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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화 “정부에 법적 책임 물을 것”

    김미화 “정부에 법적 책임 물을 것”

    서울신문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내사 지시에 의한 경찰의 특정 연예인 사찰과 관련, 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방송인 김미화(48)씨는 2일 “특정인을 상대로 한 정부의 사찰 기록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국민의 한 사람이자 사찰을 당한 사람으로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미화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서울신문 보도 내용을 보면 연예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2010년 검찰 수사팀이 작성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보고서에) ‘연예가’라고 적힌 문건은 확실히 드러난 상태다. ‘연예가’라는 말은 특정 연예인이 한두 명이 아님을 의미하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나를 상대로 한 정부의 불법사찰 기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가 KBS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던 2009년 7월 갑자기 KBS 임원회의 내용 결정 사항이라는 것이 내려오면서 마치 내가 논란 대상 연예인인 양 낙인이 찍혔다. 이후 몇몇 연예인들과 함께 ‘좌파 연예인’이라고 매도당했다.”면서 “과연 내가 정부로부터 좌파 연예인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는지, 정말 그로 인해 내가 방송활동을 못 하게 됐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정부의 특정 연예인 사찰 보도 직후 트위터에 “누나 사찰당했네. 씁쓸!”이라는 글과 함께 서울신문의 보도 내용 일부분을 올렸다. 심정에 대한 질문에 김씨는 “과거에 아무 일이 없었다면 모를까 지난 몇 년간 잘하고 있던 방송에서 이유 없이 갑자기 잘리는 일이 빈번했었다는 점에서 (사찰과 방송 하차의) 개연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연예인 불법사찰 기사를 보면서 ‘정부가 참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전에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위에서도 걱정이 많다. 방송 계속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면서 “그 직원은 웬만하면 (1주기 추도식에) 안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돌아가신 분을 조문하는 것이 그리 걱정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고, 그렇지만 나는 간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예인 사찰에 대해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전에 사찰한 주체들이 해명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은주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해군기지 둘러싼 공동체 분열 어디까지 가려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해군기지 둘러싼 공동체 분열 어디까지 가려는가/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해양주권 확보를 위한 해양기지를 두고 해군기지, 해적기지라는 타협할 수 없는 용어가 대결한다. 참여정부 시절 오프라인 신문과 인터넷 매체, 지방과 서울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했던 정치적 유산의 저주인가? 전통적인 전라도와 경상도, 강남과 강북, 재벌과 서민의 대립구조에 더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진 자와 못 가진자, 강자와 약자, 20~40대와 50대 이후의 연령층, 나꼼수 대 저격수, 해군장교 대 해군병사, 99% 대 1%, 급기야 해군 대 해적이 대립구조의 목록에 올랐다. 분열 메뉴의 다양성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대립각은 국책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성과 폐기,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단식투쟁 항의와 무관심으로 나타났다. 마치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무한대립 경쟁이 한국사회에서 재현된 것처럼 철천지 원수나 적과의 동침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극한대치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해적(海賊)이라는 용어 하나만 보더라도 아직 배움이 한참 짧은 20대 정치지망생이 빈정대듯 사용할 수 있는 감상적인 용어가 아니다. 해적은 인류의 공적을 의미하는 법률용어이다. 인류는 세계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초래하고 인류 양심에 충격을 주는 범죄에 대해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세계 관할 범죄로 규정했다.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반인륜범죄가 이에 해당한다. 해적범죄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므로 해군을 해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상징을 인류 공적으로 낙인 찍는 언어해적이다. 그런데 극한대립의 이유나 동기를 보면 어떤 심오한 이론이나 철학적 소신 때문이 결코 아니다. 핵심은 반미주의와 반정부주의이다. 직설적으로는 반이명박 대통령 정서이다. 이유 없이 싫다는 것은 그러한 표현의 압권이다. 극도의 대립각도를 가져온 사람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몰이의 주역이 되는 현실이 대립을 더욱 부추긴다. 정치권은 또한 그들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내세운다. 극한분열의 악순환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공동체 사회에서 대립각도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진정 무엇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빈부격차가 공동체 사회에 제기하는 본질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과 동일하다. 불평등의 심화가 공동체에 주는 진짜 위험은,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연대의식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생활영역은 점점 격리되고 단절된다. 같은 사회의 시민이면서도 원수처럼 만나지 않고 서로 멀리하려 한다. 증오와 투쟁의식만 커져간다. 결국 공동체는 파멸의 길로 진행한다. 공동체 사회에서 다양성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대립을 이념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의 인기몰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전제인 연대감과 유대감이라는 공동체의 미덕을 본질적으로 갉아 먹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공동체 사회 지탱의 원동력인 정치는 어떤 경우에도 100%의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아무리 이득이 된다고 하여도 해적 같은 용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면서 1% 대 99%의 대립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동체 통합을 이루지 않겠다는 것이고, 나머지 1%를 공동체의 해적으로 공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류에게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이라는 천부인권의 축복을 선물한 존 로크는 열심히 노력하여 부자가 되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회는 부자가 존경받고, 많이 배우지 못했다고 좌절할 이유가 없는 사회이다. 권력이 있건 없건, 잘살건 못살건, 많이 배웠건 그렇지 못하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소주라도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칭찬과 격려가 넘치는 사회이다. 해군과 해적의 대립이 없고 1%와 99%가 외면 없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공동체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가, 정치가 앞장서고 일반시민들이 호응하여 진정으로 이루어야 할 정의로운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군과 해적의 대립이 없고 1%와 99%가 외면 없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공동체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가, 정치가 앞장서고 일반시민들이 호응하여 진정으로 이루어야 할 정의로운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검사가 폭언했다고 말한 적 없다” 입다문 목격자

    경남 밀양경찰서 정재욱(30·지능범죄수사팀장) 경위가 지휘 검사였던 박대범(38·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모욕·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사건의 진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 박모(60)씨가 입을 닫았다. 박씨는 지난 1월 20일 밀양지청 검사실에서 발생한 박 검사의 폭언 및 욕설 의혹을 현장에서 지켜본 제3자로 의혹 해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4·11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박씨는 21일 경남 밀양시 내이동 선거사무소에서 “송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서 “총선 준비로 정신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박 검사가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일부 언론이 임의로 지어내 부풀려 썼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박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자 박씨의 지인들로부터 “박씨가 ‘박 검사가 정 경위에게 10여분간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고 털어놓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 검사의 폭언 사실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박씨의 이날 발언은 일단 가급적 검경 싸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관측되고 있다. 검경처럼 고성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폭언과 욕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때문에 사건의 실체 규명에 대한 무게추가 경찰 측에서 검찰 측으로 옮겨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박씨에 대한 공식 진술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석에서 전해진 말을 마치 진실처럼 부풀려 박 검사를 ‘폭언 검사’로 낙인찍은 뒤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경찰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경찰 측은 “정 경위는 고소장 내용처럼 한 치의 거짓도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라는) 전화가 수차례 오는데 캠프 측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도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일단 총선 끝나고”라고 말했다. 총선 이후에나 경찰에 나름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경찰만 초조하다. 관련자들의 수사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또 박 검사 사무실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경찰은 지난 1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 경위를 상대로 박 검사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실시한 결과 “거짓 반응이 나타나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법적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정 경위의 말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밀양 이영준·서울 김동현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학부모도 ‘일진회’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의 온상인 ‘일진회’ 현황 등이 담긴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교폭력 전수 실태조사 결과를 학부모에 공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을 낳고 있다. 학교별 폭력 상황이 드러나면 낙인효과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게 공개 반대 이유다. 일면 타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진회의 78%가 학교폭력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난 현실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피해 학생의 죽음까지 부른 학교폭력은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론 근절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회 각계가 손을 잡고 공동 대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전략적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 누구보다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주체가 학부모다. 실상을 정확히 알아야 학부모로서도 학교·정부 등과 대책을 논의하고 피해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 아닌가. 당사자 간의 상호 이해와 협조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 대책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교과부는 이미 전사회적 의제로 공론화된 학교폭력의 실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경찰은 교내 폭력서클을 뿌리 뽑기 위해 학교폭력 특별단속 기간(4월 30일까지)을 정하고 일진회 근절에 경찰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의 ‘개입’이 교육적 견지에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교과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교과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일진 경보제’와 연계해 폭력 예방·근절 대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과 협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해답은 가정교육에 있다고들 한다. 교육의 기초단위인 가정을 책임지는 학부모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도 학교폭력의 실상은 적극 알리는 것이 마땅하다.
  • 교과부, 전수조사로 본 학교폭력 실상 어느 정도

    교과부, 전수조사로 본 학교폭력 실상 어느 정도

    ‘옆반 아이가 나에 대해 거짓 소문을 퍼뜨려 내게 낙인이 찍혔다. 같은 반 친구들이 나만 보면 피하고, 따돌리며, 운동을 하거나 놀 때도 끼워 주지 않는다.’ 1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중간 결과’에는 그동안 폭력 사건이 표면화된 뒤에야 산발적으로 조사됐던 각급 학교의 구체적인 학교폭력 사례가 담겼다. 전국 평균 응답률은 25%로 낮았지만, 회신을 보내 온 139만여명의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교폭력 실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눈길을 끌었다. ‘장애가 있는 친구를 다른 아이들이 때리고, 짝이 되기를 싫어하고, 놀려댔다.’거나 ‘같은 반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데 남자 아이들이 그 친구 책상을 발로 차고,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면 모래를 던진다. 그 아이가 지나가는 길은 더럽다면서 아이들이 지나가지도 않는다.’는 등의 목격담도 포함됐다. 시·도별 피해 상황도 조사됐다. 피해 응답률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강원이 15.1%로 가장 높았고, 충남이 14.8%로 뒤를 이었다. 서울(14.2%), 광주(13.6%), 경남(13.5%)도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학교폭력 대책 논의를 이끌어낸 대구 지역은 9.1%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아 눈길을 끌었다. 소위 학교 내 일진과 폭력 서클에 대해서는 그런 조직이 있거나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초등학교 23.7%, 중학교 33.3%, 고등학교 11.6% 등으로 나타나 중학교에서의 일진 등 폭력 서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원은 현재 전문 상담교사 20명을 투입해 조사 결과를 심층분석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 같은 각급 학교의 구체적인 폭력 피해 사례를 종합한 뒤 4월 중 시·도별, 학교별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각급 학교에 전달할 계획이다. 분석 보고서에는 해당 학교 학생들의 항목별 응답률이 상세히 기록되며, 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학교는 고위험군으로 지정돼 별도로 관리된다. 또 해당 학교 학생들이 직접 기술한 학교폭력 피해 사례나 목격담도 포함시켜 폭력 관리에 활용하게 할 방침이다. 그러나 25%에 그친 낮은 회수율과 지역별·학교별로 들쑥날쑥한 회수율은 문제로 지적된다. 오석환 교과부 학교폭력근절 추진단장은 회수율이 낮아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는 자료로서의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에 “이번 조사는 표집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표본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면서 “전체적인 경향보다는 각급 학교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학교별로 회수율 편차가 크다는 점 역시 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실제 전체 회수 학교 1만 1404개교 가운데 회수율이 0~5%인 학교가 782개교, 5~10%인 학교가 1278개교로 10% 미만인 학교가 2060개교에 달했다. 반대로 90~100% 회수율을 보인 학교는 671개교였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소년범 송치 기준 마련키로

    또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A(16)군 등 2명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장기 4년에 단기 3년 6개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또래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B(17)군 등 16명은 지난달 대전지법 가정지원 소년부로 송치돼 소년보호 처분을 받았다. 집단 성폭행 혐의는 같았지만 두 사건 소년범들의 운명은 크게 엇갈렸다. 그러나 앞으로 소년범 재판에서 극단적인 편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이 ‘소년범 심리(審理)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소년범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소년 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흉악해지고 연령대도 낮아지는 현실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의 처리 기준은 개별 판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맡겨졌다. 대법원은 오는 23일 ‘소년범 심리 개선’ TF의 첫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법원의 소년범 심리 개선 움직임은 최근 들어 처리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B군 등이 소년부로 송치됐을 때도 ‘무거운 죄질에 비해 경미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형사부 판사들은 과거에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지, 부모가 교화 의지가 있는지 등과 죄질의 경중 등을 따지긴 하지만 자체 판단에 따라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소년범 심리에 기준이 없다 보니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때때로 ‘내가 봐주는 건가’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대법원 관계자는 14일 “소년범을 보호하되 온정주의나 엄벌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심리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 14~19세 소년범은 형사재판 또는 소년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범죄가 가벼우면 검사와 경찰이 가정법원 소년부로 곧바로 송치하고, 범죄가 무거우면 형사재판을 받도록 기소하고 있다. 재판을 맡은 형사부 판사가 심리를 통해 소년재판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한 경우 가정법원 소년부로 보낼 수 있다. 형사재판과 소년재판의 결과는 사실상 하늘과 땅 차이다. 형사재판에서는 징역형을 선고받아 전과자로 낙인찍힐 수 있지만 소년부 재판에서는 소년원이나 가정의 보호처분을 받고 전과 기록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태백, 국내 첫 부도도시 될까 ‘노심초사’

    폐광지역 강원 태백시가 지역을 살리기 위해 펼치는 각종 리조트·테마파크에 발목이 잡혀 자칫 재정자주권을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기에다 인구 수까지 5만명선이 무너지는 등 악재가 겹쳐 태백시가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당장 이달 중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려는 재정위기 지자체로 태백이 거론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태백시 순수 채무비율은 19.9%에 불과하지만 출자 공기업인 오투리조트에 지급보증한 금융채무 1460억원을 떠안으면 95%로 올라가 지방재정위기 지자체로 지정될 수 있다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검찰이 오투리조트 조성과정의 비리혐의를 포착하고 태백시 전직 고위공직자와 지역 건설업체 및 상공인 등의 자택 10여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져 어수선하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6월 완공을 앞둔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도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국비 등 1700여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수익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의 운영비는 연간 40억~60억원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시가 운영 중인 석탄박물관과 종합운동장, 하수처리장, 휴양림 등 13개 공공시설의 연간 운영비 88억원(인건비 포함)까지 더하면 시 지방세 수입 148억원 대부분이 운영비로 나갈 형편이다. 이 같은 재정 어려움 속에 최근 인구 수까지 5만 선이 무너지면서 민심까지 술렁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공기업 부채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재정 위기 지자체로 낙인찍으면 지자체는 점점 살아갈 길이 막막해진다.”면서“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위기 지차체에 포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재정위기 지자체로 지정되면 지방채 발행 한도가 제한받는 등 사실상 시의 재정 자주권을 상실한 채 정부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며 “시유재산 매각을 포함, 자체 긴축예산을 통해 재원확보에 나서고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의해 어려운 국면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일상서 건진 깨알같은 詩心 …편협한 시인, 사랑을 말하다

    일상서 건진 깨알같은 詩心 …편협한 시인, 사랑을 말하다

    세밑에 식구들과 오골계 백숙을 먹으면서 ‘오골계 자그만 몸을 젓가락으로 벌리는데 엄마야, 노란 알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조금씩 말줄임표처럼 사라지는 중인 것 같은 알들이 오오오오오’라고 감탄하는 시인 김선우는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푹 삶아진 알들을 식구들끼리 골고루 나눠 먹은 후 날지 못하는 가금류 두 발로 뛰어다니는 새의 비상에 대해 생각’하고 ‘위험해 위험해’(‘다만, 오골계 백숙 먹기’ 중) 하고 외쳐댄다. 지난 5년간 소설가로 외도하던 김선우(42)가 5년 만에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펴냄)를 최근 펴냈다. 네 번째 시집으로, 2008년부터 문예지 등에 기고했던 시 90여편 중 속이 꽉 찬 토란 같은 시 55편을 골라 실었다. 시집 제목에서 ‘혁명’을 운운하지만, 그는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상에서 깨알 같은 시심을 발굴해냈다. 이를테면 가을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척박한 땅이어서 더욱 단단해진/비구상(非具象)의 슬픔/할 말이 너무 많아 입을 꾹 닫은 심장 같다’면서 ‘너는 좀 넓은 데서 숨쉬라고 가만히 뱉어놓은,//주먹만 한 자줏빛 심장들이/그렇게 밭 하나를 이룬 것 같다’(‘옆-고구마밭에서’ 중)고 쫑알댄다. 자주색 고구마에서 ‘여리고 따뜻한 누군가의 목숨줄’을 떠올린 것이다. ‘거지 같다구 사는 게’라고 투덜대면서 약수터로 올라가는 길에 ‘사흘째 잠에서 깨지 않은 채 딱딱해진 그를 나흘째 경찰이 와 마대자루에 담아갔다’(‘눈많은그늘나비’ 중)는 잊고 싶은 사실을 기억해 기록해 놓기도 한다. 글쟁이란 늘 백수이기가 십상이라서 20대 백수에게도 ‘바다풀 시집’을 통해 동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쓴 시이자 표제시로 삼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도 김선우에게는 ‘2011년’의 일상을 기억하는 방식일 뿐이다. 김선우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2011년은 ‘김진숙’과 ‘희망버스’라는 고유명사로 기억되기도 한다.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해고를 반대하며 300일 넘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여성. 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쇄도했다. ‘그 풍경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라거나, ‘흔들리는 계절들의 성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사랑합니다 그 길밖에’라든지, ‘두근거리는 심장이 뾰족한 흰 싹을 공기 중으로 내밀었다/나는 들었다 처음과 같이/지금 마주본 우리가 서로의 신입니다/나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라고 서술하고 있다. 니체처럼 신이 죽었다고 하지 않고, 우리가 서로에게 신이므로, 사랑한다고 해버린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신조어도 내놓았다. ‘사생어른’. 생각이 많다는 것이냐? 사색적이라는 것이냐? 자문자답했지만, 시집 끝에 달린 평론가 최현식이 해답을 줬다. 결혼제도 밖에서 낳은 아이들에게 낙인 찍는 ‘사생아’와 기원을 같이하는 신조어였다. 주류가 꽉잡고 있는 세상에 거부당하고 손가락질당하는 어른, 사생어른. 문단에서도, 독자로부터도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김선우가 자신을 사생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달방’이란 표현에서는 운치 있는 이름이라 보름달처럼 환해지다가, ‘월셋방’이 떠오르자마자 마음이 침침해졌다. 시집을 내놓고도 마케팅에 신경쓰지 않고, 있는 곳도 가르쳐 주지 않고 지방에서 버티는 ‘인기 시인’ 김선우와 전화로 몇 마디를 나눴다. 55편 중 한 편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김선우는 “단 한편도 버릴 수 없다.”며 55편 모두를 꼭 끌어안았다. 시들은 모두 다른 운명을 지닐 것이므로, 시인은 그저 자식을 낳아 놓고 잘 성장하길 희망하는 어미처럼 기다릴 뿐이란다. 다만 김선우는 “이번 시집은 명랑하고 다른 한편으로 처절한 연애시집인 만큼, 사랑으로 읽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는 것이 어디 처절하거나, 명랑하기만 하겠나. 뒤섞여 있는 것이지라는 생각이다. 시를 써서 개인적인 구원을 얻고, 소설을 써서 사회적 관계성을 획득해 나간다는 양다리의 김선우는 ‘편협한 사랑이 용서되는 시인으로 남기로 한다.’는 선언도 한다. 그는 소통을 이야기하며 불통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ㄱ과 ㄴ이 모여 ㄷ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 ㄴ과 ㄷ이 모여 ㄹ의 안부를 얘기한다/ㄱ과 ㄴ과 ㄷ과 ㄹ이 모여 ㅁ의 안부를 얘기한다/(중략)/서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오늘의 개더링’ 중). 소통합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영화리뷰] ‘세이프하우스’ 조직과의 외로운 싸움…‘본시리즈’ 데자뷔 본 듯

    [영화리뷰] ‘세이프하우스’ 조직과의 외로운 싸움…‘본시리즈’ 데자뷔 본 듯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미 중앙정보국(CIA) 안전가옥. 한때 CIA 최고의 심리전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10여년 전 변절한 전설적인 요원 토빈 프로스트(덴젤 워싱턴)가 이송돼 온다. CIA 본부에서는 프로스트의 입을 열려고 신문팀을 급파한다. 하지만 어디에서 정보가 샌 건지 괴한들이 안가에 들이닥친다. 현장 요원을 꿈꿨지만 한적한 안가의 관리인으로 1년을 보낸 매트 웨스턴(라이언 레널즈)은 매뉴얼에 따라 프로스트와 함께 탈출한다. 본부를 믿을 수도, 일급 범죄자인 프로스트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웨스턴의 사투가 시작된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세이프하우스’는 액션의 패러다임을 뒤바꿔 놓은 걸작 ‘본 시리즈’를 여러 모로 떠오르게 한다. 최고 요원이었지만 배신자로 낙인찍힌 프로스트는 본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의 또 다른 모습이다. CIA 수뇌부가 추악한 진실을 감추려고 본을 살인마로 조작했듯 ‘세이프하우스’에서는 프로스트를 악질 정보 장사꾼으로 몰아간다는 설정부터 비슷하다. 거대 조직과 외로운 싸움을 펼치는 본과 프로스트를 돕는 인물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는 양상도 마찬가지다. 케이프타운의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자동차 추격신과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근접 격투의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역시 본 시리즈의 데자뷔(첫경험인데도 이미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기시감)처럼 다가온다. 촬영감독 올리버 우드가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의 그림을 만든 주인공이란 점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스트 프렌드’(2005),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2007), ‘프로포즈’(2009) 등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사랑을 받았던 레널즈는 거대 조직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신참 요원 역을 맡아 강렬한 매력을 풍긴다. 영화 초반에는 대립 구도를 이루지만, 점점 멘티와 멘토의 관계로 바뀌어 가는 덴젤 워싱턴과의 연기 호흡도 인상적이다. 브렌단 글리슨과 베라 파미가, 샘 셰퍼드 등 베테랑 조역들도 극에 힘을 불어넣는다. 8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북미에서 지난달 10일 개봉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개봉 첫주에는 채닝 테이텀·레이첼 맥아담스의 ‘서약’에 간발의 차로 밀렸지만, 2주째에 정상 등극을 할 만큼 뒷심을 발휘한 것. 부모나 성인 보호자 없이 17세 이하는 볼 수 없는 R등급임을 생각하면 쏠쏠한 성적표다. 115분이란 제법 긴 상영 시간을 감각적인 영상과 짜임새 있는 서사로 얽어낸 스웨덴 출신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으로선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명배우 워싱턴에게도 의미 있는 흥행이다. 워싱턴의 주연작이 북미에서 1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것은 2007년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5년 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나경원 남편 기소청탁’ 의혹 진실 가려라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수사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진실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남편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검사에게 기소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 당시의 ‘1억원짜리 호화클리닉’에 이어 정치적으로 편향된 매체의 음해와 선동으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인터넷 팝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김 부장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사실을 관련 사건을 수사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진술했다.”고 공개하면서 박 검사는 양심선언으로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실상 검사생활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법원은 김 부장판사가 이미 한 차례 부인한 상태에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다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자신을 친일파로 매도한 네티즌이 사실과 다른 글을 인터넷에 올린 만큼 기소를 청탁할 사안도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박 검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네티즌을 기소했던 검사는 “나는 청탁받은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박 검사는 어제 내부통신망에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는 글을 올리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쯤 되면 검찰과 법원이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박 검사와 김 부장판사에게 확인하면 바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사실이라면 기소 청탁 당사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면 되고, 사실이 아니라면 무책임한 의혹 폭로의 책임을 물으면 된다. 늦어질수록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은 허구가 아닌 진실이 된다.
  • 학생 소통비·생활 관찰일지… 아이들 지킬 수 있을까

    학생 소통비·생활 관찰일지… 아이들 지킬 수 있을까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학교폭력을 중대 범죄로 인식해 ‘신고 포상금제’가 등장했는가 하면 담임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소통비’를 지급하는 곳도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면피성 대책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올해를 ‘학교폭력 발본 색원 원년의 해’로 삼고 담임 교사에게 연간 30만원의 ‘학생 소통비’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유명무실해진 가정 방문을 확대하고 가해 학생을 대안교육기관에 위탁해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대책도 내놨다. 경북도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 담임 교사가 매주 한 차례 이상 ‘학생생활 관찰일지’를 작성해 학교폭력·따돌림·성폭력 등의 실태를 파악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 재량으로 가해 학생을 즉시 출석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문제 학생을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 바로 알려 소년보호재판을 열게 하는 ‘학교장 통고제’를 일선 학교에 권장했다. 수사자료에 학생 인적사항이 기록돼 범죄자로 낙인찍힌 학생이 다시 폭력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중학교 2학년에 복수담임제를 도입하고 분기별 1회 전 학년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교육청에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학교폭력 지도과’를 신설하는 한편 가해 학생은 즉시 출석 정지시키고 징계 사항은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심리 상담을 의무화하고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충북도교육청은 장학관과 장학사 등 7명으로 ‘학교폭력 전담팀’을 운영하고 생활지도 담당교사에 대해서는 승진가산점과 해외연수 확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중·고교는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성폭력 예방 관련 교육을 월 한 시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킬 수 있는 ‘옐로카드제’를 도입했다. 학교폭력을 처음 적발하면 구두경고하지만 다음은 옐로카드, 3차는 출석정지와 강제전학 처벌이 가능한 레드카드로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최대 500만원의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사후약방문식 대책보다 근본적인 인성 강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적인 입시 위주의 학사 운영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차경애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경쟁위주 입시제도”라면서 “근본 원인을 고치면서 인성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나경원 “남편 기소청탁 한 적 없다” 민주 “김재호판사 부부 사법처리를”

    나경원 “남편 기소청탁 한 적 없다” 민주 “김재호판사 부부 사법처리를”

    민주통합당은 1일 나경원 전 의원이 남편 김재호 판사를 통해 자신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하도록 박은정 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과 관련, 나 전 의원 부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민주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위는 기자회견에서 “즉각 나 전 의원과 김 판사를 허위사실 공표죄와 무고혐의로 수사해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판사를 법관윤리강령 위반 등으로 중징계하라고 촉구하고 박 검사에 대해서는 어떤 보복조치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지난달 29일 ‘봉주 7회’ 방송분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근무하는 박은정 검사가 “2004년 서울지검 재직 당시 김재호 판사로부터 나 전 의원과 관련한 기소청탁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갖고 “나꼼수 측과 민주당의 주장은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또 다른 음해와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나 전 의원은 “기소된 사건을 배당받은 박은정 검사는 2006년 1월 중순부터 불과 10여일 이 사건을 담당했고, 사건을 배당 받은 뒤 바로 출산휴가를 갔다.”며 “수사를 실질적으로 담당한 검사도, 기소한 검사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기소된 사건은 청탁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명백한 허위 사실을 검찰이 기소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남편 김재호 판사는 당시 미국 유학을 떠나 기소 시점부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나 전 의원은 “나꼼수 주장을 보면 김 판사가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서울지검에 일부러 송치했다고 하는데, 비방한 네티즌의 아이피를 추적해 보니 주소지가 서울 은평구여서 은평구 관할인 서울지검으로 송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속적인 음해에 굴복하지 않겠다. 낙인을 찍어 죽이려는 폭력과 선동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지난달 6일 민주당에 입당한 백혜련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 검사가 이 사건에 대해 지금 굉장히 당황하고 있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원치 않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이재연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괴담의 통로 된 SNS 처벌도 고민할 때다

    충남 천안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채선당 가맹점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은 경찰 조사 결과 종업원이 임신부의 배를 발로 찬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열흘 넘게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궈온 ‘채선당 폭행사건’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폐해를 다시 한번 극명히 확인시켜준 쓸쓸한 사례로 남게 됐다. 임신부 유모씨가 종업원과 다툰 뒤 인터넷 카페 등에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임신 사실을 알렸음에도 배를 발로 걷어차였다.”는 글을 올리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진 이 사건은 결국 가맹점이 문을 닫고 채선당 측의 공식 사과로까지 이어졌지만 파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채선당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트위터에서 10만건 이상 리트위트되는 등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한 업체를 파렴치의 대명사로 낙인찍는 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실로 가공할 만한 위력이다. 사건 당사자인 유씨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종업원과 업체에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란 점에서 간단히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경찰은 종업원뿐 아니라 임신부도 입건된 상태인 만큼 양측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해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사건의 파장을 생각하면 쌍방폭행에 대해 처벌하는 것과는 별개로 무분별한 SNS 행위에 대한 ‘특별한’ 처벌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악의적인 SNS 이용자의 양산을 막는 ‘위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SNS를 통한 허위사실의 유포가 한 개인을, 기업을, 국가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음은 이제 국민은 알 만큼 안다. 그런 만큼 일정한 ‘행위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피하다. 채선당 측이 밝혔듯이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한 기업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심대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또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마녀사냥식 ‘SNS 재판’은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SNS 활동에 대한 개인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우리 사회가 좀 더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다.
  • ‘물 좋아진’ 경안천 철새들 어찌알고 다시 찾아왔을까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과 안양시 안양·학의천이 철새 도래지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경안천은 팔당호 유입량이 1.6%에 불과하지만 팔당호에 미치는 오염 부하량이 16%에 이르기 때문에 국가하천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 상수원과 인접해 2004년 4대강 수계에서 최초로 수질오염 총량관리제가 시행됐다. ●수질오염총량 관리 후 2등급 개선 수질오염 총량관리제란 지방자치단체들이 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할당받은 목표량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 결과 초월읍 서하리 지점의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수치가 2006년 5.2㎎/ℓ에서 2007년 4.4㎎/ℓ, 2008년 3.4㎎/ℓ, 2009년 4.1㎎/ℓ, 2010년 3.0㎎/ℓ,‘ 2011년 2.0㎎/ℓ로 낮아졌다. 하천생활환경 기준으로 4등급에서 2등급으로 개선된 것이다. 시는 경안천 수질 개선을 위해 연간 4000t 정도 발생하는 축산분뇨 수거 운반비를 지원해 공공가축분뇨처리시설에서 전량 고도처리하고 있다. 비점오염원 저감시설 설치, 하천처리시설 신·증설, 민관합동 하천정화 활동, 낚시금지구역 지정 등도 수질 개선을 도왔다. 상류인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 지점 수질(BOD 2006년 5.0㎎/ℓ→2011년 2.3㎎/ℓ)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천연기념 고니 등 철새 도래지로 덕분에 천연기념물 제201호 고니가 200여 마리나 경안습지생태공원 주변에 서식하고 있다. 박용배 광주시 수생태보전팀장은 “팔당호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던 경안천이 원앙·왜가리 등 희귀 철새의 도래지로 탈바꿈했다.”며 “수질을 1등급으로 높이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양시가 최근 경원대 최정권 교수 및 조류 전문가 이장호 박사와 안양천·학의천 3개 지점에서 서식분포를 조사한 결과 21종 4800여 마리로 확인됐다. 지난해엔 19종 4600여 마리였다. 흰뺨검둥오리가 1700여 마리로 가장 많고 쇠오리 1500여 마리, 고방오리 750여 마리, 넓적부리오리 180여 마리다.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물닭, 왜가리, 논병아리, 비오리도 발견됐다. 시는 오는 6월 개관하는 안양천 생태이야기관에 조류전망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학교 폭력 막으려면 법교육 강화를”

    “학교 폭력 막으려면 법교육 강화를”

    최근 학교폭력 근절대책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 교육이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이 법 교육을 받기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근거다. 지난 23일 서울교대 법교육연구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교사의 학교폭력 대처방법과 법과 인권교육 활용방안’에 대한 학술 발표회를 열었다. 이 발표회는 최근 학교폭력 근절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법 교육과 인권 교육의 활용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은 “법 교육이 학교폭력을 근절할 인성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인성교육에 있어 법과 인권교육의 활용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허종렬 법교육연구소장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 실시와 관련, 법교육이야말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허 소장은 “고등학교의 경우 현 정부 들어 학교폭력과 관련된 법교육과 인권교육 분야가 퇴보했다.” 면서 “학생 준법교육을 강화하려면 2009년에 통합된 ‘법과 정치’를 다시 ‘정치’와 ‘법과 사회’ 과목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교육이 인성교육 실효성 높여” 발표회에서는 초·중·고교생에 대한 법 교육이 건전한 법 의식을 향상시키고 청소년 비행 예방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지혜 서울 한성초 교사는 기조발제에서 ‘인성교육으로서의 법 교육의 역할과 학교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자치법정 활용’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법 교육이 건전한 법 의식에 미치는 영향과 청소년 비행예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인성교육으로서의 법 교육의 구체적인 기능을 분석했다. 이 교사는 “올 2월에 발표된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서는 교육 전반에 걸친 인성교육 실천을 근본대책으로 제시하며 공감능력, 소통능력, 갈등 해결능력, 관용, 정의 등을 인성의 핵심으로 제시했다.”면서 “근본대책에서 제시하는 인성교육은 법교육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 교육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분쟁, 사회적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함양시켜 사회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바람직한 가치와 태도를 기른다는 점에 있다.”면서 “그것이 인성교육의 의의”라고 주장했다. 인성교육으로서의 법 교육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지난 2008년 법무부가 초등학교 법교육 시범학급으로 선정한 된 17개 학급 40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교육 수업 효과분석’ 결과 “법교육 수업 이후 인간 존엄성과 가치, 타인 재산과 권리, 권위 등에 대한 존중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법 교육 수업 후 학생들의 ‘법의 필요성 인식’ 항목은 수업 전 15.41점에서 수업 후 16.83점으로 평균 1.42점이 높아졌으며, ‘법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항목에서도 법 교육 전 15.21점에서 수업 후 16.1점으로 평균 0.89점 상승했다. 또 ‘법에 대한 존중감’ 역시 수업 전 13.86점에서 수업 후 15.21로 평균 1.45점이, ‘법에 대한 효능감’에서도 15.04점에서 16.49점으로 평균 1.45점이 높았다. 이 교사는 “이는 학생들이 법 교육을 받은 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타인의 재산과 권리, 법적절차, 권위, 다양성에 대한 존중감이 함양됐고, 법과 법체계 개선에 대한 참여도가 향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발표회에서는 법에 대한 태도가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박형근 서울 등원초 교사는 “법 규범 위반에 대해 긍정적일수록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생들의 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법 교육은 법의식에 대한 변화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과 태도를 통한 바른 인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법에 대한 태도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폭력에 대한 태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청소년들이 법 교육을 통해 비행집단과 덜 어울리며, 갈등해결을 위한 폭력사용을 자제하게 됐다’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발표회에서는 청소년 비행예방과 감소를 위한 구체적인 법 교육 방안으로 ▲청소년 폭력에 대한 통계적 정보 제공 ▲폭력에 대한 잠재적 손익 토론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폭력이 아닌 대안 행동의 필요성 인식시키기 ▲역할훈련과 비디오 촬영을 통한 폭력 피하기 연습 ▲분노를 정상적이고 잠재적인 정서로 제시하기 ▲비폭력적이고 폭력 예방행동에 가치를 두는 교실 분위기 만들기 ▲도덕적 딜레마 상황들에 대한 집단 토론 등의 방법이 제시됐다. 또 인성교육과 함께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자치법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규칙에 대한 학생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규칙과 법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형성해 책임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혜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참여해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그들이 만든 규칙을 스스로 지켜 나가는 것을 몸소 체득할 수 있는 학교 내 프로그램이 학생자치법정”이라고 소개했다. ●“학생자치법정 확대 바람직” 1983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학생자치법정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 사안에 대해 학생 스스로 판단을 내리도록 해 학생들의 책임감을 증진시키고 사법 절차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대안적 징계처리 절차’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자치법정은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대상으로 동료 학생들이 조사·변호·패널을 맡아 진행하도록 해 학교 내 징계 처리과정의 일부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학생징계 처리 절차는 징계가 임의적이어서 학생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인식할 기회가 없었고, 이로 인해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점, 적법 절차의 권리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징계 과정에서 해당학생이 문제아로 낙인찍혀 문제 행동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반해 학생자치법정은 세분화된 규정에 따른 처벌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규칙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으며, 학생 개개인의 사정에 대해서 법정에서 소명할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처벌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교사는 “교칙준수 의지, 교칙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참여의식, 사회적 결속력 등 학생자치법정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확인됐다.”면서 “2011년 기준 전국 70여개 중·고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는 자치법정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가정방문 부활하면/박홍기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가정방문 부활하면/박홍기 사회부장

    멀찍이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동네 어귀에서 기다렸다. 집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땀 흘리시는 선생님께 과일과 함께 시원한 미숫가루 물을 대접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선생님은 제자를 옆에 앉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셨다. 지금 생각하면 짧은 시간 같은데 참 길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일어나시면 다른 친구 집까지 안내했다. 기억 속에 있는 가정방문의 풍경이다. 일본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때 일본 교사의 가정방문을 받았다. 40년 만에 학부모로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의 일본 선생님을 맞았다. 선생님에게 딸의 학교 생활을 물었고, 선생님은 외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한국의 생활 등을 궁금해했다. 딸의 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다지 어색하지도, 길지도 않았다. 딸도 있었다. 선생님에게 믿음이 갔다. 가정방문은 가정과 학교라는 중요한 두 축을 연결,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도록 하는 가장 효율적인 학생 생활지도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소통이다. 교육적 측면에서 가정환경을 직접 파악함으로써 성적뿐만 아니라 품행, 적성, 어려움 등 근본적인 사항을 두루 살필 수 있다. 학교 폭력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대통령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벌”을 주문했다. 부처 합동으로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한때 비교육적,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 탓에 꺼내기조차 꺼렸던 것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정책 결핍증’으로 비칠 정도로 엄청난 가짓수다. 가해 학생을 출석정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을 기록, 낙인을 찍도록 했다. 형사처벌과는 별도다. 교육적 접근의 필요성을 들고나왔다가는 경을 칠 분위기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한 죗값을 물어도 시원찮을 것이다. 학교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함은 마땅하다. 경찰청장은 “4월까지 학교 폭력을 근절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했다. 공격적 대응 못지않게 방어적·예방적 차원의 대책도 없지 않다. 투 트랙이다. 한 학급에 두 명의 담임을 두는 복수담임제 도입이라든지, 전문상담사의 대거 충원은 평가할 만하다. 엄청난 예산과 함께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들이 태반이다. 가정방문은 없다. 가정방문의 교육적 효과를 익히 알고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는데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격이다. 가정방문의 폐단을 우려해서일 거다. 가정방문은 폐지, 부활, 폐지를 오갔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교장의 책임 아래 사안별로, 미리 통보한 뒤라는 조건 아래 풀렸다. 형식적 허용이다. 가정방문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로서도 돈 봉투로 축약되는 불미스러운 일의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을 법하다. 조건이 붙지 않은 자유롭고 실질적인 가정방문이 지닌 의미는 크다. 교사와 학부모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번거롭고 힘들 것이다. 거리낌 없이 쉽고 편하게 만나는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부작용에만 집착하다가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개그콘서트의 김원효처럼 “안 돼.”만 외칠 수는 없다. 자식이, 제자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처지에 놓인다면 “통신수단이 발달한 시대에”, “맞벌이로 시간을 낼 수 없는데”, “업무가 많은데”, “구태여 나섰다가”라며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으며 “안 돼.”라고만 되뇔 수 있을까.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식의 전환이다. 교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경찰이 교사에게 직무유기를 거론할 만큼 교권 추락은 심각하다. 교사들은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 내로라하는 학력과 실력을 검증받은 상위 5% 집단이지 않은가. 과거보다 더 큰 소명감이 아닌 교사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다. 진정성을 갖고 학교 울타리 밖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복수담임제, 전문상담사, 행정요원 등의 충원과 함께 잡무 경감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한껏 힘써야 함은 당연하다. 발생한 학교 폭력이 경찰, 검찰의 몫이라면 학교 폭력 예방은 교사가 맡아야 할 과제이다. 교사의 힘은 크고 중요하다. hkpark@seoul.co.kr
  • [이명박 대통령 취임 4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성과”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초래”

    [이명박 대통령 취임 4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성과”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 초래”

    집권 4년을 맞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학자들의 평가는 보수·진보를 떠나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수 학자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과 한·미 동맹 복원 등 경제·외교 부문의 성과를 지적했지만 대통령의 사회 통합 노력은 기대 수준에 크게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진보 학자들은 현 정부가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부자 감세, 4대강 사업, 고용 없는 성장 등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외부 자문그룹 멤버인 김도종(56)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 집권 내내 이어진 소통 부재 식의 인사와 사회 통합을 일궈 내지 못한 정치력 부재, 자기반성의 부재 등이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회 통합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대통령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사회적 양극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1997년 외환위기 후 지표로 보면 참여정부 때 가장 악화된 과오가 있다.”며 “이 대통령의 책임은 서민 경제에 안전 장치를 만들지 못하고 정권 초반부터 국민에게 낙인시킨 ‘부자 정부’의 이미지를 끝내 깨지 못한 데 있다.”고 말했다. 보수 계열의 계간지인 ‘시대정신’ 발행인 김세중(65)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종합적으로 볼 때 중간보다는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다.”며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등 적지 않은 경제적 성과를 보였고,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대북 원칙 고수 등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허실을 바로잡은 점은 역사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두둔했다. 진보 정치학자인 박상훈(48) 후마니타스 대표는 “보수 정부라고 더 가혹하게 비판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데 충실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권위주의를 벗지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절차적 공동체의 가치 기반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그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지만 이미 국회에서 절차를 통해 비준한 정책을 야당이 또다시 뒤집으려는 건 역시 절차적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학 전문가인 이창원(52)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처음부터 정책 가치로 양립하기 어려운 ‘작은 정부’와 ‘실용 정부’를 내세우다 보니 두 가치 모두 실종됐다.”며 “실용정부의 시작은 좋았지만 이를 실현할 도구와 철학을 중도에서 상실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학자의 견해가 첨예하게 갈렸다. 김세중 교수는 “햇볕정책의 대북 퍼주기로 인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대북 강경기조를 통해 북한에 확고한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하며 남북 간 대화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저자세로 대화를 위한 대화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종 교수는 “북한 내부 체제의 불안정성이 문제이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반면 김근식(47)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명박 정부의 목표는 슬로건만 됐을 뿐 구체적 실천 방안도 미흡해 긴장만 고조시키는 결과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도 “이 대통령이 기존의 국민적 합의인 화해평화 정책보다 강경책을 쓰다 보니 국민 의사와 충돌만 했다.”고 진단했다. 정치학자들은 이 대통령의 임기 말 주요 과제로 서민 경제의 연착륙과 경제 불평등 완화, 공정한 선거 관리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김도종 교수는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겸허하게 자기 반성을 하는 건 국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서민 생활 안정과 구조화되고 있는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중 교수는 “막판에 폼을 내려는 유혹에 빠져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진행 중인 정책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대표는 “정치적 이행기인 올해의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며 “선거를 통한 국민 의사가 제대로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원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환·하종훈기자 ipsofacto@seoul.co.kr
  • 찰리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라고? 英정보국, 출생의 비밀도 못찾아

    찰리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라고? 英정보국, 출생의 비밀도 못찾아

    영국 국내정보부(MI5)가 1950년대 초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으로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1889~1977)의 출생 기록, 사생활과 관련해 뒷조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기밀 해제된 MI5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카시즘(광신적 반공주의)의 광풍이 불던 당시 FBI는 채플린을 공산주의 동조자로 확신하고, 국외로 추방하기 위한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려고 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MI5는 조사 결과 채플린을 위험 인물로 볼 만한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 당국은 1952년 채플린의 입국을 거부했고, 채플린은 스위스에 정착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미 의회는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영화 ‘모던 타임스’와 독재자를 희화화한 ‘위대한 독재자’ 등에 출연한 채플린을 좌익 이념을 지지하는 대표 인사로 낙인찍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영국 정보기관조차 채플린의 출생과 관련한 어떤 기록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채플린은 생전 자신이 1889년 4월 16일 런던에서 뮤직홀의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부모에게서 태어났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채플린이란 이름의 출생 기록은 전혀 없었으며 FBI가 채플린의 본명일지 모른다고 주장한 ‘토른슈타인’에 관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보고서는 “채플린이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나 본명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앞서 영국 정부가 2002년 기밀 해제한 문서에서는 영국이 1956년 10월 채플린에게 기사 작위를 주려고 했지만 미국의 반감을 의식해 계획을 철회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채플린이 런던 출신이 아니라 버밍엄 근교의 집시촌에서 태어났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추도리 508로 분류되는 작은 섬 추도. 이 작은 섬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바로 옛날만 해도 잡어 취급 받던 물메기 때문이다. 밥상 물메기 때문에 울고 웃는 작은 섬 추도.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나는 물메기가 추도의 특산품이자 별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사연과 물메기로 차려낸 밥상을 소개한다.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양조장을 살리려면 소주업으로 갈아타는 수밖에 없다고 믿는 말구는 소주 면허 청탁을 위해 적금 통장을 깨고, 송병만은 이를 모른 채 무기력하기만 하다. 한편 백구는 복희(장미인애)에게 도진의 신변을 부탁한다. 내키지 않지만 백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복희는 공장 식구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진을 영미사에 취직시킨다. ●해를 품은 달(MBC 밤 9시 55분) 보경은 살의 원인을 월에게 돌려 훤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음모를 꾸민다. 훤은 월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모를 참으며 대왕대비를 찾아가 청을 올린다. 양명 역시 추국장에 나타나 월의 무죄를 주장하지만, 월은 죄인의 낙인이 찍혀 서활인서로 쫓겨 가게 된다. 서활인서로 끌려 가던 월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에게 납치를 당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온 동네를 주름잡는 남다른 할머니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대구.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식당에서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할머니. 영어가 너무나도 하고 싶고, 세상에서 영어가 제일 좋다는 강영희 할머니를 만나 본다. ●독립다큐관(EBS 밤 12시 5분) 덕윤씨는 일주일에 3일은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중도 시각 장애인이다. 투석을 끝내고 지친 몸으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 즉석 미역국을 끓여 먹는 덕윤의 일상은 비장애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뮤지컬 배우인 친구 상원이 집 근처로 공연을 온다. 오랜만에 둘은 잠시 만나게 되는데…. ●검색녀(OBS 밤 11시 5분) 가수 고영욱은 시트콤과 다양한 방송 활동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주일에 6~7개 스케줄을 소화할 정도로 엄청 바쁘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 그러자 김구라가 독설 한마디를 날리고, 결국 고영욱이 사과까지 하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편 고영욱은 배우 한효주와 포옹하는 CF도 찍었다고 자랑한다.
  •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Weekend inside] 아랍 동성애자에겐 머나먼 ‘사랑의 봄’

    중동 권력 지도를 바꾼 ‘아랍의 봄’이 성적 소수자에겐 ‘혹독한 겨울’이 되고 있다. 개인의 신념과 성적 취향이 존중되는 사회가 들어서길 기대했던 튀니지, 이집트 등 혁명의 진앙지에서 권력을 잡은 강경보수파가 종전의 동성애 금지법을 유지한 채 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함마디 지발리 튀니지 총리는 기존의 반(反)동성애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총선 전만 해도 집권 엔나흐다당 지도자들은 동성애자의 존엄성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대부분인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로 이는 ‘공약’(空約)에 그쳤다. 심지어 인권장관인 사미르 딜루는 지난 4일 TV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한 성도착증”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튀니지의 동성애자들은 대부분 희망을 버리고 고국을 등지려 하고 있다. 국제동성애인권위원회(IGLHRC)의 호세인 알리자데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자각이 보수적인 이슬람법의 해석을 강화하고 성 문제를 더 억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웹사이트 ‘중동 동성애’(GME)의 댄 리타우어 편집장은 “시리아 등 중동에는 동성애자가 정권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사회 변혁이 성적 소수자에게 부메랑이 된 대표적인 나라는 이라크다. 2003년 미국 침공 이전 이라크정권은 독재국가였지만 성적 풍습까진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이라크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의심만 받아도 살해, 납치, 강간, 고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3년 이후 700명 이상이 죽임을 당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성애 탄압국으로 낙인찍혔다. 국제동성애협회(ILGA)에 따르면 동성애가 불법인 나라는 2011년 현재 76개국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선 전체 국가의 50%,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터키, 요르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동성애를 ‘범죄’로 보아 금지한다. 특히 이란,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남수단, 모리타니 등 5개국은 동성애자를 사형으로 다스린다.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사형을 선고하기 일쑤다. 동성애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우회적으로 성적 소수자를 괴롭힌다. 요르단에서는 남성들이 어울리는 현장을 급습해 불법 음주 혐의를 씌우는가 하면 터키에서는 당국이 이들을 철저히 감시한다. 터키에서는 2008년 동성애자인 20대 아들을 아버지가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참극도 벌어졌다. 정치적 억압으로도 악용된다. 유력한 차기 총리감이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차례나 동성애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1998년 부총리 퇴임 이후 동성애자로 몰려 6년간 옥살이를 하다 무죄로 밝혀져 석방된 그는 2008년 다시 전 보좌관의 고발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아랍 청년들이 동성애 인권운동을 펴는가 하면 동성애 금지가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코란(이슬람 경전)은 동성애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슬람권의 오랜 편견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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