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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평호를 품은 산, 한반도를 한눈에 바라보는 두타산 [두시기행문]

    초평호를 품은 산, 한반도를 한눈에 바라보는 두타산 [두시기행문]

    충청북도 진천과 증평, 괴산의 경계에 걸쳐 자리한 두타산은 해발 598m의 높이를 지닌 산으로, 규모에 비해 넓은 조망과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중부 내륙의 완만한 산세 속에서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삶과 전설이 겹겹이 쌓인 산으로 기억된다. 두타산이라는 이름에는 신화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옛 기록에 따르면 단군이 팽우에게 산과 물을 다스리게 했을 때, 끝없이 이어진 비로 세상이 물에 잠기게 되었고, 팽우는 이 산으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그때 산의 정상만이 물 위에 섬처럼 남아 있었는데, 이 모습에서 ‘머리 두(頭)’와 ‘비탈 질 타(陀)’를 따 두타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이러한 전설은 지금도 이 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남아 있다. 산의 형세 또한 인상적이다.능선은 완만하면서도 길게 이어지며,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부처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정상에 오르면 진천 일대의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충북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초평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이와 함께 보강천과 초평천이 만들어내는 물길의 흐름, 그리고 원남저수지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두타산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산림은 주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져 있어 사계절 내내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낸다.특히 정상 부근에 자리한 산성 터 주변에는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가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타산성이 자리하고 있다.둘레 약 1.2km 규모의 이 석성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현재는 일부가 돌무더기 형태로 남아 있지만,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성 안에는 두 개의 우물터가 남아 있으며, 이곳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토기 조각과 기와편, 그리고 고려시대 유물까지 발견되기도 했다.단순한 산행을 넘어 역사적인 흔적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점이 두타산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산자락에는 상산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영수암이 자리하고 있다.고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는 두타산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산행의 여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이곳에서 시작해 동쪽 등산로를 따라 약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어, 비교적 부담 없는 산행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두타산을 찾았다면 인근의 한반도지형공원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마치 한반도를 축소해 놓은 듯한 형태를 띠고 있어 이름 붙여진 곳이다.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강과 산이 어우러진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며, 실제 한반도의 윤곽을 떠올리게 한다.특히 해 질 무렵에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더욱 또렷해져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두타산은 화려하거나 험준한 산은 아니지만, 전설과 역사, 그리고 잔잔한 자연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두타산 산행 이후에는 주변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인근의 초평저수지는 충북 최대 규모의 저수지로, 시원한 수변 풍경과 함께 낚시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또한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진천 농다리는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독특한 구조로 산행 후 가볍게 들르기 좋은 명소다.먹거리로는 초평저수지 일대의 붕어찜과 어죽이 특히 유명하며, 조선옥과 같은 향토 음식점에서 지역의 맛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남 때리더니 집부터 뚫렸다…美 전략기지 뒤덮은 의문의 드론 떼 [밀리터리+]

    남 때리더니 집부터 뚫렸다…美 전략기지 뒤덮은 의문의 드론 떼 [밀리터리+]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벌인 직후 본토 핵심 전략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 떼가 잇따라 출몰한 사실이 드러났다. B-52 전략폭격기 본거지인 박스데일까지 침입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이 밖에서는 대규모 공습을 벌이는 사이 정작 안방 방공망에는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여러 차례 드론 침입을 겪었다. 박스데일은 B-52가 배치된 핵심 전략기지다. 핵무기 저장시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미국 핵 3축 체계의 공중 전력을 떠받치는 거점으로 꼽힌다. 미 ABC뉴스가 확보한 지난 15일자 비공개 브리핑 문건에는 당시 드론이 한 번에 12~15대씩 파상 형태로 날아들었다고 적시됐다. 이들 기체는 활주로를 포함한 민감 구역 상공을 오갔다. 상업용 드론과 다른 신호 특성과 장거리 제어 링크도 보였다. 전파방해 저항성까지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은 드론들이 기지 내 여러 지점을 지난 뒤 민감 구역 전반으로 흩어졌다고 평가했다. 문건은 또 드론의 진입과 이탈 방식이 조종 위치 노출을 피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봤다. 점등 패턴 역시 기지 보안 대응을 시험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불법 비행이 아니라 감시·정찰과 전자정보 수집, 경계 태세 탐색까지 염두에 둔 침투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활주로 운영이 중단되고 인근 공역의 유인 항공기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 장대한 분노 직후 다른 전략시설도 흔들렸다 문제는 박스데일 한 곳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존은 미군이 이란 공격을 시작하던 지난달에도 다른 전략시설 상공에서 드론을 탐지해 무력화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길로 미 북부사령관(NORTHCOM)은 지난 19일 상원 군사위원회 제출 서면답변에서 “‘장대한 분노’ 초기 전략적 미군 시설 상공에서 운용되던 소형 무인기(sUAS)를 이동형 대드론 장비로 탐지하고 격퇴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부사령부는 작전보안을 이유로 해당 기지 이름과 시설 종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장비는 북부사령부의 이동형 대드론 체계인 ‘플라이어웨이 키트’다. 워존에 따르면 현재 배치된 장비는 안두릴 제품이다. 소형 드론을 탐지하고 추적하고 식별한 뒤 전파방해 방식으로 무력화하는 체계다. 북부사령부는 실제로 이 장비의 재밍 프로토콜을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길로 사령관은 추가 장비가 2026년 봄 더 인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보다 군 기지 상공 드론 탐지 건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탐지해도 거의 막지 못했다. 지금은 탐지한 대상 가운데 약 4분의 1은 무력화할 수 있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대응 능력은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드론은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밖에서 벌인 전쟁, 결국 본토 방공 허점 드러냈다 이번 사건이 더 민감한 이유는 침입 대상이 단순한 지방 기지가 아니라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 거점이기 때문이다. 워존은 박스데일의 B-52들이 대부분 노출된 상태로 계류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전체에서 운용할 수 있는 B-52 수도 많지 않다. 그만큼 고가치 표적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B-52가 미국의 재래식·핵 공중타격 전력의 큰 축을 맡을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기체가 드론 감시나 잠재적 공격에 노출되는 상황 자체가 적지 않은 안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워존은 값싼 소형 드론도 활주로와 노출된 항공기를 위협할 수 있다고 수년간 경고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장거리 항공 자산을 겨냥해 벌인 근접 드론 공격 이후 후방 기지의 대형 항공기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결국 이번 사안은 누가 드론을 띄웠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중동에서 대규모 공습을 벌인 직후 자국 본토 전략기지 상공에서 드론 위협을 잇달아 막아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경고다. 드론 시대에는 미국 본토 전략기지마저 새로운 취약 지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읽힌다.
  • 욕조 속 기억 [으른들의 미술사]

    욕조 속 기억 [으른들의 미술사]

    ●닫힌 공간, 열려 있는 색채 피에르 보나르(1867-1947)가 그린 ‘욕조 속 누드와 작은 개’는 욕조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그린 것이다. 화면 중앙에는 한 여성이 욕조에 잠겨 있지만, 그 윤곽은 흐릿하다. 오히려 타일 벽과 욕조의 형태, 그리고 바닥의 타일 무늬가 더 강렬하다. 파랑, 주황, 노랑이 뒤섞인 공간은 현실 속 욕실이라기보다 감각의 장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표현은 보나르가 대상을 정확하게 재현하기보다 기억에 의존해 그렸음을 보여준다. 그는 실제 모델을 보며 그리지 않고 스케치와 기억을 바탕으로 작업했으며, 그 결과 화면은 현실과 기억 간 차이를 보인다. ●욕조 속 인물 이 그림의 모델은 보나르의 오랜 동반자였던 마르트 드 멜리니로 알려져 있으며, 그녀는 보나르의 아내이자 평생에 걸쳐 영감을 주는 뮤즈였다. 보나르는 마르트를 380여 점이나 그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마르트는 건강 문제로 치료를 위해 반식욕을 즐겼다. 욕조에 누운 마르트의 모습은 휴식과 치유의 장면이지만 동시에 기묘한 정적을 품고 있다. 몸은 물속에 잠겨 물과 몸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물은 배경과 거의 동일하게 그려져 구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관람자는 신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색과 빛의 흐름 속에서 우연히 인체를 발견하게 된다. 보나르의 후기 작품에서 반복되는 이 욕조 장면은 단순한 일상 묘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형된 기억의 축적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순간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이 축적된 시간의 이미지인 셈이다. ●작은 개의 의미 화면 하단에 자리한 작은 개는 이 장면이 특별하거나 역사적인 일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의 일부임을 조용히 보여준다. 이 개는 화면을 현실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작품을 단순한 색채의 향연으로만 보이지 않게 하는 균형추다. 동시에 이 강아지는 관객에게 친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목욕이라는 행위가 특정한 누군가의 순간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임을 일깨운다. 보나르는 가족과 반려동물, 식탁과 같은 사소한 풍경들을 통해 삶과 예술의 경계를 서서히 흐려왔고, 그 안에서 일상의 소재들은 중심 인물과 다르지 않은 무게감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누드 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그것을 은근히 해체한다. 더 이상 관능이나 이상화에 기대지 않고, 색과 기억, 그리고 사적인 체험을 통해 누드를 새롭게 정의한다. 이제 누드는 신화나 역사라는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집 안 욕실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 속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욕조 속 목욕 장면은 역사화나 신화처럼 거창한 의미를 내세우지 않지만, 오히려 그 점에서 더 많은 공감을 받았다. 우리는 화면 속 인물을 바라보는 동시에, 욕조에 몸을 담갔던 자신의 감각을 떠올린다. 결국 이 그림이 건네는 것은 소소하지만 명확한 진실이다. 목욕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은 특별한 서사가 아니라 물이 식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 사소한 깨달음은 이내 물이 식으면 목욕이 끝나듯, 인생도 열정이 식으면 끝난다는 사실을 무심한 듯 깊이 각인시킨다.
  • “협상하자더니 암살 함정?”…이란이 못 믿는 트럼프의 손짓 [핫이슈]

    “협상하자더니 암살 함정?”…이란이 못 믿는 트럼프의 손짓 [핫이슈]

    미국이 이란에 종전 구상을 전달하며 협상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진짜 대화가 아닌 ‘함정’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강한 협상”과 “큰 선물”을 거론하며 진전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이란은 공개적으로 협상설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에 15개 항의 종전 구상안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관련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미국은 이 구상안에 핵 프로그램 해체, 대리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요구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과 미사일, 호르무즈 문제를 한꺼번에 묶어 전후 질서를 다시 짜려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비핵 분야, 특히 에너지와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매우 큰 선물”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협상 진전론과 달리 전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습, 미사일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당국자들과 아랍권 인사들을 인용해 이란이 휴전과 대면 협상 시도를 전략적 함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이 접촉 과정에서 암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현 체제 안에서 드물게 협상 창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 추가 타격을 미루겠다고 한 조치 역시 국제유가를 낮춘 뒤 군사행동을 재개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는 의심도 뒤따랐다. 이런 경계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BBC는 같은 날 미국과 이란 사이에 열린 외교의 문이 아직 “아주 작은 틈” 수준에 머문다고 분석했다. 본격 협상보다 제한적인 예비 접촉 단계에 가깝다는 의미다. 로이터도 이란이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같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접촉만 인정할 뿐 직접 협상은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종전 보장과 재공격 금지, 전쟁 피해 보상, 호르무즈 해협 관련 요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은 거부하고 있다. ◆ “협상 중”이라는데…정작 전쟁 목표는 아직 미완 미국이 협상론을 키우는 배경에는 전쟁을 더 끌고 가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전쟁 목표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미완 상태라고 짚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력에 큰 타격을 입힌 건 사실이지만,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핵심 농축 우라늄 비축분도 손에 쥔 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지만, 행정부는 이를 공식 전쟁 목표로 못 박지 않았다. 미국은 협상 카드를 흔들면서도 군사 압박은 늦추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이 이미 중동에 배치한 병력 외에 추가 병력 전개도 준비 중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원하더라도 이란이 미국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협상을 말하면서도 언제든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일 수 있는 판을 함께 깔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이 동의할 경우 자국이 회담 개최국이 되겠다고 공개 제안한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이 제안이 곧바로 돌파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행동 이후 협상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고 보고 있고, 미국은 핵·미사일·호르무즈 문제를 한꺼번에 묶어 압박하려 해 양측 간극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 휴전 신호는 커졌지만, 진짜 종전은 아직 멀다 지금의 외교는 종전 직전 국면이라기보다 서로 요구를 높인 채 기 싸움을 벌이는 탐색전에 가깝다. 미국은 협상 진전을 강조하며 시장과 유가를 달래려 하지만, 이란은 이를 시간 벌기용 전술로 의심한다. 로이터는 종전 구상 보도 뒤 국제유가 상승 폭이 일부 줄었다고 짚었고,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닷새 유예 시한 이후를 새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협상 카드를 내미느냐보다, 그 카드를 이란이 믿느냐에 있다. 지금으로선 “강한 협상”이라는 백악관의 자신감보다 “또 다른 함정일 수 있다”는 이란의 경계심이 더 크게 읽힌다. 이번 종전론이 기대감보다 불신을 먼저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열린세상] 성역화된 그린벨트 재설계해야

    [열린세상] 성역화된 그린벨트 재설계해야

    봄철이면 전국적으로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다. 일기예보에서 ‘전국적인 황사 영향과 봄비 소식’을 알리는 것은 우리의 좁은 국토 현실을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이 좁은 땅에 5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 최상위권의 인구밀도이다. 게다가 전체 국토의 70%가 산림이기에 활용할 수 있는 가용지는 더욱 제한적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서울 전체 면적의 26%가 북한산을 비롯한 산림이며 12%는 하천이 차지한다. 도로, 철도, 공원, 학교 등 필수 기반 시설을 제외하면 실제 거주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줄어든다. 비슷한 1000만 인구인 도쿄와 비교해도 서울의 가용지 면적은 절반 수준에 머문다. 한정된 땅에 수요가 지속되니 부동산과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여기에 있다. 1971년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 확장을 억제하고 국토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과 수도권, 광역도시의 외곽 지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은 어느 정도 억제되었고, 수도권의 녹지 보전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헌법 불합치 결정과 여러 정부를 거치며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춘 그린벨트 해제는 중심 도시와의 연결성 부족을 가져왔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과 소득 증가에 발맞춰 한정된 국토 자원의 활용을 고민해야 함에도 환경 보전 정책이라는 담론에 둘러싸여 그린벨트는 성역화되고 금기시돼 왔다. 반세기 전의 그린벨트 정책을 재고찰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국토 계획의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다. 그린벨트 정책의 본래 목적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데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국토 및 도시 구조와 2026년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었으며 소득 수준 증가에 따라 도시 환경과 주거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1~3기 신도시 건설로 도시 경계의 의미는 과거보다 훨씬 유연해졌다. 기술 발전으로 저탄소 건축과 친환경 도시 조성이 가능해지면서 ‘개발=환경 파괴’라는 등식도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따라서 효율성과 공공성을 함께 고려한 부분적이고 합리적인 그린벨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해제’ 혹은 ‘보전’의 이분법을 넘어 세밀한 지역별 가치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은 엄격히 보호하되, 이미 훼손된 구역이나 경작 포기로 방치되고 가설 건축물로 덮여 녹지 기능을 잃은 그린벨트를 재정비해 도시 미관을 향상시키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 선제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수도권 그린벨트에 한해서만이라도 토지비축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제 나무와 숲이 우거져 보전 가치가 높은 녹지는 철저히 보전해야겠지만, 훼손되거나 방치된 토지는 적절한 보상을 거쳐 공공 토지로 환원해야 한다. 보상 후 새롭게 정비할 구역에는 아파트 위주의 고밀도 개발을 지양하고 저층·저밀도의 자연친화적인 주택을 공급해 주거의 다양성을 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공의 목적과 미래 수요를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 주거와 요양 시설을 확충하고, 시민들의 여가 공간 및 스타트업 단지 등 미래 산업용지를 조성해 후손들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린벨트는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 국토 계획의 상징이었고 환경 정책의 핵심 축이기도 했다. 하지만 좁은 국토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이루려면 삶의 질과 환경의 조화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방치되고 있는 국토 자원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굿~ 샷!’ 필드의 봄, 장비의 진화…손맛 짜릿함도 쑥쑥~

    ‘굿~ 샷!’ 필드의 봄, 장비의 진화…손맛 짜릿함도 쑥쑥~

    본격적인 라운드 시즌을 맞아 필드가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겨우내 실내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던 골퍼들이 잔디 위로 나오면서, 골프 업계도 첨단 기술을 앞세운 아이템과 매력적인 서비스로 봄맞이 유혹에 나섰다. 먼저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비거리와 관용성, 타구감 등 핵심 요소를 한층 강화했다. PXG, 브리지스톤골프, 로마로골프, 온오프 등은 카본·티타늄 소재와 구조 설계, 무게 조절 기능을 앞세워 미스샷에서도 일관된 직진성과 비거리를 보장하는 데 집중했다. 캘러웨이는 헤드 바닥면(솔) 구조를 개선해 임팩트 순간 지면과의 마찰을 최소화했다. 퍼터 그립의 형태를 균일하게 설계한 골프프라이드는 퍼팅 안정성 확보에 공을 들였다. IT 기기와 플랫폼의 진화도 눈에 띈다. 보이스캐디는 AI 분석 및 동반자 데이터 공유 기능을 탑재한 골프워치를, 골프존은 스크린과 필드의 경계를 허문 도심형 골프장을 통해 라운딩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맞춤형 시장도 성장 중이다. 잔디로는 발 데이터를 반영한 커스텀 골프화를 선보였고, 젝시오는 개인 레슨, 일본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고도화한 멤버십을 내놓았다. 볼빅은 한국 전통 문양을 접목한 골프공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봄 시즌을 맞아 새 장비와 함께 필드에 나설 준비를 하는 골퍼들이 눈여겨볼 만한 골프 브랜드를 모아봤다. IT 기기와 플랫폼의 진화도 눈에 띈다. 보이스캐디는 AI 분석 및 동반자 데이터 공유 기능을 탑재한 골프워치를, 골프존은 스크린과 필드의 경계를 허문 도심형 골프장을 통해 라운딩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맞춤형 시장도 성장 중이다. 잔디로는 발 데이터를 반영한 커스텀 골프화를 선보였고, 젝시오는 개인 레슨, 일본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고도화한 멤버십을 내놓았다. 볼빅은 한국 전통 문양을 접목한 골프공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봄 시즌을 맞아 새 장비와 함께 필드에 나설 준비를 하는 골퍼들이 눈여겨볼 만한 골프 브랜드를 모아봤다.
  • 오늘부터 공공 車5부제… 4회 위반 땐 ‘징계’

    오늘부터 공공 車5부제… 4회 위반 땐 ‘징계’

    전기·수소차 등을 제외한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요일제)가 25일 0시부로 의무화됐다. 중동 정세가 악화되며 정부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키로 한 데 따른 조치다. 일단 민간은 자율 참여가 원칙이지만 향후 원유 수급 위기가 격상되면 강제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고령층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 시간 제한 등도 검토 중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공공부문 5부제를 즉시 시행하고 재택근무 등 추가 수요 절감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 산하 공공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국공립대, 국립병원, 시도교육청 등이 대상이다. 위반 시 최초 경고, 4회 이상 적발 시 징계하기로 했다. 민간은 우선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원유 수급 위기가 ‘경계’ 단계로 높아지면 의무화로 전환된다. 대중교통 수요도 분산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는 출퇴근 시간 조정을 독려하고 고령층의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제한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기후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12가지 국민 행동 요령도 발표했다. 전기차와 휴대전화 낮 시간대 충전, 세탁기와 청소기는 주말에 사용 등이 포함됐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에너지 수급 대책이 중점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에 대한 일벌백계를 언급하면서도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협조도 절실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차량 5부제와 관련해 “(민간 의무화 전의) 중간 단계쯤으로 공영주차장에서 살짝 제약하는 것도 한번 검토해 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이용 권장 방침과 관련해선 “(고령층의) 무료 이용을 출퇴근 피크 시간에 한두 시간만 제한하는 (것은 어떠냐)”라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노인이라도 출퇴근하는 분도 계셔서 구분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놀러 가는 사람은 제한하는 것도 한번 연구해보시라”고 지시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야권 일각의 노인 폄하 주장에 대해 “노인 복지를 줄이자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3곳을 거론하며 “지금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 그것은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느냐)”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기료에 큰 영향을 주는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 중인 원전을 추가 가동, 원전 이용률을 현재 73%에서 8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유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빠른 편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전쟁 추경’은 직접 지원을 늘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오는 27일 유가 최고가격제 2차 조정을 앞두고 유류세 인하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류세를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로 취급해서 그걸로 동네 골목 상권에서 전통시장에서 영세 소상인들한테 돈을 쓰면 돈이 빨리 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이번 주 중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 “4월 ×일 전쟁 끝난다” 구체적 날짜 공개…이스라엘만 ‘나락’ 갈까 [핫이슈]

    “4월 ×일 전쟁 끝난다” 구체적 날짜 공개…이스라엘만 ‘나락’ 갈까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48시간 최후통첩’을 날렸다가 이틀 만에 ‘5일간 공격 유예’로 선회한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인 종전 시기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24일(현지시간)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전쟁 종식 목표 날짜를 4월 9일로 설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남은 20여 일간 전투와 협상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4월 9일 종전’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즈음 현지를 방문하는 일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이스라엘의 독립기념일은 4월 21일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 등 외신은 이날 “미국과 이란 고위급 대표단이 이르면 이번 주 중재국으로 거론되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직접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이번 주 후반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 측 협상 파트너로 합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란 측에서는 핵심 실세로 꼽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간접 접촉’ 인정한 이란, 대화설은 반박이란의 협상 파트너로 거론되는 갈리바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을 부인하고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경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 최소한의 간접적 소통이 이뤄진 사실은 인정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우방국을 통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이란은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응답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협상을 중재하는 파키스탄의 타히르 후세인 안드라비 외교부 대변인은 CNN에 “양측이 동의한다면 파키스탄은 언제든 회담을 개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외신을 통해 나오는 각각의 메시지에 여전히 견해차가 크게 드러나는 만큼 종전 또는 휴전에 이르렀다고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미국 측이 갈리바프 의장과 이미 간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대외적 메시지와는 사뭇 다른 행보인 셈이다. 함께 시작한 전쟁, 종전은 따로 할까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언급한 이후 이스라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번 전쟁을 시작했으나 종전에 관해서는 미국과 명확한 온도 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발표한 직후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3일 영상 메시지에서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거둔 군사적 성과를 이스라엘 이익 보호를 위한 협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동시에 이란과 레바논에 대한 타격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 대화가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물밑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 소식통은 현지 언론에 “미국이 이란과의 접촉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이스라엘 측에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5일간 공격 유예’ 발표 이후에도 테헤란을 공습 중이라고 밝혔고, 이란 역시 협상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이스라엘의 핵심 공군기지와 역내 미군 거점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 배경은?트럼프 대통령이 최후통첩 시한 만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태세를 전환한 배경에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정치적 손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고 금융·자본 시장이 출렁이는 등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고물가·고유가에 대한 불만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등 군사력 제거, 아야톨라 알리 세예드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 대거 제거와 더불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셀프 승리 선언’을 함으로써 전쟁을 멈출 명분을 만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 내부 라인 있다더니…9억 날린 중국 ‘한정판’ 집착녀 [여기는 중국]

    내부 라인 있다더니…9억 날린 중국 ‘한정판’ 집착녀 [여기는 중국]

    평소 명품 한정판을 선호한다는 한 중국 여성이 내부 라인이 있다는 말만 믿고 9억원이 넘는 거액의 사기를 당했다. 24일 중국 언론 신문방에 따르면 상하이에 거주하는 푸씨가 한정판 명품을 더 쉽고 빠르게 구매하려다 함정에 빠졌다. 중국 명품 시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라 인기 제품일수록 매장에서 “품절입니다”라는 말부터 듣기 일쑤고,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다른 제품까지 사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틈을 파고든 게 바로 ‘내부 채널’이라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직원 라인을 통해 한정판을 빼준다는 식이다. 푸씨 역시 이를 믿었다. 상대는 자신을 리치몬트 상하이 지사의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리치몬트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까르띠에, 끌로에, 몽블랑, 피아제, 반클리프&아펠 등 시계와 보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사기범은 푸씨에게 까르띠에, 반클리프 등 고급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을 내부 경로로 구해줄 수 있다며 접근했다. 푸씨는 과거 이 여성과 함께 브랜드 행사에도 참석한 적이 있어 의심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실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까지 봤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거액 거래 전에 이미 몇 번의 거래가 문제없이 진행됐다. 지난 8월 20일에는 1만 7400위안(약 330만원) 반지를 당일 배송받았고, 9월 2일에는 18만 위안(약 3420만원) 팔찌, 9월 4일에는 3만 7000위안(약 700만원) 상당의 귀걸이까지 모두 당일에 문제없이 구매했다. 몇 번의 거래가 성사되자 의심은 사라지고 무한 신뢰만 남았다. 이후 사기범은 “곧 가격이 오른다”는 말로 푸씨의 구매를 부추겼다. 푸씨는 약 한 달 동안 회사 계좌와 개인 계좌로 까르띠에 고급 시계를 포함한 여러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을 주문했고 총 428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8억 1320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을 송금했다. 평소 아무리 늦어도 한달이면 제품이 도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달랐다. 한달이면 된다던 배송은 반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시즌 한정판 제품은 이월 상품이 되며 그 가치가 떨어졌다. 뒤늦게 무역회사를 확인하자 해당 여성은 직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의 주문 역시 회사와 직접 거래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매장에서 물건을 산 뒤 푸씨에게 배송한 것이었다. 구매 명단 어디에도 푸씨의 이름은 없었다. 회사 측은 “직원에게 한정판 우선 구매권은 없다”며 매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결국 ‘내부 채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뢰를 쌓은 뒤 거액을 유도한 전형적인 사기 구조였다. 전문가들은 “명품 시장에서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압박이 심해 비공식 거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철저하게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에서는 허탈과 냉소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역시 명품은 가난한 사람은 못 속인다”, “그 정도 돈이면 매장에서 VVIP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줄 서서 사는 건 재미없고 내부 거래로 먼저 받는 게 체면이냐”라며 중국인들의 체면 소비 심리를 꼬집었다. 이어 “그 돈으로 금을 샀으면 값이 많이 올랐을 텐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싸게 사려는 욕심은 똑같구나”라고 지적했다.
  • “주로 급변경 절대 안 돼요”… 매너가 건강 러너 만든다[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주로 급변경 절대 안 돼요”… 매너가 건강 러너 만든다[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도심 마라톤 때 위험한 순간들기록 욕심, 울타리 넘어 달려 휘청러닝 크루 응원단 진로 방해 아찔타인 배번 달고 뛴 뒤 사과 해프닝‘달리기 예절’ 교육 수업 생겨빠른 주자용 안쪽 레인 비워두고느린 주자 바깥쪽 레인 사용해야안전 러닝 위해 에티켓 숙지 중요 뜨거웠던 러너들의 잔치는 풍성한 기록 속에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끝난 2026 서울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다. 올해 서울마라톤은 최근 2~3년 사이 국내에 불어닥친 폭발적인 러닝·마라톤 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축제의 장이었던 동시에 일부 참가자들의 미성숙한 태도가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등 급속한 외형적 성장의 한계도 노출했다. 주최 측은 대회 직후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최고 등급) 대회로서 7년 연속 그 위상을 지켜냈고, 세계육상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회의 품격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작 대회 참가자와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현장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너무도 무질서하고 위험한 대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대회는 풀코스(42.195㎞) 기준 1만 6000여명 참가자의 평균 완주 기록은 ‘역대급’으로 껑충 뛰어올랐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주위 사람에 대한 배려 없는 위험한 주행과 응원단의 주로 침범을 넘어 자전거와 이륜 전동차로 특정 주자를 따라가며 응원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일부 몰지각한 크루원(동호인)들의 행태 또한 도를 넘었다는 후문이다. 이번이 8번째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였던 직장인 최모(52)씨는 “해가 갈수록 대회 참여 연령이 젊어지고, 여성도 많아진 것을 느끼지만 너무 기초적인 ‘러닝 매너’를 익히지 않고 그저 대회 기록만을 위해 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이번 대회는 광화문 출발 대기부터 초반 코스인 청계천 진입 구간, 체력 소진으로 본격적인 ‘정신력 싸움’이 시작되는 32㎞ 구간, 그리고 서울마라톤 코스의 ‘마지막 고비’로 꼽히는 잠실대교(37~38㎞) 구간 등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1만 6000여명이 운집했던 광화문광장에서는 각 조별 출발에 앞서 조금이라도 출발 그룹 선두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려는 일부 주자들이 인도와 주로의 경계인 철제 울타리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에 울타리 전체가 휘청이며 이미 도열해 있던 주자 쪽으로 넘어질 뻔했다. 주최 측은 현장에 진행 요원을 구간별로 배치했지만 너무 긴 구역과 많은 인파를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마다 극심한 병목현상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반복됐던 무교동~청계천 진입 구간에서는 1개 차로로 좁아진 주로에 앞다퉈 인파를 뚫고 나가려는 주자들이 쏠리면서 일부 주자가 넘어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주변 주자들이 피해 가면서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논란이 될 장면은 우후죽순처럼 급증한 러닝 크루(동호회) 응원단이 밀집한 잠실대교 남단부터 결승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대거 발생했다. 마라톤 대회 규정상 주자가 아닌 응원단과 사진 및 영상 촬영자는 주로의 바깥에서 응원과 촬영 등을 허용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인파가 주로의 한 개 차선을 훌쩍 침범해 참가자의 진로를 방해했고, 대회 공식 급수대가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다양한 음료를 제공하면서 주로에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를 밟고 미끄러지는 주자도 여럿 나왔다. 특히 결승선을 앞두고는 빠른 속도로 달리던 한 주자가 자신을 응원 나온 사람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진로를 대각선으로 틀어 달리면서 바로 옆 주로에서 막판 스퍼트를 하던 주자가 걸려 넘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인의 배번(번호표)을 달고 뛴 사실이 알려지면서 ‘완주 인증’에 이어 곧바로 사과문을 올리는 촌극이 올해도 반복됐다. 모든 마라톤 대회는 엄격한 기록 관리는 물론 참가자의 안전 관리를 위해 배번의 양도 및 재판매도 금지하고 있다. “러너들의 축제를 러너들이 망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회마다 ‘비매너 러너’가 늘면서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러닝 클래스에서는 기록 단축 방법에 앞서 ‘달리기 예절’부터 교육하는 수업도 나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 등 영남권에서 ‘베가베리 러닝’을 운영하는 김태경 대표는 “안전하고 모두가 즐거운 러닝 문화 정착을 위해 기본적인 에티켓 숙지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회에서는 갑작스러운 주로 변경 금지, 훈련을 위한 운동장 트랙에서는 운동 목적에 맞는 레인 선택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육상 트랙이 깔려 있는 운동장의 경우 1번 레인인 안쪽은 기록 측정이나 인터벌 훈련 등 빠르게 달리는 주자를 위해 비워둬야 하고,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달릴 사람은 3~5번 등 중간 레인, 걷기 운동을 하려는 사람은 가장 바깥쪽 레인을 사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대회장에서 급수대를 이용할 때는 주변을 살피며 급수대로 향해야 하고, 멈춰서 음료를 마시려는 주자는 주로에서 완전히 벗어나 급수 테이블 옆 또는 뒤쪽에서 마셔야 후발 주자와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 환율 1517원… 중동발 복합위기 딜레마

    환율 1517원… 중동발 복합위기 딜레마

    유가·환율·물가 3중고에 경제 비상트럼프 유화 발언에 환율 ‘널뛰기’신현송 차기 한은총재 역량 시험대 중동 정세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1510원을 돌파했다. 단순한 환율 상승을 넘어 고유가·물가 불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 발언에 따른 패닉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으로 태도를 바꾸자 환율이 하락하며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3월 9일(1549원)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창구 환전 환율은 1578.3원으로, 1580원에 육박했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영향 탓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 시설을 초토화하겠다고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국 뉴욕 증시 개장을 2시간여 앞두고 ‘이란의 에너지시설 등에 대한 군사적 공격 유예’를 선언하자 조기 종전 기대가 높아졌다. 이에 환율은 오후 8시 50분 기준 1492원대까지 떨어지며 혼란이 이어졌다. 중동 전쟁 여파가 이어지며 고유가·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충격 심화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제 유가도 치솟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브렌트유도 115달러에 근접했다. 이에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 성장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늘어나고 있다. 물가는 뛰고 성장은 더뎌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계감이 커지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331 오른 99.810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99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1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처럼 중동 사태로 한국 경제가 복합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위기관리능력과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에선 신 후보자를 ‘실용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하지만,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이 상충하는 가운데 쉽사리 금리를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 그리고 유가 상승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 향방이) 달려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공급 충격 등이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는 의미다.
  • [서울광장] 탈 많은 ‘1인 기획사’ 탈세 논란 줄이려면

    [서울광장] 탈 많은 ‘1인 기획사’ 탈세 논란 줄이려면

    한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면서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는 연예인이 여럿이다. 이들은 종종 자신의 일상과 수익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회사를 만든다. 덩달아 유명 연예인이 세운 1인 기획사의 탈세 논란은 잊을 만하면 터진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9.5%(지방소득세 포함)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다. 연간 100억원을 벌었다면 개인은 세율 49.5%가 적용되지만 법인은 2억~200억원 구간이라 세율이 21.9%다. 세금 부담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연예인 수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연예인은 해마다 소득이 크게 변동한다. 소득이 급증했다 급감하면 건강보험료는 전년도 기준인지라 부담이 커진다. 1인 기획사는 인기 있을 때 번 소득을 회사에 쌓아 뒀다가 소득이 사라졌을 때 월급처럼 꺼내 쓰기에 적합하다. 법인세도 내고 소득세도 내는 이중과세에 해당하지만 그래도 세금은 줄고 소득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회사 자체의 장점도 있다. 지역가입자가 이닌 회사 근로자가 돼 건강보험료 부담이 적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개인보다 자유롭다. 부동산을 팔 때 양도차익도 법인세 과세표준에 포함돼 법인세율을 적용받는다. 유명 연예인 건물주가 탄생하는 까닭이다. 맞춤형 관리와 자율권도 매력적이다. 오로지 ‘사장님’의 해외 공연, 굿즈 판매, 소셜미디어 운영 등은 물론 사생활도 회사 차원에서 적극 관리한다. 사생활 관리 차원에서 가족이 임직원이 되는 경우가 잦다. 공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회사 운영과 상관없는 부동산 매입 등도 발생한다. 최근 들어 불거지는 1인 기획사 탈세 논란의 핵심이다. 오미순 국세청 조사2과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1인 기획사가 연예인을 관리하는 데 역할을 했다면 그 역할과 기능에 맞는 정도만 소득이 배분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일한 만큼 월급 받고 이에 맞춰 세금 내는 일이 연예인과 주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호주에는 평균소득과세제도가 있다. 소득 불규칙성이 커서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완화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0억원을 10년에 걸쳐 버는 경우와 2년 동안만 벌고 다른 기간에는 소득이 없을 경우 후자의 세 부담이 훨씬 커진다. 평균소득과세는 한 해 소득이 앞선 4년의 평균 소득보다 크면 초과분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세금 부담 완화도 되지만 고소득자들의 납세 유도 효과도 있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인력대여’(loan-out) 회사법을 제정했다. 연예인이 세운 회사가 고용주로서 의무를 이행하면 회사를 통한 제작사와의 계약 체결과 소득 귀속을 합법으로 인정했다. 그해 주(州) 고용당국의 감사 과정에서 적법성 우려가 커지자 법률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그동안은 업계 관행이었다.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1996년 내한공연 했을 때 계약 당사자였던 ‘마이클 잭슨의 역사적 투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마이클 잭슨은 그 회사의 주주이자 근로자였다. 영국은 중개인관련법률(IR35)을 만들어 1인 법인 설립을 통한 조세 회피를 막고 있다.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이 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 캐나다는 법인 비용 처리 범위를 명문화했다. 연예인의 소득은 대중에게서 나온다. 영화, 음원 등 콘텐츠를 소비하고 광고료가 포함된 제품을 산다. 연예인의 외모와 능력은 선천적인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 친구 따라간 오디션에서 뽑힐 정도의 외모나 독특한 목소리는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성실 납세가 연예인에게 더욱 필요하다. 정부의 엄정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관련 제도도 다듬어야 한다. 1인 기획사가 법인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기준에 미달하면 소득세를 내게 하면 된다. 연예인의 경우 관련 법에 따른 대중문화예술기획사 등록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는 탈세 등으로 가중처벌하자. 1인 기획사를 포함해 법인의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세제도 고민해 볼 문제다. 고소득 유튜버, 의사 등도 1인 회사로 운영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소득 개인사업자가 세금을 공정하면서도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전경하 논설위원
  • “첫째부터 출산 지원 필요… 주택·교통·일자리 풀겠다”[6·3선거 예비후보 인터뷰]

    “첫째부터 출산 지원 필요… 주택·교통·일자리 풀겠다”[6·3선거 예비후보 인터뷰]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서울시장 ‘3자 경선’에 진출한 박수민 의원은 23일 “아무리 좋은 휴대전화도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오면 교체한다”며 “이제는 서울시장도 오세훈에서 박수민으로 ‘타임 투 체인지’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재재공모’ 공고일(15일)내게 각성이 찾아왔다”며 “서울시민을 향해 내가 나서야 모든 게 정리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에이스’에서 기업인, 국회의원으로 도전해온 박 의원은 “민간과 공직을 거치면서 사업도 하고 국가 설계, 예산·세제, 국제 금융·에너지까지 다뤄보면서도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며 “이 구조적 모순을 서울시에서 풀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 시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재명 대통령 바짓가랑이를 잡고서라도 돌파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오둥이 아빠’인 그는 “둘째부터, 셋째부터 이렇게 ‘끝부터’ 출산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니라 첫째부터 지원을 해줘야 한다. 첫째를 낳아 행복해야 둘째, 셋째를 더 낳고 싶어지는 것”이라며 “또 저출산은 결국 도시의 문제다. 주택·교통·일자리 3개를 해결하면 저출산 문제는 풀린다”고 자신했다. 당내 경선 전략과 관련해선 “오 시장과 양자 대결을 기대했지만 선수는 ‘룰’ 탓을 하지 않는다”며 “오 시장의 업적도 이어받되 치열하고 공격적으로 뚫고 나가 확고한 차별화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9일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결의문 초안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사회에서 안건이 의결되고, 대표이사인 장동혁 대표가 사인을 했으면 그것으로 끝난 것인데 오 시장이 연장전을 해버렸다”며 “이후 후보 등록 거부는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에 대해선 “정치인 후보들이 나보다 정치 경력은 길겠지만 국제금융, 나라 설계, 국가 기획, 예산과 세제, 벤처, 심지어 ‘아빠 경력’도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 후보는 추후 대통령과 종속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인허가권은 성남시와는 비교가 안 되는 사이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그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팝스타 과잉 경호, 공연 금지로 번졌다…울음 터뜨린 소녀팬은 주드 로 친딸 [핫이슈]

    팝스타 과잉 경호, 공연 금지로 번졌다…울음 터뜨린 소녀팬은 주드 로 친딸 [핫이슈]

    미국 팝스타 채플 론이 브라질에서 11세 아동 팬 대응 논란에 휘말렸다. 호텔에서 채플 론을 마주친 소녀는 영국 배우 주드 로의 친딸 에이다 로(11)였다. 가족 측이 “가수를 알아보고 미소만 지었는데 경호원이 거칠게 다가와 아이를 울렸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빠르게 커졌다. 이후 리우데자네이루 시장까지 나서 채플 론의 공연을 막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 팬 소동을 넘어 정치권 논란으로 번졌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피플, 가디언 등에 따르면 논란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시작됐다. 브라질·이탈리아 축구스타 조르지뉴는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아내 캐서린 하딩과 의붓딸 에이다가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채플 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이다가 사진을 찍거나 말을 건 것도 아니고, 채플 론인지 확인한 뒤 미소를 짓고 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 한 남성이 다가와 아이와 어머니에게 공격적으로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에이다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가족 측은 현장 대응이 지나쳤다고 반발했다. 조르지뉴는 어린 팬이 좋아하는 가수를 알아봤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캐서린 하딩도 딸이 채플 론을 괴롭히거나 가까이 다가간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기대했던 공연까지 포기할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당시 자신들에게 다가온 남성이 경호원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 “내 경호원 아니다” 선 그은 채플 론 논란이 커지자 채플 론도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은 당시 모녀를 보지 못했고, 누구에게도 제지나 항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남성은 자신의 개인 경호원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이와 어머니가 불편을 겪었다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자신이 팬이나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채플 론이 그동안 팬과 유명인 사이의 경계를 강조해 온 점과 맞물리며 더 빠르게 확산했다. 그는 앞서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접근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유명인에게도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경계를 지키는 과정에서 대응 수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채플 론 본인이 현장을 직접 보지 못했고 해당 남성도 자신의 팀 소속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여론은 갈리고 있다. ◆ 리우 시장까지 가세…‘공연 금지’ 파장 브라질 현지 정치권도 곧바로 반응했다. 에두아르두 카발리에리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은 채플 론이 자신의 재임 기간 리우의 대형 음악 행사 무대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에이다를 샤키라 공연에 귀빈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하며 가족 편에 섰다. 이 발언은 실제 행정 조치라기보다 강한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현지 여론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는 분명히 보여줬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어린 팬의 눈물에서 시작해 스타의 태도, 경호 대응 방식, 팬과 유명인 사이의 거리감 문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채플 론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브라질 현지에서는 이미 “과잉 경호가 부른 역풍”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호텔 측이나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경위를 추가로 설명하지 않는 한,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쓰레기 수레에 매인 순종마, 로트레크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쓰레기 수레에 매인 순종마, 로트레크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유전적 취약성과 사고로 단신의 삶사회 편견의 감옥에서 살았지만회화 통해 동시대 진실 포착 증언그림만큼은 어떤 틀에 가두지 않아“모든 갇힌 것은 죽는다” 그의 말영원의 생명력 가지고 아직 생생 수많은 예술작품 가운데 어떤 작품이 시대를 넘어 불멸의 걸작으로 남게 되는 것일까? 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저서 ‘명화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명화란 한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를 천재예술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깊이 있게 담아내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감동을 주는 예술작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구는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 즉 시대정신이다. 명화는 한 시대의 사회와 경제, 문화적 변화를 담아내는 시각적 기록이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포착한 예술가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를 빼놓을 수 없다. 로트레크가 남긴 편지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은 그가 시대를 기록한 관찰자이자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첫 번째 명언 “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논평하지 않는다. 나는 기록한다.” 로트레크의 예술세계로 들어가는 첫 문장은 그의 가장 유명한 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미술아카데미는 고전적이고 역사적인 주제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그림을 요구했다. 반면 로트레크에게 회화란 동시대의 진실을 포착하고 증언하는 기록 행위였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가 누렸던 풍요로운 황금기인 벨 에포크의 화려한 조명 뒤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로 향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몽마르트르의 술집 손님들, 카바레와 댄스홀 무대 뒤에서 지친 몸을 추스르던 무희와 가수, 성노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편견 없는 관찰자로서 삶의 진실을 기록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철학은 대표작 ‘물랭루주에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1889년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문을 연 카바레 물랭루주의 내부를 배경으로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인 밤 문화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화면 속 테이블 주변에는 당대 유명 댄서인 제인 아브릴을 비롯한 단골손님들이 앉아 있다. 화면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초록빛 인공조명을 받아 창백하고도 괴기한 얼굴로 떠오르는 가수 메이 밀턴이 등장한다. 당시 물랭루주를 비롯한 카바레들은 가스등 대신 새로운 문명의 상징인 전기 조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로트레크는 강렬한 전기 조명이 인물의 얼굴에 반사되어 피부색을 초록빛으로 변형시키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인공 빛이 만들어 내는 낯설고도 몽환적인 효과를 통해 화려한 표면 아래 피로와 긴장, 쾌락과 허무함이 뒤섞인 유흥가 밤의 민낯을 보여 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화면 한가운데 로트레크 자신도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자 관찰자로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장면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기법적으로도 이 작품은 매우 혁신적이다. 화면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인물을 비대칭적으로 배치한 대각선 구도, 강렬한 윤곽선과 평면적인 색면구성은 당시 유럽 예술계를 매료시킨 일본 우키요에 판화의 영향을 보여 준다. 그는 이 작품에서 물랭루주를 낭만적으로 미화하지도 퇴폐적이라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냉철한 관찰자적 시선으로 떠들썩한 향락 속에서도 불안과 공허가 감도는 카바레의 현장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두 번째 명언 “자기 자신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로트레크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붙들어야 했던 생존의 문장이다. 그는 남프랑스 알비의 유서 깊은 명문 귀족 툴루즈 로트레크 가문의 종손으로 태어났다. 부와 명예가 약속된 화려한 삶이었지만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적 취약성에 어린 시절 겪은 두 차례의 골절 사고가 겹치며 그의 키는 성인이 되어서도 152㎝에 머물렀다. 사냥과 승마, 귀족적 기품을 삶의 중심에 두었던 아버지 알퐁스 백작은 신체적 장애를 지닌 아들을 가문의 수치로 여기며 냉대했다. 로트레크는 야외 활동과 사교적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현실 속에서 그림에 몰두하며 또 다른 삶의 출구를 찾았다. 지역 미술교사 르네 프린세토에게 수업을 받으며 익힌 그림은 상처 입은 자아를 치유하는 마음의 피난처가 되었다. 차가운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 아델 백작부인은 외아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보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호에 힘입어 예술가의 꿈을 키운 그는 열일곱 살에 파리로 향했다. 이듬해 그는 국립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전통적인 회화 기법의 기초를 다졌고 1884년에는 몽마르트르에 자신만의 화실을 마련하게 된다. 학교에서 정교한 데생과 기법을 배웠지만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군중의 심리를 읽는 방법은 길거리와 카바레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몽마르트르는 로트레크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기 자신을 견디는 법을 깨닫게 해 준 장소였다. 그는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하루를 버텨 내는 생의 끈질긴 생명력을 읽어 냈다. 이러한 그의 시선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 ‘물랭루주에서 나온 잔 아브릴’이다. 화면 속 여성은 물랭루주를 주름잡던 스타 무희 잔 아브릴이다. 로트레크는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보다 공연의 열기와 조명이 사라진 뒤 어두운 밤거리를 쓸쓸히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시선을 맞춘다. 잔 아브릴의 표정과 자세에는 밤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피로와 권태, 현실의 고단함이 배어 있다. 그는 그녀를 눈부신 스타로 이상화하지도, 유흥의 상징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박수와 환호가 끝난 뒤 다시 홀로 자기 자신을 견뎌야 하는 고독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이 작품은 그가 왜 밤의 환락가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왜 그들의 삶을 그토록 깊이 이해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그는 추하거나 불완전해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안에서 인간의 진실을 읽어 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그림은 향락의 기록을 넘어 상처 입은 존재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기록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명언 “포스터, 그것이 전부다.” 이 말은 로트레크가 광고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선구자였음을 보여 준다. 오늘날에는 광고나 디자인을 예술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지만 당시에는 회화와 조각 같은 고급 미술과 광고나 디자인 같은 상업미술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로트레크는 그 장벽을 허문 최초의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몽마르트르 밤 문화의 홍보 수단에 불과했던 포스터를 석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독립적인 예술의 형식으로 끌어올렸다. 19세기 말 파리는 유흥가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광고 산업과 인쇄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던 시기였다. 포스터는 유흥가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대한 기대와 입소문을 만들어 내는 가장 효과적인 시각 매체로 떠올랐다. 카바레와 무도장, 음악당들은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광고 전쟁을 벌였다. 로트레크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먼저 읽어 낸 화가였다. 그에게 포스터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닫힌 공간을 벗어나 대중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살아 있는 길거리 예술이었다. 그는 누구나 미술을 쉽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포스터 제작에 쓰이는 석판화 인쇄술에 남다른 열정을 쏟으며 인쇄기법의 표현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했다. 그 결과 그의 포스터는 상업 광고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예술적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다. 강렬한 색면, 과감한 구도, 날카롭게 포착된 실루엣은 멀리서도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았고 공연 분위기와 인물의 독특한 개성까지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전달했다. 로트레크의 천재성이 가장 강렬하게 발휘된 작품이 ‘물랭루주: 라 굴뤼’다. 그가 물랭루주를 위해 제작한 첫 번째 포스터이자 하룻밤 사이에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스터 작가로 떠오르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경을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독특한 검은 실루엣이다. 바로 스타 남성 무용수 발랑탱 르 데조세의 옆모습으로 길고 유연한 몸의 선이 화면 전체에 강한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그 뒤편 중앙에는 물랭루주의 인기 여성 무용수 라 굴뤼가 흥겨운 음악에 맞춰 특유의 캉캉 춤을 선보이고 있다. 배경에 자리한 관객들의 검은 실루엣은 중절모와 장식 모자를 통해 부르주아 관객층을 암시하며 밝게 빛나는 무대와 어둡게 가라앉은 객석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로트레크는 노랑과 빨강, 검정이 이루는 강렬한 색면 대비와 대담한 실루엣을 통해 감상자가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과 공간감을 만들어 냈다. 또한 화면 상단에 ‘물랭루주’라는 상호를 세 차례 반복해 배치한 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광고로서의 기능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화면 전체에 시각적 리듬과 역동성을 부여했다. 1891년 12월 이 포스터 3000장이 파리 거리에 붙자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얼마나 인기가 대단했던지 밤마다 사람들이 광고판에서 몰래 포스터를 뜯어내 집으로 가져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생애 동안 31점의 포스터를 남긴 로트레크는 아트 포스터의 시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로트레크는 “나는 매일 저녁 일하러 술집에 간다”고 말할 만큼 술과 여자, 파리의 밤을 사랑했다. 밤의 카페에 앉아 피곤과 권태가 배어 있는 표정으로 술잔을 마주한 두 남녀를 그린 ‘카페 라미에서’는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인 밤 문화가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한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집요하게 응시했던 로트레크의 삶은 동시에 스스로를 서서히 갉아먹는 시간이기도 했다. 파리 유흥가에서의 방탕한 생활과 과도한 음주, 그를 오래도록 괴롭히던 병마는 몸을 빠르게 쇠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1901년 9월 9일 서른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로트레크는 자신의 귀족적 혈통과 장애를 지닌 신체를 대비시키며 스스로를 “쓰레기 수레에 매인 순종마”로 비유할 만큼 사회의 편견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그림만큼은 어떤 틀에도 가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모든 갇힌 것은 죽는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40세 총장의 승부수… “교육 구조 근본부터 뒤집기 통했죠” [월요인터뷰]

    40세 총장의 승부수… “교육 구조 근본부터 뒤집기 통했죠” [월요인터뷰]

    광주시 남구 진월동. 봄기운이 올라오는 캠퍼스 언덕길 위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구조적 쓰나미가 지방 대학을 하나둘 집어삼키는 와중에도 이곳 광주대학교는 정반대 흐름을 타고 있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대학’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드는 대학’으로. 정문을 지나 교정 안으로 들어서자 풍경부터 달랐다. 강의실보다 협업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학생들은 노트북을 펼쳐놓은 채 팀 단위로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현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 대학이 내건 슬로건은 직설적이다. “쓸모 있는 사람을 길러낸다.” 성과는 숫자로 입증됐다. 2026학년도 신입생 충원율 99.6%. 지방 대학 상당수가 미충원으로 존립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인 수치다. 대학 내부에서는 이를 ‘우연한 반등’이 아니라 ‘교육 구조를 근본부터 뒤집은 결과’로 해석한다. 평생을 교육 현장에 바친 김혁종 전 총장이 2022년 별세하고 김동진 총장이 부친의 뒤를 이은 지 4년. 올해 마흔 살의 김 총장은 광주대를 ‘작지만 강한 실무형 대학’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사회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플랫폼으로 대학을 전환하는 실험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재무 이해·체력 등 ‘생존형 3요소’를 전면 배치하는 교과 과정 전면 개편으로 현실화했다. 지난 19일 서울신문은 김 총장을 만나 ‘지방 대학 역주행 모델’의 실체와 그가 구상하는 대학의 미래를 들어봤다. ―취임 당시 ‘최연소 총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처음에는 책임감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대학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조직이고 이해관계도 촘촘하다. 총장 개인의 리더십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구성원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젊다’는 점을 권위가 아니라 ‘현장에 더 깊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교수, 직원, 학생을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직의 방향을 조금씩 맞춰갔다. 그 결과 광주대는 산학협력 구조의 실질적인 작동과 지역 연계를 통해 ‘3차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LINC 3.0)’,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RISE)’을 안정적으로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을 성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위기가 잠시 유예된 상태에 가깝다. 2030년 이후 인구 구조를 생각하면 대학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김 총장의 이 발언은 단순한 위기의식 표명이 아니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예고된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방 대학 상당수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일부 대학은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대의 ‘역주행’은 더욱 주목받는다. ―학생들에게 ‘청춘의 4대 적(敵)’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어떤 의미인가. “학생들을 보면 스펙보다 더 큰 문제가 보인다. 바로 감정의 관성이다. 나는 이를 ‘귀찮아, 부끄러워, 시시해, 무서워’ 네 가지로 정리했다. 특히 ‘무서워’가 가장 치명적이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 대학 시절은 실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인데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실패 비용을 대학이 떠안자.’ 학생이 도전하다 실패하면 그 리스크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감당해야 한다. 공유 오피스를 확대하고 창업 실험을 장려하고 멘토링을 촘촘히 붙인 것도 같은 이유다. 대학은 인생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패해도 파산하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 김 총장은 인터뷰 도중 ‘실패’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존 대학이 ‘실패를 줄이는 교육’을 해왔다면 광주대는 ‘실패를 감당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교육의 목적 자체를 바꾸는 접근 방식이다. 교양 영어·글쓰기 폐지 ‘AI’ 활용 넘어 협업도구 수준으로투자기초 등 생활밀착 ‘금융’ 교육수영·러닝으로 버티는 ‘체력’ 길러 ―교양 과정에서 영어와 글쓰기를 과감히 폐지했다. 교육계에서는 가히 ‘사건’으로 받아들이는데. “많은 분이 ‘기초를 버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교양 교육이 과연 학생들의 생존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는 관습을 내려놓기로 했다. 영어 점수와 형식적 글쓰기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살아남는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커리큘럼이 그대로라면 그것이야말로 교육기관의 직무 유기다. 그래서 빈자리에 AI, 금융, 체력이라는 세 가지를 넣었다.” -각 요소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AI는 단순 활용이 아니라 협업 도구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광주대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협력해 교육과 산업 수요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기반 실무형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캔바, 슬랙 등 실무 도구를 1학년부터 다루게 한다. 단순한 정보통신(IT) 교육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클라우드·AI·데이터 역량을 갖춘 즉시 투입형 인재를 길러내는 게 목표다. 금융은 ‘머니 플래닝’을 통해 전세 사기 대응, 신용 관리, 투자 기초까지 포함한 생활 밀착형 교육을 한다. 체력은 더 본질적인 문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버티지 못하면 끝이다. 수영과 러닝으로 기본 체력을 만든다. 결국 우리는 ‘점수 높은 인재’가 아니라 ‘버티고 해결하는 인재’를 만들고 있다.” 광주대의 이 같은 커리큘럼 변화는 단순한 과목 교체가 아니라 교육 철학의 전환으로 읽힌다. ‘지식 축적’에서 ‘생존 역량’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킨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행보가 남다르다. 모든 학생을 창업자로 만들겠다는 뜻인가. “창업을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어떤 환경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야성’이다. 스펙은 환경이 바뀌면 무력해진다. 하지만 ‘일머리’는 어디서든 통한다. 우리 대학의 목표는 분명하다. 졸업생을 본 기업이 ‘이 친구는 바로 쓸 수 있겠다’고 판단하는 수준, 즉 ‘대리급 인재’다. 그 수준은 이론으로 만들 수 없다. 실행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의 중심을 경험으로 옮겼다.” 광주대가 기존 대학 교육과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취업 준비’가 아니라 ‘즉시 전력화’를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대리급 인재’ 키우기 즉시 실무 투입할 ‘일머리’ 교육창업 장려… 실패 비용은 대학 몫교육의 중심을 경험으로 옮겨와 ―신입생 충원율 99.6%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비결이 무엇이라 보나. “구성원 전체가 위기의식을 공유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이대로 가면 끝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다만 이 수치를 성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앞으로는 고교 졸업생만으로 대학을 유지할 수 없다. 유학생, 성인 학습자, 재직자 교육 등으로 수요를 다변화해야 한다. 동시에 대형 대학의 인프라와 소형 대학의 밀착 관리를 결합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와 개인화 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유학생 정책에 있어 ‘정주(定住)’를 강조하는 점이 이채롭다. “유학생을 단순한 등록금 자원으로 보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오늘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생활 기반부터 설계했다. 자국 음식을 직접 조리할 수 있는 공간, 생활 적응 지원 등을 세밀하게 마련하고 있다. 유학생을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인구 감소 문제에도 실질적인 해법이 생긴다.” 지역, 기업 연계한 공간 지역 산업현장에 지식 즉각 투입유학생·성인 교육 등 수요 다변화도서관·미술관 지역사회에 개방 ―지역 기업과의 연계인 PMI 모델과 ‘리빙랩’은 대학의 담장을 허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학이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에 유폐되는 시대는 끝났다. PMI(Project-Market-Investment) 모델은 지역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배운 지식을 즉각 산업 현장에 투여하는 시스템이다. 리빙랩 역시 제석산 구름다리의 안전 문제나 고령층 생활 환경 개선처럼 지역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학생들이 직접 해결하게 함으로써 지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대학은 지역과 산업, 시민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고 그 결과를 다시 교육으로 환류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민과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광주대는 지난 46년 동안 지역 사회의 신뢰를 자양분 삼아 성장해 왔다. 이제는 그 신뢰를 실질적인 효용으로 돌려드려야 할 시점이다. 도서관과 미술관을 개방하고 지역이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대학이 되겠다. 대학은 여전히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꾀할 기회의 공간이다. 우리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처절하게 그 시간을 활용하기를 바란다. 광주대가 지역 소멸의 저지선이자, 지역 미래를 바꾸는 강력한 지렛대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 교정 밖으로 나오자 해 질 무렵의 빛이 캠퍼스를 길게 눕히고 있었다. 지방 대학의 위기는 더 이상 통계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 현실 속에서 광주대의 실험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대학은 더 이상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먼저 바꾸는 곳’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동진 총장은 ▲광주인성고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학사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 교육학 석·박사 ▲광주대 청소년상담 평생교육학과 교수 ▲광주대 교육혁신연구원 교육성과관리센터 센터장 ▲광주대 부총장실 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 ▲광주대 총장
  • 외신들 “BTS는 韓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 극찬

    외신들 “BTS는 韓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 극찬

    글로벌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완전체로 복귀하자 각국 주요 언론도 다각도로 조명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다움을 전면에 내세운 앨범 ‘아리랑’을 서울 중심부에서 처음 선보인 건 한국 문화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BTS 복귀’ 관련 코너를 별도로 만들거나 관련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공연 상황을 실시간으로 소개했다. NYT는 “서울의 역사적 중심부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인 BTS의 웅장한 귀환”이라고 총평하며 팬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BTS는 장르 경계를 넘어 한국에서 자생한 한국 대중음악의 궁극적 실현이면서 민족적 자부심의 구현”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복귀 후 첫 공연 장소로 미국이 아닌 서울의 중심을 선택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BBC는 “무대는 광화문을 배경으로 서울의 산과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가장 역사적인 장소인 광화문에서 공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BTS 슈가의 발언을 전했다. AFP통신도 이번 공연이 경복궁 바로 앞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K팝의 왕’들에게 어울리는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공연 장소는 조선 왕조의 정궁(正宮)인 경복궁 등 문화재가 모인 관광지”라고 강조했다.
  • [정정엽의 마음 처방] 전쟁의 심리학, 우리가 옳다는 착각

    [정정엽의 마음 처방] 전쟁의 심리학, 우리가 옳다는 착각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세계 경제와 일상을 흔들고 있다. 덕분에 국장의 호황으로 뒤늦게 진입한 내 계좌 역시 녹아내리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에는 더 큰 불안과 분노가 쌓인다. 이 불안과 분노는 우리라는 경계를 넘어선 상대에게로 향한다. 사람들은 팩트를 체크하기보다 본능적으로 묻는다. ‘어디가 옳은가?’ 한쪽은 정의가 되고, 다른 한쪽은 응징의 대상이 된다. 전쟁은 단지 군사력의 충돌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자신의 확신을 진실 자체로 믿는 마음의 구조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왜 그토록 쉽게 ‘우리는 옳고, 너희는 틀리다’는 구도로 세계를 단순화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수많은 갈등은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라는 자기 검열과 불안이 남아 있다. 팩트나 논리에 대한 싸움이기에 증거를 들이밀면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다. 이 믿음이 ‘우리’의 것이 되는 순간 불안은 사라지고 확신이 된다. ‘소속감’과 ‘생존’의 문제로 변질되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해도 그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집단’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죄책감은 사라진다. 심지어 집단의 이름으로 적을 공격할 때 그것을 숭고한 희생이나 정의로운 심판으로 착각하게 된다. 때문에 수많은 개인은 ‘우리’라는 집단으로 숨고자 한다. 뇌의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옥시토신은 사랑과 신뢰의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를 사랑하게 만드는 물질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 편’을 더 우리 편답게 느끼도록 만드는 물질에 가깝다. 이 호르몬은 세계를 둘로 나눈다. ‘지켜야 할 우리’와 ‘막아야 할 그들’로 말이다. 심리학자 앙리 타지펠은 이 오래된 본능을 ‘최소 집단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사람들을 동전 던지기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기준으로 나누었다. 그렇게 우연히 갈린 집단에서도 사람들은 곧바로 ‘우리’를 더 후하게 대하고 ‘저들’에게는 덜 주려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은 깊은 사상이나 역사적 원한이 없어도 단지 경계선이 그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편을 만들고 차이를 키운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우리는 옳다’ 법칙이다. 이 얄팍한 경계선이 역사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전쟁들을 일으켰다. 오늘날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세대 및 젠더 갈등, 정치적 양극화의 밑바탕에도 똑같은 심리가 흐르고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을 향해 날 선 댓글을 달며 분노할 때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라는 개인이 ‘우리’라는 집단에 숨어 자기 검열을 피하며 불안과 죄책감을 없애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나라는 개인의 생각과 우리라는 집단의 생각이 다름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와 ‘나의 마음’을 나누어 ‘나의 마음’이 계속 주입하는 ‘내가 옳다’라는 생각을 실제로 그런지 ‘나’가 물어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폭력은 악당의 얼굴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가 옳다”는 정의의 얼굴로 찾아온다. 이 서늘한 진실에 직면할 때 비로소 세상을 둘로 가르는 무의미한 일상의 전쟁도 멈출 수 있다. 정정엽 광화문숲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불완전한 인간, 관계의 미숙함… 대화가 필요해

    불완전한 인간, 관계의 미숙함… 대화가 필요해

    가스라이팅,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등 언제부턴가 심리학 용어가 치료실을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됐다. 특히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 이런 용어를 남발하는데, 나쁜 남자 혹은 나쁜 여자는 어느새 사이코패스로 명명되곤 한다. 뉴요커, 보스턴글로브 등 주요 언론사에서 연애와 결혼 미디어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전해온 임상심리학자 이저벨 몰리는 이런 ‘무기화된 심리학 용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사람들은 이런 심리학 용어를 끌어다 쓰는 걸까. 저자는 관계의 어려움에서 이유를 찾는다. 갈등에 봉착했을 때 우리는 심리학 용어로 상대를 규정해버리고 싶다는 유혹을 더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런 진단명에 부합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왜 이런 용어로 상대를 낙인찍어서는 안 될까. 저자는 먼저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 주목한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고 건강한 관계도 언제든 갈등이 깊어지는 순간을 겪기 때문이다. 학대가 아닌 이상 갈등의 원인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는데, 상대의 행동을 ‘가스라이팅’, ‘러브 보밍’ 같은 용어로 규정하고 내 책임은 없다고 믿으면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 또 진솔한 대화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는 관계가 이런 낙인 때문에 고착되는 사태를 맞기도 한다. 무엇보다 무기화로 인해 심리학 용어의 본래 의미가 흐려지면, 진짜 학대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흔히 잘못 쓰이는 아홉 가지 용어인 가스라이팅, 강박장애, 레드 플래그, 나르시시스트, 러브 보밍, 소시오패스, 양극성 장애, 경계 침범, 경계선 성격장애의 본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한다. 이런 작업은 무엇이 진짜 학대고 무엇이 단순한 갈등인지 독자가 가늠할 수 있게 돕는다.
  •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설치류…사실은 도파민 중독?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설치류…사실은 도파민 중독?

    생쥐, 햄스터 같은 설치류는 유난히 앞니가 크고 계속 자란다. 딱딱한 표면에 이빨을 규칙적으로 갈아내지 못하면 이빨이 커져 제자리를 벗어나고 먹이 섭취에 지장을 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생물학자들은 설치류들의 갉아먹는 행동이 눈 깜빡임처럼 자동적 반사작용의 형태일 수 있다고 여겨왔다. 미국 미시간대 분자·세포·발달 생물학과, 치과대 생체재료학과, 생명과학 연구소, 분자·통합 생리학과, 기계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생쥐 같은 설치류가 계속 갉아먹는 이유가 단순히 이빨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일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뉴런’ 3월 11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 중 일부가 다른 생쥐들과 똑같은 먹이를 먹었음에도 유독 앞니가 긴 것을 발견하고 궁금증을 품었다. 이들은 신경계의 문제 때문에 갉아먹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됐을 것이라고 보고 신경계 특정 부위가 독소에 취약하게 유전적으로 변형한 생쥐로 실험했다. 이어 특정 신경세포만 정확하게 파괴되는 독소로 신경세포를 하나씩 차단하면서 그 영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생쥐 치아에 있는 촉각에 민감한 신경세포(뉴런)가 두 종류의 신경 회로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는 턱을 정렬하고 닫는 데 관여하고, 다른 하나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일부와 연결돼 있다. 도파민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쾌감을 주는 화학물질로, 특정 행동에 즐거움을 부여하고 동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쥐가 뭔가 갉아먹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이빨에서 뇌로 전달돼 뇌의 도파민 중추를 자극한다. 이 회로를 차단하면 생쥐는 갉아먹는 행동을 멈추면서 이빨이 길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통해 설치류의 갉아먹는 행동은 쾌감이라는 긍정적 보상을 만들어 반복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사람은 불안, 우울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도파민 회로와 연관된 신경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이갈이 같은 반복적 구강 행동을 자주 보이고, 턱 장애, 치아 부정교합 등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이끈 보 듀안 미시간대 교수는 “인간의 구강 행동이나 생쥐의 갉아먹기 행동은 치아와 뇌를 연결하는 도파민 기반 회로의 교란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동물의 반복적 구강 행동 동기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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