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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벌이 남편, 외벌이보다 집안일 덜 도와

    맞벌이 남편, 외벌이보다 집안일 덜 도와

    우리나라 사람이 먹고 자는 데 쓰는 시간이 조금 늘어났다. 일하는 시간은 조금 줄었다. 삶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체감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남자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한 시간이 되지 않았다. 맞벌이 남편은 오히려 외벌이 남편보다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이 적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 반영된 한국인의 삶이다. 이 조사는 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10분 간격으로 뭘 했는지 물어봐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파악한다. 전국 1만 2000가구 2만 7000여명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전 국민이 하루에 자는 시간은 평균 7시간 59분이다. 5년 전인 2009년에 비해 9분 늘어났다. 식사 및 간식에 쓰는 시간은 1시간 56분으로 11분 늘어났다. 20세 이상 성인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 24분이었다. 5년 전보다 5분 줄었다. 통계청은 가장 큰 요인으로 주5일제를 지목했다. 윤명준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주5일제 확대 시행으로 학생들이 토요일에 학교 안 가고 아침에 더 자면서 어머니도 더 잘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렇더라도 조사 대상의 81.3%는 “시간이 부족해 피곤하다”고 호소했다. 학생의 학습시간은 6시간 17분으로 32분 줄었다. 학습시간은 고등학생이 8시간 28분으로 수면시간(7시간 29분)보다 많았다. 이어 중학생(7시간 16분), 초등학생(5시간 23분), 대학생(4시간 10분) 순서였다. 성인 남자의 가사노동은 47분으로 5년 전보다 5분 늘었다. 성인 여자는 성인 남자의 4배 이상인 3시간 28분이다. 그나마 5년 전보다는 9분 줄었다. 맞벌이 남편이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은 41분으로 맞벌이 아내(3시간 13분)의 4분의1도 채 안 됐다. 외벌이 남편이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은 46분이었다. 일하는 아내를 둔 남자가 전업주부 아내를 둔 남자보다 집안일 돕는 데 쓰는 시간에 더 인색한 셈이다. TV 시청시간은 늘어난 반면 독서 시간은 줄어들었다. 5년 전(1시간 49분)보다 4분 늘어난 1시간 53분 TV를 본다. 요일별로는 일요일(2시간 51분), 토요일(2시간 31분), 평일(1시간 53분) 순서로 높았다. 평일에는 여자가, 일요일은 남자가 더 많은 시간을 TV 시청에 쏟았고 시간대는 오후 8~10시가 가장 많았다. 하루에 10분 이상 책을 읽는 경우는 9.7%로 5년 전(11.3%)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평일 감소폭(1.5% 포인트)보다 토요일(3.0% 포인트)과 일요일(3.3% 포인트) 감소폭이 컸다. 주5일제 시행으로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한일 수교 50년] 주한 일본대사관에선… 朴대통령 “무신불립… 양국 새 꿈꿔야”

    [한일 수교 50년] 주한 일본대사관에선… 朴대통령 “무신불립… 양국 새 꿈꿔야”

    주한 일본대사관이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국내외 주요 인사 7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리에 열렸다.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문승현 외교비서관 등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총출동했다. 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등 정치권과 원로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처럼 양국 국민 간의 신뢰와 우의를 쌓아가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국민의 신의가 보다 깊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양국이 취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1965년 시작된 화해의 여정을 지속하고 양국 국민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길을 함께 만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이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도 모습을 보였다. 공식 리셉션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는 양국의 내일을 상징하는 서울일본인학교 어린이들과 서울소년소녀합창단이 동요 ‘고향의 봄’ 등 5곡을 한국어와 일본어 가사로 함께 불렀다. 행사장에는 또 1965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기본조약 비준 당시 사용됐던 한글 병풍이 연단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송강 정철의 가사 작품 ‘성산별곡’을 한글로 쓴 이 병풍은 주일 한국대사관과 주한 일본대사관이 반씩 나눠 보관해 왔으며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사용됐다. 일본의 전통 풍습으로 운이 트이고 앞길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술독의 뚜껑을 깨는 ‘가가미비라키’ 퍼포먼스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동선과 시간 등의 문제로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추가 유예 없다” 디폴트 카운트다운… 그리스 ‘운명의 48시간’

    “추가 유예 없다” 디폴트 카운트다운… 그리스 ‘운명의 48시간’

    재정 위기를 겪는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의 72억 유로(약 9조원) 추가 지원의 전제 조건인 구조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마저 풍기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21일 협상 타결을 위한 새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리스 총리실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치프라스 총리가 유럽 정상들과 통화하며 그리스 사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서로에게 이익이 될 새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1월 집권한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 실용파로 분류되는 야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가 증세 부분에 역점을 둔 새 협상안 마련을 주도했다. 그리스의 입장 선회는 22일부터 이틀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긴급 정상회의에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디폴트 사태가 실현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결과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스 은행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예금 50억 유로(약 6조원)가 인출되는 뱅크런이 벌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 채권단의 대표 격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등 안팎으로 그리스 정부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국면이기도 하다. 앞서 합의 없이 끝난 18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채권단은 ▲부가가치세 적용 확대를 통한 증세 ▲연금 수령 기준을 67세로 높이는 연금 삭감 ▲해고 절차 간소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개혁 등을 그리스에 제안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가계가 연금 삭감과 같은 추가 긴축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채권단의 제안을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시해 왔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 가운데 부가세 증세 요구 등을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채권단을 비난하기도 했다. 채권단에 강경했던 그리스였지만, 가장 큰 위협인 ‘시간’ 앞에서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당장 22~23일 EU 정상회의가 무위로 끝나 30일 그리스가 IMF에 16억 유로를 못 갚으면 디폴트, 즉 국가 부도가 현실화된다. 6월 만기분을 갚더라도 다음달 10일부터 열흘 동안 60억 유로 이상의 원리금 상환일이 돌아온다. 그리스의 총국가부채는 3150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스 내에서 채무 변제를 촉구하는 시위대와 추가 긴축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맞서며 내홍이 이어진 반면 채권단은 관망하며 그리스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3억 유로의 채무를 유예해 줬던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추가 유예는 없다”고 그리스에 통보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채권단과 합의하려면 결단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만성화된 터라 이제 와서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든, 유로존 탈퇴를 감행하든 시장에 새롭게 미칠 파급이 적다”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았다. 공은 그리스로 넘어간 셈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세월호 참사 잊었나…자격미달 업체에 수상안전 검사 위탁

    세월호 참사 때 해양수산부의 선박 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의 부정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국가사무 민간위탁 기관들의 부실 운영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탁 기관들과 감독관청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도 여전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모두 22개 중앙행정기관에서 804개 민간 수탁기관에 맡긴 1535개 국가사무 가운데 70개 기관의 업무를 감사한 결과 개선 방안 마련 등 37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6일 밝혔다. 환경부 공무원 122명은 최근 3년 동안 6개 수탁기관이 주관하는 교육에 출강한 뒤 강사료 1억여원을 받았다. 한 고용노동지청의 공무원 8명은 3년 동안 외부강의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수탁기관이 주관하는 교육에 46차례 강의를 하고 761만원을 받았다. 한 공무원은 사업자에게 14차례 공문을 보내 자신이 출강하는 협회에서 강의를 듣도록 했다. 전 해양경찰청은 한국수상레저안전협회 설립을 주도한 뒤 이 단체가 검사장비 구비 등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음에도 동력수상레저기구 안전검사 등 2개 사무를 위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계 법령에 근거가 없는 데도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가공용 쌀 매입업체 추천과 부정유통 점검 사무를 위탁했다. 이 협회는 쌀 매입업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한 뒤 3년 동안 회비 명목으로 53억원을 징수했다. 본래 이 위탁 업무의 권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전 점검 인력 7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 법정 요건에 미달한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를 놀이기구 안전성 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 협회가 안전 점검 인력을 미자격자 포함, 8명으로 보고했는 데도 요건 심사를 소홀히 했고, 나중에 알고도 제재 규정마저 없어 수탁기관이 독점적 권한을 누리도록 방치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공공측량 성과심사 사무를 대한측량협회에 위탁하면서 이 협회가 심사 인원을 실제로 필요한 1만 1507명보다 많은 1만 5653명으로 산정한 뒤 국가 예산에서 지급되는 심사 수수료 18억여원을 과다하게 책정했는데도, 이를 묵인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우리는 왜 언제나 쫓기는 삶을 살까

    우리는 왜 언제나 쫓기는 삶을 살까

    타임 푸어/브리짓 슐트 지음/안진이 옮김/더 퀘스트/516쪽/1만 5000원 나는 왜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어들지 않고 늘 시간에 쫓기는 것일까. 요즘 현대인들은 한번쯤 해 보는 고민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 역시 이처럼 해야 할 일이 자신을 억누르는 ‘타임 푸어’ 상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파리에서 열린 시간 활용 학술대회에 참석한 저자는 타임 푸어가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빠야 한다’는 강박이 현대인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어느새 사회에서 ‘바쁨’은 성공의 징표, ‘한가로움’은 패자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간 스트레스는 결국 우리의 뇌와 몸을 파괴한다. ‘쫓기는 삶’은 단순히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든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을 쫓기는 삶에 몰아넣는 것은 직장과 가정의 강력한 명령이다. 자본주의에서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그들의 시간을 최대한 일에 투입할 것을 요구한다. 이상적인 노동자가 되려면 자신의 모든 가용 시간을 업무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명령이다. 오늘날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한 경쟁에 뛰어든다. 그렇다면 타임 푸어를 탈출하는 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여유롭게 사는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의 사례를 참조해 사회적으로는 개인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리듬을 타듯 일과 휴식을 오가는 방안을 제안한다. 할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집안일을 가정의 구성원들이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등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실천법을 제시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근무시간 다이어트? 딴 나라 얘기랍니다 !

    [女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근무시간 다이어트? 딴 나라 얘기랍니다 !

    일부 가족친화형 기업을 빼고는 시간제·재택 근무 등의 ‘유연근무제’가 겉돌고 있다. 출산과 보육, 자기 계발을 위한 대책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워킹맘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남모르게 가해지는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워킹맘 공무원이라고 다를 건 없다. 민간의 참여 확대를 끌어내려면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7월 20일 이명박(MB) 대통령이 주재한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회의.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가량을 재택 근무나 모바일 근무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해 집이나 혹은 전용시설(스마크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출산 증가와 생산성 향상, 정보기술(IT) 발전을 기대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워크는 여전히 ‘딴 나라’ 얘기다. ●유연근무제 공무원 16% 그쳐 행정자치부는 2010년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총 근무시간만 채우면 일주일에 3~4일만 출근해도 되고, 출근 시간도 오전 7~10시 사이에 마음대로 선택하게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이런 ‘파격’을 도입했으니 민(民)보다 훨씬 앞서간 관(官)의 행보였다. 육아 부담과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 공무원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현실은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 때문에 신청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행자부는 올 3월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유연근무제 활용 결과를 부서장과 부원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당시 이재영 행자부 정책기획관은 “유연근무제가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저출산 극복 및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출근 1시간 늦출 뿐… 워킹맘 혜택 못 봐 하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연근무제의 ‘7가지 유형’(시간제 근무, 시차 출퇴근, 근무시간 선택, 집약근무, 재량근무, 재택근무, 스마트워크) 가운데 시차 출퇴근만 이용자가 늘었을 뿐이다. 시차 출퇴근도 출근 시간을 1시간 늦추는 반쪽짜리다. 정시 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부처 50개 기관(15만 493명)에서 유연근무제를 단 하루라도 이용한 공무원은 모두 2만 4259명(16.1%)이다. 중복 숫자를 감안해도 많지 않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차 출퇴근(77.8%·1만 8853명)과 ‘국회 출근’으로 의미가 바뀐 스마트워크(8.3%·2003명) 이용자가 전체의 86%를 넘는다. 육아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는 재택근무 이용자는 0.6%(154명)에 불과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유연근무의 기본 전제가 정시 퇴근 보장인데 공무원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힘들다”면서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간 근로단축제 한 해 700여명뿐 민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만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주 15~30시간으로 줄여 일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다. 2011년 39명, 2012년 437명, 2013년 736명만 이용했다. 자신이 빠지면 주변 동료가 일을 떠맡아야 하는 데다 기업들도 그런 직원들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간제 일자리도 정부에 등 떠밀려 하다 보니 질 나쁜 ‘파트 타임직’을 양산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17시간 미만을 일한 근로자 수는 117만 7000명(여성 74만 2000명·63.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4대 보험 가입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과 차별 없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의도와 다르게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 유통업체는 지난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거꾸로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촉탁직 판매와 진열 직원들을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하려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업 관계자는 “시간제 일자리는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기업들에게 손해”라면서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꼼수가 나타나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쟁취한 재택근무… 만족도 최고 이렇듯 재택·시간제 근무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일단 그 길을 가는 데 성공한 워킹맘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주 4일 집에서 일하고 하루만 출근하는 서울시 정보기획단 소속의 최지혜 주무관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최 주무관의 4살된 딸은 피부염과 아토피가 심해 어린이집도 다니지 못할 형편이었다. 재택근무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휴직을 해야만 했다. 최 주무관은 “공직 분위기가 엄격해서 신청해도 받아들여질까 반신반의했는데 운 좋게 잘 풀렸다”면서 “재택근무라도 동료와 수시로 메신저로 소통하고 민원은 전화로 처리하고 있어 업무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고용센터에서 취업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양은영 주무관은 육아 휴직이 끝나고 복귀한 뒤 3년째 하루 6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전일제보다 임금은 25% 가까이 깎였지만 육아와 가사, 직장 일을 모두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양 주무관은 “시간제 근무 취지를 살리려면 그에 맞는 업무를 맡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민원 업무에 배치되면 퇴근 시간이 일러 동료들에게 (일을 떠넘기는)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日 강제노역 아버지 한 맺힌 곳이 세계유산이라니…”

    “日 강제노역 아버지 한 맺힌 곳이 세계유산이라니…”

    “일제에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평생을 동분서주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한 맺힌 장소를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일제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이달 말 독일에서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피해자 유족 강종호(74)씨는 7일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의 부친 강태휴씨는 11만여명에 이르는 ‘무자료’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 가운데 한·일 정부가 아닌 양국 시민단체의 문서 발굴을 통해 강제 노역 기록을 공식 확인한 첫 사례다.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제주도 뱃사람이었던 부친은 1943년 일본으로 끌려갔다. 모친은 재혼해 섬을 떠났고 강씨는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조부모마저 1948년 제주 4·3사건 때 “아들이 이북으로 간 게 아니냐”며 좌익으로 몰려 숨졌다. “산산조각 난 가정이 당시 우리 집뿐이었겠습니까. 아버지가 일본에 끌려갔지만 강제 동원 명부에도 이름이 없다 보니 평생 아버지의 자취를 찾느라 속을 끓였습니다.” 강씨가 처음으로 부친의 흔적을 찾은 건 지난해 2월. 협의회와 일본 시민단체의 오랜 추적 끝에 일본 시모노세키의 한 사무소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문서 기록을 발견했다. 그 기록에는 부친이 시모노세키에 있던 한 선박회사 소속으로, 1944년 2월부터 3월까지 연금을 낸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강씨는 지난해 6월 시모노세키를 찾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친의 제사를 지냈다. 그는 “이 기록 한 줄을 찾기 위해 바친 세월이 눈앞에 스쳐갔다”며 “무관심했던 우리 정부가 야속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오는 13~27일 한·일 시민선언실천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한·일협정 50년·광복 70년 한·일 공동기획 특별강좌’에서 강제 동원 유족 자격으로 증언대에 선다. 그는 “강제 동원 피해의 아픔이 70년이 흐른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 등 조선인 수만명이 강제 노동한 7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시도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들의 세계유산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강씨는 “일본 정부가 과거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앞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이 아픔을 증언하고 다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사진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세계유산 찬성표 부족” 日정부 내부 판세 분석

    메이지 산업혁명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의 행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일본 민영방송 ANN이 1일 보도했다. 오는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21개 위원국 중 상당수가 입장 표명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5일 세계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의 입장을 조사한 결과 베트남과 인도 등 12개국(일본 제외)이 문서나 구두로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NN은 전했다. 그러나 독일,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페루, 핀란드, 필리핀 등 7개국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표결이 이뤄진다면, 등록에 필요한 찬성 정족수는 14장(3분의2)이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반영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ANN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초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일본 규슈 지역 8개현 등에 걸쳐 있는 산업시설 23개의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유네스코에 권고했다. 이 가운데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 탄광 등 7곳은 조선인 수만명이 강제 노동한 현장이다. 한국과 중국이 등재 움직임에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라며 등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 땀, 한 땀 南北을 엮다

    한 땀, 한 땀 南北을 엮다

    현란한 이미지와 화려한 색상이 눈길을 끄는 추상적인 화면, 어렴풋이 짧은 문구들이 드러나 보인다. ‘당신도 외롭나요?’,‘처음에는 암흑이에요’,‘그대여, 나와 같다면’ ‘돈은 결코 잠들지 않는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팝아트 작품이겠거니 하고 가까이 다가서면 예상을 뒤엎는 디테일이 눈앞에 펼쳐진다. 100호를 넘는 커다란 화면을 갖가지 색깔의 비단실로 한 땀 한 땀 떠서 빼곡하게 메웠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자수는 북한의 자수 공예가들이 했다는 얘기에 또 한번 놀란다. 다양한 방식으로 부조리한 세상과 역사를 패러디하며 거침없는 메시지를 던져 온 작가 함경아(48)가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북한의 자수 공예가들이 작가의 이미지를 받아 손자수로 완성한 대규모의 신작 자수회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스케일이 큰 작품들은 제작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다. 작가는 의미 있는 이미지들을 찾아내 디지털 작업으로 그림을 완성한 뒤 확대한다. 픽셀화된 이미지를 천에 프린트해서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면 자수 공예가들은 픽셀 하나하나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분단된 남과 북의 물리적 장벽,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예술가인 내가 어떤 방식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자수를 놓는 작업 과정에서 북의 공예가들이 남쪽에서 제가 보낸 도안상의 이미지와 색채, 텍스트를 지속적으로 접하도록 하면서 소통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결과물은 같은 경로를 통해 남측의 작가에게 전달된다. 간혹 불가항력적 요소들로 인해 압류되거나 행방불명이 되기도 하고 작품을 수주하고 전달받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린다. 국제갤러리의 K2 공간에 전시되는 ‘위장술 속 SMS 시리즈’와 K3공간의 거대한 샹들리에 이미지를 담은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시리즈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달리 말하자면 함경아의 자수회화는 남과 북, 그리고 중간자의 공동작품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작품 앞에 서면 땀과 노력을 쏟은 ‘누군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몇 명이 어떤 환경에서 작업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작품 설명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손자수, 커튼 위에 비단실, 중간자, 분노, 검열, 3700시간, 4명’. 작가는 “클릭 한 번 하면 수많은 정보를 받아보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노동집약적인 자수라는 매체를 대안적 소통방식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수작품은 이미지로 재구성된 작가의 예술적 기획이 보이지 않는 타자의 노동행위를 통해 구체적인 작업으로 구현된 소통의 매개체인 셈이다. 그의 자수프로젝트는 집 앞에서 북측이 날려보낸 ‘삐라(전단)’를 발견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허구적 프로파간다를 상징하는 삐라를 대면하면서 북쪽에 있는 불특정한 대상들에게 전달되는 예술적 메시지를 기획하게 된다. 2008년 첫 메시지로 병풍이미지를 보냈다. 포기하고 있을 무렵 기적처럼 답이 돌아왔다. 2009년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폭발 당시 발생한 버섯구름을 손자수로 제작한 작품들을 제 6회 아시아-태평양 트리엔날레에 선보였다. 이후 그는 전쟁에 관한 역사적이고 동시대적인 이미지들을 콜라주로 제작한 뒤 북한에 전달해 손자수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추상적인 이미지의 ‘위장술 속 SMS 시리즈’는 해체된 형상과 군사적 위장술을 연상시키는 은유적 단어, 대중가요 가사들이 혼합된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품 속의 이미지들은 은연 중에 지배권력에 대한 모종의 비평적 암시들을 내포하고 있다. ‘당신이 보는 것은’에서 거대한 샹들리에는 바람에 흔들리거나 바닥에 추락한 상태로 표현돼 있다. 작가는 “무너진 샹들리에, 희미한 불빛을 통해 거대 권력, 이념이나 담론의 불완전성, 추락이나 붕괴를 은유하고자 했다.”며 “시각적으로는 화려한 샹들리에지만 이 이미지의 이면에는 한 땀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바친 북한의 자수 공예가들과 분단의 역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고통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에 붙여진 제목은 ‘유령의 발자국들(Phantom Footsteps)’이다. 보이지 않는 유령이 남긴 발자국처럼 실체가 아닌 것들이 실체를 구현해내는 역설적인 현상을 함축한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女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잘되면 콜센터… 경단녀, 늪에 빠지다

    여기저기서 ‘경단녀’를 채용한다고 한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관둔 엄마들에게 취업 문이 활짝 열린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한번 끊긴 경력을 다시 잇는 데 평균 7년이 걸린다. 어렵사리 끈을 다시 이었더라도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외국계 컨설팅사가 “한국에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이 있다”며 냉소인 듯 희망인 듯한 진단을 내놓았겠는가. 여성 근로자들은 “최고의 경단녀 대책은 처음부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인프라와 분위기를 구축)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글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육아와 경력을 맞바꾼 건 지금도 후회가 없어요. 다만 평생 ‘비정규직’ 꼬리표를 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신세는 서글픕니다.” 김인선(45·가명)씨는 A은행에서 지난해 9월부터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김씨는 ‘산전후(産前後) 대체근무자’로 채용됐다. 정규직 창구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떠나면 그 기간만큼 근무를 하게 된다.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그나마 이곳은 조건이 나은 편이다. 상황에 따라 최장 2년간 계약 연장이 가능해서다. #정규직은 꿈도 못 꾸는 그녀들… “정년까지 일할 수만 있다면” 김씨는 1989년 상업고등학교(특성화고) 졸업을 앞두고 B은행에 취직했다. 만 13년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2003년 3월 퇴사했다. 자녀 양육 문제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는데 아이를 봐주던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폐암으로 큰 수술을 받았어요. 비싼 돈을 주고 베이비시터도 고용해 봤지만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됐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10년 김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시중은행 시간제 경력직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원서를 내 봤지만 마흔이란 ‘적지 않은 나이’가 늘 걸림돌이 됐다. 어렵게 취업해도 1년 이상은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김씨는 ‘운이 좋으면’ A은행에서 2016년 9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런 김씨의 소망은 단순하다. 그는 31일 “정규직 전환은 감히 꿈꾸지도 않는다”며 “남들이 정년퇴직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A은행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은행에도 원서를 내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마도 지금 근무하는 은행이 제 인생에서 마지막 영업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씨는 씁쓸하게 덧붙여 말했다. ‘경단녀’는 ‘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이다. 김씨처럼 출산이나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실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기혼여성(15~54세)은 971만 300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은 406만 3000명(41.83%)이고, 그중에서도 경단녀가 195만 5000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에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여성 인력 풀(pool)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최대 15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 역시 2013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될 경우 1인당 6억 30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현 정부 들어 무상보육(2013년)을 비롯해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2014년 2월), ‘여성고용 후속·보완대책’(2014년 10월) 등 경단녀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 개혁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여성고용 활성화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정권의 강한 의지다. #여성의 경력 단절로 사회적 비용 15조 날린다는데 하지만 ‘기혼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직장을 관두고 있는 것이 국내 고용시장의 현 주소다.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부족과 남성 외벌이 중심의 근로문화, 여성 중심의 가사양육 활동 고착화 때문”(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다. 실제 경단녀들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결혼(45.9%)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육아(29.2%), 임신·출산(21.2%), 자녀교육(3.7%)은 그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과 시중은행들이 2013년부터 경단녀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대기업과 시중은행 계약직은 근무 여건과 처우가 좋은 곳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단녀들은 단순 서비스 직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 조사에 따르면 경단녀가 가장 취업을 많이 하는 업종은 경영·회계·사무직(22.5%)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리, 사무, 행정보조, 콜센터상담원 등이다. 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 직종(17.4%)이 두 번째로 많았다. 가사도우미나 산모·신생아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이다. 음식서비스업(9.2%)이나 경비 및 청소(8.8%), 영업 및 판매(6.1%), 미용·숙박·여행·오락(4.1%) 등의 저임금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도 적지 않다. 그마저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직장을 떠나면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7년이었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임시계약직(1년 미만)이 52.3%로 절반이 넘는다. 정규직은 25.2%, 상용계약직(1년 이상)은 22.5%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계약조건 차별도 두드러진다. 30대 이하는 상용계약직(22.5%)이나 임시계약직(33.0%)보다 정규직 비율(36.1%)이 높다. 반면 40대(41.1%)와 50대(68.6%)는 임시계약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급여 수준도 취약하다. 재취업 여성의 월평균 급여는 92만원이다. 100만~150만원 미만(42.7%, 세전 기준)이 가장 많다. 50만~100만원 미만(38.2%), 50만원 미만(12.3%)을 받는 재취업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정부 “여성 고용 늘려야” 기업은 “국가가 할 일” 입씨름만 원경록 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재취업 여성은 음식·숙박·복지 분야와 같이 진입 장벽이 낮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많이 취업하는데, 근무 조건이 좋지 않고 저임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회에 다시 적응해야겠다는 욕구가 떨어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력 단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단녀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체, 가정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 사무국장은 “경단녀 등 고용취약계층은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 고용서비스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며 “경단녀 고용 유지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에 장려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지현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여성노동 정책의 초점이 ‘경력 단절’이 아닌 ‘노동 지속’으로 옮겨 가야 한다”며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 유지 및 경제활동 참여를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여성고용 확대와 일·가정 양립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권장 등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정부의 경단녀 일자리 창출 정책이) 여전히 기업부담을 전제로 한 제도 확대에 치중하는 추세여서 기업 경쟁력 저하와 경단녀 채용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공공재인 ‘보육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민간기업에 전가하는 규제”라며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재원 분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여성이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가정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경단녀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yium@seoul.co.kr
  • 日 “세계유산 등재 타협안 논의하자”

    조선인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빠른 시일 내에 2차 협의를 갖자는 제의를 해 왔다. 최근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시기를 한정하지 말고 전체 역사를 함께 담으라고 권고한 데 따른 반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8일 “1차 협의 당시 일본이 정부에 타협 방안을 논의하자고 밝혔다”며 “빠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 2차 협의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최종문 외교부 유네스코 협력대표와 신미 준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이 첫 협의를 갖고 양측의 입장을 교환했다. 정부는 일본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와 관련해 등재냐 아니냐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등재결정문’에 강제노동을 명시하거나 관련 내용을 적시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등재를 추진하면서 1850년부터 1910년으로 시기를 한정했다. 그러나 ICOMOS는 전체 역사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해 1940년대에 집중됐던 조선인 강제노동도 포함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 줬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나가사키현에 자리한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에 포함된 제3드라이독과 자이언트 크레인, 목형장(木型場), 야하타 제철소 등 7곳은 아예 유네스코 등재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제 강제노역 현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를 막기 위해 유네스코 위원국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핑(張平)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푸잉(傅瑩) 전인대 외사위 주임은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나경원(새누리당) 위원장 및 신경민(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만나 일제 강제노역시설의 문화유산 등재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위원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은 우리보다 입장이 더 완고했다”면서 “한국은 굳이 (등재를) 한다면 징용 사실을 기록하라는 입장인데, 중국은 아예 등재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장핑 부위원장은 일본 측 행보에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중국 외교부 소속 한 참사관은 “전폭적으로 한국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23개 시설 중 3개 시설에는 중국인도 수용됐었다. 한국과 중국의 문제 제기를 의식한 일본 집권 자민당은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자국 정부의 분발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2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자민당 외교부회 등이 채택한 결의안은 일본 8개 현에 있는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유산’ 23건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도록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외교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세계유산을 등재할 때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경제] 엔저로 달려온 일본 구조개혁으로 날까

    [글로벌 경제] 엔저로 달려온 일본 구조개혁으로 날까

    엔저 효과로 체력 회복이 역력한 일본 경제가 양적완화의 유지를 선언한 가운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을 시작했다. 소비세 인상 여파에서 일단 한숨을 돌린 아베 정부가 양적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잠재 성장률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 개혁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80조엔(약 773조원) 대의 양적완화 유지”를 결정했다.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 유지 정책을 의미한다. 미국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엔화의 추가 하락이 예상돼 엔저 심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일본 은행권의 자금이 자금운용을 위해 해외채권으로 몰리면서 엔화 약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일본 국채수익률이 더 떨어져 엔화가 해외채권으로 이동하고, 이에 따른 엔화 약세 심화는 더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주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 생보사들의 해외 채권 투자액은 지난해 11월부터 규모가 늘고 있다. 해외 채권 투자액은 지난 10일부터 1주일 사이에 1조엔을 돌파할 정도로 속도가 붙었다. 일본의 9개 대형 생보사들은 올해 4조엔에 달하는 해외 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2012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일본 지방은행들의 해외 채권 투자 잔액도 올 2월 말 현재 전년 같은 달 대비 34% 늘었다. 엔화 가치는 아베 정권이 집권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달러 대비 29.2%, 원화 대비로는 36.0%나 각각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타고 일본의 연간 수출액은 아베 집권 전인 2012년 63조 7476억엔에서 2014년 73조 930억엔으로 2년 동안 14.7%나 늘었다. 수출은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었다. 기업들의 수출 물량 및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업체 도요타가 엔저를 타고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영업이익이 2조 7505억엔으로 전년보다 20.0% 불어나 2년 연속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상징적이다. 도쿄 증시 1부 상장 대기업의 30%가 2014 회계연도에서 순익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6%로 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도쿄 증시 닛케이 평균주가 종가는 2만선을 넘으면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도쿄 증시의 시가총액도 거품경제기인 1989년 12월 29일의 590조 9087억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가, 경상수지, GDP 등 경제지표들에서 생기를 되찾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3일 스페인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주최 세미나에서 “일본의 인플레와 임금 추이가 긍정적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일본 경제를 괴롭혀 온 디플레를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구로다 총재는 앞서 22일 도쿄에서 “일본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며 경기 판단을 회복 기조에서 회복으로 올렸다. 일본은행은 개인 소비의 저변이 확대·강화되고 공공투자와 주택투자의 감소세도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조치를 통한 엔저가 대기업 수출 호조 및 수입 회복으로 이어지고 임금상승과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부는 고용·노동·의료 분야의 구조개혁, 법인세 인하, 기업 지배구조 강화 등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구조개혁과 민간 성장전략을 통해 아베노믹스로 시동 걸린 일본 경제의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엔저를 발판으로 구조개혁으로까지 연결시키겠다는 시도다. 2016년까지 법인세 3.29% 인하, 결혼·자녀 양육자금에 대한 1000만엔 한도의 비과세, 주택자금 증여 비과세 한도를 1000만엔에서 3000만엔으로 늘리는 방안 등 세제 개편을 통한 세대 간 부의 이전 촉진 방안 등도 민간 구매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전략 특구에서 전문직 및 가사지원 외국 인력을 허용하고, 여성 고용 촉진을 위한 사회보장 및 배우자 수당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과 함께 혼합진료 허용 등 의료개혁, 지역 농협에 대한 자율권 확대, 리스크 자산보유 비중 확대 등 공적연금기금 운용 방안 개선 등도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들이다. 도쿄 금융가에선 구조개혁의 진전이 정부의 세출구조 개혁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교육당국은 성과 집착… 학교는 취업률 뻥튀기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작용은 학생과 교사는 물론 사업주까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이 특성화고 평가의 주요 지표에 포함돼 있어 정작 일선 교육 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시도교육청 평가지표 가운데 ‘능력중심 사회기반 구축’ 부문(10점 만점)에 반영되는 특성화고 취업률 점수는 4점이다. 취업률이 2.5점, 취업률 향상도가 1.5점이다. 취업률 위주의 정량적인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부적합 업체에 학생을 보내거나 취업률을 부풀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선임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 노동기본권 교육 여부 등은 평가하지 않다 보니 학교로서는 열악한 업체에 취업한 실습생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지난달 공개한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20.5%에 이르는 특성화고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산업재해 다발사업장으로 고시된 업체나 상습적인 임금체불 업체에도 학생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소재 특성화고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 강모씨는 학교 측이 보낸 추천취업처를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 ‘기숙사 제공, 연봉 3000만원’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업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딸이 추천받은 업체는 반도체 세척액을 만드는 고위험 사업장이었다. 강씨는 “어떻게든 취업률만 올리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선 학교가 취업률에 목을 매는 이유는 취업률이 정부 지원비를 배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특성화고에 근무하는 권모 교사는 “취업률이 4월 1일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그만두고 싶다는 학생들에게도 어떻게든 버텨 보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남 소재 특성화고에 근무하는 이모 교사는 “농촌에 있는 학교에서는 이장에게 도장을 받아 영농업종사자로 취업률을 올리기도 하고, 학교장이 아는 사업장에 재직증명서만 떼 달라고 해 취업률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 결과에서도 특성화고 졸업 취업자로 나타난 1만 1731명 중 4581명은 실제 소득이 없지만 재직증명서 제출만으로 취업이 인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률에만 매달리다 보니 고용의 질은 뒷전이다.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취업률은 2013년 28.2%에서 2014년 29.2%로 1.0%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고용보험 미가입자 기준 취업률은 9.6%에서 15.7%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지만 당국은 수시 감독과 일부 지원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용어 클릭] ■특성화고등학교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 및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 또는 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말한다. 2012년 이후 모든 전문계고가 특성화고로 통합됐으며 현재 공업계열 199곳, 농업계열 42곳, 상업계열 192곳, 가사계열 31곳, 수해계열 8곳에 31만 7000명이 재학 중이다.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개인 자본 스며드는 북한 어업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개인 자본 스며드는 북한 어업

    “우리 인민들에게 약재로만 쓰이던 자라를 먹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시던 장군님(김정일)의 눈물겨운 사연이 깃든 공장이 어떻게 이런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나. 당에서 민물왕새우를 기르라고 종자를 보냈으나 2년이 지나도록 양식장을 완공하지 못했다. 공장 일꾼들의 무능과 굳어진 사고방식, 무책임의 발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날 대동강 자라 양식장을 찾아 간부들을 맹렬히 질타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양식장의 부실한 운영 실태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렸지만 질책의 이면에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초조함이 묻어난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3월에는 양어사료 생산공장을 시찰하면서 “물고기 비린내를 맡으니 정신이 다 맑아진다. 군인과 인민에게 더 많은 물고기를 보내주게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즐거워진다”며 인민 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이 이토록 수산업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수산업이 군부와 인민의 식량난 해결은 물론 외화 획득의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가장 부가가치 있는 업종 중 하나가 수산업이다. 이는 바다와 내수에서 적은 비용을 투입해도 질 좋은 상품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북이 주요 어업기지… 北 수산물의 25% 생산 통일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북한 수역에 서식하는 어종은 650~800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해면 어류가 640여종, 패류와 해조류는 100여종, 기타 수산 동물은 40여종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연안 해역의 자연 조건과 지리적 환경은 양식업 발전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서해는 패류 양식에 적합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어 김, 굴, 미역, 바지락, 대합, 전복 등이 생산된다. 동해는 가리비, 문어, 홍합류, 미역, 우뭇가사리 등을 양식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여러 지역 중 동해에 인접한 함경북도는 중요한 어업기지로 양식 생산량과 어획량이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4분의1을 차지한다. 함경북도의 나진, 어대진, 청진, 사포, 강원도 고성 등에서는 미역 생산량이 풍부하다. 문천과 동번에서는 굴 양식업이 성행하고 강원도는 예전부터 우뭇가사리를 생산해왔다. ●수출 수산물 中에 98%… 2012년 1억달러 넘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12년 북한의 수산물 수출액이 1억 240만 달러(약 11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1억 53만 달러로 98.1%를 차지했다. 이는 대중국 수산물 수출 사업의 이권이 그만큼 크다는 점과 수산업 분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북한 당국의 고민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북한산 수산물은 중국산의 60~70% 수준의 가격에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북한 수산물이 가공 기술 등이 부족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했고 중국산 중에서도 실질적으로는 북한산 수산물인 경우가 많다”면서 “북한은 최근 수산물이 주력 수출상품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인식해 생산설비나 포장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무역회사 중 수산물을 수출하는 회사는 130여개 정도로 대부분 내각, 당, 군부의 힘 있는 기관이 직접 운영한다. 내각의 경우 대외무역을 총괄하는 중앙대외경제위원회 소속의 조선봉화총회사나 남포나 원산 같은 바다에 인접한 주요 도시의 지방행정경제위원회 무역관리국이 여기 해당된다. 당에서 당 자금을 관리하고 선물을 들여오는 39호실 직속의 조선대성무역총회사, 조선대흥무역회사도 마찬가지다. 인민무력부 직속 조선매봉무역회사나 조선청운산무역회사도 군부 내 최대 규모의 무역회사다. 인민무력부장이 직접 관여해 수산 관련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전문 무역회사를 산하에 별도로 두기도 한다. 북한에서 수산물 수출은 기본적으로 수입품에 대한 대체물품이나 대금으로 취급돼 구상무역방식으로 이뤄진다. 동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나진을 거쳐 중국 훈춘으로 들어가고 서해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단둥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인 생선 장마당서 판매… 중산층 돼야 먹을 형편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보니 북한 당국은 어업권 보호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2012년에는 허가받지 않고 들어온 중국 어선을 나포했고 2013년에는 러시아 어선에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지난해부터 어린이와 노인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군 수산사업소 건설을 지시했다. 이는 수산물 증산 혜택을 군인뿐 아니라 일반 주민에게도 돌리겠다는 의미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물고기나 오징어 같은 수산물은 장마당에서 소득 수준이 중간 이상은 돼야 사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유통망과 냉동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가운데 생선이나 육류는 장마당에서 주로 소금에 절인 형태로 판매되기도 한다”면서 “메기 등 내수면 어종의 경우 양식장 주변 사람은 먹을 수 있지만 유통망과 운반 수단이 부족해 일반인이 직접 사먹기에 비싼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무허가·개인 불법 등록 어선으로 어로 활동 많아져 하지만 북한 당국의 최근 고민은 국가가 통제하던 수산업이 점차 사유화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금력이 있는 상인이 모여들고 돈을 벌기 위한 불법 투기도 많아 무허가 기업이 배를 갖고 고기를 잡는 것은 물론, 개인도 국가 기관에 불법으로 배를 등록하고 공공연히 어업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수산업 부문의 개인 사업은 대체로 작은 어선을 한 척 마련하는 데서 출발한다.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수산사업소나 수산협동조합 소속 어선 중 기름이 없어 조업을 하지 못하는 배를 임대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자기 자금으로 배를 구입해 국가기관이나 기업소에 등록시킨 뒤 조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어선은 공장에 배를 의뢰해 제작할 수도 있고 수산사업소 등 기관의 중고 배를 인수하거나 가끔 중국의 중고 배를 수입하기도 한다. 배를 임대하려면 연간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기관 명의를 빌리는 경우 해당 기관에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목표 물량 기업소 넘기고 초과 물량 다른 곳에 팔아 어선을 확보한 개인 선주는 연료와 각종 어구, 식량 등을 마련해 고기잡이에 나선다 이때 임금노동자인 ‘삯벌이’들을 개인적으로 고용한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게 되면 먼저 해당 기업소에서 부여받은 계획 물량분을 기업소에 넘긴다. 이 밖에 계획된 목표량을 초과한 물량은 가격을 높게 쳐주는 다른 기관이나 장사꾼에게 팔게 된다. 어획물을 구입한 기업소는 이를 중국 수입상에게 넘기게 된다. 안 소장은 “신포, 원산 등지에서 개인이 배를 소유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정보가 있는 만큼 수산업 분야의 사유화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개 양식도 개인 기업이 많이 진출하는 분야다. 물론 사업을 하려면 국가 무역회사의 무역지도원이나 외화벌이 기지장으로 소속을 바꿔야 한다. 양식을 하려면 우선 일정 면적의 바다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면허료가 필요하다. 바다에서 조개 양식을 하려면 보통 200~300㏊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사업비로는 100㏊당 약 1200달러의 세금을 국가에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군 총참모부에 바다 출입 허가를 위해 약 2000달러, 국가보위부에 바다 출입증을 위해 500~600달러, 군단 경비국에 500달러 정도 바쳐야 한다. 결국 세금인지 뇌물인지가 불분명한 돈이 사업비로 필요한 셈이다. 북한 국방위원회와 인민보안부는 지난 2월 4일 포고문을 통해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경계해상, 어로금지계선에 불법적으로 침임해 물고기를 잡는 행위와 생산활동을 금지한다”고 밝혀 불법 어업 활동을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북한의 수산물 분야의 개인 기업화는 100%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군부와 정부, 개인이 협력해 이익을 공유하는 상황이라 당국의 통제 의지는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1일 부부의 날… ‘검은 머리, 파뿌리’ 기억하나요

    21일 부부의 날… ‘검은 머리, 파뿌리’ 기억하나요

    대부분 남편은 가사노동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내가 대부분의 가사를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맞벌이 부부조차 가사를 공동 부담하는 경우는 20% 미만에 그쳤다. 서울시는 성인남녀 43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부부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 집안일을 남편과 아내가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1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 중 23.4%는 아내 혼자 가사를 책임지고 있었다. 또 남편과 아내가 함께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맞벌이 가정도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19.7%에 불과했다. 아내가 주로 맡고 남편이 돕는 경우가 55.8%, 아내 혼자 집안일을 다하는 경우도 22.8%였다. 반면 가사노동을 부부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남편들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다. 남성의 44%가 가사 노동은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성은 52.7%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남편의 42.5%가 집안일에 관계없이 아내가 취업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집안일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7.4%에 그쳤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률은 남편이 아내보다 높았고, 불만족률은 아내가 남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아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남편은 73.2%이지만, 아내는 62.6%가 ‘남편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남편은 40.2%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해 아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또 배우자 부모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남편이 아내보다 높았다. 장인·장모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남편은 57.5%인 반면, 아내는 시부모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43.0%로 나타났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讀博) 육아일기](9)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독박 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가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썼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도움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초보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주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저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허백윤 기자는 2008년 8월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2009년 2월부터 정치부 국회 출입기자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취재했습니다. 2013년 5월부터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하던 중 2013년 12월부터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15개월을 보내고 3월 11일 복귀했습니다. 회사의 많은 워킹맘 선배들은 도대체 어떻게 10년, 20년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무한한 존경심이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워킹맘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애초에 슈퍼맘이 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도 않았지만, 요즘 나는 일도 육아도, 집안일도,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회사로 돌아온 지 70여일. 매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하루 24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만큼 여유가 없다. 오전 8시 집에서 나와 9시부터 오후 7시 넘어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찍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반. 아기를 봐 주시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옷을 갈아입고 9시부터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 남편이 보통 집에 9시 반쯤 오기 때문에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밤 10시를 넘긴다. 워낙 늦게 자는 아기였지만 복직 이후로 시간이 더 늦어졌다. 씻기고 같이 책 좀 읽다가 재우면 12시가 넘는다. 아기를 눕히고 거실에 나오며 바라보는 집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제 겨우 70여 일…바닥이 드러났다 약 11주 동안 열여덟 번의 야근을 했다. 현재 있는 부서에서는 야근을 재택근무로 하게 돼 있어 복직을 하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은 집에 6시에 와서 자정까지 일해야 한다. 그런데 집에서 야근을 하는 시간이 제일 고달프다. ‘나만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한다고 할까’ 욱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컴퓨터만 붙잡고 있는 엄마가 못마땅한 아이는 심하게 보채고 안아 달라고 졸랐고, 기분이 좋아지면 식탁 위로 올라와 컴퓨터를 깔고 앉으며 마우스를 만지는 놀이에 빠지기도 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울리기도 했다가 점점 ‘뽀로로’의 힘을 빌리는 시간이 늘어간다. 요즘에는 아기띠에 안고 억지로 잠을 재우고 안은 채로 일을 한다.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여섯 번 갔다. 세 번은 토요일 아침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였고 나머지 세 번은 평일 퇴근 직후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감기 증상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였다. 1년 동안 휴가일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아이가 심하게 아플 경우 등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둬야 한다. 툭하면 아이 핑계를 대고 휴가를 쓴다는 뒷말을 최대한 적게 듣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맞벌이 아이라 콧물이 줄줄 흐르는 데에도 어린이집에 보냈다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눈초리도 피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남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한밤 중에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에 자정까지 문을 여는 병원과 약국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음 날 아침 어린이집 가방에 약을 챙겨서 보내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다섯 번의 일요일 근무를 했다.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해서 출근하는 일요일은 남편이 오롯이 육아를 전담한다. 2주의 하루꼴인데 그 때마다 1시간 안팎의 ‘시댁 찬스’를 쓰는 남편이 무척 부럽다. 남편 역시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한다.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서 남편은 토요일에 회사를 나간다. 세 가족이 오롯이 주말 이틀을 보낸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지만 사실 주말이 더 바쁘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아이와 아침부터 놀아주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오후 한 시간 동안 놀이수업에 참여했다가 끝나면 나들이를 간다. 봄 햇볕을 쪼이며 꽃구경을 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매주 새로운 공원을 찾아 다니고 있다. 저녁이 되면 외식을 하고 일주일치 장을 봐 들어간다. 그 때부터 남은 집안일이 또 있고, 아이가 며칠 동안 먹을 반찬과 국을 만들어야 한다. 항상 비슷한 메뉴만 만들어 먹이는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이 짓누른다. 일요 근무가 있는 한 주는 토요일에 웬만한 걸 다 해결해 놔야 하니 시간이 더 짧다. 두 달 남짓의 워킹맘 생활을 겪으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아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그나마 좀 쉬운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고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은 바로 집안일이다. 원래도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집안일에 소질이 있지도 않긴 했다. 잘하려는 욕심은 아예 없다. 기본만 하려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버거운지 모르겠다. 퇴근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라 청소기를 돌릴 수도 세탁기를 쓸 수도 없다. 그러나 민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아기의 발바닥이 시커멓게 변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밤 11시에 청소기를 돌렸다. 다음 날 입을 속옷까지 똑 떨어졌을 때 밤 10시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아끼던 아기 옷 하나를 버렸다. 해외에 사는 친정엄마가 사서 보내준 것이다. 젖은 수건들 속에 잘못 겹쳐져 있다가 그만 옷에 곰팡이가 피었다. 난생 처음 보는 옷에 핀 곰팡이가 나의 살림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한심했다. 신혼 때에는 요리도 곧잘 했지만 아기가 생긴 뒤부터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그나마 복직한 뒤로 점심식사는 회사에서 해결을 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복직한 날에는 기념으로 근사하게 저녁상을 차렸다. 그러나 하루 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이 바닥났다. 이모님과 교대하기 위해 서둘러 퇴근을 하다 보니 장을 볼 시간은 아예 없다. 이모님이 빨리 오라고 닦달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 늦어도 흔쾌히 양해를 해주시는 좋은 분인데도 이상하게 집 근처 슈퍼마켓에 들어갈 여유조차 없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종종 걸음으로 가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퇴근길이 아침보다 더 조급하다. ●가장 쉬운 것은 회사 일, 가장 힘든 것은 집안일 복직 다음날부터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짜장면, 피자, 치킨, 찜닭에 떡볶이까지. 온갖 종류로 시켜먹다 보니 배는 채웠는데 몸이 퉁퉁 붓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반찬을 배달시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반찬을 보며 든든함을 느꼈지만, 그걸 꺼낼 때마다 남편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괜한 부담감 때문에 저녁 9시 반, 10시에 밥도 못 먹고 퇴근하는 남편에게 저녁 좀 먹고 오라고 바가지를 긁기도 했다. 혼자서는 김치 한 접시로도 밥을 뚝딱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남편의 저녁식사는 아무리 불량주부라 해도 신경이 쓰인다. 친정엄마 옆에 살면서 반찬을 얻어다 먹는 친구가 제일 부럽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엄마가 해주는 밥, 그걸 먹으면 나도 더 힘내서 버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남편이 가부장적이어서 집안일을 아예 안 한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자상한 성격에 육아와 집안일을 성심성의껏, 최대한 나눠서 하려고 한다. 문제는 아침 6시에 집에서 나간 뒤 칼퇴근을 해야 겨우 저녁 9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것. 자는 시간 빼고 집에 있는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다. 가끔 ‘하숙생’이라 불러준다. 우리집 ‘하숙생’은 청소기 돌리기와 쓰레기 버리기, 분리수거를 전담해서 하고 나머지 집안일을 돕는다. 꼼꼼해서 나보다 더 집안일을 잘 하지만 나는 항상 부탁을 하는 입장이 된다. “다른 것 다 안 해도 되니 청소만 제때 해 달라”고 수없이 당부했지만, 주말마다 “미안한데 청소기 좀 돌려줄래요?”라고 말해야 움직인다. 남편이 알아서 집안 정리를 싹 해줘도 내 입에서는 꼭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 가운데 맞벌이 여성의 가사분담 실태 조사 결과,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 분담을 한다는 응답은 19.3%에 그쳤다. 절반 이상(52.9%)이 부인이 주로 하고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맞벌이이면서 가사까지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경우도 25.7%나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영아기(0~2세) 자녀를 둔 취업여성의 평일 평균 육아시간이 4.2시간으로 조사됐다. 남편은 1.8시간이었다. 나도 하루를 ‘풀타임’으로 일하고 돌아오지만 가사노동·육아 시간의 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예 집에 머무는 시간부터 다르다. 남편의 왕복 4시간 되는 출퇴근 시간은 나에게도 고역이다. 다음에는 회사에서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집값, 생활비를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엄두는 감히 낼 수가 없다. 누구는 일하면서 대학원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운동을 하고 외모를 가꾸는 등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고,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산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 똑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이, 아둥바둥 사는데도 늘 시간이 빠듯하다. 나의 문화생활이라고는 밤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드라마를 보는 게 전부다. 영화관에 간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2주 전 주말 남편과 TV로 ‘국제시장’을 본 것이 올해 첫 영화였다. 지난해 초 ‘겨울왕국’을 집에서 본 뒤로 1년 만의 영화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고 운동할 시간은 아예 없으니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임신 중에 쪘던 20kg이 휴직 기간 1년 동안 다 빠졌는데, 한 달 만에 5kg이 불다니. 그만큼 육아가 힘들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매일 출퇴근길에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 서서 외국어 학습지를 푼다. 하루 중 내 머리에 뭔가를 채워넣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게 문제이지만. 기저귀나 유아용품을 급히 사야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오롯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사실 얼마 안 된다. 당장은 아무런 욕심 없이, 그저 아이가 아프지 않고 좋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밝게 자라주고 있는 것에만 감사하려고는 한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나중에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그래도 자꾸 위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몸은 너무 고되고 기껏 번 돈은 절반 가량을 이모님에게 보내야 한다. 회사에서도 지금은 ‘애 키우는 여사원’으로밖에는 딱히 존재감이 없다. 동기나 후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집은 늘 엉망이고,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지만 제대로 티가 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남편과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잘 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무엇보다도 지난 1년 동안 내가 아이의 모든 ‘처음’을 함께 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가장 아쉽다. 지난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이가 이모님과 처음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이모님이 시소에 탄 아이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울컥했다. 그날 밤 깜깜하고 텅 빈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같이 그네를 탔다. 요즘 들어 말문이 트이려고 온갖 예쁜 짓을 하는 아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아이 얼굴이 끊임없이 고민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유리천장 지수’가 OECD 국가들 가운데 무려 꼴찌라고 한다. ‘대다수의 워킹맘들이 이런 삶을 살고 있겠지.’ 육아카페에 올라오는 직장맘들의 애환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갖고 공감을 하며 지낸다. ‘그래,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 매일 시댁에 가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것보단 낫지. 집안일에는 손도 안 대고 매일 늦게까지 회식을 하는 남편들보단 낫지.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이모님께 적응을 못해 힘들어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기가 아직 어린 지금이 그나마 가장 편안하고 안정된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이후까지. 고비마다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오늘도 문 앞에서 따라가겠다고 신발을 신으려는 아이를 뒤로하며 의지를 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문소영 논설위원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공개된 노래극 ‘넋풀이’의 삽입곡이다. 이 노래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 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에 헌정됐다.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쓰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가사를 썼는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쓴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빌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반복)”라는 가사가 평이하다. 그 때문에 100년쯤 뒤 이 노래를 ‘386세대의 반정부 투쟁가였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1894~95년 동학 농민혁명을 주동한 전봉준과 동학 농민들이 공주 우금치에서 조선의 관군과 일본군의 합동작전으로 거의 전멸하자 그 패배를 슬퍼한 백성이 널리 불렸다는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와 ‘임을 위한 행진곡’은 평이함에서 닮았다. 고종에게 반부패 개혁과 외세 배격을 요청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한 동학 농민들을 애도할 만한 과격함이 없다. ‘새야 새야’보다 100여년 전인 1792년 프랑스 공병장교 루제 드 릴이 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 가사의 호전성과 선동성이 비교될 정도다. 가사 1절에는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고, 전투 대열을 구성하라/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라/불순분자들의 피로 길고랑을 물들여라”는 구절이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가 또 논란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후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기념식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관행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2009년 국가보훈처가 공식 행사에서 이 노래를 빼고 공식 기념곡을 공모하겠다거나, 2010년에는 기념식 식순에서 이 노래를 빼고 그 자리에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넣어 물의를 빚었다. 올해도 공식 기념곡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무산되자 5·18 유족회와 광주시민단체 등이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해 반쪽짜리 관변 행사처럼 쪼그라들 것 같다. 노래 한 곡에 목숨 걸 일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같은 논리로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하던 노래를 유가족들이 원하는데 목숨 걸고 못 부르게 할 이유도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화를 열망했던 시민과 젊은이들의 노래다. 그러니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도시, 광주의 시민에게 이번 5·18에는 꼭 돌려주길 바란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저녁마다 집으로 출근…우렁각시 절실해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저녁마다 집으로 출근…우렁각시 절실해

    집이다. 또 다른 직장의 문을 연다. 그 순간, 엄마를 기다리던 초등학교 아이들이 뛰어나온다. 서로 자신이 당한 서러운 일을 이르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쏟아낸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데면데면한다는데 아이들의 수다를 고맙게 여겨야겠지. 그래도 애들이 초등학생일 때 ‘워킹맘 포기’가 많은 까닭을 온몸으로 느낀다. 애들을 달랜 뒤 가방을 내려놓고 간 부엌에 우렁각시는 없었다. 아침에 간신히 밥 먹이고, 물론 나는 굶었다, 싱크대에 던져 놓고 간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쌀을 앉히고, 어젯밤에 재어 놓은 불고기를 가스불에 올리고 설거지를 한다. 일의 순서를 잘 짜야 한다. 안 그러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저녁밥 챙겨 먹이고 치우고 나니 9시가 훌쩍 넘는다. 학교 숙제나 학원 숙제는 엄마가 돌아와야 시작하는 이상한 버릇이 든 아이들을 독촉해 숙제를 시키고 시계를 본다. 자, 이제 무슨 일이 남아 있지…. 계절이 바뀔 때가 더 바쁘다. 세탁소에 맡길, 계절에 안 맞는 옷들을 골라 낸다. 크는 아이들에 맞춰 작은 옷도 추려 내야 한다. 안 그러면 바쁜 아침 출근시간에 옷 때문에 애를 먹는다. 이불은 언제 바꾸지…. 널어 놓은 빨래를 정리하고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를 널면서 내일 아침에 뭘 먹나, 아니 뭘 먹여서 등교시키나를 고민한다. 애들 재우고 내일 아침거리를 준비하고 간단한 정리를 한 뒤 잠자리에 든다. 이제야 내게는 ‘쉴 수 있는’ 진정한 집이다. 아침이다. 휴대전화 알람에 눈을 뜨고 후딱 씻는다. 출근 준비를 먼저 마치고 식탁을 차린다. 불러도 대답 없는 애들을 깨워 간신히 식탁에 앉힌다. 하염없이 느릿대는 애들을 독촉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 직장에 ‘진짜’ 일하러 간다. 워킹맘에게 가사노동은 떨쳐버릴 수 없는 짐이다. ‘하면 눈에 안 띄고 안 하면 눈에 확 띄는’ 집안일을 하기 위해 휴식 시간을 온전히 빼앗긴다. 주말만 되면 냉장고나 베란다 등에 숨어 있던 일거리가 ‘나 여기 있소’ 하면서 꾸역꾸역 삐져나온다. 친척이나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면 시간은 덜 걸리겠지만 최종 결정은 나의 몫이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남편은 집안일에 더 신경을 안 쓴다. 같이 돈을 벌지만 집안일은 여자 몫이라며 뒤로 물러서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일을 하면 할수록 커져만 간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일·가정의 양립 (1)맞벌이 부부에게 ‘가사노동’이란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일·가정의 양립 (1)맞벌이 부부에게 ‘가사노동’이란

    맞벌이는 ‘맞살림’도 의미해야 한다. 맞벌이 여성들은 고개를 젓는다. 맞벌이로 경제적 여유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맞살림이 아닌 ‘외살림’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는 더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맞벌이 남성은 자신들도 가사노동에 시달린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남성과 외벌이 남성이 가사에 쓰는 시간은 별반 차이가 없다. 하루에 1시간도 채 안 된다. 2009년 통계이기는 하지만 2004년 통계도 비슷했다는 점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걸까.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실행 비율은 낮다. 인식과 실제의 괴리가 높은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47.5%다. 2년마다 하는 조사인데 2008년 32.4%에서 2010년 36.8%, 2012년 45.3% 등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아내가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이 50.2%로 절반을 차지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공평분담 비율이 낮아진다. 20대는 68.2%지만 50대는 36.4%, 60세 이상은 35.8%다. 남녀 차이도 있다. 남성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2.7%지만 여성은 52.2%로 10% 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또 남성은 생각만 있지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부부에게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느냐고 물은 결과 남성의 16.4%, 여성의 16.0%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집안일은 여성 몫이라는 가부장적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안상수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에 대한 노동이나 봉사 등에 소홀한 남성은 은퇴 이후의 삶에서 가족들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일을 나누고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이 남성의 삶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황혼 이혼이 느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 연구위원은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가사분담을 실고,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눈에 익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지금은 요리男 전성시대… 강남구청 ‘아빠요리교실’

    지금은 요리男 전성시대… 강남구청 ‘아빠요리교실’

    “분식집에서 포장해온 튀김을 넣으면 튀김 김밥, 두릅이랑 초장을 넣으면 두릅 김밥이죠. 이만큼 응용이 다양한 요리도 없을 겁니다. 여름철에는 잘 상하니까 밥에 식초를 넣어주세요. 시금치 대신 오이나 부추도 좋고요. 밥은 김에 골고루 펴 발라주시고요. 너무 꽉꽉 눌러서 넣으면 가슴을 치면서 드셔야 하니까요. 하하하”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도전기공고 교실. 탁탁탁 오이 채 써는 소리와 함께 강한 향이 코끝을 찌른다. “요즘 ○○마트에서 오이를 (다른 곳보다) 훨씬 싸게 팔더라고요.” 대화 내용부터 심상치 않다. 살림 좀 해 본 주부 못지않은데, 목소리는 중저음이다. “차렷, 경례! 사랑합니다.” 중년 남성들은 반장 홍현한(64)씨를 따라 이우현(40·여·요리연구가) 강사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강남구청에서 남성 대상으로 6년째 운영해온 2개월 과정 ‘아빠 요리교실’ 7회 차인 이날의 도전 과제는 김밥이다. “냄비에 밥해 보신 분? 역시 안 계시네요.” 이우현 강사는 칠판에 ‘센 불 2분, 약불 10분, 뜸 2~3분’이라고 적어놓았다. 수강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펜을 들고 받아적었다. 평생 제조, 건설, 금융, 정보·보안 등에서 실력을 쌓은 베테랑들이지만 요리는 문외한이다. 마트에서 팔리는 김밥용 단무지 색깔은 어떤 것이 건강에 좋은지, 김밥과 함께 먹는 된장국은 어느 정도 불 세기에 몇 분간 끓여야 맛있는지 등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40대 후반~50대 초반 회사원부터 은퇴한 60대 전직 중소기업 사장님까지 ‘요리하는 남자’의 출신은 다양했다. 한 수강생은 “맞벌이라 돈은 아내와 같이 버는데 살림은 혼자 하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왔다”고 했다. 김종수(55·건설업)씨는 “은퇴하면 아내와 가사노동을 분담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적어도 ‘삼식이’(은퇴 후 집에서 세끼를 챙겨 먹는 남편)란 말은 듣지 않으려 한다”며 웃었다. 암 투병을 위해 지난해 휴직했다는 이명수(56)씨는 “담도암 진단을 받았지만 거의 완치된 상태”라며 “평소 해보고 싶던 요리를 배우러 왔다”고 했다. ‘금남의 영역’이던 부엌의 빗장을 남성들이 열고 있다. ‘요리하는 남자’의 등장은 여성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남녀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송명희 부경대 교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을 하찮은 일로 평가했고, 요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남녀 성 역할의 경계가 희미해졌고,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상 역시 말로만 평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남성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식가를 뜻하는 영어 단어 ‘개스트로놈’과 ‘섹슈얼’을 합성한 신조어 ‘개스트로섹슈얼’은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2008년 영국 BBC 방송 요리 프로그램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 제이미 올리버도 남성이었다. 최근 인기를 끈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미식회’, ‘마스터셰프 코리아’ 등 음식 프로그램에 등장한 셰프나 맛칼럼니스트 대부분이 남자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리는 남자가 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상함의 극치”라면서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을 하지 않아도 됐던 남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한 것인데, 여성 경제력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식’(美食)이란 말이 일반화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더이상 생존 자체만을 위해서 음식을 먹지는 않는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요리를 하고 먹는 과정 자체가 문화인 동시에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맞물려 있다. 음식 컨설팅 업체 온고푸드 최지아 대표는 “경제력이 높은 미국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 남성들은 레스토랑에 가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계란 노른자를 뺀 화이트 오믈렛을 찾는다”며 “선진국에서는 경제력 있는 남성들이 음식에 대한 관심도 더 높다”고 말했다. 김보선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지난해까지 대기업 사내 동아리를 대상으로 요리 클래스를 운영했는데 남성들의 호응이 좋아 1월부터 남성 전용 요리교실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또한 무관치 않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20~30대는 음식의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요리를 못한다 하더라도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고 직접 해서 먹는 음식이 몸에 좋다는 인식이 높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1인 가구는 506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가구의 27.1%에 이른다. 물론 음식은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이우현 강사는 “요리는 퇴직 남성들에게는 스스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립의 도구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노진철 교수는 “남성들은 은퇴와 동시에 사회활동이 확 줄어드는 반면, 전업주부들은 40~50대 때 친목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은퇴 남성들에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을 운영했다는 김복용(69)씨는 “지난해 3월 은퇴 후 집사람 건강이 좋지 않아 대신 식사를 준비해 보려고 요리를 배웠다”면서 “매번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다 6년 전 퇴직한 반장 홍씨는 “요리교실에서 배운 굴 영양밥이 가족에게 엄청 인기를 끌었다”면서 “며느리, 집사람과 대화 주제도 다양해졌다”며 활짝 웃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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