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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틀러가 마지막까지 쓴 ‘죽음의 전화기’ 경매

    히틀러가 마지막까지 쓴 ‘죽음의 전화기’ 경매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죽음을 담은 물건 하나가 경매에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세계 2차대전 때 사용된 적색 전화기 한 대가 조만간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평범한 전화기에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유는 바로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마지막까지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기에 얽힌 끔찍한 사연은 지난 1945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히틀러는 총통의 벙커(Fuhrerbunker)라 불리는 비밀 지하벙커에서 역사적인 총성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벙커로 소련군이 조사에 들어갔고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 바로 이 전화기다. 히틀러의 이름과 나치의 휘장이 새겨진 이 전화기를 통해 히틀러는 수백 만명의 유태인 학살과 각종 전투를 지시했다. 이 전화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종전 후 소련군이 비밀벙커를 조사하던 당시 서방에서는 영국군 준장인 랄프 레이너가 연락책으로 투입됐다. 조사가 끝난 후 레이너 준장은 소련군으로부터 이 전화기를 선물받았고 그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개인적으로 보관해 왔다.   이후 레이너 준장은 1977년 사망했고 전화기는 그의 아들인 라눌프가 물려받았다. 라눌프(82)는 "생전의 아버지는 히틀러의 영광과 패배가 담긴 사악한 이 전화기를 보려 하지 않았다"면서 "언젠가는 역사적인 중요한 물건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경매 낙찰자가 이 전화기를 일반에 전시하기 바란다"면서 "결코 잊어서는 안될 역사적인 교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매는 이달 18일~19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진행되며 예상 낙찰가는 우리 돈으로 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그날, 히틀러를 살린 건 안개였다

    그날, 히틀러를 살린 건 안개였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강희진 옮김/제3의공간/344쪽/1만 5000원인류 최초의 낙원은 ‘에덴동산’이다. 과학자들은 혹독했던 빙하기가 끝나고 기원전 5000년 온난 다습했던 ‘최고의 기후’를 경험한 인류의 기억이 에덴동산이라는 ‘낙원 신화’로 남게 됐다고 추정한다. 날씨와 기후는 인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이다. 궂은 날씨 때문에 일정을 바꾸는 사소한 변화부터 기근, 가뭄, 장마와 혹한 등 대규모 변화는 인류사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는 기원전 200년 로마 제국부터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가뭄까지 지난 2000년 이상 주요 국가적·문명사적 사건마다 작동해 온 ‘그날’의 날씨를 역사에 대입해 풀어낸 책이다. 독일의 의사이자 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장기적 현상 변화인 ‘기후’를 통해 문명의 흥망성쇠를 고찰하고, 단기적 기상 조건인 ‘날씨’의 변화무쌍함을 통해 전쟁의 승패와 역사 속 인물의 부침을 읽어 낸다. 저자의 시선을 좇다 보면 오늘의 날씨가 내일의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로마제국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제국의 번영 이유를 “비옥한 토지와 하늘”이라고 기술했다. 제국의 전성기였던 1~2세기의 날씨는 온화하고 쾌적했다. 이른바 ‘로마 온난기’다. 수도 로마뿐 아니라 정복 전쟁으로 확보한 유럽 대부분 지역의 기후는 5대 현제 시절이 끝날 때까지 약 300년 동안 포근했다. 정치는 안정됐고, 식량 소출량은 제국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 로마제국의 쇠퇴는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250년쯤의 혹한기와 정확히 겹친다. 제국의 땅은 쟁기를 댈 수 없을 만큼 얼어붙었고, 정치·경제적 위기가 제국을 무너트렸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마야 문명, 그린란드의 바이킹족 문명도 기후변화로 사라진 문명들이다. 저자는 “지난 1만 2000년 동안의 기후사를 되돌아보면 온난기에는 사회와 문화가 발전하지만 한랭기(소빙하기)에는 사회적 불안과 위기가 점철됐다”고 말한다. 날씨는 독재자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다. 1939년 11월 8일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 뮌헨의 대형 맥주홀에서 연설하기로 했다. 그날 밤 비행기를 타고 베를린에 돌아가려던 히틀러는 안개 예보가 뜨자 기차 탑승으로 일정을 바꿨다. 열차 출발 시간인 오후 9시 30분에 맞추기 위해 9시 7분 연설을 끝낸 히틀러는 서둘러 맥주홀을 떠났다. 그리고 13분 후 목공인 게오르크 엘저가 히틀러의 원래 일정에 맞춰 설치했던 폭탄이 터졌다. 몇 분 전까지 히틀러가 서 있었던 연단은 초토화됐다. 그날 뮌헨에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대표되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책은 극심한 가뭄과 지름 40㎝의 우박세례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빵값 폭등’이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혁명의 배후를 들춰내기도 하고, 1281년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에서 시작된 가미카제(神風) 신화의 기원, 중세 소빙하기와 마녀사냥의 연관성 등 풍성한 얘깃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적 미래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 “지구상에는 이제 수많은 기후 대신 단 하나의 기후만 존재한다”면서 “우리는 지구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고 그 배는 손놓고 앉아만 있기에는 그다지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히틀러가 마지막 쓴 ‘죽음의 전화기’ 경매 나온다

    히틀러가 마지막 쓴 ‘죽음의 전화기’ 경매 나온다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죽음을 담은 물건 하나가 경매에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세계 2차대전 때 사용된 적색 전화기 한 대가 조만간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평범한 전화기에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유는 바로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마지막까지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기에 얽힌 끔찍한 사연은 지난 1945년 4월 30일 독일 베를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히틀러는 총통의 벙커(Fuhrerbunker)라 불리는 비밀 지하벙커에서 역사적인 총성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벙커로 소련군이 조사에 들어갔고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 바로 이 전화기다. 히틀러의 이름과 나치의 휘장이 새겨진 이 전화기를 통해 히틀러는 수백 만명의 유태인 학살과 각종 전투를 지시했다. 이 전화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종전 후 소련군이 비밀벙커를 조사하던 당시 서방에서는 영국군 준장인 랄프 레이너가 연락책으로 투입됐다. 조사가 끝난 후 레이너 준장은 소련군으로부터 이 전화기를 선물받았고 그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친 채 개인적으로 보관해 왔다.   이후 레이너 준장은 1977년 사망했고 전화기는 그의 아들인 라눌프가 물려받았다. 라눌프(82)는 "생전의 아버지는 히틀러의 영광과 패배가 담긴 사악한 이 전화기를 보려 하지 않았다"면서 "언젠가는 역사적인 중요한 물건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경매 낙찰자가 이 전화기를 일반에 전시하기 바란다"면서 "결코 잊어서는 안될 역사적인 교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매는 이달 18일~19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진행되며 예상 낙찰가는 우리 돈으로 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모바일픽!] ‘오늘 기분 안 좋아!’ 화난 듯한 동물 표정 화제

    [모바일픽!] ‘오늘 기분 안 좋아!’ 화난 듯한 동물 표정 화제

    우리는 인터넷에서 장난기 많은 강아지나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진 귀여운 고양이 사진 등을 보며 위안을 얻곤 한다. 그러나 우리를 미소짓게 만드는 동물들이 항상 행복하기만 할까? 최근 리투아니아 매체 ‘보어드 판다(Bored Panda)’가 편집한 사진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는 애완동물이 항상 주인을 향해 애정의 눈빛을 보내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화가 난 스핑크스 고양이부터 심술궂은 강아지, 얼굴 찡그린 부엉이와 폭력배같은 두꺼비, 히틀러 닮은 금붕어까지. 서로 다른 생김새처럼 표정도 다양하다. 사진모음은 동물들도 그저 우리처럼 아침에 일어나 세상만사에 짜증을 내거나 나쁜 날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가끔은 애완동물에게 주인의 다독임이 아닌 혼자서 열기를 식힐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뾰로통한 표정마저 몹시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말이다. 사진=보어드 판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지금의 포뮬러원 만든 에클스턴 “FOM 모든 직책 내려놓았다“

    지금의 포뮬러원 만든 에클스턴 “FOM 모든 직책 내려놓았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오늘을 만든 버니 에클스턴(86 영국)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 전 회장이 미국 미디어재벌 리버티 미디어의 80억달러(약 9조 3000억원) 인수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최고경영자(CEO) 직에서도 물러났다.    에클스턴은 40년 가까이 수행해 온 CEO에서 물러나며 명예회장을 맡아 이사회에 자문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지난해 9월 리버티 미디어가 인수 협상에 착수하면서 회장 역할을 해온 체이스 캐리(미국)가 CEO 직책까지 승계한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리버티 미디어는 이달 초 마지막 두 가지 규제 걸림돌을 해소한 데 이어 이날 협상이 마무리됐으며 FOM을 새 이름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독일 매체 ´오토, 모터 그리고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 잘렸다. 이건 오피셜이다.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 내 자리는 체이스 캐리가 대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 직책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놓은 뒤 전날 자신이 이번 주 안에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한 BBC 스포츠의 인터뷰 요청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에클스턴 전 회장은 조금 뒤 공식 성명을 내고 “지난 40년 넘게 내가 이룬 비즈니스와 내가 포뮬러원과 함께 이룬 모든 업적들이 자랑스럽다. 아울러 함께 작업해 온 프로모터들, 팀들, 스폰서들과 방송국들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회사가 리버티에 인수되며 그들이 F1의 미래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 매우 기쁘다. 아울러 체이스가 그의 역할을 잘 수행해 모터스포츠에 큰 혜택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리버티 미디어 인수 협상이 마무리된 뒤 미국 ESPN 임원이었던 션 브래치스가 F1의 코머셜 부문을 담당하며 메르세데스 팀 단장을 지내고 페라리 팀의 기술국장을 지낸 로스 브라운(62)이 스포츠와 기술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브라운은 마이클 슈마허가 베네통과 페라리 소속으로 일곱 차례나 세계챔피언에 오르고 2009년에는 자신의 팀을 만들어 젠슨 버튼과 함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로 옮겨서는 루이스 해밀턴과 니코 로스버크가 우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캐리 신임 회장은 미디어 재벌이며 21세기폭스 회장인 루퍼트 머독의 참모로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에클스턴 전 회장은 지금의 F1을 80억달러 규모로 키운 주역이다. 하지만 권위적으로 조직을 틀어 쥐고 경기 규칙도 멋대로 바꾸는 등 문제를 일으켜왔다. 아돌프 히틀러를 ”일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던 존재“로 칭송하거나 여성들을 ”가재도구“로 묘사하기도 했다. 인권 유린을 일삼는 바레인,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에서 F1 경기를 개최하게 허용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리버티는 인수 뒤 어떻게 F1을 변모시킬 것인지에 대해 공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자들은 에클스턴 회장 체제에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영역들,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 문호를 개방하는 방안, F1이 오랫동안 고전했던 미국에서의 흥행 열기를 지피는 것이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In&Out] 올바르지 못한 권력자와 상관의 지시/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In&Out] 올바르지 못한 권력자와 상관의 지시/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플라톤의 ‘국가’는 여러 제목으로 번역된다. 그리스어 ‘Πολιτε?α’에 주목하는 사람은 ‘정체’(政體), 라틴어 ‘De Re Publica’에 충실한 번역가는 ‘공화국’으로 번역한다. 책의 내용에 충실하게 의역하고자 한다면 ‘정의란 무엇인가’가 제일 어울린다. 이 제목보다 책의 내용을 더 압축할 수 있는 어휘를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흥미로운 건 올바른 사회로 나아가려 할 때 인간사회가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다. 권력자가 정의로우면 민중이 그렇지 못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법으로 처벌받고 교정되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지혜로운 통치자, 철인이 다스리기만 하면 이상향으로 가는 것은 쉽다. 그러나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가 올바르지 못한 명령을 남발할 때 어려워진다. 부하와 민초들은 현명하게 대처해 살아남아야 하고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마주친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신음하는 한국에도 플라톤이 했던 고민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어차피 권력자에게 정의로울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들과 통치자들, 그리고 그들이 휘두르는 올바르지 못한 지시에 대해 부하 혹은 민초에 머물러야 하는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자세와 방법이 문제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한결같이 윗선의 지시를 탓했다. 속으로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최순실과 결탁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부분은 상관의 지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논리다.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도 그것이 바르지 못할 때에는 명백히 본인의 책임이라는 공무원의 기본 수칙조차 이들은 망각한 듯하다. 2차 대전 때 히틀러의 명령을 따라 유대인 학살에 나섰던 수많은 공무원들이 ‘그것은 국가의 명령이자 상관의 지시였다’고 변명했으나, 예외 없이 사형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혔다. 상관의 명령은 도덕과 법에 부합할 때만 복종의 가치가 있다. 2015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권력이 줏대 없는 인간을 얼마나 한심한 꼭두각시로 만드는지 보여주었다. 대면 소통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며 뒤에 배석한 보좌진에게 물었다. 보좌진들은 일제히 아부성 웃음으로 대통령에게 맞장구를 쳤다. 한국이 민주화된 청렴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권력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회에 지금 국가공무원법 57조를 보완하려는 법률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공무원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 경우 복종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넣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법체계로도 위법한 명령에 복종해서는 안 되고, 처벌을 받는 게 원칙이다. 중요한 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들이 투명하게 드러날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모든 공무원이 개인의 이메일과 서신을 필요 시 제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고위 공직자에게 사적 이메일을 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정책의 투명성과 반부패를 위해서다. 우병우 사건을 보며 느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공무원을 불러 공직이나 비위에 관한 걸 조사할 수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에 관한 한 국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를 불러 정책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개인적 비위를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다. 5년 임기도 벅찬 대통령들에게 중임을 허락하는 개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투명한 질서를 세우는 게 긴요하다.
  • [최만진의 도시탐구] 국회의사당 건물을 폭파하자

    [최만진의 도시탐구] 국회의사당 건물을 폭파하자

    ‘웨스트민스터’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국회의사당은 그 나라 국민의 긍지와 자랑 그 자체다. 1860년쯤 화재로 소실된 웨스트민스터 궁전 자리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마치 하늘을 찌르는 것 같은 뾰족 지붕 형태를 가진 수려한 고딕 양식이다. 여기에는 빅벤으로 잘 알려진 시계탑과 빅토리아타워도 있어 더 눈길을 끌며 영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의회민주의의 탄생지이며, 토머스 모어나 찰스 1세의 사형 판결 등이 행해졌던 역사적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몰려들기는 헝가리의 국회의사당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에서 영감을 받아 1902년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혼합 양식으로 건립됐다. 이는 헝가리의 1000년 정주 역사를 기념하고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청산하며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표출하고자 하는 혼과 염원이 담긴 것이었다. 이를 위해 건축 재료와 공사 기술 그리고 인력을 오로지 헝가리의 것에만 의존했다. 오늘날에도 시민의 사랑을 담고 역사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낭만과 추억의 다뉴브 여행 최고 목적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독일의 국회의사당은 최고의 건축적 화두를 던져 준 것이라 말할 수 있는데, 원래 1894년에 지어진 독일 제2제국의 의사당을 통일 후에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이 건물의 방점은 지붕 중앙에 설치한 유리 돔이다. 이는 바로 아래에 있는 본회의장으로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 속에는 둥근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시민들이 도시를 전망하면서 건축적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여기에는 민주적 소통, 투명성, 시민의 감시와 참여 등의 심오한 건축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히틀러가 계획했던 제3제국 의사당은 괴물처럼 끔찍한 것이었다. ‘인민의 궁전’이라 불리던 이 건물은 히틀러가 제1제국으로 지칭한 로마신성제국 시대의 양식을 빌려온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중앙에 무려 300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둥근 지붕을 가진 것이다. 또한 사면은 수직으로 길게 뻗은 열주가 이 돔을 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중앙 돔은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영원한 세계와 권력을 상징한다. 돔을 에워싸고 있는 기둥은 이에 복종하는 신민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나치 정권이 독일 인민과 함께 전 세계를 무력으로 지배해야 한다는 팍스로마나의 정신을 합리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계획은 2차 대전의 종전으로 다행히 말소됐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1970년대에 대한민국의 땅에서 국회의사당으로 버젓이 태어나게 됐다. 어린 시절 서울로 여행 갔던 필자는 여의도에 짓고 있던 이 거대한 건축물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우리 의사당 건축에서는 민주, 소통, 경외감, 민족 자긍심 등의 언어를 찾아볼 수 없다. 집은 주인의 양식과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국민을 신민으로 삼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히틀러의 정신을 무의식적으로 계승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독일을 점령한 연합군은 나치를 영원히 추방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한 것은 나치 거점 도시였던 뉘른베르크의 전당대회장에 설치돼 있던 히틀러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단호하게 폭파한 것이다. 우리도 이제 어두운 독재 정신을 내포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건축을 추방하고 없애 버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유리처럼 투명하며, 맑고, 시민에게 친근하며, 민족정신과 미래를 담아내는 21세기의 새집을 하나 지어 봄이 어떨까?
  • [씨줄날줄] 가짜 뉴스와의 전쟁/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짜 뉴스와의 전쟁/최광숙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 인근 한 피자집에 한 남성이 들어가 총을 난사한 ‘피자 게이트’로 미국이 떠들썩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남성이 피자집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운영하는 아동 성매매 조직의 근거지’라는 ‘가짜 뉴스’(fake news)를 믿고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가짜 뉴스의 습격은 세계화와 정보화의 부작용 중 하나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후보 지지’, ‘클린턴 재단, 불법 무기 구입’,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돌프 히틀러의 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등 가짜 뉴스가 판쳤다. 엉터리 정보를 담은 가짜 뉴스의 문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를 진실로 믿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퍼 나르면서 진실 왜곡과 갈등 등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가짜 뉴스는 지난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백만 건의 기사가 유통되는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공격을 받았을 정도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기업이지 언론사는 아니다”라며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지만 가짜 뉴스 파문 이후 전통적인 언론사는 아니지만 새로운 종류의 언론사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언론사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가짜 뉴스 퇴출을 위해 이용자들로부터 가짜 뉴스로 의심되는 신고가 오면 이를 비영리 탐사 매체인 ‘코렉티브’로 전송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가짜 뉴스 걸러내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코렉티브의 사실 확인 작업을 거쳐 가짜 뉴스로 판명되면 해당 뉴스를 클릭할 때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음’이라는 경고창을 띄운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의 우선순위에서 제거된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을 통한 가짜 뉴스 유포에 비상이 걸린 독일도 가짜 뉴스 필터링 서비스를 도입했다. 러시아가 힐러리에 이어 4선 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의 당선을 막으려고 가짜 뉴스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독일 당국이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의 가짜 뉴스 1건당 50만 유로의 벌금을 물리거나 책임자는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의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가짜 뉴스 비상이 걸렸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을 인용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가 반나절 만에 가짜 뉴스를 인용한 것을 알고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가짜 북한 노동신문을 인용해 촛불집회의 종북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가짜 뉴스 유통을 막는 규제가 시급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 운명이 달린 골든타임 5년/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운명이 달린 골든타임 5년/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정유년 새해 아침은 왠지 무거웠다. 지난해 우리 모두가 해괴한 사건을 경험하며 허탈한 연말을 보냈고 그 불안한 기운은 여전히 먹구름처럼 새해를 덮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올해 앞당겨질지도 모르는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희망을 얘기하고 싶어 할 것이다. 백만 인파의 촛불 결기는 또 다른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애처로운 염원인 것 같다. 우리는 1987년 이래 매 5년마다 전임자에게 실망하고 새로운 지도자에게 희망을 거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런데 그 5년은 한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때로는 5년이나 10년도 안 되는 시간에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괴물 같은 독재 체제로 변하기도 한다.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당이 1933년 민주적 선거로 집권한 후 불과 수년 사이에 전혀 다른 파시스트 국가로 변했다. 일본의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가 1925년 치안유지법 제정으로 사실상 끝나고 군국주의 체제로 변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0월 유신이 선포되고 6년이 지난 1979년 가을 한국은 이미 전혀 다른 나라가 돼 있었다. 국제 질서는 어떨까. E H 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희망적인 이상주의가 불과 20년 만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으로 이르는 역사를 저서 ‘20년간의 위기’를 통해 이미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마찬가지로 25년 전 냉전이 끝났을 때 인류는 평화와 협력이라는 미래 희망을 썼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 5명이 바뀌는 동안 세계는 당초의 희망과는 달리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주의는 쇠퇴하고, 신자유주의의 탈을 쓴 이기적 적자생존의 시대로 변이했다. 지금 푸틴의 러시아는 과거 소련의 위상을 되찾고자 슬라브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시진핑의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 아베의 일본도 옛 일본제국의 향수를 고취한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곧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다. 몇 주 전 ‘이코노미스트’지는 표지 기사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신민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마초 근성의 강력한 지도자들이 민족주의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불행하게도 미·중·일·러,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이다. 특히 앞으로 5년간 중국과 일본의 정치 일정이 각자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올가을 개최되는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와 다음해 3월 인민대표자회의 후 시진핑의 권력은 더욱 강화되고, 이 시기 중국의 대외 정책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또한 오는 12월 난징(南京)학살 80주년, 2019년 5·4운동 100주년, 그리고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의 해인 2021년을 맞이하면서 항일투쟁의 역사가 새롭게 부각되고, 반일 민족주의와 중화중심주의는 한층 더 고조될 것이다. 한편 2018년은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150주년의 해다. 메이지유신은 일본의 우익사상과 배타적 민족주의의 원천이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월드컵은 후쿠자와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도 일본의 민족주의를 부추길 것이다. 이미 주요 언론이나 싱크탱크들은 주변 강대국들의 신민족주의가 경제, 정치, 안보, 문화 모든 분야에 파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역사 갈등, 미·중 간 대립 등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갈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추론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 5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그 5년이 되풀이되는 동안 우리 주변의 국제적 환경은 얼마나 변했는지에 관해서는 무관심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앞으로 5년간의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지금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년 후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까. 북한 핵 문제와 남북 관계, 트럼프 미국과의 한·미 동맹, 중국·일본과의 관계 설정 등 어느 한 가지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는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험악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까. 5년 후 우리의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올해야말로 희망을 또 한번 담아 본다.
  • 히틀러 트로츠키 티토 프로이드 스탈린이 함께 머물렀던 도시는?

    히틀러 트로츠키 티토 프로이드 스탈린이 함께 머물렀던 도시는?

    퀴즈 하나. 아돌프 히틀러와 레온 트로츠키, 요시프 티토, 지그문트 프로이드, 요시프 스탈린이 한 세기도 훨씬 전인 1913년 함께 머물렀던 도시는? 답은 오스트리아 빈. 영국 BBC 매거진은 우연의 일치치곤 기묘하게 한 도시에 삶의 궤적이 얽힌 다섯 인물의 빈 생활을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해 1월 스타브로스 파파도풀로스란 이름의 여권을 지닌 인물이 폴란드 크라쿠프를 떠난 기차에 몸을 싣고 빈의 노스터미널 역에 도착했다. 커다란 수염을 달고 있었으며 목재 여행가방을 든 채였다. 그가 만났던 한 남자는 몇년 뒤 “난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는데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웬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작고 땅딸막한 그는 회갈색 피부에 마마자국이 선명했다. 그의 눈에는 친근함 따위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 글을 쓴 이는 1907년부터 1914년까지 이 도시에 머무르며 러시아의 반체제 신문 프라우다를 발행했던 러시아 지성의 대표자 트로츠키였다. 그는 1907년부터 1914년까지 이 도시에 머무르며 니콜라이 부하린과 함께 ‘마르크시즘과 국가 문제’를 집필하고 있었다. 의문의 사나이는 태어날 때 이름이 Iosif Vissarionovich Dzhugashvili이며 친구들 사이에 Koba로 통했으며 지금은 요시프 스탈린으로 기억되는 인물이었다. 그해 1월 한달 동안 이 다섯 남자가 모두 빈 중심가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둘은 도망자 신세였으며 프로이드는 1860년대 빈에 이주해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이 도시를 떠났는데 당시는 베르가세란 곳에 살며 마음의 비밀을 연 남자로서 추앙받고 있었다. 나중에 유고슬라비아의 지도자 티토 장군으로 명성을 얻은 젊은 날의 Josip Broz는 빈 남쪽의 빈 노이슈타트에 있는 다임러 철강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며 좋은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제국 군대에 자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 북서부 출신으로 1908년부터 이 도시에서 살아 24세 나이에 화가의 꿈을 안고 비엔나 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싶었으나 두 차례나 낙방하고 다뉴브강 근처 멜더만스트라세의 저급 여인숙에 기거하던 히틀러가 있었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이 도시의 호프버그 궁전은 1848년 혁명 이후 즉위한 프란츠 요세프 황제가 노년을 보낸 곳이다. 황태자 프란츠 페르난디드 대공은 근처 벨베데레 궁전에 머무르며 왕위 계승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암살되면서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빈은 15개 나라 5000만명이 훨씬 넘는 인구를 거느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다. 이 도시에서만 17년 동안 살아왔고 오스트리아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발행되는 월간지 ‘비엔나 리뷰’의 수석 편집자인 다르디스 맥너미는 ”딱히 ‘용광로’가 할 수는 없겠지만 비엔나는 제국의 야망이 한데 모이는 일종의 문화적 잡탕(soup)이었다“며 ”200만 시민의 절반 이하만 원래 이곳에서 태어난 이들이고 4분의 1씩은 보헤미아(지금의 체코공화국 서부)와 모라비아(지금의 체코공화국 동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독일어와 체코어는 물론, 10여개 언어가 혼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스트리아-헝가리 군대는 독일어 외에도 11개 언어로 명령을 내려야 했고 국가는 그 수만큼 공식 번역본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 커피 하우스란 독특한 문화 현상이 출현했다. 물론 그 출발은 1683년 오스만 군대가 저유명한 터키 포위에 실패한 뒤 커피 종자를 빈에 들여온 것이었다. 해외정책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선임연구원이며 ‘1913-대전쟁 전의 세계를 찾아’의 저자인 찰스 에머슨은 ”카페 문화와 카페에서의 토론과 논쟁에 대한 언급들은 지금이나 그때나 빈 생활의 커다란 영역“이라며 ”빈의 지성 커뮤니티는 아주 작아서 모든 이들이 서로를 알았다.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것들이 오갔다“고 지적했다. 도망 중인 반체제 인물들에게는 빈의 이런 풍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에머슨은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도 아니었고, 아마도 약간은 느슨한 나라였다. 흥미로운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서도 유럽에서 안전하게 숨을 장소를 찾는다면 빈은 그러기에 딱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로츠키와 히틀러는 카페 센트럴에 자주 나타났는데 이곳에는 케이크, 신문, 체스와 무엇보다도 대화가 가능했다. 맥너미는 ”그 카페들을 중요한 장소로 만든 것들은 모든 이들이 간다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규율과 이해관계에 상관 없이 비옥한 사상의 토양이 만들어졌다. 나중에 서구 사상은 매우 엄격해졌는데 여긴 아주 물흐르듯 자유로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1867년 프란츠 황제가 시민권을 전면 보장하면서 학교와 대학 접근권이 보장돼 유대인 지성계와 새로운 자본가 계급의 에너지가 넘쳐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성 지배 사회였지만 상당수 여성도 혜택을 누렸다. 구스타프 말러가 1911년 세상을 떠난 뒤 미망인 알마도 작곡자 겸 뮤즈가 돼 예술가 오스카르 코코슈카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연인이 됐다. 빈은 음악과 호화 무도회와 왈츠의 상징이 됐지만 뒷모습은 암담해졌다.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이 슬럼가에 거주했고 거의 1500명이 한해 동안 자살했다. 히틀러가 트로츠키와 마주쳤는지, 티토가 스탈린과 만났는지 아는 이는 없다. 그러나 2007년 로렌스 마크스와 모리스 그랜이 만든 라디오 드라마 ‘프로이드가 히틀러를 진찰한다면’는 이런 만남을 상상해 만들어졌다. 이듬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함으로써 빈의 지성계는 와해됐다. 1918년 제국이 붕괴되면서 히틀러와 스탈린, 트로츠키와 티토는 영원히 세계사에 아로새겨질 각자의 행로에 접어들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65년 묵은 ‘폭스바겐 비틀’ 경매…가격은 얼마?

    오래 전 흔하게 다녔던 자동차도 시간이 지나면 귀하신 몸이 되는 것 같다. 최근 클래식카 경매업체인 알엠 소더비 측은 60년이 훌쩍 넘은 폭스바겐 차량이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매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차량은 지난 1952년 생산된 '폭스바겐 비틀'(Volkswagen Type 1 Beetle)이다. 우리에게도 '딱정벌레 차'로 잘 알려진 폭스바겐 비틀은 전세계적으로 2100만 대 이상이 팔려 단일 모델로는 최다 판매 기록을 가진 자동차다. 이 자동차는 지난 1952년 생산된 후 스웨덴으로 수출돼 스톨홀름에 사는 안톤 얀손이 2014년까지 소유했다. 그는 구매 후 11년 간 이 자동차를 운행한 후 50년 이상을 그대로 창고에 보관했다. 이 때문에 60년 이상 된 자동차 치고는 상태가 양호하며 총 주행거리도 7만 2000km에 불과하다. 알엠 소더비 측은 "이 자동차는 차체, 페인트칠, 엔진, 기어박스 등 모든 것이 오리지널 상태"라면서 "차량 뒷편에는 60여년 전 사용된 스키 홀더까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 낙찰가는 4만 5000~7만 파운드(6600만~1억원)"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 비틀은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관계가 깊다. 과거 히틀러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아우토반 건설과 국민차 개발에 나섰다. 이후 전쟁으로 이 구상은 흐지부지됐으나 전후 재건에 나선 독일정부의 노력으로 비틀이 재생산돼 현재 자동차 왕국의 기틀을 다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히틀러부터 당신까지 80년史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히틀러부터 당신까지 80년史

    매년 12월이 되면 세계 유수 매체들은 한 해를 결산하는 내용의 사건과 인물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중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이다. 그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는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지난 1927년 시작돼 긴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타임은 ‘분열된 미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제목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간 타임이 선정했던 올해의 인물 중 특기할 만한 주인공을 꼽아봤다. 첫 해의 인물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지난 1927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타임은 그 첫번째 주인공으로 미국 비행사인 찰스 린드버그를 꼽았다. 린드버그는 그해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뉴욕∼파리 간의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첫 미국인 아닌 올해의 인물 1930년 타임은 미국인이 아닌 첫번째 인물로 마하트마 간디를 올해의 인물 표지에 올렸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간디는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로 본명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다. 첫 여성 올해의 인물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는 여성이 극히 드물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역사상 네 번 째일 정도. 첫번째 주인공은 지난 1936년 에드워드 8세 영국 국왕의 왕위를 포기하게 만든 월리스 워필드 심프슨이었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인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에서 물러났다. 히틀러도 올해의 인물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지난 193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이는 올해의 인물이 반드시 세계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 영웅만 선정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구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전 서기장은 두차례(1939, 1942년)나 올해의 인물이 됐다.   올해의 인물왕 루즈벨트 한번도 선정되기 힘든 올해의 인물로 가장 많이 등극한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1932년을 시작으로 1934년, 1941년 각각 선정됐다. 사람이 아닌 올해의 인물 가끔씩 타임은 사람이 아닌 것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982년 선정한 컴퓨터로, 타임은 컴퓨터를 '올해의 기계'(Machine of the Year)로 이름 붙였다. 또한 1988년에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올해의 행성'(Planet of the Year)으로 올렸다.    특이한 올해의 인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만 올해의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국민들도 올해의 인물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타임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제목으로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보노를, 2011년에는 '시위자들', 2014년에는 에볼라 전사들을 올해의 인물로 올렸다. 그리고 '당신'도 올해의 인물로 오른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타임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자주 쓰는 단어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자주 쓰는 단어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단어의 사생활/제임스 W 페니베이커 지음/김아영 옮김/사이/384쪽/1만 7500원 #1. 닉슨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민주당 선거본부가 차려진 워터게이트 빌딩에 몰래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알려진 마지막 녹취록 공개 전까지 닉슨은 ‘나’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하지만 지위가 손상되고 무너지기 시작하자 ‘나’라는 단어를 급격히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2. 부시 대통령은 2001년 그 유명한 ‘9·11테러’ 이후 이라크와 사담 후세인 때문에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결국 2002년 여름 내내 비밀스럽게 이라크 침공 계획을 세워 추진했고 마침내 9월 말이 되자 이라크와의 전쟁에 돌입하기 위한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즈음부터 부시는 ‘나’라는 말을 급격히 적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구촌을 뒤흔든 역사적 사건에 맞닥뜨린 미국 대통령 두 사람의 수사를 들춘 대목이다. 일반인은 잘 모르고 있지만 말과 표현이 어떻게 행동 결과와 연관돼 있는지를 비교해 흥미롭다. 미국 텍사스대학 심리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바로 말·글과 사람의 연관성을 파고들어 눈길을 모은다. 사람들은 모두 말과 글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 지문’을 남긴다. 저자는 평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익숙한 명제에 천착해 ‘단어가 사람을 이해하는 열쇠’임을 새삼스럽게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쓰는 ‘작고 사소한’ 단어들에 주목한다. 전체 어휘에서 0.1%도 안 되는 기능어가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6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숨어 있는 단어’, 혹은 ‘쓸모없는 단어’로 불리는 기능어는 인칭 대명사나 지시 대명사, 접속사, 조사들을 말한다. “우리는 결혼하거나 투표하거나 직원을 채용하기 전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듣고 결정하지만 잘못 판단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이럴 때 대명사를 비롯한 숨어 있는 기능어들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 탐지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물, 대입 논술을 비롯해 제인 오스틴, 윌리엄 셰익스피어, 실비아 플라스의 문학작품, ‘대부’, ‘유브 갓 메일’, ‘블루 벨벳’ 등의 영화, 비틀스의 노래 가사, 정치인과 대통령의 말과 글…. 이런 것들을 분석해 기능어 사용에 담긴 인간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풀어내는 흐름이 독특하고 신선하다. 그 분석의 결과는 아주 재미있고, 보통의 인식과는 다른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를테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요’는 자신이 심리적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나’라는 단어를 적게 쓰고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여자들은 ‘따뜻한 우리’를, 남자들은 ‘거리감이 느껴지게 하는 우리’를 많이 사용한다. 정치인이 연설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건 잘못된 전략이다. 특히 책에선 실제의 사례들이 실감나게 소개된다. 9·11테러 이후로 블로거들은 ‘우리’라는 단어를 급격히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람들의 짐작과 달리 연설에서 ‘나’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 않았는데 이는 거만함이 아니라 자기 확신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한다. 특히 ‘나’라는 단어의 사용 감소는 위협을 실행하려는 사람들이 보내는 강력한 신호라는 대목이 도드라진다. 그런 신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전 트루먼 대통령의 언어,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 히틀러의 언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도자나 대통령의 ‘나’라는 단어의 현저한 감소는 결국 그가 전쟁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단어는 나를 보여 주는 ‘나의 광고판’이라는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매듭짓는다. “단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세상과 타인을, 더 중요하게는 자신을 보다 더 잘 알아 갈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타임지 ‘올해의 인물’…히틀러부터 당신까지 80년史

    매년 12월이 되면 세계 유수 매체들은 한 해를 결산하는 내용의 사건과 인물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중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이다. 그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는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지난 1927년 시작돼 긴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타임은 ‘분열된 미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제목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간 타임이 선정했던 올해의 인물 중 특기할 만한 주인공을 꼽아봤다. 첫 해의 인물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지난 1927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타임은 그 첫번째 주인공으로 미국 비행사인 찰스 린드버그를 꼽았다. 린드버그는 그해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뉴욕∼파리 간의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첫 미국인 아닌 올해의 인물 1930년 타임은 미국인이 아닌 첫번째 인물로 마하트마 간디를 올해의 인물 표지에 올렸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간디는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로 본명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다. 첫 여성 올해의 인물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는 여성이 극히 드물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역사상 네 번 째일 정도. 첫번째 주인공은 지난 1936년 에드워드 8세 영국 국왕의 왕위를 포기하게 만든 월리스 워필드 심프슨이었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인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에서 물러났다. 히틀러도 올해의 인물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지난 193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이는 올해의 인물이 반드시 세계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 영웅만 선정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구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전 서기장은 두차례(1939, 1942년)나 올해의 인물이 됐다.   올해의 인물왕 루즈벨트 한번도 선정되기 힘든 올해의 인물로 가장 많이 등극한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1932년을 시작으로 1934년, 1941년 각각 선정됐다. 사람이 아닌 올해의 인물 가끔씩 타임은 사람이 아닌 것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982년 선정한 컴퓨터로, 타임은 컴퓨터를 '올해의 기계'(Machine of the Year)로 이름 붙였다. 또한 1988년에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올해의 행성'(Planet of the Year)으로 올렸다.    특이한 올해의 인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만 올해의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국민들도 올해의 인물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타임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제목으로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보노를, 2011년에는 '시위자들', 2014년에는 에볼라 전사들을 올해의 인물로 올렸다. 그리고 '당신'도 올해의 인물로 오른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타임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타임지 ‘올해의 인물’…히틀러부터 당신까지 80년史

    매년 12월이 되면 세계 유수 매체들은 한 해를 결산하는 내용의 사건과 인물을 선정해 발표한다. 이중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이다. 그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을 꼽는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지난 1927년 시작돼 긴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타임은 ‘분열된 미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제목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간 타임이 선정했던 올해의 인물 중 특기할 만한 주인공을 꼽아봤다. 첫 해의 인물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지난 1927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타임은 그 첫번째 주인공으로 미국 비행사인 찰스 린드버그를 꼽았다. 린드버그는 그해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뉴욕∼파리 간의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첫 미국인 아닌 올해의 인물 1930년 타임은 미국인이 아닌 첫번째 인물로 마하트마 간디를 올해의 인물 표지에 올렸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간디는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로 본명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다. 첫 여성 올해의 인물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는 여성이 극히 드물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역사상 네 번 째일 정도. 첫번째 주인공은 지난 1936년 에드워드 8세 영국 국왕의 왕위를 포기하게 만든 월리스 워필드 심프슨이었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인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에서 물러났다. 히틀러도 올해의 인물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지난 193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이는 올해의 인물이 반드시 세계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 영웅만 선정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구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전 서기장은 두차례(1939, 1942년)나 올해의 인물이 됐다.   올해의 인물왕 루즈벨트 한번도 선정되기 힘든 올해의 인물로 가장 많이 등극한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1932년을 시작으로 1934년, 1941년 각각 선정됐다. 사람이 아닌 올해의 인물 가끔씩 타임은 사람이 아닌 것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982년 선정한 컴퓨터로, 타임은 컴퓨터를 '올해의 기계'(Machine of the Year)로 이름 붙였다. 또한 1988년에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올해의 행성'(Planet of the Year)으로 올렸다.    특이한 올해의 인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만 올해의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국민들도 올해의 인물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타임은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제목으로 빌 게이츠와 멜린다 게이츠, 보노를, 2011년에는 '시위자들', 2014년에는 에볼라 전사들을 올해의 인물로 올렸다. 그리고 '당신'도 올해의 인물로 오른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타임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당신(you)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비정상의 정상화, 권력의 꼼수를 엿보다

    비정상의 정상화, 권력의 꼼수를 엿보다

    정상 인간/김영선 지음/오월의봄/324쪽/1만 6000원 보편적이거나 당대의 기준과 준거 틀에서 일탈하지 않는 행태나 사고를 정상이라 부른다. 당연히 그 세상과 사회에 몸담아 무리 없이 사는 이들이 정상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상과 일탈의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를 자본·노동과 오락·레저·스포츠 같은 여가의 함수 관계로 풀어 흥미롭다. 역사 세력들이 어떻게 개인과 집단을 특정한 인간형으로 만들어왔는 지를 파헤치고 있다. 책의 요지는 명쾌하다. 정상과 비정상은 당대를 지배한 세력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구획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국가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지배세력이 사회와 구성원들을 제 입맛에 맞춰 살도록 ‘정상 인간’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는 프로젝트들을 만들어 시행해왔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가속화한 19세기 초반을 되돌아보자.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자본과 노동이 대립관계에 놓이면서 여가와 오락에 큰 변화가 몰아쳤다. 광장 주변이나 선술집 앞에서 흔하던 투견·투계 같은 동물싸움과 돼지오줌보를 사용한 축구인 몹 풋볼이 사라졌다. 공장에서 한창 노동해야 할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훼손하는 ‘문제적 여가’라 여긴 산업 자본이 동물 오락을 동물 학대로, 몹 풋볼을 유혈 스포츠라 낙인을 찍어 사회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다가 금기시되거나 매도당하는 정상의 비정상화 사례는 수두룩하다. 지금 일본 사회에서 훈도시 차림의 외출은 해괴망측하지만 에도시대엔 일상 의복습관이었다. 지금 대부분 금지되는 동물 대상의 오락들은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장날이면 늘상 볼 수 있었던 오락이자 의례행사였다. 법적 처벌의 대상인 길거리 권투도 장날 축제에서 상시적으로 열렸던 경기였다. 그런가 하면 대중들이 즐기던 압생트는 20세기 초반 ‘악마의 술’로 금지됐다가 지금은 다시 즐기게 된 비정상의 정상화 사례로 꼽힌다.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벌인 여가의 통제도 숱하다. 1900년대 초반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오락, 레저, 스포츠 프로그램이 충성심과 민족 정체성 고취의 도구로 쓰였음은 유명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콘서트, 헬스클럽, 합창 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독재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 우리도 5공화국 시절 반정부적 움직임이나 정치·사회적 이슈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썼던 스포츠 (Sports), 섹스 (Sex), 스크린 (Screen)의 3S 우민화 정책은 지금도 회자된다. 지금 시대에 ‘정상 인간’이란 시간 관리에 능숙한 자기계발의 주체쯤으로 인식된다.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뒤쳐지지 않으려 시간 관리와 자기 계발에 안간힘을 쏟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쳐난다. 저자는 이 역시 지배세력들의 힘 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산물이라 잘라 말한다. “한 톨의 자유시간도 경쟁력을 드높이는 연료로 쓰기 위해 국가와 자본이 시간 관리하는 인간형을 정상으로 만들고 자기계발이란 주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지론대로 저자가 맺는 말은 단호하다. “우리는 취향과 선호에 맞게 여가를 즐긴다 생각하지만 여가시간을 즐기는 이 모든 방법이 온전한 내 선택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일상에 뿌리 깊게 배어있는 노동 규범, 판단 기준의 당연함에 의문을 품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며 지금 전개되는 정상 인간 프로젝트의 비정상을 해체하자고 촉구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사탄의 자녀들아. 너희는 극도로 불쾌하고 더러운 민족이다. 악한 너희에게 심판의 날이 도래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정화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와 새너제이 등지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3곳에 이런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가 배달되자 300여만명에 달하는 미국 이슬람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앞서 19일에는 워싱턴 DC의 한 강연회에서 리처드 스펜서(38) 미국 국가정책연구소(NPI) 대표가 “미국은 과거 세대까지 백인의 나라였다”는 내용으로 연설해 논란이 일었다. 참석자 200여명은 오른손을 앞으로 치켜세우며 “트럼프 만세”(Hail Trump), 우리 국민 만세”(Hail our people)를 외치며 열광했다. ‘트럼프 만세’는 히틀러 만세(하일 히틀러·Hail Hitler)와 같은 나치 구호에 트럼프 당선자의 이름을 대입한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불거지자 “나는 이 같은 단체를 거부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8챈(8chan)에 올라온 유대인 비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데 활용한 전력도 있다. 문제의 사진은 유대인을 상징하는 육각형 별 안에 ‘역대 가장 부패한 후보’라는 글과 클린턴의 얼굴을 게재했고 뒤에는 달러가 배경으로 깔렸다. 이는 유대인이 돈, 부패와 연관돼 있다는 나치식 편견을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지속되자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트럼프 만세”나치 구호에 미국판 ‘일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구 사회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반(反)이슬람, 반(反)이민,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우익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스티브 배넌(62)이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내정되자 반(反)이민 국수주의를 내세운 ‘대안 우파’(알트 라이트·alternative right)가 주목받고 있다. 대안 우파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직후 보수 우파 철학자 폴 고트프리드가 미국에서 대안적인 우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시된 개념이다. 이는 워싱턴의 공화당 주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와 반(反)이슬람·반(反)유대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와 구별된다. 대표적인 대안 우파 활동가인 리처드 스펜서는 “흑인은 문명에 거의 아무런 이바지를 하지 않았다. 흑인 인종 학살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주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조지 홀리 앨라배마대학 교수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대안 우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 뚜렷한 형태가 없는 사상 집단이나 기본적 핵심 가치는 백인 민족주의”라며 “백인 중심의 정치로 이민자를 내쫓고 백인만의 미국만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대안 우파는 나치, KKK, 국가동맹과 같은 기존 백인 우월주의 집단과 달리 인터넷, SNS와 같은 디지털 통신 수단을 적극 활용해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있다면 미국의 극단적 청년은 8챈이나 4챈(4chan) 등의 사이트를 통해 유머나 카툰, 이미지를 유포하며 적개심을 표출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 열풍에 발맞춰 유럽에서도 유사한 우익 포퓰리즘과 ‘이슬람 혐오’ 정서가 정치권에서 점차 힘을 얻어 가는 형국이다. 독일에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기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41) AfD 대표는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연 100만명에서 20만명으로 대폭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부르카 착용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스트리아, 유럽 첫 극우 대통령 예고 AfD는 지난 9월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내년 9월 총선까지 지지세를 이어 가면 중앙 정계의 기민당, 사민당, 기사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정당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4일 오스트리아 대선을 앞두고 극우성향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면서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이 예상된다. 호퍼 후보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EU가 더욱 중앙집권화된 모습으로 내정에 간섭하면 오스트리아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이자 세 번째로 큰 정당 자유당을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르스(53)도 2014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네덜란드에 모로코인 숫자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인종 차별과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기소 이후 빌더르스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유당은 1당이나 2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48) 대표는 트럼프 당선과 같은 열풍이 프랑스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떨어져 집권 좌파 사회당의 몰락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르펜이 내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2) 후보와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민족국가 향수 부르는 세계 불황 서구 사회를 휩쓰는 백인 민족주의 열풍은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한 경제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영국 저소득층이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같이 세계화에 대한 비관론이 과거 민족국가로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자유대학 존 F 케네디 연구소의 마누엘 펀케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CNBC에 “1870년부터 2014년까지 역사상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극우 정당의 득표율이 약 30%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유권자들이 소수자나 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백인 민족주의는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던 기독교 기반의 백인이 비주류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백인(히스패닉계 제외)이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2065년이면 과반 이하인 4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히스패닉은 14%에서 24%로, 흑인은 12%에서 14%, 아시아계는 6%에서 13%로 늘어나 ‘백인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교적으로는 미국의 무슬림 인구가 현재는 1% 미만이지만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1%로 늘어나 기독교(66%)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종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퓨리서치센터는 1990년 유럽에서 인구의 4%를 차지하던 무슬림 인구가 2010년 6%로 늘었고 2050년에는 1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471만여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7.5%를 넘어섰고, 독일은 476만여명으로 5.8%에 달한다. 칼레드 압부 엘 타플 UCLA 로스쿨 교수는 ABC 방송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식 구호는 기독교도 백인이 국가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소유권을 재확인하고 (다른 인종은 후진적이므로 백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백인의 ‘명백한 운명’ 논리와 같은 인식”이라면서 “이는 이슬람뿐 아니라 중국계, 동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풍자와 존엄 모독/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 풍자와 존엄 모독/박건승 논설위원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YS) 대통령이 축하전화를 받았다. “부인이 그토록 고생하더니 퍼스트레이디가 됐구먼.” 그러자 YS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 집사람은 절대 ‘세컨드’가 아니오.”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한 최초의 조크집 ‘YS는 못 말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YS는 군부 독재 아래 숨죽이며 살아왔던 우리 국민에게 최고 통치자도 풍자와 패러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그의 무식함을 우스갯소리의 소재로 써도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만큼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방증 아닐까. 최순실-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풍자의 전성시대가 열린 듯하다. 그제 150만 인파가 모인 서울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에 대한 ‘풍자의 장(場)’이 되다시피 했다. ‘하야하그라’, ‘청와대 비우그라’ 따위의 송곳 같은 풍자를 담은 손팻말이 넘쳐나고 난데없이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황소 등엔 ‘집에 가소’라는 기발한 패러디가 등장해 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를 웃음으로 풀어냈다. ‘최·박 게이트’가 풍자 역사를 바꿨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대통령 풍자에 가장 관대한 나라는 미국이다. 오바마가 악당 ‘조커’나 테러리스트로, 때론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로 둔갑해도 문제가 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부시가 원숭이로 풍자되고 트럼프는 당선 뒤 ‘머리 잃은 자유의 여신상’에 비유된 그림이 나돌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사르코지의 현직 대통령 시절 은밀한 사생활을 풍자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프랑스 작가의 ‘세상을 지배한 개들’이란 책의 한국판에서 진돗개로 나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풍자가 금기어였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tvN의 인기 프로그램이던 ‘여의도 텔레토비’ 제작진의 성향을 조사했다는 보도가 지난주에 나왔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을 텔레토비 캐릭터에 빗댄 것이었는데, 박 후보를 욕설과 폭력이 심한 캐릭터로 묘사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결국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에 폐지됐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 대통령을 선친의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전시되지 못한 데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외압이 작용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같은 해 박 대통령이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하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이 꾸려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풍자는 웃음을 동반하는 유쾌한 저항이다. 작가 류재화의 말처럼, 소통 불가능의 역행적이고 퇴행적인 시대와 겹친다. 몸이 아픈 것이 인체 이상 현상을 알리는 신호이듯 풍자는 사회 이상 현상을 알리는 중요한 단초다. 권력과 통치권자의 문제를 적시해 주는 증좌이기도 하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나라가 풍자가 살아 넘치는 곳이어야 하는 이유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정청래 “진짜 기름장어 국민외면당 대표”…박지원 “악마의 손이라도 잡고 넘어야”

    정청래 “진짜 기름장어 국민외면당 대표”…박지원 “악마의 손이라도 잡고 넘어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박지원은 노태우다”라면서 “제3지대로 다모이자는 것은 제2의 3당야합을 하자는 거다. 문재인 세력만 빼고 온갖 잡탕 다 끌어들여 친일부패연합당 만들자는 것. 김대중 빼고 다 모이자던 노태우 역할을 박지원이 하자는 거다. 진짜 기름장어는 국민외면당 박지원 대표”라고 비난했다. 그는 “박지원 대표와 전화로 언쟁을 좀 했습니다”라면서 “NLL대화록 대선부정, 건국절, 국정교과서를 앞장서 주장한 박근혜정권 부역자 김무성과 합치는 것은 제2의 3당야합이라는 제입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화내용은 한때 동료선배임을 감안해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박지원과 김무성의 시랑, 물불 안가리는 두사람의 불장난. 촛불로 막읍시다”라고 촉구했다. 전병헌 전 의원도 블로그를 통해 “정치권 일부에서 탄핵을 (비박+야3당)으로 추진하자는 일부 정치권 주장은 민심을 벗어난 것”이라며 “탄핵은 야3당 공조로 추진하고 새누리에게는 ‘요구’할 문제이지 부탁하거나 설득할 문제가 아닙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새누리에 면죄부를 발급할 권한은 정치권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오직 국민의 권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위원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험난한 고개를 넘으려면 악마의 손이라도 잡고 넘어야 합니다. 반공주의자 처칠 수상은 스탈린과 손을 잡고 히틀러와 싸워 이겼습니다”라면서 “무소속 포함 야당 의석은 172석,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서는 최소 28석, 안전하게 가려면 40석 정도의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가 필요합니다. 탄핵안은 가결시켜야지 부결되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만 줍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누가 새누리 비박과 통합한다고 했나요”라면서 “저는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우리당에 입당한다면 함께 할 수도 있지만 총선 민의로 확인된 국민의당 외의 제3지대론은 반대한다 했습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는 또 선 총리 후 탄핵도 보류하고 3야 공조 및 비박과 탄핵을 추진하자 했습니다. 우상호 대표도 새누리당 의원들을 접촉 설득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찬성합니다”라면서 “개헌도, 선 총리 선출도 반대하고 탄핵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를 얻는 것을 구걸하는 것으로 필요없다고 하는 일부 과격한 주장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벌떼처럼 저를 공격하지만 겨울의 벌떼는 맥이 없습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의 버티기가 계속되며 우리 모두 큰 스트레스 속에 힘든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자꾸 까칠해지고 화를 못참는 일이 많아집니다”라면서 “친박을 제외하곤 서로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너그럽게 관용하며 차이를 잠시 뒤로 미뤄뒀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화합을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김준형 한동대 교수

    [시론]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김준형 한동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가 대다수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많은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던 우리 국민은 허탈감에서 벗어나 변화의 방향을 주시해야 할 때다. 트럼프가 기존 한·미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비판적 언급을 해 왔던 것과 현재 우리 국정 공백의 위기 상황이 겹치면서 우리에겐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그간의 분열과 선동을 뒤로하고 자세를 낮추며 통합을 외쳤지만 열어 버린 판도라의 상자는 닫을 수 없을지 모른다. 승리한 ‘화난 백인’은 인종차별과 혐오 폭력을 보이고 있다.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세계적 극우 포퓰리즘의 대대적 선전포고처럼 보인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광폭의 통합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정적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나 마지막까지 비판의 날을 세웠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회동했다. 트럼프가 이들을 만난 것이 엔터테이너의 쇼맨십일지 분열에 대한 치유와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북한의 김정은에 이어 트럼프가 합류하며 민주주의 훼손과 안보 장사꾼의 완전체를 이루어 강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트럼프 내각의 외교안보 라인의 면면을 볼 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고립주의 성향과 함께 갈등을 불사하는 대결주의가 교차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미 동맹 중독에 의한 친미 편승으로만 일관한 한국 외교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거 기간 핵무장 용인론이나 한·미 FTA 재협상 등과 같은 과격한 발언과 달리 한·미 동맹을 중시하겠다고 유화적으로 말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철저하게 국익을 앞세울 미국에 대해 한·미 동맹의 관성에만 의지한 막연한 희망적 사고로는 한국 외교는 실패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제도와 정당정치의 힘이 트럼프의 불예측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트럼프가 ‘백인 민족주의’를 자극해 필마단기로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다는 핵심을 망각한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물론 주한 미군 철수나 핵무장은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협상 레버리지 삼아 한국으로부터 철저하게 이익을 뽑아 내고자 할 것이며, 방위비 분담이나 통상 압박은 우선적으로 실행할 공약이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 준 중하층 백인들의 눈에는 잘사는 한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방위 의존은 징벌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북아에서의 미국 이익을 위한 한국의 ‘방위 분담’까지 압박할 수 있다. 또 트럼프의 한반도에 대한 외교는 원칙이나 가치보다 이익과 힘을 앞세우며 매우 거칠어질 것이다. 동맹의 관성만 바라보고 아무런 대미 레버리지가 없는 한국 정부는 이대로 가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대중 봉쇄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한·미·일 군사협력, 대북 강경책 등의 일시적 완화 또는 수정을 가져올 수 있다. 국익을 앞세울 경우 북·미 관계는 의외의 빅딜도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이 중심을 잡고 추진해야 빅딜에서 소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다. 외교 비전문가인 트럼프가 학습하기 전에, 그리고 새 정부가 외교 진용을 갖출 때까지 우리에게 일종의 골든타임이 주어져 있다. 여기서 우리 외교의 공간이 열리게 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주어진 골든타임은 아주 길지도 않다. 문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우리 외교가 마비 상태라는 점이다. 미국 대선의 이변으로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공범’ 대통령이 내치에서는 손을 떼는 대신 외치만 맡기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하루빨리 대통령이 퇴진하고 국정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국 외교가 회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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