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421
  • 교양인의 책읽기/ 해럴드 블룸 저

    “진부함에 강하고 상상력에는 약하다.” 지난 40여년간 미국 문학비평계를 주도해온 해럴드 블룸(74·예일대) 교수는 해리포터 열풍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 적이 있다.그런가 하면 전자책의 선봉이 된 SF작가 스티븐 킹이 지난해 전미도서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스티븐 킹은 싸구려 스릴러 작가이며 그의 작품에는 문학이 주는 그 어떤 미학이나 독창적 지성도 없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만만찮은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이 당대의 석학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최근 국내에 소개된 해럴드 블룸의 저서 ‘교양인의 책읽기’(최용훈 옮김,해바라기 펴냄)를 보면 그가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 책에는 고전의 숲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저자의 고단한 여정이 곳곳에 스며 있다.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다.하지만 그것들은 장르별로 손꼽히는 필독서들이다.저자는 단편소설로는 투르게네프의 ‘베진 초원’,헤밍웨이의 ‘흰 코끼리 같은 언덕들’,플래너리 오코너의 ‘착한 사람은 찾기 어려워’ 등을 꼽으며 시는 월트 휘트먼의 ‘나의 노래’,에밀리 디킨슨의 ‘1260’,존 키츠의 ‘무정한 미인’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장편소설로는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 등을 분석하며 셰익스피어의 ‘햄릿’,헨리 입센의 ‘헤다 가블러’,오스카 와일드의 ‘어니스트가 되는 것의 중요성’ 등의 희곡작품도 다룬다. 첨단 영상·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고전을 화두로 꺼내는 것은 진부하게 비쳐질지 모른다.그러나 그것은 이 시대 문학의 영토가 그만큼 위협받고 있다는 증좌다.저자는 “조이스는 ‘피네간의 경야’에서 셰익스피어에게 열렬했던 관객들이 자신에게는 없다고 한탄했지만,내가 볼 때 이 새로운 영상시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마저 소멸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한다.지금이야말로 상상력의 근원인 고전으로 돌아가야 할 때임을 강조하는 말이다.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양심의 소리 듣고 싶다/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요즘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국가보안법 철폐니 수도 이전이니 과거사 정리니 사립학교법 개정이니 하는 것들이다.또 계속해서 들리는 뉴스는 경제지표의 절망적인 수치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붕괴,북한의 인권 문제,핵위협의 문제 등이다.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테러에 대한 소식도 끊이질 않는다.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예민한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법이 너무나 획일적이라는 것이다.대부분 이원론적이고 이념적인 수준이다. 어쩌면 이렇게 견해가 다르고 입장이 다를 수가 있을까?과연 양심과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일까? 수많은 의구심이 꼬리를 문다.언어는 이미 폭력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특히 인터넷 폭력은 테러에 가깝다.흥분된 상태에서 검은 것을 희다 말하고 흰 것은 검다고 서슴없이 말한다.양심과 지성의 소리는 죽은 것일까?좀 희망적이고 건강한 의견은 없을까?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정직한 말은 없을까?사랑과 평화와 기쁨을 주는 말은 없는 것일까? 가난하고 어렵고 힘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조금 더 참고 덜 쓰고 기다리면 된다.참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기다려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떠돌 때 불안한 것이다.사람들은 비전을 갖게 하고 기쁘게 고통을 분담하도록 해주는 지도자를 갖고 싶어 한다.하지만 요즘 정치에는 옳고 그름이 없는 것 같다.오로지 누구 편인가,무슨 당인가 하는 편가름만 존재하는 것 같다.그렇게 기대했던 정치 신인들도 기성 정치인들을 닮아가는 듯하다.소속된 정당의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은 따지지 않고 앵무새처럼 따라하기에 바쁘다.그처럼 똑똑하고 지성적인 언변도 다른 당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도구일 뿐이다.과거의 존경받는 경력은 오간 데 없고 조직의 충실한 대변인으로 변신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조직 폭력배와 다를 바 없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고 희망이 설 자리도 없어 보인다.사람들의 얼굴을 보라.분노와 더불어 불안함이 깃들어 있지 않은가?어디를 가나 걱정스러운 화제뿐이다. 사람들은 희망을 주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안도감을 심어주고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며 믿음을 주는 지도자의 용기있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그래서 지도자의 결단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그리고 가진 자의 책임 또한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이제 우리는 앉아서 망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떨치고 일어나 말하고 행동하고 선택하고 결단해야 할 때가 됐다.우리 사회는 정치를 혐오하면서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그래서 정치 현장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용기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싶다.“정당을 떠나서 양심의 소리를 내보십시오.의로운 행동을 해보십시오.양심과 지성이 있는 국회의원들끼리 따로 모여 제3의 당이라도 만들어 보십시오.” 국민은 국회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국회의원들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외롭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지금은 이 나라를 구하고 살려야 할 때다.곪은 상처는 도려내야 한다.늦으면 더 큰 재난이 다가올 것이다.환자도 시기를 놓치면 수술을 한다 해도 때가 늦을 수가 있다.우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리더를 보고 싶다.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다수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국민들은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문학이 머문 풍경] 영일만의 이육사

    [문학이 머문 풍경] 영일만의 이육사

    광복 이후 삼륜포도원을 관리했다는 손호용(87·포항시 동해면 도구1리)옹은 “포도밭을 관리할 무렵 이육사 선생이 이미 수 차례 포도원을 다녀갔다는 것을 주위로부터 전해들었다.”면서 “당시만 해도 포도원 둔덕을 오르면 흰 돛을 단 배들이 영일만을 오가는 모습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고 말했다.영일만과 육사의 만남은 여기서도 더욱 확실히 밝혀진 것이다. 한국문인협회 포항시지부는 이들의 만남을 기리기 위해 1999년 겨울 영일만이 펼쳐 보이는 포항시 대보면 호미곶 해맞이공원 내에 ‘이육사 시비’를 세웠다.가로 3m,세로 1.2m,높이 2.5m 규모의 시비는 영일만을 찾은 고달픈 손님들에게 청포도를 대접하는 듯 서 있다. 이에 앞서 육사가 작고한 지 2년 뒤인 1946년 그의 아우 이원조에 의해 ‘육사 시집’이 엮어져 세상에 나왔다.그 후 여러 곳에서 시 전집의 출판이 이어졌으며,1968년 어린이날 육사의 고향인 안동시 낙동강변에 ‘광야’를 새긴 시비가 제막됐다.안동시는 올해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도산면 원천리 육사의 생가마을 입구 부지 2300여평에 ‘이육사 문학관’을 개관했다.문학관에는 육사의 문학세계와 생애,육필원고,유품,독립운동 내용 등이 전시돼 있다.시는 또 육사를 비롯한 6형제가 살았던 생가인 육우당(六友堂)도 원래대로 복원했다.문학관에서 육사 묘소로 가는 오솔길(3.2㎞)을 ‘육사문학 로드’로 정했고,낙동강변 도로는 ‘육사로’로 명명했다.육사 시문학상 제정 및 시상,육사문학 토론회,독립운동사 학술회의 등 그를 추모하는 행사를 다양하게 열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7) 오징어의 섬 울릉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7) 오징어의 섬 울릉도

    십 여년 전,시베리아 사하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미리 소주를 챙기면서 안주 삼아 오징어도 한축 챙겼다.문제는 현지 호텔에서 터졌다.한국 술의 참 맛을 보여준다며 소주파티를 열어 오징어구이를 내놨는데 냄새 때문에 분위기가 엉망이 돼버렸다.구수한 그 냄새가 ‘국제적’으로 통용 불가임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은 아주 짧았다.우리처럼 오징어를 알뜰살뜰 즐기는 민족도 흔치 않다.수산물 기호도에서 마른 오징어는 단연 수위이며,하다못해 오징어와는 별 상관도 없는 ‘오징어땅콩’ 과자가 ‘롱런’하는 나라 아닌가.가난했던 시절,아이에게 안겨주던 귀한 오징어로부터 영화관의 필수품이던 구이,맥주 안주의 기본인 오징어땅콩,등·하교길 혹은 아예 시장바구니를 들고 먹던 튀김,그리고 회·무침·국·조림·순대에 이르기까지 어찌 한민족의 생활사에서 오징어를 빼놓을 수 있으랴. 오징어의 원조를 만나려면 울릉도 저동항으로 가야한다.그야말로 진풍경이다.촛대바위 너머로 여명이 동터오면 어판장은 이내 시장판으로 바뀐다.수협 직원들이 종을 치며 입찰에 바쁘다.배에서 막 내려진 고기 상자가 칸칸이 쌓여져 입찰에 부쳐진다.중개인이 적어낸 팻말에서 최적 가격을 찍어낸다.입찰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상자를 뒤짚어 오징어를 바닥에 쏟아낸다.날카로운 비수를 들고 서성이던 ‘오징어아지매’들이 달려들어 일과인 ‘할복’을 시작한다.누렇고 흰 오징어 내장이 바닥을 가득 채울 때쯤되면 이내 대꼬챙이를 들고와 스무마리씩 꿰어 한축을 만든다.물에 씻어서 수레에 실은 뒤 덕장으로 운반하면 아지매들의 어판장 작업은 끝이다. ●‘오징어 할복’ 20마리에 500원꼴 “배 따는 데 얼마나 받습니까?”“한축에 500원이네요.” 스무마리에 500원이니 2000마리쯤 ‘할복’하면 5만원 벌이다.말이 2000마리지 쪼그리고 앉아 거대한 오징어 산(山)을 해치우는 일이 쉬울 턱이 없다.이 일꾼 아지매들이 없다면,울릉도 건오징어는 꿈도 못꿀 일이다.남정네들이 채낚기로 씨름하다가 돌아오면 여자들은 다시 한번 칼을 들고 역할을 바꿔 ‘할복’을 시작한다. 대충 말리면 되는 줄 알지만,한 마리의 건오징어가 탄생하려면 복잡다단한 과정과 비용을 치른다.할복,대나무 꿰기,씻기,덕장 운반과 널기,젖혀진 귀 뒤집기,뭉친 오징어다리 떼어 보기 좋게 만들기,‘탱’이라 부르는 대나무로 심을 박아 맵시잡기,스무마리씩 축엮기,냉장실 입고,배에 싣고 내리기,차에 싣고 내리기 등등,거칠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비로소 소비자의 손에 들린다.이 과정마다 비용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렇게 하여 오징어 가격이 결정된다. 요새는 만나는 어민들마다 기름값 타령이다.도회에서야 기름값이 오르면 전철로 출·퇴근할 수도 있지만,어민들은 배가 없으면 한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고,출어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섬의 특성상 산물을 육지로 내다 팔려면 배편을 이용해야 하는 이중부담까지 껴안아야 한다. 일명 ‘울릉도지킴이’로 섬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홍광진(53)씨의 말.“백화점 같은 대형 매장 뚫은 사람은 그래도 괜찮은데,문제는 중소 상인들이지요.건조가 끝나도 판로가 없으니 창고에 쌓아두게 되는데 창고비는 물론이고 빚내서 출어한 이자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니 모두들 주저앉기 직전이라고 봐야 합니다.게다가 심각한 것은 아지매들이에요.평생 쭈그리고 앉아 배를 따고 있으니 직업병을 피해갈 재간이 있겠어요?” ●‘짝퉁 울릉도 오징어’에 섬사람들 속앓이 육지 오징어를 울릉도산이라고 속여 파는 일도 심각하다.전국의 울릉도 오징어 시장 점유율은 10% 안팎.지난해 기준으로 육지 것과의 가격 차이가 1축에 3000∼4000원 정도다.그러니 너나없이 ‘울릉도 짝퉁 오징어’를 시장에 밀어넣는다. 오징어는 다 같은 줄 알았는데,현지에서 먹어 보니 결코 같지 않다.습도와 기후,바람 때문이다.잘게 찢으니 실같이 가늘게 갈라진다.30여시간 바짝 말린 오징어나 12시간 정도 살짝 말린 ‘피데기’나 할 것 없이 살이 도톰하여 씹는 맛부터 다르다.소비자들은 이제 오징어에서조차 ‘원조’와 ‘짝퉁’의 구별에 신경써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판장에서 만난 정건웅(65) 수협조합장의 말.“뻣뻣하게 바짝 말린 놈은 맛이 덜해요.수분이 살짝 남아있는 놈을 굽지 않고 그대로 먹어야 제맛이지요.”개인별 식성에 따라 다르겠지만,표면에 허연 분가루처럼 타우린이 묻어나는 오징어를 ‘진짜’로 아는 일반 상식도 실인 즉 오해다.밝으면서도 붉은빛 도는 선명한 색깔에다 도톰하게 살집이 씹히는 오징어가 상품이다.보기좋은 게 먹기도 좋다고 오징어도 잘 생긴 놈을 고를 일이다. 날씨가 좋으면 오징어값이 되레 비싸진다.좋은 날씨에는 비용이 거의 안드는 자연건조를 하지만 궂은 날에는 인공건조를 해야 하기 때문.그러나 완벽한 자연건조는 드물다.자연건조로 물이 60∼70%쯤 빠지면 공장으로 옮겨 인공건조 과정을 거쳐 상품을 완성하기 때문이다.물론 추석 이후의 가을에는 햇볕에 말리는 자연건조가 주종을 이룬다.옛날에는 연탄불로도 건조시켰으며,가스불로 건조시킨 오징어에서는 ‘싸한’ 가스맛이 배어나곤 했다.울릉도 오징어 중에서도 해변 몽돌밭에 빨래처럼 널어서 태양 반사열로 말리는 ‘태하동오징어’가 압권인데,진품 만나기가 쉽지 않아 필자도 먹어 보지 못했다. ●오징어 흉년이면 섬 전체가 보릿고개 늦여름부터 가을을 넘길 동안 저녁마다 강렬한 불빛으로 바다의 축제를 여는 오징어잡이 풍경은 동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 모습이지만,울릉도는 원산지답게 오징어를 빼면 삶 자체가 아예 설명이 되지 않는다.오징어 흉년이면 섬 전체가 보릿고개고,오징어 풍년이면 섬 전체가 흥청거린다.제 철이면 오징어잡이 배가 저동항 바로 앞의 죽도에서 독도 방향으로 까마득히 늘어서 ‘바다의 도시’를 보는 듯하다.오징어는 대화퇴에서 내려오는 회유성으로 독도 근해가 주산지다.육지와 제일 가까운 대풍령 앞바다에서 두지봉 위까지 가서 잡다가 비잉∼ 돌아서 가두봉까지 오면 떨어져 나간다.육지 내륙으로 빠지면서 멀리 부산 기장 쪽으로 내려가 대마도 근해로 나가기도 한다.울릉도를 빠져나간 오징어는 점차 맛이 없어지다가 일년생답게 종내는 살이 없는 ‘거풀오징어’가 되고 만다. 오징어잡이 역사는 100년 안팎으로 그리 오래지 않다.오래 전에도 오징어를 잡았겠지만 상업성을 갖춘 오징어잡이 역사는 한 세기를 넘지 못한다.30여년 전,오징어가 지천일 때는 대나무에 낚시를 매달아 찍어올리는 이른바 ‘찍낚시’로 아예 오징어를 퍼담았다.이런 때는 바다가 눈밭처럼 희게 빛났다.믿기지 않겠지만 심지어는 낚시가 내려가지 않을 정도로 많았던 적도 있다고 나이 든 어민들은 추억한다. 뗏목처럼 생긴 ‘테우’에서 잡다가 2∼3인이 타는 ‘강꼬’배를 거쳐,나중에 채낚기배로 귀착되었다.처음에는 나무물레를 돌리는 물레치기로 잡았으나 지금은 자동조절기가 등장했다.20여명분의 일을 기계가 하게 되면서 노동력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어로기술 명칭에 일본어가 많은 것은 이들 어법이 일본영향권에 있음을 방증한다.가장 보편적이었던 ‘돔보어법’도 오키제도에서 들여왔다.독도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는 오키 어민들은 일제시대에 울릉도에 집단촌을 형성해 살았으니,‘게다’짝을 따닥거리며 저동항을 오갔던 바로 그들이다. ●오징어는 다리가 없다? 오징어는 불빛을 좋아하는 추향성,동시에 전진과 후퇴만 아는 직진성 어류다.그래서 오징어 채낚에는 미끼가 필요없다.불만 보면 미끼인 줄 알고 직진해 달려든다. ‘살아있는 로켓’인지라 빨아들인 물을 뿜어내면서 그 추진력으로 전진과 후퇴를 거듭한다.집어등은 애초에 석유호롱불을 쓰다가 카바이드,휘발유 등을, 요즘에는 전깃불로 변모를 거듭했다.배에서 모터를 돌려 발광하는 오징어 집어등 불빛은 화상을 입힐 만큼 고온이다.그래서 밀짚모자를 쓰고 어로작업을 하는 등 차광장치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중개인으로 일해온 성학주(73)씨에게 ‘오징어론’을 청했다.대개 잘못 아는 상식 중의 하나가 부위별 명칭이다.오징어는 팔다리가 머리에 달려있는 두족류다.오징어에 다리는 없으며,엄밀하게 팔다리가 맞다.팔다리 10개 중에서 유달리 긴 2개는 먹이를 잡거나 교미할 때,나머지 8개는 먹이를 먹을 때 쓰인다.머리라고 부르는 삼각형 부위는 지느러미다.흔히 ‘오징어 불알’이라 부르는 부위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주둥이며,사람처럼 한쌍의 눈알도 갖고 있다. 오징어는 난류성이지만 바닷물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사라진다.오징어가 대거 이동해 서해안 태안반도 안흥항이 파시처럼 오징어판이 되기도 했는데,취재에 동행한 수산과학원 이윤 연구관(해양생물학)의 생각은 조심스럽다.“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계통이 다소 다른 오징어로 볼 수 있지요.같은 황인종이라도 일본인,한국인,중국인이 다르듯이 말입니다.” ●울릉도 오징어요리 세계화했으면 울릉도 주민들은 역경의 삶을 헤쳐나가면서 우리가 즐겨 먹는 오징어살보다는 그 부산물인 내장을 더 품격있는 요리로 개발해 냈다.흰창자로 끓인 내장탕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소금에 절여서 배추시래기와 함께 끓여내는 노란창자찌개는 8월의 ‘울릉도 오징어축제’ 때 최고 인기음식이다. 여기에 감자와 옥수수밥을 올리면 전형적인 울릉도식 접대 방식이 된다.10월이 넘어 찬바람이 돌면 기름진 노란창자를 된장에 졸여 쌈장도 만든다.오징어내장과 먹물로 만든 순대는 서울식과 전혀 다르다.이렇듯 오징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오징어 먹물요리를 가지고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키워낸 이탈리아 사람들의 역량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데,왜 우리는 아직도 울릉도 사람들의 이 뛰어난 요리를 세계인의 식탁으로 이끌어내지 못할까!
  • [메트로 탐방] 한마디-나옥주 서장

    [메트로 탐방] 한마디-나옥주 서장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치안행정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수원남부경찰서 나옥주(52)서장은 “유치인들의 인권은 물론 자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인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경찰서 유치장을 인권 사각지대로 인식하고 있다.”며 “유치인을 상대로 도인(導引)체조를 실시한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경찰서 가운데 유일하게 도입한 도인체조는 매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가량 실시된다.유치인 30∼40명이 참여해 체력보강운동과 명상의 시간,인성교육 순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유치인들은 죄의식이 없거나 자신의 처지에 큰 불만을 갖고 있어 자해나 자살 등 불상사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수사1계 김성환 경위의 지도아래 실시되는 도인체조를 통해 유치인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경찰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는 등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 이곳을 거쳐간 한 조직 폭력배 두목이 “이런 경험은 처음이며 인성교육을 할 때는 한없이 눈물이 나왔다.”면서 조직에서 손을 떼겠다고 다짐하는 등 범죄인들의 교화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유치인들의 복장도 개선했다. 피의자들이 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갈 때는 포승줄이 드러나지 않도록 상의를 걸치고 흰 고무신 대신 자신의 신발을 신도록 배려해 주고 있는 것이다. 나 서장은 “법원 주차장에서 실질심사장까지 50m를 포승줄에 묶여 고무신을 신고 걸어가면 누구나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며 “경찰의 작은 배려가 유치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달간 실질심사를 받은 유치인 137명 중 114명(83.2%)이 개선 방법이 좋다고 응답했으며,특히 여성의 경우 응답자 전원(13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올 상반기 혁신평가,음주운전 단속,사이버범죄수사실적,상반기 마약사범 검거실적 등 4개 분야에서 도내 1위를 기록하는 등 능동적인 치안활동을 전개해 7명의 특진자를 양산했다. 1982년 간부 30기로 경찰에 입문한 나 서장은 전북 순창서장,부산청 생활안전과장,경기청 교통과장 등을 거쳤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36년 ‘날씨 인생’ 마감하는 안명환 기상청장

    36년 ‘날씨 인생’ 마감하는 안명환 기상청장

    “아내가 하루는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결혼을 앞둔 이웃집 딸이 택일을 하려는데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좀 골라달라고요.그때처럼 고민했던 적이 없습니다.” 안명환(安明煥·59) 기상청장이 1일 36년 ‘날씨 인생’을 마감한다.그는 9급 출신으로 조직의 총수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1968년 강릉측후소에 들어간 뒤 강릉기상대장과 기상청 예보관리과장,기후국장,강릉지방기상청장을 거쳐 2000년 기상청장에 오른 대표적인 ‘기상청 사람’이다. 아내와의 일화를 꺼낸 안 청장에게 “그래서 날짜를 잡아주었느냐.”고 되물었다.그는 “할 수 없이 1개월,3개월 예보를 토대로 과거 기후 기록을 참고하면서 마땅한 날을 골라 적어주었다.”면서 “그랬더니 아내는 남편이 기상청 다니는 보람을 비로소 느낀다는 듯 어린애 같이 좋아하면서 으쓱대더라.”면서 웃었다. 안 청장은 기상관측분야와 예보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우리나라의 지형특성 등을 고려한 국지예보 기술을 터득해 후배들에게 전수한 것을 지금도 보람으로 생각한다.그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직장을 퇴직하면서도 “1441년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만든 우리 선조들의 기상기술에 대한 예지를 전승한다면 3년 안에 세계 10대 기상강국 진입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측후소 깃발 보며 자란 어린시절 194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안 청장은 집 근처에 있던 강릉측후소를 보며 ‘기상 맨’의 꿈을 키웠다.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측후소에서 큰 깃발을 내걸어 날씨를 알리곤 했다고 한다.흰 깃발은 맑음,파란 깃발은 비,빨간 깃발은 바람 하는 식이었다.그는 늘 깃발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기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64년 강릉상고를 졸업하고 관동대 성문학과(성경을 해석하는 학문)에 입학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1학기만에 그만두고 공군에 입대했다.부모님의 포목점 사업이 기울어 도저히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입대 이후 기상전대에서 기상전문을 받는 통신기기를 담당한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 강릉측후소에서 처음 맡은 일은 기상 관측이었다.지금은 거의 자동화됐지만 당시에는 기온,강우량,땅의 온도,증발량,기압,풍속 등 수십가지 사항을 직접 밖에 나가서 체크했다.매시간 보내는 기상 전문이 늦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꿈꾸던 일을 하게 된 보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979년 5급 사무관이 된 뒤 시작한 예보 업무는 관측과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전국의 관측소에서 속속 도착하는 기상 전문을 읽고 해석해 예측을 해야 하는 일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기상예보는 어디까지나 ‘예보’인 탓에 완벽할 수 없는 법.지금은 예보적중률이 85%에 이르지만 당시에는 보잘것없을 만큼 낮았다.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면 그냥 나가고 ‘맑겠다.’고 하면 우산 들고 나간다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였다.자신의 예보 한줄에 수많은 시민들이 웃고 웃으니 긴장과 부담은 오죽했을까.예보가 틀렸다고 원성도 많이 들었다. “해상에 폭풍주의보를 내리면 어선이 출항을 못합니다.주의보를 내렸는데 바다가 잔잔하다며 생업을 망쳤다는 어민들의 전화를 받으면 종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일기예보 때문에 애들 소풍을 망쳤다는 항의전화는 애교죠.” 서슬퍼렇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심각한’ 일도 있었다. “강릉기상대에 근무할 때 춘천에서 전국체전 개막식을 했습니다.맑겠다고 예보했는데 비가 왔지요.예보관인 저보다 장관과 청장이 두루 질책을 당했으니 마음 고생이 심했지요.” 그러면서도 안 청장은 “어쩌겠습니까.저는 한결같이 그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예보할 뿐,그 이상에 욕심을 낸 적은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 청장은 사무관이 된 이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대입자격고사를 거쳐 1986년 강릉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마흔줄에 대입자격고사를 보러 시험장에 들어서는데 경찰이 ‘학부모는 들어갈 수 없다.’며 막아서기도 했다.2003년에는 조선대에서 대기과학 전공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지방 ‘깡촌’에서 시작한 9급 공무원에게 열정과 성실함 빼고 무엇이 힘을 줄 수 있었겠습니까.어디든 있는 곳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루사는 가장 가슴아픈 기억 지난 2002년 강원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 ‘루사’는 가장 가슴아픈 기억을 남겼다.기상청의 수장으로 고향인 강릉이 온통 물바다가 된 그 날은 그동안 근무한 30년이 넘는 시간보다 더욱 길게 느껴졌다. 기상청장 취임 3년 9개월 만에 물러나는 안 청장은 “취임때부터 물러나는 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30일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한 그는 “후진을 위해 좋은 모습으로 용기있게 물러나게 돼서 뿌듯하다.”고 감회를 피력했다.평생 몸담은 직장을 떠나는 마음에는 물론 한조각 아쉬움이 묻어난다. 현재 강릉대 대기환경학과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안 청장은 앞으로 강의와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다.박봉에 잦은 지방근무로 적금을 한번도 만기에 타본 적이 없을 만큼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아내의 살뜰한 내조가 안 청장에게 큰 힘이 됐다. 이번 추석에도 일본에 상륙한 태풍 ‘메아리’가 염려돼 고향에도 가지 못했다는 안 청장은 마지막으로 “기상에 투자하면 그 투자 20배의 이득이 있다.”면서 “올해로 꼭 100년을 맞은 기상 업무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 1968년 강릉측후소 근무 ▲ 1986년 강릉지방기상청 예보과장 ▲ 1995년 녹조근정 훈장 ▲ 1996년 기상청 예보국 예보관리과장 ▲ 1997년 강릉지방기상청장 ▲ 2000년 기상청 기후국장 ▲ 2000년 12월 기상청장 취임 ▲ 2001년 WMO 한국상임대표 ▲ 2001년 강릉대 대기환경과학과 겸임교수 ▲ 2002년 황조근정 훈장 ▲ 2002년 강릉대 명예 이학박사 ▲ 2003년 조선대학교 석사(대기과학 전공)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3) 물질로 기른 탐라여성의 강인한 힘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3) 물질로 기른 탐라여성의 강인한 힘

    ‘해녀’가 아니라 ‘잠수(潛嫂)’다.단일 마을로는 이 잠수가 가장 많아 108명에 이르는 서귀포 법환리의 조계화(65) 잠수회장은 “어릴 적에도 해녀보다는 잠수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고 증언한다.더러 ‘잠녀’라는 말도 쓰지만 잠수가 본딧말.일본에서 건너온 ‘해녀’라는 용어가 지배하고 있으나,‘확실히’ 잠수가 맞다.왜 그런가. 문헌을 살피면 ‘나잠(裸潛)’이라는 말이 보인다.나잠은 남녀를 포함한다.여성 전업은 아니어서 남자들도 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가거도 같은 오지에도 남자 잠수가 많았으며,요마적에는 동해안에도 남자 잠수가 늘고 있다.이런 사정인데도 근래 ‘해녀’라는 말이 두루 쓰인다.하지만 역사적으로 해남(海男)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해녀가 모든 잠수의 대표 명칭은 될 수 없다.교과서부터 고칠 일이다. 천대받던 잠수가 ‘뜨고’ 있다.공민왕 시절 최영 장군이 몽골의 묵호들을 토벌한 마지막 격전지 법환리를 찾아드니 문화관광부에서 아예 역사문화마을로 지정했다는 입간판까지 서있다.지난 여름에는 이곳에서 잠수축제도 열렸다.그러나 잠수로 먹고 살려는 이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어리석게도 ‘잠녀잡녀(潛女雜女)’라고 경멸했던 전근대적 풍조가 잔존하는 데다 같은 제주도에서도 반가(班家)를 표방하는 이들은 물일을 피했다.험한 물일을 하지만 잠수하는 이들도 여자다.늘상 소금물에 몸을 담그니 아무리 가꾼들 피부가 어찌 거칠지 않으랴.요즈음 젊은 여성에게 매일 소금물에 몸을 담그라면,아마 억만금을 줘도 못할 일이리라. ●우는 아기 구덕에 실어두고 바다로 조선 정종 때 신광수(申光洙)는 석북집(石北集)에서 이 잠수의 광경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했다.“일시에 긴 파람으로 숨을 토해내니,그 소리 비장하게 움직여서 수궁 깊이 스민다.”잠수의 한이 가히 용궁까지 미칠 듯하다.풍덩풍덩 물로 뛰어드는 모습이 마치 필사의 돌격대같다.숨쉬러 올라오면서 고요했던 바다는 갑자기 숨비소리로 충만해진다.매서운 엄동설한에도 우는 애기를 애기구덕에 실어두고 한숨 들이마신 뒤 뛰어드는 바다물질. 세종조 때 기건(奇虔) 목사가 눈보라가 하늬바람에 얹혀 매섭게 휘몰아치던 날,순력에 나섰다.그런데 엄동설한에 발가벗은 여인들이 무리지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목사는 질려버렸고,그로부터 염치지심(廉恥之心)이 용납하지 않아 그네들 손으로 잡아올리는 전복이나 소라 따위를 일절 먹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세월은 바뀌었지만,지금도 전복 따위를 먹을 때는 한번쯤 잠수들을 떠올려 볼 일이다. 법환리에서도 예전에는 16∼17세가 되면 물질에 나섰다.꼬마들은 연습삼아서 얕은 ‘갓’(물가)에서 보말을 잡거나 우뭇가사리를 뜯었다.같이 배운 물질이지만 능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헤엄 잘치고,채취 잘하고,신체 건장한 여자를 ‘상군’이라고 하고 그 밑으로 ‘중군’과 ‘하군’이 층을 이루고 있다.상군과 하군의 격차는 생각보다 커서 ‘내려갈 땐 한빗,올라올 땐 천칭만칭 구만칭’이란 속담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범섬 주변은 배를 타고 나가 물질을 하고,‘갓’에서는 헤엄치면서 채취한다.주로 전복 소라 오분재기 보말 성게 해삼 톳 감태 갈래곰보 우뭇가사리 등을 채취하는데,역시나 해중 보물은 전복.봄이 오면 해경(解警),혹은 허채(許採)라 하여 금지했던 작업이 일제히 풀린다.미역은 2∼3월에 베어내며,봄철이 지나면 녹음이 짙어 뻣뻣해지므로 식용이 불가능하다.감태는 여름철에 종괴호미로 베어내 거름으로 쓰는데,이 거름을 한번 뿌리면 삼 년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땅이 걸어진다. ●백화현상으로 해초 사라져 환경이 변하면서 전복은 눈을 씻어도 찾아보기 어렵다.소라도 수십 년을 살아 날카로운 돌기가 떨어져 나간 탓에 ‘둥구쟁이’라고 불리는 놈들은 찾아볼 수 없다.5년여 전부터 이 바다에도 백화현상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해초들도 대거 사라지고 말았다.바다가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갯녹음’이 시작된 것이다. 잠수들은 한달에 10∼12일 정도 물질을 나간다.물질은 물때에 맞춰 시작되는데,법환리 속담에 ‘물싼때랑 나비잠자당 물들어사 돔바리 잡나’란 말이 있다.썰물때는 그럭저럭 지내다가 밀물에 바다에 뛰어들어 일을 한다는 뜻이다.특히나 물이 움직이지 않는 한조금날에는 물질을 피한다.여기에다 파도까지 치면 더욱 힘들다.보통 2m의 파도라도 이런 날에는 2배 즉,수심 4m까지 영향이 미친다.너울이 심하면 전복이 눈앞에 있어도 울렁거려서 잡을 수가 없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잠수병.머리가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뇌신이나 감기약 같은 것을 무턱대고 먹는다.잠수 복지정책이라며 이곳 종합병원에서 특수진료를 시작했지만 언감생심 완치는 꿈도 못꾼다.이들에게 연간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천차만별이지요.수 천만원에서 수 백만원,지금도 상군 잠수가 일본에 나가서 석달만 뛰면 1000만원은 거뜬하지요.”라고 말한다.그야말로 ‘언더우먼’이다.가사노동에다 물질까지 해서 어렵사리 번 돈으로 밭도 사고 자녀들 대학까지 공부도 시킨다.이곳에서 자란 저명인사 중 잠수 어머니의 손길로 키워낸 사람들이 많다.김계담 서귀포문화원장이 농담삼아 거든다.“그 뿐인가.남편 술값도 보태지.” 70년대부터 잠수복 다운 잠수복이 나왔지 그 전에는 추운 겨울에도 반나체로 바다에 들었다.작가 현기영은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에서,‘해촌의 포작진상은 수량이 월등히 많아 일년 열두달 바닷속 열명길을 들락날락 자멱질하여야 했다.노적가리만큼 큼직큼직한 진상꾸러미를 만들어 전복·미역·청각·우뭇가사리·산호·대모 외에 해중 귀물인 진주와 앵무조개 진상은 나중에 면제되었지만 그 대신 전복의 수량이 엄청 불어났으니 포작인의 고역은 말이 아니었다.남정네 근력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마누라와 딸자식까지 벌거벗겨 물질을 시키건만….’이라며 옛적 잠수 수탈의 역사를 고발하고 있다. ●中·러·日로 원정 잠수도 이들의 행동반경이 제주 바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부산 울릉도 독도 흑산도 등지로 나가는 이가 많았고,심지어는 중국이나 러시아,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역으로까지 ‘출가’하였다.봄이면 객지로 떠나 반년 여를 물질만 하다가 가을이면 돌아오는 원정잠수도 있었다.심지어 며칠씩 배를 저어 중국 칭다오(靑島)나 다롄(大連)까지 진출하기도 했다.현지에서는 이들에 대한 착취가 비일비재해 ‘부산 영도 일대에서 (제주 잠수가)짓밟혔다.’는 일제시대의 신문기사가 이를 잘 말해 준다.심지어 선금을 제대로 못갚으면 현지에서 볼모로 잡혀 불귀의 객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한 끼 밥값이라도 아끼기 위해 좁쌀 따위의 양곡을 갖고 다녔으며,근검절약으로 돈을 모았다.아기엄마들은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면서 물질을 다녔다.우도의 신화적인 잠수였던 조완아는 황해도로 물질 나갔다가 뱃전에서 아기를 낳았다.배에서 낳은 배선이,항에서 낳은 축항동이,길에서 낳은 길동이 등 자녀들의 이름을 보면 만삭의 잠수들이 출산 직전까지 물질을 했음을 알 수 있다.그 애환을 지금의 우리가 어찌 다 알 것인가. ●‘바다가 집이요,배 밑창이 칠성판’ 물질은 헤엄쳐 나가서 행하는 갓물질,15∼20명쯤이 함께 배를 타고 나가서 치르는 뱃물질이 있다.가까운 ‘앞바르’를 벗어나 외국까지 가서 오로지 배에서 먹고자면서 떠도는 ‘난바르’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바다가 집이요,배 밑창이 칠성판’이란 노래가 실감난다.용궁을 다녀온 우도 만행이할머니의 전설같은 실화는 죽음이 늘 이들 곁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사례다.그렇게 억척같이 돈을 모아 살림을 키웠으니 ‘위대한 어머니,장한 딸’이 아닐 수 없다. 그녀들은 독립운동사에서도 혁혁한 기록을 남겼다.이야기는 일제시대로 올라간다.잠수들의 권익옹호라는 미명 아래 어업조합이 발족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조합장을 도사(島司)가 겸임한 탓에 제주도내에서 잠수의 권익은 애당초 고려되지 않았다.1931년,구좌면 일대 잠수들이 9개 조항의 진정서를 도사에게 제출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이들의 불만은 1932년 1월24일 세화리 잠수사건으로 폭발하고 만다.하도리의 부춘화(夫春花·당시 22세)라는 여성의 지휘 하에 1000여명이 세화리 주재소 앞에 모여든다. 당시 인구로 볼 때 1000명은 보통 숫자가 아니다.마침 도사가 이곳을 지나간다는 소식에 양손에 비창,호미 등을 들고,머리에 흰 물수건을 동여맨 채 행진가를 높게 부르면서 거리에 운집하였다.도로를 가로막고 항의를 시작하였으나 도사는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분노의 불길은 더욱 높아져 급기야 관용차를 대파했으며,결국 긴급 출동한 경찰과 충돌하기에 이른다. 그 장거(壯擧)는 지금까지 잠수의 역사로 길이 남았거니와 당시에 불려지던 노래말을 들어 보자.‘우리들은 제주도의 가엾은 잠녀/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추운날 무더운날 비가 오는날/저 바다 물결 위에 시달리는 몸/아침 일찍 집을 떠나 어두우면 돌아와/어린 아기 젖멕이멍 저녁밥 진자/하루종일 해봤으나 번 것이 없어/살자하니 한숨으로 잠못이룬다.’ 노령의 잠수들은 지금도 이 노래를 기억한다.제주 여성의 강인한 힘은 이같은 고통의 산물이리라.최대 20여m 이상의 물속을 헤집는 잠수들의 노역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니,오죽하면 미국무부에서 심해 공사와 해군력 증강을 위해 제주잠수들을 연구하기까지 했을까.잠수를 말하지 않고는 제주바다의 삶에 관한 논의는 애당초 불가능하다.제주민의 바다삶에서 잠수는 알파요,오메가이기 때문이다.
  • 8번째시집 ‘너에게 가려고‘ 펴낸 시인 안도현

    8번째시집 ‘너에게 가려고‘ 펴낸 시인 안도현

    바람결 소슬해질 무렵 아랫목의 이미지로 찾아오는 시인 안도현(43)이 여덟번째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창비 펴냄)를 펴냈다. 2001년 시집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이후 3년 만이다.일상에 침잠해 굳은 살이 돼버린 삶의 비의(意)를 진한 서정으로 들추는 시쓰기는 그대로인 듯하다.자연과 사물에 인생의 이치를 대입해 어떤 직설보다도 따갑게 메시지를 내다꽂는 화법도 여전하다.애독자라면 그 점,오히려 반가울 것이다. 황동규 시인은 “세계와 자신을 가능한 한 밀착시키려는 의지가 있는 시인”이라고 안씨의 시세계를 압축한다.시에다 삶을 밀착시키고 삶에다 시를 밀착시키는 안도현 스타일이 이번에는 ‘관계’에 대한 탐색으로 운을 뗀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로 시작되는 첫번째 시 ‘간격’은 “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고 마침표를 찍는다. ‘간격’이란 시어로 은유된 ‘관계’는 곧 사람살이의 핵심인 셈이다.그리고 다음 순간 ‘관계’는 곧 사랑의 개념으로 치환된다. 시인이 말하는 순정한 사랑은 “외롭다든지 사랑한다든지 입밖에 꺼내지 않고” 타인에게 “귀를 맡겨두는 것”(‘여치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물방울을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토란잎의 속성에 사랑의 본질을 빗댄다.“빗소리만큼만 살고/빗소리만큼만 사랑하는 게다/사랑하기 때문에 끝내/차지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거다”(‘토란잎’) 욕심껏 다 갖지 못해도 흐뭇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문득 일깨우기도 한다.“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나무는 사랑하면 그냥,/옆모습만 보여준다”(‘옆모습’)시인 권혁웅이 해설문에서 “그의 시에서 삶과 사랑은 유의어(類義語)”라고 짚어낸 그대로다. 시적 성찰의 행간행간에다 빼어난 서정의 풍경화를 오버랩시키는 장기는 거의 모든 시들에서 엿보인다.자연의 소리를 나꿔채는 귀,사물의 상징을 포착하는 눈이 바쁠 수밖에.4부로 엮인 시집에서 특히 1부는 시청각을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는”(‘봄날은 간다’) 봄에서부터 “눈보라의 긴 꼬리가 세상 속에다 구멍을 내는”(‘곰장어 굽는 저녁’) 겨울로 시간을 옮겨가며 감수성을 자극한다.이때 동원되는 소재는 나무,새,빈 집 등 시인이 사는 농촌의 흔한 물상들이다. 시가 언어의 단순기교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고민임을 역설하는 작품이 많다.떠나고 없는 아버지,어머니를 추억하는 구체적인 시어들은 명치를 꾹 누르며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그해 여름 수박밭에다 수박을 심어놓고 첫물을 한번 따지도 못하고 돌아가신”(‘붉은 달’) 아버지는,“누군가 사랑하며 떨며 울며 해찰하며 놀다가도록 내버려둘 뿐”(‘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인 나무 그늘이었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빈둥거리며,징징거리며,히득히득 웃으며 읽어달라.”고 부탁했다.그런데,빈말인 것 같다.생의 무게가 완강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결혼이야기]강창훈(32·사계절출판사 기획편집부)· 한덕화(31·동시통역사)

    [결혼이야기]강창훈(32·사계절출판사 기획편집부)· 한덕화(31·동시통역사)

    1999년 여름 신촌.대학원 동기와 소주 다섯 병째를 들이붓고 있을 무렵,옆에 있던 내 동기의 애인은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러고는 잠시 후,흐릿하게 눈을 떠보니,그녀의 고교 동창생이 앉아 있었다. ‘아담한 키에 귀여운 얼굴….’ ‘흰 원피스에 남색 물방울무늬‘.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다시 한번 얼굴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을 때,그녀는 약간은 상기된 웃음을 지으며 다 식어빠진 김치찌개와 파전을 반찬삼아 공기밥을 먹고 있었다.그날 밤의 기억은 이게 전부다. 2주가 흐른 후 일요일 오전,갑자기 그때 본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다.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만날 수 있을까요?” 잉? 갑자기 웬 단도직입? 중요한 순간에 이런 문어체적이고 어색한 표현이 내 입에서 튀어나오다니….그러나 잠시 후 “예!”라는 잠 덜 깬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 왔을 때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나중에 그녀를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우리가 신촌에서 처음 만난 날,그녀는 남색 투피스에 흰 꽃무늬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그리고 노래방에 가서 디제이덕의 ‘허리케인 박’을 불렀는데,나의 이 기막힌 노래 솜씨(?)에 그녀는 반했다고 한다.그녀도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서로의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81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는,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약혼을 했고,2001년 겨울 그녀가 파리 유학 중일 때는 잠시 그쪽으로 날아가 박신양과 김정은이 꽤나 폼나는 척하며 거닐던 파리 거리를 먼저 휩쓸기도 했다. 그러던 그녀가 나를 찼다.아무리 매달리고 애원해도 소용없었다.하지만 나는 그녀가 밉지 않았다.내가 미워서가 아니라,나를 자신의 고통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낭만의 투사 같은 이유였으니까.그로부터 나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2년이 흐른 올해 여름,새벽 늦은 컴퓨터에 메신저가 떴다.우리는 다시 만났다.헤어져 있던 세월에 대해서 우리는 서로 설명하지 않았다.다만 이제는 두 번 다시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덕화야,우리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 [나눔 세상] “봉사활동엔 정년 없어요”

    [나눔 세상] “봉사활동엔 정년 없어요”

    “또 머리를 안 깎겠다고 할 거야? 오늘은 깎아야지!” 이번에는 유난히 간지럼을 많이 타는 뇌성마비 장애우 최모(49)씨다.이발사 할아버지는 조카를 타이르듯 머리를 어루만지며 혹시 상처라도 날까 조심스럽게 가위를 놀린다.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최씨의 머리를 내내 끌어안다시피하며 가까스로 이발을 마치자 할아버지는 “잘 참네 오늘은,수고했어.”라며 더 기뻐하는 눈치다. 10일 낮 서울 용산가족공원.40여대의 휠체어 사이를 오가며 흰 가운 차림의 세 할아버지가 바삐 손을 놀리고 있다.이날은 정재원(73)·신효철(79)·원종연(60)씨가 이발 봉사를 하는 날.장애우들은 ‘한마음 봉사회’의 도움으로 한달에 한차례 이곳으로 외출을 하여 머리를 깎는다. 그러나 세 할아버지가 찾는 곳은 이곳뿐이 아니다.이들은 일주일이면 4∼5일씩 복지관이나 노인정을 찾는다.서울과 경기 일대의 보호시설이나 중증장애인들을 찾아가 머리를 깎거나 목욕을 시켜주고 영정사진도 찍어준다. 이발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손이며 팔이 온통 머리카락 투성이다.바닥에 펼쳐놓은 가방에서 일일이 허리를 굽혀가며 가위며 빗을 집어 손을 놀리기에도 바쁘지만 장애우들이 나타나면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는다.순서를 기다리다 지친 장애우들은 생수를 먹여주며 달랜다. 한마음 봉사회 유재춘(47) 회장은 “보호를 받으셔야 할 연세에 오히려 봉사를 생활로 여기는 분들”이라면서 “누구보다 따뜻하게 장애우를 대해주니 머리를 깎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먼저 봉사를 시작한 정재원씨는 젊은 시절 책을 보면서 이발 기술을 익혔다.개성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군에 복무하면서 이발 기술이 크게 늘었고,1958년부터 3년 동안 동대문에서 한국이발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이때도 형편이 어려운 신문배달 소년 등에게 무료로 이발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이후 통관업체에서 일하다 1989년 정년퇴직한 뒤 본격적으로 이발 봉사에 뛰어들었다. 신효철씨는 1970년 중풍으로 쓰러지고 회복된 1981년 정씨를 처음 만났다.젊은 시절 이발관을 경영했던 신씨는 ‘힘이 더 떨어지면 이것도 못하겠다 싶어’ 어려운 사람을 돕기로 했다.방 두칸짜리 집의 방 한칸을 세주고 받는 한달 20만원이 유일한 수입이지만,그나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쪼개고 있다.정작 자신은 귀퉁이가 깨져나간 낡은 안경을 쓰고 있다. 자영업을 하던 원종연씨는 장충단공원에서 이발 봉사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기술을 배웠다.사업을 정리한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봉사에 나섰다. 세 사람이 만난 곳은 답십리성당.따로따로 봉사에 나서던 세 사람은 지난 1998년 모임을 만들었다.가정이나 작은 노인정을 방문할 때는 혼자서도 상관없지만 복지관이나 병원을 찾을 때는 손이 모자랐기 때문이다.지금도 봉사 대상 인원에 따라 셋이 가기도 하고 혼자 움직이기도 한다. 이들은 “이 나이에도 세상에 뭔가 베풀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입을 모으고 “서로 돕고 살면 세상은 훨씬 아름답다.”며 활짝 웃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 전북 부안과 전원시인 신석정

    [문학이 머문 풍경] 전북 부안과 전원시인 신석정

    “어머니,/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 다니는/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중략)” 한국 최초의 전원시인 신석정(辛夕汀·1907∼74). 시인은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기에 잃어버린 조국을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라는 시를 통해 간절히 찾아가고 싶은 이상향으로 노래했다.시작생활 50여년 동안 우리의 산과 자연 그 자체를 아름다운 시어로 승화시켜 여느 시인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인이 태어났던 전북 부안군은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 불릴 만큼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성하고 경관이 빼어난 지역이다.지평선까지 펼쳐지는 황금벌판,낙락장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등성이,일몰이 장관인 격포와 해창 앞바다…. 그가 목가시인,자연시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자양분은 곧 고향의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부안읍 선은리 ‘신석정 고택 청구원(靑丘園)’은 시인이 외로움 속에 첫시집 ‘촛불’과 두번째 시집 ‘슬픈 목가’를 펴낸 산실이다.1934년부터 전주로 이사했던 54년까지 20년 동안 시작활동을 했던 이곳은 당시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석정은 처녀시집 ‘촛불’을 펴내면서 “청구원 주변의 산과 구릉,멀리 서해의 간지러운 해풍이 볼을 문지르고 지날갈 때 얻은 꿈 조각들”이라고 전했다.청구원은 앞은 논과 밭들이 이어져 시원하게 툭 터져 있고 멀리 상소산이 보이는 정남향의 아담한 초가삼간이었다.마당이 넓어 시인이 직접 심고 가꾼 나무와 꽃들이 가득했다. 청구원에서 출생해 중학교 시절까지 이곳에서 자란 시인의 셋째아들 광연(68·전 동아일보기자)씨는 “아버님은 틈이 날 때마다 마을 뒷산에 올라 커다란 버드나무 밑에서 시상에 잠기셨다.”고 회고했다.또 집앞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상소산에서 멀리 서해로 이어지는 평야지대와 바다를 응시하며 시상을 떠올렸다고 전한다. 하지만 최근 찾은 청구원은 양옥집과 창고에 가려져 초라한 모습이었고,주변 경관도 완전히 변했다.그림처럼 아름답던 전형적인 시골마을은 4차선 도로건설과 주택개량사업으로 도시화되고 있다.지난 91년 시비가 세워진 변산면 해창 해변공원 앞바다는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새만금간척사업이 한창이다. 1907년 부안읍 동중리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집안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시인은 8살때 남의 빚보증을 잘못 서 가세가 크게 기울면서 인근 선은동으로 이사했다. 선은동은 석정이 꿈많은 소년시절을 보낸 곳이다.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우다 부안보통학교를 졸업하고,농사를 지으며 독학으로 문학의 길을 닦아갔다.18세이던 1924년 조선일보에 ‘기우는 해’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고향의 자연에서 얻은 시편들을 발표했다. 1930년 서울로 올라가 중앙불교전문강원(동국대 전신)에서 1년간 불전을 공부하면서 문예작품 회람지 원선(圓線)을 만들었다.1931년 시문학 3호에 ‘선물’을 발표하며 시문학 동인이 된 시인은 당시 시단의 거두였던 정지용,이광수,한용운,주요한,김기림 등의 문인을 만나게 된다. 그해 어머니 상을 당한 석정은 김기림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향,물려받은 가난과 싸우며 문학의 길을 계속 걸었다.낙향 3년 만에 조촐한 집을 장만해 청구원이라 이름 붙였다. ●시인은 키가 크고 술을 즐긴 멋쟁이 해방 이후 1947년에는 일제 말기 숨막혔던 상황속에서 악몽 같은 세월을 견디며 쓴 32편을 묶어 ‘슬픈 목가’를 펴냈다.이 무렵 석정은 김제 죽산중,부안중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72년 교직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왕성한 시작활동을 하다 고혈압으로 쓰러져 “내 무덤에 태산목을 심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홀연히 자연에 귀의했다. 허소라(68·군산대 명예교수)씨는 “고인은 키가 훤칠하고 이국적인 얼굴에 마도로스 파이프를 물고 술을 즐겼던 멋쟁이였다.”면서 “목가시인이기 전에 항상 역사의 현장에 입회인이 되고자 했던 올곧은 선비였다.”고 말했다. 석정 작고 10주기인 1984년 후학들이 ‘석정문학회’를 결성해 동인지를 발행하고 있다.올해는 시인 작고 30주기를 맞아 추모문학제가 열렸다.지난 3일부터 오늘까지 시인의 친필 시화와 서예,유품,유영이 전시되고 시세계를 재조명하는 문학특강과 세미나가 개최됐다.청구원과 해창시비를 순회하는 문학기행 행사도 가졌다.30주기 추모 기념우표도 발행됐다.같은 시기에 부안문화원에서는 ‘석정 변산시인학교’와 기념백일장,석정시 낭송회,추모 문학강연이 열려 그를 추모했다. 부안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열대천국으로 허니문-몰디브

    열대천국으로 허니문-몰디브

    ‘그래도 몰디브다.’ 지상낙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여행지는 많다.하지만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비부부들이 첫번째로 꼽은 신혼여행지는 올해도 몰디브다. 직항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행시간만 해도 무려 10시간.가깝지도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이곳이 1위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쭙잖은 형용사로 표현하면 누가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서일까.리조트가 개발돼 있는 88개의 섬 어느 한곳을 가더라도 모든 것이 충족되기 때문일까.어쩌면 매년 조금씩 가라앉기에,그래서 언제 우리곁에서 사라질 지 모르는 조급함을 갖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답을 원한다면 떠나자.첫 여행 떠날 때보다 더 가슴 설레는 신혼여행.몰디브에서 영원보다 더 오래가는 추억을 만들어 보자. 글 여행칼럼리스트 이태훈 where70@empal.com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진짜 에메랄드도 부끄러워질 만큼 아름다운 바다 빛은 그저 하늘과 한몸이다.여기에 더운 나라에 내린 눈처럼 느껴지는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몰디브는 그림이다. 몰디브 수도인 말레 공항에 내리는 순간 떠나온 곳을 잊는다.‘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찬사가 흔해 빠진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그리고 마치 이 낙원의 원주민이 된 환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다면 그게 바로 천국 아닐까.리조트로 가는 보트에서 바라본 바다는 감탄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리조트에 짐을 풀자마자 다시 바다에 이끌려 나왔다.커다란 산호환초와 야자숲이 섬들의 주위를 감싸고 있어 몰디브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아담과 이브가 되는 듯한 묘한 감성에 젖어들게 된다. 야자수로 장식된 섬들과 세월의 깊이를 알려주는 산호초 해변의 흰 모래톱,코발트 블루 환초에 둘러싸인 바다,바닥까지 보이는 깨끗한 바닷물,그리고 아름다운 산호군과 열대어….몰디브를 어찌 말로 표현할까. ●스쿠버 다이빙의 천국 경치만을 감상하는 것이 몰디브를 즐기는 전부가 아니다.몰디브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쿠버 다이빙코스.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정글트레킹,카누,보트타기 등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리조트마다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강습소가 있어 초보자라도 1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누구라도 쉽게 몰디브를 몸으로 한껏 즐길 수 있다. 무인도와 원주민을 찾아가는 섬 관광도 이곳의 매력.수상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고,도니 보트를 이용하는 하루 관광도 좋다.보트 곁을 힘차게 나는 날치떼들과 돌고래도 볼 수 있는 바다를 20∼30분 달리면 원주민 마을 힘마푸시 에들러,무인도 반도스를 다녀올 수 있다. ●세상을 잊게 하는 배낚시 리조트에서 보내는 시간뿐만 아니라 수도 말레 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황금돔의 회교 사원과 물리아제 대통령궁,술탄 국립 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가는 길에 토산품이나 목공예품을 사는 것도 이곳의 재미.‘물반 고기반’의 배낚시도 할 수 있다.배에서 방금 잡은 물고기를 5달러만 주면 리조트에서 회를 쳐준다.정말 말대로 ‘청정해’에서 잡은 생선회를 먹고 있으면 선계(仙界)인가,내가 신선인가 구분이 모호해진다. ■ 몰디브 공화국 지금도 가라앉는 섬나라 인도양의 푸른 바다 위에 솟아 있는 섬나라 몰디브.스리랑카의 서남쪽으로 675㎞ 떨어진,우리와는 꽤나 먼 곳이다.한해 10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몰디브는 총 1196개 섬 나라로 203개에만 주민이 살고 있다.그중 88개의 섬이 휴양지로 개발돼 있다.모든 섬들이 높이 1.5m를 넘지 않고 지금도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지난 1987년 몰디브 공화국은 스스로 ‘멸종 위기 국가’로 선언하기도 했다. ■꼭 가보세요 몰디브 5대 리조트 몰디브 여행은 리조트를 선택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 섬이 하나의 리조트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어느섬이나 각기 매력을 담고 있어 후회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리조트 5곳을 소개한다. ●새롭게 뜨고 있는 카누후라 선 리조트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조트가 바로 카누후라 선 리조트다.길이 1000m,너비 200m의 작은 섬에 자리잡은 리조트는 객실 규모 102개로 비교적 작은 곳.하지만 부대시설은 그 어떤 곳보다 완벽하다.서비스의 수준은 ‘유일’(One & Only)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또 아름다운 경치가 식도락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여러모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두 개 섬에 걸쳐 있는 그림,몰디브 힐튼 모든 리조트들이 서로가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바로 몰디브 힐튼이다.몰디브인들에게도 이곳은 꿈의 신혼여행지일 정도다.모든 객실이 부족함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수상빌라는 압권이다.몰디브에서 유일하게 랑갈리피놀루와 랑갈리,두개의 섬에 걸쳐 리조트가 형성돼 있는 것도 특징.서로 500m 떨어져 있는 두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최고의 스쿠버다이빙을 느낀다,선 아일랜드 리조트 선 아일랜드 리조트는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알려진 곳으로 그만큼 오래된 곳이다.그래서 때론 최신식 시설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실망하기도 한다.하지만 낡았다거나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수상스포츠 천국인 몰디브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또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 만큼 언어에 대한 부담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스파천국,포시즌 리조트 포시즌 리조트는 김지호·김호진 커플이 2002년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이후 더 잘 알려진 곳이다.38채의 워터방갈로 즉 물위에 떠 있는 단독수상빌라가 인기다.객실 바로 앞에서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비를 갖추면 바로 스노클링이 가능하다.무엇보다도 포시즌이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스파다.작은 배를 타고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섬에 스파만을 위한 시설이 따로 있다.스파실이 2인실로 돼 있어 커플들이 함께 즐기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워터방갈로 형태라 더욱 이색적이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반얀트리 몰디브 반얀트리 몰디브 리조트는 몰디브 중심에 위치한 바빈파루 섬에 자리잡고 있다.바핀파루섬은 ‘산호초로 둘러싸인 원형의 섬’이라는 뜻.말그대로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수많은 종류의 산호초를 즐길 수 있다.조가비의 나선모양이 묻어나는 독특한 디자인의 빌라가 몰디브의 멋진 풍광과 어울려 더욱 빛이 난다. ■사랑이 꽃피는 피지·타히티 ● 지상의 낙원 피지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 사이로 쉴 새 없이 파도가 춤을 춘다.작은 카메라 파인더로 본 피지의 하늘과 바다는 도저히 색깔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푸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치코머섬’은 피지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섬 중에 하나.특히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원형의 섬이다.한바퀴 도는데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조그만 섬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바다속으로 수도관이 연결돼 있어 다른 섬에 비해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다.또 모기가 없고 섬주변으로 아름다운 개별비치 방갈로가 있어서 신혼부부들에게 좋고 피지의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난디에서 배로 약 4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섬이다. ‘플랜테이션 아일랜드’는 아기자기한 산호로 유명하다.특히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마나섬보다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적기는 건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11월까지이며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3시간 빠르다. 여행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직항을 이용하면 4박5일 기준으로 1인당 180만원에서 200만원대. ●순수한 영혼들로 가득찬 타히티 프랑스 천재화가 폴 고갱이 한눈에 반해 버린 섬 타히티.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쉴 새 없이 부서지는 에메랄드 빛 파도와 오렌지색 햇살.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곳까지 열심히 노를 저어 가지만 수평선은 다시 멀어진다. 영혼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낼 수 있는 곳,타히티는 그런 곳이다.타히티에서 꼭 가보아한 하는 섬은 모레아섬과 보라보라섬이다. 특히 타히티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보라보라섬은 영국인들이 몇 년동안 돈을 모아 갈 정도로 인기있는 곳.아름다운 바다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은 신혼부부에겐 필수.또한 다양한 물고기들과 가끔 거북이,가오리,상어 등과 만나 같이 놀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주민어로 ‘노란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모레아섬은 밀가루처럼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이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다. 타히티는 한국보다 17시간 늦다.여행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패키지 요금이 1인당 300만원이 조금 넘는다.또한 일정을 7일에서 9일은 잡아야 한다. ■가볼만한 허니문 리조트 이제 리조트는 허니문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다.단순한 숙박의 개념을 넘어 둘만을 위한 최상급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이국적 풍광과 낭만적 무드의 객실은 기본이고,고급 와인과 스파,수상레포츠,선셋바비큐,이국의 전통쇼 등이 한껏 분위기를 띄운다.평생 잊을 수 없는 낭만의 추억을 만들 만한 해외 리조트들을 소개한다. ●클럽메드 발리,체러팅,푸켓,카니 세계적 리조트그룹인 클럽메드가 내세우는 모토는 “무엇이든 할 자유,아무것도 안할 자유”다.세계 36개국에 120여개 자연친화적인 빌리지를 운영중.그중 발리,체러팅,푸켓,카니가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클럽메드 발리는 MBC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발리의 손꼽히는 리조트 지역인 누사두아해변에 자리잡고 있다.클럽메드 빌리지 가운데서도 가장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진 목조양식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해변에서 윈드서핑과 스노클링,카약 등 해양스포츠는 물론,해질 무렵 연인과 함께하는 선셋크루즈가 인상적이다.번지바운스,공중그네타기,요가 등 육상스포츠도 즐길 수 있으며,골프장에서 무료 강습과 라운딩도 가능하다. 5박6일 패키지 9월 요금은 152만 2000원(일반형)부터 197만 6000원(슈퍼딜럭스)까지.10월엔 7만∼8만원 더 싸다. 클럽메드 체러팅은 말레이시아 반도의 동부해안에 있다.넓게 펼쳐진 해변과 울창한 밀림의 정글로 둘러싸인 리조트내엔 야생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을 만큼 자연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19일 이전 출발 요금(5박6일)은 110만 6000원(일반형)∼154만 8000원(슈퍼딜럭스).이후엔 6만∼7만원이 추가된다. 태국 안다만해 해변에 자리잡은 클럽메드 푸켓은 풍성한 먹을거리와 다양한 볼거리가 강점이다.모래가 눈처럼 흰 카타비치에서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9월 출발 요금(5박6일)은 142만 9000(일반형)∼193만 1000원.10월엔 6만∼12만원 저렴하다. 카니 리조트는 몰디브의 카니섬에 자리잡고 있다.46개의 수상방갈로를 포함한 209개 객실 모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갖추었다.수상비행기를 타고 이웃섬을 돌아보거나 참치 낚시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5박6일 기준 185만(일반형)∼250만원(슈퍼딜럭스). 문의 클럽메드 서울본사(02-3452-0123). ●PIC괌,푸켓 라구나비치,호주 코란코브 리조트 PIC괌은 PIC내 모든 시설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까지 포함한 럭셔리 허니문을 지향한다.신관 17층 이상에 위치한 로열클럽에 투숙하며 와인과 음료를 매일 서비스받고,70여가지의 레저스포츠 무료 이용 및 강습,매일 저녁 클럽메이트와 함께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해질녘 해변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선셋바비큐,이국적 전통춤을 감상하는 퍼시픽 팬터지쇼가 포함돼 있다.판매가격은 149만 9000원. 라구나 비치 리조트는 푸켓 방타오만의 열대호수와 안다만해 사이에 자리한 고품격 리조트.스포츠 전문 엔터테이너인 SRC가 상주하면서 무료 강습 및 이용을 도와준다.허니문커플을 위한 로맨틱 나이트프로그램,테마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매일 펼쳐진다.세계적인 스파 체인인 앙사나스파가 특히 인기다.3박5일 기준 139만원. 코란코브 리조트는 PIC의 자매 리조트이자 호주의 대표적 신혼여행 명소.호주 퀸즐랜드주 남동쪽 스트랏브로크 남섬 46만평의 대자연 위에 세워진 세계적 친환경 리조트다.까다로운 품질 인증 절차를 거친 최고급 쇠고기 및 신선한 유기농 야채와 과일로 만든 친환경적인 요리를 자랑한다.또 여러가지 유명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뷔페도 인기가 높다.4박6일 기준 199만원.문의 PIC코리아(02-739-2020).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 필리핀 열도 중간에 위치한 세계적 휴양지 세부섬에 있다.마닐라를 빼고는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 직항로가 개설돼 있는 곳이다.4시간30분 정도면 세부 막탄공항에 닿는다. 섬내의 많은 리조트중 플랜테이션베이가 풍광이나 시설,서비스면에서 단연 돋보인다.수천평에 달하는 바닷물 인공풀이 최대 자랑거리.풀 주변으로 스페인풍으로 지은 빌라형 객실들이 야자수 등 다양한 수종의 열대수들 사이로 자리잡고 있다. 필리핀항공(02-774-3581)과 세부퍼시픽에서 주 4회(수,목,토,일) 오후 9시30분 인천에서 세부까지 비행기를 띄운다.4시간30분 소요.필리핀 전문 여행사인 락소(777-7025)에서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 허니문 상품을 판매한다.129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신혼여행때 꼭 챙기세요 신혼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이다.사랑하는 이와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또는 사진 속에서 다양하게 변신하는 그대를 위해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듀오웨드의 임승희 웨딩매니저와 함께 신혼여행 사진 속의 예쁜 모습을 위해 준비했다.(유럽 배낭여행이 아닌,바다가 있는 휴양지 여행기준) ●모든 분위기에 딱,원피스 결혼했다고 안심하지 말자. 신혼여행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을 지키기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원피스.반짝이는 불빛 아래 분위기 있는 바에서,또는 호텔방에서 로맨틱한 무드를 잡을 때,푸른 바닷가를 거닐 때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요즘은 여름원피스를 살 수 없잖아.”라고 좌절한 그대,이곳을 들러보자.엠엔제이(summer-mj.co.kr),트래블메이트(www.travelmate.co.kr),스위티수영복(www.coolnsweet.com),티엔티몰(www.tntmall.co.kr) ●수영복은 2개 이상 어차피 해변용인데 뭐하러 2개씩이나? 신혼여행에서 수영복 사진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경험자만 안다.많은 사진 속에 같은 수영복을 입은 자신을 보며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인가.미리미리 준비하자. ●제대로 된 속옷 수줍은 신부,도발적인 섹시함 모두 좋다.이맘때쯤 많이 나오는 신혼부부용 커플제품으로 한 침대를 쓰게 된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을 듯. ●간편한 티셔츠와 반바지 여행에 적절한 차림.극기훈련 온 듯한 분위기의 박스 스타일이 아닌,화려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준비하자.그래야 사진이 잘 나온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공포… 전율‘ 러TV 인질극현장 테이프공개

    러시아 북오세티야 학교 체육관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인질범들이 찍은 비디오테이프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 NTV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겨우 87초밖에 안되는 매우 짧은 테이프였지만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는 충분했다.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인질 1000여명은 머리에 손을 얹고 체육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복면을 한 30여명의 인질범들이 건물 전체에 전선을 깔고 폭발물을 설치하는 모습을 공포에 떨며 쳐다보고 있었다.일부는 책을 부채삼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웃옷을 벗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으로 미뤄 인질극 초기의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사람들은 인질범들과 눈길이 마주칠까봐 눈을 똑바로 뜨지도 못했다.머리에 흰 물체를 얹고 복도에 서 있는 남자아이의 모습도 잠깐 비쳤다. 체육관 중앙과 양쪽 농구 골대 주위에는 축구공 크기의 폭발물이 설치됐고,골대들을 가로질러 연결된 전선 중간중간에 폭발물들이 매달려 있었다.체육관 양쪽 모퉁이에는 폭발물이 가득했다.검은 복면을 한 인질범 1명은 폭발물과 연결된 기폭장치가 설치된 듯한 책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체육관 나무 바닥 곳곳에 피가 고여 있었고,중앙에는 피를 흘리는 인질을 끌고 간 듯한 자국이 선명했다. 누군가 러시아어로 “아이들을 아직 이곳으로 데려오지 마.”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구석에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가린 여성 인질범이 권총을 들고 서 있었다.테이프는 러시아어가 아닌 다른 말로 휴대전화에 대고 통화하는 목소리를 끝으로 끝났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가을 탄다면 詩로 달래요

    가을 탄다면 詩로 달래요

    출판동네의 가을은 시향(詩香)으로 먼저 젖는가 보다.서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독자들도 금세 눈치를 챈다.속속 도착하는 신간을 보면 두 권에 한 권 꼴로 반가운 시인들의 시집이 눈에 들어온다.눈 밝은 시객들이,나남 없이 시심(詩心)에 젖기 좋은 가을 들머리를 틈봐왔음이다.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은 하종오(50) 시인이 그 대열의 선두다.‘보고 겪은 것의 실체’ 아닌 시가 어디 있을까마는,새 시집 ‘반대쪽 천국’(문학동네 펴냄)에는 체험에서 싹눈을 틔운 성찰의 메시지가 그득하다.서울과 강화도를 오가며 농사 짓는 시인에게는 농촌의 일상과 현실이 곧 성찰의 씨앗이 됐다. ‘저편 논에 물 대고 뺀 늙은 아비는/자전거 타고 도로 밑 터널을 지나/이편 논에 물 대고 빼러 다녔다/늙은 아비는 헤아릴 수 없었다/도로는 곡식 피해서 놓아야 하는데/왜 들을 가로질러 곧게 닦았는지//(…)//논 한가운데 모래자갈 철철 쏟아지고/한 배미였던 논을 두 동강내고 개통된/높다란 도로가 보이는 날이면/늙은 아비는 논길에 삽 내리꽂고는/아버지 무덤 있는 먼 산으로 눈길을 돌렸다’(‘국도’) 해거름에 흘레붙는 개들을 두고는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지 살자고 하는 짓’ 중)이라며 후덕한 입담으로 생명을 말한다.그렇게 세상살이의 옹이를 쓸어주는가 싶더니 어느결에 또 현실의 비의를 쓱 들춘다. ‘원래는 들과 산 자체가 밥그릇이었다/워낙 커서 사람들이 다툴 일이 없었다/(…)/날이 가면서 집 안에 들인 먹을거리보다/들판과 산기슭에 더 생겨나자/더 차지하려고 씩씩거리기 시작했다/(…)’(‘밥그릇 천국’ 중) 나희덕(38) 시인의 ‘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사 펴냄)은 다듬어진 종갓집 밥상처럼 넉넉하고도 정갈한 글맛을 선사한다.사라져간 것들,잊혀진 시간에 대한 윤회적 애상이 표제작에서부터 간곡하다.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수많은 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사라진 손바닥’) 순화된 시어와 탁월한 서정성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동백(49) 시인도 이 가을에야 비로소 첫 시집을 내놨다.문학동네에서 펴낸 ‘수평선에 입맞추다’.1996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한 지 8년만의 늦은 수확이다.추억과 욕망,구도자적 의지를 담은 시 52편이 실렸다. 1994년 초판 출간된 이후 꾸준히 독자층을 넓혀온 안도현(43) 시인의 대표작 ‘외롭고 높고 쓸쓸한’ ‘서울로 가는 전봉준’(문학동네 펴냄)도 개정판으로 선보여 반갑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풀하우스처럼 입어보자

    풀하우스처럼 입어보자

    행복이 가득한 집,‘풀하우스’에는 행복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이벌 관계의 팽팽한 신경전,사랑을 사이에 둔 남녀의 4각관계,그리고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극명하게 대립된 두 남자와 두 여자의 패션 대결까지.2일 종영되는 KBS드라마 ‘풀하우스’에는 흥미와 재미가 가득했다.여기에 드라마 후반으로 가면서 올 가을·겨울 패션을 미리 볼 수 있는 즐거움도 더했다. 4인 4색 스타일을 되짚어보자.드라마는 끝나도 스타일은 남기에. 남성패션을 장악한 메트로섹슈얼.미(美)를 추구하는 남성을 일컫는 이 단어,너무나 여성스러운 꽃분홍의 만남,과장된 꽃무늬 남방,가슴을 드러내는 ‘클리비지룩’ 등 이들은 메트로섹슈얼을 추상적으로 보여줬다.비와 김성수는 드라마를 통해 메트로섹슈얼의 패션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올 가을·겨울에도 활용할 만한 메트로섹슈얼의 두 가지 교과서다.비처럼 캐주얼하거나,김성수처럼 샤프하거나. ●숨겨놓은 뜨거운 감정을 패션으로 표현한 그,이영재=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배우.하지만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아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스타일.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리고 자존심이 센 성격이다. 비가 표현한 이영재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걸맞게 자유롭고,고급스러운 50년대 ‘돌체 비타(Dolce Vita) 룩’에 영향을 받았다.굵은 웨이브 헤어,A라인의 스커트와 원피스,부드러운 파스텔 색감,단정하면서도 캐주얼한 화이트 셔츠 등 절제된 여성미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둔 돌체 비타 룩을 남성 패션에 접목한 것. 자연스러운 웨이브,섬세한 무늬를 새겨넣은 티셔츠,깔끔한 디자인의 청바지에 악센트 색상으로 좋은 밝은 갈색 벨트까지,캐주얼한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게 정돈된 스타일을 보여준다.그동안 캐주얼 룩에서 흔히 보이던 아웃도어 느낌의 지퍼나 포켓 등에서는 힘을 빼고 라인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카고 바지나 탱크톱,티셔츠 차림에 가죽 재킷,허름한 빈티지 청 바지에 기본적인 디자인의 블루종 등 정장식 아이템과 ‘믹스 앤드 매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메트로섹슈얼의 패션 스타일에 탄력을 주는 것은 화려한 디자인,튀는 색상의 스니커스.화려한 스타일을 즐기는 매트로섹슈얼족을 위한 가을·겨울 트렌디 아이템으로 꼽힌다.각각 다른 색상과 소재를 매치한 디자인은 더욱 멋스럽다. ●여인들이 꿈꾸는 바로 그 왕자,유민혁=김성수 외모면 외모,매너면 매너,재력이면 재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미디어 기업의 CEO로,모든 여인들이 그리는 왕자다.성격은 여유있어 보이지만 차갑고 계산이 빠른,승부욕이 강한 캐릭터라 말끔한 정장을 즐기는 것으로 설정됐다. 샤프하고 고급스러운 극중 캐릭터에 어울리게 검정이나 회색 정장에 깔끔한 하얀색 셔츠를 매치한다.모델 출신 김성수의 몸매가 멋지게 드러나도록 몸에 따라 흐르는 정장 라인이 특징.격식을 차린 듯 현란한,장식적인 요소는 줄였지만 남성다운 몸매가 느껴질 만큼 샤프한 라인으로 가늘고 길게 표현했다. 날렵한 실루엣은 구두 끝까지 계속된다.올 가을·겨울 유행 스타일인 갸름한 실루엣과 깔끔한 장식으로 마무리된 구두로 정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디자인이다. 돈도 많고 매력적이기까지 한 ‘완벽남’ 유민혁을 표현하기 위해 여성복 디자이너 진태옥씨가 특별히 의상 10여벌을 제작해주어 유민혁에게 한층 멋을 더했다. ■ 꽃무늬로 발랄하게 표범무늬로 화려하게 한껏 부풀린 곱슬머리와 청순한 생머리,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패션과 너무나 편해 보이는 펑퍼짐한 옷차림,몸을 휘감은 고가 브랜드 액세서리와 보세 배낭….트렌디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쁜 여자와 착한 여자의 대립되는 외모다. 풀하우스의 두 여인은 한쪽이 극도로 과장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한쪽이 기울지는 않는다. 두 모습 다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따라 해보고 싶도록 만든다.그래서 아직도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패션정보를 공유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단순·쾌활·마냥 귀여운,가끔 똘똘한 한지은=송혜교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대단한 고집을 가진 귀여운 여인.밝고 명랑한 것 같지만 속은 상처받기 쉽고,사리에 밝은 듯하지만 약간은 어수룩한 캐릭터다. 이런 성격을 드러낸다고 ‘무릎 튀어나온 바지와 늘어진 티’만을 고집하지 않는다.‘적당히 화려하게,적당히 예쁘게’가 모토다.그래서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 무슨 옷이 저렇게 많냐.’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상의를 되도록 짧게 입어 키가 작은 단점을 가렸다.딱 붙는 티셔츠에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짧은 카디건을 걸쳐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꽃무늬를 적극 활용해 로맨틱한 분위기를,재미있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로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짧은 길이의 원피스나 스커트로 로맨틱한 여인과 명랑소녀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도 한다.후아유와 시스템,SJ,리트머스,폴 프랭크 등 캐주얼 브랜드와 돌체앤가바나,비비안 웨스트우드,펜디 등 고가 브랜드를 적절히 섞어 ‘평민’ 한지은과 ‘상류사회에 편입한’ 한지은을 표현했다. ●섹시한 도시미인,강한 질투의 화신 강혜원=한은정 사랑받고 싶은 욕심과 자존심으로 가득 찬 이중적인 성격의 섹시한 여인.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잘 보여주는 독특한 의상이 주류.때로는 너무 독특한 나머지 현실의 디자이너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디자이너는 패션모델이 아니다.멋낼 시간을 쪼개서 일해야 할 만큼 바쁘다.” 가슴을 강조하는 클리비지 룩과 속옷을 입은 듯한 란제리 룩이 메인 컨셉트다.얇고,비치는 소재의 옷으로 섹시함을 강조하고 넉넉한 상의와 딱 붙는 하의를 조화해 세련미를 강조했다.특히 극중에서 보여준 다양한 스타일의 란제리톱은 일반 여성들도 재킷이나 블라우스 등과 함께 섹시한 룩을 연출할 수 있는 색다른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극 초반 시원한 혜원식 노출패션이 주목을 받았다면,후반에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레이어드와 올 가을·겨울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색색의 가죽 의상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짧은 반바지와 반부츠,흰 셔츠의 코디네이션은 고급스러움과 섹시함을 조화한 가을 패션으로도 손색이 없다. 화려한 액세서리와 섹시한 라인의 구두가 의상 못지않게 눈길을 끈다.색감은 진한 보라,검정 등 어둡다.여기에 공단,벨벳,표범무늬 등 소재와 무늬로 고급스러운 화려함을 표현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8) 향로봉을 걷다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8) 향로봉을 걷다

    이번 생태탐사의 마지막 방문지는 향로봉(1296m)이다.어디에서 DMZ 생태탐사의 대미를 장식할까 궁리했지만 어렵잖게 선택할 수 있었다.한반도 생태축과 관련한 각별한 상징성 때문이다.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70㎞를 민족의 정기를 담고 뻗어내린 백두대간 산줄기 가운데 하나인데다,155마일 휴전선 동쪽 끝자락에 우뚝 솟아오른 큰 봉우리가 향로봉이다.다시 말해,DMZ 생태축과 백두대간 생태축이 이곳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남녘 백두대간의 종착점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반도 생태축의 요충지 향로봉을 오르는 길은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에서 시작된다.초입 길은 진부령 포병대대가 지키고 있는데,민간인의 출입은 여기서부터 통제된다.그런데,부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이색적이다.‘청정! 백두대간 환경지킴이,정예 을지부대’ 군인이 환경을 지킨다…,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향로봉과 그 위쪽의 건봉산 일대를 아우르는 8331만㎡는 천연기념물(제247호)이자 천연보호구역이다.수달과 사향노루,산양,곰,하늘다람쥐,삵 등 여러 멸종위기 동물과 풍부한 식생 그리고 각종 곤충의 보고로 확인되면서 1973년 지정됐다.군부대 입간판은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정작 정상까지 꼬불꼬불 나선형으로 25㎞ 남짓 이어진 길은 그저 밋밋할 따름이다.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만 전해져 올 뿐 야생동물도,눈을 낚아채는 그럴 듯한 경관도 없다.군용트럭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인 비포장 군사도로를 1시간여나 달렸을까,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안내장교가 “향로봉 정상입니다.”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봉우리 꼭대기는 널찍하고 평평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정상에 발딛고 둘러본 경관은 가히 장관이었다.등산의 지루함과 실망감을 한꺼번에 보상하고도 남았다.하필이면 날씨가 흐려 조금은 아쉬웠지만 북으로 금강산,남으로 설악산의 백두대간 산줄기,그리고 오른편으론 동해바다가 발 아래 깔린 운무 너머로 장대하게 펼쳐졌다.마산과 신선봉,칠절봉,둥글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들이 향로봉을 옹위하듯 주변을 둘러 서 있다.사통팔달….도무지 거칠 것 없는 웅혼함 앞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나무와 꽃으로 물든 향로봉 더는 북으로 갈 수 없어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느린 걸음의 하산길에서 비로소 향로봉 생태의 진수가 드러났다.산을 오르며 스쳐 지나치는 바람에 놓쳐버린 향로봉 생태계의 비경은 실상을 알려면 눈과 귀를 가까이 대도록 요구했던 것이다.향로봉은 과연 식생의 보고였다.도로변에선 사람 키만한 나무조차 찾기 어려웠지만 깊숙이 파인 골짜기는 수십년 자란 원시림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분비나무와 고광나무,신갈나무,굴참나무,사스레나무,층층나무,물푸레나무,흰정향나무,백당나무 등 온갖 나무들과 거기에서 피는 꽃들은 서로 어울리거나 외따로 떨어진 채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며 향로봉을 물들였다. 흐드러진 꽃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동행한 신준환 박사는 신나게 설명을 잇는다.“함박꽃은 우리나라 목련 종류 가운데 유일하게 향기를 내지요.땅을 향해 꽃잎을 피우는 개다래는 그 대신 잎사귀를 하얗게 물들여 나비를 유인합니다.외래종인 라일락보다 향기가 더 고운 꽃개회나무와 햇빛이 잘 들고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금마타리,8월쯤 꽃을 피우는 금강초롱은 모두 우리나라 특산종입니다.” 암벽에 오밀조밀 붙어 있는 아기 손바닥 같은 바위떡풀은 6월 중순 한낮의 더위 탓인지 잎을 뒤집으며 축 늘어져 있다.도로변 비탈에 비스듬히 누운 채 자리잡은 산벚나무는 벌써 잎새에 단풍이 들어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도로를 내면서 흘러내린 흙이 쌓이는 바람에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 것”이라는 설명에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향로봉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오다 갑자기 신 박사가 탄성을 내질렀다.꽃 가운데 가장 진화한 형태를 갖춘 특이종,왜솜다리 군락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군락은 500여m 이어져 있다.신 박사는 “에델바이스와 비슷한 종류로 분류되지요.원래는 이곳에 바글바글했는데 예전보다 개체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길을 닦으며 마구 파내는 바람에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라며 연신 안타까워했다. 3시간여 꽃과 풀과 나무와 거기에서 뿜어나오는 향기에 취한 채,그렇게 하산길은 끝이 났다.향을 피어올리는 화로,향로봉(香爐峰)의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 산을 내려오고서야 알 듯했다.하지만 그 향기는 비단 자연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남북 백두대간이 철책에 끊기지 않고 온전히 이어지길 염원하는 향도 이곳 향로봉에선 조용히 태워지고 있다.백두산 호랑이가 금강산과 향로봉을 거쳐 저 백두대간 끝 지리산 천왕봉에서 ‘어흥’ 하고 울 날을 고대하면서…. 고성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전문가 칼럼] 향로봉의 왜솜다리와 한민족 정신 향로봉은 이름 그대로 균형이 잘 잡힌 산세에 적당히 솟아올라 하늘을 경배하기에 알맞은 곳이다.향로봉 이름과 안성맞춤인 식물은 왜솜다리다.왜솜다리의 꽃차례는 향로를 닮았는데 쇠붙이가 아니라 날렵하게 빚어 구운 고려청자 향로를 연상하게 한다. 고려청자는 백두대간과도 어울린다.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이 땅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로,고려가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형성된 개념이다.고려는 지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부르는 이름,코리아가 되었으므로 고려 정신의 기본이 되는 백두대간은 다시 한민족 정신의 기둥이 된다.그러나 지금 고려 정신이 갈수록 엷어지듯이 왜솜다리도 희귀해지고 있다.그나마 향로봉을 따라 수㎞에 걸쳐 대군락이 나타나고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이 군락은 필자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왜솜다리가 잘 자라는 곳은 향로봉에서 칠절봉까지 백두대간을 내달리는 군사작전 도로 기슭이다.왜솜다리는 약간 마른 곳에서 잘 자라니,도로가 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많은 왜솜다리는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왜솜다리만큼 집단적으로 자라지는 않지만,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1속 1종이 있는 금강초롱과,역시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종인 금마타리는 도로 사면을 따라 더 길게 이어진다.자연성이 높은 곳에 분포하는 종들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에는 도로 변에도 흔하게 나타났다. 향로봉 주변에는 쟁탈의 역사가 있다.전문용어로 ‘하천쟁탈’이라고 하는데,북한강과 북한의 고성으로 빠지는 남강이 서로 유역 다툼을 하여 남강이 북한강의 상류를 빼앗은 것을 말한다.이는 민물고기를 조사하여 알아낼 수 있다.동해로 빠지는 남강유역에는 한강과 금강 등 서해로 흘러가는 수계에만 살고 있는 금강모치가 출현한다.동해로 흘러가는 수계에는 없던 금강모치가 남강유역에 서식한다는 것은 과거에 한강의 상류가 남강의 유역에 합쳐져 거기서 살던 물고기가 남강유역에도 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이것을 사람이 흉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것은 대체로 수천년 이상 걸리는 장구한 과정이기 때문이다.이런 오랜 변화는 생물의 분화를 촉진하여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하지만,인간의 파괴는 그리도 순식간에 일어나 생물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던가. 신준환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 [건강칼럼] 볕많이 쬐면 光노화 온다

    볕 볼 일이 별로 없는 도시인들은 대체로 피부가 희다.항상 볕과 가까이 해 피부가 검게 탄 시골 사람들과는 이런 점에서 대조적이다.그러나 피부색이 검고 흰 것이 단순히 색깔의 차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햇볕에 탄 피부는 빨리 늙는다.자외선이 피부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바로 ‘광노화 현상’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늙는 자연노화와 달리 지나치게 자외선에 노출돼 나타나는 광노화는 그 정도가 자외선 노출 시간과 비례한다.주로 자외선 B가 DNA와 결체조직에 손상을 입혀 광노화를 일으키지만,자외선 A와 적외선도 광노화를 촉진시켜 햇볕은 피부에 무척 위험한 존재다.특히 고령일수록 광노화에 의한 피해는 더 심각하다.노년을 즐기려다 노화를 재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단 피부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건조해지면서 거칠어지고,굵은 주름이 나타난다.또 피부가 탄력을 잃으면서 늘어지게 되고,침착이나 소실 등 색소 변화와 함께 모세혈관이 확장돼 쉽게 멍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조금만 신경쓰면 광노화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으며,필요하면 치료도 가능하다.가장 좋은 예방법은 햇볕에 피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노출이 불가피하다면 SPF(자외선 차단지수)15이상의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챙 넓은 모자나 양산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그러나 이런 방법이 자연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광노화의 심술인 주름까지 막아주지는 못한다.이때는 피부과를 찾아 비수술요법인 서마지리프트 치료를 받으면 쉽게 고민을 덜 수 있다.여기에 IPL퀀텀을 병행하면 피부 탄력은 물론 색소질환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얼굴의 주름처럼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게 하는 것도 없다.그러나 그런 우울함을 떨치고 다시 시작하자.피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몸의 건강을 위해 단백질은 물론 보습을 돕는 견과류,생선과 과일 등을 자주 먹고,여기에 적당한 운동과 ‘즐겁다’는 생각을 더하면 이보다 나은 피부건강법이 따로 있을까.
  • 절도범잡은 ‘빅브러더’…강남CCTV 첫 개가

    절도범잡은 ‘빅브러더’…강남CCTV 첫 개가

    서울 강남구의 방범용 폐쇄회로(CC)TV관제센터가 처음으로 현행범을 검거했다.주민들의 치안 불안을 해소하고 강력 범죄를 줄이기 위해 역삼동에 문을 연 지 나흘 만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9일 “관제센터내 CCTV의 ‘투망검색’을 이용,주민이 112신고를 한 지 17분 만에 현장 주변에서 절도 용의자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강남구 대치동 맹모(19·대학 재수생)양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주민 신고가 112지령실에 접수된 것은 29일 오전 2시37분.이모(30·회사원)씨는 반지하방 위층에 있어 1.5층 정도 높이인 맹양의 집에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한 뒤 빠져 나오다가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던 주민 유모(43·회사원)씨에게 들켰다.유씨가 신고한 인상착의는 ‘흰색 반팔 상의와 반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은 남성’이었다.신고가 접수되자 강남경찰서 대치지구대 직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한편 관제센터에서는 경보벨이 울리며 즉시 ‘투망검색’ 기능을 가동했다.‘투망검색’은 범죄 발생장소를 포함,동서남북 방향으로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된 CCTV까지 모두 5대가 동시에 주변을 검색하는 기능을 말한다. 검색을 시작한 지 30초도 되지 않아 맹양의 집으로부터 6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신고 내용과 비슷한 인상착의의 용의자가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정면으로 포착됐다.용의자임을 확신한 관제센터는 CCTV로 계속 추적하는 동시에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 4대에 지령을 내려 도주로를 차단하고,포위망을 좁혀갔다.CCTV는 이씨가 사건현장에서 500m쯤 달아나 주택가의 빌라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경찰 순찰차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이씨가 지레 겁을 먹고 숨어든 것.하지만 이씨의 인상착의를 미리 확보한 경찰은 빌라 주차장을 덮쳤고,10m쯤 추격전을 벌이다 이씨를 붙잡았다.112지령실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17분 만이었다. 경찰은 이날 이씨에 대해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오드리 헵번-­스타일과 인생/스테파니아 리치 엮음

    오드리 헵번-­스타일과 인생/스테파니아 리치 엮음

    사슴처럼 커다란 눈과 개구쟁이 같은 천진함을 지닌 배우 오드리 헵번.타고난 우아함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그의 스타일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그것은 곧 그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조화롭고 자연스러우며 편안한 그의 삶의 방식은 옷차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지극히 평범한 옷도 그가 입으면 하나의 고유한 스타일이 된다.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입고 나온 흰 블라우스와 플레어 스커트,커다란 벨트와 목에 두른 스카프는 오드리만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리틀 블랙 드레스,‘마이 페어 레이디’의 챙 넓은 모자와 화려한 블랙 앤드 화이트 드레스,‘사브리나’의 흰색 실크 드레스,‘퍼니 페이스’의 검은색 바지와 모카신은 당대의 유행을 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변종’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녀가 입으면 스타일이 됐다 ‘오드리 헵번­스타일과 인생’(스테파니아 리치 엮음,정연희·정인희 옮김,푸른솔 펴냄)은 이탈리아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박물관이 1999년 오드리 탄생 70주년 기념 전시회를 위해 펴낸 책.오드리의 아들인 숀 헵번 페러와 사진작가 밥 윌러비,영화감독 빌리 와일더,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 등 8명의 지인이 쓴 글들이 실려 있다.‘스타일과 인생’이란 부제가 암시하듯 오드리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 벨기에 태생의 미국 배우 오드리는 어린 시절 반(反)나치투쟁에 적극 나섰다.목숨을 걸고 구두 굽에 메시지를 숨겨 나르면서 파르티잔들을 돕기도 했다.오드리는 너무 커버린 키(173㎝) 탓에 무용수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꺾이자 연극과 영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그리고 마침내 ‘로마의 휴일’로 스타덤에 올랐다.‘로마의 휴일’에서의 짧은 머리 스타일은 그를 참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에서 근심없고 모던한 여성의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오드리는 할리우드의 다른 스타들과 달리 가십거리가 별로 없다.수줍고 신중한 성격 때문이다.인기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을 몰라 보는 것이지만 오드리는 정반대였다.스타처럼 행동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파파라치에 포위돼 살았던 로마 시절을 뒤로하고 그는 스위스의 매혹적인 톨로셰나 마을로 이주해 살다 그곳에서 예순 네 살에 세상을 떠났다. ●운명의 닮은꼴, 재클린 케네디 오드리는 종종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재키)와 비교된다.오드리와 재키는 모두 1929년에 태어났다.오드리의 전성기때 재키는 퍼스트 레이디였으며,오드리는 재키가 가장 좋아한 배우였다.두 사람은 1950년대 이후 대중의 패션 리더로,그들 곁에는 늘 디자이너 지방시와 발렌티노가 있었다.오드리와 재키는 일생 동안 세 사람의 반려자를 만났고,똑같이 암으로 죽었다.오드리 스타일과 재키 스타일을 통해 두 사람의 남다른 인생역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책은 발레리나를 꿈꿨던 오드리의 ‘댄서’로서의 모습과 유니세프 대사 시절의 활동상,오드리가 출연한 영화를 소재로 만든 예술작품 등도 소개해 그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다.책의 끝부분에는 오드리가 스크린 안팎에서 입었던 옷들을 카탈로그 형식으로 정리해 놓아 스타의 옷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색다름을 안겨준다.4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의 시, 서울의 시인/권오만 엮음

    문학세계에 있어서 공간 배경이 작품의 근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시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 경향이 짙다. 권오만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의 ‘서울의 시,서울의 시인들’(혜안 펴냄)은 거대도시 서울의 공간적 이미지가 시작(詩作)에서 어떻게 투사돼 왔는지를 조명한 비평서다. 책은 일제강점기에 주목했다.분석목록에 든 근대 ‘서울 詩’는 31편.그들 시에서 서울은 현실 발언보다는 서정시의 공간적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서울의 모습이 투영된 최초의 근대시는 최남선의 산문시 ‘천주당의 층층대’(1910년 ‘소년’ 8월호).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북달은재(鐘峴) 천주당(天主堂)의 층층대를 올라가는 촌부자(村夫子)가 있다.(…)집도 높기도 하지! 어찌하면 저렇게 짓노! 저 속에는 무슨 영특한 물건이 들어앉았노? 굉장하렷다?” 지금도 그때 모습 그대로인 명동 천주교당의 풍경이다. 많지 않은 작품 편수에 비해 서울을 자주 인용하기로는 이상화가 꼽힌다.‘가상(街相)’‘달밤-도회(都會)’‘초혼(招魂)’ 등 3편이 빼어난 서정미를 보여준 그의 서울 시다. 신석정이 당시 흑석동에 살고 있던 서정주에게 보낸 ‘흑석고개로 보내는 시’(1943년)에는 일제 암흑기 압살의 흔적이 여실하다.“흑석고개는 어늬 두메 산골인가/서울에서도 한강/한강 건너 산을 넘어가야 한다드고//(…)//정주여/나 또한 흰 복사꽃 지듯 곱게 죽어갈 수도 없거늘/이 어둔 하늘을 무릅쓴 채/너와 같이 살으리라/나 또한 징글징글하게 살어보리라.” 책은 단순히 서울의 한 귀퉁이가 묘사된 시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8년이나 선배인 신석정이 후배인 서정주에게 띄운 이례적 형태의 ‘헌정시’라는 점에서도 문학사적 의미를 더한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