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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 커플’ 힝기스-스테파넥 갑자기 파혼 선언

    테니스의 스타 커플이던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26·세계 12위·스위스)와 라덱 스테파넥(28·60위·체코)이 갑자기 파혼을 선언했다. 스테파넥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고 있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시리즈 로저스컵 단식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에 0-2로 힘없이 무너진 뒤 ATP 대변인을 통해 ‘힝기스와 헤어지기로 했으며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둘이 헤어지게 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옛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스위스로 이주한 힝기스와 스테파넥은 청소년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베이징 올림픽 D-365] 올림픽 수놓을 스포츠 스타들

    오천년 황허(黃河)문명의 ‘둥지’인 베이징에서 ‘하나의 세상, 하나의 꿈(One World,One Dream)’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13억 중국인의 도약이 준비되고 있다.8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선 화려한 D-365 행사로 제29회 베이징 여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음을 세계에 알린다. 베이징 최고의 ‘별’을 미리 꼽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난 5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막을 내린 전미수영선수권 6관왕에 오른 마이클 펠프스(23)가 그 주인공. 펠프스는 배영 200m, 접영·배영 각 100m, 자유형 200m, 계영·혼계영 각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초 10개 종목에 출전할 것이라는 장담과 달리, 계영 800m와 주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아테네 6관왕 펠프스는 베이징에서 1972년 뮌헨대회에서 마크 스피츠(미국)가 달성한 7관왕을 35년 만에 뛰어넘는 신기원을 다짐하고 있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5·러시아)도 2012년까지 은퇴하지 않겠다고 공언, 베이징 여자장대높이뛰기에서 환한 미소를 날릴 각오다. 세계기록을 35차례나 작성한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에 이어 20개의 세계신을 작성한 이신바예바가 자신의 세계기록(5.01m)을 돌파할지도 관심거리. 지난 6월 엑손모빌 대회에선 4.85m에 머물렀지만 샛별 모니카 피렉(폴란드)의 4.60m보다 훨씬 앞서 베이징에서의 금은 떼어 놓은 당상. 테니스 여자단식의 마리아 샤라포바(20)도 조국 러시아의 깃발을 베이징 하늘에 펄럭일 각오로 꽉 차 있다. 육상 남자 100m 세계기록(9초77) 보유자 아사파 파월(자메이카)과 타이슨 가이(이상 24·미국)의 총알 경쟁이 대회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 가이는 지난 6월 그랑프리육상에서 9초76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기준 풍속을 초과, 오바델레 톰슨(바베이도스·9초69)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비공인 기록을 남겼다. 개최국의 자존심인 ‘황색탄환’ 류시앙(23)도 빼놓을 수 없다.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점쳐지는 류시앙은 지난 5월 일본 오사카 그랑프리육상 110m 허들에서 13초14에 결승선을 통과, 자신의 세계기록(12초88)에 못 미쳤지만 13억 중국인 앞에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벼른다. 남자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폴 터갓(케냐·2시간4분55초)과 아테네대회 이후 부상으로 트랙을 떠났다 마라톤으로 돌아온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의 경쟁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 틀림없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정치권의 오류와 한계

    아프간 피랍사태의 장기화가 정부 전략의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긴 어렵다. 한국과 미국, 미국과 탈레반, 탈레반과 아프간, 아프간과 미국 등 얽히고 설킨 적대와 공존의 역학관계가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실수나 잘못으로 일이 꼬인 것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과정의 한계로 향후 결과의 오류까지 정당화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평상시 주요 강대국에 치중해온 외교 역량을 이슬람 문화권 등으로 더욱 다양화했다면 효과적인 초기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자성과 후속 조치도 간과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창의적인’ 발상을 주문하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고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한계와 오류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간 사생결단식 싸움은 경선을 2주 앞두고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외연 확대와 전열 정비를 노린 대세론과 불공정 시비가 갈수록 달아오를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는 “아직 변화나 역전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 후보의 과거 행적에서 드러난 도덕성과 원칙의 오류가, 박 후보가 지닌 이념과 지역의 한계보다는 덜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이 후보의 X파일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 결과가 막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의 검증으로 드러난 새로운 의혹이 종반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범여권은 ‘조순형 변수’의 후폭풍으로 다시 분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5일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은 당명과 달리 ‘중(中)통합’의 한계에 봉착했다.‘조순형 카드’로 고무된 민주당 강경파의 불참으로 열린우리당 친노(親盧)세력까지 독자행보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통합의 명분과 실익이 사라진 마당에 정체성과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신당에 합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참여정부 적자(嫡子)로서 친노세력의 생각이다. 대통합신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각각의 준(準)플레이오프와 후보 단일화를 위한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지향점이 다른 정파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지는 불투명하다.‘민심 이반’이라는 열린우리당의 오류가 ‘선거용 잡탕 신당’의 한계를 낳고, 다시 ‘범여권 분열’의 오류를 자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모순에 빠진 반(反)한나라당 진영은 ‘5·18 광주’를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모처럼 의미있는 동력으로 여기는 듯하다. 경쟁적으로 영화를 관람한 열린우리당 출신 대선주자들은 민주적 정통성을 부각시키며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지사의 한계를 공략하고 있다. 지나친 정치적 잣대에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이들에겐 ‘추억’이자 ‘유혹’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한나라당 김우석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지지부진한 범여권이 ‘화려한 휴가’류의 선거판을 만들고 싶겠지만,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로 틀이 바뀌었다.”고 일축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이규의 부대변인은 “광주정신은 권력과 시장의 독과점이라는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내야 하는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반박했다.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무슨 사연이 있겠지/김형태 변호사

    [열린세상] 무슨 사연이 있겠지/김형태 변호사

    지금은 고인이 된 신부 한분이 생각난다. 키는 작달막한데 막힘이 없이 시원시원한 분이었다. 미사가 끝나기 무섭게 긴 겉옷을 훌렁 벗어 둘둘 말아 놓고, 부리나케 마당으로 나와 담배 피워 물고 신자들과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격의 없이 나누곤 했다. 어느날 그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차 몰고 가다가 위험하게 끼어드는 이들을 보면 당장 “야 이 자식아, 운전 똑바로 해.” 욕을 해주고 싶다가도 꾹 참고 유행가 한 소절을 부른단다.‘무슨 사연이 있겠지.’ 그동안 국가보안법, 사형제도, 사학법,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서로 간에 간극이 너무 크고 소통이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 그 사안들 자체의 문제보다 어쩌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비정규직이 2년을 넘으면 정규직으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비정규직보호법이 지난 1일 발효되었다. 이랜드 계열 대형마트 뉴코아 등은 2년이 넘은 비정규직 노동자 500명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 회사 쪽은 해고도 마음대로 안 되고 임금도 매년 올려주어야 하는 부담을 안기 싫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월 80만원짜리 고된 일자리나마 식구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냐.’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40%가 2년마다 새로운 사람을 쓰겠다는 것이고 41%는 직군을 분리해 무기계약으로 계속 고용,18%는 완전 정규직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생존 이유이자 조건이라는 주장도 일면 타당하긴 하다. 그러나 이윤 추구에 더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이 유엔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규직·비정규직·실업자 세 부문 사이에 구조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일자리가 제한되어 있어 비정규직 자리가 정규직 자리로 바뀌면 실업자들은 그나마 비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줄어든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서 차별을 없애면 기업주들은 정규직 임금을 줄이거나 아예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국가와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의 근본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주나 고용안정 및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바라는 비정규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문에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정규직, 그리고 비정규직 상태로나마 서로 돌아가며 일자리를 나누기를 원하는 비고용실업자, 마지막으로 노동정책을 집행하는 국가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다른 집단의 처지를 고려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꼭 필요하다. 옳고그름을 따지는 일을 떠나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각자의 이해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우리 사회는 한단계 질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 이달 초 사진작가 이시우씨가 미군기지·지뢰밭 등을 사진 찍다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을 받았다. 그를 빨갱이, 간첩이라고 욕하는 70대 노인 50여명이 방청석 앞자리를 가득 메웠다. 옥중단식을 40일간 했던 그는 이랬다. “저를 단식으로 이끈 깊은 슬픔은 제 생을 바쳐 최선을 다해온 일이 누군가에겐 상처와 위협과 무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빨갱이라고 부른 심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익에 의한 좌익 학살뿐 아니라 좌익에 의한 우익 학살 실상을 보았고 그 슬픔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어떤 사상과 논리도 그 아픈 죽음의 기억을 치유할 수 없고 그 한과 슬픔을 눈물과 감동으로 부둥켜안지 않고서는 역사의 화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이해를 가진 우리도 저 신부님처럼 상대에게 화날 때마다 읊조려보자.“무슨 사연이 있겠지.” 김형태 변호사
  • [대선주자 25시] 천정배 前장관

    [대선주자 25시] 천정배 前장관

    지난 19일 광주 공항 활주로는 빗물에 젖어 있었다.‘비 내리는 호남선’은 면면한 애상(哀想)인가. 천정배 의원은 마침 내린 ‘호남의 비’에 자신의 정체성을 새삼 깨닫기라도 한 듯 호남을 향한 애상(愛想)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시민 7400여명의 지지 의사를 전달받으면서 그는 “호남 주민이 호남 출신 대선후보는 안 된다는 패배 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범여권의 거의 유일한 전남 출신 대선 주자가 아니면 감히 던지기 힘든 일성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호남 출신이라는 신분은 이점일 수도, 한계일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으로 보통 인식된다. 이 날을 기해 천 의원은 동전의 어두운 면을 아예 지워버리려는 듯 ‘호남 적자(嫡子)론’을 역설하고 나섰다. 그는 작심한 듯했다. 고향 목포에서 천 의원의 적자론은 한껏 고양됐다. 기독교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지난주 대구에 가보니 ‘전라도 사람이면 어떠냐.’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정작 호남은 과거 지역적으로 소외됐던 기억 때문에 ‘호남 출신을 (대선에)내보내서 되겠느냐.’는 인식이 있다. 참 억울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그런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21세기 새로운 시대에는 그런 부당한 차별과 고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정말 억울한 듯 목청을 높였다. 거친 표현이 쏟아졌다.“나는 대통령 되려고 환장한 사람이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밀었던 것처럼 지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아무리 억울해도 밀겠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그러면서 “능력이 되면 밀어달라. 호남이라서 안 된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 목숨이라도 바쳐서 완수하겠다.”고 비장감을 내비쳤다. 왜 멀쩡한 적자를 놔두고 다른 데서 대를 이을 자손을 구하느냐고 집안 어른들한테 항변하는 장남의 모양이었다. 전남 신안군의 암태도란 작은 섬에서 태어난 천 의원은 어려서부터 목포가 낳은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목포중·고교를 수석 졸업한 데 이어 서울대에 수석 합격했을 때 호남 사람들은 그에게서 DJ 이후 호남의 희망을 봤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도 “전두환한테 판·검사 임명장을 받기 싫어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는 그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진로였다고 할 수 있다. 자수성가형의 DJ가 호남의 1세대 브랜드라면, 어느 정도는 호남사람들에 의해 육성된 측면이 있는 천 의원은 2세대 상표라 할 만하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각각 1만명 안팎의 지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데는 그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기대감이 일정부분 담겨 있는 셈이다. 천 의원 스스르도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어온 정통 민주평화세력의 적장자라고 자부한다. 김대중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로 자부한다.”는 말로 자신의 출마에 역사성을 부여한다. 그는 ‘본선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정치 의식 높은 호남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덕성과 개혁성을 무기로 제시한다.“한나라당 후보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는 무결점 후보다.”는 말로 도덕성을,“일관되게 민주·평화·민생·개혁의 비전과 정책을 유지했다.”는 주장으로 개혁성을 부각시킨다. 법무장관 재임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강정구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식 농성 등을 개혁 의지의 사례로 든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손을 담갔던 그의 대선 전술은 두 경험의 노하우를 망라한다. 그가 연설 앞머리에 붙이는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이란 인사말은 DJ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란 ‘18번’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해야 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집요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2002년 이인제 후보를 겨냥한 노무현 후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그는 아예 ‘노풍’(盧風)에 빗대 ‘천풍’(千風)을 일으키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천 의원의 바람대로 ‘천정배 바람’이 휘몰아칠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직전 노무현 후보는 그래도 2위권을 달리고 있었지만, 지금 천 의원은 범여권 후보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는다는 기자의 지적에 그는 “한두달 안에 확실한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정배가 유일한 희망이자 대안이다.”“나는 호남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는 주장을 주술처럼 반복했다. 물론 그의 이런 자신감에 대한 호남의 속마음을 당장 간파할 도리는 없었다. 이날 호남선엔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목포 앞바다의 파도는 높았다. 광주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千의 약점은

    “23년 전 천정배 의원을 처음 봤다. 인권 변호사인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러 사무실에 갔는데, 웬 착하고 예쁘게 생긴 젊은 청년이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90도로 인사를 하더라. 법률가 특유의 권위적인 냄새가 전혀 안났다. 지금하고 똑같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천정배 의원을 지지하는 김희선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모범생 이미지의 천 의원을 이보다 더 잘 그린 설명은 없을 듯싶다. 하지만 이 칭찬을 ‘대선주자 천정배’에 접목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치인으로서 모범생 이미지는 대중성 부족으로 연결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천재’란 평가를 받아온 그는 딱딱하고 치밀한 논리를 즐긴다. 자연스럽게 “감성지수가 부족하다.”거나 “쇼맨십이 없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현대정치에서 대중은 논리보다 감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주자 시절 장인의 공산당 부역 문제로 공격을 받자, 열가지 논리 대신 “대통령 되겠다고 아내를 버리면 용서하겠는가. 그 때문에 대통령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겠다.”는 한 마디로 국면을 일거에 전환시킨 적이 있다. 만약 천 의원이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반(反) 한·미FTA 단식 말고는 대중에게 각인된 인상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2001년 민주당 정풍운동을 추동하고도 정동영 의원 등에게 ‘개혁의 얼굴’ 자리를 내주는 등 잘 나서지 않는 성격도 한 몫한다는 지적이다. 현 정권 책임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는 “나한테도 분명 잘못이 있다.”며 누구보다 선뜻 자책하는 편이지만,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말싸움’ 대신 공약 듣고 싶다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공동으로 역대 대선공약을 대해부한다. 역대 대선공약 점검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올 공약이 실현성이 있는지를 국민들이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대선평가교수단이 참여한 역대 대선 공약 대해부는 10여회의 시리즈로 나눠 싣는다. 12·19 대선을 꼭 5개월 남겨놓고 있지만 예비 후보들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공방과 통합논의 과정에서 정책선거는 실종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던 데 비하면 ‘공약 기근’이라는 희한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18일 “야당은 사생결단식 ‘검증 공방’을 벌이고, 범여권은 ‘대통합’만 외칠 뿐 아니라, 전·현직 대통령까지 선거판에 뛰어들어 정책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김수진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은 이를 완화할 정책을 갈망하고 있지만 후보들은 이에 화답할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염재호(한국정책학회장) 교수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제시할 마당도 펼쳐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뜨거워지면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이나, 선심성 개발공약,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공약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에서 공약 마련의 핵심역할을 맡았던 이들은 ‘공약(空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7년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는 “더 이상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통합민주당 의원)은 “당선을 위해 급조된 공약을 다 지키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공약(空約)의 폐해를 지적했다. 1992년 당시 민자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황인성 전 총리는 “3∼4개월 만에 공약 최종안이 나왔다.”면서 “세금은 줄이면서 돈은 많이 쓰겠다는 억지스러운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정무담당특보를 지낸 이강래 의원은 “선심성 공약은 결국 특정 이해집단을 위한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핵심이슈나 정서를 바탕으로 투표해 정책선거는 사실상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검증공방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공약 대결로 가야 하고, 매니페스토(참공약실천) 운동을 통해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희대 김민전 정치학과 교수는 “목표와 우선순위, 재정조달 등을 제시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절실하다.”면서 “기존 공약이 심판받기도 전에 해체와 창당을 거듭하는 이합집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수에 따라 나눠주는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개혁하고, 미국처럼 경선일정을 법으로 정해 경선을 둘러싼 이전투구를 막고 정책개발을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매니페스토(Manifesto) 라틴어의 ‘손(manus)’과 ‘치다, 빠르게 움직이다(fendere)’가 합성된 말로 책임있는 약속·계약이란 뜻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참공약실천운동으로 풀이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나라에 발을 붙인 것은 2년 전이다. 지난해에는 지방선거 직전에 매니페스토 실천본부(사무총장 유문종)가 발족돼 공약의 이행가능성을 짚어보고, 정책선거가 되도록 하는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6) 미시시피 앨리게이터의 단식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36) 미시시피 앨리게이터의 단식

    동물들이 먹이를 먹지 않으면 사육사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식탐많은 동물들의 먹이 거부는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원인불명… 지난해 4월부터 먹이 외면 거식증이라도 걸린 듯 먹이에 도통 관심이 없는 미시시피 앨리게이터(♂·1987년생 추정)는 동물원의 근심덩어리다. 길이 220㎝로 미국 미시시피강이 고향인 이 녀석의 먹이 거부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 먹이를 먹는 다 자란 미시시피 앨리게이터는 한번에 닭 한 마리 반에서 두 마리 정도는 먹어치운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 어쩐 일인지 먹이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먹이를 씹지 않고 삼키는 파충류는 신체구조의 특성상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먹이를 먹지 않는다. 먹이 거부가 곧 “몸이 소화시킬 능력이 안 된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결국 단식 9개월째인 지난해 12월 초, 진료과로 옮겨져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녀석의 몸무게는 48㎏. 평소보다 무려 7㎏나 준 상태였다. 혹시 신발이나 페트병 등 이물질을 삼킨 것인지 의심했다. 실제 외국동물원에서 관람객이 떨어뜨린 신발 등을 삼켜 위가 그득해진 악어가 먹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스레이, 위내시경 검사에서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 7개월째 강제 급식 악어가 아무리 1년여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동물이라 해도 녀석의 이유 모를 단식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어경연 진료팀장은 “더 기다린다면 악어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진료팀은 강제급식을 결정했다. ‘악어 밥 먹이기’엔 전담 사육사 2명이 매달렸다. 고기를 믹서에 갈아 만든 영양식을 공급하는가 하면 소의 간을 갈아서 주스처럼 만들어 먹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물기 많은 먹이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게워내기만 반복했다. 결국 입을 열고 잘게 자른 돼지고기를 넣어주는 방법을 택했다. 밧줄로 윗 입을 붙잡아 먹이를 넣어주는 과정은 차라리 전쟁이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1월 중순이 되자 사육사들의 정성에 감복한 탓인지, 다행히 넣어준 먹이를 삼키기 시작했다. 비록 억지로 입에 넣은 후 막대로 삼키게 한 돼지고기지만 말이다. 벌써 7개월째 이렇게 먹이를 먹는다. 마치 서비스라도 받는 듯 제법 익숙하다. 건강도 많이 나아졌다. 박현탁 사육사는 “매번 반찬투정 하는 아이 밥 먹이듯 한바탕 소란을 치르지만 그래도 먹어주는 녀석이 고맙다.”면서 “빨리 건강해져 생닭을 넙죽 물어대던 과거의 식욕이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올림픽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1964년 일본 도쿄,1988년 대한민국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2008년 8월8일 개막,17일의 열전을 펼친다. 또 2회 연속 및 통산 6회 종합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한편 수영 등에서 새 역사 쓰기를 준비 중인 한국의 메달 전망을 짚어본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선전부 왕후이(王惠) 상무부부장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현지의 준비 상황과 달아오르는 열기 등도 살펴본다. ■ 베이징 여름올림픽 한국 메달 전망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에서는 한국스포츠 역사가 새로 쓰인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을 캘 가능성이 짙다. 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병관 이후 16년 만에 역도 금메달이 유력하다. 유도와 탁구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수영 불모지서 첫 금 캔다 한국이 올림픽 수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0년 로마올림픽. 당시 다이빙 종목에 나섰으나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적어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는 상황이 그랬다. 아테네서 부정 출발로 실격, 눈물을 뿌렸던 ‘18세 괴물’ 박태환(18·경기고)이 한국 수영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역할을 맡았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박태환은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고,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200m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제는 수영전문브랜드 스피도의 후원으로 전담팀을 꾸려 올림픽 정복을 위해 ‘열혈 자맥질’을 하고 있다. 중장거리 전문이지만 단거리에도 재능을 보인 박태환으로서는 여러 종목에 도전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테네 여자 역도 75㎏이상급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쳤던 ‘피오나 공주’ 장미란(25·고양시청)은 베이징에서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꿀 채비를 갖췄다. 중국 여자 역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장미란은 딩메이위안(시드니 금)과 탕궁훙(이상 28·아테네올림픽 금)의 뒤를 잇는 무솽솽(23)과 맞붙게 된다. 장미란은 무솽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장군멍군했다. 안방 텃세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실력의 우위를 쌓아야 하는 게 과제다. 유도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6·KRA)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뚫어야 한국 유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73㎏급에서 김재범(22·KRA), 왕기춘(19·용인대) 등 후배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 이원희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 치료를 위해 독일에서 수술받고 재활 중이다. 베이징을 위해 오는 9월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한 것. 이원희는 완벽한 몸상태로 대기록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경계선을 뛰어넘어라 탁구와 배드민턴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5개와 3개를 땄다. 세계적인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조금 더 많은 금메달을 추수했어야 했지만 ‘최강’ 중국이 늘 걸림돌이었다. 이 종목에선 세계 1∼3위가 대부분 중국 선수들이다. 아테네에서 왕하오를 격파하고 남자 단식 정상에 섰던 유승민(25·삼성생명)이 만리장성 2회 연속 격파에 앞장선다. 맏형 오상은(30·KT&G)도 단·복식에서 칼을 갈고 있다. 배드민턴에서는 단식보다 복식에서 기대가 크다.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의 기대주인 ‘제2의 박주봉’ 이용대(19·삼성전기)가 최근 손가락 골절 부상에서 벗어나 다시 올림픽을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때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였고 전영오픈 준우승을 일군 이현일(27·김천시청)이 국가대표로 복귀, 힘을 보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한국은 TOP 10” “이번에도 종합 10위는 꼭 지켜내야죠.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국스포츠의 위기가 될 겁니다. 또 기회이기도 하고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둔 ‘선수들의 요람’ 태릉선수촌의 풍경은 ‘정중동’이었다. 최초로 여성 촌장에 발탁, 햇수로 3년째 선수촌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이에리사(53) 촌장은 내년 베이징에서의 메달 전망을 묻는 ‘우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듯했다. 그는 “지금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올림픽 종목별 쿼터(출전권) 확보 전쟁이 한창”이라면서 “그런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도하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선수촌은 베이징올림픽 체제로 바뀌었고, 이제 가장 큰 목표는 4년 전 어렵게 복귀한 한 자릿수(9위) 종합순위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이징올림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익숙한 곳입니다. 그러나 스포츠 환경으로 따지면 꽤나 먼 곳이죠. 중국은 올림픽 최초로 종합 1위를 벼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메달 전망 종목과도 많이 겹칩니다. 악재인 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스포츠의 위기입니다. ▶종합 10위를 지키기 위한 메달수는 예측할 수 있습니까. -아테네올림픽에서 우리는 금 9개, 은 12개, 동 9개로 ‘톱10’안에 재진입했습니다. 종목수가 다소 늘어나고 중국의 약진을 감안하면 최소한 금 12개는 따야 수성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현재 올림픽 출전권 현황은. -7월 현재 6개 종목에서 55명이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농구는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수영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5명이 쿼터를 확보했습니다. 역도와 사격, 근대5종, 하키 등도 각급 선수권 상위 성적으로 출전이 확정됐습니다. 탈락한 건 지역 예선에서 4위에 그친 소프트볼이 유일합니다. ▶향후 선수촌 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베이징체제’입니다. 선수촌은 기존 110일에서 2단계에 거쳐 올해 연간 180일까지 훈련일수를 늘렸습니다.1인1실이던 지도자 방 배정도 2인1실로 바꿔 선수들에게 더 공간을 할애했고, 국가대표 1.5진까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기대하는 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림픽은 항상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물론 메달도 중요하고 순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과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 스포츠 환경 속에 한국스포츠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는 꼭 짚어봐야 합니다. 시드니올림픽 때 경기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체육의 위기”라는 의식이 팽배했습니다. 이후 4년 만에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근근이 버틴 게 사실이고, 내년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체육인들의 끊임없는 반성과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지속된다면 그건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100년의 꿈 이뤄…中 저력 세계에 알릴 것” 중국인의 ‘100년간의 염원’이라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나아가 내부의 정치·경제적 모순까지 해결하는 기회로도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적인 민감성 속에 그동안 올림픽 준비는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져 왔다. 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의 언론 접촉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어렵게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선전부 왕후이(王惠) 부국장을 만나 준비상황을 들어봤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아녜요. 중국이 고른 날짜가 아녜요.” 2008년 8월8일 8시에 거행되는 2008년 올림픽 개막식 시간이 중국이 고른 것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베이징 시내 중국 외교부 청사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올림픽조직위원회 선전부 건물에서 만난 왕후이(王惠) 부국장.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를 골라 개막일을 잡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부인했다. 중국인은 ‘(돈을)벌다.’는 발(發·파)과 발음이 비슷해 아라비아 숫자 8(바)을 좋아한다. “우리는 당초 9월에 하길 원했지요. 가을 베이징의 날씨가 얼마나 좋은데요.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8월을 제안했던 거예요.” 그는 “8시 개막시간은 IOC 관례에 따른 것이고,8일은 양자간에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 상황은. -100년만의 꿈이 이뤄질 날이 1년 남짓 남았다.28개 주요프로젝트와 38개 하위,302개 단위 항목으로 나누어 진행할 일정이 모두 확정됐다. 여름올림픽, 장애인올림픽 2개 대회 모두 최대 규모로 치러질 것이다. 1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신청자가 벌써 53만명을 넘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지난 6월로 1차 표 예약이 마감됐다.700만장 가운데 490만장이 예약됐다.4000여종의 관련 상품이 개발됐다. 성화봉송로도 지난 4월 발표됐다. 시간도, 길이도 가장 길고 방문도시도 가장 많은 봉송로다. ▶왜 100년만의 꿈이라고 부르나. -1908년 톈진(天津)의 한 청년 잡지에 이같은 글이 실렸다.‘중국은 언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까. 언제 첫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언제 올림픽을 주최할 수 있을까.’그 뒤로 1932년 중국인으로는 류창춘(劉長春)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고,1984년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중화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 중국이 올림픽에 참여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처음이다.) ▶어떤 올림픽이 되기를 원하나.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가장 특색있는, 중국적 특성을 남기고 싶다. 세계 역사에 하나의 문화적 유산으로 남기를 원한다. 중국과 중국 문화, 나아가 아시아, 동방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 아시아에서는 1964년 도쿄.1988년 서울 단 2곳만 올림픽을 개최했을 뿐이다. ▶과거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입장료는 대단히 싸다. 아테네의 3분의1∼5분의1 수준이다.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가장 싼 표는 10위안(1200원)짜리도 있다. ▶인류와 올림픽 역사에는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나. -중국의 4억명 청소년들이 지금 올림픽 정신을 일깨워가고 있다. 어떤 대회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숫자다.50만세트의 각종 교재가 전국으로 퍼져갔다.556개의 시범학교가 있다. 올림픽 경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성적에 대해 얘기해 보자. 홈그라운드에서 미국을 꺾고 금메달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얘기들을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은 35개, 중국은 32개, 러시아가 29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금·은·동 합계를 보면 상당한 실력차가 있다. 미국 103개, 러시아 92개에 비해 중국은 63개밖에 되지 않는다.(중국은 과거 공식적으로 ‘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이란 목표를 세운 적이 있다. 일부에선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위해 관련 전력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는 지적들도 있다.) ▶날씨 때문에 기록 경기에 큰 지장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베이징이 많이 더워졌다. 세계적인 온난화 현상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이 가장 온도가 높은 올림픽 개최도시는 아니다. ▶문제는 습도 아닌가. 베이징의 여름이 습도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이미 인공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이번 7,8,9월 최종적인 기온 테스트를 하게 돼 있다. 그 결과를 보고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남북화해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길 원한다. -지난해 9월 서울에 가서 많은 공부를 하고 왔다. 당시 한국민들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느꼈다. 고맙다. jj@seoul.co.kr ■ “육상·수영 금맥 캐자” 中 119프로젝트 극비 진행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녹색·과학기술·문화올림픽’이란 베이징올림픽. 중국은 지난해까지 환경보호시설, 도시기반시설 등 대부분의 공사를 마쳤다. 점검 테스트와 조직 운영 등을 점검하고 있다. 총 37개 경기장 가운데 31개가 베이징에 위치해 있다. 칭다오, 홍콩에 각 1개씩이다. 이런 상황 속에 중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종합 우승 여부다.‘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力爭金牌榜第一)’ 중국이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미국을 꺾고 종합 1위를 따내기 위해 내건 표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 35개에 이어 32개로 2위를 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로 4위를 했던 중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28개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러기 위해 중국은 체조, 다이빙 등 기존의 금맥 외에도 육상과 수영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 중국이 2001년 8월 올림픽 개최 확정이후 ‘119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도 이런 필요에 의해서다.119는 육상과 수영에 걸린 금메달의 합계. 육상, 수영에서의 열세를 반드시 극복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 체육계는 곧바로 ‘5대 대책’을 수립하고 지도자 선발과 육성에 착수했다.‘밖으로 나가고 안으로 불러들인다.’(走出去,請進來)는 원칙 아래 선수들을 전지훈련 등으로 해외로 내보내고, 해외의 유능한 감독진을 유치했다. 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해 많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축적시키는 데 애썼다. 중국 체육에 ‘과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상당히 체계적인 선수 배양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남부 고원지대인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등 천혜의 훈련지도 갖고 있다. 국제 스포츠계는 오래전부터 고지대에서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켜왔다. 폐활량 증대와 지구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를 낸다. 서부 칭하이(靑海)성에 있는 또 다른 고원 훈련 캠프인 ‘국가 고원체육훈련기지’에서는 중국 선수들의 ‘특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1992년 세계청소년육상대회의 800m,1500m,3000m,1만m를 석권하고 1993년 독일 세계육상경기에서도 1500m,1만m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등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 전역 1만 7000개에 이르는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배출된 스포츠 재목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 어떤 효과를 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2005∼2006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월드컵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여자 평영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소녀 수영선수 왕췬처럼, 나이 어린 스포츠 스타의 탄생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의 보배 110m 허들의 류시앙 등도 건재하다. jj@seoul.co.kr ■ 옥(玉) 넣은 메달 특색 중국 문화 알리기는 베이징올림픽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 각국에 문화대국,‘문화 종주국’인 중국을 알리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픽 상징물에서부터 각종 도안에 이르기까지 중국적이고 역사적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메달부터 달라졌다. 옥을 넣었다. 금·은·동에 들어간 옥의 품질이 각각 다르다. 옥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로부터 존귀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 성화는 종이를 말아올린 모습이다. 중국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종이다. 성화를 장식하고 있는 상서로운 구름이나 자홍색도 중국적 특성이다. 로고는 고대 인장의 모습으로 한자의 모습과 달리는 사람의 모양을 나타낸다.
  • ‘평행선’ 코레일 노사 종착역은?

    코레일 노사가 KTX 여승무원문제 등을 놓고 서로의 주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에서는 CEO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원칙 준수’를 천명하고 있다. 노사간 힘 겨루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지난 13일 철도노조가 이철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노조가 이후 일정을 확정짓지 않으면서 사측도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경영권에 대한 간섭 여부는 따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전 KTX 승무원 문제. 코레일 관계자는 “전 승무원들의 ‘원직복직’은 계열사에서 승무 업무를 하는 것”이라며 “코레일은 승무원을 고용한 적도, 해고한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처럼 의견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노조가 하반기 특별단체협약에서 승무원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해지자 사측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사측은 승무원들이 지난 3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승무원 문제는 단체협상의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코레일 관계자는 “노조가 경영합리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장 퇴진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의 요구는 투쟁으로 수용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서울신문·KSDC 공동-창간103주년 여론조사] 李·朴지지율 1주일새 동반하락

    [서울신문·KSDC 공동-창간103주년 여론조사] 李·朴지지율 1주일새 동반하락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간 검증 공방과 ‘이명박 X파일’논란, 검풍(檢風)국면 등으로 지난 주에는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하락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 실시한 ‘서울신문 창간 103주년 특집 여론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KSDC측은 “두 후보간 사생결단식 공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사는 두 후보의 지지도 추이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지난 7∼8일(1차 조사)과 14일(2차 조사) 두차례에 걸쳐 1주일간의 시차를 두고 실시됐다. 또 두차례 조사에서 ‘한번 물은’ 뒤 무응답층을 대상으로 ‘한번 더 묻는’ 방식을 채택해 각각 지지도 추이를 분석했다. 2차 조사에서 이 후보는 34.4%, 박 후보는 23.1%의 지지율를 얻어 11.3%p 격차를 보였다. 지지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무응답층을 대상으로 추가 질문을 포함한 수치다. ‘한번 질문’ 때 지지 후보를 밝힌 적극적 지지층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 후보는 22.3%, 박 후보는 16.6%로 격차가 훨씬 줄어든 5.7%p로 나타났다. 앞서 1차 조사에서 이 후보와 박 후보는 ‘한번 질문’ 때 28.1%와 17.5%였으며 ‘한번 더 질문’을 포함하면 각각 36.0%와 25.8%였다. ‘이명박 X파일’공방이 갈수록 확산되던 1주일간의 지지율 차이를 비교하면 ‘한번 질문’ 방식에서 이 후보가 5.8%로 박 후보의 0.9%보다 낙차폭이 훨씬 컸다. 하지만 ‘한번 더 질문’에서는 이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1.6%로 박 후보의 2.7%보다 오히려 낙차폭이 적었다. 경선 중반 판세의 최대 분수령으로 작용할 19일 당 검증청문회와 검찰의 ‘X파일’수사 결과가 이같은 추이를 가속화할지,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한번 묻는’방식에서 부동층은 지난 2월 36.3%에서 7∼8일 45.1%,14일 50.5%로 대폭 늘었다.14일과 지난 2월 조사의 부동층 차이가 40대(17.8%p), 화이트칼라(25.6%p), 부산·경남(20.4%p), 보수층(17.5%p)에서 평균(14.2%p) 이상으로 상승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형준(명지대 교수)KSDC 부소장은 “부동층 가운데 보수층을 빼고는 이 후보의 지지계층”이라고 밝혔다. 범여권의 후보 구도 정리와 한나라당의 검증 추이, 검찰 수사 결과가 부동층의 표심(票心)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경선 국면의 주요 변수인 셈이다. 대선 후보가 가장 중시해야 할 정책으로는 81.8%가 경제 분야를 꼽았다. 재검토되어야 할 참여정부 정책으로는 부동산 분양원가 공개가 34.1%로 첫번째를 차지했다. 범여권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2차 조사에서 6.2%와 5.4%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3.1%와 4.1%로 뒤를 쫓았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1.1%,2.0%), 이해찬 전 총리(0.8%,1.3%),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0.5%,1.0%)순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0.9%,1.5%를 차지했다. 이번 1,2차 조사는 각각 전국 성인 1000명과 7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각각 ±3.1%p와 ±3.7%p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 새 사령탑 김호 선임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의 새 사령탑에 김호(63)씨가 선임됐다. 대전은 13일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해임된 최윤겸 전 감독의 후임으로 1994년 미국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로써 4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하게 됐다. 대전은 김 신임 감독과 연봉 등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협의한 뒤 16일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식을 가질 예정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윔블던 결승 혈전 모두가 승자였다

    윔블던 결승 혈전 모두가 승자였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6·스위스)가 윔블던 5연패의 대업을 일궈냈다. 세계랭킹 1위의 페더러는 9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막을 내린 윔블던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라이벌인 ‘왼손잡이 천재’ 라파엘 나달(21·세계2위·스페인)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70만파운드(약 12억 8500만원). 지난 2003년 첫 승을 올린 이후 지난해 4연패로 피트 샘프라스(미국)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페더러는 이로써 1년 만에 비욘 보리(스웨덴)의 5연속 우승(1976∼80년) 타이 기록까지 일궈내며 ‘오픈시대’가 열린 지난 1968년 이후 최다연승의 ‘윔블던 황제’로 우뚝 섰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 개인 통산 11개째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한 페더러는 이날 윔블던 5연패와 함께 샘프라스의 메이저 최다승(14승)에도 3개차로 바짝 다가섰다. 윔블던 35연승과 잔디코트 55연승의 기록도 새로 썼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4회전에서 토미 하스(10위·독일)에 거둔 기권승은 뺐다. 윔블던의 ‘지존’답게 03년 대회 이후 치른 35차례 경기에서 단 7개 세트만 상대에게 허용한 완벽함은 특히 주목할 대목. 샘프라스와 보리는 4∼5연패 당시 각각 14∼15개 세트를 상대에게 내줬었다. 지난달 초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나달에게 참패하는 등 클레이코트에서만 상대 전적 1승6패의 절대 열세에 시달리던 페더러는 지난해 대회 결승에 이어 또 나달을 격침, 잔디코트에서는 ‘천적’ 나달이 한 수 아래임을 분명히 했다. 하드코트까지 포함,3개 코트 통산 상대 전적 5승6패. 페더러는 우승 직후 “내 우상인 샘프라스의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루고 싶다. 그를 보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면서 “아직 프랑스오픈은 물론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과 올림픽 금메달, 그 외에 많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등 못 이룬게 많다. 계속 승리하고 싶다.”며 끊임없는 갈증을 드러냈다. 나달은 “잔디코트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와 경기하면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을 쳤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지만 성적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나달이 비록 지긴 했지만 페더러와 잔디코트에서 풀세트 접전을 치를 만큼 기량이 급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단식·삭발농성 왜 하는거죠 경제·사회적 권리 나눠야죠”

    지체된 민주주의를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사회적 인권보장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양극화와 확산·심화되는 신빈곤 등 민주화 20년에 제기되는 민주주의 지체와 위기담론은 그 자체로 인권이 처한 딜레마적 상황을 방증한다.‘민주화 이후’의 인권은 곳곳에서 본질적 질문을 받고 있다. 집단해고에 항의하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홈에버 및 뉴코아 점거농성과 수십억원의 영업피해를 강조하며 강경대응을 고수하는 이랜드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인권적 요구인가. 정부의 재산세 인상에 반대하는 서울 강남구 의회의 조례제정은 지방자치인가, 지역이기주의인가. 경기도 광역 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는 하남시 주민들이 김황식 시장을 주민소환하는 것은 주민 인권보호의 당연한 절차인가, 직접민주주의를 가장한 ‘님비’현상인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해석에 따라 질문들에 대한 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권담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온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인권개념에 대한 재고찰을 요구한다. 조 교수는 최근 출간한 ‘인권의 문법’(후마니타스 펴냄)에서 “과거 생존 자체가 경각에 달려 있던 독재정권 시절엔 인권개념의 본질을 따지는 것이 한가한 지적유희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저항 중심의 ‘탄압 패러다임’에서 요구 중심의 ‘웰빙 패러다임’으로 인권개념의 외연이 넓어진 지금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의제로서 경제·사회적 권리를 특별히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모두가 인권을 잘 아는 것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눈높이, 관점, 방식으로 인권을 제각각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핵심 원인의 하나로 그는 사적 이익과 인권적 요구와의 혼동을 지적한다.“실제로는 사익에 불과한 내용을 비장한 표현으로 포장하고 저항적인 방식(단식, 삭발, 농성 등)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사적 이익의 요구가 아닌 경제·사회적 인권 강화가 민주주의 심화와 직결됨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진척시키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일궈온 ‘불완전한 민주주의’조차 심각한 퇴행을 피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 현 단계에 대한 평가와도 일맥상통한다. 조 교수의 책 자체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와 후마니타스가 민주화 20년을 통과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치·경제·사회·역사적 쟁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한 민주주의 총서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사람들이 권력에서 배제될 정도가 되면 민주주의를 위해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보호해 줄 필요가 생긴다.”면서 “권력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로 인한 악영향은 결국 사회 전체로 퍼지는 ‘여파효과(spillover)’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질적 조건과 지위의 불평등이 직·간접적으로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려면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의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의제의 핵심은 경제·사회적 인권 강화다. 조 교수는 거듭 강조한다.“최소한의 경제적 인권도 보호되지 않아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게 될 경우 사적 소유권을 그토록 중시하는 사람들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윔블던테니스] ‘흑진주 시대’ 저물지 않았다

    “나도 세레나처럼 되고 싶었다.” 시즌 세번째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의 트로피에 입을 맞춘 비너스 윌리엄스(27·미국)의 고백은 그가 슬럼프 속에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동생 세레나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여자코트를 평정했지만 나란히 부상에 발목을 잡힌 뒤 재기의 몸부림을 친 지 4년. 물론 2년 전 윔블던 우승으로 ‘부활’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이후 그는 또 부상에 발목을 잡혀 명성은 빛이 바랠 대로 바랬다. 같이 나락에 빠졌던 세레나가 올해 호주오픈에서 우승, 당당히 이름값을 했지만 그 사이 비너스는 세계랭킹 10위권에서 20위권으로, 이제는 30위권 초반까지 밀려나 ‘지는 태양’에 불과했다.●윔블던 여왕으로 돌아오다 그러나 비너스는 ‘윔블던 여왕’으로 부활했다. 지난 7일 영국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여자 단식 결승에서 비너스는 돌풍의 마리온 바톨리(19위·프랑스)를 2-0으로 완파,4번째 윔블던 정상에 섰다. 통산 메이저 우승은 6번째.2005년 윔블던 우승 이후 또 손목 부상 탓에 이듬해 호주오픈 1회전 탈락을 시작으로 줄곧 신통찮은 성적에 머물렀다.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시속 200㎞를 넘나드는 서비스와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로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 등 상위권 시드권자를 연파한 데 이어 바톨리의 돌풍마저 잠재웠다.2005년 우승 당시 기쁨에 코트를 뛰어다녔던 비너스는 올해는 조용히 트로피를 가슴에 껴안는 것으로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랭킹 31위로 출전, 챔피언에 오른 건 1975년 컴퓨터 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뒤 최저 랭킹 우승 기록이다.●‘윌리엄스 자매 시대’ 또 올까 올해 3개의 메이저대회에서 1승씩을 나눠 가진 윌리엄스 자매의 전성시대가 또 도래할 것인가.에냉과 지금은 은퇴한 킴 클리스터스 등 ‘벨기에 듀오’가 출현하기 전까지 여자코트는 비너스와 세레나 자매의 독무대였다. 둘이 지금까지 합작한 메이저 단식 우승컵만 13개. 복식까지 합치면 무려 19개에 이른다. 특히 2001년 US오픈 이후 03년 윔블던까지 둘은 무려 6차례나 메이저 결승에서 만나 ‘윌리엄스슬램’이라는 말도 만들었다. 둘은 2005년에 이어 올해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호주오픈(세레나)과 윔블던에서 2승을 합작했다.최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는 에냉을 제외하면 군웅할거의 양상. 결국 ‘흑진주 자매’의 약진이 다음달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까지 이어질 경우 `윌리엄스자매´의 시대는 또 활짝 열리게 된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처참한 태국 수용소 탈북자에 의약품을”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갇힌 탈북자들은 지난 4월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 후 더욱 열악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320여명이 80∼100평 남짓한 방에 갇혀 30∼40도의 찜통 더위와 비위생적인 처우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싼값에 옷도 사고, 탈북자도 도우세요.” 8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 상점에서는 탈북자동지회 등이 후원하고 국제의료지원기구(AIMS)가 주관한 ‘태국 탈북난민 돕기 바자회’가 열렸다. 7∼8일 이틀간 열린 바자회에는 회원들이 손수 내놓은 물품 1000여점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놓은 500만원 상당의 재고품이 손님들을 맞았다. 다양한 종류에 10만원을 넘는 고가품이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면서 많은 고객들로 바자회는 이틀 내내 북적댔다. 바자회는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 있었던 탈북자 김모(33)씨가 처참한 이민국 수용소안 생활을 폭로한 한통의 편지가 계기가 됐다. 김씨는 “수용소는 너무 비좁아 사람을 타고 넘어 용변을 보고, 변기를 목에 대고 자는 사람들도 있으며,1명뿐인 의사는 의사소통도 안 되고 주사나 처방 없이 단지 약만 던져주는 수준”이라면서 “방광 줄이 끊어져 호스를 낀 부위가 아프고 피고름이 계속 섞여 나오면서 호스 구멍을 자주 메워 소변보기도 어려웠지만 치료는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탈북과정에서 북송되어 고문을 당해 방광이 터지며 몸을 심하게 다쳤고, 사형집행 직전 극적으로 살아나 1만㎞ 탈북 대장정에 성공했으나 그를 맞은 것은 치료조차 불가능한 이민국 수용소였다고 전했다. 태국 수용소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위해 지난 3일 발족한 AIMS 등에 따르면 지난 4월24일 탈북자들이 조속한 한국행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뒤 ‘탈북자 잡아가기’는 더욱 심해졌다. 태국 정부에 붙잡힌 탈북자들은 1인당 약 1만 바트(약 30만원)의 벌금을 내거나 그 벌금 액수에 해당하는 날짜만큼 수용소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AIMS 서세진(29) 대표는 “4월 이후 정부지원이 끊기고 유엔과 한국대사관의 수용소 방문 루트도 닫혔다.”면서 “바자회를 통한 수익금 전액으로 생필품과 의약품을 구입해 29일 수용소 탈북자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모금계좌는 610-20-047082(제일은행).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신 ‘7대 불가사의’에 만리장성, 거대예수상등 선정

    세계 7대 불가사의가 인터넷투표에 의해 새롭게 선정됐다. 세계 신 7대 불가사의(New Seven Wonders of the World) 재단은 7일 중국의 만리장성,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 멕시코 치첸 이차의 마야 유적지, 로마의 콜로세움, 인도의 타지마할,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각각 신(新)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해 발표했다. 세계 불가사의로 선정된 각각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만리장성 진시황제가 흉노족에 칩입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구축했으며 총연장 6천 700km의 장벽이 동에서 서로 뻗어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인간 건설 구조물이다. ▲ 인도의 타지마할 ’마할의 왕관’이라는 뜻으로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 있는 궁전 형식의 묘역이다. 무굴 제국 황제 샤 자한이 왕비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애도해 1632년에서 1654년 사이에 지었다. ▲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 코르코바두 언덕 정상에 자리한 38m 높이의 거대 예수석상. 브라질인 에이토르 다 실바 코스타가 설계하고 폴란드계 프랑스 건축가 폴 란도프스키가 1931년 10월 12일 세웠다. ▲ 멕시코의 치첸 이차 피라미드 유카탄 반도에서 10~13세기에 번성했던 마야 제국의 도시 치첸 이차에 있는 계단식 파리미드. ▲ 페루의 마추픽추 페루 남부 쿠스코시의 북서쪽 우루밤바 계곡에 있는 잉카 유적지. 15세기 잉카 왕국에 의해 건설됐고, 궁전, 사원, 거주지 등으로 이뤄졌다. ▲ 로마의 콜로세움 서기 80년에 티투스 황제의 의해 완성된 거대한 원형 극장이다. 제정 로마 시대의 오락 시설로 쓰인 곳으로 검투사와 검투사, 검투사와 맹수의 처참한 싸움이 벌어졌다. ▲ 요르단의 페트라 요르단 남서쪽의 고대 산악도시로, 아랍 나바테아 왕국의 수도. 교역로의 교차 지점에 있어 사막의 대상로를 지배하며 번영을 누렸다. /나우뉴스 온라인뉴스팀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콩가루’ 한나라당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콩가루’ 한나라당

    “지난번에 정치자금을 사용(私用)한 것 때문에 구속까지 됐던 분”(한나라당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 “이 후보는 부정 선거해서 국회의원도 사퇴한 사람 아닌가. 지금 잣대로는 후보가 될 수 없는 사람”(한나라당 박근혜 캠프 서청원 상임고문)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오로지 경선 승리밖에 보이는 게 없다. 대선 승리는 경선 승리의 결과물 정도로 여긴다. 때문에 치졸한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고, 금도(襟度)를 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상대방을 회복 불능의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리고 말겠다는 생각뿐이다. 경선 후에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적’이란 생각을 굳힌 지 오래다. 한때 회자됐던 ‘살생부’ 차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과거의 동지가 오늘의 적인 셈이다. 오늘의 한나라당 현주소다. 시쳇말로 ‘콩가루’ 한나라당이다. 이 후보의 ‘전 재산 헌납설’ 공방도 볼썽사납다. 재산 헌납의 주체인 이 후보는 가만 있는데, 상대방 진영에서 재산 헌납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 경선후보측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일 “이 후보가 경선 승리를 위해 전 재산 헌납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게 도화선이다. 박 캠프측에서 이 얘기를 처음 한 건 아니다. 지난달 25일 핵심 측근이 인터넷매체 기자에게 “이 후보가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재산 헌납을 검토 중이고, 곧 선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산 헌납 카드가 실천에 옮겨질 경우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인 만큼 사전에 김빼기, 물타기하려는 전략적 측면이 배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후보측에선 당연히 펄쩍 뛸 일.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얘기라며, 급기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중앙선관위에 조사를 공식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후보가 재산 헌납을 하겠다고 선언하면 박 후보측에서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얕은 술책이라며 공박하는 게 정상적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은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수준 이하의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안쓰럽다.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정권창출에 실패하면 당 해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현역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생존할 확률도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소속 의원들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데도 행동은 딴판이다. 일부 의원은 (지지 후보가 질 경우) 분당까지 거론한다.1997년 신한국당 경선 때도 예비후보들간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사생결단식 진흙탕 싸움은 승자에겐 상처뿐인 영광이고, 현재 한나라당에 높은 지지를 보내는 민심도 결국 차갑게 등을 돌릴 것이다. 두 유력 주자의 줄 세우기, 편가르기 후유증이다. 당 중심모임이 더 이상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 캠프의 끊임없는 유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심모임 멤버인 권영세 최고위원은 “중간자적 입장에서 대선 본선만을 생각하고 싶은데 정말 힘들다.”고 토로한다. 모든 의혹은 그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 이것은 분명한 당위(當爲)이고 명제다. 대선 후보라면 더욱 그렇다. 또 중요한 게 있다. 승자와 패자가 함께 하는 포용의 문화, 승복의 문화는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점을 생각했으면 한다. jthan@seoul.co.kr
  • 패더러·나달 나란히 4강행…윔블던 2년 연속 결승 맞대결 관심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 1위·스위스)와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나란히 윔블던 4강에 올랐다. 이들은 결승에 가야 만나게 될 예정이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윔블던 우승트로피를 놓고 맞대결을 펼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더러는 6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8강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18위·스페인)를 3-1로 따돌리고 4강에 진출, 대회 5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페더러는 윔블던 33연승, 잔디코트 53연승을 기록했다. 페더러는 전날 1세트에서 5-5로 팽팽하게 맞서다가 비가 와 순연된 뒤 이날 재개된 경기에서 타이브레이크 끝에 7-6으로 첫 세트를 따냈다. 페더러는 2세트를 3-6으로 내주며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3·4세트를 각각 6-1,6-3으로 간단히 마무리하며 황제의 위용을 뽐냈다. 앞서 나달은 이형택(51위·삼성증권)을 32강에서 잡았던 강서버 토마스 베르디흐(11위·체코)를 3-0으로 완파했다. 나달은 16강전에서 미하일 유즈니(13위·러시아)와 치열한 접전 끝에 극적인 뒤집기를 한 탓인지 이날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힘들게 따냈지만 특유의 파워와 체력이 살아나며 2·3세트는 6-4,6-2로 보다 손쉽게 끝내 잔디코트에서의 선전을 이어갔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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