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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힉스 입자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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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 배경 ‘좀비 영화’ 화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 배경 ‘좀비 영화’ 화제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이하 CERN)가 운영하는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를 무대로 하는 좀비 영화가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실제 물리학자가 맡았으며 배우 역시 학생들이 동원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단 3000달러(약 320만원)라는 저예산이 투입된 이 영화의 제목은 ‘디케이’(Decay)로 보통의 좀비 영화처럼 시나리오는 단순하지만 보다 과학적이다. 대형강입자충돌기가 고장을 일으켜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가 생성되고 이것에 노출된 사람들이 좀비가 돼 사람들 사냥에 나선다는 것. 감독을 맡은 맨체스터 대학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 루크 톰슨은 “2년전 대형강입자충돌기를 보고 처음 이같은 영화를 구상했다.” 면서 “출연하는 사람들도 모두 학생들로 제작 비용을 최대한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무려 27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실을 배경으로 좀비에 쫓기는 CERN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촬영은 일반에 공개된 장소에서만 이루어졌으며 무료로 다운로드해 (www.decayfilm.com) 볼 수 있다. 인터넷뉴스팀    
  • 화성 생명체… 이번에도 없었다

    보름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외계인 소동’은 미항공우주국(NASA)이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서울신문 12월 3일자 1면> 나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미 지구물리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유기화합물의 단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화합물 지구서 묻어갔을 수도” 나사 연구팀은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토양에서 얻은 샘플을 화성시료분석기(SAM)로 분석한 결과 염소와 황, 물, 탄소 함유 유기화합물의 흔적이 나왔다.”면서 “그러나 유기화합물이 지구에서 묻어 간 것인지는 몇 달간 검증을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를 포함한 유기화합물은 생명체의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생명의 존재 자체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우주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유기화합물이 발견된다. 과학계와 네티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큐리오시티 책임자인 존 그롯징어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역사책에 남을 만한 발견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화성 생명체 발견’과는 동떨어진 발표였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ET의 손을 잡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날 것 같았는데 단순히 화합물 발견이라니 언론플레이가 지나치다.”고 나사를 비난하고 있다. 나사는 2010년에도 외계 생명체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정작 내용은 캘리포니아의 한 호수에서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나사는 이날 로스앤젤레스 제트추진본부에서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탐사위성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마지막 허들을 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태양계의 마지막 영역일 뿐 태양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이저1호 태양계 마지막 영역 진입” 전문가들은 전 세계 우주과학을 주도해 온 나사가 잇따라 ‘낚시질’로 보일 만한 발표를 거듭하는 것은 예산 삭감 논란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사는 2009년 인건비가 20% 이상 삭감되고 차세대 우주왕복선 프로젝트 일정이 늦춰지는 등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거대 과학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당위성을 보여 주기 힘들기 때문에 나사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단 소문을 키운 뒤 과학적 사실을 발표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는 과학자의 양심에는 걸리겠지만, 오죽하면 저런 전략을 쓸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낚시질’이 나사의 전유물은 아니다. 올해 ‘신의 입자’ 힉스 발견으로 과학계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을 모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역시 불완전한 데이터가 조금씩 개선될 때마다 마치 힉스를 발견한 것처럼 기자회견을 자청해 빈축을 샀다. CERN은 이달 중순 힉스 발견 공식선언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지만, 과학계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운영 예산 확보를 위한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힉스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악몽의 시나리오”

    “힉스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악몽의 시나리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입자. 지난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축제분위기였다. 우주 만물에 질량을 부여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다는 CERN의 발표는 물리학의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힉스의 발견은 모든 물질이 기본 입자 6쌍과 힘을 매개하는 입자 4개 등 총 16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표준모형의 완성을 의미한다. CERN은 발표 이후 후속실험을 통해 검증 작업을 거친 후 연말쯤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고, 이제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물리학계는 실망감에 휩싸이고 있다. 힉스는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인 피터 힉스가 1964년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세운 ‘가설’이다. 그는 실험이 아닌 계산과 다른 입자의 성질을 이용해 힉스의 존재를 예측했다. 50년간 물리학자들은 이 이론의 실체를 찾기 위해 애썼고, CERN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이를 찾아냈다. 문제는 힉스가 반세기의 예측 그대로 너무나 힉스답다는 것이다. 7월 발표 당시만 해도 상당수 과학자들은 고무돼 있었다. 힉스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한 뒤 다른 입자로 붕괴되는데, CERN의 데이터에서는 예측과 다르게 타우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표준모형에 없는 다른 입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현재의 표준모형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암흑물질이나 중력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고에너지 콘퍼런스에서 CERN이 공개한 후속실험 데이터에서는 타우 입자가 충분히 발견됐다. 힉스 검출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LHC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면서 더 많은 힉스가 나오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가 축적됐다.”면서 “데이터는 힉스와 물리학계가 예측한 표준모형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9년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브 와인버그 텍사스대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LHC에서 발견된 것이 점차 힉스로 확정되는 것 같다.”면서 “힉스가 예상대로만 움직인다면 그것은 악몽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새로움이 없는 과학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과학자의 숙명이 여기에서 거듭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과학·신학 ‘신의 존재’ 처음 토론하다

    과학·신학 ‘신의 존재’ 처음 토론하다

    지난 7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처음으로 ‘신의 존재’를 언급했다. ‘우주를 탄생시킨 것이 자연이냐, 신이냐’는 근원적인 문제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지금까지 CERN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며 신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 왔다. 우주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진 힉스 입자는 우주가 시작된 138억년 전 대폭발(빅뱅) 직후 오늘의 우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존재다. CERN은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빅뱅: 신을 위한 자리는 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롤프 디터 호이어 CERN 소장은 “이제 자연과학과 신학, 철학이 모여 빅뱅 이전과 이후, 우주탄생에 대해 토론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토론에서 과학·철학·신학은 서로의 맹점을 지적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론물리학자인 로렌스 크라우스 애리조나대 교수는 “과학의 힘은 불확실성에서 나오고, 과학은 이 불확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 나간다.”면서 “이 때문에 과학은 발전했고, 우주탄생에 다가가고 있지만 종교는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다.”고 공격했다. 기독교계를 대표한 존 레녹스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는 “물리학 법칙은 모두 빅뱅 이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빅뱅 이전의 세계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너무나 과학적인 컴퓨터를 과학자들이 신뢰하지 못하듯 과학이 절대적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같은 토론이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대한 초보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호이어 소장은 “양측의 대화를 보면서 각각의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을 알았다.”면서 “신학자나 철학자들이 CERN에서 실험을 할 수는 없겠지만 철학이나 신학의 입장도 일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앤드루 핀센트 옥스퍼드대 램지 과학종교센터장은 “지난 25년간 이론물리학이 정체된 것은 과학이 종교 등 다른 분야를 거부한 채 고립됐었기 때문”이라며 “아인슈타인이 신의 존재를 궁금해한 것이 그의 연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는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크라우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자신의 믿음을 깰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과학은 단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핀센트 박사는 “우리는 과학적 사실이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초전문화의 단계에 근접한 만큼 이에 대해 계속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111회 노벨상 주인공은

    111회 노벨상 주인공은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로 111회를 맞는 노벨상은 각 분야에서 ‘지구 상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칭호나 다름없는 권위를 갖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0월 8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9일), 화학상(10일), 평화상(12일), 경제학상(15일)을 발표한다. 문학상은 관례에 따라 일정이 별도로 공개된다. 글로벌 학술 정보 서비스업체 ‘톰슨 로이터’는 올해 수상이 유력시되는 노벨상 후보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톰슨 로이터는 논문 인용 횟수와 주목도로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노벨상 수상 후보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1년간 이 업체가 선정한 후보 중 22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미국이 초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학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했다. 한국인 후보는 없다. ●의학:세포 접착 vs 유전자 조절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세포와 세포가 자연스럽게 붙는 현상의 원리를 밝혀낸 리처드 하이네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에르키 루오슬라티 샌퍼드번햄 의학연구소 교수, 마사토시 다케이치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원 등이 첫 번째로 꼽혔다. 세포 간의 신호 전달과 조작을 발견해 암 발생 원인을 알아낸 앤서니 R 헌터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교수, 앤서니 J 포슨 토론토대 교수도 유력한 후보로 선정됐다. 또 후천적 요인에 의한 유전자가 후대로 물려지는 과정을 발견한 데이비드 앨리스 록펠러대 교수, 마이클 그룬스타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힉스 입자 발견으로 관심을 모은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는 물리학상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 데이비드 펜들버리 톰슨 로이터 노벨상예측팀장은 “과학적 발견 이후 수상하기까지 25년 정도 걸리는데 힉스 교수가 올해 바로 수상하기는 이르다.”면서 “또 힉스 입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학자가 최소 5명 이상으로, 공동 수상이 3명까지만 허용되는 노벨상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신 ‘빛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찾아낸 스티븐 해리스 스탠퍼드대 교수, 레넨 하우 하버드대 교수팀이 유력한 후보로 분류됐다. 이들은 초속 30만㎞에 가까운 빛의 속도를 자전거 선수의 속도인 초속 16.9m 수준으로 늦추는 데 성공했다. 다공성 실리콘이 빛을 낸다는 사실을 밝혀낸 리 캔햄 버밍엄대 교수도 후보로 거론됐다. 찰스 베넷 IBM 연구소 연구원, 자일스 브라사드 몬트리올대 교수는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암호를 개발한 업적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화학상에서는 광촉매를 개발한 아키라 후지시마 도쿄대 교수, 양자점으로 나노크리스털을 만든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각각 단독 후보로 꼽혔다. 또 금촉매를 발명해 환경 오염 개선에 영향을 미친 마사타케 하루타 도쿄도립대 교수, 그레이엄 허칭스 카디프대 교수도 후보로 선정됐다. ●경제학:파생상품 vs 시장변동성 경제학상 후보로는 1976년 파생상품 가격과 관련된 ‘재정가격결정이론’을 주창한 스티븐 로스 MIT 교수가 최우선 후보로 꼽혔다. 로스 교수는 2010년 키코 소송에서 은행 측 증인으로 국내 법정에 선 바 있다. 시장변동성을 이용해 주택가격지수(케이스-실러 지수)를 만든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두 번째 후보다. 실러 교수는 미국의 주택 거품 붕괴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대표적 시장 비관주의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왕 입자, 힉스 넘어 ‘최종이론’ 꿈꾸다

    왕 입자, 힉스 넘어 ‘최종이론’ 꿈꾸다

    ●왕 교수 “스칼라 중력입자 있다” 발표 인류 최대의 실험으로 불리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힉스 입자(Higgs boson) 찾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 CERN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검증을 거쳐 연말쯤이면 힉스의 존재 유무를 확정지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힉스는 137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빅뱅’ 발생 직후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6쌍의 구성 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4개 매개 입자들에 각각의 질량과 성질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져 ‘신의 입자’로 불린다. 1964년 처음 존재를 주장한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의 이름을 따 힉스로 명명됐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의 발견이 현대 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의 완성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올해 말 인류는 우주만물의 원리를 모두 파악하게 되는 것일까. 애석하지만 그렇지 않다. 표준모형은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가.’라는 질문에 ‘힉스를 포함한 총 17개의 입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주 만물을 구성하고 유지한다.’고 답한다. 표준모형을 통해 전기력과 자기력을 일컫는 ‘전자기력’, 원자핵과 같은 단단한 물질을 묶어 주는 ‘강한 핵력’, 아주 작은 물질이 성질이 다른 물질과 관계를 맺게 해주는 ‘약한 핵력’ 등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우주의 힘 네 가지 중 세 가지가 표준모형으로 해결된다. 하지만 표준모형은 질량이 있는 두 물질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설명할 수 없다. 중력은 400년 전 갈릴레이와 뉴턴에 의해 존재가 입증됐지만 아직 원리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미지의 힘’이다. 결국 표준모형은 모든 학자들이 꿈꾸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최종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될 수 없다. 중력에 대한 새로운 가설이 물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힉스’ 이후 물리학계 최고의 화두가 될 것이 분명한 이 가설은 9월 초 피터 왕 에버딘대 교수가 “중력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입자인 ‘스칼라 중력 입자’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 입자를 ‘왕 입자’(Wang particle)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가디언은 “물질의 근본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는 입자의 한 그룹을 뜻하는 ‘보스 입자’(보존)에 이름을 남긴 인도 물리학자 사티엔트라 나스 보스(1894~1974)와 피터 힉스가 유이(有二)하다.”면서 “왕 교수의 이론이 입증되면 이 같은 영광을 받을 세 번째 사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입자 존재땐 별의 폭발도 설명 가능” 왕 교수는 ‘왕 입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별은 왜 폭발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에 얻었다. 거대한 별은 핵융합 발전소와 같은 원리로 활동한다. 수소 원자가 융합하면서 헬륨 원자들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겨 빛과 열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별의 핵 속에서 산소·탄소·철 등 무거운 원소들이 생겨난다. 나이가 든 거대별은 최후를 맞으며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로 바뀌며 소멸하거나 중성자별 상태에서 또 다른 별과 합쳐져 새로운 블랙홀로 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아직까지 이런 폭발이 왜 일어나고, 초신성 폭발이 어떻게 ‘우주에서 유일한 빛’으로 불릴 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왕 교수는 이 같은 폭발에 ‘왕 입자’가 관여하고 있다고 봤다. 왕 교수는 “이 입자는 표준모형의 기본입자들과 비슷하며 힉스와 같은 스칼라 입자”라고 설명했다. 스칼라 입자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회전이나 자기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입자로,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서만 역할을 한다. 왕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힉스는 힉스장을 만들어 다른 입자들에 질량과 성질을 부여하지만, 왕 입자는 각 입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갖도록 한다. 그는 “왕 입자의 존재를 가정하면 별의 폭발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중력도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교수는 오는 12월 CERN과 왕 입자를 찾기 위한 실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힉스 이후 LHC 활용을 고민하고 있는 CERN 역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힉스 발견됐다, 그래서 50년 연구 날릴 이 많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위스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물리학계가 기다려 온 소식이 전해졌다. 세상 만물에 질량을 부여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힉스의 발견은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의 완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표준모형이 완벽한 이론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와이어드는 최근 ‘힉스의 발견은 어떻게 현대물리학을 망가뜨리는가’라는 제목의 전망기사를 실었다. 과학전문 매체들도 환호와 실망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힉스가 오히려 물리학에 해를 끼친다니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끊임없이 우주의 기원을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50년 전의 이론이 맞다는 것은 정말 재미없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와이어드는 “CERN 관계자들은 예상대로 힉스의 특성이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이론물리학자들은 이젠 힉스가 전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기만을 바라고 있다.”면서 “힉스가 진짜로 판명되면 이론물리학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와이어드는 힉스의 등장이 지난 반세기판동안 이론물리학자들이 제시한 수많은 이론들을 순식간에 과거의 오류로 만들면서, 물리학자들의 궁극적인 꿈인 ‘최종이론’(세상 모든 현상을 아우르는 하나의 원리)으로 다가가는 길을 더욱 멀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준모형은 눈에 보이는 수많은 것들을 설명하지만, 중력을 포함하지 못하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끈이론과 초끈이론, 초대칭이론 등 힉스를 포함한 표준모형이 틀렸다는 가정하에 최종이론을 꿈꾸며 만들어진 이론들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된 만큼, 물리학자들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에 서게 된 것이다.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힉스를 발견했다는 것은 이론물리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아름다운 수식’으로 표현하는 예측들이 실험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검증되지 않은 것을 검증하기 위해 물리학은 더욱더 큰 장비와 기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종이론을 만들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LHC에 들어간 50억 달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학자들은 간단명료하고 짧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초대칭이론 대신 조악하기 짝이 없다고 무시했던 표준모형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인천공항 매각 강행 ‘광분’ 이상득의 검찰 출석 ‘광클’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인천공항 매각 강행 ‘광분’ 이상득의 검찰 출석 ‘광클’

    7월 첫째주의 검색어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정치·사회 이슈에 얼마나 큰 관심을 쏟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1위는 예상대로 ‘인천공항 매각 강행’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늘 할 일을 (다음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면서 주요 정부 현안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 대다수가 “세계공항평가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인천공항을 왜 팔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마당에 다시 매각을 추진하려하자 네티즌의 관심이 집중됐다. MB정부에서 권세를 누린 ‘대통령 형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3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상득 검찰 출석’이 2위에 올랐다. 이 전 의원은 구속기소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3위는 ‘인화학교 행정실장 징역’이다. 소설이자 영화인 ‘도가니’의 실제 인물인 광주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씨는 2005년 학교에서 청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목격한 학생을 음료수병으로 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 형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선고받았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추정 입자를 발견하면서 전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킨 소식이 4위를 차지했다. 지난 4일 영국 과학기술시설위원회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어내는 핵심인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새 소립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5위는 지난 4·11 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이석기 의원의 득표 수 중 58.8%가 중복 아이피(IP)로 투표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뉴스이다. 이어 ‘피겨 퀸’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퇴하고, 이후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전한 소식이 6위에 올랐다. 7위는 수원 20대 여성 살인범 오원춘이 호송버스 안에서 다른 수감자와 벌인 몸싸움, 8위는 많은 축구팬을 잠 못 이루게 했던 ‘유로 2012’의 ‘스페인 우승’이 차지했다. 9위는 지난달 말 부산에서 강도를 검거한 용감한 여학생, 10위는 반삭 머리로 돌아온 2NE1의 멤버 산다라박이 밝힌 스타일 변신 이유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철학에 묻다 신은 과연 필요한가, 물리학에 묻다 ‘힉스’ 발견이 대단한가

    미국 연수를 떠난 엄마를 따라 외국 초등학교를 1년 다닌 아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학교를 갖다오더니 이렇게 말했단다. “학교가 이상해. 선생님이 수업 중에는 질문하지 말래.” 진도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중학교 때는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재수없는 애’로 찍히고, 고등학교에선 ‘쉬는 시간을 잡아먹는 존재’가 된다. ‘질문 원천봉쇄’ 현상은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다. 혹여 내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고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출판사 휴먼사이언스가 펴낸 과학 시리즈인 ‘위대한 질문 시리즈’는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란 없다고 말하면서, 역사적인 위대한 발견과 발명이 어떤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됐는지 풀어낸다. 독자를 매우 안심시키고 힘을 주는 말이긴 한데, 처음 꺼내들은 분야가 철학과 물리학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앞서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철학과 물리학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 20개만 꼽아서 풀어준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의 첫 책은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사이먼 블랙번 지음, 남경태 옮김)이다. 과학 시리즈라면서 왜 철학이냐고 묻는다면 예로부터 ‘과학과 철학은 하나였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행성과 물체의 운동을 고민하고 설명하고자 했던 인물은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4대 원소를 이용해 2000년 동안 지식을 지배했다. 과학은 철학의 본질적인 질문에서 나왔다는 의미에서 철학이 먼저다. 책은 인간의 뇌작용과 의식세계를 탐구하는 ‘나는 기계 속의 유령인가’를 시작으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나는 자유로운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신은 과연 필요한가’ 등 매우 간단한 질문을 던지며 시대 사상과 과학적 사유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를테면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물으면서 “만물은 불변하는 자연 상태로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념과 그것을 반대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 진화의 과정에서 이타주의가 사라진다는 생물학적 견해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어떻게 다윈주의의 핵심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의하는지 설명한다. 쌍둥이 격으로 함께 나온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마이클 브룩스 지음, 박병철 옮김)은 “세계적인 과학자들도 모르는 것투성이니 안심하고 함께 알아보자.”를 기조로 했다. 최근 전 세계 물리학계가 왜 힉스입자 추정 소립자 발견에 그토록 환호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비롯해 시간의 흐름으로 본 상대적인 나이, 나비효과에서 번진 카오스이론 등 물리학의 기초 이론이 수두룩하다. 비교적 쉽게 풀어내고 있지만 물리학 공식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이해하기에는 집중력이 다소 필요하다. 각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힉스 추정 입자 발견] 137억년전 ‘빅뱅’ 직후 재현… 1초 10억회 양성자충돌 실험

    [힉스 추정 입자 발견] 137억년전 ‘빅뱅’ 직후 재현… 1초 10억회 양성자충돌 실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17번째 입자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멀고 험난했다. 137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우주대폭발(빅뱅) 직후를 재현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선)는 1992년부터 16년 동안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둘레 27㎞, 지름 8㎞에 이르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건설했다. 건설 비용만 50억 달러가 투입됐다. 신(神)의 입자, 창조의 천사로 불리는 힉스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LHC에서 반대 방향으로 양성자 다발을 쏜 뒤 서로 부딪치도록 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아주 작은 양성자가 정확하게 부딪치게 하는 작업은 흔히 야구장에서 두 명의 선수가 공을 던져 한가운데서 맞부딪치게 하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확률이 낮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양성자 다발을 만들어 끊임없이 가속시켰다. 현재 LHC에서는 1초에 4000만번의 양성자 다발 충돌이 일어나고 그중 10억번 정도가 양성자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비켜 나가는 것을 제외한 실제 충돌은 10만번, 이 가운데 검출기에 찍힐 정도로 강한 충돌은 1초에 100~150번에 불과하다. CERN 한국 대변인인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힉스 검출에 활용되는 자료는 그나마 이 중 1장 정도나 건지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물리학 새로운 갈림길에 서다 당초 CERN은 새 입자의 발견을 연말쯤에나 확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4월 LHC의 출력을 대폭 높여 재가동하면서 양성자 충돌이 급작스럽게 많아졌고 그 결과 연말까지 얻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데이터양이 불과 3개월 만에 모였다. 이에 따라 힉스를 추적해 온 CMS와 ATLAS팀 모두 새로운 입자의 발견을 확신할 수 있었다. 새로운 입자의 발견은 현대물리학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의미다. 우선 연말쯤이면 이 입자가 힉스인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양성자 100배 이상의 질량을 갖는 힉스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아주 잠깐 동안만 존재해 직접적인 관찰이나 검출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힉스가 붕괴하면서 생기는 입자들의 비율을 이론적으로 예측해 놓았다. 새 입자를 더 많이 만들어서 그 결과로 나타나는 입자들의 통계를 살펴보면 힉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화성인을 찾고 있는데 현재는 외계인이라는 것이 확실한 존재를 발견한 수준”이라면서 “이 외계인이 화성인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몰랐던 전혀 새로운 외계인인지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11월까지 실험하면 현재의 3배 정도 되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그 정도 데이터면 힉스인지를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발견한 입자가 힉스가 맞다면 표준 모형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고 이는 곧 현대물리학의 완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우주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되거나 존재하는 이유를 물리학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대신 1950년대 이후 꾸준한 연구가 이뤄진 초끈이론, 초대칭이론 등을 주장해 온 이론물리학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반면 힉스가 아닌 새로운 존재라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표준 모형에서 예측되지 않은 새로운 입자가 있다는 것은 인류가 모르는 또 다른 힘과 원칙이 있다는 뜻이다. 물리학자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성이론이나 뉴턴의 법칙이 완벽하게 잘못됐다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새로운 입자의 질량 125GeV(기가전자볼트)가 톱쿼크(178GeV)보다 낮다는 점 때문에 힉스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학계, 이미 힉스 이후 준비 물리학계는 이미 LHC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힉스의 존재가 입증되면 수십 대에 이르는 초거대 선형가속기를 건설해 힉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힉스를 대량으로 생산, 연구하면 물질의 구성이나 붕괴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 한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선형가속기 유치전도 치열하다. CERN은 물론 미국, 일본, 독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형가속기 건설에는 2조원 정도가 들지만 얻어지는 과학적 결과물은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힉스 추정 입자 발견] 힉스에 얽힌 에피소드들

    1960년대에 확립된 표준 모형의 마지막 퍼즐인 힉스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에피소드를 낳았다. 힉스가 ‘신의 입자’로 불리게 된 것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언 레이더먼이 1993년에 ‘신의 입자’라는 책을 쓴 것이 계기가 됐다. 원래 레이더먼이 쓴 책의 제목은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였다. 영국 정부는 힉스를 찾기 위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제안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힉스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과학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대회까지 열었다. 힉스의 발견은 곧 노벨상 수상을 의미한다. 나머지 16개의 입자를 발견한 과학자 대부분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힉스라는 이름을 제공한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교수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힉스 교수는 1964년 새로운 입자의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4~5명의 과학자가 같은 내용의 논문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한국계 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가 있다. 당시 미 페르미연구소 연구부장이던 이 박사가 이름이 없던 이 입자를 처음 힉스라고 명명했다. LHC에서 힉스를 추적하고 있는 과학자는 41개국 3275명이다. 기술자도 790명에 이른다. 따라서 연말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관련 논문 역시 저자가 2000명 이상인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CERN이 내놓은 보도자료 중에는 한국어판도 있다. 공동 연구에 참여한 한국 연구진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게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의 설명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CERN “힉스 추정 입자 발견”… 물리학 새 역사

    CERN “힉스 추정 입자 발견”… 물리학 새 역사

    “유레카(알아냈다)!” 과학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인류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17번째 입자를 발견했다. 전 세계 41개국 3275명 과학자들의 2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이 입자가 우주 만물에 성질과 질량을 부여한 신(神)의 입자 ‘힉스’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힉스로 판명되든 아니든 물리학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게 됐다. ●“125GeV 대역서 찾아내… 추가 검증 필요” 롤프 디터 호이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선) 소장은 4일(현지시간) 스위스 CERN 본부에서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힉스를 추적해 온 CMS팀과 ATLAS팀이 125~126GeV(기가전자볼트) 대역에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입자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CMS와 ATLAS는 복합 대규모 검출기 종류다. 125GeV는 이 입자가 양성자 125배의 질량을 갖는 거대한 입자임을 의미한다. 호이어 소장은 “우리가 20년 동안 찾아 헤맨 힉스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지금껏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일 수도 있는 만큼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 물리학은 우주 만물을 ‘표준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모든 물질이 기본 입자 6쌍과 힘을 매개하는 입자 4개 등 총 16개로 구성돼 있다는 이론이다. 1995년 미국 페르미연구소가 톱쿼크를 발견하면서 16번째 입자까지 모든 존재를 입증했다. 그러나 이들 입자가 어떻게 각기 다른 성질과 질량을 갖게 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1960년대부터 ‘힉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후 50년간 줄곧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애써 왔던 물리학계에서는 ‘17번째 입자=힉스’라고 규정했다. ●50년간 실체 확인 애써… 만물에 질량 부여 ‘신의 입자’? CMS와 ATLAS팀은 이날 새로운 입자의 존재 확률을 5.1시그마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확률상 99.99994% 이상으로, 300만번의 실험에서 한 번 정도 오류가 발생하는 수준을 일컫는다. CMS팀에 참여해 온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학적인 의미로 ‘가능성이 높다’가 아닌 ‘발견’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질량이 큰 힉스는 아주 짧은 시간만 존재하기 때문에 관찰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힉스가 붕괴하면서 생기는 특징들을 모아 힉스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힉스로 입증되면 표준 모형은 완벽한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신 초끈이론, 초대칭이론 등 표준 모형의 오류나 맹점을 지적해 온 이론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CERN은 올가을쯤 논문 작성을 시작해 연말쯤 최종 결론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힉스 추정 입자 발견] “뉴턴 이후 400년 만의 쾌거”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소립자를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4일 전 세계 물리학계가 “400년 만의 쾌거”라며 환호했다. 미국 미시간센터 소장인 이론물리학자 고든 케인은 “힉스 입자 확인은 아이작 뉴턴 이후 4세기 만에 이룬 과학과 인류의 경이로운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의 물리학자인 마틴 아처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우주의 원초적 본질에 대해 마지막 남은 부분을 찾아낸 것”이라며 “힉스 입자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우주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우주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만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영국 서리대 이론물리학자인 짐 알할릴리는 “힉스 입자 발견은 ‘숫자 게임’”이라고 말한 대로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의 500조번 이상의 실험과 힉스 입자 존재도 숫자로 이야기했다. 힉스 입자 존재를 규명함으로써 실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물리학자들은 응용 가능한 분야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인류가 힉스 입자를 통제할 수 있으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긍정론과 실용적 용도를 의문시하는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핵에 대한 연구가 핵의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 개발이라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예가 있다. 힉스 입자 발견으로 인류는 우주 구성물질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에 접근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뉴욕시티 칼리지 물리학자 미치오 가쿠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빛의 속도에 버금가는 반물질 추진체를 만들어 영화 ‘스타 트렉’에서처럼 행성 간의 우주 여행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인도는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했다. 힉스 입자를 구상하는 데 기여한 인도의 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나드 보스가 거의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힉스 입자로 불리는 ‘힉스 보손’이 보스의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힉스 존재확률 99.99994%”…4일 현대물리학 운명의 날

     현대 물리학 ‘운명의 날’이 밝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물리학자들이 추적해 온 ‘신의 입자’ 힉스의 존재 여부가 4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고에너지학회에서 발표되기 때문이다.<서울신문 6월 25일자 6면> 힉스 입자를 찾았다는 승리의 선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이 드디어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힉스 검출 실험을 진행해 온 ATLAS와 CMS팀이 학회 첫날인 4일 각각의 연구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사전에 공지했다. 4일 오후에 힉스 존재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 표명이 예상된다.  물리학계와 주요 외신들은 CERN이 힉스 입자 존재 가능성에 대해 ‘확실’ 또는 ‘거의 확실하다.’고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처는 “CERN 핵심 관계자가 ‘우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발견을 했다’고 말했다.”면서 “ATLAS와 CMS가 추산한 힉스 존재 가능성이 4.5~5시그마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5시그마는 힉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99.99994%에 이른다는 뜻이며, 500만번에 한번 정도 오류가 발생하는 확률이다. 5시그마는 일반적으로 실험을 통한 과학적 발견이 공인받는 데 필요한 최소 요건으로, 이를 충족하면 곧 힉스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일 미국 페르미연구소가 지난해 가동을 멈춘 초대형 가속기 테바트론의 10년간 운영 데이터를 종합해 발표한 힉스 입자 존재 확률인 99.82%를 크게 뛰어넘는 쾌거다. 네이처는 “CERN의 ATLAS팀이 지난주 125Gev(기가전자볼트) 영역에서 힉스로 확실시되는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힉스의 질량이 양성자의 125배 정도 된다는 뜻으로, 지난해 CERN이 발표한 115~127Gev 영역 내에 있으며, 힉스의 질량이 매우 클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려온 CERN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CERN 대변인인 제임스 길리스는 “이번 학회에서 힉스와 관련된 내용이 발표되겠지만, LHC가 여전히 가동 중인 만큼 학문적인 차원의 최종 결론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CERN의 힉스 발견이 미국이 주도해 온 거대과학의 구도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학·정보기술 전문 와이어드는 “미국이 10년 넘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찾지 못한 힉스 존재 확인의 영예를 유럽이 수행하는 것은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힉스입자는 현대물리학은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1960년대부터 ‘표준모형’으로 답해 왔다. 모든 물질은 6쌍의 구성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4개의 매개입자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16개 입자는 이미 실험을 통해 검출됐지만, 각 입자의 성질과 질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1964년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는 “137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빅뱅’ 직후 이들 입자들에 질량과 성질을 부여한 또 다른 무거운 입자가 있었다.”는 가설을 제시했고, 고 이휘소 박사가 그의 이름을 따 ‘힉스’로 명명했다. ‘신의 입자’ ‘창조의 천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힉스가 발견되면 최종적으로 표준모형은 17개의 입자로 완성되지만, 힉스가 없는 것으로 입증되면 물리학계는 새로운 이론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신의 입자’ 힉스 존재여부 새달 4일 진실 밝혀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한 신의 입자 ‘힉스’를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진행해 온 ‘사상 최대의 실험’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다음 달 4일이면 현대 물리학의 근본을 이루는 ‘표준 모형’의 마지막 퍼즐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힉스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 기존 물리학 이론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검출 실험결과 발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힉스 규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거대 강입자가속기(LHC)에서 힉스 검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ATLAS와 CMS팀이 최근 몇 달간의 실험에서 결과물을 얻어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 달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 고에너지학회에서 관련 내용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CERN은 관계자들에게 실험과 관련된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이 관계자는 “최근 OPERA팀이 진행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발표가 실험 오류로 밝혀지면서 CERN이 외부와의 의사소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ERN도 2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다음 달 학회에서 힉스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힉스는 137억년 전으로 추정되는 ‘빅뱅’ 발생 직후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6쌍의 구성 입자와 힘을 전달하는 4개 매개 입자들에 각각의 질량과 성질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져 ‘신의 입자’, ‘창조의 천사’ 등으로 불린다. 1964년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가 존재를 처음 주장한 점에 착안, 고 이휘소 박사가 힉스로 이름 지었으며, 현대 물리학의 토대를 이루는 ‘표준모형’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2008년 50억 달러를 들여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LHC를 세워 힉스를 찾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존재 않을 땐 기존 물리학 이론 전면 재검토돼야 CERN은 지난해 12월 CMS와 ATLAS팀의 결과 발표를 통해 “힉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에너지 영역 중 122~127GeV(기가전자볼트)를 제외한 모든 영역을 검토했으며, 마지막 영역에 힉스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2012년 상반기 추가실험을 통해 힉스의 존재 유무를 결론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CERN은 4월 초부터 LHC의 충돌에너지를 기존의 7TeV(테라전자볼트)에서 8Tev로 높여 실험을 진행해 왔다. 충돌에너지가 커지면 힉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 달 고에너지학회에서 CERN은 이 에너지 구간에 힉스가 있는지에 대한 결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구간에 힉스가 없다면 물리학자들의 모든 예상이 빗나가는 것으로, 물리학계는 기존 이론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AFP통신 등 외신들도 CERN의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번이 사실상 힉스와 관련된 마지막 발표가 될 것”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큰 물리학적 성과가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가디언은 “CERN은 마치 루머 공장과 같다.”면서 “정확한 결과물이 아니고 또 다른 가능성을 내놓을 경우 CERN은 철저히 외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노벨상의 산실’ 가속기 해외 현황·성과

    ‘노벨상의 산실’ 가속기 해외 현황·성과

    가속기는 지금까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101명의 학자 가운데 20%가 넘는 23명의 수상자를 탄생시켰다. ‘노벨상의 산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양성자, 전자, 이온 등의 전기를 띤 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을 사용해 초속 30만㎞에 이르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높여 충돌시키는 장비인 가속기는 원자핵이나 소립자 같은 입자의 내부 구조를 밝히고 입자를 가속해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통해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을 규명하는 데 쓰인다. 가속시키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전자(방사광)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및 ‘양성자 가속기’로 구분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텍 내의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방사광가속기를 가동 중이며, 경주에는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를 설치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7년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설 예정인 중이온 가속기는 양성자보다 무거운 입자를 가속시켜 주기율표에 이름을 올릴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지름 8㎞, 둘레 27㎞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다. ‘인류 최대의 과학실험’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약 95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LHC의 임무는 우주 탄생의 기원을 밝혀줄 ‘신의 입자’ 힉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물질이 질량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힉스는 138억년 전 빅뱅 때 만들어졌다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입자들에 각기 다른 질량과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힉스를 찾아내면 우주의 기원과 현상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이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CERN은 LHC를 통해 빅뱅 직후의 우주 모습을 초미니로 재현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CERN은 올해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데이터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가능성을 99.9999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2011 5개 키워드로 본 ‘올해의 과학’

    2011 5개 키워드로 본 ‘올해의 과학’

    2011년이 저물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이 앞다퉈 ‘올해의 사건’, ‘올해의 사진’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과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수천년을 이어온 과학의 역사에서 고작 1년은 뚜렷한 변화를 느끼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2011년은 여러 가지로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 유난히 많았다. 꼭 기억해 둬야 할 ‘2011년 올해의 과학’을 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올해의 말 스티븐 호킹 “천국은 동화다” 과학자가 ‘연구’가 아닌 ‘발언’으로 주목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누구의 말이냐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기도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지난 5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오랜 믿음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사후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동화일 뿐”이라고 말이다. 호킹 교수가 ‘무신론’을 주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 호킹 교수는 “마지막 순간 뇌가 깜빡거림을 멈추고 나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면서 “뇌는 부속품이 고장나면 멈추는 컴퓨터이며, 고장난 컴퓨터를 위해 마련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호킹 교수는 ‘과학’이라고 선언했다. “과학은 우주가 무에서 창조됐다는 것을 설명하며, 우주는 과학에 의해 지배받는다.”는 것이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과학자의 결론이다. 2. 올해의 사건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공포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쓰나미로 이어졌을 때 모두들 범람하는 바다와 쓸려가는 집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곧이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자연과 과학이 합작한 최악의 사고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지진으로 인한 발전소 설비의 손실과 비상 전원의 단절은 냉각시스템을 마비시켰고, 이는 노심 융해와 방사능 유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원전 주변 20㎞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일본 전역은 아직까지 방사능 유출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기로 누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37경 베크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는 원전 사고 최고등급인 7등급에 해당한다. 사고 당시와 이후 수습과정을 통틀어 최소한 840명의 원전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실종 상태다. 3. 올해의 실험 아직끝나지 않은 ‘힉스 찾기’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주요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힉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주 탄생의 기원을 찾겠다는 과학자들의 오랜 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 투입된 예산은 100억 달러.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실험’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관심이었다. CERN은 지난 13일 공개세미나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의 궁금증에 답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한 ‘신의 입자’ 힉스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채웠다. CERN은 125기가전자볼트(Gev) 영역에서 힉스 입자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일부 나왔지만 확신까지는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확률은 99.5~99.7% 수준. CERN는 내년 실험이 진행되면 가능성이 99.9999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 올해의 논란 아인슈타인의 진리는 틀렸나 과학사에 2011년이 기록된다면, ‘물리학의 신’으로 추앙받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도전의 원년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CERN은 지난 9월 “빛보다 빠른 소립자,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물리학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 확실하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이후, 빛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우주의 모양이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OPERA로 불리는 실험에서 물리학자들은 CERN의 입자가속기에서 나온 중성미자의 빔을 땅속을 통해 730㎞ 떨어진 그란사소 실험실로 쏘는 작업을 1만 6000번 반복했다. 그 결과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실험 당사자들조차 믿지 못한 결과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다. CERN은 물론 미 페르미연구소도 검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5. 올해의 해프닝 영전에 바친 노벨상 매년 10월이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끄는 스웨덴 노벨위원회 구성원들은 아마 올해 과학계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 사람들로 뽑혀도 불만이 없을 것 같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랠프 스타인먼 미 록펠러대 교수를 선정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록펠러대는 스타인먼 교수가 췌장암으로 며칠 전에 숨졌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1974년 노벨위원회는 이전까지 관례적으로만 내려오던 ‘생존 인물만 수상자로 뽑는다.’는 규정을 공식화했다. 스스로 정한 규정을 어긴 셈이다. 결국 위원회는 “그가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해 애석할 뿐, 선택을 바꾸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올해 유독 갈팡질팡했다. 올해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솔 펄머터 캘리포니아버클리대 교수는 수상소식을 스웨덴의 기자에게 전해들었다. 두 사건 모두 업적을 평가하는 데 지나치게 골몰한 때문인지, 수상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노벨위원회의 거만이 만들어 낸 해프닝으로 한동안 회자될 전망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이청호 해양경찰 피살 ‘격앙’ 박태준 명예회장 별세 ‘애도’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이청호 해양경찰 피살 ‘격앙’ 박태준 명예회장 별세 ‘애도’

    지난주 검색어 1, 2위는 안타까운 소식이 차지했다. 중국인 선원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한 해양특공대원 이청호(41) 경장과 지병인 폐 질환이 악화돼 세상을 뜬 박태준(84) 포스코 명예회장의 죽음에 많은 네티즌들이 애도를 표했다. 이 경장은 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중이었다. “성공하지 못하면 (포항 오른쪽에 있는)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우향우 정신’으로 세계 1위의 제철소를 일궈낸 박 회장은 폐에서 석면이 검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10·26 재보궐 선거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공격당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과 경남 진주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소식(3위)도 네티즌의 큰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해킹 공격을 주도한 공모씨(최 의원 전 비서)와 최 의원의 연루 여부를 캐고 있다.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강용석 국회의원(무소속)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한국 특공대원 죽음에 관한 중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소식은 4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인터넷 라디오방송 ‘나는 꼼수다’에 대해 “경박하다.”고 비판했다. 5위.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그동안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힉스 입자’의 실존 가능성을 발견한 소식(6위)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나돌던 정대현 SK 와이번스 투수가 롯데 자이언츠와 총 36억원에 계약한 소식(8위)도 인터넷을 달궜다. 가수 이효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위안부 할머니를 생각하자는 글을 올린 데 대해 한 남성이 “한국이 힘이 없고 무능해서 당한 걸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네.”라고 비난한 일(7위)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가수 알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도 성범죄 피해자라고 털어놓은 일(9위)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알리는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아픔을 겪은 나영이를 위로하기 위해 자작곡 ‘나영이’를 만들었으나 오해와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 같은 사실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2002년 작고)가 한국인이라고 홈페이지에 공식 명기한 소식은 10위에 올랐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神의 입자 ‘힉스’ 흔적 발견… 비밀의 門 99.9% 다가갔다

    神의 입자 ‘힉스’ 흔적 발견… 비밀의 門 99.9% 다가갔다

    인류가 137억년 전 우주탄생의 신비에 99.9%까지 다가섰다. 늦어도 내년 여름에는 결말을 보게 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개세미나를 갖고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양성자 충돌실험을 반복한 결과 힉스 입자(Higgs boson)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롤프 디터 호이어 CERN 소장은 “그러나 아직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를 확실하게 얘기할 수는 없으며, 추가실험을 통해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LHC에 설치된 4대의 검출기 중 2개인 CMS와 ATLAS를 연구하는 두 팀의 연구성과가 각각 발표된 후 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MS팀은 128Gev(기가전자볼트) 대역에서 힉스 입자가 존재할 확률을 2~3시그마(95~99.7%), ATLAS팀은 126Gev 대역에서 2.3시그마(96%)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확률은 과학적 발견으로 인정받기에는 미흡하다. CERN은 목표 확률을 5시그마(99.99994%)로 잡고 있으며, 170만번에 한 번 정도 틀리는 수준이다. 로이터는 “과학적 발견은 수백만 개의 사과가 예외없이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중력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그중 하나라도 땅으로 떨어지지 않거나 보지 못했다면, 과학적 발견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0.3~5% 포인트를 채우기 위한 실험에서 지금까지의 결과를 모두 부정하는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원리가 다른 CMS와 ATLAS에서 비슷한 수치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ERN은 “내년 여름 무렵에는 존재 여부가 확실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의 발견은 최소한 지난 100년간 최대의 과학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힉스 입자는 137억년 전 빅뱅 직후 1000만분의1초 동안만 존재했으며, 힉스 입자 연구는 곧 우주 탄생 직후 ‘찰나’의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특히 힉스 입자는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입자들에 각기 다른 질량과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신의 입자’ ‘창조의 천사’ ‘우주를 만든 벽돌’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힉스 입자가 발견되면 우주 만물의 분류표인 ‘표준모형’이 옳다는 점이 입증된다. 나아가 힉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이론적으로는 물질 창조나 변환에 접근할 수도 있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설명 대신 우주 창조를 과학으로만 설명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LHC에만 100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됐다. 하지만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학자들은 물리학 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묻힐 뻔했던 ‘힉스’… 故 이휘소박사 명명 후 주목

    묻힐 뻔했던 ‘힉스’… 故 이휘소박사 명명 후 주목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 여부가 전 세계 과학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힉스 입자를 명명한 한국인 이론물리학자 고 이휘소(1935~77) 박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에 미친 그의 연구 업적을 감안할 때 이 박사가 생존해 있었다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당연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13일 물리학계에 따르면 이 박사는 1967년 미국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물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힉스 교수는 1964년 ‘모든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무거운 입자가 있었다.’는 이론을 발표했지만 너무 획기적인 이론이었던 데다 학계에서 명성이 높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박사는 1972년 미 국립가속기연구소(페르미연구소) 연구부장 시절 국제 고에너지 물리학 국제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자연계가 질량을 갖게 한 근본적인 입자가 있으며, 그 질량은 양성자의 110배에 이른다.”는 추정치까지 내놓았다. 당시 논문에서 이 박사는 이 미지의 입자를 ‘힉스 입자’라고 칭했고, 이후 모든 물리학자들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 박사가 국제적으로 갖고 있던 명성과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해 “당시 적어도 5~6명의 이론물리학자들이 힉스에 앞서 같은 이론을 내놓았지만, 이휘소 박사의 발표가 명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당시 이 박사는 현대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표준모형’의 초기 모델인 ‘게이지 이론’을 완성했고, 모델의 주요 구성요소인 참(Charm) 쿼크의 존재를 예측하며 전 세계 최고의 이론물리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42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 박사는 무려 140여편을 논문을 발표했고, 이들 논문은 1만회 이상 인용됐다. 이 박사의 연구들은 추후 실험물리학을 통해 잇따라 검증되며 노벨상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글래쇼·와인버그·살람은 1979년, 트후프트·벨트만은 1999년, 그로쓰·월첵·폴리터는 2004년 각각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생존해있는 피터 힉스 역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힉스 입자 존재 입증에 성공할 경우 노벨물리학상 수상이 확실시 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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