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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 머리 사장님’ 처음으로 200명 돌파…60대 이상 구직자가 20대 추월

    ‘흰 머리 사장님’ 처음으로 200명 돌파…60대 이상 구직자가 20대 추월

    고령화 가속화 속에 은퇴 뒤에도 택시기사 등 자영업에 뛰어드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60세 이상 ‘실버 자영업자’가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다. 15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7만 3000명으로 2022년 199만 8000명보다 3.6% 증가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2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60세 이상은 전체 자영업자 중 36.4%를 차지해 전 연령대를 통털어 가장 많았다. 50대(155만명) 27.2%, 40대(116만명) 20.4%, 30대(70만 6000명) 12.4% 순이었다. 실버 자영업자의 84.8%에 해당하는 175만 명은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이었다. 운수·창고업이 30만 5800명으로, 농림·어업(79만 4600명) 다음으로 많았다. 운수·창고업에는 택시기사, 화물차 운전기사, 택배기사 등이 포함된다. 60세 이상의 구직 활동 역시 크게 증가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올라온 신규 구직 건수(477만 6288건) 중 60세 이상이 전체 20.1%(95만 9602건)에 달했다. 구직자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2013년 12.1%이던 60세 이상 구직자 비중은 지난해 20%대에 진입했다. 구직활동이 가장 활발한 20대(24.0%)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지난 1월 60세 이상의 신규 구직 건수는 13만 9000건으로 전체의 27.4%였다. 20대(11만 6000건)마저 추월했다.
  • “한국풍 결혼하고 싶어요”…日신부들, ‘검은 드레스’ 찾는다

    “한국풍 결혼하고 싶어요”…日신부들, ‘검은 드레스’ 찾는다

    일본 신부들 사이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 결혼한 20대 여성 A씨는 피로연 자리에서 남편과 함께 검정 드레스를 입었다. 그는 “나는 볼륨감 있는 검정 드레스를 입었다”며 “부모님들은 우리를 보고 ‘놀랍지만 너희들답다’라고 좋게 보셨다”고 결혼식 당시를 회상했다. 15일(한국시간) 야후재팬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신부들 사이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란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도쿄에 살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 B씨도 지난해 12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웨딩 촬영을 했다. B씨는 “해외 드라마에서 보고 검은색 웨딩 드레스를 동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들은 “검은 드레스의 유행은 보수적인 일본 결혼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결혼식 정보 업체 ‘모두의 웨딩’ 웹사이트에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조회수 1~2위를 기록한 상품은 모두 검은색 드레스였다. 이 업체는 지난해 웨딩 트렌드로 ‘검은색 웨딩드레스’를 꼽기도 했다. 외신은 “‘남편 색깔에 물들겠다’는 의미의 흰 드레스 대신 ‘당신 말고는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겠다’는 보다 능동적인 검은색 드레스의 메시지가 신부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한국풍으로 하고 싶다”…韓연예인의 검은 드레스 ‘인기’ 또 일본 내 검은색 웨딩드레스의 유행이 ‘한국풍 웨딩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야후재팬은 “지난해 결혼을 발표한 가수 레이디 제인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웨딩 촬영을 했고, 최근 결혼을 발표한 그룹 AOA의 전 멤버 유나도 검은 드레스를 입은 웨딩 사진을 공개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레이디 제인은 결혼식에서는 흰색 웨딩 드레스를 입었다. 6개 지점을 둔 웨딩드레스 대여 샵을 운영하는 ‘드레리치’의 대표 츠나시마 마이는 “한국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풍으로 하고 싶다’면서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일본 결혼 의상 전문가는 “일본의 부모들이나 하객들이 놀라기는 하지만, 대체로 용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전일본브라이덜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순결’을 상징하는 순백의 서양식 웨딩드레스가 본격 보급된 건 1970년대부터다. 검은색 드레스는 상복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 예복으로 금기시됐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들은 검은색 드레스를 더 선호했다. 민나노웨딩구의 마케팅 담당 스즈키 아야카는 “‘금기’가 깨진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한 몫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결혼식은 많은 하객이 참석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코로나 이후엔 소규모화가 됐다. 경우에 따라 사진만 찍는 ‘포토 웨딩’도 늘었다”며 “신부들도 ‘나만의 스타일을 찾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문화마당] 흥겹게 울려 퍼진 설맞이 북소리/장인주 무용평론가

    [문화마당] 흥겹게 울려 퍼진 설맞이 북소리/장인주 무용평론가

    추석과 설, 일 년에 두 번 찾아오는 명절 공연은 나들이를 계획한 가족 단위 공연으로 안성맞춤이다. 할아버지ㆍ할머니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손자ㆍ손녀에게 평생토록 명절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공연 기획자들은 이런 장점을 알기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국립무용단은 2018년부터 명절 공연을 올리고 있다. 특히 공연 장소인 국립극장이 남산 자락에 있어 공연 전후 남산 산책도 곁들이는 일정으로 인기가 많다. 이번 설은 연휴 기간이 길지 않아 장거리 여행이나 친척 방문보다는 당일치기 나들이가 많았던 데다 용띠 관객 30%, 한복 착용 시 20% 할인 등 특별할인 덕에 일찍이 관람권이 매진됐다. 놀이마당을 연상케 하는 원형 무대가 자랑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 ‘두둥 둥둥’ 북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자 제사를 이끄는 제사장이 등장해 축문 낭송을 시작했다. 제목은 ‘축제(祝·祭)’. 괄호 안, 한자에 가운뎃점을 찍어 축원과 제사를 각각 강조했는데 ‘큰 잔치’라는 일반적인 의미보다 전통과 기원에 치중한 모양새다. 세 개의 장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장에서는 ‘지전춤’, ‘도살풀이춤’ 등 신을 맞이하는 춤을 추었다. 지난해 취임한 김종덕 예술감독의 첫 안무로, 전통춤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다. 주로 여자들이 추는 ‘도살풀이춤’을 남성 군무로 탈바꿈한 것이 특이했다. 흰 천을 공중에 휘날리며 높이 뛰어오르는 동작이 매우 역동적이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신을 즐겁게 한다는 의미로 세 가지 춤을 추었다. 한국 전통춤에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것이 남성의 장기라면 여성은 폭넓은 치마에 가려진 차분함 속에서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시종 안무의 ‘진주교방굿거리춤’은 섬세한 여성미가 충만했다. 뒤이어 원로 무용가 조흥동 선생이 안무한 ‘진쇠춤’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로 남성이 추는 춤으로 알려져 있지만 5쌍의 남녀가 한데 어우러진 구성이 새로웠고 꽹과리 연주가 일품이었다. 작은 북(버꾸)을 들고 추는 서한우 안무의 ‘버꾸춤’으로 흥은 절정에 달했다. 소리로 잡귀를 쫓아낸다는 무속의 믿음을 실현이라도 하듯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빠른 동작이 이어지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절정에 달한 흥을 가라앉히기라도 하려는 듯 3장에선 맞이한 신을 돌려보내는 엄중한 의식이 행해졌다. 최고조의 흥겨움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고대부터 이어져 온 축제의 기원을 되짚어 본다는 교육적 구성도 유의미했다. 가족 단위 관객들 틈에서 친구끼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청년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혼자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도 꽤 눈에 띄었다.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흔하게 보지만 무용 공연에서는 드문 일이다. 특히 명절날에. 하지만 ‘혼추족’, ‘혼설족’이란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꽤 늘었다고 하니 달라진 명절 풍경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명절 공연은 명절답게 그저 흥겨우면 된다. 복잡한 줄거리 대신 명절에 어울리는 다채롭고 화려한 볼거리가 많으면 된다. 흥겨움을 즐기려는 관객층이 의외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 임실, 전국 최초 유치원·학교에 치즈 유제품 무상급식

    임실, 전국 최초 유치원·학교에 치즈 유제품 무상급식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치즈를 생산한 전북 임실군 모든 학생에게 다음달부터 임실N치즈 유제품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임실군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36개 학교에 재학 중인 1500여명의 유·초·중·고생들에게 무상 제공한다고 13일 밝혔다. 지원 품목은 파우치 요거트, 스트링치즈, 치즈스틱 등이다. 기존 흰 우유와 함께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치즈 제품을 추가로 제공하는 무상급식은 전국 최초다. 유제품 무상 제공에 필요한 예산은 임실군이 50%를 보조하고, 치즈농협이 50%를 출연한다. 지역 학생 건강과 산업 육성을 위해 지자체와 농협이 손을 잡았다. 앞서 임실군은 지난 7일 심민 임실군수와 남궁세창 임실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창식 임실치즈농협 대표가 ‘관내 유제품 학교급식 무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가졌다. 임실군은 사업계획 수립 및 관리를 총괄하고 교육청지원청은 위생관리, 치즈농협은 유제품의 안정적인 공급 업무를 맡기로 했다. 임실군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지역에서 무상 치즈 공급을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심민 임실군수는 “관내 유제품을 학교급식에 무상 공급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고 낙농가의 소득증대는 물론 임실 유가공 산업 발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우유도 주고 치즈도 주는 임실군 무상 급식

    우유도 주고 치즈도 주는 임실군 무상 급식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치즈를 생산한 전북 임실군 관내 모든 학생들에게 오는 3월부터 임실N치즈 유제품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임실군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36개 학교에 재학 중인 1500여 명의 유·초·중·고등학생들에게 무상 제공한다고 13일 밝혔다. 지원 품목은 파우치 요거트, 스트링치즈, 치즈스틱 등이다. 유제품 무상 제공에 필요한 예산은 임실군에서 50%를 보조하고, 치즈농협이 50%를 출연한다.임실N치즈 유제품을 학교급식으로 제공하는 이 사업은 기존 흰 우유와 함께 학생들이 선호하는 요거트와 스트링치즈 등 다양한 치즈 제품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임실군은 지난 7일 심민 임실군수와 임실교육지원청 남궁세창 교육장, 임실치즈농협 이창식 대표가 ‘관내 유제품 학교급식 무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가졌다. 임실군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관내에서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심민 임실군수는 “관내 유제품을 학교급식에 무상 공급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고 낙농가의 소득증대는 물론 임실 유가공 산업 발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21만원’ 팬미팅 개최한 박유천…日서 포착된 ‘달라진 얼굴’

    ‘21만원’ 팬미팅 개최한 박유천…日서 포착된 ‘달라진 얼굴’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근황이 전해졌다. 9일 박유천은 일본 LDH 키친 더 도쿄 하네다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 이날 시작된 팬미팅은 10일까지 양일간 진행되며, 11일에는 요코하마 더 카할라 호텔&리조트에서 디너쇼를 연다. 3일 연속 여섯 번의 행사를 개최하는 가운데 팬미팅의 티켓 가격은 2만 3000엔(약 21만원), 디너쇼는 5만엔(약 46만원)으로 알려졌다. 첫날 진행된 팬미팅에 수많은 팬이 참석해 데뷔 20주년을 축하했다. 흰색 재킷과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무대에 선 박유천은 팬들의 요구에 볼하트, 손하트 등의 포즈를 취했다. 활짝 웃으며 박유천은 “너무 감사하다”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 속 박유천은 다소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 한편 박유천은 201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 동화 몇 편 읽는다고 혐오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동화 몇 편 읽는다고 혐오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따스한 공감과 배려보다는 날이 선 비난과 공격이 익숙하다. 성별로 갈라지고 세대로 찢어진 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 혐오가 어린이의 눈으로 옮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때때로 절망적인 두려움도 싹튼다. 지금 여기의 동화 작가들이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보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내는 이유다. 이런 문제의식이 담긴 신간 그림책 네 권은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큰 울림을 줄지도 모른다. 설산의 예티와 친구가 되는 법 예티학계의 떠오르는 샛별 유진은 공석이 된 예티연구소의 새 소장 후보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예티를 인간의 친구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유진은 ‘예티 포획 작전’을 계획한다. 함정을 파놓고 예티가 좋아하는 쌀국수를 맛있게 끓인다. 예티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예티를 붙잡는 데 성공한 유진은 그에게 글자와 인간의 식사 예절을 가르친다. 물론 예티가 이를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예티와 진정한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현민 작가의 그림책 ‘진정한 친구가 되는 법’(창비)은 자연을 타자화하며 그것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우월감을 느끼는 인간과 문명의 위선을 폭로한다. 편집자는 책을 소개하며 “자연에 표정과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세심하게 읽어 내는 것이 곧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임을 생각해 보게 된다”고 적었다. 말똥구리 주제에 행복하다고? 말똥구리는 말똥만 있으면 행복하다. 그런 말똥구리를 바라보는 흰말은 도저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 똥이나 굴리고 살면서 행복을 논한다고? 나처럼 길고 튼튼한 다리와 멋진 갈기도 없는 말똥구리 주제에. 흰말은 결국 말똥구리를 향해 모진 말을 쏟아낸다. 상처받은 말똥구리는 먼 길을 떠나고 초원에는 조금씩 똥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다영이 글을 쓰고 솜이가 그림을 그린 ‘행복한 말똥구리’(다람) 속 흰말은 밥먹듯이 타인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이 시대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나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존재를 깎아내리며 모종의 우월감을 느끼지만, 그것은 사실 내면의 뿌리 깊은 열등감일지도 모른다. 바닷속에선 지느러미가 있어도 괜찮아 아이의 등에는 별난 지느러미가 달렸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별나다며 놀린다. 점점 소외된 아이가 찾아간 곳은 바다. 드넓은 바다 안에서 지느러미는 결코 별난 것이 아니다. 육지보다 따스한 바다에서 아이는 오롯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다.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쌍둥이조차도 조금씩 다르지 않나. 어쩌면 우리 모두 몸 어딘가에 별난 지느러미 하나쯤 달면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어 인간’(소원나무)은 박종진이 글을 쓰고 양양이 그림을 그렸다. 박종진 작가의 소개가 퍽 인상적이다. “큰 덩치와 거뭇한 얼굴 때문에 별명이 곰이었습니다. 친구들이 곰이라고 놀리면 때때로 마음의 상처가 됐습니다. 놀리는 이들에게 따끔한 한마디 말도 못하고 곰처럼 생긴 자신을 못마땅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진 않았는지. 부끄럽고 반성합니다.” 늑대가 됐다가 용이 됐다가 종이로 된 소년은 친구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한다. 종이를 날려버린다며 바람을 후 불거나 온몸에 마구 낙서하기도 한다. 종이인 나를 원망해 봐도 소용없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닫게 된다. 종이로 된 나는 접어서 늑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숲의 끝까지 달릴 수 있겠지. 어느 날엔 용으로 접어서 동네 위를 날아다니며 나를 놀렸던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니콜라 디가르드가 글을 쓰고 케라스코에트가 그림을 그린 프랑스 동화 ‘종이 소년’(피카)은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모든 ‘다른 존재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건네고 있다.
  •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때 이른 백발로 살다 보면/정신과의사

    [이효근의 파란 코끼리] 때 이른 백발로 살다 보면/정신과의사

    나이에 비해 머리가 빨리 희어졌다. 서른 즈음부터 염색을 했고, 한 10년 지난 뒤론 염색 없이 그냥 흰머리로 지낸다. 이젠 거의 백발이다. 엄밀히 말하면 많이 흰 회색이랄까. 머리가 희니까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나를 제 나이보다 더 많게 본다. 실제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으응?’ 하고 놀랐다가 이내 “아유 머리가 희어서 그렇지 얼굴은 동안이시네요” 뭐 이런 인사치레를 하기도 한다. 머리가 희면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을 탔을 때 자리를 양보받는다거나, 환자에게 “선생님도 자식 결혼시켜 봤으니 알 거 아니냐”란 소리를 듣는다거나 등등. 정신과 의사에게 흰머리와 다소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너무 젊어 보이는 것보다는 적당히 인생 경험 있어 보이는 외모가 선호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정신과 의사의 염색률은 일반 인구에 비해 많이 낮을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환자 동수(가명)님. 30년 넘게 조현병을 앓았고 긴 병수발로 가족의 고생이 많았다. 여러 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우리 병원까지 왔다. 올 때 동수님의 아내는 ‘사고 없이 여기서 잘 지내기만 해도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남편이 부재했던 30년 세월 동안 자식 건사하고 가정을 이끌어 온 아내의 고생은 따로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 만년을 보내던 동수님은 결국 암으로 돌아가셨다. 병이 발견된 뒤 바로 인근의 대학병원으로 전원됐고, 수술을 했지만 경과가 좋지 않았다. 이런 경우라면 주치의의 마음이 복잡하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발견했으면 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럴 땐 마음을 잘 다잡아야 한다. 환자의 사정은 언제나 기구하고, 그 사연을 겪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는 건 치료자로서 자격 미달이기도 하니까.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들은 며칠 뒤 동수님의 아내가 병원에 왔다. 사실 이럴 땐 조금 긴장된다. 과실이 없다 해도 가족을 잃은 보호자가 병원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을 병원에선 흔히 볼 수 있으니까. 진료실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장례 잘 치렀고, 오늘 삼우제까지 지냈어요. 돌아가는 길에 들르고 싶었어요. 이 병원에 있는 동안 제가 제일 마음이 편했어요. 그동안 남편 면회 와서 선생님 만날 때마다 물론 나이는 저보다 훨씬 적으시지만, 백발이셔서 그런지 꼭 친정아빠 만나고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갑니다.” 의사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환자가 있어서 취직도 할 수 있고, 월급도 받아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 환자 때문에 고생도 하고, 때로는 상처도 받고, 환자 때문에 일을 관두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위로를 받는 것도 환자에게서다. 때론 누군가에게 백발의 ‘유사 친정아빠’가 되기도 한다. 그랬던 기억들 덕분에 어쨌거나 힘을 내고 또 살아간다. 다른 모든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로.
  • 비행기 비상문 연 ‘흰 모자 남성’에 77명 승객들 옹호했다…왜? (영상)

    비행기 비상문 연 ‘흰 모자 남성’에 77명 승객들 옹호했다…왜? (영상)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 한 승객이 3시간 넘게 이륙하지 않던 비행기의 비상문을 열고 나가 비행기의 날개 위를 걸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에서 과테말라시티행 아에로멕시코 항공기가 정비 문제로 제시간에 이륙하지 못했다. 예정 시간보다 3시간여 넘게 이륙이 지연되자, 한 남성 승객이 멈춰 있는 비행기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열고 날개 쪽으로 몇발짝 걸어 나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은 소셜미디어에 “활주로에서 떨어진 곳에 있던 항공기에서 한 승객이 비상문을 열고 날개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갔다”며 “규정에 따라 이 승객은 경찰 및 당국에 인계됐다”고 썼다.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 승객은 “물도 없이 장시간 기내에 갇혀 있었다”며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 자칫 누군가는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었다”고 항의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기내에 있던 다른 승객들 중 최소 77명은 “그 남성 승객의 말이 옳다”면서 “그는 모두의 지지를 받고,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내용의 문서에 자필로 연대 서명해 제출했다.현지 매체들은 당시 기내에서 촬영된 영상도 일부 공개했다. 레기나 빌라존(@regina_villazon)이라는 여성 승객이 촬영해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공유한 이 영상에는 흰색 모자를 반대로 돌려쓴 해당 남성이 승무원에게 항의하는 모습 뿐 아니라 다른 승객들이 연방 손 부채질하거나 승무원에게 물 좀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담겼다. 촬영자를 포함한 승객들 모두 해당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도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됐다. 당시 체포된 남성 승객을 제외하고 다른 승객들은 모두 이후 교체된 다른 비행기를 타고 과테말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해당 항공편이 4시간 56분 연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항공기 추적 온라인 사이트 정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 야구로 치면 겨우 7회말… 남은 2회도 내 호흡대로… 소리판에서 놀다 가야지

    야구로 치면 겨우 7회말… 남은 2회도 내 호흡대로… 소리판에서 놀다 가야지

    한국 나이로 ‘7학년 6반’인데 진짜 노래는 10년 뒤 나올 것 같다고 한다. 목소리가 쉬고 음정이 틀리고 엉망진창이라도 그 노래는 진짜일 것이라고. 평생 라이브만 고집해 온 소리꾼이 눈빛을 반짝거린다. 오체투지를 하듯 나를 음악에 던져야 희로애락이 소리에 스며든다고. 장사익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마흔여섯 살이던 1994년 대표곡 ‘찔레꽃’으로 무대에 선 후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1집 ‘하늘 가는 길’을 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악도, 대중음악도, 아리아도 아닌, 뭣도 아닌” 소리로 ‘장사익류(流)’로 불리는 독보적 장르를 만들어 냈다. 그는 국내외에서 ‘장사익의 소리판’ 공연을 쉼 없이 펼치며 9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했다. 다음달 6년 만에 10집을 낸다.다음달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봄날음악회’ 무대에 서는 그를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만났다. 집은 사시사철의 풍경을 품고 있다. 벽 두 면을 튼 2층 거실의 통유리창 너머로 그가 ‘와불’(누워 있는 부처) 같다고 한 인왕산 뒷자락의 봉우리와 능선이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달인 차(茶)와 삶은 고구마를 내온 그는 싱긋 웃으며 차 석 잔을 다 마셔야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쌀쌀한 기온이 느껴지는 마당 한켠에서 인터뷰 사진을 찍던 그는 몸을 사뿐사뿐 흔들며 ‘찔레꽃처럼 노래했지/찔레꽃처럼 춤췄지/찔레꽃처럼 사랑했지/찔레꽃처럼 살았지’(찔레꽃)를 노래했다. 흥이 일자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단감)을 재즈 가수처럼 읊조렸다. 장사익은 타고난 가인(歌人)이다. -데뷔 30주년 소회는. “30년이 사흘같이 후딱 지나갔다. 10주년 기념 콘서트 때 ‘10년이 하루’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했고, 20주년 때는 ‘찔레꽃’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섰다. 그때그때의 인생 이야기를 해 왔다. 노래를 하다 보면 내 인생이 보이고, 관객들은 ‘내 이야기를 하네’라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세상에 나와 이렇게 노래하는 게 운명이구나 싶다.” -30주년 공연 계획은. “오는 10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30주년 주제로 ‘나에게 꽃을 준다’는 시(詩)의 한 구절을 마음에 두고 있다. 우리가 남들 좋은 일이 있으면 꽃다발도 건네고 축하도 한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참 가혹하다. 못난이, 바보 천치라고 자기 탓을 하고 스스로 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한테 주는 꽃다발을 자신에게는 주지 않는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인생’이라고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공연마다 인생의 의미를 담아낸다. “내게 노래는 깨달음을 주는 시이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야구나 인생이나 다른 게 없다. 칠순 중반의 나는 야구로 치면 7회 말을 앞두고 있다. 내가 이기고 있다 싶으면 8회, 9회 열심히 점수를 지키기 위해 뛴다. 지고 있다고 하면 더 분발하면 된다. 7회를 기준으로 뒤돌아도 보고 앞도 내다본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담아내는 게 노래다.”-‘장사익류’는 어떤 음악인가. “내 음악이 무엇이다 스스로 평가하는 건 마땅치 않다. 표현하자면 박자를 무시하는 의도적인 박치 아닐까. 내 노래는 100% 시다. 시의 운율이 악보 박자대로 딱딱 맞을 수 없다. ‘찔레꽃’, ‘꽃구경’은 아예 박자가 없다. 무대에서 관객과 교감하면서 내 호흡대로 부른다. 대중들이 처음에는 ‘이게 노래인가’ 하고 의구심을 가졌는데 한 10년 넘으니까 내 노래에 몰입하고 함께 즐긴다.” -음악의 스승이 준 깨달음은. 장사익은 2004년 별세한 천재적인 타악연주가 흑우(黑雨) 김대환을 ‘음악의 스승’으로 꼽는다. 김대환은 열 손가락에 북채, 장구채, 드럼 스틱 등 여섯 개의 채를 쥐고 여러 타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프리뮤직’의 창시자다. 오는 3월 1일 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트럼펫 최선배, 이광수 민족음악원장, 장사익, 기타리스트 김광석, 색소폰 이정식, 해금 강은일, 오쿠라 쇼노스케(일본 전통 북), 요코자와 가즈야(일본 피리) 등 흑우와 인연이 깊은 한일 정상급 음악인들이 20주기 추모 공연을 연다. “무명 시절 사물놀이패를 쫓아다니며 태평소를 불 때다. 어느 뒤풀이 자리에서 김대환 선생님이 나를 불러내 동요 ‘송아지’를 음정, 박자 다 무시하고 불러 보라고 했다. 열심히 노래했더니 선생님이 ‘너 속으로 박자를 세고 있잖아. 그것도 깨야지’라고 하는 순간 머릿속에 번갯불이 일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대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데뷔 후에는 선생님이 딱 한마디, ‘너 인기 끌지 마’라고 했다. 난 그 말씀을 음악의 본질로 승부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불혹을 넘어 데뷔했다. “보험사 영업사원도 뛰고, 가구점, 카센터에서도 일하고 이것저것 많이 했다. 당시 노래하는 게 꿈인지도 잘 모른 채 좌절을 많이 겪었다. 먹고만 살 정도면 불행하겠다 싶어 국악을 공부했다. (피아니스트) 임동창과 죽이 맞아 신촌의 소극장에서 그의 피아노 반주에 이틀간 노래한 게 데뷔 무대가 됐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800명이 몰려와 도떼기시장판처럼 떠들썩하게 했다. 그때 관객들에게 참 감사하다.” -소리를 잃을 뻔했다. “지난 7년간 성대결절 수술을 세 번 했다. 두 번 재발해 마지막 수술을 한 후 두 달간 전혀 소리를 내지 못했다. 소리를 질러도 음이 나오지 않아 절망도 했다. 의사가 성대 근육에 상처가 너무 많다고 했다. 한 1년은 매주 클래식 성악 발성 치료를 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하는데 목 상태가 최상이다. 매일 2시간 운동하고 명상한다. 좋은 소리는 건강한 몸과 정신에서 나온다.” -10집 신곡 의미는. “그간 소리판 라이브로 불러온 노래들을 작년 가을 녹음했다. 타이틀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노래한 곡이다. 한상호 시인의 ‘뒷짐’은 한 손으로 가면 외롭기에 두 손으로 뒷짐을 지듯 인생도 어울려 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합창곡이다. 서정춘 시인의 ‘11월처럼’은 자식들이 떠나고 덩그러니 남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재즈처럼 불렀고, 허형만 시인의 ‘뒷굽’은 늘 한쪽만 먼저 닳는 구두처럼 기울어진 세상을 노래한다.” -서울신문 봄날음악회 선곡 중 ‘아리랑’이 눈에 띈다. “아리랑은 이 땅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노래다. 애국가 같기도 하고, 들을 때마다 막 소름이 돋고 정신적인 각오가 생기는 한국적인 노래다. 봄을 아리랑으로 연다는 의미도 크다. 봄날음악회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 -장사익의 노래 인생은. “아이돌 노래가 꽃피는 화려한 봄이라면 내 노래는 굽이굽이 사철의 희로애락이 있다고 할까. 봄이 왔는데도 엉뚱하게 겨울같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철모르는 놈이라고 하지 않나. 늙으면 늙는 대로, 희면 흰 대로 순리대로 산다. 나도 노래도 꾸미지 않고 철 따라 흘러간다.”
  • 장윤주 “20대 모델 시절 노출 강요 받아 상처” 고백

    장윤주 “20대 모델 시절 노출 강요 받아 상처” 고백

    방송인 이소라와 장윤주가 모델 활동 시절 노출 의상으로 힘들었던 일화를 고백했다. 이소라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슈퍼마켙 소라’에 장윤주를 게스트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소라는 “예전에 패션쇼를 했는데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힌다. 다 오픈된 흰 드레스를 입었다”며 “그 옷을 입고 딱 봤는데 조인성이 있어서 당황했다. 너무 민망해서 오른쪽으로 딱 돌았는데 정우성이 있는 거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너무 떨려서 몸을 돌렸다. 신인도 아니었는데 그 사람들을 보니까 몸이 따로 움직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끝나고 정화가 얘기하더라 ‘너 왜 아까 왼발 오른발 같이 걸었어?’라고. 나도 모르게 안 움직이는 거다”라며 ‘로봇 워킹’으로 유명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장윤주도 “(모델 활동할 때) 늘 항상 나를 벗겼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그게 상처였다. 계속 뭔가 노출을 강요받았을 때가 많았던 거 같다. 그 당시에는 ‘이거를 내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20대 초반에는 많이 했던 거 같다”고 털어놨다. 노출 강요를 어떻게 극복했냐는 이소라의 질문에 장윤주는 “노출을 예술로 받아들이자. 이왕 노출할 거면 멋있게 하자. 그리고 완벽하게 하자. 이런 생각으로 마음가짐이 바뀐 것 같다”고 답했다. 이소라가 “만약에 영화에서 노출 장면이나 베드신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장윤주는 “언니 이제 나 정말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12m 벽 가득 채운 하나의 풍경… 60개 캔버스마다 나만의 장면

    12m 벽 가득 채운 하나의 풍경… 60개 캔버스마다 나만의 장면

    ‘무제 4819’ 연작… 붓질연구 집약가까이서는 추상, 멀리서는 구상국제갤러리 28일까지 65점 전시 어떤 바람이 몰아쳐도 야생의 생명력은 빳빳하게 몸을 세우고 맞설 기세다. 한편에선 붉고 흰 이끼, 마른 줄기가 경계 없이 얽히고 엮이며 꿈결처럼 아득한 풍경으로 인도한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K1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한동안 이 ‘구상 같으면서도 추상 같은’ 풍경 속을 거닐며 ‘나만의 장면’을 찾아보게 된다. 특히 작가가 뉴질랜드의 케플러 트랙에서 발견한 습지를 확대해 60개의 캔버스에 나눠 그린 ‘무제 4819’ 연작 앞에서다. 캔버스 하나하나가 고유한 풍경을 담는 동시에 폭 12m 규모로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나는 군집에서 빠져 맞은편 벽면에 더 크게 자리해 있다. 극사실주의 화가 이광호(56·이화여대 예술조형대 교수)의 개인전 ‘블로우 업’은 이렇게 관객이 동선과 시선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포착하고 프레임 밖으로 뻗어 나가 볼 것을 권유한다. 오는 28일까지 선보이는 65점의 신작에서 붓질은 더 거침없어졌고, 대상과 대상 사이의 경계는 더 유연하게 풀어졌다.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젊은 시절 사람들이 내 그림을 3분 이상 봐 주는 게 소망이었는데 관람객들이 계속 움직이며 작품에 시선을 주고, 다양한 각도와 프레이밍으로 작품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걸 보고 뜻이 통했다 싶었다”며 미소 지었다.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를 가로질러 온 그는 40년 화업 인생의 화두였던 ‘붓질 연구’를 전시에 집약했다. 작가는 “과거엔 대상을 오롯이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붓질에 구속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풍경의 극단적인 확대를 통해 형상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활발한 터치감을 보여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화면 구성에 신경 쓰면서 붓질 하나하나에 몰입했다. 보는 이에겐 ‘즉흥적’으로 보이는 붓질의 결과로 가까이서는 추상, 멀리서는 구상이 만들어졌다. 직접 제작한 다양한 캔버스 천 때문에 달라진 물감의 흡수력으로 화면에는 저마다 다른 호흡이 숨 쉰다. 밀랍에 안료를 섞은 뒤 불에 달궈 윤곽을 흐리게 하는 고대 이집트의 엔코스틱 기법으로 빚어낸 우연의 효과도 매혹적이다. 그는 “회화에서 ‘매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그 화가만이 지닌 고유의 붓질로 가수의 음색이나 소설가의 문체 같은 것”이라며 “화가가 자신의 회화적 감흥을 잘 전달하려면 자신만의 매너를 보여야 하고 나 역시 나만의 붓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유일하게 상상으로 작품 안에 들여보낸 존재는 한구석에 자리한 꿩 한 마리다. 꿩은 어느 때고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갈 듯 바깥을 향해 있다. 작가의 아바타인 꿩을 통해 관람객에게 ‘프레임 밖의 공간을 상상하고 경계를 확장하라’고 주문을 건 셈이다.
  • 풍경 안 탐험하거나, 캔버스 밖 상상하거나…이광호의 ‘붓질 연구’

    풍경 안 탐험하거나, 캔버스 밖 상상하거나…이광호의 ‘붓질 연구’

    어떤 바람이 몰아쳐도 야생의 생명력은 빳빳하게 몸을 세우고 맞설 기세다. 한 편에선 붉고 흰 이끼, 마른 줄기가 경계 없이 얽히고 엮이며 꿈결처럼 아득한 풍경으로 인도한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1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한동안 이 ‘구상 같으면서도 추상 같은’ 풍경 속을 이리저리 거닐어보며 ‘나만의 장면’을 찾아보게 된다. 특히 작가가 뉴질랜드의 케플러 트랙에서 발견한 습지를 확대해 60개의 캔버스에 나눠 그린 ‘무제 4918’ 연작 앞을 오래 머물게 된다. 캔버스 하나하나가 각각 고유한 풍경을 담고 있는 동시에 폭 12m 규모로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가운데 하나는 군집에서 빠져 맞은 편 벽면에 크기를 더 키워 자리해 있다.극사실주의 화가 이광호(56·이화여대 예술조형대 교수)가 국제갤러리에서 9년 만에 연 개인전 ‘블로우 업’은 이렇게 관객이 동선과 시선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포착하고 프레임 밖으로 얼마든지 뻗어나가볼 것을 권유한다. 28일까지 선보이는 65점의 신작에서 붓질은 더 거침 없어졌고, 대상과 대상 사이의 경계는 더 유연하게 풀어졌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젊은 시절 사람들이 내 그림을 3분 이상 봐주는 게 소망이었는데 관람객들이 움직이며 계속 작품에 시선을 주고, 다양한 각도와 프레이밍으로 작품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걸 보고 뜻이 통했다 싶어 흡족했다”며 미소지었다.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분야를 가로질러온 그는 이번 전시에 40여년 화업 인생의 화두였던 ‘붓질 연구’를 집약했다. 작가는 “과거엔 대상을 오롯이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 때문에 붓질에 구속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풍경의 극단적인 확대를 통해 형상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활발한 터치감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작가는 화면 구성에 신경쓰면서 붓질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하며 작업했다. 보는 이에겐 ‘즉흥적’으로 보이는 붓질의 결과로 가까이서는 추상, 멀리서는 구상이 만들어졌다. 직접 제작한 다양한 캔버스 천 때문에 달라진 물감의 흡수력으로 화면에는 저마다 다른 호흡이 만들어졌다. 밀랍에 안료를 섞은 뒤 불에 달궈 윤곽을 흐리게 하는 고대 이집트의 엔코스틱 기법으로 빚어낸 우연의 효과도 매혹적이다. 그는 “회화에서 ‘매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그 화가만이 지닌 고유의 붓질로 가수의 음색이나 소설가의 문체 같은 것”이라며 “화가가 자신의 회화적 감흥을 잘 전달하려면 자신만의 매너를 보여야 하고 나 역시 나만의 붓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유일하게 상상으로 작품 안에 들여보낸 존재는 한 구석에 자리한 꿩 한 마리다. 꿩은 어느 때고 그림 바깥으로 걸어나갈 듯, 바깥을 향해 있다. 작가의 아바타인 꿩을 통해 관람객에게 ‘프레임 밖의 공간을 상상하고 경계를 확장하라’고 주문를 건 셈이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용의 형상을 한 식물이 있다/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용의 형상을 한 식물이 있다/식물세밀화가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자 주변에서 자연스레 용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용은 주로 기백, 열정, 힘과 같은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만화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용으로부터 식물을 떠올린다. 식물 중에는 용의 머리와 몸, 심지어 용의 피와 혀를 닮은 종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 이름을 가진 식물 중에는 까마귀쪽나무, 까치밥나무처럼 새의 이름을 빌리거나 토끼풀, 호랑가시나무처럼 포유류의 이름을 빌린 것들이 있다. 용은 실제 동물계에 속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런데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인류는 오래전부터 식물에서 용의 형상을 찾고, 용의 이름을 빌려 이름을 지어 왔다.마트 과일 매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열대과일 ‘용과’는 이름 그대로 용의 과일이다. 기다란 줄기에 열매가 달린 모습이 여의주를 문 용의 형상 같아 이름 붙여졌다. 4년 전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용과는 마트에서 본 모습과 사뭇 다른, 사방에 긴 줄기를 늘어뜨린 선인장과의 덩굴식물이었다. 이들은 여느 덩굴식물처럼 지지대를 기어오르거나 기어오를 데가 없다면 땅에 늘어지는 형태로 최대 9m까지 뻗어 나간다. 이 모습이 용을 빼닮았다. 여의주 같은 붉은 용과를 자르면 까만 씨앗이 박혀 있는 흰 과육이 드러난다. 과육에서는 키위와 배 사이의 달곰한 맛과 퍼석한 식감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망고나 파인애플 같은 달콤한 열대과일에 가려 그다지 인기가 있지는 않으나 정육면체로 잘라 다른 과일과 함께 먹거나 잼, 주스, 와인 등으로 가공해 먹을 수도 있다. 사실 용과의 특별한 매력은 꽃에 있다. 열매를 맺기 전 피우는 꽃은 지름 30㎝ 정도로 거대한 데다 개화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을 만큼 짧다. 게다가 밤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박쥐, 나방과 같은 야행성 동물에 의해 수분한다. 용과의 꽃을 보고 있으면 이 정도로 비범해야 용의 여의주가 될 수 있구나 싶다. 우리가 카페나 백화점에서 자주 만나는 관엽식물인 드라코 또한 용을 닮았다. 이들의 정명은 용혈수, 용의 피를 내뿜는 식물이라는 의미다. 용혈수의 줄기를 자르면 붉은 수액이 흘러나온다. 용혈수를 관찰하기 전에는 숱한 동물 가운데 굳이 용에 빗댄 것이 의아했으나 수액을 본 뒤 단번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갈색 줄기를 자른 단면에서 흑색에 가까울 만큼 진한 붉은색 수액이 뚝뚝 떨어지는데, 이 모습이 식물과 동물 사이에 있는 미지의 생물을 연상케 한다. 용의 피라 불리는 붉은 수액은 전통 의학과 바이올린 염색, 방부제에도 활용됐다.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화분 속 드라코는 단정하고 정적인 모습으로, 용의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식물원의 온실에서 만나는 아가베 중 대표 종인 용설란은 잎의 형태가 용의 혀를 닮아 이름 붙여졌다. 이들 잎은 기다랗고 흰색에 가까운 옅은 청록색이다. 용설란은 꽃이 잘 피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일러도 수십 년에 한 번 꽃이 피는데, 꽃피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쓴 용설란은 개화 후 죽는다. 꽃이 금붕어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금어초는 스페인에서는 꽃 모양이 용의 입을 닮았다는 연유로 ‘스냅드래곤’이라는 영명으로 불리지만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는 사자의 입이라 불린다. 하나의 형태를 두고 나라마다 서로 다른 동물을 떠올린 셈이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에도 용의 얼굴을 연상케 하는 식물이 있다. 용머리는 여름에 피는 꽃이 용의 얼굴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푸른 꽃 색 또한 용을 떠올리게 한다. 줄기마다 꽃이 달린 모습은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용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용의 이름을 빌린 식물은 공통으로 인간이 식물에 기대하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이미지와 달리 탈(脫)식물적 형태, 생태 특징을 가진 것이 많다. 인간은 의외의 면모를 가진 식물 종,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와 현상을 상상의 동물인 용과 같은 카테고리에 가둔 셈이다. 분명한 것은 땅에 고정돼 있고 동물에 견줘 움직임도 느린 식물조차 날아다니는 동물이 필요할 때는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햇빛이 필요할 때면 해가 드는 방향으로 줄기 끝을 내민다는 것이다. 식물과 달리 인간은 빠르게 움직이고 이동하는 혜택을 가졌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거만하지 않고 우리 각자가 원하는 것, 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직접 표현하고 행동하는 2024년이 되기를 바란다.
  • 이수정 “수도권 유권자 반응 정말 차가워… 맨땅 넘어 빙하에 헤딩하는 느낌”

    이수정 “수도권 유권자 반응 정말 차가워… 맨땅 넘어 빙하에 헤딩하는 느낌”

    국민의힘이 4월 총선을 위해 ‘영입 인재 1호’로 발표한 이수정(60)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선거운동을 위해) 구석구석을 누빌수록 (국민의힘에) 냉랭한 수도권 민심을 느낀다”며 “‘맨땅에 헤딩’을 각오하고 왔는데, 실상은 ‘빙하에 헤딩’”이라고 토로했다고 8일 조선일보가 전했다. 보통 총선 영입 인사는 텃밭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배정 받지만 이 교수는 스스로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예비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곳은 경기 수원정(수원시 영통구)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으로, 2012년 지역구 신설 뒤 민주당 후보만 당선된 대표적인 야당 텃밭이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당색이 빨강이라 요즘 빨간색 패딩을 입고 인사를 다니는데, 오히려 흰 옷을 입고 인사할 때가 반응이 더 좋더라. 나는 이런 시민들의 사소한 반응까지 확인하며 개선 방안을 찾으려 하는데, 당 지도부는 대민 친밀도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원이 야당 강세 지역이지만 수원정은 광교신도시를 끼고 있어 여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확 커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며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는 ‘이재명이고 김건희고 관심 없다. 우리 먹고사는 일 좀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대선 때 2번(윤석열) 찍었다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이 ‘경제를 이렇게나 신경 안 쓸 줄 몰랐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날쯤 출범했고 전문가들과 함께 좋은 정책을 펼쳐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주 컸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별로 풀린 것이 없다. 상가 공실은 넘쳐나고 자영업자나 회사원이나 고금리 때문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시민들은 ‘민생이 이 지경인데 정부는 이념 타령만 한다’고 느낀다.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일갈했다. 끝으로 여당 열세 지역인 수원에서 출마한 이유를 묻자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시대에 수도권의 핵심인 수원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 지역에 있는 경기대에서 25년 넘게 근무하며 세 끼를 여기서 먹고 뒷골목을 샅샅이 누비면서 이곳에 뭐가 필요한지 쭉 봐왔다. 이왕 정치할 거면 어려운 곳에서 당당하게 시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상여오름 정체불명 ‘하얀물질’ 미스터리… 알고보니 영화 눈 소품이었다

    상여오름 정체불명 ‘하얀물질’ 미스터리… 알고보니 영화 눈 소품이었다

    지난 4일 제주도청 신문고에 게시돼 논란이 일었던 제주시 연동 상여오름을 뒤덮였던 정체불명의 하얀물질은 영화·드라마 촬영용 눈 소품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연동 소재 상여오름을 뒤덮었다는 민원이 제기된 흰 알갱이에 대한 현장 확인 결과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설경 연출을 위해 뿌린 인공 눈 소품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5일 현장조사에 나섰던 제주시 관계자는 “인공 눈 성분처럼 보였지만, 실제 손으로 만져보니 부서지고 세탁기 돌렸을 때 종이나 화장지가 뭉쳐진 것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솔잎에 묻은 물질을 만져봐도 농약성분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인공 눈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 무언가를 뿌린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시는 사유지인 상여오름의 소유주 확인에 나섰다. 실제 해당 흰 알갱이들은 상여오름 정상 인근 산불감시초소 남쪽 언덕 일대 약 200~300평 정도 면적에 뿌려졌다. 영화 제작사 측은 논란이 일자 지난 7일 물을 뿌려 알갱이들을 녹이는 작업을 다시 했다. 현재는 처음보다 하얀물질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영화 제작사측은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알갱이는 눈이 내린 효과를 내는 소품으로 펄프 재질”이라며 “제작사 측이 알갱이를 수거하고 남은 것은 물을 뿌려 녹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8일 성분을 채취해 유해성 분석 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여오름은 생이오름이라고도 불리며 동북쪽 사면에는 중턱까지 해송이 조림돼 있으며 높이 245m에 달한다. 광이 오름의 남서쪽에 이웃하고 북쪽에는 남짓은 오름이 있는데, 이 상여 오름까지 3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다.
  • 인공 눈인 듯 아닌 듯… 제주도심 상여오름 ‘하얀 물질’ 미스터리

    인공 눈인 듯 아닌 듯… 제주도심 상여오름 ‘하얀 물질’ 미스터리

    제주도심에 있는 오름에 눈도 안 내렸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흰 알갱이로 뒤덮이면서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제주도청 신문고에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상여 오름 정상, 산불 감시소 남쪽 부분 언덕에 스프레이형 스티로폼이 오름을 덮고 있다’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씨는 이어 “쓰레기를 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주문했다. 실제 첨부한 사진에도 상여오름 정상 쯤에 흰눈이 소복히 쌓인 것처럼 정체모를 흰 알갱이가 뒤덮여 있다. 이같은 사실이 지역 언론에 알려지자 제주시 환경관리과와 공원녹지과 관계자들이 현장으로 급파돼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무엇을 뿌렸는지 모르지만 불법 폐기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담당직원에 확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 조사에 나섰던 제주시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불법 폐기물은 아닌 것 같다”면서 “정상 인근 약 100여평 정도 군데군데에 하얀 물질이 뒤덮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인공 눈 성분처럼 보였지만, 실제 손으로 만져보니 부서지고 세탁기 돌렸을 때 종이나 화장지가 뭉쳐진 것 처럼 그런 느낌이었다”면서 “솔잎에 묻은 물질을 만져봐도 농약성분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는 어둑어둑해질 무렵 현장조사에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연동 주민센터와 함께 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선 드라마 촬영을 위해 인공 눈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 무언가를 뿌린 것은 아니냐는”는 지적도 나왔다. 시는 상여오름이 사유지인 만큼 소유주 확인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한편 상여오름은 생이오름이라고도 불리며 동북쪽 사면에는 중턱까지 해송이 조림돼 있으며 높이 245m에 달한다. 광이 오름의 남서쪽에 이웃하고 북쪽에는 남짓은 오름이 있는데, 이 상여 오름까지 3개의 봉우리가 연 이어져 있다.
  • 이마트24, 1분기 흰 우유·페트커피 가격 동결

    이마트24, 1분기 흰 우유·페트커피 가격 동결

    편의점 이마트24는 지난해 연말까지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던 자체브랜드(PB) 상품 6종의 가격을 올해 1분기까지 연장해 동결한다고 5일 밝혔다. 대상 상품은 ‘아임e 하루이리터 500ml 생수’(600원), ‘아임e 페트커피’ 4종(1300원), ‘아임e 하루e한컵우유 1L’(2400원) 등이다. 이마트24는 인기 상품 가격 동결 연장을 통해 편의점 최저가를 유지하며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고객들이 이마트24를 지속 찾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물가 시대에 저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 호응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4분기 페트커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했고, 흰우유 66%, 생수 41%의 증가율을 보였다. 가격 동결 상품을 제외한 각 상품군의 매출 증가율이 10% 수준임을 고려하면 업계 최저가를 내세운 상품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각각의 상품은 카테고리별 매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마트24는 이 외에도 1월 딸기 관련 상품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딸기 페스타’, 신세계 계열사 행사인 ‘데이원’(DAY1) 행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 할인 혜택 등을 늘리고 있다. 특히 데이원 행사에서는 커피음료, 프로틴 음료, 핫바, 컵라면 등 인기상품 18종에 대해 원플러스원(1+1) 혜택과 동시에 행사 결제수단(신한카드·우리카드·현대카드·카카오페이)으로 5000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쿠폰을 증정한다. 이 외에 닭가슴살, 프로틴 음료, 사과, 한라봉, 계란, 냉동삼겹살, 양념LA갈비 등 인기상품 75종도 1+1 행사로 구매할 수 있다.
  • 바람의 언덕 지나 계곡길 따라, 첫사랑 같은 얼음꽃이 피었네

    바람의 언덕 지나 계곡길 따라, 첫사랑 같은 얼음꽃이 피었네

    눈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무기력한 팔다리에 난데없이 힘이 돌기 시작한다. 마음도 조급해진다. 어느 산을 갈까. 설경은 역시 산에서 맞는 게 제격이다. 강원 평창 선자령이 퍼뜩 떠오른다. 눈 오는 선자령, 누구에게나 버킷 리스트다.날씨가 희한하다. 평창 횡계읍내에 종일 겨울비가 내렸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왔는데, 이럴 수가 있나 싶다. 다행히 읍내와 달리 선자령엔 얼음꽃이 피었다. 나무 표면에 붙어 있던 습기가 낮은 기온에 그대로 얼어버린 거다. 눈꽃과 얼음꽃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눈꽃은 나무와 숲 전체를 뒤덮는다. 그래서 화사한 풍경을 연출한다. 얼음꽃은 겉만 살짝 덮는다. 얇게 겉을 감싼 얼음 알갱이 너머로 속의 것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래선지 어딘가 더 한기가 느껴진다.선자령은 대관령 북쪽, 백두대간 주능선에 위치한 고개다. 강원도 평창(도암면 횡계리)과 강릉(성산면 보광리)을 잇는다.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관령 북쪽의 고개 ‘선자령’계곡 아름다워 선녀와 아이들이 목욕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비교적 높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옛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이기 때문에 실제 표고차는 317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리는 편도 5㎞ 남짓. 4~5시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등린이’나 가족 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코스는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명칭은 ‘대관령마을휴게소’다. 현재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대관령휴게소와는 다른 곳이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IC에서 빠져 국도로 이동해야 한다. 영동고속도로가 옮겨지면서 대관령 정상의 옛 휴게소는 이용객이 줄어들어 문을 닫기도 했었다. 그러다 선자령 일대가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사계절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발돋움하면서 대관령마을휴게소에도 다시 차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박(장기간 차박) 차량들로 몸살을 앓았지만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언제 가도 깔끔하고 주차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휴게소에서 대관령 기상관측소 방향으로 10여분 정도 걷다 보면 선자령 등산로가 나온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보통 ‘계곡길’이라 불린다. 국사성황사를 지나 통신중계기까지 이어진다. 약 1.5㎞의 오르막 코스가 다소 힘겨운 구간.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단내가 풍겨 나온다. 국사성황사를 거치지 않고 오른쪽 코스로 오를 수도 있다. 이쪽은 흔히 ‘능선길’이라 부른다. 다소 완만한 대신 계곡길 코스보다 500m 정도 길다. 계곡길로 접어든다. 아늑한 길이 이어진다. 잣나무, 낙엽송,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한다. 눈이 내리면 계곡 나무들에 눈꽃이 피는데, 이게 장관이다. 계곡물도 흐른다. ‘선자령’(仙子嶺)이라는 이름은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데서 유래했단다.국사성황사는 이름 그대로 대관령의 국사서낭(성황)을 모신 신당이다. 세 칸짜리 성황사와 한 칸짜리 산신당 등으로 이뤄졌다. 현재의 당우는 1944년에 중건된 것이라고 한다. 대관령 국사서낭은 대관령 산신과 함께 세계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모셔진다. 국사성황사에서 제를 지내고 그 신(神)을 강릉 단오장으로 모셔 가는 행사로부터 단오제가 시작된다. 성황사 주변 풍경이 빼어나다. 이리저리 굽고 휜 나무들 위로 서리 같은 얼음꽃이 피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기운이 깔려 있는 듯한데, 거무튀튀한 몸통에 서리꽃을 두른 나무들 탓에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눈꽃이었더라면 화사했겠지. 하지만 이런 신묘한 분위기는 결코 풍길 수 없었을 터다. 산길은 대부분 능선 위로 이어져 있다. 장쾌한 설원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주변 풍경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왼편으로 대관령 목장의 설원이 펼쳐지고, 돌아서면 동해의 푸른 바다를 가슴속에 품을 수 있다. 능선을 타고 오르기 때문에 시야가 툭 트여 개방감이 더하다.’ 다만 단서가 있다. 맑은 날이어야 한다는 것. 이번 여정에서처럼 눈보라가 칠 때면 사실 눈에 담을 게 별로 없다. 간간이 드러나는 풍경에 만족해야 한다. 능선 위에 선 풍력발전기들의 자태가 이색적이다.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프로펠러의 진동은 위압적이면서도 어딘가 SF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풍력발전기 때문에 선자령 등산로를 ‘선자령 풍차길’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주능선은 완만한 곡선의 연속이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건 없지만 고원 특유의 평평한 산줄기가 독특한 운치를 만든다. 순백의 세상에 서면 언제나 숨이 트이는 듯하다. 시원한 공기로 폐부를 씻고, 홍진 세상을 감춘 말간 풍경으로 눈을 씻는다. 능선 왼쪽으로 목장의 설원 펼쳐져돌아서면 동해의 푸른 바다가 품으로 이제 횡계의 볼거리를 말할 차례다. 겨울이면 산 아래 횡계리 일대에 이색 풍광이 펼쳐진다. 광활한 황태덕장이 그것이다. 수없이 많은 황태가 매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익어 가고 있다.평창의 겨울 풍경을 말할 때 도암호 가는 길을 빼놓을 순 없다. 도암호는 평창과 강릉이 경계를 이루는 계곡에 도암댐을 세우면서 조성된 인공호다. 호수 자체야 내세울 게 별로 없다. 한데 물길과 나란한 진입로에서 만나는 풍경만큼은 참 일품이다. 농가와 주변 산자락, 그리고 흰 눈 뒤집어쓴 계곡이 어우러져 소담한 겨울 풍경을 그려 내고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섞인 계곡 사이로는 물 반 얼음 반의 계류가 흐른다. 계곡 오른쪽은 발왕산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중첩된 산자락들이 제법 옹골찬 풍경을 선사한다. 이쯤 되면 초대형 걸개그림이라 해도 믿겠다. 도암호 위는 강릉의 안반데기다. 겨울철엔 눈이 쌓여 올라갈 엄두를 못 내지만 다른 계절엔 명자깨나 날리는 여행지다. 대관령 주변에 눈꽃 마을, 의야지 마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마을이 많다. 눈썰매장 등의 놀이시설은 대부분 갖췄고 저마다 색다른 콘텐츠도 마련해 뒀다. 진부면 오대천 일대에선 송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송어맨손잡기와 낚시, 썰매 등 겨울 놀이, 먹거리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낚시는 얼음판에 20㎝ 안팎의 구멍을 뚫어 송어를 낚는 얼음낚시와 실내낚시로 나뉜다.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송어를 잡을 수 있다. 먹거리터에선 잡은 송어를 회와 구이로 요리해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탕수육과 매운탕 등 15가지 송어 요리를 맛보며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눈광장과 얼음광장엔 겨울 레포츠가 즐비하다. 눈광장에선 눈썰매, 스노 래프팅, 수륙양용차 아르고를 탈 수 있다. 얼음광장에서는 전통 썰매, 스케이트, 얼음 자전거, 범퍼카, 얼음 카트 등 놀이를 즐길 수 있다. 19일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개막되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평창 현지에서 눈을 만났다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찾아야 하는 곳이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다. ‘한정판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눈 그치고 반나절만 지나면 전나무숲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앙상한 모습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제아무리 폭설을 뒤집어썼다 해도 그렇다. 행여 바람이라도 불면 눈 떨어지는 시간은 더 짧아진다. 그러니 수도권 등 먼거리의 여행자들이 기를 써도 소담한 설경과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전나무 숲길은 일주문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진다. 채 1㎞가 못 되는 거리에 반듯하게 솟은 전나무가 빽빽하다. 숲에서 가장 나이 든 나무는 수령 370년 정도다. 대개는 수령 80년 안팎의 젊은 나무들이다. 숲은 오백 살 먹은 전나무 아홉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의 씨가 퍼져 지금의 숲을 이뤘다는 것. ‘천년의 숲’이라 불리는 이유다. ●여행수첩 횡계 쪽에 맛집이 많다. 납작식당은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를 잘한다. 남경식당은 꿩만두와 메밀막국수로 소문난 집. 대관령한우타운과 평창한우마을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 [최여정의 아침 산책] 강진으로 향하는 마음/작가

    [최여정의 아침 산책] 강진으로 향하는 마음/작가

    강진으로 향하는 길은 멀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더해 강진에는 드물게 큰 눈이 내려 쌓였다. 지난 연말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의 ‘강진순례길’에 동행했다. 강진은 꼭 이십 년 만이었다. 이십대에 찾았던 다산초당에서 나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등 502권의 책을 펴냈다는 다산의 놀라운 업적에만 눈길이 갔다. 하지만 사십대가 돼 다시 강진을 찾으니 억울하게 이 머나먼 땅으로 유배를 내려온 다산의 비통한 마음, 그를 도왔던 마을 주막 할머니의 안타까운 마음, 다산과 벗이 됐던 백련사 주지 스님의 우정의 마음, 그리고 대학자를 스승으로 모셨던 제자들의 존경의 마음, 그 마음들을 비로소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모든 장소와 길들이 더욱 특별해졌다. 1801년 11월 23일 다산은 지독한 멸족지화를 당하고 강진으로 온다. 날은 어둑해지고 찬바람도 불고 허기까지 몰려오는데, 누구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런데 단 한 곳, 마을 동쪽 입구의 주막 할머니가 다산을 맞이했다. 아욱국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먹고, 다산은 그날부터 주막 골방에서 4년을 지내게 되는 인연을 맺는다. 겨울 내내 방 구석에 틀어박혀 분노와 억울함으로 치를 떨며 지내던 다산에게 “어찌 그냥 헛되이 사시려는가, 제자라도 기르셔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깨우침을 준 것도 주막 할머니였다. 그는 순간 밖으로 향하던 모든 원망을 접고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면서 생을 다시 살게 된다. 방문을 열어 보니 어느새 사방은 봄이었다. 그리고 이 골방을 ‘사의재’(四宜齋)라 이름 붙인다. 사의재란 ‘네 가지를 마땅히 해야 할 방’이라는 뜻으로 맑은 생각과 단정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의미한다. 강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다산초당에 기거하던 정약용과 백련사 주지 혜장 스님이 손을 잡고 걸었다던 만덕산의 오솔길이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비비며 나란히 걸을 정도의 오솔길에 쌓인 흰 눈 위에는 이르게 피었다 떨어진 동백꽃잎이 길 잃어 다친 산짐승이 흘린 핏방울처럼 점점이 떨어져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를 나누는 다산과 스님의 뒷모습이 길 위로 스친다. 유배 생활이 길어질수록 다산은 미움도 분노도 서서히 옅어졌다. 하지만 우정을 나눌 벗이 간절했다. 지식을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는 벗이 바로 혜장 스님이었다. 다산은 어두운 밤 산길을 더듬어 불쑥 찾아오던 스님을 기다리다가 방문을 열어 두고 잠들곤 했다. 사실 다산의 업적으로 기록된 502권의 책도 다산초당에서 그의 곁을 지킨 18명의 제자와 함께 펴낸 것이니 다산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결국 다산을 유배지에서 18년 동안 살게 한 건 쌓여 있던 책도, 가족들과 주고받던 서신도 아니었다. 강진 땅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을 살게 하는 건 네가 있어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어서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오지 않을 고도를 끝까지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내 곁에 네가 있기 때문이다. 2024년 새해 내 곁의 네가 내 생의 이유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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