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새 축구대표팀 감독을 뽑는 이유/곽영완 체육부장
국가대표 축구팀의 새 사령탑 선임이 임박했다. 새 감독은 어떠어떠해야 하느니 주문도 많다. 국내파니, 해외파니, 국내에 있는 해외파니 구체적으로 거론된 인사만 수십명이다.
내년 월드컵을 독일에서 하니까 독일 출신이 유력하다는 추측 보도까지 나온다. 독일에서 대회를 해도 독일축구를 하는 나라는 독일 단 한 팀뿐이다.‘여러 독일팀’과 경기를 하는 게 아닌 만큼 독일대회와 독일 출신 감독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2002한·일월드컵에선 한국과 일본 출신 감독들이 각 팀을 맡았어야 했다는 말과 똑같다. 훌륭한 감독이라면 국적이 문제가 될 수 없겠거니와 독일 출신이 되더라도 그런 이유에선 아닐 것이다. 정보도 없고, 다급한 마음에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것저것 갖다 붙이다 보니 터져나오는 해프닝성 보도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왜 새 감독을 뽑는가.’이다. 먼저 조 본프레레 감독을 사퇴시킨 의미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프레레 감독은 내년 월드컵에서 성적이 나쁠 것 같다는 우려 때문에 경질됐다. 그렇다면 새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2002월드컵의 4강 재현이나 우승은 아닐 것이다.2002월드컵 개막 이전 목표가 1승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독일월드컵에서는 16강에만 진출시켜도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또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시켰을 때 한국축구는 먼 미래를 본 게 아니었다. 남은 기간이 10개월 정도임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목표를 이뤄줄 수 있는 ‘승부사’를 원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목표를 이뤄줄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군지를 찾아야 한다. 남은 시간과 국민들의 바람, 우리의 축구수준 등 현실적인 여건 등을 감안해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면 족하다.
일부에선 당장 코앞에 닥친 독일대회보다 장기적으로 2010년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을 영입하자는 주장도 편다. 현재의 여건상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이상의)좋은 성적을 내기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나온 것일지 모르지만 세상 어느 팀이 다가온 대회 대신 그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는 말인가. 다가온 것 먼저 해결하고 다음을 준비해도 늦지 않다. 다음 대회까지는 독일 대회가 끝나고도 4년이 남아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팀을 맡은 지 2년만에 4강의 성적을 거뒀다.
성적지상주의라는 비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순위를 가리는 대회에서 성적을 논외로 치는 것처럼 어이없는 일도 없다.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자기가 맡은 팀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느 팀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는 강한 팀이다. 두번째는 상대팀을 면밀히 관찰해 이길 수 있는 전술을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첫번째의 예를 지닌 감독은 역대 한국대표팀 감독 가운데 없었다고 여겨지지만, 두번째의 예로는 2002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을 들 수 있다. 일종의 ‘쪽집게 과외’식으로 선수 하나하나에게 필요한 임무만을 부여한 것이다. 물론 히딩크 감독은 자기 팀은 물론, 상대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누가 될지는 몰라도 감독 선임권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 있다. 기술위원회의 현명한 선택을 바랄 뿐이다. 삼세번째 아닌가. 물론 10개월만 보고 뽑을지,2010년을 염두에 두고 뽑을지, 그것도 기술위원회가 선택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이후에는 감독의 ‘소신’에 모든 것을 맡기고 더 이상 ‘여론’에 떠밀린 ‘중간평가’는 하지 말 것을 기대한다.
국내파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는 김호 94미국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당시 평가전을 해도 가급적 해외에서, 중계 없이 하길 원했다. 매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축구팬들의 비판 여론을 피해보려는 심산이었지만 ‘여론’과 ‘소신’ 사이에서 대표팀 감독이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일화로, 감독을 지켜주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이제는 ‘중간평가’할 시간도 없지만.
곽영완 체육부장 kwyou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