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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돼지 “괴로워도 슬퍼도 난…”

    꼬마돼지 “괴로워도 슬퍼도 난…”

    ●꼬마돼지 베이브(EBS 11일 오전 9시50분) 다큐멘터리 전문 크리스 누난 감독의 1996년작. 소박하고 영리한 꼬마돼지 베이브를 통해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아동 가족영화. 주인공 베이브 외에 흰 요크셔종 돼지, 양몰이 개 두 마리, 오리, 레스터종의 양, 파란 페르시아계 고양이 등이 의인화해 출연한다. 동물조련사 칼 밀러는 이 작품을 1년 넘게 준비했는데, 개, 소, 말을 제외하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모두 어린 새끼들을 사용했다. 특히 돼지들은 빨리 크기 때문에 16주에서 18주 사이의 돼지를 촬영하기 위해 6개 그룹의 돼지들을 훈련시켜 한 그룹당 3주씩 찍고 새로운 그룹으로 바꾸어 찍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마리의 새끼돼지가 동원되어야 했다. 주인공인 베이브(크리스틴 카바노프 목소리)는 이 세상에 갓 태어난 돼지새끼. 그는 엄마와 짧은 기간이지만 단란한 생활을 하며 엄마에 대한 정을 키운다. 그러나 엄마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운명을 맞게 되고 베이브는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멍청한 다른 동물들은 베이브의 엄마를 천국으로 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좋아한다. 베이브는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동네 축제의 경품이 돼 하겟(제임스 크롬웰 목소리)에게 팔려간다. 새로운 곳에서 생활하던 베이브는 양치기 개 플라이(미리암 마고리스 목소리 분)와 사귀게 된다. 어느날 닭이 되고 싶어 매일 아침 지붕으로 올라가 닭처럼 울어대는 엉뚱한 오리 퍼디랜드(대니 만 목소리)와 농장 밖으로 나가게 된 베이브는 하겟씨의 양들이 도난당하는 것을 목격, 양치기 개인 플라이에게 알려 양들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는 공을 세운다.9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영화보러 극장 간다고? 난 안방에서 느긋하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2부(EBS 7일 낮 12시)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든 작품.1999년 NBC에서 제작. 우피 골드버그가 캐셔 고양이로, 마틴 쇼트가 모자장수로, 벤 킹슬리가 쐐기벌레로,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흰 기사, 미란다 리처드슨이 하트의 여왕, 그리고 티나 마조리노가 주인공인 앨리스 역으로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전과 크게 다를게 없지만, 이 영화는 거대한 팬터지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MBC 10일 밤 12시15분) 오종록 감독의 2003년작. 차태현, 손예진 주연. 첫사랑과 결혼하기 위한 한 남자의 좌충우돌 해프닝. 젖동무였던 태일과 일매라는 청춘남녀, 그리고 일매의 아버지인 고등학교 선생님 영달이 억센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펼쳐 가는 코믹 러브스토리. 일매와 태일은 태어나자마자 태일 어머니의 젖을 함께 나눠먹으며 자란 젖동무. 태일은 말썽만 피우며, 허구한 날 일매에게 장가가겠다고 떼쓰는데….108분. ●미션 임파서블2(MBC 10일 오후 2시30분) 오우삼 감독의 2000년작. 톰 크루즈, 더그레이 스코트 주연.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의 속편. 치명적인 독일산 바이러스가 악당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임무를 띤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액션 대작. 러시아의 생물공학자인 네코비치 박사는 어느 날 I 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요원인 이단 헌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키메라’라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 123분. ●그녀를 믿지 마세요(MBC 11일 오후 9시55분) 배형중 감독의 2003년작. 김하늘, 강동원 주연. 가석방된 사기 전문 여성이 우연히 만난 청년의 약혼반지를 그의 집에 돌려주려다, 본의 아니게 약혼녀 행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깜찍한 외모, 유려한 말솜씨 등을 자랑하는 영주(김하늘). 하지만 그녀는 고단수 사기경력으로 별을 달고 있는 터프걸. 영주는 가석방 심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볍게 통과하면서 출감하게 되는데….115분. ●실미도(MBC 10일 오후 9시40분) 강우석 감독의 2003년작.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주연. 북파 공작을 목적으로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은 특공대원들이 1971년 8월23일에 일으켰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순제작비는 82억원이 들었고, 고정출연 70여명에 10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개봉 당일 30만 1000명을 시작으로 19일 만에 500만명,58일 만에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의 관객을 넘어섰다.135분. ●어린신부(MBC 8일 오후 9시40분) 김호준 감독의 2004년작. 김래원, 문근영 주연. 세상 여자가 모두 자기 여자인양 온갖 작업을 펼치던 잘 나가던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수다 떨기 좋아하고 얼짱 보면 가슴 설레는 앙큼상큼한 여고생 보은(문근영). 두 사람은 보은의 할아버지(김인문)에게서 날벼락 같은 명령을 받게 된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24세 상민과 16세 보은은 어쩔 수 없이 결국 결혼을 하고야 만다.115분. ●영어완전정복(KBS2 10일 오후 9시40분) 동사무소 말단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스포츠신문 운세란을 열독하는 9급 공무원 나영주. 어느날 외국인이 찾아와 민원 처리를 요구하면서 일상에 풍파가 몰아친다. 그 일을 계기로 동료들을 대표해 영어완전정복 주자에 당첨된 영주는 난생 처음 영어학원의 문턱을 밟는다. 하지만 알파벳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바람기 다분한 문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장혁·이나영 주연.118분. ●인어공주(KBS2 9일 밤 12시30분) 나영은 때밀이인 억척 엄마와 착해서 답답한 아빠와의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안 그래도 불만스러운 상황에 아빠는 갑자기 집을 나가 버리고, 나영은 할 수 없이 아빠를 찾아 엄마, 아빠의 고향인 섬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스무살 엄마 연순을 만나게 되는데…. 팬터지 속에 유쾌함과 찡한 감동을 규모있게 뒤섞었다. 전도연이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110분. ●효자동 이발사(KBS2 8일 오후 11시10분) 청와대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위치한 동네에 효자이발관이 있었다. 효자이발관은 소심하지만 순박한 이발사 성한모가 주인. 경무대 지역 주민다운 자긍심으로 그는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항상 옳다고 믿었지만, 얼결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어린 아들까지 간첩 혐의로 잡혀가는데…. 송강호·문소리 주연의 휴먼 드라마.116분. ●황산벌(SBS 10일 오후 9시30분)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던 660년. 김춘추는 나당 연합군을 결성해 김유신 장군에게 당나라의 사령관인 소정방과의 협상을 명령한다. 나이로 밀어붙이려던 김유신은 결국 소정방에게 밀려 조공을 조달해야 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조공을 운반하기 위해선 계백 장군이 버티고 있는 백제군을 뚫어야 하는데…. 걸쭉한 사투리 대결이 배꼽을 잡게 하는 역사 코믹극.104분. ●터미네이터 3(SBS 8일 오후 11시25분) 10여년전 T-1000의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미래의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는 자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워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로봇들의 최첨단 네트워크인 스카이 넷의 치밀한 추적 앞에서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로봇인간 T-X가 미래에서 파견되고, 터미네이터가 이에 맞선다.12년 만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킨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SF 액션.108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SBS 8일 오후 8시30분) 팬터지 가족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2탄. 이모부가 손님을 초대한 날, 요정이 해리를 찾아와 마법학교에 가지 말라며 소란을 피워 결국 손님 접대가 엉망으로 끝난다. 이 일로 해리는 다락방에 갇히게 된다. 어느날 론이 해리를 구출해내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돌아간다. 그러나 학교는 비밀의 방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으로 뒤숭숭하고, 해리는 비밀의 방을 찾아간다.162분.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태조 이성계와 계룡산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옛 귀족이 건재한 개성이 싫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이 태조는 충신으로 가득한 새 수도에 새 왕조의 터전을 닦고 싶었다. 이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곳이 계룡산이었다. 이 태조는 1393년 음력 정월 직접 계룡산에 행차해 산세를 휘둘러 보았다. 그해 3월부터 왕도 건설의 삽질 소리가 계룡산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일설에 따르면 계룡산이란 명칭도 그때 비롯됐다. 이 태조를 수행해 현지로 내려온 무학대사는 신수도 예정지 신도안의 좌우 산세를 살핀 다음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한다. 계룡산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여기서 말한 ‘금계’는 부의 상징,‘비룡’은 현명한 임금을 의미한다. 즉, 이곳에 도읍하면 풍요한 태평세월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무학대사는 금계의 ‘계’와 비룡의 ‘룡’을 차용해 산 이름을 계룡산이라 부르자 했고 그 말대로 됐다 한다. 계룡산 신도안에 한창이던 천도 사업은 1393년 연말 문신 하륜(河崙)의 맹렬한 반대로 파국을 맞는다. 하륜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계룡산을 반대했다. 첫째, 남쪽에 너무 치우쳐 한반도의 동쪽·서쪽·북쪽과 교통이 불편하다. 둘째, 주변에 큰 강이 없어 세금은 물론 물산을 운반할 큰 배가 드나들지 못한다. 셋째, 계룡산의 풍수는 중국의 풍수가 호순신(胡舜臣·송나라)이 말한 이른바 ‘수파장생쇠패입지(水破長生,衰敗立至)’의 땅이다. 즉, 흘러나가는 물이 땅의 기운을 약화시켜 나라가 곧 쇠망할 곳에 해당한다. 조정 대신들은 공방 끝에 하륜의 주장을 채택해 계룡산 천도 계획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뜻밖의 결정에 남부지방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수년 뒤 태종은 마이산(전북 진안군)이란 명산에 친림해 천도 백지화에 대한 산신(山神)의 뜻을 점쳤다 한다. 물론 산신은 그 결정이 옳다는 답을 줬고, 이에 민심도 안정됐다 한다. 한낱 전설에 불과하지만 계룡산 천도에 기대를 걸었던 남도 민심이 여실하다. ●18세기 말부터 계룡산의 인기는 급상승 수도가 한양으로 결정되자 계룡산 천도설은 한동안 잊혀졌다. 계룡산의 풍수에 대한 평가도 신통치 않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계룡산은 웅장하기가 개성의 오관산에 미치지 못하고, 수려함도 서울의 삼각산만 못하다.” 그러나 17세기 말부터 계룡산 신화는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민심은 조선왕조를 이반하기 시작했고 그로 말미암아 천도설이 다시 고개를 든 것 같다. 홍만종은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조선 태조가 계룡산 아래 새 수도 건설을 시작했을 때의 전설을 수록했다. 태조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계룡산은 전읍(尊邑 즉,鄭)이 들어설 곳이라며 당장 계룡산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한다. 이 설화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이로 보면 계룡산에 정씨가 도읍한다는 이야기는 양반들 사이에도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감록’이 널리 인기를 끌었다. ●바위에 새겨진 비밀 19세기 후반 계룡산에서 신비한 각석문자(刻石文字)가 하나 발견되었다.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에 있는 연천봉 바위에 “방백마각구역화생(方百馬角口或禾生)”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아무도 해석을 못하다가 사람들은 드디어 한 가지 해석에 도달했다. 방(方)은 4방이요, 글자도 4획이라 4를 뜻한다. 마(馬)는 오(午)인데 오라는 글자는 八十을 더한 것이라 80이다. 각(角)은 뿔이다. 모든 짐승이 두 개의 뿔이 있으므로 2가 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482란 숫자가 된다. 구(口)와 역(或)은 국(國)자가 되고, 화(禾)와 생(生)을 합치면 禾生인데 이것은 이(移)의 옛글자다. 전체를 다시 조합하면 ‘四百八十二 國移’란 구절이 된다. 요컨대 조선은 개국 482년째 되는 1874년에 망한다는 뜻이다. 이런 뜻이라면 그것을 몰래 바위에 새긴 사람이 누굴지는 뻔하다. 그는 조선왕조의 몰락을 염원한 사람이다. 어쩌면 ‘정감록’의 신봉자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각석의 풀이는 한동안 민심을 동요시켰다. 그 때는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소문이 연달았던 시절이다. 마침 ‘정감록’에는 위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계룡산에서 정진인이 나타나 새 나라를 세운다고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은 계룡산이 새 수도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조정대신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19세기 말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계룡산으로 천도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천도를 통해서라도 이미 달아난 민심을 조선왕조에 매어 두고 싶었던 것이다. ●명산 중의 명산 계룡산 계룡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845m로 별로 큰 산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로부터 국중(國中)의 손꼽히는 명산이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명산대천이었다. 해마다 국왕은 제관을 보내 계룡산 산신에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을 정도다. 내가 만나본 현지 주민들은 우선 계룡산이란 이름의 뜻이 각별하다고 말했다.‘계’ 즉, 닭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가축인데다 새벽을 알리는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므로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풀이했다. 그런가 하면 ‘용’은 전설 속의 영물로 기린, 봉황 등과 함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다. 용은 성스러운 지배자를 뜻하기도 한다. 달리 말해 ‘계룡’에는 성스러운 통치자의 출현 또는 새 세상의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명산인 계룡산은 풍수지리설에 힘입어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갖게 됐고, 오랫동안 풍수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요컨대 계룡산은 유서 깊은 명산인데다 조선 초기 도읍 후보지가 되기도 했고, 그 뒤에도 풍수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도읍한다는 전설도 있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정감록’에서 계룡산이 새 왕조의 도읍지로 예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풍수로 본 계룡산 ‘정감록’에는 천하의 지맥이 흘러가는 큰 줄기가 언급돼 있고 그 가운데 계룡산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천하의 산맥은 곤륜산에서 발원해 백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흐른다고 했다. 금강산에 옮겨진 내맥(來脈)의 운은 다시 태백산(太白山)과 소백산(小白山)으로 내려가며 산천의 기운을 받아 지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계룡산(鷄龍山)으로 들어감으로써 장차 정씨(鄭氏)가 도읍하여 800년을 누릴 길한 땅이라 했다. 근세의 풍수가들은 계룡산의 특징을 회룡고조(回龍顧祖),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의 3가지 개념으로 평했다.‘회룡고조’란 계룡산이 그 조산(祖山 조상에 해당하는 산)인 대둔산을 되돌아보는 모습이라 나온 말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보통 조산이 너무 높으면 명당을 내리눌러 명당 기운이 죽는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조산인 관악산(629m)이 진산인 백악(342m)보다 수백m나 높다. 서울의 풍수가 이런 탓에 서울을 떠나지 않는 한 한국은 외세의 압박에서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풍수상의 해석이다. 그러나 계룡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산인 대둔산(878m)은 높이는 계룡산(845m)과 30m밖에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산과 진산의 거리도 멀기 때문에 계룡산의 기세가 대둔산에 눌릴 리가 만무하다고 본다. 지맥의 흐름으로 볼 때 계룡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큰 줄기가 진안의 마이산까지 내려오다 다시 갈라져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온 형세다. 마이산에서 반전된 산세가 대둔산과 천호산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공주 동쪽에서 C자를 뒤집은 모양으로 꺾였다. 산세의 이런 흐름은 마치 태극과 같아 풍수가들은 ‘산태극’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계룡산의 둘째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계룡산의 물길 또한 산세와 마찬가지로 ‘수태극’을 빚어냈다. 전북 장수읍 신무산(神舞山) 아래 수분리(水分里) 뜸샘(또는 물뿌랭이)에서 시작된 금강의 도도한 흐름은 무주, 영동, 대청호, 부강, 공주, 부여, 강경을 차례로 휘감아 돌다 장항을 거쳐 서해로 들어간다. 이런 금강 물줄기에 합류하는 것이 계룡산 명당수인데 그 모양이 태극과 같다. 계룡산의 명당수는 신도안 용추골에서 시작되어 우청룡을 휘감아 흘러들어가 금강과 만난다. 풍수설만 가지고 보면 계룡산은 도읍터로서 매력적인 곳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미 하륜이 정확히 지적했듯 한나라의 수도를 정하는 데는 교통, 행정 및 경제적인 요건이 풍수설보다 더 중요하다. 정감록은 계룡산 도읍설을 펴고 있지만 그것은 조선왕조 자체를 부인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지 계룡산이 정말 도읍할 만한 곳인가를 따진 것은 아니다. 정감록에 담긴 메시지는 민중은 새 세상을 원한다는 그 말이다. ●계룡산 바위가 희어질 때 계룡산에 큰 의미를 부여한 때문일 테지만 정진인이 왕으로 등극하기 직전 여러 가지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다고 한다. 정치 사회적 변화 못지않게 자연계에 큰 변화가 예언돼 있는데 계룡산이 관련된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계룡산의 바위가 흰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바위 색깔이 희게 변하는 일이 보통은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우리 풍습엔 예부터 흰색 바위를 미륵불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 당나라에도 똑같은 풍습이 있었다. 흰 바위는 미륵불의 출현, 달리 말해서 복된 새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서로운 표징이다. 여러 해 전 현지조사 때 직접 주민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조선 후기부터 계룡산의 바위가 조금씩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내 육안으론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진인왕이 올 때가 되면 계룡산 아래 있는 초포(草浦)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들락거린다는 예언도 있다. 초포는 금강과 계룡산 사이에 있는 작은 농촌마을인데 먼 옛날엔 거기까지 작은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엔 금강의 토사가 많이 쌓여 배가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1990년 금강하구 제방공사가 완공되자 강물이 불어 이제 초포에도 다시 작은 배들이 다닐 만하게 되었다. 어떤 주민은 이를 두고 ‘정감록’ 예언은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선 다른 견해도 있다.‘정감록’에 바닷물이 초포까지 들어온다고 한 것은 해수면이 높아지는 해양 생태계의 대변화를 예고한 거라는 현대적 해석이다. 정감록에 또 예언하기를, 말세엔 생선과 소금 값이 아주 떨어진다고 돼 있는데, 이 역시 생태계의 일대변화를 예고한 것이란다. ●말세엔 계룡산으로! 정감록에 예고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누런 안개와 검은 구름이 사흘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는 예언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을 온통 뒤덮는 짙은 연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구제역 등 전염병을 몰고 오는 황사현상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가올 재난은 황사 이상이다. 냇물이 마르고, 산이 무너진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두고 어떤 이는 수자원의 고갈, 녹색환경의 파괴를 예언한 것으로 읽었다.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알아보면 정감록의 일부인 ‘서계이선생가장결’엔 이런 섬뜩한 내용이 있다.‘9년에 걸친 흉년,7년간의 수재(水災), 그리고 3년 동안의 역질(疫疾)이 닥칠 것이다. 열 집 중 한 집만 겨우 살게 될 것이다. 이상하구나, 세상의 재난이여! 전쟁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구나. 가뭄 아님 물난리, 흉년이 아니면 돌림병이로다!’ 정감록은 새 세상이 밝아오기 전 민중이 넘어가야 할 마지막 고난의 문턱이 다름 아닌 자연재해, 전염병, 그리고 경제대란이라고 못박았다.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1821년,1822년,1858년,1886년, 그리고 1895년에도 전국에 콜레라가 유행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1858년 한 해만도 50만명이 쓰러졌다. 조선 후기엔 독감, 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창궐해 사망자수가 수만을 헤아렸다.5∼6년이 멀다하고 찾아든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이 끊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1807년엔 서해안 일대에 해일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1815년과 1817년의 대홍수 역시 처참한 피해를 안겨줬다. 이런 예에서 확인되듯 ‘정감록’이 예언한 말세의 조짐은 그저 막연한 공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상 민중이 겪은 집단적 고통의 기록이었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예언과 만나는 것이다. 대환란이 닥쳐오면 어떻게 피할 것인가? ‘정감록’은 특출한 10개의 명당 즉,‘십승지(十勝地)’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여러 지역을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계룡산이 최고의 피난처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계룡산 인근의 유구(維鳩)와 마곡(麻谷) 사이도 또한 길지라고 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그 지역에 신행정수도가 예정된 것은 흥미롭다. 현지에서 만난 노인들은 ‘정감록’을 직접 인용해 가며 이 지역으로 반드시 새 수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계룡산,600년 전엔 조선왕조 건국 세력이 정한 도읍지였다.300년 전엔 조선왕조를 혐오하던 민중의 희망이었다. 지금 또다시 그 계룡산은 신 행정수도 논란의 와중에 서 있다. 우리에게 계룡산은 과연 무엇인가? (푸른역사연구소장)
  • 슈퍼모델이 전하는 쭉쭉빵빵 프로젝트

    슈퍼모델이 전하는 쭉쭉빵빵 프로젝트

    9일 가까운 설연휴 동안 TV 앞에서 부침개 집어먹으며 뒹굴뒹굴 했다간 연휴 마지막 날, 이스트 먹고 젖은 수건 뒤집어 쓴 듯한 얼굴에 좌절하고 말 것이다. 살찌지 않고 연휴를 보내는 비결을 슈퍼모델 3명으로부터 들었다. ●송은지 “설날 차례상에서는 과일만 먹어요. 약과, 전, 튀김, 동그랑땡은 손도 대지 말아야죠.” 지난해 8월 슈퍼모델대회 합숙기간동안 다른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와 전쟁을 벌였던 은지씨. 하루 종일 녹차만 마신 적도 부지기수였다. 최근 탄력있는 몸매가 각광받는 추세이지만 역시 모델에게 다이어트는 필수. 경험상 은지씨에겐 몸매 관리에 음식조절만한 것이 없다. 고구마, 배, 사과, 감자, 강냉이, 오이 등이 다이어트용 추천음식.“강냉이만 먹으면 수분을 빨아들여 변비에 걸릴 수 있으니까 녹차와 함께 먹어야 해요. 오이도 좋은 다이어트 식품이지만 속이 허한 단점이 있죠.” 생선은 붉은살 생선보다는 열량이 낮은 흰살 생선이 좋다. 초콜릿과 같은 단 음식은 절대 사절이다. 수분이 많은 과일로 배를 채우면 다른 음식은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김은영 “체중이 1∼2㎏씩 늘 때마다 자신감이 줄어요. 살이 찌기 쉬운 연휴 기간에는 세뱃돈 들고 매일매일 헬스센터에 갈 계획이에요.” 은영씨에겐 연휴기간에도 문을 여는 헬스센터가 너무나 고맙다. 집에 있으면 TV를 보고, 누워서 쉼없이 음식을 먹어 쉽게 몸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곳에서만 하려면 싫증이 날 테니 학교 운동장과 집 옥상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체형조절을 할 계획이다. 러닝머신은 20분을 달려도 힘들지 않지만 그냥 달리기는 5분만 해도 땀이 난다. 옥상에서는 구보-줄넘기-맨손체조-스트레칭 순으로 30분∼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줄넘기는 모듬발뛰기만 하면 재미없으므로 2단뛰기,X자뛰기 등 다양하게 한다. 노래를 부르며 하면 더 재미있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다 보면 숨이 차서 그만두고 싶어지죠. 그럴 때는 전자판에 소모된 칼로리 숫자가 오르는 것을 지켜보세요. 오기가 생겨 끝까지 하게 되죠. 힘겹게 소모한 후에는 음식에 쉽게 손이 가지 않지요.” ●주홍선 “TV 보는 시간을 활용하세요.TV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요가와 스트레칭으로 체형을 유지할 수 있죠.” 홍선씨의 몸매 관리법은 요가와 반신욕. 요가를 하면 안 쓰는 근육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 높은 구두를 신어 몸이 피로해지는 ‘하이힐 피로’도 말끔히 퇴치된다. 홍선씨는 모델인 만큼 다리에 집중한 요가 자세를 많이 한다. 업드려 뒷다리를 차는 자세나,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했던 일명 메뚜기 자세는 엉덩이를 예쁘게 올려주는 효과가 있어 빠뜨리지 않는다. 요가를 한 뒤에는 15∼20분 정도 반신욕을 한다. 너무 오래하면 어지럽다. 피곤할 때는 잠깐 욕조에서 눈 붙이고, 책을 보며 지루함을 이겨낸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전 헬스보단 수영을 더 좋아하죠. 몸매의 선을 살리기 위해선 요가를 해야죠.” 늦잠의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연휴라고 이불에서 빈둥대기보다 평소대로 일어나 물을 마시고 집청소를 하면서 칼로리를 소비하는 게 좋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제니, 주노’의 김혜성·박민지

    [★들에게 물어봐]‘제니, 주노’의 김혜성·박민지

    귀엽고 깜찍한 ‘애들’인줄만 알았더니 제법 의젓하다.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자신감과, 말하는 중간중간 은근히 유머를 날리는 여유가 어른 연기자 못지 않다. 그래도 사진 촬영 내내 어떤 포즈를 취할 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 속엔 ‘초짜’의 풋풋함이 묻어있었다. 이제 꿈을 향해 첫 싹을 틔운 이들. 색안경을 낀 채 무턱대고 그 싱그러움을 꺾어버리진 말자. 영화 ‘제니, 주노’(제작 컬처캡미디어)의 두 주인공 김혜성(17)과 박민지(16). 한 순간의 실수로 아이를 가졌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덤비는 ‘무서운’ 아이들 역을 맡았다. 인터넷 카페 얼짱(김)과 모델선발대회 대상 수상(박)이 경력의 전부인 둘은 “초롱초롱한 눈빛과 자신감 있는 태도가 제니와 주노를 닮아서” 캐스팅되는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10대의 임신’이라는 민감한 소재가 촬영 내내 논란을 불러일으켰듯이, 그 행운을 얻기까지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랍니다.” 박민지는 학교로부터 ‘출연할 거면 전학을 가라.’는 압력까지 받았다. 김혜성의 부모도 자세한 내용을 몰랐을 땐 걱정을 많이 했다.“부모님께서도 시나리오를 읽으며 많은 고민을 하셨겠죠. 결국 안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셨어요.” ‘소재만 보고 편견부터 갖지 말라.’는 것이 이들의 주문.“영화를 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김)”면서 “아이들의 예쁜 마음과 책임을 다하는 부분이 중점적으로 그려진 영화(박)”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시나리오에는(인터뷰는 영화의 시사가 있기 전에 진행됐다.) 청소년의 ‘아픈’ 현실을 너무 이상적이고 예쁘게만 포장한 것 같다고 말하자 “책임을 지기까지 힘들게 고민하고 갈등을 겪는 과정도 현실감있게 표현했다.”고 대답했다. 음지에 몰아넣고 비난만 하느니 밝은 데서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더 건강한 사회일테니, 그래 이제 색안경은 벗어 던지자. 답은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20대,30대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에요. 어른들이 자식들과 벽을 없애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촬영장에서 귀염을 독차지한 제니&주노 남자치곤 얼굴이 흰 눈처럼 하얗고 큰 눈망울이 예쁜 김혜성.‘혹시?’했더니 “미국에서 살았어요. 아니 이태원인가.”라며 장난을 친다. 사실 그는 부산이 고향이다. 연예계 활동을 위해 자퇴한 뒤 서울로 올라왔고, 현재 검정고시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이제 고1이 된다는 박민지는 김혜성에 비해 약간은 검은 피부에 당차보이는 눈매를 가졌다.“성적이 인문계 고교에 갈 안정권은 된다.”는 그녀는 요즘은 공부에 신경을 많이 못써서 걱정이 많단다.“그래도 여러사람들 만나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어요.” 둘은 캐스팅이 된 뒤 2개월동안 연기지도를 받으면서 “오빠, 동생”하며 금세 친해졌고,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힘들어도 저희가 축 늘어지면 스태프 누나, 형들은 더 힘드시잖아요. 서로 도와주면서 항상 웃으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장난이 심한 김혜성은 리마리오춤을 추며 촬영장 분위기를 돋궈 스태프들의 귀염을 독차지했다. ●“우리들만의 살아있는 감성이 담긴 영화” 영화 속에는 실제 청소년들인 이들의 생각과 감성과 말투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감독이 상황을 던져주면 둘이 함께 고민해서 해결책을 찾고 대사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돼 “시나리오는 50%뿐”이라고 감독이 말했을 정도.“영화 대사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서 10대들의 살아있는 대사를 담았다.”는 이들은 그래서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소중하게 느껴진단다. 특히 4000여개의 풍선이 흩날리는 하늘에서 꼬마 신랑 주노가 날개를 달고 내려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제니를 맞는 장면이 더없이 환상적일 거라고 귀띔했다. 그밖에도 박민지는 춘천 호수 위에서 4일 밤낮을 견디며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 예쁘게 나와서 기쁘단다. 김혜성은 하루종일 운동장에서 달리느라 다리가 다 풀려서 힘들게 촬영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첫 술에 큰 배역을 맡았지만 배부르다고 안주할 수는 없다.“이러이러한 역을 하고 싶다.”고 당당히 밝힐 만큼 아직 ‘잘 나가는 스타’가 아니란 건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젊기에 큰 꿈을 향해 한발 한 발 도전해 볼 생각이다.“부족한 거 보완해 가면서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린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제니, 주노’는 18일 개봉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5만평 동백숲 만들기 23년 양언보씨

    “세계적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주인공 비올레타가 번갈아 들고 나오는 흰 꽃과 붉은 꽃은 바로 동백입니다. 그래서 ‘춘희’(椿姬), 즉 ‘동백아가씨’로 번역되지요.” 양언보(61·제주도 남제주군 안덕면 상창리 271)씨는 ‘동백아저씨’로 통한다.23년 전 어느날 굴삭기를 동원,‘대학나무’로 불리는 자신의 감귤나무밭을 확 갈아 엎었다. 이어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미친 사람’이라고 다들 손가락질했다. 극구 말린 부인과는 이혼의 위기까지 갔다. 하지만 오로지 동백나무 심기에만 전념했다. 또 중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기름을 짜는 동백나무 씨앗을 주머니에 슬쩍 넣어오기도 했다. 내친 김에 사업을 해 번 돈을 몽땅 ‘동백언덕 만들기’에 쏟아부었다. 집념의 결실이 맺어졌다. 지난해 상창리 일대에 ‘카멜리아힐’이라는 5만여평 규모의 동백나무숲이 장관처럼 조성된 것. 제주도 자생의 동백을 비롯,180여종의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원래 동백나무는 거제도 등 남해안 섬지방에 군락지로 널리 퍼져 있으나 양씨처럼 개인이 동백나무 수목원을 가꾼 것은 극히 드문 일이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씨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최근 ‘동창아, 동창아 노오올자’라는 주제로 ‘춘(椿)페스티벌’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임동창, 아쟁 연주자 김영길, 사물놀이패 진쇠 등을 초청해 한바탕 동백축제를 벌인 것. 그가 동백나무에 애정을 쏟은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감귤나무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최소 10여년 뒤의 감귤나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번째는 어릴 때부터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을 너무 좋아했던 까닭이다. “동백은 우리 생활과도 친숙하지요. 혼례식에서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굳은 약속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또 옛 여인네들의 머릿기름으로도 사랑받아왔지요.” 그는 동백사랑 실천을 위해 “비올레타 같은 ‘동백아가씨’ 축제를 매년 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카멜리아힐(www.camelliahill.co.kr)을 사랑하는 ‘카사모’를 결성했다. 제주 김문기자 km@seoul.co.kr
  • 윤석화 10년만에 삭발 연기

    윤석화 10년만에 삭발 연기

    난소암을 앓고 있는 50대 여교수 비비안 베어링. 국내 초연되는 연극 ‘위트’로 5년만에 정극 무대로 돌아오는 배우 윤석화가 맡는 역이다. 삭발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19일 설치극장 정미소 맨 위층에 자리잡은 서재에서 만난 그는 진짜 병을 앓고 있는 사람 같았다.“지금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 보이는가가 관건이에요.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처럼 마음 먹기 따라서 변하는 것 같아요. 될 수 있으면 초췌하게…이마에 주름도 패어야 될 거 같고 제 마음이 그렇네요.” PMC가 기획한 여배우시리즈 ‘여우열전’의 첫 주자로 11일부터 청담우림씨어터 무대에 서는 그는 “오랜만에 작품다운 작품을 하게 됐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신의 아그네스’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진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가장 연극적이면서도 감각을 잃지 않은 작품이죠.” 작품을 위해서 ‘덕혜옹주’ 이후 10년 만에 다시 삭발을 했다. 듬성듬성 적나라하게 드러난 흰 머리는 연극인생 30년의 무게를 실감케 해줬다.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원래 머리를 많이 쓰는지라…(웃음), 마흔 살 때부터 염색을 해왔거든요. 말기 암환자 역할인데 흰머리가 없으면 오히려 도움이 안되죠.”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도도한 여교수 비비안은 병원에서 깐깐한 의사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자신을 본다. 윤석화 또한 비비안을 통해 자신의 옛날을 되새기고 있다.“제가 연출할 때 굉장치도 않았거든요. 야단치고 나서 미처 마음을 못 풀어주게 될 때가 있는데 왜 이렇게 살까. 그냥 내버려두지 하는 회의감이 들곤 했죠. 내 삶에서 비슷하게 치러낸 것들이어서 (배역으로)들어가기가 쉬운 면도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삭발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때문이다.“난소암을 앓던 어머니가 많이 생각 났어요. 장면마다 엄마 간호할 때의 심정이 녹아들더군요.”순간 쓸쓸한 표정이 역력해지면서 겸연쩍은 듯 눈길이 대본으로 향한다. ‘위트’를 올리기에 앞서 걱정스러운 게 하나 생겼다. 요즘 전국의 난소암 환자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고 있단다.“‘저희에게 희망을 주세요.’하는데 작품 속에서 여자는 죽거든요. 정말 걱정되죠. 죽음을 절망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하지만 힘든 차원이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도 봐요.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은 그만큼 깊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3월27일까지.(02)569-0696.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이주상기자 rainbow@seoul.co.kr
  • 儒林(277)-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7)-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이퇴계가 청송군수를 자원했던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청송은 경상도에 있었으므로 그곳은 자신의 고향인 안동으로 직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단양과 청송은 지척 지간이었지만 단양은 충청도에 속해 있었으므로 단양군수를 제수 받았을 때 이퇴계는 적잖이 실망하였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의 심정이 이 무렵 지은 이퇴계의 시에 다음과 같이 드러나고 있다. “푸른 소나무에 흰 학과는 비록 연분이 없지만 푸른 물 붉은 산과는 진실로 인연이 있었네.” 청송은 ‘푸른 소나무’를 가리키는 말이고, 붉은 산은 단양을 가리키는 ‘단산(丹山)’이므로 이퇴계는 처음에는 단양군수로 내려오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듯 보인다. 그러나 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불과 9개월간의 짧은 재임기간 동안 이퇴계는 뜻밖에도 ‘진실한 인연’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진실한 인연. 이것이 소위 불교에서 말하는 숙세(宿世)의 인연이라는 것일까. 열차는 어느덧 제천역에 멈춰 섰다. 한 떼의 승객들이 우르르 열차에서 내렸다. 아마도 제천에는 치악산이 있어 그 산을 등반하려는 등산객인 모양이었다. 불과 1분 남짓의 짧은 정차 시간이 끝나고 다시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나는 내릴 준비를 서둘렀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 벗었던 코트를 껴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그렇다. 내가 단양을 찾아온 것은 군수로 있었던 이퇴계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단양으로 내려온 것은 이퇴계가 노래하였던 진실한 인연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퇴계는 단양에 군수로 있을 무렵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읊는다. “꽃에 해가 지고 동녘에 달이 뜨니 꽃과 달이 어울려 시름은 한이 없다. 달은 만월인 채 꽃도 지지 않는다면 술 못 마실 걱정은 없으련만.(花光迎暮月昇東 花月淸宵意不窮 但得月圓花未謝 莫憂花下酒杯空)” 이 시의 내용은 이퇴계가 지은 시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평소 매화를 좋아하여 매화를 노래한 시는 여러 수 지었지만 풍류객과 거리가 먼 이퇴계가 꽃과 달을 노래하고, 그뿐인가 ‘꽃이 지지 않으면 술 못 마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하고 한탄함으로써 꽃이 져 낙화(落花)함을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퇴계가 단순히 지는 꽃을 슬퍼하였단 말인가. 아니다. 나는 내릴 준비를 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이퇴계가 단순히 꽃이 지는 것을 슬퍼하였을까. 이퇴계가 단순히 달이 지는 것을 시름하였을까. 아니다. 이퇴계가 시름하였던 것은 꽃이 지는 사연 때문이며, 이퇴계가 시름하였던 것은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과의 작별을 슬퍼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꽃과 달과 술이 시름되는 것은 그 꽃을 함께 보던 사람과의 추억 때문이며, 그 달을 함께 보던 사람과의 인연 때문이며, 그 술을 함께 마시던 사람과의 이별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이퇴계가 노래하였던 푸른 물 붉은 산인 단양에서 ‘진실된 인연’을 맺었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단양으로 내려온 것은 이퇴계가 달과 꽃과 술로 은밀하게 숨겨 놓고 있는 이퇴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인 것이다.
  • [건강칼럼] 당지수 낮은 음식이 다이어트에도 좋아

    클린턴 부부 등 미국 유명인사들의 다이어트법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사우스비치 다이어트법.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골라먹으며 체중을 조절하는 이 방법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당 지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당지수(Glycemic Index)란 같은 양의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빨리 혈당량을 높이는가를 수치화한 것. 감자와 고구마를 예로 들어보자. 감자와 고구마는 열량은 비슷하지만 당 지수는 고구마가 낮다. 감자처럼 당 지수가 높은 식품을 먹으면 혈당이 빨리 높아진다. 즉,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분해시켜 근육이나 장기에 에너지원으로 공급한 뒤 남는 것은 지방세포로 쌓아둔다. 그러나 고구마처럼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은 혈당을 거의 높이지 않거나, 아주 천천히 높인다. 따라서 인슐린 필요량도 적다. 이렇게 얻은 포도당은 근육이나 장기에서 모두 소비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남지도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몸 속에서 포도당으로 바뀌는 밥, 국수 등 탄수화물이 주식이다. 따라서 음식을 고를 때 칼로리뿐 아니라 당 지수도 알아두면 체중관리에 매우 유용하다. 보통 입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음식이 당 지수가 높다고 보면 된다. 과자, 사탕, 케이크 등은 당지수가 70 이상이다. 오래 씹어야 단 맛이 나는 현미밥, 호밀빵 등은 50∼60 정도. 감자는 의외로 당 지수가 높아 구울 경우 무려 85에 이른다. 당 지수가 낮은 대표적인 식품은 콩으로 25 정도이다. 또 백미보다는 잡곡이 당지수가 낮다. 따라서 식빵 대신 현미밥 등 잡곡밥이나 통밀빵, 호밀빵, 메밀국수 등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가공 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당 지수가 높아진다. 현미보다는 도정한 백미가, 통밀보다는 곱게 빻은 밀가루가 당 지수가 더 높다. 대부분의 육류와 어패류, 야채와 과일, 주류는 당 지수가 낮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 당근(71)·수박(72)은 당 지수가 흰 쌀밥(55)보다 높지만, 포도당 총량이 적어 인슐린 분비를 크게 촉진하지는 않는다.
  • [열린세상] 흡연자를 고문해선 안 된다/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흡연자에게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때로 명백한 고문 행위에 해당한다. 흡연자들은 니코틴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한 시간 이상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금단증상에 시달린다. 짜증 나고, 불안 초조하고, 머리가 멍하고, 우울해지고 정신집중이 되지 않는다. 잠도 오지 않고 오로지 담배 생각만 난다. 니코틴 중독이 심한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마치 배고픈 사람에게 냉장고에서 밥 꺼내 먹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흡연자들은 가끔 흡연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해롭다고 다 알려진 것을 왜 못 끊느냐고 압박을 가한다. 물론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그들이 왜 금연을 성공하지 못하는지 이해를 하지 않는다.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1년 후까지 금연할 확률이 불과 2∼5%에 불과하다. 맨주먹 붉은 피만으로 금연을 시도한다는 것은 95∼98%가 실패하고 마는 너무나 처절한 싸움이다. 이들은 또한 심리적으로 깊이 의존되어 있어서, 술을 마신다든지, 스트레스를 받는다든지, 식사를 했다든지, 운전할 때 길이 막힌다든지 하는 특정한 상황이 오면 견디기 어려운 흡연 충동을 느낀다. 흡연하던 사람이 담배를 끊는 것은 수십 년간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가 영원히 이민을 떠나는 것과 같은 깊은 상실감을 안겨 준다. 그렇다면 고문을 하지 않으면서 금연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이다. 흡연은 다 알다시피 니코틴 중독이다. 금연을 하면 니코틴 농도가 줄어들면서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하면,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고,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방법으로 몸에 붙이는 패치와 껌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먹는 약으로 담배를 끊을 수도 있다. 먹는 약으로 담배를 끊는다고 말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고, 설마 그럴 수 있을까 의심한다. 그러나 명백한 효과가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뇌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하여,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약물은 니코틴과 아무 관계도 없고, 독성발암 물질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도파민의 농도를 높여준다. 따라서 이 약을 먹게 되면 담배를 끊어도 예전에 느끼던 괴로움이 줄어들고, 조금 편안해진다. 그리고 혹시 담배를 한 두 대 피우더라도, 예전 같은 짜릿함은 없어지고, 풀맛처럼 맹맹하게 느껴진다. 마치 밥을 많이 먹은 사람은 떡을 먹었을 때 만족감이 적은 것과 마찬가지다. 금연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약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담배를 끊다가 실패할 뿐 효과적인 약물의 사용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내가 주장하는 표준요법은 이것이다. 먹는 약 부프로피온을 먹으면서,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니코틴 껌은 그래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위기의 순간에 담배 대신 껌을 씹으면서 금연을 시도해야 한다. 물론 이 세 가지 방법을 다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중 자기 맘에 맞는 것을 골라서 한두 가지만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금연방법이다. 물론 금연에 대한 의지 없이는 이 모든 험한 길의 첫 발자국도 뗄 수 없다는 것이야 두말해 무엇하리요. 흡연자들은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 들어가면 금연빌딩이고, 버스, 기차, 전철, 비행기 등 타야 하는 모든 곳이 다 금연이다. 집에서 베란다로 쫓겨 간 것은 또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사실 우리나라 국민 4700만명 중 무려 1000만명에 달하는 흡연자들은 결국 금연 실패자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원하지만 혼자 끊다가 실패하고 아내나 아이들, 또는 직장 동료들에게 체면을 구기고, 자신감을 상실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효과없는 방법을 붙들고, 버틸 시간이 없다. 이제 약물요법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금연하도록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담배를 약으로 끊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책임의사
  • 기차 타고 떠나는 겨울 하루여행

    기차 타고 떠나는 겨울 하루여행

    하얗다. 하·얗·다. 황량하던 겨울 풍경이 눈을 만나 새로워졌다. 머리에 눈을 인 겨울풍경은 어디나 둥글둥글, 모가 없어 좋다. 아득하게 내달리는 백두대간의 얼굴도, 충주의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도, 지나쳐가는 조그마한 간이역도 더욱 정겹다. 겨울의 낭만을 흠뻑 느끼려면 기차로 떠나라.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밟으며 사랑을 약속한다면, 그 사랑은 더 오랫동안 가슴에 남으리. 그 약속은 눈위의 발자국처럼 선명하게 남으리니…. ●새벽에 떠난 여행 아직 어둠이 채 가시도 전, 아침 7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은 ‘아저씨’인 나마저도 들뜨게 했다. 게다가 눈을 보러 떠나는 여행이라 더 기대감이 컸다. 붉게 물든 동녘을 배경으로 기차가 미끄러지듯 청량리역을 빠져나갔다.7시45분. 연인, 친구, 가족…. 눈꽃을 맞으러 가는 들뜬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라 여행이 더 즐겁다. 환상선 눈꽃순환기차는 편안했다. 자동차 처럼 막힐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의자를 살짝 젖히자 일상이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떠오른 햇빛이 눈을 간지럽혀 커튼을 쳤다. 달리는 기차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햇살에 눈부신 팔당호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물이 넘실대던 아름다운 팔당호가 잠깐 숨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하얀눈을 덮은 팔당호에선 태곳적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풍경의 아름다움에서 깨어나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카메라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무심한 기차는 팔당호를 지나 양평으로 향한다.‘아, 자동차라면 세울 수 있는데‘잠깐 기차여행의 아쉬움을 느꼈다. 카메라에는 담지 못해 함께할 수 없는 것이 마냥 아쉽다. 흐르는 올드팝과 잔잔한 가요가 삭막하기만 겨울풍경과 어우러졌다. ●얼어붙은 단양팔경, 넉넉한 시골인심 10시 45분.“단양역에서 약 30분간 정차를 하겠습니다. 주민들이 마련한 먹을거리와 얼어붙은 남한강 상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시고 11시20분까지 기차로 돌아와 주십시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쏴∼한 바람을 맞으며 단양역에 내렸다. 지역단체에서 우동, 떡볶이, 국밥 등을 판다. 마치 기차역에서 우동을 허겁지겁 먹고 기차에 오르듯 추운 날씨에 그냥 서서 우동이며 국밥을 먹는다. 역시 우동은 서서 먹는 것이 꿀맛이다. 육개장 4000원, 우동 3000원. 식당 옆에서는 손마디가 굵은 할머니들이 앉아 나물 더덕 마늘을 판다.“이게 단양 6쪽 마늘인데 사가면 돈 버는 거야. 단양은 마늘이 최고야.”하며 시선을 끈다.“좀 싸게 주세요.”하자 “내 남는 것도 없다. 기분이다 1000원 빼준다.” 할머니의 눈매가 선하다. 시장의 훈훈한 인심까지 맛보니 금상첨화. 길을 건너 남한강쪽으로 갔다. 얼어버린 충주호. 여름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앙상하게 몸을 드러낸 바위와 차디찬 얼음바닥이 멋스럽다. 다시 기차에 올랐다. 관광버스처럼 출발전에 인원을 체크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낭패겠다.’혼잣말이 나왔다. ●순수의 오지마을로 기차가 달려 온지 4시간. 기차는 소백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아이들과 여성들의 감탄사가 정겹다.“정말 아름답다!!”. 차창밖으론 순백의 세계가 펼쳐졌다. 뛰어내려 눈밭에 뒹굴고 싶어졌다. 대강터널로 기차가 들어갔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터널을 돌아 나왔지만 똑같은 풍경이 또 펼쳐졌기 때문이다. 대강터널은 똬리굴, 열차가 오르기 힘든 가파른 곳을 뱀이 똬리 틀듯 한바퀴 돌려 뚫은 똬리굴, 즉 루프식 터널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느새 기차는 백두대간을 통과해 영주 땅으로 들어선다. 영주에서 중앙선을 벗어나 영동선으로 들어선 열차는 머리를 돌려 북진한다. 멀리 서쪽으론 흰눈으로 뒤덮인 백두대간의 소백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던 열차가 숨을 고르며 멈추는 곳은 경북 봉화땅의 승부역.“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마당도 세 평”이라고 하는 승부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기차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흰백의 눈밭.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도시에선 좀체 들을 수 없도록 청아하다. 발목까지 눈에 빠진다. 아이부터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까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발그레 물든 얼굴들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눈싸움을 하고 눈밭에 뒹굴기도 하는 사람이 보였다. 간이역은 오랜만에 눈을 만난 도시인들로 잔치분위기였다. 승부마을은 1998년에 환상선 순환열차가 운행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열차가 아니면 오기 어렵다는 낙동강 상류의 깊은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쓰여진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서있다. 영암선은 경북 영주에서 강원도 철암간(87㎞)의 철도를 이르던 이름이다.1955년 태백의 석탄 등을 수송하기 위해 순수한 우리 기술로 험준한 산줄기를 뚫어 33개의 터널을 만들고 험한 강에 55개의 다리를 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가장 높은 기차역 아쉬운 10분이 금세 지나간다. 다시 기차에 올라 승부역을 떠났다. 열차가 낙동강 상류를 거슬러 오르며 태백 철암으로 들어선다. 산처럼 쌓인 검은 석탄과 그 주변을 덮은 하얀 눈이 빚은 흑백의 절묘한 조화가 펼쳐진다. 태백을 지난 열차는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듯하더니 추전역으로 들어선다. 오후 2시30분. 해발 855m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열차역인 추전역은 한여름에도 밤이면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찬바람을 맞으며 역사 한쪽의 눈밭을 거니니 발아래 하얀 눈모자를 쓴 백두대간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기찻길 옆 펑퍼짐한 언덕은 자연 눈썰매장이다. 비닐포대를 타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어른들을 미소짓게 한다. 나도 한번 빌려 탔다. 엉덩이만 아프고 별 재미가 없다. 한쪽에는 얼음썰매장이 있다. 모두 썰매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역 한 쪽에 마련된 간이음식점에서 부침개와 막걸리를 시켰다. 서서 혼자 마시려니 좀 허전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부쳐주시는 부침개는 고소했다. 추전역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용연동굴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입장료를 포함 4000원. 한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열차가 다시 출발신호를 울린다. ●돌아오는 길도 감미로워 추전역을 벗어난 열차는 이내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정암터널(4.5㎞)로 진입했다. 이 터널은 난공사로 여겨지던 태백선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공사구간으로 꼽혔다. 방송에선 열차가 굴을 벗어나는 데 5분이 걸린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정암터널을 벗어난 열차가 탄광의 도시 고한, 사북을 지날 무렵 잿빛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눈도 내리고, 어둠도 내려앉기 시작한다. 기차의 네번째 칸에서는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정태춘의 ‘북한강에서’가 한껏 기분을 돋운다. 공연은 1시간정도 이어졌다. 13시간의 눈꽃여행이 끝나간다. 허리가 아프고 좀 답답했다. 사랑하는 이는커녕, 말상대도 없이 혼자 떠난 여행이라 그럴까. 저녁 8시40분, 기차가 청량리에 멈춰섰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렇게 가세요 환상선 눈꽃열차는 아침 7시45분, 청량리역을 출발해 단양역(10:50∼11:30)에 잠시 정차한 후 승부역(오후 1시부터 오후 1시10분), 추전역(오후 2시20분부터 오후 3시50분까지)에 들른 뒤 밤 8시45분 청량리역으로 되돌아온다. 2월27일까지 운행.(단 2월5일부터 12일까지는 운행하지 않는다.)요금은 청량리역 출발(어른 1인)기준으로 3만 1900원이다. 주말 표는 늦어도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자세한 정보는 철도청 홈페이지에 있다.www.korail.go.kr,1544-7788.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요즘은 ‘우담발라’가 꽤 자주 피는 것 같다. 연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도 충북 단양군청과 충남 논산 성불사에 우담발라가 피었다고 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법화경’에 보면 우담발라는 부처나 전륜성왕(轉輪聖王) 같은 성인이 출현할 때만 핀다고 한다.3000년에 겨우 한 번 필까 말까 한다는데 생물학자들은 그것이 실상 풀잠자리알 또는 곰팡이에 불과하단다. 어쨌든 우담발라가 피어 있는 성불사의 금륜 스님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을유년에는 평화와 번영,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싶다.”고 했다. 우담발라. 작디 작은 몇십 송이 꽃인가, 곰팡이에 스님은 참 크고 묵직한 기원을 매달았다. 그런데 나는 우담발라가 피면 등장한다는 전륜성왕과 ‘정감록’의 진인왕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전륜성왕은 부처의 세속적 모습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불경을 결집한 아소카 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불심이 깊고 태평성대를 실현할 왕이 바로 전륜성왕인데 민중은 진인왕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기대했다. 정감록의 진인은 무엇보다 현실의 고난을 헤쳐 간 민중의 꿈을 형상화시킬 의무를 졌다. 진인왕은 조선왕조의 기득권층인 양반을 벌주고 신분구조를 뒤엎으며, 서구열강과 그들의 종교를 물리치고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민중의 구세주였다. ●진인은 못된 양반을 생지옥으로 1785년 정조 9년 또 한 차례 정감록 사건이 터졌다. 주모자들은 나라가 셋으로 쪼개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유씨, 장씨, 김씨가 삼국의 왕이 된다고 했다. 그 뒤 나라를 통일할 진인(眞人)은 제주 700개 섬 가운데 어딘가 숨어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사건의 주모자들은 그 진인이 마음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하면서 이미 서씨와 정씨 두 사람이 진인의 명에 따라 사람들의 허물을 낱낱이 기록한 일종의 ‘선악적(善惡籍)’을 작성중이라고 했다. 18세기말 민중이 진인의 출현에 걸었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되는 게 그 ‘선악적’이란 장부다. 딱히 양반의 허물만 기록한다고 명기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민을 못살게 구는 양반들의 악행을 기록하는 데 그 중점이 있다고들 여겼을 것이다. 진인은 민중의 구세주였기 때문이다. 나라가 바뀌어도 무식한 아랫사람들로서야 당장 무슨 벼슬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저 양반놈들 망하는 꼴 좀 보자.’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현실은 물론 정반대였다. 여러 지방에서 양반들은 동약(洞約)이나 향약을 실시해 장부를 비치해두고 말 안 듣는 하층민들을 기록해 뒀다가 벌을 줬다. 윗사람을 몰라본다, 불효한다, 형제간에 불화한다는 등의 죄명이 양반들의 ‘선악적’에 기록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인이 민중의 편에서 선악 장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은 진인의 인기를 더욱 높였을 법하다. 통상적으론 양반 편에서 작성하는 것인데, 양반을 벌줄 수 있는 선악적이라니 얼마나 통쾌하랴. 진인의 상벌은 현세에서 시행된다는 점도 민중으로선 무척 달가운 일이었다. 자기들은 별다른 죄도 없이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약자들을 괴롭히며 놀고먹는 양반, 놀부 같은 그들이 밉고 싫었을 것이다. 민중은 자기들 눈앞에서 그런 못된 양반들이 생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민중들은 지옥이란 말을 꺼낼 때마다 자연스레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범어 나라카·Naraka)은 사후세계란 뜻인데 그 참혹한 광경은 ‘목련경’에 자세하다. 석가모니의 큰 제자 목련존자의 지옥방문 이야기는 민간에 널리 알려졌다. 문맹인 사람들도 지옥도란 종교화를 통해서 지옥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불교의 지옥은 종류도 많아서 각기 8대 열지옥(뜨거운 지옥)과 한지옥(추운 지옥)이 있고, 그 아래 또 32개 소지옥이 있다고 한다. 진인은 선악 장부에 기록된 악인을 문자 그대로 생지옥에 보낼 것이 분명했다. ●푸른 옷(靑衣)은 천주교 신부요, 서구열강이다 진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었다. 어찌 보면 좀 뜬금없는 소리 같기도 한데, 진인은 서양 종교인 천주교도 퇴치해야만 했고 서구열강도 물리쳐야 했다. 물론 이런 기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말까지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북경에 파견된 조선의 사신일행이 거기 와 있던 예수회 신부를 알게 된 것은 이미 17세기부터였으나 천주교가 국내에 유입되어 본격적인 신앙운동이 벌어진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조정은 잔뜩 긴장하여 천주교를 엄금하였지만 그 세력은 제법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하층민들의 일부는 천주교의 문을 두드렸지만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정의 ‘계몽’도 한몫했지만 천주교에서 조상의 제사를 금지한다는 게 그들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천주교에 대한 민중의 반발과 두려움은 정감록에도 감지된다.1923년판 정감록의 일부인 ‘무학비결(無學秘訣)’에서 푸른 옷이 남쪽에서 쳐들어오는데 ‘스님 같되 스님은 아니라’고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여태 한반도엔 없었던 새로운 부류의 성직자 즉, 신부들이 침략자란 것이다.‘푸른 옷’은 본래 좀더 먼저 쓰인 ‘도선비결(道詵秘訣)’에서만 하더라도 미지의 외부인으로 해석될 뿐이었다.‘푸른 옷을 입고 남쪽에서 오니 오랑캐도 아니요, 왜적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필 왜 푸른 옷인지를 누구도 설명할 수 없다가 천주교의 국내 활동이 심각성을 띠게 되자 푸른 옷은 어느덧 서양신부로 비화됐다. 19세기 초에는 서양 함대의 파병을 요청하는 천주교 신자 황사영의 편지가 발각되어 여론이 비등했다. 연달아 천주교박해사건이 터졌으며 국내에 잠입한 프랑스 신부도 처형되었다.19세기 중반에는 그 여파로 프랑스 함대가 공격했고 설상가상 통상문제로 미국함대도 쳐들어 왔다. 그러자 이제는 서구열강 자체가 침략의 장본인으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를 기록한 것이 역시 정감록의 일부인 ‘토정가장결(土亭家藏訣)’이다.‘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동시에 침략한다. 이때 정씨가 바다 섬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온다.’ 역사란 아이러니요, 거기서 나는 또 정감록이 갖는 현실 적응력을 본다. 서양선박의 출몰을 계기로 17세기 후반에 해도진인설이 등장했었는데(연재3호 참고),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9세기 말엔 거꾸로 해도진인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서양함대요, 서양신부였으니 말이다. ●동학의 최제우 새 세상 구현할 진인으로 1859년 최제우는 서학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동학’이란 이름의 새 종교를 만들었다. 그 뒤 1894년 동학은 서양과 일본을 물리치고 탐관오리를 내쫓아 백성을 구하겠다며 갑오동학농민운동을 벌였다. 한 마디로 동학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내부의 지배층만이 아니라 외세란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 바탕 위에 동학은 새 세상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이 이른바 ‘후천개벽’이다. 최제우의 제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에게서 진인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그들에게 최제우란 존재는 새 세상을 구현할 초인이었다. 진인은 서양세력의 위협에서 민중을 구해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가져다줄 구세주였다. 그러나 모든 일을 진인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방씨, 두씨 및 곽씨 성을 가진 3장군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각각의 성씨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들의 활약상이 ‘토정가장결’에 나와 있다. “곽장군이 요동의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과 서남 오랑캐를 무찌른다.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돕고 이씨를 공격한다. 그러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나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진인은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한다 두어 줄밖에 안 되지만 숨가쁜 격변, 그것도 국제적인 변화를 예언한다. 하층민중이 국제정세에 민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그들 나름의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은 물론이다. 특히 주목되는 구절은 일본과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이어서 조선의 이씨왕조를 무너뜨린다고 한 점이다. 먼저 외부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고 그런 다음 비로소 내부문제에 착수한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 아는 대로 일·청 두 나라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한국을 괴롭힌 장본인으로 수백 년이 지난 뒤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했다. 더욱이 두 나라는 19세기말 한국에 진출, 내정을 간섭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런 까닭에 대다수 민중은 진인이 나타나 그들 두 나라도 없애버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 일본의 멸망에 대한 기대가 커, 일본 정벌론까지 등장하게 된다. 정감록의 한 파트인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엔 호랑이해부터 뱀해 사이 진인이 일본을 쳐서 항복을 받는다고 했다. 호랑이는 섬나라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왕이며 뱀은 용과 더불어 성인, 또는 왕을 상징한다. 구한말 한반도 지도를 그릴 때도 한국 사람들은 이를 호랑이로 인식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포항과 장기 앞바다에 등대를 설치한 것에 원한을 품기도 했다. 그곳은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데 등대가 세워지면 호랑이 꼬리에 불을 지른 셈이라는 것이다. 호랑이를 죽이려는 계략이라며 등대를 당장 허물라고 했다. 웃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막강한 일본을 이기려면 그런 주술에라도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예언서에 언급된 일본정복설은 허망한 소망에 불과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한국산 미곡을 수입했고, 값싼 면직물을 한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민중은 전례 없는 쌀 부족에 시달렸다.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산 면직물을 당해낼 길 없어 일반 농가의 면포(綿布) 생산은 위축돼 갔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른 뒤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예언서에는 그런 역사적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했던 민중의 열망이 표현돼 있다. ●진인왕과 보양법, 밀교 그야말로 초인적인 업적을 이룰 진인왕에 관해 정감록의 일부인 ‘동차결’은 이렇게 점치고 있다.‘태조의 성은 정(鄭), 이름은 홍도(紅桃), 자는 정문(正文), 무오생이다. 섬 가운데 평실에서 나와 계룡산에 건국한다.’ 정진인의 이름 ‘홍도’(붉은 복숭아)는 도교적이다. 복숭아는 수명과 성적 능력을 상징한다. 특히 그 빛이 붉다면 복숭아 중에서도 일품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름은 ‘정문’, 문(文)을 바로잡는다고 돼 있다. 통치 질서와 윤리도덕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진인은 유교적 덕성을 겸비한 존재다. 무오생이라 함도 의미가 있다.10간의 5번째인 ‘무(戊)’와 12지의 7번째인 ‘오(午)’는 각기 중간의 홀수, 즉 중양(重陽)이다. 진시황의 생일도 단오 또는 중양이었다. 이런 남성은 불세출의 영웅이라 한다. 진인왕은 도교적 성격이 강한 만큼 도교서적에 나오는 진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도교에선 양기, 성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면 절로 진인이 된다고 본다. 그것이 양생법이다. 불교의 분파인 밀교에도 거의 똑같은 가르침이 있다. 당나라 때 도사 손사막이 지은 ‘방중보익(房中補益)’을 보면, 정액을 잃지 않고 93명의 여성과 성교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했다. 몸에 내재한 이성성(二性性)을 살리게 돼 진인이 된다는 말이다. 허무맹랑한 얘기 같지만 밀교는 물론 힌두교에서도 다 그렇게 봤다. 정액을 몸 밖으로 쏟아내지 않고 변화시켜 뇌로 보낼 수만 있다면 열반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사종교의 지도자들은 이를 빙자해 간음 사건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그들로서는 진인 될 수행을 했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1937년엔 백백교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주 전해룡은 간음과 범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무려 350명의 남녀신도를 살해했다고 한다.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의 특징을 ‘동차결’은 이렇게 적어놓았다.‘여러 대를 두고 내려오던 양반은 상사람이 되며, 상사람은 오히려 양반이 된다. 부처를 섬기는 사람들 가운데서 인재를 뽑아 쓴다.’ 짧은 내용이지만 정감록을 믿던 민중에겐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진인왕이 평등사회를 실현한다고 볼 순 없지만, 조선사회의 신분질서를 뒤엎고자 한 민중의 의지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상사람이 양반되고 양반이 상사람 된다고 하였으니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진인왕은 유불선 삼교합일의 바탕 위에 존재하지만 그 본질은 불교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재를 불교에서 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또한 여기서 나는 조선후기 민중이 성리학적 지배 이념에 반발해 불교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음을 본다. 조선말의 혁명가 김옥균도 불교신자였으며, 이동인과 같은 개화승려도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를 융성시킬 진인왕은 전륜성왕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에 보이는 전륜성왕은 모두 4명이다. 공교롭게도 예언서에서 진인왕에게 왕업을 도울 세 아들이 있다고 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신라의 진평왕도 아들의 이름을 동륜, 금륜 등으로 불렀다. 그 역시 스스로를 전륜성왕으로 봤다는 증거다. 전륜성왕 가운데 첫 왕은 철륜왕인데 진인왕이 그에 해당한다. 그 뒤를 이어 동륜왕·은륜왕·금륜왕이 차례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신자로서 정감록을 믿는 사람들은 진인왕의 협력자인 세 아들에게도 당연히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전륜성왕이 출현할 때 우담발라가 핀다고 했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미 우담바라는 피었다. 과연 전륜성왕은 오는 것일까. 전륜성왕이 가진 7개의 보물 중 하나인 거사보(居士寶)는 고아, 노인, 병자 등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을 모두 구원하는 능력이 있다. 더러 전륜성왕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예언서 속의 진인왕은 서양열강, 중국, 일본을 평정하고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구축한다고 했다. 정감록은 당대 민중의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대안이었다. 그 예언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했느냐는 별개 문제다. 대안이란 점에서 정감록은 예언서로서 생명력을 오래도록 유지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건강칼럼] 패스트푸드 끊는법

    중국의 신화통신은 최근 ‘맥도널드의 CEO들이 잇따라 숨진 원인이 패스트푸드가 아니냐.’는 이색적인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사실 이들의 죽음이 맥도널드 제품과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CEO들이 평소 맥도널드의 패스트푸드 제품을 즐겨 먹었다니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는 된 것 같다. 특히 패스트푸드를 경계하는 이유는 바로 어린이들의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패스트푸드이기 때문이다. 햄버거는 절반이 넘는 칼로리를 지방에서 얻는데, 이 지방 중 많은 부분이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이는 포화지방 성분이다. 따라서 많은 양을 꾸준히 먹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안정제, 유화제 등 수많은 첨가물과 지나친 염분도 문제다.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으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나트륨(MSG). 이 글루타민산나트륨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많이 먹으면 신경세포막을 파괴해 집중력 장애, 과도한 흥분 등을 나타낼 수 있다. 또 신장의 칼슘 흡수를 막는가 하면 뼛 속의 칼슘까지도 떨어져 나가게 한다. 이런 패스트푸드나 기름진 고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입맛을 단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런 식습관 교정에는 단계적으로 음식을 바꿔 가는 ‘푸드브리지(food bridge)’가 도움이 된다. 푸드 브리지를 통해 섭취 열량을 줄이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등 균형 잡힌 식단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음식을 단번에 끊는 것이 아니어서 식단 교정에도 효과적이다. 햄버거는 햄이나 고기를 넣은 식빵 샌드위치로 대신했다가 다시 햄을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로 바꿔준다. 햄버거와 햄을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는 맛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아이 건강에는 호밀빵 샌드위치가 좋다. 탄산음료는 우선 과일맛 우유로 대체한다. 여기에 아이들이 적응하면 다시 흰 우유, 생과일 주스로 바꿔준다. 닭 튀김 역시 전기구이 통닭으로 바꾼 후 기름과 껍질을 제거한 닭 백숙으로 점차 변화를 주면 된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저문 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저문 비

    저문 비 내리고 나는 듣는다 가문비나무숲 속 그믐밤보다 깊게 만나는 물방울의 맨 처음을 나는 듣는다 지나가버린 잠을 밟으며 잃어버린 발자국 소리를 건지며 저문 비를 곁에 둔다 오늘이 며칠일까 궁금하지 않던 날들을 저문 비에 젖게 하며 가문비나무숲 속 그믐밤의 흰 것보다 빛나던 그 밤의 파열을 한아름 나는 듣는다
  • [새음반] ‘꺾기’ 창법 이수영의 비정규 6.5집

    비정규 앨범 ‘2005 스페셜’을 발표한 이수영이 또 한번 가요계에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수영의 기획사(이가기획)에 따르면 이 앨범은 선주문만 15만장에 달했다. 이수영은 특유의 ‘꺾기’ 창법으로 한층 애절하게 들리는 발라드로 2년 연속 7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6.5집에 해당하는 이번 앨범은 2장의 CD로 구성돼 있으며 사진집도 함께 들어 있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CD 1장 가격에 내놓았다. 첫 번째 CD는 그동안 아껴뒀던 미발표 신곡과 리메이크곡, 국내 가수들과 듀엣으로 부른 노래들로 구성돼 있다. 타이틀곡 ‘꽃들은 지고’는 윤상이 만든 곡으로, 이수영의 색깔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노래와 함께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일본 삿포로의 설원을 배경으로 찍은 뮤직비디오도 아역 스타들의 연기와 뛰어난 영상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가수 자드의 노래 ‘Forever You’‘연애하고 싶은 여자’‘그만‘ 등 4곡의 신곡이 포함돼 있다. 이지훈·신혜성과 함께 부른 ‘겨울 이야기’, 장나라와 호흡을 맞춘 ‘Will BE Mine’, 이정봉과 어울린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하여’ 등 다른 가수들과 공동 작업한 노래들도 색다른 매력을 풍긴다. 두 번째 CD에는 지난 6년간 발표한 앨범 가운데 자신이 가장 애착을 느끼는 노래들을 뽑아 담았다.‘나무’‘스치듯 안녕’‘참아 보려 해’‘흰 눈이 오면’ ‘Phantom Of Love’‘모르지’ 등 16곡이 실려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전철타고 떠나는 천안삼거리 여행

    전철타고 떠나는 천안삼거리 여행

    ●서울~천안 수도권 전철 20일 개통 천안을 아시나요? 과거급제 꿈을 품은 남도 사람들이 서울을 향해 가던 중, 잠깐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 아래 땀을 씻고 갔던 곳이지요. 그후 기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시절에는 그 유명한 호두과자를 사기위해 지폐 두어장을 들고 기다리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일반화된 후 천안은 지나가는 곳이 됐습니다. 그러나 1월20일, 오늘 충남 천안까지 전철이 개통되면서 천안은 새로워졌습니다.2300원짜리 전철 표 한장이면 서울에서 천안나들이가 가능합니다. 민족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숨쉬는 역사교실, 천안을 가볼까요. 숨어있는 맛도 다양한 ‘맛있는 도시’ 천안을 추천합니다. 천안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와~~~ 맛나는 천안 ●천안명물 호두과자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든 있는 호두과자의 원조는 역시 천안에 있다.70여년 역사의 구성동 천안소방서옆 학화 할머니 호두과자(www.hodoo1934.com,041-567-3370)가 효시. 가게에 들어서면 맛있는 호두과자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부드럽고 고소한 뒷맛을 여운으로 남기는 호두과자는 씹히는 호두의 크기가 틀리고, 흰팥의 껍질을 제거해 쓰는 흰색 소는 기품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한 단맛이다. 천안역에서 택시로 2000원 거리. ●오리의 모든 것 다양한 오리 요리를 코스로 즐기는 신토불이는 천안에서 유명한 집이다. 한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금상첨화 정식(4인·5만 9000원)은 생오리로스구이, 오리훈제 바비큐, 양념꽃게장, 오리양념주물럭, 영양죽에 이어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나온다. 맛깔스러운 백김치와 밑반찬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얇게 저민 식초에 절인 무에 싸 먹는 오리로스는 아작아작 씹히는 무와 담백한 오리고기의 조화가 절묘하고, 훈제로스는 머스터드 소스에 찍어 입에 넣으면 그냥 녹는다. 서산에서 직접 가져온 꽃게장은 꽉 찬 게살과 양념 고추장의 조화가 일품이다. 본점(584-4477)은 직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양당리 신토불이로 가면된다.4000원 정도. 천안분점은(553-5292)은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고 새터마을 신토불이로 가자면 된다.4500원정도. ●순대의 본고장을 찾아 순대는 ‘병천’이 원조다. 병천에서도 원조를 찾는다면 충남집(564-1079)이다. 당면 마늘 양파 등과 돼지피를 살짝 섞어 만든 속을 깨끗하게 씻은 창자에 꾹꾹 눌러 넣은 다음 푹 쪄낸 순대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하다. 또 돼지사골에 생강 마늘 양파 등 특유의 재료를 넣고 은근한 불과 센불을 교대로 24시간 이상 곤 국물에 순대와 머릿고기 등을 담아내는 순댓국은 천안을 찾으면 반드시 맛봐야 한다. 순댓국 특유의 냄새는 전혀 없다.4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충남집은 김치부터 순대까지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순대 한 접시 5000원, 순댓국은 4000원. 천안역에서 병천행 버스는 많다.30분 정도 소요.950원. 대부분 독립기념관을 거쳐 병천의원 앞이 종점이다. 종점에 내려 걸어가면 3분. ●장금이 솜씨도 맛보세요 ‘메밀총떡’ 들어보셨나요. 천안 유창동에 있는 봉평장터(556-6272)가 자신있게 내놓는 별미다. 다진 고기와 호박 배추 당근 등 갖은 야채를 볶은 다음 얇게 부친 메밀에 넣고 말아 놓았다. 아작아작 씹히는 야채와 고기, 쫄깃쫄깃한 메밀의 맛이 잘 어울린다.4개에 4000원. 막국수도 특이하다. 커다란 냉면 그릇 하나에 고추장 다대기가 올려져있는 메밀 국수 사리와 아무것도 없는 메밀사리, 두개가 가지런히 담겨있다. 일단 다대기에 면을 비벼 먹는다. 다대기의 매콤달콤함을 입안 가득 느끼고 그 다음에 시원한 육수를 부어 나머지 면을 먹는다. 시원하고 산뜻한 육수와 약간 남아있는 다대기가 어우러져 정말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5000원.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고 유장동 천성중학교 맞은편으로 가자고 하면된다.15분 정도 걸리고 3000원 정도 나온다. ●너희가 돼지를 알아 신부동의 고기(563-9233)는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이다.‘가브리살’과 ‘볼살’전문점. 돼지 등심의 안쪽을 일컫는 가브리살은 한마리에 300g, 말 그대로 돼지 볼살은 한쪽에 100g씩 200g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부위다. 비계가 전혀 없는 돼지 살코기인 볼살(7000원)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가브리살(8000원)은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최고. 날치알을 얹은 알밥(2000원)은 된장찌개와 함께 식사로 든든하다. 천안역이나 두정역에서 택시를 타고 신부동 갤러리아 주차장 맞은편 제일은행 앞에 내리면 된다.2000원. ●떡볶이도 천안에선 달라 ‘떡볶이 맛이 그렇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신안동 떡볶기 나라(562-2677)로 가봐야 한다. 테이블이 5개뿐, 젊은이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쫄깃한 떡과 진한 국물맛이 ‘끝내준다’. 아주 매콤하면서 뒷맛은 달콤하다. 떡볶이 2500원. 천안역에서 신부동 국민은행 뒤 먹자골목으로 가자고 하면 된다.2000원정도. 힐튼장 여관옆에 있다. ●이탈리아의 맛을 천안에서 천안 봉명동에 있는 쿠치나(578-5556)는 이탈리아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주인이자 주방장인 이종철(47)씨가 직접 식재료를 사고 음식을 만든다. 해산물샐러드(1만 5000원), 안심스테이크(3만 2000원), 해산물 스파게티(1만 4000원)가 주메뉴. 천안역에서 서부역쪽 출구로 나와 택시를 타고 봉명동 전자랜드로 가자고 하면 된다.2000원. ●맘씨좋은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초밥 맛있는 초밥을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곳이 쌍용동 스시 이찌방(572-9288)이다. 오후 1시30분까지는 어른 1만 5000원이면 각종 초밥과 우동, 캘리포니아롤 등을 실컷 먹는다. 저녁에는 어른 3만원 천안역에서 서부역쪽 출구로 나와 택시를 타고 쌍용동 컨벤션센터로 가면 된다.3000원정도. ●세계의 꼬치요리도 천안에서∼ 다양한 꼬치요리를 맛볼 수 있는 두정동 화투(563-5292). 멕시코 타코(1만 5000원), 도리쿠시 야키(1만 2000원) 등 세계 각국의 꼬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멕시코 타코는 베이컨, 피망, 소고기 등을 꼬치에 구워 토르티야에 살사 머스터드 등 소스를 발라 싸서 먹는다. 천안역에서 택시로 두정동 부경아파트 정문 앞에 내리면 된다.3500원정도. ■ 야~~~ 신나는 천안 ●민족의 혼을 느끼고 일제 강점기의 항일 투쟁사와 아픈 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독립기념관과 유관순열사 사적지가 있다. 독립기념관을 가는 버스는 천안역에서 320,350,410번 등 12개가 있다.20분 거리,950원. “엄마 저거 뭐야?”하는 아이의 물음에 눈길을 들어보니 어마어마하게 높은 탑이 눈을 끈다. 가까이 가보니 무려 높이가 51m나 되는 겨레의 탑이다.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서 지은 겨레의 집은 높이 45m, 길이 126m로 웅장하다. 겨레의 집 뒤편에 있는 전시관으로 가보자. 시대별·주제별로 근대민족운동관, 일제침략관,3·1운동관 등 7개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자세히 보려면 4시간이나 걸린다. 어른 2000원, 어린이 700원.(041)560-0114. 유관순열사 사적지는 1919년 3월1일 3000여 군중과 함께 만세를 불렀던 아우내장터에서 300m 떨어져 있다. 유관순열사기념관(564-1223)으로 들어간다. 기념관에서는 열사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와 아우내만세운동을 묘사한 부조물 등을 볼 수 있다. 기념관 뒤편으로 유관순 열사 생가도 있다. 입장료 무료. 천안역에서 병천가는 버스를 타면된다. 병천순대마을에서 걸어서 15분.950원. ●온천행궁(溫泉行宮)의 본고향 유명한 온천도 많지만 온양온천은 조선의 왕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곳이란 점에서 남다르다. 천안역에서 90,91번 버스로 35분 정도 가면 온양온천역에 도착.1450원. 그중에서도 온양관광호텔(540-1201)이 유명하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온양온천역에서 걸어서 5분. 이밖에도 태조산 각원사(561-3545)는 거대한 청동대불로 유명하다. 높이 15m, 귀의 길이만도 175㎝,60t 무게의 청동좌불 미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한 인근 태조산 조각공원(550-2522)도 인기다. 산책로와 정상 전망대, 눈썰매장까지 갖추고 있어 아이들이 있다면 들러볼 만하다. 버스가 1시간에 한대씩 다니므로 택시가 낫다. 천안역에서 4500원 거리. 천안시는 매주 일요일 한 차례씩 무료 순환관광버스를 운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천안역광장을 출발, 우정박물관~태조산조각공원~각원사~유관순열사 유적지~조병옥 박사 생가~ 독립기념관 등을 도는 코스. 천안시 문화관광과 (041-550-2032).
  • [잘먹고 잘살자]뜨끈뜨끈 처녀두부 시원시원 총각두부

    [잘먹고 잘살자]뜨끈뜨끈 처녀두부 시원시원 총각두부

    찬바람이 불면 두부 소비량이 10∼30%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 한해동안 팔리는 두부는 3억모 정도. 생두부, 유기농 콩두부에 이어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까지 생기고, 뉴욕타임스가 ‘쌀찌지 않는 치즈’라 칭송할 정도로 두부는 각광받는 식품이 됐다. 두부의 인기비결은 콩 속에 담긴 색소성분인 이소플라본 때문. 이소플라본은 여성 호르몬의 구조와 비슷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며 암발생을 억제하고 골다공증도 막아준다. 한편, 단백질은 풍부하지만 두부 200g 한모의 열량은 170㎉로 밥 한공기보다 적어 건강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다. 두부가 딱딱한 부침용이나 찌개의 조연에서 벗어나 당당한 식탁의 주연으로 조명받고 있다.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새롭고 무궁무진한 두부의 고소한 세계에 함께 빠져보자.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종원·도준석기자 jongwon@seoul.co.kr 두부가 식탁의 주연으로 떠오른 데는 ‘그냥 먹는 생두부’의 탄생이 한몫했다. 생두부는 딱딱한 기존 두부와 달리 진한 콩물을 그대로 굳혀 살살 녹는 부드러운 조직감이 일품이다. 생두부의 콩물 농도는 13%로 10% 이하인 보통 두부나 8%인 연두부보다 훨씬 높아 고소한 맛을 낸다. ●여성 두부? 남성두부! 생두부는 따뜻해도 맛있지만 차갑게 먹어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감촉이 일품이다.“찌개에 넣어 뜨겁게 먹으면 여성형 두부, 생두부처럼 차갑게 간장 양념을 해서 술안주로 먹으면 남성형 두부로 분류하죠.” 두산의 두부박사 허병석 소장은 두부맛은 간장을 안 치고 그냥 먹어도 고소한 생두부가 최고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찌개나 국에 넣어먹던 여성형 두부가 많았다면 이젠 두부 하나만으로 요리가 되는 남성형 두부가 각광받는 추세다. 허 소장은 차갑게 먹어도 맛있는 남성형 두부요리가 늘어난 것은 부드러운 조직감을 갖춘 생두부처럼 두부 제조기술이 발달한 덕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두부는 외관이 구멍없이 반듯하고, 색깔은 노란빛이 도는 흰색이다. 찌개에 두부를 넣을 때도 팔팔 끓이지 말고 마지막에 파르르 끓여내야 제대로 된 두부맛을 느낄 수 있다. 고소한 생두부 맛의 또 다른 비결은 전통 뜸방식. 두부를 만들 때 콩물을 100도에서 끓여야 하는데 너무 빨리 끓이면 두부의 고소한 맛이 덜하다. 가장 고소한 맛이 나는 콩물의 온도와 끓이는 시간을 찾아낸 것이 전통 뜸방식이라 한다. ●두부, 세계로 가다 뉴욕타임스는 외식면에서 한국의 순두부찌개를 ‘이상적 겨울음식’이라 소개했다.‘두부다’의 유지영 이사는 호주, 미국 등에서 세계 최초인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란 두부다의 컨셉트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두부를 처음 만든 사람은 2000년전 중국인이며 한국의 두부기술이 일본에 전수됐다. 현재 두부를 즐기는 양과 방법은 중국과 일본이 우리보다 월등하다. 일본 ‘후지노 두부’는 참깨두부, 숯불두부, 고추두부 등 60가지가 넘는 예술적 두부를 고급스러운 외양의 두부 부티크에서 판매한다. 두부의 콩물을 끓일 때 생기는 얇은 막인 유바도 한국 사람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즐겨 먹는다. ●생두부 젤리 재료 생두부 100g, 시판당근주스 180g, 설탕 10g, 불린 젤라틴(젤라틴 가루 4g을 뜨거운물 20g으로 불린 것으로 동대문 방산시장에서 싸게 살 수 있다.) 만드는 법 (1)생두부는 물기를 거둔 뒤 1㎝ 이하 굵기로 자른다.(2)뜨거운 물에 불린 젤라틴을 냄비에 넣고 당근주스 을 넣어 약한 불에서 저어 녹인다.(3)(2)의 주스는 냄비째로 들어내어 남은 분량의 당근주스를 넣고 골고루 저어준다.(4)알맞은 젤라틴 용기에 생두부를 담고 (3)의 주스를 부어 냉장고에서 굳힌다. ●과일 두부셰이크 재료 딸기아이스크림 100g, 생두부 150g, 올리고당 1큰술, 소금 0.5g, 딸기요플레 60g 만드는 법 (1)믹서기에 물기를 거둔 생두부와 올리고당, 소금을 넣고 곱게 간다.(2)(1)에 요플레와 아이스크림을 넣고 다시 갈아 바로 마신다. 팁 요플레 대신 팥빙수용 팥, 생두부, 얼음을 함께 갈아 과일과 곁들이면 생두부 팥빙수가 된다. ●생두부 카나페 재료 생두부 200g, 통조림 오렌지 100g, 키위 1개 오렌지즙(오렌지주스 120g, 설탕 15g, 녹말가루 2g, 레몬즙 8g) 만드는 법 (1)통조림 오렌지는 물기를 빼고, 키위는 껍질을 벗겨 반달모양으로 얇게 썬다.(2)분량대로 오렌지즙을 만들어 불에서 걸쭉한 농도로 끓여 차게 식힌다.(3)차가운 생두부는 한입크기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물기를 거둔 뒤 작은 용기에 한쪽씩 담는다.(4)먹기 직전 (3)위에 (1)의 과일쪽을 올리고 (2)의 오렌지 시럽을 알맞은 양으로 끼얹어 낸다. 시원시원 총각두부 ■두부가 맛나는 집 두부다(730-6370)는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다. 유기농 콩과 천연 조미료를 사용,2000원대 메뉴 22가지를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연 1호점은 다이어트에 민감한 직장 여성과 담백한 맛을 즐기는 남성들이 식사와 야식을 위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자그마한 식당 내부 분위기도 깔끔하다. 단호박 두유 덮밥(4500원)은 호박의 달콤함, 두유의 고소함과 카레향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데리 치킨 토핑(2800원)은 따뜻하고 고소한 연두부에 일본풍 양념의 닭고기를 얹어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메뉴 하나당 열량이 김밥 한줄보다 적은 200∼350㎉지만 두부의 풍부한 단백질로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준다. 삼청동에 있는 콩두(722-0272)는 콩을 이용한 다양하고도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애피타이저부터 스테이크,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콩을 이용한 특색있는 요리가 눈과 입을 놀라게 한다. 금연인 1층 레스토랑과 흡연이 가능한 지하 1층 와인바로 공간이 나눠져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3가지 코스요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 코스 요리는 3만∼5만원이며 두부 스테이크는 2만 5000원이다. 나오비(3449-5187)는 일본 후쿠오카 지방에서 60여년 동안 두부요리로 명성을 쌓은 두부전문점 ‘고에몽’의 야마가타 가문으로부터 요리를 전수받았다. 일본 두부요리의 다채로운 단아함과 한국의 전통 요리기법이 어우러진 곳이다. 대표적 메뉴인 하나카고 정식(1만 8000원)은 단호박 두부 고로케, 캐시넛 두부, 참깨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중년 여성을 위한 식사. 두비지 나베요리(1만 3000원)는 종이 냄비에다 직접 끓여가며 먹는 재미가 일품으로 굴, 모시조개, 도미 등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이용한다. 유바 해물면 정식(1만 2500원)은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얇은 막인 유바와 클로렐라면을 이용, 독특한 맛을 낸다. ■술맛 돋우는 두부 안주 셋 ●생두부 야채쌈 재료 생두부 1모, 쌈야채(고운잎 상추 100g, 쌈취 등)쌈장(체에 내린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조청 1큰술) 만드는 법 (1)부드러운 상춧잎 등 쌈야채는 씻어 물기를 빼고 차게 보관한다.(2)분량대로 쌈장을 만들어 골고루 저어둔다.(3)부드러운 상춧잎에 알맞은 양의 생부두를 놓아 쌈장에 싸먹는다. 팁 된장 다진 쇠고기 쌈장, 고추장 쇠고기 볶음장도 쌈장으로 쓸 수 있다. ●생두부 튀김탕 재료 두부 250g, 소금, 흰후추, 녹말가루, 기름, 볶은 검은깨, 무즙, 실파 약간, 간장소스(간장 3큰술, 다시마물 2큰술, 미림 1큰술, 식초 1작은술, 녹말가루) 만드는 법 (1)간장소스를 약간 걸쭉한 농도로 끓여 식힌 다음 차게 보관한다.(2)두부는 깍둑 썰어 소금, 후추, 참기름을 골고루 뿌려 준다.(3)두부에 녹말가루를 묻혀 충분히 흡수시킨다.(4)튀김기름에 (3)의 두부를 넣고 표면이 바삭하게 튀겨지면 들어낸다.(5)간장소스에 무즙을 넣고 뜨거운 두부 위에 붓는다. ●생두부 쌀피말이 재료 생두부 200g, 오이피클 100g, 슬라이스햄 10장, 슬라이스치즈 10장, 쌀피 10장 만드는 법 (1)생두부는 물기뺀 뒤 2㎝굵기, 슬라이스 치즈 폭의 길이로 잘라 물기를 거둔다.(2)따뜻한 물에 쌀피를 적셔 건져 부드러워지면 햄 위에 얇게 썬 오이피클을 펴서 놓고 그위에 치즈를 펴놓는다.(3)(2)의 위에 물기를 거둔 (1)의 두부를 놓고 돌돌 싸서 토막내 담는다. 허니머스터드, 스위트칠리 소스를 곁들여내면 좋다. 요리법 두부종가
  • 시원시원 총각두부

    시원시원 총각두부

    ■두부가 맛나는 집 두부다(730-6370)는 테이크아웃 두부전문점이다. 유기농 콩과 천연 조미료를 사용,2000원대 메뉴 22가지를 선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 연 1호점은 다이어트에 민감한 직장 여성과 담백한 맛을 즐기는 남성들이 식사와 야식을 위해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자그마한 식당 내부 분위기도 깔끔하다. 단호박 두유 덮밥(4500원)은 호박의 달콤함, 두유의 고소함과 카레향이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데리 치킨 토핑(2800원)은 따뜻하고 고소한 연두부에 일본풍 양념의 닭고기를 얹어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메뉴 하나당 열량이 김밥 한줄보다 적은 200∼350㎉지만 두부의 풍부한 단백질로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준다. 삼청동에 있는 콩두(722-0272)는 콩을 이용한 다양하고도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애피타이저부터 스테이크,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콩을 이용한 특색있는 요리가 눈과 입을 놀라게 한다. 금연인 1층 레스토랑과 흡연이 가능한 지하 1층 와인바로 공간이 나눠져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3가지 코스요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 코스 요리는 3만∼5만원이며 두부 스테이크는 2만 5000원이다. 나오비(3449-5187)는 일본 후쿠오카 지방에서 60여년 동안 두부요리로 명성을 쌓은 두부전문점 ‘고에몽’의 야마가타 가문으로부터 요리를 전수받았다. 일본 두부요리의 다채로운 단아함과 한국의 전통 요리기법이 어우러진 곳이다. 대표적 메뉴인 하나카고 정식(1만 8000원)은 단호박 두부 고로케, 캐시넛 두부, 참깨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중년 여성을 위한 식사. 두비지 나베요리(1만 3000원)는 종이 냄비에다 직접 끓여가며 먹는 재미가 일품으로 굴, 모시조개, 도미 등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이용한다. 유바 해물면 정식(1만 2500원)은 두부를 만들 때 생기는 얇은 막인 유바와 클로렐라면을 이용, 독특한 맛을 낸다. ■술맛 돋우는 두부 안주 셋 ●생두부 야채쌈 재료 생두부 1모, 쌈야채(고운잎 상추 100g, 쌈취 등)쌈장(체에 내린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조청 1큰술) 만드는 법 (1)부드러운 상춧잎 등 쌈야채는 씻어 물기를 빼고 차게 보관한다.(2)분량대로 쌈장을 만들어 골고루 저어둔다.(3)부드러운 상춧잎에 알맞은 양의 생부두를 놓아 쌈장에 싸먹는다. 팁 된장 다진 쇠고기 쌈장, 고추장 쇠고기 볶음장도 쌈장으로 쓸 수 있다. ●생두부 튀김탕 재료 두부 250g, 소금, 흰후추, 녹말가루, 기름, 볶은 검은깨, 무즙, 실파 약간, 간장소스(간장 3큰술, 다시마물 2큰술, 미림 1큰술, 식초 1작은술, 녹말가루) 만드는 법 (1)간장소스를 약간 걸쭉한 농도로 끓여 식힌 다음 차게 보관한다.(2)두부는 깍둑 썰어 소금, 후추, 참기름을 골고루 뿌려 준다.(3)두부에 녹말가루를 묻혀 충분히 흡수시킨다.(4)튀김기름에 (3)의 두부를 넣고 표면이 바삭하게 튀겨지면 들어낸다.(5)간장소스에 무즙을 넣고 뜨거운 두부 위에 붓는다. ●생두부 쌀피말이 재료 생두부 200g, 오이피클 100g, 슬라이스햄 10장, 슬라이스치즈 10장, 쌀피 10장 만드는 법 (1)생두부는 물기뺀 뒤 2㎝굵기, 슬라이스 치즈 폭의 길이로 잘라 물기를 거둔다.(2)따뜻한 물에 쌀피를 적셔 건져 부드러워지면 햄 위에 얇게 썬 오이피클을 펴서 놓고 그위에 치즈를 펴놓는다.(3)(2)의 위에 물기를 거둔 (1)의 두부를 놓고 돌돌 싸서 토막내 담는다. 허니머스터드, 스위트칠리 소스를 곁들여내면 좋다. 요리법 두부종가
  • [송두율 칼럼] 경계선 그리고 경계인

    [송두율 칼럼] 경계선 그리고 경계인

    경계선은 원래 전투적인 개념이다. 이 쪽과 저 쪽을 가르는 선으로서 공격과 방어에서 설정되는 배타적 개념이다. 손가락질을 하며 가리키는 경계선의 저 쪽은 이미 내가 있는 이 쪽에 대립해서 존재하는 위협적인 공간이다. 이 쪽은 이성적인데 이와 반대로 저 쪽은 비이성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만 대비시켜 보는 태도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은 사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만약 그러한 경계가 선이 아니고 면적이나 공간이라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경계면이나 경계공간은 이미 이 쪽과 저 쪽 사이에 자리잡을 수 있는 제3의 어떤 존재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배타적인 이 쪽과 저 쪽은 대체로 이러한 제3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려 들거나, 아니면 그러한 존재에 대한 불만, 나아가 불안마저 느낀다. 불교의 초기경전 ‘쌍윳따니까야(雜阿含經)’는 검은 소와 흰 소가 하나의 밧줄에 묶여 있을 때 사람들은 이를 보고 대개는 흰 소가 검은 소에, 아니면 검은 소가 흰 소에 묶여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두 마리의 소를 묶고 있는 것은 밧줄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즉 밧줄이라는 제3의 어떤 것의 의미를 지적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프랑스의 수학자 미셀 세르(M Serres)도 신인가 악마인가, 배제인가 통합인가, 긍정인가 부정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이 둘 사이에 있는 끈으로부터 대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0과 1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가치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제3의 무엇을 인정하는 이러한 태도는 불확실성이나 애매성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그것도 당장에 빨리 결정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논거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의 헛소리거나, 아니면 중간에서 미적거리는 기회주의자의 억지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경계인이라는 개념이 바로 위에서 지적된 것처럼 곡해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계인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두루 사용되고 있고, 그것도 긍정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유럽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다. 가령 기존의 학문영역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아니면 여러 문화의 접촉을 통해서 새로운 문화나 예술의 영역을 찾아가는 경우에도 경계인이라는 개념은 늘 뒤따른다. 이는 사회나 경제생활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접경지역에 사는 독일인이 매일 국경선을 넘어 이웃인 프랑스나 스위스 땅에서 일하고 퇴근해서 자기 집에 돌아오는 사람들을 일컬어 경계인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머지않아 우리 주위에서도 많은 경계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쪽사람들이 바로 그러한 경계인들이 아니겠는가. 경계인은 기존의 경계선을 허문다. 경계인은-시인 김지하의 말을 빌리자면-이쪽과 저쪽이 모두 숨 쉴 수 있는 틈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 틈을 열기 위해서 경계인은 이쪽 안에서 저쪽을 발견하고 저쪽 안에서 이쪽을 발견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하여야만 한다. 다름이 있어야 같음이 드러나고 같음이 있어야 다름이 드러나는 긴장을 원효의 ‘화쟁(和諍)’은 가르치고 있다. 내 것이 이질적인 것과, 이질적인 것이 내 것과 서로 교차(交叉)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멜로-퐁티(M Merleau-Ponty)의 ‘애매성의 철학’은 말하고 있다. 여기에 바로 생산적인 제3자로서의 경계인이 갖는 철학의 핵심이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남과 북을 가르는 휴전선이라는 경계선의 틈을 열어 서로 숨쉴 수 있게 하는 공간이 되게 하고 이 공간을 다시 전 한반도로 확충시켜 통일된 평화스러운 삶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이쪽이냐 저쪽이냐라는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일차원적인 경계개념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이제 이쪽과 저쪽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제3의 그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때도 되었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대기 밖에 살고있는 존재이며, 새는 대기 속에서 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물 밖에 살고있는 존재로서 바라 볼 수 있다. 이렇게 경계선의 이쪽과 저쪽을 아울러 볼 수 있는 그러한 여유를 이야기하고 싶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확 바뀐 ‘이소영표’ 오페라

    확 바뀐 ‘이소영표’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베르디가 가장 사랑했던 오페라였어요. 또 드물게 테너가 무대의 꽃인 오페라고요. 리카르도를 향한 짝사랑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벌써부터 걱정이에요.”지난 2001년 예술의전당 기획 ‘가면무도회’의 연출자 이소영(42)이 4년만에 다시 같은 무대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웅장한 오페라 무대를 자유자재로 주무르기로 정평난 ‘여걸’ 연출가.“이번엔 좀더 담담한 시각으로 리카르도의 시각에서 극을 끌어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가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29일까지. 치밀하고 세련된 연출력을 인정받는 ‘이소영 표’란 점에서 또 한번 뜨거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레나토 역의 강형규씨만 빼면 캐스팅이 전부 다 바뀌었어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죠. 무대 컨셉트도 많이 달라졌고요. 꼼꼼한 관객들은 달라진 맛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단역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호흡이 기막히게 들어맞는 환상의 팀”이라고 입에 침이 마른다. 프랑스 바스티유극장, 독일 쾰른 국립극장, 이탈리아 베르디극장 등에서 활약한 유럽의 차세대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 리카르도 역에 더블캐스팅된 체자레 카타니와 정의근, 레나토 역의 바리톤 강형규, 아멜리아 역에 더블캐스팅된 가브리엘라 모리지와 조경화 등이 2005년 버전의 ‘가면무도회’ 팀원들. 이탈리아와 한국의 젊은 기대주들이 손잡은 셈이다. ‘가면무도회’는 1792년 스웨덴국왕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모태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정치적 암투를 드라마의 모태로 삼아 우정, 사랑, 배신 등 극적 소재가 웅장한 무대에 버무려져 긴장과 감동을 엮는다. 이씨는 이번 무대의 포인트를 3막1장에 두었다고 귀띔했다.“3막1장의 무대를 온통 흰색으로 꾸몄어요. 믿었던 친구 리카르도가 아내에게 접근할 때 그를 바라보는 레나토의 분노를 정당화시켜주고 싶었죠. 마지막엔 흰 무대가 온통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레나토의 폭발하는 분노를 상징하는 장치인 거죠.” 상징적 구조물과 그로테스크한 의상도 새 무대에서 달라지는 대목이다. 노래가 삶이었던 어머니(소프라노 황영금) 덕분에 그에게 음악은 운명처럼 스며들었다. 자연스럽게 성악(연세대 성악과)을 공부했고, 졸업 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7년 동안 연기와 연출을 익혔다.1998년 귀국 이후 연출한 작품은 ‘라보엠’ ‘마농레스코’ 등 30여편이나 된다. “입장권 값이 20%쯤 할인된 것도 이번 무대의 특징”이라는 그는 “비용절감을 위해 공연의 질을 떨어뜨린 게 아니라 예술의전당이 좀더 적자를 보기로 한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말 입장료 20% 인하를 선언한 예술의전당은 ‘가면무도회’에 처음 이를 적용했다.VIP석 9만원,C석은 2만원까지 티켓값을 낮췄다. 배우는 일부 수입했지만 무대는 100% 우리식으로 꾸민 것도 그가 내세우는 자랑거리.“요즘 고민은 딱 하나”라면서 “어떻게 하면 TV를 끄고 오페라 무대로 관심을 돌리게 할지 그것만 생각한다.”고 했다.5월쯤 푸치니의 오페라 ‘빌리’를 국내에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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