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낙인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법원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28
  • 후세인 생포/사담 후세인 영욕의 일생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서방국가에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탄 후세인’이었지만 아랍권에서만큼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에 유일하게 ‘맞서는 자’(아랍어로 사담의 의미)로 영웅 대접을 받았다. 군 장교이던 외삼촌의 영향으로 10대 때부터 반외세·반제국주의 사상에 깊이 빠져 있던 후세인은 대학생이던 1957년 범아랍민족주의를 표방한 바트당에 가입한 뒤 이듬해 영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압델 카림 카셈 총리 암살을 꾀하면서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시작했다.1968년 바트당의 쿠데타 성공으로 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79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세인은 근대화 정책과 정치적 소수파인 시아파와 쿠르드족 탄압 등을 통해 입지를 굳힌 뒤 외부로 눈을 돌렸다.아랍의 맹주가 되려는 야욕으로 80년 이란을 침공,8년간 전쟁을 벌였고 90년 쿠웨이트를 공격,‘전쟁광’이란 딱지를 달았다.두 번의 전쟁과 국제사회의 봉쇄조치는 이라크 경제를 파탄나게 하고 민초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후세인이 24년간독재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데는 지속적인 정적 제거와 대국민 기만전술이 주효했다.후세인은 공포에 기초한 스탈린식 통치술을 숭배했고 이를 실행,‘바그다드의 도살자’로 불렸다.그의 집권 3년간 3000명에 달하는 정적이 목숨을 잃었다.자신의 비리를 폭로한 사위들도 처형,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친·소 관계도 따지지 않았다. 그의 지속적인 숙청 작업은 끊임없는 암살 위협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그는 거처를 수시로 옮겨 다니며,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 공개 행사에 자신과 꼭 닮은 ‘가짜 후세인’을 내보낸다는 소문도 있었다. 후세인이 독재자이긴 했으나 처음부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깡패국가’의 지도자는 아니었다.미국은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의 호메이니 정권을 견제할 요량으로 후세인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미국이 이라크 침공의 구실로 삼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도 미국의 지원 아래 제조·보유된 것이다.화학·세균무기 제조 비법도 미국으로부터 전수받았다.그러나 1986년 이란-콘트라 게이트가 터지면서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라크는 석유 과잉 생산으로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는 쿠웨이트에 앙심을 품고 90년 쿠웨이트를 침공,91년의 걸프전 발발을 불렀다.한 달 뒤 미군 특수부대가 쿠웨이트에 진입,걸프전은 막을 내렸지만 후세인은 건재했다. 걸프전 이후 인권 탄압 자행과 더불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후세인은 유엔 사찰을 거부,방해했다.2001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를 이란·북한과 더불어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후세인은 세계평화를 위해 제거되어야 할 제1 목표로 낙인찍혔다.그는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면서 무소불위의 독재자에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 박상숙기자 alex@
  • “엊저녁 딱 두잔…”

    12일 오전 5시43분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동문 앞길.상인 남모(34)씨는 전날 저녁에 마신 술이 다 깼다고 판단,호기롭게 음주 측정기에 숨을 내뱉었다.그러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82%를 기록했다.남씨는 “어제 저녁에 막걸리를 두 사발 마셨을 뿐인데 아직도 술이 안 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일 마치고 술 한 잔 하는 게 낙인 서민이니 한 번만 봐달라.”고 통사정을 했다.이날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가락시장 일대에서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모두 5명.남씨처럼 막걸리를 마셨다는 상인이 4명이나 됐다. ●송년모임 마치고 음주운전,딱 걸렸다! 이처럼 경찰이 이날 3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서울지역 100여곳에서 출근길 기습 단속을 벌인 결과 운전자 28명이 혈중 알코올농도 0.1% 이상으로 만취상태에서 차를 몰다 면허가 취소됐다.혈중 알코올농도가 0.05∼0.1%인 운전자 68명은 운전면허 100일 정지 처분을 받았다.알코올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단속수치에는 미치지 못해 적발되지 않은 운전자도 63명에 달했다.대표적인향락가인 강남과 신촌 일대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다.서초서와 서대문서가 각각 음주운전자를 9명,6명씩 잡아냈다.운전자들은 대부분 전날 밤 마신 술이 새벽에는 다 깼다고 자신하고,호기롭게 측정기를 불었다가 덜미가 잡혔다. 송년모임에 참석했다 귀가하던 작곡가 심모(38)씨의 오전 5시50분 현재 혈중 알코올농도는 만취 상태인 0.108%.그는 “자정 전에 ‘오십세주’를 6잔 마셨을 뿐인데 억울하다.”며 채혈까지 했지만 결국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았다. ●소주 석 잔이나 맥주 400㎖ 마시고 한 시간 이내에 운전하면 면허정지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30분∼1시간 뒤 혈중 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게 된다.예를 들어 성인 남성이 소주 3잔이나 맥주 400㎖ 또는 양주 2잔 반을 마시고 1시간 뒤에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하면 0.05% 정도가 나온다.이때 운전대를 잡으면 무조건 면허정지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소주 1병이나 맥주 2500㏄를 마시면 6∼8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술기운이 남는다.”면서 “술을 많이 마신다음날 아침에는 운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6시간 전에 소주를 두 병 마셨다가 경찰에 적발된 회사원 이모(42)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14%.5시간 전에 양주를 두 잔 마셨다는 유흥주점 여종업원 김모(21)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066%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연말 송년모임을 마친 뒤 새벽녘에 술이 다 깼다며 운전을 하다간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면서 “내년 1월말까지 불시에 출근길 음주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지연 유지혜기자 anne02@
  • 민주 총무경선 ‘점입가경’

    유용태·설훈·이용삼 의원 등 3파전으로 11일 치러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파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을 포함한 유재규·송훈석·황창주·안상현 등 강원지역 출신 의원 5명이 “한화갑 전 대표가 계파공작의 시나리오로 한 동료의원을 희생양으로 삼고,그의 계파인 설훈 의원을 내세워 정치사기극을 벌이며 당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 전 대표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당 지도부는 불공정한 총무경선 절차를 즉각 중단시키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면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초 총무경선에는 이·유 두 의원만 나가기로 했다.그러나 ‘혈통’ 시비가 불거지면서 이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설 의원이 가세,혼선을 빚자 강원지역과 중부권 의원 상당수가 “반민주,반개혁,공작정치를 규탄한다.”면서 반발한 것이다. 이용삼 의원은 자신의 출마를 권유했던 설 의원이 ‘철새’시비를 등에 업고 뒤늦게 출마를 강행했다며 비판한 뒤,선거운동은 중단했으나 후보사퇴는 하지 않았다. 한편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40여명의 의원들이 신당으로 옮겨갈 때 당을 지킨 사람을 ‘철새’라고 낙인찍는 식의 뺄셈정치는 안 된다.”면서 “공장근로자로 출발,검사와 3선 의원을 지낸 입지전적 경력을 가진 이 의원같은 인물을 발굴해 써야 한다.”며 이 의원을 공개지지했다. 설훈 의원은 자신의 뒤늦은 경선참여에 대해 “두 분만의 경선에 대해 여론이 나빠지자 추미애·김경재 상임중앙위원과 동료의원들이 전당대회 이후 상승해가는 당 지지를 유지해야 한다며 강력히 경선참여를 권유한데 따른 것”이라며 “공작정치·사기극은 어이없다.”고 반박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50대 여성학자 4인의 ‘새로운 가족이야기’ 담론

    민법 개정안이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도입하는 시점에서 ‘가족이란인가?’‘가족해체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누구와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한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들은 답한다.“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라.”다양함이라.이들은 ‘이론’이 아닌,생생한 자신들의 이야기로 ‘현실’을 이야기한다.보통사람들에겐 ‘진보적’이란 말을 듣고 20대 여성들에게선 ‘계몽주의적’이란 비난을 듣는다는 이들을 만났다.조형,조한혜정,조옥라,박혜란,이상화,정진경 등 50대의 페미니스트들의 실제 모습을 살그머니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또하나의 문화’ 17권이 나온 이래 이들은 “페미니스트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듣는단다. ●정상 가족은 없다 이들은 우선 ‘정상 가족’이란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 보였다.그렇다고 페미니스트 가정은 온통 ‘비정상’이라고 지레 단언하는 것은 곤란하다.이들은 가족은 출세할 아이를 기르려는 ‘어머니 CEO’들의 투자 회사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건강한가족 관계는 핏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가능해진다.’고 말하며,이미 많은 아이들이 이혼한 부모를 가졌고,재혼한 부모를 가진 현실에서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안에 들어와 있는 현실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해서 아이들을 스스로 피해자로 낙인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늘 45살에 결혼하겠다.”고 말했던 서강대 조옥라 교수는 정말 40대 중반에 결혼해 10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아이가 셋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 새엄마이지 엄마일 수는 없다.”고 선언하듯 말하고 시간을 두고 친해지자고 말했다.이런 직설법은 남편은 불편하게 했지만,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자살하지 않으면 탈영하겠다.’는 위협을 달고 군복무를 해 새엄마를 힘들게했던 아들,결혼한 후 여성으로서 고민을 털어놓는 딸은 아버지보다는 오히려 새엄마와 이야기할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낸다. 34살에 결혼해서 아이없이 살고 있다는 정진경 씨는 “남자 친구가 좋아서 결혼했고,아이가 생기지 않았으나 꼭 낳기위해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대개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생활이 달라진다는데 우리는 달라질 기회가 없어서 변함없이 대화를 많이 하며 산다.”고 말했다.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 결코 이혼을 당연시하거나,장려한다는 말은 아니다.50대 부부 중에는 ‘자식이,특히 딸이 결혼할 때까지만’ 참고 살겠다는 부부가 많다. 결혼 20∼30년 후 다시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감성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부부 관계의 질을 한결 높여주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소 급진적인 견해같지만 “20년이 지난 후 헤어질지 말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을 전제로 결혼하면 20대의 결혼도 한결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는 말에 여성들은 긍정적이다. 여성학자란 사실보다 세아들을 모두 유명 대학에 입학시킨 것으로 더 유명해 쑥스럽다는 박혜란씨.그는 “20대에 연애해서 결혼해 전업 주부로 살다가 39살에 여성학을 공부하게 된 날더러 ‘행복한 페미니스트’라고들 말한다.이 말에는 페미니스트는 불행하다는 편견이 담겨있는 틀린 말이지만.어쨌든 그런 나 역시 아이가 모두 떠난 후 남편과의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요즘 남편이 중국에 가 있으니 우리는 전화로 재미있게 대화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시큰둥해지게 마련이었다.”고 고백했다. 이화여대 조형 교수는 “20대의 나는 결혼에 대해 양극의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결혼 안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과 만일 결혼한다면 고전적이고 모범적인 가정을 이룰 것이란 두 가지 생각.미국 유학중 결혼했지만 ‘함께 사는 의미를 발견하기 어려워’ 결국 먼저 귀국함으로써 별거가 시작됐고,20년이나 지난 후 이혼했다고 그는 ‘어렵게’ 사생활을 밝혔다.“그 시절에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고,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최후의 결정을 하는 것은 나’라는 생각으로 결혼 생활을 지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느리에게 ‘아들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앞으로 10년 정도 함께 살 여자친구를 구해놨다고 밝혔다. ●가족 관계의 무거움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친정 부모와 한 건물의 아래위층에서 살았다면서 50대인 자신이 아직도 노모의 ‘치명적인 모정’에 짜증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나 그런 것 잘못하는 사람이고,우리 엄마에게는 정작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도 없는데….아마 기존 관계가 주는 무거움과 부담 때문에 더 부모에게는 잘못하는 것같다.”고 말했다.한편 여성학자는 딸에게 뭐라고 결혼을 권할까.“살아보니 애를 낳고 키우는 그 시기가 무척 좋은 시간이더라.우리가 너무 심각하게 평생 어쩌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고,20년 과제로 생각하고 관계의 나무를 함께 키워갈 사람,아이를 낳고 함께 기를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와 그의 딸,자신의 제자 등 50대 여성 2명과 20대,30대 여성들이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이화여대 이상화 교수는 자신의 ‘가족’을 혈연 공동체가 아니라 ‘주거 공동체’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고 못박았다.“가족은 지원체계다.”는 그는 서로 사랑하고 돕고 사는데 정작 ‘큰 아이’인 제자가 수술을 하게 됐을 때 가족인 세 사람은 아무도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가족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글 허남주기자 hhj@ 사진 도준석기자 pado@
  • [씨줄날줄] 이단아

    단순한 구성과 뻔한 줄거리가 약점이기도 하고 강점이기도 한 서부영화엔 소나 말에 낙인찍는 장면이 곧잘 등장한다.주인을 표시하려고 말못하는 짐승에게 ‘중화상’을 입히는 것이다.잔인한 느낌이지만 낙인 문화는 유목 사회엔 공통적인 것으로,제주도의 낙인 풍습도 몽골로부터 전해져 왔다고 한다. 낙인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선 정치 사회적 의미로 넓혀져 사용되고 있지만 영어권에서는 ‘매버릭(maverick)’이라는 단어를 가져왔다.웹스터 인터넷 사전을 보면 ‘이단아’라고 번역되는 매버릭의 어원이 19세기 중엽 미국의 목장주였던 새뮤얼 어거스터스 매버릭일 거라고 한다.매버릭이 송아지에 낙인을 찍지 않고 둔 데서 낙인찍지 않은 동물,이단아라는 단어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전 총리인 리콴유 선임장관이 최근 매버릭의 중요성을 강조,화제다.리 선임장관은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 수준에 폭동과 파업, 방화가 난무하던 싱가포르를 40년만에 3만달러 수준의 선진국으로 끌어올렸지만 이 과정에서 법과 규율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말하자면 국민을 모두 ‘범생이’(모범생)로 만들려 해 온 것이다.바로 그 리 선임장관이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브랜드 포럼’에서 자신의 독단을 인정하면서 이단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700여명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리 선임장관은 “싱가포르를 건설하는 데 한가지 놓친 것은 사회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단아의 중요성이었다.”면서 “나는 시작할 때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여러분도 팀플레이어와 이단아 모두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리 장관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1994년 김대중 당시 아태재단 이사장과 논쟁을 벌이면서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했지만 이날 포럼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비교해 달라는 베트남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일본은 팀워크가 뛰어났어도 미국의 창의성을 이기지 못했다.미국이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창의성 덕분”이라고 말해 특정한 가치나 주장에 매이지 않는 사고의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울림이 큰 노정치가의 말에 반응이 없을 리 없다.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단아가 너무 많은가.아니면 아직 더 필요한가.우리사회의 매버릭들은 오히려 상대방에 정치적 낙인을 쉽게 찍지는 않는지.두루두루 비교하면서 아전인수격이 안 되게 각자 판단해 보길 바란다. 강석진 논설위원
  • “노무현식 새 정치는 사람 빼가기”민주, 광주·전남도 의원 우리당 입당 집중 성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두 당 모두 이 지역 우위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 임해야 되기 때문이다.그런 만큼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2일 민주당은 광주광역시 및 전남도 의회 일부 소속의원들이 전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데 대해 “전형적인 공작정치의 일환”이라며 “분열과 배신의 낙인이 찍힌 열린우리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당 지지도가 하락하자 온갖 구태정치를 재현하며 몸부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성순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11명 중 대부분은 이미 오래 전에 탈당계를 제출한 사람들이며,그중엔 법망에 걸려 기소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면서 “새 정치를 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이 그런 사람들을 입당시키면서 마치 호남 민심의 변화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갑 전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자청,“노무현 신당이 과거의 공작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면서 “도의원까지 철새정치인으로 만드는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새 정치를얘기하느냐.”고 질타했다.이어 “그 사람들(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심지어 내가 노무현 신당에 입당한다는 소문까지 퍼뜨리는 등 나를 상대로 공작하다 안 되니까 탈당한 사람들의 약점을 잡아 데리고 갔다.”면서 “이것이 노무현식 새 정치라면 그들의 앞날은 안 봐도 뻔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구시대 정치행태의 귀감이자 거짓말 정치의 표본”이라며 “전날 탈당한 11명 가운데 광주광역시의원 6명은 열린우리당 정동채·김태홍 의원 지역구 사람들로 이미 오래 전에 민주당에 탈당계를 내고 열린우리당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열린우리당은 지난 1일 전남도지부에서 김근태 원내대표·정대철 상임고문·박양수 조직총괄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이형석 광주시의회 의장과 이윤석 전남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광주·전남지역 시·도의원 11명의 입당을 공식 발표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150차례 범죄 엽기부부

    지난 3월 대전 여대생 납치·성폭행사건과 지난달 서울 청담동 부녀자 인질강도사건의 범인인 박모(39)씨가 18일 경찰에 붙잡혔다.여대생 납치극에 가담한 박씨의 아내 홍모(38)씨도 함께 검거됐다.경찰은 이들 부부로부터 주민등록증 102장과 신용카드 163장,휴대전화 40대,흉기 10여점,사제 수갑 2개 등을 압수했다.이들은 2년 동안 150차례나 범죄를 벌여 3억여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부녀자 2명 납치 강도… 치밀한 범죄행각 박씨는 사업 실패와 카드 대금으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훔친 차량에 위조 번호판을 붙이고 부녀자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였다.오토바이 날치기도 서슴지 않았다. 부부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훔친 신분증을 원룸 임대 계약이나 인터넷 ID 개설 등에 사용했다.장물은 벼룩시장을 비롯한 일부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제3자에게 팔아 넘겼다. 특히 이들 부부는 은신처를 1∼2개월에 한번씩 바꾸고,두 아들을 대전 본가에 맡기고 일절 연락하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휴대전화 40대도 대부분 제3자 명의로 가입된 ‘대포폰’이었다.이들은 운전용 지도책에 범죄를 저지른 곳을 표시해놓고 한번 범행한 곳은 다시 찾지 않았으며,교통사정이 나빠 도주가 어려운 서울 도심은 범행대상지에서 제외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3월 대전 C대학 도서관 앞에서 여대생 문모(20)씨를 납치,서울 방배동 은신처로 끌고가 가족에게 몸값 1억원을 요구했다.박씨는 홍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문씨를 성폭행하기도 했다.여대생이 극적으로 탈출,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자 이들은 서울 신정동,연남동,노고산동으로 계속 은신처를 옮겼다.박씨는 7개월만인 지난달 28일 강남구 청담동에서 승용차로 행인 이모(48·여)씨를 일부러 들이받은 뒤 수갑 등으로 손과 발을 묶고 흉기로 위협,금품 315만원을 빼앗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경찰이 인터넷 ID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노고산동 원룸 앞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17일 밤 붙잡혔다.박씨는 경찰에서 “빚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전과자의 낙인을 쉽게 지우기 힘들었다.”고 변명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박씨 부부에 대해 인질강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과자 낙인이 범죄자의 굴레로 박씨와 홍씨는 지난 85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입석 열차 안에서 처음 만났다.당시 박씨는 21살,홍씨는 20살이었다.박씨는 중학교 때 대전 집을 가출한 뒤 절도 등을 일삼으며 소년원 등을 전전하다 수년만에 처음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홍씨도 집안사정으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에서 공장과 식당일를 하다 충남 고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이들은 교제 5년만에 결혼,첫아들을 낳았다. 박씨는 경찰에서 “전과 6범이라는 전력 때문에 일자리를 쉽게 얻지 못했고,한동안 끊었던 강·절도짓을 다시 벌였다.”고 진술했다. 10년 이상 옥살이도 했다.박씨가 수감된 동안 홍씨는 음식점에서 일하며 옥바라지했다.박씨는 지난 2000년 만기 출소후 둘째아들을 낳고 대전에 정착했다.박씨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배운 이발 기술로 이발소를 차렸으나 곧 실패했고,정수기 다단계 판매에도 손을 댔지만 영업 부진으로 1억여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진공청소기·창호·푸마·VFD...사양품목 미운오리 ‘백조’로 부활

    매출이 부진하거나 적자가 누적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품목들이 효자품목으로 잇따라 탈바꿈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사양산업 또는 적자품목으로 미운 오리새끼라는 ‘낙인’이 찍혀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상품들 중 일부가 생산성 향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화려하게 백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퇴출위기 벗고 ‘글로벌 톱3’ 삼성전자에서 요즘 효자 소리를 듣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은 진공청소기다.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경쟁업체에 한참 뒤져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퇴출 일보직전까지 몰렸지만 지금은 ‘글로벌 톱3’를 넘볼 정도다.올해 세계시장 점유율 13%로 4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LG화학의 플라스틱 창호(PVC창호)도 건설경기 침체와 소비자들의 알루미늄 창호 선호 때문에 퇴출 위기로 몰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1999년 1000억원대 매출에서 지난해는 4000억원대로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랜드의 ‘푸마’ 브랜드 역시 2000년 매출이 100억원 미만이었지만 2001년 340억원,지난해 100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다.삼성SDI가 생산하고 있는 전자 부품인 VFD(형광표시관·자동차계기판,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는 무려 10년 넘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오다 지금은 톡톡한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96년 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10년 넘게 사업실적이 부진했지만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40%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변신 ‘노하우’는? 현재 삼성전자 진공청소기의 원가는 인건비가 우리보다 턱없이 싼 중국에 비해서도 낮다.원가절감 노력이 주효했다.98∼99년 새로운 사출공법 개발과 소재변경 등으로 원재료비를 50%나 줄였다.올해에도 몸체로 쓰이는 플라스틱의 두께를 2.3㎜에서 1.8㎜로 줄여 재료비와 가공비를 30%나 더 줄였다.관계자는 “원가를 줄이는 노력이 멈추는 순간 경쟁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LG화학 플라스틱 창호는 소비자들의 관심 확대와 색 변질방지 기술개발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LG화학 관계자는 “IMF시절 플라스틱 창호 사업을 접을 계획이었지만 막대한 투자비를 감안해 꾸준히 신기술 개발에 나서 ‘대박’을 터뜨렸다.”고말했다. 박홍환 김경두기자 stinger@
  • “200억은 총선자금… 수혜자명단 공개”/민주 역공…발빼는 우리당

    민주당이 17일 200억원 후원금 증발 의혹을 제기한 열린우리당측에 역공을 가하자,양당의 처지가 급격히 역전되고 있다.민주당이 이날 “200억원은 (비공식)총선지원금이었다.”면서 지원금 내역 공개와 형사고발 방침을 천명하자 우리당측은 “더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한발 뺐다. ●민주,200억원은 총선자금 역공 민주당은 이날 한화갑 전 대표와 김옥두·유용태 의원 등 역대 사무총장들이 나서 후원금 200억원 증발 논란과 관련,“2000년 총선자금으로 쓰인 것”이라며 “당시 수혜자는 열린우리당에 있는 만큼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고해성사를 촉구했다. 아울러 300억원 증발설을 발언한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에 대해 형사고발하기로 하는 등 반격을 가했다. 한 전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2000년 총선 때 400억원을 모아 선거를 치른 뒤 총선후 당 운영비를 2001년 후원금에서 (미리)빌려 쓴 것”이라며 “미리 갖다 쓰는 바람에 장부상 빚이 누적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당시 정대철 대표나 이상수 사무총장에게 모두 얘기해줬다.”면서 “이런 사정을 다 알고 있는데 열린우리당이 악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한 전 대표는 “특히 대선전에 ‘중앙당 후원금 한도가 차서 중앙당에선 모집할 수 없으니 시·도지부를 활용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그 돈을 중앙당에 기부하면 된다.’고 말해 줬다.”며 “그래서 제주시지부 후원회장도 (이상수 의원으로)바꿔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당 후원회장을 지낸 정균환 총무도 “민주당이 후원금 받은 것은 100% 전달된다.”면서 “전달된 돈이 구체적으로 쓰인 영수증을 전부 갖고 있으며,정 전 대표와 이상수 의원도 본인들이 확인해 알고 있는데도 200억원,300억원식으로 부풀려서 민주당을 부패한 정당으로 낙인 찍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열린우리당을 공격했다. ●우리당,공세 현저히 약화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측이 이날 ‘단순한 편법회계처리’라고 해명하자 수긍하면서도 횡령 가능성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그렇지만 적극 공세는 급격히 약화된 모습이었다.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당시 편법회계처리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수위를 낮추었다. 특히 2000년 총선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비공식 총선자금을 지원받은 의원 상당수가 현재 열린우리당 소속이어서 역풍을 우려하기도 했다.박양수 조직총괄단장은 “총선때 빚어진 일인데 지금 문제삼는 건 적절치 않다.”고 유화론에 가세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책 / 대지의 수호자 잡초

    조지프 코케이너 지음 / 양금철·구자옥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얼마 전 ‘야생초 편지’라는 책이 나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천덕꾸러기 잡초가 약재도 되고 식량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신선한 깨우침을 줬다.하지만 이러한 ‘잡초의 진실’은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된 상식이다. 북미 포니족 인디언은 야생 나팔꽃과 야생 순무,그리고 그 씨앗을 먹었다.인디언 여자들이 채집한 비름과 명아주 씨앗은 빻아서 빵이나 포리지(채소나 고기 따위로 만든 잡채식 죽)를 만들 때 함께 넣었고,비름은 끓인 뒤 돼지기름에 튀겨먹기도 했다.그들은 고기를 요리할 때 거의 예외 없이 잡초를 넣었다.잡초는 오늘날 문명인의 식탁에까지 오른다.뿌리에 특히 영양분이 많은 달맞이꽃은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특선 채소로 재배되기도 한다. ‘대지의 수호자 잡초’(조지프 코케이너 지음,양금철·구자옥 옮김,우물이 있는 집 펴냄)는 이처럼 잡초의 생태와 효용가치를 상세히 다룸으로써 잡초라는 이름에 깃든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일깨워준다.1940년대 말에 씌어진 이 책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잡초를 옹호한 선구적인 저작으로 서구의 생태주의자들에게는 고전으로 통한다. 세상에 잡초란 없다.제자리를 벗어나 자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식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잡초라 부를 뿐이다.잡초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쓸모가 없거나 해롭지 않다.오히려 생태적으로 이로울 뿐 아니라 인간이 키우는 작물에도 도움이 된다.잡초는 엄청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그 생명력은 강인한 뿌리의 힘에서 나온다.잡초는 대부분 자신 키의 수백 배에 달하는 거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뿌리를 갖고 있다.그 뿌리는 지하 깊은 곳에서 양분을 빨아 올려 표토를 기름지게 하며,땅을 스펀지처럼 만들어 그 속에서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 숨쉬도록 한다.잡초전문가인 저자는 잡초는 토양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이며 농작물의 친구라고 말한다. 잡초는 너무 빽빽하게 자라지 않도록 관리만 해주면 농작물에 매우 긴요한 일을 한다.한 예로 털비름은 중점토에서도 당근이나 무,비트 같은 뿌리채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탄력있게 바꿔준다.그런가 하면 옥수수는 한해살이 야생나팔꽃 덩굴 속에서 더 잘 자란다.이처럼 잡초는 ‘모성식물’로서 다른 작물의 성장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이른바 ‘어머니 잡초(mother weed)’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란 그 숨겨진 가치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라고 했다.잡초는 이제 더이상 인간에게 버림받는 식물이 아니다.선진 외국에서는 잡초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농작물을 위해 잡초를 어떻게 해치울까 하는 데만 골몰한다.‘잡초학’은 없고 ‘잡초방제학’만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 잡초학의 현 수준을 되돌아보고 잡초의 정당한 생태학적 지위를 찾아주는 자극제가 될 만하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여기는 ‘불평등 공화국’입니다/ 임순례 감독등 6명이 만든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여섯개의 시선에 담은 ‘불평등 한국’.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운위할 정도로 돈에서는 앞서가지만,정신에서 우리의 허방은 여전히 깊다.새달 14일 개봉하는 ‘여섯개의 시선’은 박광수 여균동 박찬욱 임순례 박진표 정재은 등 작품성에서 내로라 하는 여섯명의 감독이 인권을 주제로 만든 여섯편의 단편 영화 모음.국가인권위원회가 5000만원을 지원해 제작했다.김창국 인권위위원장은 “내가 가하거나 당하거나 이중적 의미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만이 아니라 의식개혁도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제작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여상 3년생들의 취업준비 과정,네이티브에 가까운 영어발음을 위한 혀 절개수술,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 등 소재는 다르지만 속에 품은 뜻은 하나다.한국의 인권 사각지대를 고발한다. 임순례감독의 ‘그 여자의 무게’는 취업을 눈앞에 둔 여상 3년생들의 풍속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차분하게 담았다.“졸업 때까지 몸매 관리 잘하라.”는 담임선생,“살 좀빼라,50㎏넘으면 웬만한 회사에서는는 면접도 못본다.”는 체육교사의 말은 비정상적 고용환경을 보여준다.평범한 외모에 약간 살이 찐 주인공 선경이 쌍꺼풀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원조교제성 모임에 가는 장면이나,외모를 중시하는 면접관들의 태도 등을 클로즈업하면서 ‘겉’만 강조하는 모순을 꼬집는다.그 너머로 이런 희한한 풍경을 낳은 기본 모순인 빈부의 문제도 도마에 올린다. ‘죽어도 좋아’로 노인들의 성문제를 건드린 박진표 감독의 예리한 문제의식은 비인간적인 영어 열기를 겨냥한다.그의 작품 ‘신비한 영어나라’는 L과 R발음을 네이티브에 가깝게 내기 위해 아들의 혀마저 서슴없이 절개하는 부유층의 잔인한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한다.“심의 통과를 걱정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영화는 끔찍한 수술장면을 세밀하게 보여준다.그를 통해 자식의 인권을 유린하는 부모의 만행을 까발린다. 스타일리스트 박찬욱의 시선은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다.‘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에서 억울하게 5년여 세월을 한국 정신병원에서 보낸 네팔 여성노동자의 기막힌 사연을 다큐 기법으로 추적한다.돈을 잃어버려 라면 한그릇 값을 못내 그 대가로 치러야 했던 희생을 냉정하게 담으며 인권의 억압자인 우리 모습을 비판한다. 장애우들의 취업난과 대륙횡단만큼이나 험난한 광화문 횡단을 통해 이동권쟁취투쟁을 다룬 여균동감독의 ‘대륙횡단’,외모에 대한 선입관이 빚는 에피소드를 깔끔하게 묘사한 박광수감독의 ‘얼굴값’,한번의 실수를 저지른 이웃에 ‘주홍글씨 A’의 낙인을 찍고 따돌리는 싸늘한 현실을 그린 ‘그 남자의 사정’ 등도 지지리 못난 우리의 얼굴을 담아낸다. 몰랐거나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했던 문제들을 끄집어낸 여섯개의 에피소드에는 날선 목소리만 있는게 아니다.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한편한편이 작품성을 확보하고 있다.개성이 강한 감독의 ‘여섯개의 시선’은 따로 놀면서도 절묘한 화음을 빚는다.그리고 묻는다.영화의 영어제목처럼 ‘당신이 나라면(If You were me?)? 혹은 이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당신은 무얼하십니까?'라고. 이종수기자 vielee@
  • 이런 책 어때요 / 토마토 이야기

    다치바나 미노리 지음 / 김소운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16세기 아스텍 왕국에서는 토마토를 많이 재배했다.당시 사람들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토르티아와 함께 토마토를 일상적으로 먹었다.그러나 토마토는 아스텍 왕국의 정복자 코르테스를 따라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우여곡절을 겪는다.마술적인 식물이자 불륜과 임신의 미약인 맨드레이크와 모양과 효능이 비슷한 것으로 낙인 찍혀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독초’취급을 받은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토마토가 익어갈수록 의사의 얼굴은 어두워진다.”는 서양 속담이 있을 만큼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토마토의 좌절과 영광의 역사를 담았다.1만2000원.
  • 이런 책 어때요 / 20세기의 성의 역사

    앵거스 맥래런 지음 / 임진영 옮김 현실문화연구 펴냄 1950년대 뉴욕의 정신과 의사인 프레더릭 워덤은 초인적인 영웅들을 다룬 만화들이 성욕을 자극한다고 비난했다.나아가 슈퍼맨을 파시스트로,박쥐동굴에 함께 사는 배트맨과 로빈을 동성애 커플로,원더우먼을 소녀들의 병적인 이상형 즉 레즈비언으로 낙인찍었다.만화책을 읽음으로써 청소년 비행과 매춘을 저지르게 된다는 그의 말에 상원 법사위는 민감하게 반응했고,만화업계는 즉각 만화책 인가제를 통해 자기검열을 약속했다.성적 선입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이 책은 20세기 성의 역사가 ‘성적 쾌락과 공포의 역사’라는 데 주목한다.1만 5000원.
  • BK 별도 징계는 안받을듯/언론·팬들 성토 계속… 앞길 험난 예상

    김병현(그림·보스턴 레드삭스)이 홈팬들의 야유에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저속한 행위에 대해 따로 징계를 받지 않을 전망이다.하지만 홈 팬들과 언론들이 김병현에 대한 성토가 계속돼 그의 ‘손가락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일간지인 보스턴 헤럴드는 6일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이 사과 발표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김병현에게 징계를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엡스타인 단장은 “김병현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후회했다.”면서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하겠지만 여기서 뭔가를 배울 것이며 자기 감정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병현은 지난 5일 사과문을 낸 뒤 현지 기자들은 물론 국내 특파원들에게도 “미국 신문을 보고 쓰라.”며 신경질적으로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심판이나 팬들에 대한 욕설 등은 메이저리그에서 다반사인 데다 김병현의 사과와 보스턴 단장의 대외적 공개없는 내부 징계 방침으로 메이저리그사무국의 징계수위는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나 팬들에 대한 그의 모독으로 자칫 보스턴을 떠나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관계자들은 “김병현의 행동은 충동적인 것일 뿐,작정하고 팬들을 모독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실제로 그는 얼굴을 충분히 익히고 나면 스스럼없이 상대를 대하고 장난도 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나 대중 또는 매스컴을 대할 때 긴장하기 일쑤인 소극적인 성격이어서 이날 사건은 돌발적인 것으로 주위는 받아들인다. 다만 유독 ‘로열팬’(골수팬)들이 많고 구단에 압력도 거센 보스턴 팬들이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우려를 더한다.일단 보스턴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이상 그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 틀림없다.김병현으로선 실력으로 팀에 공헌하든지,아니면 메이저리그판을 전전하며 떠돌거나 짐을 챙겨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할 벼랑끝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민수기자
  • 청소년 신용불량 해결책 없나 / 한복환 신용회복위 국장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경제활동에서 퇴출되고 있습니다.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금융기관의 연체독촉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갑니다.잘못에 대한 책임은 묻되 우선 이들의 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게 중요합니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한복환(韓福煥·사진·49) 사무국장은 적정수준의 부채탕감 등 청년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도움’을 강조했다.‘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니까 절대로 봐줘서는 안된다는 식의 사고로는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금융감독원 소속인 그는 지난해 10월1일 위원회 출범 이후 신용불량자 회생 지원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 ●청년 신용불량 문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다고 보나. 돈 쓰는 법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었다.저축을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가 88올림픽 이후 급속히 쇠퇴했다.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했다.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교육이다.규모있게 돈 쓰는 법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이미 일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회생 지원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빚을 오랜 기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들이 나서야 한다.가능한 한 빚을 탕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경제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조건 빚독촉만 해 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아울러 금융기관도 신용대란을 발생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신용불량자 본인들에게 있지 않나. 모럴 해저드나 형평성을 너무 강조하면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다.실질적인 도움을 줘서 생산활동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무수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신용불량 사실이 알려지면서 쫓겨나고 있다.빚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사람도 많다.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현 시점에서 청년층의 경제활동이 약화되는 것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이다.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녀들의 돈 씀씀이가 헤퍼지는 등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자녀와 함께 금융기관에가서 신용상태를 확인해 봐야 한다.신용정보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녀의 부채나 연체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나중에는 집을 팔아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이 온다. 김태균기자
  • 청소년 신용불량 해결책 없나 / 전문가 제언

    우리경제가 외환위기의 악몽에서 벗어나 10.9%의 고(高)성장을 달성했던 1999년.그해 말 국내 20대 신용불량자 수는 전년 말 32만 1000여명에서 28만 7000여명으로 무려 10.6%나 줄었다.20대 실업률이 1년 전 13.2%에서 8.9%로 뚝 떨어진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같은 기간 대부분 연령대에서 신용불량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청년 신용불량 문제를 청년실업 해결과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하는 경험적 논거다.한국개발연구원(KDI) 박창균 박사는 “20대 신용불량 문제에는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등 국내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반영돼 있다.”면서 “취업을 통해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게 해 주는 것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 대안”이라고 말했다.그는 특히 “과감한 채무 재조정을 통해 청년 신용불량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병철 연구위원은 “신용불량자의 총량적인 숫자만 줄이려고 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연령층,직업계층 등 다양한 배경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주문했다.그는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의 연체 상황 등에 대비한 다양한 상담 채널이 있어야 하는데도 이런 장치 없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3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현 제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신용불량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빚을 키우고 급기야 20대에 반(反)사회적인 존재로 낙인찍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최근 ‘신용불량자 증가의 원인분석과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용불량자에 등재된다는 것은 단순히 3개월간 돈을 연체했다는 개인 신용기록에 불과한데도 ‘불량 경제주체’를 뜻하는 개념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면서 법적인 신용불량자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실제로 우리나라와 같은 획일적인 신용불량 등록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김태균기자
  • ‘영정’되어 돌아온 조국/한통련 송인호씨 아내 입국… 뒤늦은 ‘화해’

    ‘얼마나 오고 싶었던 고국인가.’ 반국가 인사나 간첩으로 낙인 찍혀 30여년 동안 입국을 거부당한 해외 민주인사 33명이 19일 꿈에 그리던 고국땅을 밟았다. 이들 가운데 29명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소속 인사들이다.한통련 기관지 ‘민족시보’의 주필을 지낸 남편 송인호씨는 ‘영정’이 되어 부인 김경희(57·재일한국민주여성회 회장)씨의 손에 들려 돌아왔다. 송씨는 70년대 분신자살한 노동자 전태일 평전을 일본어로 번역,출간했던 인물로 지난 9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김씨는 “남편이 영정으로라도 고국을 찾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이소선(74)씨는 공항에서 김씨를 만나 “송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두손을 꼭 쥐었다. 한통련은 지난 73년 일본에서 결성돼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구출 투쟁과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였으며,78년 이른바 ‘재일동포 유학생 김정사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반국가단체 선고를 받았다.한통련 인사들은 “일본에서 반유신 활동을 벌이자 유학생 김씨를 한통련 회원으로몰아 한통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곽동의 의장 출발직전 협심증 귀국무산 당초 귀국인사 명단에 포함됐던 한통련 곽동의(73)의장은 이날 오전 일본을 떠나기 직전 협심증 증세를 보이는 바람에 43년만의 고국행이 무산됐다.곽 의장은 지난 60년 재일 한국청년연맹 중앙본부위원장으로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이끌면서 입국금지 리스트에 올랐다.지난 75년 서울대 의대 본과 2학년 재학중 ‘재일동포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돼 13년 동안 옥살이를 한뒤 일본으로 건너갔던 강종헌(52)씨는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해외민주인사의 방한을 규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객지생활을 하다 귀국한 인사는 87년 파독광부간첩단사건의 배후인물로 지목됐던 김성수(67)·김방지(60)씨 부부,범민련 유럽지역본부 중앙위원 신옥자(62)·한계일(72)씨 등 4명이다. 90년대 반독재투쟁을 벌인 범민련 해외본부는 남·북측 본부와 함께 3자 공동체제로 활동하는 기구로,결성 1년 뒤인 91년 1차 범민족대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직후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들을 초청한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 추진위원회’는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4개 단체로 구성됐다. 해외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고국방문 초청사업은 2000년 12월 한통련 대책위가 시작했으나 실정법 위반에 따른 정부의 강경 방침으로 계속 거절당했다. ●DJ·한통련 ‘화해의 만남' 한편 한통련 인사 5명은 20일 한통련 초대의장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30년만에 ‘화해’의 시간을 갖는다.한통련은 전두환 정권이 사형선고를 내린 김 전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앞장섰으나,지난 1980년 군사재판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이 단체와의 관련을 부인하고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적규정을 철회하지 않아 관련 인사들의 입국을 불허했다.김 전 대통령이 먼저 ‘미안하다.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혜영기자 koohy@
  • [열린세상] 安分知足의 정치를 펴라

    ‘민족 대이동’이었다고 한다.언론에서 즐겨 쓰는 말이다.길 나선 국민이 3000만명은 되지 않겠느냐는 어림셈이 의심없이 통한다.도대체 어디로들 몰려간 것일까. 한가위는 본래 ‘계절의 한가운데’를 뜻하는 말이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한 것은 이 계절이 ‘풍요의 한가운데’임을 말해준다.가득차고,넉넉하고,넘치는 때라는 뜻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고 겸손되이 말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세계관의 표출이다.이런 생활 철학은 놀랍고 또 자랑스럽다. 그러나 ‘더도 덜도’의 철학과는 무관하게,‘오늘 여기’의 현실은 아주 난감하다.안분이고 지족이고 겨를이 없다.당장 가서 목격한 고향의 농사는 지나친 비와 모자란 햇볕으로 드물게 보는 흉작이다.흉작보다 근본적인 것은 나라 경제가 어둡고 괴롭다는 사실이다.정치는 갈수록 저능(低能)이고 퇴영인데,사회는 리더십을 잃고 바야흐로 ‘만인과 만인의 투쟁’ 양상이다.서민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벼랑 끝에 내몰려,그 벼랑에서 끝내 떨어져가는 사람들로 우리 사회는 지금 ‘자살의 계절’을 맞이했다.비극이다.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지난 2002년에 1만 3055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7090명을 크게 앞질렀다.문제는 자살자의 급증이 ‘빈곤 자살’에 기인한다는 점이다.통계는 올들어 7월까지 자살자 6005명 가운데 6.7%인 408명이 빈곤 자살이었다고 기록했다.빚에 몰려서,생활고로 목숨을 버리는 생계형 자살자가 한 달에 58명,하루 2명꼴이라는 얘기다. 카드빚에 쫓기고,부도내고,마침내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혀서,시장경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생존권마저 박탈될 위기에 놓인 인구가 350만명을 헤아린다.이들을 벼랑 끝에서 받아줄 ‘생명의 그물’은 없다.‘이 세상의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하는 정의(定義)는 적어도 이들에게는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통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두말할 것 없이 빈부격차이고,그 심화다.우리 시중은행에 월 1000만원 이상을 정기 저축하는 계좌가 6만 3575개나 된다는 금감원 자료가 다시 놀라게 한다.그 중 8000개 가까이는 10대와 20대가 주인이다.다달이 1억원씩 쌓을 수 있는 ‘나이 어린 부자’를 상상해야 하는 처지는 괴롭다.고문이고 폭력이다. 우리는 경제규모 세계 13위,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원이지만 그 복지수준은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돈 없으면 치료를 받을 길이 없는” 의료 사각(死角)에 방치된 인구가 300만명을 넘고,전구 몇 개 밝히는 가정용 최저 전력요금이 3개월 이상 밀려서 단전(斷電) 조치된 집이 전국에 3만 1000가구라는 통계도 있다. 빈곤을 넘어서는 문제도 쌓였다.심각한 청년실업은 그 중 하나다.이민박람회에 몰리는,어디서도 받아 주는 곳이 없어 길을 헤매는 젊은이들이 겪는 지독한 절망을 위무할 방안이 우리에게 없다.그들이 누구인가.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어야 할,지금 우리사회를 힘차게 움직여 가야 할 주력(主力) 세대가 그들이지만,그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는 지금 무슨 일에 몰두하고 있는가. 우리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기 싸움’에 죽기살기다.그들이 민생과는 무관한 일로 드잡이하는 사이 청년들의 절망은 깊어가고,정치는 더욱더 혐오의 대상이 되고,카드빚에 몰린 젊은 엄마들은 아파트 베란다를 찾는다.대인의 풍모라고는 구경할 길이 없는,천박한 아귀다툼의 명수만이 정치를 하는 듯한,너죽고 나죽기 식의 우리 정치 판에서,‘더도 말고 덜도 말고’의 정치,아름다운 관용의 정치를 소망하려는 이런 칼럼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정 달 영 칼럼니스트 ssisi61@hanmail.net
  • 민주 신·구당파 움직임/추석연휴 민심을 잡아라

    신당파의 국정감사 전 탈당선언으로 사실상 분당상태에 돌입한 민주당 신·구당파가 추석연휴 기간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8일 현재까진 신·구당파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세싸움을 하고 있지만 민심향배에 따라 급속히 대세가 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향 활동 결과 중도 성향은 물론 신·구당파 의원들조차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따라서 신·구당파는 중도파 공략은 물론 연휴기간 민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신당파는 속전속결식 딴살림으로,구당파는 당직정리촉구로 상대를 압박 중이다. ●신당파,전국구·당직정리 부심 신당파는 이날 창당주비위 운영위원회의를 갖고 분과위원장단 구성,국회교섭단체 등록 및 다음달 발기인대회 개최를 위한 세부일정 등을 논의했다. 신당파는 ‘22일 이전 탈당→교섭단체 등록→신당연대·통합연대와의 연대 본격화→창당준비위 발족’ 등 일정을 사실상 확정했고,추석 직후 2단계에 걸쳐 각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영입인사 명단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이상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나라당 탈당파 5인 등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임을 밝힌 뒤 “10만 발기인을 각자 모집해,10월말쯤 창당발기인대회를 하고 창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함께 신당의 성패는 탈당의원 숫자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추가탈당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신당파는 그러나 50명 이상의 최종탈당을 주장하면서도 초기 대세장악을 못하자 우려하기도 했다.특히 김근태 고문이 합류했는데도 김 고문 계보 의원 대부분이 합류하지 않고 도리어 김 고문을 비판하자 곤혹스러워했다.비례대표인 전국구 의원과 사표를 낸 당직자들의 신변정리 문제를 놓고도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구당파,추가이탈자 막기 총력전 구당파의 축인 정통모임은 조찬모임을 갖고 주비위 참여와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당직자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당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하지만 정대철 대표가 이 사무총장의 사표만 수리하고 다른 당직자의 사표는 추후에 처리키로 하자는 중재안을받아들이기도 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추진이 정당사상 가장 추악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민족이 속한 퉁구스족은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구당파는 신당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의원들의 지역구 중 신당파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책 내정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아울러 ‘비상대책기구’ 구성도 검토하고 연내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구당파는 또 신당관련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여론 향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아울러 정 대표의 잔류를 강력히 요청하는 등 명분축적에도 애썼다. 특히 구당파 핵심인물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중도파 의원들과 골프라운딩을 강행하면서 당잔류를 간곡히 설득하는 등 이탈가능 중도파 설득에 총력전을 폈다. ●몸값 오르는 중도파,“통합해야” 신·구당파들로부터 파상적인 구애공세를 받고 있는 통합모임 공동대표 조순형·추미애 의원은 이날 정대표를 면담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이들은 집권당 분열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분명한 입장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추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민주당을 떠나 있지만 막상 탈당하려하니 우리 정치사에서 최대의 배신행위가 되고 배은망덕으로 낙인찍힐까봐 차마 탈당하지 못하고 측근들에게 은밀히 지시해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시켜 없애 버리고자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김영환 의원은 김근태 고문에게 보낸 개인편지에서 노 대통령을 신당의 배후로 지목한 뒤 “분당을 막는 것이 최선의 개혁”이라고 촉구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사분오열의 민주당/중도관망파 포섭 ‘전쟁’

    민주당내 신당 논란과 관련,신·구주류간 타협이 파국으로 끝남에 따라,양측은 5일부터 본격적으로 중도관망파에 대한 포섭작전에 돌입했다.그동안 양측의 대립이 ‘링 위에서의 난타전’이었다면,이제 막 시작된 2라운드는 ‘링 밖에서의 몸집 키우기’에 비유될 만하다. 신주류는 세를 최대한 불려 힘으로 신당을 밀어붙이거나 대규모 집단탈당으로 구주류를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고,구주류는 “민주당을 지키자.”는 명분을 앞세워 아군 숫자를 불림으로써 신주류의 신당 추진을 좌초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구주류 세 불리기 싸움 그동안 자신의 색깔을 최대한 강조했던 신·구주류 양측은 2라운드에 들어서자 물감을 탈색시키고 있다.중립지대에서 서성거리는 중도파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신주류가 걸핏하면 압력수단으로 내세운 “집단탈당 불사” 목소리를 접고 당내에 ‘창당주비위’를 띄운 것은 이같은 작전의 일환이다.덕분에 지난 4일 창당주비위에 그동안 탈당에 난색을 표시해온 온건파가 상당수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주류도 강경노선을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이다.그동안 강경노선을 주도했던 박상천 최고위원과 함께 중립지대에 있던 한화갑 전 대표가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민주당 관계자는 “한 전 대표는 신당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구주류 편으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한 전 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 반대와 함께 ‘민주개혁세력 대통합론’을 주장한 것은 구주류 성향의 중도파를 반(反)신당파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그러나 한 전 대표는 호남 출신으로 동교동계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비(非)호남인 조순형 고문,추미애 의원과 ‘얼굴’을 섞어 움직이고 있다. ●50여명이 판세 가를듯 민주당 의원 101명 가운데 스스로 ‘신당파’ 또는 ‘반신당파’의 낙인을 찍지 않은 중도파는 50명선으로 분류된다.지난 7월17일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하는 성명에 참여한 의원을 기준으로 하면 54명이다. 이들중 창당주비위에 참여한 의원도 있고 5일 한 전 대표의 신당 반대 회견에 동참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당이 둘로 완전히 쪼개지는 사태가 오면,이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도 있다. 중도파들은 막판까지 판세를 저울질 하다가 대세를 따라서,특히 각자의 지역구 사정에 따라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신·구주류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중도파는 강운태·김태홍·김경재·김상현 의원 등 호남출신이다. 신주류 입장에서는 이들을 포섭해야 호남민심을 붙들어 둘 수 있다.이들이 최근 들어 구주류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는 점에서 언제든 포섭 대상권에 들어있는 셈이다. 신주류는 또 김근태 고문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김 고문은 4일 구주류를 비판하면서도 창당주비위에는 불참함으로써 아직 관망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대철 대표는 막판까지 최대한 중립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