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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발코니 붕괴로 여섯 친구 잃은 아일랜드 27세 심장마비 사망

    2015년 발코니 붕괴로 여섯 친구 잃은 아일랜드 27세 심장마비 사망

    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연수 중 기숙사 건물의 발코니가 붕괴돼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던 친구 6명과 함께 추락했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해 화제가 됐던 아일랜드 여성 에이오페 비어리가 갑작스레 숨졌다. 스물일곱 살의 안타까운 나이다. 그녀가 새해 첫날(이하 현지시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고인은 지난달 29일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 왔는데 2015년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인지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스트 베이 타임스가 전했다.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 재학 중이던 비어리와 친구들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J-1 여름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UC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 해 6월 비어리의 스물한 번째 생일에 모두 14명의 젊은이들이 기숙사 4층의 좁은 발코니에 모여 있었다가 비운을 맞았다. 5명의 아일랜드 학생들과 한 명의 아일랜드계 미국인 친구가 목숨을 잃었고, 다른 7명이 중태에 빠졌다. 비어리의 부상 정도도 결코 간단치 않았다. 뇌를 크게 다쳤고, 팔과 손, 골반과 턱,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간과 신장, 비장이 파열됐고 폐가 주저앉았다. 나중에 심장 개봉 수술도 받았는데 그녀는 기적처럼 회복했다. 나중에 붕괴 원인은 목재 데크를 지탱하는 이음새가 바싹 말라 썩어 있었던 것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건설사는 워낙 이런 하자 불만이 많았던 회사로 당시에도 무수한 하자 보상 소송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건축 회사를 감독하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건축 면허 위원회에 하자 불만 사례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서 비어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의 건축 개혁을 앞장서 요구해 왔다. 2016년 그녀는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건설사가 과거 법정 소송에 대한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을 때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그녀는 의원들을 향해 참사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는지, 그녀가 직장을 구하려던 목표가 엉망이 됐는지 눈물로 토로했다. 그녀는 “내 삶이 영원히 바뀌었다”며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과는 네 살 때부터 알아와 함께 세계를 여행하곤 했다고 했다. 아울러 자신의 생일이 이제는 “친구들의 기일이 돼버렸다”고 개탄해 지켜보던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희생된 이들의 유족은 붕괴 사고가 일어난 해에 건물 건축에 함께한 회사들과 피해 보상에 대해 합의했는데 그 내용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인간 존재의 의미 고민, 무심한 듯 엮어낸 대담성에 매료

    인간 존재의 의미 고민, 무심한 듯 엮어낸 대담성에 매료

    올해 응모작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동안 우리의 가슴을 강력하게 두드린 것은 ‘꿈과 희망이 부재한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라는 외침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재와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거대 가치와 개인의 이익이 대립되며 생기는 갈등을 논하거나, 가족과의 관계의 붕괴를 목격하며 겪은 괴로움을 토해 내고 있었다. 그 외침들은 심사하는 내내 묘한 불편감과 갑갑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분명 이것이 현실인 것을, 이 목소리들이 그저 어리광 같은 불만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가슴에 안겨진 무게감을 기꺼이 안은 채 당선작을 정했다. 소재의 참신함과 동시대성을 지닌 주제 의식, 우수한 구성력과 무대화의 가능성 등을 심사의 기준으로 삼고 예심을 거쳐서 최종 후보로 올라온 작품은 ‘나의 우주에게’, ‘늑장’, ‘채송화’였다. 이 중 ‘나의 우주에게’는 마치 겉보기에는 사랑을 잃어 가는 두 남녀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나 변화하는 관계성을 드러내는 세심한 대사들과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무심한 듯 담담하게 엮어 내는 작가의 대담성에 매료됐다. 일상의 언어에서 출발하나 유효적절한 표현들만을 선택한 대사와 장면 구성력 또한 우리를 이 이야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우주에게’를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버텨 나가는 사람들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특별 보호 국민으로 분류해 희망을 죽이는 알약을 삼키게 한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 ‘늑장’이나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삶을 되짚어 나가며 인생에 대한 고찰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채송화’ 역시 우수한 작품들이었다. 비록 당선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낸 필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후일을 기대하게 하는 수준작들이었다. 또 다른 시작선에 선 신진 작가들의 날 선 시선이 오래도록 유효할 수 있기를 바란다.
  • [2022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길고양이 삽화/배종도

    [2022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길고양이 삽화/배종도

    서울역 앞 도로변에 고양이를 그렸습니다.여기저기 깊은 상처 곤두세울 털도 없이더께 껴비루먹은 몸박제되어 갑니다. 블랙홀 소용돌이 에돌아서 피했지만오가는 자동차들 곡예 하듯 스쳐 가는아찔한 순간, 순간은숨이 턱턱 멈춥니다. 지상의 끝 간 데쯤 눈을 감고 웅크릴 때심장에서 새는 피가 잔등 위에 그린 장미그 꽃잎 바로 뒤편에이정표가 있습니다. 경적의 여운들이 동동걸음 치는 곳에왔다 가는 전조등이 어둠 몇 술 들어내고눈을 뜬개밥바라기밝은 손을 내밉니다.
  • [세종로의 아침] 상처 입은 긴팔원숭이를 보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상처 입은 긴팔원숭이를 보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우리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반면교사 같은 장면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다소 우쭐대는 기분으로 찾았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상황과 맞닥뜨린 격이어서 더 깊게 각인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태국 푸껫의 긴팔원숭이재활센터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이 재활센터는 이름 그대로 인간과의 서식지 전쟁에 패해 살 곳을 잃었거나, 밀렵꾼에게 잡혀 인간의 노리개 노릇을 하던 긴팔원숭이들을 구해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전 적응 훈련 등을 하는 곳이다. 규모나 시설 등은 보잘것없었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긴팔원숭이들을 구해 보려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열정만큼은 뚜렷해 보였다. 이 재활센터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태국인들의 동물권에 대한 높은 이해였다. 현실적으로 긴팔원숭이는 ‘긴요한 관광 자원’이다. 음식점 등에서 호객 행위를 할 때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한데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이 같은 행태를 과감히 버리자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관광지에서 말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코끼리에서 관찰됐다. 태국의 대표적인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인 코끼리 트레킹을 거부했다는 관광객 이야기, 코끼리에게 물리적 위해를 주는 트레킹 대신 관광객이 직접 코끼리를 돌보는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보호소 이야기 등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자각, 동물들의 생존 권리에 대한 이해가 태국 사회 전반에서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라 여겨진다. 동물권이 단지 윤리의 문제이거나 감성의 영역에 머물 화두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왜 그런지는 지긋지긋하게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의 창궐 경위를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다. 인구 통제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가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식의 음모론만 낭자할 뿐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야생의 복수’ 쪽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며 바이러스 노출도 덩달아 상승했다는 관점이다. 박쥐가 갖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밝혀지지 않은 경위를 통해 천산갑에게 옮겨 갔고, 천산갑이 중간 숙주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이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매우 불편하겠지만, 최초 발병지로 알려진 우한시장이 야생동물 불법 밀도살 행위가 잦은 곳이었다는 점이 이 같은 견해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견해가 맞다면 코로나19를 불러온 원인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인간의 욕망이다. 설령 빌 게이츠나 미국 제약회사들이 얽힌 음모론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인간의 욕망이 개입돼 빚어진 참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는 범의 해다. 나라 안 여기저기에서 호랑이 예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범은 공식적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진 동물이다. 기본적으로는 서식지 파괴가 주요 원인이겠지만, 가죽은 방한용품이나 장식용으로, 뼈와 살은 약으로, 이빨과 발톱, 수염 등은 벽사를 위한 부작(符作)으로 썼던 우리의 과거 행태도 한 원인이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동물들의 권리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야생동물 수렵 금지 등의 조치를 넘어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된다. 동물들이 갖고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면, 바이러스 창궐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 더 진기한 맛을 탐닉하기 위해 동물을 핍박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 “목숨 다할 때까지 싸운 조선군”…선교사가 본 정발은 용맹했다

    “목숨 다할 때까지 싸운 조선군”…선교사가 본 정발은 용맹했다

    임진왜란이라는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는 데 있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존재는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결정적이다. 하지만 이 엄청난 국가적 변란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전국 곳곳에서 목숨을 바쳐 싸운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이 있었다. 갈수록 잊혀져 가는 임진왜란의 또 다른 주인공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순신과 권율, 그리고 언제나 논란의 복판에 있는 원균은 다루지 않는다. 순절했으되 이름을 남기지 못한 민초에 대한 추모의 마음 또한 담고자 한다. 임진왜란이 시작된 부산에서 영웅들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여행은 지하철을 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산역에서 오늘의 주인공 정발(1553~1592) 장군을 만나려면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노포 방향으로 한 정거장만 가면 된다. 걸어가도 10분이면 초량시장을 막 지난 초량교차로 광장에서 장군의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나를 따르라’는 듯 오른팔을 치켜올린 동상의 정발 장군은 왜군에게 맞서 부산진 수성(守城)에 나선 군사를 독려하는 모습이다.왜란의 첫 번째 교전인 부산진 전투에 대한 오해는 ‘조선왕조실록’이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선조실록 1592년 4월 13일자는 ‘적선이 바다를 덮어 오니 부산 첨사 정발은 마침 절영도에서 사냥을 하다가, 조공하러 오는 왜라 여겨 대비하지 않았는데 미처 진(鎭)에 돌아오기도 전에 적이 이미 성에 올랐다. 정발은 난병(亂兵) 중에 전사했다’고 적었다. 절영도는 오늘날의 영도다. 위기가 닥쳐왔는데도 한가하게 놀러 나갔다가 어이없이 죽었다는 투다. 당시 일본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예수회의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1532~1597)가 ‘일본사’에 서술한 부산진 전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아우구스티노(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가톨릭 세례명)는 성 안에 있는 장수에게 목숨을 살려줄 테니 항복하라는 전갈을 보냈다. 하지만 성 안의 병사들은 비웃으면서, 먼저 조선 국왕에게 사람을 보내 그렇게 해도 되는지 물어볼 테니 기다리라고 거짓으로 답했다.’ 조선군은 시간을 벌면서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다. 프로이스의 기록은 이어진다. ‘조선군은 매우 용감하고 과감하게 저항했으며 전투는 3시간 가까이 지속됐다. 해자에는 모두 마름쇠가 부설됐거나 사람의 키 정도로 물이 차 있었기 때문에 일본군은 수없이 많은 마름쇠에 발이 찔리지 않도록 해자 위에 널판을 놓아 건넜다.…중략… 훌륭한 장수와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히 높은 조선군 거의 모두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웠고, 오직 소수만이 살아남아 포로가 되었다. 조선군 중 가장 먼저 전사한 이는 그들의 총대장이었다.’ 선조수정실록에서는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선조실록 내용에 대한 성찰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선조실록은 광해군 시대, 선조수정실록은 인조 반정 이후 편찬된 것이다. ‘정발은 절영도에 사냥하러 갔다가 급히 돌아와 성에 들어갔는데 전선은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고 군사와 백성들을 모두 거느리고 성가퀴를 지켰다. 이튿날 새벽 적이 성을 백 겹으로 에워싸고 서쪽 성 밖 높은 곳에 올라 포를 비 오듯 쏘아댔다. 정발이 서문을 지키면서 한참 동안 대항하여 싸웠는데 적의 무리 중 화살에 맞아 죽은 자가 매우 많았다. 정발이 화살이 다 떨어져 적의 탄환에 전사하자 성이 마침내 함락되었다.’정발은 무능하고 게으른 장수일 수 없다. 위원군수이던 정발은 1589년(선조 22) 비변사가 무인을 불차채용(不次採用)할 때 추천을 받았다. 서열과 관계없이 능력 있는 장수를 발탁하는 인사 제도다. 함께 추천된 정읍현감 이순신은 1591년 전라좌수사에 올랐고 정발도 못지않게 고속승진해 부산진수군첨절제사에 임명된 것이 왜란이 발발한 바로 그해 초다. 정발이 왜군 침입의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선조실록에는 ‘임진년 3월 부산 첨사 정발이 급하게 보고했는데 대마도주 평의지의 배가 포구에 와 정박하고 첨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에 길을 빌린다는 따위의 말이 있었다. 그 글을 물리치고 이들이 변경에서 머물러 기다리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더니, 평의지는 절영도에 배를 대었다가 며칠 만에 앙심을 품고 떠났다’는 대목이 있다. 임진왜란 일어나기 불과 한 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부산진과 동래부를 지키려 목숨을 걸었던 조선군의 분투는 명나라가 ‘조선이 왜국과 담합해 우리를 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을 때 오해를 풀어주는 수단이 됐다. 정발은 1594년 병조판서에 추증됐지만, 의로운 죽음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 1597년 통신사행이 상당한 변화를 만든다. 명나라 사신 양방형·심유경과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황신(1560~1617)의 전언 때문이다. 부산진성 전투에 참가했던 왜군 장수 야나가와 시게노부는 “우리는 부산에서 크게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고 조선군의 필사적인 저항을 높이 평가했고, 정발의 첩 애향이 순절한 것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발은 1686년(숙종 12)이 되어서야 충장공이라는 시호를 받았다.정발 동상이 있는 초량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부산진역 다음 좌천역에서 내리면 정공단이 있다. 정공단은 부산을 대표하는 가구거리인 좌천동의 좁은 골목으로 언덕길을 조금만 오르면 나타난다. 정발 장군이 수성군을 지휘하다 숨을 거둔 부산진성 서문 터라고 한다. 정공단은 1766년(영조 42) 부산진첨사 이광국이 세운 것이다. 정공단은 정발 장군을 비롯해 그의 막료 이정헌, 첩 애향, 노비 용월과 이름 없는 수군 순절자들을 배향하고 있다. 앞서 1761년(영조 37)에는 경상좌수사 박재하가 ‘충장공정발전망비’(忠壯公鄭撥戰亡碑)를 영가대에 세웠다. 충장공 정발의 순국을 추념하는 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전망비는 지금 정공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총병력은 최소 16만명 이상이었다. 부산진성을 공격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선봉대는 1만 8700명이었다. 반면 부산진성의 조선군은 500~600명이었으니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정발에게는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왜란의 비극을 겪은 원인을 ‘방비 없이 당한 조선의 총체적 무능’에서 찾는다. 개인적으로는 ‘위기의식도 적지 않았고 대비도 했지만 국력은 미치지 못했고, 대비가 충실했어도 100년의 전국시대를 거친 왜군의 전투력은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실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조선군도 이후 전투 경험을 쌓으며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왜군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은 치명타였다. 조정은 일본이 섬나라인 만큼 수군이 강하고 육전에 약할 것이라고 거꾸로 생각했다. 수군에게 해전을 포기하고 육지에 올라와 전투에 임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경상좌수영 소속인 정발 휘하 부산진수군이 위기상황에 해전(海戰)이 아니라 절영도에서 사냥을 겸한 육전(陸戰)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수륙(水陸)의 전투와 수비 중 어느 하나도 없애서는 안 된다’며 수군을 지킨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매우 예외적이었다. 당시 부산진성 앞에는 군선의 정박지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야금야금 간척이 이루어져 지금은 바다가 꽤 멀다. 부산진성은 왜란 직전 성벽을 높여 쌓고 해자도 깊게 팠지만 왜군의 공격능력에는 결과적으로 미치지 못했다. 왜군이 애써 점령한 부산진성을 버려 두고 뒷산에 증산성, 해안에 보조성(자성·子城)을 새로 쌓은 것도 이 정도의 성곽으로는 방어가 가능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선은 그만큼 전쟁 경험이 없었다. 조선은 왜란 이후 자성 일부를 활용해 새로운 부산진 첨절제사영을 구축했다. 새 부산진성은 좌천역에서 걸어가도 되지만 지하철 1호선 범일역에서 내리면 좀더 가깝다. 이곳에서는 일본식 성 특유의 경사진 성벽을 만날 수 있다. 가파른 성벽 위에는 부산진성의 진남루가 세워졌다. 수군기지로 썼지만 이곳에도 포구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전선의 정박지를 조성하느라 준설한 흙을 쌓아올리고 지었던 누각 영가대도 사라졌다. 지금 조선통신사역사관 옆에 보이는 영가대는 최근 재현한 것이다. 지금 부산에서는 임진왜란의 상처인 자성대라는 이름 대신 부산진성으로 부르자는 시민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발 장군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무덤은 고향인 경기 연천군 미산면 백산리에 있다. 옷가지로 의관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우암 송시열의 묘갈명을 새긴 비석을 비롯한 석물은 6·25전쟁 와중에 모두 사라졌다. 지금 보이는 석물들은 1982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 새해의 시작, 다정한 음성으로 ‘너의 이름’ 불러준다

    새해의 시작, 다정한 음성으로 ‘너의 이름’ 불러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의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 ‘꽃’ 전문다정한 마음을 담아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살아가는 일이 폭폭해서, 과거의 어떤 시간들 때문에 ‘다정’은 이따금 ‘다 정리된’ 어떤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마음을 되살려 누군가의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일, 그보다 더 애틋한 마음을 얹어 ‘너의 이름’을 부른다면 아마 그것은 많은 것을 정리한 세밑을 막 지나온 새해의 시작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야말로 그 ‘다정’한 것에 가장 어울리는 시가 아닐까. 여러 겹의 다정 앞에서 기꺼이 너의 이름을 부르는 새해라니. 그것은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랑의 말이다. 우리에게 이런 의미의 시를 주고 간 사람, 꼭 그 시간과 그 자리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야만 했던 사람, 바로 시인 김춘수다.김춘수는 1922년 11월 25일 경상남도 통영군 통영면(현 동호동)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만석꾼 집안의 장남으로서 매우 풍족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서 니혼대학 예술학부에서 수학했다. 1943년에 일왕과 조선총독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다. 귀국한 1946년부터 1951년까지 통영중학교와 마산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역임하였다. 시인은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시 ‘애가’를 발표하고, 1948년에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출간했다. 그 이후에 ‘모나리자에게’, ‘꽃’, ‘꽃을 위한 서시’ 등의 시들을 매우 활발하게 발표하였다. ‘늪’,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타령조 기타’, ‘처용’, ‘남편’, ‘비에 젖은 달’ 등을 비롯한 40여권의 시집과 7권의 평론집이 있다. 그의 시 초창기에는 실존주의적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1950년대 전후에 많은 시인들이 참혹한 시대의 현실을 직시한 시들을 발표했던 것과는 다르게 존재에 대한 인식론 등을 중심으로 시를 썼다. 자신의 시가 관념에 사로잡혀 점점 난해해져 가는 것을 지양하고자 사물에서 존재 관념을 제거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무의미 시’를 썼고, ‘언어 해체의 시’로까지 변화 발전시킨다. “김춘수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 평자는 먼저 그의 엄청난 필력에 압도당하고 또 아무리 짧은 촌평이라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에 당혹하게 된다”는 고려대 이창민 교수의 말처럼 그의 시 세계는 섣부른 해석을 한사코 경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64년부터 1978년까지 경북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1979년부터 1981년까지는 영남대 국문과에 적을 두었다. 1981년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때 신군부에 대한 시를 써서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그 시절에 썼던 신군부 찬양시는 훗날 시인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때 그의 행적에 관해서는 여러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상으로는 1959년에 아시아자유문학상을 비롯하여 경남문학상, 예술원상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문학상과 문화훈장을 받았다.김춘수는 부인과 사별한 후에 경기도 분당의 어느 아파트에 홀로 기거했다. 딸의 집과 지척인 곳에서 생활을 했다. 어느 날 무척 좋아하던 갈치찌개를 먹던 중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다. 기도폐쇄증으로 중환자실에서 투병을 하던 중에 영면했다. 그가 시의 스승이자 롤모델로 삼았던 릴케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는데, 시인 역시도 생선 가시에 찔려 죽게 된 것이다. 시로써 시대를 호령하고 또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 내어 우리나라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의 말로치고는 조금은 서글픈 이야기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내 운다//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탑을 흔들다가/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딜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시 ‘꽃을 위한 서시’ 전문 1945년 김춘수는 충무(통영의 옛 지명)에서 유치환, 윤이상, 심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어 예술운동을 전개하였다. 충무 아니 이제는 통영은 어떤 곳인가. 이백여명에 가까운 삼도수군통제사들이 모여든 곳, 그리하여 삼도(충청, 전라, 경상)의 문화가 뒤섞이고, 그 수많은 사람과 삼도의 배들이 지나던 길목을 관장하던 장소가 아닌가. 삼도수군통제사가 있던 세병관은 아직도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지리적으로는 한려수도의 중심이 아니던가. 그곳에서 일어난 문화융성운동이야말로 통영 문화의 꽃이 아니었을까. 음악, 시, 미술 등으로 통영만의 ‘꽃’을 피워 낸 사람들의 중심에 시인 김춘수가 있었다.김춘수에게 통영이란 단순히 고향을 넘어서는 삶과 시의 총체였던 것이다. 2008년에 개관된 김춘수 유품 전시관은 시인의 육필원고와 사진,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 및 옷과 구두, 문구류와 서인 등을 보관하고 있다. 김춘수 문학관이 세워지기 전에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유품들을 전시해 둔 장소이다. 특이하게도 시인이 생전에 기거하던 거실과 침실을 고스란히 옮겨 두었다. ‘토영 이야~길’ 제1구간 2번으로,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곳에 만들어졌다. 토영은 통영 사람들이 통영을 편하게 발음하는 말이다. 전시관의 벽면에는 시인의 대표시인 ‘꽃’의 구절이 크게 쓰여 있다. 강구안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 멋진 곳에서 시인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랑을 잃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매우 다정한 음성으로 ‘너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2022년은 호랑이의 해다. 꽃과 호랑이는 설핏 들으면 어쩐지 어울리지 않게도 느껴지지만 그 어떤 호랑이에게도 ‘꽃의 시절’은 분명히 있을 것이며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절에는 ‘꽃’처럼 살아가게 되는 때가 있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르지만 어느 인생에서건 그 시절은 꼭 있고, 기필코 있어야만 한다. 따뜻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상대가 있을 때에 비로소 내가 나다워지는 그 시간 말이다. 새해 첫 신문에는 새해 인사와 더불어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면면과 작품이 실린다. 서울신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춘문예의 역사를 가진 신문이다. 필자 역시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 신춘문예는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매우 독특한 작가의 등용문이지만 그 역사와 그것을 통해서 작가가 된 이들의 면면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올해도 역시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환한 웃음과 빛나는 작품들로 이 지면은 시작될 것이다.야행성 동물인 호랑이의 안광처럼 빛나는 모니터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였을 시간에 경의를 표한다. 새봄의 소식을 전해 듣고 막 작가가 된 사람들에게 보내는 큰 박수. 그 몸짓의 의미는 축하 그 이상의 것일 터. 잠자던 호랑이마저도 깨울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호랑이의 기운이 샘솟기를 바란다는 말로 새해의 복을 기원드린다. 우리에게 다정이란 너 혹은 나의 ‘이름’ 그 자체니까. 존재만으로도 이 세상이 고마워지는 순간이 있다. 부르는 순간 바로 뒤를 돌아볼 당신의 ‘이름’이 그러하다. 소설가 이은선
  • 땅꺼짐 최근 6년간 8번… 고양시 땅 밟기 조마조마

    땅꺼짐 최근 6년간 8번… 고양시 땅 밟기 조마조마

    일산 중앙로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건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항구적인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경기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앙로 마두역 인근의 상가건물 지반이 침하된 것과 같은 심각한 땅꺼짐 현상은 이 일대에서만 2016년 이후 무려 8차례나 일어났다. 2019년 12월 에는 이번 현장에서 850m 떨어진 백석동 알미공원 앞 도로에서 땅꺼짐이 발생했다. 5개 차로 20∼30m 구간이 1m 깊이로 주저앉았다. 사고는 오피스텔 신축공사 터파기 공사 중 물막이가 제대로 안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2017년에도 백석동 요진Y시티 인접 지역에서 4차례나 도로 균열과 침하 현상이 발생했고, 2016년에는 백석동과 접한 장항동 인도에 지름 2m, 깊이 2m 크기의 땅꺼짐이 발생해 길을 가던 60대 여성이 빠져 다쳤다.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재준 고양시장은 2019년 12월 “연약한 지반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지하 3층 이하 굴착금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이 시장은 “지하 3층 아래는 토질이 모래 성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2~3중 차단벽 설치 등 입증된 공법을 사용할 때만 제한적으로 추가 굴착을 허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고양시는 지하 3층 이하 터파기 금지 조례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연약지반 지도’까지 만들었다. 일도엔지니어링 조영원 대표는 “중앙로에서 자유로(한강둑) 사이는 80년 전만 해도 한강물이 드나드는 저지대였다. 펄이 밭과 대지로 바뀐 것이어서 땅속에는 여전히 지하수가 빠르게 흐르며, 지하 13~18m 깊이의 자갈층은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파열된) 기둥을 봤을 때 지반 침하가 명백한 것 같다”고 했다. 고양시의회 김완규 의원은 “펄이었던 지역 건축물에 대해서는 안전 관련 전수 조사를 해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11시34분 쯤 마두역 인근 대형 상가건물 입구가 내려 앉으면서 지하 3층 주차장 기둥이 파열돼 건물 안에 있던 100여명이 긴급대피 했다. 기초안전점검 결과 건물 붕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정밀안전진단 결과는 한 달 이후에나 나온다.
  • [단독] “상위 20% ‘기회 사재기’ 심화… 한국은 정책에만 매달려 실패”

    [단독] “상위 20% ‘기회 사재기’ 심화… 한국은 정책에만 매달려 실패”

    사회균열 찍어낸 코로나 팬데믹 계급 불평등 중상층부터 벌어져 시장시스템, 고학력자에게 보상 비싼 교육비·집값에 성공 대물림 능력주의는 출발선 달라 불공정 점수로만 잠재력 평가할 수 없어‘상위 1%’를 비난하며 그 그늘에서 자신들의 특권을 세습하는 ‘상위 20%’를 비판한 ‘20 vs 80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53)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균열을 적나라하게 찍어내는 엑스레이 역할을 했다”며 “상위 20%는 여전히 명문대, 좋은 동네, 고소득 등을 독점하는 ‘기회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며 부동산 가격 잡기, 교육 개혁 등에 나선 한국 정부가 실패한 이유로는 상위 20%의 저항과 함께 기저 문화의 변화 없이 정책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상위 20%는 ‘능력주의’를 내세우나 사실은 부모의 재력·지위 등 출발점부터 달라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이 외에도 유럽식 공공성과 미국식 시장성을 두고 고민하는 한국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북유럽식을, 성인에게는 미국식을 적용하는” 소위 ‘덴메리카’(덴마크+아메리카·리브스의 조어)를 추천했다. ●1% 아닌 중상층부터 격차 벌어져 -상위 20%의 ‘기회 사재기’는 코로나19 시대에도 강력한가. “그렇다. 여전히 대학 출신끼리 결혼해 집을 소유하고 좋은 동네에서 산다. 코로나19는 마치 골절된 뼈의 균열을 명확하게 찍어 내듯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엑스레이 역할을 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그랬다. 유급휴가 및 재택근무 여부 등 상위 20%와 하위 80%의 구분선을 따라 많은 격차가 드러났다. 코로나19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세금을 올렸을 때도 상위 20%가 저항에 나섰다. 진짜 격차는 최상류층과 그 나머지가 아니라 ‘중상층’(Upper Middle Class)과 그 나머지 간에 존재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1%의 ‘슈퍼 리치’들은 주가 급등으로 큰돈을 벌었는데. “1% 부자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기사 소재지만 사회를 분석하는 틀로는 좋지 않다. 계층 격차는 주택, 고용, 교육, 동네, 가문 등 복합적 개념이다. 상위 20%는 자신들이 속하지 않은 상위 1%를 사회문제로 지적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자신들이 평범한 서민처럼 보인다. 머스크 등이 기사화되면 상위 20%는 자신을 서민이라고 설득하기 쉬워진다. 1%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진짜 계급 불평등을 경시해선 안 된다.”-상위 20%가 기회를 독점하는 이유는. “시장 시스템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에게 보상을 준다. 따라서 명문대, 좋은 동네의 주택, 고소득, 대기업 인턴자리 등을 독점하면 자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높은 교육비와 비싼 집값의 진정한 의미는 ‘자녀가 시장에서 성공할 기회를 대물림하는 것’이다. 이런 기회들은 ‘제로섬’ 성질이 있다. 당신과 당신의 아이가 포함되려면 다른 이를 배제해야 한다. 미국에서 상위 20%는 이런 기회를 독점하고 과소비한다. 정당하지 못하다.” ●정부는 불평등 문제 추종자 -개인의 능력도 부모의 지위에 영향을 받는다면,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능력주의에 대한 편협한 정의를 공정함으로 보는 게 문제다. 올림픽 결승전이라는 한순간에 가장 빠른 선수에게 금메달을 주는 것이 전형적인 미국적 능력주의인데 수용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대학 입학시험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시험 점수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학생의 실력 외에도 (부모의 재력, 정보력, 사회적 지위 등) 너무 많다. 많은 이점을 누린 상위 20%의 자녀가 저소득층 학생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더 똑똑하거나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동시에 공정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의 잠재력은 점수뿐 아니라 성장 배경도 감안해야 한다. ‘오늘과 어제가 결합된 공정성’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고위 공직자 등이 자녀의 인턴십 기회를 마련하는 등 편법 행위로 지탄을 받았는데 미국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지인들이 내게 자녀의 인턴 자리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는데 불공정한 부탁이라고 말해 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자녀들도 뉴욕 시청에서 인턴을 했다. 하지만 이런 미국 문화가 바뀌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법적 처벌은 힘드니 결국 이런 요청이 하는 사람과 돕는 사람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중의 분노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데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사회문제 아닌가. “그런 점에서 나는 개인이 일상에서 불평등을 바꾸는 행동을 시도하기를 주장한다. 문화가 정치를 앞서고, 정치는 정책을 앞선다. 개인이, 동네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상위 20% 중에는 내 집 앞마당에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 등 인종차별 및 성차별을 배격하는 피켓은 내걸었지만, 인근의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설을 반대하거나 지인에게 자녀의 인턴 자리를 부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정부는 주거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 수많은 대책을 세웠지만 교육 격차는 커졌는데. “불평등 문제에서 정부는 지도자보다 추종자에 가깝다. 정부는 지도자로서 해결하기를 기대하나, 사회 저변에 (불평등을 배격하는) 문화가 없다면 기득권이 저항해 개혁에 실패한다. 실제 많은 국가의 정부가 불평등 문제와 맞서다 지위를 지키려 능력주의를 무기로 싸우는 중상층의 저항에 부딪힌 것을 봤다. 진짜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다. 영국 대학이 미국과 달리 기여입학제를 없앤 것도 법이나 정책이 아닌 이를 부당하다고 느끼는 시민들의 변화 때문이었다.” ●공공·시장성 섞인 ‘덴메리카’ 모델 필요 -코로나19로 여성 소득이 남성보다 더 줄고, 실직을 더 많이 하는 등 젠더 격차도 커졌다고 한다. “여성 고용이 더 큰 타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회복 속도 역시 빠른 상황이다. 반대로 40년 전보다 줄어든 중산층 남성의 소득 감소가 걱정된다. 소년과 성인 남성 모두 고군분투함에도 교육, 취업, 가사 면에서 잘해 내지 못하고 있다.(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4년제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61%로 사상 최고치다.)”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젠더 역차별에 대한 ‘이대남’(20대 남성)의 분노도 적지 않은데. “페미니즘이 어느 정도 남성에게 상처를 입힌 부분이 있다. 남성 친화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파는 전통적인 가정, 전통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이건 아예 말이 안 된다. 좌파는 여성 차별 문제가 아직도 얼마나 많은데 남성 문제를 꺼내느냐며 남성이 처한 상황을 진짜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양측 모두 남성들이 환멸을 느끼고 사회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이런 논쟁보다) 성평등 실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영국과 미국에서 모두 거주했다. 사회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성을 강조하는 유럽과 개인 자율을 중시하는 미국 중에 어떤 모델을 추천하는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북유럽식이, 성인에게는 미국식이 더 낫다고 본다. 소위 ‘덴메리카’ 모델이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은 2016년 논문 ‘스칸디나비안 판타지’에서 덴마크의 소득 이동성은 높지만 교육 이동성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재분배 세금이 높고 공공교육이 잘돼 있으니 소득 계층 간 이동은 활발하지만, 성인 노동시장에서 고학력이 곧 고연봉으로 이어지는 인센티브가 없으니 높은 교육을 받으려는 의욕은 낮다는 의미) 반면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 내 인센티브는 확실하지만 평등하고 공정한 교육 시스템이 부족하다.” ■ 리처드 리브스 계층·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로 1969년 영국 피터버러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를 나왔고 워릭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2년간 영국 부총리 산하 전략국장을 지냈고 런던의 싱크탱크인 데모스의 이사와 공공정책연구소(IPPR) 연구원을 역임했다. 이후 가디언지에서 미국 워싱턴DC 특파원으로 일했고, 2016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이후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경제 분야 선임연구원으로 미래중산층협의체 소장 및 아동·가족센터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2017년 폴리티코 선정 ‘미국의 사상가 50인’에 선정됐다. 저서로는 한국에서 ‘20vs80의 사회’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기회 사재기’(Dream Hoarders) 이외에 ‘올 마이너스 원’(All Minus One),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등이 있다.
  • 여야, 신년 추경 힘 싣기… 정부 ‘난색’

    여야, 신년 추경 힘 싣기… 정부 ‘난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거리두기 강화 연장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대대적으로 선(先) 지원해야 한다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드라이브를 걸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민주당의 정부 설득’을 전제로 호응하고 나서면서 ‘신년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여야 유력후보가 의지를 보이면서 대선을 코앞에 둔 2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정부의 태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완전한 선 지원, 후 정산 방식을 통한 대대적인 선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추경 편성이 되기를 기원하고 저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퍼주기다, 매표다, 포퓰리즘이다 비난하기에 최대한 줄여서 25조원을 지원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정부 일각에서도 나오는 단계”라면서도 “규모까지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2일 서울 종로구 코로나19 자영업 피해 현장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돈을 더 늘리든가 지출을 바꾸든지 해서 추경 예산부터 대통령과 협의해서 갖고 오라고 주장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추경이 먼저 국회로 넘어와야 여야가 논의할 수 있다”며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하려면 추경을 올려놓고 구체적 금액과 사용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당국은 현시점에선 신년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30일 비상경제중대본회의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대응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예비비 3조 9000억원 정도를 증액해 18조 3000억원의 예산을 이미 편성해 놓았다”며 신년 추경에 선을 그었다. 다만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 대상 확대 과정에서 1조~2조원을 쓰고, 수천억원의 안보 예비비를 빼고 나면 예비비 곳간은 거의 비게 된다. 그러면 추경 추진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대선을 두 달여 남겨 놓은 터라 ‘선심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추경을 검토하기에는 곤란한 측면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KBS 뉴스에서 “선심성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이것은 국회에서…”라고 답했다. 이어 “여야가 ‘빚을 내서라도 이분들(소상공인·자영업자)을 도웁시다’라고 한다면 논의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

    코로나19의 길고 검은 터널을 언제 통과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임시 처방이었던 ‘비대면’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기준 질서로 빠르게 뿌리내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더 깊숙이, 더 간절하게 항시적으로 의지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제도적으로 가로막힌 터널 속에서 초연결 사회의 외로움은 더 가속되는 중이다. 여기 있으되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 있지만 혼자인 시대. 위기가 지나간 뒤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고민을 3회에 나눠 싣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인 2명 중 1명꼴로 이전보다 더 외로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더 외로워졌다고 느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45.9%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외로움을 더 타는 경향이 짙게 나타났지만 예외적으로 18~29세 청년(32.5%)이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30대(30.8%)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대면 방식의 소통이 단절된 데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외로움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외로움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사회적 연결망이 그만큼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외로움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면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치닫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공격성으로 발현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취업시장의 문도 좁아져 청년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 청년층의 외로움이 심화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외로움이 감염병처럼 확산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소통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며 “비대면 소통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기획팀  
  • 여야 ‘신년 추경’ 추진에 선 그은 정부 “신속한 예산 집행 먼저”

    여야 ‘신년 추경’ 추진에 선 그은 정부 “신속한 예산 집행 먼저”

    정치권이 신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속력을 내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을 먼저 운용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집행 시기를 앞당기면 되지 아직 새로운 재정을 투입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라는 점도 추경에 선을 긋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30일 비상경제중대본회의 브리핑에서 신년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소상공인의 당면한 어려움 신속하게 덜어드려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본예산, 기금, 예비비 등 사용 가능한 총 수단을 어떻게 빨리 집행하느냐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오미크론 등 방역 대응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예비비 3조 9000억원 정도를 증액해 총 18조 3000억원의 관련 예산을 이미 편성해 놓았다”며 신년 추경에 선을 그었다. 이는 정부의 ‘비밀 주머니’라 불리는 예비비에 어느정도 여력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 대상 확대 과정에서 3조 9000억원 가운데 1조~2조원을 쓰고, 수천억원의 안보 예비비를 빼고 나면 예비비 곳간은 거의 비게 된다. 그러면 정부도 추경 추진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
  • 월북자 CCTV 찍히고 경보도 울렸는데…3시간 동안 군 몰랐다 (종합)

    월북자 CCTV 찍히고 경보도 울렸는데…3시간 동안 군 몰랐다 (종합)

    GOP 철책 감시장비 ‘이중’ 포착 정상 작동하고도 허술한 초동조치로 놓쳐2020년엔 귀순 논란…개선해도 무용지물 민주 “명백한 경계 실패, 일어나선 안 될 일”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군 대북 감시망이 뚫렸다. 새해 첫날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의 22사단에서 24시간 경계근무를 서는 일반전초(GOP)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월북자가 폐쇄회로(CC)TV에 찍히고 감시 경보까지 울렸지만 군은 3시간 가까이 월북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자랑했던 군의 감시체계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북자, DMZ 포착된 이후에야 인지3시간 전 오후 6시 40분 이미 월책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이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의 월북 사실을 처음 인지한 건 전날 오후 9시 20분쯤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포착되면서다. 군은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비무장지대(DMZ)에 있던 월북자를 포착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월북자는 DMZ에서 포착된 지 1시간 20분만인 오후 10시 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생사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군이 뒤늦게 인지하고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MDL까지 접근하기 위해선 이남의 GOP 철책을 넘어야 하는데, 그 철책을 넘은 이후엔 월북을 저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월북자가 DMZ에서 포착된 이후에야 이전에 찍힌 CCTV를 다시 돌려봤고, 같은 날 6시 40분쯤 월책 장면이 찍힌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이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뒤 신병확보 작전 돌입하기까지 3시간이 다 되도록 몰랐고 신병 확보에도 실패한 셈이다.“CCTV 감시병이 제대로 인지 못해”철조망 감시센서 ‘정상 작동’ CCTV 감시병이 포착 당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과학화 경계감시장비) CCTV에 포착됐는데 당시 CCTV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재생 과정에서 월책 모습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철책에 설치된 광망(철조망 감시센서) 경보도 ‘정상 작동’했던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최전방 GOP에 설치된 광망은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을 넘거나 절단할 때 경보음이 울려 즉각적인 경계 병력 투입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CCTV 등과 함께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합참 관계자는 “(월책) 당시 광망 경보가 울려 초동조치 병력이 철책으로 갔지만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뒤 철수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CCTV와 광망 경보를 통해 이중으로 포착하고도 허술한 초동조치로 월북을 저지하지 못한 셈이다. 당시 초동조치 부대가 자체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9·19 남북군사합의 따라 병력 철수한 GP 인근서 월북 이번 월북 사건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감시초소(GP) 인근에서 발생했다. 합참 관계자는 “(월북자가) 우리 GP 좌측에서 감시 장비에 포착됐다”면서 “해당 GP는 (인원을 철수한 후) ‘보존GP’로 유지되고 있고, 그 GP에 CCTV를 보강했고, 그 인근 보급로 상에서 열상감시 장비로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부대로 2020년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을 당시 광망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나 한 차례 논란이 됐던 부대다. 당시 북한 남성은 GOP 철책으로부터 1.5㎞ 남쪽까지 이동해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북한 남성 1명이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을 통해 ‘오리발’ 등을 착용하고 뚫린 배수로를 통해 월남한 사건이 발생했다.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한 부대다. 이후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 보강작업을 했지만, 이번엔 장비 정상 작동에도 월북자를 놓쳐 ‘최첨단 장비’와 무관하게 해당 부대의 경계작전 자체에 큰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초동조치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하는 미흡한 부분은 있었다”며 현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검열 결과, 보고체계 허점과 매뉴얼 미준수, 과학화장비 개선 등의 국방부 지침 미이행 등이 식별된다면 해당 부대 지휘라인의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코로나 방역 상황 속 월북에 북 대응 촉각北 ‘감염 의심자 월북’ 이유 南공무원 총살 한편 이번 월북 상황은 북한이 코로나19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오늘 아침 (동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측에서) 총성 같은 것이 포착됐느냐’는 질의에 “이번 상황과 관련해 북한군 특이사항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월북자에 대해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서 어떤 조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북한은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40대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총살을 당했는데, 당시 북한은 해당 조치가 ‘국가 비상 방역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최근 북중 국경지대에서 월경자를 사살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서 북한이 방역을 내세워 비인도적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이런 사례 때문이다. 앞서 같은 해 7월 인천 강화도 월미곳의 배수로를 통해 20대 탈북민이 월북했을 당시에도 북한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월북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군은 북한 보도를 통해 공표되고 나서야 해당 사실을 인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민주 “명백한 경계 실패…철저 조사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최전방 철책 월북 사건과 관련, “명백한 경계 작전 실패”라면서 “우리 군은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평화번영위원회·국방정책위원회·스마트강군위원회는 이날 공동 성명서에서 “일반전초(GOP)의 CCTV에 포착되었음에도 3시간 동안 우리 군이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계 작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새해 첫 일요일 수도권 최대 5㎝ 눈 전망

    새해 첫 일요일 수도권 최대 5㎝ 눈 전망

    새해 첫 출근길 3일에는 영하권 강추위임인년 새해 첫 일요일인 2일엔 전국 곳곳에 눈 또는 비가 내릴 전망이다. 새해 첫 출근길인 3일에는 영하권 강추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이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다가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 있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다고 예보했다. 기압골의 영향으로 새벽부터 오전 9시~낮 12시 사이 중부 지방(강원 영동 제외)과 경북 서부 내륙에는 눈이 내리고, 경기 서해안과 충남권, 전북(남동 내륙 제외)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리겠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를 중심으로는 일시적으로 눈이 강하게 내리겠다. 다만 눈구름이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해 지속 시간은 1~2시간 내외로 짧겠다. 예상 적설량은 수도권·강원 내륙 및 산지 1~5㎝, 충청권·전북(남동 내륙 제외)·경북 서부 내륙·제주도 산지·서해5도 1㎝ 내외, 전북 남동 내륙·전남권·경남 서부 내륙 0.1㎝ 미만이다. 주요 도시 최저기온은 서울 -2도, 인천 -1도, 춘천 -6도, 강릉 1도, 대전 -4도, 전주 -3도, 광주 -3도, 대구 -4도, 부산 1도, 제주 5도다. 월요일인 3일 아침 최저기온은 -14∼0도, 낮 최고기온은 0∼9도로 예보됐다. 내륙을 중심으로 일교차가 10도 이상 크게 벌어지겠다. 주요 도시 최저기온은 서울 -8도, 인천 -7도, 춘천 -12도, 강릉 -2도, 대전 -8도, 전주 -6도, 광주 -5도, 대구 -5도, 부산 0도, 제주 3도다.
  • “하늘에서 ‘물고기 비(雨) 내렸다”…美 도심서 드문 현상 포착

    “하늘에서 ‘물고기 비(雨) 내렸다”…美 도심서 드문 현상 포착

    미국의 한 도시에 비·우박과 함께 물고기 수십 마리가 ’내리는‘ 드문 현상이 포착됐다. 텍사스주 텍사캐나 주민들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 SNS에 폭풍우가 도시를 휩쓸고 간 뒤의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들은 집 마당을 포함한 도시 전역의 땅바닥에 물고기가 떨어져 죽어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대 15㎝ 길이의 대형 물고기가 바닥에서 죽은 채 발견됐으며, 이들은 모두 비와 함께 ’하늘에서 내린‘ 물고기들이었다. 한 주민은 “남편이 ’물고기 비‘가 내린다고 말했고,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갔을 때 비린내가 매우 심하게 났고, 물고기들이 바닥에서 죽어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근무 시간 중 밖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가 났다. 문을 살짝 열었을 때, 세찬 비와 함께 물고기가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면서 “25~30마리를 목격했고, 모두 크기가 꽤 큰 물고기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부분의 물고기는 땅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것처럼 보였다”면서 “나와 회사 동료들은 길에서 물고기를 밟지 않도록 한쪽으로 쌓아두어야 했다”고 말했다.현지 언론은 텍사캐나에서 최소 4곳의 마을에서 ’물고기 비‘가 내리는 현상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현지의 기상학자들은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강풍이나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이 불어닥칠 때 종종 목격되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니스트 에이지 퍼듀대학 교수는 “강한 바람이 불면 인근 연못이나 강가에 살던 개구리와 두꺼비, 게 등의 동물들이 휩쓸리면서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동물들은 소금이나 돌 등과 함께 바람에 쉽쓸려 하늘로 날아갔다가, 바람이 멈추면 땅에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네이도가 지나갈 때, 크기가 작은 연못은 통째로 하늘로 증발하기도 한다”면서 “다만 동물이 비와 함께 쏟아지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긴 해도 드문 현상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새해 첫날 일출 ‘선명’… 해돋이 명소 인파 예상

    새해 첫날 일출 ‘선명’… 해돋이 명소 인파 예상

    새해 첫날인 1일 전국이 대체로 맑아 선명한 해돋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서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고 빠르게 변질하면서 이에 따른 강수가 예상된다. 31일 오전까지 강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전라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새해 첫날인 1일은 비교적 맑은 날씨가 예상된다. 2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 영서에는 많은 양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설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1일 서쪽지역은 구름 사이로 일출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동쪽지역은 구름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해돋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또 일부 지자체는 타종 행사를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생중계하거나 녹화 방송하는 등 축소 진행한다.
  • 재택근무·혼술의 여파? 코로나 이후 30대 남성 건강 악화

    재택근무·혼술의 여파? 코로나 이후 30대 남성 건강 악화

    코로나19 이후 활동량이 줄면서 특히 남성의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청은 31일 코로나19 유행 전후 건강행태와 만성질환 변화를 심층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남성의 비만과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코로나19 전에도 증가 추세이었으나 유행 후 각각 6.2%포인트, 3.2%포인트씩 큰 폭으로 늘었다. 고혈압 유병률과 고위험음주율은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유행 후 각각 3.1%포인트, 3.0%포인트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 남성에서 비만이 증가하고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감소했으며, 40대는 고위험음주율과 고콜레스테롤혈증 증가가 뚜렸했다. 비만의 요인은 고위험음주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남자 고위험음주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비만율이 1.39배 높았다. 여성도 8시간 넘게 앉아서 생활한 사람이 8시간 이하에 비해 비만율이 1.34배 높았다. 또한 소득수준별로는 하위그룹에서 비만(7.6%포인트), 당뇨병(5.1%포인트), 고콜레스테롤혈증(6.1%포인트) 유병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상위그룹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5.7%포인트)과 고위험 음주율(6.3%포인트)이 대폭 늘었다.
  • 이재명 “골든크로스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이재명 “골든크로스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최근 여론조사 흐름과 관련해 “진정한 의미의 골든크로스라고 보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MBC 인터뷰에서 “약간 유보층으로 가 있다가 언제든지 계기가 되면 다시 복귀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저희 입장에서는 골든크로스가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말씀이 있긴 한데 그것보다는 상대가 떨어진 측면이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안팎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지만, 경계심을 풀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후보님을 향해서 (한) 표현이 상당히 격하다’는 질문에는 “그게 별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설명하실 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데 그런 언어들, 분노의 언어,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천정배·유성엽 전 의원 등 과거 민주당을 탈당했던 호남계 비문(비문재인) 인사들의 복당 행사를 열었다. 민주당은 내년 1월 3일부터 17일까지 탈당 인사들에 대한 일괄 복당 신청도 받는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차례 지내고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18대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은 별도 행사를 거쳐 입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29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진행한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 찬반 전 당원 투표 결과 찬성 6229표(72.54%), 반대 2358표(27.46%)로 가결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와 중앙위원회, 최고위원회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둘째 주 이전에는 합당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통 큰 결단을 내려 주신 열린민주당 당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게시해도 되는지에 대한 민주당 선거대책위의 유권해석 요청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그린벨트 고수하던 이재명 “일부 훼손해서라도 택지 공급”

    그린벨트 고수하던 이재명 “일부 훼손해서라도 택지 공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0일 주택 공급대책과 관련해 “일부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택지 공급도 유연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지금은 시장이 너무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변곡점을 지나서 (집값) 하락을 걱정할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내 집 마련의 꿈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오후에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묻자 “앞으로도 가급적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그런데 시장에서 계속 주택의 추가 공급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공익을 비교형량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와 결국은 통합해야 할 거다. 이중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며 “재산세는 지방세라 없애면 지방재정에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부과하되 중복되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만약 만원을 부과할 때 재산세가 5000원 부과됐다면 (국토보유세는) 5000원만 받아 배분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다 만드는 게 정의냐, 그 생각도 조금씩 교정할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임시직 일자리 노임 단가가 더 높다. 그게 합리적이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면 정규직 전환 압박도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지킬 수 없는 합의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또 합의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충분히 지키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빌미가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는 좀 다르게 하겠다.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 굴욕적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좀 단단하게 하겠다”고 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해선 “미국에 맡기지 않으면 자체 방위가 불가능하단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특히 군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는데 기가 막힐 일이고 당연히 전시작전권은 최대한 신속하게 빠른 시간 내에 환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간 국방부 장관 기용에 대해선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치 보복은 가장 나쁜 정치 행태”라며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국가적 난제를 두고 사적 보복을 위해 그 시간과 권한을 낭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했다. 책임총리제에 대해선 “최소한 헌법에 있는 제도와 법률 내에서는 최대한 활용하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탕평 인사’와 관련해선 “최대한 진영을 가리지 않고 협치정부, 통합정부, 실용내각 등으로 가려 한다”며 “가능하면 선거과정에서 연합해 낼 수 있다면 훨씬 낫지 않나 기대한다”고 했다.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해선 “필요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제 판단이 100% 옳은 건 아니기 때문에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민의 의사와 객관적 검증을 거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 전국 세밑한파… 해맞이는 ‘직관’ 못해요

    전국 세밑한파… 해맞이는 ‘직관’ 못해요

    국립공원공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국립공원 산과 바다에서 1월 1, 2일 이틀간 해맞이 행사를 전면 금지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지역 안에 있는 산과 바다로 출입하는 탐방로 개방시간이 평소 오전 4~5시에서 1, 2일 이틀간은 오전 7~8시로 늦춰져 해가 뜬 이후에야 들어갈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는 1, 2일 지리산 모든 탐방로와 탐방로 입구 주차장 개방시간을 오전 7시로 늦춰 천왕봉(사진)을 비롯한 지리산 일출 명소에 탐방객이 몰리는 것을 원천 차단한다고 밝혔다. 평소 지리산 탐방로는 오전 4시부터 개방한다. 탐방로를 통제하는 대신 안방에서 천왕봉 일출을 감상할 수 있도록 사무소 직원 1명이 1일 새벽 천왕봉에서 일출 장면을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국립공원TV(유튜브)를 통해 중계할 예정이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도 1, 2일 해맞이 탐방객이 신선대 등 일출 명소에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오전 4시인 탐방로 개방시간을 오전 7시로 늦추기로 했다. 가야산, 월출산, 경주 남산·토함산 등도 마찬가지다. 전남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경남 한려해상국립공원도 국립공원 내 해안에서 해맞이 행사를 전면 금지하고 평소 4시에 열던 탐방로와 주차장을 1, 2일은 오전 7~8시에 연다. 한편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은 전국에 한파가 계속되고 충청과 호남에는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평년 기온을 회복하는 새해 첫날의 일출은 동해안을 중심으로 맑은 날씨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쪽 지역은 구름이 많이 끼어 일부 지역에선 일출을 못 볼 수도 있다. 2일은 전국에 눈과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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