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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대선주자 ‘도 넘은 공약’… “실현 가능성 없는 인기영합”

    민주 대선주자 ‘도 넘은 공약’… “실현 가능성 없는 인기영합”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공약이 너무 나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질러놓고 보자’ 식의 무리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자구책이라지만 인기영합주의라는 비판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호남 표심을 겨냥해 “광주로 기아자동차(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이전을 추진해 자동차기업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등 광전자 분야 대기업의 광주 이전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준호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공장 이전이 아닌 본사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문제로 대통령이 결정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면서 “이전 유도를 위해 국가 예산을 인센티브로 지원한다면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 후보는 또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는 대통령 박물관 등으로 쓰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겠다고 했으나 ‘정치적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 3477개 읍·면·동 사무소를 ‘문화의 집’으로 전환하는 계획은 예산 부족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손학규 후보는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제도를 도입하고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를 2주일간 확대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강현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사기업의 휴가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건 사적 자치 침해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판중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근로계약은 사적 계약이 원칙이며 국가가 강제할 게 아니라 노사 사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손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가정 폭력 가해자의 현장체포우선제 도입을 공약으로 밝혔으나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제적 체포를 당하면 배우자에게 앙심을 품어 보복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정치인들이 범죄 예방효과에 대‘한 자료 분석 없이 정치적 수사로 여성 표를 공략하겠다는 대표적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후보는 불임·난임 부부 검사 및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고령 산모 대상으로 필수 검사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주장했다. 박준영 후보는 목욕탕이 없는 전국 읍·면·동에 목욕탕을 설치하는 공약 등을 내놨다. 안 교수는 “정 후보의 경우 예산 지원에 있어서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모든 정책 공약은 예산을 포함해 사회적 타당성과 합리성 여부를 검증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후보가 성희롱 산업재해 인정, 모든 사회 부문에서 여성 30% 할당 등을 여성 공약으로 발표한 데 대해 배 교수는 “취지는 좋으나 기업이 여성 인력 고용을 꺼려 하거나 인력배치에 불이익을 주는 등 여성 일자리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주리·송수연기자 jurik@seoul.co.kr
  • 北, 이산상봉 거부…南 진정성 의문?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을 지난 9일 거부함에 따라 현 정부 내 남북 간 관계개선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지난 8일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이달 17일 개성이나 문산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측은 대북제재 수단인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우리 정부는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은 이산가족 문제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생존자의 79.6%가 70대 이상 고령이며 이 문제가 남북 간의 분위기 전환과 대화채널 복구를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의미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제의에서 정부의 전략이 미흡했음을 지적하며 진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도 북측의 인도적 문제인 수해를 외면한 점과 최근 북·일 대화와 북·미 대화가 추진되자 위기의식을 느껴 성급히 추진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에서 인도적 문제인 수해로 100명 이상이 죽었는데 이를 외면하는 우리 정부에 북측이 진정성을 느낄지 의문”이라며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간의 비공식 접촉과 북·일 간의 적십자 회담 등 대화 분위기에 우리 정부만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으로 졸속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소한 북측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서 타협을 이루면서 점진적인 신뢰 구축이 선행됐어야 했다.”며 “북·미 간의 고위급 회의 등 큰 변수가 있지 않고서는 현 정부 남은 임기 내에 대화채널 복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신발 벗겨지고 곤봉 더듬어도 요정의 기적☆ 11일밤 계속된다

    신발 벗겨지고 곤봉 더듬어도 요정의 기적☆ 11일밤 계속된다

    신발이 벗겨지고 곤봉을 더듬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국민 요정’다운 연기였다. 10일 런던 웸블리아레나에서 끝난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이틀째. 손연재(18·세종고)는 예선 첫날인 지난 9일 후프와 볼에서 각각 28.075점, 27.825점을 받아 중간합계 55.900점으로 24명 중 4위로 연기에 나섰다. 이날은 취약 종목인 곤봉으로 시작했다. 순탄치 않았다. 시작부터 곤봉을 더듬고 중간에 신발까지 벗겨졌다(작은 사진). 규정된 연기시간(1분30초)도 1초 초과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본 점수는 26.350. 세 종목 중간합계는 82.250점으로 7위로 곤두박질했다. 운명의 4번째 종목은 리본이었다. 22번째로 등장한 손연재는 푸치니의 ‘나비부인’ 아리아에 맞춰 우아한 손짓과 현란한 몸놀림으로 붉은색 리본을 풀어냈다. 이번엔 만족스러웠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손연재는 28.050의 높은 점수를 받자 결선행을 직감한 듯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4개 종목 합계 110.300. 6위에 오른 손연재는 10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손연재는 “너무 행복하다. 내일 결선에서는 메달보다도 후회 없이 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 오른 건 손연재가 처음이다. 지난 1988년 서울대회에서 홍성희와 김인화가 나섰으나 각각 29위와 31위. 4년 뒤 바르셀로나에서 윤병희와 김유경도 실패했다. 베이징대회에선 신수지(세종대)가 12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등록선수 150명에 불과한 한국 리듬체조의 현주소였다. 하지만 손연재는 수년 전 박태환·김연아가 척박한 토양에서 꽃을 피웠던 것처럼, 기적의 첫 걸음을 뗐다. 그의 눈부신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4년 뒤 ‘리듬체조의 김연아’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손연재가 리듬체조를 처음 접한 건 다섯 살 때. 타고난 유연성과 길쭉한 팔·다리, 요정 같은 얼굴은 물론 근성까지 갖춘 손연재는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세종초 6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2009년 슬로베니아 월드컵(주니어 부문)이 운명을 바꿨다. 개인종합 등 3관왕에 오른 손연재를 눈여겨본 리듬체조계의 ‘대모’ 비너르 러시아 협회장에게 눈도장을 찍힌 것. 그의 주선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드미트리예바 등 러시아 대표팀과 함께 노보고르스크 센터에서 하루 10시간의 지옥훈련을 했다. 덕분에 지난 4월 러시아 펜자 월드컵에서는 개인종합 4위에 오를 만큼 ‘폭풍성장’을 했다. 훈련보다 가혹한 건 체중 조절이었다. 166㎝의 키에 45㎏을 유지하기 위해 샐러드와 시리얼, 요구르트만 먹었다. 리듬체조 선수의 체지방(5%)은 보통 여성(20%)의 4분의1 수준. 점프와 회전이 많아 몸이 무거우면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에 도착한 뒤로는 세 끼 모두 요구르트, 과일, 수프로 배를 채웠다. 가끔 먹던 닭 가슴살도 끊었다. 그러나 완벽한 자기 관리 덕에 예선 이틀 동안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SK이노, 특허전쟁 1심 승소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한 리튬 2차전지 분리막 특허 분쟁에서 1차 승리를 거뒀다. 특허심판원은 LG화학의 리튬 2차전지 분리막 특허 무효심판 심결에서 심판 청구인인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효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특허심판원은 “핵심 기술인 분리막에 도포된 활성층 기공 구조에 대한 특허청구 범위가 너무 넓어 선행기술 분리막의 기공 구조를 일부 포함하고 있고, 전지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한 일부 효과 또한 차이가 없는 부분이 있어 LG화학의 특허에 신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효 이유를 밝혔다. 이번 심결은 LG화학의 특허가 선행 기술에 비해 신규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고, 특허청구 범위가 너무 넓게 작성돼 선행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허심판원의 무효 심결이 있었지만 특허권자인 LG화학이 특허 법원에 무효 심결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무효 확정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분리막 특허는 기존 분리막에 비해 열 수축과 전기적 단락이 발생하지 않아 전지의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한 기술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이 기술을 ‘SRS’라는 명칭으로 2차전지에 채용해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HP, 현대기아차, GM, 르노, 포드 등에 판매하고 있거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분리막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SK이노베이션도 이에 맞서 LG화학의 분리막 특허에 대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SK는 지난달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부품 회사인 콘티넨탈사와 전기차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3분기에는 20kWh급 순수전기차 1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200MWh 규모의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피스토리우스, 지옥에서 천국으로

    어이없는 충돌 사고로 무산될 뻔했던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전이 극적으로 이어지게 됐다. 9일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600m 계주 예선. 피스토리우스가 포함된 남아공 계주팀은 레이스 도중 발생한 사고로 경기를 포기했다. 당초 남아공의 세 번째 주자로 뛸 예정이었던 피스토리우스는 옆 레인의 주자들이 모두 튀어 나간 뒤에도 한동안 정면 트랙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서 있었다. 사고는 각 팀 두 번째 주자의 레이스에서 일어났다. 남아공의 오펜체 모가와네가 바통을 들고 뛰는 도중 빈센트 키이루(케냐)와 부딪혀 넘어졌다. 키이루는 다시 일어나서 달렸지만 모가와네는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는 필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다가 레이스가 모두 끝난 뒤에야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피스토리우스는 트랙을 달려보지도 못한 채 비장애인들과 뜀박질하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이번 런던올림픽 일정도 끝나는 순간이었다. 피스토리우스의 질주를 기대했던 관중들도 아쉬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남아공 대표팀에 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케냐 선수가 트랙을 가로지르다 방해한 탓에 넘어졌다.”며 대표팀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낸 제소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IAAF 제소위원회는 남아공을 결선에 진출시키기로 했다. 제소위원회는 경기를 마치지 못한 선수나 팀에 대해서도 상위 라운드로 올릴 권한을 가지고 있다. 남자 1600m 계주 결선은 11일 새벽 5시 20분에 열린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文 “투명대선 협약” 孫 “강원은 내사랑”

    文 “투명대선 협약” 孫 “강원은 내사랑”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당의 검증 공세에 이어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자 3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호재’를 만난 듯 바닥 다지기에 전념했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후보에게 투명선거협약에 조속히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적진에서 박 후보와 선명한 대립각을 세워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비공식 후원을 받지 않고 대선자금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후보의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 재산도 공개하자고 제안했는데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아직 답이 없다.”고 압박했다. 정세균 후보도 이날 교육운동단체 ‘사교육 없는 세상’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비정상적인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교육 규제법’의 입법을 공동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에서 주민들에게 과일 화채를 대접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손학규 후보는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 명의 의원도 내지 못한 강원도를 공략했다. 손 후보는 원주에서 의료기기 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원주는 1975년 (민주화 운동으로) 도피 생활할 때 저를 보호해 준 곳이며 사회 앞날을 열어 줬다.”면서 “원주를 의료기기 생산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이틀째 유세를 벌인 김두관 후보는 한국노총 제주지부와 제주 도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했다. 김 후보는 한노총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남지사 당시) 경남 민주도정협의회 운영 경험을 살려 민주국정협의회를 구축해 노동계와 협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캠프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252명이 응답한 광주·전남기자협회 설문조사에서 김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40.1%로 선두를 기록했다. ‘호남은 김두관’, ‘바닥 정서는 김두관’”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친노 지지층이 겹치는 문재인·김두관·정세균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반면 손 후보 측은 “강 회장과는 인연이 없다.”며 조문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6)미국 부자와 아프리카 농부의 꿈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6)미국 부자와 아프리카 농부의 꿈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동북쪽으로 73㎞ 떨어진 무랑가 지역의 사바사바 마을에서 만난 중년 여성 사비나(64)는 이웃 주민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성공한 농부다. 고작해야 소 몇 마리 키우거나 소규모 농사를 짓는 영세 농가가 대부분인 이 마을에서 사비나는 소의 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한 과학적 축산을 하고, 7000㎡(약 2100평) 규모의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문턱에도 가 보지 못했다는 사비나는 독학으로 글을 깨칠 정도로 활달한 성격과 진취적 성향이 두드러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그녀 역시 다른 소농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개념은 희박했다. 그저 열심히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었을 뿐 수확물을 어떻게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또 농가소득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딱히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을 뜨게 한 것은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이 케냐 최대 은행인 ‘에쿼티 뱅크’와 손잡고 개설한 경제교실 프로그램이었다. 사비나는 지난해 12주 과정을 수료하고, 인증서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에쿼티 뱅크에서 농가를 위한 저리 자금을 대출받아 물 펌프를 설치하고, 외양간을 증축하는 등 농사에 비즈니스 개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지난해 연 소득은 4만 실링(약 480달러, 55만원)으로 늘었다. 케냐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467달러이고, 케냐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업 소득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고소득이다. 사비나는 “착실하게 돈을 모아 나이로비에 건물을 짓는 게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아프리카 농부 사비나의 꿈은 대서양 건너편 미국 부자와 연결돼 있다. 사비나가 도움을 받은 AGRA는 2006년 록펠러재단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아프리카 농가들의 빈곤 타파를 목적으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기구다.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AGRA는 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 각국의 농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AGRA는 사바사바 마을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AGRA의 교육 지원으로 2008년 마을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기껏 농사를 지어도 중간도매상의 농간에 헐값으로 농작물을 넘겨야 했던 농가들이 힘을 합쳐 생산과 가공, 판매를 주도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증대됐고, 농산물의 부가가치도 높아졌다. 알렉스 가마우(55)조합장은 “조합이 생기기 전에는 바나나 1㎏에 40실링을 받았는데 이제는 70실링을 받는다.”며 흐뭇해했다. 슈퍼 부자의 기부가 아프리카의 농가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180㎞ 거리에 위치한 키투이 지역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영국 식민지배를 거치며 이 지역은 케냐의 다른 농촌 마을들처럼 전통 농작물 대신 값싼 외국 농작물 종자를 수입해 농사를 지어 왔다. 마나구(가지의 일종) 같은 전통 농작물은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고, 외국 농작물 비중은 80%를 넘었다. 그러다 2008년부터 생물다양성 연구를 위한 비영리 기구인 ‘바이오버시티 인터내셔널’(BI)의 지역 특산 농작물 지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10여종의 전통 채소를 다시 재배하기 시작했다. 1주일에 두 차례 열리는 마을 장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소는 단연 마나구였다. 채소 판매상 레나 무상기(35)는 “마나구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갖다 놓기 무섭게 팔린다.”고 말했다. 이때 한 청년이 장터를 돌며 상인들에게 뭔가를 팔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취재에 동행한 BI의 일본인 연구원 모리모토 야스유키 박사는 “BI가 구입한 마나구 씨앗을 싼값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료로 나눠 주는 것보다 소액의 돈을 받고 파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탈리아에 본부가 있고, 나이로비 등에 지부를 둔 BI는 농업생물자원의 다양성을 확보해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기아퇴치를 돕는 연구·교육 기관이다. 국제농업연구협의그룹(CGIAR)에 속해 있는 BI는 재정의 대부분을 각국 정부와 CGIAR로부터 지원받지만 일부는 민간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모리모토 박사는 “케냐 빈곤 계층, 특히 여성과 아동의 영양 확보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연구에 게이츠 재단이 1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게이츠 재단이 아프리카 농가를 위해 기부한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축산연구소(ILRI)를 통해 아프리카 농업 혁명을 이끌 과학자들을 후원하는 기금 조성에 동참하고 있다. ILRI의 회의실에는 2009년 빌 게이츠가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기념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다. ILRI 파견연구원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조창연 박사는 “아프리카 각국 과학자들이 연구소에서 3~6개월간 연구하고 귀국해 현장에 새로운 지식을 접목한 뒤 다시 연구소로 돌아와 연구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자들의 자선행위가 단순한 기부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본 케냐의 농촌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부자들의 기부는 그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농민 대다수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바사바 마을의 농부도, 키투이의 채소 상인도 미국인 갑부 빌 게이츠가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게이츠 재단을 비롯한 민간 공익재단들이 농가에 돈이나 물품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전문가 조직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간접 지원 방식을 철저히 고수한 까닭이다. 키투이에서 만난 마을 지도자 피터 물라(43)는 “빌 게이츠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면 금방 사라져버렸을 것”이라며 “효과가 늦게 나타나더라도 간접 지원이 낫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부자들의 기부 방식은 아프리카 농부들의 삶에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었다. 글 사진 나이로비(케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8000시간 봉사… 빨간명찰의 천사

    8000시간 봉사… 빨간명찰의 천사

    경북 포항 해병대 상륙지원단에서 근무하는 이찬우(37·사관후보생 97기)대위는 22년 동안 장애인을 위해 8000시간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지난 1990년 3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해 지난 5월에 한국장애인봉사협회 기준 8000시간의 봉사활동을 달성했다. 8000시간은 2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1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 겨우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대위의 선행은 고교 재학시절 오르막길을 힘겹게 가던 장애인 휠체어를 도와주면서 시작됐다. 이 대위는 “당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망설이다 장애인을 돕고 나니 너무 뿌듯해 곧바로 한국장애인봉사협회에 가입했다.”며 “저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타인이 주는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위는 “학창시절에는 매일 봉사했으나 10년전 해병대 장교로 임관한 뒤부터는 주말에만 활동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토요일 아침 8시만 되면 협회에서 지정해 준 장애인과 하루를 함께 시작한다. 목욕을 시켜 주고 병원에 동행해 보호자가 돼 주기도 한다. 약을 받아와서 먹이고 매끼 식사를 수발하는 것도 이 대위의 몫이다. 장래희망으로 봉사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현재 사회복지사 1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 대위는 “장애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몸과 마음이 즐거워진다.”며 활짝 웃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8000만원 찾아준 택시기사에 사례금은 고작 2만원?

    8000만원 찾아준 택시기사에 사례금은 고작 2만원?

    출근하자마자 거액을 발견한 택시기사가 주인에게 돈을 돌려줬다. 그러나 돈을 돌려받은 주인은 인색하게 달랑 지폐 1장을 사례금으로 쥐어줬을 뿐이다. 아르헨티나 지방도시 파라나에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아드리안(46)은 부인과 자녀 넷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8년째 택시를 운전하는 그는 27일(현지시간) 오전 평소처럼 출근해 택시에 올라탔다. 출발에 앞서 내부를 둘러보던 중 그는 뒷좌석에 놓여진 가방을 발견했다. 누군가 놓고 내린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열자 현금다발과 수표가 가득했다. 세어보니 가방엔 자그마치 32만 페소(약 8000만원)가 들어있었다. 황당해진 그가 잠시 넋을 잃고 있을 때 무전기에서 “갈란과 피란 사거리에서 택시를 탄 손님이 분실물을 찾고 있다. 무언가를 놓고 내렸다고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돈이나 가방이라고 분명하게 말하진 않고 있었지만 아드리안은 자신이 발견한 가방이 분실물인 걸 이내 알아차렸다. 아드리안은 무전기를 잡고 “가방을 발견했다. 어디로 갖다주면 되는지 말하라.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20분 만에 주인이 있다는 곳으로 달려가 돈가방을 돌려줬다. 아드리안은 “웬지 돈을 분실한 사람이 나이 많은 어르신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노인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신속하게 주인이 있다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기사는 돈에 욕심을 내지 않고 선행을 했지만 주인은 사례에 인색했다. 거액을 되찾은 주인이 택시기사 아드리안에게 “돈을 돌려줘 고맙다.”면서 내민 사례금은 100페소짜리 지폐 1장,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 2000원이었다. 아드리안은 “처음부터 사례금엔 관심이 없었다.”면서 “대다수 동료들이 돈을 돌려준 건 잘한 일이라고 격려했지만 몇몇은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아직 월세방에 살고 있는 아드리안은 중고차를 1대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기록적 폭염 전국 강타… ‘가마솥 더위’ 비상] 살얼음판 예비전력에…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8월 3일 이전에 고리원전 1호기를 재가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범국민 절전운동에도 불구하고 전력수급 상황이 매우 어렵고 다음 달에는 심각한 수준에 처할 것 같다.”면서 “늦어도 다음 달 3일 이전에 고리1호기의 재가동에 나서야 8월 중순 전력피크 때 100% 출력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5분 최대 전력사용량이 7327만㎾까지 치솟으며 예비전력이 기준치(400만㎾) 아래인 375만㎾까지 떨어졌다. 전력당국은 20만㎾ 정도 예비 공급량을 늘리면서 정전 위험을 벗어났다. 하지만 오후 3시가 넘도록 안정권인 예비전력 500만㎾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동 후 58만㎾의 전력을 공급하는 고리1호기의 재가동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홍 장관은 “(고리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과 재가동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좀더 대화를 나눈다면 잘 해결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도 부산·울산지역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주민이 반대하면 재가동에 나서지 않겠다던 정부가 전력난을 핑계로 슬쩍 고리1호기 재가동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면서 “주민 안전 확보와 고장 원인 공개 등 원전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재가동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가동 시점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대통령 지시사항 ‘관보’서 실종 왜

    대통령이 국무회의 및 각종 현장을 방문하며 내리는 ‘대통령 지시사항’이 2009년 1월 이후 관보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지시사항이 공식적으로 관보에 게재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일선행정기관까지 신속히 시달되도록 국무총리훈령인 ‘대통령지시사항 관리지침’을 개정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총리 훈령 개정으로 대통령 지시사항은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상황점검회의’ 지시사항을 끝으로 더이상 게재되지 않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는 대부분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법률적 검토를 거치지 않거나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것이 많아 관보에 게재된 뒤 정책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대통령 지시사항은 주로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것인데 지금은 온나라시스템(공무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에 실시간 공개하며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만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대통령 지시사항을 공무원들만 봐도 된다는 발상은 정보공유 추세와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관보에 지시사항을 남겨 국민들이 이행 및 왜곡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 운영의 투명성, 민주성의 가치와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속보] 안철수,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속보] 안철수,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 분류돼 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자신의 저서를 통해 사실상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평소 화법대로 명시적으로 향후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자신을 야권 인사로 위치시키면서 야권의 4·11 총선 패배로 정치 참여가 불가피해졌음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이날 출간된 저서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에서 정치권 참여를 고민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살아오면서 진로에 대한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비교적 ‘짧고 깊은 고민’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정치 참여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가 가진 생각이 그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내가 그럴 만한 최소한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제는 많은 분들께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그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도 썼다. ‘안철수의 생각’에는 국정운영 비전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들이 대거 수록됐다. 정치, 사회, 경제 등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돼 공약집 수준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제민주화, 대북정책,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문제, 공교육 붕괴, 언론사 파업, 강정마을 사태 등 대한민국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들어있다. 스스로 국가를 이끌 폭넓은 비전을 가진, 준비된 정치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책의 내용과 관련해 “안 원장은 대선 출마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적 염원을 받고 있는 인사”라면서 “안 원장이 국민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은 결국 출마라는 결과를 염두에 둔 것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안 원장은 저서 출간을 시작으로 대외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라면서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의 한계가 있어 충분히 설명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장차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적당한 시기에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 개최 등은 좀더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계획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현대제철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내수 부진과 세계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연구·개발(R&D) 강화에 나선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강종(鋼種·강철의 종류) 개발 방향을 ‘선행·전략·맞춤강종’으로 잡았다. 자동차용 강판, 조선용 후판 등 63개 강종을 새로 개발해 고객의 수요에 대응한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로서의 위상에 맞게 현대제철기술연구소 통합개발센터를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용 선행 강종 개발에 집중한다. 자동차의 범퍼와 루프 사이드 레일(자동차 천장 프레임) 등에 사용되는 구조부강은 현재 60~80㎏급 강종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를 100~120㎏급 초고장력강을 개발·적용시킴으로써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 및 경량화 등 성능을 한 단계 향상시킬 계획이다. 고향진 현대제철기술연구소 기술전략팀장은 “지난해 총 71종의 자동차 강판 개발 완료한 데 이어 올해 10종을 추가 개발해 현대기아차에 적용되는 81종 전 강종의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면서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고객의 수요에 선제 대응을 하는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후판(두께 6㎜ 이상의 강판) 분야에서도 지난해 조선용 14종을 포함해 47종의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는 조선용 고강도 후판, 고강도 API 후판(미국부식공업협회 규정에 맞는 강판) 등 해양플랜트와 대형 선박에 쓰이는 강판의 재료인 TMCP(가공열처리)강과 내부식성강 등 전략 강종 28종을 집중 개발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2012 정치를 말하다] “인지도·지지율 높여라” 각 진영, 후보 흥행 부심

    여야 대선 후보들의 진영이 캠프 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하면서 각 진영마다 인지도 및 지지율 제고 등 후보 흥행에 부심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캠프의 키워드는 ‘국민행복’이다. 박 전 위원장이 핵심과제로 밝힌 경제민주화·일자리·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가다듬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일정과 행보도 정책 키워드를 담은 콘셉트로 이뤄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4·11 총선 때부터 “새누리당의 이념은 민생”이라고 강조했듯 각 분야의 정책공약을 통해 민생문제를 해결할 구상을 내놓을 방침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서민 중심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택시기사 체험 등 자신의 정치적 특허가 된 현장 투어를 위주로 민생을 챙기는 후보라는 이미지 제고에 열중하고 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젊은 이미지를 앞세워 낡은 리더십과의 결별하는 세대교체의 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번 경선에 단기필마로 나선 만큼 특기인 현장 연설을 무기삼아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호소력있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계승하는 후보’를 제시하며 지지율 제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빚 걱정 없는 우리가족’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고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출마선언을 한 뒤 일찌감치 40여곳의 민생탐방을 마쳤고 소외된 이웃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책을 다듬겠다는 계획이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저마다 ‘타도 박근혜의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당내 여론조사 선두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박 전 위원장의 대항마 지위를 고착시키는 한편 당내 경선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자신과 당 지지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삶의 질 향상의 메시지가 압축된 ‘저녁이 있는 삶’을 키워드로 정책을 강조하며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이장 출신이라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들 빅3 외에 정세균 상임고문은 당내 기반에 비해 취약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부심하고 있고, 김영환·조경태 의원과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은 5명으로 압축될 예비경선(컷오프) 통과를 1차 목표로 당 안팎 지지표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범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에세이 발간과 ‘안철수 재단’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선행보의 시동을 걸었다. 안동환·허백윤기자 ipsofacto@seoul.co.kr
  • [귀농열풍] 선행학습·철저한 계획·차별화된 기술

    2004년 귀농을 한 최정석(47)씨는 이듬해 경기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에 0.4㏊를 임대해 상추 등 엽채류와 애호박 재배를 시작했다. 1년 만에 연간 5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후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과채류 50t, 엽채류 12t을 출하해 억대 소득 귀농인 반열에 올랐다. 최씨는 “시설하우스 이용률을 높이는 등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작지만 강한 농업을 실현한 게 성공 비결이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최씨처럼 성공적인 귀농인이 되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귀농·귀촌을 위한 준비 및 고려사항을 일곱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철저한 계획 수립이다. 경기농림재단 박영주 도농교류부장은 “실패하지 않으려면 농업기술 습득과 체험 등 계획을 통한 선행학습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어떤 작목을 선택할 것인지도 미리 정하면 좋다. 영농기술은 다양한 귀농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 농촌을 알아야 농촌에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김현기 인력육성팀장은 “귀농의 장밋빛 환상만을 꿈꾸기보다는 농촌이란 공간을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의 동의와 이해가 필요하고, 마을 주민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다. 유리함과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초기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기 어려우므로 일정기간 농사 이외의 직업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에서 쌓았던 사람과의 관계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자양분이 된다. 도시민들의 소비 트렌드를 확인하고, 자신이 생산한 농산품을 평가받거나 판매하는 고객으로 활용 가능하다.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으로 바라보지 않고 2, 3차 산업과 연계할 길을 찾아야 한다. 창의적인 시각에서 융복합해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끝으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귀농·귀촌은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저마다 해법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2012 정치를 말하다-오피니언 리더 50인 설문] ‘박근혜 승리’ 절반 넘어… 野·안철수 단일화 성사여부가 변수

    [2012 정치를 말하다-오피니언 리더 50인 설문] ‘박근혜 승리’ 절반 넘어… 野·안철수 단일화 성사여부가 변수

    12월 대선의 최종 승자로 오피니언 리더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예상했다. 서울신문이 4일 오피니언 리더 50명을 상대로 여야 대선주자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8명(56%)이 박 전 비대위원장을 부동의 1위로 지목했다. ‘박근혜의 대항마’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7표를 받아 각각 4표와 3표를 받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주자 김두관 전 경남지사·문재인 상임고문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을 통과할 예상 주자를 묻는 질문에서 1위인 김 전 지사(15표), 2위인 문 고문(14표) 등 당내 인사들에 밀려 3위(11표)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긴 했지만, 1라운드인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과의 경선 문턱을 넘는 게 관건이 된 셈이다. 안 원장이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독자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박 전 비대위원장을 꺾기 힘들뿐더러 당과 같은 조직적 기반 없이 ‘나 홀로’ 대선 행보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어쨌든 민주당 지지세력의 마음을 사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내 ‘안철수 견제론’이 고개를 들면서 상황이 안 원장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의 대선후보 다자대결에서 항상 박근혜, 안철수에 이어 3위를 차지해 왔던 문 고문은 경선을 거쳐 야권의 대선 후보에 오를 주자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단 1표 차이로 김 전 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 견줄 경쟁력 면에서도 김 전 지사를 뛰어넘지 못했다. ‘탈(脫)노무현’을 위한 노력에도 여전히 친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응답자들을 김 전 지사와 문 고문 사이에서 망설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남지사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선 김 전 지사는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김 전 지사의 성장이 문 고문처럼 친노 그룹 등 당내 구도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확장성이 문 고문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로지 자력으로 이장에서 군수,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경남지사가 된 그의 인생 스토리와 힘이 문 고문을 뛰어넘을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야권 대선후보로서의 가능성을 읽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피니언 리더들이 예상한 대로 김 전 지사가 야권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민주당은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니언 리더 가운데 15명이 김 전 지사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았지만, 12월 대선에서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인사는 단 4명이었다. 당 울타리를 벗어나 박 전 비대위원장과 직접 맞부딪쳤을 때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확신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결승전에서의 경쟁력만 놓고 따졌을 때 다시 안 원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수학올림피아드 첫 종합1위… 사상초유 참가 6명 모두 金

    수학올림피아드 첫 종합1위… 사상초유 참가 6명 모두 金

    세계 수학 영재들의 두뇌 싸움인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한국이 역대 최초로 참가 학생 전원이 금메달을 획득해 종합 1위에 올랐다. 1988년 호주 시드니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래 25년 만에 이룬 쾌거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세계 100개국 548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 6개, 종합점수 209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실질적인 ‘수학 강국’ 대열에 선 것이다. 지금까지는 2006년과 2007년의 3위, 2008~2010년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에는 13위까지 밀렸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는 수학 영재를 조기 발굴·육성하기 위해 창설된 대회로 20세 미만의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이 참가한다. 대수, 기하, 정수론, 조합 등에서 모두 6문제가 출제되며 이틀에 걸쳐 하루 4시간 30분 동안 3문제씩 주어진다. 문제당 7점 만점이다. 금메달은 전체응시자 가운데 상위 12분의1 학생에게만 주어진다. 한국에 이어 종합 2위는 중국(195점), 3위 미국(194점), 4위 러시아(177점), 5위 캐나다·태국(159점), 7위 싱가포르(154점), 8위 이란(151점), 9위 베트남(148점), 10위 루마니아(144점)다. 북한은 128점으로 12위, 일본은 121점으로 1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최대 수학 강국인 중국을 14점 차로 따돌렸다. 중국은 2000년 제41회 대회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0차례 1위에 올랐다. 대회 참가자는 김동률(서울과학고 1학년)·김동효(서울과학고 3학년)·문한울(세종과학고 2학년)·박성진(서울과학고 2학년)·박태환(서울과학고 3학년)·장재원(서울과학고 3학년)군 등 6명이다. ‘전원 금메달’이라는 유례없는 성적으로 개인별 순위도 상위권에 들었다. 개인 순위 10위 안에 든 학생이 3명이다. 특히 첫 출전이자 가장 나이가 어린 김동률군은 주최 측도 인정하는 정답을 제출했지만 풀어낸 함수방정식이 맞는지 대입해 계산한 흔적 일부를 빠뜨려 2점을 감점당해 42점 만점에 40점으로 아깝게 개인 순위 2위로 밀려났다. 장재원군은 4위, 문한울군은 9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주역들의 수학적 재능은 남달랐다. 어린 시절 줄무늬 옷을 짚어 가며 패턴을 분석했는가 하면 어른도 풀기 어려운 숫자퍼즐을 놀이로 삼았다. 교사들과 부모들은 “가르칠 것이 없고 너무 빨리 배우는 게 독이 될까 걱정이 됐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률군의 어머니는 “7살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지하층이 있는 것을 보고 스스로 절댓값의 개념을 깨우칠 만큼 수학적 재능이 뛰어났다.”면서 “선행학습이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놀이를 통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장재원군은 어린 시절 심심할 때면 아버지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내달라고 졸라 함께 문제풀이에 매달리기도 했다. 송용진 단장(인하대 수학과 교수)은 “전반적으로 참가 학생들의 수준이 높았는데 이는 우리의 교육 수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우수 학생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서울과학고 교사는 “학교에서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18일 오후에 귀국한다. 김동현·신진호기자 moses@seoul.co.kr
  • 방과후학교 강사 성범죄경력 조회도 않고 채용

    서울 지역 학교들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거나 외부 강사를 채용하면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는 등 부실 운영 사례가 적발됐다. 또 학습 부진 학생 지도와 학교 폭력 대책도 주먹구구식으로 실시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서울시내 초중고 33개 학교를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학습 부진 학생 지도, 학교 폭력 대책, 진로·직업교육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가운데 30곳(91%)에서 지침과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담당자에 대해 주의·경고 처분 등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위반 사항을 정책별로 보면 방과후학교 부실 운영 사례가 4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습 부진 학생 지도 20건, 학교 폭력 대책 13건, 진로·직업교육 2건 등이었다. 감사 결과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강사 채용 과정과 운영비 집행, 수강료 과다 책정 등의 부실 운영 사례가 두드러졌다. 적발된 학교들은 외부 강사를 채용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범죄 경력 조회와 건강진단서 청구, 계약서 작성 등의 절차를 무시하거나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참여를 유도한 뒤 교과목 선행학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방과후학교 실무 담당자가 아닌 교사 14명에게 2010~2011년 사이에 1766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도 했다. 학교 폭력 예방 대책 차원에서 개정하도록 한 학칙과 학생선도규정 및 학교폭력처리규정 등을 정비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학교 폭력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하지 않는 등 학교 폭력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2012학년도 학습 부진 학생 지도 계획을 세우지 않아 기초학습 부진 학생을 선정해 놓고도 이들을 지도하지 않거나 일주일에 평균 8시간을 상담해야 하는 진로·직업상담 담당 교사의 실적이 0.91시간에 불과한 학교도 있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佛 오랑주 페스티벌서 미리 본 정명훈 지휘 ‘라보엠’

    佛 오랑주 페스티벌서 미리 본 정명훈 지휘 ‘라보엠’

    한국 관객들은 야외오페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는 유료관객 8만명의 성황을 이뤘지만, 무대 위 성악가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고 마이크로 증폭된 아리아는 기대 이하였다. 4개월 뒤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다’는 개선행진 장면에서 코끼리가 대변을 보면서 들어온 탓에 관객들은 추위는 물론 악취와도 싸워야 했다. 두 공연은 ‘운동장오페라’의 내리막길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새달 서울공연 성패 가늠할 시험무대 10년이 흘렀다.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연세대 노천극장(7000석)에서 프랑스 오랑주페스티벌 버전의 ‘라보엠’을 50억원을 들여 재현한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면 10년 전 기억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그린 푸치니의 ‘라보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레퍼토리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고 세계 정상급 성악가인 안젤라 게오르규(미미역·소프라노), 비토리오 그리골로(로돌포역·테너)가 출연하니 여태껏 한국에선 보지 못한 올스타급 캐스팅이다. 관건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시각적 쾌감을 전달하는 ‘아이다’, ‘투란도트’와 달리 사실주의 오페라의 대명사인 ‘라보엠’을 야외 무대에서 얼마나 흡인력 있게 구현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파바로티 후계자’ 그리골로 절창 부족함 없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오랑주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라보엠’은 서울공연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무대였다. 1세기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명으로 지어진 너비 70m, 폭 22m, 높이 30m의 원형극장 무대는 웬만한 전문공연장 못지않은 음향을 구현했다. 성악가들은 와이어리스(무선마이크)를 쓰지 않았지만, 소리가 뭉개지거나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13년째 호흡을 맞춘 정명훈 감독과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호흡도 무난했다. 특히 연세대 노천극장에도 서게 될 그리골로의 절창은 부족함이 없었다. 1막의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을 비롯, 4막에 이르기까지 ‘파바로티의 후계자’로 불릴 만큼 미성을 뽐낸 것은 물론 쇼맨십으로 여름밤 무대를 한껏 달궜다. ●한국관객 ‘야외오페라 트라우마’ 극복 가능성 무대 설계와 공간 활용도 흥미로웠다. 막과 막 사이 무대 전환이 불가능한 야외무대의 속성상 1~4막의 세트를 하나의 무대에 표현하는 게 야외오페라의 큰 어려움이다. 제작진은 연극무대 같은 간결한 세트에서 해법을 찾았다. 예컨대 건물 세트를 짓는 대신 무대 바닥에 구획을 표시하는 선을 그어놓고 문짝만 세워 놓는 식이다. 대신 조명을 이용해 막마다 공간을 이동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폭은 좁고 너비는 극단적으로 긴 원형극장 무대의 특성도 영리하게 이용했다. 크리스마스의 거리풍경을 보여 주는 2막에서는 140명 안팎의 합창단을 한꺼번에 올려 활력을 끌어냈다. 죽음을 앞둔 미미의 심경을 드러내는 3막에서는 소품마저 최소화해 황량함과 스산함을 극대화시켰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야외무대에 걸맞게 무대를 상징화, 간소화했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스펙터클한 볼거리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 ‘라보엠’의 느낌을 충실하게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미흡한 구석도 일부 띄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박사과정(오페라연출 전공)의 이설련씨는 “미미가 죽음에 이르는 4막에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일반 오페라극장과 달리 관객 눈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오케스트라석의 조명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도 되짚어볼 만하다. 오랑주(프랑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선 화두 경제민주화] 박재완 “재벌 규제땐 외국기업만 유리”

    [대선 화두 경제민주화] 박재완 “재벌 규제땐 외국기업만 유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여수엑스포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헌법 119조 2항에 따르면 자유시장 경제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 정부가 규제나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중 하나인 각 경제 주체의 조화로운 발전, 이걸 경제민주화로 정의하는 것 같다.”면서 “총론에 모두 동의하지만 각론에서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는 “외교나 통상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를 무시할 수 없으며 외골수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외국투자가 문제될 수 있고 비관세 무역장벽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세계 최초로 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친족주의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어느 정도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만해도 또 다른 더 나아간 조치를 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며 “무역으로 먹고살면서 북한식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골수가 아니라는 걸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상대국에서는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총력전을 하는데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경쟁에서 질 수도 있다.”며 “재벌 기업이 규제를 받으면 중견·중소기업이 대체해 줘야 하는데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 혜택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벌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버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낄지는 몰라도 남는 게 없다. 우리 경제 전체를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과 제도보다 문화와 관행, 의식이 중요하다.”면서 “경쟁력 갖춘 1, 2위 기업이 상대국 기업과 싸우는데 국내에서 규제로 발목을 잡으면 경쟁에서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책정은 해당 공기업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장관은 “공공요금은 인상요인이 있어도 철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요금을 한꺼번에 올릴 때 서민생활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인상시기도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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