병대가 조사에 나섰고 “병력 관리에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폭행 및 가혹행위 등 병영 갈등 요인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징계는 중대장과 인사과장에게 각각 ‘견책’이 내려진 게 전부였다. 이에 유족 측은 “군은 아들을 죽게 한 군인에게 솜방망이 징계만 내렸고, 유족에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군 측은 “A일병 면담 시 그린캠프 입소와 정신과적 치료를 본인이 희망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배려병사’에게 軍의 배려는 없었다」관련 반론보도서울신문은 7월 5일자 9면 ‘배려병사에게 軍의 배려는 없었다’ 제목의 기사에서 ‘A일병이 배려병사로 분류됐지만 지휘관의 적극적인 관찰과 관리가 뒤따르지 않았고,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면담 후 가정과 연계된 관리에 대해 수차례 소견을 내놓았지만 부대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이에 대해 부대는 “A일병은 병가가 아닌 정기휴가 중에 사망했고, A일병의 자대 전입 한 달 후 부대생활 부적응을 확인해 병영생활상담관이 월 1회 정기적으로 상담했으며, 상담 결과에 따라 정신과 진료 및 보호관리 등급 상향과 함께 분대장과 분대원들이 관심을 기울여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알려왔습니다.또한 부대는 “A일병의 자대 전입 후 가정과 연계한 병사 관리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었으나 부대에서 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가 이뤄졌고, 대대장 등 16명이 A일병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으며, 지난 7월 4일 수방사 보통검찰부 수사 결과는 A일병이 개인적인 원인으로 자살했다는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생각나눔] “장애인, 언제까지 목숨 걸고 지하철 환승해야 하나요”

    작년 신길역 사망사건 이후 시작 환승 구간엔 엘리베이터도 없어 50여명 시위로 총 40여분 지연 일반 승객들 “빨리 내려라” 고함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1호선 신길역 승강장. 승객을 승하차시킨 뒤 30초 만에 출발해야 할 열차가 10여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50여명이 일렬로 늘어서서 한꺼번에 지하철 승차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승강장과 틈이 많이 벌어진 지하철 객차에 탑승하려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두 탑승하는 데 13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 50여명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신길역에서 탑승해 5개 정거장을 이동하고서 서울역에서 내렸다가 재빨리 같은 열차에 재탑승한 뒤 시청역에서 내렸다. 신길역, 서울역, 시청역 3곳에서 시위가 벌어지면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된 시간은 총 40분이었다. 이 시위는 지난해 10월 신길역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다가 목숨을 잃은 고 한경덕씨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환승을 위해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던 한씨는 계단으로 추락해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월 사망했다. 신길역 환승 구간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3일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전장연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77개 역사 가운데 27개 역사에는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단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6개 역사는 아직 설치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하철 출발 시각이 지연되자 일반 승객들은 장애인들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한 시민은 “장애가 벼슬이냐. 빨리 내려라”라며 삿대질을 했고, 다른 한 시민도 “장애인 이동권만 중요하냐. 일반인의 이동권은 무시해도 되느냐”고 반발했다. 한 노인 승객은 “세금으로 먹여 살려 놓으니 장애인들이 배가 불렀다”고 비난했다. 이에 장애인들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 “저희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져도 좋다. 이렇게라도 해야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아서 나왔다”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일반인에게는 잠시의 불편일지 몰라도, 장애인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면서 “매번 약속만 하고 이행은 되지 않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안전 문제를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청역에서 내린 장애인들은 서울시청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은 언제까지 목숨을 걸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느냐”라면서 “하루빨리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열차와 승강장의 간격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후보도 모르고 뽑으라니…” 충북 지방의회 의장 선출 논란

    충북도의회 의장 선출 과정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요구에도 정당이 관여하는 데다 여전히 교황선출방식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2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에 따르면 3일 오후 도당에서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의장 후보를 선출한다. 의원들이 합의추대를 시도했지만 3선의 장선배 의원과 2선의 박문희 의원이 뜻을 굽히지 않아 경선으로 진행된다. 이날 도당위원장 또는 도당 사무처장은 경선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도당이 만든 지침의 영향이 크다. 도당은 지방선거를 통해 도의원 32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하면서 민주당 의원의 의장 당선이 기정사실화되자 지침을 만들었다. ‘광역의회 의장후보 선출은 도당위원장 등이 참관하고, 당 소속 의원들은 선출된 후보가 의장직에 선임되는데 협력하지 않으면 징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화합과 공정한 후보 선출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자치국장은 “공천권을 쥔 도당 간부들이 참관만 해도 특히 초선 의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도당의 지침을 기반으로 선출된 의장은 당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고, 결국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단을 가져온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이런 행태를 비난하던 민주당이 권력을 잡자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도의회는 오는 5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장을 최종 선출하는 데 이번에도 교황선출방식으로 진행한다. 누가 출마한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가 진행되다 보니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 관계자는 “교황선출방식은 누구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회의규칙을 바꿔야 후보등록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부천 상동도서관서 진행되는 한국작가의 프랑스 육아·공교육 체험이야기

    부천 상동도서관서 진행되는 한국작가의 프랑스 육아·공교육 체험이야기

    한국 작가가 프랑스에 살면서 실제 체험한 육아·공교육 이야기가 경기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진행된다. 부천시는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저자 목수정 작가의 특별 강연회를 오는 18일 오전 10시 30분 상동도서관에서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목 작가는 아동문학가이며 부천의 문인 목일신 딸이다. 독립운동가 목치숙의 손녀로 파리에 살고 있는 목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의 경계에 서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목 작가는 이번 강연에서 자신이 프랑스에서 딸 칼리를 키우며 경험한 육아와 초·중학교 등 프랑스 공교육 체험기를 전할 예정이다. 또 작가로서의 삶 이야기를 시민들과 나눈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과 질문·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비결을 통해 소프트파워 세계 1위인 프랑스의 공교육과 자녀교육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서로는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비롯해 ‘야성의 사랑학’, ‘월경독서’, ‘파리의 생활 좌파들’ 등이 있다. 김영애 상동도서관 독서진흥팀장은 “부천의 문인인 고 목일신 선생님 딸 목수정 작가의 강연을 부천에서 마련하게 돼 더욱 뜻깊다”며, “프랑스 공교육 체험기를 통해 우리나라 공교육과 자녀교육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회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시립도서관 홈페이지(www.bcl.go.kr)를 통해 선착순으로 120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궁금한 사항은 상동도서관 독서진흥팀(032-625-4541)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다. 국민이 안건을 제안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단,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한해서다. 실제 몇몇 청원은 생산적 담론을 이끌었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충 등에 관한 청원이 그 예다.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 마녀사냥의 터로 변한 청원 게시판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청원은 점차 그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는 ‘마녀사냥’의 터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에 약 61만명이 동의했다. 팀 추월 경기에서 두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김 선수는 한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최근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양씨는 3년 전 어느 스튜디오에서 남성 20명에게 둘러싸여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양씨를 지지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문제는 해당 청원이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를 지목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씨는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섣불리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배씨를 사형하라’는 극단적인 청원이 올라온 배경이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2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국민들이 파면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삼권분립의 원칙을 깬 ‘행정부 독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비서관은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선 대처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삭제 조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6일 ‘제주도 난민수용을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별다른 공지 없이 삭제됐다. 해당 글은 나흘 만에 15만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문구가 청와대의 자체적인 심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기준은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공지돼 있으나 당사자에게 구체적 사유를 알리진 않는다. ‘삭제 기준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다. 삭제 여부를 공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은 “현재 청원 게시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삭제되더라도 개별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액체 민주주의 국민청원은 액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인 액체 민주주의는 모든 의제를 시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대부분 시민 스스로 판단하지만, 사안에 따라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에 의결을 위임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시민과 대표자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더불어 조직적·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의제마다 의견을 내는 주체와 정책에 반영하는 집단이 바뀌는 국민청원과 비슷한 지점이다. 액체 민주주의도 맹점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소리 큰 일부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숙고하고 토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에서 중복 투표를 독려해 참여 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액체 민주주의 실험을 먼저 시작한 유럽은 어떨까. 핀란드의 시민발의법은 시민이 직접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픈 미니스트리’(Open Ministry)는 핀란드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법안 작성부터 의회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개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픈 미니스트리’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이유다. 프랑스에는 ‘의회와 시민’(Parlement et citoyens)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원들이 발의 예정인 법안을 영상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이 수정·보완할 사항을 제안한다. 제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의견은 다시 의원과 시민이 적합성 여부를 토론한 후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법안은 정식으로 의회에 상정된다. 핵심은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주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사적 감정의 표출에서 공적 담론의 생산으로 위 사례들은 철저히 ‘정책’과 ‘법안’이 중심이다. 더불어 시민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국민청원은 ‘하소연’의 장에 가깝다. 억울함을 토로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정책을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청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엔 대다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처럼 일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방식이 찬성과 반대로만 나뉘는 이분법으로 가고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성 발언이 난무하는 현상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의 자체 심의에 맡길 경우 검열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명제를 도입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울 것을 제안했다. ‘공공성’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이 분노 표출이 아닌 공적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인식이 약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정당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모든 걸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In&Out] 블랙리스트 이후의 문화정책/정원옥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강사

    [In&Out] 블랙리스트 이후의 문화정책/정원옥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강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단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만들고 이를 실행시키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정책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근본적으로 묻고 성찰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블랙리스트가 10년 가까이 큰 동요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자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동시에 조직의 이해를 충족시켜 온 문화 관료들과 산하 공공기관들의 자발적 복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위원회)에 이어 ‘새문화정책준비단’을 운영한 것은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가 문화정책의 개혁과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과제임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해 7월 31일 출범한 블랙리스트 위원회는 지난 5월 8일 진상조사 결과 및 제도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고, 6월 27일에는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한 130명을 수사 의뢰 또는 징계하라는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책임규명 권고안’을 의결했다. 위원회의 활동은 이제 종료되지만, ‘블랙리스트 이행위원회’가 발족돼 권고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압박하고 감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1월 15일 활동을 시작한 ‘새문화정책준비단’은 5월 16일 ‘문화비전 2030’을 발표했다. ‘문화비전 2030’은 ‘사람이 있는 문화’를 비전으로 △개인별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적 창의성 확산이라는 3대 방향을 제시했으며 문화정책에서 추진돼야 할 9대 의제를 제안했다. 이런 결과들이 한 번에 도출된 것은 당연히 아니다.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지기 훨씬 이전부터 검열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가 있었고, 촛불시민혁명의 열기가 뜨거웠던 2016년 겨울부터 지난해 봄까지 블랙리스트를 규탄하고 문화정책의 혁신을 요구한 문화예술계의 무수한 토론회와 공청회가 진행됐다. 블랙리스트 위원회와 새문화정책준비단이 주최한 토론회와 공청회, 간담회 또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머지않아 블랙리스트 백서와 ‘문화비전 2030 보고서’가 발간되고 나면 문화행정의 부끄러운 이면을 낱낱이 드러냈던 블랙리스트 이슈도 마무리될 것이다. 문제는 블랙리스트 사건의 대응을 위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정도로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는데도 문화정책이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대한 민관의 체감이 다르다는 데 있다. 문화 관료들의 권위적 태도가 달라졌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블랙리스트라는 범죄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차이, 문화정책의 혁신 정도에서 문화 관료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온도 차이는 커 보인다. 문화 관료들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사과했고, 민관 협치 창구를 마련하는 등 많은 개선을 이루어 냈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정책 혁신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20일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의 기자회견은 장관의 철학 부재, 관 주도의 문화행정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음을 날카롭게 비판한 것이었다. 블랙리스트 이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정책의 개혁이 멀게만 보이는 것은 독일의 역사철학자인 에른스트 블로흐가 명명한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정의를 요구하는 세력과 기존 질서를 지키려 하는 세력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 현상은 이행기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문화정책의 혁신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 트럼프 ‘反이민 무관용’에 반기… 美도, 국제사회도 뿔났다

    트럼프 ‘反이민 무관용’에 반기… 美도, 국제사회도 뿔났다

    美 이민세관단속국 직원들은 “조직 해체해 달라” 장관에 서한 국제사회의 트럼프 반감 노골화 IOM사무총장 선거 美후보 낙마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불법이민자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불법이민자 무관용 정책’에 대한 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 전역에서 격리 가족들의 즉각적 재회를 촉구하는 시민 집회는 물론 불법이민자 단속 전담 기관 내부에서 조직을 해체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독식해 온 이민자 관련 기구 수장직을 뺏겼다. CNN 등 미 언론들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댈러스 등 미국 전역 750개 도시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이민정책 항의 시위를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불법입국자 가족에 대해 부모와 아이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중단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미 격리된 부모와 아이가 다시 결합하는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에는 2000여명의 아이들이 집단 구금시설이나 위탁 보호시설에 수용된 채 부모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집회 참석자 수십만명은 각 도시에서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Families Belong Together)고 적힌 피켓을 들고 강제로 분리된 불법이민자 가족들의 즉각적 재회를 요구하고 무관용 정책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NBC는 뉴욕에서만 약 3만명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며 “이민자들이 이 다리를 건설했다”고 외쳤다고 전했다. 워싱턴DC에서도 시위대 3만여명이 백악관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부끄러운 줄 알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메인주 포틀랜드에서는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주요 거리가 폐쇄됐고 불법이민자 자녀들이 격리된 수용소 인근의 텍사스주 매캘런 국경경비대 시설 앞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번 집회는 영국 런던, 독일 뮌헨과 함부르크, 프랑스 파리 등 해외 대도시에서도 함께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벤 카딘,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조 케네디 3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 가수 얼리샤 키스, 여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등 아티스트들도 대거 참여했다. 앞서 진보 성향의 여배우 수전 서랜던은 지난달 28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항거하고자 열린 ‘여성 불복종’ 집회에 참석했다가 체포됐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 일부가 “조직을 해체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상급 기관인 국토안보부의 키어스천 닐슨 장관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ICE 조사관 19명이 연대 서명해 닐슨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는 “ICE를 해체하고 우리 임무를 다른 부처에 귀속시켜 달라”는 요구 사항이 담겨 있다. ICE는 불법이민자 단속 외에도 인신매매 단속, 마약 거래, 사이버 범죄 대응 등도 맡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인신매매·마약 거래 등을 단속하는 제2의 기구를 창설하고 불법이민자 단속과 구금, 추방은 별도의 조직에서 관장하도록 기능을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 등은 2003년에 창설된 ICE가 다른 기관들과 업무가 중복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지난주 ICE 해체 입법안을 제출했다.국제사회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었던 미국 후보인 켄 아이작스가 결선투표에도 오르지 못한 채 탈락했다. 새 사무총장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안토니우 비토리노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선출됐다. 이주자 보호와 권리 증진을 추구하는 국제기구인 IOM은 1951년 설립 후 단 한 차례(1961~1969년)를 빼고는 미국인이 사무총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IOM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국가가 미국이기도 했지만 ‘이민자의 나라’라는 역사적 상징성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낸 케이스 하퍼는 트위터에 “미국의 힘과 권위, 명망이 소멸되는 또 하나의 징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Q&A]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오해와 진실

    [Q&A]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오해와 진실

    대체복무 요양시설·재난 복구 유력국방부, 복무 기간 30~42개월 검토“올해 안에 합리적인 안 만들겠다”병역기피 판단할 기구 설치…악용 방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29일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의 개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대체 복무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아 각종 오해와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체복무제가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증들을 Q&A로 미리 짚어 본다. Q) 대체복무 기간은 얼마나 될까.A.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역과 보충역의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30개월(2년 6개월)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역병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이며,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 산업기능요원은 34개월(현역)·26개월(보충역) 등이다.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과 복무 난이도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무 강도가 높을수록 기간이 짧아지고 약할수록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육군 복무 기간인 21개월의 ‘1.5~2배’(31.5~42개월)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수 조건이다. Q)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리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A. 병역을 거부할 만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거 활동 기록이 핵심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입증할 수 있는 종교 활동 기록과 가족·종교인 등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으로 대체복무가 가능할까.A.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판단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종교적 신념의 유무를 판별해 복무 방향을 선별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폭력을 내면화하는 곳”이라며 병역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처럼 자신이 ‘비폭력주의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대체복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Q) 병역 기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지 않을까.A. 가능성은 있다. 과거 활동 기록만으로는 ‘선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무 기간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 기존 병역 의무자들이 ‘박탈감·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Q) 대체복무는 어디서 하게 될까.A.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가 유력하다. 과거 국방부는 대체복무자의 근무지로 사회복지시설, 노인 요양시설, 정신병원, 재활병원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건의 대체복무 관련 법안도 사회복지 분야를 복무지로 지정하고 있다. 이미 대체복무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요양시설 중증장애인 간호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밖에 인명을 구하는 119 구조·소방 업무에 대체복무자가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Q) ‘양심’의 의미는 무엇인가. 군 복무자는 비양심적인가.A.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에 시민들은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의 개념이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법률상 양심의 자유란 사회에 통용되는 ‘옳고 그름’에 관한 의미와 달리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교도소의 사상범이 ‘양심수’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양심’의 해석과 관련해 오해가 잇따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른 용어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등을 사용하려 했으나 사회적 동의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이미 해당 사안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로 굳어졌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해당 권리를 ‘양심의 자유’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다른 용어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Q)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호와의 증인’ 한 종교만의 문제인가.A. 역사상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인물은 서기 295년 로마시대 누디미아(현 알제리 지역)에 당도한 로마군 징집에 거부한 개신교도 막시밀리아누스다. 초기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개신교나 퀘이커교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후 1차 세계대전 시기 ‘평화주의자’나 ‘반전주의자’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반면 한국에선 지난 60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다녀온 것으로 추산되는 1만 9000명 가운데 약 70여명만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국전쟁을 겪었던 국내 정서상 ‘평화주의’가 서양보다 덜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평화’라는 가치가 확산함에 따라 점차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특정 종교를 초월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오태양씨는 불교도로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을 들 수 없다”고 밝혔다. Q)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여성의 군 복무 문제도 논란이 되지 않을까.A.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논의는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만 했던 ‘남성징병제’와 관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군 복무 이슈를 이번 사안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징병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화 양성평등진흥원 정책실장은 “이번 사안은 군 복무에 관해 기존 법에 반했던 이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라면서 “여성의 군 복무는 ‘여성은 어떤 형태로 사회에 의무를 다하는 것이 맞는가’를 논하는 또 다른 사회적 담론이기 때문에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되면 여성의 군 복무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장될 수는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군대의 효용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징집의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나 여성의 군 복무 문제를 넘어 군 복무 자체의 의미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Q) 군 복무 강도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A. 대만 등 대부분의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에서는 군 복무와 대체복무의 등가성을 ‘복무 기간’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재 육·해·공군의 복무 기간이 각 군의 근무 여건 등 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대체복무 기간을 현 복무 기간의 1.5~2배 정도로 보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집행 정지·복권돼야” “병영 밖 대체복무 허용 땐 국방의 의무 훼손”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집행 정지·복권돼야” “병영 밖 대체복무 허용 땐 국방의 의무 훼손”

    헌법재판소가 28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합헌’, 병역법에 ‘대체복무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시민단체의 반응은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해 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 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쟁 없는 세상,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반겼다. 이들 소속 단체 회원 4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변의 임재성 변호사는 “당장 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 나면 재판이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곧바로 대체복무를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재가 (대체복무제) 입법이 되면 시작할 수 있도록 해 혼란을 줄였다”면서 “오늘 이후 입법은 물론 재판 중인 사람에 대한 형집행 정지, 풀려난 이후 남은 형을 대체복무제로 이행하도록 할지 여부, 형을 살고 나온 거부자들에 대한 사면 복권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양심적 거부로 감옥에 간 청년들을 즉각 석방하고 이들의 범죄 기록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2016년 말 병역 거부를 선언해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면서 “앞으로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하고 국회는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더는 병역 거부로 처벌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바른군인권연구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이날 헌재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들 단체 회원 20여명도 헌재 앞에서 회견을 열고 “국방의 의무를 기피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는 “병영 밖에서 대체복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어긋나고, 정상적 병역의무 이행자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기 때문에 애국심과 안보를 생각하는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체복무제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누구나 편한 보직만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국방의 의무’가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대 내에서 이뤄지는 대체복무가 돼야 한다”면서 “6·25 전쟁 당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군대 내 다른 보직을 줬던 역사를 참고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경으로 전역한 김모(27)씨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의무를 회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양심의 의미도 모호하고 그저 군 복무를 피하려는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검은돈 오가는 밀실 관사…임기 끝나도 버티고 풍수 따져 입신

    검은돈 오가는 밀실 관사…임기 끝나도 버티고 풍수 따져 입신

    관사는 실상 단체장에게 핵심 업무 공간이 아니다. 공·사적 개념을 아우르는 관사에 대해 단체장이 공적 공간으로서의 순기능만 강조할 경우, 민심과 내내 평행선을 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몇몇 관사에서는 떳떳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예로부터 벼슬아치의 상징이었던 관사를 통해 허세를 뽐내려는 마음이 아주 없지도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민과 유리된 ‘밀실’ 같은 관사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그칠 줄 모르는 비난에 직면하는 시대를 맞은 지 오래다.지난 26일 관사 거부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측근들에게 “취임 전 주업무도 아닌 관사 문제로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쓰지 않으면 논란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사의 정무 기능을 높이 사 입주 여부를 고민했다. 맹창호 충남지사직 인수위 대변인은 27일 ‘취임 준비로 바쁜데 무슨 관사 얘기냐. 대단한 것도 아니고…’라는 양 당선자의 말을 전했다. 양 당선자는 관사 논란으로 (실제 사용한) 전임 안희정 지사와 이른바 ‘엮이는’ 것도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대표이던 지난 1월 12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경남지사 시절 자신이 건립한 도지사 관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지어 놓은 관사 터가 좋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내 고향에 와서 4년 4개월 도지사를 지내며 도지사 관사도 새로 잘 지어 놨는데 거기에서 몇 달 못 살았다. 조그맣게 지어 놨지만 참 아기자기하게 잘 지었다. 터도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도지사 관사는 경남지방경찰청장 관사를 헐고 새로 지었다. 홍 전 대표는 “2등밖에 못해 떨어졌지만 대통령 후보도 한번 해 봤고, 당 대표도 재수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그 터가 좋다. 절대로 안 뺏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관사에 살았던 내가 당 대표를 맡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에 참패했고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관사를 놓고 추태도 있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배상도 경북 칠곡군수는 졌는데도 새 당선자의 취임을 코앞에 두고서야 관사를 떠났다. 그는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 관사를 쓰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군이 규정을 들어 그 요구를 뿌리쳤을 땐 신임 군수가 취임하기 전까지 집을 수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늦었다. 결국 칠곡에 살지 않던 장세호 새 군수는 친척에 얹혀 살며 취임 후 보름을 넘겨 입주했다. 성백영 경북 상주시장은 선거에 진 전임 이정백 시장이 상주에 당장 집을 구해 옮기기 어렵다며 기존 관사에 계속 살겠다고 요구해 아파트를 새로 얻어야 했다. 시는 관사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이 전 시장의 돈으로 빌려 계속 살도록 조치했다. 이 전 시장은 관사에서 사용하던 시 소유 가구, 집기, 가전제품 등도 시에 임대료를 내고 썼다. 신규 아파트 관사에 집기 등을 신품으로 구입하는 돈을 놓고 시민들은 예산 낭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1999년에는 관사 절도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고관 저택 전문털이로 이름을 날리던 김강룡이 서울 양천구 목동 전북지사 관사의 김치냉장고에 있던 미화 12만 달러와 현금 5800만원을 훔쳤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유종근 지사가 “도난당한 게 없다”고 부인해 진실 공방을 일으켰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온 국민이 달러를 사려고 금 모으기를 하던 시절 도지사라는 인물이 거액의 달러를 보관한 혐의로 정국을 흔들 뻔했다. 결국 유 지사가 달러를 잃은 게 아니라 현금 3500만원과 약간의 귀금속이라고 시인하며 가라앉았다. 그러나 유 지사는 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게 밝혀져 감옥 신세를 졌다.전북 임실의 옛 군수 관사는 민선 3기(2002~2006년) 때 6급 공무원 서너명이 찾아와 군수와 군수 부인에게 사무관 승진을 부탁하며 뇌물을 건네 입길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심민 현 군수는 초선 때부터 “봉사를 사명으로 할 지위에 자치단체 재물을 거저 이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관사를 내쳤다. 그는 올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대다수 단체와 전문가들은 비난 일색이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자치국장은 “자기 사는 곳에서 당선되는데 관사가 필요한가”라고 되묻고 “일부는 단독주택 관사를 개방해 생색을 내고 세금으로 아파트 관사를 얻는데 이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재율 부산 분권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지방청와대로 불린 부산시장 관사는 군사정권의 유물로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옳다”고 밝혔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관사는 더이상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니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각이 다른 민선 기관장도 눈에 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이 있는데 교육장들과 밥 먹으며 회의할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 고급식당에서 만찬을 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단체장이 자기 아파트에 살면 퇴근 후 긴급 상황 발생 때 간부들을 불러 회의라도 할 수 있겠나. 시민들에게 주목돼 비리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무조건 적폐로 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지역축제 초청가수 ‘0순위’ ...“청정밴드 고정팬도 많아요“

    지역축제 초청가수 ‘0순위’ ...“청정밴드 고정팬도 많아요“

    “오늘을 기다린 우리의 멀고 먼 지난 날들 반쪽이 반쪽을 만나서 완전한 하나를 이루었네 ...에헤라 데헤라 에헤라 우리들은 하나로세...” ~♪ ♪ ~♪ ♪♬ ~♪ ♪~ 업무에 충실하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면서 일과 후 자투리 시간에 신명나게 공연을 준비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 여주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동아리 ‘청정밴드’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결성 11주년을 맞는 ‘청정밴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즐기며 매주 수요일 저녁에 모여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두린다. 새로운 곡을 선정해 연주할 때에는 몇 번이고 반복 연습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어니언스의 ‘연’ 김광석의 ‘변해가네’ 강산에의 ‘One’ 등이 그룹 청정밴드의 주요 레퍼토리다. 흥에 겨워 기타 반주에 드럼 두두리며 노래를 하면 어느덧 하나가 된다.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청정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과 악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6인조로 시작했다. 회원은 꾸준히 늘어 11명이다. 9인조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데 보컬 2명, 기타 3명, 베이스기타 1명, 건반 2명, 드럼 1명 등 이며 모두들 프로급 수준을 갖추었다. 청정밴드라는 밴드명은 경기 동부의 청정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고, 세종대왕이 영면한 고장이자, 남한강 맑은 물 여주쌀이 유명한 고장에서 비롯해 지었다. 2008년 제천한방축제 1회 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2016년 인사혁신처에서 주최한 10회 공무원음악대전에 참가하여 단체부문 55개팀 중 동상(밴드단체부문 2위)을 차지했고 지난해 2017년에도 옥천묘목축제 1회 묘목전국직장인밴드 경연대회에서 인기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았다 . 청정밴드는 지역에서 이름난 밴드다. 크고 작은 지역축제가 열릴 때마다 초청가수 ‘0순위’다. 평소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선보이고 기쁨을 선사한다. 여주의 최대 축제인 도자기축제는 물론이고 경기도의 10대 축제로 선정 된 오곡나루 축제와 금사 참외축제, 여주 산북 품실문화축제 등에서 멋진 공연으로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해 준다. 청정밴드의 혼이 담긴 연주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금세 이들이 뿜어낸 열정에 녹아든다. 그리고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된다. 연말연시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도 펼친다.열정으로 가득한 청정밴드지만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밴드를 결성했지만 음악실이 여의치 않아 여주시에서 관리하는 세종국악당 무대 뒤 공간에서 처음으로 연습을 시작했으나 여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하는 수 없이 외곽의 건설회사 자재창고를 임대해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지역 한적한 콘테이너 박스를 얻어 사용해 보기도 하고, 개인 건물을 무상 임대해 사용했다. 또 주택가 소음 제기 민원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 기간이 10년을 넘는다. 고생하던 차에 한 회원이 소유하고 있던 농막용 콘테이너 박스를 제공해 음악실을 만들어 봤지만 비좁은 공간은 여전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연습에 몰두했다. 마침내 회원들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콘테이너 박스 2개를 주문 제작해 구입하고 확장하기에 이른다. 여주에서 제일 환경이 우수한 이들만의 음악실이 지난 2017년 11월에 만들어졌다. 음악실 다운 음악실을 갖추어 다른 밴드들의 부러움을 사고있다. 아주 멋진 음악실을 얻은 청정밴드는 굵은 희망 땀방울을 흘리며 행복을 충전하고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을 즐기고 있다. 유광복 회장은 “청정밴드는 여주에선 이름난 밴드다. 지역 축제에 가면 고정팬도 제법 많다”라며 “앞으로 여주시에서 ‘전국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를 개최해 여주라는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성 비정규직은 동네북이 아닙니다”

    ‘불법 파견’ 판결… 남성만 전환 정규직 노조 “女시설 미비 혼란” 노조분리 등 밥그릇 챙기기 급급 비정규직 “협박·회유 고용불안” ‘고용평등법 위반’ 인권위 진정 “법원에서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이 난 이후에는 좋은 시절이 오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20년 동안 일해 온 공정에는 정규직이 들어오고 우리는 다른 공정으로 쫓겨날 처지입니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오히려 협박과 회유로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명순씨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아차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네북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기아차 노사는 2016년 10월 사내하청 노동자 4000여명 가운데 104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1·2심 재판부가 2013~2015년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던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친 특별 채용으로 7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이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게다가 판결에 앞서 우대 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던 정규직 전환 대상자까지 더하면 모두 1500여명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13년부터 진행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회사 분위기에 따른 사측의 방관과 정규직 노동조합의 이기주의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이 차별을 받은 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여성 노동자 비율은 20%로, 700여명 가운데 140여명이 여성 노동자 몫”이라는 게 비정규직지회의 주장이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3월 고용부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으며, 지난달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 지난 12일에는 34개 인권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여성 배제 없는 정규직 전환 촉구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회사는 별다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도 침묵하고 있다. 게다가 기아차 정규직 노조는 지난 11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혼란만 가중시키는 준비 없는 여성 정규직화”라는 입장을 내놨다. 여성 화장실과 탈의실이 마련되지 않았고 부서 편성이나 공정 이동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4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10년간 연대했던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에서 떼어내는 규약 개정안을 가결했다. 당시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노사 합의를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의 갈등이 있었고, 결국 기아차 노조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더 챙기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분리를 선택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고용 형태를 바꾸는 정규직화에서 시설 미비나 직제 설계만을 이유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동안 남성 중심의 자동차산업 사업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여성들이 정규직 우선 대상자로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대기업 노조일수록 힘들어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노노 갈등이나 대기업 노조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이 아니라 손 놓고 있는 회사나 정부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마당발’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마당발’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이용선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시민·노동·통일운동과 제도권 정치를 두루 경험한 시민운동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시민사회계의 ‘마당발’로 활동했고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2012년,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다. ▲전남 순천(60) ▲광주고-서울대 토목공학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공동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을 지역위원장
  • [백지연의 생각의 창] 마음과 마음이 닿는 길

    [백지연의 생각의 창] 마음과 마음이 닿는 길

    며칠 전 고양시에서 열린 다큐영화 정기 상영회에서 ‘하늘색 심포니’(박영이 감독ㆍ2016)를 관람했다. 재일 조선인 학생들이 졸업여행으로 북한을 다녀오는 여정을 담은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진전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분위기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여행지로서의 북한을 알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 영화가 보여 주는 평양 시가지와 공원, 학교, 유원지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직접 그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게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는 조국을 찾아온 학생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시민들, 평양 시내와 학교, 백두산, 신천과 판문점의 역사적 현장을 돌아보는 학생들의 모습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담아낸다. 폐쇄된 국가, 고립된 국가로서의 북한에 대한 관습적 이미지를 훌쩍 뛰어넘는 삶의 활기가 화면을 뚫고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남과 북이라는 분단된 현실을 바라보며 ‘경계인’으로서의 운명을 자각하는 재일 조선인 학생들이 생각하는 통일이란 무엇일까. 영화를 보면서 각종 차별과 경계에 막혀 온전하게 소통되지 못했던 분단 현실, 그리고 앞으로 모색해야 할 통일의 실질적 과정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한반도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가득한 요즘 ‘하늘색 심포니’가 일깨우는 재일 조선인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절실한 현재적 문제로 감지되고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핵심적으로 환기되는 쟁점 중 하나는 고교 수업료 무상화로부터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일본 정부의 차별적 방침이다. 연평도 해전, 천안함 사건 이후로 강화된 일본 내 소수자 차별과 극우 테러의 위협 속에서 조선학교 학생들은 이중적인 적대와 차별을 겪고 있다. 이는 재일 조선인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 ‘국가가 소수자 민족교육의 권리를 탄압’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관련된 사안이기도 하다.영화와 더불어 ‘차별을 딛고 꿈꾸는 아이들-조선학교 이야기’(지구촌동포연대 엮음, 선인, 2014)에서도 “북과 일본, 남과 일본, 그리고 남과 북을 잇는 귀중한 존재”로서의 조선학교 학생들의 경계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홋카이도 조선학교 이야기를 다룬 김명준 감독의 영화 ‘우리학교’ (2006) 이후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조선학교를 지원하는 문화운동, 그리고 오사카조선학교 럭비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60만번의 트라이’(2014) 등을 통해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사회에 소개되고 있다. 몽당연필 등 시민단체와 민간 교류 차원에서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흐름도 최근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실질적 움직임은 매우 협소하다. 평양과 대동강, 학교와 놀이공원, 백두산과 판문점으로 이어지는 여행에서 만난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는 마음을 담은 소통에 관한 이야기가 흐른다. 영화에서는 누군가에게 ‘잘해 준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와 더불어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불어넣을 수 있는 격려와 환대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예로 비무장지대에 사는 민간인들의 삶은 어떻게 보호되는가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어른의 답변은 분단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소통과 대화로 다가온다. 이국 땅에서 여러 가지 차별적 현실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어른들이 건네는 ‘가슴을 쭉 펴고’ 늘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살아나가라는 말이 주는 울림 역시 뭉클하게 다가왔다.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라는 조선학교의 슬로건은 경계인이 차별적 현실을 딛고 가는 연대와 상생의 문제를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본 후 가장 깊은 여운으로 남은 단어는 ‘진뜻’(참뜻의 북한말)이다. 조선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부모에게 전달하는 감사 편지의 한 대목인 “이제서야 그 진뜻을 알 것 같다”라는 말이야말로 마음과 마음이 닿아 만들어 내는 변화의 기운을 암시하고 있다. 촛불혁명 이후 한반도 대전환의 기운 속에서 우리가 희망하는 평화와 통일의 길 역시 서로 ‘진뜻’을 알고 나누려는 나날의 일상적 실천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
  • [자치광장] 주민참여 사회를 바꾼다/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자치광장] 주민참여 사회를 바꾼다/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시민정치의 시대다. 시민들은 직접적인 정치 참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면 대화를 하고, 발전적인 목표를 향해 서로 간 연대의식을 쌓는다. 상대방은 동네 주민이 될 수도 있고, 직장 동료나 상사가 될 수도 있고, 퇴근길에 버스를 같이 탄 우리네 모두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 모두가 정치가로서 우리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갈 의무가 있다. 적극적인 주민 참여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강북구에도 주민 참여가 지역사회를 바꾼 사례가 있다. 현재 지역에는 ‘청결강북 청소봉사단’, ‘전통시장 상인자율 봉사단’, ‘청결 경로당 만들기 봉사단’ 등 자발적으로 결성된 주민단체를 비롯해 새마을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등 기존 사회단체들이 있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활동 중인 이들은 주민자치 단체로서 구성원 모두가 도시 청결도 제고의 뜻을 가진 시민 정치가다. 이들은 한 달에 두 차례씩 구역별 동네 청소부터 시작해 전통시장 내 취약구역 집중 청소, 경로당 주변 청소를 한다. 또 내 집 대문 앞과 내 점포 앞 내가 쓸기 서명 운동, 올바른 쓰레기 배출 방법 홍보 등을 전개하며 도시 청결에 대한 주민의식을 높이는 일에 정성을 다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의 꾸준한 노력은 실제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지난 2011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해 다소 부족했던 구민 의식이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내가 먼저 나서 내 집 앞 청소를 하겠다는 서명 운동에 14만명이 동참했으며 지금까지 ‘청결강북 대청소의 날’ 행사에는 6만명이 함께했다. 주민이 참여해 감시와 무단투기 근절을 홍보하는 ‘무단투기 없는 강북구 만들기’ 사업 역시 시민 정치가들이 주도했다. 행정기관인 구청은 방향 제시 역할에 집중하고 시민 정치가가 앞장서 구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구에서 부서별로 추진되고 있는 청결강북의 세부 사업들 모두 주민 참여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공동주택이 대상이면 거주 주민이, 동별로 특성화된 사업에는 동네 주민이, 주민 의식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민정치가로 활동한다. 시민정치의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뜻과 진중한 고민이 담겨 있는 주민 참여야말로 시민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일 것이다. 지역의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는 일에 응원을 아끼지 않는 시민정치가들이 있어 강북구의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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