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낙인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28
  • [염주영 칼럼]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염주영 칼럼]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

    신년 화두는 경제위기의 극복에 모아지고 있다. 올해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혹자는 ‘제2의 대공황’이 될 것이라고 하고, 어떤 경제학자는 ‘100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한 위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 앞에 닥친 위기가 경제위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위기 못지않게 사회공동체 위기에도 노출되어 있다. 사회공동체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사회는 여전히 불안해질 것이다. 계층구조가 악화되고 갈등지수가 높아져 사회안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절박성에 우리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사회공동체 위기는 관심권 밖이다. 그래서 경제위기가 극복된 이후에도 사회공동체 위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11년 전의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2년 만에 경제성장률을 9.5%까지 끌어올리며 조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모범적인 외환위기 극복 국가로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수치로 표시되는 외환위기 극복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사회공동체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자영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직장인들이 실업자 대열에 합류했다. 아예 취업의 기회조차 봉쇄된 청년실업자들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강등됐다.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일부는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이들에게 한번의 패배는 영원한 패배였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전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IMF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혀 신빈곤층을 형성했다. 외환위기는 극복되었지만 그들 대부분이 제자리로 복귀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지니계수)는 외환위기 전후 2년간에 0.2830에서 0.3204로 높아졌다. 1996년에는 인구 열 명 중 한 명이 가구당 소득이 평균치의 절반에 못미치는 빈곤층에 속했다. 그러나 빈곤층 인구비율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높아져 2006년에는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불어났다. 외환위기 극복은 ‘그들만의 리그’였으며, IMF 낙오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물론 소수의 부자들은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산층이 대거 몰락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계층의 하향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런 변화는 지난 10년을 총체적 갈등의 시대로 만들었다. 빈부갈등·이념갈등·노사갈등·여야갈등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증폭되었다. 지난 20여일 동안 여의도 의사당을 전쟁터로 뒤바꿔 놓은 여야간의 극단적인 대치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한편으론 사회내의 증폭된 갈등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또다시 생존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가 성공적으로 극복된다 해도 그들 대부분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들이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제자리로 원대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사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패배의 역경을 딛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을 치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패배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사대우·멀티미디어본부장 yeomjs@seoul.co.kr
  • ‘베컴, 동성애자 욕설 반대 캠페인 출연해주세요’

    “베컴씨. 우리 함께 축구장에서 ‘동성애자’라는 욕설을 몰아냅시다.” 영국 동성애자 권익 모임이 데이비드 베컴(AC밀란) 등 잉글랜드 축구 스타들에게 축구장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욕설을 몰아내자는 홍보 동영상에 출연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6일(한국시간) 영국 유력지 인디펜던트 지 등에 따르면 ‘아웃레이지’라는 이름의 동성애 권익모임의 대표자가 이날 잉글랜드 축구협회(FA)를 방문해 축구스타들이 집적 출연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고. FA측도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이 권익모임의 대표자인 피터 차렐은 “베컴과 함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리오 퍼디낸드. 피터 크라우치. 웨인 루니. 존 테리. 마이클 오언 등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라며 “이 동영상이 축구장 대형화면으로 방영되고 유튜브 등에 올라가면 큰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언젠가는 동성애자 축구선수들이 용기를 갖고 커밍아웃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지난해 발생한 솔 캠벨(포츠머스)에 대한 ‘동성애 비하욕설’ 파문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01년 토트넘에서 아스널로 이적한 이래 친정팀 팬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캠벨은 온갖 욕설과 함께 동성애자 루머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는 ‘에이즈에 걸린 유다’라는 끔찍한 가사의 응원가가 경기도중 불리어지는 일까지 일어나 잉글랜드 축구계에 자성의 계기를 만들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8 유럽축구 최고의 ‘대박과 먹튀’는?

    2008 유럽축구 최고의 ‘대박과 먹튀’는?

    윈터 브레이크가 시작됐다. 시즌의 전환점을 돈 현재, 유럽 축구 클럽들은 우승과 강등탈출이란 목표아래 저마다 전력보강을 실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적잖은 이적료가 오고가는 만큼 ‘신흥부자 군단’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제외하곤 모두 조심스런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공사례도 많지만 실패 사례도 그만큼 많은 것이 선수 영입이기 때문이다. ‘쩐의 전쟁’이 열렸던 지난 2008년 여름은 그 어느 해 못지않은 거액의 이적료가 오고 갔지만 시즌의 절반이 지난 지금 성공작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박 친 선수와 먹튀로 낙인찍힌 선수는 누구일까? 지난 1일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 선수는 3,250만 파운드(약 616억원)을 기록한 맨시티의 호비뉴이다. 첼시 이적이 유력했던 호비뉴는 이적 시장 말미 ‘오일파워’를 등에 업은 맨시티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일단 맨시티의 호비뉴 영입은 성공적이다. 부상으로 전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라운드 현재 11골로 니콜라스 아넬카(14골)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맨시티는 호비뉴의 ‘고군분투’속에 리그에서 순도 높은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오랜 세비야 생활을 청산하고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다니엘 알베스도 비교적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냈다.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며 2,500만 파운드(약 474억원)의 몸값을 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나, 거침없는 바르셀로나의 상승세와 더불어 조금씩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 최강의 우측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2008년 유럽 축구 이적료 4위는 유럽의 변방 러시아에서 발생했다. 주인공은 포르투갈 출신의 공격수 미구엘 다니다. 2,400만 파운드(약 455억원)라는 러시아 프로축구 사상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단한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UEFA 슈퍼컵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시즌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제니트의 챔피언스리그 사상 첫 골의 주인공도 다니다. 몸값 대비 가장 효율성이 높았던 선수는 1,800만 파운드(약 341억)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유벤투스에 입단한 아마우리다. 델 피에로, 다비드 트레제게와 함께 힘겨운 주전경쟁이 예상됐으나 장기 부상을 당한 트레제게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유벤투스 공격을 이끌고 있다. 전반기 동안 11골을 터트리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리그에서도 득점 2위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대박 친 선수들이 있는 반면, 이적 당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토트넘의 투톱이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로비 킨이다. 호비뉴 다음으로 많은 이적료인 3,000만 파운드(약 568억)란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에 입단한 그는 아직까지 팀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득점 보다는 어시스트에 보다 집중하는 편이지만 거액의 몸값에는 못 미치고 있다. 1,900만 파운드(약 360억원)를 기록하며 어릴 적 꿈이었던 리버풀에 입단한 로비 킨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득점감각이 살아나긴 했으나 기대 이하의 플레이는 전반기 내내 그를 이적설에 휘말리게 했다. 이 밖에 몸값을 전혀 해내지 못한 선수들로는 1,940만 파운드(약 367억원)을 기록하며 인터밀란에 입단한 히카르두 콰레스마와 1,730만 파운드(약 328억원)의 데이비드 벤틀리(토트넘) 그리고 1,900만 파운드(약 360억원)의 조(맨시티)가 있다. 특히 콰레스마는 빅클럽 징크스라도 있는 듯 과거 바르셀로나에서의 실패를 또 다시 재현하는 모습이다. 한편 1,650만 파운드(약 312억원)으로 이적료 랭킹 10위를 기록한 호나우지뉴는 AC밀란에서 중대박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카카와의 공존설 등 적잖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지만 7골을 터트리며 빈공에 시달리던 AC밀란의 공격을 이끌었다. * 2008년 유럽 축구 이적료 Top10 1. 호비뉴[레알 마드리드→맨시티] 3,250만 파운드(약 616억원) 2. 베르바토프[토트넘→맨유] 3,000만 파운드(약 568억원) 3. 다니엘 알베스[세비야→바르셀로나] 2,500만 파운드(약 474억원) 4. 미구엘 다니[디나모 모스크바→제니트] 2,400만 파운드(약 455억원) 5. 히카르두 콰레스마[포르투→인터밀란] 1,940만 파운드(367억원) 6. 로비 킨[토트넘→리버풀] 1,900만 파운드(약 360억원) 7. 조[CSKA 모스크바→맨시티] 1,900만 파운드(약 360억원) 8. 아마우리[팔레르모→유벤투스] 1,800만 파운드(약 341억원) 9. 데이비드 벤틀리[블랙번→토트넘] 1,730만 파운드(328억원) 10. 호나우지뉴[바르셀로나→AC밀란] 1,650만 파운드(약 312억원)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soccerview.ahn@gmail.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초선의원이 말하는 파행의 18대국회] 권영진-이춘석-박선영 의원의 ‘솔직토크’

    [초선의원이 말하는 파행의 18대국회] 권영진-이춘석-박선영 의원의 ‘솔직토크’

    올 한 해를 누구보다 바쁘게 지낸 사람들이 있다.부푼 꿈을 안고 여의도에 둥지를 튼 초선의원들이다.당선의 기쁨도 잠시,국회 개원과 원구성이 늦어지면서 만만치 않은 신고식을 치렀던 이들은 연말까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18대 국회 첫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서울신문이 지난 24일 마련한 초선의원 좌담에서 한나라당 권영진(서울 노원을),민주당 이춘석(전북 익산갑),자유선진당 박선영(비례대표) 의원은 의정활동 7개월의 소회를 솔직담백하게 쏟아냈다. →의정활동 첫해를 돌아보신다면. -박선영 의원(이하 박)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과 개원,원구성에 이르기까지 어려웠다.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있었고 정기국회 들어와서는 이념적 대립도 있었다.독도 문제에서는 3당이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연말 국회 상황이 이러니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안타깝고 속상한 한 해였다. -권영진 의원(이하 권) 보람은 작고 실망은 컸다.정치인들 스스로 자기 반성과 성찰의 입장에서 돌아봐야 한다.국회 전체로 보면 법안 통과 비율이 (24일 현재) 11%밖에 안 된다.싸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들어왔는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이춘석 의원(이하 이) 국민과 지역구민에게 죄송하다.정치권 밖에서 개인적으로 봉사하고 노력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국회의원이 되면 제도적으로 이런 것들을 완비할 계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막상 국회에 들어오니 초심을 실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초심을 얼마나 가지고 있나 다시 생각해 본다. →바깥에서 보던 국회의원과 가장 달랐던 점은. -권 국회가 선진화를 위해 법치사회를 실현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법치가 제대로 확립 안 돼 법을 어겨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아직도 정치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개인은 훌륭한데 국회의 구조 속으로 들어오면 너무 왜소해진다.놀라울 뿐이다. -이 밖에서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구성원으로 한 지역을 대표하니 나름의 권위가 있다고 생각했다.저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그런데 다른 의원들과 얘기해 보면 제가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느껴진다.국민들보다 의원들 간의 이념 편차가 너무 넓다.한나라당은 생각도 못할 정도로 수구적이다.민주당에는 국민 현실에서 떠나 너무 진보적인 사람도 있다.국회와 당을 떠나 국민의 눈높이가 어느 수준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박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기준이 잘못돼 있다.자유선진당이 북한 인권과 탈북자 보호를 말한다고 해서 우리를 가장 보수적으로 본다.진보가 인권을 주장해야 하는데 우리가 인권을 말하고 있다.바깥에서 볼 때는 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다.들어와 보니 각계 전문가들이 상당히 포진돼 있다.다만 국회에서 소수정당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자기가 속한 정당의 문제점을 짚어 보신다면. -이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면 정체성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이 정체성을 정립하기가 가장 어려운 정당이다.여당이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의 색깔을 좀 더 분명히 해야 한다.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선명한 야당이 돼야 한다. -박 자유선진당은 너무 점잖다.이회창 총재부터 대법관 출신이고 반듯한 것을 추구한다.이상적이고 점잖다 보니 중심을 잘 잡아가는데,이런 점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상황에 따라 우리가 이편 저편 드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우리는 원칙에 따라 옳은 것을 하는 것인데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안 보이는 것이다. -권 국회와 관련해서 더 책임있는 쪽은 여당이다.여당이 운영의 묘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정도 회의실 안에서 문 걸어 잠그고 밖에서 쇠망치질 할 이슈가 아니다.한나라당 의원이 172명이나 된다.단일대오로 정당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정당에 서운한 점은. -박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을 교섭단체로 취급하지 않고 양당 구조로만 끌고 가려는 게 가장 섭섭하다.민주당하고만 대화하면 되는 줄 안다.민주당은 정말 우리에게 잘못 한 게 많다.민주당이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나.자기들도 우리에게 (‘2중대 발언’ 등과 관련해) 사과 한번 하지 않았다.좀 거시기 하죠(모두 웃음).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한나라당도 우리 당과 약속을 두 차례나 깼다.민주당은 더 많이 깼다.원혜영 원내대표가 다 합의해 놓고 의원총회 가서 번번이 깼다.정말 당혹스러웠다. -권 국민들이 선택한 다수당이 일할 수 있도록 야당이 공간을 열어줬으면 한다.물론 다수결 원칙과 소수당 배려도 잘 배합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투쟁일변도에서 벗어나 조정하고 타협해야 한다.민주당이 반민주 악법이라고 못박았다.야당이 반대하면 여당은 아무것도 못하나.지금 국회에는 대화와 타협은 없고 주장과 싸움만 있다. -이 다수결 원칙에 따르면 한나라당만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승자독식에 의해 이기는 자만 존재하고,소수 정당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으면 정치가 극한 대립으로 간다.새 정부가 출범했으니까 야당이 협조해서 가는 것이 맞다.하지만 100개가 넘는 법안을 다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고 독선이다.한나라당이 172석을 갖고 있지만 지금 다시 선거를 한다면 과연 그 정도의 의석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여당이 유연하게 해 줬으면 한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의 빌미를 준 게 아닌지. -권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상대방을 못 들어오게 해서 직권상정하라고 지시했을 리 없다.민주당도 지도부가 해머 들고 가라고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다.야당이 계속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려 하니 여당이 좀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그런데 밖에서 야당이 망치로 출입문을 치고 하니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 것 같다. -박 비준안 상정 전에 여야 간사단 회의를 했는데 민주당이 연로한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다 사임시키고,젊은 의원들로 보임해 어떤 식으로든 막겠다고 했다.그러니 한나라당에서 과잉 대응한 것이다.한나라당은 야당 상임위 위원들조차 못 들어오게 했다.당일 오후 1시29분에 한나라당 간사가 (외통위 자유선진당 간사인) 저에게 전화해 “들어올 거면 지금 들어오라.”고 했다.저는 “(같은 외통위 소속인) 이회창 총재와 함께 2시에 들어갈 테니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1시50분에도 한나라당 간사가 전화해서 “지금 안 오면 안 된다.”고 했다.이 총재와 제가 5분 대기하다가 들어가니 여당이 벌써 비준안을 상정처리하고 나가 버렸다.여당 의원들이 나갈 때 경위들이 2m 정도 폭으로 나가는 길을 터 주더라.그걸 보면서 분노했다.한나라당이 표결하고 나갈 때는 길을 내주면서 야당 의원들 들어간다고 할 때는 길을 못 내주나. -이 해당 상임위 위원을 못 들어가게 한 것은 의회주의의 말살이다.법률안이 비준안처럼 통과되면 저뿐 아니라 민주당의 젊은 국회의원들이 (의원) 배지 뗄 생각도 하고 있다. -박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외통위 회의실 앞 복도에서 그냥 앉아서 눈물 흘리고 있었으면,그래서 그 사진 보도됐으면,한나라당은 백패(百敗)였다.어제 외통위 소위 하러 가보니 문이 다 뜯겨져 있더라.가슴이 아팠다.이걸 고치지 말고 우리의 아픔으로 남겨두자고 했다. →보좌진을 몸싸움에 동원한 것은 문제가 아닌지. -권 국회의원들이 비겁한 것이다. -박 읍참마속으로 폭력 행사한 보좌진을 처벌해야 한다.이번 기회에 표지석을 세운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내년에도 똑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폭력을 사용한 사람은 의원이든 보좌관이든 처벌해야 한다. -이 보좌관은 기본적으로 의원과 생각이 같다.보좌관이 잘못한 건 맞지만 왜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됐나도 따져봐야 한다.폭력만 부각됐다.드러나는 표상만 봐서 문을 부숴서 처벌해야 한다고 하면 앞으로 모든 국회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하지만 보좌관 가운데 정당 생활 오래한 사람들은 소속 의원들보다 이념적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새해 국회에서 이것만은 꼭 고치자고 한다면. -이 마지막까지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 장외투쟁으로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지금이 분수령 같다. -박 폭력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제자들에게도 내 뜻과 소신에 어긋나는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몸으로 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권 다른 당에 상처를 주면서 낙인찍는 것을 안 했으면 좋겠다.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입장과 생각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 박찬구 정치부 차장 ckpark@seoul.co.kr 정리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그들이 불법체류를 택하게 되는 이유

    2008년 현재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은 약 117만명이고 이중 18%인 21만여명이 불법체류자다. 이들은 당연히 법적으로는 단속 대상이다.하지만 불법체류자 문제를 단속과 추방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현실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이후 당국은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섰다.지난달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에서 수행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은 ‘토끼몰이식’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법체류자는 우리 사회의 식지않는 논쟁거리다.그들이 왜 불법체류를 선택했으며,이들의 처벌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들이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된 이유 불법체류자들은 한결같이 “합법적으로 일하는 것 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현행 고용허가제에 의해 한 직장에 매여있는 것 보다 불법체류를 하면서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 아마르(27·몽골)씨는 합법적으로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말했다.지난해 4월 취업비자로 입국해 일을 시작했다는 아마르씨는 “한국에서 처음 일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는 1시간에 3480원을 받았다.”고 밝혔다.그가 공장에서 받았던 월급은 90만원 가량으로 최저임금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아마르씨는 “그나마 마지막 한 달치 월급은 아직도 못 받은 상태다.계속 전화를 해보지만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고 밝힌 뒤 “불법체류자 신세지만 지금이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말했다.현재 그는 하루에 11시간 남짓 일하고 7만원을 받는다. 또 다른 몽골인 알리마(42·여)씨는 “(불법체류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하는 것이 낫다.”며 “아들이 얼마 전 한국 대학에 입학해서 학비를 대려면 불법체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운수업체 담당자 김모(55)씨는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인들에 비해 일당이 저렴하다.”며 “인건비도 저렴한 데다 사람들이 성실해서 계속 고용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김씨는 “물론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에 비해 일당이 싼 편”이라고 덧붙였다. 언어 소통 문제와 노동법 지식 부족도 이들이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아마르씨는 “취업비자를 연장하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말도 잘 안 통하고 절차를 밟는 게 힘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그는 “주변 몽골인들도 거의 다 나와 같은 이유로 불법체류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상담실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국내 노동사정이나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점도 불법체류자가 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를 만드는 브로커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만난 크리시나(34·방글라데시)씨는 “한국에 입국할 때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브로커에게 한국 돈 1000만원을 주면 불법취업을 알선해준다.”고 말했다.그는 자신도 1000만원을 마련하느라 힘들었다면서 “두 달 전에 입국했다가 얼마전 단속반에 붙잡혀 강제추방된 친구는 브로커에게 준 돈을 갚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최소한 그 돈이라도 다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마씨도 “몽골 현지에 한국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고 밝혔다.그는 “500~600만원 정도 돈을 내면 한국에 올 수 있다.하지만 몽골에서 그 정도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며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빚을 내 들어온 후 한국에서 갚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불법체류자 인권 침해”vs“일방적인 주장일 뿐”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상담실장은 “최근 당국의 일제단속을 피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다 불황으로 해고당한 사람까지 몰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훨씬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당국의 과잉단속을 문제삼으면서 “무리한 단속과 추적으로 부상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가 적지 않다.”며 “특히 추격 도중 다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그는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큰 부상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를 응급실에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 실장은 집으로 무작정 들어와 연행해 가거나 성추행·폭행 등을 자행한 경우도 있다면서 “비인권적인 단속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출입국관리법에는 불법체류자 단속시 먼저 신분을 밝힌 뒤 영장을 보여주고 사업주에게는 사전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불법단속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그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부처럼 앞뒤 안 가리는 경우는 없었다.올해 정부의 단속 목표가 4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곳에 머물고 있는 크리시나씨는 얼마 전 단속 과정에서 손가락과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크리시나씨는 “단속반이 허리띠를 잡고 끌고가는 도중 정강이를 차고 때리면서 심한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그는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유리조각에 손가락이 찢어졌다.”면서 “지금도 다친 손가락을 제대로 구부리지 못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단속의 법적 근거와 단속 중 벌어지는 관행 등은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과도하고 무분별한 단속이 벌어지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입장은 다르다.법무부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적법절차를 위반했거나 인권을 침해한 것처럼 호도된 것”이라며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의 인권침해 사례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법무부는 “인권위 등의 발표는 절차와 방법·내용 등을 미루어 볼 때,의견표명의 한계를 벗어났을 뿐만아니라 단속된 보호외국인만의 진술을 토대로 이루어 졌고,그 검증과정도 없었으며,사실과 다르게 발표되는 등 객관적 신뢰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또 “인권위가 일방적인 진술만을 듣고 개인과 국가기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 과연 책임있는 국가기관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자윤리학을 통해 타자의 인정과 존중,이들을 수용하는 감성을 강조했다.취재과정에서 만난 불법체류자들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타자’였다.하지만 ‘불법’이란 딱지와 ‘외국인’이란 낙인이 그들을 절박함 속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레비나스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이제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권 차원의 구제방안과 사회적 시선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그들이 불법체류를 택하게 되는 이유

    그들이 불법체류를 택하게 되는 이유

    2008년 현재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은 약 117만명이고 이중 18%인 21만여명이 불법체류자다. 이들은 당연히 법적으로는 단속 대상이다.하지만 불법체류자 문제를 단속과 추방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현실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이후 당국은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섰다.지난달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에서 수행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은 ‘토끼몰이식’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법체류자는 우리 사회의 식지않는 논쟁거리다.그들이 왜 불법체류를 선택했으며,이들의 처벌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들이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된 이유  불법체류자들은 한결같이 “합법적으로 일하는 것 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현행 고용허가제에 의해 한 직장에 매여있는 것 보다 불법체류를 하면서 다른 일을 찾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 아마르(27·몽골)씨는 합법적으로 일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말했다.지난해 4월 취업비자로 입국해 일을 시작했다는 아마르씨는 “한국에서 처음 일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는 1시간에 3480원을 받았다.”고 밝혔다.그가 공장에서 받았던 월급은 90만원 가량으로 최저임금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아마르씨는 “그나마 마지막 한 달치 월급은 아직도 못 받은 상태다.계속 전화를 해보지만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라고 밝힌 뒤 “불법체류자 신세지만 지금이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말했다.현재 그는 하루에 11시간 남짓 일하고 7만원을 받는다.  또 다른 몽골인 알리마(42·여)씨는 “(불법체류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하는 것이 낫다.”며 “아들이 얼마 전 한국 대학에 입학해서 학비를 대려면 불법체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한 운수업체 담당자 김모(55)씨는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인들에 비해 일당이 저렴하다.”며 “인건비도 저렴한 데다 사람들이 성실해서 계속 고용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김씨는 “물론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에 비해 일당이 싼 편”이라고 덧붙였다.  언어 소통 문제와 노동법 지식 부족도 이들이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아마르씨는 “취업비자를 연장하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말도 잘 안 통하고 절차를 밟는 게 힘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그는 “주변 몽골인들도 거의 다 나와 같은 이유로 불법체류 중”이라고 전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상담실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국내 노동사정이나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점도 불법체류자가 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를 만드는 브로커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만난 크리시나(34·방글라데시)씨는 “한국에 입국할 때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브로커에게 한국 돈 1000만원을 주면 불법취업을 알선해준다.”고 말했다.그는 자신도 1000만원을 마련하느라 힘들었다면서 “두 달 전에 입국했다가 얼마전 단속반에 붙잡혀 강제추방된 친구는 브로커에게 준 돈을 갚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최소한 그 돈이라도 다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알리마씨도 “몽골 현지에 한국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고 밝혔다.그는 “500~600만원 정도 돈을 내면 한국에 올 수 있다.하지만 몽골에서 그 정도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며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빚을 내 들어온 후 한국에서 갚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불법체류자 인권 침해”vs“일방적인 주장일 뿐”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상담실장은 “최근 당국의 일제단속을 피해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다 불황으로 해고당한 사람까지 몰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훨씬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당국의 과잉단속을 문제삼으면서 “무리한 단속과 추적으로 부상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가 적지 않다.”며 “특히 추격 도중 다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그는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 큰 부상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를 응급실에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 실장은 집으로 무작정 들어와 연행해 가거나 성추행·폭행 등을 자행한 경우도 있다면서 “비인권적인 단속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출입국관리법에는 불법체류자 단속시 먼저 신분을 밝힌 뒤 영장을 보여주고 사업주에게는 사전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불법단속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그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정부처럼 앞뒤 안 가리는 경우는 없었다.올해 정부의 단속 목표가 4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곳에 머물고 있는 크리시나씨는 얼마 전 단속 과정에서 손가락과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크리시나씨는 “단속반이 허리띠를 잡고 끌고가는 도중 정강이를 차고 때리면서 심한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그는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넘어져 유리조각에 손가락이 찢어졌다.”면서 “지금도 다친 손가락을 제대로 구부리지 못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단속의 법적 근거와 단속 중 벌어지는 관행 등은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과도하고 무분별한 단속이 벌어지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입장은 다르다.법무부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적법절차를 위반했거나 인권을 침해한 것처럼 호도된 것”이라며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의 인권침해 사례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법무부는 “인권위 등의 발표는 절차와 방법·내용 등을 미루어 볼 때,의견표명의 한계를 벗어났을 뿐만아니라 단속된 보호외국인만의 진술을 토대로 이루어 졌고,그 검증과정도 없었으며,사실과 다르게 발표되는 등 객관적 신뢰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또 “인권위가 일방적인 진술만을 듣고 개인과 국가기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 과연 책임있는 국가기관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는 타자윤리학을 통해 타자의 인정과 존중,이들을 수용하는 감성을 강조했다.취재과정에서 만난 불법체류자들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타자’였다.하지만 ‘불법’이란 딱지와 ‘외국인’이란 낙인이 그들을 절박함 속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레비나스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이제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위해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권 차원의 구제방안과 사회적 시선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남편 어려운 책도 읽어요” 日총리 부인,만화광 아소 두둔

    l도쿄 박홍기특파원l “남편은 어려운 책도 읽습니다.TV 뉴스도 보고요.” 아소 다로(67) 일본 총리의 부인 지카코(58) 여사가 최근 지지율의 하락으로 곤경에 처한 남편 두둔에 나섰다.지카코 여사는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의 셋째 딸로 1983년 결혼했다. 지카코 여사는 지난 15일 발간한 자민당의 여성 월간지 ‘리부루’와의 신년호 인터뷰에서 “만화나 읽으니 ‘빈번‘,‘답습’ 등의 한자도 제대로 못읽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만화도 좋아해 자주 읽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또 “사무실에서는 자료나 어려운 책도 차분하게 읽는다.”고 말했다. 아소 총리는 평소 “만화는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론을 펼 만큼 ‘만화광’이다. 지카코 여사는 “(아소 총리는) 영국 BBC나 미국 CNN 뉴스도 아침 저녁으로 본다.”고도 강조했다.아소 총리가 9월24일 취임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신문도 안 읽고 TV도 안 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답변한 이래 ‘신문도,TV도 안보는 총리’로 낙인찍힌 데 따른 해명이다. hkpark@seoul.co.kr
  •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⑤·끝 자활에 눈을 뜨다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⑤·끝 자활에 눈을 뜨다

    “풀뿌리 자활운동이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지난 2주간 만났던 ‘영등포 사람들’ 모두가 불규칙한 생활,경마,범죄피해 속에서 허우적거리지만 않았다.자활에 눈 뜬 노숙·기초생활수급·일용노동자들이 한 데 뭉쳐 그들을 둘러싼 빈곤과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일부 노숙·일용노동자들은 수중에 들어온 돈을 악착같이 모아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한편,기초수급자들은 ‘고독의 섬’인 어두컴컴한 고시원 방문을 열어 젖히고 공동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모아놓은 돈은 크지 않았지만 “자활의 의지를 지켜 가며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찾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안은행 ‘다람쥐회’ 1978년 영등포산업선교회가 당시 빈곤계층인 어린 여공들을 대상으로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푼돈을 모으자.’는 취지로 설립한 ‘다람쥐회’.90년대 말부터 여공들의 빈자리를 노숙자·일용노동자들이 채웠다.다람쥐회는 자연스레 주민등록말소나 금융채무로 통장을 개설할 수 없는 빈곤계층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은행’으로 거듭났다. 다람쥐회에 가입한 노숙자 및 일용노동자는 현재 188명.이들의 총 저축액은 1억 5000여만원에 이른다.다람쥐회를 시작으로 700만원을 모은 김모(32)씨는 “저축액만큼의 자부심이 쌓였고,삶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005년 겨울,동정과 편견의 대상이자 언제나 ‘목적어’였던 영등포 노숙자들이 ‘주어’가 될 것을 다짐했다.그해 12월 도움을 받기만 했던 이들이 ‘사랑의 연탄나누기’를 진행했다.이듬해 응원단을 만들어 시청 앞 독일월드컵 응원에도 참가했다.‘삶의 독립’을 바라며 ‘우리들이 진행하는 3·1절 기념식’ 행사도 치렀다. ●주거협동체와 ‘병원동행팀’ 이들은 또 ‘어떻게 하면 빈곤을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토론을 거듭한 끝에 ‘주거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사글세가 아닌 ‘전세’로 살아 보자는데 뜻을 모았다.돈을 모으기 위해 다람쥐회 보통예탁 ‘안 찾기 저축’ 운동을 시작했다.이들이 2006년 12월에는 주거협동체 ‘해보자 모임’을 세웠다.2007년 1월 ‘해보자’는 자활에 나선 노숙자가 아픈 노숙자들을 돌아보고 병원으로 갈 수 있게 돕는 ‘병원동행팀’ 활동을 시작했다.지난 2년 동안 아픈 노숙자와 시립병원에 동행해 입원 및 치료를 받게 해 준 건수가 400회에 이른다.이런 움직임들은 ‘사람다운 삶’을 되살리는 과정이었다. 2008년 12월 현재 ‘해보자’ 회원은 70여명.이 중 27명은 이미 임대주택을 마련했다.대기자 50여명 가운데 임대보증금을 마련한 사람은 22명이다.‘해보자’를 통해 서울 화곡동에 임대주택을 마련한 서진호(46·가명)씨는 “임대주택을 넘어 내 힘으로 내 보금자리를 마련할 계획이고,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수급자 서로 지키자’-고시원 운동 2007년 6월부터 영등포 N고시원에 살던 기초생활수급자 10명은 3만원씩 모아 식사비를 분담하기로 했다.처음에는 “휴게실에서 요리하면 냄새난다.”며 반대했던 고시원 업주도 지금은 장을 봐주고,요리까지 거들어준다.‘고시원 운동’ 덕택에 보통 일주일만에 다 써버렸던 수급비로 20일을 생활 할 수 있게 됐다.회원은 현재 16명으로 늘었다. 인근 고시원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한진수(60·가명)씨는 “우리 스스로 만든 ‘외로움’이라는 비좁은 방에서 빠져 나왔다.”면서 “이 운동이 더 확산되면 전세 고시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노숙자 무료 인력소개소 운영 해야” 햇살보금자리 상담보호센터 박철수 팀장 “이제 노숙이 아닌 빈곤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햇살보금자리 상담보호센터 박철수 팀장은 노숙자를 둘러싼 ‘편견 vs 인권’,‘자활 vs 보호’ 등의 논란은 우리 사회가 만든 ‘노숙자’라는 낙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노숙자를 별도의 시각이 아니라 밑천이 없는 사람들의 ‘빈곤상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노숙자에게는 스스로 밑천을 만들어 극단적 빈곤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가 있고,우리사회는 그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활의 에너지’를 일깨워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취재진이 만난 수많은 노숙자들은 ‘알코올중독’이나 ‘경마중독’에 빠질 확률만큼이나 ‘저축중독’,‘희망중독’이라는 긍정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도 컸다. 박 팀장은 ‘밥 한 그릇을 나누는 온정’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잠재적 노숙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그는 “고시원 방값은 월 22만원인 데다가 공사판 막노동 일당은 10년째 5만 4000원에 머물러 있다.”면서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경기침체와 양극화로 인해 ‘빈곤층의 댐’을 붕괴시켜 잠재적 노숙자의 노숙화를 막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팀장은 정부가 빈곤층의 수입을 늘려 주고,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일례로 비영리복지단체가 운영하는 월 10만원짜리 고시원이 생긴다면 노숙자들의 지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또 구청에서 ‘무료 인력소개소’를 운영하면 일당의 10%에 이르는 인력소개비를 아낄 수 있다.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저축을 관리해 주는 ‘거리 대안은행’을 만들면 저축이라는 희망을 쌓을 수 있다.그는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한 사람을 이끌어 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영등포는 더 이상 무료급식만 넉넉한 ‘좌절의 땅’이 아니라 ‘희망의 광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이경주 장형우 허백윤 이영준기자 kdlrudwn@ul.co.kr ●도움주신 분 박철수 햇살보금자리 상담보호센터 팀 장 외 노숙자 15명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노숙자와 함께쓴 2008 노숙자 리포트] ① 노숙자 ‘베이스캠프’ 영등포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② 노숙자 배양하는 ‘저수지’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 ③ ‘한방’ 도박의 늪 [노숙자와 함께 쓴 2008 노숙자 리포트] ④ 견디기 힘든 ‘新 3苦’
  • 30년마다 찾아오는 실패의 경고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은 30년 가까이 안정성을 의심받지 않고 뉴욕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그러나 2001년 9월11일 보잉 767기 두 대가 두 빌딩으로 돌진했을 때 더 이상 구조적 강건함을 보여주지 못했다.쌍동이 타워의 붕괴는 고층 건물에 대한 테러에도 구조적으로 안전한 빌딩을 건축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낳았다. ‘종이 한 장의 차이’(헨리 페트로스키 지음,문은실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의 영문 제목은 ‘실패를 통한 성공’으로 일종의 실패학이다.성공했다고 낙인찍힌 건물·정치형태 등 유형·무형의 모든 것이 사실은 실패를 통해 조금씩 개선돼 나간 것이다.이런 맥락이 없는 성공이란 곧 실패로 이어진다.공학 칼럼니스트이자 듀크대 토목공학·역사학 석좌교수인 페트로스키는 프린스턴대에서 진행된 특강을 기초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업적 중 하나는 페트로스키가 각종 대형 사고나 실패가 30년 주기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는 것.공학자답게 그는 1847년 영국 체스터에서 일어난 트러스 구조를 가진 다리의 실패 이후 1877년 스코틀랜드 테이강 다리의 붕괴로 74명이 사망했고,1907년 캐나다 퀘벡교 ,1940년 타코마 해협 다리,1970년 호주 멜버른의 웨스트 게이트 다리 사고가 30년 주기로 발생했다고 밝힌다.우주탐사도 마찬가지다.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한 지 정확히 30년 뒤인 1999년 미우주항공국(NASA)은 배선 손상으로 발이 묶인 우주선,허블 망원경 말썽,화성 기후 탐사선의 분실 등 잦은 실패를 거듭한다.그리고 2003년에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하는 엄청난 실패도 겪었다. 지은이는 30년이란 세월은 한 세대의 엔지니어들이 다음 세대의 엔지니어들과 자리를 바꾸는 시간으로,성공의 법칙은 더이상 통하지 않고 실패의 노하우까지 단절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성공이 계속되는 동안 인간의 거만함과 야망은 끝을 모르고 실패를 통한 배움에 소홀해진다.이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이 성공을 유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다.끊임없이 현재의 성공을 의심하고,개선하기 노력하는 사람만이 새로운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2중대·2소대/이목희 논설위원

    광복 이후 30여년간 정치인을 한방에 보내는 말은 ‘사쿠라’였다.정치판에 워낙 밀실 야합과 협잡이 횡행하니 서로 믿기 힘들었다.돈과 향응,자리,고급정보를 활용한 회유 등.야당판에서 낮에는 선명한 척하고 밤에는 권력에 빌붙는 이들이 많았다. 때론 억울한 이들도 있었던 듯하다.1960,70년대 사쿠라 논쟁의 주요 타깃은 유진산씨였다.신경식 전 의원은 회고록에서 “진산의 사후에야 많은 정치인들이 그의 화합과 조정력,큰 정치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진산이 남긴 상도동의 초라한 집,생활비로 고생하는 유족을 보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금일봉을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일반인에게 ‘유진산은 사쿠라’라는 인식이 아직도 박혀 있다.정치적 낙인은 그만큼 무섭다. 1980년대부터 ‘사쿠라’ 대신 등장한 것이 ‘2중대’.전두환 군부세력은 야성이 강한 정치인은 아예 활동을 법으로 묶었다.정보기관이 앞장서 정치판을 마음먹은 대로 짰다.여당인 민정당,제1야당 민한당,제2야당 국민당.민정당 공천 예정자가 밤 사이에 민한당으로 바뀌곤 했다.민정당이 1중대,민한당이 2중대,국민당이 3중대로 불릴 만했다.세 정당은 때론 1대대,2중대,3소대로 명명되었다. 그 이후 야당이 집권여당과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2중대 얘기가 나왔다.‘북한 노동당 2중대’라고 색깔론을 덧씌우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지금 정치판 역시 2중대 논란이 한창이다.제2야당인 자유선진당이 여당 편을 들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한나라당 2중대’라고 비난했다.이에 선진당은 민주당을 향해 “국회 운영면에서는 선진당 2소대,국민적 인식에서는 민주노동당 2중대”라고 맞받아쳤다. 국군 장병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1중대,2중대는 군 편제상의 분류일 뿐이다.앞서거나 뒤지는 개념이 아니다.‘사쿠라’ 용어가 잠잠해지는 데 30년이 걸렸다.‘2중대’ 용어가 자주 쓰인 지 또 30년.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타협하지 않는 정치문화가 한국의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라고 했다.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독재 치하도 아닌데,‘대화·타협=2중대’로 매도하는 풍토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2007년,일본의 대표적인 감독 수오 마사유키가 11년의 공백을 깨고 신작을 발표했다.그의 작품 치고는 이례적으로 심각한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은 끝에 작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기록됐다.선배 이타미 주조의 자살이 이 작품에 끼친 영향과 긴 휴식의 이유가 먼저 궁금하지만,알려진 정보는 별로 없다.중요한 건,그리고 분명한 건 수오 마사유키가 일본의 현대사회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청년 가네코 테페이는 아침의 만원 전철에 몸을 싣고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목적지에 내린 가네코의 손을 한 소녀가 갑자기 잡았고,잠시 후 그는 여성을 괴롭힌 현행범으로 체포된다.이어지는 경찰과 검찰의 강압적인 태도와 어이없는 회유에 맞서 가네코는 무죄를 주장한다.이윽고 치한으로 기소된 그에게 유죄 선고 확률 99.9%의 재판은 버거운 전쟁에 가깝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죄를 뒤집어쓴 무고한 사람의 투쟁기로 먼저 읽힌다.사법제도와 관료사회가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사이,모순과 문제점이 상존하는 폭력적인 현실과 제도가 한 남자의 의지를 시험한다.여기에서 멈췄다면 범상한 법정영화로 남았을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보다 폭넓은 주제로 팽창하고자 한다. 수오 마사유키가 피의자의 진실과 함께 시험대에 올려놓은 대상은 관객의 선입견과 사회의 지배적인 편견이다.140여분에 이르는 상영시간 동안 그날 전철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영화는 억울한 남자에 대한 동조와 연민을 구하는 대신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관과 관객을 나란히 피고석에 앉힌다.일례로 어딘가 억눌린 모습의 남자,별다른 직장이 없는 남자는 종종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히곤 한다.사회의 질서와 범죄 예방을 이유로 그들이 형을 언도받는 배경에는 사회의 암묵적 합의와 공모가 자리하고 있다. 가네코 사건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이 변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진실이 혼란에 빠지고 자유와 정의가 도전받을 때 항상 언급되는 ‘드레퓌스 사건’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를 읽기 위한 좋은 지침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드레퓌스 사건에서 두드러졌던 지식인의 올바른 역할은 작금에 이르러 대중의 몫으로 넘겨졌다.그 첫걸음인 진실의 탐구에 대중이 힘을 쏟는다면,제2의 가네코 사건은 쉬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원제 ‘それでもボクはやってない’,감독 수오 마사유키,1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억울한 옥살이 15년’ 36년만에 누명 벗다

     지난 1972년 춘천에서 경찰 간부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간 복역했던 살인범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내 36년만에 누명을 벗었다.춘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성태 부장판사)는 28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5년간 복역했던 정원섭(74·당시 38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로서는 당시 사건 이후 살인범으로 낙인찍힌 지 36년만이자,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1999년 서울고법에 첫 재심을 제기한 지 10년만의 명예회복이다.  특히 그동안 간첩 조작 등 시국관련 사건 피고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선고는 수차례 있었으나,이처럼 일반 형사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 경찰관들이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폭행·협박 내지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제출한 증거는 적법 절차에 반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어 증거 능력이 없거나 절차적 하자 등의 문제로 증명력이 부족한 만큼 정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긴 시간 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법원의 문을 두드린 피고인 정씨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적법절차를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었던 피고인이 마지막 희망으로 기댔던 법원마저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부족했고,그 결과 피고인의 호소를 충분히 경청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해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언급했다.  당시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1972년 9월27일 춘천시 우두동 논둑에서 한 초등학생(당시 9세·여)이 피살됐다.이 초등생 살해 혐의로 붙잡힌 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끝에 19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정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1999년 1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2001년 10월 기각됐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라틴표 몰아준 클린턴맨 新에너지 이끌 ‘바이오맨’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내정된 빌 리처드슨(61) 뉴멕시코 주지사는 가장 영향력 있는 라틴계 정치인으로 당초 상무장관이 아닌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국무장관직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낙점되면서 상무장관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에 라틴계 유권자들의 힘이 컸다는 점을 배려한 인사라는 측면도 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힐러리 의원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당선인이 경쟁자를 포용한 사례에 속한다.그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초반에 사퇴했다.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유엔대사와 에너지장관을 지내는 등 클린턴가 사람으로 분류됐으나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클린턴측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마음 고생이 심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제분쟁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미 육군 헬기 2대가 북한 지역에서 격추됐을 때 조종사 석방협상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고,북한 핵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특사로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및 수단 반정부 단체와도 인질협상을 성공적으로 벌인 국제전문가이다.  그렇다고 경제쪽 경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 아니다.에너지부장관을 지냈고,2002년부터 뉴멕시코 주지사로 일하면서 강력한 민-관협력 체제를 구축해 뉴멕시코를 태양력 에너지와 바이오연료,의료기술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뉴멕시코에 있는 연방 연구기관인 로스 알라모스와 산디아 등을 주립대학 연구소들과 연계·발전시키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가 재생 에너지와 나노기술,친환경적인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민간기업과 대학,정부 이른바 민-관-학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따라서 리처드슨은 오바마 당선인의 최대 선거공약 가운데 하나인 대체에너지 기술과 그린 산업기술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비즈니스위크는 내다봤다.  특히 그는 하원의원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에 찬성표를 던져 대외 통상정책에 보다 유연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1947년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태어난 리처드슨은 프로선수에 버금가는 투수실력을 갖췄으며 친화력이 뛰어난 정치인이다.터프츠 대학에서 학사와 국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클린턴 행정부에 입각하기 전 1983~1997년까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2002년 뉴멕시코 주지사 유세 당시 하루 8시간동안 1만 3392회 악수를 해 기네스북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kmkim@seoul.co.kr
  • 채권단 가입할까? 말까? 건설업계 막바지 눈치싸움

    채권단 가입할까? 말까? 건설업계 막바지 눈치싸움

    “우리가 왜 들어갑니까.” “가입할 테니 우리 회사 좋은 등급 좀 주세요.” 건설업계가 17일로 다가온 대주단(貸主團·채권단) 자율 협약 가입신청 마감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 등은 100위 이내 건설업체의 대주단 일괄가입을 추진 중이지만 업체마다 서로 입장이 달라 물밑접촉이 한창이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면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해주는 등의 혜택이 있지만 그 자체가 외부에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입 시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자산매각 요구 등 경영간섭이 우려되는 점도 건설업체가 대주단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대형건설사들 난색에 업계서 가입 종용 가장 큰 관심사는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10위 이내의 대형 건설사.A사는 대주주가 금융기관인 데다가 미분양이 적어 자금 사정에 문제가 없다며 대주단 가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굴지의 그룹 계열사인 B사도 대주단 가입의 실익이 없다며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당신들이 빠지면 우리만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히니 행동을 통일하자는 동종업계의 호소(?)다. 대한건설협회나 금융기관에서도 이런 이유로 이들 업체에 가입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1~2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물밑접촉을 통해 다같이 가입하면 가입신청을 하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며 이들 업체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업체 한 간부는 ”대주단 가입이 오히려 신용도를 손상시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공사이행보증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공사비도 지급이 보류될 수 있다.”면서 “대승적 차원의 일괄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은 대주단 가입을 당연시하고 있다. 문제는 가입신청을 한다고 제대로 받아들여지느냐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기업들을 A·B·C·D 등 4등급으로 구분, 이 가운데 B 등급까지는 회생,C 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D 등급은 퇴출이라는 자체 가이드 라인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금사정이 나쁜 일부 중소건설업체들은 대주단 가입 신청 후 C나 D 등급을 받느니 아예 가입을 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찾겠다며 버티는 경우도 있다. ●중소업체선 퇴출등급 받을까 조마조마 사옥이전 등의 절차를 밟고 있는 중견기업 C사의 한 간부는 “가입 시 사후 보장도 확실치 않고, 사업밑천인 우량자산의 매각을 종용할 것 같아 가입을 놓고 갈등 중이다.”라고 말했다. 분양가를 내리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다른 기업보다 발 빠르게 유동성 위기에 대처해온 D사는 최근 가입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채권금융기관은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대주단 가입을 망설이자 당근과 채찍으로 이들 업체들의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채찍은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으면 어차피 금융기관의 지원이 중단돼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당근은 가입 시 B 등급을 부여해 워크아웃이나 퇴출대상에서 제외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7~10개 업체가 퇴출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대주단 가입을 둘러싼 건설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한 대형 업체 임원은 “모두 대주단에 몰아넣고 지원을 하면 대주단이 왜 필요하냐.”면서 “재원이 한정된 만큼 옥석을 가려서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만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뒤숭숭한 증권사

    요즘 증권사는 폭탄 맞은 분위기다. 어디나 어렵다는 말이 돌지 않는 곳은 없지만 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증권사들은 찬바람을 제일 강하게 맞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13일 증권가 메신저에서는 증권사 영업 직원의 고충을 담은 얘기가 급속히 퍼졌다.A증권사의 투자 권유 때문에 손실을 본 고객이 구두닦이로 분장한 뒤 지점에 들어와 구두를 모아가서는 모두 내다버렸다는 무용담이었다. 이 귀여운(?) 복수극에 대한 얘기가 급속히 번지자 A증권사측은 “직원 한 명이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구두닦이 아저씨마저도 조심해야 할 판이라며 던진 농담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A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장(주식시장)이 안 좋아 고객 항의에 시달리는 영업 직원들이 죽을 맛”이라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농담마저도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영업 직원을 자극하지 않는 십계명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아침 저녁 살아있는지, 확인 전화를 해야 한다는 씁쓸한 내용들이다. 명예퇴직 등 칼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100여명 규모로 희망 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강제로 직원들을 휴가보내고 있다. 외국계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사는 10% 감원을 했다. 메릴린치도 10여명을 내보냈다. 피델리티운용은 본사로부터 전세계적으로 직원 3%를 감원할 것이라는 계획을 통보받았다.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은 앞이 캄캄하다. 매일매일 벌여야 하는 부도 공포와의 사투도 그렇지만 앞으로 먹고살 거리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원래 부동산 PF는 초기에는 ‘한국형 IB’의 선봉군으로 대우받았다.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금융 위기의 원흉으로 낙인찍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앞으로 반년 정도 뒤치다꺼리를 열심히 하고 나면 그 뒤에 먹고살 거리가 없다.”면서 “위험 투자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게 뻔한데 이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영역을 개척하지 못하면 관련 업무를 했던 사람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라고 걱정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엄마는 소설의 원천… 행복한 순간 담아”

    “엄마는 소설의 원천… 행복한 순간 담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신경숙의 새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간결하지만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언제나 자식들 곁에 머물며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엄마의 부재, 그것도 사망이나 가출이 아닌 갑작스러운 실종이라니…. 이제 엄마의 행방을 찾아 흔적을 더듬고 기억을 복원하는 일은 온전히 남은 가족의 몫이다.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등단 전부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랜 약속을 이제야 지키게 됐다.”며 “엄마란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모습이었을 것이라 여기기 쉬운데 엄마에게도 우리와 똑같이 어린 시절이 있었고, 소녀와 여인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골 아낙인 엄마는 생일상을 받으려고 모처럼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가 서울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다. 가족들은 전단지를 붙이고, 신문광고를 내면서 엄마를 찾아헤매지만 행적은 묘연하다. 4장으로 구성된 소설은 각 장마다 ‘딸-큰아들-아버지·남편-어머니·아내’의 시점으로 전환되며 각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을 반추한다. 그 과정에서 엄마의 고통에 무관심했고, 이기적인 이유로 엄마 혹은 아내를 필요로 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라진 엄마는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와 더불어 엄마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낯선 엄마의 모습도 속속 드러난다. 소설 속 딸의 직업은 작가다. 자전적 소설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지난겨울 거의 삼십년 만에 엄마와 보름쯤 같이 지낸 적이 있어요. 사춘기 때 일찍 집(그녀의 고향은 전북 정읍이다)을 떠났기 때문에 엄마와 그렇게 살가운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 처음엔 어떻게 지내나 걱정했어요. 그런데 새벽녘에 엄마 곁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너무나 행복한 거예요. 이런 순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됐지요. 개인적으론 무척 행복한 글쓰기였습니다.” 올해 73세인 작가의 어머니는 요즘도 마늘 농사와 콩 농사를 지으며, 때마다 자식들에게 바리바리 먹을거리를 싸보낸다. 글이 막히면 습관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는 작가는 “내 소설의 원천은 엄마다. 엄마 얘기를 듣다 보면 ‘엄마가 작가가 됐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여름까지 계간 ‘창작과 비평’에 연재됐던 내용에 100장 분량의 에필로그를 덧붙인 것이다. 딸의 시점으로 돌아온 에필로그의 첫 문장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이다. 사라진 엄마를 끝까지 지상에 붙잡아두려는 딸은 이탈리아 바티칸 성당의 피에타상에서 나지막히 되뇐다.‘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잃어버렸다는 것은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의미잖아요. 가족들이 다시 한번 엄마를 찾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희태 “나는 4·19혁명 방관자”

    박희태 “나는 4·19혁명 방관자”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31일 “(나는) 4·19 혁명의 참여자가 아니라 방관자였고 비겁한 사람이었다는 낙인을 스스로 찍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19혁명 당시 학생운동 주역과 후대들로 구성된 ‘4월회’ 초청 오찬 강연회에 참석,“참회의 길을 좀 더 걸어야 여러분들과 같이 4월회에 들어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황천모 부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서울법대 4학년 재학 중이던 4·19 혁명 당시 “나는 시골에서 고시를 준비 중이었고, 행동을 한 것이 별로 없었다.”고 소개하면서 “4·19 기념일이 올 때마다 내 자신에 대한 엄청난 회한과 모멸감이 떠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박 대표는 이어 “4·19 혁명만은 정권을 탐한 혁명이 아니었다. 그만큼 순수했고, 그 때문에 더 감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그 이후에 혁명인지 쿠데타인지 있었지만 모두 정권을 탐하는 그런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해 5·16의 주역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4·19 기념일에 (국립 4·19묘지가 있는) 수유리에 가서 참배할 때마다 남다른 죄책감에 젖어서 언젠가는 이 얘기를 토로해야만 마음의 부담이 덜어질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불온 서적’ 손배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이례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법무관들의 징계를 반대하는 ‘긴급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해당 출판사와 저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누리꾼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올리고 “양심의 목소리를 낸 7명의 법무관을 징계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법무관들의 헌법소원은 ‘항명’의 소지가 있어 징계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불온 서적의 정의가 권력의 구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다.”면서 “군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7인의 법무관 징계를 막아야 한다.”고 서명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23일 발의된 이 서명운동에는 27일까지 누리꾼 2600여명이 서명했다. 다음 카페 ‘불온도서를 읽는 사람들의 놀이터’에는 누리꾼 700여명이 가입해 서평을 공모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실천문학 등 11개 출판사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 저자 11명은 27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헌법상 언론,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이들은 소장에서 “불온서적 지정 조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을 하는 행위”라면서 “저자들의 사상적 성향을 반사회적인 것으로 낙인찍어 명예가 훼손됐다.”고 밝혔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불온서적 지정 국방부가 더 불온”

    “불온서적 지정한 국방부가 더 ‘불온’하지 않나요?” 국방부의 ‘불온서적’ 소지·반입 금지 지시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낸 군 법무관 A씨를 최근 만났다. A씨는 “헌법소원으로 인해 닥쳐올 인사이동 등의 불이익은 이미 각오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A씨는 “지난 7월 국방부가 ‘불온서적’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 때 섬뜩했다.”면서 “우리 헌법과 법원이 절대 침해해선 안 된다고 선언한 ‘양심 형성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인이면서 동시에 법률가로서 이같은 헌법정신의 훼손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7월23일 국방부 지시가 떨어지고, 같은 달 28일부터 일주일간 각급 부대 장교의 독신자 숙소와 병사의 생활관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A씨는 당시 이 과정을 지켜보던 군 법무관들이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특히 사회에서는 역사·문학·시사 등 각 분야에서 이른바 ‘필독서’로 추천받는 도서들에 ‘북한찬양·반미·반정부·반자본주의’라는 무시무시한 딱지를 붙여 읽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고 했다.A씨는 “군인 개개인의 생각이 넓고, 깊어질수록 군이 발전한다.”면서 “‘이 책은 읽지마라.’ 혹은 ‘이 책은 괜찮다.’라며 군인 개개인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국군의 발전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군이 정치와 야합해 국군에 대한 신뢰와 그 존립목적을 흔들어 버렸던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또 북한·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군비증강에 대해 우리 군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갈지에 대한 연구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잘못된 군의 행태를 지적하고, 기존 관행의 잘잘못을 지적하는 책들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방부는 군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읽어볼 만한 책들에 ‘불온’의 낙인을 찍었다.”면서 “참여정부 시절 권장도서로 군내 보급까지 됐던 책을 정권이 바뀌자 불온도서로 둔갑시킨 국방부가 더 ‘불온’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개인성과평가제 그만”

    “최고경영자(CEO)여! 개인성과 평가제도를 걷어치워라.” 연봉제로 대표되는 성과주의 임금 체계의 핵심은 ‘개인성과 평가제도’이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앞다퉈 도입하는 개인성과 평가 제도가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자 ‘개인성과 평가제도를 걷어치워라’라는 기사에서 UCLA 경영대학원 앤더슨스쿨의 쿨버트 교수의 주장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1. 절대적으로 주관적인 평가 직원 개개인에 대한 성과 평가는 객관을 가장한 주관적 인식의 산물이다. 인사 이동으로 상사가 바뀐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분석해 보면 옛 상사와 현재 상사간의 개인 평가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상사의 평가는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개인적 감정과 편견이 개입되고, 때로는 정치적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연관된 조직 내 문제나 상황 인식에 따라 평가는 수시로 달라질 수 있다. 2. 평가 따로, 연봉 따로 열심히 일한 당신 연봉도 오를까? 쿨버트 교수는 개인 성과가 연봉을 올려줄 것이라는 상식은 일찌감치 깨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성과 따로, 연봉 따로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연봉 인상이 됐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 회사가 이미 연봉을 인상키로 방침을 정했을 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봉은 기업이 정해둔 범위 안에서만 변동한다. 개인성과 결과는 연봉을 깎거나 제자리에 묶어둘 경우 유용하게 활용된다. 당신의 연봉이 제자리걸음을 하면 상사는 연봉 협상에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자네 그거 아나. 자네에 대해 위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그거 수습하느라 고생했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내년에는 꼭 올려 보자고.”개인성과와 연봉의 상관관계는 ‘제로’라는 게 쿨버트의 지론이다.3. 동상이몽 꾸는 상사와 부하 직원 상사와 부하 직원은 접근부터 다르다. 일반적으로 상사는 성과주의에 충실하다. 상사는 생산성 등 개인이 창출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이 때문에 부하 직원의 업무적 실패나 능력, 조직 내 관계 등 모든 요인을 성과와 연관시킨다. 반면 부하 직원은 평가로 달라질 연봉인상과 승진 등 낙관적 희망만 꿈꾼다. 쿨버트 교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회의실에 종일 앉아 있어 봐야 과거만 더듬을 뿐이다. 잘해 봐야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무의미한 토론이 된다.”고 말한다. 자칫 상사와 언쟁을 벌이다가는 ‘억지쓰는 직원’ 혹은 ‘상사의 비판에 귀기울이지 않는 직원’이라는 낙인만 찍힐 수 있다.4. 개인 성과 앞에 깨지는 팀워크 상사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개인성과 평가는 팀 워크를 망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사는 자신을 평가자로만 인식한다. 그리고 팀으로서 생산성을 높이는 건 부하직원들의 능력이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상사들은 “우리 팀이 어떻게 하면 좋은 성과를 낼까.”라는 태도보다는 “나를 위해 어떤 성과를 보여줄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부하직원들을 대한다. 부하직원은 상사가 좋아할 만한 행동만 좇게 되며 회사에서는 기만이 판을 치게 된다. 이런 기업에서 직원들은 회사의 종업원이 아니라 ‘상사의 종업원’ 역할에 더 치중하게 된다. 쿨버트 교수는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덜 수 있는 핵심 역할은 상사에게 있다고 말한다. 부하 직원들과 흉금을 터놓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상사의 능력과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조직 내 ‘게임의 룰’을 바꾸고 싶은 상사는 많지만 그들도 그 게임 속에서는 무력한 존재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