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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5 민족통일대회/ 최성룡 北미술가동맹 부위원장

    “작가들이 자신의 특성을 살린 개성있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맹에서 창작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8·15민족통일대회 북측 대표로 서울에 온 최성룡(사진·60·인민예술가)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화가들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고정된 틀을 벗고 개성을 살린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사회 현실을 인민의 미적 감각에 맞춰 극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양식을 말한다.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공동 통일미술전시회’에 그가 출품한 조선화 ‘첫눈’에서도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흰 눈이 소복이 쌓인 나뭇가지 위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새들이 두세마리씩 어울려 추위를 녹이는 모습은 서정적이고 전통적인 수묵화를 보는 듯했다.몇몇 유화작품도 강력한 붓터치가 느껴지고,실경 풍경화에서는 의도적인 생략도 나타나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전시회에 출품한 화가로 서울 방문이 허락된 인민예술가급 화가.북측에서는 인민예술가들의 작품과,국보급 작품 20여점을 포함한 107점을 출품했지만 작가들의 방한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최 부위원장은 “이번 대회가 북한의 다양한 예술형태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조선화 유화 출판화 공예 보석화 금리화 수예화 등 모든 종류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월북작가인 김용준의 조선화 ‘춤’이 너무 큰 탓에 비행기로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림에 대한 호칭이 매우 낯설어 되물었더니 조선화는 한국화를 말하고 출판화는 판화,보석화는 돌가루에서 색을 낸 석채(石彩)화,금리화는 금가루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작품 107점의 주제는 5가지.조선통일,명승지 절경,민속,국보급 작품,도자기 등이다. “북한 사람이라고 감정이 없겠습니까.비극적인 사건도 있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슬픔을 표현하죠.개인적인 갈등이나 고통,고뇌를 표현할 수 없거나,표현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은 절대 없습니다.” 그는 함께 전시하고 있는 남측 화가 곽석손 강요배 박승규 등 작가의 작품들이 “모두 개성이 강하고 표현양식이 다양해훌륭하게 느껴졌고 작품에 반했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북한에서 공인한 최고의 작품들이 전시됐지만 보안관계로 일반인들은 거의 관람할 수 없었다.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이번 전시작품의 일부를 다시 전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최 부위원장도 “남측에서 작품을 떨구고 가달라고 하는데,그렇게 해보려고 한다.”며 대회 후 재전시의 가능성을 비쳤다. 문소영기자 symun@
  • 농사꾼 판화가 이철수씨/ “삶에 지친 사람에게 위로 줄 수 있어 행복”

    “제 그림은 40대 후반인 남자가 시골에서 작은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평범한 이야기예요.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화가라고 자처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판화가 이철수(48)씨는 널빤지에 조각도를 부지런히 놀리면서 분명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요즘 바깥 출입을 하면 흰 적삼 속으로 땀이 주르륵 흐르고 ‘부쩍 힘이 들어’ 농사일을 잠깐 뒤로 미뤄 놓았단다.서울에서 충북 제천의 박달재로 옮겨온 1986년부터 그는 부인과 함께 2000여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다.검붉게 그을린 얼굴이며 단단해 보이는 팔뚝에서 16년 농사꾼다운 흙내음이 풍겨오는 듯하다. 최근 그는 90년 펴낸 판화집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문학동네)의 개정판을 찍어냈다.이미 나온 판화집 대여섯권을 대부분 절판시킨 터라 이번에 개정판을 낸 것은 예외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그 탓에 그는 여기저기서 번거로운 연락을 받고 있다.그가 ‘묵은 그림책’의 개정판을 낸 것은 “판화가 크게 변하고 나서 낸 첫번째 책이라 각별했기 때문”이고,출판사는 20∼30대가 꾸준히 찾는 책을 이문상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화가나 농부보다는 이야기꾼으로,“세상에 할 말이 있어서 조금씩 세상에 말을 건네는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80년대 청년기에는 목청을 한껏 높인 민중미술가였고,90년대 장년기에는 선(禪)화가가 됐다.남들은 90년대 이후 그가 민중미술에서 멀어졌다고 수근거렸으나,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크게 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꾼 것뿐이라는 것. 목청껏 소리치는 방식은 단순하고 감정적인 반발이었고,악을 쓸수록 정직하다는 기분은 사라졌다.고민 끝에 불교의 선으로 돌아선 뒤로 삶의 섬세한 갈피를 들춰보며 거짓과 허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자고 소리치면서,미움으로 세상을 지켜보고,폭력과 억압을 내면화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개별적으로 각성하지 않으면서,구조적 변화만 강조할 때 마음은 황폐해진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세상을 바꾸자.’에서 ‘나를 바꿔보면 어떻겠습니까.’로 전환한 것이다.당시의 깨달음은이랬다.‘시절이 사람을 강파르게 하고,그 마음의 칼로 서로를 베어버립니다.…마음밭(心田)이라고 했습니다.들여다보면 자갈 소리가 들립니다.내버려둔 자리가 역력합니다.’ 이제 그는 “옛날엔 ‘없는’ 사람만 불쌍했다면 지금은 ‘있는’ 사람도 불쌍하고,억압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억압하는 사람도 안 됐다.”는 더 넓은 마음을 갖게 됐다.‘소외된다.’는 현상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편도 저편도 아닌 거냐고? 당연히 억압당하는 사람들 편에 서는 것 아니냐고 그는 되묻는다.다소 씁쓰레한 표정으로 덧붙인다.“그러나 자기가 선량하다고 믿던 사람들도,기회가 있으면 도둑질하고 억압할 마음이 그 안에 숨어 있지 않으냐.” 살아가는 일이나 싸움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것이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시시한 잡풀도 뽑지 않으면 꽤 의젓한 모습으로 자라서 뜻밖에 아름답고 잘생긴 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뜻밖이라는 것도 사람의 편협한 말입니다.”그의 생각이다. 좀 더 욕심내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자기성찰을 통해 소외를 극복했으면 싶다는 것.온전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내 이웃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외면할 수 없다고 믿는다.‘나’의 정신적 건강은 남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는 판화,그것도 목판화만 20여년째 고집하고 있다.판화는 200∼300장씩 복제해 많은 사람과 그림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미술시장이 왜곡된 지금은 판화의 됨됨이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상업화한 시장은 판화마저도 비싼 가격에 유통되길 바란다.그래서 그는 판매를 목적으로하는 상업화랑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이 마땅찮다.시민사회단체의 기금모금이 아니면 전시회는 열지 않겠다는 잠정적인 결론도 내놓았다. “제 판화가 찍힌 1만 2000원짜리 달력을 사서 집에 걸어두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늘 벽에 붙여두었다가 한달에 한번이라도 제가 건네는 말에 공명해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이 어딨겠습니까.” 문소영기자 symun@ ■인터넷 개인화랑‘목판닷컴’ 목판닷컴(www.mokpan.com)은 전시회가 싫다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팬들을 위해 차려놓은 인터넷 개인화랑이자,‘이철수의 집’이다.석달 전에 입주했다. 이 화랑에서는 그가 그동안 그린 그림을 주제별로 가려뽑아 상설전을 가진다.주인장의 바람은 그저 ‘가끔씩 머리 식히고 가십시오.’다.요즘은 여름을 소재로 한 판화 10점이 관객을 기다린다.한여름 매미소리,다듬이 소리,빙수 등 시원한 소재들이다. 또다른 ‘전시장’인 출판물에 실린 최신 작품들도 소개한다.그는 벌써 오래 전에 복제해서 여럿이 나눌 수 있는 판화의 기능이 출판물로 이전됐다고 본다.그래서 월간지 ‘좋은생각’ 등 몇 가지 간행물에 매달 그림 한 장씩을 발표한다.그의 판화 50×60㎝ 1장이 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출판물은 1만원 안팎이니 값싸게 즐거움을 주는 판화의 미덕이 가장 잘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그가 원하는 식으로 판화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판화는 언제 제작할까.밑그림은 주로 겨울철 농한기 혼자있을 때 한꺼번에 수십장씩 그린다.그의 작업실 한 쪽에는 2000년,2001년등에 그린 때지난 밑그림들이 1000장은 족히 될 만큼 쌓여 있다.판화가 될 때를 놓친 밑그림들은 그대로 쌓였다가 휴지로 버리게 된다. 밑그림을 목판에 뒤집어 붙이고 조각도로 새기는 작업은 주로 여름에,사람들이 찾아와 한담을 나눌 때 한다.지인들 중에는 일부러 찾아왔는데 홀대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품고 되돌아가기도 한다며,미안한 듯 슬그머니 웃는다.그래도 의미있는 전시회에는 꼭 참여한다.지난달 23∼29일 문예진흥원에서 열린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기금모금전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판화를 왜 안 파느냐.”는 원성이 높아 얼마 전부터는 판화장터도 만들어 놓았다.그러나 판화를 즐기는 데 꼭 사야 맛이냐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는 게 어떨까. 문소영기자
  • 지혜로운 생활/ “수라상 받으면 나도 왕”

    궁중식탁으로 나도 왕이 될 수 있다. ‘영조실록’에 보면 ‘궁궐에서 왕족의 식사는 하루 다섯번’이라고 적혀 있다.이른 아침의 초조반(初朝飯)과 조반(朝飯),석반(夕飯)의 수라상 2회,그리고 점심때 차리는 낮것상(晝物床)과 밤중에 내는 야참(夜食) 등이다.낮것상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허기를 때우는 입맷상으로 장국상 또는 다과상이다 .세번의 식사외에 야참으로 면,약식,식혜,또는 우유죽 등을 올렸다. 현재 전해지는 수라상 차림은 한말 궁중의 상궁들과 왕손들의 구전에 의해 전해지는 것으로 조선시대 초중기와 똑같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궁중의 일상식에 대한 문헌자료는 연회식에 관한 자료보다 훨씬 부족한 편이다.그중 유일한 문헌으로는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가 남아 있다. ◇ 수라 = 궁중에서 왕과 왕비가 먹는 밥을 말한다.일상의 조석 수라상에는 흰수 라와 팥수라 두가지가 있다.수라를 짓는 쌀은 전국에서 최상급의 좋은 쌀로 왕과 왕비가 드실 것 만을 따로 짓는다.흰밥은 일반의 밥짓는 것과 같으나 팥수라는 쌀과 팥을 한데 넣는 것이 아니라 팥을 삶은 물을 저어서 밥을 짓는 것이다.오곡수라는 멥쌀,찹쌀,차조,콩,팥을 섞어서 지은 오곡밥을 말한다 . 비빔밥도 있다.여러가지 익힌 나물과 볶은 고기를 넣어 골고루 비벼 대접에 담고 위에 알지단,생선전,튀각 등을 얹히며 고추장은 절대 넣지 않는다.일설에 따르면 섣달 그믐날 묵은해의 마지막을 비빔밥으로,새해 첫음식을 떡국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 국류 = 궁중의 국(탕)은 소의 양지머리,사태 등과 내장류 도가니 등을 넣어 오래 끓인 곰탕류가 많다.또 무국,쇠고기국,미역국,그리고 쇠고기 장국에 저민 송이를 넣고 살짝 끓인 송이탕,쇠고기 장국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서 껍질 벗긴 참외를 넣어 끓인 참외탕 등이 있다.이밖에 국종류로는 육개장,설농 탕,호박꽃탕 등 20여 가지가 있다. ◇ 이달의 추천 궁중식 오이선 =‘선膳)’은 궁중의 조리용어로 오이 외에 호박 ,가지,두부,배추,생선 등에 고기를 채워 넣거나 섞어서 익힌 것을 말한다.오이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채소로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오이의 시원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을 이용한 것이 오이선이며 새콤하고 달콤한 식촛물을 끼얹어 차갑게 대접하면 큰 환영을 받는다.오이선은 원래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넣고 그 속에 고기소를 넣어 장국에 끓인 것이다. ◆ 만드는 법 = 1.오이를 가늘고 연한 것으로 골라 반을 갈라서 칼집을 세번 넣고 토막을 내어 진한 소금물에 절인다.2.오이가 절여지면 물에 헹구어 건져서 행주에 싸서 눌러 물기를 짠다.3.쇠고기 살과 표고를 곱게 채로 썰어 합한다.4.달걀을 황백으로 나누어 지단을 부쳐 2㎝ 길이로 곱게 채를 썬다.5. 오이의 칼집 사이에 황색 지단,백색 지단,볶은 쇠고기와 표고를 한 칸씩 채 워 넣고 실고추는 흰 지단에 한 가닥씩 끼워서 그릇에 가지런히 담는다.7.단 촛물을 만들어서 상에 내기 직전에 고루 끼얹어 낸다. 자료제공 황혜성의 궁중음식연구원(www.food.co.kr)
  • 比세부섬 리조트 - 이국의 섬에서 쉬고 싶다

    (세부(필리핀) 임창용특파원) ‘비행시간이 짧아야 한다.’‘청정지역이어야 한다.’‘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최근 해외로 여름철 휴가나 허니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내거는 필수조건들이다.필리핀 열도 중간에 위치한 세부섬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세계적 휴양지다.최근 한 여행사의 여론조사에선 허니문커플의 40%가 세부를 신혼여행지 1순위로 꼽기도 했다. 세부는 마닐라를 빼고는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 직항로가 개설돼 있는 곳이다.4시간 반 정도면 세부 막탄공항에 닿는다. 세부엔 원시적 청정해역을 끼고 10여개의 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각 리조트는 모두 눈이 부실 정도로 흰 비치와 고급 숙박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수상레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그중에서도 공항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있으면서 세부에서 최대·최고급을 자랑하는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와 샹그릴라막탄 리조트를 가보았다. ◆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 = 세부섬 라푸라푸시에 있다.면적이 수천평에 달하는바닷물 인공풀이 최대 자랑거리.풀을 둘러싸고 스페인풍으로 지은 빌라형객실 220여실이 야자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열대수들 사이로 자리잡고 있다.객실은 모두 딜럭스 및 스위트급으로 대형 화장실과 미니바까지 갖춘 수준급이다.객실과 풀 사이에 깔린 모래는 천연 백사장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특히 1층 객실에선 발코니 문만 열면 바로 백사장을 거쳐 풀로 뛰어들 수 있다.리조트엔 바닷물 풀 이외에도 8군데에 민물 풀이 있다. 대형 풀에선 무료 수영강습은 물론 카누,카약,워터바이크,자전거,크로케,미니골프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리조트를 남동쪽으로 끼고 있는 산호해변에선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 등을 통해 환상적인 열대 바닷속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샹그릴라 막탄 아일랜드 리조트 = 역시 라푸라푸시에 있는 세부 최대 규모의 리조트 호텔.플랜테이션 베이에비하면 세련된 도시형 리조트란 느낌을 준다.546개의 객실과 유럽·동남아시아·중국 광둥식 등 8개의 레스토랑,6홀 골프장,대형 풀 2개,당구·탁구장,해양레포츠 시설 등을 갖추었다. 객실 발코니에 서면 호텔 앞 수영장과 조경수림,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들어온다.해변 가까이엔 백사장이,그 너머엔 바위가 많다.따라서 해수욕을즐기려면 바닷물이 만수에 달하는 오후5시 이전에 시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바위 부분은 산호와 각종 열대어가 많아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에 알맞다. ◆ 세부섬의 볼거리 = 세부는 ‘동양의 흑진주’로 불릴 만큼 남국의 풍광이 뛰어나지만 오래된 성당·재래시장 등 볼거리도 꽤 있다. 1830년 로코코 및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산 미구엘 아가오 성당,1599년 세운볼준 성당,다나오 성당,오슬로브 성당 등을 들러볼 만하다. 라푸라푸시에는 필리핀 원주민과 싸우다 목숨을 잃은 마젤란의 기념비와 그가 만들었다는 대형 십자가,마젤란에 맞서 싸운 필리핀 민족영웅 라푸라푸의 동상도 볼 수 있다. 세부는 세부시·라푸라푸시 등 몇개 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시에 재래시장이 있다.가난하면서도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필리핀 서민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sdragon@ ■여행 가이드 ◆ 가는 길 = 필리핀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세부까지 주 4회(수·목·토·일)오후9시50분 비행기를 띄운다.4시간30분 소요.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는 직항노선이 없고 마닐라행 노선만 운항한다.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세부까지 1시간 정도 가야 한다.문의 필리핀항공(02-774-0088). ◆ 날씨 및 준비물 = 낮기온이 평균 섭씨30도 정도로 상당히 무덥다.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기 때문에 반바지와 티셔츠를 충분히 가져가는 것이 좋다.비자는 필요 없고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햇볕이 따갑고백사장 눈부심이 심하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제와 선글라스,모자는 필수. ◆ 환전 및 쇼핑 = 달러보다는 필리핀 화폐인 페소로 미리 환전해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1달러는 약 50페소 정도인데 쇼핑할 때 달러로 내면 달러당 2∼3페소 손해볼 때가 많다. 쇼핑은 가이드가 이끄는 소형 쇼핑센터보다는 SM슈퍼마켓 등 대형쇼핑센터에서 해야 한다.물건 종류가 다양하고 값도 훨씬 싸다.특히 한국인 점원이근무하는 점포는 물건값이 비싼 편이다.진주,세부 기타,망고 가공품등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 여행상품 = 세부 여행상품은 4박5일짜리가 가장 많다.필리핀항공 전문여행사인 락소(02-569-0999)가 샹그릴라 3박4일 125만원,4박5일 143만원,플랜테이션베이 3박4일 129만원,4박5일 148만원짜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여행자보험,공항세,세끼 식사,차량,해양레포츠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항공편과 객실,조식,교통편만 제공하는 에어텔 상품은 3박4일 84만원,4박5일 94만 5000원에 나와 있다.세부 현지 여행사인 세부리조트여행(777-4148),어필여행클럽(592-9998)등도 상품을 판매한다.
  • [씨줄날줄] 우럭

    고급 어종인 우럭이 머지않아 군장병들의 식탁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해양수산부는 우럭 1500t을 군에 납품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 중이다.납품 단가는 ㎏당 3120원.이 값이면 매운탕용으로 군에 납품되는 수입산 대구보다 싸다.해양부가 군납품을 계획한 것은 재고 누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양식어가를 돕기 위한 것.중국산 활어 수입이 급증해 6만여t의 재고가 쌓여 있다. 봄철 산란기에 서·남해안 일대의 바다낚시 명소마다 주말이면 꾼들이 몰려든다.바다낚시를 즐기는 꾼들에게 우럭은 최고의 표적이다.낚시를 바닥 가까이까지 내려 저층에서 떼지어 다니는 놈들을 건져 올릴 때의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막 잡아 올린 놈을 즉석에서 얇게 떠 깻잎·쑥갓·풋고추를 곁들이면 쫄깃쫄깃 씹는 맛은 일품이다.여기에 소주 한잔을 더하면 금상첨화.예로부터 자연산 우럭은 넙치와 함께 ‘흰살 생선’이라 하여 횟감으로는 최상품으로 쳤다.그러나 넙치는 자연산이 거의 잡히지 않는데 비해 우럭은 꾸준히 잡히고 있다.지난 해 생산량은 약 2765t. 우럭은 어류로는 보기 드문 생태특성을 지니고 있다.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며,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는 포식성 어류이다.보통 9∼11월에 암수가 교미를 한다.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생식소 안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철에 난자를 만나 체내수정이 이뤄진다.수정란은 모체에 태반이 없어 난황을 먹고 자란다.한번에 6㎜ 정도 크기의 새끼 4만∼40만마리가 태어난다.자연산 암컷은 3년 걸려 35㎝,수컷은 2년 걸려 28㎝ 크기로 자라야 생식능력을 갖춘 어른이 된다.서해안의 태안반도에서 남해안의 거제도 사이와 일본의 홋카이도와규슈지방,중국 등 온대 해역에 분포한다.작은 어류와 오징어류 등을 잡아먹고 산다. 양식산이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지난해에는 4만여t이나 생산됐다.서남해안 700여곳의 양식장에서 우럭을 키우고 있다.대개2년 걸려 0.5㎏ 무게로 자라면 내다 판다.국립수산과학원의 명정인 박사는“양식산을 1∼2㎏까지 키우려면 4년 정도 걸리는데 사료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럭은 쏨뱅이목 양볼락과의 바닷물고기.자연산은 넙치·도다리와 함께 3대 고급 횟감으로 꼽힌다.그러나 양식기술의 발달과 중국산 활어 수입이 늘면서 옛 영화를 잃어가고 있다. 염주영 논설위원
  • 이병형 前합참본부장이 회고하는 秘史/ 北 73년 “NLL 불인정”…해상 무력시위

    지난 6월29일 발생한 서해교전은 북방한계선(NLL)으로 빚어졌다.북한은 지난73년 ‘NLL은 무효이며 서해5도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은 북한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처음 주장,NLL논쟁의 불을 지폈다.이때부터 20년동안 NLL을 둘러싼 남북간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73년 당시 이병형 합참본부장을 만나 NLL과 관련된 비화를 들어봤다. 1973년 11월초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장 바로 옆 작전회의실에는 예정에 없던 긴급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한신(韓信·육사2기·작고) 합참의장을 비롯,이병형(李秉衡·76·육사4기)합참본부장,그리고 배옥광(裵玉洸·74·해사4기) 작전국차장 등 합참의 수뇌부들이 모두 모여 북한의 일방적 북방한계선(NLL) 파기선언에 따른 대응책을 긴밀히 논의했다. 이보다 1시간 전.평양방송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내용을 전격 발표하면서 우리 군당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서해5도가 북한군 통제하의 해역에 있으므로 앞으로 우리 영해에 있는 5개도서 출입시 사전 승인과 임검을 마땅히 받아야 하며,위반시에는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남조선 당국에 엄중히 알린다….” 53년 정전협정 이후 그동안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던 북한이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이나 다름없는 NLL은 무효이며,앞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한 새로운 해상분계선에 의해 서해질서가 재편돼야 한다는 실로 엄청난 내용이었다. “당시 평양방송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하나는 NLL을 파기하자는 것이었고,다른 하나는 한강하구에서 서해상으로 향하는 일직선이 새로운 분계선이라는 것이었지요.이는 휴전 이후 잠잠했던 서해바다에 전쟁선포를 하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이병형 전 본부장은 당시 상황을 ‘서해사태’라고 줄곧 표현했다. 이날 비상회의를 끝낸 이 본부장은 곧바로 유재흥(劉載興) 국방장관에게 올라갔다. “장관님,저들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서해5도를 당장 요새화해야 합니다.저들의 속셈은 서해5도를 고립화시켜 결국에는 자기네 영토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맞아,나도 그렇게 생각하네.어쩌면 좋겠나.” “제가 지금 당장 서해5도를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73년 11월27일 배옥광 합참작전국차장과 김영찬(金泳燦·74·육사5기)국방부동원국장 등과 함께 해군의 고속수송함(APD) 2300t급 ‘81함’을 타고 백령도,대청도,연평도 등 서해5도 순시에 나섰다. 아,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전혀 예상치 못한 위급 상황이 벌어졌다.이 본부장 일행을 태운 APD함이 연평도에 잠시 들른 뒤 이날 저녁 백령도로 막 향하는 순간이었다.연평도 서쪽 약 6마일 해상쯤이었다. APD 함상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이 갑자기 울리더니 “전원 전투배치부터.”라는 함장(정현경 대령)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하달됐다. 저녁식사 후 함장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이 본부장도 깜짝 놀라 일어났다.이때 함장이 뛰어들어왔다. “본부장님,위급상황이 벌어졌습니다.CIC룸(레이더실)으로 지금 빨리 가줘야 하겠습니다.” “함장,도대체 무슨 일인가?” “적함 출현입니다.포문을 우리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본부장은 함장의 안내로 서둘러 레이더실로 올라갔다.동행했던 배 제독과 김 장군 등 합참 고위장성 10여명도 이미 도착해 전방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레이더 화면에는 NLL을 표시하는 선이 가운데에 그어져 있고 그옆에 APD함의 예정항로가 표시돼 있었다.그런데 APD함 예정항로 양쪽 옆에적 함정 6척씩,모두 12척의 북한 군함이 배치돼 있었다. “틀림없는 북한 군함들인가?” “예 그렇습니다,본부장님.” 아니 이럴 수가.저들이 어떻게 알고….위기일발이었다.북한군 함정이 이미 우리측 영해로 깊숙이 내려와 있는 데다 이 본부장 등 합참의 수뇌부들이 승선한 APD함을 완전히 포위한 것이 아닌가. “함장,이런 경우가 있었나?” “아닙니다.처음입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일단 인천쪽으로 항로를 돌린 뒤 백령도로 돌아가는 우회항로를 택하겠습니다.” “알았네.함장인 자네 의견에 따르겠네.” 이 본부장은 다시 함장실로 돌아왔다.제발 무슨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는 조바심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얼마쯤 지났을까.다시 비상벨소리가 들리고 “전원 전투배치부터.”라는 함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시계를 보니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함장이 또다시 헐레벌떡 달려왔다. “본부장님,백령도 항구 앞쪽에 적함 두 척이 나타났습니다.” 우회항로를 통해 연평도 해상의 적함 12척은 따돌렸지만 백령도에 가까워지자 다시 새로운 적함들과 조우했다는 것이었다. 이 본부장은 다시 레이더실로 올라가 상황을 주시했다.함장의 말대로 북한군함 2척이 항로를 가로막고 있었다.불과 1마일도 안된 해상에서 기동시위를 벌이며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함장,비상조치는?” “우선,우리 구축함 1척을 백령도 근처에 출동시켰습니다.” “어떻게 할 셈인가?” “저들의 함포가 우리쪽으로 향해 있습니다.이대로 가면 전쟁으로 이어질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비상용 항구가 있습니다.지금 저들이 가로막고 있는 항구는 용기포항입니다.남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장촌부두가 있습니다.함선을 남쪽으로 향하는 척하다가 장촌 부두쪽으로 돌리겠습니다.” 이 본부장은 함장의 조치내용을 옆에서 들으며 가만히 밖을 응시했다.뇌리에 번개 같이 뭔가 스쳤다.‘세상에 이게 웬일인가.저들이 NLL파기선언을 일방적으로 하더니 이제 와서 우리를 어쩔 셈인가.납치?전쟁? 우리 일행의 서해5도 방문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나중에 밝혀진 일이었지만 이 본부장일행이 서해5도 지역을 방문할 때 관련 도서부대에 암호화하지 않은 평문으로 무전을 타전,북한 군당국에 도청당했다.) 잠시 후 새벽이 밝아오면서 어슴프레 함교 좌측 전방쪽에 큰 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한국군 구축함 91함(충무함)이었다. 당시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APD함의 비상 지원요청을 받고 공해상에 있던 구축함 한 척을 급파했다.”고 말했다. 당시 APD함에 동승했던 배옥광(전 동서울컨트리클럽사장) 제독은 “세월이 지나 생각은 잘 나지 않지만 북한 경비정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우리 측 구축함도 출동,서로 교전 상황까지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전도봉(全道奉) 전 해병대사령관은 당시 백령도 해병부대 정보정찰 장교로 근무중이었다.그는 마침 이날 새벽 백령도 관측소(OP)에서 북한군 경비정이 우리측 APD함을 가로막고 시위기동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하고 있었다.이와 관련,전 전 사령관의 회고. “그날 새벽녘에 81함이 잠시 시야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대신 북한군 고속정 4∼5척이 갑자기 나타나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백령도 앞바다를 고속 선회 항해했다.당시 백령도와 대청도 일대에는 즉각 비상이 걸렸으며 백령도에 설치된 각종 포문도 모두 열렸다.” 결국 APD함은 이날 아침 우회항로를 통해 장춘항에 도착했다.백령부대장 김치현(사망·해군간부 8기) 대령이 이 본부장 일행을 맞이했다. “본부장님,휴전 이후 이곳에 첫 공습경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부대장,그게 무슨 말이오?” “적기 4∼5대가 백령도 상공에 출현했습니다.1,2초 간격으로 선회비행하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해상의 적들을 피해 겨우 왔는데 이번에는 공중에서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이 본부장은 레이더기지에 직접 가서 이를 확인했다.부대장의 말대로 백령도 상공 고공에 적기 3대가 떠 있었다.결국 우리측 공군기의 추가 발진으로 적기들이 돌아가면서 상황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와 관련,해군 기록에 보면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기술하고있다. “73년 11월27일부터 29일까지 이병형 합참본부장외 장성 10명이 서해 도서지역을 시찰하다가 북한 경비정 수척과 조우했다.81함은 2130t이며 정현경(전 해군참모차장) 대령이 함장이었다.81함은 2000년 12월 패함됐다….” 서울로 돌아온 이병형 본부장은 이튿날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했다.이 자리에서 이 본부장은 서해5도의 요새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러자 이후락(李厚洛) 중앙정보부장이 “만약 서해5도가 요새화한다는 것이 저들에게 알려지면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나섰다.결국 장시간 회의 끝에 이 본부장의 주장대로 서해5도의 요새화 계획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하고 일단락지었다. 이튿날 박 대통령은 이 본부장과 마주한 자리에서 ‘서해5도의 요새화는 NLL을 굳건히 유지시키는 것과 다름 아니다.’는 요지의 보고를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기획원장관을 불러 예산 40억원을 즉시 지원해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탄생된 것이 ‘81프로젝트’였다.81함에서 입안됐다고 해서 이렇게 명명됐다.그런데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한미군측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 본부장이 청와대에 다녀온 몇 시간 뒤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찾아와“백령도를 굳이 요새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이에 이 본부장은 “만약에 러시아가 하와이를 위협하면 가만히 있겠느냐.”는 논리로 맞섰다. 이 무렵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서해의 NLL을 인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서해 5개도서는 북한의 영토”라고 주장하곤 했다.그러던 차에 북한 군부는 한국군 고위 장성인 합참본부장 일행의 백령도 방문 사실을 미리 알고 기습적으로 고속정을 발진시켜 서해 5도가 자신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김문기자 km@
  • [굄돌]옛사람들의 ‘생명세대주의’

    우리 민족은 아름다운 까치밥 풍속을 지니고 있습니다.가을에 감을 딸 때 꼭 몇알씩은 남겨놓고 따는 풍속 말입니다.서리 앉아 더욱 빨개진 까치밥,그것은 새들의 밥입니다.까치뿐만 아니라 직박구리,박새,곤줄박이… 동네 뭇새들이 그걸 나눠 먹으며 긴긴 겨울을 납니다. 하지만 옛사람들이 새들만을 위해서 까치밥을 남겨놓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감이 사람들의 먹거리나 새들의 먹이로만 이 지상에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나무도 천년만년 종자를 퍼뜨리며 대를 이어가며 살아갈 생존의 권리를 옛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아름다운 옛 사람들은 독초라도 씨앗을 말리는 법이 없었습니다.까치밥을 보면 옛사람들의 넉넉하고 따뜻한 생명세대주의를 생각합니다. 지난 겨울이었습니다.속리산 기슭의 각연마을을 찾았습니다.각연마을은 화전민 후예들이 떠나고 지금은 절만 오롯이 남은 첩첩산중입니다.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는 날,아랫마을 사람들 몇몇이 더덕을 캐러 올라왔습니다. 줄기와 잎이 다 떨어져버린 겨울이라 땅 속에 숨은 더덕뿌리를 찾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줄기와 잎이 있으면 찾기가 쉬울 텐데도 사람들은 굳이 잎이 떨어지고 난 뒤에야 더덕을 캐러 다닙니다.더덕은 겨울에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그보다 더 큰 뜻은,더덕에게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가을 시간을 주기 위함입니다.산사람들의 자애로운 지혜가 아니었더라면 더덕은 벌써 이 산 속에서 씨가 말랐을 테지요.봄이면 지난 가을에 떨군 더덕 씨앗들이 실낱 같은 싹으로 올라옵니다. 지난 봄이었습니다.봄햇살 쏟아지는 내성천 강둑에 아낙들이 나와 봄나물을 뜯고 있었습니다.씀바귀,고들빼기,민들레… 모두가 쓴맛 나는 국화과의 봄나물입니다.잎을 꺾었을 때 나오는 흰 액체가 입맛을 돋워주는 추억 속의 나물들입니다. 국화과 봄나물들은 꽃이 지면 곧바로 씨앗이 익어서 바람에 날려 퍼집니다.여러해살이 풀이지만,꽃은 1년에 한번밖에 피지 않기 때문에 봄에 꽃을 꺾어버리면 그 해는 씨앗을 퍼뜨리지 못하지요.그래서 옛 사람들은 ‘씀바귀 꽃을 꺾으면 엄마 젖이 준다.’는 속담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옛사람들의 생명세대주의는 오늘 우리에게 숭고한 신앙입니다. 김재일/두레생명문화硏 대표
  • 리뷰/ 전통공연 지루함 깬 버라이어티 쇼, 연오랑과 세오녀

    둥둥 울리는 북소리가 시끌벅적한 관객석을 조용히 잠재운다.신비한 연기에 휩싸여 해가 떠오르자,붉은 옷과 흰 옷을 입은 해와 달의 정령들이 징 꽹과리 태평소 대북 등의 리듬감 넘치는 연주에 맞춰 힘있는 춤을 펼친다.절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흥겨운 무대다. 정동극장의 ‘연오랑과 세오녀’는 전통 공연은 지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다.음악 무용 뮤지컬 연극 등 현대 공연예술의 거의 모든 분야가 전통의 옷을 입고 한데 섞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버라이어티쇼를 펼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삼국유사에 실린 고대설화 ‘연오랑과 세오녀’를 바탕으로 현해탄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에 한·일간 화합의 주제를 녹여냈다.하지만 이 평범한 이야기를 표현해 내는 연출가 이윤택의 역량은 놀랍다. 연오를 태우고 바다로 나간 배는 성난 파도에 휩쓸려 침몰한다.중앙무대가 서서히 내려가면서 배가 기울어 허우적거리는 배우들을 사실감 있게 잡아내고 타악연주가 폭풍 신에 긴박감을 더한다.이어 거품이 날리고 색색의 나풀거리는 의상을입은 고래들이 군무를 펼치는 무대는 눈이 부시다.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그네를 타듯 관객석까지 날아오자 관객들은 즐거운 탄성을 지른다. 해와 달이 사라진 신라.백성은 탈을 쓰고 나와 비명을 지르며 세상의 혼란을 격렬한 몸짓으로 표현하는데,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관객을 압도한다.덤으로 불쇼도 볼 수 있다.멀티비전으로 불타는 해를 형상화한 장면도 환상적이다.동해안별신굿·비나리·탈춤극·마당극 등은 신명난다.일본 원주민과 신라 신하의 코믹한 연기는 어린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필생의 역작을 만들었는데 월드컵 열기로 관객이 많이 오지 않아 아쉽다.”는 극작가 김영욱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하지만 일본인을 원시족으로 묘사하는 등의 국수주의적 관점은 화합이라는 주제와 엇갈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연희단거리패·동랑댄스앙상블·온누리예술단이 출연했다.30일까지.오후4시.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02)7511-500. 김소연기자 purple@
  • ‘강제연행’ 시간대별 상황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중국 공안당국 앞에는 법도,국제조약도 아무 소용없었다.이들은 외교공관의 불가침권을 무시한 채 베이징 주재 우리 영사부에 진입해 탈북자 1명을 강제연행하고 이에 항의하는 외교관과 기자들을 폭행했다. ●이날 오전 10시35분쯤 탈북자 원씨가 아들 원모군과 함께 택시를 타고 와 영사부 서문 앞에 내렸다.이들 부자는 택시에서 내린 뒤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영사부출입구 앞에 도착했다.영사부 출입구를 지키던 경비원들이 이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순간 원씨는 아들과 함께 갑자기 영사부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이전에 있었던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 시도와 특별하게 다를 것이 없었다. 문제는 다음 순간부터.원씨 부자가 무사히 우리 영사부 내로 들어갔는데도 중국외교부 외교인원복무국 방옥공사(경비담당회사) 소속의 흰 모자를 쓴 경비원 2명이 공관측의 동의없이 건물 내로 이들을 쫓아들어와 아버지 원씨를 건물 밖으로 끌고 나간 것이다. 원씨는 격렬히 저항하려 했으나 건장한 경비원들에게 순식간에제압돼 영사부 건물 외곽 경비초소로 끌려나갔다.곧이어 이 사실을 알게 된 영사부 직원들이 초소를 둘러싸고 영사부가 불가침의 영역임을 상기시키며 진입에 항의하는 한편 원씨를 영사부 내로 들여보낼 것을 요구했다. ●경비원들과 이들에 합세한 중국 공안들은 우리 영사부측 요구를 철저히 묵살했다.이들은 계속 모처에 연락을 취하며 조사할 것이 있다는 이유로 원씨를 초소 안에 붙잡아두었다. 영사부 직원 4∼5명은 공안들이 원씨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지 못하도록 초소 문앞에 버티고 서서 물리적인 대치에 들어갔다. ●대치국면이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4시10분쯤 2∼3명에 불과했던 중국 공안들의 수가 10여명으로 순식간에 불어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4∼5명이던 한국 영사부 직원 수도 7∼8명으로 늘어났다.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 공안 1명이 손으로 거칠게 영사부 직원들을 밀치며 “(원씨를) 데려가겠다.비켜달라.”고 요구했다.이것이 신호였다.중국 공안들은 느닷없이 영사부 직원들과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덤벼들어 무차별적인 주먹질과 발길질을 퍼부었다.이 와중에서 체격이 건장한 공안 2명이 초소에서 원씨를 끌어내 차에 태웠다. ●중국은 한편 한국 TV방송들의 현장 화면 위성송출까지 방해했다. KBS는 이날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공안들의 폭행 장면을 담은 리포트와 화면을 중국 CC-TV의 위성망을 통해 송출하고 있었으나 송출 20초만에 CC-TV측이 아무 동의 없이 송출을 막아 생생한 화면을 한국으로 보내지 못했다. MBC도 8시40분쯤 위성송출이 예약돼 있었으나 송출 시작 20분 전 CC-TV측에서 공안 폭력과 탈북자 관련 화면의 송출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
  • “”허난설헌詩 표절 넘어선 창작””, 中 베이징대 김성남 외래교수 ‘중국시 표절’새 해석

    한국문학사의 불꽃같은 존재 난설헌(蘭雪軒)허초희(許楚姬),여자에게는 이름도 허락하지 않던 시대를 당당하게 제 이름으로 났을 뿐 아니라 난설헌이라는 아호까지 남긴 이. ‘여자의 재주없음이 오히려 덕’(女子無才便是德)이던 시대에 시화를 넘나들며 문명(文名)을 떨치다 갓 스물일곱에 요절한 그를 두고 40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논쟁의 불꽃이 펴올랐다. 허난설헌의 유선시(游仙詩)를 두고 몇년새 논란이 이는 학계의 ‘난설헌 표절 시비’에 새로운 무게추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연구서 ‘허난설헌 시 연구’(소명출판)가 최근 출간된 것.유선시란 중국 위진(魏晉)대에 시작해 진(秦)∼당(唐)대에 극성한 도가적 시풍(詩風)을 말한다. 중국 베이징대 동방어학과에 외래교수로 재직중인 김성남 교수는 저서를 통해 ‘허난설헌의 시는 봉건사회인 조선조의 시대적 한계를 이겨내려는 한 선각적 여성의 인간적 고뇌와 좌절의 기록’이라면서 ‘그가 중국 옛 시인들의 시구를 모방한 것은 사실이나 원전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담아 표절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단정했다. 옛 사람들의 전고(典故)를 빌려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표현해 원전과는 전혀 다른 문학세계를 창출해 냈다는 것이 김교수의 주장이다. 예컨대 조당이라는 시인은 유선시 ‘昆侖山上白계啼 羽客爭升碧玉梯 因駕五龍看較藝 白鸞功用不如妻(곤륜산 위에서 흰닭 우는데,신선들은 다투어 푸른 옥계단타고하늘에 오른다.하늘에서 오룡을 타고 오르는 것은 아내의 흰 난새를 타고 오르는것만 못하네.)’를 남겼다.난설헌은 이 시를 차용해 ‘羽客朝升碧玉梯 桂巖晴日白鷄啼 純陽道士歸可晩 定向蟾宮訪 妻(신선은 아침에 비취옥 계단을 타고 오르고,계수나무 벼랑 맑은 햇살아래 흰닭이 울고 있다.순양도사는 왜 이리 늦으시는지,아마도 월궁으로 항아를 만나러 갔나보다.)’라는 시를 남겼다. 그는 ‘난설헌은 남녀의 교분이 자유로운 선계에 대한 동경과,봉건적 속박·금기를 거부하고 여성의 자유를 주창하는 메시지를 담았으나 조당의 글에는 선계에 대한 추상적 묘사 외에 어떤 메시지도 담기지 않았다.’며 이를 표절로 보는 것은 당시의시대상이나 유선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해석이라고 못박는다. 김교수는 “난설헌은 여신들이 주인공인 유선시를 통해 여성 왕국을 그려내고 있다.”며 “신화 속 인물들을 끌어들여 자유로운 사랑과 주체적인 애정을 추구하는 대담성은 신선하기까지 하다.”고 역설한다. 스스로의 이름으로 살다 죽고자 했던 ‘기구한 천재’의 꿈,갇힌 세계에 대한 콤플렉스를 딛고 일어서 자유를 갈구한 그의 짧은 생애를 ‘표절’과 ‘위작’시비로 멍에 지울 수 없다는 것이 김교수의 결론이다. 여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시대에 태어나 불행한 결혼,두 자식과의 사별 등 감당하기 어려운 험로를 걷다 마침내 ‘필생의 꿈’을 접고 만 난설헌.역적(허균)의 누이인 그에게 가해진 ‘위작’과 ‘표절’의 누명을 벗겨 이제는 “내 글을 모두 불태우라.”고 유언해야 했던 한 천재 자유주의자의 막막한 절망에 해원(解寃)의 햇빛이라도 쪼여줘야 하지 않을까. 심재억기자 jeshim@
  • [2002 길섶에서] 장미 생각

    장미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요즘이다. 짙은 초록의 잎새와 오묘한 보색 대비를 이루며 함초롬히 피어 있는 빨강 장미꽃들은 가슴벅찬 느낌으로 다가온다. 갓난아기 주먹만한 빨간 장미가 훤한 대낮에 감흥을 더해 준다면 노란 장미나 흰 장미는 달밤이 제격이다. 장미의 원산지는 아라비아해에 맞닿아 있는 서아시아 일대다.언젠가 요맘때쯤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다.가는 곳마다 그 귀한 장미가 우리네 잡초처럼 피어 있었다. 그러나 그 곳의 장미는 키도 작았고 꽃송이도 보잘 것 없었다. 유럽에 건너가 영국에선 나라를 대표하는 꽃이 되기도 했지만 고향에선 탐탁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었다. 장미는 우리만 하더라도 꽃의 여왕으로 꼽힌다.연인들의 사랑을 전하며 장미 한송이를 건넨다.좋은 날이면 으레 장미 꽃다발이 등장한다.결과론이지만 장미가 원래 터전을 떠나길 잘 한 것 같다.지금의 둥지에 집착해 아옹다옹할 일이 아닌 것 같다.이역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번창하는 장미의 계절이다.잠시라도 생각의 지평을 넓혀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정인학 논설위원
  • 캠프 24시/ 피구등 45명 어젯밤 입국

    한국의 1라운드 D조 마지막 상대인 포르투갈 대표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16개국 가운데 가장 늦은 30일 오후 9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회색 양복에 회색 넥타이로 복장을 통일한 선수들은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곧바로숙소인 서울 리츠칼튼호텔로 이동,여장을 풀었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 가운데 한팀으로 꼽히는 포르투갈선수단은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을 선두로 지난해 지네딘 지단을 제치고 ‘FIFA 올해의 선수’로 뽑힌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세계적인 명문클럽 AC밀란의 핵심 미드필더인 루이 코스타,천부적인 골잡이 누누 고메스(피오렌티나) 등 23명의 선수와 임원 등 모두 45명으로 짜여졌다. 이날 공항에는 열성팬들을 포함해,월드컵 인천·전주시민 서포터스 150여명이 나와 꽃다발을 전달하며 환영했다.선수들은 탑승한 버스 안에서 이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사진을 찍는 등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부상으로 부진했던 플레이메이커 피구는 매우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포르투갈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과 프랑스의 평가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기량에 매우 놀랐다.”며 ‘D조에서는 어느 나라가 16강에 진출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포르투갈과 한국이 16강전에 동반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말했다.“1차전 상대자인 미국팀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중국대표팀과의 평가전 이후 마카오에서 마무리 훈련을 해온 포르투갈 대표팀은 서울 육사 운동장에 훈련캠프를 차린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안정환 반지' 오늘 첫선 한국 스트라이커 안정환(페루자)의 골 세리머니 반지를본뜬 액세서리 상품이 선을 보인다.2002 한·일월드컵 액세서리 상품권자인 ㈜유미무역(대표 이태영)은 스코틀랜드전에서 결혼반지에 키스하는 독특한 골 세리머니로 눈길을 끈 안정환을 소재로 반지와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를 제작,31일부터 시판한다. ***브라질 코치 터키팀 엿보다 발각 본선 C조 첫 경기를 갖는 브라질과 터키 사이에 ‘스파이’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29일 터키의 기자가 브라질의훈련모습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간 것을 두고 논쟁을 벌인데 이어 30일에는 브라질의 지우손 누네스 코치가 터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다가 발각된 것. 누네스 코치는 신분 확인을 요구하는 터키팀 관계자에게‘기자’라고 속였지만 터키의 칸 코바노글루 단장이 그의 신분을 알고 있어 들통이 난 것.이에 누네스는 “나는 스파이가 아니다.단지 관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코바노글루 단장은 “모든 팀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브라질이 스파이를 보낸 것은 당연하다.”고 한마디. ***에릭손감독 미용사 팀 전속 고용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잉글랜드 대표팀이전속 미용사로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의 미용사 스콧 워런(20)씨를 고용해 화제다. 영국 주간지 ‘더 선’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튼햄의 열성팬 워런을 에릭손 감독의 애인 낸시 델 올리오가 소개시켜줬고,결국 그가 국가대표팀의 미용사로까지 채용되는 행운을 안았다고 전했다.이에 워런씨는 가장 먼저 최고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다고 말해 화제.그는 “우선베컴이 현재 하고 있는 ‘혹스턴핀’(모히칸인디언 스타일)을 잘라내고 잘 어울리는 모양으로 바꿔주겠다.”면서 “뒤통수에 흰 바탕에 붉은 색 십자가가 선명한 ‘세인트 조지의 십자가’기(旗)의 문양을 넣어볼까 한다.”고 말했다. ***'부상'켈러 단순 타박상 판명 미국 대표팀의 수문장 케이시 켈러와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인 클로디오 레이나,존 오브라이언 등 3명이 부상으로 30일 미사리구장에서 실시된 오전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마이클 캐머맨 미국팀 언론담당관은 “전날 훈련 중 팔꿈치를 다친 켈러가 숙소에서 치료 중”이라면서 “뼈에는 이상이 없는 단순 타박상이어서 조만간 정상 컨디션을 찾을 것이고 포르투갈전 출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밝혔다. ***자체 청백전서 PK 8번이나 실축 볼의 마술사들이 모인 브라질 선수들이 29일 자체 청백전에서 페널티킥을 8차례나 실축해 체면을 구겼다.주전과 비주전급으로 나눠 펼쳐진 청백전에서 전반 호나우디뉴는 골지역에서 상대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페널티킥을 날렸으나 골대를벗어났고 스콜라리 감독으로부터 한번 차보라는 지시를 받은 호나우두,히바우두,주니뉴마저 잇따라 실축. 후반전에는 루이장이 역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지만 골로 연결하지 못했고 에디우손,루이장,클레베르손 등이 다시찼으나 이마저도 주전 골키퍼 마르쿠스의 선방에 걸렸다.스콜라리 감독은 “어떤 날은 20골도 넣었는데…”라면서“필요할 때 성공시키지 않겠느냐.”며 개의치 않는 눈치. ***폴란드출신 스님 훈련장 찾아 30일 오후 폴란드 축구대표팀이 훈련을 펼친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는 ‘벽안’의 스님들이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폴란드 출신으로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의주지인 오진(44)과 주불(36)스님으로 폴란드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폴란드 언론의 열띤 인터뷰 공세에 진땀을 뺐다.폴란드에서 경호원으로 일했다는 주불 스님은 “삶에 대한 회의를 많이 하던 지난 90년 폴란드에서 숭산 스님을 만나 배움을 얻었고 두차례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부터 계속 머물고 있다.”며 한국불교와 인연을맺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팀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폴란드팀을 응원할 것”이라며 “양팀이 결승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입을 모았다. 이기철기자 chuli@
  • 타이포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 작품전

    ‘촌놈’이 출세했다.타이포그래픽(typographic·서체)디자이너 안상수(50·홍익대 시각디자인과)교수 말이다.스스로 말하듯이 “충청도 촌 것이 순수미술도 아니고 ‘그림에 붙은 껌’정도로 여기던 한글 몇자로,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로댕갤러리의 높은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그러나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이같은 본인의 말은 겸양에 불과했음이 여지없이 드러난다.아울러 월드컵을 맞아 한국을 찾은 세계인에게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전시 기획도 참으로 시의적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안교수는 제 얼굴을 한글 자·모음으로 형상화한 문자초상(타이포 포트레이트·typo-portrait)으로 관객과 가볍게 눈인사를 한다.전시실 안쪽으로 한발 옮기면,‘한글.만다라’(1998년작·한글날 기념 포스터)가 침을 꿀꺽 삼키게만든다.한글을 그릇 삼아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만다라를그려낸 것이다. 한쪽 벽에서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조용히 웃는 관음보살은 또 어떤가.한글 모음 ‘ㅡ’와 ‘ㅣ’의 조화에 웃음이 절로 난다.자·모음을 문살로활용해 꾸민 대문(大門)과,‘ㅁ’자를 3차 공간으로 끌어내 붉은 주련(한국 전통가옥과 사찰 기둥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넣어 붙인 목판)을건 대형 설치물에서도 그 감각에 놀라게 된다.특히 그가쓴 글귀들은 성철스님 등이 깨달음을 얻은 후 읊은 ‘게송’으로,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해탈의 언어를 역시 똑같이 군더더기 없는 서체로 그려냈다.영문 알파벳 첫자인 ‘a’가 우연히 연결된 곳이 한글의 마지막 자음인 ‘ㅎ’이라는 상상력은,예술적이라기보다 영어의 홍수 속에서 사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직관이다.안교수는 이렇게 한글로조형한 포스터 40여점과 탁본,사진,오브제 등으로 관객을마중하고 있었다. “77년 홍익대 시각미술학과를 졸업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전시가 공교롭게도 디자인 경력 25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짧은 머리를 쓸어넘기며,키 크고 다소 싱겁게 생긴 안 교수는 이번 전시를 과거에 대한 결산이자 미래를 위한 시작이라고 말한다.홍익대 학보사 편집장을 거쳐 광고대행사(LG애드)에서 5년간 근무한 뒤,잡지 ‘마당’‘멋’등에서 일한 경험이 토양이 됐다.그 시절 언어는 별이 되어 그의 마음과 머리와 손에 떨어졌다.최근 그는 시인이 되거나,행위예술가로 변신하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순수와 응용 사이에는 거리가 없다.”는 깨달음을 강조한다. 안 교수는 컴퓨터를 만난 후로 ‘안상수체’같은 독창적인 한글 서체를 만들고 이를 포스터,광고,간판,북디자인,신문편집 등에서 응용해 사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요즘은직접 쓰고 그리는 손작업을 더 좋아한다.게다가 그를 더욱 들뜨게 하는 것은 일주일 뒤에 체코에서,9월에는 중국에서 현지 학생들과 만난다는 사실이다.한글을 모르는 그 나라 학생들을 상대로 안교수는 무슨 꿍꿍이셈을 하고 있을까.로댕갤러리 7월21일까지.관람료 4000원.(02)2259-7781. 문소영기자 symun@
  • 개항기 ‘파란눈’에 비친 코리아

    거리를 가득 메운 흰 옷의 물결,수많은 모자,고된 노동에 내몰린 여인과 아이들…. 개항 이전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은 이처럼 생경함에 따른 흥미로움과 함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이 한·일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100여년전 개항기 무렵 우리나라를 찾았던 서양인들의 눈을 통해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되볼아 보는 ‘코리아스케치’ 기획전을 마련한다. ‘파란 눈에 비친 조선’이란 주제로 28일부터 8월26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서는 조선과 조선인이 1세기 전서양인들의 상상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으며,또 그들이 실제 조선을 방문하고 조선인을 만난 인상과 느낌이 어떠했는지를 각종 유물과 사진을 통해 보여주게 된다. 당시 서양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조선인들의 차림새였다.상투머리를 하고 갓을 쓴 채 장죽을 문 모습,집집마다 걸린 흰 빨래들,여자들의 장옷,다양한 형태의 모자 등등.특히 조선의 여성과 어린이의 모습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에내몰리는 모습으로 안타깝게 그려지는데,이는 대부분의 서양인이 선교사였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한반도에 오기 전 서양인들이 상상속에 그린 조선의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조선이란 나라에 무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조선 영토는 섬이나 네모난 반도로 그려지는가 하면조선인은 삽화에서 모자를 쓴 열대지방 원주민처럼 묘사되고 있다. 서구중심적인 사고를 토대로 생겨난 문명인과 야만인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기획전엔 17세기에 조선을 찾았다가 오랜 기간 억류됐던 네덜란드인 하멜의 ‘하멜표류기’(1670) 불어판이처음으로 공개된다. 또 17∼18세기 조선이 표기된 서양지도들,개항기 서양인들이 갖고 들어온 신문물,고종과 명성황후가 서양인들에게하사한 부채와 팔찌 등도 선보인다. 임창용기자
  • [월드스타 이들을 주목하라] 스페인의 희망 ‘라울’

    유럽에서 가장 잘 생긴 축구선수는 누구일까. 스페인의 곤살레스 블랑코 라울을 첫 손에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헌칠한 키에 짙은 눈썹을 가진 갸름한 얼굴,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흰 유니폼이 유난히 어울리는 그는 별명 그대로 ‘엘니뇨(소년)’다.그러나골문 앞에선 라울은 냉정하게 먹이를 노려보는 한마리 ‘스네이크’.결코 서두르지 않는다.골냄새를 맡아내면 동물적 감각으로 찰나에 목적을 달성한다.미드필드에서 볼의길목을 지키는 위치 선정 능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빠른 발과 현란한 드리블,어떤 각도에서든 골문으로 정확히 쏘아대는 컴퓨터 슛은 50년대 스페인 최고의 스트라이커 알프레도 디 스테파뇨를 능가한다.지네딘 지단,루이스피구,호베르투 카를루스 등 세계 축구의 별들로 북적이는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언제나 최전방엔 라울이 있다. 라울은 마드리드 교외에서 태어났다.지역팀 산크리스토발 드 로스앙헬레스에서 축구신동으로 알려졌던 그는 열세살 되던 해 아버지의 권유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소년팀에 입단한다.94년 구단의 재정악화로 유소년 팀이 해체된것은 오히려 그를 좀 더 빨리 프로리그로 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레알 마드리드 C팀에서 첫 시즌을 시작한 라울은불과 일곱 경기에서 13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해 6개월 만에 A팀으로 승격된다.불과 열일곱살 4개월.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최연소 선수였다.성공은 국가대표로 이어졌다.96년 10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98년 프랑스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도 맹활약했다.2000∼2001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4골로 2년 연속 득점왕에 등극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페인이 ‘무적함대’라면 라울은 선단을 이끄는 ‘기함’이다.스페인은 월드컵에 10차례나 출전했지만 지난 50년 4강에 오른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처지.스페인 국민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든 희망을 '젊은'라울에게 건다.라울 자신도 이번 만큼은 스페인을 반드시4강 이상의 자리에 올려 놓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다지고있다.수백억원 짜리 스카우트 제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나라의 레알 마드리드를 고집하는 라울.그가 지난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씻고 세계축구계의 기상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엘니뇨’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 프로필 ◆생년월일 1977년 6월 27일 ◆출생지 스페인 마드리드 ◆체격 180㎝ 68㎏ ◆포지션 포워드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 ◆A매치 96년 10월 9일 데뷔(체코전),96년 12월 첫골(유고전) 이후 52경기 23골 ◆경력 90∼92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92년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 입단,94년 10월 프리메라리가 데뷔(레알 사라고사전),98∼99·00∼01시즌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 인사동서 ‘이상원展’, 버려진 것에 생명의 메시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버려진 것,소외된 것이 주는 이미지는 이중적이다.그들은 일상으로부터의 단절과 절망으로 부각되는 사물이나 현상 속에서 새로운 것의 시작,또는 생명의 잉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67)은 이처럼 시효가 지난 것들,어찌 보면 곧 용도폐기될 운명의 것들에서 생명의 메시지를 찾아내는,아니 창출해내는 데 탁월성을 보이는 작가이다. 22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리는‘이상원展’은, 이런 점에서 굳이 부제를 붙이고자 한다면 불교적 관점이기는 하나 ‘윤회‘(輪廻)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이번 전시 작품은 장지(두껍고 질긴 전통 한국 종이)에유채와 먹을 사용해 작업한 근작 ‘동해인’,‘향(鄕)’연작을 중심으로 한 35점. ‘향’의 소재는 추수가 끝난 빈 논바닥,거기에 난 경운기와 트랙터 바퀴자국,듬성 듬성 고인 물과 얼음 등이다.‘동해인’은 모두 노인이다.구부정한 어깨,아마 구십 평생 맞고 살았을 법한 해풍만큼이나 거친 주름과 흰 머리카락 등. 추수를 끝낸 무논(水畓)의 이미지는 어찌보면 지금의 우리 농촌이 처한 척박한 현실이고,경운기 바퀴나 트랙터 캐터필러 자국은 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폭력일 수도 있다.하지만 잘려나가고 남은 벼 밑동과 바퀴자국의 의도된 듯한미화 속에서 척박한 무논을 보는 작가의 시선엔 인간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또 삶의 진정성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어렸을 적부터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하고 한때 초상화로밥벌이를 했다는 점,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원에게선 박수근의 체취가 느껴진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씨줄날줄] 덕수궁 옆 ‘8층 아파트’

    덕수궁 옆에 없어야 할 ‘명물’이 하나 생길 모양이다.미국 대사관은 덕수궁 후문 바로 건너에 있는 대사관저 내에 8층 높이의 직원용 아파트를 건립키로 하고 건설교통부에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의 적용 제외를 요청했다. 시행령에는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지을 경우는 일반분양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미 대사관의 직원용 아파트는54가구 규모.일반 분양을 생각할 수 없는 미 대사관은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건교부는 예외규정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또 건축 예정지가 문화재 보호구역이지만 건축허가권자인 서울시는 “지표조사에서 문화재가발굴되지 않을 경우 문화재보호법을 이유로 건축을 불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덕수궁 바로 옆에 8층짜리 외국인 아파트가 들어서면 덕수궁의 ‘궁궐 맛’이 예전같을 수는 없다.옛날,왕이 사는 궁궐은 거창한 외양 못지 않게 칼처럼 무서운 ‘접근금지’령으로 신민들을 압도하고 또 끊임없이 매혹시켜 왔다.왕정이 사라지는 순간 궁궐은 전리품처럼 시민들에게 개방됐다.우리뿐 아니라나라마다 옛 궁궐에 관람객이 끊이지않는 것은 웅장하고 호화로운 건물과 집기 때문만은 아니다.금지된 곳에 기어코 들어왔다는 내밀한 흐뭇함이 ‘궁궐 맛’의 큰 요소인 것이다. 8층 아파트가 제 뒷마당이나 된 듯이 떡하니 내려다 보고 있으면,덕수궁의 내밀한 맛은 사실상 사라질 게 뻔하다.도대체 왜 미 대사관측은 주재국의 법률을 무시하면서까지 건물을 지으려는 것이며,‘쓸개 빠진’ 한국관리들은 왜 이를 들어주려 하는가. 왕이 되지 못한 대군(大君)의 사가(私家)를 확장해 만든덕수궁은 5대궁 가운데 일반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고 출입할 수 있는 서민적인 궁궐이다.덕수궁 주변은 이제막 새로운 문화의 요람으로 등장하고 있다.덕수궁 담장과마주하고 있는 옛 대법원 건물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개축돼 지난 주말부터,‘한민족의 빛과 색’이라는 주제로 개관기념전이 열리고 있다.그동안 덕수궁 일대는 정동극장을 비롯,정동이벤트홀,유서깊은 정동교회,덕수궁 돌담길 등으로 서울시민의 새로운 문화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점심시간이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덕수궁을 이리저리 거닐고 서문인 후문으로 나오면 맞은편에 미 대사관저 정문과 마주친다.‘하비브 하우스’란 흰 명패가 붙은 대사관저의 접근금지 벽은 이제 더욱 높아지고,8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한국의 덕수궁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 iTV ‘리얼스토리 실제상황’ 100회

    iTV(경인방송)의 사건·사고 재연 프로그램 ‘리얼스토리실제상황’(화 오후 10시50분)이 21일로 100회를 맞는다. ‘리얼 스토리 실제상황’은 6㎜ 카메라로 경찰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iTV의 간판 프로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iTV의 초창기 프로그램인 ‘경찰24시’의 맥락을 잇고 있다.그러나 자극적인 내용을 현장에서 여과없이 소개하던 ‘경찰24시’와 달리 꼼꼼한 취재로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건을 4∼5개월 뒤에 재현해 색다른 의미를 깨우쳐 주는 장점이 있다. 58회 ‘청춘’편에서는 파출소에서 훈계정도만 받다가 풀려나던 어린이가 어느 날 만14세 생일을 지나 최초로 전과자가 되면서 흘리는 눈물을 담았다.91회 ‘뺑소니를 잡아라’에서는 간단한 사고를 저지른 뒤 뺑소니를 친 운전자의 검거과정을 보여줬다.제자리에서 용기를 내었더라면 범칙금 몇 만원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사건. ‘리얼 스토리 실제상황’의 김혁균 PD는 “사건의 저변을보는 눈을 길러야 좋은 소재를 찾을 수 있다.”면서 “좋은소재를 잡은 뒤,다양한 표현기법과 좀더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다른 재연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화면을 만들었다.”고말했다.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경찰뿐 아니라 법원과도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범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법정에 제출된 증거가 중요하기 때문.용의자의 행적,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속사정,뒷이야기,범죄와 관련된 학술적해석 등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도 한다.처음에는 냉랭하던 경찰과 법원도 필요한 정보를 발벗고 도움을 주고 있을 정도. 100회에는 전라도와 경기도를 오가며 강도와 살인을 일삼는 강도단을 다룬 ‘3인조 강도단을 잡아라’가 방영된다.지난 1월 부녀자를 상대로 한 3인조 강도사건이 처음 발생한 뒤로 한달 사이에 김해,경주,광양,남원,군포 등 비슷한 사건은 무려 다섯 건이나 연이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눈을 가리고,흰 장갑을 착용하는 등 전혀흔적을 남기지 않는 치밀한 범행으로 10여명의 피해자들 중그들의 인상착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범인들을 기억하는 건 범행 때 찍힌 은행의 CCTV뿐.이를 통해 100회에서는강도단을 공개 수배할 예정이다. 이송하기자 songha@
  • 독자의 소리/ ‘행락철 미아’대비 지문 보관을

    요즘 같은 행락철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장내 방송을 자주 듣게 된다.그럴 때면한해 평균 미아가 5000여명 발생한다는 통계가 생각난다. 어린 자녀의 지문을 찍어 보관해 두라고 권유하고 싶다.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집에서 흔히 쓰는 인주를 사용하여 깨끗한 흰 종이에 손가락을 180도 회전해 열 손가락의 지문 융선이 잘 나타나도록 하면 된다. 가까운 파출소나 경찰서에 가서 지문 채취를 부탁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평생 변하지 않고,이 세상에서 똑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는 지문 고유의 특성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일부 산부인과에서 신생아의 앙증맞은 손이나 발의 형상을 본떠 순간조형물을 기념으로 만들어 주는 것처럼,신생아나 어린 자녀의 지문을 남겨 보관하면 미아나 실종사건 발생시에 정보 관리도 용이하고 실종된 아이가 성인이 되더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경수 [서울 노원서 수사과]
  • 김천 직지사/ 佛心 충만한 직지사 속세 번뇌가 ‘싸~악’

    풍수 혹은 기(氣)를 믿는 사람들이 ‘기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생기처(生氣處)로 꼽는 곳이 몇 군데 있다.마리산,태백산 문수봉,오대산 적멸보궁,직지사 등이 그런 곳. 경북 김천 황악산 기슭의 직지사는 그중 특히 ‘다친 산짐승들이 생명력을 충전하는 곳’으로 전해내려온다.1년중 불심이 가장 충만한 느낌을 주는 5월을 맞아 직지사를찾았다. 내가 직지사에 갈 때면 꼭 찾는 곳이 있다.성보박물관 뒤뜰이 그 곳.뜰 구석 소나무 그늘에 앉으면 뇌를 씻어내는듯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뜰을 덮칠 듯 솟아있는황악산에선 금방이라도 5월의 ‘녹수’(綠水)가 쏟아질 것만 같다.그래서 박물관 건물 이름도 ‘청풍료’(靑風寮)로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직지사는 신라 19대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했고,이후 학조대사,사명대사를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이 깨우침을 얻은 곳이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출가한 절이라 하여 철저히 불에 탔고,‘비로전’만 화를 면했다고 한다.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웅전과 비로전 등이 거의전부인 보통 크기의 절이었으나,이후 그야말로 불같이 불사를 일으켜 수십개의 전각,탑을 갖춘 대형 사찰이 됐다. 그중 영조 11년(1735)에 중건된 대웅전과,고려초기 능여대사에 의해 처음 세워졌다는 비로전이 가장 오래됐다.비로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이지만,천불상을 모신 까닭에 보통 ‘천불전’으로 불린다. 천불은 옥돌로 만들어졌으며,고종 23년(1886) 채색에 이어,지난 92년 금물을 입혔다. 석가모니불과 아미타여래불,약사여래불을 그린 대웅전의후불탱화 3점(영조 20년·보물 제 670호)도 눈길을 끈다.각 폭마다 여래를 중심으로 보살,천왕,신장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었으며,채색이 차분하고 아름다운 6m 길이의 대작이다. 직지성보박물관엔 직지사를 비롯한 조계종 제8교구 말사에 전해오는 성보 문화재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이중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국보 제208호),김룡사 동종(보물 제11-2호),지기지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9호) 등이 유명하다. 직지사엔 물이 많다.경내를 거닐다가 목이 마를 때 떠 마시는 물 맛이 참 달다.직지사 옆으로는 황악산 계곡물이시원하게 쏟아져 내려오고,절 경내의 물골엔 맑은 물이 쉼 없이 흐른다. 경내 곳곳엔 수국이 한창이다.대웅전 옆 수줍게 얼굴을내민 흰 꽃송이들과 대웅전 앞 가득히 걸린 붉은 색의 연등,불상 앞에 앉은 한 여인의 불심 가득 담긴 표정이 평화롭게 다가온다. ◆가는 길=승용차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김천IC를 나오자마자 우회전한 뒤 다시 우회전해 4번 국도를 타고 12㎞ 정도 가면 이정표가 나온다.추풍령휴게소IC에서 빠져 김천방면으로 빠져도 된다.대중교통은 열차를 타고 김천역에서 내려 역 앞에서 11번,111번 버스를 타면 된다.20분 소요. ◆먹거리와 숙박=직지사 아래로 식당과 모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이곳 식당에서 내오는 산채정식은 특히 황악산등 인근 산에서 나오는 나물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이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문의 직지사 종무소(054-436-6174). 직지사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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