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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광고] 車와 신체부위 ‘성능’ 비교

    쌍용차동차의 액티언스포츠 광고는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는 기존의 자동차 광고와는 달리 한 가지 색만을 사용해 부드러운 색감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노톤 방식이다. 세련되면서 강한 느낌이 든다. 액티언스포츠는 남성 신체 부위와 비교해 설명된다. 눈은 헤드라이트, 귀는 사이드 미러, 모델과 차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한 장면씩 보여준다.
  • [주말화제] 수필문학상 받은 목경희씨

    [주말화제] 수필문학상 받은 목경희씨

    고향과 나를 갈라놓았던 높은 재보다 더 높은 고개 수십개를 넘고 또 넘었다. 그렇게 나이 80이 됐다. 남들은 몸 건강을 1순위로 여겨야 하는 나이라고 하지만 추억 그리고 역사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싶다. 수필가 목경희(80·여)씨의 바람이다. “어떤 느낌이 들 때면 순간 어디든 적어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글쓰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6·25가 끝난 뒤 편물 장사를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양장, 한복을 만들어 살림을 꾸렸다. 옷을 만들다가도 재단지 한 귀퉁이에 생각나는 것을 긁적이며 삶의 고단함을 달랬다. 목씨는 “고통을 글로 쓰면 객관화가 돼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그러다 보니 물이 줄줄 새는 집에서도 빗방울 소리를 즐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뒷모습만 보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목씨는 시앗을 보고 남편의 폭력에 한 맺힌 삶을 사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랐다. 공부 욕심이 많았지만 정신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해 학업을 접고 억지로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힘들었던 그 시절이 오롯이 하나의 추억이다. 최근에 펴낸 ‘그리움의 나라’에는 한이나 슬픔보다는 보드라운 담담함이 묻어난다. 목씨는 이 책으로 13일 한국수필문학가협회와 월간 수필문학이 주관하는 제16회 수필문학상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엔 삶이 버거웠다. 살림을 하는 것은 물론 병상에 있는 남편과 친정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생계를 꾸리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래도 늘 긍정적으로 살아왔다.“원래 인생은 홑으로 사는 게 아니라 겹으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넘어졌을 때 다음을 구상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제대로 펜을 잡은 것은 오십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첫 수필집을 1987년 회갑 기념으로 냈다. 본격적으로 ‘수필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모녀산문집 ‘분홍옷 갈아 입고 꽃길을 가네’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다. 교사였던 맏딸은 사위와 함께 일본 문부성의 지원을 받아 유학길에 올랐다. 힘든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딸에게 남은 것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닌 암이었다. 엄마의 간호를 받다 딸은 86년 세상을 떠났다. 사위로부터 딸의 사진부터 편지까지 모든 유품을 넘겨 받고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래서 무려 5년이 걸려 딸의 간병기를 써냈다. “딸의 생명으로 만들 글이죠.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지금껏 제가 펜을 놓지 않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80세 수필가는 마음이 급하다. 예전에 냈던 책들을 다시 펴내 수익금으로 굶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오래 살아온 만큼 나보다는 시대를 써서 남기고 싶다. 동시에 마음이 느긋하다. 그는 “이제는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죽음을 준비해야할 시기”라면서 “몸의 건강보다는 정신의 건강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e-키친 e-셰프] 닭가슴살카레

    [e-키친 e-셰프] 닭가슴살카레

    저는 요리와 봄, 음악과 사진에 열광하는 여자고요.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스물여섯의 소녀(?)랍니다. 앞으로 재기발랄한 음식을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아침부터 엄마한테 잔뜩 신경질 부려놓고 집을 나선 날, 하루종일 가슴이 먹먹했던 적이 있나요? 묵묵히 신문을 들여다보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울컥했던 적도 있을 테지요. 가족들에게는 유독 인색한 사랑한다는 말, 말로 하기 어렵다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면 100마디 말보다 더욱 좋을 것 같아요.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카레 요리. 조금 일찍 집으로 들어가 부모님을 위해 근사하게 만들어보세요. 재료는 일본식 고형카레 3조각(또는 일반카레가루 3∼4큰술), 닭가슴살 2쪽, 물 3컵, 감자 11/2개, 당근 1/4개, 양파 1/2개, 올리브오일. 후추. 파슬리 약간씩. 닭가슴살 밑간은 카레가루 1/2큰술, 맛술 1큰술, 올리브 오일 1작은술, 생강가루 약간. 만드는 법은 1. 감자와 당근은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서 테두리를 둥글게 다듬고, 양파도 썰어 준비하시고. 2. 닭가슴살은 힘줄을 제거하고,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 밑간을 해서 15분간 둔다. 3. 오목한 팬에 올리브 유를 두르고 감자, 당근, 양파 순으로 넣고 색깔이 선명해질 정도로 볶는다. 4.(3)에 물 3컵을 붓고, 끓이다가 고형카레(또는 일반카레가루)를 넣고 푼다. 5. 밑간을 해둔 닭가슴살은 올리브유를 두른 그릴 팬에 놓고, 센 불에서 표면만 살짝 익힌다. 6. 끓고 있는 카레에 살짝 익힌 닭가슴살을 넣고 끓인다. 가슴살이 다 익으면 후추를 넣어 섞고, 그릇에 담아 파슬리 가루를 뿌려낸다. 팁:카레는 너무 뻑뻑하게 만들지 않고, 스튜 느낌으로 만들어 보세요. 담백한 가슴살과 카레가 너무 잘 어울려요.
  • 2남1녀 박사로 키운 미셸위 조부 위상규 옹

    2남1녀 박사로 키운 미셸위 조부 위상규 옹

    천재 골퍼 미셸위(위성미·17)의 할아버지이자 우리나라 항공공학박사 제1호인 위상규(魏祥奎·80)옹. 27일 전남 장흥군 부산면 기동리 자택에서 위 박사를 처음 대면했다. 순간 텔레비전으로 본 손녀가 연상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갸름한 얼굴, 콧날, 꼭 다문 듯한 입술…. 위 박사는 고령으로 걷는 게 조금 어색할 뿐 정정한 모습이었다. 상대방을 응시하는 눈빛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젊은 시절을 짐작케 했다. 위 박사는 지난 2003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에 잘 왔어. 늙으면 고향으로 와야지.” 13살 때 고향을 떠난 그는 77살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고 있다. 어릴 적 가시에 손을 찔렸던 대문앞 탱자나무가 흰꽃을 터트리며 그를 반겼었다고 낙향 소회를 밝혔다. ●대한민국 항공공학박사 1호 미공군 파견근무 중 한국전쟁을 만난 그는 전투기 조종사로 전장을 누비며 생사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97회나 출격했지. 지금도 경기도 장단·고성·온천 일대는 눈 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어.”당시 되돌아오는 전투기는 손에 꼽을 정도. 죽었는가 싶으면 나타나기를 수십번, 어느새 그는 ‘불사조’로 불렸다. 가슴에 단 화랑무공훈장, 그래서 그는 남다른 애착을 갖는다. 사진을 찍자고 하자 방안에서 ‘대한민국 공군 전쟁동지회’란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애써 찾아 썼다. 전투기 앞에서 찍은 그때 그 사진을 벽에 걸어 두고 ‘운명론’을 되뇌었다. 위옹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생활신조는 노력과 겸손이다. “나 정말 열심히 살았어. 돈이 있나, 배경이 있나. 노력하지 않고 되는 게 있겠어.” 손녀인 위성미 선수의 골프중계를 보고 전우들이 전화를 걸어왔다.“위 박사. 니 손녀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했다. 위 박사의 제자인 조선대 이상기(49·항공우주공학) 교수는 “스승님은 엄하면서도 재미있게 공부를 가르치셨고 세상을 보는 눈도 정확하고 원칙대로 살려고 노력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한국전쟁때 ‘불사조´ 전투기 조종사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은 모두 조상덕이라고 박사는 강조했다.“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가 피땀 흘리고 자식농사 지은 결과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야.” 박사는 종교가 없다. 믿는다면 조상이다.“종교는 때론 거짓말도 하지만 과학은 절대 거짓말을 안 해. 사실대로 가는 과학이 그래서 좋아.” 요즘 젊은이 얘기가 나오자 발끈했다.“대학생들 공부 좀 했으면 좋겠어. 관련책을 제대로 읽고 알고 비판을 해야지. 꽁무니 따라다니면서 어영부영하지 말고,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위옹은 대안 없는 반대에는 눈길도 안 준다.“시대의 흐름과 이데올로기는 다르다.”며 보수나 진보보다는 잘사는 방법, 즉 실리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 공무원들 충성심이 없어. 또 기록이 없는 나라야. 더욱이 행정경험도 일천하고.” ●“고집센 성미… 탁구치면 나한테 공 주워오래” 위 박사 집안은 수재로 유명하다. 부인(78)과의 슬하에 2남(54·46) 1녀(50)를 두고 있다. 큰아들은 서울대와 미 스탠퍼드대를 나와 현재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이다. 피를 물려받아 세계항공우주공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유도항법분야의 권위자다. 큰며느리(52)는 피닉스대(수학과) 교수다. 작은아들이 미셸위 아버지이다. 그는 한양공대와 미 펜실베이니아대를 나와 하와이주립대(도시교통공학) 교수이다. 어머니는 미스코리아 서울진(1985년) 출신. 성미는 운동을 하면서도 학업성적도 거의 A학점을 받았다. 위옹은 “성미와 탁구를 치면 공을 나한테 주워오라고 해. 고집이 보통이 아니야. 하와이에서 홍어를 먹어선지 장흥 집(2003년)에서도 두 접시를 먹어치우더라고.”라며 손녀의 기백을 소개했다. 손자 둘은 미국에서 고교를 수석졸업했다. 자녀 가운데 가장 영리했다는 딸은 서울의대를 나왔고 사위(52)는 연세대의대 교수이다. “아이들이 영리하고 체격이 큰 것은 외가쪽을 닮아서 그래. 할머니 집안이 키도 크고 보통 수재가 아니야.”라며 공을 외가로 돌렸다. “자식들 교육은 엄하게 해야 돼. 잘못하면 꾸짖고 때리고, 나는 그렇게 했어.” “부모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돈만 주면서 공부하라고 하면 어떤 자식이 따르겠어. 부모가 자신을 되돌아 봐야지. 공부할 만한 애인가, 아닌가.”그래서 그는 조기유학을 절대 반대한다. 최소한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아이들 스스로 정체성을 세우고 우리 선조와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게 먼저라는 논리이다. “외국 나가면 자칫 술·담배·여자 등 못된 것만 배운단 말이야. 또 우리나라 교사들 실력이 미국보다 세배는 낫거든.”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조기유학 반대… 아이들 정체성이 우선 “성미가 29일 오후 2시에 자가용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바빠서 장흥에 못오게 했어.” 위옹의 말에 여운이 흘렀다. 손녀가 택배로 텔레비전을 보내준다고 전화했다며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미국에 사는 두 아들은 1년에 한번가량 부모님을 찾는다. 위옹은 노환으로 누워 있는 부인을 보살피며 온종일 곁을 떠나지 않는다.“이렇게 물 좋고 공기 맑고 아늑한 곳이 고향이야. 왜 진작 못 왔는지 안타깝구먼.” “종일 평상 그늘에 앉아서 지난 일을 생각해.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았어. 늘 반성하면서 살지.” “내가 오래 살아야 돼. 병든 할머니를 돌봐야 하거든….” 말끝을 흐린 채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적적해 보였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서울대 공대 항공공학과 1회 졸업,1958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학위. ▲1951∼1954년 미 공군 파견근무 중 전투기 조종사. 화랑무공훈장 수상.1955년 소령 예편. ▲1956∼1992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후 명예교수.1967년 한국항공우주학회 설립 주역.
  • [오늘의 눈] ‘실패 보고서’ 후임자에 선물을/황경근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3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다소 여유롭다. 연임 제한으로 나설 수가 없어 6월말이면 지방자치 무대를 떠나게 된다. 이 단체장들은 3번이나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단체장이라 할 수 있다. 선거시 중앙정치 바람을 타기도 했지만 능력이 없는 단체장이 3선에 성공했을 리가 없다. 더구나 뇌물수수 등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한 단체장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3선을 하기까지 이들의 평소 자기관리도 인정할 만하다. 이들은 일부가 자치무대를 디딤돌로 금배지를 달기 위해 중앙정치권을 기웃거릴 때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으며, 이제 은퇴식을 준비하고 있다. 자치무대를 떠나기에 앞서 3선 단체장들에게 이런 일을 권하고 싶다. 바로 자신들의 시행착오와 더러는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한 정책에 대해 고백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고집을 피우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예산만 낭비했다.’ ‘표를 의식해 선심 행정에 빠졌다.’ ‘학연·지연에 따른 따른 인사는 결국 경쟁력과 화합을 저해했다.’와 같은 ‘실패학’ 보고서를 내놓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실패를 내놓고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3선 단체장은 이제 그동안 자신들을 옥죄었던 표에서 해방돼 주민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일만 남았다. 이들이 떠나면 지방선거를 거쳐 7월초 초보단체장들이 뒤를 잇게 된다. 아마도 처음 시작하는 단체장들은 3선의 단체장들이 겪어왔듯이 많은 시행착오와 더러는 실패를 겪을 것이다. 떠나는 3선 단체장이 자신의 시행착오나 정책실패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뒤를 이을 초보단체장에게 선물하면 어떨까. 아마도 초보단체장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자치무대에서 내려오는 날, 자신의 치적을 줄줄이 외는 것보다 시행착오나 실패를 고백하며 떠나는 3선 단체장의 뒷모습은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황경근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kkhwang@seoul.co.kr
  • 獨·英 언론전쟁 터지나

    독일이 단단히 화가 났다. 영국의 한 대중지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엉덩이 사진을 신문에 게재,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대중지 더 선은 지난 17일자에 수영복을 입은 메르켈 총리와 엉덩이를 드러낸 뒷모습 등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던 메르켈 총리를 찍은 것이다. 선은 ‘독일 하원(Bumdestag)의 대장’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독일어로 하원 철자는 ‘분데스탁(bundestag)’이다. 앞 세 자인 bun에다 엉덩이를 의미하는 속어인 ‘Bum’을 붙여 ‘총리의 엉덩이가 크다.’는 점을 강하게 연상시켰다. 기사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엉덩이 아래로 내려온 자신의 속옷도 올리고 있다.”고 빈정댔다. 또 속옷을 내린 엉덩이 사진 설명으로 “독일 경제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달았다. 독일 경제를 메르켈 총리와 성적으로 연관시켜 비유한 것이다. 토마스 스테그 독일정부 대변인은 “전통적인 영국의 예의범절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독일 프란츠 요제프 칼럼니스트는 “독일은 영국 여왕을 그처럼 비하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당신(영국)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는 정장 차림의 메르켈 총리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빌트는 ‘영국인이 우리의 총리를 우롱했다.’는 제목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이 신문은 “도대체 이런 증오심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고 물었다. 메르켈 총리도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CNN은 19일 “메르켈 총리가 해당 언론사에 대해 고소 등 법적 절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월드컵 인사이드] (8) 방송사 해설위원 경쟁

    ‘마이크 전쟁, 그들만의 월드컵이 시작된다.’ 독일월드컵 개막을 50일 남짓 남겨놓고 축구해설가들의 치열한 ‘마이크 전쟁’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세계인의 축구축제가 열리는 독일의 각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땀과 눈물, 희비와 명암은 물론 숨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증폭시켜 대한민국을 응원의 열기로 뒤덮게 할 ‘전령사들의 전쟁’이다. 4년 전 이들은 부산과 인천, 대전, 그리고 광주에서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감격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며 거짓말같던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행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5개월 뒤 독일에서 펼쳐질 또 하나의 환희와 감격을 준비하고 있다. ●‘일류요리사’가 되라 캐스터와 함께 축구장의 열기를 전하는 해설가들의 뒷모습은 화면에서처럼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 단 90분 동안의 경기를 치러내기 위해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로, 라커룸으로 뛰어다닌다. 선수들과 감독의 표정을 읽어야만 그날의 경기를 예측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각 선수의 플레이를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선(48) SBS 해설위원은 경기 전 선수와 감독을 괴롭히기로 유명하다. 공식 사전 인터뷰는 물론 라커룸까지 불쑥 찾아가 말 한마디는 물론, 표정까지 읽어낸다. 물론 전 경기의 기록만으로 각 선수의 최근 컨디션을 파악할 수도 있지만 “그래가지고는 내 방송에 철학이 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지난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다섯번째 월드컵을 치르게 될 신 위원은 또 축구해설은 ‘멋진 요리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축구장이라는 냄비에 선수라는 재료까지 갖춰졌으니 경기 해설에 얼마 만큼의 양념을 넣고 간을 치느냐가 중계의 성패를 결정하는 잣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독일월드컵을 위해 그는 최근 4년간의 선수 자료를 이미 차곡차곡 쌓아놨다. 기록은 물론, 선수들의 잡다한 일까지 포함돼 있다. 그의 방 한쪽에 축구 관련 서적은 물론, 신문 잡지에 기고한 칼럼 내용까지 일일이 정리해 놓았다. ●히딩크는 폴란드전 때 떨고 있었다? KBS의 해설을 맡고 있는 이용수(47) 위원 역시 경기 전 ‘마당발’로 통한다. 지난 2002년 6월4일 대한민국의 첫 한·일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이 벌어지기 직전 그는 부산월드컵경기장의 라커룸을 찾았다. 선수들이 코치들과 함께 몸을 추스리고 있는 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은 방 한구석에서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벤치에선 번뜩이는 카리스마와 호쾌한 세리머니로 정평이 나 있는 그였지만 그는 분명 떨고 있었다.“전반 15분만 넘기면 기회는 온다고 말하면서도 명장답지 않은 고독과 외로움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고 그는 4년 전 월드컵 첫 경기 때의 히딩크를 기억하고 있다. 독일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위원은 요즘 ‘산오르기’에 한창이다.90분 내내 수만 관중의 함성을 뚫고 목청을 돋우기 위해선 체력이 관건.“조별리그 3경기는 물론, 어쩌면 그 이상의 경기까지 소화해 내기 위해선 선수 못지 않은 체력이 필수”라는 게 그의 말이다.“단련된 신체에서 건강한 방송이 나온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도 신선해야 산다 축구해설의 간판격인 이들 둘 외에도 목을 가다듬는 ‘새내기’들이 있다.‘황새’ 황선홍(38)과 ‘유비’ 유상철(35)이 그들.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골을 작성했던 황선홍은 SBS와 계약을 마쳤고, 유상철도 조만간 KBS의 해설위원으로 변신할 예정.“입담은 다소 달릴지 모르겠지만 신선함으로 승부하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여기에 차범근(53·수원) 감독까지 MBC에서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중계 마이크는 그야말로 왕년의 ‘스타들의 경연장’으로 변할 전망. 특히 유상철은 황선홍과 건국대 동문이고, 차 감독과는 경신고 선-후배 사이. 각 방송사가 시청률을 놓고 사활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독일월드컵의 중계석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 co.kr
  • [연극]

    봄날은 간다-7일∼5월28일 축제소극장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모여 피붙이보다 더 진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가족의 이야기.2002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최창근 작·연출, 장영남, 이용이, 박상종 출연.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1만 5000∼2만 5000원.(02)741-3934. ■ 매직타임 16일까지 화∼금 7시30분, 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6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뒷모습. 박광정 연출, 이대영 김중기 등 출연.1만∼2만원.(02)743-7710. ■ 일주일 6월4일까지 화∼일 7시30분 배우세상소극장.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4명의 젊은이들이 겪는 일주일간의 상황. 고연옥 작·박근형 연출, 홍성인 김진용 등 출연.8000∼1만 2000원.(02)743-2274.
  • [아침을 먹자] 사랑과 감동으로 버무린 따뜻한 밥상

    지난해 10월 첫 발을 내디뎠던 서울신문과 CJ의 건강 캠페인 ‘아침을 먹자’가 막을 내립니다. 5개월동안 300명이 넘는 독자분들께서 사연을 신청해 주셨습니다. 매주 3∼5개의 사연을 뽑아 30인분의 아침 도시락을 배달해 드렸습니다. 부모님, 친구, 선생님,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글들이 늘 ‘아침을 먹자’ 게시판을 훈훈하게 달궜습니다. 지난해 말,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배달한 아침 도시락은 인상적인 감동을 줬습니다. 대학수학능력을 앞두고 구리 인창고 3학년 13반 한세영 선생님은 “올해 처음으로 고3 담임을 맡은 서툰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한 선생님은 “먼 길 떠나는 자식에게 어미가 따뜻한 밥 한끼를 먹여 보내듯 (수능을 앞둔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싶다.”며 학생 32명의 특징과 이름을 나지막이 되뇌었답니다. 깜짝 선물을 받은 학생들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기뻐했던 모습이 선합니다. 이어 12월에는 경기도 안산 성포중학교 3학년 10반 담임 윤종일(33) 선생님이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이 태반인 교실에 들렀다가도 뭐가 그리 바쁜지 허겁지겁 종례를 마칩니다. 아이들의 뒷모습을 볼라치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며 도시락을 신청하셨습니다. 신청자가 많아 도시락을 15개 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햇반을 준비해와 나눠먹었답니다. 특히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지난 설 무렵에는 직업군인 조윤기(30)씨의 사모곡이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아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어머니는 ‘선우회’라는 봉사 단체를 조직해 무려 21년째 이웃을 돕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주인공 서정희(63)씨는 “봉사 활동을 곧잘 따라다니던 아들이 날 위해 도시락을 두 번이나 신청했다니 뿌듯하다.”면서 “배달된 아침 도시락도 이웃과 함께 나눠먹어야 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좋은 사연 올려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 좋은 캠페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정은주 서재희기자 ejung@seoul.co.kr
  • ‘망종’ 들고 방한한 장률 감독

    ‘망종’ 들고 방한한 장률 감독

    영화 ‘망종(芒種·보리를 베고 볍씨를 뿌리는 절기)’. 지난해 상복이 터졌었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ADIC상, 페사로영화제 뉴시네마상,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프랑스브졸영화제 대상 등을 줄줄이 받았다. 올해에도 벤쿠버·시카고에 이어 로테르담·마델플라타 등 이런저런 영화제에 계속 불려다니고 있다.24일 개봉을 앞둔 ‘망종´의 재중 동포 감독 장률(44)을 만났다. ●어떤 영화기에? 김치를 팔아 아들 창호와 근근이 먹고사는 조선족 여인 최순희. 조선족 유부남 김씨와 사랑에 빠지지만, 불륜을 눈치챈 마누라에게 김씨는 그만 최순희와의 관계가 ‘사랑’이 아니라 ‘매춘’이었다고 거짓말한다. 공안당국에 끌려간 최순희는 거기서도 겁탈당한 뒤에야 풀려난다. 여기에다 창호까지 잃게 된 최순희는 마침내 세상에 대한 복수에 나선다. 이 때문에 영화는 최순희의 내면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황량한 공장터가 주요 배경인 것도 그렇다.“실제 중국이 그렇기도 하고, 최순희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대사 같은 것들로 이런저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영화적 호흡이 없는 문학영화가 제일 싫다.”는 장 감독의 취향이 반영돼서다. 그래서 오직 ‘보여주기’에 온 힘을 다했고, 그 덕에 독특하고 진지한 신들이 넘쳐난다. ●“사랑에 더 비겁한 것은 남자” 최순희와 김씨가 정을 통하기 전, 카메라는 김씨의 벌거벗은 앙상한 몸을, 거북할 정도로 오랫동안 비춘다. 쪼그라든 성기까지 선명하게. 장 감독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배우를 벗겨버린 장면이다. 재밌는 점은 김씨역을 맡은 배우가 전문배우가 아니라 장 감독의 친구이자 분장사라는 사실. 친구를 발가벗기면서까지 무얼 보여주고 싶었을까.“남자가, 그럴듯하고 대단해 보여도 벗겨놓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김씨가 나중에 배신한다는 점까지 보면, 사랑에 비겁한 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최순희를 이대로 보낼 텐가요? 많은 찬사를 받았던, 최순희가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아들 창호의 공간을 가로질러 기차역을 지나 보리밭으로 가도록 동선을 정했다. 배우에게는 팔을 몸에다 붙이고 빨리 걸어가라고만 주문했다. 그리고 카메라는 최순희의 뒷모습을 주욱 따라간다. 중요한 것은 멀어져만 가던 최순희의 발자국 소리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다시 돌아오도록 했다는 점.“영화가 끝난 뒤 후다닥 일어나지 마시고 그 소리까지 다 듣고 가셨으면 해요. 최순희는 그렇게 사라져가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뚜벅뚜벅 되돌아 오고 있거든요.” ‘최순희에 대해 너는 책임이 없니?’라고 관객에게 되묻고 싶었던 게다.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 장 감독은 정작 영화에 대한 호평에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상금을 주니 좋긴 한데 예술에 상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농반진반처럼 “월급 딱딱 나오고, 하루종일 멍하니 공상할 수 있는 직장 있으면 감독 그만두겠다.”고도 한다. 이런 자유인 기질 때문일까. 문화혁명과 천안문사태 등에 연루된 재중동포 3세로서의 가족사와 개인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그냥 영화 감독으로만 봐주세요.”라더니 이내 “최두영(제작사 대표)이가 너무 공갈쳤어요. 그 사람이 한 얘기 듣고 쓴 기사 보면 이게 진짜 나인가 싶어요.”라며 껄껄 웃어버린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여의도 in] “李전총리는 친구 따뜻하게 맞아달라”

    16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는 이해찬 총리 사퇴 직후란 점에서 ‘3·1절 골프파문’에 대한 대처 방식을 두고 계파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정동영 의장의 모두 발언을 제외하곤 ‘실업계 고교 지원대책’이란 공식 안건만이 논의됐다. 정동영 의장은 이 전 총리를 ‘친구’라고 부르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당을 먼저 생각하라는 ‘선당후사’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며칠 사이 김민기씨의 ‘친구’란 노래 가사가 귓전을 맴돌았다.70년대 유신 학번으로 같이 대학에 들어와 친구로 지냈던 이 총리가 수도 없이 (당국에) 끌려갔을 때 뒷모습이 생각났다.”고 했다. 또 “(당으로 복귀하는) 이 전 총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동지로서 맞아달라.”고도 했다. 당초 재야파 의원들 몇몇은 의총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이번 파문 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었지만 뜻을 접었다. 상황이 정리된 마당에 공개적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재야파의 한 초선의원은 “사태가 터졌을 때 당이나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둔감했다는 점을 비판하려 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자이툰부대병력 교체 동행기

    자이툰부대병력 교체 동행기

    김 상사님! 만약 당신이 지난 9일 서울공항에서 자이툰부대 교대 병력의 출국 장면을 지켜봤다면 실망하셨을 겁니다.41년 전 용맹스러운 제2해병여단의 일원으로 당신이 월남으로 떠날 때 부산항을 가득 메웠던 만큼의 환송 인파를 그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활주로에 일렬로 늘어선 동료 군인들의 손짓만을 배경으로 트랩을 오르는 장병들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습니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숱한 찬반 논란의 포연(砲煙)에 질식하는 건 결국 장병들의 ‘실존’이 아닌지요. 그러나 김상사님! 저의 우울함은 기내로 들어선 순간 증발했습니다.300여명의 장정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테스토스테론’의 열기가 확하고 달려드는 것이었습니다. 베이지색 군복에 바짝 밀어버린 머리, 그리고 이글거리는 검은 눈동자는 흡사 질서정연한 사자떼의 모습이라 할 만했습니다. 저는 감히 그들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해석하기 힘든 침묵이 전장(戰場)으로 향하는 기내를 묵직하게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륙 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가까스로 뒷좌석의 한 병사에게 물었습니다. 두렵지 않으냐고.“담담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불치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는 재차 다그쳤습니다. 전체 감정 중에 두려움이 몇 퍼센트나 되느냐고. 이번엔 “그걸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는 대답입니다. 우문현답이었습니다. 어찌 사람의 감정을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 호기심과 설렘에 온통 구름 위를 걷다가도 순식간에 공포가 엄습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인간의 한계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아(我)는 비아(非我)요, 무아(無我)라는 것이겠지요. 김 상사님! 이륙 10시간 30분만에 장병들을 실은 민항 전세기는 쿠웨이트의 무바라크 공군기지에 도착했습니다. 전장인 이라크로 진입하기 전 장병들은 쿠웨이트의 미군기지(캠프 버지니아)에서 하루를 묵습니다.41년 전 김 상사님은 6일의 항해 끝에 월남의 깜란만에 상륙, 바로 전투태세에 돌입했지만 지금 후배들은 잠시나마 숨을 고를 겨를이 있는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병사들을 제일 먼저 맞아준 것은 악명높은 사막의 모래바람입니다. 얼굴쪽으로 사납게 달려드는 모래 세례에 눈을 뜨기도, 숨을 쉬기도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사막의 신(神)은 이런 식으로 여기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님을 경고하는 듯합니다. 다음날 장병들은 공군 수송기인 C-130에 실려 이라크 아르빌로 향했습니다. 김 상사님,41년 전 당신은 미 해군 함정을 타고 월남에 와서 미군이 나눠준 탄약으로 전쟁을 치렀지만, 지금 자이툰 부대원들은 소총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일체 우리 장비로 전쟁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력의 성장치는 이렇게 확인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김 상사님과 전우들이 흘린 피의 기여가 포함돼 있겠지요. 보일러실 내부처럼 어수선한 수송기에 앉아 고막을 찢을 듯한 소음을 듣고 있으려니 본격적으로 전쟁터로 향한다는 실감이 났습니다.2시간 가량이 흘러 착륙이 임박해졌을 때 기체가 롤러코스터처럼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전술비행’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것은 이·착륙시 혹시 있을지 모를 적의 대공포 공격을 피하기 위해 기체를 지그재그로 선회하는 것입니다. 장병들 모양으로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서 10분 넘게 넘실대는 기내에서 중심을 잡다보니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가 밀려올라왔습니다. 김 상사님도 월남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배멀미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하셨지요. 세상이 변해도, 또 기술이 진보해도 구역질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전쟁의 통과의례인가 봅니다. 수송기가 닿은 곳은 아르빌 국제공항입니다. 수송기 주위에 배치돼 집총자세로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는 자이툰부대원들을 보면서 오싹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이곳이 허허벌판이라고 해서 41년 전 밀림 속에서의 김 상사님보다 공포감이 덜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어디선가 순식간에 날아오는 총탄에 격살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무애(無碍)한 광야에서 오히려 더 섬뜩하게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아르빌은 예상과 달리 사막이라기보다는 구릉지와 녹지가 군데군데 펼쳐진 초원지대에 가깝습니다. 부대원들이 완전무장 차림으로 철통 같은 경계를 펴고 있는 자이툰부대 영내로 들어선 순간 안심이 됐습니다.100만평 규모에 3000여명의 사단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는 병원도 있고, 슈퍼마켓도 있고, 외환은행 지점도 있어 마치 한국의 어느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장병들의 식탁은 한국에서 배로 실어온 우리식 반찬으로 채워집니다. 김 상사님이 보시면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하시겠지요. 김 상사님! 정작 놀라실 얘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도착 다음날인 11일 자이툰 부대원들의 민사심리작전에 동행해 아르빌 외곽의 작은 마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잔뜩 긴장해 있는 제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흉악한 테러가 아니라 주민들의 따뜻한 미소였습니다. 자이툰 부대원의 차량을 발견한 어린이들은 하던 놀이를 제쳐놓고 손을 흔들며 수도없이 차량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느라 팔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피르라시’라는 마을에 다다르자 귀에 익은 우리 동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라크 어린이들이 용맹하기로 이름난 우리 특전사 요원들을 따라 율동에 맞춰 우리 말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서울에서 8400여㎞나 떨어진 이국의 하늘 아래서 우리 동요를 부르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울컥 눈시울이 불거졌습니다. 한쪽에서는 이라크 청년들과 우리 병사들 사이에 씨름대회와 줄다리기가 펼쳐지고 있었고, 호떡, 솜사탕 같은 우리 먹을거리도 차려져 있었습니다. 이 성대한 마을잔치는 오롯이 우리 군인들의 손으로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살벌한 전장을 상상하고 온 기자에게 이런 장면은 한바탕 충격이었습니다. 자이툰은 전투가 아닌 사랑을, 파괴가 아닌 재건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한류(韓流)였습니다. 이라크 파병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온갖 탁상공론을 자이툰은 총이 펜보다 강하다는 역설의 웅변으로 조롱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아르빌에서 단 한 건의 테러도 일어나지 않은 기적은 이런 한류식 사랑의 결실입니다. 불퇴전의 특전사 요원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어린이들과 껑충껑충 율동을 하는 것, 이것은 유난히 다정(多情)한 우리 민족이 아니고선 다른 어떤 나라 군인들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발상의 전환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한국군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최근 “한국군의 민사심리전을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전쟁터에서 민심부터 챙기는 것은 우리 군의 오랜 전통인 것 같습니다. 월남전 당시 채명신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양민을 보호하라.”고 신신당부했던 것을 김 상사님도 기억하시지요. 현지에서 자이툰은 치안유지에서부터 도로포장, 기술교육, 의료봉사 등등 수십가지의 민사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부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곳 주민들은 한국군 철군 소식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이날 오후 만난 쿠르드 자치정부 관계자는 한국군이 얼마동안 주둔했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영원히(forever)”라고 하더군요. 12일 아침 저는 올 때와는 반대로 밝은 마음으로 아르빌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6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귀환하는 300여명의 교체 병력과 말입니다.14일 아침 드디어 서울공항에 비행기가 안착했을 때 한 병사(김금휘 병장)에게 제일 보고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라고 답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고작 6일간 이라크 출장을 가는 아들 걱정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니 이라크에서 조국을 위해 생명을 담보잡힌 3000여 장병의 어머니들의 심정은 또 어떻겠습니까. 물론 41년 전 사지에 아들을 보내놓은 김 상사님의 어머니도 밤잠을 못 이루셨겠지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오늘의 눈] ‘웃음바이러스 전도사’ 가는 길에/김미경 문화부 기자

    1980∼90년대를 주름잡던 코미디언들이 언제부터인가 TV에서 사라졌다. 세대교체뿐 아니라, 코미디풍이 빠른 템포의 공개개그 형식으로 바뀌어 중년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풍자개그의 대부 김형곤도 그랬다. 80년대 ‘공포의 삼겹살’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 히트작을 통해 시사개그를 선보였지만 그에게 TV는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할 말을 하기 위해’ 연극판으로 눈을 돌린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98년에는 ‘여부가 있겠습니까?’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스탠딩코미디의 장을 열었다. 중년층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본격 성인코미디에 도전한 것이다. 지난해 말 스탠딩코미디 제4탄 ‘엔돌핀코드’ 공연에 앞서 그는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정치와 성(性) 등에 대한 풍자뿐 아니라 ‘웃음이 경쟁력이다.’라는 모토 아래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묘안을 담았다.‘웃음 조기교육’‘웃음의 날 제정’‘대통령 유머특보제’‘웃음경영과 유머구역’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인터뷰때 만난 그는 “전국민이 동참하는 ‘빙그레 방그레 벙그레’운동을 펼치고자 한다.”면서 “이렇게 할 일이 생겨 운동도 열심히 해 몸무게를 30㎏이나 뺐다.”며 중년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런 그가 꿈을 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이 더 크다.‘엔돌핀코드’ 공연장에서 그는 2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음과 인생을 나눴다. 공연수입금은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내놨고,‘범국민웃기운동본부’ 설립을 위한 서명도 받았다. 서울공연 직후 지방에도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러 간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성인조크의 대중화, 스탠딩코미디 도입, 돈 안 쓰는 선거를 위한 무소속의원 출마, 트랜스젠더쇼의 관광상품화 등 용감함으로 무장한 그의 선구자적 활동이 떠올랐다. 온 나라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겠다는 그의 뜻을 앞으로 잘 이어가는 것만이,13일 가톨릭의대에 시신을 기증한 그가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패밀리레스토랑 웃음 뒤 정신 지체아의 ‘피멍’이

    패밀리레스토랑 웃음 뒤 정신 지체아의 ‘피멍’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정신지체가 있는 직원이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온 것으로 드러나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1급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이모(21)씨는 올해 졸업하는 고등학교의 소개로 서울 O패밀리레스토랑 신천점에서 주방 보조일을 맡게 됐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씨는 상급직원 김모(26)씨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새우를 잘 다듬지 못한다.’‘버섯을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제 자리에 넣지 않았다.’‘왜 허락도 받지 않고 밥을 먹느냐.’ 등 이유로 이씨의 겨드랑이 밑을 여러 차례 꼬집어 피멍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런 사실은 이씨의 누나(25)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이씨의 상처 사진과 레스토랑측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씨 누나는 글에서 “처음에 어머니가 항의를 하러 갔을 때 매니저란 사람이 ‘잘못했으면 당연히 혼나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이씨 누나의 글을 여기저기에 퍼나르며 레스토랑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레스토랑측은 파문이 확산되자 17일 오전 인터넷 미니홈피 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렸다. 레스토랑측은 김씨를 해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네티즌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서비스 뒤에 이런 뒷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남북회담 불씨 살린 일 가장 보람”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16일 이임식을 갖고 통일부를 떠났다. 통일부에 들어온지 25년3개월 만에 통일부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통일부 직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이 차관은 ‘민주화와 통일은 동전의 양면 같다.’는 고 문익환 선생의 말에 민주화보다는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1980년 통일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대부분을 정책부서에 근무했고, 새내기 사무관 시절에는 노동신문 주요내용을 정리하다가 북한 기사가 매년 특정 시기에 반복된다는 점을 파악해 다음 날 사설제목을 맞춘 일화는 그의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준다. 남북회담의 베테랑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0년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있을 때 치른 남북정상회담, 남북회담의 대표로 참가한 일, 참여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책조정실장을 맡았던 때다. 이 차관은 “몇 번인지는 모르겠지만 회담의 불씨를 살린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되돌아봤다. 지난해 5월 남북차관급회담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판문점을 넘어서자마자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전화로 최대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나흘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1년 가까이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복원했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서해교전으로 중단된 장관급회담을 2002년 8월 금강산 실무대표접촉을 통해 되살리기도 했다. 이 차관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북측 인사로, 전·현직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김령성·권호웅 내각책임참사와 차관급회담 등에서 마주 앉았던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을 꼽았다.통일부를 떠난 그는 일단은 등산을 다닐 계획이다. 아직은 뚜렷하게 할 일을 찾지 못한 듯하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대기업 ‘분리 경영’ 확산

    대기업 ‘분리 경영’ 확산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경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이 선진 경영의 틀을 만들기 위해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대기업들의 이사회 운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동시에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기업의 70% 정도는 CEO와 이사회 의장직이 분리됐다. 미국도 이사회 의장직 분리가 확산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몇몇 기업만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확산 기대 삼성은 최근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에 대해 모두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서 선임, 경영의 투명성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올해 삼성 금융계열사의 정기 주총은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회 의장직 선임에 이목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도 의장직과 CEO를 분리키로 하는 등 투명 경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과 허성관(전 행자부 장관) 동아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서윤석 이대 경영대학장을 감사위원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어 이사회 의장도 새로 뽑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박창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고, 국민은행과 KT도 CEO와 이사회 의장을 따로 두고 있다. 이들은 외부 인사를 의장으로 뽑아 최대 주주나 CEO의 독단 경영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고 있다. 벤처기업에서는 안철수 연구소가 CEO와 의장직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안철수 전 CEO가 전문 경영자에게 CEO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의장으로 물러나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었다.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포스코는 투명경영대상을 받았고,KT는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에 선정되는 등 변신에 대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선임이사제도 도입 등 단계 확산 바람직 한 사람에게 CEO와 의장의 직무를 겸임케 하면 이사회가 실적이 부진한 CEO를 바꾸기 어렵다. 이사회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아 실적이 크게 떨어져도 갈아치울 수 없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주도하기 때문에 오너 및 CEO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조치와 함께 이사회 의장 분리 제도를 도입할 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사회 의장 분리 운영을 획기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상구 기업지배구조지원센터 원장은 “삼성의 조치는 기업지배구조상의 획기적인 변화로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주주 중시 경영,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옮아가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CEO와 이사회 분리가 어렵다면 사외이사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경영진과 주요 내용을 협의해 결정토록 하는 ‘선임이사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내놨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배지환의 DICA FREE oh~] 사진에 감정을 담는 법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흔히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립니다. 슬픈 영화를 봐도 감정이 무뎌져 눈물 한방울 안 날 때가 있는가 하면,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버려진 담배꽁초 한 개피를 봐도 문득 과거의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슬픈 감정과 행복함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꼭 피사체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슬픔과 행복함을 표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진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도 우리네 삶과 사랑이 어려운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위 사진은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찍은 것입니다. 그녀의 슬픈 뒷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앞을 보고 뛰던 그녀가 얼굴을 돌려 뒤를 바라보는 모습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셔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빛을 순광으로 처리해서 파란 하늘과 초록의 풀, 흰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감도는 1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250.
  • 94회 생일 맞는 ‘골프의 전설’ 넬슨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바이런 넬슨이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로어노크의 고택에서 94번째 생일을 맞는다고 LA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선수이자 여전히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거장’의 생일이지만 파티는 매우 조촐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좋아하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같은 슈퍼스타들은 바쁜 일정 탓에 참석하지 못한다.1946년 구입한 이후 단 한 번도 이사하지 않아 넬슨과 60년을 사이좋게 지내온 오래된 저택에서 6명의 절친한 벗과 이웃들을 초대해 소박한 남부식 저녁식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넬슨은 “나는 늘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라며 94번째 생일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황혼에 접어든 노장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가는길’ 돋보인 金노동

    ‘가는길’ 돋보인 金노동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요즘 장관실 밖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그것도 ‘권력의 중심’인 서울을 떠나 지방에 흩어진 노동행정의 현장을 찾는 데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김 장관의 ‘현장 섭렵’은 새 노동부장관이 내정된 지난달 2일 이후 줄곧 계속됐다. 부분 개각 다음날인 지난달 3일에는 국무회의에 차관을 대신 참석시키고는 강원도 탄광 지역 노동사무소로 떠났다.4일은 강릉,5일은 태백과 영월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후에도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정부 차원의 공식행사에는 나가지 않고 9일은 통영,10일은 진주,17일은 목포,18일은 익산,23일은 의정부 지방노동사무소를 잇달아 방문했다. 김 장관은 1일에는 공주의 충남인력개발원과 대전기능대학을 찾았다. 그는 기능대학에서 “3월1일자로 통합 개편되는 공공 직업훈련은 미래 직업훈련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며 교직원들을 독려하고는 “장관직을 떠나도 기능대학의 장비보강과 투자확대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해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김 장관은 자신의 현장 방문이 “이미 오래전에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취임 초 직원들에게 “임기가 끝나기 전 격무에 시달리는 오지를 찾아 현장의 고충을 듣고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장관이 요즘 찾아가는 산하기관은 그동안의 ‘장관 방문 코스’에서 소외돼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고 김 장관이 지방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덕담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결같이 “현장의 노동 행정이 좀더 공정하고 투명해져야 한다.”며 본분을 잊지 않도록 질책한다. 이런 행보가 계속되자 “새 장관이 임명된 마당에 처신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밖으로 돌고 있는 것이 아니냐.”던 개각 직후의 시선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 노동사무소의 한 간부는 “퇴임을 앞둔 장관 같지 않게 너무나 진지하게 현장의 현안을 짚어주고 관심을 보여 놀랐다.”면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장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내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김 장관이었기에 임기를 끝내는 마당의 현장 방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달 8일 산하기관의 기념식장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갑작스러운 시위로 연설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자신의 임기말 행보가 관심을 모으자 “장관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직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일에는 청주기능대학과 청주직업전문학교를 방문한다.6일에는 서울정수기능대학을 찾기로 했지만, 이날부터 국회에서 새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실제 방문이 이루어 질지는 미지수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의경어머니의 애끓는 하소연

    “병역을 일찍 마치라고 의경으로 보냈는데 결국 사지로 내몬 꼴이 됐습니다. 우리 애가 이렇게 고생할 줄 알았더라면 절대로 의경으로는 보내지 않았을 텐데….” 김진미(48·여·서울 은평구)씨는 길거리에서건 TV에서건 방석복에 방석모를 쓴 전의경들을 보면 공연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하고 있는 아들(24)이 떠올라서다. 아들은 육군에 입대하려면 1년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지난해 4월 대학 2학년을 휴학하고 의경에 자원했다. 아들은 입대한 지 석달쯤 되던 7월 어느날 불쑥 집으로 돌아왔다. 첫 시위진압에 나갔다가 온몸에 멍이 들고 상처투성이가 되자 지휘관이 하루 휴가를 줬다고 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아픈 기색을 숨기지도 못하면서 “이것 봐, 멀쩡하잖아.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하나도 안 다친 거야.”라는 아들의 ‘거짓말’은 엄마를 두 번 울렸다. 김씨는 “팔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자기가 빠지면 동료들이 더 고생한다며 일찌감치 집을 나서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을 돌려보낸 뒤 김씨는 인터넷포털 다음에 ‘전의경 우리 고운 아들들’(cafe.daum.net/arbang1003)이란 카페를 만들었다.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부모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혼자 속앓이를 하다 이곳을 알고 찾아오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요. 부모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서로 많은 위로가 됩니다.” 김씨는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고생한다는 얘기나 듣지만 우리 아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속수무책으로 맞으면서도 폭력 경찰로만 몰리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대부분 부모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에 사망한 것도 안타깝지만 전·의경들 역시 피해자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농민시위 때에는 아들의 절친한 동료가 시위대의 죽창에 오른쪽 눈이 찔려 병원에 실려갔다. 집이 지방이라 외출 허락을 받으면 자주 아들과 함께 찾아와 밥을 먹고 돌아갔던 친구였다.3차례 수술을 받아 겨우 실명 위기는 면했다. 하지만 한쪽 눈은 평생 시력을 되찾기 힘들다고 한다. “농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농사꾼의 자식이니까요. 하지만 의경들도 정복을 벗고 방패만 내리면 옆집 사는 동생과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들이라 생각하시고 쇠파이프와 죽창을 제발 그만 거둬주세요.”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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