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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영화제 단골’ 홍상수 감독...차기작은 황금곰상 예약?

    ‘베를린영화제 단골’ 홍상수 감독...차기작은 황금곰상 예약?

    ‘베를린영화제 단골’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3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홍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열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에 이어 두 번째 상에 해당한다.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 지난해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3년 연속 수상이자, 네 번째 은곰상 수상이다. 홍 감독의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는 소설가 준희(이혜영 분)가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가는 중에 영화감독 부부를 만나게 되고, 공원을 산책하다 마주친 여배우 길수(김민희)에게 함께 캐스팅 제안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홍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유달리 베를린과 인연이 깊다. 그가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것은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 ‘인트로덕션’(2021)에 이어 여섯 번째다. 홍 감독은 경쟁 부문에 초청된 6번 가운데 4번이나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모두 다른 분야에서 골고루 상을 받았다.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이후 홍 감독의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인트로덕션’부터는 제작실장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 홍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2) 등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시키며 2010년대 중반까지 ‘칸의 단골 손님’이었으나 수상에 번번이 실패했다. ‘옥희의 영화’(2010), ‘자유의 언덕’(2014) 등으로 오리종티 부문에 진출했던 베네치아영화제에서도 수상은 불발됐다. 이에 반해 베를린영화제가 칸이나 베네치아에서 홀대받은 홍 감독에게 연이어 상을 안기면서 영화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과거 베를린 영화제는 정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최근 사람과 인생에 대한 성찰이 답긴 작가주의 색채가 강한 영화에게 점수를 많이 주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홍 감독의 영화를 실험적인 작기주의 영화로 높이 평가해 온 베를린영화제가 그의 차기작에 황금곰상을 수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 영화는 고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봉준호 감독이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적이 있으나 아직까지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적은 없다. 이 작품은 지난해 봄 2주 동안 서울에서 촬영한 흑백 영화다. 홍감독은 수상작 기자회견에서 흑백 영화로 만든 이유에 대해 ”이 영화는 느낌을 생각할 때 흑백이 적절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컬러로 바뀌는데 좀 형식적이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언론은 이번 작품이 홍 감독의 ‘장난스러운 풍자극’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영화 전문매체 스크린데일리는 “작지만 놀라운 형식적인 반전과 많은 장난기가 팬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했고, 미국 영화 매체 데드라인은 “베를린이 사랑하는 홍 감독의 또 다른 ‘걷고 대화하는 영화로 그의 관습적이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섬세함으로 한국 생활의 한 조각을 요약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은 스페인 여성 감독 카를라 시몬의 ‘알카라스’가 차지했고, 감독상(은곰상)은 ‘보스 사이즈 오브 더 블레이드’의 클레어 드니 감독이, 남녀 배우를 통합한 주연상(은곰상)은 ‘라비예’의 멜템 캅탄이 각각 수상했다.
  • [글로벌 In&Out] 2022년 중국 풍향계/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2022년 중국 풍향계/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코로나 팬데믹이 풍토병(endemic)으로 변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세계로 열린 창을 닫고 각국을 각자도생으로 이끌고 있다. 2003년 사스(SARS)를 학습한 중국은 생명권을 내세워 소규모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해도 도시 봉쇄와 전수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고 있다. 여기에는 이 전선이 뚫리면 일상이 무너지고 체제 정당성도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설 명절과 2월에 개최될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있고, 하반기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분수령이 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도 예정돼 있다. 어렵게 이룬 중국 정치 과정의 한 축이었던 집단지도체제를 시진핑 리더십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물리적 국내 안정은 필요조건인 셈이다. 벌써 사회 곳곳에 당의 지배를 강화하고 ‘중국의 길’에 대한 자신감을 전파하면서 중국이 당ㆍ국가체제라는 것을 새삼 환기하고 있다. 이러한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라는 정치 노선은 대외전략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 중국을 ‘외부의 적’으로 간주하고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연계해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을 겨냥할 것이다. 더구나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비호감도가 80%에 달하는 미국의 반중 정서를 11월 상하원 중간 선거에 경쟁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국 정책은 더욱 거칠어질 전망이다. 다만 중국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의 70% 이상까지 추격했지만, 여전히 종합국력의 한계 때문에 미국을 먼저 때리기보다는 일단 방어적 자세를 취할 것이다. 시 주석도 올해 신년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가벼운 마음으로 징을 치고 북을 두드린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기울어진 국제관계를 바로잡겠다는 평시(平視) 외교를 투사하는 한편 지난해 말 미국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위기를 확인하고 ‘중국식 민주’를 강조한 바와 같이 투쟁의 서사, 담론투쟁도 병행할 것이다. 문제는 중국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효능감’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중국은 세계은행이 예측한 5.1%대 중속 경제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수출, 소비, 투자의 균형성장을 시도하고 제조혁신, 내수확대,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한편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국제 대순환을 함께 돌린다는 이른바 ‘쌍순환’ 내수전략과 확장적 재정정책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저하된 경제 체력과 단기간에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고, 핵심기술과 혁신산업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교란을 세계 최대 시장의 이점과 결기만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오랜 코로나 봉쇄로 인한 사회적 불만, 저출산·고령화의 인구절벽, 소득·도농·지역 간 격차라는 복합위기가 병목구간 가까이 오고 있다. 이러한 중국발 바람은 미중 관계 기류를 타고 한반도에도 빠르게 밀려들 것이다. 미국은 대중국 압박에 한국을 끌어들이고자 할 것이고, 중국도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 25% 상황을 활용해 최대한의 균형을 요구할 것이다. 문제는 ‘미중 관계 속 한반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지만, 선택을 강제당하면 그 굴레 속으로 더 깊이 빨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에 편승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스스로 선택하면서 외교적 파고를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사안별로 미국과 중국에 ‘예, 아니요’라고 밝히면서 국익을 재구성하고 “천하를 다루는 데 있어 생선 한 마리를 찌는” 외교적 섬세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안을 최대한 잘게 쪼개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과 지정학·지경학의 차이 때문에 중국을 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선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지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 이재명 “국민 뜻 무관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반감 클 것”…安 “난 검증돼”(종합)

    이재명 “국민 뜻 무관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반감 클 것”…安 “난 검증돼”(종합)

    이재명 “윤석열 지지층 이탈해 안철수로”“단일화 이합집산 반감 커…국민 뜻에 맡겨”“安, 제3지대 비등한 힘 만들기 쉽지 않아”“尹, ‘대장동만 토론’ 상식 밖 제안하면 할 것”안철수, 李-尹 겨냥 “의혹? 난 검증된 사람”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코로나19 시국 속에 의사 출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10%로 지지율이 뛰어오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이 단일화를 한다며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이합집산을 한다면 반감이 클 것”이라면서 “국민의 뜻에 맡겨놓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안철수와 일대일 가능성에“거대 야당 벗어난 제3자 쉽지 않아” 이 후보는 이날 JTBC와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지지층이 이탈해 안 후보로 옮겨가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 후보는) 오히려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 후보와 자신의 일대일 구도가 성립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당정치 체제에서 소위 거대 야당을 벗어난 제3자와 일대일 구도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쪽) 진영이 30%대 지지율로 견고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제3지대에서 그와 비등한 힘의 관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가 막판까지 대선판의 변수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면서 “우세를 점했다고 해도 안 후보의 거취가 선거판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마음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안철수 “양당 후보 도덕성·가족·능력 의혹 높아지나 난 검증돼 있는 사람” 이와 관련, 안 후보는 이날 대구 북구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러 양당 후보들의 도덕적인 의혹 그리고 또 가족 문제, 능력에 대한 의구심들이 높아지는 가운데 저는 이미 그 세 분야에 대해서 검증이 돼 있는 사람”이라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이 후보나 윤 후보를 동시 직격하면서 의사 출신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딸 안설희 박사가 코로나19 새 변인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관련 연구 논문으로 해외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지지율 상승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과거를 이야기할 때 저는 미래를 이야기한 것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런 안정감에 많은 분이 기대를 모으시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저는 더 겸허하게, 열심히 제가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 측에서 ‘대장동 이슈’만으로 토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만약 사실이라면 저는 (제안을) 받을 생각”이라면서 “상식 밖의 일이어서 제가 제안하기는 그렇고, 그쪽 선대위에서 정식으로 제안하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李 “박정희, 김대중 정책 가리지 않아” 이 후보는 이른바 ‘예비 내각’으로 생각하는 인사가 중 야권 인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있다”면서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쓴다는 측면에서 소속을 가리지 않고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게 실력”이라고 답했다. 이어 “출신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쓰고, 정책도 박정희 정책이나 김대중 정책을 가리지 않겠다는 게 신념”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권력을 나누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그건 소위 ‘연정’인데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영입 당사자와 구상을 공유할 생각이 있는지를 두고도 “진영이 다르면 자칫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고,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이재명 “부동산 우클릭? 필요한 걸 안 하는 게 교조주의, 그게 더 심각”“그린벨트 훼손? 필요시 얼마든지 검토”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우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면을 완화하고 집값의 안정화라는 정책의 목표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라면서 “말을 바꿨다고 하면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히려 일관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걸 교조주의라고 한다. 그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말한 것을 두고도 “도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밀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적절히 층수·용적률 제한을 완화해 면적을 넓히고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고 공급 세대수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원리주의 원칙에 빠져서는 안된다. 시장이 반발하도록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최근 주택 공급 방안으로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정말 필요한 경우라면 그린벨트 훼손까지 얼마든지 검토할 정도로 공급 의지가 높다”면서 “(그린벨트는) 필요할 때 쓰려고 보존한 것이니 본래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융통성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KBS 인터뷰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시중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세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시 용적률·층수 규제 완화와 같은 조치가 있다고 설명했다.“위험성 높아서 방역패스 하긴 해야”“자녀 고교 졸업 때까지 월 50만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문제에 대해서는 “접종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준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없도록 섬세함이 필요한데 그런 점이 약간 부족한 것 같다. 위험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런 점을 해소해 가며 (방역패스를) 하기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성장의 회복 국가의 적극적 지원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며 자녀의 고교 졸업까지 월 50만원씩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프랑스를 예로 제시했다.
  • 피아노-바이올린 ‘知音의 판타지아’

    피아노-바이올린 ‘知音의 판타지아’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영감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환상곡은 각 작곡가의 특성과 풍부한 음악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연주자들도 작곡가들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내는 환상곡을 연주하며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일 수 있다.●웬만한 앙상블보다 많은 작품 연습 1990년생 동갑내기로 오랜 친구이기도 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과 피아니스트 김준희가 오는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무대를 ‘판타지아’(환상곡)로 꾸민다. 10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처음 만난 뒤 16세에 영재 입학해 함께 한예종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두 사람이 학교에서 장난치듯 해 보던 연주가 아닌 정식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건 2018년 겨울이 처음이었다. 내면으로 파고드는 섬세함이 필요한 슈베르트 환상곡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들여다보며 새삼 음악을 향한 열정이 불꽃처럼 튀었다. “슈베르트 곡은 애를 써야 하는 작품이라 좀더 가깝고 친밀한 사람과 연주하고 싶었어요. 수시로 궁금한 걸 묻고 상의하며 마음을 나누며 연주하니 정말 좋더라고요”(김준희), “둘이 연주를 준비하는 자세나 생각, 음악에 파고드는 열정이 비슷했어요. 게다가 친구니까 더 믿고 의지하게 되니 그동안 어렵고 부담스러웠던 곡들도 더 시도해 보게 됐죠.”(장유진) 둘은 이후 이탈리아 산타바바라 뮤직 페스티벌(2019)을 비롯해 여러 무대에서 앙상블을 이뤘고 “3년간 웬만한 앙상블보다 많은 작품을 연습하고 맞춰 봤을 것”이라고 자신할 만큼 서로를 맞췄다. 10일 무대에서는 두 사람의 처음을 있게 해 준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은 물론 텔레만의 ‘12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환상곡’ 중 1·7번, 슈만의 ‘세 개의 환상 소곡집’, 후바이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카르멘 환상곡’ 등 시대를 넘나드는 환상곡들을 펼친다. 각 작곡가의 특성이 확실한 작품인 것은 물론 두 사람의 개성도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자신했다. ●모든 연주 진심… 어떤 작품이든 믿어 “준희의 연주는 정말 섬세하고, 늘 고민을 많이 해서 자극이 되고 저도 항상 배우는 게 있어요. 게다가 크든 작든 모든 연주에 진심인 친구라 어떤 작품이든 믿고 함께할 수 있어요”(장유진), “유진이는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작품마다 매력이 다르고 늘 새로워요.”(김준희) 10대부터 연주 활동을 시작한 두 사람은 누구보다 ‘함께하는 음악’의 소중함을 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미국 이스트만 음대 조교수로 임용된 장유진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협연을 이어 가고 있는 김준희. 세계 어느 곳에 있다가도 친구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열의를 다하게 된다는 둘은 서로의 음악과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한 지음(知音)이다.
  • 위성웅 작가, 내달 6일부터 19일까지 개인전 ‘하루를 갖다’

    위성웅 작가, 내달 6일부터 19일까지 개인전 ‘하루를 갖다’

    유리구슬을 활용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위성웅 작가가 다음달 6일부터 19일까지 삼청동 선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하루를 갖다’를 연다. 위 작가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낯설지 않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특유의 생동감과 도시적인 화려함을 갖췄다. 작가는 “실제와 환영, 구상성과 추상성이 서로 대립되거나 상반된 느낌이 혼재한다”고 설명했다. 유리구슬은 현실보다는 ‘꿈 속 이상계’의 느낌을 준다.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반짝임’은 ‘글래스 비즈’로 연출했다. 반짝임은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연상시킨다. 또 바라보는 각도나 조명의 차이에 따라 신비감을 동반한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다. 이는 유리구슬을 이용한 ‘재귀반사 효과’라고 위 작가는 설명했다. 위 작가는 “평소 물질적 표현재료에 대해 다양하게 연구해왔다”며 “작품에 사용된 유리구슬의 물성, 즉 빛의 흐름과 연관된 시각적 다변성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씨는 “위성웅 그림의 인물들은 구체적인 형상임에도 이목구비는 자세히 표현하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익명성을 통해 그 대상을 존중하면서도 객관화된 군중으로 우리 사회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 작가가 꿈꾸는 판타지는 바로 ‘일상의 평화로움과 행복’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난민은 우리 이웃… 문화예술로 오해·편견 풀어요

    난민은 우리 이웃… 문화예술로 오해·편견 풀어요

    2018년 제주 입국 예멘인과 친구로 지내성소수자로 살며 ‘배제되는 아픔’ 공감 “난민 수용 부정적 의견은 낯설기 때문”책·강연 등 통해 대화 계기 마련 기대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 속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390명이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지난 26일 이후 한국 땅을 밟았다. 이젠 우리 이웃이 된 아프가니스탄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할 때다. 2018년 예멘 난민이 제주로 입국하면서 우리 사회는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예멘 난민과 3년 동안 친구로 지내며 다양한 시각예술 작업을 해 온 강영훈(36) 작가에게 29일 난민과 어울려 살아온 경험과 방법을 들어 봤다. 제주 사람을 의미하는 ‘제람’을 활동명으로 쓰는 강 작가는 당시 전국적인 차별과 혐오를 겪고 있던 예멘 난민들을 위해 제주 사람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강 작가는 난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지만, 강 작가 자신도 성소수자로서 한국 사회에서 지내기 어려워 영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로 난민을 만나 고민을 풀어 보기로 한 강 작가는 현지 평화 운동가들이 마련한 자리에 찾아갔다. 예멘인만 30~40명이 참석한 큰 자리였다. 강 작가는 이곳에서 예멘인 암란씨와 야스민씨를 만나 친구가 됐다. 실제로 강 작가가 만난 예멘 난민은 고정관념과 많이 달랐다. 강 작가는 “예멘 사회가 남성·장자 중심의 보수적인 사회라고 들었지만 암란과 야스민은 고정된 성 역할에 갇힌 사람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예멘에서 한국 기업이 만든 중고버스를 몰았던 남성 암란씨는 섬세하고 생활력이 강했지만 당찬 구석은 덜했다. 이에 반해 현지에서 영어 선생님이었던 미혼 여성 야스민씨는 무슬림 공동체의 전통·관습을 따르면서도 분명하고 단호하게 의사 전달을 하는 사람이었다. 무슬림 관습도 이들과 소통하는 데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강 작가는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기 전 알레르기나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물어보듯이 예멘인에게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또 “처음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불편함’ 정도로 여겨졌고, 함께 조금씩 감수하고 대안을 찾으면서 도리어 서로 돈독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낯설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만큼 정이 많고 타인의 고통에 감수성이 짙은 사람들은 찾기 어렵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분유와 젖병을 챙기는 섬세함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때마다 난민을 받아 주면 안 좋은 선례가 될 거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다양한 나라와 인종 등이 모여 사는 다인종사회”라고 일침했다. 강 작가는 문화예술 활동이 난민과 한국인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강 작가는 제주에서 야스민과 함께 어린이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며 가능성을 엿봤다. 강 작가 스스로 난민을 통해 배우고 경험한 내용을 영상, 전시, 강연 등을 통해 풀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3년간의 여정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강 작가는 “책 등 문화예술은 사람들의 의식을 환기시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격동의 근·현대사 이겨낸 제주여성 삶 영상 다큐로

    격동의 근·현대사 이겨낸 제주여성 삶 영상 다큐로

    4.3사건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제주 여성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다큐멘터리로 조명된다. 제주도는 제주여성문화콘텐츠 개발사업으로 추진한 다큐멘터리 ‘제주여성 허(Her) 스토리’ 제작이 마무리됐다고 9일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19일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20분부터 10분간 10차례에 걸쳐 제주MBC를 통해 방영된다. 영상다큐에서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오면서 자기분야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공동체 발전에 밑거름이 됐던 평범한 이웃 여성 10명의 삶이 공개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4·3을 경험하고, 빈곤을 극복하며 자녀교육과 제주 발전의 주역으로 중장년기를 보내고 이제는 노년에 들어선 우리 어머니들의 80여년의 삶을 영상에 담았다. 직업별로는 파독 간호사, 창민요 예능 보유자, 시장상인, 제주 푸른콩 된장 장인, 해병대 출신 여성, 4·3 생존자, 중산간 농부, 해녀 등 다양하다. 영상 다큐 인터뷰어인 제주출신 고희영 감독은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인 ‘물숨’의 감독으로도 유명하다.고 감독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제주여성의 드라마틱한 삶을 영상 속에 잘 녹여내며 성평등 가치를 지향했다. 이현숙 제주도 성평등정책관은 “격동의 시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오신 제주여성의 삶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 94년생 감독의 톡톡 튀는 연출 ‘느낌표’… 섬세함 2% 부족한 스토리텔링 ‘물음표’

    94년생 감독의 톡톡 튀는 연출 ‘느낌표’… 섬세함 2% 부족한 스토리텔링 ‘물음표’

    각본촬영음악편집미술 작업을 혼자 다했다. 라트비아 출신 감독 긴츠 질발로디스 말이다. 여덟 살 때 그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기만 하지 않았다. 직접 만들었다. 1994년생이니까 나이는 많지 않은데, 창작자로서의 경력은 20년 가까이 된 믿기지 않는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니까 1인 다역으로 4년에 걸쳐 애니메이션 영화 ‘어웨이’(Away)를 제작할 수 있었을 테다. ‘어웨이’는 명실상부 작가주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 사실이 작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과정이 고생스러웠든, 수월했든 간에 예술품은 완성도로 평가받는다. ‘어웨이’는 어떤가 하면 작화와 연출 독특성은 느낌표(!), 스토리텔링 정합성은 물음표(?)다. 윤곽선을 없앤 캐릭터 디자인은 배경에 인물이 유연하게 스며들도록 한다. 이것은 여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그림체다. 롱테이크(한 장면을 길게 촬영해 시공간의 사실성을 더하는 방법)와 핸드헬드(카메라를 흔들어 화면에 박진감을 가미하는 방법)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입체적인 구성을 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은 아쉽다. 대사 없이 진행되는 작품이므로 훨씬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어딘가 “떨어져” 있다는 뜻의 ‘어웨이’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섬에 불시착한 남자가 겪는 모험기를 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느릿느릿 남자를 쫓아오고, 그는 마을이 있는 곳으로 짐작되는 항구를 목적지로 정한 뒤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정에 나선다. 나는 법이 서툰 작고 노란 새도 남자의 동행이다. ‘어웨이’에 접근하는 가장 쉬운 길은 이를 주인공의 ‘본질적 자아 찾기’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본질적 자아와 구별되는, 또 다른 자아들의 무리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아무리 멀리 달아난다 해도 그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한다. 괴물도 ‘나’이기 때문이다.하늘을 나는 새들을 동경하는 작고 노란 새도 ‘나’의 분신이다. 꿈속에서 남자가 작고 노란 새가 되는 장면이 이 같은 가설을 방증한다. 그렇지만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고 해서 ‘어웨이’의 스토리텔링이 정교하게 전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량물지도나침반성냥 등이 남자를 위해 작위적으로 준비된 것은 그렇다 쳐도 오래 달려도 연료가 줄지 않는 오토바이는 뭔가 싶다. 생명체의 배고픔과 목마름 등은 중간중간 채워야 하나 기계 동력은 무한한 세계라는 것일까. 몽상과 결합한 무의식으로 간주하면 납득은 된다. 하지만 이 밖에도 관객의 몫으로 남겨진 스토리텔링의 공백이 많다. ‘어웨이’에는 물음표의 책임과 느낌표의 영광이 공존한다. 어느 쪽이 우세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작은 물음표, 큰 느낌표.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인왕제색도’ ‘황소’… 교과서 밖으로 나온 ‘세기의 컬렉션’

    ‘인왕제색도’ ‘황소’… 교과서 밖으로 나온 ‘세기의 컬렉션’

    겸재 정선이 76세에 완성한 국보 ‘인왕제색도’는 웅장하면서도 섬세했고,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여인들과 항아리’는 벽 하나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크기로 단번에 시선을 홀렸다.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방대한 고미술 수집품과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두루 꿰는 기증품에서 선정한 전시작 135점은 ‘세기의 컬렉션’이란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예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명작들이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나란히 공개된다. 20일 언론에 먼저 선보인 전시회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세상에 나온 적 없는 미공개 작품은 없으나 교과서에서만 보거나 극히 드물게 전시됐던 희귀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관람 경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월 26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여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기증품 2만 1693점(9797건) 가운데 77점(45건)을 펼친다.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 주는 ‘일광삼존상’(국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등 국보와 보물만 28건에 이른다. 박물관은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 주는 대표작”이라고 소개했다. 산화철을 발라 붉은 광택이 도는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삼국시대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 등은 기술혁신과 디자인 혁명을 강조한 고인의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한다.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 3월 31일까지 서울관 1전시실에서 개최하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에서 기증작 1488점 중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대표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을 공개한다. 백남순의 ‘낙원’(1936),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 일제강점기 서구 미술을 받아들여 전통회화의 변화를 꾀했던 작가들부터 뛰어난 개성으로 한국미술을 풍부하게 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국민 화가들의 걸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김환기의 작품으로는 1950년대 삼호그룹 회장의 자택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한 ‘여인들과 항아리’를 비롯해 뉴욕 시기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 주는 ‘산울림 19-Ⅱ-73#307’(1973)이 눈길을 끈다. 이중섭이 가장 즐겨 그렸던 소재인 ‘황소’와 ‘흰 소’를 그린 1950년대 작품 2점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은 30분 간격으로 20명씩, 국립현대미술관은 1시간에 30명씩 입장을 제한하면서 온라인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박물관과 미술관 각각 이날 현재 예약을 받은 다음달 19일과 3일까지 모두 마감됐다. 매일 자정부터 하루치 예약이 추가로 풀린다. 관람은 무료이며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는다. 양 기관은 내년 4월에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도 공동으로 연다.
  •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이중섭까지…명불허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이중섭까지…명불허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예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의 대표 명작들이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9월 26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내년 3월 13일까지 서울관 1전시실에서 펼친다. 앞서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은 지역 미술관들이 특별전을 열어 흥행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도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등 개막 전부터 열기가 뜨겁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증작 9797건, 2만 1693점 중에서 45건 77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지정문화재인 국보와 보물이 28건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국보),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단원 김홍도가 말년에 그린 그림 ‘추성부도’(보물) 등이 전시된다.박물관은 작품 선정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컬렉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장의 문화재·고미술 컬렉션은 청동기시대 토기부터 조선시대 회화·전적·목가구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분야를 망라한다. 특히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에 대한 안목은 탁월하다. 산화철을 발라 붉은 광택이 도는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삼국시대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혁신과 디자인 혁명을 강조했던 고인의 경영철학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세종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이 집약된 ‘석보상절’, ‘월인석보’ 등은 한글 전적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엿보게 한다. 문화재 가치를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도 눈길을 끈다. ‘인왕제색도’에 등장하는 치마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상 명소와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고려불화의 세부와 채새기법 등을 적외선과 X선 촬영사진을 활용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작 1488점 가운데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을 공개한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작품 중에서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등 3개 주제로 구분해 전시작을 선정했다. 백남순의 ‘낙원‘(1936),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은 일제강점기에 서구 미술을 받아들여 전통회화의 변화를 꾀했던 당대 작가들의 고민과 도전을 보여준다. 동서양의 도상이 뒤섞인 독특한 이상향을 표현한 ‘낙원’은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유일한 작품으로 미술사적 의미가 크다.해방과 6·25전쟁 발발 등 격동의 시기에 저마다 뛰어난 개성으로 한국미술을 풍부하게 한 작가들의 명작도 반갑다. 김환기의 ‘산울림 19-Ⅱ-73#307’(1973)은 뉴욕 시기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동양적이고 시적인 추상화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1950년대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의 자택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한 ‘여인들과 항아리’도 눈길을 끈다. 이중섭이 가장 즐겨 그렸던 소재인 ‘황소’와 ‘흰 소’를 그린 1950년대 작품 2점도 나왔다. 이중 ‘황소’는 1976년 처음 알려졌으며, 전시된 적이 거의 없는 희귀작이다. 이 밖에 1970년대 문자추상을 개척한 이응노, 한국적 채색화 양식을 정립한 박생광, 전통 안료 기법으로 독특한 여인상을 그린 천경자 등 전후 복구 시기에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했던 작가들의 대표작도 만날 수 있다. 미술 애호가인 배우 유해진이 재능 기부로 전시 해설 오디오 가이드를 맡았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양 기관 모두 회차별 입장 인원을 제한해 치열한 예매 전쟁이 불가피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분마다 20명씩 입장을 허용하는데 온라인 예매 첫 날인 19일에 8월 18일까지 전 회차가 매진됐다. 매일 자정에 한 달 뒤 관람권을 예약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시간 간격으로 30명씩 관람객을 받는다. 지난 12일 예매를 시작해 8월 3일까지 티켓이 동났다. 매일 자정마다 2주 뒤 예매가 가능하다. 관람료는 없다.
  • 中 공산당 두 얼굴… 경제 기적·인권 탄압, 세계를 놀라게 하다

    中 공산당 두 얼굴… 경제 기적·인권 탄압, 세계를 놀라게 하다

    “나는 공산주의를 위해 평생을 분투하겠습니다. 당을 영원히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 기념관. 중국 공산당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발원지로 ‘혁명성지’다. 공산당 배지를 가슴에 단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낫과 망치가 새겨진 공산당기 앞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입당 선서를 외쳤다. 이들에게 공산당은 종교와도 같아 보였다. 자신을 당원으로 소개한 중년 여성은 “오늘날 신중국(사회주의 중국)의 기적이 여기서 태동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조계지였던 상하이가 100년 뒤 ‘아시아 최고 도시’로 번영을 구가한다는 사실에 감동한 ‘환희의 눈물’이다.그러나 같은 시간 홍콩에서는 ‘침묵’을 강요받고 있었다. 연일 베이징의 강압 통치를 비난하던 빈과일보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1년(7월 1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24일 폐간됐다. 창간 26년 만이다. 마지막 신문을 사려고 줄을 선 일부 시민은 “지금까지 홍콩보안법으로 100명 넘게 체포됐다. 입을 틀어막는다고 마음속 생각까지 변할 것 같으냐”며 흐느꼈다. 중국 공산당이 기어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끝장냈다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다가 7개월여 징역형을 마친 뒤 지난 12일 풀려난 아그네스 차우(24)도 “지금부터는 푹 쉬겠다”고만 밝히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1921년 7월 23일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13명의 대표가 붉은 깃발을 내걸고 출범한 중국 공산당은 100년이 지난 지금 9200만명의 당원을 가진 세계 최대 집권 정당으로 거듭났다. 한 정당이 명칭도 바꾸지 않고 혁명당에서 집정당(여당)으로 변신해 100년간 성장한 것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민주주의만이 경제 번영을 이끈다’, ‘경제 성장이 정치 민주화를 견인한다’는 오랜 통념도 깨뜨렸다. 세계 최장수 공산당인 중국 공산당의 일당체제는 서구 학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공고했다.하지만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세계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주민 통제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간 중국을 친구로 여기던 주요국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어떤 성과와 문제를 안고 있을까. 중국의 오늘을 만든 공산당 100년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세계 최빈국서 최강국 코앞까지 “인류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일어섰다. 다시는 (외세에) 모욕받지 않을 것이다.” 중국 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1893~1976) 공산당 주석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행사에서 던진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100년의 부침을 견디며 14억명 인구를 사회주의로 무장시켜 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3위 군사대국으로 이끌었다. ‘외세에 모욕받지 않겠다’던 마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2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건국 직후인 1952년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00억 달러(당시 가격 기준)에 불과해 소련의 원조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GDP는 14조 7200억 달러(약 1경 6600조원)로 500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추세면 2028년쯤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주민들의 삶도 극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1인당 GDP는 1만 504달러로 ‘중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4개 도시는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들 지역의 인구는 약 1억 5000만명이다. 중국인 가운데 10% 넘는 이들이 이미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누린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원자폭탄과 인공위성을 직접 만들고 독자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베이더우’를 안착시켰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4호를 보내고 화성에 톈원1호도 착륙시켜 미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신화통신은 “인류의 역사에서 100년은 한순간처럼 짧다.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 전환을 실현했고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을 창조했다”고 자평했다.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중국 공산당도 곧 무너질 것’, ‘중국 국영기업 부채 거품이 터져 외환 위기에 빠질 것’ 등 다양한 붕괴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예측을 비웃듯 3조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과시하며 한발씩 초강대국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공산당 가운데 중국이 유일하게 성공한 이유로 ‘이데올로기의 유연성’을 꼽았다. 덩샤오핑(1904~1997)이 극좌 세력의 반발을 물리치고 사회주의 국가 중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엘리트들의 치열한 학습과 경쟁, 정책 노선이 정해지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최빈국이던 중국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중국 공산당의 성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 탄압에 전 세계 ‘반중 정서´ 확산 반면 중국 공산당은 부정부패와 인권 탄압, 감시 강화 등 상당한 문제도 노출하고 있다. 일당 독재가 고착화되면서 인허가를 성사시키려면 공산당원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뇌물을 제공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공산당원이 되지 못하면 승진과 출세도 힘들어졌다. ‘모두가 평등해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원은 특권계급이 됐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하나가 된 지금도 중국 공산당은 강력한 통제로 표현의 자유를 차단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에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해당 내용은 곧바로 삭제된다. 글쓴이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누구든 중국 정부의 관행을 비난하려면 장기간 고초를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중국 공산당은 첨단 정보기술(IT)로 끊임없이 자국민과 이웃 국가를 염탐하고 사생활을 들여다보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퍼지면서 국제사회의 반감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실제로 올해 3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에게 ‘가장 큰 적이 누구냐’고 묻자 45%가 중국을 꼽았다. 1년 만에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가 한국과 영국, 호주 등 14개 선진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모든 나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부 국가가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자 ‘우리보다 힘이 없으면 도발하지 말라’는 식으로 상대국을 윽박지르는 ‘전랑(늑대전사)외교’가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여전히 개인의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얼굴인식 감시 기술까지 동원하는 등 정치적 통제가 심해졌다. 중국이 ‘디지털 전체주의 국가’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일등공신인 헨리 키신저는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예로부터 중국의 정치인은 힘의 대결보다는 (바둑에서처럼) 섬세한 전략으로 수싸움에서 이기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에도 이런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세계의 문을 연 사람들/무용평론가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세계의 문을 연 사람들/무용평론가

    발레리나 박세은이 장안의 화제다. 최근 들려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승급 소식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발레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전통과 권위 또한 으뜸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최고 높은 자리 ‘에투알’에 올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타고난 재능, 각고의 노력 그리고 천운까지 따라야 오를 수 있는 귀한 자리이기에 무대 위에서 승급 소식과 함께 솟구친 박세은의 눈물이 더욱 값져 보였다. 골프계에 ‘박세리 키즈’가 있듯이 발레계에는 ‘강수진 키즈’가 있다. 축구 스타 손흥민의 활약을 보면 그보다 앞선 박지성, 더 앞선 차범근이 떠오른다. 우상을 바라보며 꿈을 키운 후배들이 활약하는 시대, 아무도 가지 못한 세계 정상의 길을 향한 선구자의 도전과 노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10년 전 박세은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제안에도 불구하고 파리오페라발레단 준단원 1년 계약을 선택했다. 주인공 시켜 준다는데 엑스트라를 택한 꼴이니 프랑스 발레를 춤춰 보고 싶다는 열망이 꽤나 컸던 모양이다. 그녀를 사로잡았던 프랑스 스타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금은 그 매력의 주인공이 됐지만, 당시로서는 그저 이끌렸다고밖에 할 수 없는 큰 결심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영감을 주었고, 앞서 그 길을 걸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용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서희,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 등 수석무용수를 포함해 한국인 없는 세계 유명 발레단을 찾기 힘들 정도로 흔한 일이 됐지만 20년 전 김용걸은 국내에서의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해외 발레단 입단 오디션이라는 낯선 도전을 감행했다. 우연히 보게 된 한 편의 파리오페라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영상에 반해서였다. 딱히 주역 한 명의 춤이 아니라 의상·조명·장식을 포함한 고급스럽고 세련된 무대 전체에 매료된 것이다. 다행히 예상 밖의 좋은 결과에 준단원으로 입단했다. 솔직히 난 최근 박세은의 에투알 등극 소식만큼이나 당시 김용걸의 입단 소식이 놀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양인 선발도 예외였지만 발레단 자매학교인 파리오페라발레학교 출신이 아닌데 선발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내가 목격한 그 학교의 시스템은 커리큘럼은 물론이고 기숙사 생활을 통한 인성교육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프랑스 발레 무용수 육성에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가혹하리만큼 철저한 식단 관리까지. 그렇게 최소 6년 이상 길러진 졸업생 중 시험을 거쳐 발레단 최하위 등급에 입단하는 사정이니 지금도 소수의 인원만을 외부에서 선발하고 있지만, 김용걸의 입단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간 것과 같았다. 당시 에투알이었던 동료 발레리노 마뉘엘 르그리는 그를 ‘지독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방인으로서의 차별과 프랑스 출신이 아니라는 낯섦을 이겨 내기 위해 그는 남들보다 4배 이상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습벌레 김용걸은 그렇게 10년 가까이 노력하며 ‘쉬제’ 자리까지 올랐다. 프랑스 발레의 강점은 섬세함과 세련됨에 있다. 무용수의 동작, 시선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 습관은 물론 무대 밖 관객들의 공연을 대하는 태도까지 포함한 발레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과 자긍심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래서 더욱 프랑스인만의 구성을 지키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올 2월 발표한 문화 다양성 보고서와 함께 그 기류는 크게 달라질 조짐이다. 박세은의 쾌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만간 흑인 에투알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조류에 동참하는 것도 예술이 나아갈 중요한 방향이다. 한국 여자 골프가 그렇듯 한국 발레가 세계 중심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먹 가는 돌? 시인의 명품벼루를 본 뒤 그 입이 부끄러워진다

    먹 가는 돌? 시인의 명품벼루를 본 뒤 그 입이 부끄러워진다

    문방사우 중 하나의 ‘예술적 반전’‘위원화초석’·‘남포석’ 100점 엄선1000여점 수집… 관련 시도 80편벼루가 이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인 이근배 시인의 등단 60주년 기념 한국 옛 벼루 소장품전 ‘해와 달이 부르는 벼루의 용비어천가’가 마련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 들어서면 명품 벼루 100여점이 뿜어내는 예술적 향취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선비의 문방사우(종이, 붓, 먹, 벼루) 중 하나로만 여겨 온 벼루의 놀라운 반전이다. 시인의 벼루 사랑은 유별나다. 연벽묵치(硯癖墨痴·벼루 먹 수집에 미친 선비)를 자처한다. 그동안 수집한 벼루가 어림잡아 1000여점을 넘는다. 벼루와 관련한 연작시도 80여편을 썼다. 이번 전시에선 시인이 가장 아끼는 위원화초석 벼루 60여점과 남포석 벼루 40여점을 엄선해 내놨다.위원화초석 벼루는 조선 전기인 15~16세기 압록강 기슭 위원(渭原)에서 나오는 강돌로 만든 벼루로, 녹두색과 팥색이 시루떡처럼 층을 이룬 모양이 마치 풀과 꽃이 어우러진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산 정약용이 으뜸으로 꼽은 남포석 벼루는 19세기 이래 충남 남포군 성주산에서 채취한 돌로 제작했다. 벼룻돌에 새겨진 문양의 섬세함과 치밀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해와 달의 형상 주위에 새, 나무, 원숭이, 포도 등 온갖 생명체들을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새겨 넣었다. 단순히 먹을 가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품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명품 벼루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시인은 “농부가 밭이 있어야 농사를 짓듯 선비도 벼루가 있어야 글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서 “일생일연(一生一硯), 즉 평생에 좋은 벼루 하나를 갖기 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방사우 가운데서도 선비들의 각별한 애정을 받았다”고 예찬했다. 이어 “벼루는 한중일 세 나라에서 사용하는데 중국은 돌은 좋지만 조각 기술이 떨어지고, 일본은 좋은 돌도 기술도 없다”면서 “두 가지를 다 갖춘 한국 벼루가 세계 최고”라고 단언했다. 한학자이자 명필이었던 할아버지 곁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벼루를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벼루에 홀린 건 1973년 창덕궁에서 문화재관리국 주최로 열린 벼루전시회를 본 직후였다. ‘좋은 벼루를 갖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100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중국 벼루를 처음 수집했다. 중국 벼루가 최고인 줄 알던 때였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 벼루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물불 안 가리고 수집에 나섰다. “요즘도 벼루 전시회나 박물관 등에 가면 혹시 내 벼루보다 뛰어난 게 있을까 하는 기대와 내 벼루보다 좋은 벼루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는 시인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내 벼루보다 나은 건 못 봤다”며 웃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바이올린 한 대로 바흐와 숨을 쉰다

    바이올린 한 대로 바흐와 숨을 쉰다

    20대부터 꿈꾼 ‘도전의 시간’ 오늘 시작“저도 관객도 오롯이 한 흐름에만 집중코로나 탓 멈춘 동안 바흐 작품 더 공감전곡 완주, 어렵지만 행복한 세계 있어”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25일부터 관객들과 도전의 시간을 나눈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3곡)와 파르티타(3곡) 전곡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여정을 25일 대전예술의전당, 26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이어 다음달 1일 경기아트센터까지 이어 간다. 두 시간 남짓 반주자 없이 연주자 홀로 무대를 가득 채워야 하는 데다 고도의 테크닉과 섬세함도 필요로 하는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전곡 연주는 연주자는 물론 관객들도 함께 과제를 풀듯 긴장하게 되는 시간이다. 하루에 전곡을 소화하는 무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자가격리 기간 중 서면으로 만난 주미 강은 “전곡을 하루에 연주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라고 꼽으면서 “여섯 곡을 하나의 호흡으로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주하는 제 자신도, 관객도 오롯이 이 한 흐름에 집중해 바흐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 전달하려 한 메시지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면서다.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그렇듯 ‘바이올린의 성서’로도 불리는 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주미 강에게도 20대부터 꿈꾼 프로젝트였다. 2019년 포르투갈 마르바오 페스티벌에서 사흘에 걸쳐 전곡을 연주하며 뿌듯해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았다. 지하에 있는 공연장이라 관객의 안전을 위해 하루에 다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19로 멈춤과 고독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다시 바흐 앞에 그를 서게 했다. 지난 연주의 아쉬움을 돌아보면서 바로 지금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흐의 메시지를 찾은 것이다. “코로나19로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 답답함이 특히 바흐를 연주할 때 필요하고 느끼게 되는 감정들 같아요. 우리 모두가 함께 이런 감정을 겪는 이 시점에 바흐 작품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15분씩 두 차례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내내 홀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무대. 주미 강은 “체력보다도 끝까지 가져가는 집중력이 도전”이라면서 “그 도전은 연습으로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단단히 준비가 됐음을 내비쳤다. 전체 흐름이 중요한 만큼 전곡을 통틀어 완주하는 훈련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주미 강은 “겉으로는 어렵고 고통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그 안을 파고들면 무엇보다 자유롭고 풍부한, 꽤나 행복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저에게 바흐는 언제나 일용할 양식이자 매일 함께하는 성경”이라면서 “생애 끝까지 계속해서 바흐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클라라 주미 강, 바흐 무반주 전곡 도전… “바로 지금, 더 깊이 공감할 거란 확신”

    클라라 주미 강, 바흐 무반주 전곡 도전… “바로 지금, 더 깊이 공감할 거란 확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25일부터 관객들과 도전의 시간을 나눈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3곡)와 파르티타(3곡) 전곡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여정을 25일 대전예술의전당, 26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이어 다음달 1일 경기아트센터까지 이어 간다. 두 시간 남짓 반주자 없이 연주자 홀로 무대를 가득 채워야 하는 데다 고도의 테크닉과 섬세함도 필요로 하는 바흐의 바이올린 무반주 전곡 연주는 연주자는 물론 관객들도 함께 과제를 풀듯 긴장하게 되는 시간이다. 하루에 전곡을 소화하는 무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자가격리 기간 중 서면으로 만난 주미 강은 “전곡을 하루에 연주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라고 꼽으면서 “여섯 곡을 하나의 호흡으로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주하는 제 자신도, 관객도 오롯이 이 한 흐름에 집중해 바흐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통해 전달하려 한 메시지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면서다. 많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그렇듯 ‘바이올린의 성서’로도 불리는 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주미 강에게도 20대부터 꿈꾼 프로젝트였다. 2019년 포르투갈 마르바오 페스티벌에서 사흘에 걸쳐 전곡을 연주하며 뿌듯해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았다. 지하에 있는 공연장이라 관객의 안전을 위해 하루에 다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19로 멈춤과 고독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 다시 바흐 앞에 그를 서게 했다. 지난 연주의 아쉬움을 돌아보면서 바로 지금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흐의 메시지를 찾은 것이다. “코로나19로 느끼는 외로움과 단절, 답답함이 특히 바흐를 연주할 때 필요하고 느끼게 되는 감정들 같아요. 우리 모두가 함께 이런 감정을 겪는 이 시점에 바흐 작품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15분씩 두 차례 인터미션을 제외하고 내내 홀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무대. 주미 강은 “체력보다도 끝까지 가져가는 집중력이 도전”이라면서 “그 도전은 연습으로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단단히 준비가 됐음을 내비쳤다. 전체 흐름이 중요한 만큼 전곡을 통틀어 완주하는 훈련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주미 강은 “겉으로는 어렵고 고통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그 안을 파고들면 무엇보다 자유롭고 풍부한, 꽤나 행복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저에게 바흐는 언제나 일용할 양식이자 매일 함께하는 성경”이라면서 “생애 끝까지 계속해서 바흐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고객만의 색상 무궁무진… 360가지로는 아직 부족”

    “고객만의 색상 무궁무진… 360가지로는 아직 부족”

    삼성디지털프라자 서울 강남본점 6층에 마련된 ‘비스포크 아틀리에’는 ‘색의 향연’을 주제로 한 전시회장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냉장고 외관 패널 색상의 선택 범위를 360가지로 늘린 ‘프리즘 컬러’가 적용된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전에 ‘세상의 모든 색상’을 담겠다는 발상의 전환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삼성전자 R&D캠퍼스에서 생활가전사업부 감성디자인그룹의 김소희 그룹장을 만나 비스포크 프리즘 컬러의 탄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객의 취향이 이렇게까지 섬세할 줄은 몰랐어요. 특정 브랜드의 특정한 색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원하는 색상을 말씀하더군요.” 지난해 새로운 디자인 기획 구상에 들어간 김 그룹장은 다양한 소비자와 전문가 그룹,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두루 만난 뒤 가장 먼저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전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이 웬만한 전문가 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전 디자인 분야에 20년째 몸담는 동안 고객의 취향은 다양함을 넘어 섬세함과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김 그룹장은 “‘이거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색상을 보여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기획 회의는 학창 시절 채도와 명도를 공부하는 미술수업을 떠올리게 했다. 가전 패널 색깔이 300개가 넘는다고 놀랄 수 있지만 첫 기획 단계에서 준비한 색상은 천 단위가 넘었다. 각각의 색이 갖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며 김 그룹장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소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였다. “‘컬러의 개수에 종속되지 말고 자유로워져라’,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꾸자’는 격려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당초 우려와 달리 프리즘 컬러를 본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이 사장 등 임원들의 격려에 힘을 얻은 감성디자인그룹의 작업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김 그룹장은 “주문·배송부터 애프터서비스(AS)까지 제품을 운영하는 시스템과 규모가 완전히 달라지는 시도인데, 회사에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기존 대기업 물류시스템에서 이러한 선택지를 만든 것은 엄청난 혁신”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출시한 비스포크 냉장고는 22가지 종류의 패널을 기본 옵션으로 360가지 색상을 골라 조합할 수 있다. 이들 색상은 글로벌 페인트 기업인 ‘벤저민 무어’와의 협업으로 개발됐다. 벤저민 무어는 매년 ‘트렌드 색상’을 제안하며 전 세계 인테리어 업계에 영향을 주는 기업이다. 앞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포커스그룹인터뷰(FGI)에서도 벤저민 무어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선호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앤디 리멘터 등 유명 작가들의 톡톡 튀는 작품도 제품 패널로 선택할 수 있다. 김 그룹장은 “벤저민 무어도 비스포크 가전과 어울리는 도료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던 상황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게 돼 순조롭게 협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제 비스포크 제품을 전문적으로 설치해 주는 가구업체까지 생겼다”면서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고객은 색상을 보면서 온도와 촉각까지 느낍니다. 시각만이 아닌 공감각적으로 제품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김 그룹장은 현재 선보인 색상으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각각의 색상에 고유의 이야기를 담아 더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소재와 마감까지 고려하면 선택지는 더 많아진다. “같은 흰색, 회색을 선택할 때도 고객은 어느 정도 톤을 원하는지 정확히 얘기합니다. 더 많은 색이 필요하고, 매칭할 수 있는 색상도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 다른 질감의 색상을 요구하는 고객은 언제든 다시 나올 겁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남성 중심 서사가 만들어 내는 차별적 세상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남성 중심 서사가 만들어 내는 차별적 세상

    지난해 11월 미국의 선거일을 앞두고 위키피디아에서는 작은 소동(목격자에 따라서 전쟁에 가까운 분란)이 있었다. 아이오와주 상원의원 자리에 도전하는 민주당의 테리사 그린필드라는 여성 후보에 관한 항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흔히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특히 영문 위키피디아의 경우) 많은 자원봉사 편집자가 철저한 원칙과 룰을 바탕으로 올라오는 글을 검토하고 기준에 못 미칠 경우 편집하거나 삭제한다. 특정 인물에 관한 항목은 ‘전기’(biography)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문 위키피디아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키피디아는 아무나 자기 이름과 경력을 올리고 홍보하는 웹사이트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린필드의 경우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임에도 일부 편집자가 “자격에 미달한다”고 항목 생성을 거부하면서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그걸 정하느냐”는 논쟁이 생긴 것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위키피디아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까지 개입하게 됐고, 지금은 그린필드의 항목이 생겼지만 그 과정에서 위키피디아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작성자, 편집자가 남성 일색이라는 현실이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12개 언어로 된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90%가 자신을 남성이라고 밝혔다. 돈도 주지 않는 일에 왜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모여 글을 쓰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긴 논의가 필요하지만, 원인이야 어찌됐든 그 결과는 심각하다. 현재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특정 인물을 다루는 전기 항목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지나지 않는다. 즉 위키피디아는 남성들이 모여 남성에 관한 글을 쓰는 장소인 셈이다.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을 표방하는 “세계 최대의 집단지성 네트워크”는 남성들을 위한, 남성들의 사이트가 됐다.‘누가 작성하든 잘만 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넷플릭스의 드라마 ‘지니 앤 조지아’에는 흑인 여학생인 주인공이 영문학의 고전들을 읽는 상급반 수업 첫 시간에 교사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생님이 나눠준 강의계획서에 등장하는 책 16권 중에서 14권을 남성 저자, 15권을 백인 저자가 썼다는 거다. 학생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세계를 보는 방식을 내재화하게 되는데 저자들이 대부분 백인 남성이라면 흑인 여성인 자신의 목소리는 죽어 버린다는, 당돌하면서도 정확한 지적이었다. 물론 드라마 속의 대사이지만 주인공의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강하게 제기된 주장이고, 벌써 많은 학교가 이를 받아들여 여성과 다양한 인종의 글을 수업에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내가 받은 교육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1980년대 후반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수업 시간, 특히 국어 시간에 교과서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남성 저자의 글이었다. 지금도 별로 개선된 것 같지 않다. 2018년 중학교 1학년 8개 과목 교과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등장인물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드러났다고 한다. 그리고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에서 이름이 밝혀진 저자 중 여성은 20%가 조금 넘는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은 남성이 만물의 중심이고, 여성은 남성에 의해 묘사되고, 인격을 잃고 객체화되는 세상이다. 오혜진 문화연구자는 김훈의 소설에서 여자들은 “늘 냄새로만 존재”한다고 비판한다. 김훈은 여성 등장인물들을 ‘가랑이의 젓국 냄새’, ‘젖냄새’ 등의 수식어로 묘사하고, 세월호 3주기를 기념한 글에서도 ‘젊은 어머니의 몸냄새’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여성은 그저 자신의 후각으로 인지되는 살덩어리일 뿐이다. 그런 김훈도 같은 1940년대에 출생한 조정래에 비하면 거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작가처럼 보인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하소설로 꼽히는 ‘태백산맥’은 끔찍한 수준의 성폭력 묘사로 가득하다. 대부분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장면이라서 넣었다기보다는 남성의 시각에서 즐기도록 묘사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겪는 인격 파괴보다는 폭력을 가하는 남성, 혹은 그 장면을 지켜보는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몸을 관찰할 뿐 아니라 심지어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이 가해자 남성을 기다리고, 성폭력을 당하는 중에 흥분하고 있다는 묘사까지 빼놓지 않는 태백산맥은 한국문학의 수치스러운 과거라 판단한다. 하지만 이 작가들을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그들이 작가가 되기까지 읽었던 책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성장하던 1950~1960년대에 여성 작가가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글을 얼마나 읽을 수 있었을까? 김훈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자를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매우 서툴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안 쓰면 될 거 아니냐는 말이 튀어나오는 걸 꾹 참고, 그들이 여성이 쓴 글을 읽을 수 없었던 환경을 생각해 보자. 여성은 왜 등단하기 힘들었으며, 여성이 쓴 글은 왜 출간되지 않았을까? 그 답 역시 남성 작가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역시 1940년대생 소설가인) 박범신은 여성 소설가 정유정의 작품 ‘7년의 밤’에 쓴 추천사에서 정유정은 “그리스 신화 속의 여전사 아마존”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이유는 정유정의 “힘 있는 문장과 압도적인 서사”가 “여성 작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여러 문학적 함정들을 너끈히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라고 ‘칭찬’한다. 즉 남성의 문체는 여성의 문체보다 우월한데, 정유정은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남성적인 글을 쓰니까 추천한다는 얘기다. 나이 든 남성 작가들이 그렇게 (스스로) 감탄해 마지않는 남성적인 글이라는 게 맨날 여성의 살냄새 얘기, 젖가슴 타령이라는 점에서 남성적 서사가 좋은 글의 기준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눈은 세상의 기준이 됐고, 여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가령 몇 해 전 한성숙 네이버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을 때 쏟아져 나온 기사들은 하나같이 그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가졌다고 썼다. 진부한 묘사를 사용한 게으름은 둘째 치고, 그가 한국 최대 인터넷 기업의 대표 자리에 가기까지 해낸 업적과 보여 준 업무 능력도 그런 기사를 쓴 사람들 눈에는 그저 명절날 부엌에 앉아 묵묵히 전을 부치는 맏며느리의 장점 정도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어디에서부터 고쳐야 할까? 여성의 목소리가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자가 역사를 쓰기 전까지 모든 사냥의 역사는 사냥꾼을 위대하게 묘사할 것”이라는 격언처럼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소비하기 전까지 세상은 남성들만을 찬양할 것이고, 여성들을 찬양할 때는 ‘모성애’, ‘여성 특유의’ 따위의 족쇄를 붙일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서시장에서는 “남성 작가가 쓴 책을 여성 독자들이 읽는다”고 했지만 더이상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남성들의 진부한 시각에 질린 여성 독자들이 여성이 쓴 책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는 남성 작가들이 이름을 약자로 숨기거나 여성 필명을 사용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어느 나라나 책을 사는 사람들은 여성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남성 작가들은 갈수록 책을 팔기 힘들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다른 할리우드 스튜디오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여성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발굴해 일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전히 남성이 많지만 여성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의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넷플릭스에서 만나는 작품 중에는 성평등적 묘사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지니 앤 조지아’ 역시 작가와 프로듀서가 모두 여성이고, 에피소드의 감독들도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이 만들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대사였던 거다. 과거의 “명작”들이 차별적 묘사들 때문에 버림받는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인류의 절반에게만 기회를 줬을 때 나온 작품보다 앞으로 모두에게 기회를 줄 때 나올 작품이 훨씬 더 뛰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우선 성차별적 작품들, 남성 중심의 서사로 자라나는 여자아이들의 사고를 제한하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인류 사회는 보잘것없고 편견에 찬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장하고 발전했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신예작가 김예령 판화전시 서울갤러리에서 열려

    신예작가 김예령 판화전시 서울갤러리에서 열려

    신진작가 김예령 작가가 판화전시 ‘김예령전’을 연다. 김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하다가 수업 중 판화를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판화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김예령 작가에게 판화는 예술이 무엇인지 탐구해가는 과정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언뜻 추상화 같이 보인다. 작가는 반추상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보이는 모양이 무엇인지 연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보는 재미가 반감된다. 김예령 작가가 작업하는 판화기법은 ‘콜라그래피’라고 하는데 사물을 직접 판에 붙여 찍어내는 볼록 판화(직판화) 기법으로 ‘콜라주 판화’라고도 한다. 김 작가가 경험한 콜라그래피는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작업에 임해도 계획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는 것은 그리는 대로, 찍어내는 것은 찍어내는 대로, 종이의 상태에 따라, 지판의 상태와 성질에 따라, 잉크의 점도에 따라 모두 다른 작품이 탄생해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고 한다.전시작품 ‘길’은 밧줄의 모양에서 찍어내는 방식의 판화의 섬세한 프레싱 표현을 엿볼 수 있다. ‘해넘이’는 바닷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표현했다. 해가 넘어가는 풍경이 해안선을 따라 춤추듯이 움직인다. ‘소나기’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작가는 소나기라고 하지만 어떤 이는 올챙이가 헤엄치는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재료와 기법을 탐구해가는 과정을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녹아내고, 재질감이나 표면의 결이 노골적으로 또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방식이 관람객에게 흥미와 재미를 준다. 김 작가는 그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우연성과 찍어내는 표현의 섬세함이 오히려 작가를 살게 한다고 전한다. 김예령 작가는 동덕여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공모전 특선을 수상했다. 작가로서 아직 내세울 프로필이 많지 않지만 판화 작업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판화 공부를 좀 더 깊이 하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고자 한다.전시는 서울신문사(프레스센터) 1층의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3월25일까지 열린다.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 21 S/S 뉴 베이직 라인 출시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 21 S/S 뉴 베이직 라인 출시

    비첸차와 발렌자, 피렌체, 밀라노, 아레초 등 이탈리아 각 도시의 뛰어난 세공 기술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해 ‘삶의 가치를 빛내주는 이탈리아 헤리티지’를 실현하는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이 21 S/S 시즌 을 맞아 뉴 베이직 라인을 출시했다.‘코르테 라인(Córte Line)’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안뜰에 있는 꽃과 풀잎, 물방울 등 자연적인 모티브를 메트로시티만의 데일리한 감성으로 풀어냈으며, 메트로시티의 시그니처 로고를 배제한 Non-Symbol (넌심벌) 베이직 라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일상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베이직한 디자인에 섬세함을 더해 올봄 스타일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짧게 흔들리는 라운드 스톤이 포인트인 주얼리와 정원에 드리우는 따뜻한 햇살을 중앙의 화이트 스톤으로 표현한 주얼리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안뜰에 소담하게 핀 플라워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싱그러운 이슬과 자연적인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은 주얼리는 섬세하게 세팅된 화이트 스톤을 활용해 정원에 맺혀 반짝이는 이슬을 표현했으며, 메탈 꼬임 디테일과 화이트 스톤이 돋보이는 모던한 미니 사이즈 주얼리는 데일리로 착용하기에 알맞다.브랜드 관계자는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이 새롭게 선보인 코르테 라인은 아름답고 싱그러운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라며 “아울러 이탈리아 주얼리의 고급스러운 섬세함이 데일리룩에 은은한 반짝임과 화사함을 더해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 코르테 라인은 전국 백화점 매장과 공식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성규·이효철·윤후명·안종현, 제62회 3·1문화상 수상자 선정

    이성규·이효철·윤후명·안종현, 제62회 3·1문화상 수상자 선정

    재단법인 3·1문화재단(이사장 김기영)은 제62회 3·1문화상 수상자로 이성규 서울대 명예교수, 이효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윤후명 소설가, 안종현 연세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인문·사회과학 부문 학술상 수상자인 이성규 교수는 중국 고대국가의 통치와 문명을 창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중국 고대사 연구 및 역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제시한 공을 인정받았다. 자연과학 부문 학술상을 받는 이효철 교수는 화학반응에서 분자 내 결합 형성의 근본적 원리 규명에 매진하면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는 등 구조동역학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 석학으로서 대한민국의 화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예술상 수상자인 윤후명 소설가는 오랜 창작 활동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고독의 문제를 깊이 있게 그려냄으로써 한국 현대소설의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널리 알린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안종현 교수는 이차원(2D) 나노소재의 대면적 대량 합성 원천 기술과 이를 이용한 플렉서블 웨어러블 전기·전자, 바이오 헬스케어 소자 적용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차원 나노소재 상업화와 국내 연구개발 분야 개척에 공헌해 기술·공학상 수상자가 됐다. 3·1문화상은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조국의 문화 향상과 산업 발전의 기반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1959년 제정돼 이듬해 3월 1일 첫 시상식을 열었다. 1966년 8월에 재단법인 3·1문화재단 설립으로 이어져, 현재 대한유화 주식회사(회장 이순규)에 의해서 운영되는 공익 포상 제도이다. 각 수상자에게는 상패, 휘장 및 상금 1억원을 준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3월 1일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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