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꼭 씻어서 냉장고 넣어야 한다는 아내, 이게 맞나요?” [사연잇슈]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일 구매나 선물이 많아지는 요즘 과일 보관 방법을 두고 부부 간 갈등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전혀 말이 안 통한다”면서 아내와 의견 대립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내는) 과일을 사서 냉장고에 넣을 때 사 온 그대로 넣으면 안 되고 무조건 식초, 베이킹파우더 등으로 씻고 넣어야 한다. 사과, 배뿐 아니라 포도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그는 “샤인머스캣은 그나마 낫다. 거봉, 캠벨 포도도 다 씻고 냉장고에 넣는데 당연히 포도알이 다 떨어진다. 그러면 떨어진 알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떨어진 것을 즉시 먹지 않으면 다 상한다. 그러니 과일을 사도 절반도 제대로 못 먹는다. 과일은 먹기 직전에 씻어야 한다고 해도 무조건 자기 하라는 대로 하란다”면서 “결혼 후엔 과일은 한번 먹고 절반 이상은 그냥 버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글쓴이는 “다섯 송이 든 포도 한 상자 사면 한 송이 씻고 바로 맛있게 먹는다. 나머지 네 송이는 씻어서 떨어진 알 용기에 담는다. 네 송이 중 한 송이는 그나마 이틀 안에 먹지만 나머지 세 송이는 다 버리는 식”이라며 “생활비, 식비로 월 500만원씩 쓴다”고 한탄했다.
글쓴이 아내의 이러한 행동은 안 씻은 음식이 냉장고에 들어 있는 게 더럽게 느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글쓴이는 “내가 알아서 씻어 먹겠다, 또는 냉장고에 안 넣고 서늘한 곳에 상온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씻어 먹겠다고 해도 안 통한다. 즉시 ‘물고문’ 후 냉장고행이다”라고 전했다.
한 누리꾼이 “왜, 쌀도 하루에 다 씻으라 그러지”라고 꼬집자 글쓴이는 “쌀도 씻어서 용기에 넣는다”라고 답했다.
LG전자 직원이 “과일 전용 냉장고를 하나 사면 어떠냐”면서 자사 냉장고 제품을 소개했으나 글쓴이는 “내 맘대로 사지 못한다. ‘인테리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꾸며 놓은 인테리어 망친다’고 화내서 못 산다”고 답했다.
심지어 글쓴이의 아내는 귤, 키위, 복숭아, 홍시는 물론 계란도 씻어서 보관한다고 전했다.
과일, 씻어서 냉장보관하면 부패·오염 더 빨라
그렇다면 정말로 과일을 구매 즉시 씻어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미국 콜로라도주립대가 농무부 산하 국립식품농업연구소에 제공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보관 방법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과일이나 채소를 보관 전에 씻으면 오히려 세균 증식을 촉진하고 부패를 앞당길 수 있다. 따라서 사용 또는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을 권고한다. 혹시나 흙이 묻어 있는 등 너무 더럽다면 깨끗한 종이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에 보관해야 한다.
계란은 물로 씻으면 절대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달걀 세척·살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로 씻어 보관하면 껍데기 표면의 보호막이 손상될 수 있다. 달걀 껍데기의 공기 구멍을 통해 물이 들어가면 오염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미리 씻지 말아야 한다.
가정에서는 달걀을 섭씨 4도 이하에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 온도에서는 달걀에 있을 수 있는 살모넬라균이 보관 첫날부터 99% 이상 줄어든다.
쌀도 마찬가지다. 쌀 같은 건조 곡물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라는 세균이 포자 형태로 있을 수 있다. 건조한 상태에서는 활동하지 않다가 물을 만나 적절한 온도가 되면 증식하기 시작한다.
이 균은 독소를 배출하고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 이 독소는 126℃에서 90분을 견딜 정도로 열에 강해 음식을 데워도 남아 있다. 일단 독소가 생기면 밥을 지어도 소용없는 셈이다.
따라서 씻은 쌀을 몇 시간 냉장하는 것은 괜찮지만, 2~3일 이상 두면 안전하지 않다. 상온에서 하루 넘게 두거나 냉장이라도 3일을 넘기면 세균 증식 우려가 크다.
농촌진흥청이 도정한 쌀을 밀폐용기에 담아 4℃, 15℃, 25℃에서 12주간 보관한 결과 4℃에서 품질 변화가 가장 적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씻지 않은 쌀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의치 않으면 15℃ 이하인 10~4월에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손질 전에는 비누로 손을 씻고, 깎거나 자르기 전 조리대·도마·조리도구를 뜨거운 세제물로 닦으면 안전하다.
냉장이 필요한 농산물은 채소칸에 담고, 채소칸 밖에 둘 때는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날고기·가금류·해산물보다 위 칸에 둔다.
자르거나 껍질을 벗기거나 조리한 과일·채소는 실온에 2시간 넘게 두지 말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품목별 세척 요령
잎채소: 잎을 한 장씩 떼어 헹구고 찢어지거나 멍든 겉잎은 버린다. 찬물 볼에 몇 분 담가 모래와 흙을 불린다. 씻은 뒤 종이타월로 두드리거나 채소 탈수기로 물기를 뺀다. 식초 세척이 세균 오염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으나 식감과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멜론: 그물 무늬의 거친 표면은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고 자를 때 속으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깎거나 썰기 전에 채소솔로 흐르는 물에서 충분히 씻는다.
복숭아·자두 등 무른 과일: 흐르는 물에 씻고 종이타월로 물기를 닦는다.
포도·체리·베리류: 먹기 전까지 씻지 않은 채 보관하되, 상하거나 곰팡이 핀 알은 보관 전에 골라 버려 부패균이 번지는 것을 막는다. 먹기 직전 찬 흐르는 물에 살살 씻는다.
버섯·허브: 버섯은 부드러운 솔이나 젖은 종이타월로 닦고, 허브는 찬물 볼에 담가 흔들어 헹군 뒤 종이타월로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