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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7)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下)

    낯선 이국땅에서의 유배생활은 가을이 세 번 지나도록 계속되었다.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유배생활 중에 선생이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고향에 계신 어버이를 섬기는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평소 선생은 잠깐동안이라도 어버이 곁을 떠나지 않고 살피며 모셨다.관직에 있을 때에도 일년 동안에 휴가를 두 번 갈 수 없음을 걱정하여 관직에 임명된 지 닷새도 못 되어 직임을 그만둔 적도 있었다.어버이를 모시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선생이 유배지에서 다만 충절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을 때 원나라 순제는 거듭되는 기황후의 애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려 침공이라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상국(上國)인 원나라를 배반하고 반역을 행한 고려 공민왕을 폐함과 동시에 응징하면서 덕흥군을 고려의 새로운 왕으로 옹립한다는 명분이었다.이같은 명분을 받들어 실행하는 총 책임을 진 것은 고려의 반역자인 최유였다.최유는 기황후와 음모하여 공민왕을 폐한 다음 덕흥군이 고려의 왕이 되면 막강한 권세를 장악하여 고려를 기황후와 함께 지배하기로 한 뒤였다. ●고려와 첫 싸움서 처참히 무너진 원나라 원나라 군사 1만명을 얻어 고려 침공에 나선 최유는 일단 요동 반도까지 순조로운 진군을 했다.그런 기세대로 간다면 고려로부터 항복받는 일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침공을 시작한 이듬해인 1364년 1월 최유가 지휘하는 원나라 군사는 의주를 점령한 다음 계속 남쪽으로 공격해 들어왔다.거칠 것 없는 기세였다.그러나 정주 달천에 이르렀을 때 최영,이성계가 이끄는 고려군의 저항에 부딪쳤다.고려의 상징적인 두 장군 최영과 이성계는 최유의 인간됨은 물론 그의 지휘를 받는 원나라 군사의 전술과 기백을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접전에서 최유의 원나라 군대는 처참하게 붕괴되었다.재기 불능 상태에 빠진 최유는 살아남은 원나라 장군들의 호위를 받아 간신히 목숨을 건져 원나라로 되돌아 갔다.원나라 순제는 패전하여 돌아온 장수들로부터 최유의 작전 실패와,고려 공민왕이 원나라에 반역했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전해듣고 크게 분노했다.작전실패에 따른 문책을 엄하게 하려 했으나 기황후가 다시 애원하는 바람에 비교적 가벼운 형별에 처해졌다.이때 고려에서는 최유를 고려로 송환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순제는 자신의 오해를 미안하게 여겨 고려의 요청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최유의 등창이 심하여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송환을 보류해달라는 기황후의 말에 따라 송환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 최유의 이같은 사건으로 하여 운남성 교주국에 유배되어 있던 문익점 선생에 대한 순제의 오해도 풀어질 수 있었다.선생이 유배에서 풀려나 원나라 수도 연경으로 돌아오는 만리길은 광활한 황무지와 비옥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로 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연둣빛 열매의 목화 귀로에서 선생은 피곤을 달래기 위해 며칠씩 머물기도 했다.강남(江南) 땅 어느곳을 지날 때였다.강줄기를 따라 드넓게 펼쳐진 비옥한 땅에서 처음 보는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이랑을 지어 심은 것으로 봐서 관상용 화초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그런가하면 꽃이 진 가지에는 큰 골무만한 연두색 열매가 매달려 있기도 했다.선생은 그 낯선 꽃이 피어있는 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노파한테 그 꽃이 피어 있는 나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목화(木花)라는 식물이라 대답했다.그 식물로 뭘 하느냐는 물음에 노파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촉감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땀을 잘 흡수하는데다 가볍고 질기다는 설명을 곁들였다.그제야 선생은 유배생활 중에 보고 느꼈던 의아스러운 점들이 이해되었다.중국인들이 즐겨 입는 옷들은 대부분 그 노파가 입고 있는 옷감과 닮은 것이었다.목화꽃이 지고 난 자리에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가 다래였고,그 다래가 익으면 네 곳으로 터지면서 눈처럼 흰 솜이 그 안에서 부풀어 오르고,햇볕을 잘 받아 익으면 솜을 빼내어 옷감을 만든다고 했다. 선생은 그 목화라는 식물을 고려로 가져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다.그 당시 원나라에서는 인도로부터 목화 종자를 들여와 대대적으로 재배하여 중국인과 북방 민족들의 의류혁명을 완성해가고 있는 중이었다.목화는 고온다습한 기후를 좋아하며 다래가 익어 터진 뒤에는 청명한 날씨가 많을수록 좋은 품질의 솜을 얻을 수 있었다. 선생은 고려의 백성들을 떠올렸다.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옷감이 많지 않은 탓에 겨울만 되면 지옥 같은 나날을 살면서 얼어죽지 않기 위해 절규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겨울철에도 삼베옷밖에 입지 못하는 서민들의 처량한 몰골이 선생의 눈시울을 적셨다.고려에도 부자나 귀족들은 명주옷을 겹으로 입으면 얼마만큼 추위를 막을 수 있었지만,삼베와 칡껍질로 엮은 옷으로는 아무리 겹쳐 입어도 추위 앞에서는 견디지 못했다.추운 계절에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서민들은 거적대기를 뒤집어쓰거나 가마니를 뜯어 아랫도리를 가리고 다녔다.그러나 추위가 심한 날엔 백리 길을 가도 사람 그림자 구경하기 어려웠고 겨울철 내내 방안에만 틀어박혀 봄 오기만을 기다렸다. 입성의 초라함과 옷감 부족은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었다.여름철에도 아예 윗몸을 통째로 드러내 놓고 사는 서민들이 많았다.무더위 때문이 아니라 입을 옷이 없기 때문이다.그런 몰골로도 나라가 필요로 하는 온갖 부역과 부담을 온 몸으로 떠받쳤다. ●목화씨를 고려에 가지고 갈수만 있다면 목화씨를 고려로 가져가고 싶었다.노파에게 씨를 좀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노파는 선생을 의심쩍게 훑어 보았다.그동안 이것저것 물었던 일과 연관을 지으면서 선생의 정체를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선생은 영문을 몰랐다. 잠시 뒤 그 지방 관헌이 선생을 찾아왔다.짐을 뒤지고 온 몸을 수색했다.그 까닭을 묻자 관현이 말했다.목화는 원나라의 귀중한 보물이기 때문에 외국인은 그누구도 목화 종자를 가져갈 수 없다는 황제의 칙명이 내려져 있다고 했다.그제야 선생은 목화가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지 짐작이 갔다.한 국가에서 국민이 입는 옷은 먹는 식량과 함께 가장 중요한 근본의 하나였다. 추위와 더위를 막을 수 있는 옷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는 왕이나 국가의 치세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백성이다.백성은 무슨 이상향이나 신기루 같은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식과 옷,집과 이웃의 평화가 있다면 왕과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삶을 산다.그렇다면 이제껏 고려의 백성들이 겪어온 헐벗음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뒤늦게야 깨우치며 선생은 눈물지었다.추위를 막아줄 옷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나라에서 끊임없는 부역과 무거운 세금에 짓눌리면서도 묵묵히 견뎌온 백성들이야말로 진정한 고려의 주인이라는 깨달음에 눈을 떴다. 그 유배길이 아니었다면 깨달을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생각이었다.선생은 기어코 목화씨를 고려로 가져오리라 결심했다.원나라가 엄중하게 지키는 최고의 국가 기밀이자 재산이기도 한 목화 종자를 숨겨오다 들키게 되면 처형된다는 것도 알았다.옷을 발가벗기고,벗은 옷을 뒤집어서 털고,상투머리를 풀어 머리카락 속까지 뒤졌다.그러니 여행자들의 짐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선생은 우여곡절 끝에 목화씨 열 알을 손에 넣었다.궁리 끝에 숨겨갈 만한 자리를 생각해냈다.붓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먼저 털로 된 붓을 뽑아내고 붓대롱 속에다 목화씨를 숨겼다.그런데 국경 검문소에도 붓통까지 검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려로 갖고 들어온 목화씨는 선생의 장인 정천익과의 공동 실험을 거쳐 마침내 이 땅에 의류혁명을 일으키게 되었고,선생의 큰 은혜로 하여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이 사라지게 되었으니 선생이야말로 진정한 이 땅의 구세주라 부를만 하지 않은가. 개인의 불행과 고통을 정치적 출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땅의 숱한 정치꾼들이야말로 문익점 선생의 삶 앞에서 참회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7)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下)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7)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下)

    낯선 이국땅에서의 유배생활은 가을이 세 번 지나도록 계속되었다.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유배생활 중에 선생이 가장 고통스러워한 것은 고향에 계신 어버이를 섬기는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평소 선생은 잠깐동안이라도 어버이 곁을 떠나지 않고 살피며 모셨다.관직에 있을 때에도 일년 동안에 휴가를 두 번 갈 수 없음을 걱정하여 관직에 임명된 지 닷새도 못 되어 직임을 그만둔 적도 있었다.어버이를 모시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선생이 유배지에서 다만 충절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을 때 원나라 순제는 거듭되는 기황후의 애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려 침공이라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상국(上國)인 원나라를 배반하고 반역을 행한 고려 공민왕을 폐함과 동시에 응징하면서 덕흥군을 고려의 새로운 왕으로 옹립한다는 명분이었다.이같은 명분을 받들어 실행하는 총 책임을 진 것은 고려의 반역자인 최유였다.최유는 기황후와 음모하여 공민왕을 폐한 다음 덕흥군이 고려의 왕이 되면 막강한 권세를 장악하여 고려를 기황후와 함께 지배하기로 한 뒤였다. ●고려와 첫 싸움서 처참히 무너진 원나라 원나라 군사 1만명을 얻어 고려 침공에 나선 최유는 일단 요동 반도까지 순조로운 진군을 했다.그런 기세대로 간다면 고려로부터 항복받는 일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침공을 시작한 이듬해인 1364년 1월 최유가 지휘하는 원나라 군사는 의주를 점령한 다음 계속 남쪽으로 공격해 들어왔다.거칠 것 없는 기세였다.그러나 정주 달천에 이르렀을 때 최영,이성계가 이끄는 고려군의 저항에 부딪쳤다.고려의 상징적인 두 장군 최영과 이성계는 최유의 인간됨은 물론 그의 지휘를 받는 원나라 군사의 전술과 기백을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접전에서 최유의 원나라 군대는 처참하게 붕괴되었다.재기 불능 상태에 빠진 최유는 살아남은 원나라 장군들의 호위를 받아 간신히 목숨을 건져 원나라로 되돌아 갔다.원나라 순제는 패전하여 돌아온 장수들로부터 최유의 작전 실패와,고려 공민왕이 원나라에 반역했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전해듣고 크게 분노했다.작전실패에 따른 문책을 엄하게 하려 했으나 기황후가 다시 애원하는 바람에 비교적 가벼운 형별에 처해졌다.이때 고려에서는 최유를 고려로 송환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순제는 자신의 오해를 미안하게 여겨 고려의 요청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최유의 등창이 심하여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송환을 보류해달라는 기황후의 말에 따라 송환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 최유의 이같은 사건으로 하여 운남성 교주국에 유배되어 있던 문익점 선생에 대한 순제의 오해도 풀어질 수 있었다.선생이 유배에서 풀려나 원나라 수도 연경으로 돌아오는 만리길은 광활한 황무지와 비옥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로 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연둣빛 열매의 목화 귀로에서 선생은 피곤을 달래기 위해 며칠씩 머물기도 했다.강남(江南) 땅 어느곳을 지날 때였다.강줄기를 따라 드넓게 펼쳐진 비옥한 땅에서 처음 보는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이랑을 지어 심은 것으로 봐서 관상용 화초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그런가하면 꽃이 진 가지에는 큰 골무만한 연두색 열매가 매달려 있기도 했다.선생은 그 낯선 꽃이 피어있는 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는 노파한테 그 꽃이 피어 있는 나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목화(木花)라는 식물이라 대답했다.그 식물로 뭘 하느냐는 물음에 노파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촉감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땀을 잘 흡수하는데다 가볍고 질기다는 설명을 곁들였다.그제야 선생은 유배생활 중에 보고 느꼈던 의아스러운 점들이 이해되었다.중국인들이 즐겨 입는 옷들은 대부분 그 노파가 입고 있는 옷감과 닮은 것이었다.목화꽃이 지고 난 자리에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가 다래였고,그 다래가 익으면 네 곳으로 터지면서 눈처럼 흰 솜이 그 안에서 부풀어 오르고,햇볕을 잘 받아 익으면 솜을 빼내어 옷감을 만든다고 했다. 선생은 그 목화라는 식물을 고려로 가져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를 곰곰 생각하기 시작했다.그 당시 원나라에서는 인도로부터 목화 종자를 들여와 대대적으로 재배하여 중국인과 북방 민족들의 의류혁명을 완성해가고 있는 중이었다.목화는 고온다습한 기후를 좋아하며 다래가 익어 터진 뒤에는 청명한 날씨가 많을수록 좋은 품질의 솜을 얻을 수 있었다. 선생은 고려의 백성들을 떠올렸다.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옷감이 많지 않은 탓에 겨울만 되면 지옥 같은 나날을 살면서 얼어죽지 않기 위해 절규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겨울철에도 삼베옷밖에 입지 못하는 서민들의 처량한 몰골이 선생의 눈시울을 적셨다.고려에도 부자나 귀족들은 명주옷을 겹으로 입으면 얼마만큼 추위를 막을 수 있었지만,삼베와 칡껍질로 엮은 옷으로는 아무리 겹쳐 입어도 추위 앞에서는 견디지 못했다.추운 계절에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서민들은 거적대기를 뒤집어쓰거나 가마니를 뜯어 아랫도리를 가리고 다녔다.그러나 추위가 심한 날엔 백리 길을 가도 사람 그림자 구경하기 어려웠고 겨울철 내내 방안에만 틀어박혀 봄 오기만을 기다렸다. 입성의 초라함과 옷감 부족은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었다.여름철에도 아예 윗몸을 통째로 드러내 놓고 사는 서민들이 많았다.무더위 때문이 아니라 입을 옷이 없기 때문이다.그런 몰골로도 나라가 필요로 하는 온갖 부역과 부담을 온 몸으로 떠받쳤다. ●목화씨를 고려에 가지고 갈수만 있다면 목화씨를 고려로 가져가고 싶었다.노파에게 씨를 좀 줄 수 있느냐고 묻자 노파는 선생을 의심쩍게 훑어 보았다.그동안 이것저것 물었던 일과 연관을 지으면서 선생의 정체를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선생은 영문을 몰랐다. 잠시 뒤 그 지방 관헌이 선생을 찾아왔다.짐을 뒤지고 온 몸을 수색했다.그 까닭을 묻자 관현이 말했다.목화는 원나라의 귀중한 보물이기 때문에 외국인은 그누구도 목화 종자를 가져갈 수 없다는 황제의 칙명이 내려져 있다고 했다.그제야 선생은 목화가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지 짐작이 갔다.한 국가에서 국민이 입는 옷은 먹는 식량과 함께 가장 중요한 근본의 하나였다. 추위와 더위를 막을 수 있는 옷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는 왕이나 국가의 치세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백성이다.백성은 무슨 이상향이나 신기루 같은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식과 옷,집과 이웃의 평화가 있다면 왕과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삶을 산다.그렇다면 이제껏 고려의 백성들이 겪어온 헐벗음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뒤늦게야 깨우치며 선생은 눈물지었다.추위를 막아줄 옷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나라에서 끊임없는 부역과 무거운 세금에 짓눌리면서도 묵묵히 견뎌온 백성들이야말로 진정한 고려의 주인이라는 깨달음에 눈을 떴다. 그 유배길이 아니었다면 깨달을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생각이었다.선생은 기어코 목화씨를 고려로 가져오리라 결심했다.원나라가 엄중하게 지키는 최고의 국가 기밀이자 재산이기도 한 목화 종자를 숨겨오다 들키게 되면 처형된다는 것도 알았다.옷을 발가벗기고,벗은 옷을 뒤집어서 털고,상투머리를 풀어 머리카락 속까지 뒤졌다.그러니 여행자들의 짐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선생은 우여곡절 끝에 목화씨 열 알을 손에 넣었다.궁리 끝에 숨겨갈 만한 자리를 생각해냈다.붓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먼저 털로 된 붓을 뽑아내고 붓대롱 속에다 목화씨를 숨겼다.그런데 국경 검문소에도 붓통까지 검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려로 갖고 들어온 목화씨는 선생의 장인 정천익과의 공동 실험을 거쳐 마침내 이 땅에 의류혁명을 일으키게 되었고,선생의 큰 은혜로 하여 추위에 얼어 죽는 사람이 사라지게 되었으니 선생이야말로 진정한 이 땅의 구세주라 부를만 하지 않은가. 개인의 불행과 고통을 정치적 출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땅의 숱한 정치꾼들이야말로 문익점 선생의 삶 앞에서 참회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6)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上)

    문익점(文益漸,1329-1398).‘원나라에서 목화 종자를 들여와 헐벗고 살던 겨레붙이들에게 옷을 입도록 한 것은 농사를 시작하여 굶주리지 않게 한 후직(后稷)의 잊을 수 없는 은혜와 같다’는 시로 문익점을 찬양한 사람은 남명 조식 선생이다. 문익점은 우리 겨레가 무명옷을 입는 문화를 열고,명주와 모시,삼베옷 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에게 비로소 나라가 무엇이며,학자나 배우는 자는 뭘 하는 사람들이며,가진 이와 지도자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없는 말로 깨닫게 해준 스승이다. ●모진추위에 얼어죽은 사람들이 곳곳에 해마다 가을 추수 무렵이면 이듬해 초봄까지 약 여섯 달 동안은 쌀쌀하고 추운 날이 많다.전체 인구의 8할이 넘는 서민들에게 겨울철은 징역살이보다 무서운 지독한 고통의 날들이었다.추위를 막아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명주베가 있기는 했으나 그 양이 지극히 적은데다 왕실이나 귀족,일정 품계 이상의 직위를 가진자들만 입을 수 있도록 법이 정해져 있어서 서민들은 함부로 명주옷을 입기 어려웠다. 삼베옷과 모시옷은 더위를 막아주는 옷이어서 아무리 여러 겹을 껴입어도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그래서 겨울철이면 서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나다니는 사람이 드물었고,모진 추위가 엄습하고 나면 곳곳에서 얼어죽는 사람들이 뒹굴었다.지옥의 날들이었다.어느 왕도 이 불우한 서민들의 얼어죽는 삶을 구원하지 못했고,어떤 부자,어떤 높은 벼슬아치나 학자도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얼어죽는 서민들의 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기껏해야 시 구절 몇 자 써서 남겼을 뿐이다.이토록 참혹한 서민들의 얼어 죽는 역사 천여 년 뒤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명베 옷을 입고 세상과 이웃을 더욱 사랑하며 살도록 해준,또 한 번의 천년 역사를 연 것이 문익점이다. 이 땅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한결같이 제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역사와 민중에게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기는 커녕 회피와 궤변으로 더욱 더 자리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가는 요즘,문익점은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자 그리운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문익점이 목화 재배 처음 성공해 그리하여 오늘은 문익점이 태어나 살았고,그의 은공을 기리는 도천서원(道川書院),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목화를 시험 재배했던 시배지(始培地)가 있는 경남 산청으로 길을 떠난다. “오늘날은 심심하여 베틀 연장이나 챙겨볼까 베틀다리 사형제는 동서남북 갈라서고 앉을깨는 돋움 놓아 그 위에 앉은 이는 모두 각시 상경하고 말코라고 생긴 것은 구렁이 죽은 넋일는지 뚤뚤 감고 나자빠졌네. 부티 허리 두른 양은 비오고 갤 날 허리 안개 두르듯 자질개 물 준 양은 세우 살살 뿌린듯네 다문다문 주는 최활 북두칠성 주는듯네. 배부른 기러기 알을 안고 옥양강을 드나들고 바디집 깡깡 치는 소리 옥양이라 깨치듯네. 잉앗대는 삼형제요 눌깃대는 독자로다 삼발 났다 저 비경이 삼천군사 거느리고 커다란 대한 길에 하늘하늘 잘도 간다. 용두머리 우는 소리 홀로 가는 외기러기 벗 부르는 소린듯네 쿵절쿵 도투마리 정절쿵 일어남서 배이볕에 듯는 양은 구사월 세단풍 나뭇잎 들는듯네 절로 굽는 저 철귀신 사시춘풍 사시절에 큰애기 발꿈치만 물고 돈다.” 경상도 산청지방에 전해지는,문학적 구성이 매우 뛰어난 베틀노래다.베틀 각 부분 명칭과 기능이 적절한 비유를 통해 잘 드러나 있고,베 짜는 여인과 베틀이 한 몸이 되어 서민들 한의 정서를 절묘한 은유로 노래하고 있다.무명베 올이 곱고 가늘수록 베짜는 어머니의 마음은 지상의 모순된 제도와 속박을 훨훨 벗어나 천상계의 아름다움을 숨쉬며 날아오른다.베틀 위에서 올올이 짜진 무명베는 천상을 향한 꿈이 소리 없이 날개를 저어 무지개를 불러와 색깔이 되고,해와 달,별과 바람과 구름을 데려와 무늬를 새기고 질감을 녹여 넣은 것이다. 무명베는 곧 어머니께서 꾸는 꿈의 몸인 것이다.어머니로 하여금 이같은 베틀노래를 부르면서 설움과 고난도 잊은 채 베를 짜서 부모님과 식구들 옷을 지어 입히고,자식들 혼수도 장만하고,살림 밑천도 마련하는 베틀의 역사를 존재하게 한 것이 문익점 선생이었다. ●서장관으로 뽑혀 원나라 방문 선생이 목화가 재배되고 있던 원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은 1363년이었다.1360년에 과거에 합격하여 세 해 뒤엔 사간원좌정언(司諫院左正言)이 되었는데,이 해에 서장관(書狀官)으로 뽑혀 원나라에 가게 되었다.원나라 방문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은 기록관이다.선생은 윗전인 정사(正使),부사(副使)를 수행하는 지위였다. 선생 일행이 원나라 연경(燕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그 일의 핵심에는 고려의 왕족이자 충선왕의 셋째 아들로 알려진 덕흥군(德興君)과 원나라 황제인 순제(順帝)의 황후가 된 고려 출신 기황후(寄皇后),고려를 배반하고 원나라로 망명한 최유(崔濡)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매우 복잡하고 저속한 반역행위의 원인은 덕흥군을 이용하려는 고려 출신 여인이자 변신의 천재였던 기황후에게 있었다.덕흥군은 그를 낳아준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인데,다만 충선왕이 내친 어느 궁녀가 원나라 사람에게 출가하여 낳았다는 설이 있지만 그가 과연 충선왕의 아들인지도 확실치 않다.불우한 몸으로 일찍이 고려에서 승려가 되었으며 1351년 공민왕이 즉위하자 원나라로 도망갔다.공민왕은 그간의 원나라 노예국으로 지내온 고려의 정치적 위상을 고쳐잡기 위하여 1356년 반원개혁(反元改革)을 단행했다. 이 개혁정책은 그때 원나라 순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놀랍게도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기황후의 친정 오라버니이자 고려의 원나라의 속국으로 만들어 가려는 기철(寄轍) 일파를 숙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철 일파가 공민왕에 의하여 죽게 되자 기철의 누이 기황후는 공민왕을 원망하면서 보복할 것을 음모했다.이 음모를 도운 자가 원나라로 망명해 있던 최유였다.최유는 고려 공민왕이 불경스럽게도 군사를 일으켜 원나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음모를 꾸며서 기황후로 하여금 순제에게 일러바치도록 했다. 기황후와 최유는 미리 공민왕을 제거하기 위한 책략까지 준비한 뒤였다.덕흥군이 비록 충선왕의 아들임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려 왕족 출신임은 분명하므로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삼고 원나라 군사를 이용하여 고려를 정벌하자는 것이었다. 뜻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기황후는 고려를 보다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고,최유 또한 고려를 손 안에 틀어 쥐고 권력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을 터였다. ●기황후 계략에 빠져 유배당해 기황후의 교태에 푹 빠져 살던 순제는 기황후의 말대로 믿었다.즉시 덕흥군을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여 공민왕을 축출하라는 뜻을 내렸다. 일이 그 지경으로 되어 있을 때 선생 일행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것이다.선생 일행의 인사를 받은 순제는 기황후의 권유대로 선생 일행에게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을 새로운 왕으로 모실 것을 명령했다. 선생에게는 외부시랑(外部侍郞)이란 높은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의 신하가 되어 충성하라는 것이었다.선생은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했다.자신은 고려의 신하이지 원나라의 신하가 아니며 고려 공민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덕흥군을 새로운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는 데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생의 충절이 순제의 눈에는 죄가 되는 장면이다.결국 순제는 괘씸죄를 적용하여 선생을 연경에서 남쪽으로 만리나 떨어진 운남성 교주국으로 유배시켜버렸다.지금의 베트남 국경 부근으로 유배를 당한 선생의 심정은 몹시 착잡했다.죽게될지,살아서 고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6)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6)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上)

    문익점(文益漸,1329-1398).‘원나라에서 목화 종자를 들여와 헐벗고 살던 겨레붙이들에게 옷을 입도록 한 것은 농사를 시작하여 굶주리지 않게 한 후직(后稷)의 잊을 수 없는 은혜와 같다’는 시로 문익점을 찬양한 사람은 남명 조식 선생이다. 문익점은 우리 겨레가 무명옷을 입는 문화를 열고,명주와 모시,삼베옷 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에게 비로소 나라가 무엇이며,학자나 배우는 자는 뭘 하는 사람들이며,가진 이와 지도자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없는 말로 깨닫게 해준 스승이다. ●모진추위에 얼어죽은 사람들이 곳곳에 해마다 가을 추수 무렵이면 이듬해 초봄까지 약 여섯 달 동안은 쌀쌀하고 추운 날이 많다.전체 인구의 8할이 넘는 서민들에게 겨울철은 징역살이보다 무서운 지독한 고통의 날들이었다.추위를 막아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명주베가 있기는 했으나 그 양이 지극히 적은데다 왕실이나 귀족,일정 품계 이상의 직위를 가진자들만 입을 수 있도록 법이 정해져 있어서 서민들은 함부로 명주옷을 입기 어려웠다. 삼베옷과 모시옷은 더위를 막아주는 옷이어서 아무리 여러 겹을 껴입어도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그래서 겨울철이면 서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나다니는 사람이 드물었고,모진 추위가 엄습하고 나면 곳곳에서 얼어죽는 사람들이 뒹굴었다.지옥의 날들이었다.어느 왕도 이 불우한 서민들의 얼어죽는 삶을 구원하지 못했고,어떤 부자,어떤 높은 벼슬아치나 학자도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얼어죽는 서민들의 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기껏해야 시 구절 몇 자 써서 남겼을 뿐이다.이토록 참혹한 서민들의 얼어 죽는 역사 천여 년 뒤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명베 옷을 입고 세상과 이웃을 더욱 사랑하며 살도록 해준,또 한 번의 천년 역사를 연 것이 문익점이다. 이 땅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한결같이 제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역사와 민중에게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기는 커녕 회피와 궤변으로 더욱 더 자리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가는 요즘,문익점은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자 그리운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문익점이 목화 재배 처음 성공해 그리하여 오늘은 문익점이 태어나 살았고,그의 은공을 기리는 도천서원(道川書院),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목화를 시험 재배했던 시배지(始培地)가 있는 경남 산청으로 길을 떠난다. “오늘날은 심심하여 베틀 연장이나 챙겨볼까 베틀다리 사형제는 동서남북 갈라서고 앉을깨는 돋움 놓아 그 위에 앉은 이는 모두 각시 상경하고 말코라고 생긴 것은 구렁이 죽은 넋일는지 뚤뚤 감고 나자빠졌네. 부티 허리 두른 양은 비오고 갤 날 허리 안개 두르듯 자질개 물 준 양은 세우 살살 뿌린듯네 다문다문 주는 최활 북두칠성 주는듯네. 배부른 기러기 알을 안고 옥양강을 드나들고 바디집 깡깡 치는 소리 옥양이라 깨치듯네. 잉앗대는 삼형제요 눌깃대는 독자로다 삼발 났다 저 비경이 삼천군사 거느리고 커다란 대한 길에 하늘하늘 잘도 간다. 용두머리 우는 소리 홀로 가는 외기러기 벗 부르는 소린듯네 쿵절쿵 도투마리 정절쿵 일어남서 배이볕에 듯는 양은 구사월 세단풍 나뭇잎 들는듯네 절로 굽는 저 철귀신 사시춘풍 사시절에 큰애기 발꿈치만 물고 돈다.” 경상도 산청지방에 전해지는,문학적 구성이 매우 뛰어난 베틀노래다.베틀 각 부분 명칭과 기능이 적절한 비유를 통해 잘 드러나 있고,베 짜는 여인과 베틀이 한 몸이 되어 서민들 한의 정서를 절묘한 은유로 노래하고 있다.무명베 올이 곱고 가늘수록 베짜는 어머니의 마음은 지상의 모순된 제도와 속박을 훨훨 벗어나 천상계의 아름다움을 숨쉬며 날아오른다.베틀 위에서 올올이 짜진 무명베는 천상을 향한 꿈이 소리 없이 날개를 저어 무지개를 불러와 색깔이 되고,해와 달,별과 바람과 구름을 데려와 무늬를 새기고 질감을 녹여 넣은 것이다. 무명베는 곧 어머니께서 꾸는 꿈의 몸인 것이다.어머니로 하여금 이같은 베틀노래를 부르면서 설움과 고난도 잊은 채 베를 짜서 부모님과 식구들 옷을 지어 입히고,자식들 혼수도 장만하고,살림 밑천도 마련하는 베틀의 역사를 존재하게 한 것이 문익점 선생이었다. ●서장관으로 뽑혀 원나라 방문 선생이 목화가 재배되고 있던 원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은 1363년이었다.1360년에 과거에 합격하여 세 해 뒤엔 사간원좌정언(司諫院左正言)이 되었는데,이 해에 서장관(書狀官)으로 뽑혀 원나라에 가게 되었다.원나라 방문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은 기록관이다.선생은 윗전인 정사(正使),부사(副使)를 수행하는 지위였다. 선생 일행이 원나라 연경(燕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그 일의 핵심에는 고려의 왕족이자 충선왕의 셋째 아들로 알려진 덕흥군(德興君)과 원나라 황제인 순제(順帝)의 황후가 된 고려 출신 기황후(寄皇后),고려를 배반하고 원나라로 망명한 최유(崔濡)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매우 복잡하고 저속한 반역행위의 원인은 덕흥군을 이용하려는 고려 출신 여인이자 변신의 천재였던 기황후에게 있었다.덕흥군은 그를 낳아준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인데,다만 충선왕이 내친 어느 궁녀가 원나라 사람에게 출가하여 낳았다는 설이 있지만 그가 과연 충선왕의 아들인지도 확실치 않다.불우한 몸으로 일찍이 고려에서 승려가 되었으며 1351년 공민왕이 즉위하자 원나라로 도망갔다.공민왕은 그간의 원나라 노예국으로 지내온 고려의 정치적 위상을 고쳐잡기 위하여 1356년 반원개혁(反元改革)을 단행했다. 이 개혁정책은 그때 원나라 순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놀랍게도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기황후의 친정 오라버니이자 고려의 원나라의 속국으로 만들어 가려는 기철(寄轍) 일파를 숙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철 일파가 공민왕에 의하여 죽게 되자 기철의 누이 기황후는 공민왕을 원망하면서 보복할 것을 음모했다.이 음모를 도운 자가 원나라로 망명해 있던 최유였다.최유는 고려 공민왕이 불경스럽게도 군사를 일으켜 원나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음모를 꾸며서 기황후로 하여금 순제에게 일러바치도록 했다. 기황후와 최유는 미리 공민왕을 제거하기 위한 책략까지 준비한 뒤였다.덕흥군이 비록 충선왕의 아들임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려 왕족 출신임은 분명하므로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삼고 원나라 군사를 이용하여 고려를 정벌하자는 것이었다. 뜻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기황후는 고려를 보다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고,최유 또한 고려를 손 안에 틀어 쥐고 권력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을 터였다. ●기황후 계략에 빠져 유배당해 기황후의 교태에 푹 빠져 살던 순제는 기황후의 말대로 믿었다.즉시 덕흥군을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여 공민왕을 축출하라는 뜻을 내렸다. 일이 그 지경으로 되어 있을 때 선생 일행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것이다.선생 일행의 인사를 받은 순제는 기황후의 권유대로 선생 일행에게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을 새로운 왕으로 모실 것을 명령했다. 선생에게는 외부시랑(外部侍郞)이란 높은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의 신하가 되어 충성하라는 것이었다.선생은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했다.자신은 고려의 신하이지 원나라의 신하가 아니며 고려 공민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덕흥군을 새로운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는 데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생의 충절이 순제의 눈에는 죄가 되는 장면이다.결국 순제는 괘씸죄를 적용하여 선생을 연경에서 남쪽으로 만리나 떨어진 운남성 교주국으로 유배시켜버렸다.지금의 베트남 국경 부근으로 유배를 당한 선생의 심정은 몹시 착잡했다.죽게될지,살아서 고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축구 최종예선] ‘복병’ 날씨와의 결투

    ‘방심은 절대금물’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24일 오후 9시45분 말레이시아 페탈링자야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을 치른다.강호 중국과 이란을 연파하면서 2연승으로 조 선두에 나선 한국은 말레이시아(1무1패)에 대승을 거두고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큼 다가서겠다는 생각이다.역대 올림픽대표간 전적에서도 3승1무로 앞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예기치 못한 낯선 환경으로 고전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잊을 수 없는 수중전 악몽 말레이시아는 약체지만 비가 오면 강팀으로 돌변한다.한국도 몇차례 쓴잔을 든 적이 있다.72뮌헨올림픽 지역예선에서 0-1로 패했다.서울 홈경기였지만 비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80모스크바올림픽 예선에서도 적지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두 차례의 경기에서 각각 0-3,1-2로 졌다.역시 비가 내렸다. 말레이시아의 수중전 강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지난 17일 열린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1-1 무승부를 만들어냈다.가랑비가 내렸고 어김없이 말레이시아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경기가 열리는 페탈링자야는 콸라룸푸르 인근으로,요즘엔 낮에 한 차례씩 폭우가 쏟아진다.현지에 파견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수중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80모스크바올림픽 예선전도 3·4월에 열렸다. ●냉·온탕 오가는 기온 폭설과 강추위로 애를 먹은 이란전(17일) 이후 일주일 뒤 이번에는 한낮 기온이 섭씨 34도까지 오르는 곳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여기에다 페탈링자야는 일교차가 크다.낮에는 한여름 날씨지만 밤이 되면 초가을처럼 쌀쌀하다.따라서 무더위를 피해 훈련은 모두 저녁시간으로 돌렸다.한낮의 찜통 더위도 선수들을 쉽게 지치게 한다.코칭스태프는 짬이 나면 잘 것을 권유하고 있다.습기가 많고 후텁지근한 날씨로 땀을 많이 흘리는 선수들에게 염분과 탄수화물을 보충시키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3의 복병’ 동남아 잔디 미끄러운 동남아 잔디가 또다른 변수로 등장했다.한국 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양 잔디와는 달리 잎이 넓고 표면이 반질반질하다.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지면 양 잔디보다 빠르게 굴러가고 불규칙 바운드도 많이 나온다.협회 관계자도 “처음에는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따라서 모두 징이 높은 축구화를 준비했다. 특히 골키퍼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때문에 김호곤 감독은 상대 슈팅을 손이 아닌 몸으로 막을 것을 김영광에게 주문했다. 박준석기자˝
  • 4·5월엔 폭우 온다

    ‘3월 폭설은 시작에 불과하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기상관측 100년 만에 최대의 3월 폭설이 내린 데 이어 오는 4,5월에는 200㎜ 이상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상된다.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상 현상이 폭염·폭설·폭우 등 극단으로 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오성남 기상청 응용기상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기상급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기상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은 지구에 에너지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에너지 균형이 깨지면서 지구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열순환을 빨리,그리고 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 결과 갑작스러운 눈과 비,더위가 자주 닥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최근 지방 예보관들에게 이같은 분석을 통보하고 봄철 기상 급변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폭설의 원인도 지상과 상층의 큰 기온 차 때문이다.우리나라 부근 5㎞ 상공에는 영하 35도의 찬공기가 머물렀지만,지상에서는 영상의 기온을 보여 지상과 상층 대기의 온도차가 40도 가까이 됐다. 이에 따른 비구름의 형성으로 여름철 소나기처럼 한 두시간 동안 눈이 15㎝ 이상 기습적으로 내리고,눈이 오는 날로는 드물게 천둥 번개까지 쳤다. ‘기상 급변’현상은 지난달 20일에도 나타났다.서울 기온이 18.8도,인천 18.2도 원주 21.1도 등 종전의 2월 최고 기온값을 갈아치웠다.고기압의 영향과 따스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철 기온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다. 이같은 ‘기상급변’ 현상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전 지구적으로 1800년 이후 기온이 0.6도 상승했다.한반도에서는 1980년대 이후 지구 평균 상승온도보다 1도가 더 올랐다. 중국대륙의 급속한 산업 발전과 도시화로 인한 온난화 현상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상청 박정규 기후 예측과장은 “사람으로 치면 밥을 많이 먹은 사람이 운동을 통해 소화시키듯이 지구도 열교환을 통해 에너지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박 과장은 “지구의 남반부와 북반구 사이에 교환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갈수록 고기압·저기압 등이 규모가 크고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오는 4∼5월에 여름철과 같은 집중 호우가 내릴 전망이어서 상습 침수지역에 주의가 요망된다.기상청은 “바람이 겨울철 북서풍에서 남서풍으로 바뀌면서 수증기가 많이 유입돼 200㎜ 이상의 집중 호우가 2∼3차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폭설과 같이 이달 안으로 한두 차례 많은 눈이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또 이달 중순까지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기온이 평년보다 낮겠고,한두 차례 추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하순에는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차가 10도 이상 나는 등 기온 변화가 크겠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 서울탱고-59년 왕십리

    ‘호랑나비’ 가수 김흥국(45)씨가 어릴 적 짝사랑했던 여자를 찾아 50리 길을 걸어걸어 숨어들곤 했던 곳.어머니 혼자 구멍가게를 하는 집안 살림살이가 어려워 50리를 떠나와서도 판자촌을 덮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 짓던 곳 왕십리….‘왕십리 밤거리에 구슬프게 비가 내리면/눈물을 삼키려 술을 마신다.’로 시작하는 ‘59년 왕십리’ 노랫말 속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너나 없이 가난했지만,지지리도 못살았던 서울 가난뱅이들의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구절마다 배였다. ●첫눈에 어찌나 예뻐 보였던지… “허허,툭하면 번동 집에서 왕십리까지 찾아갔지 뭡니까!” 장난이 심해 ‘사고뭉치’로 불리던 구멍가게 막내아들 흥국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70년 어느 날 급우가 집으로 놀러오면서 데리고 온 여자친구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지,몇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개성은 강하지만 잘 생긴 얼굴은 아닌 흥국은 그 소녀로부터 눈길을 끌기에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 “비록 짝사랑이었지만,아니 짝사랑이기 때문이었겠지만 한눈에 반한 그 애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조선시대 서예가 김정희 선생과 이름이 똑같아 지금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짝사랑 소녀가 사는 곳이 하필이면 끝에서 끝인 행당동이었던 게 탈이었다.더구나 당시만 해도 변두리 중 변두리여서 어린 흥국은 여름엔 더위에 짓눌리고,겨울엔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꼬불꼬불 굽은 길 20여㎞를 걸어가야만 했다.가사에 이어지는 ‘옛 사랑을 마신다.’는 표현이 와닿는 대목이다.먹고 살 만큼 됐을 때 고향이 생각나듯,고교 졸업 이듬해인 79년 8월 어린시절을 더듬어 왕십리를 다시 찾아갔지만 소녀의 흔적은 세월에 묻혀 사라지고 없었다.‘(소주잔과 함께) 옛 사랑을 마신다.’라는 노랫말엔 생각만 해도 애간장 녹아나게 만드는 옛 얼굴을 떠올리며 맛본 그리움과 아쉬움이 서렸다. ●‘먹자촌’으로 탈바꿈한 왕십리 ‘정 주던 사람 모두 떠났고/서울하늘 아래 나 홀로/아아 깊어가는 가을 밤만이 왕십리를 달래주네.’ ‘호랑나비’가 뜨고 난 뒤,돼지띠 동갑인 작곡가 이혜민씨가 뜸금없는 제의를 해왔다.김씨는 월드컵 유치 뒤 축구 홍보에 나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흥국아,왕십리는 우리에게 고향이나 다름없지 않냐? ‘왕십리’ 노래를 네가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이씨는 “이제 조금은 살 만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옛 기억이 어슴푸레하게나마 되살아나 왕십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선술집 앞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속 왕십리의 밤 하늘이 너무 구슬퍼 곡을 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어울리지 않을 듯한데도 1959년생 돼지띠를 가리키는 59년이란 말을 제목에 넣은 것도 가슴 뻐근해질 만큼 쓰린 회색빛 추억을 지닌 두 사람의 ‘의기투합’ 때문이다. 지금은 언제 이곳이 판자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고 시청 등 주요 지점으로 이어지는 버스가 쉴새 없이 다닌다.‘상왕십리’라는 새 지명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신도심이 됐다. 송한수기자 onekor@˝
  • 서울신문 창간 100년/새로운 100년을 준비합니다

    서울신문은 국내 현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습니다. 1904년 7월18일 창간하여 항일운동의 선봉에 섰던 대한매일신보의 구국독립정신과 지령을 계승해온 서울신문은 민족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 해왔습니다.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새 감각, 바른 보도로 독자 여러분께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창간 100주년 기념사업'을 펼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155마일 비무장 지대가 남북 해빙 무드에 따른 개발 요구로 환경 파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가를 포함한 생태계 탐사반이 DMZ를 따라 장기탐사활동에 나서 생태계의 보전 가치를 재조명하고 종합적인 보전 방향을 제시합니다. 오는 8월 제28회 올림픽이 열릴 아테네는 올림픽 운동의 발상지이자 서양 합리주의 사조의 뿌리인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국내 유수의 화가들과 함께 고대 유적지들을 답사, 그리스 신화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들을 작가들의 회화작품과 함께 소개합니다. 발생 원인이나치료법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 수천가지나 됩니다. 본사는 로또공익재단과 함께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소개하고 최신 정보를 제공, 사회적 관심을 조성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희귀병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펼칩니다. 선진국 도약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부정부패 척결입니다. 서울신문은 깨끗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비전과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캠페인을 반부패국민연대와 공동으로 전개합니다. 우수한 반부패 사례를 개발하고 실천한 개인과 단체 등을 선정, 반부패상도 시상합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정, 민원을 우수하게 처리하는 기관과 개인을 매년 선정, 훈·포장과 표창 등 시상합니다. 시·군·구 및 교육청,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 및 특수시책, 집단·사이버 민원 처리 실태 등을 심사합니다. 시원한 한강변에서 연일 신나는 공연과 한국 영화를 무료로 즐기며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합니다. 서울시·서울영상위원회와 공동으로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서개최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한강변에서 풀 코스와 하프 코스, 10㎞ 등 다양한 종목의 시민 마라톤축제를 서울시와 공동으로 10월3일(일) 펼칩니다. 내외국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은 5월23일(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엽니다. 5㎞, 10㎞, 하프코스. 올해 제24회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현대도예 공모전 수상작과 함께 역대 심사위원 및 대상 작가 40여명의 작품을 비교 전시, 한국 도예의 진수를 선보입니다. 권순형 황종례 신상호 천복희 임무근 등 중진작가들이 참가합니다. 11월29일~12월4일 서울갤러리.
  • “달하 높이곰 돋아샤”자치구마다 대보름 행사 풍성

    대보름 ‘놀이 대박’이 터진다.자치구마다 시내 곳곳에 있는 고궁 등 명소에서는 정월 보름날인 오는 5일을 전후로 재미있고 뜻깊은 행사가 줄을 잇는다. ●주민들 화합 다지고 동대문구는 26개 동별로 지역의 안녕을 비는 민속놀이 행사가 7일까지 펼쳐진다.제기차기와 투호(옛날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항아리에 화살을 던져넣던 놀이) 등 선조들이 즐겨 하던 놀이들을 재연한다. 종로구는 동별 잔치를 마련했다.오는 8일까지 윷놀이,농악,널뛰기,제기차기 등이 주민자치센터와 근린공원에서 이어진다.특히 이웃을 아끼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라고 쓰인 액자를 주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도봉구도 대보름날 쌍문1동과 방학3동,창4동 월천근린공원 등에서 민속놀이 행사를 연다. 송파구 석촌호수 옆 서울놀이마당에서는 대보름날 오후 2시 길놀이,경기민요,풍물놀이,다리밟기 등 문화행사가 열린다. 다리밟기란 자기 나이만큼 냇가 다리를 밟으면 다리에 병이 나지 않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풍속에 따라 선조들이 즐기던 놀이다. ●한해의 소망 띄우고 5일 오후 5시30분부터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관람객들이 각자 소원을 한지(韓紙)에 적어 새끼줄에 매달아 태우는 ‘달집 태우기’ 달맞이 행사가 열린다.대보름 특식인 진채식(陳菜食) 전시,오곡밥 짓기 시연 등 세시풍속도 체험할 수 있다.진채란 묵은 나물을 뜻한다.가을에 호박고지·박고지·말린가지·말린버섯·고사리·고비·도라지·시래기·고구마순 등 9가지 나물을 말렸다가 삶아서 기름에 볶아 먹는다.이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마포구도 7일 성산사회종합복지관 옆마당에서 길놀이,널뛰기 등 전통놀이 한마당 행사를 연다.영등포구는 4일 관내 오목교 인근 안양천 둔치에서 쥐불놀이,고구마 구워먹기 등 행사를 개최한다. 강서구는 화곡동 백연공원에서 주민화합 윷놀이행사를 개최한다.윷놀이는 개인전,직능별,단체전 등으로 진행된다.은평구는 4일 구산동 예일여고에서 구민의 화합과 건강을 기원하며 500여발의 폭죽을 터뜨리는 ‘달맞이 불꽃놀이 대축제’를 펼친다. 송한수기자
  • [나의 건강보감]웅진코웨이개발 박용선 사장

    “무슨 운동을 그렇게 하느냐고요? 그게 제가 세상을 사는 방법입니다.” 웅진코웨이개발 박용선(48) 사장.그는 운동광이다.복싱에 태권도는 물론 볼링과 야구,축구,탁구에다 마라톤,심지어는 시쳇말로 ‘맞장’까지 구미가 당기는 운동은 뭐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스스로도 키로 하는 운동 빼고는 뭐든 한다고 할 정도다.그가 자란 곳은 서울 돈암동 서라벌고등학교 뒤편.어렸을 때부터 고만고만한 ‘동네 어깨’들과 어울렸고,‘용가리’로 불리며 그 ‘구락부’의 중간보스까지 올랐다. ●球技에서 마라톤까지 ‘운동광' “고등학교 시절 권투를 시작했어요.당시에는 권투가 최고였거든요.동네 복싱도장에서 권투에 한참 재미를 붙였는데 아,관장이 절 불러 이러는 거예요.‘어이,용가리,너는 코가 커서 권투 못해.’치고받다가 코뼈라도 주저앉으면 날샌다는 뜻인데,그 말에 열받아 그만뒀어요.그래도 그땐 동네 공터마다 샌드백 하나씩은 걸려 있어 그걸 두들기며 울화를 풀곤 했지요.” 앞서 중학교 때는 태권도 바람이 불어 도장을 찾았다가 요샛말로 ‘개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태권도 배우겠다는 놈이 두툼한 겨울 내복에 양말까지 신고 도복을 입었다가 애들 보는 앞에서 사범에게 혼쭐났죠.그럭저럭 여름이 됐는데 도장의 함석 지붕이 불볕에 달아 실내가 한증막이더라고요.더위라면 옴짝달싹을 못하는 체질이라 그때 그만뒀죠.”초등학교 때는 야구가 좋아 야구부에 들어가려 했으나 유니폼을 장만할 돈이 없어 입맛만 다시다 말았다.대신 ‘동네야구’는 원없이 했다.지금도 그는 회사 야구동호회 시합날이면 아침부터 가슴이 뛴다.그가 81년 갓 입사해 처음으로 만든 ‘운동 조직’이어서다. 그는 말쑥한 댄디스타일이 아니다.오히려 누구와도 격의없이 소주잔을 기울일 만큼 호방하고 선이 굵은 현장 스타일이다.그러면서도 미세한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동물적인 감각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제게 그런 장점이 있다면 아마 권투 등 여러 운동을 익히면서 체득한 감각이 경영 현장에서 발현된 게 아닐까요? 예를 들어 권투는 상대와 맞붙어 감각적으로 때리고 피하는 운동이거든요.권투 선수는 그래서 상대의 발만 보고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경영도 마찬가집니다.상대의 주먹을 보고 움직이면 늦습니다.그보다 한 박자 빨라야 됩니다.” 대학 2학년 때 웅진그룹 산하 헤임인터내셔널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던 그는 ‘감각과 열정의 승부사’답게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사장에 취임하자 정수기 렌털마케팅에 나서 우리나라 정수기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이름도 생소한 ‘정수기 코디제’도 그의 아이디어다.그렇게 정수기시장을 휘어잡더니 이번에는 “닦지 말고 씻으세요.”라며 비데마케팅에 나서 사상 최악이라는 시장상황을 헤치고 연간 매출액 1조원의 디딤돌을 놓았다.그런 그가 요새 축구 재미에 푹 빠져 있다.“사장으로 부임해 사내 축구부부터 만들었어요.직원들과 몸으로 부딛히며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동료애를 키운다는 점에서 어떤 방법보다 매력적입니다.”그는 운동장에 나서면 사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선수가 된다.그렇게 내닫고 뒹굴면서 직원들의 기를 벼르고 스트레스를 털어낸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에 그만” 축구장에만 나서면 직원들과 격의없이 뛰고 뒹굴지만 팀을 이끄는 그의 리더십은 분명하다.“저는 패스는 실수할 수 있지만,드리블은 실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무슨 말이냐면,경기장에서나 일터에서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그렇지 않은 일을 냉정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거죠.슈팅할 때는 과감하게 하되,아니다 싶으면 주저없이 다른 사람에게 공을 넘겨 또 다른 기회를 잡도록 하는 것이 미덕입니다.경영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의 운동편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고등학교때 동네 ‘조직’에서 다진 탁구 실력도 만만찮아 지금도 선수 빼놓고는 누구와도 일전을 불사한다.한때는 직장 동료들과 아예 볼링장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떼우며 볼링을 쳐댔다.지금도 기분 좋으면 230∼240점대는 거뜬히 때리는 실력이다. 바둑에서는 실리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계속 밀어붙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기사들은 이를 ‘기세 싸움’이라고 한다.CEO로서 그의 삶이 그렇다.“만 6년을 사장으로 일하면서 처음 부임 때 생각했던 구상에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고 돌이키면서도 그간의 경영성과를 두고 ‘운칠기삼(運七技三)’으로 보는 소극적 해석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그래선지 항상 예각의 기세로 사는 그에게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이겠냐고 물었더니 호방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그야 정수기 등 우리 회사 제품이 필요없는 사회 아니겠습니까?현실은 자꾸 거꾸로 가지만….”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박용선사장의 축구건강론 축구는 시간당 580∼620㎉의 에너지를 소모할 만큼 격렬한 운동이다.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뚫고 쉴새없이 뛰어야하기 때문이다.11명이 유기적으로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운동이면서 강인한 체력과 투지,승부 근성과 희생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매력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박용선 사장도 이런 점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제 경우 다른 사람보다 승진이 빨랐는데 이 때문에 주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축구동호회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서로 교류하고 건강도 다지는 기회로 삼고자 한건데 의외로 성과가 만족스럽습니다.특히 축구장에서의 스킨십은 정말 멋진 교감입니다.” 키 175㎝,몸무게 73㎏의 탄탄한 체격을 가진 그는 운동장에 나서면 펄펄 난다.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많이 뛰는 자리지만 돈암동 조기축구에서부터 다진 체력이라 지쳐서 못뛰는 일은 없다.최근에는 축구의 변형인 5인조 풋살에도 재미를 붙였다.매번 축구장을 찾아 유랑해야 하는 불편도 문제지만 그나마 겨울에는 경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그런 고민을 실내 경기인 풋살이 말끔히 해소해 줬다. 심재억기자
  • 2004 승부를 건다/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항상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출발선에 섭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삼성전자)가 오는 12일 일본 아사히역전경기 출전과 함께 아테네올림픽 금빛 레이스에 시동을 건다.후쿠오카∼고쿠라간 총 99.9㎞를 7개 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이번 대회에서 이봉주는 소속팀 동료들과 함께 출전한다. 아사히역전경기는 일본의 실업팀이 모두 출전하는 단체 대항전으로 이봉주로서는 동계훈련의 성과를 1차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특히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스피드를 집중적으로 테스트해 볼 참이다.“아테네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레이스에 임하겠다.”면서 전의를 불태운다.지난 대회에서 삼성전자는 24개팀 가운데 17위에 그쳤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이봉주는 2004년을 자신의 마라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 꼽는다.아테네올림픽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 생각이기 때문이다.제주에서의 1차 동계훈련을 끝낸 이봉주는 자신감에 차 있다.허연 입김을 쏟아내며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을 가르면서 아테네의 영광을 꿈꾼다. 고교 1학년때 마라톤에 입문했으니 인생의 반을 뜀박질로 보낸 셈이다.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들은 보통 15차례의 풀코스 출전으로 현역생활을 끝내지만 이봉주는 벌써 31차례나 풀코스에 나섰다.이 가운데 30차례를 완주했다.200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한 것이 그의 마라톤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기억이다. 아테네올림픽까지 8개월여가 남았지만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다.마지막 올림픽 도전인 만큼 각오는 남다르다.특히 2500년전 그리스 병사 필리피데스가 승전보를 안고 달린 역사적 길을 재현한 코스이기에 더욱 욕심이 난다.물론 코스는 최악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고차가 200여m로 종반까지 오르막이 이어져 ‘등산코스’로 불릴 정도다.무더위도 변수다.섭씨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선수들의 지친 발걸음을 더 무디게 만들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아테네코스는 이봉주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편이다.난코스인 만큼 기록보단 순위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지구력이 뛰어난 이봉주로서는 손해볼 일이 아니다.오히려 스피드가 뛰어난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봉주는 벌써 난코스와 더위,두 가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지구력을 높이면서 올림픽 전까지 세 차례의 고지대 훈련으로 더위에 강한 체질로의 변화를 모색할 작정이다.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승부를 걸 참이다. 마라톤 인생에 후회는 없다.아시안게임 2연패(98·2002년)와 2001보스턴마라톤 우승 등 누구못지 않게 화려했다.그러나 단 한 가지 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써 보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96애틀랜타올림픽에선 간발의 차로 2위에 그쳤고,2000시드니올림픽에선 레이스 도중 다른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으로 메달권에서 밀렸다.이번이 올림픽 세 번째 도전이다.‘삼세판’의 심정으로 배수진을 쳤다. 오인환 감독은 “3월쯤 한 차례 풀코스에 도전한 뒤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려 본격적으로 아테네를 준비하겠다.”고 금메달 전략을 뀌띔했다. 박준석기자 pjs@
  • [이경형 칼럼] ‘盧마임’ 보고 싶다

    대사 없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임,무언극은 일반 연극과는 다른 감흥을 준다.지난주 서울 홍익대 앞 소극장에서 열린 ‘한국 마임 2003’시리즈 가운데 일부 공연을 관람하면서 새삼 느꼈다. 마이미스트들은 페로몬이라는 냄새와 더듬이로 서로 소통하는 개미 세계를 관객들에게 실감 나게 보여주었고,추위와 더위에 반응하는 두 사람의 일상적인 몸짓으로 “가는 정이 고와야 오는 정이 곱다.”라는 인간관계를 익살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뒤풀이에서 만난 출연자는 마임 연기가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몸짓은 사람마다 정의(定義)가 다를 수 있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원초적인 표현을 하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을 더 살 수 있다.”고 부연했다.문득 말보다 더 진실한 것이 몸짓이고,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해인사로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전격 방문해 서울 외곽 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 터널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불교계의 협조를 얻어냈다.작년 대선 때 자신이 내걸었던 공약을 되물리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이긴 하지만,오랜만에 접하는 행동하는 노 대통령의 모습이었다.구차한 변명 없이 잘못된 공약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애로를 터놓고 얘기함으로써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세모에 되돌아보는 대통령의 그동안 국정 수행 행태는 너무 말이 많았고,그것도 모호한 말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오죽했으면 전국 대학교수 등 칼럼니스트들이 올해 한국의 정치·사회·경제를 가장 잘 정리할 수 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꼽았겠는가. 최근 노 대통령의 ‘10분의1’발언만 해도 대통령 자신의 화법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잘 보여주었다.“대선 때 우리가 쓴 불법 자금의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1만 되어도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해 ‘독립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이어 며칠 뒤 “합법 불법 다 털어도 350억∼400억원 미만”이라고 말함으로써 ‘10분의1’논란을 다시 증폭시켰고 청와대는 정당활동비를 포함한 숫자라며 불끄기에 바빴다.대통령의 ‘10분의1’발언도 4당 대표 회동 당시 대화의 전후 흐름을 보면,야당의 불법자금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강조 화법에서 나온 듯하다.꼭 10%라는 숫자적 한계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다짐해 ‘실언’이 ‘대국민 선언’처럼 돼버렸다. ‘대통령 자리’는 강조 화법에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단어가 아니다.5000만 민생을 좌우하고,수십억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할 수 있는 엄청난 무게의 단어다.자칫 헌정의 중단까지 불러올 수 있는 특별한 단어다. 그렇다면 온 나라가 10% 숫자에 매달려 마음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이럴 때 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여 줄 해법은 ‘사패산 터널공사 재개’ 방식이라고 본다.검찰 수사에 개의치 말고 ‘10분의1’이라는 표현은 야당의 불법자금 규모에 비해 노 캠프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는 의미,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해명하면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고 한 적이 있다.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 사건이 드러난 후에는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마임 붐이 일고 있는 것은 말 없이도 관객과 깊이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대통령직 사퇴’와 같은 예측불허의 엽기적인 ‘노(盧) 화법’은 금년으로 마감해야 한다.새해에는 노 대통령이 과묵하지만 행동으로 ‘관객’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정치 마이미스트가 됐으면 한다. 편집제작 이사 khlee@
  • 보졸레누보 행사 다채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보졸레누보의 계절이 돌아왔다.보졸레누보는 프랑스 리옹의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와인으로,6개월 이상 숙성시키는 일반 와인과는 달리 발효 즉시 내놓는 것이 특징.해마다 11월 셋째주 목요일(20일) 0시를 기준으로 전세계적에서 동시에 판매된다.올해의 보졸레누보는 유럽의 살인적인 무더위로 어느 해보다 작황이 좋다.레드와인이면서도 화이트와인 맛에 가깝기 때문에 섭씨 10∼13도 정도로 보관해서 마시는 게 좋다.시내 각 호텔은 이날을 기해 각종 행사를 마련했다. 롯데호텔서울 와인바&숍 바인(02-317-7151)은 19일 밤 11시 스파클링 와인(샴페인)과 함께 리셉션을 시작해 20일 0시를 기해 와인배럴을 깨고 올해의 보졸레누보를 맛본다.새벽 1시까지 계속되는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보졸레누보를 무제한 마실 수 있다.안주로 다양한 스낵이 나온다.참가비 3만원. 서울 신라호텔 프랑스식당 라 콘티네탈(02-2230-3369)과 종로타워의 탑 클라우드(02-2230-3000∼2)는 20일 오후 7시부터 로맨틱한 저녁 정찬에 보졸레누보가나온다.와인 전문가의 보졸레 설명과 함께 선물도 준비했다.10만원. 서울힐튼호텔은 20∼30일 모든 식음료업장에서 고성민 한국소믈리에협회장이 엄선한 부샤르 페레피스(1병 3만 8000원,1잔 8800원),루이자도 보졸레 빌라쥐 프리미어(1병 5만 8000원,1잔 1만 5000원)를 시음한다.시음 전용 테이블에서 취향에 맞는 보졸레누보를 선택하는 것이 특징.(02)317-3216. JW매리어트호텔의 이탈리아식당 디 모다(02-6282-6762)는 20일 저녁 6∼10시 ‘보졸레누보 와인&디너뷔페’를 연다.와인 시음콘테스트,보졸레누보 퀴즈 콘테스트 등의 행사도 있다.5만 5000원. 아미가호텔 스테이크하우스 버팔로(02-3440-8147)는 올 연말까지 보졸레누보 1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세트메뉴를 선보인다.사진도 무료로 찍어주고 여성 고객에겐 장미꽃을 선물한다.6만 5000∼7만 5000원. 노보텔 앰배서더강남 아시안 칼라스(02-531-6604)는 20∼29일 리옹 지방의 특선요리와 함께 보졸레누보를 맛볼 수 있다.3만∼3만 5000원.또 소피텔 앰배서더서울의 카페드세프(02-2270-3131)는 20∼30일 프랑스인 주방장이 마련한 보졸레누보 스페셜 메뉴를 선보인다.3만 5000원.
  • [나의 건강보감]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

    “이제마 선생의 사상체질론은 이전의 중국식 의료지식을 거의 비판없이 수용해 온 조선사회에 던진 충격적인 반동이자 각성입니다.지금이라면 노벨상을 타고도 남았겠죠.그러나 사상체질론이 결코 완성은 아닙니다.저는 그 ‘미완’이라는 부분에 집착했고,그 결과가 바로 우리 민족의 체질을 남방계와 북방계로 구분한 것입니다.” 우리말 어원연구의 대가인 서정범(78)경희대 명예교수.그에게서 듣는 ‘남방·북방계 체질론’은 종래의 이제마식 사상체질론과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귀가 솔깃한 얘기다.그는 “내가 일평생 내 몸으로 체득해 숱한 조사와 검증을 통해 얻은 결론”이라며 주저없이 자신의 병력(病歷)까지 들췄다. ●개고기도 체질 나름…위장병 더 심해져 “지금 내 몸무게가 50㎏인데,전보다 한 3㎏쯤 빠진 거야.안 좋아서 빠진 게 아니고,이제야 몸이 제대로 된 것 같애.그 전에는 위궤양에 위하수,위무력증까지 겹쳐 약이다,뭐다 입에 달고 살았지.젊어서 꽤 유명하다는 한의사가 나보고 소음체질이라며 개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거야.그때부터 개고기를 입에 달고 살았어.하루 세 끼를 그걸로 때우기도 했으니깐….”정말 그는 개고기를 즐겼다.한번은 일본의 유명한 잡지사에서 그를 취재해 ‘보신탕 박사’라는 제목으로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개고기에 인삼,꿀과 찰밥 등 소음인에게 좋다는 걸 다 챙겨 먹는데도 몸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위궤양만 더 심해졌다.“위장병 오래 앓았어요.내 아들이 의사인데 약 없어서 못고쳤겠어요.약 먹어도 그때 뿐이야.좀 나아지다 재발하고,또 생기고….나중엔 ‘이럴 바엔 차라리 거꾸로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찰밥 대신 쌀밥,사과 대신 바나나를 먹었지.그랬더니 소화도 잘되고 위궤양도 진정되더라고.그래서 뭐가 문제였나 하고 고민을 시작한거지.” ●사상체질론 대신 남방·북방계 체질론 그래서 얻은 결론은 ‘사상체질론의 한계’였고,그가 제시한 대안은 ‘남·북방계 체질론’이었다.“뭐냐면,우리 민족의 기원을 보면 남방계와 북방계로 나뉘는데,수만년을 어우러져 살아왔어도 체질은 분명하게 갈려요.난 남방계로 태양인 체질인데,소음인으로 알고 평생 잘못된 섭생을 해왔으니 몸이 잘되겠어.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사상의학의 체질 구분이라는 게 절반 정도는 틀려요.이게 문제지.” 남방계와 북방계는 기원부터 다르다.남방계는 해양문화권에 뿌리를 둔 더운 지역의 혈통이고,북방계는 시베리아나 몽골처럼 목축과 수렵에 능한 추운 지역의 혈통이다.“살펴보면 차이가 확실해요.북방계는 눈이 작고 광대뼈가 불거지고 살집이 통통해.혹한의 기후조건과 육식 위주의 섭생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가 그렇게 적응한 거지.반면 남방계는 눈이 크고 광대뼈가 밋밋하며 살도 잘 찌지 않아.더러는 피부가 거무잡잡한 특성도 나타나고.”말문이 트이자 여든을 바라보는 노학자의 어디에 그런 에너지가 있었을까 싶게 말에 힘이 실렸다.지금도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그는 우리나라 최고령 교수일 거라며 웃었다.“다른 나라 민속춤을 보면 이런 차이가 더 또렷해.남방계는 몸통은 놔두고 손가락이나 눈을 움직이는 정적인 춤인데 북방계는 발로 뛰며 역동적 춤을 추거든.” ●흰밀가루·조미료·커피등 모두에 안좋아 이런 차이는 체질로 구체화된다.“추위를 견뎌야 하는 북방계의 체질은 속이 차고 겉이 덥습니다.코가 낮고 육식을 즐기며,위가 커 많이 먹지요.반대로 더운 곳에 사는 남방계는 속이 덥고 겉은 찹니다.위가 작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아요.그러니 몸에 맞는 먹거리와 신체적 특징이 당연히 다르지요.” “우리나라 전체로는 북방계가 많습니다.평안·함경도 지방은 80%,중부지방은 75%,전라·경상도 등 남부지방은 65∼70% 정도가 북방계입니다.체질이 다르니 섭생도 당연히 다르지요.북방계는 속이 냉해 열성 식품,즉 고기류를 많이 먹어야 합니다.단,한방에서 성질이 차다고 하는 돼지고기는 남방계 식품이어서 이런 체질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도 이런 연원을 갖는 것입니다.개고기와 사과,대추,밤 등이 대표적인 북방계 식품이죠.반면 남방계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육류는 어울리지 않아요.대신 채소나 과일류가 좋은데,바나나,오이,파인애플,참외,수박이 여기에 속합니다.술도재미있어요.북방계는 독한 소주나 곡주가 맞고 남방계는 포도주나 막걸리가 좋습니다.실제 북한에는 막걸리가 없거든.오랜 세월 체질이 섞여 더러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이 원칙은 맞습니다.” 물론 체질만 맞춘다고 다 좋은 섭생은 아니다.그는 흰밀가루와 정제된 흰소금,조미료와 커피,담배,맥주와 쌈밥집에 가면 자주 나오는 붉은 채소류는 어느 체질에든 안좋은 식품이라고 했다.이런 결론을 얻기까지 그만의 줄기찬 임상시험이 한 몫을 했다.“한번은 제자가 첫 애를 낳았는데 미역국을 먹어도 젖이 나오지를 않는다고 푸념을 해요.애가 달아 흑염소,개소주까지 먹어봤지만 효과가 없더라는 거예요.그래서 배추쌈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어보라고 권했더니 일주일쯤 후에 연락이 왔어요.어찌 된 건지 젖이 풍풍 잘 나온다고….그 산모는 남방계인데 북방계 식품인 미역을 계속 먹었으니 젖이 안나올 수밖에.” ●더위 약한 북방계 마라톤 못해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남방계는 사상의학의 양성(陽性),즉 태양·소양인이고,북방계는 음성(陰性),즉 태음·소음인이다.또 사상체질과 달리 그는 다형(多型)과 소형(小型)으로 체질을 구분한다.이를테면 태양인은 남방계 소형,소양인은 남방계 다형이며,소음인은 북방계 다형이고 태음인은 북방계 소형에 해당한다.이제마가 간과 심장,비장,폐,신장의 허실(虛實)로 사상체질을 구분한 반면 그는 철저하게 문화인류학적 기준을 적용한 것이 큰 차이다.“사상체질론은 인체 장기의 허실을 살피기 어려워 오류가 많은 반면 내 구분법은 간단해.오링테스트만 거치면 되거든.” 이런 체질법은 스포츠에도 적용된다.“지구력이 떨어지고 더위에 약한 북방계는 절대 마라톤을 못해요.대신 격투기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운동을 잘합니다.이런 점을 고려해 종목을 고른다면 훨씬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겠죠.”세계적인 마라톤 선수가 대부분 남방계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사람 몸은 안 움직이면 고장납니다” 그는 10년 넘게 이 주제와 씨름하고 있다.‘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탓에 다른 일로 외국엘 가도 이 주제를 놓지 않았다.그의 주장이 주장차원을 넘어 신실한 설득력의 무게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뷰때,그의 손에 난 상처를 보았다.등산하다 다쳤다고 했다.퍼렇게 멍이 든 손가락 사이에 찢긴 상처가 있었다.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예전엔 면역력이 약해 곧잘 염증이 났지만 요즘엔 이딴 거 가만 놔둬도 낫는다.”며 웃었다.168㎝의 키에 몸무게라야 고작 50㎏인 그가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술,담배를 모르고 살았고,지금도 매일 테니스,등산 같은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다.전에는 탁구를 곧잘 치곤 했다.그에게 정말 건강하게 잘 사는 법을 물었다. “사람 몸은 구조적으로 움직이게 돼 있어 안 움직이면 고장납니다.특히 나이가 드니 체력이 경제력이라는 생각이 들어 운동에도 신경을 쓰는데,그렇다고 운동만으로 다 건강해지는 건 아니지요.섭생이 중요한데,이치는 간단합니다.자기가 먹은 것이 자신에게 맞으면 건강하고,반대로 아무리 맛있어도 자신에게 안맞으면 되레 건강을 해칩니다.맞는 말인지는 스스로 곰곰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정말 흥미있게 묻고,들었던 담소를마치고 연구실을 나서면서 문득 한 젊은 사회학자의 말이 떠올랐다.“모든 담론이 완성을 지향하는 미완의 논의일진대,이런 점에서 선대의 이론을 뒤집는 모든 탐구와 모색은 선현에 대한 가장 값진 추앙이다.” 심재억 기자 jeshim@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상)김춘옥 할머니의 고달픈 삶

    “죽기 전에 하루 밤만이라도 따뜻한 방에 자봤으면….없는 사람에겐 추위보다 더위가 낫지요.” 창고같은 허름한 건물에 딸린 어두컴컴한 방 2칸을 월 6만원씩에 얻어 정신이상자인 큰 아들(49)과 작은 아들의 딸(15·중2)·아들(14·중1) 등 세 식구를 데리고 살고 있는 김춘옥(75·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할머니는 눈앞에 닥친 겨울이 걱정이다.말이 방이지 일년내내 불 한 번 땔 수 없는 냉방에서 겨울을 지낼 생각을 하면 아픈 무릎이 더 쑤시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온기가 있어야 얼어 죽지 않는다.”며 지난해 겨울 이웃주민이 갖다 준 중고 전기장판은 아직 쓸 때가 멀었다.전기료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한 겨울 밤,잠시 켜는둥 마는둥 한다. 김 할머니는 3살과 2살 되던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손녀·손자를 데려와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아이들 아버지는 혼자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내 교도소에 가 있다. 김 할머니 가정의 고정 수입은 지난 1999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국가로부터 다달이 생계비로 지원받는 40여만원이 전부다.매달 방세와 수도료·전기료로 20여만원,쌀값 15만원,가스비와 아이들 준비물 비용으로 1만원씩이 고정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네 식구가 입에 풀칠을 하기에도 늘 벅차다. 손녀·손자는 가방만 겨우 들려 학교에 보낸다. 속옷은 입혀본 적이 없고 겉옷은 거의 남들이 준 것이다.학원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책 한 권 제대로 사줄 수 없는데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가는 손녀·손자가 기특할 뿐이다.학교에서도 딱한 사정을 알고 급식비를 해결해주는 등 신경을 써 주는게 고맙다. 둘째 손자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할 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새 교복 한 벌이 얼마나 좋았던지 할머니 앞에 몇번이나 치켜들어 보이며 자랑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감기나 웬만큼 아픈 것은 참고 견디다 보니 오히려 건강하다.할머니는 애들이 한창 먹을 나이에 뭐든지 잘 먹는데 제대로 먹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에는 쌀이 바닥나 집앞 빈터에 심어 놓았던 호박 하나를 따 죽을 끓여 주었더니 둘이서 눈깜짝 할 새에 다먹어 치우고는 ‘더 달라.’고 졸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6개월째 못내고 밀려 있는 방세가 할머니의 당장 고민거리다.날씨가 추워지자 할머니는 그동안 틈틈이 주워 모아놓았던 종이상자를 방 장판 아래 두툼하게 깔았다. 찬 방바닥 냉기를 최대한 막아야 조금이라도 덜 춥게 겨울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햇볕이라도 쬘 수 있어 괜찮은데 냉방에서 추운 겨울 밤을 새는 일은 여간 힘든게 아니지요.겨울은 왜 그렇게 긴지….” 김 할머니는 지난 겨울 아이들이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길래 “너희들이 따뜻한 방에 지낼 복이 되느냐.”고 말해놓고는 한동안 목이 메었다고 한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내 한몸도 간수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할머니는 “애들이 이제 어디가서 심부름을 해도 밥은 굶지 않겠지만 불쌍하게 큰 놈들이라 꿋꿋하게 제 앞가림을 하는 것을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량면 복지담당 간규태씨는 “관내에 이처럼 할머니와 사는 손자가정이2∼3가구 된다.”면서 “다른 농촌지역에도 이혼하거나 어머니가 가출하는 바람에 손자손녀를 데려다 키우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해체 원인·문제점 결손가정 어린이의 증가는 최근 급증하는 가정해체에서 가장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이어진 경제불황과,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풍조 등으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단란했던 가정이 하나 둘씩 산산조각나고 있다. IMF 당시에는 대량 해고에 의한 경제난이 가정해체의 주 원인이었다.지금은 달라졌다.각종 언론매체의 확대보급으로 사회가 급속히 서구화되면서 자녀를 볼모로 한 ‘불행한 결혼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부부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정해체의 주범은 이혼 결혼 5년 만에 이혼한 H씨(36·여)는 “주변의 이목 때문에 참고 살았지만 내 인생을 당당하게 찾는 게 낫겠다 싶어 이혼을 결심했다.”면서 “아이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건수는 14만 5324건으로하루 398쌍이 갈라섰다.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은 3.0으로 10년전인 92년(1.2)에 비해 2.5배이상 늘었다.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소장 최중열·39)가 조사한 ‘경남도내 가정위탁 세대 현황’도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이 가정해체를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다.최 소장이 최근 도내 가정위탁 소년·소녀 691명을 면접,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아버지가 가출하자 엄마도 가출했거나 이혼한 사례가 174명이나 된다.아버지가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하자 엄마가 재혼했거나 가출한 사례는 239명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해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인터넷 채팅에 빠진 중년,장기실업자와 노숙자 같은 사회적 무기력층,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등으로 언제,누가 또 가정을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허술한 사회안전망 사회·경제적 능력이 약하거나,늙고 병든 조부모 손에 맡겨진 아이들은 ‘고아 아닌 고아’로 자란다.대부분 학습능력이 부진하고,소외감과 열등의식으로 교우관계도 원만치 않다. 대구대정신건강상담센터 최웅용(심리학박사) 소장은 “조부모 등 친인척의 손에서 어렵게 자라는 아이들은 경제적·심리적 결핍으로 성장과정에서 반사회적 심리를 갖게 되거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사회안전망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지난 96년부터 할머니(77)와 함께 살고 있는 경북 군위군 G초등교 김영일(가명·13·6학년)·영민(가명·11·4학년)군 형제는 정부가 주는 월 30여만원의 생계비와 양육비 13만원(1인당 6만 5000원)으로 생활한다.김장철이면 김장비 12만원이 따로 나오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신적인 지원은 없다.이 때문에 가정위탁사업은 겉돌고 있는 것이다.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는 “우리나라의 사회보장비 지출은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며,선진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1만달러 시대와 비교해도 절반 정도”라며 “사회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각종 수당제도 등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 감기 예방에 좋은 민간요법/ 모과·대추 우려서 꿀과 함께 드세요

    아침·저녁으로 날이 차갑다.수은주의 등락도 심해 하루 10도 이상의 차이가 난다.자칫 컨디션 조절을 소홀히 하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다.환절기 감기 예방과 가벼운 치료에 효과적인 민간요법을 알아보자. 요즘 한창 나오는 배는 담·해열·기침 등에 효과적이다.이런 배의 효능을 이용해 우리 어머니들은 기침이나 열이 있는 아이에게 배숙을 먹였다.이숙(梨熟)이라고도 하는 배숙은 궁중 음료.배를 6쪽으로 나누고 배 속을 도려낸 다음,배의 바깥쪽에 통후추를 깊게 박는다.그 다음 생강을 끓여낸 물에 설탕과 배를 넣어 배가 익을 때까지 서서히 끓인 다음 화채 그릇에 담고 잣을 띄운다.가래와 기침을 없애고 목이 쉬었을 때나 배가 차고 아픈 증상을 완화해 준다. 모과도 만성기침과 목감기에 효과적이다.피로회복에도 뛰어나므로 평소에 기력이 약한 어린 아이에게는 예방을 위해서도 꾸준히 먹이는 것이 좋다.모과는 떫으면서도 신맛이 나고,딱딱해 아이들이 먹기에는 무리다.따라서 얇게 썰어 황설탕에 재어두었다가 한두 조각씩 먹인다.모과차는 모과와대추를 물과 함께 넣고 모과의 향과 맛이 우러나도록 끓인 다음 꿀을 섞어 대추 채 썬 것과 잣을 띄워 낸다. 다섯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도 감기 기운이 있을 때 권할 만하다.비타민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기운을 북돋워 주기도 하지만 신맛을 내는 성분이 땀을 조절하며,더위를 식혀주기도 한다.당뇨병으로 늘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특히 좋고,사고력·주의력 항상에도 적당하다. 생강차 역시 민간요법에선 빠지지 않는다.생강 달인 물에 꿀을 넣고 마시는 것으로 생강에는 발한(發汗)작용이 있어 체온을 조절한다.코막힘이 있거나 몸이 으슬으슬할 때 따뜻하게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칡차(갈근탕)도 감기치료와 이뇨작용에 효과적이다. 한방차는 처음부터 재료를 물과 함께 넣고 충분히 끓여야 고유의 맛·향·효능을 살릴 수 있다.한번 끓인 것을 두세번 끓이거나 이틀 이상 두고 마시면 맛과 향은 물론 효능이 떨어진다.조금씩 자주 끓여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 도움말 고경석한의원장,김상호 규림한의원장 이기철기자
  • 꿈나무들의 남다른 환경사랑

    대한매일과 국토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삼성생명이 협찬한 제8회 ‘초등학생 국토사랑 글짓기’대회에서 최은영(서울 마포초등 5)양이 개인부문상(국토연구원 원장상) 금상을 차지했다. 은상은 이모아(대구 매호초등 6)양과 정은비(경기 안산 시곡초등 1)양에게 돌아갔으며 동상은 최정민(서울 알로이시오초등 4),이보석(전북 군산 수송초등 3),김대한(전남 목포 이로초등 2),옥진서(강원 홍천 대곡초등 4)어린이가 각각 받았다. 전국 148개 학교에서 1313편이 응모한 이번 대회에서 최양은 생활문 ‘청계산 계곡에서’를 써내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이 양과 정 양은 각각 ‘우렁이 각시’와 ‘갈대습지공원’으로 은상을 받았다.이밖에 개인상에는 우수상 50명과 장려상 239명이 선정됐다.단체부문상(대한매일 사장상)에서 금상은 서울 알로이시오초등,은상은 대구 매호초등,동상은 안양 부흥초등학교가 각각 받았으며 지도교사상(삼성생명사장상)은 금상에 박남숙(안양 부흥초등),은상에 이석관(충주 중앙초등),동상에 김귀지(전주 평화초등)교사가 뽑혔다. (입상자 명단 11면) 수상자 명단은 대한매일(www.kdaily.com)과 국토연구원(www.krihs.re.kr)홈페이지에도 실렸다.시상식은 26일 오전 9시30분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국토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김성호기자 kimus@ ■금상 수상작 안녕? 나는 3년 전 청계산 계곡에서 네가 살려준 가재야 기억나니? 너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나를 기억할 수 없을 지도 몰라.하지만 나는 너를 아주 또렷하게 기억해.너 때문에 내가 다시 살아났는데 어떻게 내가 너를 잊을 수 있겠니? 난 네가 이곳 청계산 계곡에 왔던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초여름 이른 시간이었어.더위가 시작되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없어서 아주 조용했어.그런데 네가 도착하자마자 얼마나 요란하던지 나는 귀를 틀어 막아야만 했어.“엄마,물고기 좀 봐”“엄마,엄마 빨리 빨리!” 잠꾸러기인 나는 네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너는 송사리를 잡겠다며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어.그러더니 물 속에 손을 넣고 송사리가 네 손으로 들어오길 기다리더라구.그래서 나는 속으로 비웃었어.‘행여나 송사리가잡히겠다.’넌 한마리도 못 잡았고,너희 아빠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잠자리채를 가져오셨어.잠자리채로 송사리를 잡겠다며 허둥대는 너희 가족이 너무 웃겼어. 그렇게 한참을 놀더니 계곡 위로 올라오며 돌멩이를 들추는 거야. 난 깜짝 놀랐어.드디어 저 사람들도 우리를 잡으러 오는구나.우리들은 꼭꼭 숨었지만 운이 없게도 너의 엄마 손에 몇몇 친구들이 잡혔어.친구들은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어.그 소리가 얼마나 애처로웠던지 우리들도 따라 울었어. 그런데 다행인 것은 네가 개울가에다 돌멩이로 작은 집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넣었어.네가 얼마나 엉성하게 만들었던지 몇몇 친구들이 돌멩이 집 사이를 비집고 도망을 쳤어.너희 엄마가 마지막으로 나를 잡아오시며 “가재들이 다 도망갔잖아”“어차피 놓아 줄 건데 뭐”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정말일까?”“거짓말일거야.놓아주려면 뭐하러 잡겠니?” 우리 가재들은 네 말을 의심했어.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놓아주기를 간절히 바랐어.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거야.네가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우리들을 정말 풀어 준 거야.우리 친구들은 너무 놀랐어.그리고 고마워서 눈물까지 흘렸지.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정말 정말 고마워.우리들을 살려 준 너를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우리들은 도망치듯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다 별난 너의 행동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어.그런데 믿지 못할 일이 또 벌어진 거야.너의 가족이 도시락을 싸 온 거였어.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가에 늘어선 음식점에서 먹든지 아니면 네 옆에 있는 아줌마,아저씨들처럼 고기를 구워 먹었거든.물론 가끔씩은 일회용 도시락에 나무 젓가락을 가져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야.그러면 음식점에서는 쫄쫄쫄 더러운 물을 계곡으로 흘려 보내고,아저씨 아줌마들은 고기기름과 담배꽁초를 계곡물에 둥둥 띄워 보냈어.일회용 도시락은 나무 사이에 꼭꼭 끼워졌어. 그런데 나는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도시락을 본거야.도시락을 본지 너무 오래 돼서 어떻게 생겼는지 잊을 뻔했어.그리고 먹다 흘린 음식을 도시락에 주워 넣는 네 엄마같은 사람을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이 없어.너의 가족은 정말 별종이었어. 은영아.네가 돌아간 뒤 나는 세번의 휴가철을 보냈어.엄청난 사람들이 밀려왔고 이 계곡은 쓰레기더미와 세제들이 뒤범벅이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어.물 속 친구들은 숨을 쉴 수가 없어 헉헉대며 죽어갔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친구들도 시름시름 앓고 있어.은영아,옛날 이 계곡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는데 그게 정말이었을까? 난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나도 그런 곳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좋겠다.너의 가족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은영아,네가 사람들에게 알려줘.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잖아.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세제를 조금 쓰고,폐수를 몰래 흘려 보내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이렇게 간단한데 사람들은 왜 지키지 않을까? 물이 자꾸 더러워지니까 너의 가족이 그때 한 행동들이 너무 대단해 보여.너의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정말 보고 싶어. - 청계산에서 널 기다리는 가재가.
  • [발언대] 준비없는 산행이 사고 부른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고자 산악회나 계 등 각종 모임을 통해 산행 계획을 세운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된다.산행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체력의 한계를 자율적으로 측정하는 기회가 되면서,또 형형색색의 심산유곡을 맘껏 즐기는 가운데 잡념을 잊게 만드는 특효약이다.그런데 유념할 것은 준비 없이 급히 떠난 산행은 엄청난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설악산의 대청봉·오색 등지에서 발생한 산악사고 때문에 강원도 속초소방서가 119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례 중 81%는 10월에서 11월10일까지 한달 열흘 사이에 일어났다.이로 인해 3명이 숨지고 12명이 중상을 입는 등 모두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사고 원인은 주로 체력 소모에 따른 탈진과 추락·조난 등이었다. 단풍이 더욱 짙어지면 등산객이 급증할 텐데,구조 업무를 맡은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서기에 산행시 행동요령·준비물·사고 대처방법에 대하여 알려드리려 한다.산행을 할 때는 ▲기상예보에서 폭우·폭풍·폭설 등 악천후가 예상되면 산행 자체를 자제해야 하며▲등산 코스는 동행자 체력의 최소한도 내에서 정하고 ▲체력이 약한 회원은 행렬 중간에 두며 ▲앞뒤에서 무전기로 연락,속도를 조절해 낙오자를 예방해야 하고 ▲등산화 등 몇가지 장구는 꼭 갖추어야 한다.아울러 신분증·라디오·플래시·비상식량·응급약품도 필히 휴대해야 한다. 만약 산행 중 부상자가 생기면 반드시 119신고를 해야 한다.부상 정도가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환자라면 119 구조헬기를 동원해서라도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다만 부상 정도가 경미하면 더 위급한 환자의 구조를 위해 신고를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이건원 강원 속초소방서 방호구조과장
  • 아이고 무릎이야 노년질병 ‘No’...10대도 40대도 관절염 고통/쌀쌀한 날씨 ‘돌아온 불청객’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환절기의 쌀쌀한 날씨가 근육과 인대를 수축시켜 관절 부위의 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바로 한국인에게 많은 류머티즘관절염이다. 류머티즘관절염은 인체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관절을 적으로 간주한 백혈구들이 자신의 몸을 공격해 신체 조직을 파괴하는 질환이다.관절은 뼈와 연골,관절을 둘러싼 활막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류머티즘관절염은 활막에서 시작된다.활막에 염증이 생겨서 두꺼워지고,여기에서 염증성 물질이 생성돼 연골 및 뼈의 손상을 가져온다.이런 현상이 더 진행되면 관절이 변형돼 쓸 수 없게 된다. ●사례 열네살 난 아들을 둔 주모(39)씨는 한달쯤 전 무릎 관절이 부어올라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가 류머티즘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나이 든 사람이나 겪는 줄 알았던 류머티즘이 어린애에게 나타나서다.다행히 병증이 많이 개선됐으나 자칫 치료를 미뤘으면 장애를 부를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얘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법 규모가큰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최모(49)씨는 지난달 초부터 아침에 양쪽 무릎과 발목 부위가 지나치게 뻐근한데다 낮까지도 풀리지 않아 통증클리닉을 찾았다가 류머티즘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검사 결과 관절에 물이 차 있으며,치료로 증상을 개선시킬 수는 있으나 완치는 기대하지 말라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는 “내가 벌써 이렇게 됐나.”하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직장인 황모(42)씨는 농삿일을 하는 어머니로부터 두달쯤 전부터 손목과 손가락 관절이 아파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고 대학병원의 친구에게 상의한 결과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듣고는 아예 서울로 모셔 치료를 받게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인 및 증상 인구의 1% 가량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30∼40대에 잘 생기며,남자보다 여자가 3∼4배나 많다.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증상은 관절이 붓고,만지면 통증이 있다.한동안 움직이지 않다가 움직일 경우 뻣뻣해져 관절 움직임이 불편하다.처음엔 손목,손가락이 아프다가 팔꿈치,어깨,무릎,발목,발가락,턱관절 등 전신 관절로 통증이 확산된다.관절의 염증으로 끝나지 않고 체중감소,전신 불쾌감,식욕감퇴,피로감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한다.심한 경우 류머티즘폐렴,눈의 공막염,피부 혈관염,안구 및 구강건조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의사의 진찰 소견과 혈액 및 X-선 검사를 바탕으로 하는데,중요한 것은 전문의와의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치료약물이 인체 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자칫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류머티즘관절염은 발병 뒤 1∼2년 내에 빠르게 진행돼 관절의 손상이나 변형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합병증 대표적인 합병증은 관절의 변형 및 강직이 손이나 손목의 변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특히 최근에는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이 합병증에 추가돼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여성 환자가 많은 것은 폐경기를 거치면서 골다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절염 치료제로 쓰는 스테로이드제제가 골다공증을 악화시킨다는 것.골다공증은 대퇴골 골절이나 척추의 압박골절을 유발할 수 있어 류머티즘관절염 환자는 반드시 골밀도검사를 거쳐 골다공증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최근 치료 동향 류머티즘관절염은 초기에 급속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약물치료가 중요하다.흔히 쓰이는 약물로는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항류머티즘제제 등이다.과거에는 증상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약물을 한가지씩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나,최근에는 처음부터 소염제와 스테로이드·항류머티즘제제를 복합적으로 투여하다 증상이 호전되면 약물을 줄이는 치료법을 주로 사용한다. 스테로이드제제는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고 빨라 그동안 심각하게 남용돼 온 약제.장기간 경구 투여할 경우 고혈압,위궤양,당뇨병,고지혈증,백내장과 골다공증 등 여러가지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항류머티즘제제는 스테로이드제제와 달리 효과가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최소 2∼3개월 후에야 약물 효과를 판정할 수 있다.최근에 개발된 ‘레미케이드’나 ‘앙브렐’같은 약제는 염증물질차단효과는 뛰어나지만 너무 비싸고 인체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다.최근에는 환자 자신의 말초혈액에서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초기에는 관절경 등으로 활막제거수술을 시행하기도 하는데,활막 염증이 심해지면 관절 주위의 근육 및 힘줄이 손상돼 이차적인 운동장애나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무릎,고관절,팔꿈치,어깨 등의 관절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 도움말 강남성모병원 류머티즘내과 이상헌 교수.대한내과학회 류머티즘연구회 이인채 전문의.의정부성모병원 내과 박경수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관절염 완화를 위한 생활수칙 1. 짬짬이 가벼운 운동, 규칙적인 생활 2. 딱딱한 침대와 가벼운 이불 3. 더위, 추위, 습기 조심 4. 편안한 체위로 무리 없는 성생활 5. 책상다리 보다 의자생활 6. 편한 옷, 높지 않고 바닥이 두툼한 신발 7. 좌변식 변기 사용, 욕실엔 미끄럼 방지 장치 8. 세수, 가사는 앉은 자세에서 편안하게 9. 과식하지않고 비만 주의 10. 류머티즘 관절염은 냉찜질, 퇴행성 관절염은 온찜질
  • 이승엽 홈런 아시아 新 / ‘홈런 지존’ 힘의 원천은

    ‘국민타자’에서 아시아의 ‘홈런 지존’으로 우뚝 선 이승엽의 ‘힘’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어느덧 프로정신이 몸에 흠씬 밴 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끊임없는 노력,여기에 스타를 아끼고 격려하는 성숙한 팬들이 어우러져 홈런 신화를 일궈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타격폼 교정과 근력 강화 이승엽의 신기록 요체는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보강을 위해 타성을 과감히 벗어 던졌다는 데 있다.지난 1999년 아시아 신기록 턱밑(54개)에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한 이승엽은 이후 오히려 홈런 수가 줄면서 ‘파워와 배트 스피드는 메이저리그급이나 스윙 궤적이 커 변화구에 약하고 여름철이면 체력 저하로 홈런 페이스가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오른쪽 다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내디디면서 치던 특유의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오른 다리를 가능한 한 땅에 붙인 채 스윙폭을 간결하게 좁히는 수술을 단행했다.교정된 타격폼이 몸에 배면서 헛스윙이 일쑤였던 인코스 낮은 공을 걷어올렸고,왼쪽투수가 뿌리는,가운데서 바깥쪽으로흐르는 공을 밀어쳐 넘기게 돼 진정한 거포로 거듭났다. 여기에 지난 겨울 미국 프로야구 플로리다 말린스의 스프링캠프 참가를 통해 ‘헤라클레스’ 심정수(28·현대)로부터 근력을 키우는 법을 전수받은 것이 큰 보탬이 됐다. ●성실하고 쉼없는 노력 이승엽은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성실한 자세와 줄기찬 노력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연소 통산 300홈런과 최소경기 시즌 40홈런 등 폭풍처럼 홈런을 몰아치던 이승엽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걱정한 대로 방망이가 헛돌았다. 그러자 그는 경기가 끝난 밤늦은 시간 혼자 근력 강화를 위한 트레이닝에 매달렸다.이같은 트레이닝은 여름 내내 이어졌고 9월 들어 효과가 나타났다.7,8월 각 홈런 6개에 그친 그는 지난 4일 기아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2방을 신호탄으로 열흘간 홈런 10개를 폭발시킨 것. 그는 경기후 “팀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홈런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의 홈런 때문에 팬들이 더욱 야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늘 말했다.팀과 팬들이 홈런보다 우선한다는 메시지다. 김민수기자 kim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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