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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양각색 풍속(운남성을 가다:3)

    ◎25개 민족 특성 자랑… 1년내내 축제/풍년기원… 자연숭배… 「짝짓기」로 절정/“장례도 잔치처럼” 노래로 밤샘 문상/노강유역선 씨족공동체 형성… 일부선 모계사회 유지 운남성의 한해는 축제로 시작해서 축제로 끝난다.장족(장주)·동족·야오족등 여러 소수민족의 신년행사로 시작되는 운남성의 한해는 4월중순의 다이족·부랑족·아창족 등의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을 뿌리는 발수절을 비롯 25개 소수민족의 다양한 전통적인 축제를 거쳐 12월말 살아있는 소를 죽여 평안과 풍요를 비는 두롱족의 「카췌와」축제와 함께 저물어 간다. 운남성의 축제와 민속놀이는 하늘과 자연숭배물,각종 수호신에 대한 제사는 물론 사냥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등 가지각색이다.그러한 소수민족 축제의 절정은 늘 「짝짓기 의식」이 차지한다.축제기간의 민속놀이를 통해 청춘남녀들이 자연스럽게 짝을 찾게 해주는 전통은 어느 소수민족의 축제의식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북서부 노강유역등에 모여사는 리즈족의 신년 축제인 「쿠워션 지에」도 사람을 모래구덩이에 묻는「사갱매인」과 「바늘로 실을 꿰는 놀이」라는 뜻의 「천침인선」으로 절정을 이룬다.사갱매인 축제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처녀들이 한 사람의 총각에게 달려들어 그를 강제로 들어다 모래구덩이속에 파묻은 후 머리만 남기고 모래속에 묻힌 청년에게 다가가 구해주는 것으로 처녀는 사랑을 표현하고 둘은 마을에서 애인으로 공인받게 되는 민속놀이다. 천침인선 놀이는 위험천만하게도 젊은이들이 활로 처녀들의 머리위에 얹혀논 달걀을 맞히는 풍습이다.처녀의 머리위에 촛대같이 긴 대를 얹고 그 위에 놓여있는 달걀을 맞히는 것으로 청년은 사랑을 고백한다. 운남 남부와 동남아 북부에 퍼져살고 있는 다이족(검은 타이족이라고도 불리는 타이족의 일종)들도 최대 축제인 발수절 의식을 통해 남녀간에 눈을 맞춘다.발수절은 상대방에게 물을 끼얹어 행복과 성공을 축원하는 풍속으로 수백명씩 무리를 지어 한나절씩 서로 물을 뿌리고 즐기는 가운데 상대를 찾는 것이다.발수절 의식이 인기를 얻자 최근 곤명 민속촌에선 일년내내 발수절 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다이족 달력으로 6월(4월중순무렵)쯤 며칠씩 이어지는 이 행사는 소승불교의 영향을 받은 남부 서쌍판납지역의 덕앙족,아창족등도 즐기는 민속놀이다. 축제의 고장 운남에서는 장례도 축제처럼 치른다.다른 곳의 중국인(한족)들의 장례가 근엄하고 비장한데 비해 이곳에선 상여가 나갈때는 물론 죽은이의 집에 문상온 친구들이 경쾌한 가락의 노래로 밤을 지새운다.초웅 이족자치주 여관에서 일하는 장사양씨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죽은자가 즐겁고 편안하게 저승길을 가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풍습은 원래 운남 소수민족 가운데 4백여만명으로 가장 인구가 많은 이족들의 전통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사는 한족들까지도 이 풍속을 따르고 있다.「이차장」이라고 두차례 장례를 지내는 습속도 운남에는 흔하다.서쌍판납지역의 경파족(경파주)들은 『첫번째 장례는 몸을 묻는 것이고 두번째 장례는 혼을 떠나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이들은 죽은이를 땅에 파묻고 난뒤 풀집을 짓고 발가벗은 상태에서온몸에 칠을 한 무당들이 귀신을 쫓고 혼을 송별하는 「찐 짜이짜이」란 춤을 추며 장례식을 완결한다. 장족들도 관을 산속 동굴속에 안치한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뒤 이를 꺼내 땅에 파묻는 2차례의 장례의식을 갖는다.티베트와 마주대하고 있는 운남의 북서부 지역에 사는 일부 장족들은 죽은 이를 동굴등에 안치했다가 몇년이 지난뒤 이를 꺼내 토막을 내서 깊은 산속에 흩어버리는 풍장의 습관도 지니고 있다. 운남의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북서부 노강유역의 산악지대에는 전체 종족을 다합쳐봐야 5천5백명밖에 않되는 두롱족과 리주족등이 씨족공동체를 형성한채 현대문명과 동떨어진 「원시생활」을 하고 있다.나시족 계열의 모소족들 사이에는 결혼이란 개념이 없다.남녀가 같이 살고 아이나아서 기르다가 문제가 생기면 남자가 짐을 싸서 떠나게 되는 모계사회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물론 아이와 재산은 여자의 것이다.이 때문에 모소족 사회에서는 여자형제들이 한집에 남자를 데리고 사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1만8천명에 불과한 지누오족 역시 씨족공동체의 유습을 지키고 있다. 활과 창으로 맹수등 동물사냥을 벌이는 두롱족,리주족등은 야생동물보호에 나선 정부관원들의 골칫거리다.『소수민족은 지금도 호랑이,흰눈 팔긴원숭이,코끼리,암양등 1백91종이나 되는 국가및 성급보호 희귀동물들의 천적』이라며 운남성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마를 찌푸린다. 동남아시아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열대·열대의 서쌍판납지역에는 다이족 1백여만명을 비롯,묘족(묘주),하니족,라후족,경파족,와족,푸랑족등이 널리 퍼져살고 있다.하지만 국경근처의 소수민족들에겐 지금도 국경이란 개념이 없다.국경너머 사는 다른 민족들을 오가며 장사도 하고 사냥도 한다.곤명일보사의 양계평기자는 『이들이 문명사회로 들어오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나리/정신 맑게하는 약리작용 탁월(최선록 건강칼럼:67)

    ◎변비·치질에 생즙 먹으면 효과 봄철 미나리는 입맛이 없는 사람에게 식욕을 돋우고 활력을 넣어주며 잔병을 예방해 주는 알칼리성 식품이다.주로 대도시의 변두리 논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미나리는 독특한 향기와 맛 때문에 나물을 비롯,강회·생전찌개와 국 그리고 김치를 담글때 무·배추에 곁들여 넣으면 맛이 한결 싱그럽다. 물가와 습기를 좋아하는 미나리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데 줄기엔 털이 없고 밑에서 옆으로 기는 가지를 뻗으며 높이 30㎝가량 자란다.7∼8월께 흰꽃이 피며 가을철에 기는 가지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려 번식한다. 미나리는 칼슘 칼륨 철분 인 비타민A·B·C와 독특한 향미를 주는 정유성분이 골고루 들어있다.더욱이 이 식물 1백g중에는 비탄민C 60㎎,비타민A 2천4백 IU(국제단위),칼슘 32㎎,인 18㎎·철분 4.1㎎이 함유돼 있다. 미나리의 독특한 맛을 내는 정유성분은 정신을 맑게하고 혈액을 깨끗이 해주는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다.또 이 식물을 구성하고 있는 섬유질은 창자의 내벽을 자극,변비를 없애주고 식욕을증진시키며 장을 튼튼하게 보호해 준다. 특히 미나리는 알칼리성 식품이므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혈액의 산성화를 중화시킨다.밥은 싱그러운 쌈이나 슬쩍 데친 나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고혈압·치질·류머티즘·신경통·발열·일사병 치료와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 되며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시키고 술 마신 다음날 아침 미나리를 조개나 생선과 함께 끓여 먹으면 간장의 해독작용을 통해 간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켜 줄 뿐 아니라 숙취와 취기를 빨리 가시게 한다.아울러 이뇨작용과 배변작용도 활발해지므로 신진대사 작용이 더욱 왕성해진다. 한방에서는 미나리가 소장 및 대장질환·신경쇠약·정력감퇴·대하증 및 하혈치료에 좋은 약으로 기록돼 있다. 가정에서 미나리 5백g을 물에 넣고 달인 다음 꿀이나 설탕을 조금 타 엽차대신 매일 몇 차례씩 마시면 혈압강하에 큰 도움을 준다.또 황달에 걸린 사람이 3백g의 미나리 즙을 1일 3회정도 마셔도 황달이 쉽게 없어진다. 요즘 매연이나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산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미나리를 자주 먹으면 건강증진에 큰 도움을 받는다.미나리는 근로자의 피를 맑게 해주고 가래를 삭이며 매연과 먼지로부터 기관지와 허파를 보호해 준다.
  • 박 민자대변인/“민주대변인 바꿔라” 포문

    ◎취임 1주맞아/“인신공격 남발… 평양방송 방불/4류정치 하수인… 없는게 낫다” 민자당의 박범진 대변인이 6일 「대변인폐지론」을 들고 나왔다.정당의 대변인이 정치발전에 도움은 커녕 해악이 되고 있으므로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이유에서다.이 폐지론은 「대변인 자폭론」이 아니라 민주당의 박지원 대변인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박범진 대변인은 이날 작심한 듯했다.먼저 『1년이 몇년은 된 것같다』고 소회의 일단을 피력한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인신공격,흑색선전,빈정거림 등으로 정치를 저질화시키는 하수인 구실을 하고 있다』며 박지원 대변인에 대해 직격탄을 퍼붓기 시작했다.『그의 논평은 마치 평양방송을 듣는 느낌』이라고까지 했다. 「백두흑심」 「조랑말총무」등 최근 박지원 대변인의 발언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다.「백두흑심」은 머리가 흰 민자당 김덕용총장을,「조랑말 총무」는 제주도 출신인 현경대총무를 겨냥한 말이다. 민자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공포로출신의 직능단체를 구성하려는 데 대해 박지원 대변인이 『백골단·땃벌떼』라고 논평한 것도 박범진대변인을 발끈하게 했다.이에 박범진대변인은 『6·25 때 목숨을 걸었던 분들한테 정치깡패에게나 하는 말을 했다』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도 짚었다.『매일같이 정당의 대변인이 상대당 당직자를 야비하게 인신공격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이런 인신공격은 과거에도 없었다.정도를 걸은 대변인들은 정치적으로 대성했다』면서 김영삼 대통령·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등의 야당 대변인 경력을 들었다.최근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우리 정치는 4류』라고 지적한 것을 거론하며 『그런 비난을 받아도 싸다』고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박지원 대변인에게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대변인이란 하수인을 시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정치인의 이중적 위선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김대중씨나 이기택 총재가 직접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언론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자세에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이 정도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5공 때 한 토론회에서 박지원 대변인이 5공을 두둔하며 했던 발언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성없다” 반격 이같은 얘기를 전해들은 박지원 대변인은 『별소리를 다 듣는다』고 무시하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그는 『오죽했으면 그런 논평을 했는지 그분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대변인 폐지 내지 교체론은 자기반성이 없는 말』이라고 반격했다.두 대변인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 민자 기초장 응모/행정관료출신 33%최다/후보자신청마감 결과 분석

    ◎여강세 경남3.8대1 경기2.5대1/광주4.전남12·전북4곳 신청자 “전남” 민자당이 2일 마감한 기초자치단체장후보 공모결과는 크게 두가지로 특징지어진다.「부익부빈익빈」현상이 뚜렷하고 행정관료 출신 인사의 대거응모가 두드러진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민자당의 강세지역에는 신청자가 몰렸다.그러나 호남지역과 대구·충청의 상당수 지역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이번 공모에서 나타난 평균경쟁률은 2.6 대 1.민자당의 「아성」인 경남이 3.8 대 1로 가장 높았고 경기는 3.5 대 1,경북 3.3 대 1,부산 2.8 대 1로 평균경쟁률을 상회했다. 이에 비해 광주·전남·전북은 신청자가 없는 곳이 20곳에 이른다.광주는 5개 구청장 가운데 김동섭씨(63·목장경영)만이 남구청장에 응모했을 뿐이다.전북은 4곳,전남은 12곳에서 신청자가 없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현상은 전·현직 관료출신이 많다는 점이다.신청자 5백42명 가운데 관료출신은 모두 1백47명으로 33.2%에 이른다.다음으로 지방의원(19.1%) 기업인(10.9%) 정당인(8.7%) 변호사·의사등 전문직종사자(4.3%) 순이다. 특히 시장·군수·구청장 출신은 춘천군수를 지낸 김광용 강원도지사정책보좌관을 포함해 12%인 77명이나 된다.기초단체장으로는 순수행정가 출신이 바람직스럽다는 여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신청자 가운데 심완구(울산) 심기섭(강릉) 김일동(삼척) 김근수(상주) 최수환씨(포항)등 전직 국회의원 5명이 포함돼 있다.청와대비서실 출신은 정장식 전행정관(포항) 김관용 전비서관(구미) 공민배 전행정관(창원) 김용문 행정관(창녕)등이다. 부천지역 지구당위원장인 김길홍(중갑)·오성계(오정)씨가 부천시장후보로 신청한 것도 이채롭다. 이번 공모에서 단 한명만 신청한 지역은 94곳.그렇다고 이들이 곧바로 공천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공천심사과정에서 「함량부족」으로 판정이 나면 외부영입인사 등으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영입대상으로 거론되던 전·현직 장·차관 10여명이 이번에 한사람도 신청하지 않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신청하지 않은 인사를 영입케이스로 공천하게 될 곳이 전체의 40∼50%에 이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자당은 울산 등 대도시지역 20여곳에서는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경선을 실시할 방침이다. 반면 아예 공천하지 않는 지역도 상당수에 이를 전망이다.호남지역 등에서는 내세울 후보가 마땅치 않고,여권 강세지역에서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갈등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경선 이모저모/“조순 후보 당선”발표하자 폭죽…환호…/동교동계,1차득표 저조하자 당혹/홍·이 후보 경선투표서 “중립”선언 3일 하오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있은 민주당의 서울시장 경선은 예상대로 조순 전부총리의 승리로 끝났다.그러나 1차에서 결판을 내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가는등 5시간 넘게 열기가 계속됐다. ○…결선투표 결과,4백95표를 얻은 조순 후보가 3백12표에 그친 조세형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발표되자 긴장감 속에 고요하던 대회장은 「개선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폭죽과 대의원들의 환호가 어우러지는 등 축제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어 대의원들의 연호속에 등단한 조순 당선자는 『세 후보의 귀중한 능력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세 후보에게 선거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달라고 감히 요청드린다』고 제안했다.그는 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후보당선은 일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광이자 감동』이라면서 『오늘의 영광과 감동을 가슴 깊이 새겨 서울시장 선거의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자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정원식 전총리에 대해 『학식과 인격이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운 뒤 『그러나 정 전총리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나는 경제학을 전공한 배경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나이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생동안 젊은이들과 생활해 왔기 때문에 그들과의 교감은 상당히 있는 편』이라고 주장했다.또 「김심」(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의중)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김 이사장 뿐 아니라 이기택 총재등 당지도부가 도와준 덕분』이라며 비켜갔다. ○…1차투표 결과,조순 후보는 3백2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수 획득에는 실패.조후보측은 예상밖의 저조한 득표에 실망하면서도 『2차투표에서는 당선이 확실하다』고 애써 자위하는 모습을 보였다.특히 권노갑·한광옥 부총재등 조순 후보를 총력지원했던 동교동계 의원들은 『어떻게 된 일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조세형 후보와 홍사덕·이철 후보의 연대를 차단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조세형 후보는 개표결과가 나오자 3위인 홍사덕 후보를 서둘러 찾아가 연대를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이 과정에서 두 후보의 연대를 저지하려는 조순 후보측 지지자들과 조세형 후보측 지지자 20∼30여명이 뒤엉켜 20여분동안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홍 후보와 이 후보는 개표가 끝난 뒤 중립을 선언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1차투표에서 조순후보가 예상보다 적은 표를 얻은 것은 조세형 후보를 비롯한 경쟁자 3명의 밑바닥 고정표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서울시 대의원대회에는 이기택 총재를 비롯한 소속의원 50여명과 대의원 8백32명 등 1천5백여명이 참석했다. 투표에 앞선 정견발표에서 조세형 후보는 조순 후보를 겨냥,『총리와 부총리의 대결이 된다면 시합이 되겠느냐』『군사정권에 참여한 과거 경력 때문에 민주당 시장이 되더라도 현정권과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이에 맞서 조순 후보는 『젊은 학생들이 나를 「귀여운 산신령」「흰 눈썹 포청천」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갖고 있다』고 젊은층에 대한 득표력이 남못지 않음을 강조했다. 세번째로 등단한 홍 후보는 『박찬종을 이길 후보가 누구인지 판단해 달라』고 20∼30대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자신을 밀어줄 것을 호소했고 이철 후보는 민자당의 정세분석보고서를 펼쳐 보이며 『이 보고서에는 이철 후보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잘가거래이…”통곡의 교정/“꽃다운넋”대구 영남중32명 어제장례식

    ◎“이승에서 못다피운 꿈 저승에서 필치길”/“한번만 엄마 불러다오” 모정 실신/운구행렬 지날때 대구시민 눈시울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싸늘한 시신이 된 32명의 꽃다운 넋들이 30일 차마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발걸음으로 하나,둘 정든 학교를 다녀갔다. 『친구들아 이승에서 못한 일 저승에서 한없이 하고 영원히 나와 같이 뛰어놀고 영혼이라도 행복하렴』 승민이의 유해 앞에서 부르짖는 헌규(14·2학년4반)의 애타는 진혼곡은 봄바람에 실려 허공을 맴돌았다. 『부모 형제 다 버리고 일순간에 사라졌구나.아 안타깝구나,이미 이승의 인연은 끝이 났으니 저승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피워보며 꽃송이 육신은 편히 잠들고 모두 모두 훗날 만나 이승의 이야기 나누며 영생하라』 같은 학부모를 위로하러 온 한 촌부는 노제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즉석에서 조사를 띄워 보냈다. 선생님들도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눈물을 감추며 어린 영혼들을 어루만졌다. 『오빠…』 하얀 체육복을 입고 하나 뿐인 오빠의 신위를 받쳐든 열두살 은진이도오빠의 교실 책상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흰 국화꽃 한송이를 올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데 가라케라』 은진이는 끝내 아빠의 품에 안겼다. 『재경아,엄마 한번만 불러봐라.엄마 여기 있잖아』 운동장에서 노제를 치르다 재경이 어머니는 실신하고 말았다.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재경이를 「이끌고」 어머니를 「모시며」 꿋꿋하게 버텨온 고등학교 2학년 재학이도 입술을 꼭 깨물었다. 『준희야 다 잊고 고이 가거래이.이놈들 에미 마음도 모르고…』 준희·준형이 쌍둥이 형제의 꿈이 뛰놀던 운동장에서 어머니는 운구차에 매달려 몸부림쳤다. 『형석아 이놈아 느그 학교데이.느그 친구들도 많이 있데이』 「고 배형석 신위」­동생의 신위를 들고 본관 2층 3학년 10반 교실로 올라간 형진군(17·계성고 2)은 텅빈 동생의 책상에 흰색 국화꽃 8송이를 올려놓고 한동안 묵묵히 바라보다 마침내 그렁그렁 눈물을 떨구었다. 『형석이와는 반은 달랐지만 3년동안 항상 도시락을 같이 먹을 정도로 친했는데…』 형석군의 영정을 든 만길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어린 주검들이 영구차에 실려 차례대로 교문을 들어서자 이들을 기다리던 친구,이웃 주민,학교 관계자 1천여명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학생들은 교문에서 학교건물까지 4백여m를 두줄로 늘어서 친구들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전송했다. ◎제자 보내는 영남중 이길우 교장/운동장서 뛰놀던 모습 선한데/추모비·기념관 꼭 건립… 겨우 사흘전만 해도 사랑스런 제자들이 맘껏 뛰놀던 운동장에서 그들을 멀리 떠나보내는 노제가 열리는 것을 사무실 창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남중학교 이길우(이길우·63)교장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하늘로 간 제자들이 다시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재임중에 꼭 추모비와 기념관을 세울 생각입니다』 슬픔에 겨운듯 이교장의 얼굴은 몹시 초췌했다.사고가 나자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을 볼 낯이 없어 학교에 혼자 남아 밤을 새운지 벌써 사흘째다. 『그렇다고 애지중지하던 자식을 등교길에 잃은 부모의 마음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훌륭하게 키워달라고 맡긴 제자들을 제가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같아서…』­울부짖음 속에서 치러지는 노제가 이교장을 다시 슬픔에 잠기게 했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59년 경북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어교사로 부임한 뒤 37년동안 줄곧 이학교를 지켜온 이교장에게 이번 사고는 참으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사고가 난 28일 상오7시50분 이교장은 달서구 송현동 집에서 출근을 준비하다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다.그러나 그 굉음이 42명의 어린제자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비극의 전주곡이라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오늘이 37년 교직생활 가운데 가장 슬픈 날입니다』 이 교장은 그러나 슬퍼할 수 만은 없었다.사고수습대책위원회와 학부모·유가족들 사이에 마찰을 막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가슴아픈 기억을 안고 살게 됐지만,그래도 29일 밤9시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학교로 전화를 걸어 위로해 준 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 희귀종 백호 2마리 탄생/국내 두번째/황호 2마리 함께

    ◎새달 10일 일반공개 흰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를 띤 세계적인 희귀종 백호 2마리가 지난해에 이어 국내 두번째로 탄생했다. 용인자연농원은 지난 24일 5살 동갑내기 수호랑이 「설호」(백호)와 암호랑이 「설후」(황호)사이에서 백호 2마리와 황호 2마리등 모두 4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고 27일 밝혔다. 백호와 황호가 한 배에서 태어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현재 아기 백호들은 평균체중 1.5㎏의 양호한 건강상태다. 자연농원은 오는 5월10일 이들 백호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며 귀엽고 예쁜 이름도 공모키로 했다.이번 백호의 탄생으로 국내 백호수는 모두 6마리로 늘었으며 미국·일본·인도에 이어 세계 4번째의 백호보유국이 됐다. 이번에 백호와 황호가 두마리씩 50%의 비율로 태어남으로써 맹수류에서도 「멘델의 유전법칙(독립의 법칙)」이 성립됨을 입증시킨 학술적 의의도 크다고 자연농원측은 밝혔다.
  • 학생 형사처벌에 항의/전교생 등교거부 물의/경기여상

    ◎공사 방해 혐의 학교 옆에 짓던 건축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일부 학생과 교사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데 항의,지난 12일부터 수업거부 농성을 벌여온 서울 중구 만리동 경기여상(교장 유웅환·56) 학생 2천4백여명은 16일 『학교는 전과자로 만든 학생들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며 모두 등교거부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이날 상오 1·2학년 1천여명이 일찍 등교했었으나 3학년 학생들의 종용으로 집으로 돌아갔으며 학생회 간부들은 통학생들이 내리는 지하철 서울역,충정로역 입구와 학교 정문,후문 등에서 일렬로 늘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이 학교 교사 44명도 이날 상오 9시쯤부터 교무실에서 최근의 학내사태와 관련,책무를 다하지 못한 반성의 뜻으로 「X」자를 그린 흰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자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생들의 공부를 왜 방해하느냐』라는 등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들 항의전화로 학교업무가 한때 마비될 지경이었다. 한편 이 학교 학생회 간부,학부모 대표,교사 등은이날 하오 2시쯤 교무실에서 설립자 김일윤씨와 김일환 이사장을 만나 ▲학교장 및 이사장을 포함한 재단이사 전원사퇴 ▲학교 정상화를 위한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 해외 인테리어/중세 복고풍 유행/NYT지,새 경향 소개

    ◎빅토리아풍의 벽걸이·화려한 조명·카펫 장식/“인간정신 결여된 모더니즘 탈피”미·영에 확산 『빅토리아풍의 벽걸이,대영제국의 인도식민지를 연상케 하는 카펫,화려하게 늘어져 있는 조명』 최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뉴욕의 한가운데 있는 중산층 집안의 요즈음 장식경향이다.뉴욕타임스 최근호는 지금까지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중세의 고전적인 장식쪽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한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디자인을 컴퓨터가 해내고 있는 시대에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을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는 이유는 마음속에 잠재하고 있는 회귀본능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지난해 「바로크,바로크」라는 책을 낸 바 있는 실내장식전문가 스티븐 캘러웨이씨는 『지난 1919년 설립된 바우하우스가 추구했던 모더니즘이 20세기 실내장식의 대세를 이뤄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모더니즘에는 인간의 정신과 영혼이 결여돼있다』고 말했다. 지나간 시대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은 패션계나 순수미술쪽에서는 그전에도 있어왔지만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실내장식쪽에서 이처럼 「새로운」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벽지나 카펫말고도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유행하는 복고풍 장식품들도 이채롭다.거실에는 붉은색과 노란색을 조화시켜 고대중국풍의 분위기를 내거나 계단벽면에는 석고로 만든 로마신화의 최고신 제우스의 근엄한 흉상으로 여러가지 장식물을 「주재」시킨다.침실은 1830년대의 프랑스왕실풍의 마호가니가구로 장식하고 길게 흰 커튼을 내린다.역사와 미의식이 실용성을 넘어서 인간성을 일깨운다는 시도다. 이같은 경향은 미국을 지나 전통의 나라 영국에도 스며들고 있다.최근 이같은 복고풍으로 집장식을 마친 런던의 앨리스 하우드씨는 『고전적인 장식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러다이트(기계파괴주의자)는 아니다』라며 『전통적인 장식을 하더라도 여전히 전기를 쓰고 컴퓨터를 사용해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다만 분위기있는 저녁식사를 위해서는 전구나 형광등를 켜놓는 것보다는 촛불로 식탁을 장식하는 것이 훨씬 낭만적이라는 입장이다.전문가들은 이러한 복고풍회귀 경향은 진보를 최고의 가치로 알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역사의 가장 위대한 부분을 돌려주는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 김현희씨·여금주양이 말하는 남과 북/서울신문 첫 합동인터뷰

    ◎“진한 화장 짧은 머리… 평양패션 서양화”/“KBS듣고 남쪽 잘 산다는 것 알았어요”/“외화벌이 남자와 결혼하는게 여성의 꿈”/김/“요즘도 북한의 가족 찾는 꿈 꿔요”/여/“영어에 깜깜… 학교공부 힘들어요” 『현희언니,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나도 금주양이 보고 싶었어요』 15일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동백실에서 첫 대면한 김현희씨(34)와 여금주양(21)은 한동안 포옹을 풀지 않았다. 김현희.올해로 서울생활 9년째를 맞는 그가 북한탈출 귀순자를 만난 것은 김만철씨에 이어 두번째.그러나 여성 귀순자를 만나기는 여양이 처음이었다. 검은 블라우스 위에 베이지색 재킷차림의 김씨와 체크무니 재킷차림의 여양은 흡사 친자매같았다.지난해 4월30일 사회안전부 대위출신인 아버지 여만철씨(49)등 일가족 5명과 함께 동남아를 거쳐 귀순한 여양은 서울에 오기 전까지 김씨가 누구인지를 몰랐다고 한다.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선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해 일절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여양은 서울에 온 뒤 비디오 「마유미」와 그의 고백록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읽고 나서 김씨의 아픔을 알게 됐고 언니가 가여워 울었다고 한다. 『화면을 통해 봤을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보니 정말 언닌 젊고 예쁘네요.언니가 똑똑하고 예쁘지 않았으면 공작원으로 뽑히지도 않았을 텐데…예쁘게 태어난게 「원수」인 것 같아요.아마 언니가 남쪽사람으로 북한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벌써 죽었을 거에요』 ○93년 평양 많이 변해 김씨와 여양의 연령차는 13살.그러나 나이차보다 더 큰 간극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시차 7년이었다.김씨가 마지막으로 평양을 떠난 87년까지 북한여성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먹고 사는 일이 전부였다.그러나 여양이 전하는 그 뒤의 북한,특히 여성사회엔 미미하나마 나름대로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8년 처음 평양에 갔을 때는 그곳 여자들이나 내가 사는 함흥여자들이나 별로 다른게 없었어요.그러나 93년 다시 평양에 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달라진 여자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머리모양이 짧아졌을뿐 아니라 브래지어 바람에 속이 훤히 드려다보이는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더라니깐요.거기다 화장도 서양식으로 진하게 하는 등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한 느낌을 받았어요』 여양이 전하는 북한의 이성교제 역시 김씨의 재북시절과는 많이 달라진듯 했다.김씨가 공작원 교육을 받던 87년엔 남녀가 대동강변을 손을 잡은채 돌아다니는게 「첨단 데이트」에 속했다는 것.그러나 요즘엔 남녀가 껴안은채 밀어를 나누는 모습을 대동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여양은 말했다. 밝고 활달한 여양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김씨는 여양이 가족과 함께 자유를 찾은 사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북한이 어떤 사회인데,일가족이 고스란히 탈출할 수 있었다니 정말 천행에요』.김씨는 여양 일가의 귀순보도를 대하면서 함남 요덕 「2951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가족생각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이젠 가족생각도 희미해졌다』고 말한 김씨는 『가끔씩 여동생 현옥이와 남동생 현수가 나타나 큰 누나 때문에 식구들이 고생을 하게 됐다고 말하거나 아니면 내가 스웨터 등 보따리 꾸려들고 우리가족을 찾아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가 지난 91년 3월 여의도침례교회서 세례를 받은후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 의해 목숨을 잃은 무고한 KAL858기 희생자들에 대한 속죄와 아울러 가족들의 무사함을 하느님께 빌기 위해서라고 한다. 올해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한 여양이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그가 북한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판자집과 거지 천국」에 판자집과 거지 대신 하늘을 찌를듯이 솟은 빌딩숲과 흘러 넘치는 경제적 풍요였다고 한다.여양은 북한에서 KBS 사회교육방송등을 통해 남한이 잘 산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았지만 이렇게 잘사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북한에선 라디오를 구입하면 의무적으로 안전부에 등록하도록 돼있고 안전부는 채널을 납땜,남한방송청취를 원천봉쇄한다고 한다.그러나 일단 등록만 하고 나면 추후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주민들이 몰래 고정납땜을 뜯어내고 남한방송을 듣고 있다는 것.특히 친한 학생들끼리는 남한방송에서 들은 내용을 서로 주고 받기도 하는데 그 가운데는 『남조선에선 거리 청소부도 집에 전화를 매놓고 산다』는 얘기도 들어 있다고 한다.놀랍게도 여양은 친척이 중국에 있는 남학생으로부터 6·25가 남침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북조선이 「지상의 낙원」임을 끝없이 세뇌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주민들은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잘산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다고 여양은 말했다.북한주민들은 주로 「귀국자」나 중국연변의 조선족,러시아벌목공들로부터 바깥 세상정보 특히 남한정보를 듣고 있는데 러시아벌목장에서 일하다 귀국하는 벌목공의 경우 품질이 좋은 남한치약을 압수당하지 않기 위해 「MadeinKorea」란 글자를 긁어낸채 갖고 들어온다고 한다.여양은 그래도 평양에서 만든 치약은 품질이 괜찮은 편이지만 지방산 치약은 흰 치분을 물에 반죽해놓은 정도여서 대부분의 가정에선 소금으로 이를 닦고 평양치약은 손님 접대용으로 모셔놓는다고 말했다. ○6·25는 남침 들었다 북한청소년들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양은 『북한 청소년들은 꿈을 위대하게 갖지 않는다』고 말하고 요즘엔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장사에 나서 돈을 벌겠다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최근들어 북한에서 군복무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한 여양은 이같은 풍조 역시 돈을 벌어 잘살아보겠다는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무관치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씨가 『그전엔 김일성과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치겠다』며 입대를 자원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다고 말하자 여양은 『이젠 어쩔 수 없어 군에 가는 경우가 더 많다』며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전엔 고등중학교 추천 70%,군추천 30%로 신입생을 받아들였으나 이제는 고등중학교 추천 30%,군추천 70%로 그 비율을 바꿔 청소년들의 군입대를 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양은 젊은이들의 군입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과 사망,핵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맨먼저 죽게 될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물론 군인은 일반 주민에 비해 훨씬 많은 식량(1일 800g)이 지급되지만 변변한 부식없이 쌀 30%,잡곡 70% 비율로 지은 밥만 먹곤 엄청 강도가 높은 훈련을 감당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장병이 적지 않다는 것.이런 소문이 쫙 깔리는 바람에 젊은이들이 그럴듯한 구실이나 꾀병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여양은 인민군의 요양소는 대부분 영양실조로 쓰러진 군인들을 수용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젊은이들이 군입대를 기피할 목적으로 자주 써먹는 방법은 신검수검 직전에 엿을 잔뜩 집어 먹고 혈압을 올려 고혈압환자로 위장하거나 X레이 촬영시 러닝셔츠속 가슴팍에 담배곽에서 떼낸 은박지를 붙여 필름에 폐결핵 환부가 나타나도록 위장하는 것 등이라고 한다. 서울생활 1년을 맞는 여양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북한에선 돼지고기도 꿀처럼 먹었는데 여기와선 너무 자주 먹는 탓인지 이젠 신물이 났다』는 여양.그러면서 그는 『사람의 입이 참으로 간사한 것 같다』고 했다. 이미 4권의 고백록과 2권의 번역서를 낸 김씨가 독서에 취미를 가진 반면 여양은 TV시청을 즐기는 편이다.여양이 즐겨 보는 드라마는 KBS­2TV의「딸부잣집」과 SBS의 「이 여자가 사는 법」.김씨 역시 즐겨보는 TV프로로 「딸부잣집」과 뉴스프로를 꼽았다. 강연이나 신앙간증에 나서는 틈틈이 책을 읽고 쓴다는 김씨는 최근에 펴낸 「이은혜,그리고 다구치 아예코」를 얼마전에 구입한 컴퓨터로 썼다면서 『요즘엔 컴퓨터가 생활의 또다른 즐거움으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한편 얼마전부터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다는 여양의 가장 큰 고민은 학교공부다.특례입학으로 진학은 했지만 영어에 깜깜한데다 교과과정이 북한과 다르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한다.또하나,여양을 괴롭히는 건 미팅이다.얼마전 같은 대학 법대생들과 그룹미팅을 가졌을 때 마음에 쏙드는 남학생을 발견,「찍었는데」 그 남학생이 다른 여학생을 파트너로 정하는 바람에 요즘 「열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군기피 확산 여양은 나이로 보면 분명 X세대지만 부를줄 아는 노래가 주로 가요곡집의 앞쪽에 실린 노래들 뿐이어서 노래방 가기를 꺼린단다.그러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요즘 독한 마음 먹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상적인 남성상을 『비록 자판기 커피일망정 함께 나누며 나를 기쁘게 해주는 남자』라고 밝힌 여양은 같은 또래의 여대생들이 브랜드옷을 고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몸에 잘맞고 색깔만 잘 받으면 됐지 메이커가 무슨 상관이냐』는 의젓함을 보였다. 서울엔 미인이 많은 것 같다는 여양 말에 김씨는 아마도 식생활이나 환경 탓일 것이라고 설명.북한여성들도 성형수술을 하느냐는 질문에 여양은 『돈을 주고 병원에서 쌍꺼풀수술을 하는데 시술수준이 낮은 탓인지 3년 못가 풀린다』고 말하고 수술이 잘못돼 고등중학교 학생이 할머니로 변하는 웃지 못할 일이 자주 벌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여성들의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외대를 졸업,외화벌이 기관에서 근무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두사람이 똑같았다.여양은 그래서 『요즘 북한여성들 사이에선 시집 잘가는게 대학 15곳 다닌 것보다 낫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생지옥」에서의21년의 생활을 마감하고 자유를 마음껏 호흡하게 된 여금주양.그는 이제 배고픔과 유일사상체제의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풀려난 것이다.더는 금요노동에 나오라는 지시도 받지 않게 됐으며 영농철 두달간의 노력동원으로부터도 해방이 됐다.어디 그뿐인가.스스로 능력을 키우고 노력만 하면 원하는 것을 움켜쥘 수 있는 가능성의 문앞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그래서 여금주양은 이제 행운의 여신과 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인세 고스란히 저금 그러나 같은 북한에서 태어났어도 평생 벗지 못할 무거운 멍에를 지고 있는 김현희씨.그는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불행의 끝이 어디인가를 가늠하지 못한채 오늘도 번민과 죄책감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다.그는 10억원에 가까운 출판인세를 한푼도 쓰지 않은채 고스란히 저금해놓고 있다.KAL기 희생유족들과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데 쓰기 위해서다.자유의 땅 대한민국에서 거듭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북한의 억압속에 신음할 가족생각에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는 김현희.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 두 여인에게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준 이 불행한 시대상황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하루 빨리 청산해야할 공동의 빚이 아닐는지.여양은 4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서면서 『언니,외롭거나 마음이 아플 때면 제게 전화 하세요』라며 김현희씨를 다시 껴안았다.
  • 「유러스타」 종점 영 워털루 역사(걸작건축감상:15)

    ◎아치형 유리지붕… 자연채광의 실내공원/“철도깔린 공항”… 탁트인 개찰구 인상적/최첨단 설계로 역사안팎 시각적 연결/여유롭고 안락한 분위기의 미학적 공간 연출 철도는 1백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나름대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상징물이었다.일제 식민지 경제수탈의 수단이기도 했고,대동아전쟁 때 학도병을 싣고 남방으로 떠나는 이별 장면의 무대이기도 했다.또한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흰 연기를 내뿜던 기관차와 화물차에 보따리를 이고 진 피란민들이 기를 쓰고 울라타던 그 처절한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가 1960년대 이후 계속 건설된 고속도로에 밀려 철도는 점차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져간다.최근 들어 꽉 막힌 고속도로를 피해 다시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는 있다지만,아직도 철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통수단으로 화물수송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영 자존심 건 걸작평가 그러나 21세기 초반 한반도에서 본격 가동될 고속전철은 철도시대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또한 우리나라 각 도시 중심부에 남아있기는 하되 그동안 그 모습이나 기능이 쇠락한 철도역사 역시 고속전철의 운행에 따라 영광스러운 중흥의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새로 들어서게 될 우리의 고속전철역사,어떻게 지어야 할까? 프랑스보다 한걸음 늦게 고속전철을 도입한 영국 런던의 새로운 역사를 살펴보며 우리네 역사에 대한 궁리를 한번 해보자. 작년 11월,영불해협을 통과하는 해저터널이 개통되었고 파리와 런던을 3시간 내로 연결하는 고속전철이 운행을 시작했다.항공여행의 속도와 철도여행의 안락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이 유로스타(Eurostar)라는 국제고속전철은 런던∼파리∼브뤼셀의 세도시를 연결하고 있는데 유럽 통합의 가장 극적인 상징물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이 유로스타의 런던 종착역이 바로 워털루 국제고속전철역이다.이 역은 런던의 템스강 남쪽에 위치한 기존의 국내선 철도역 부지의 한쪽 구석에 자투리로 남은 길쭉한 모양의 땅에 새로 지어 넣었다.영원한 앙숙 프랑스가 개발해낸 고속전철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영국이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지엇다는 이 우털루역은 부지의 협소함이라는 제약조건을 멋지게 극복해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파리의 북역(GareduNord)기존 역사 한부분을 개조한 승강장에서 출발한 유로스타는 시속 2백㎞로 달려 두시간이 채 못되어 도보해협에 도착,여기에서 바다 밑으로 들어간다.잠수함을 탄듯 차창 밖으로 바닷속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우리 서울의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열차 내 불빛이 가 닿는 곳에는 그저 콘크리트벽만이 보일 뿐이다.약 20분을 달리면 다시 지상으로 나오는데 차창 밖으로 영어간판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는 영국땅이다.열차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진다.아직 영국에는 고속전철용 철로를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약 한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런던 워털루역에 도착한다. ○안락한 실내 분위기 열차밖으로 내려서면 높고 긴 승강장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철골 아치를 이어 만든 지붕이 약 5층 정도의 높이에서 승강장 전체길이 4백m를 덮고 있다.사실 이 지붕은 지붕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벽체로 그대로 연결된다.아치구조이기 때문에 지붕과 벽체가 하나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높고 긴 지붕 밑의 거대한 공간은 19세기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철도역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옛날 증기기관차 시절,흰 증기를 쉽게 흩뜨려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층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물론 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차의 전체길이 만큼 이어진 승강장 위에 지붕이 필요하기 했었다. 워털루 역의 승강장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역을 지어야 하는 터의 크기와 모양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그렇지만 이 역을 설계한 영국인 건축가 니콜러스 그림쇼의 창의력은 이러한 제약조건을 최대한으로 역이용하여 미학적으로 뛰어난 공간을 창출해내고 있다. ○안락한 실내 분위기 승강장의 곡선은 바로 위 아치지붕의 곡선과 잘 어울린다.그뿐이랴,철골 아치구조에 덧붙여진 수천개의 대형 유리패널을 통해 하늘빛이 투과되어 승강장 내부를 환히 비추어진다.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런던 하늘이 맑게 개기라도 하는 날에는 햇빛에 의해 생기는 아치구조의 그림자가 승강장에 드리워져 가뜩이나 기하학적 무늬로 가득한 이 공간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밤이 되면 승강장 곳곳에 조명이 비추어지고 이 빛은 어두운 밤하늘로 뻗어나간다. 투명벽체,투명지붕의 효과는 건물밖에서 더 잘 드러난다.밖에서 워털루역 내부가 잘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밤에는 역사밖이 어두우니 그럴 테지만 런던의 그 많은 흐린 날,안개낀 날 덕택에 역사내부는 항시 조명이 켜져 있기 때문에 낮에도 그렇다. 여행은 어쨌거나 즐거운 것.파리에서 갓 도착한 승객들의 모습이 밖에서 들여다보인다.크고 작은 트렁크를 들고 끌고 밀며 이들이 움직인다.승장장에서 한층을 내려온 대합실의 커피숍도 다 들여다보인다.푸르고 잿빛 주조의 건물내부 색상에 대비되는 빨간 의자에 앉아 있는 승객들의 여유로움이 역사밖 대도시 런던의 번잡한 도시생활에 그대로 전달된다. 워털루 고속전철역은 누군가 말한대로 철도가 깔린 공항이다.국제역사이다보니 탑승수속 카운터에 출입국심사대까지 갖추어 건물내부만 보자면 영락없는 공항건물이다.그렇지만 이 고속전철역은 여느 국제공항과는 다르다. 우선 입지조건이 공항보다 훨씬 좋다.공항은 활주로와 광활한 이착륙공간이 있어야 하고 소음이 크기 때문에 도심에 자리잡을 수가 없다.공항이용객은 별 수 없이 도심에서 공항까지 교통체증에 시달리거나 지하철(결국 철도를 이용한다)를 타야 한다.워털루역사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그 유명한 트라팔가광장에서 여기까지는 걸어서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그뿐이랴 택시에서 내리면 바로 15m 앞에 티켓 카운터가 있다. ○모든 역사 장점살려 비행기 탑승수속절차가 수화물을 체크인해야 하고 보안검색도 거쳐야 하는 등 아주 복잡한 것에 비해 워털루역의 탑승절차는 간단하다.도심에서 10분 걸려 역사에 도착,수분내로 모든 수속이 끝나고 승객은 열차 출발시간까지 좀더 자유롭고 한가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결국 워털루역사는 국제도시간 연결마디임과 동시에 도시 한복판의 실내 휴식광장의 역할을 겸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고속전철역사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속전철은 환경순화적이다.비행기의 소음도,자동차의 매연도 없다.게다가 수천명의 승객을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비행기는 고작 3백∼4백명,승용차는 한번에 5명이 아닌가. 워털루역은 이 모든 고속전철역사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있다.역사의 여유롭고 안락한 분위기를 살려 도시내 실내 대중공원화하기 위해서 외부의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동시에 역사 안팎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고속전철이라는 최첨단기술이 가미된 런던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 고속전철역을 잠깐 생각해보자.우리의 역도 워털루역과 같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어야 하며 시민에게 환하고 쾌적하고도 여유로운 휴식의 공간을 줄 수 있어야 한다.역건물을 지상에 놓고 건물자체는 투명한 재료를 쓰면 그렇게 할 수 있다.그런데 얼마전 대구 시민이 고속전철의 지상통과를 반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첨단기술의 상징이요,풍요롭고 쾌적한 21세기의 생활을 담는 고속전철역은 어둡고 환기가 잘 안되는 도시지하철과는 달라야 한다.이것을 지하에 가두어놓고 그 위로는 돈벌이가 될 만한 고층의 백화점·호텔을 올려놓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 「잔인한 달」의 숨은 뜻/이태동 서강대문과대학장(굄돌)

    일년중에 가장 괴로운 계절이 있다면 여름이나 겨울이 아니라 봄이 오는 문턱의 순간이리라.영국의 유명한 시인 TS 엘리어트는 「황무지」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사월이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죽음의 겨울과 재생의 아픔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자들의 특권이기 때문이리라.봄의 부활은 추억으로 가득찬 죽음의 겨울로부터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아니라,빙벽을 뚫고 올라오는 새로운 생명들의 고통속에서 온다.그래서함은 라일락을 꽃피우듯 찬란한 봄을 위한 부활의 아픔이라고 말할수 있으리라.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보라.사월을 결코 잔인한 달이라고만 말할 수 없으리라.그동안 멈추었던 분수대에 물보라가 솟아 오르고 봄의 들판에는 신의 숨결이 전원 교향악처럼 들린다. 그리고 선운사로 가는 길 양쪽에는 흰 벚꽃이 대낮처럼 피어있고,플라타너스가 있는 비갠 사월의 신작로 길은 『히아신스 소녀』와 나무 냄새나는 누님의 눈빛만큼이나 신선하고 상쾌하다.신을 부정하는 사람이나 생을 혐오하는 사람이라도 사월의 빛 한가운데로 걸어 나와 푸른 잔디와 호숫가에서 미풍에 나부끼는 수선화를 보면 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새로운 애착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찬란한 봄의 아름다움을 맞이할 수 있는 기쁨과 그 축복은 겨울의 죽음과 사월의 잔인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되어 있다.사월이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말지만,그것을 부활의 시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항상 깨어있고 을 꾸는 자들만이 잔인한 사월뒤에 찬란한 봄의 꿈이 있다는 것을 안다.
  • 일 경찰청장관 피격 중상/출근길 괴한에 4발 맞아/40대범인 도주

    ◎진리교·야쿠자관련 수사 【도쿄=강석진 특파원】 일본의 구니마쓰 다카지(국송효차)경찰청장관(57)이 30일 상오8시30분쯤 도쿄도 아라카와(황천)구 미나미센쥬(남천주) 자택 앞에서 출근하려다 저격당해 중상을 입었다. 구니마쓰 장관은 범인이 쏜 총탄 4발을 배에 맞은 후 인근 일본의대 병원으로 옮겨져 6시간에 걸친 총탄 제거수술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이날 구니마쓰장관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에서 약 50m 떨어진 전주 뒤에 잠복하고 있다가 출근하기 위해 현관을 막 나와 승용차로 향하던 구니마쓰장관에게 권총을 발사했다.몸에 맞은 4발중 한발은 그의 등을 통해 복부로 관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38구경 회전형 권총 총탄을 발견했다. 범인은 40세정도로 키는 약 1백80㎝이며 검정색 코트를 입고 흰 마스크를 하고 있었으며 가방을 든 채 총을 쏜 뒤 자전거로 도주했다. 구니마쓰 장관은 작년 7월 취임한 뒤 최근 도쿄 지하철 독가스테러사건과 관련한 오우무신리쿄 수사와 폭력단 야쿠자의 주주총회 개입사건 등을 파헤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구니마쓰 장관은 도쿄대를 졸업한 뒤 61년 경찰에 투신,형사국장과 경찰청차장 등을 지냈다. ◎일 구니마쓰 장관 피격 주변/“치안총수까지…”일 국민 경악/“안전신화 위기”경시청 비상 ○…도쿄지하철 독가스 테러사건에 이어 30일 치안총책임자가 집앞에서 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인들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총기사고가 잇따라 터진데다 연초 관서대지진으로 수천명이 사망하는 등 일본의 「안전신화」가 무너져가고 있는 가운데 저격사건까지 발생,국민의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형사건들이 이처럼 끊이지 않고 잇따르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뭐든지 잘 참고 속으로 소화해내는 일본 국민성 때문에 제때에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들이 속으로 곪아 터져나오는게 아닌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쿄경시청 초상집 ○…일본 경찰청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으로 긴박한 분위기. 수도치안을 맡은 도쿄경시청은 한마디로 초상집.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사건에 수사력을 모으고있는 경시청은 치안총수 저격이라는 전대미문의 소식에 긴급 비상령을 내려 범인을 추적. ○“수사중지”괴전화 ○…경찰청장이 피습된 뒤 1시간15분뒤인 이날 상오 9시45분쯤 일본 언론기관에 『오우무신리쿄에 대한 강제수사를 즉각 중지하지 않으면 이노우에,오모리…』라고 젊은 남자의 전화가 걸려와 비상한 관심. 오우무신리쿄측의 소행여부를 단정지을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오우무신리쿄와 저격사건을 연결짓는 전화가 걸려온데 대해 진범의 전화인지 장난전화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노우에」가 이노우에 경시총감을,「오모리」는 오모리 내각정보조사실장을 지칭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진리교 소행”전화 ○…이날 일본 TV사에 피습사건의 책임은 오우무신리쿄에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지지통신이 보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는 전화통화에서 『이것 한가지만 말해두겠다.오우무신리쿄가 구니마쓰를 총격했다』고 말했다는 것.
  • 한지/“수명1천년”…가장좋은 지공예품 소재(한국문화 세계의길:8)

    ◎인형·판화용지·옷감으로 이미 세계적 호평/양산체제 갖추고 「비닐대체 연구」 뒤따라야 「지천년 마오백년」(지천년 마오백년).「종이는 1천년,헝겊은 오백년」이란 뜻으로 우리 한지의 긴 수명을 강조할때 흔히 쓰는 말이다.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다라니경(국보126호)이 종이수명 1천3백여년을 누리고 있고 신라때의 대방광불화엄경(국보196호 호암미술관 소장)의 지수가 올해 1천2백41세이고 보면 이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닥종이를 원료로 한 우리 한지의 우수성은 비단 그 수명에서 뿐만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예부터 호평을 받아왔다.일본 서지학자 야기는 『신라의 백추지(한지)는 다른 어떤 종이와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훌륭한 종이로 중국에서까지도 천하제일이라고 하여 소중히 여겼다』고 기록했다.고려지,즉 한지는 최상품의 주요 조공품이었고 17세기 중국의 기술서 「천공개물」은 『조선의 백추지는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감탄하고 있다. ○옛부터 천하제일 명성 오늘의 한지도 세계적 명성을 지니고 있다.재독작가 김영희씨가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우리 고유의 닥종이 인형과 한지작업을 통해 인기를 누리고 있고 파리에서 활동중인 패션디자이너 이미금씨는 한지를 이용한 의상을 선보여 현지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최근엔 파리의 화랑가에서 한지가 미술작가들의 인기소재로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한국국제교류재단이 한국문화를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최근 펴낸 「KOREAN CULTURAL HERITAGE」(한국의 문화유산)시리즈 첫권도 한지를 우수한 문화품목으로 실었다.지난해 5월 손주환 당시 재단이사장이 기획,출간해 세계 1백36개국의 도서관등 관련기관에 무료배포할 이 학술시리즈 첫권에서는 한지의 특징과 제작과정,이용분야를 알기 쉽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한편 재독작가 김영희씨의 닥종이인형은 정제가 덜된 거친 한지인 닥종이를 이용한 손작업을 통해 한국인과 한국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작품.지난 81년 서독 뮌헨서의 첫 해외전시회이후 독일전역과 스위스,네덜란드,프랑스의 민간·정부초청 전시회를 꾸준히 가져오며 현지 언론과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또 이미금씨는 지난해 4월 파리근교 소나무회 전시장에서 전통 한복의 선과 색감을 서양의상에 응용한 한지패션쇼를 열어 패션의 새 영역을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일서 인쇄지 이용 계획 그러나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한지의 상품화는 아직 부진한 형편이다.미술전문서적 출판사인 API가 조선시대 민화를 한지에 판화로 찍어낸 판본민화를 세계시장에 내놓은게 그나마 한지 상품화의 한 예일 정도이다.지난 93년 전통 닥종이를 서른세겹 겹친 「구아리랑」이란 판화지의 실용특허를 받아낸 API는 지금까지 모두 34종의 판본민화를 개발해냈다.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판본민화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API는 이 판본민화를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내놓기 위해 영국,오스트렐리아등지에서 시장조사중이다. ○보석함·장롱 제조 가능 현재 세계시장에서는 종이를 이용한 각국의 고유상품들이 활발히 유통되고 있어 우리도 전통 한지를 이용한 문화상품의 세계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멕시코의 경우고유의 종이에 인디언 문양을 넣은 복제품을 각국 백화점에 내놓아 여행객들의 기호품으로 자리잡게 했고 가까운 일본만하더라도 한지원료를 가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팔고 있어 한지의 종주국인 우리의 체면을 깎고 있다.특히 일본의 경우 수명이 긴 한지를 도서등 인쇄용 재료로 이용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편지지,편지봉투,포장지,부채,가구등 한지 특유의 질감과 빛깔을 살린 상품들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이들 상품의 세계화를 모색해볼 만하다.또한 상품화는 되지 않았지만 작품단계에 머물러 있는 오색한지공예나 지승공예도 세계화할 수 있는 문화상품이다.한지를 덧붙여 색채를 넣는 오색한지공예의 경우 내구성에 특유의 자연스런 색채감과 질감까지 갖추고 있어 상품화가 될 경우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특히 한지를 꼬아 만드는 지승공예의 경우 보석함,장롱등 가구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지공예의 장점은 단단함인데 한지에 식물성기름을발라 만든 갑옷은 화살도 뚫지 못할 정도여서 조선시대 한지는 갑옷,화살통,비옷,우산등에 쓰여졌다. 한지의 이같은 특성에 착안,과학기술처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시설을 통한 우수 한지의 대량생산을 위해 과학적으로 한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통상산업부는 최근 김치·도자기등과 함께 한지를 수출용 전통상품 유망 14개 품목에 포함시켜 집중육성하기로 했다. ○산업화 적극 지원해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지를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연구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임영주 전통공예관 관장은 『한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와 한지공단을 정부차원에서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서양의 종이가 1백년을 견디지 못하고 훼손되는데 비해 한지의 수명은 1천년 이상이고 또 비닐등을 대체해 쓸 경우 공해요인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는만큼 과학적 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기호 오색한지공예연구회장은 『현재 개인적 작업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공예나 지승공예작가들이 조직적으로 산업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경우 한지의 문화상품화와 세계시장 진출은 쉽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한지 어떻게 만드나/닥풀·섬유소에 풀어 종이액 걸러내/닥나무 속껍질 가려 양잿물에 삶아 한지의 특장은 무엇보다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가는 제작과정의 정성에서 나온다.베어낸 닥나무를 다발로 묶어 가마솥에 세워 놓고 가마니로 둘러싼 뒤 물을 붓고 불을 때서 삶는다.겉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삶아지면 꺼내서 껍질을 벗겨 말린다.건조된 껍질을 물에 불려 발로 밟은 뒤 하얀 내피부분만 가려낸다.이 내피를 양잿물 섞인 끓는 물 속에서 3시간 이상 삶아 물을 짜낸다.여기에 닥풀뿌리를 으깨서 짜낸 닥풀과 섬유화된 재료를 넣고 잘 저어서 고루 풀리게 한 다음 발에 종이액을 걸러서 떠낸다.이런 과정을 거쳐 흰 빛의 통기성 강하고 질긴 한지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이런 공정을 거쳐 한지를 만들어내는 공방은 전국에 걸쳐 1백여개.전주한지나 원주한지 등 수공업공장 형태의 한지제작사는 손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이 영세성을면치 못한 채 근근히 맥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한지 전문 기술인들이 점차 줄어 들어 제대로 된 한지를 만드는 공방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여서 보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불 패션디자이너 이미금씨 소견/질감좋고 색상고와 외국인 선호/“한지상품 상설전시관 아쉽다” 『각국의 백화점 전시장 등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한지와 함께 한지로 만든 상품을 상설 전시해야합니다』 재불 패션디자이너 이미금씨(35)는 우수한 한지를 세계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파리근교의 소나무회 전시장에서 한지 의상전시회를 했을 때 외국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전시가 끝나고 나서 의류업계와 컬렉터들로부터 상품화 제휴가 몰려들어 곤혹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덕성여대 섬유과를 졸업하고 현재 파리 8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파리장식의상미술학교 재학 중이던 85년부터 퐁피두센터에서 한지를 이용한 의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그는 한지가 외국인들의 눈을 끄는 이유를자연적인 소재와 색채를 주로 이용하게 된 패션계의 최근 추세 말고도 한지가 갖고있는 고유의 장점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 각국의 종이를 모두 소재로 써봤는데 닥종이를 이용한 한지 만큼 자연스런 멋을 내는 소재를 보지 못했어요.한지는 견고하고 자체의 질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염색할 때 나타나는 색상이 정확하고 산뜻해 외국의 작가들도 아주 좋아해요』 서울에 올 때마다 인사동 골목을 뒤져 각종 닥종이를 구입해간다는 이씨는 파리의 화랑과 외국작가로부터 한지 구입요령을 알려달라는 주문을 적지않게 받는다고 밝혔다. 종이작업 작가들의 전시회로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판화미술제(SAGA)에는 종이를 판매하는 회사들도 함께 참여하는 만큼 정부 지원으로 한지를 상설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클 것이라는 귀띔도 했다.
  • “법관의 사표” 김홍섭 판사 30주기

    ◎법복 등 유품 10여점 대법원 기증 서울 덕수궁 돌담길인 덕수국민학교∼덕수궁뒷문∼법원길을 색바랜 군복바지에 잠바를 걸치고 흰고무신 차림으로 책과 도시락이 든 종이봉투 하나를 옆구리에 낀채 10년을 걸어 다닌 법관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판사를 「도시락판사」,「사형수의 아버지」라고 불렀다.고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이었다. 「법의속에 성의를 입은 법관」으로 법조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고인의 30주기를 맞아 생전에 고인이 입었던 법복 2벌과 법모 등 유품 10여점을 미망인 김자선(70)여사와 2남 김계훈 박사(한국원자력연구소)가 15일 상오 대법원에 기증했다. 혼탁한 오늘의 법조계에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고인은 「해방후 역사인물 40인」중 법조인으로는 김병노 초대 대법원장과 함께 뽑히기도 했으며 지금도 존경하는 법조인중 두손가락안에 드는 인물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다. 고인은 『건국이후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태도로 노력한 명법관』(고 이병린 전 변협회장),『한국의 사도법관』(장면 전 부통령),『한국법조인의 기둥』(고 조진만 전대법원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에서 검사로,농사꾼에서 다시 판사로 임용된 고인은 일반시민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대법원판사 혹은 고등법원장이라는 우람한 존재가 아니라 시골면장 같은 소탈한 모습이었다.「무능인」「기인」「가난한 법조시인」이라는 핀잔도 따랐다. 대법원관계자는 『올해는 근대사법 1백주년 및 대법원의 서초동시대가 열리는 뜻깊은 해이므로 사법부에 깊은 족적을 남긴 고인의 뜻을 추모하기 위해 유품기증식을 가진 것』이라며 『유품은 대법원 신청사에 설치될 자료전시실에 전시돼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76돌 3·1절/전국서 대대적 행사

    ◎서울 등 14개 시·도에서 7만여명 참가/항이·만세 운동지 68곳 추모행사·노제 올해로 76주년이 되는 3·1절 기념행사가 사상 최대규모로 펼쳐진다. 내무부는 26일 서울을 비롯,전국 14개 시·도와 2백31곳 시·군·구에서 모두 7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제히 기념행사가 각각 벌어진다고 밝혔다. 또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제암리 광장을 비롯,전국의 47개 항일운동 사적지에서는 2만8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추모행사와 함께 백일장 등이 마련된다. 대전장터,충남 아우내장터 등 전국 21곳의 3·1운동 만세운동지에서는 1만8천여명이 모여 만세사건 재연,시가행진,노제 등 문화행사를 갖는다. 올해의 이같은 3·1절 기념행사는 사상 최대규모로 정부가 개항 1백주년,광복 50돌을 맞아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시켜 결집된 국민적 역량을 세계화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경남도 23개 전 시·군에서는 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태극기를 들고 2∼4㎞를 달리며 독립정신을 되새긴다.제주에서도 조천만세동산두곳에서 1천4백여명이 기념식과 함께 2·4㎞구간에서 태극기 마라톤을 벌이며 민족적 자존심 회복을 다짐한다. 강원도는 3월1일부터 5일까지 춘천 종합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2백여장의 항일운동 사진 전시회을 마련한다.이번 사진전에는 면암 최익현선생이 대마도로 끌려가는 장면 등 신미양요(1871년)부터 광복후 정부수립때까지 일제의 학정을 생생하게 보여줘 시민들의 애국심을 크게 일깨우게 된다. 이에앞서 28일에는 유관순열사가 3·1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충남 천안 병천 기미독립만세 기념비 광장에서는 지난해보다 두배나 많은 2천여명의 주민들이 흰저고리,검은치마 차림으로 봉화제와 횃불행진 등을 벌여 올 3·1운동 기념행사의 「봉화」를 올린다. 한편 정부는 이번 3·1절을 계기로 광주시 북구 광주제일고의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과 제주 조천만세동산주변을 각각 기념공원으로 조성해 성역화하기로 했다.
  • 부모와 멍에/문희자 시인·서울대어학연(굄돌)

    나는 어머니를 바꾸고 싶었다.내 친구인 경애 어머니가 내 어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가르마를 반듯하게 타시고 쪽을 찌고 계셨다.흰 옷에 화장도 하지 않으셨다. 경애 어머니는 신식 어머니여서 양머리에다 언제나 예쁘게 화장을 하고 계셨다.12월8일 같은 전쟁 기념일,경애 어머니는 소매가 있는 일본식 앞치마를 입고 「애국 부인회」라고 쓴 흰 천을 어깨에서 가슴으로 내려뜨리고 학교에 와 일본말을 하며 선생님의 일을 돕곤 했다. 우리 어머니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나는 그것이 서운했다.그래서 어머니를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지금 나는 물론 생각이 다르다.친일파 성향이 있었던 경애 어머니보다 내 어머니가 더 좋다. 며칠 전 친일파의 증손자가 자기 땅을 좋은 일에 쓰려고 헌납하겠다는 뉴스에 접했다.이 증손자의 입장에서는 부모를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부모가 매국노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다니느라고 남 모를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다.스스로에겐 아무런 죄가 없는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매국노의 증손자였으니 어찌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부모를 바꾸어도 백 번은 더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이미 돌아가신 부모를 못 바꿀 바에야 「자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그 증손자는 생각했을지 모른다.그래서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자기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일생동안 멍에를 지고 다닌 사람이 있다면 그 이상 가슴 아픈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김정일,등소평을 배워라”/이재근(서울광장)

    이제는 역사의 유물이 돼버린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기본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집단생산과 균등분배의 개념전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구소련의 국영집단농장(소포스),마오쩌뚱(모택동)중공의 인민공사,북한의 「새벽별 보기」 천리마운동이 각기 형태와 내용은 같지 않지만 요컨대 인민들의 집단적 「먹거리 해결방책」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경세제민(경세제민)하는 정치 경제라는 것도 결국은 백성들의 입을 옷과 살 집,먹을 입을 해결해주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집단조직이나 집체구조는 일시적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그러나 갈수록 자체의 무게에 눌려 지속적인 힘과 활력을 잃게 된다.집단농장,인민공사,천리마운동은 진작 실패로 끝났고 사회주의는 몰락했다.소련은 망했고 중공은 이른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국으로 탈바꿈했다.북한만이 「우리식 사회주의」로 남아 있지만 굶주리는 주민들의 식량문제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 그러니까 지금 북한의 김정일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권력승계작업의 마무리라거나 핵놀음,명예박사를 탐내는 일,자기 생일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정하는 따위가 아니다.굶주리고 헐벗어 지친 나머지 『싸우다 죽으나 굶어서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심정으로 반사적인 대남 적개심만 불태우는 주민들의 먹거리를 해결해줘야 한다.정말 한날 한시가 급한 일 아니겠는가. 집단을 조직하고 집체를 꾸미다가 결딴난 데가 또한 북한이다.6년전인가.89년7월 평양에서 열렸던 「세계 청소년학생축전」(평축)은 여러 의미에서 90년대 북한에 변화를 몰고 왔다.6·25이후 북한에 2만여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평양당국은 앞뒤 가리지 않고 분에 넘치게 물쓰듯 돈을 썼다.한풀이 같은 집체의 한판 굿거리가 바로 국고를 탕진하고 경제를 수렁에 빠지게 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평축」이 끝나면 「이밥」에 「고깃국」먹는 새세상이 온다고 주민들을 달랬지만 결과는 허망했다.약속했던 새세상은 커녕 이 때부터 북한경제는 회복불능의 늪에 젖어들었다.집단을 좋아하고 집체를 과시한 결과였다. 그 무렵 덩샤오핑(등소평)의 중국은 달랐다.덩샤오핑은 개방과 개혁에 속도를 가하면서 우선 주민들의 먹거리해결에 모든 정책을 집중했다.당대 제일의 실용주의자답게 그는 개방문제가 초래하는 부작용과 정치적 소요 우려에 대해 『창문을 열면 모기가 날아 들어오기 마련』이라며 일축했다.덩샤오핑식 실용주의의 등록상표인 「흑묘 백묘론」의 실천이었다.『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인 것이다. 개방과 더불어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덩샤오핑은 79년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대표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못산다.이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은 모두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다.그들은 잘 살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돈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돈을 더 받을 권리가 있다』는 유명한 「말씀」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그 이후 지금껏 중국이 외국인들에게 씌우는 공식 바가지의 합법적 근거로 되었다.모든 공공요금,즉 교통료와 우편료·숙박료·관광지입장료 그리고 물건값까지 외국인에게는 자기들 내국인의 3배 내지 6배를 받는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이식위천)고 했다.국민은 먹어야 하고 지도자는 어떤 경우건 백성을 잘 먹여야 한다.내일 먹을 양식이 충분히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정치환경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어떻든 12억 인구의 먹거리를 해결한 덩샤오핑은 대단한 인물이다.그 점에서 그는 42년동안 권좌에 앉았던 마오쩌뚱보다 더 위대할 수 있다. 북한은 요즘 「평화를 위한 국제체육 문화축전」이라는 또하나의 「평축」을 벌이려 하고 있다.그러나 김정일은 덩샤오핑에게서 배워야 한다.이제 그런 쓸데없는 「평축」들은 그만두고 주민들 식량난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북한주민들의 굶주림 실상은 지금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남쪽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이고 동포애가 실린 이쪽의 양곡제의도 받아들여야 한다. 남한 쌀에 대한 보답으로 그쪽의 샘물과 목재를 보낸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 냄새 감별하는 「전자코」 시판/영 맨체스터대 개발…개당 3천만원선

    ◎크기 75㎝… 후각능력 냄새를 감별하는 전자코가 식품회사와 병원·자동차회사는 물론 우주연구소 등 주요고객을 대상으로 시판에 들어갔다. 지난 10년간 영국의 맨체스터대학 과학기술연구소가 개발한 이 전자코는 전자칩의 중합체에 의존해서 냄새를 감별하고 이와 관련한 수치를 만들어낸다. 어로마스캔사가 생산하는 이 전자코는 대당 2만5천파운드(약3천만원)로 흰 플라스틱으로 겉을 씌웠으며 높이는 75㎝.어로마스캔측은 이 전자코가 인간의 코에 필적한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최근 프랑스에서 돼지와 과자찾기 내기를 벌였으나 졌다고. 전자코의 용도는 품질관리·건강조절·마약감식·공기정화 등 다양하다.미국식품의약국은 항구의 조개류와 생선의 부패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이 전자코를 사용할 계획이다.
  • 식수고갈 두달째… 목타는 섬주민/주1회 급수선 올때마다 “북새통”

    ◎가뭄특별취재반 통남서 제4신/선착장엔 빈물통 백여개 항상 대기/“지하수는 소금물” 빨래도 엄두 못내 10일 상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상노대도 탄항부락.유일한 식수원인 지하수를 받기위해 주민 20여명이 줄지어 서있다. 이 마을 박준선씨(45·여)는 『지하수를 뽑아도 염분이 스며들어 도저히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며 『짠물로 빨래하다 보니 흰 속옷이 누렇게 되고 싱크대도 벌겋게 녹슬어 못쓰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들은 인근 욕지도 북서부 청사부락 급수전진기지에서 40t의 물을 싣고 일주일에 한번꼴로 들르는 급수선이 도착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선착장에는 항상 1백여개의 빈 플라스틱물통이 빽빽이 줄지어 놓여 있고…. 상오 10시 30분.40t짜리 물탱크를 실은 23t급 급수선 경남 705호가 도착,선장 손철수씨가 배에서 급수호스를 내리자 30여명의 부녀자들은 자신의 물통에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받기 위해 우르르 몰려든다. 경남705호는 7∼10일에 한번꼴로 식수난을 겪고있는 탄항을 비롯,조선·관청·납도·초도·야포·입석등 욕지도 인근 7개 도서마을에 들러 물을 나눠주고 있다. 특히 욕지도 입석부락의 경우 69가구 2백23명의 주민들은 급수선이 도착하면 한바탕 아귀다툼을 벌인다.마을 부녀회장 하둘순씨(46)는 『급수선이 도착하면 집안식구가 전부 동원돼 물을 나른다』며 『선착장에서 집까지의 5분거리를 30동이의 물을 이고 나르면 옷이 흠뻑 젖고 힘이 쭉빠져 다른 일은 할 생각도 안난다』고 말했다. 하씨는 『세숫물로 빨래하고 빨래를 한 물도 다시 세수대야에 담아 때를 가라앉힌뒤 비교적 깨끗한 윗물을 따로 물통에 모아 청소하는등 최대한 물소비량을 줄이고 있다』면서 『파래무침을 만들어 먹고 싶어도 그릇 씻을 일을 생각하면 겁이나 아예 포기하고 만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오1시 입석에서 자동차로 3분거리인 관청마을. 사람보다도 2t짜리 물탱크 1대와 1t짜리 2대등 50여개의 물통이 먼저 눈에 띈다.물통은 널빤지로 덮여있고 널빤지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기위해 그위에 돌멩이가 얹혀 있다. 또 마을뒷산 소나무숲에는 누렇게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흉한 모습을 드러낸다.암벽사이에서 자라난 소나무들이 지난 겨울부터 물이 모자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고사한 소나무는 30년이상 된 것을 비롯,50여그루에 이른다. 이 마을 한호갑 이장(65)은 『지난 87년 셀마태풍때 나무가 바람에 부러진 것은 봤지만 욕지도에서 태어나 60평생을 살면서 소나무가 말라죽은 것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입춘이 지나면 새 뿌리가 나와야 하는 보리도 누렇게 뜬것을 보니 올해 보리농사도 다 망친것 같다』며 답답해 한다. 올들어 지금까지 불과 40㎜의 강우량을 보인 통영시도 지난 1월부터 5개면 25개 마을에 급수선 2척과 소방차 2대를 이용,비상급수를 하고 있어 식수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탄항등 욕지도 인근 도서부락들을 둘러봤던 강태선 통영시장은 『남강댐저수율이 현재 50%로 시내는 5월까지는 비가 안와도 급수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이달말까지 비가 안오면 욕지도의 경우 인근 2∼3개 지역에는 운반급수를 더 늘려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 “광주의 아픔·상처 객관화”/광주시인 임동확시집「벽을 문으로」출간

    시인 임동확씨(36)가 지난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형상화한 네번째 시집 「벽을 문으로」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시인이 데뷔후 10년 가까이 한 주제 또는 제재에만 매달리는 예는 우리 문학사에서 퍽 드물다. 그러나 이번 시집은 전에 것과 구분되는 뚜렷한 인식 변화를 보여줄 뿐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높은 경지를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심경」이라는 연작시 형태를 띤 시편들은 지난 상처와,그 때문에 유폐된 과거를 기억의 전면으로 끌어올려 명상하는 구도자의 심정으로 노래한다. 80년 당시 전남대 2학년생이었던 시인은 첫 시집 「매장시편」(민음사)에서 당시를 다소 거칠고 분노어린 언어로 고발했다.이어 나온 「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민음사)과 「운주사 가는 길」(문학과지성사)에서는 광주의 아픔과 상처를 객관화하고 내면화하는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는 『이제 임동확의 상처가 가해자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점차 떨쳐버리면서 뭇 사람의 상처를 감지하고 이해하는 데로 기능하고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평했다. 『현세의 군림에도 잊어버릴 건 잊어버리며/다시금 천년 고독의 염전 위에 썩지 않은/흰 소금의 생명들로 빛나야 하리』(「먼 바다로 배를 내밀듯이」중)라며 시인은 앞날에의 희망과 의지를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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