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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주택문제의 해결, 교통에서 답을 찾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2030 세대] 주택문제의 해결, 교통에서 답을 찾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19세기 말 유럽은 사회, 경제, 기술, 정치적으로 유례없이 번성했다 하여 벨 에포크 시대, 즉 ‘아름다운 시절’로 표현된다. 하지만 당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심 노동자 가족의 삶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도시계획가 피터 홀의 ‘내일의 도시’에는 당시 영국 런던을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썩어서 악취가 나는 한 방에서 두 가족이 거주하며, 천연두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에 노출돼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의 삶이 묘사된다. 전염병의 발생 원인을 찾는 역학조사가 그즈음 런던에서 시작됐으니, 예상 가능한 풍경이다. 당시 런던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는 빈곤층의 비율은 30~40%였으며, 이는 다른 유럽의 대도시, 그리고 뉴욕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고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일자리 인근에 살며 걸어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 제약 때문이었다. 다행히 20세기 들어서 이러한 문제는 급격히 해결됐는데, 그 실마리는 교통이었다. 20세기 초반 철도와 도로 등 교통망이 급격히 발달해 도심 외곽에 살더라도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확장된 도시들의 예가 도쿄 23구, 파리 20구 등이다. 서울의 역사도 이와 유사하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에 불과했던 서울의 면적은 20세기 중반 인접 5개 군 일부를 편입하며 약 5배에 가까운 면적 확장이 이루어졌다. 확장된 면적을 커버하기 위해 서울시는 강변도로와 한강다리를 짓기 시작했고, 지하철과 외곽순환도로 등을 만들며 교통혁신을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서로 한양도성 내에서 살고자 분투했을 것이며, 주거의 질은 벨 에포크 시절 노동자 가족의 삶과 같이 참혹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부분은 그런 ‘20세기 교통의 혁신’이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춰 가고 있다는 점이다. 강변도로, 남산터널, 지하철 건설, 한강교량 등 교통인프라는 대부분 20세기 중후반에 만들어지고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렇다 할 신규 교통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있더라도 1969년 한남대교는 3년 만에 준공됐는데, 2020년 월드컵대교는 11년이 지나 준공될 예정이니, 오히려 퇴보하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강남은 고인물과 같이 수십년째 가장 선호되는 주거지며, 주거지역의 층위는 딱히 변화될 여지가 안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 조금 더 창의적인 사고로 서울 및 수도권의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을 고민해 봐야 한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망 구축,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 구축, 경전철망 확대다. 한국의 대도시는 여전히 더 많은 교통인프라가 필요하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차량대수규제(COE)나 혼잡통행료(ERP) 정책 등으로 대중교통망 구축 예산을 마련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금 더 혁신적인 생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망을 만들며 확장해 나가는 우리나라 도시들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 작전 실패· 과거 마인드·IP 소홀… ‘대마 퀴비’ 폐업 이유 있었네

    작전 실패· 과거 마인드·IP 소홀… ‘대마 퀴비’ 폐업 이유 있었네

    “우리는 차세대 스토리텔링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로 퀴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사업을 끝낼 것이라고 발표하게 돼 가슴이 아픕니다”(제프리 캐천버그, 멕 휘트먼) 놀랍지만 놀랍지 않은, 갑작스럽지만 갑작스럽지 않은 기업의 부고(訃告)였다.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에서는 빅네임인 제프리 캐천버그 전 디즈니 및 드림웍스 최고경영자(CEO)와 멕 휘트먼 전 이베이 및 HP CEO의 실패 선언이었기에 큰 화제가 됐다. 주주와 직원들에게 폐업을 블로그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다. 퀴비는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이 큰 경영자가 만나 사업을 만들기도 전에 대규모 펀딩을 받아 시작한 회사로, 퀄리티 높은 짧은 동영상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과 워너브러더스, NBC 등 기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있었다. 기존 스타트업이 가질 수 없는 많은 자산을 갖고 시작했는데도 퀴비는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종료 및 폐업이라는 기록을 만든 기업(서비스)이 됐다. 과거에 ‘가진 것’, ‘누린 것’이 짐이 되는 시대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크고 낡으면 실패한다.그렇다면 퀴비란 무엇인가? 퀴비(Quibi)란 짧고 빨리 먹는다는 의미의 퀵 바이트(Quick bite)의 조어로 만든 회사로 5~10분짜리 짧은 동영상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회사다. 퀴비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시간당 6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높은 퀄리티와 새로운 포맷으로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 서비스 이용자까지 잡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시장에 진입했다. 스티브 스필버그, 샘 레이미 등 할리우드 레전드급 감독과 리스 위더스푼, 덴절 워싱턴 등 블록버스터에나 등장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를 상영했다. TV가 아닌 스마트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타깃도 18~34세 밀레니얼 및 Z세대에게 맞췄다. ‘뉴스’도 준비했는데 아침과 저녁 2개의 NBC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스마트폰 미디어답게 ‘턴 스타일’이란 기술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보면 가로 형태로 화면이 보이고 세로로 세우면 연기하는 배우들을 세로로 볼 수 있는 기술이었다. 가격은 한 달 4.99달러(광고 없는 버전 7.99달러)로 디즈니의 디즈니+(Disney+), 애플 TV+, HBO MAX와 경쟁하려고 했다.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4가지가 있어야 한다. 자본, 창업가, 신기술 그리고 네트워크. 퀴비는 이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폐업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은 타이밍을 놓치고 작전도 실패했다. 사업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퀴비는 출시되자마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악재를 만나고 소비자들이 자택격리돼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악재를 만났다. 제프리 캐천버그는 폐업 선언 블로그에서 “퀴비는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디어가 독립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수용할 만큼 강력하지 않았거나 타이밍 때문일 수 있다. 퀴비를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출시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다른 기업들은 전례 없는 도전에 길을 찾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하지만 ‘타이밍’보다 ‘작전 실패’란 평가가 많다. 같은 기간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NBC유니버설은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을, AT&T는 HBO맥스를 새로 시작했다. CBS올억세스는 ‘파라마운트 플러스’로 이름을 바꿨다. 퀴비의 가설은 “모바일 온리 형식으로 HBO급 영화, 드라마를 보는 수요가 있을 것이다”였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도 짧게 퀄리티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나 미국 뉴욕 등 대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던 순간에도 퀴비는 선택받지 못했다. 이용자는 집에서 TV로 ‘넷플릭스’를 보고, 이동하면서도 넷플릭스의 모바일 버전을 보길 원했다. 콘텐츠가 월 5~8달러를 청구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았다. 둘째로 90년대 마인드로 2020년 서비스를 했다. 퀴비는 단숨에 소비할 수 있는 퀄리티 드라마를 추구했다. 경쟁자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로 설정했다. 시간당 60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고급 콘텐츠들을 공개했다. 고품질이지만 모바일로 보기엔 길고 포맷도 대화면 TV에 최적화돼 있다고 판단한 것. 디즈니 제작자 시절 ‘인어공주’와 ‘라이언 킹’으로 회사를 일으키고 드림웍스를 창업한 후 ‘이집트의 왕자’와 ‘슈렉’으로 회사를 성공시킨 경험을 가진 제프리 캐천버그 창업자는 1990년대의 전설이었다. 그는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면 소비자가 환호할 줄로 알았다. 캐천버그는 그동안 쟁쟁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경쟁,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서비스를 시작하니 실제 경쟁자는 기존 업체가 아닌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과 같은 소셜미디어 콘텐츠였다. 퀄리티는 낮을 수 있으나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재미있는 동영상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틱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매각’ 명령을 받았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더구나 퀴비엔 시청자가 영상을 퍼뜨릴 수 있는 ‘공유’ 기능이 없었다. 모바일은 공유가 기본적인 서비스. 공유 기능이 없으니 ‘입소문’을 타기도 어려웠다. 과거 성공이 미래를 약속해 주지 않지만 그의 ‘성공 경험’은 실패의 원인이었다. 성공 경험은 자만으로도 나타났다. 캐천버그는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Z세대를 잘 모르지 않나”란 질문에 “나는 당신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 일을 했다”(I‘ve been doing this before you all were fucking born)고 대답,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이해하지 못하고 모바일 기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이끄는 회사”였다고 혹평했다 셋째 실패 원인은 없는 문제를 만들어 풀려 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회사)이다. 퀴비는 숏폼(shortform) 모바일 동영상 시장을 개척하려 했고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가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하지 못해 기업이 영속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숏폼 플랫폼은 소비자들이 원치 않는 것을 보인다. 숏폼이 실패한 것은 퀴비가 처음이 아니다. 버라이즌이 투자하고 공격적으로 사업했던 ‘Go90’은 2018년 운영 3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제작자의 지식재산권을 풀려 했던 퀴비는 그 문제 때문에 폐업에 이르게 됐다. 현금이 떨어지고 가입자가 급격히 이탈하자 매각에 나섰다. 애플, 페이스북, 워너미디어 등이 퀴비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퀴비 인수를 추진하던 기업들은 ‘저작권’ 때문에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 퀴비는 외주 제작사와 독특한 저작권 계약을 했기 때문. 외주 제작사가 퀴비에 프로그램을 공급한 지 2년이 지나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공급할 수 있게 하고 7년이 지나면 아예 저작권을 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외주 제작자에게 혜택을 줘서 플랫폼 역할을 하고자 한 시도였다. 하지만 인수를 추진한 기업 입장에서 퀴비는 ‘깡통’ 기업과 같았다. 콘텐츠 기업의 핵심은 지식재산권인데 이를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퀴비는 ‘턴 스타일’이라는 기술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가로, 세로 방향에 맞춰 동영상이 변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에 대해 인터랙티브 비디오 회사인 에코(Eko)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헤지펀드 ‘엘리엇’이 소송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주기로 하면서 소송의 판이 커졌다. 턴 스타일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엇갈렸다. 열광하는 소비보다 어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술이 아니었던 것이다. 퀴비는 이처럼 없는 문제를 만들어 해결하려다 외면을 받게 됐다. 이처럼 퀴비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2020년대는 크고 많이 가진 것보다 민첩하고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무덤에 묻혔다. 더 밀크 대표
  • 소통 잊은 사람들, 세계가 멈추자 모두가 침묵했다

    소통 잊은 사람들, 세계가 멈추자 모두가 침묵했다

    2022년 디지털 붕괴된 뉴욕 배경 소설이웃들과 안면 트지만 공허한 소통뿐 코로나로 뉴욕 봉쇄 직전에 작품 완성네트워크 속 단절된 현대인들에 경종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는 재난이 상존하는 도시에 살고 있다. 그 결과 비대면, 언택트라는 말이 유행할 만치 서로가 서로에게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한편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한다. 그런데 반대로, 물리적 만남은 가능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는 붕괴된 세계에 살게 된다면 어떨까. 랜선 만남에 더욱 특화된 현대인들은 견딜 수 있을까. ‘침묵’은 2022년 디지털 네트워크가 붕괴된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토머스 핀천, 코맥 매카시 등과 함께 미국 포스트모던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히며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돈 드릴로의 최신작이다. 책은 출간 몇 달 전부터 팬데믹이 야기한 고립과 단절에 대한 선견지명을 담아냈다는 평으로 화제가 됐다. 드릴로는 2018년 “맨해튼의 텅 빈 거리에 대한 비전”으로 시작한 이 소설을 코로나19로 뉴욕이 봉쇄에 들어가기 몇 주 전에 완성했다고 밝혔다.소설은 2022년 슈퍼볼이 열리는 2월의 첫 일요일, 원인 모를 재난으로 모든 통신 및 전자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짐과 테사 부부는 프랑스 파리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착륙 직전 비행기 사고를 당했다.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이들 부부를 기다리던 다이앤, 맥스 부부와 다이앤의 옛 제자이자 고등학교 물리학 교사인 마틴에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슈퍼볼 경기가 시작되려는 찰나, 텔레비전 화면이 먹통이 되고 휴대폰, 집전화, 노트북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인 것이다.책은 전대미문의 재난에 마주해 거시적으로 상황을 조망한다기보다는 이 다섯 사람에게 집중한다. 비행기 사고 끝에 친구의 집으로 간 짐과 테사는 사고 충격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인 데다 한밤중에 전기도 끊긴 터라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맥스는 상황을 알아보려고 이웃들과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거리를 돌아다니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마틴은 아인슈타인의 원고에서 인용한 문장들을 비롯해 온갖 말들을 쉬지 않고 쏟아 놓지만 앞뒤 맥락도, 듣는 이도 없다. ‘침묵’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모두가 떠들고 있지만 공허한 소통이기에 ‘침묵’과 다를 바 없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유례없이 가깝게 연결해 놓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도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역설적 단절을 초래했다. 그러나 ‘침묵’은 이러한 혼란에 대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넌지시 말한다. 늘 메모를 멈추지 않는 테사의 행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비행기 사고에 맞닥뜨린 테사는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는 거 잊지 말아야 해.”(50쪽) 맨해튼의 친구 부부 집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단순한 육체적인 것들을 챙겨야 해. 만지고, 느끼고, 물어뜯고, 씹고. 몸은 그 나름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129쪽) 테사는 우리에게 무형의 세계에서 유형의 것들을 늘 돌보고 살펴야 한다는 진실을 전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식당까지 전부 닫아라… 재봉쇄령에 글로벌 증시 ‘와르르’

    식당까지 전부 닫아라… 재봉쇄령에 글로벌 증시 ‘와르르’

    美 다우존스30, 3개월 만에 최대 폭락 영국 -2.55 독일 -4.17 프랑스 -3.37 ‘출렁’국내 수출 타격 우려… 4분기 회복 ‘빨간불’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봉쇄 조치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3분기 역성장 탈출의 ‘공신’이었던 수출이 주저앉을 경우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제는 다시 빨간불을 켤 수밖에 없다. 29일(한국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2~4%대 하락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43% 떨어진 2만 6519.9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월 11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각각 3.53%와 3.73% 하락하는 등 뉴욕 3대 지수 모두 큰 폭으로 빠졌다. 앞서 영국 FTSE100(-2.55%)과 독일 DAX30(-4.17%), 프랑스 CAC40(-3.37%) 등도 출렁였다. 이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도 전날보다 18.59포인트(0.79%) 내린 2326.67에 마감했다. 이날 금융시장의 충격은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봉쇄령을 발령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30일 0시부터 최소 한 달간 전역에 봉쇄 조치를 취한다. 식당과 주점 등 비필수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도 다음달 2일부터 한 달간 요식업종과 영화관, 공연장 등 여가 시설의 문을 닫는 부분 봉쇄에 들어간다. 미국도 시카고가 식당 실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봉쇄를 확대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럽과 미국의 봉쇄령이 강화되면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내성이 생겨 지난 4~5월만큼의 충격은 아닐 걸로 예상된다. 정부가 수출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은 올 3분기 경제성장률 1.9% 반등을 이끈 주역이다. 2분기 -16.1%를 기록했던 수출은 3분기 15.6%로 뛰어 1986년 1분기(18.4%)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4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 가려면 수출의 힘이 필요하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부문 의존도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성장률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던 외부 수요가 4분기엔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업황 BSI는 74로 한 달 전보다 10포인트 올랐다. 2009년 4월(+11포인트)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하는 BSI는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는 응답이, 100보다 작으면 나쁘다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남혜경 작가 초대전 ‘비와 당신의 이야기’ 다음달 5일부터

    남혜경 작가 초대전 ‘비와 당신의 이야기’ 다음달 5일부터

    남혜경 작가의 14번째 초대전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다음달 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역 카페 아이해브어드림에서 열린다. 이 전시회는 그룹 부활 가수 김재희 씨의 스케치와 함께 30여 점의 연필스케치 및 10여 점의 유화 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비를 그리는 작가가 인물 스케치 작업을 하면서 만들어낸 이야기를 관객들과 소통한다. 남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백석대학원 기독교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Wallingford Community Arts Center(PA, USA)’ 정기공모전 이등상,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13번째 개인전을 ‘Gallery Artifact 뉴욕’에서 가졌다. 전시 관계자는 “일명 ‘빗방울 작가’라고 불리는 남 작가는 창조주께서 내려준 은혜의 단비를 소재로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을 펼치는 재미 작가”라며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터치처럼 하나님의 형상들을 연필로 담아내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美 5세 여아 살인범, 46년 만에 찾아… “범인 DNA 보관 덕분”

    美 5세 여아 살인범, 46년 만에 찾아… “범인 DNA 보관 덕분”

    46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았던 미제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밝혀졌다. 수십 년 동안 보관되고 관리돼왔던 DNA 데이터 덕분이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46년 전인 1974년 2월 5일, 몬태나주에 살던 시오반 맥기네스(당시 5세)는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집 근처 고속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뒤 칼에 찔려 사망했다고 결론 내리고 범인을 찾아 헤맸지만 오래도록 범인은 검거되지 않았다. 사건을 담당해 온 몬태나주 미줄라 카운티 경찰서 측은 오랫동안 사건을 쫓던 중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데이비스를 주시해왔으나 그가 과거 유죄 판결 또는 다른 범죄의 혐의를 받지 않았던 탓에 범행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경찰은 미줄라주에 거주했던 리차드 윌리엄 데이비스라는 남성의 차량이 사건 당시 목격된 차량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용의자로 지목하고 재수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용의자인 데이비스는 34세였던 사건 당시, 피해 소녀가 살해된 지역을 여행하던 여행객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채취했고, 무려 46년 간 사건 해결을 위해 이를 보관해 왔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용의자의 가족으로부터 샘플을 받은 뒤 46년간 보관했던 DNA와 비교했고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범인으로 확인된 데이비스는 2012년 70세의 나이로 사망해 법의 심판은 받을 수 없게 됐다.경찰은 “우리는 DNA 증거 외에도 살해 당시 데이비스의 차량과 그의 신체적 특징이 목격자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여행 도중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이 남성은 유유히 범죄 현장에서 사라진 뒤 평범한 남편이자 네 딸의 아버지, 할아버지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비스의 사망 당시 부고 기사에 따르면,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며 야외활동을 즐기고 동물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서 “그의 범죄에 대해 재판을 할 수는 없게 됐지만, 범인을 밝힘으로써 피해자와 가족이 치유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해 소녀의 아버지는 “범인을 찾았다는 사실과 오랫동안 보관돼 온 범인의 DNA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면서 “범인의 DNA 증거는 오랫동안 오염되지 않은 채 보관돼 왔다. 이것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마스크 쓰라 했다고 칼부림…마트 경비원 찌른 美 자매 체포

    마스크 쓰라 했다고 칼부림…마트 경비원 찌른 美 자매 체포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마트 경비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18세·21세 자매가 경찰에 체포됐다. CNN 등 현지 언론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리노이주의 한 마트를 찾은 제시카 힐(18)·자일라 힐(18)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32)의 제지를 받았다. 당시 경비원은 힐 자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해 달라고 권유했지만 자매는 이를 무시했다. 이에 경비원이 마트 출입을 제지하려 하자 힐 자매와 경비원 사이에 말싸움이 발생했고 이는 곧 몸싸움으로 번졌다. 격분한 힐 자매 중 언니인 제시카가 먼저 흉기를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내 경비원의 등과 목, 팔 부위 등을 27차례나 찔러 자상을 입혔다. 언니가 흉기를 휘두르는 동안 동생인 자일라는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난동은 끝이 났고,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자상이 심한 탓에 오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흉기를 휘두르고 이를 도운 자매는 경미한 열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경찰은 현재 두 사람을 1급 살인미수로 기소했으며, 보석 없이 구금된 상태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다면 13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충고를 내놨지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관련 규제는 주(州)마다 제각각이다. 뉴욕주의 경우 마스크 미착용시 엄격하게 처벌하지만,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주도 많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27일 기준, 7만 32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됐으며, 29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910만 2031명, 사망자는 23만 2917명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주미 한국공관 “미 대선 후 테러 가능성” 경고… 중국·일본 공관은

    주미 한국공관 “미 대선 후 테러 가능성” 경고… 중국·일본 공관은

    미국 뉴욕주재 총영사관 등 미국 주재 공관들이 27일(현지시간) 미 대선을 전후로 각종 테러와 폭력 소요사태, 코로나19에 의한 증오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교포들과 재외 국민의 각별한 신변 안전을 당부했다. 주미 공관이 미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내용의 안내문을 일제히 공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 간 잇단 충돌하고, 민간 무장단체의 미시간 주지사 납치 음모 사건 등이 발생하고, 미국 내에서 총기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대선 이후 정국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주미 공관들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뉴욕 총영사관은 이날 웹사이트에 ‘미 대선 전후 신변안전 유의 안내문’을 게재했다. 뉴욕 총영사관은 지난 25일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물리적 충돌을 빚은 사건을 언급한 뒤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과열 선거 양상을 띠고 있고 폭력적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까지 우리 국민에 대한 구체적 위협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일부 (미국) 언론 등에서는 선거일 전후 과격시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시애틀·LA 총영사관도 미국 대선 전후로 각종 시위가 예상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 혐오범죄 발생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신변안전을 당부했다. 시카고 총영사관의 웹사이트에는 이런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뉴욕 주재 중국 및 일본 총영사관의 홈페이지에는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자국민에게 신변 안전을 유의하라는 자국어 안내문이 올라와 있지 않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출산 진통 중 투표소 들른 美 임산부…”투표 전엔 병원 안 가!”

    출산 진통 중 투표소 들른 美 임산부…”투표 전엔 병원 안 가!”

    대선을 일주일 앞둔 미국에서 투표장에 가기 위해 출산을 거부한 임산부의 사례가 알려졌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한 여성은 이날 오후, 사전투표의 일종인 우편투표용지를 신청하기 위해 거주지인 플로리다 올랜도의 관계 부처를 찾았다. 남편이 용지를 가지러 간 사이 아내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당시 상황은 이미 진통이 시작된 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병원이 아닌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는 관공서로 향했고, 남편이 자신의 투표용지까지 대신 받는 내내 차 안에서 진통을 참고 기다렸다. 소식을 접한 선거감독관 소속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일부는 임산부에게 먼저 병원으로 가 출산을 마친 뒤 투표를 하라고 권했지만, 임산부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편이 차량으로 다시 돌아와 투표용지를 건넸고, 이후 부부는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진통을 감내하고 ‘무사히’ 관공사 주차장 부근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투표를 마친 부부는 곧바로 올랜도의 한 병원으로 향했고,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랜도 카운티 선거감독관 조기투표 관련 부서의 엘린 델리즈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임산부가 출산을 미루면서까지 투표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청에 기뻤다”면서 “대선 일정이 시작된 뒤 일과가 매우 바뿌지만, 이런 일은 우리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입증해준다”고 전했다. 한편 진통이 시작된 임신부가 거주하는 플로리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패를 가를 6개 경합주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의 결과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바뀔 수 있는 만큼 투표율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 연방판사 “트럼프 성폭행 명예훼손에 법무부 피고 될 수 없다”

    미 연방판사 “트럼프 성폭행 명예훼손에 법무부 피고 될 수 없다”

    미국 연방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미국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변호하려는 노력을 좌절시켰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고는 1990년대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에서 트럼프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칼럼니스트 E 진 캐롤(76)이다. 캐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제기한 혐의를 딱 잡아떼면서 자신이 “총체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해 자신의 명예를 깎아내렸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피소된 연방정부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토르트 법(Tort Claims Act)’을 근거로 들며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변호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난 루이스 카플란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해당 법이 규정한 공직자에 대통령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은 지난해 11월 뉴욕주 법원에서 시작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개인 변호사인 마크 카소위츠를 기용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법무부는 이 소송을 연방법원으로 끌고 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격으로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변호에 나서려고 한 것이다. 카플란 판사는 61쪽이나 되는 판결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취임하기 수십년 전의 성폭행 혐의가 제기된 것을 우려하고 그 의혹이 미국의 공적 임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여성잡지 엘르의 상담 칼럼을 기고했던 캐롤은 이날 판결 이후 성명을 내 “도널드 트럼프가 날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날 거짓말쟁이라고 불렀을 대 그는 미국을 대신해 말한 것이 아니었다. 난 카플란 판사가 이런 기본적인 진실을 인정해 줘 기쁘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 로버타 카플란은 이제 소송은 연방법원에서 다투게 됐다며 “그 잔인하고 개인적인 공격은 대통령이란 공직에 어울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에게 DNA 샘플을 제출해 캐롤이 성폭행 당했을 때 입었던 디자이너 도나 카란의 검정색 드레스에 묻어 있던 물질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자고 요청했다. 캐롤은 1995년 말 아니면 이듬해 초 버그도프 굿먼 백화점을 쇼핑하다 트럼프와 만났으며 그가 다른 여성에게 사줄 린제리를 골라달라고 한 뒤 농담 조로 한 번 입어보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해서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트럼프가 탈의실에 들이닥쳐 벽에 밀어붙인 뒤 겁탈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완전히 드잡이”를 벌여 겨우 빠져나왔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당시 50대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부인 마를라 메이플스와 지내던 때였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개 석상에서 부인해왔는데 캐롤이 “완전히 거짓”을 말하고 있으며 “내 타이프도 아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단독 인터뷰] “기억 흐려져 단어 찾는 데 5분… 바로 쓸 말 찾는 건 축복”

    [단독 인터뷰] “기억 흐려져 단어 찾는 데 5분… 바로 쓸 말 찾는 건 축복”

    68세 신장암 수술한 이후 3~4년간 투병최근 치매 경고받아 명사 찾기가 힘들어한 달에 300매 썼는데 최근엔 절반으로개념→용어 사전 없어 딸 도움 받아 집필행복한 노년의 삶은 나도 어찌할 바 몰라다만 나를 다스리며 죽음을 바라보는 것이문열(李文烈), 이름(글월 문, 매울 열)부터 문학적으로 압도한다. 문필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대학 시절, 그의 책들을 읽으며 사유의 폭을 키웠다. 위로를 받았고, 글이 주는 기쁨에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젊은 날의 초상’은 젊은 날의 방황을 어루만졌고, ‘사람의 아들’은 인문학의 깊이를 더했다. ‘시인’은 최고의 문장과 완벽한 구성으로 독서의 참맛을 알게 했다. ‘이문열’은 시간이 지나면서 머릿속에서 윤색됐다. 대학 졸업 후 20여년이 흐른 지난 15일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을 찾았다. 고희를 훌쩍 넘긴 그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교정을 많이 해요. 내 평생에 다시 교정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 교정이라 생각하고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비춰 봐도 쓴 글을 다시 고치는 게 쉽진 않던데요. “최근 ‘사람의 아들’ 서문을 다시 썼는데, 쓰는 데 20일 걸렸어요. ‘초한지’ 재판 서문은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은 글인데도 한 일주일 시달린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예순여덟에 신장암 수술을 하고 3~4년 앓고 헤맸고, 요즘 치매 경고도 받고….” -충격적인데요. 작가님과 치매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기억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특히 명사가 심각해요. 별것도 아닌 명사들이 떠오르질 않아요. 그게 막히면 글도 못 쓰죠.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참고서든 기계든 용어에서 개념으로 가는 건 많은데, 개념에서 용어로 가는 건 없어요. 인터넷에 우울을 치면 우울의 뜻이 바로 나옵니다. 그런데 해는 지려 하고 날씨도 그렇고 서글프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우울을 알려주는 기계가 없어요. 그 단어를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죠. 개념화하고 부풀려가는 사고 과정도 전만 같지 않아요. 예전엔 자연적으로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기억하고 있던 인용들도 마음대로 인용하지 못하고. 집사람은 사람들에게 치매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해요. 들키면 사람들한테 치매 취급당한다고. 들키나 안 들키나 사실이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단어가 막힐 땐 어떻게 하세요. “그 말을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요. 주로 딸에게 전화하는데, 그 말을 알게 되기까지 빨라야 5분 걸려요. 글을 쓸 때면 보통 1시간에 그런 일이 4~5번 반복되는데, 30분 정도가 그냥 날아갑니다. 그때그때 즉각 떠오르는 건 정말 큰 축복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시는군요. “읽고 쓰는 게 업이나 보니…. 몇 살까지 살지 모르겠지만, 세상사 비춰 보니 한 10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80년대엔 매달 평균 원고지 300매 정도를 발표했습니다. 1년에 3000매 정도 되죠. 두툼한 소설 두 권 분량인데, 그렇게 지금까지 60권의 책을 냈습니다. 근데 최근 6년 완고 목표로 연재물을 시작했을 때 한 달에 150매로 계약했습니다. 과거 300매에서 절반으로 확 줄였는데도 1년 반 만에 접었습니다. 중도하차 때까지 매달 150매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최대로 쓴 게 147매였고, 72매를 겨우 쓴 적도 있죠. 능력이 예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젠 원고 집필 시간도 배로 계산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내년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이런 변화가 사람을 자꾸 억누르니까 아주 울적합니다.” 치매 얘기로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진 듯했다. 그의 작품으로 화제를 돌렸다. 대학 때 ‘시인’을 읽고, 사람이 쓸 수 없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시인’을 좋다고 한 독자는 정말 드물게 만났다”며 좋아했다. “‘시인’은 자부심을 갖고 쓴 글인데, 생각보단 국내에서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판매도 보잘 것 없고, 평론도 정식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근데, 외국 번역판은 ‘시인’이 굉장히 많아요.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17개국에서 번역돼 나왔습니다.” -다른 안타까운 작품들도 있나요. “내가 다시는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냈던 작품들 중 빛을 못 본 게 ‘시인’과 ‘아가’, ‘호모 엑세쿠탄스’예요. ‘아가’도 상당히 자부심 갖고 냈는데, 평론조차 하나 없습니다. ‘호모 엑세쿠탄스’도 어떤 작품보다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고, 그런 걸 상상하고 구상해서 쓰는 사람을 못 봤는데…. 근간 인용문 중 원고지 300매 분량을 덜어내고 새로 내려 합니다.” -작가님과 같은 글을 쓰려면 어느 정도 각오로 노력해야 할까요. “어떤 것들은 노력해서 되는 게 있는 것 같고, 어떤 것들은 학습이나 단련과 무관하게 종합적인 계기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내 감흥과 내 기억과 내 정서가 맞아떨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글이 쭉 이어져 나온다고 할까요.” -예를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시인’을 쓸 때 시경이나 한시, 중국 시론 같은 걸 엮어 놨는데, 그건 내가 공부한 게 아닙니다. 예전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게 박혀 있다가 글을 쓰는 순간 튀어나와 줄줄이 연결됐습니다. 죽은 김현 선생이 아주 좋아한 ‘황제를 위하여’나 ‘금시조’에 담긴 시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그 시들을 외웠는지 모르겠는데, 필요할 때마다 인용해서 쓸 수 있게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글의 인연이나 기억의 인연인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것들은 지나쳐 들었는데도 굉장히 강하게 박혀 있다가 필요할 때 탁탁 튀어나왔습니다. 반면, ‘사람의 아들’은 노력의 산물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최초 단편에서 자라나는 책입니다. 시간을 갖고 되풀이해서 만지고, 보완도 여러 번 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가서 참고가 될 만한 책도 사오고 했습니다.” -작가님께선 어떠한 삶이 노년의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글쎄, 그걸 모르겠어요. 다 잘 아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노년의 행복한 삶을 물으니 묵직하게 다가오는데, 나도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으니…. 다만 학문적인 감상 중에 ‘비추’(悲秋)라는 게 있어요. 요즘은 그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아요. 이 가을하고, 내 인생의 가을하고 연관되면서. 근래 3, 4년은 생의 마감을 생각했어요. 인생 칠십, 고래희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매양 죽음은 나와 관계없다, 나는 안 죽을 사람처럼 말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부터 어떤 인연으로 죽든지 간에 불행한 사고로 죽진 않을 거고, 억울한 마음도 없을 거라고 나를 다스리며 죽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중천의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정원으로 나왔다. 이 작가는 인근 산을 가리키며 “매일 저 산을 오르며 만보를 걷는다”고 했다. 먼 산 주위로 노을이 짙어져 갔다. 그는 비추의 감상에 젖은 듯했다. “내게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말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분한 기대 같아요. 말의 효과가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 시대는 말이 이상하게 망해 버렸습니다. 평생 말을 다루고 말의 효용과 활용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이런 시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말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논리도 뒤집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움이 못 돼 미안할 뿐입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이문열(李文烈) ▲1948년생. 안동고 중퇴. 서울대 국어교육과 중퇴 ▲197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변경’, ‘시인’, ‘호모 엑세쿠탄스’ 등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중앙문화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21세기문학상, 호암예술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동리문학상 수상.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은관문화훈장
  • ‘대법 보수화’ 완성한 트럼프… 막장 대선 드라마 시작되나

    ‘대법 보수화’ 완성한 트럼프… 막장 대선 드라마 시작되나

    52대48로 통과… 151년 만에 소수당 첫 0표각 지지층 결집 속 대법 놓고 전쟁 가능성배럿 “양당·개인적 호불호 없이 일할 것”해리스 “6200만명 투표 속 인준 강행 야비”대선이 불과 1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26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대법원의 보수화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대선의 개표 과정에서 혼란이 불거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22일 법사위를 거친 배럿 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2,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내 이탈표는 수전 콜린스(메인주) 의원이 유일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해 151년 만에 처음으로 소수 정당으로부터 찬성을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인준 사례가 됐다.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인 배럿 대법관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승자가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 판사의 대법관 지명을 강행했고, 불과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인준이 처리됐다.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배럿 대법관의 취임 선서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중대한 날”이라며 “학령기 아이들의 엄마가 처음으로 대법관이 된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럿 대법관은 같은 자리에서 “오늘 밤 엄숙한 선서의 핵심은 (특정 집단에 대한)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또 양당이나 개인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내 일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원 보수화도 최종적으로 완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미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했다. NBC 방송은 이날 인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며 낙태, 총기규제, 의료보험 등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법관 인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미칠 영향이다. 배럿 대법관이 논란이 예상되는 대선 우편투표의 접수·개표기한 연장 관련 사건에 참여할 경우 선거 결과까지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도 이미 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대선 결과는) 결국 대법원에 갈 것”이라며 “우리가 대법관 9명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00년 대선 때 승부의 추가 된 플로리다 재검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5대4로 재검표를 막으면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전례가 있다. 배럿의 인준 강행이 향후 더 큰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소수 정당으로부터 단 한 표의 찬성도 얻지 못한 채 인준된 것은 151년 만에 처음”이라며 “대법관 공천 전쟁이 얼마나 격렬해졌는지 보여 주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대법관 정원을 늘려 진보성향 대법관을 절반 이상으로 만들자는 민주당 일각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아직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공화당은 코로나19 부양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대법원 지명자를 밀어 넣는 것을 선택했다. 6200만명 이상이 이미 투표를 한 상황에서 말이다”라며 “야비하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단독 인터뷰] 이문열 “기억 흐려져 단어 찾는 데 5분…바로 쓸 말 찾는 건 큰 축복”

    [단독 인터뷰] 이문열 “기억 흐려져 단어 찾는 데 5분…바로 쓸 말 찾는 건 큰 축복”

    이문열(李文烈), 이름(글월 문, 매울 열)부터 문학적으로 압도한다. 문필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대학 시절, 그의 책들을 읽으며 사유의 폭을 키웠다. 위로를 받았고, 글이 주는 기쁨에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젊은 날의 초상’은 젊은 날의 방황을 어루만졌고, ‘사람의 아들’은 인문학의 깊이를 더했다. ‘시인’은 최고의 문장과 완벽한 구성으로 독서의 참맛을 알게 했다. ‘이문열’은 시간이 지나면서 머릿속에서 윤색됐다. 대학 졸업 후 20여년이 흐른 지난 15일 경기 이천시 부악문원을 찾았다. 고희를 훌쩍 넘긴 그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교정을 많이 해요. 내 평생에 다시 교정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 교정이라 생각하고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비춰 봐도 쓴 글을 다시 고치는 게 쉽진 않던데요. “최근 ‘사람의 아들’ 서문을 다시 썼는데, 쓰는 데 20일 걸렸어요. ‘초한지’ 재판 서문은 원고지 10매 분량의 짧은 글인데도 한 일주일 시달린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예순여덟에 신장암 수술을 하고 3~4년 앓고 헤맸고, 요즘 치매 경고도 받고….” -충격적인데요. 작가님과 치매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기억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특히 명사가 심각해요. 별것도 아닌 명사들이 떠오르질 않아요. 그게 막히면 글도 못쓰죠.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참고서든 기계든 용어에서 개념으로 가는 건 많은데, 개념에서 용어로 가는 건 없어요. 인터넷에 우울을 치면 우울의 뜻이 바로 나옵니다. 그런데 해는 지려하고 날씨도 그렇고 서글프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하면 우울을 알려주는 기계가 없어요. 그 단어를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죠. 개념화하고 부풀려가는 사고 과정도 전만 같지 않아요. 예전엔 자연적으로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군요. 기억하고 있던 인용들도 마음대로 인용하지 못하고. 집사람은 사람들에게 치매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해요. 들키면 사람들한테 치매 취급당한다고. 들키나 안 들키나 사실이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단어가 막힐 땐 어떻게 하세요. “그 말을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물어요. 주로 딸에게 전화하는데, 그 말을 알게 되기까지 빨라야 5분 걸려요. 글을 쓸 때면 보통 1시간에 그런 일이 4~5번 반복되는데, 30분 정도가 그냥 날아갑니다. 그때그때 즉각 떠오르는 건 정말 큰 축복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시는군요. “읽고 쓰는 게 업이나 보니…. 몇 살까지 살지 모르겠지만, 세상사 비춰보니 한 10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80년대엔 매달 평균 원고지 300매 정도를 발표했습니다. 1년에 3000매 정도 되죠. 두툼한 소설 두 권 분량인데, 그렇게 지금까지 60권의 책을 냈습니다. 근데 최근 6년 완고 목표로 연재물을 시작했을 때 한 달에 150매로 계약했습니다. 과거 300매에서 절반으로 확 줄였는데도 1년 반 만에 접었습니다. 중도하차 때까지 매달 150매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최대로 쓴 게 147매였고, 72매를 겨우 쓴 적도 있죠. 능력이 예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젠 원고 집필 시간도 배로 계산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내년이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이런 변화가 사람을 자꾸 억누르니까 아주 울적합니다.” 치매 얘기로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진 듯했다. 그의 작품으로 화제를 돌렸다. 대학 때 ‘시인’을 읽고, 사람이 쓸 수 없는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시인’을 좋다고 한 독자는 정말 드물게 만났다”며 좋아했다. “‘시인’은 자부심을 갖고 쓴 글인데, 생각보단 국내에서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판매도 보잘 것 없고, 평론도 정식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근데, 외국 번역판은 ‘시인’이 굉장히 많아요.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17개국에서 번역돼 나왔습니다.” -다른 안타까운 작품들도 있나요. “내가 다시는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냈던 작품들 중 빛을 못 본 게 ‘시인’과 ‘아가’, ‘호모 엑세쿠탄스’예요. ‘아가’도 상당히 자부심 갖고 냈는데, 평론조차 하나 없습니다. ‘호모 엑세쿠탄스’도 어떤 작품보다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고, 그런 걸 상상하고 구상해서 쓰는 사람을 못 봤는데…. 근간 인용문 중 원고지 300매 분량을 덜어내고 새로 내려 합니다.” -작가님과 같은 글을 쓰려면 어느 정도 각오로 노력해야 할까요. “어떤 것들은 노력해서 되는 게 있는 것 같고, 어떤 것들은 학습이나 단련과 무관하게 종합적인 계기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내 감흥과 내 기억과 내 정서가 맞아떨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글이 쭉 이어져 나온다고 할까요.” -예를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시인’을 쓸 때 시경이나 한시, 중국시론 같은 걸 엮어 놨는데, 그건 내가 공부한 게 아닙니다. 예전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게 박혀 있다가 글을 쓰는 순간 튀어나와 줄줄이 연결됐습니다. 죽은 김현 선생이 아주 좋아한 ‘황제를 위하여’나 ‘금시조’에 담긴 시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그 시들을 외웠는지 모르겠는데, 필요할 때마다 인용해서 쓸 수 있게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글의 인연이나 기억의 인연인지도 모르겠는데, 어떤 것들은 지나쳐 들었는데도 굉장히 강하게 박혀 있다가 필요할 때 탁탁 튀어나왔습니다. 반면, ‘사람의 아들’은 노력의 산물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최초 단편에서 자라나는 책입니다. 시간을 갖고 되풀이해서 만지고, 보완도 여러 번 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가서 참고가 될 만한 책도 사오고 했습니다.” -작가님께선 어떠한 삶이 노년의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글쎄, 그걸 모르겠어요. 다 잘 아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노년의 행복한 삶을 물으니 묵직하게 다가오는데, 나도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으니…. 다만 학문적인 감상 중에 ‘비추’(悲秋)라는 게 있어요. 요즘은 그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아요. 이 가을하고, 내 인생의 가을하고 연관되면서. 근래 3, 4년은 생의 마감을 생각했어요. 인생 칠십, 고래희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매양 죽음은 나와 관계없다, 나는 안 죽을 사람처럼 말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부터 어떤 인연으로 죽든지 간에 불행한 사고로 죽진 않을 거고, 억울한 마음도 없을 거라고 나를 다스리며 죽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작가 외 다른 삶을 생각해보신 적은 없나요. “작가는 가장 행복한 삶은 분명히 아닙니다. 쓸쓸한 삶, 외로운 삶과 관계있고, 이건 좋았다, 이만하면 됐다, 이런 삶도 아니고. 무엇보다 삶이 전부 다 나를 향해 있고, 남을 향해 있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나한테 완전한 자유가 있었다면 바꿨을 가능성도 있었을 법한데…. 40대 중반까지 가끔씩 세상을 바꾸는 걸 진지하게 상상하곤 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새로 시작해 볼까, 그런 생각도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다 망상이 돼 버렸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중천의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정원으로 나왔다. 이 작가는 인근 산을 가리키며 “매일 저 산을 오르며 만보를 걷는다”고 했다. 먼 산 주위로 노을이 짙어져 갔다. 그는 비추의 감상에 젖은 듯했다. “내게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말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분한 기대 같아요. 말의 효과가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 시대는 말이 이상하게 망해 버렸습니다. 평생 말을 다루고 말의 효용과 활용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이런 시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말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논리도 뒤집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움이 못돼 미안할 뿐입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예상 낙찰가 최소 ‘1014억 원’…275㎝ 조각상 경매 나온다

    예상 낙찰가 최소 ‘1014억 원’…275㎝ 조각상 경매 나온다

    역사상 가장 비싼 조각품 중 하나가 경매에 나온다. 예상되는 낙찰가는 최소 9000만 달러, 한화로 약 1014억 원에 달한다. 미국 CNN 등 현지 언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오늘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오는 조각품은 스위스 현대미술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작품 ‘키가 큰 여인 I’(GRANDE FEMME I)으로, 자코메티가 사망하기 6년 전인 1960년 작품이다. 청동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자코메티 후기 예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단단하고 무거운 질감과 약 275㎝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가 특징이다. 작품의 규모 특성상 외부 전시가 필수적이지만, 단 한 번도 외부 전시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경매를 진행하는 소더비 측은 해당 작품이 최소 9000만 달러(한화 약 1014억 원)에 낙찰될 것으로 내다봤다.자코메티의 작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실물 크기 청동상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947년 작품)로, 201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130만 달러(당시 환율로 1549억 36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조각 작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 경매 낙찰 기록이었다. 자코메티의 여러 작품은 1억 달러 안팎의 고가에 낙찰되어 온 만큼, 이번 작품 역시 최소 9000만 달러에서 시작돼 기존 낙찰가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소더비 측은 이번 경매의 낙찰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더비 측은 “자코메티는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만 청동 조각을 만들었다”면서 “작품이 공개된 뒤 뉴욕 맨해튼에 전시될 뻔도 했지만, 자코메티가 이를 만족스러워하지 않아 성사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코메티의 작품은 수집가들과 일반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 주제가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예술적 스타일이 있는 만큼 예술 시장에서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코메티의 작품 다음으로 비싸게 팔린 조각품은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65)의 ‘토끼’(Rabbit)으로,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서 9107만 5000달러(약 1082억 5000만원)에 낙찰 돼 생존작가 작품 경매로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배럿 연방 대법관 상원 인준 통과, 결국 트럼프 뜻대로 됐다

    배럿 연방 대법관 상원 인준 통과, 결국 트럼프 뜻대로 됐다

    에이미 코니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26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은 지난 22일 상원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공화당 단독으로 처리된 바 있다. 이날 본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52, 반대 48이었다. 공화당의 이탈표는 수전 콜린스(메인주) 의원이 유일했다. 이로써 ‘진보의 아이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공식 지명한 배럿의 의회 인준 절차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희망대로 11월 3일 대선을 여드레 앞두고 마무리됐다. 보수 성향인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은 보수 6명과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그 동안은 5-4로 보수가 앞섰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따금 진보 쪽 손을 들어줘 보수 일변도 판결로 나아가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아울러 대선 결과를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 대립이 팽팽할 경우 연방대법원에서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대법원까지 가는 일이 없도록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확실하게 표를 몰아줄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해 왔다. 대선을 앞두고 속전속결로 지명·인준 절차를 마친 배럿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대미문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큰 대선에 영향을 줄 재판들과 마주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그룹의 세금 사건이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8년 치 납세자료를 요구했으나 그는 ‘형사소송에서 대통령의 광범위한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내지 않고 있다. 잇따른 법원 판결에 따르지 않다가 최근 연방대법원에 자료제출을 막아달라는 긴급요청서를 내 이제 조만간 이에 대해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우편투표 접수·개표기한 연장 문제도 배럿 지명자가 곧 참여할 수 있는 대선 관련 중요 사건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일 후 사흘 내 도착한 우편투표는 개표해 표에 반영하기로 했는데 공화당은 반발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공화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펜실베이니아주의 방침을 허용하는 결정을 지난 19일 내놨다. 이에 공화당은 정식재판 회부를 요구했는데 앞서 결정이 4대4 동률이었다는 점에서 배럿 지명자가 합류하면 다른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대선일 전에 발송된 우편투표는 대선일 이후 아흐레 안에만 도착해도 개표하기로 했는데 공화당은 이를 막고자 연방대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더 중요하게는 대선 승리 판단 자체가 대법원에서 내려질 가능성이다. 2000년 대선 때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271명,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가운데 플로리다주 득표율 차가 0.5%포인트로 예측불허인 상황이 되자 양측은 재검표를 놓고 소송을 벌였다.플로리다주 법원은 재검표를 인정했지만 연방대법원이 재검표를 중지하라고 명령하면서 부시 후보가 한 달여 만에 당선을 확정했다. 대선과 관련한 소송은 워낙 중요하기에 어디서 시작됐든 연방대법원이 최종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럿 지명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프랑스의 살아있는 문화유산 몰리나르 향수, 롯데홈쇼핑 론칭

    프랑스의 살아있는 문화유산 몰리나르 향수, 롯데홈쇼핑 론칭

    세계 향수의 메카인 프랑스 그라스를 대표하는 니치향수 몰리나르가 오는 28일 롯데홈쇼핑 유난희 쇼를 통해 최초 공개된다.1849년에 설립되어 170년 전통을 자랑하는 Molinard(몰리나르)는 유네스코로부터 향수 관련 세계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랑스 그라스 지방을 대표하는 퍼퓨머리로 한 가문 조향사가 5대째 대를 이어 경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몰리나르는 5단계에 이르는 전통 향수 제조기법을 현재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프랑스 정부로부터 살아있는 문화유산 기업(Living Heritage, EPV) 인증을 받는 등 그 특별한 가치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라스는 물론 니스, 파리 등에 위치한 몰리나르 하우스는 프랑스 여행 시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으로 추천받고 있는 데 실제 매년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 및 조향사들의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 당시 세계적 명품 크리스탈 아티스트인 랄리크와 콜라보한 몰리나르 향수 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으로 선정될 정도로 품격과 가치가 높은 몰리나르 빈티지 라인은 아직까지 많은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번 롯데홈쇼핑에 론칭되는 레 엘리망 (Les Elements) 제품은 몰리나르 설립 170주년을 기념하여 몰리나르의 헤리티지를 원료, 핵심요소, 명성 3가지로 해석하여 재현한 특별 컬렉션으로 몰리나르의 새로운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골드, 퍼플 컬러의 유니크한 보틀에 담겨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잘못은 백인 여친이 했는데…흑인 남친 체포한 美 경찰 (영상)

    잘못은 백인 여친이 했는데…흑인 남친 체포한 美 경찰 (영상)

    미국 경찰의 인종차별 논란이 또 불거졌다.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메릴랜드주의 한 도로에서 과속 단속에 걸린 백인 여자친구 대신 함께 탄 흑인 남자친구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오후 3시 15분쯤, 메릴랜드주 앤아룬델 카운티 도로에서 경찰이 차 한 대를 멈춰 세웠다. 시속 30마일 구간에서 45마일로 과속한 운전자를 단속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운전석에는 백인 여성 헤더 제니가, 조수석에는 흑인 남성 안토니 웨딩턴이 앉아 있었고 뒷좌석에는 두 사람의 아기가 타고 있었다.그런데 차를 멈춰 세운 경찰이 과속한 운전자가 아닌 조수석에 탄 흑인 남성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했다. 뜻밖의 검문에 당황한 남성이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 신분증을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경찰은 물러서지 않았다. “속도위반 운전자 단속 상황에서 동승자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합법적이냐”고 항의하는 남성을 끈질기게 압박했다. 양측의 승강이는 경찰의 강제 체포로 일단락됐다. 경찰은 “스스로 내리고 싶다”고 버티는 남성의 팔과 다리를 붙잡아 억지로 차에서 끌어냈고,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던 여자친구는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남자친구의 신분을 확인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운전은 내가 했는데”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하지만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체포된 흑인 남성이 과거 법정 출석을 거부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가석방심의위원회 소환 결정에 따라 수배 중이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차를 멈춰 세울 때부터 이미 그의 얼굴을 알아봤다고 주장했다.결국 얼굴만 보고 수배자인 것을 인지, 과속한 운전자는 안중에도 없이 동승자만 체포해갔다는 설명이 된다. 가족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종차별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해명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자친구는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에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다. 경찰은 일단 체포에 저항한 남성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추가해 기소한 상태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뉴욕, 플로리다, 콜로라도, 아칸소, 애리조나 등 25개 주가 경찰의 불심검문 권한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다만 불심검문 범위나 수집 정보의 종류 등은 주마다 다르다. 일례로 위스콘신주는 주법상 경찰에게 불심검문 권한이 있지만, 신분증 제시 요구에 무조건 응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거부권 행사 시 벌금도 없다. 메릴랜드주 역시 불심검문을 주법으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분증 제시 의무가 없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미 보건부 2800억원 들여 산타 등에 백신 우선 접종 계획 세웠다”

    “미 보건부 2800억원 들여 산타 등에 백신 우선 접종 계획 세웠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누가 먼저 맞느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는 일은 웃기지만 서글픈 일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2억 5000만달러(약 2825억 7500만원)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산타클로스로 분장해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맞혀 누구나 백신을 맞도록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려다 그만 뒀다고 영국 BBC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가을철 대유행으로 성탄 시즌 자체가 불투명해 백화점이나 놀이공원 등에서 산타클로스나 미시즈 산타, 사슴으로 분장하는 예술인들을 기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정부 부처가 한심한 계획이나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알렉스 에이자 보건부 장관은 지난 23일 CNN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대형교회의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했다”고 황당한 주장을 펼쳤는데 산타 우선 접종 계획은 보건부의 작품이었다. 보건부는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이런 계획이 실제로 검토되고 추진된 사실을 시인했다. 진짜 수염 달린 산타들의 우애 조합(the Fraternal Order of Real Bearded Santas)의 릭 어윈 의장은 이 내용을 가장 먼저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이 소식을 듣고 “아주 실망스럽다”면서 “무료 백신 접종이야말로 2020 성탄 시즌의 가장 커다란 소망이었는제 이제 그런 일은 벌어질 것 같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맨처음 공개한 이는 마이클 카푸토 전 보건부 차관보다. 그는 지난달 정부 내 과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뒤 휴가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카푸토는 지난달 어윈 의장에게 백신이 11월 중순쯤 승인돼 같은달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까지는 방역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배포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WSJ가 배포한 통화 녹취록에는 카푸토가 “당신과 당신 동료들이 필수 일꾼들이 아니라면 난 그게 누구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어윈은 “호! 호! 호!”라고 산타다운 웃음을 터뜨린 것으로 나온다. 카푸토는 이에 “진지한 선의를 갖고 산타 일을 하는 것이니까 산타도 분명히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부 대변인은 NYT에 에이자 장관은 이런 계획이 검토되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윈 의장은 보건국 관리들이 그 계획이 9월 중순까지 확정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그에 따라 100명 가까운 산타들이 자원했던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그들(관료들)이 산타를 데리고 거짓말을 쳤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마스크 없이 유세…펜스, 참모들 코로나 감염에도 일정 계속

    마스크 없이 유세…펜스, 참모들 코로나 감염에도 일정 계속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최측근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지만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의 선거운동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실의 최측근 참모인 마크 쇼트 비서실장과 정치고문인 마티 옵스트가 잇따라 감염된 가운데 펜스 부통령은 음성 판정을 받고 유세 일정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부통령실이 밝혔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5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관련 질문을 받고 “선거운동은 펜스의 업무 중 일부”라면서 “펜스 부통령은 필수 인력이기 때문에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계속해서 선거운동을 허가한다”고 답했다. 부통령실에서 얼마나 많은 인원이 감염됐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CNN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최근 며칠간 펜스 부통령의 활동 범위 내에 있었던 최소 5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쇼트 비서실장과 옵스트 고문 외에 펜스 부통령 측의 직원 3명이 추가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유세 연설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미국은 대선을 열흘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하루 감염자 수가 8만명을 넘어서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이달 중순 캠프 참모가 코로나19에 걸리자 자신은 음성 판정을 받고도 나흘간 현장 유세를 중단한 바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N차 관람 불렀던 그때 그 열정… 늦가을 극장에서 다시 한번

    N차 관람 불렀던 그때 그 열정… 늦가을 극장에서 다시 한번

    늦가을 극장가에 뜨거운 열정을 그려낸 재개봉작들이 몰려온다. ‘열정’이라는 공통점으로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들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위플래쉬’(2014)는 ‘라라랜드’를 만든 천재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전작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류(마일스 텔러 분)가 최고의 실력자인 동시에 폭언과 학대도 서슴치 않는 폭군 플레쳐(J K 시먼스 분) 교수를 만나 음악을 향한 집착과 광기를 발산한다. 천재를 훈육하는 폭압적인 과정, 심장을 두드리듯 빠르게 박동하는 재즈 드럼의 비트가 많은 이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며 큰 호응을 끌어냈다. ‘멜로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실화 바탕의 로맨스 영화 ‘노트북’(2004)도 다음달 4일 재개봉한다.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커플 노아(라이언 고슬링 분)와 앨리(레이철 매캐덤스 분)의 사랑은 첫사랑의 설렘과 영원한 사랑의 위대함을 안긴다.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로코퀸 레이철 매캐덤스와 ‘라라랜드’에서 잊을 수 없는 아련한 눈빛 연기를 선보였던 라이언 고슬링의 호흡이 환상적이다. 오는 29일에 다시 선보이는 영화 ‘불의 전차’(1981)는 1924년 파리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해럴드 에이브라함과 에릭 리델 두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우승만 바라보는 해럴드(벤 크로스 분)와 뛰어난 실력에도 종교 앞에 고민하는 에릭(이언 찰슨)이 펼치는 기적의 레이스다.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아카데미 4관왕, 칸 국제영화제 2관왕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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