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히딩크
    2025-12-07
    검색기록 지우기
  • 박근혜 대통령 퇴진
    2025-12-07
    검색기록 지우기
  • 윈터
    2025-12-07
    검색기록 지우기
  • 호텔신라
    2025-12-07
    검색기록 지우기
  • 연기대상
    2025-12-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46
  • “박지성 은퇴 아쉬워… 박주영 주장 잘할 것”

    “박지성 은퇴 아쉬워… 박주영 주장 잘할 것”

    한국 축구를 사랑했던 두 외국인 감독이 지금은 나란히 ‘형제의 나라’ 터키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거스 히딩크(65·네덜란드)와 세뇰 귀네슈(59·터키)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하면서 세계적 지도자로 공인받았고, 역시 당시 터키 대표팀을 이끌며 또 다른 4강 신화를 일궈냈던 귀네슈 감독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을 지휘하면서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키워 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각별하다. 그리고 현재는 각각 터키 대표팀과 고향의 프로축구팀 트라브존스포르를 이끌고 있다. 이 두 거장이 한국과 터키의 친선 평가전(10일)을 앞둔 9일 한국 선수단을 만나 여전한 한국사랑을 드러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은 내게 아주 특별한 팀이다. 10년 전에 한국 대표팀과 함께 일하면서 멋진 시간을 보냈다.”면서 “최근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아주 좋은 경기를 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팀이 됐는데 특히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매력적이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또 현재 대표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2002년 멤버인 차두리(31·셀틱)에 대해 “그동안 많이 발전하고 선수로서 좋은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월드컵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고, “박지성과 이영표가 은퇴하는 바람에 이번 경기에서 보지 못해 아쉽다.”며 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유로2012 조별리그 및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3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로 곤경에 처했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터키의 세대교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 대표팀 감독 취임 초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이번 시즌 팀의 터키 슈퍼리그 선두질주를 이끄는 귀네슈 감독은 “나의 홈구장(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경기장)에서 트라브존스포르 선수 6명에 FC서울 시절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까지 모두 9명의 선수가 경기를 펼치게 됐다.”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한국의 새 주장 박주영에게 꽃다발을 직접 안기며 “주장 역할에 잘 어울리는 훌륭한 선수다. 이제 주장이 됐으니 단순한 한명의 선수가 아니라 리더로 책임감을 느끼고 잘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이 있다면 프로 1~3년 차의 나이 어린 선수도 경기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백패스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뒤를 보기보다는 항상 앞을 내다보고 공격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한국 축구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한국, 터키, 그리고 변함없는 한국 사랑 등 기분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두 ‘축구도사’의 앞날을 지켜볼 따름이다. 트라브존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캡틴 박’ 명 받았습니다

    ‘캡틴 박’ 명 받았습니다

    변신한 조광래호가 10일 오전 3시 공개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와 A매치를 치른다. 아시안컵에서 세대교체에 성공한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해 발걸음을 떼는 경기라 의미가 크다. 2002년 4강 신화를 썼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은 새 모습으로 나선다. 당시 선수는 차두리(31·셀틱) 한명뿐이다. ‘젊은 피’의 수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단 ‘산소탱크’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찼던 주장 완장은 8일 박주영(26·AS모나코)에게 넘겨졌다. 이번에도 ‘캡틴 박’이다. 그동안 최고참이 맡는 게 관례나 다름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연소 대표팀 주장이다. 경력이나 실력은 물론 2014월드컵까지 리더를 맡을 수 있는 젊은 나이까지 ‘캡틴’이 되는 데 손색이 없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 선수들을 합심된 ‘팀’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필드에서 플레잉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박주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울렁증으로 유명한 박주영은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지만, 감독님이 브라질월드컵이라는 목표를 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하신 만큼 받아들였다. 역대 주장들처럼 동료들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초롱이’ 이영표(34·알 힐랄)가 맡았던 왼쪽 풀백자리는 21살 윤석영(전남)과 홍철(성남)이 메운다. 조 감독은 “첫날 훈련 때는 안정적인 수비를 하는 윤석영이 눈에 띄었는데, 둘째 날에는 판단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홍철이 마음에 들었다.”고 ‘행복한 고민’을 드러냈다. 둘을 번갈아 시험할 예정이다. 다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베스트11의 주축인 해외파들 컨디션이 엉망이다. 아시안컵 이후 계속된 강행군과 부상 탓이다. 차두리는 심한 감기몸살로, 이청용(23·볼턴)은 지난 6일 토트넘 원정에서 당한 무릎 부상으로 골골대고 있다. 글래스고 원정에서 풀타임을 뛴 기성용(22·셀틱)도, 툴루즈FC전에서 72분을 뛴 박주영도 회복 시간이 부족했다. 이청용의 선발출전이 불가능해 포메이션까지 송두리째 바뀌었다. 당초 박지성 자리에 구자철(23·제주)-박주영을 시험하는 4-2-3-1포메이션을 계획했지만, 이청용의 공백으로 구자철-박주영이 윙포워드에 서는 4-3-3으로 나설 예정이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없는 한국 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곧 뚜껑이 열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지성없는 수비 공백 ‘십시일반’

    사람들은 대체로 화려한 장면만 기억한다. 축구팬의 ‘국가대표’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대한 기억도 주로 짜릿한 골 장면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화려한 기억과 달리 대표팀에서 박지성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공헌도가 높았다. 주로 왼쪽 측면에서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박지성의 움직임은 정해진 포지션에 머무르지 않았다.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 경기에서도 몇번씩 아찔한 상대 역습상황에서 폭풍처럼 달려들어 정교한 태클로 공을 뺏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박빙이었던 이란과의 8강전에서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이 뺏은 공을 정확한 백태클로 되찾아오는 모습은 박지성이 대표팀의 중원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영표(34·알 힐랄)와 함께 대표팀을 떠났고, ‘조광래호’는 오는 10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와 평가전을 가진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유로 2012 예선에서 2연패를 당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을 상대로 거센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터키전은 이영표-박지성의 후계구도를 확실히 점쳐볼 수 있는 경기다. 이영표의 후계자는 윤석영(전남), 홍철(성남)의 21세 동갑내기들의 경쟁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둘 다 공격가담 능력이 출중해 수비에 대한 집중력만 높이면 된다. 물론 이영표의 오버래핑은 훌륭했다. 하지만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오른쪽 윙백 차두리(셀틱), 최효진(상무)이 있는 상황에서 왼쪽 윙백의 역할은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박지성의 후계자다. 조 감독은 ‘1안’으로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내세웠다. 구자철은 아시안컵을 통해 공격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또 제주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K-리그 경기에서 상대에게 달려들어 태클로 공을 뺏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박지성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체력과 기술이 박지성에 비해 모자란다. 아시안컵 경기에서 구자철은 후반 중반이 넘어서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태클의 정교함도 떨어진다. K-리그 경기에서 체력은 떨어지고 마음은 급한 후반 막판 거친 태클로 종종 경고를 받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공을 거둔 구자철이 왼쪽 윙포워드로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보여줄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구자철은 “지성이 형의 공백을 메우는데 급급하기보다는 나만의 축구를 보여주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측면 공격수로는 처음 뛰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지성이 형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작했던 것처럼 나도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 감독은 1안이 실패할 경우 박주영(AS모나코)을 왼쪽 윙포워드로 배치할 생각이다. 최전방에는 지동원(전남)이 있어 전술상 무리는 없다. 그러나 박주영의 수비력도 박지성에 미치지 못한다. 중앙으로 돌아간 구자철과 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 이용래의 협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히어로’의 공백을 여러명이 ‘십시일반’으로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K-리그 시민구단 새모델 도전 허정무 인천 감독

    [피플 인 스포츠] K-리그 시민구단 새모델 도전 허정무 인천 감독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정무(56) 감독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업’을 이뤘다. 그런데 월드컵 이후 그의 행보는 상식 밖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유임 권유를 고사하더니, 지난해 8월 연고도 없는 인천의 사령탑을 맡았다. 인천은 대기업 스폰서가 없는 시민구단이라 허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대우를 해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천이 K-리그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춘 팀도 아니었다.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그리고 5개월이 흘렀다. 지난달 30일 올 시즌을 대비한 인천의 전지훈련지인 괌에서 허 감독을 만났다. ●“시민구단의 모범 되겠다” 3주 동안 남태평양의 따가운 태양 아래 지내다 보니 얼굴은 까무잡잡해졌지만 훈련 중인 선수들을 향한 허 감독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또 기대만큼 움직이지 못하는 선수를 독려하는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선수들은 체력훈련 뒤 곧바로 전술훈련에 돌입했다. ‘지옥훈련’이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허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허 감독은 “겨울에 힘들게 훈련한 것이 시즌 막판에 힘을 발휘한다.”면서 “지난 시즌 후반기에 인천은 전반에 세 골을 넣고도 후반에 네 골을 내줘 지는 팀이었다.”고 체력훈련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좋은 성적을 내려면 좋은 선수들이 많아야 되는데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민구단에서 그건 불가능하다.”면서 “그래서 선수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격차를 줄이는 데 훈련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왜 인천에 와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물었더니 허 감독은 뜬금없이 “시민구단이 살아야 된다.”고 답했다. 그는 “시민구단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모델인데,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지원이 대기업 구단만큼 좋지 않아 좋은 선수들을 확보하기 힘들어서 성적은 대부분 하위권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지원은 계속 줄어든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2013년부터 승강제가 시행된다.”면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 구단의 끈질긴 구애를 뿌리칠 수 없기도 했지만, 인천을 모범적인 시민구단으로 만들어 보임으로써 K-리그에 시민구단이 뿌리를 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은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인천행 급행열차’를 탄 것은 한국 축구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 목표로 리그 우승을 내건 허 감독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시즌 11위였던 우리가 우승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우승을 목표로 어리석을 만큼 꾸준하고 변함없이 노력하다 보면 우승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요령 피우지 않고 우직하게 걸어온 그의 축구 인생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허 감독 취임 뒤 인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김봉길 수석코치는 “체계가 생겼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클럽하우스가 없어 ‘자유분방한 팀’이라는 불가피한 별명이 붙었던 인천. 하지만 허 감독이 온 뒤 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 구단 프런트와 선수들의 설명이다. 허 감독은 오합지졸처럼 제각각이던 선수단을 꽉 틀어쥐었고, 인천은 공동의 목표인 우승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대표팀 두 번 맡으니 100년 내공 쌓여 허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대표팀 감독을 두 번이나 맡았다. 1998년 처음 대표팀을 맡아 2000년 아시안컵 직후 사퇴한 대표팀 1기 시절 허 감독은 이제는 ‘레전드’가 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알 힐랄), 설기현(포항) 등을 처음 발탁했다. 당시 주변의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허 감독이 발탁한 이들은 이후 10년 동안 한국 축구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또 핌 베어벡 감독 이후 다시 대표팀을 맡은 허 감독은 2008년 기성용(셀틱)과 이청용(볼턴) 등 당시 갓 스무살밖에 되지 않은 유망주들을 발탁했다. “너무 어리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이들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이영표-박지성 이후의 대표팀을 이끌어 갈 재목들로 성장했다. 그러고 보니 허 감독은 욕먹으면서 남(거스 히딩크와 조광래 감독) 좋은 일만 해 준 지도자였다. 그는 “내가 잘 뽑은 게 아니라, 그 선수들이 잘한 것일 뿐”이라며 “어쨌든 대표팀 감독 한 번 하면 50년의 내공이 쌓인다. 그걸 두 번이나 했으니 벌써 100살은 넘은 셈”이라며 웃었다. 허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있으면서 함께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면서 “그래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가서 당당하게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을 남김없이 보여줬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선수로 출전해 실력은 못 보여주고 사람만 쫓아다니다 디에고 마라도나 허벅지 한 번 걷어차고 돌아오는 데 만족해야 했던 그때와 지금의 한국 축구는 확실히 다르다는 뜻이었다. ●세대교체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그는 박지성, 이영표의 은퇴에 대해 “언제 다시 쓰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딱 잘라서 은퇴라고 하니까 좀 아쉽다.”면서 “그래도 자기들이 알아서 잘 결정했겠지.”라고 했다. 또 “지성이, 영표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은 거니까.”라며 “세대교체는 하는 듯 하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제일 좋다. 경험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고 그러면서 물 흐르듯….”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후임자에게 잔소리가 될까 봐 신중한 모습이었다. 대표팀 감독 당시 전술적인 측면에서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미드필드를 두껍게’, ‘공격을 날카롭게’ 등 이야기로는 그럴듯하지만 경기장에서 그런 전술을 실현하는 것은 조기축구라도 한 번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면서 “특히 선수 특성을 잘 아는 프로팀이 아닌 대표팀 감독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래도 그런 지적은 악플에 비하면 고마웠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줬다.”고 덧붙였다. 마음고생이 많기는 많았던 모양이다. ‘대표팀 때보다 부담은 덜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허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부담이 더 크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잘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수들과 함께 웃으며 땀 흘리는 모습은 ‘두 골 타이’를 매고 있을 때보다는 편안해 보였다. 글 사진 괌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평발로 우뚝 선 ‘아시아의 최고’

    2000년 4월 5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1차 예선에서 등번호 2번을 달고 나온 박지성을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소하고 여드름 많은 얼굴에 실수 투성이인 어린 선수일 뿐이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허정무 인천 감독은 바둑 애호가라는 이유로 “명지대 김희태 감독과 바둑 두다가 뽑은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평발’ 박지성은 자신에게 던져진 수많은 물음표를 모두 느낌표로 만들었다. 지난 11년 동안 그가 걸어온 길은 곧 한국 축구의 새 역사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한국 선수 첫 득점, 한국 선수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아시아 선수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박지성의 존재로 인해 한국 축구는 물론 아시아 축구가 세계 축구의 중심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명문팀인 PSV에인트호벤에 진출했던 박지성은 짧지 않은 적응기를 보낸 뒤 2003~04, 2004~05 시즌 각각 6골, 7골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는 2005년 여름 드디어 유럽 최고의 명문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입성했고, 지난 6시즌 동안 맹활약을 펼치며 ‘유니폼 판매원’이라는 비뚤어진 시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능적인 공간 플레이에 ‘산소탱크’,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활동량으로 박지성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또 측면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수비 능력으로 ‘수비형 윙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유럽 평론가들로부터 ‘현대 축구의 필수적인 전략적 윙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동시에 유럽 빅리그 팀들의 한국 및 아시아 선수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졌다. 국가대표 박지성의 업적도 화려했다. 비록 주요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또 세 차례의 월드컵에서 모두 득점을 이뤄낸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됐다. 잉글랜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의 강팀을 상대로 모두 득점에 성공, 한국 축구가 ‘유럽 공포증’을 떨쳐내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제 더 이상 대표팀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플레이를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의 프로축구 선수로의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특히 올 시즌 맨유 이적 뒤 최다 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4년 뒤 은퇴하겠다는 ‘살아 있는 전설’ 박지성이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이뤄낼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아시안컵] ‘뉴 제너레이션’ 개막…지성·영표 후계자는?

    [아시안컵] ‘뉴 제너레이션’ 개막…지성·영표 후계자는?

    아시안컵은 끝났다. 한국은 지난 29일 치러진 대회 3·4위전에서 구자철(제주)의 선제골과 지동원(전남)의 멀티골로 우즈베키스탄을 3-2로 꺾었다. 염원했던 우승은 아니었지만 빈손도 아니었다.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차기대회 본선 출전권을 획득, 향후 A매치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반신반의했던 ‘젊은 피’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것도 큰 수확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전망도 밝혔다. 조광래 감독은 “한국축구의 가능성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속적인 세대교체는 물론, 공수전환의 속도 향상과 세밀한 패싱플레이 등을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평균 24.8세… 만화축구 뿌리내려 조 감독은 부임 후 ‘중원 장악과 빠른 패스’를 기치로 내걸었다. 손수 정리한 ‘X파일’을 나눠주며 ‘생각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이청용(볼턴)은 “감독님 주문은 만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아시안컵을 통해 ‘만화 같던’ 패스플레이가 스며들었다. 태극전사들은 기복 없는 원터치 패스로 중원을 장악했다.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훌륭했다. ●홍 철·윤석영·구자철·지동원 등 물망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에서 6경기 동안 1패도 하지 않았다. 경기당 2.2골(총 13골)을 뽑은 화력도 합격점. ‘지구 특공대’란 별칭이 붙은 지동원-구자철과 이청용,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어우러진 공격패턴은 세밀했고 다양했다. 이게 다 평균연령 24.8세의 어린 선수들이 일군 성과다. 여기에 ‘부동의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까지 가세한다면 효과적인 침투패스와 골 결정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이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우리의 패스플레이가 나올 정도로 몸에 배었다. 강한 압박을 구사하며 경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숙제도 남았다. 이영표(알 힐랄)와 박지성의 후계자 발굴이다. A매치만 1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들이 빠지면서 한국축구도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조 감독은 “당장은 문제가 되겠지만, K-리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위안했다. ●조 감독 “영리한 수비 펼쳐야” 일단, 이영표가 맡았던 왼쪽 풀백은 홍철(성남), 윤석영(전남)이 물망에 올랐다. 조 감독은 “홍철을 염두에 뒀었는데 클럽월드컵을 보니 국제대회에서도 가능성이 있더라. 윤석영은 공 다루는 기술이 좋고 정확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공백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구자철과 박주영이 있고, 지동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주영을 (박)지성이 자리나 2선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후계자로는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었던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첫손에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당찬 플레이를 보였던 손흥민(함부르크)도 자격은 충분하다. 부임 초기 대표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조영철(니가타)과 김민우(사간 도스)도 유력 후보군. 또 이번 대회 16개 출전국 가운데 가장 많은 페널티킥 4개를 허용한 수비도 문제였다. 조 감독은 “수비에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강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리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3주간의 열전을 마친 대표팀은 30일 입국해 휴식에 들어갔다. 새달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전에 나설 명단은 31일 발표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시안컵] ‘전설’ 7번·12번 28일 유종의 미?

    [아시안컵] ‘전설’ 7번·12번 28일 유종의 미?

    ‘초롱이’ 이영표(34·알 힐랄)와 ‘산소탱크’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없는 축구대표팀은 상상하기 힘들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 한결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던 두 레전드. 28일 밤 12시에 벌어질 아시안컵 3·4위전은 이들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무대일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때부터 “아시안컵 우승 후 은퇴”를 말해 왔고, 이영표는 한·일전이 끝난 뒤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선언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2015년 아시안컵 본선진출권 획득 외에도 ‘전설들’의 마지막 경기로 관심을 끈다. 조광래 감독은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최강의 멤버를 구성해 꼭 이기겠다.”고 밝혔다. 이영표와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시점이 3·4위전 직후가 될지, 아니면 새달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와의 A매치 이후가 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둘을 빅리그로 이끌어준 히딩크 감독과의 대결이 마지막이라면 더욱 극적일 수 있다. 시점을 조율할 여지가 있을 뿐, 시간문제라는 얘기. ●새달 터키전까지 뛸 수도 이영표는 1999년 멕시코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의 터줏대감이 됐다. 세번의 월드컵과 세번의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헛다리 짚기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유린하는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겼다. 이영표는 A매치 126경기 출전으로 홍명보(136경기), 이운재(132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우즈베키스탄전까지 나서면 한국인 아시안컵 최다출전(16경기) 기록을 세운다. 한국 나이로 어느덧 35살. 이영표는 “내가 있을 때 우승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좋은 후배들이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우승할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2000년 태극마크를 단 박지성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축구의 자부심’이다. 역시 세번의 월드컵에 출전, 모두 득점포를 쏘며 한국축구사에 한획을 그었다. 지난 한·일전에서 A매치 100경기를 채우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의욕을 불태웠던 ‘아시안컵 트로피’는 불발됐지만, 더없는 헌신으로 귀감이 됐다. ●컨디션 난조 지성 출전 불투명 결승은 아니지만, ‘베스트 11’의 뼈대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지동원(전남)·이청용(볼턴)·기성용(셀틱)·이용래(수원)·차두리(셀틱) 등이 스타팅으로 나설 예정. 중앙수비에는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했던 이정수(알 사드)가 황재원(수원)과 짝을 이뤄 투입된다. 다만, 강한 의욕을 보이던 ‘캡틴’ 박지성의 출전은 불투명하다. 조 감독은 2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컨디션이 별로라고 하더라. 무릎에 물이 차는 정도는 아닌데….”라고 했다. 두 경기 연속 빡빡한 연장승부를 치르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박지성과 이영표는 세계 어떤 선수보다 성실하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모든 것을 팀에 바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전설’ 이영표·박지성에게 더욱 특별한 우즈베키스탄전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창 대결’ 박지성 vs 케이 힐

    ‘창 대결’ 박지성 vs 케이 힐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호주의 팀 케이힐(32·에버턴FC)이 지난 12일 “박지성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공격을 조절하는 능력도 갖췄다.”고 칭찬했다. ‘캡틴’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도 카타르 도하에 입성하며 “케이힐은 대단히 위협적인 공격 본능을 가졌다.”고 말한 바 있다. 14일 오후 10시 15분 치러질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은 박지성과 케이힐의 ‘창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며 양국의 축구 아이콘이 된 것 외에도 닮은 점이 많다. 먼저 178㎝로 축구선수치고 우월하지 않은(?) 키가 같다. 미드필더이면서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것도 비슷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2002한·일월드컵 히트 상품이 박지성이었다면, 2006독일월드컵 작품은 케이힐이라는 것도 기막힌 인연. 게다가 맨체스터에서 오다 가다 마주친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둘은 명실상부 한국과 호주의 ‘핵’이다. 박지성은 2005~06시즌 EPL 최고명문 맨유에 입단한 뒤 착실하고 꾸준하게 활약해 왔다. ‘수비형 윙어’라는 새 포지션을 구현해 각광받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는 공격 본능을 뽐낸다. 호주전에서도 바레인 때와 마찬가지로 왼쪽 날개를 맡을 예정. 원톱 지동원(전남)과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제주), 오른쪽 날개 이청용(볼턴)과 함께 공격의 선봉에 선다. 호주 센터백 사샤(성남)의 발이 느린 만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케이힐도 만만치 않다. 2004~05시즌 에버턴에 입단한 이후 붙박이 골잡이를 맡아 왔다. 통산 183경기에서 54골을 몰아쳤고, 11일 발표한 EPL 선수랭킹에서도 22위에 올라 있다. 아시안컵 1차전에서 두 번이나 인도 골망을 흔들며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점프력이 좋고 위치 선정이 탁월해 공중전에 능하다. 호주의 크로스는 모두 케이힐의 머리를 향하고 있다. 단조롭지만 위협적이다. 조광래 감독이 좌우풀백 이영표(알 힐랄), 차두리(셀틱)에게 크로스를 원천봉쇄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다. 프리미어리거의 자존심 대결 결과는 어떻게 될까. C조의 순위를 가름할 격돌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321번… 조광래 ‘패싱게임’ 결실

    321번… 조광래 ‘패싱게임’ 결실

    철학이 있는 지도자에게 시행착오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65) 감독을 통해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히딩크는 무수한 비판에도 강한 체력을 앞세운 고강도 압박 축구를 고집했고, 끝내 ‘4강 신화’를 창조했다. 51년 만에 우승을 목표로 아시안컵에 나선 ‘조광래호’를 두고도 “실험만 하고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등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조광래(57)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 주며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는 2-1.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 바레인이 93위인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한국은 전·후반 90분 동안 완벽히 바레인을 압도했다. 살만 샤리다 바레인 감독은 경기 뒤 “한국은 수준이 다른 팀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한국은 중동 팀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음먹고 밀집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90분 내내 소득 없이 두드리다 한순간 방심으로 골을 내주고 패한 적이 많았다. 바레인에도 1988년과 2007년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그렇게 졌다. 그런데 이날 한국은 돌파와 롱패스에 의존한 기존의 중동 대처 전술인 ‘뻥축구’ 대신 조 감독이 추구해 온 ‘패싱게임’을 펼쳤고, 완벽히 성공했다. 한국은 수비 진영부터 최전방까지 짧고 빠른 패스로 바레인의 수비를 흔들었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패스에 바레인 수비는 번번이 위험 공간을 열어 줬다. 모든 한국 선수들은 공이 자신에게 오면 주저 없이 동료에게 패스한 뒤 빈공간을 파고들며 공을 기다리는 ‘패스-침투-패스-침투’의 빠른 움직임을 반복했다. 바레인이 145번의 패스를 하는 동안 한국은 2배가 넘는 321번의 패스를 했다. 볼 점유율도 62대38로 압도적이었다. 개인기도 조직력도 한 수 아래인 바레인이 한국을 막을 방법은 반칙밖에 없었다.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자기 축구철학의 핵심인 패스를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각인시켜온 조 감독의 노력이 아시안컵 첫 경기 징크스, 중동 징크스, 바레인 징크스를 모두 깨고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조 감독은 “이제 첫 경기, 시작일 뿐이다.”라면서 “다음 상대인 호주에 대해서도 잘 분석하며 준비해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상대의 집중 견제와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에 대한 대처법은 과제로 남았다. ‘캡틴’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공식적으로 다섯 번의 파울을 당했는데, 어드밴티지룰에 따라 기록되지 않은 반칙까지 합하면 10번도 넘게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상대가 그만큼 한국의 전력과 핵심 선수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신년 특별대담] 향후 10년…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 반복되는 세계 경제의 위기,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사람들, 끊이지 않는 전쟁…. 희망찬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10년. 지구촌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인류의 오래된 고민은 더욱 깊어졌고,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맞아 우리는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야 할까. 서울신문은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연초 자크 아탈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과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이메일·전화·대면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지상대담 형식으로 꾸몄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온 아탈리 회장은 지한파답게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해 가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민 이사장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분화된 학문’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담·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시작됐다. 향후 10년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탈리 인류의 삶을 결정하는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고 변하지 않는다. 음악, 사랑, 죽음, 행복, 건강, 교육 등이다. 모두가 원하는 것들이다. 고민은 이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다만 개인이 아닌 국가나 세계적인 관점에서는 항상 새로운 이슈와 키워드가 추가된다. 향후 10년간 추가되는 키워드라면 기후변화와 빈곤을 꼽을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로봇의 발전을 들 수 있다. 민동필 21세기의 첫 번째 10년은 대부분이 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다음 10년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고 도약하기 위한 단계가 될 것이다. 키워드로는 ‘스마트화’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조그만 지식들이 다같이 합쳐지면 시스템을 형성하고, 시스템은 규칙을 만들어 진화한다. 특히 20세기가 분화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만들어낸 문제들은 스마트화에서 진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전체를 바라보지 못한 과학의 분화에서 비롯된 생태계와 환경의 문제 역시 분화된 지식이 합쳐지면 해결될 수 있다.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전 세계적인 권력이동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의 세계중심화는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아탈리 1980년에 몇 권의 저서에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 위협의 증가, 기후 변화, 금융 거품 등을 언급했고, 지금 다 현실화됐다. 남아 있는 것이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등 아시아로의 국제사회의 권력이동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항구도시들이 가능성이 높다. 브뤼헤, 베니스, 제네바, 암스테르담, 런던, 보스턴, 뉴욕 등 세계를 주도했던 서구 도시들은 모두 항구도시였다. 지중해에서 북해, 대서양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태평양이 중심인 만큼 다음은 분명 한국, 중국, 일본의 항구도시가 될 것이다. 민동필 중국은 이미 G2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아시아는 갈 길이 멀다. 과학의 리더십은 창의성에 의해 지배되는데, 창의성을 나타내는 논문이나 기술의 측면을 보면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의 절반은 유럽이 차지하고, 아시아는 유럽의 3분의2 수준이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창의적인 세계로 진화하는 것이 인력과 전문가의 싸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풍부한 인적자원을 가진 아시아가 대세가 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하나. 아탈리 한국의 경쟁력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 지금까지의 성장기반이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나노와 바이오, 신경과학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연구와 혁신에 대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되고,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은 산업분야와 대학, 연구소 모두에서 외국인력에 대한 배타성이 강하다. 전반적인 사회운영 시스템도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직급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젊고 똑똑한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민동필 스위스의 사례에서 배울 것이 많다. 전체 면적이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6위인 6만 7000달러에 이른다. 수많은 강대국들 틈새에서 말이다. 제조업, 정밀기계공업 같은 분야에서는 질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 피인용 지수는 세계 최고일 정도로 창의적인 지식 역량이 아주 강하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낮고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양적인 면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양과 질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 남은 선택은 ‘완전한 질’뿐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내다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적 지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분화된 사회가 낳은 문제와 해결책을 말해 달라. 아탈리 어떤 학문을 배워야 하느냐 같은 물음은 이미 의미가 없다. ‘가능한 한 많은 학문을 가능한 한 많이 배우라.’는 것이 나의 조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있어서 여행을 다니고 외국어를 배우고, 문학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은 모두 통섭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도 다가가 말을 걸고 대화를 해라. 분화된 사회는 사람의 시각을 편협하게 만들 뿐이다. 1985년에 내가 디지털 노마드와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예상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디지털 노마드는 단순히 디지털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떠올린 것은 신발, 옷, 책 등 아주 간단한 것들을 비틀어 보면서부터다. 반면 생각이 퍼져나가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이다. 최대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다. 민동필 현대 사회의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결코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대개 한계를 느끼면 더 깊게 파고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인데 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학문을 다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장 중심의 교육·체력을 쌓을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히딩크가 체력을 키워 전술과 전략을 세울 수 있었듯이 기초적인 지식을 다양하게 알려주면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박사학위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석사나 학사를 많이 가진 사람이 각광 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녹색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은가. 아탈리 ‘21세기의 역사’라는 책에서 ‘이타적인 것이 돈을 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녹색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국가나 기업의 이타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많이, 먼저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은 열매를 딸 수 있다. 분명히 올 것으로 보이는 분야도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는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연료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세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만큼 탄소거래도 유망산업이다. 녹색성장에 직접적으로 투자하지 않고도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아이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3차원 비디오나 홀로그램은 실제 이동하지 않고도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는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기술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민동필 정확하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위험요소를 줄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점을 집중해야 할 부분도 있다. 에너지와 물의 문제는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의무적이자 확실하게 먼저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와 물은 미래기술을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성장이 멈춘 유럽의 위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유럽은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으로 보나. 아탈리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유럽은 이미 변하고 있다. 기존 부분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유럽의 살 길이다. 특히 경제적 통합은 유럽이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몸부림이고, 실제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젊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산업적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와 혁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올해부터 가시화된다. 벨트가 한국의 미래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또 어떤 과제가 남아 있나. 민동필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의 여건을 바꾸자는 시도다.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는 과학을 고급인력들이 선호하는 학문으로 바꿔야 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과학자들이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그쪽에 세계 최고의 시설과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잘 맞는 사람과 좋은 환경에서 정확한 시기에 연구를 진행했다.’는 거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하버드나 케임브리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연구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충족시켜 주면 21세기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석학을 데려오면서 그 사람이 연구팀을 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 저기에만 퍼주느냐.’는 식으로 발목을 잡으려 드는 사회적 행태를 바꿔 나가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 “16강 이후다”

    생각대로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이 ‘우승 로드맵’을 차근차근 완성하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 8일 북한전 패배(0-1)로 주춤했다. 하지만 10일 요르단을 상대로 필요한 것을 모두 얻어냈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계획대로 완벽하게 되고 있다.”고 했다. 뭐가 계획대로 되고 있는 걸까. 일단 ‘카드빚’을 털어냈다. 북한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던 구자철(제주)과 김영권(FC도쿄)이 요르단전에서도 옐로카드를 받아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는 나올 수 없지만, 일본이나 중국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16강전에 전력을 다해 뛸 수 있다. 주장과 수비의 핵심요원이 홍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명연기를 펼친 셈이다. 전력분석도 계획대로다. 홍 감독은 8일 중국-일본전에 비디오 분석관을 보냈다. 특히 중국을 3-0으로 완파한 일본의 공수에 걸친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자료도 물색 중에 있다. 북한전, 요르단전의 선수 기용도 16강 이후의 단판경기에 초점을 맞췄다. 홍 감독은 북한전에서 중앙수비수로 홍정호(제주)가 아닌 장석원(성남)을 선발로 내보냈다. 의외였다. 장석원은 소속팀에서도 주전이 아니다. 경기에 뛴 선수만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홍정호의 부상 재발 우려도 막았다. 홍 감독은 남은 팔레스타인전에도 2차전까지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줄 생각이다. 조별리그까지 대표팀 20명 모두가 그라운드를 밟게 한 뒤 16강전부터는 4경기 연속 베스트 전력을 풀가동시킨다는 당초의 구상대로다. 요르단전에서는 뒤늦게 합류한 ‘와일드카드’ 박주영(AS모나코)을 후반에 투입해 컨디션을 확인했다. 골은 없었지만 스피드와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은 위협적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쓸 당시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16강 이후를 준비했다. 당시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찼던 이가 홍 감독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맞짱! 터키와 내년 2월 친선경기

    한국과 터키의 전·현직 축구대표팀 사령탑 거스 히딩크(64) 감독이 내년 2월 두 나라 간의 친선경기에 얼굴을 내민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2일 “아직 계약서에 사인은 안 했지만 양국 축구협회가 내년 2월 9일(현지시각) 터키에서 국가대표팀 간 친선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면서 “현재 경기 장소 등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터키 언론도 이를 확인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월부터 터키팀을 지휘하고 있다. 그가 한국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난 뒤 한국과 맞붙는 것은 처음. 히딩크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때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은 데 이어 사상 첫 본선 16강 진출로까지 이끌었으며, 2008년 유럽선수권(유로2008)에서는 러시아대표팀의 4강 진출을 이루는 등 ‘승부사’다운 행보를 이어왔다. 터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9위로 한국(40위)보다 앞선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유로2012 예선] ‘아트사커’ 부활하나

    휘청거리던 ‘아트사커’가 부활을 알렸다. 프랑스는 10일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루마니아와의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D조 예선에서 루마니아에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38분 로익 레미(마르세유)의 골로 팽팽했던 흐름을 가져왔고, 후반 45분 요안 구르퀴프(리옹)가 쐐기를 박았다. 지난달 3일 벨라루스에 패하며(0-1) 불안하게 출발했던 프랑스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2-0으로 물리친 데 이어 승리를 더해 D조 1위(승점 6·2승1패)로 올라섰다. 점수도, 내용도 프랑스의 완승이었다. 유효슈팅 10개로 루마니아(1개)를 압도했다. 마무리가 되지 않아 답답할 즈음 로랑 블랑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는 9일 A조 예선 원정 경기에서 ‘전차군단’ 독일에 0-3으로 패했다. 남아공월드컵 우승컵을 다퉜던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무난히 승점 3을 추가했다. I조 스페인은 리투아니아를 3-1로, E조 네덜란드는 몰도바를 1-0으로 물리쳤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강지원 좋은세상]소남(少男)·소녀(少女)를 주목하라

    [강지원 좋은세상]소남(少男)·소녀(少女)를 주목하라

    여민지? 우리가 언제 그 어린아이의 이름 석자를 들어본 적 있었던가?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한다고? 아니 어린 여자아이들만이 참가하는 세계축구대회가 있었다고? 월드컵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우리에게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런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유럽 등 세계강호들을 죄다 물리치고 또 일본까지 제치고 정상에 우뚝 섰다는 것이다. 2010년 월드컵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해외원정 16강진출을 했다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 그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는 20세 이하 여자축구팀이 세계 3위에 올랐다 하여 또 한 번 놀랐다. 지소연, 이 여자아이의 이름 석자는 또 언제 들어 보았던가. 그런데 웬일인가. 이번엔 그보다도 더 어린 17세 이하 여자축구팀이 세계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시사적인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매사에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더욱 빛이 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남(少男), 소녀(少女)들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특히 소녀들의 활약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빛을 발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나라 근세사는 소년(少年)의 시대였다. 또 도전과 응전의 시대였다. 100년 전, 당시의 나태하고 세상물정 모르던 기성세대들의 잘못으로 온 백성이 나라를 잃고 시름에 빠져 있던 시절, 그때 유관순·안중근·윤봉길 그분들의 나이가 몇이었던가. 광복 후 처절한 전쟁시절, 목숨 바쳐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나라를 지켰던 장병들의 나이가 몇이었던가. 기성세대들이 뒷짐지고 있을 때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새벽종을 울리며 일터로 나갔던 이들, 독재타도를 외치며 학교를 뛰쳐나와 감옥을 찾아갔던 이들, 그때 그들의 나이가 몇이었던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는 소남, 소녀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정보기술(IT) 세상의 주역들이다. 트위터세대들은 체육, 문화, 예술만이 아니라 과학, 기술, 경제, 산업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발견해야 할 동인(動因)은 무엇인가. 다름아니라 ‘자신의 뚫린 재주’를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질과 적성’, 좀 더 쉬운 표현으로 하자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어린 나이, 또는 젊은 나이에는 누구에게나 순수와 열정이 있다. 그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소년시기의 특징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다. 문제는 그것이 발현되는 방향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고정관념을 강요한다. 그것이 세상 사는 지혜라고까지 강변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든가, ‘사’자(字)를 붙여야 한다든가. 감투가 계속 올라야 한다든가, 명성과 인기를 얻어야 한다든가. 또 세상을 그렇게 반항적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대충대충 순응하면서 살라고 가르친다. 순진한 어린이·청소년들은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도 머지않아 그것이 진리가 아니었음을 곧 깨닫게 된다. 일찍부터 참된 성공의 길에 들어선 아이들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은 아이들이다. 편안한 출세욕에 빠져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대학입시 한 가지에만 매몰된 아이들이 아니다. 히딩크가 발견한 박지성이 입시공부에만 올인했다면 오늘의 그가 있었을까. 김연아, 박태환은 물론 음악계, 연예계의 샛별들을 보라. 그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적성찾기에 성공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은 지금 다양한 분야에서 자라고 있다. 그들에게 자신의 타고난 달란트를 믿고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하고 또 도전하게 해야 한다. 하루속히 과거의 고정관념을 뜯어고쳐야 한다. 젊음의 순수와 열정이 잘못된 방향에서 휘둘리게 해서는 안된다. 붕어빵 입시풍토를 가차없이 파괴해야 한다. 저마다 타고난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여(어디서 많이 듣던 표현일 것이다) 저마다의 참된 성공과 참된 행복을 찾도록 인도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기성세대의 가장 큰 사명이다. 우리의 소남, 소녀들이 세계 속에서 팍스코리아를 이끌어 갈 것이다.
  •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 논란 재점화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 논란 재점화

    2007년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이 만성 적자와 노선 축소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광주공항 국제선 재유치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9일 전남도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의 정기 노선은 국내선 2개와 국제선 3개 등 모두 5개에 불과하다. 국내선은 아시아나 항공의 무안~제주(금·일)와 에이스항공의 무안~김포 등 2개 노선이다. 국제선 정기노선은 베이징과 상하이, 장사 등 중국 노선 3개가 전부다. 일본의 오사카와 타이완 등 2개 노선은 가을철 특수를 겨냥한 부정기 노선이다. 무안 공항 개항 이전인 2007년까지 광주공항에서 운영됐던 국제선이 주 13편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노선 축소와 승객 감소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적자폭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적자규모를 보면 개항 첫해인 2007년 12억 4800만원에서 2008년 71억원, 2009년 72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남도는 2008년 무안국제공항 이용항공사업자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 지난 3년간 3개사에 6억여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광주시가 최근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를 추진하면서 자칫 시·도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특히 광주권의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광주공항의 국제선 재취항 요구가 거세다. 이와 관련, 관광업계 등이 참여한 ‘한·중문화교류회’는 9일 광주 히딩크호텔에서 관련 분야 교수와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공항 국제선 유치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한·중문화교류회 문희주 부회장은 “광주공항 국제선이 무안공항으로 옮긴 지 3년이 지났지만 중단과 취항을 반복하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광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켜 호남권의 중심공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강운태 광주시장이 광주공항 국내선의 무안공항 이전 대신, 국제선 재취항 등을 언급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광주시와 관광업계 등의 이런 움직임은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려는 국토해양부·전남도 등의 계획과 전면 배치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남도는 지금껏 광주공항의 국내선 마저 하루빨리 이전하고 신규 국제노선을 투입해 무안공항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오고 있다. 도는 오는 2014년 서울~광주 간 KTX가 개통되면 광주공항의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국토해양부가 장기적으로 무안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기로 한 만큼 광주시의 국제선 재취항 요구를 허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자체적으로도 항공 승객을 늘리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인천과 함께 유쾌한 도전”

    “인천과 함께 유쾌한 도전”

    “인천과 함께 새로운 도전, 유쾌하고 멋진 도전을 하겠다.” 한국인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끈 허정무(55) 전 국가대표 감독이 프로축구 인천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했다. K-리그 사령탑으론 이례적인 4년 장기계약이다. 허 감독은 23일 인천시청에서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과 계약서에 사인하고 사령탑으로의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허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축구의 미래와 인천의 잠재력을 생각하고 감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히딩크축구센터 건립부터 동북아를 향한 계획, 유소년 시스템 등 인천에는 다른 시민구단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비전이 있다. 한국축구 발전의 밑거름이 될 거라는 진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인천은 지난 6월 일리야 페트코비치(세르비아) 전 감독이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한 뒤 김봉길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왔으며, 현재 10위(승점19·6승1무10패)에 머물러 있다. 허 감독은 “인천의 우승이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어려운 팀을 이끄는 매력도 있다. 내년까지는 팀 정비 기간으로 생각하지만, 그 다음 해부터는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 어느 팀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몇 년 후 인천은 정말 좋은 팀이 될 것이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거나 급하게 마음을 먹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차분히 모범적인 시스템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26일 팀에 합류해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고, 새달 4일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른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허정무 인천행?

    허정무 인천행?

    허정무(55)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눈앞에 뒀다. 허 전 감독은 18일 “인천에서 감독직을 제의받았다.”면서 “그러나 아직 답변은 못해준 상태다.”고 밝혔다. K-리그에서 6승1무9패(승점19)를 기록하며 9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인천은 세르비아 출신 일랴 폐트코비치 감독이 부인 병간호를 이유로 지난 6월 자진사퇴하면서 김봉길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은 당초 올 시즌을 김 코치 대행 체제로 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 전 감독이 팀을 맡아 주기를 바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코치는 2005∼07년 허 전 감독의 전남 감독시절 코치로 함께 일한 터라 호흡을 맞추는 것도 문제가 없다. 허 전 감독도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도권 팀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재정 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 인천이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명장의 명성에 걸맞는 대우를 제공할 수 있을지다. 허 전 감독은 “남아공월드컵을 마치고 쉬면서 대회도 복기하고 선진 축구도 돌아볼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주위에서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다시 일을 해보자.’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구단 사상 첫 코스닥 상장과 히딩크축구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도 축구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허 전 감독이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영입에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감독은 K-리그 포항(1993∼95년)과 전남(1996∼98년, 2005∼2007년)감독을 지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조광래를 흔들지 마라

    남아공월드컵 직전 기성용(21·셀틱)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에콰도르전, 일본전에서 날카로운 프리킥도, 상대가 눈 뜨고 당하는 ‘느리지만 기묘한’ 드리블도 보여주지 못했다. 논란이 일었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유럽에서 가진 평가전에도 기성용을 선발로 내보냈다. 갖가지 말들이 떠돌았다. “기성용의 부친이 축구인이라 그렇다.”, “허 감독이 명성에만 의존해 선수를 선발한다.” 등등. 그런데 막상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자 이 같은 논란은 완전히 사라졌다. 기성용은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 프리킥 찬스에서 면도날 같은 킥으로 한국을 첫 원정 16강으로 이끄는 두 번의 어시스트를 했다. 앞서 2002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이동국(31·전북)을 외면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월드컵 사상 첫 4강 진출이었다. 이번에는 이천수(29·오미야)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발단은 조광래 감독의 J-리거 탐방에서다. 조 감독은 지난 15일 주빌로 이와타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박주호(23)의 플레이를 살펴보려고 일본 오미야의 홈구장인 NACK5스타디움을 찾았고, 우연히 오미야에는 이제 막 이적한 이천수가 선발로 나왔다. 박주호는 기대만큼 훌륭한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반면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온 이천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맹활약했다. 특히 좌우 측면과 중앙을 끊임 없이 오가는 특유의 활동량과 예리한 프리킥은 여전했다. 일본 언론의 칭찬이 이어졌다.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몇몇 언론과 축구전문가들은 “이천수에게 다시 기회를 주자.”라든가, 나아가 “이천수를 대표팀에 불러야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기술보다 의식이 중요하다. 조직에 융화할 수 있는 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다가오는 이란전과 일본전에서 이천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이청용(22·볼턴)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이천수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경기결과가 좋지 않다면 “조 감독도 ‘코드선발’을 한다.”고 비판할 것이 뻔하다. ‘조광래호’ 흔들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선수 선발은 대표팀 감독의 권리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고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조 감독에게 대표팀에 자신의 색깔을 칠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허 전 감독 때처럼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허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 유임을 고사한 데는 근거 없는 비난이 한몫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조광래호 한국축구 패러다임 바꿨다

    조광래호 한국축구 패러다임 바꿨다

    11일 나이지리아전에서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롱패스는 없었고, 수비-미드필드-공격으로 이어지는 패스는 목적이 분명했다. 빠르면서도 유기적이었다. 첫 경기였음을, 그것도 이틀밖에 훈련하지 못했음을 감안한다면 더 발전할 한국축구를 예상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데뷔전을 냉정하게 진단한 평가서를 공개하며 분발을 촉구했다. ●중앙·중원을 장악하라 조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체질변화로 3가지를 강조했다. 패스와 스피드, 2선 움직임이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겨우 20여일 만에 한국 축구의 뿌리를 바꿨다. 기존엔 측면으로 깊고 빠르게 쇄도한 뒤 문전으로 올리는 크로스가 한국의 주된 공격 루트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중앙을 지향했다. 양 날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조영철(니가타)을 가운데 쪽으로 좁혀서 콤팩트하게 활용했다. 원터치에 이은 패스로 공간을 창조했다. 완벽한 기회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측면 공격은 윙백 이영표(알 힐랄)-최효진(FC서울)에게 맡겼다. 나이지리아전 두 골 모두 중앙에서 터졌다. 미드필더에선 아기자기한 패스가 주를 이뤘다. 어리지만 K-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윤빛가람(경남)과 기성용(셀틱) 조합을 꺼내 들었다. 윤빛가람이 경기를 조율하면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고, 기성용 역시 공수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흐름을 이끌었다. 길게 올리는 크로스는 거의 없었다. 조 감독은 ‘공을 띄우지 마라. 세밀한 패스를 하라.’고 주문했다. 공격 상황은 모두 미드필더를 거쳐 이뤄졌다. 무리한 공중볼 패스 대신 최전방의 박주영(AS모나코)-박지성-조영철의 움직임을 보며 공간으로 공을 찔렀다. ●돌아온 스리백, 절반의 합격 한국은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8년 만에 스리백으로 회귀했다. 조 감독은 “스리백으로 불안한 수비조직력을 안정시키고, 공격시 미드필더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 스토퍼가 공격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발히 나서는 게 포인트. 그렇게 되면 수비시엔 윙백까지 5명이, 공격시엔 2명이 수비라인을 지킨다. “연습시간이 짧아 무리하게 (스토퍼를) 미드필더에 가담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공격적인 스리백’의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다. 실점을 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이라 시스템상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3-4-3포메이션(3-4-2-1)의 실효성을 따지기엔 뭔가 부족했다. 나이지리아의 파괴력이 떨어졌고, 특히 측면공격이 활발하지 않았다. 최종 수비라인이 공·수 모두 경쟁력을 갖추려면 선수들은 90분 내내 꾸준하게 뛰어야 한다. 쉽지 않다.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후반 최효진(FC서울)이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비가담이 늦어졌다. 결국 경기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체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물론 체력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부족한 점은 조직력으로” 조 감독은 경기를 치른 다음 날인 12일, ‘조광래호 1기’의 평가서를 공개했다. 그는 “수비불안과 골 결정력 해소방안을 찾고, 신인선수를 포함한 출전 선수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작업을 하는 것이 어제 경기의 큰 틀이었다.”면서 “2-1이란 결과보다 내용면에서 평균 이상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조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517개의 패스 중 420개를 성공, 8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패스 횟수와 성공률이 비교적 높은 수치로 나왔기 때문에 공수 전환 속도가 향상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수세에 몰렸을 때 수비라인의 구성과 협력 플레이의 부조화를 비롯, 공세로 전환할 때 미드필더의 움직임과 공격수들의 공간창출 능력 등은 아쉽다.”면서 “훈련을 통한 조직력 강화가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열린세상] 6% 성장에 만족하십니까/배상근 경제학 박사·전경련 경제본부장

    [열린세상] 6% 성장에 만족하십니까/배상근 경제학 박사·전경련 경제본부장

    재작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따가운 비평을 연일 쏟아냈고 우리는 각종 위기설과 루머들에 시달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한국경제는 우리 스스로도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회복하면서 올 상반기 7.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에 대한 비난에 앞장섰던 외신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도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4.5%에서 5.75%로 끌어올렸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을 5.8%와 5.9%로 각각 수정했다. 하지만 올해 6% 안팎의 성장률 전망은 지난해 성장률이 0.2%로 너무 나빴기 때문인 측면이 커, 2년을 평균하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에도 그랬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내년, 후년에도 고성장을 계속 지속해야만 본격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고 올해 높은 성장률도 기저효과나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올 상반기 성장률을 높이는 데 재정지출과 환율의 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는 상반기에 올해 예산의 61%에 해당하는 271조원의 재정을 조기 집행했다. 또한 고환율은 세계경기둔화 속에서도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도움을 주면서 7월까지의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3.6%나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지출이나 환율 효과가 이젠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상반기에 많은 재정을 집행했기 때문에 하반기엔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 게다가 재정건전성 등의 문제로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호조세도 시간이 갈수록 원화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에 빠진다면 유지될까 의문이다. 미국경제의 회복 부진, 중국의 긴축정책에 따른 성장률 둔화,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장기화 가능성 등으로 세계경제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국내 경기지표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흐름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조만간 둔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600대 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기준선인 100에 간신이 턱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의 86.4%는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둔화되거나 침체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지금은 6% 성장 전망에 도취되어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자칫하다가는 올 한 해의 잔치로 끝나거나 하반기부터는 그간 쌓아놓은 성장률마저 까먹을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간 선진국이나 된 것처럼 저성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성장보다 분배에 방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규모는 2004년 세계 11위에서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에는 세계 15위로 브라질, 인도, 러시아, 호주에 추월당하고 말았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세계 54위로 전년에 비해 5계단이나 내려갔다. 그동안 중국은 이른바 G2로 급부상하면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회복의 기운이 분명해지자 경제정책기조를 수정하자고 난리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인 6% 성장에 들떠 성급하게 자만하거나 과실 나누기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장기적인 성장추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초점을 모으고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해 선진경제로 도약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나서도 “나는 아직도 승리에 배가 고프다.”고 말한 것처럼, 올해 성장률이 6%가 넘을지라도 선진경제를 향한 우리나라는 아직 배가 고픈 경제다. 이것이 우리 경제가 6% 성장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