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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야? 돼지야?”…英 비만개의 다이어트

    “개야? 돼지야?”…英 비만개의 다이어트

    “날씬해지고 싶어요.”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살이 찐 영국의 한 개가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시작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패치’(Patch)라는 이름의 이 개는 2주 전 지나친 비만 증상으로 그래스고(Glasgow)에 위치한 동물병원을 찾았다. 당시 패치의 몸무게는 28kg으로 8세 아동의 평균 몸무게와 비슷했다. 패치의 네 다리는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채 구부러져 있었으며 특수 보호대를 착용한 채로 병원에 와야 했다. 동물병원의 관계자 빅토리아 켈리(Victoria Kelly)는 “향후 2~3개월 내에 이 개가 빼야 할 몸무게는 약 15kg 정도”라며 “본래 동물병원에서는 동물들에게 아낌없이 사료를 주지만 패치에게는 예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개의 다이어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위험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패치가 심하게 다이어트를 감행할 경우 심장마비와 당뇨병, 췌장염, 간장병 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때문에 동물병원 의료진들은 걷기 연습을 시키고 수중 에어로빅 등의 특수 프로그램으로 패치의 다이어트를 도울 예정이다. 켈리는 “개들도 식사를 마친 뒤 꾸준히 운동하면 몸무게를 감량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패치의 경우, 지나치게 무거운 몸이 오히려 운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패치의 치료를 지원해줄 후원자를 찾고 있다.”면서 “그러나 패치의 뚱뚱한 몸 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사진=동영상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올 설 차례상 비용 17만3000원 선

    올해 설 성수품의 과일·채소류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싸지만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수산물은 비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 설 차례상 비용은 17만 3000원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올라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12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집계한 설 성수품의 가격 동향(9일 기준)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풍작으로 공급 여력이 충분해 안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후지사과(10개 기준) 값은 1만 906원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7.9%, 신고배(10개 기준)는 1만 1715원으로 10.6% 하락했다. 특히 배추(1포기)는 1008원으로 48.8%나 떨어졌다. 다만 감귤(10개)과 양파(1㎏)는 각각 74.1%, 91.5% 오른 1830원, 1400원을 기록했다. 축·수산물 중에서는 ▲삼겹살(500g) 26.9% 오른 8716원 ▲닭고기(1㎏) 42.8% 오른 5272원 ▲달걀(10개) 25.9% 오른 1855원 등이었다. 냉동 명태(1마리)는 8.5% 상승한 2169원, 고등어(1마리)는 19.6% 뛴 3206원, 수입 냉동 조기(1마리)는 24.1% 상승한 3500원 등으로 수산물도 가격 강세를 나타냈다. 돼지·닭고기 가격은 사료값 인상과 환율 상승, 조기·명태 등은 어획량과 수입량 감소로 값이 비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설 차례상 비용도 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물가협회(회장 김철운)가 이날 나물· 과일· 견과류 등 차례용품 28개 품목에 대해 서울·부산 등 전국 7대 주요 도시의 재래시장 9곳을 대상으로 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차례상 비용(4인가족 기준)은 평균 17만 339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5만 7000원보다 10.4%가량 오른 것이다. 협회는 특히 설이 임박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과일과 나물, 수산물 등 차례용품의 전반적인 강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동물원도 불황 이중고

    동물원도 불황 이중고

    겨울철의 동물원은 서글프다. 화창했던 봄날, 소풍 나온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한 몸에 받던 영광의 시절은 갔다. 금수(禽獸)의 왕 사자는 황량한 우리 안에서 어슬렁거리거나 긴 하품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 겨울은 원래 전통적인 비수기다. 올겨울 사정은 더 나빠졌다. 경기 불황으로 관람객이 반 이상 줄었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 사료값까지 올랐다. 동물들이 배를 곯고 있다. 겨울에 많이 먹어 월동준비를 하는 동물들의 특성상 배고픔은 더하다. 인간들이 겪는 불황의 고통은 동물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테마동물원 쥬쥬는 최근 동물들에게 주는 먹이를 줄였다. 매끼 생닭 3마리를 먹던 사자들은 2마리를 받아 먹는다. 과일, 건빵, 해바라기씨를 섞어 먹던 원숭이는 과일 구경을 전혀 못한다. 소는 사육사가 직접 쑨 쇠죽을 먹고 있다. 환율이 올라 수입 사료값도 뛴 탓이다. 박기배 본부장은 “환율이 뛰고 경기도 안 좋아져 많이 어렵다. 서울대공원같이 큰 공립동물원은 나은 편인데, 우리 같은 소규모 사립 동물원은 힘들다.”고 말했다.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동물의 세계에서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동물원들은 긴급히 추경예산을 편성해 간신히 오른 사료값을 막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전주동물원은 지난해 마지막 추경예산 편성 때 사료값 1500만원을 긴급히 채워 넣었다. 사료담당 직원은 “환율이 오르기 전보다 배합사료 25㎏ 한 포대당 가격이 6000원이나 올랐다. 한 달에 300포대를 쓰니 환율로 인한 손실액이 매월 180만원쯤 된다.”면서 “겨울엔 동물들이 더 먹어 사료가 많이 드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료로 많이 쓰이는 콩과 옥수수는 지난해 1월 각각 t당 449달러, 305달러였지만 11월에는 720달러, 364달러로 껑충 뛰었다. 불황의 여파로 관람객이 줄어든 것도 타격이다. 2007년 277만 7579명이 찾은 서울대공원은 지난해엔 7만 7000명가량 줄어든 270만 1029명이 입장했다. 가장 규모가 큰 서울대공원이 이 정도이고 규모가 작은 동물원들은 더 심하다. 수원에 있는 애니킹덤 동물원 관계자는 “사료값 상승 때문에 어려운데 관람객 수도 작년 상반기보다 50%가량 급감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관계자는 “환율상승과 경제난으로 인해 사람·동물 할 것 없이 다 굶게 생겼다.”면서 “경제가 나아지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中양식장서 ‘물고기 20t’ 하루만에 떼죽음

    최근 중국에서 20t에 달하는 물고기가 하룻밤만에 모두 죽은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수 십 톤의 물고기가 죽은 채 발견된 곳은 안휘(安徽)성 차오후(巢湖)시에 위치한 한 대규모 양식장이다. 양식장 관리자들에 따르면 죽은 물고기가 발견된 5일 새벽, 양식장 인근은 물고기가 썩는 악취로 가득했으며 거대한 양식장은 죽은 물고기들로 가득 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물고기들은 하룻밤 새 부패가 시작된 상태여서 더욱 주위를 놀라게 했다. 양식장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하룻밤 사이에 죽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우리는 매일 두 세 차례 물을 갈아주고 온도를 측정하는 등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료 또한 특별히 엄선해 사용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번에 죽은 20t 가량의 물고기들은 다음날 모두 시장에 나갈 상품이었다. 전날까지 특별한 증상은 보이지 않았었다.”며 “이번 사고로 적어도 200만 위안(약 3억9000만원)상당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현 정부와 공안부, 위생부 등이 합동으로 구성한 특별 조사단은 주변 환경오염과 전염병 등을 우려해 물고기 시체들을 모두 매장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으로는 갑작스런 물고기 전염병, 수온의 변화, 산소 부족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원인이 불분명하다.”며 “그러나 중독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별 조사단은 양식장의 물과 물고기 시체 일부를 샘플로 채취한 뒤 정확한 원인 규명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이를 접한 현지 네티즌들은 “수질 오염이 틀림없다.”, “중국이 망할 징조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등의 댓글을 달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호텔 식당 문턱 확 낮췄다

    호텔 식당 문턱 확 낮췄다

    곧 졸업·입학 시즌이다.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자 근사하게 즐기고 싶은데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이들을 위해 호텔들이 작정하고 문턱을 내렸다. ‘개관 기념’이나 ‘우수 호텔 지정 기념’처럼 내건 타이틀은 예년과 다르지 않지만 가격과 기간을 파격적으로 잡았다. 개관 25주년을 맞은 밀레니엄서울힐튼은 생일의 기쁨을 고객들과 함께 누리고자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마련했다. 뷔페식당 오랑제리는 1월 한 달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 뷔페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2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모든 식음료 업장(델리 제외)에서는 25세 생일을 축하하는 뜻에서 25일(일) 하루 모든 음식과 음료 값을 25% 내린다. 1월 한 달 동안 25만원 이상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추첨으로 숙박권과 식당 이용권, 케이크를 각각 25명씩 제공한다. (02)317-3014.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개관 이후 처음으로 통크게 쏜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의 음식값을 20년 전 가격인 2만원으로 내렸다. 봉사료와 세금까지 포함된 파격적인 가격이다. 그럼에도 테이블은 더욱 고급스럽고 푸짐하게 꾸민다. 호텔을 대표하는 20명의 주방장들(작은사진)이 총출동해 자신의 가장 잘하는 대표 요리를 선보이는 것. 프랑스 요리부터 지중해, 이탈리아, 인도, 태국 그리고 한·중·일식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다. 19일부터 23일까지 딱 5일 동안 차려지는 이 특별한 점심상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또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생일 모임을 가질 경우 최대 20명까지 20%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20일까지 진행한다. 첫돌 맞은 아기부터 20세, 40세, 60세, 80세 등 20년 단위 고객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단, 마르코 폴로는 제외되며 다른 행사 또는 할인 카드와 중복 적용하지 않는다. (02)559-7608. 서울프라자호텔은 지난해 ‘국가고객만족지수(NCSI)’ 호텔 부문에서 2위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고객 사은의 의미로 모든 식음 업장에서 20%를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2월까지 2개월 동안 진행(2월14일 제외)된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2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뷔페 레스토랑인 세븐스퀘어는 홈페이지에서 할인 쿠폰을 다운 받아서 사용할 수도 있다. 세븐스퀘어는 평일 점심 및 저녁에 한정되며, 일식당 고토부키, 중식당 도원,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 및 프라자펍은 주말 및 공휴일에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02)310-7777/310-7900. 파크 하얏트 서울의 레스토랑 ‘코너스톤’(큰사진)은 새해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여성들만을 위한 오찬인 ‘레이디 데이’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취향에 맞게 세심하게 준비한 카르보나라 파스타, 블랙 앵거스 등심 스테이크, 오늘의 추천 생선 요리 등이 준비되며 총주방장이 직접 메뉴를 설명해준다. 커피 또는 차와 더불어 초콜릿, 아이스크림, 생과일 등이 풍성하게 차려져 식후 달콤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친구들끼리 오붓한 점심을 즐기도록 여성 4인 이상이면 15%까지 할인도 해준다. 4만 2000원, 세금 별도. (02)2016-1234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부고]

    ●장경우(전 국회의원·한국캠핑연맹 총재)경택(재미 사업)경국(전 한일사료 대표·굿네이버스 감사)경천(중앙대 교수)씨 모친상 신선희(장안대 교수)씨 시모상 박태원(전 한국은행 국장)최영섭(사업)씨 빙모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9시 (02)3010-2230 ●이상옥(STX에너지 고문)씨 모친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 (02)3410-6917 ●황선의(한국세무사회 업무이사)씨 부친상 4일 서울 국립의료원, 발인 7일 오전 8시 (02)2262-4820 ●강병식(제주도 한라산탐방안내소 관리팀장)옥선(중앙중 교사)씨 부친상 오시봉(세화고 교장)김수종(색동우리옷 대표)씨 빙부상 3일 제주대병원, 발인 7일 오전 6시50분 011-691-4564 ●이성환(참품한우 본부장)두환(이글루프로덕션 대표)정환(MPL인터내셔널 〃)씨 부친상 4일 대구시 모레아장례식장, 발인 7일 오전 7시 011-9099-2729 ●신용성(현대와코텍 대표)용두(현대와코텍 부장)용란(서울대 교수)씨 부친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7일 오전 11시 (02)3010-2232 ●고귀영(서울강서경찰서장)씨 부친상 5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7일 오전 7시 (02)2650-2743 ●이승철(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시인)씨 빙부상 5일 광주 하남성심병원, 발인 7일 오전 10시 (062)959-0503 ●김양일(전 울산일보 회장)씨 별세 형성(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장)씨 부친상 이승하(오두산막국수 대표)씨 빙부상 5일 일산병원,발인 7일 오전 7시 (031)932-9169 ●공기수(광주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씨 상배 수연(광주 대성여중 교사)씨 모친상 5일 광주 금호장례식장,발인 7일 오전 8시 (062)227-4381 ●이문재(충북교육청 의회법무담당)씨 모친상 5일 충북 증평군 계룡병원,발인 7일 오전 7시 010-3461-4710
  •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책 너머 세상/신지영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책 너머 세상/신지영

    “너,이게 뭐니?” 엄마가 승민이에게 공책을 내밀며 물었다. “뭐긴 뭐야? 독후감 공책이지.”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내용을 왜 이렇게 썼느냐는 말이야.” 엄마가 짜증스레 공책 한쪽을 펼쳐 보였다.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되게 슬펐다.무지 슬프다.내가 읽은 책 중에 1등으로 슬프다. “그렇게 독후감 쓰는 법을 알려 줬는데,다 귓등으로 들었니? 슬프다,슬프다 하면 읽는 사람 마음에 와 닿아? 뭐가 슬픈지 써야 할 것 아니야.” “그걸 꼭 써야 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 느낄 텐데,그냥 마음속에 담아두면 안 되는 거냐구.” “어디서 주워들은 말은 많아서,이제 겨우 사학년인 녀석이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니……,네 미래가 걱정이다,엄마는.” “걱정 마,엄마.난 괜찮을 거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얼른 다시 안 써? 다시 쓸 때까지 컴퓨터 금지야.” 승민이는 터덜터덜 책상 앞에 가 앉았다. 며칠 전,엄마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책을 많이 읽으면 아는 게 많아져서 공부도 잘하게 되지.앞으로 엄마가 책 빌려다 놓을 테니까 일주일에 세 권씩 꼬박꼬박 읽어야 해.” 엄마는 승민이에게 독후감 공책을 사다 주었다.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서 검사 맡으라고 했다.엄마는 인터넷을 통해서 ‘독후감 쓰는 법’을 알아냈다.그걸 종이에 정성스레 적어서 승민이의 책상 앞에 떡하니 붙여 두었다. “꼭 저대로 써야 한단 말이야?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아니고,재미없잖아.” 승민이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그러곤 침대에 발랑 드러누워 버렸다.두그르르 앞구르기를 했다.물구나무도 서 봤다.그러는 동안,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갑자기 승민이는 발딱 일어났다.쇠가 자석에 이끌리듯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승민이는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갔다. 네로랑 파트라슈는 날개를 달고 천국으로 날아간다.그곳은 개들이 주인인 세상이다.거기에서는 네로가 파트라슈의 애완동물이다. 지구에서 개들을 못살게 굴던 주인들은 자기들이 한 나쁜 짓을 그대로 당한다.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개한테 옆차기를 하던 아저씨는 개한테 옆차기를 당한다.개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고 재미있어하던 아이는 상한 음식을 먹고 웩웩 토한다.네 발로 기어 다니며 우유 수레를 끄는 사람도 있다.그건 바로 파트라슈를 채찍으로 때렸던 첫 주인이다. “너 정말!” 엄마가 어느새 승민이의 곁에 와 있었다.엄마는 씨근거리며 공책을 집어 들더니 방바닥에 내팽개쳤다. “천국이 왜 나오고,네로가 애완동물이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쓴 거야.플란다스의 개 제2탄.” “파트라슈 옆차기 하는 소리 하고 있네.읽고 나서의 느낌이랑 생각을 쓰랬지,누가 2탄 쓰랬어?” “이렇게 쓰니까 재미있어.” “넌 그게 문제야.그렇게 재미만 찾으니까 공부를 못하지.” 엄마가 한심하다는 눈길로 승민이를 보았다.승민이는 아랫입술을 배쭉 내밀었다. “안 되겠다.공책이랑 필통 들고 마루로 나와.” 엄마와 승민이는 밥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엄마는 밥상 위에 독후감 공책을 척 올려놓았다.승민이는 쭈뼛쭈뼛 연필을 쥐었다. “먼저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쓰자.왜 이 책을 읽었지?” “엄마가 읽으라고 시켜서.” “좀 예쁘게 쓰자.‘엄마께서 권유하셔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하면 좋겠지?” 승민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받아 적었다. “자,이제 주인공과 너 자신을 비교해 보자.어떤 점을 비교해 쓸까?” “음……네로는 유유 배달을 하지만,나는 우유를 배달시켜 먹는다.” “말장난하니? 그건 중요하지가 않아.” “음……네로한테는 여자친구가 있지만,나는 없다.네로처럼 여자한테 친절해야 누구를 사귈 수 있을 텐데…….나는 마음은 안 그런데 자꾸 쌀쌀맞게 굴고…….” “누가 그딴 거 쓰래? 그게 대체 왜 중요한 거냐고!” 엄마는 벌떡 일어나 발을 쾅 굴렀다. “내가 못 살아.대체 넌 누구를 닮아서 이러니?” 엄마가 털썩 주저앉았다.승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숨을 죽였다. 얼마 동안,시계 초침 소리와 엄마의 가쁜 숨소리만 들렸다. “다시 해 보자.또 이상한 대답하면 혼날 줄 알아.” 엄마가 승민이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네로는 할아버지 말 잘 들어,안 들어?” “잘 들을 걸.” “넌 엄마 말 잘 들어?” “그럴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지.” “어이구,그럴 때도 있으셔? 엄마 말이라고는 징그럽게 안 들으면서,무슨.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네.‘네로는 할아버지 말을 잘 듣는다.하지만 나는 엄마 말씀을 잘 듣지 않아 혼나곤 한다.’라고.” 승민이는 그대로 받아 적었다. “네로는 행복해,안 행복해?” 엄마가 물었다.승민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지.” “행복할 리가 있니? 고아인 데다가 가난하지,집에서 쫓겨나 어린 나이에 죽기까지 했는데.” 엄마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행복해,안 행복해?” 엄마가 물었다.승민이는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에 따라 달라.” “너는 행복한 거야.네가 뭐가 아쉬워? 아빠가 돈 벌어다 주지,엄마가 보살펴 주지.자,적어 봐.‘네로에 비하면 나는 참 행복한 아이다.나는 네로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엄마 아빠도 있다.’이런 식으로.” 승민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받아 적었다.글씨가 자꾸 비뚤어졌다. “이제 너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서 써 보자.” 승민이의 머릿속에 번뜩거리는 장면들.하얀 털이 몽실몽실한 강아지,똥 한 덩어리,악쓰며 강아지에게 다가가는 엄마,겁에 질려 뒷걸음질치는 강아지……. “몽몽이는 잘 있을까?” 승민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엄마는 흠칫하더니 곧 태연한 얼굴을 했다. “그럼,잘 있지 않구.우리보다 훨씬 좋은 주인이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 걸.좋은 사료 먹이고,좋은 옷 입히면서 말이야.” 엄마가 호들갑스레 말했다.승민이는 연필 끝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딴 말 하지 말고,쓰던 거나 계속 쓰자.책 내용 중에서 네 경험과 비교할 만한 걸 찾아보자는 말이야.아,그래.네로가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 준 것처럼,너도 엄마 아빠를 도와 준 경험이 있지? 그것에 대해서 쓰면 되겠구나.” “차에 치였으면 어떡하지? 몽몽이는 밖에 많이 안 나가 봐서 차 피할 줄도 모르는데…….” “이상한 상상은 그만하고,여기 집중해.” 엄마의 말투에 짜증이 섞였다. “몽몽이,울고 있을지도 몰라.” “상식적으로 말이 되니? 개가 운다는 게…….” “진짜야! 몽몽이는 나 없을 때 외로워서 눈물을 흘렸단 말이야!학원 갔다 와서 보면 눈에 눈물이 꽉 차 있었다구.” 승민이가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는 연필을 책상에 팽개쳤다. “얘가 왜 이래? 버릇없이.연필 똑바로 안 쥐어?” 엄마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날카롭게 말했다. “엄마가 몽몽이를 갖다 버렸잖아.나한테 말도 안 하고…….” “버리긴 뭘 버려? 키워 준다는 집 있어서 데려다 놓았다니까.” “아빠가 그랬어.엄마랑 밤에 공원에 가서 놓고 왔다고.” 승민이가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엄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밤이지만 바람 쐬러 온 가족들이 많았어.개 좋아할 만한 네 또래 애들이 많았단 말이야.우리가 키우기 힘드니까 다른 집에서 잘 키우면 되겠다 싶었던 거야.” “처음에 몽몽이를 데려온 건 엄마잖아.버릴 거면 아예 데려오지를 말지.” 몽몽이는 승민이의 좋은 친구였다.성적이 좋지 않다고 엄마한테 혼났을 때,친구와 다투었을 때에도 몽몽이를 보면 마음이 풀렸다.몽몽이의 눈빛이 “힘내.”하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승민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렇게 성가실 줄 누가 알았니? 똥오줌도 못 가려,털 날려…….” “강아지는 원래 그래.엄마가 모른 거지.내가 돌봐주면 되는데,꼭 그래야만 했어?” “너 학교 가고 학원 가면 누가 돌보는데? 내가 다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거 몰라서 그래? 엄마 힘든 건 생각 못하니?” “엄마보다,그깟 개 한 마리가 더 중요해?” 엄마가 덧붙였다.엄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승민이는 입을 꾹 다문 채 가만있었다.엄마는 승민이를 등지고 앉았다.그러곤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승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쓸 얘기 생각났어.” 엄마가 누그러진 얼굴로 돌아앉았다. “몽몽이 얘기를 쓸 거야.” 승민이가 말했다.엄마는 펄쩍 뛰었다. “아니,그걸 왜 써?” “책 내용이랑 비교할 수 있잖아.네로가 파트라슈를 키웠던 것처럼 나는 몽몽이를 키웠고…….파트라슈는 버려진 개였고 몽몽이도 버려졌고…….” “안 돼,다른 얘기를 써!” “싫어.” 엄마가 눈을 부라렸다.승민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필을 쥐었다. 나는 몽몽이라는 강아지를 키웠다. 엄마가 연필을 홱 낚아챘다. “너…….이런 식으로 해 봐.앞으로 영원히 컴퓨터 못 할 줄 알아.용돈도 없어!” 엄마가 윽박질렀다. “지워!” 엄마가 승민이에게 지우개를 건넸다. 승민이는 망설였다.그러다가 마침내 방금 쓴 문장을 지웠다.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공책에 번졌다. 나도 네로처럼 어른을 도운 적 있다.엄마가 아플 때 청소를 해서 칭찬을 들었고,아빠의 어깨도 주물러 드렸다.앞으로 나는 네로를 본받아 더욱 착한 아이가 되겠다.어른들 말씀도 언제나 잘 듣겠다.네로같이 불쌍한 아이를 만나면 도와주겠다. 방에 들어온 승민이는 공책을 함부로 내팽개쳤다.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들썼다.훌쩍훌쩍 울다가 잠이 들었다. 승민이는 낯선 길에 서 있었다.주위가 안개로 둘러싸인 듯 아슴푸레했다.저만치 앞에 몽몽이가 나타났다.몽몽이는 따라오라는 듯 승민이를 히뜩 보고는 곧장 달려갔다.승민이는 몽몽이를 따라 뛰었다. 어느 순간,몽몽이가 멈춰 섰다.‘개들의 천국’이라고 씌어 있는 팻말이 보였다. “와,내 상상이 진짜였구나!” 승민이가 감탄했다. “그렇지,여기에서는 너희가 우리의 애완동물이라구.” 몽몽이가 말했다.그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몽몽이가 팻말이 가리키는 길로 접어들었다.승민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갔다.조금씩 안개가 걷혔다.주위의 풍경이 똑바로 보였다.승민이가 서 있는 길에서,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다른 풍경이 보였다. 동쪽은 봄이었다.연둣빛 들판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었다.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개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마음껏 들판을 뛰고 뒹굴었다.서쪽은 여름이었다.초록빛 풀들이 다보록한 가운데,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개헤엄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사람 헤엄을 치는 개도 있었다.남쪽은 가을이었다.사과,밤,홍시…….탐스러운 과일을 매단 나무들이 곳곳에 우부룩했다.바닥에도 과일이 수북했다.어떤 개들과 사람들은 사과 바다에서 허우적허우적 헤엄을 쳤다.또 어떤 개들과 사람들은 홍시를 공처럼 주고받으며 옷에 주황 물이 들도록 놀았다. “난 어디로 가야 돼?” 승민이가 몽몽이를 내려다보고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내 주인이니까.” “네 마음대로 해.여기서는 주인이 애완동물을 돌봐 주지 않아.뭘 시키는 법도 없어.자유롭게 놔 둘 뿐이지.” 어디로 갈까? 승민이는 즐거운 고민에 잠긴 채 북쪽을 보았다. 눈부시게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아이스크림 같은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폴짝폴짝 눈 속을 누비고 다니는 개들과 사람들…….언덕 위에는 승민이 엄마도 있었다.엄마는 배를 깔고 엎드리더니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엄마의 웃옷이며 바지에 눈이 닥지닥지 묻었다.엄마를 지켜보던 몽몽이가 멍멍 웃었다.엄마는 대답하듯 하하 웃었다.눈투성이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4·끝) 조선을 알았던 청, 청을 몰랐던 조선

    [병자호란 다시 읽기] (104·끝) 조선을 알았던 청, 청을 몰랐던 조선

    조선이 병자호란을 맞아 일방적으로 몰리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청군이 조선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강적이었다는 점이다.청군은 병력의 수,무기 체계,전략과 전술,사기 등 모든 면에서 조선군을 압도했다.그들은 교전 경험도 풍부했다.1618년 무순성(撫順城)을 점령했던 이래 수많은 공성전(攻城戰) 경험을 갖고 있었다. 남한산성 공성은 1631년 홍타이지가 주도했던 대릉하(大凌河) 공략전과 흡사했다.대릉하전 당시 청군은 성을 물샐 틈 없이 포위하고,산해관 쪽에서 몰려오는 명 지원군의 접근을 차단했다. 남한산성을 고립시키기 위해 판교와 광주 쪽에서 삼남으로 이어지는 길을 차단한 것과 똑같다.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성 내부의 식량이나 연료가 떨어지는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수시로 투항을 권유하는 심리전을 폈던 것도 비슷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청이 이미 조선이 사용할 ‘카드’를 간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그들은 조선 조정이 유사시 강화도로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1627년 정묘호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청군은 그 때문에 서울을 신속히 점령하고 인조를 사로잡는 것을 전략 목표로 삼았고,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선군의 청야견벽 작전을 무시하고 서울로 치달리는 속전속결 전술을 구사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병자호란 당시 조선이 저지른 실책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드러난다.우선 오랫동안 막대한 물력을 기울여 강화도를 정비했으면서도 정작 청군의 침입이 시작되자 그곳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은 명백한 과오였다.만약 인조와 조정이 강화도로 들어갔다면 전쟁의 양상은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우선 해로를 통해 삼남 지방과 연결됨으로써 물자 조달이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또 김경징 같은 용렬한 인물에게 섬의 방어를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삼남 지역의 수군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청의 배후에는 엄연히 명이 있었다.청은 ‘뒤를 돌아보아야 할(後顧)위험’ 때문에 속전속결 전술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만일 인조가 강화도로 들어갔다면 조선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후금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러면 설사 강화(講和)를 맺더라도 훨씬 완화된 조건으로 화약을 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역사에서 가정이란 부질없는 것이다.강화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내몰린 것은 결국 인조와 조선 조정의 실책이었다.적은 나를 아는데,나는 적을 모르고 거기에 안일하기까지 했던 정황이 불러온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1623년 3월 김류가 이끄는 인조반정의 거사군이 창덕궁으로 들이닥쳤을 때 광해군의 부인 유씨는 반문했다.“지금의 거사가 종사(宗社)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대들의 영달을 위한 것인가?” 반정세력은 거사가 성공하던 당일에는 그 뜻을 잘 몰랐을 것이다. 인조반정은 분명 나름대로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 정변이었다.그 주도 세력들이 광해군 집권기에 자행된 실정과 난맥상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도 인정할 수 있다.하지만 거기까지였다.반정공신들을 비롯한 주도 세력들은 집권 이후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광해군대의 부정과 비리’를 소리 높여 질타했으되,자신들 또한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반정 이후 영달한 공신들 가운데 최명길과 이귀 정도를 빼면 나머지 사람들은 무능하고 문제가 많았다.나아가 공(公)과 사(私)를 제대로 분별하지 않았다.청군의 침략 소식을 제때 보고하지 않고 저항마저 포기함으로써 청군의 신속한 남하를 방조했던 김자점,강화도 검찰사라는 감투를 자기 집안의 식솔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남용했던 김류와 김경징 등의 행적은 그 상징이었다. 인조는 그럼에도 김류와 김자점 등 공신들을 끝까지 편애했다.종묘사직을 도탄에 빠뜨리고,수많은 생령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그들을 처벌하려 들지 않았다.청은 달랐다.그들은 전승국임에도 병자호란이 끝나자마자 ‘과거 청산’을 철저히 시도했다.조선의 전장에서 과오를 저지르거나 태만했던 지휘관들을 가차없이 군율로 처벌했다. 사정(私情)에 눈이 멀어 공신들을 끝까지 비호한 결과는 무엇이었던가? 훗날 인조 정권과 효종 정권을 뒤엎으려는 역모를 시도했던 심기원(沈器遠)과 김자점이 모두 공신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너무 역설적이다. 1627년의 정묘호란과 1637년의 병자호란을 돌아보면 오늘이 보인다.1627년은 상대하기 버거운 청의 전면 침략을 미봉책으로 잠시 멈춰 놓았던 해였다. 이후 10년은 당연히 ‘외양간을 고쳐야 했던’ 시간들이었다.하지만 조선은 그러지 못했다.‘개돼지만도 못한 오랑캐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총론’의 목소리는 높았다.그러나 그들의 침략을 막아낼 방도에 대한 ‘각론’은 존재하지 않았다.그 귀결이 처참한 항복이었고 수많은 환향녀와 ‘안추원’,‘안단 ’ 등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역사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고 있을까? 1997년 혹심한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10년 만에 경제가 휘청대는 상황을 다시 맞은 것을 보면 도무지 그런 것 같지 않다. 1627년과 1637년,1997년과 2008년.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 숫자들을 보면서 생각해야 한다.“역사를 두려워하고,역사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추위와 굶주림 속에 절망과 슬픔을 곱씹으며 심양으로 끌려가야 했던 수많은 선인들의 고통을 추념(追念)하며 글을 마친다. 한명기 명지대 교수 ■ “지금의 경제위기도 10년 전 IMF 원인 규명 미흡했기 때문” 연재 마치는 한명기 교수의 소회 “병자호란(1636)은 10년 앞서 일어난 정묘호란(1627) 당시 조선에 주어진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뼈아픈 결과입니다.지금의 경제난국도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책임 소재와 원인에 대한 규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되풀이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한명기(46) 명지대 사학과 교수가 서울신문에 매주 연재한 기획시리즈 ‘아픈 역사에서 배운다-병자호란 다시 읽기’가 31일자로 마침표를 찍었다.2007년 1월11일 첫 회를 시작으로 꼬박 2년간 모두 104회에 걸쳐 철저히 사료에 입각해 병자호란에 얽힌 이야기를 꼼꼼히 풀어낸 한 교수는 “비극의 역사인 병자호란을 되돌아보면서 과거의 잘못을 뿌리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 반복된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겼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 교수는 수많은 민초의 죽음과 10만명이 넘는 포로를 발생시킨 병자호란의 원인이 조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에 있다고 지적한다.정묘호란의 굴욕을 겪고도 이들은 명·청 교체기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신속히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위정자들의 이같은 안이한 태도는 병자호란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인조는 청태종에게 세 번 큰절을 하는 치욕을 겪었지만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환란을 자초한 정책담당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소홀히 했다.일례로 인조반정의 1등 공신인 김류는 아들 김경징의 안일한 처신으로 강화도가 함락돼 비난이 들끓는데도 자리를 보전했다. 반면 백성들의 고통은 극심했다.청으로 끌려갔다 탈출한 포로들은 다시 청으로 끌려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을 당했다.안추원과 안단은 무려 28년,37년 만에 탈출에 성공했지만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조선으로 되돌아온 포로 여자들(환향녀)은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았다. 한 교수는 “청에 항복한 이후에도 오랑캐라고 혐오하기만 했지 왜 당해야 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위기의 원인을 찾아 철저히 반성하고,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결여됐던 것이 조선이 동아시아 3국 가운데 근대화가 가장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그러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확실히 극복하는 DNA가 부족한 것 아닌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자호란의 전말을 학술논문이 아닌 대중적인 글로 집대성해서 풀어쓴 사례는 드물다.한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본으로 병자호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취합해서 철저히 사료에 근거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임진왜란과 한중관계’‘광해군’ 등의 저서를 쓴 한 교수는 앞으로 임진왜란에 관한 대중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했던 조선의 운명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때문에 현재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다시 읽는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길이라고 한 교수는 강조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현대사 특강 강사 과잉대우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고교생 현대사 특강 강사들에게 내규를 벗어난 ‘과잉 대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29일 “현대사 특강을 실시하면서 강사들에게 ‘특별강사2’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각 고교에 권장했다.”고 밝혔다.교육강사 수당 기준에 따르면,‘특별강사2’는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저명인사로,전·현직 장·차관 또는 대학 총장 정도의 인물이 기준이다.강사료는 시간당 12만원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사 특강에 나선 강사진 145명 중 ‘특별강사 2’ 수준에 해당하는 강사는 10여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전직 대학 총장·부총장 및 대학 석좌교수·명예교수,정부부처 차관급 인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강사들은 대부분 대학 강사,연구소 연구원,어린이집 원장,의사,청소년 지도사,경찰관,공공기관 홍보팀장,봉사단 회장,검찰청 시민옴부즈만 등이었다.시교육청 기준대로 하면 이들은 ‘일반강사’로 시간당 3만원에서 10만원의 수강료를 받아야 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줌] ‘소의 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줌] ‘소의 해’를 기다리는 사람들

    십이 간지(干支) 띠 동물 가운데 소(丑)는 유유자적의 여유와 평화로움을 상징한다. 농경문화가 정착된 이후 우리 선조들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가족처럼 여기며 부와 풍요를 기원했다.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2008년 연말 다가오는 기축(己丑)년 소해는 넉넉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새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에 위치한 저금통 제조회사인 성도테크의 김종화(48) 사장.그는 요즘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풍요를 상징하는 소의 이미지에 부를 뜻하는 황금색을 덧칠한 황금소 저금통을 하루 4만개씩 찍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김 사장은 “고객들이 사랑해준 만큼 새해에는 저금통을 통해 복을 되돌려 주고 싶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경기 용인시 원산면 농도원 목장의 황병익(53) 사장은 국산 우유의 우수성을 알리고,우유 보급을 늘리기 위해 체험목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황 사장은 “젖소 송아지 가격은 떨어진 반면 사료값은 폭등 했다.”며 낙농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그러면서도 “새해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질 좋은 국산 우유를 많이 마시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는 지난해 종축 개량과 젖소 등록시스템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박물관 등 공공기관도 ‘소맞이’ 준비로 분주하다.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소를 소재로 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옛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담긴 소의 다양한 기능 및 상징사례 등을 소개하는 전시회로 내년 봄까지 열린다.우정사업본부는 ‘눈(雪) 을 반기는 소’란 디자인의 연하우표와 엽서를 발행하여 이미 판매 중인데,수집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유아용품업계도 소띠 마케팅이 한창이다.새해 태어나는 신생아를 겨냥한 소 캐릭터의 신제품을 선보이며 최대한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심화되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요즈음이다. “새해엔 모두가 소처럼 열심히 일해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신세계백화점 유아복코너의 김순옥(44)씨의 바람이다.그녀의 소망처럼 12년만에 돌아오는 ‘소띠 해’가 행운을 듬뿍 가지고와서 우리를 맞아줄 것을 빌어본다. jongwon@seoul.co.kr
  • 양천구,20돌 맞이 타임캡슐 설치

    양천구,20돌 맞이 타임캡슐 설치

    ‘20년 지역 역사와 미래의 염원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는다.’ 양천구는 오는 22일 양천공원에서 건국 60년과 구 개청 20주년을 기념해 양천지역을 상징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귀중한 사료와 주민들의 독도 사랑을 타임캡슐에 담아 묻는 ‘타임캡슐 설치 행사’를 갖는다고 18일 밝혔다. 이 타임캡슐은 구 개청 50주년(반세기) 해인 2038년 5월 구민의 날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번 설치 행사에는 양천구 ‘개청돌이(1988년에 태어나 양천에서 자란 학생)’와 지역주민,어린이 등 1000여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타임캡슐은 원통 모양의 높이 100㎝,지름 31㎝로 양천의 어제와 오늘의 영상자료와 사진,양천구 역사지,‘비전 2020사업’자료 등 양천지역에 관한 자료와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자료 등 총 63점을 담는다. 특히 독도사랑 서명지(11만 5315명),독도사랑 도보행진 영상자료,독도마라톤 영상자료 등을 담아 양천구의 독도 사랑을 후대에도 전하기로 했다. 이벤트로 양천구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갈 어린이 140여명이 30년 후에 이루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소원지에 직접 써서 타임캡슐과 함께 묻는다.또 희망풍선에 자신의 소원지를 달아 하늘 높이 날려보내는 시간도 갖는다.육군 제52사단 군악대가 멋진 연주를 들려준다. 추재엽 구청장은 “이번 행사는 구의 지속적인 발전과 독도 사랑이 후대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앙천구를 한 번 찾으면 떠나고 싶지 않은 ‘외갓집’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행복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근·현대사 교과서 6종 수정

    미군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나 북한에 대한 긍적적인 기술을 객관적 기술로 고치는 등 ‘편향성 시비’가 일었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이 수정·보완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교과서포럼 등이 문제를 제기했던 금성출판사 등 6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내용 중 206곳을 수정·보완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바뀌는 내용은 교과부가 수정권고한 53건,단순 문구 조정 등 추가로 수정한 내용 51건,집필진이 자체적으로 수정한 내용이 102건이다. 출판사별로는 금성이 73건으로 가장 많다.이어 중앙 40건,두산과 천재교육 각 26건,법문사 25건,대한 16건 순이다. 교과부가 수정을 권고한 내용은 ▲미·소 군정과 관련해 서로 성격이 다른 사료 비교 ▲8·15 광복과 연합군의 승리에 대한 부정적 기술 ▲김일성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기술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 등이다. 교과부는 “청소년의 바람직한 역사 인식 및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통성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교과서에 올바르게 기술할 필요가 있었다.”고 수정·보완 배경을 설명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서울서 조선시대 성벽 방어시설 첫 발견

    서울서 조선시대 성벽 방어시설 첫 발견

    조선시대 서울을 둘러싼 성벽의 방어용 시설인 치성(雉城)이 발견됐다.문헌 기록에만 남아있던 치성이 실제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1926년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동대문운동장에 투영된,우리 역사의 상처다. ●“4~6군데의 치성 있었을 것” 지난 1월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7가 옛 동대문운동장 일대를 발굴 조사해온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기관인 중원문화재연구원은 17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지도위원회를 열고 “성곽에서 남북 10.2m,동서 8.3m 크기의 사각형 치성 1개소를 확인했다.”면서 “동대문(흥인지문)에서 광희문까지 모두 4~6 군데의 치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치성은 성벽을 바깥으로 돌출시켜 성벽에 가까이 다가오거나 기어올라오는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방어시설이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치성뿐 아니라 동대문에서 광희문까지 연결됐던 서울성곽의 성벽터 123m도 확인했다.동대문운동장 축구장이 있던 자리다.성벽의 잔존높이는 최고 4.1m이며,성벽의 폭은 8~9m이다. 또한 남산쪽에서 흘러내린 물을 도성 바깥쪽으로 빼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간수문(二間水門·두 칸으로 된 수문)은 홍예(虹霓·문 윗 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만든 것)로 만들었음을 확인했다.특히 이간수문은 길이 7.4m,잔존높이 5.4m로서 보존 상태도 홍예 부분을 제외하고는 받침돌, 바닥석 등이 거의 완벽하다.이와 함께 성곽과 가까운 내부에서 건물지 10개소와 집수시설 2개소, 우물 4개소도 확인했다.연구원측은 “조선 태조부터 영조 시대까지 각 시기별 도성 축조의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15~20세기 걸친 다양한 자기도 나와 출토된 유물도 다양하고 사료적 가치가 높다.분청사기,조선청자,무문백자,청화백자,일본과 중국 등 외국 자기 등 15~20세기에 걸쳐 다양한 자기들이 나왔다.특히 축구장 터에서 나온 ‘청자 돈(墩)’,즉 의자로 추정되는 청자편은 출토된 예가 드물어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이번에 건물지 도성에서 발견된 10개소의 성격을 해석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측은 “동대문야구장 터에서는 현재 하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적심석군 및 모래적심과 배수시설 등이 확인됐고 앞으로 정확한 규모 및 성격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의 조성을 추진하는 부지에서 중요유적과 유물이 다수 출토됨에 따라 이 일대에 대한 추가발굴 및 디자인플라자&파크 사업 계획의 변경이 수반되는 원형 보존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시촌은 괴롭다

    고시촌은 괴롭다

    경기불황의 회오리가 신림동·노량진 수험가를 덮쳤다.고객 감소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이를 버텨내지 못한 신림동 고시식당은 한 달 반만에 5곳이 폐업신고를 냈다.와중에 수험생 대상 식권사기마저 벌어지는 등 인심은 각박해졌다.고시학원은 제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비싼 임대료를 못 버텨 줄줄이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식권 100장 할인판매 뒤 야반도주 “제 돈 어떻게 돌려받죠.경찰서에 신고 좀 해주세요.” 5년째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 이모(32)씨는 17일 폐업딱지가 붙어있는 한 고시식당 앞에서 기자에게 매달렸다.한때 잘 나가는 고시식당으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S고시식당’은 두 달 전부터 ‘식권 100장 할인판매’를 세 차례 진행한 뒤 지난 12일 갑자기 문을 닫고 주인은 잠적해 버렸다.식당 대문에는 그날로 한국전력에서 공과금과 가스비를 내지 않아 전기와 가스를 끊는다는 고지서가 붙었다.식권을 대량으로 구입했던 수험생들과 식자재를 제공하던 거래업체,식권판매를 대행해 주던 지역업체들은 문 닫힌 식당을 찾아와 발만 동동 굴렀다.최근 들어서만 벌써 서너군데 식당이 이와 비슷한 형태로 문을 닫았다. 고시촌에서 세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대개 한 끼 2500원 정도의 식당 식권 한 달치(100장)를 구입한다.이렇게 대량 구입하면 7만~8만원 정도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하지만 이번 일로 수험생들은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비를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180장을 40만원에 구입한 이씨를 비롯,300장 이상 식권을 사둔 수험생도 적지 않았다.고시촌이 발칵 뒤집혔다. 내년 2월 사법시험 1차 준비에 여념이 없는 수험생들은 신고도 못 하고 있다.수험생 최모(29)씨는 “피해자가 수백명”이라며 “시험이 코앞인 데다 다수가 소액 피해자라 신고를 안할 거라는 점을 악용한 것 같다.”고 울상지었다.한 식당 거래업체 사장은 “우리는 250만원을 손해보게 됐지만 2000만~3000만원을 떼인 업체들도 있다.”며 한숨쉬었다.관내 관악경찰서는 ‘티켓 빙자 사기 범죄’라며 피해 신고를 강조했다. ●신림동 고시촌 식당폐업 15% 급증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무엇보다 경기침체가 결정적이라는 게 중론이다.식자재값은 뛰었는데 손님이 격감하다 보니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는 것.관악구청 관계자는 “신림 9동 등 고시촌 식당들이 지난달부터 5군데가 연이어 폐업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올해 고시촌이라 불리는 신림 2·6·9·10동 식당 폐업은 119건으로 지난해보다 15% 이상 급증했다.한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식당들이 값싼 식자재를 쓸 수밖에 없어 음식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식당만 불황을 겪는 게 아니다.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영향으로 사시생들로 북적이던 고시촌의 고시원,원룸 등은 30~40%가 비어있는 상태다.거리 전봇대에는 방을 내놓는다는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서점 매출도 전년 대비 3분의1 이상 떨어졌다.부동산 관계자는 “로스쿨 등으로 수험생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빠져나갔다.”면서 “이맘 때쯤이면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상담하는 사람조차 드물다.”고 암담해했다. ●노량진 학원가 공무원 감축 직격탄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학원가엔 강사료 등 직원 월급조차 제때 못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때문에 다달이 월세와 생활비를 학원 아르바이트비로 충당하는 수험생들은 올겨울 나기가 더욱 팍팍해졌다. 특히 공무원 수험생들이 많은 노량진 학원가는 신림동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주가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E고시학원은 4개월째,N고시학원은 두 달째 직원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직사회 감축 기조에 따른 수험생 급감과 매출 하락으로 지난 9월 추석 전후로 한교고시학원과 이그잼은 30% 이상 구조조정을 감행했다.이어 한교 등 일부 학원들은 비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이사를 했다. 학원 관계자는 “수험가가 불황을 안 탄다는 것은 옛말”이라면서 “책 대금을 대개 어음으로 받는 현 상황에서 학원 소속 대형서점 한 곳만 부도가 나면 출판사 30%가 1년내 연쇄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 사진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부고]

    ●이석(서울신문 사업국 공익사업부 과장)홍석(해군 대위)형준(한국씨티은행)씨 부친상 17일 전북 익산병원,발인 19일 오전 7시 (063)840-9444 ●한송철(전 서울신문 광고마케팅국 부장)씨 부친상 17일 일산 동국대병원,발인 19일 오전 11시 (031)961-9419 ●이철형(전 한국종합건설 대표)씨 별세 재웅(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지연(컨텐츠랩 대표)씨 부친상 손창현(다르앤코 대표)신일용(홍익대 디자인영상학부 교수)씨 빙부상 황현정(전 KBS 아나운서)씨 시부상 17일 삼성서울병원,발인 19일 오전 (02)3410-6912 ●성영목(호텔신라 사장)재현(전 경북대 치대학장)현(공무원)씨 부친상 박동현(한국은행)씨 빙부상 17일 경북 김천의료원,발인 19일 오전 9시 (054)429-8363 ●최광교(제천경찰서 정보과)씨 부친상 17일 제천 제일장례식장,발인 19일 오전 8시 011-276-9788 ●임준재(전 연합뉴스 대전·충남취재본부 부장)씨 모친상 17일 충남대병원,발인 19일 오전 8시 (042)257-4864 ●박종현(전 유니코스 대표)씨 별세 성희(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연구소 선임연구원)씨 부친상 이우영(KT IT기획실 선임연구원)씨 빙부상 16일 삼성서울병원,발인 19일 오전 8시 (02)3410-6915 ●윤경주(폴컴 대표)씨 별세 16일 흑석동 중앙대병원,발인 19일 오전 9시 (02)860-3591 ●정한병(전 금성사료 대표)씨 별세 봉근(삼성전자 부장)수근(바이엘 코리아 〃)씨 부친상 이광원(LS전선 상무)임주효(기아자동차 차장)씨 빙부상 17일 부산성모병원,발인 19일 오전 8시30분 (051)933-7482 ●최삼림(전 강동라이온스 회장)학출(울산대 국문과 교수)학태(라인물류시스템 사장)씨 모친상 최연숙(영남대 독문과 교수)씨 시모상 17일 서울아산병원,발인 19일 오전 5시30분 (02)3010-2237 ●신동수(선화예고 교사)현종(한국연극협회 극단광장 배우)씨 모친상 전국향(한국연극협회 극단은행나무 배우)씨 시모상 17일 서울아산병원,발인 19일 오후 3시 (02)3010-2231 ●정운하(미국 거주)윤석(파라다이스 본사)경석(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씨 부친상 17일 서울아산병원,발인 19일 오전 8시30분 (02)3010-2295 ●김종오(전 전북일보 전무)씨 별세 영태(사업)윤미(전주대 강사)헌(사업)씨 부친상 16일 전북대병원,발인 18일 오전 9시 (063)250-2442 ●김종민(전주MBC 보도국 영상제작부 차장)씨 상배 17일 전북대병원,발인 19일 오전 10시 (063)250-2443 ●장효상(전 포항MBC 사장)씨 상배 지원(MBC 미술센터 과장)씨 모친상 17일 경기 일산병원,발인 20일 오전 8시30분 (031)932-9172
  • 60년 전 서울,사진으로 만난다

    60년 전 서울,사진으로 만난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서울’을 재조명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종로구는 내년 2월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서울 근·현대를 돌아볼 수 있는 희귀사진 110여점을 전시하는 ‘서울,타임캡슐을 열다’는 사진전을 연다. 전시회는 1940~50년대의 대표적 사진작가 고(故) 임인식씨의 작품 110여점을 통해 과거의 서울을 집중 조명한다. 구는 특히 과거 종로의 문화와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돈화문 공방거리,역사문화탐방 고궁길,창경궁~종묘 간 녹지축 연결 등 다양한 개발 사업의 밑그림으로 삼기로 했다. 전시회는 ‘하늘에서 본 고궁과 주변모습’ ‘고궁 주변 일반서민의 생활상’ ‘과거 종로거리의 모습’ ‘종로 한옥마을,골목길 풍경’ ‘광화문에서 벌어진 행사장면’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자료들은 1940~50년대 광복 혼란기와 6·25전쟁을 통해 소실되고 파손되면서 찾기 어려운 근·현대사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 임씨는 1948년 정부수립기념식장의 맥아더장군,1949년 경복궁에서 열린 제1회 국전장 모습,1953년 서울 대홍수 당시 종로와 서울의 모습,1955년 제1회 산업박람회가 열린 창경궁의 모습 등 1940~50년대 사료적 가치가 높은 역사적 사건을 담았다. 1953~54년 찍은 20여점의 항공사진은 국가기록원의 확인결과 건국 최초로 민간인이 촬영한 항공사진들로 밝혀졌다. 땔감 부족으로 벌거숭이가 된 삼청공원과 가회동 한옥마을,전쟁의 폭격 속에서도 보존된 경복궁과 비원 앞 한옥들,동대문 옆 전차기지와 청계천의 겨울 모습은 경이와 감탄사를 자아낸다. 김충용 구청장은 “이번 사진전은 서울과 종로의 1940~50년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 편의 역사 파노라마”라면서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전시회를 찾아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와 전통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완도주민 드라마 마케팅 눈뜨다

    완도주민 드라마 마케팅 눈뜨다

    ‘섬 주민들이 TV마케팅에 눈을 떴다.´ 올 추석(9월13~15일)을 앞두고 전복 특산지인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서는 전복이 동이 난 일이 있었다.빗발치는 전화 주문에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당시 전복 1㎏을 기준으로 최상품인 6개짜리는 7만원,가장 많이 찾은 10~12개짜리는 4만원,20개짜리인 구이용은 2만 7000원에 팔렸다. 이렇게 해서 올 추석 때만 완도군이 판 전복은 총 608t으로 무려 364억여원에 이르고 있다.지난해 추석 때 314t,188억여원보다 판매량이 두 배나 늘었다. ●“소비운동보다 드라마 한편이 더 효과” 전복이 대박을 터뜨린 것은 추석을 앞두고 인기리에 방영을 마친(9월9일) 방송드라마 ‘식객’이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 덕분이다.드라마에서 세계미식가대회가 전복 특산지인 노화도에서 열렸고,여기서 전복을 다룬 장면이 3차례나 잇따라 방송됐다.산해진미 중 전복 요리가 으뜸으로 부각되면서 도회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다 그동안 추석 선물로 인기를 모았던 멸치 값이 뛰어 전복 값과 엇비슷해지면서 전복으로 쏠림현상이 생겨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찬(51) 완도군 관광진흥담당은 “지난해 군에서 과잉 생산된 전복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방송광고와 전국민 전복먹기운동을 폈으나 결국 드라마 한 편만큼 폭발적인 매출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치 성금 모아 전달 TV드라마의 위력을 체험한 주민들은 10월20일 ‘노화읍 드라마유치추진위원회’를 꾸렸다.어민대표,이장단장,청년회장이 공동대표로 나서고 지역단체 22개가 추진위원으로 힘을 보탰다.어민들도 앞을 다퉈 팔을 걷어붙였다. 유치추진위가 지난달 5~30일에 26개 마을주민 등 1933명으로부터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은 7800만원.주민들은 1만원부터 100만원까지 형편대로 냈다.전복 양식을 하는 최현국(55) 추진위원장은 가장 많은 1000만원을 냈다.유치추진위는 최근 성금 중 7100만원을 드라마 제작비로 전해달라며 김종식 군수에게 맡겼다.700만원은 홍보용으로 남겨뒀다. 완도군은 방송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16부작)’를 노화도에서 촬영하도록 하기 위해 다음주쯤에 방송국과 계약할 예정이다.내년 5월쯤 공중파를 탈 드라마에는 최불암,송재호,나문희,강부자 등 인기 탤런트가 출연한다. 김 군수는 “내년 상반기에 제작사를 선정해 전복을 다룬 2~3회 분량을 찍도록 하는 방안으로 주민 성금 7100만원과 군비 7900만원 등 총 1억 5000만원을 드라마 제작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700여t에 그쳤던 전복 생산량은 올해 4500t으로 크게 늘어나 자칫 판로가 막히는 날에는 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내년 5월 새 드라마 제2대박을 꿈꾸며 손형팔 군 시장개척팀장은 “완도는 올해 노화도를 중심으로 보길도,소안도 등 2500어가가 2987㏊에서 전국 생산량의 80%인 전복 4500여t(2200억원 상당)을 생산할 예정이어서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국 양식 넙치(광어) 생산량의 80%를 점유한 완도는 값싼 외국산 돔 등이 밀리면서 소비 감소와 사료값 폭등으로 양식장마다 아우성이다.양식 어민들은 부도 공포에 휩싸일 지경이다. 손 팀장은 “대도시에 상설 활어직판장을 열어 소비촉진에 나서고 일본으로 수출할 전복,광어 상담도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위축,소비감소,과잉생산 등을 감안해 판촉활동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CEO 칼럼] 한국의 히든 챔피언을 기대하며/윤용로 기업은행장

    [CEO 칼럼] 한국의 히든 챔피언을 기대하며/윤용로 기업은행장

    며칠 전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경영학계 석학,헤르만 지몬이 쓴 ‘히든 챔피언’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 보았다. 세계시장을 제패한 ‘숨은 1등 기업’의 비밀을 밝힌 책인데,지금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많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헤르만 지몬의 다음 질문에 답해 보자.“세계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20년 전에는 ‘미국’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1990년대에는 ‘일본’ 그리고 지금은 ‘중국’이라는 답이 가장 많다고 한다.그러나 진실은 사람들의 대답과는 조금 다르다.2002년부터 2007년까지 수출 1위 국가는 다름 아닌 독일이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대기업이 별로 없는 독일이 전 세계 수출 1위를 차지하게 된 원동력은 바로 ‘히든 챔피언’들 때문이다.히든 챔피언은 세계시장에서 1위,2위 또는 3위를 차지하고,매출액은 40억달러 이하이며,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을 정의하는 말이다.휴대폰 칩 접착제를 만드는 델로(Delo),생선가공 장비를 만드는 바더(Baader),관상용 물고기 사료를 만드는 테트라(Tetra),외과의사에게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수술도구들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브레인랩(Brain lab) 등 세계시장 점유율 60~80%를 넘나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바로 대표적인 히든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위에 소개한 회사들 가운데 독자들이 아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그렇지만 이 회사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들이다.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 별로 없는 독일이 세계수출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것은 바로 이러한 히든 챔피언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헤르만 지몬은 히든 챔피언의 특징 혹은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첫째,야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해부학 실습용 해골을 만드는 3B 사이언티픽의 야망은 “세계 1등을 차지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둘째,집중 및 심화전략이다.리서치회사인 플렉시보그단은 “우리는 오직 한 가지 일만 한다.그러나 그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셋째,전문화를 통한 저돌적 글로벌 전략의 추진이다.최고의 제품이 있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접근한다.넷째,지속적 혁신이다.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세계적 대기업보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두 배 이상 높다.종업원당 특허 수,특허당 개발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적 대기업을 압도한다.다섯째,고객과의 친밀성이다.어쩌면 히든 챔피언들이 기술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여섯째,일을 좋아하는 종업원들이 있다.일을 더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마지막으로 훌륭한 리더의 존재이다.원칙을 중요시하되,구체적 사항에선 유연성을 발휘하며,특징적인 것은 재임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지금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하지만 바로 이런 시기가 한국의 히든 챔피언이 키워지는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이미 우리나라에도 와이지 원(YG1),홍진크라운(HJC) 등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히든 챔피언들이 나타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경제주체들이 합심하여 수천 개의 히든 챔피언이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중소기업 지원 전문인 기업은행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윤용로 기업은행장
  • [하재봉의 영화읽기]신기전

    [하재봉의 영화읽기]신기전

    역사적 고증과 과학적 합리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는 하나, 의심할 바 없이 <신기전>의 영화적 위치는 고양된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는 데 우뚝 서 있다. 설계도가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로켓 <신기전>의 흥분된 이야기는, 조선 건국 초인 1448년, 세종 30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고려조의 유민이 아직 잔존해 있던 건국 초기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조공을 바치던 강대국 중국의 눈치를 보며 조선이 명나라 몰래 놀라운 병기, 세계 최초의 로켓포를 계발하려고 했다는 가설을 <신기전>의 내러티브는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신기전>의 근거는 지금도 문헌으로 남아 있는 《총통도감》에 기초해 있지만, <신기전>의 피와 살을 형성하고 있는 구체적인 인물이나 내러티브는 모두 허구적 상상력의 소산이다. <신기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종 30년 9월 13일, 세종은 총통등록을 각 도에 전달하며 ‘화기를 개발하고 쏘는 연습을 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지금도 남아 있는 《총통등록》은 최무선에 의해 화약이 계발된 이후 화기인 주화로부터 시작된 신기전, 그리고 화기를 나르는 화차 개발법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세종 당시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의 여진족과 싸우며 4군 6진을 만들고 영토확장을 이루는데 신기전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기전은 소·중·대 3가지 종류가 있는데 화살 끝에 화약이 장착되어 있으며 대신기전의 경우 화차에서 발사되면 약 2km 이상을 날아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서양의 로켓 개발보다 무려 300여 년 앞선 과학적 쾌거였다. 임진왜란을 거쳐 영조 4년(1728년) 안성에서 반군을 제압하는데 신기전이 사용되었다는 문헌 이후 우리 역사 속에서 실종된 신기전의 존재가 다시 세상에 나타난 것은, 197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에 의해서였다. 채 박사에 의해 다시 발견된 신기전의 설계도는 세계우주항공학회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로켓 설계도로 인정받았다. 왜 조선 역사 속에서 신기전의 존재가 희미하게 남아 있고 나중에는 실종되어 버린 것일까? 중국이나 일본 등 신기전 개발을 달가워하지 않던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부국강병의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신기전>은 사료에 기초해서 신기전 개발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국제역학관계를 현실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게끔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다. 영화 <신기전> 속 꿈같은 이야기는 상당 부분 역사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이만희는 이러한 사료를 기초로 작가적 상상력을 작동시켜, 고려 유민의 후손으로 반역죄로 처형당한 아버지의 한을 품고 상인으로 살아가는 설주(정재영 분), 최무선의 손녀딸로 신기전 계발의 핵심 역할을 하는 홍기(한은정 분), 세종의 밀명을 받고 명의 감시를 피해 신기전 개발에 힘을 보태는 호위무사 창강(허준호 분), 명나라의 감시를 피해 학계의 응축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민간차원에서 신기전이 개발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세종(안성기 분)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었고, 현실적으로 수긍할만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신기전>의 드라마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분위기로 시작된다. 창강은 신분을 알 수 없는 홍리의 신변보호를 상인 설주에게 의뢰한다. 물론 거액의 보수가 따르지만, 창강이 특별히 설주에게 홍리를 부탁한데는 이유가 있다. 홍리는 고려 말 화약 제조자 최무선의 딸이었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홍리와 함께 신무기 개발을 하던 중 명나라 자객단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조선이 로켓포를 만드는 것을 경계해 왔던 명나라는 사신을 보내 세종과 궁궐 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세종은 명나라의 감시망을 피해 은밀히 신기전이 완성될 수 있도록 창강에게 명하고 창강은 신기전 개발의 키를 쥐고 있는 홍리를 설주에게 맡긴 것이다. 지금은 상인이지만 그 역시 역모혐의로 처형당한 아버지와 함께 화약 개발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다. <신기전>은 크게 명나라의 감시를 피해 설주-홍리 커플이 신기전을 개발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미묘한 감정이 싹트는 두 사람의 사랑, 명나라와 여진의 10만 연합군에 맞서 신기전을 이용해 조선군이 승리를 거두는 피날레로 이루어져 있다. <신기전>에는 상투적인 로맨스, 신파에 가까운 사랑 장면이 들어 있고, 국수주의적 시각도 있지만, 강대국 아래서 자주국방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세종의 신기전 개발 이야기가 현재 우리 상황과 맞물려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다. <신기전>을 볼만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이만희 작가의 튼튼한 극본 때문이다. 이만희 작가는 “침대에 누워 졸린 눈을 달래가며 조선시대 외교문서를 꾸역꾸역 읽어 내려가다 나는 어느 대목에서 벌떡 일어나 고쳐 앉았다. 그것은 ‘발칙한 조선은 듣거라’ 라는 명나라 황제가 조선의 왕에게 칙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 말이었다.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발칙한 조선이라니…, 이런 저급한 말은 하인에게도 아니 쓴다. 아, 조선은 이랬구나.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초라하게 당했구나. <신기전>은 울분으로 쓴 작품이다. 이런 굴욕과 울분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 난 신기전을 통해 선조들이 이 강산을 어떻게 지켜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약속>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신기전>을 만들면서 김유진 감독은,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연출 감각을 보여준다. 웃음을 줄 때와, 긴장감을 지속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할 때의 완급조절을 부드럽게 이끌면서 결과적으로 긴장과 이완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대중적 재미와 흥행력을 갖춘 영화를 만들었다. 이 감독은 “신기전은 우리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아주 명쾌하고 유쾌한 영화다. 웃음, 슬픔, 액션, 하나의 잘 짜여진 드라마까지… 복합적인 재미를 주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김유진 감독은 기대하고 있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영화를 생각하고 만들었다. 신기전은 그렇게 오락영화를 추구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사실과 허구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핵심을 피해나갔다. “신기전은 사극이지만 코미디와 멜로 요소가 많이 들어 있으며, 처음부터 액션, 사랑, 웃음, 슬픔을 한 구조 속에 녹여서 가려고 생각했다. 흥행에 대한 특별한 의식 없이도 당연히 코미디와 멜로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기전>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와의 경계를 교묘하게 흔들면서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흥행력과 영화적 재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야사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허구적 상상력의 소산인 종반부 명나라와의 대결에서, 조선의 비정규군이 사용하는 신기전 발사 장면은 통쾌함을 안겨준다.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 그때 만약 우리가 신기전을 진짜 개발했고 그것을 이용해서 만주 땅을 되찾았다면, 혹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초토화시키고 대마도까지 정벌해 버렸다면. 이런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그런 가정이 지금의 현재적 역사에 주는 교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의 국수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며 민족적 자긍심에 기대어 흥행 홈런을 노리는 <신기전>이지만, 그 이유만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미래의 역사라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과거의 역사가 새로운 현실인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부여한다면 충분한 의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글 하재봉 시인, 영화평론가, 동서대 교수
  • 쇠고랑으로 끝난 ‘님을 위한 행진곡’

    쇠고랑으로 끝난 ‘님을 위한 행진곡’

    1인자를 보좌하던 2인자들이 잇따라 쇠고랑을 찼다.남경우(64·구속) 전 농협 축산경제 대표,정화삼(61·구속)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홍기옥(59·구속) 세종캐피탈 사장이 그들이다.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과 관련된 각종 비리에서 이들은 궂은 일을 도맡는 ‘집사’였고 모든 비리의 ‘연결고리’였다. ●정대근의 비자금 관리 ‘남경우’ 정대근 전 농협 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남 전 대표는 농협의 핵심인사 중 핵심이다.그는 농협사료 대표로 근무하던 2005년부터 100억원에 육박하는 정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남 전 대표의 비자금 관리 방식은 조직적이고 치밀했다.대표적인 방법이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문회사인 I사를 활용한 것.세종증권 쪽이 투자자문회사 I사에 자문수수료 형식으로 50억원을 송금해주면 정 전 회장에 우회적으로 돈을 전달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이 돈은 펀드와 부동산 등 철저한 ‘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검찰은 정 전 회장과 남 대표가 농협의 구조적인 허점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뇌물과 비자금을 관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노건평의 아우 ‘정화삼·광용 형제’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이사를 지낸 정화삼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면서 형인 건평씨와도 각별한 사이다.하지만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인 것은 동생인 광용씨.검찰도 “화삼씨는 동생에게 묻어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광용씨는 홍 사장이 약 30억원의 돈을 전달했을 때보다 1년 전 먼저 3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광용씨가 홍 사장과 건평씨의 만남을 주선하기 전 받은 돈을 이용,미리 건평씨와 친분다지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화삼씨는 세종캐피탈측으로부터 받은 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30억원 중 건평씨에 전달된 4억원 외에 나머지 돈은 상가를 구입하고 성인오락실을 여는 방식으로 재투자하기도 했다.또 광용씨가 건평씨에 주고 남은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오락실에서 나오는 수익도 욕심낸 반면 펀드와 부동산에 분산 투자해 건평씨 몫을 보존하는 노력도 보였다. ●로비 핵심 ‘홍기옥’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 사건에서 인맥을 통한 비리의 첫 단추는 홍 사장이다.홍 사장은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과 세종증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뒤 농협의 정 전 회장을 소개해 줄 만한 인사를 찾았다.홍 사장은 부산을 연고로 친분이 있던 광용씨에게 정 전 회장과 친분 있는 인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광용씨는 화삼씨와 함께 건평씨에 줄을 댄다. 이 과정에서 홍 사장은 건평씨를 광용씨와 함께 김해로 찾아가 만났고 로비 대가로 29억 6300만원의 돈을 건넸다고 검찰은 밝혔다.이어 홍 사장은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 우선협상 양해각서를 체결할 즈음인 2005년12월 10억원, 세종증권 주식매각이 끝난 뒤인 2006년 2월 40억원 등 을 정 전 회장에게 건넬 목적으로 투자자문사 I사의 농협계좌로 송금하는 등 세종증권 매각을 마무리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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