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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일의 어린이책] ‘똥강아지’의 자연 수채화

    자동차도, 컴퓨터도, 과자가게도 없이 시계바늘이 옛날에 멈춰 있는 민속마을. 예닐곱살쯤 먹었을까. 도회지에서 자라 살결이 뽀오얀 남자아이 가슬이가 이곳 할머니댁에 놀러온 지도 벌써 보름여. 심심하다고 떼를 쓸 법도 한데, 신통방통하게도 ‘자연’뿐인 민속마을에서 오늘도 또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 간다. ‘어부바’(허정윤 글, 한솔수북 펴냄)는 작가의 표현 그대로를 빌자면 “빛그림” 어린이책이다. 하양 고무신, 흰 저고리에 무릎이 나오도록 깡똥한 바지를 입은 가슬이. 자연을 친구삼아 혼자서 놀잇감을 찾아 즐기는 가슬이의 ‘무공해’ 하루를 사진으로 찍어 도란도란 이야기체의 짧은 해설을 붙였다. 천연색 사진이 붓그림을 대신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이하고 흥미롭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자고 일어난 가슬이의 일거수 일투족은 도시 독자들에겐 그저 신기하다.짜디짠 왕소금으로 쓰윽쓱 이를 닦더니 뒷마당 항아리에 기어올라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느닷없이 뒷집 강아지 순둥이한테 대나무 물총을 쏴댄다.기어이 장독을 밟고 올라서자 이내 떨어지는 할머니의 불벼락,“이놈의 똥강아지! 귀한 항아리 다 깨겄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궈보지만 잠시뿐. 마을 앞 시냇물에 고무신을 담그면 서러웠던 마음일랑 어느새 새까맣게 잊어버린다. 건넌마을 할머니댁 하양 토끼 두마리, 하나와 두울이랑 샛노란 유채꽃밭을 노니는 모습이 그림같다. 토끼들을 포대기로 들쳐업고 가슬이가 불러주는 자장가는 언젠가 할머니가 들려주신 것이겠지? “둥기 둥기 둥기야, 두둥기 둥기 둥기야.” 하늘 아래 땅 위의 자연이 마음만 먹으면 모두 장난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토끼들이 녹차밭을 헤집고 다녀 동네 아주머니에게 혼쭐이 나도 세상 모르고 재미있는 가슬이. 너무 많이 신나게 놀았던 모양이다. 토끼집 옆에서 깜빡 잠이 들고만 것을 보면…. 영화 ‘집으로’의 사진그림책 버전이라 할 만하다. 넉넉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아이들 가슴에 옮겨줄 수 있어 좋은 책이다.3세∼초등 저학년.85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당장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없다”

    “예상했던 것보다 작품들이 훨씬 뛰어납니다. 남한에 있었으면 당장 국보로 지정될 만한 것들이 많아요.” 13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시작된 ‘북녘의 문화유산-평양에서 온 국보들’ 특별전을 둘러본 안휘준(명지대 석좌교수) 문화재위원장은 지난달 4일 서울에 도착한 지 한달 만에 전모를 드러낸 북한의 국보급 유물 90여점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특히 고구려 5∼6세기 평양 진피리 7호무덤에서 출토된 ‘금동맞뚫음장식’ 등 상당수 유물들은 가치가 뛰어나 국보로 바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금동맞뚫음장식은 피장자의 머리부분에서 한 쌍으로 출토됐지만 나머지 한 점은 수습되지 않았다. 특별전은 주제별로 ‘선사문화’와 ‘고구려·발해의 웅비’‘고려·조선의 아름다움’‘고려의 불교공예품’‘고려·조선의 불상’‘고려·조선의 도자기’‘평양와당과 전통회화’‘조선의 또 다른 미학-나전칠기·화각공예’ 등으로 나눠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시대별·종류별 분류가 가능한 것은, 북측에서 유물들을 대여할 때 시기별 대표 작품들을 선별해 가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남한과 북한에 각각 하나씩 전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같은 박물관에서 만났다는 것.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상설 전시되고 있는 ‘복’자를 새긴 활자와 함께,1958년 개성 만월대 신봉문 터에서 발굴된 ‘전’자를 새긴 활자가 공개됐다. 특별전 시작 전부터 남북을 망라해 일반에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었던 ‘고려 태조상’은 다른 작품들과 별도로 독립된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게 됐다. 예상대로 하반신에 흰 천을 둘렀으며, 어둠 속에서 얼굴이 빛날 수 있도록 조명에 신경을 썼다. 천을 두르지 않은 고려 태조상을 보고 싶다면 중앙박물관이 발간한 도록 ‘북녘의 문화유산’을 참고하면 된다. 도록은 6쪽에 걸쳐 고려 태조상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담았다. 시기별로 고풍스러운 나무패널을 만들어 그 속에 상세한 설명을 담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유물을 대여해준 평양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을 비롯, 을밀대·칠성문 등 평양 중심부의 지도와 사진을 곁들인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개별 작품을 설명하는 패널에는 북한에서 지정한 국보 50점과 준국보 11점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또 김홍도·신윤복·정선·황집중 등의 대표작들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으나 일부 작품들은 색깔이 퇴색됐거나 작가의 진품인지 의심케 하는 부분도 있어 전문가들의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儒林(627)-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0)

    儒林(627)-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0)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 (10) 그러나 퇴계는 이방이 가져왔던 삼다발을 단호하게 물리치지 아니하였던가. 이덕홍(李德弘)이 기록한 ‘퇴계언행록‘에는 퇴계의 행동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러자 선생은 ‘내가 명령한 것도 아닌데 왜 그것을 가져왔느냐.’하고 물리치셨다.” 이를 퇴계는 20여년이 흘렀으나 노인의 행동거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오시게나.” 퇴계는 노인을 완락재로 불러들였다. 그러잖아도 유생이 가져온 분매를 본 순간 퇴계는 그 매화꽃이 두향이가 보낸 것임을 꿰뚫어 보고 있었는데, 단양에서 온 아전을 확인하자 퇴계는 정확하게 전후 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좌하여 앉고서도 퇴계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유생이 떠온 열정의 우물물을 말없이 들이켜던 퇴계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어 말하였다. “그래 언제 단양을 떠났는가.” “이틀 전에 떠났사옵니다.” 단양에서 안동까지의 거리는 200여리. 도중에 소백산을 넘고 죽령의 고갯마루를 넘는 험준한 태산준령의 연속이었다. 이틀 만에 도착하였다는 것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먼 길을 내쳐 달려왔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쇤네가 나으리를 뵙기 위해서 불원천리하고 안동까지 달려온 것은 다름아닌 두향 아씨의 청원 때문이었나이다.” 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비로소 노인의 입에서 두향의 이름이 흘러 나왔지만 퇴계는 묵묵부답, 아무런 대답 없이 물끄러미 서탁 위에 놓인 두향이가 보낸 매분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으리께오서 단양을 떠나시자마자 두향 아씨는 신임 사또의 관아를 찾아가서 기적에서 빼어 달라 소청을 하시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두향 아씨는 면천을 받아 관기에서 벗어나 상민이 되셨나이다.” 예부터 조선의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란 그림을 벽에 붙여두고 봄을 기다리곤 하였다. 동지로부터 날짜를 세기 시작하여 81일간이 구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흰 매화 81개를 그려놓고 매일 한 봉오리씩 붉은 색을 칠하여 81일째가 되면 백매가 모두 홍매로 변하는 그림으로 이때가 대충 3월10일 무렵이 되는 것이다. 퇴계가 두향으로부터 받은 분매가 도착하는 것이 바로 그 무렵. 즉 두향이가 보낸 매화꽃과 더불어 입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입춘방(立春榜). 두향이가 보낸 20년 기른 고매는 그 해의 봄을 알리는 일지춘심(一枝春心)이었던 것이다. “나으리” 노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두향 아씨는 기적에서 면천되자마자 강선대가 눈 아래 굽어보이는 적성산 기슭에 조그만 초당을 짓고 그곳에서 종신수절하고 계시나이다.”
  • 쿠렁~ 나무가 물을 마셔요

    쿠렁~ 나무가 물을 마셔요

    초록의 들판으로 터진 길 위에서 중얼거려본다. 나무 나무 종달이 지빠귀 어치 씀바귀 민들레 강아지풀…… 내 몸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 초록색 물감이 들기 시작한다. 뻐꾸기 뻐꾸기 할미새 보리똥열매 참빗나무 하눌타리…… 내 몸이 더욱더 작아진다. 온몸에 초록색 물감이 든다. 드디어 나는 한 마리 초록의 벌레가 되어 나무 이파리 위를 기어간다. 이제 나무 이파리는 드넓은 벌판이다. 더듬이를 세워 허공을 휘저어본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시다. - 나태주의 시 ‘모처럼 맑은 하늘’ 위 시처럼 우리도 온몸에 파란색 물감을 들이러 숲으로 떠나보자. 천년의 원시림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흥겨운 몸짓, 하얀 햇살에 부서지는 연초록 잎사귀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 그냥 스치듯 지나쳤다면 이젠 제대로 한번 느껴보자. 그리고 귀 귀울여보자. 수천, 수만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소리, 흙과 물 그리고 바람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푸른 6월의 숲은 가장 시퍼렇고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숲은 수첩을 들고 무엇인가를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몸에 닿는 대로, 마음에 느껴지는 대로 가슴에 담는 그런 곳. 숲에서 신명나게 놀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신기한 숲학교 6월의 숲은 짙푸르게 옷을 갈아입어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활기찬 생명력을 뽐내는 시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걷는 것이 익숙한 어른들은 상관없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숲은 그냥 ‘나무더미’이고 힘든 곳일 뿐이다. 하지만 숲을 놀이터 삼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무엇을 하며 놀까 한번 알아보자. # 숲은 자연이 만들어 준 놀이동산 숲 연구소(ww.ecoedu.net)의 생태학습 교육관인 경기도 퇴촌에 있는 ‘율봄 농원’에서 열린 숲 체험에 참가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꼬맹이들이 나뭇잎 모양의 이름표를 달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다. “야, 찾았다. 아빠 거미다 거미. 이것 잡아주세요.”라고 환호성을 올리는 나희(7).“나희야 아빠는 뭐 잡았는지 보여줄까.”라며 애벌레 한 마리를 내미는 김성훈(38·교원나라 벤처투자)씨. 숲 해설가 장인영(35)씨 앞에 모인 네가족. 저마다 잡아 온 곤충을 내민다.“야 정말 여러가지 곤충을 잡았네. 경택이네는 매미의 애벌레, 나희네는 거미와 나방의 애벌레, 윤서네는 무당벌레를 잡았구나.”라며 설명을 해준다. 그러고는 “얘들아 이런 애벌레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나비가 없어져요.”“새도 없어져요.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숲이 지저분해져요.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 없으니까요.”라고 저마다 다르지만 생각보다 똑똑한 답을 내놓는다. 옆에 있던 유진이 아빠는 “어른보다 낫네.”라며 웃는다. “그래요. 애벌레가 없으면 숲이 망가져요. 새도, 나비도, 곤충들도 없어지지요. 그럼 우리가 숲속 친구들을 집으로 가지고 갈까, 여기에 놓아줄까.”“여기에 놓아주어요.”라고 합창하는 아이들. 자 이번엔 나무가 무슨 말을 하나 듣는 시간.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무가 말을 하다니. 장인영 해설사는 준비해 온 청진기를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이건 의사 선생님이 너희들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때 쓰는 청진기지. 우리도 청진기를 끼고 나무에 대어보면 나무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한번 해보자.” 아이들은 무슨 의사 선생님이 된 양 청진기를 귀에 끼고 나무에 대어본다. “쿠렁 쿠렁” 비록 소리는 작지만 나무가 물을 빨아올리는 신기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의진이가 소리친다.“선생님, 이 나무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려요. 혹시 죽었나봐요.”, 그러자 “이리 와 봐. 이 나무는 소리가 들려.”라는 유림이. 아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청진기로 나무 소리를 들어본다. 나무가 살아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아까 우리 애벌레 잡았지. 애벌레는 눈도 없고 신발도 안 신고 다니지. 우리 이번엔 애벌레가 되어볼까.” 신발을 벗고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오직 신체감각에 의존해 앞사람 어깨를 잡고 걷는다.“정신을 집중해 봐. 무슨 소리가 들리나. 어떤 느낌이 오나.” 정말 신기하게 맨발에 느껴지는 나뭇잎, 전혀 들리지 않았던 새소리, 향기로운 나무 냄새가 전해진다. “너무 힘들어요. 애벌레에게 눈도 달아주고 신발도 사줘요.”라는 정민(6)의 말에 모두 웃는다. 이렇게 숲속에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껴보는 시간이 숲 체험이다. “그저 숲이란 걷는 곳이라고 알았는데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니 정말 재밌네요. 친구가 숲 해설가를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한 녀석이군’했는데 정말 이해가 됩니다.”라는 나희 아빠.“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저에게도 큰 경험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느껴 본 것이 처음이거든요.”라는 유진의 아빠 정민재(36·서울 성동)씨. 아이들에겐 재미나고 어른들에겐 색다른 경험이고 체험이다. 이밖에도 거울을 눈 밑에 대고 하늘을 보며 걷는 ‘뱀 되어보기’, 누워서 커다란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는 ‘독수리는 어떻게 볼까’ 등 다양한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말 나무나 곤충의 이름을 하나 외우는 단순한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느끼고 만지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자연을 배워 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숲이다. ■ 얘들아 숲놀이 하자 # 숲은 진정한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 반짝이는 나뭇잎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솔잎 향기가 가득한 숲은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 푹신한 낙엽을 ‘사각사각’ 밟는 소리,‘스스슥’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아무리 유명한 음악가가 작곡한 교향곡도 이렇게 모든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노래를 만들어 낼 순 없다. 이런 편안한 자연의 소리뿐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냄새.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선하고 깨끗하게 해주는 그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어쩌면 숲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나무가 병원균에 저항하기 위하여 방출 또는 분비하는 물질로 쉽게 말해 숲이 내는 기분 좋은 특유의 향기이다. # 숲에서 이런 놀이 해보세요 숲 연구소 남효창 소장이 쉽게 할 수 있는 숲속놀이를 소개한다. 숲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흩어져 있는 모든 것이 보물이다. 먼저 아빠나 엄마가 아이들에게 “숲속의 보물이란 나뭇잎도 될 수 있어. 나뭇잎은 썩어서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니까.” 등 보물이란 꼭 거창한 것이 아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물이 된다고 알려주고 10∼20분동안 찾아 온 보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돌멩이, 곤충, 솔방울 모두가 보물이다. 상상력과 인지능력, 발표력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물론 부모도 함께 해야 한다. # 느리게 달리기 놀이 달리기 하면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할 것만 같은데 숲에서는 천천히 달려보자. 각자 원하는 동물을 정하고 흉내를 내면서 일정한 거리(1m)를 가장 느리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경주한다. 주의할 점은 한 순간도 멈추거나 뒤로 가서는 안 되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 1등이다. ‘느리게 달리기 놀이’를 한 후 아이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동물과 빨리 움직이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더 재미있고 유익하다. # 숲속에서 뒹굴 뒹굴 숲에 들어오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가족이 모두 함께 숲 바닥에 누워보자. 누운 상태에서 숲 하늘을 가슴에 담아보거나 숲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 본다. 눈을 감고 숲의 소리를 들어보거나 낙엽을 살짝 들춰내고 그 속의 향기도 맡는다. 오감을 통해 숲을 느낄 수 있는 놀이다. # 같은 물건 찾아오기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열매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똑같은 것을 찾아오는 놀이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한 곤충이나 몰래 숨어 있던 동물, 나무 열매 등을 찾는 재미도 있다. ■ 가볼 만한 숲 꼭 ‘숲’이란 멀리 가야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난 ‘숲’에 가면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서어나무 군락과 정상부의 왜솜다리 자생지인 조령산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를 이루면서 울창한 산림과 어우러진 암벽지대가 많고 기암과 괴봉이 노송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처럼 그 경치가 뛰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갈대와 억새풀이 어우러져 자라는 숲에 머물면 아무 곳에서나 쉽게 맛볼 수 없는 황홀경에 젖어 들게 된다. 좀 편하게 숲을 체험하려면 문경시의 문경새재도 추천한다. 문경새재는 옛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이 다녔던 길로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2관문,3관문 주변에 옛 영남대로 길을 가면 그야말로 나무와 풀들이 지천이다. 오대산 북대사쪽의 숲도 좋다. 토양이 비옥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인 오대산은 신갈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서어나무, 자작나무 등 나무의 보고이다. 또 물봉선, 도깨비부채, 노랑무늬붓꽃, 개불알꽃, 금강초롱꽃 등 많은 식물도 자생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강원도 평창에 있다. 밤꽃이 유명한 명지산은 경기도 가평에 있어 하루 나들이로 제격이다. 계곡의 맑은 물이 돋보이는 산으로 여름철에는 우거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려한 산으로 사계절 내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의 신비와 깊이에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야생화 군락과 참나무가 아름다운 강원도 평창 계방산은 봄에는 철쭉, 여름엔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을 자랑하며 가을 단풍도 예쁘다. 또한 3월초까지 흰 눈꽃을 피워내며 거대한 설경을 펼쳐내어 계방산을 찾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 여름과일, 더위를 서리하자

    여름과일, 더위를 서리하자

    더위야 물렀거라! 수박과 포도, 참외가 달려 간∼다. 여름철, 과일 3총사가 출격한다. 후더운 날 빠알간 속살의 수박 한 덩어리나 알알이 박힌 포도 한 송이, 곱디고운 노란 참외 한입 베어 물면 더위는 한 순간에 날아간다. 여름 과일 3총사의 쓰임새는 피부 미용에서도 진가가 발휘된다. 더위로 지친 피부에는 이들 3총사가 팩으로 변신해 고운 피부결을 만들어 준다. ■ 여름과일 특색있게 즐겨보자 슬슬 기승을 부리는 더위. 벌써부터 올여름을 어찌 보낼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더운 날에는 음식을 먹고 나면 더 덥다. 몸에서 열이 나기 때문. 맛있는 것 먹으면서 시원해지는 방법, 뭐 없을까? 있다. 수박, 참외, 포도 등 바로 여름 제철 과일들. 잘 익어 살짝 칼 대면 쫙 갈라지는 수박. 검은 점이 알알이 박힌 빠알간 속살의 수박은 한 입 베어 물면 무더위가 싹 가신다. 참외는 또 어떤가. 곱디고운 노란 껍질속에 파묻힌 하얀 속살은 달디달다. 아무리 입이 커도, 아무리 식성 좋은 사람이라도 한번에 한알씩밖에 먹을 수 없는 포도도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일등 공신이다. 불쾌지수 높을 때, 갈증이 날 때 먹으면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여름철 과일을 만나보자.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촬영협조 : 홀리데이인 서울호텔 ■ 여름철 과일 고르기 수박은 겉표면에 흠이 없고 매끈한 것이 좋다. 초록색 줄무늬가 선명하고 꼭지는 마르지 않아야 신선하다. 색깔은 선명해야 한다. 두드려 봤을 때 맑은 소리가 나야 달고 맛있다. 맛있는 참외는 고유의 맑은 노란색이나 짙은 감색을 띤다. 외형은 참외 골이 깊게 파인 것이 좋고, 꼭지는 가늘고 신선한 것을 고른다. 손으로 흔들었을 때 묵직하고 소리가 나면 물이 든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포도는 알맹이가 균일하고 꽉찬 것이 좋다. 송이가 싱싱한 것, 하얗게 분이 있는 것이 달고 신선하다. 송이 위쪽이 달고 아래로 갈수록 신맛이 강하므로 송이 끝을 먹어보고 고른다. # 박상희(50)씨는 홀리데이인 서울호텔 이탈리아식당 ‘라 스텔라´ 조리장으로 1983년 힐튼호텔 오픈 멤버로 참여한 이후 지난 1985년부터 이 홀리데이인 서울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베테랑 요리사다. 환상적인 과일 요리도 잘하지만 사실 양식이 그의 주특기다. 특히 그의 양갈비 요리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맛있다. ■ 해독·항암 작용까지…나 참외야 수분함량이 수박 못지 않게 높은 90%.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하고, 칼슘·인과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이 들었다. 특히 참외에는 항암성분이 들어 있고, 수박과 마찬가지로 이뇨작용과 갈증을 없애준다. 한방에서는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며 피와 간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이 차거나 위가 약한 사람, 어린이들은 한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 비법: 일주일동안 아침과 저녁식사 대용으로 참외를 한개씩 먹고, 점심은 평소 식사로 한다. 씨앗을 털어내고 흰 과육만 먹는다. ■ 피로회복엔 내가 짱이죠 포도는 효능면에서 어떤 과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포도 당분은 수박과 마찬가지로 곧바로 소화 흡수되어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탄수화물, 철분, 나트륨 등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유기산은 체내 독소를 분해해 배출한다. 심장병과 암질환까지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방에서는 기혈을 보하며 몸을 든든하게 해 주는 최상의 강장제로 여긴다. ●다이어트 비법: 포도는 하루에 1㎏을 기준으로 시간을 정해 5회 나누어 먹는다. 중간에 생수를 1∼2컵 마신다. 위장병, 궤양이 있는 사람은 포도 껍질을 까서 먹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대로 먹어야 변비 예방을 위해 좋다. ■ 더위 먹었다고? 내게로 와 수박은 94%가 수분이지만 비타민 A와 C, 당분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뇨효과, 부종, 신장병에 효과적이다. 당분은 쉽게 흡수되어 피로회복에 좋다. 해열, 해독작용도 있어 따가운 햇볕에 더위 먹었을 때나 여름 감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수박 자체가 성질이 차가운 식품이므로 냉한 체질이나 비위가 약한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 비법: 비교적 칼로리가 낮은 과일이면서도 수분 함유량이 많아 쉽게 포만감을 느끼며 이뇨작용을 돕기에 다이어트에 좋다. 일주일 동안 저열량, 소식의 식사를 하면서 배고프거나 갈증나면 수박을 먹는다. 수박은 하루 150㎉(750g)이하로 먹는다. 지나치게 먹으면 배탈난다. ● 파티오 스노 콘 재료: 그릇의 1/3정도 담을 빙수, 바나나 반개, 작은 찹쌀떡 7∼10개, 체리 3개, 수박·멜론·오렌지 조금, 삶은 팥 조금, 애플민트(허브류)1개 , 젤리 7∼10개, 연유 0.2∼0.3g, 미숫가루 조금 만드는 법: (1)투명한 그릇에 빙수를 갈아 넣는다.(2)그 위에 계절 과일들을 보기 좋게 얹는다.(3)가장 위에 팥으로 덮은 후 젤리를 얹는다.(4)연유를 살짝 뿌린 후 미숫가루를 살짝 뿌려준다.(5)애플민트를 얹어준다 ● 피스타치오 크림을 곁들인 과일나라 재료: 수박, 참외, 바나나, 키위, 포도, 오렌지, 애플망고, 빙수, 피스타치오 크림, 체리 등 만드는법: (1)수박, 참외, 오렌지, 애플망고, 키위 등의 과일을 각자 다른 모양으로 썰어 접시에 모양좋게 올린다.(2)포도는 작은 한송이를 통째로 예쁘게 장식한다.(3)빙수는 작은 컵 모양으로 얼려 과일 사이에 자리잡게 하고, 피스타치오 크림도 옆에 함께 접시에 담는다. ● 포도 칵테일 재료: 포도, 참외, 수박, 파인애플, 체리 만드는 법: (1)참외, 수박, 파인애플을 동그란 볼 모양으로 잘라 놓는다.(2)그 위에 체리와 포도를 올려 움푹 파인 접시에 담는다. ● 여름 판타지아 스노 콘 재료: 그릇의 1/3정도 담을 빙수, 파인애플 조금, 체리 3개, 수박·참외·멜론조금, 애플민트(허브류) 모양 나는 것 1개, 젤리 7∼10개, 키위 조금, 초콜릿 2개, 삶은 팥, 작은 찹쌀떡 7∼10개, 연유 0.2∼0.3g, 포도 조금. 만드는 법: (1)투명한 볼에 빙수를 갈아 넣는다.(2)키위, 참외, 파인애플을 먹기좋게 썰어 넣는다.(3)수박, 멜론은 스푼으로 볼을 만들어 동그랗게 만든다.(4)팥과 연유를 적당량 얹는다.(5)체리와 포도를 얹고 마지막에 애플민트로 장식한다. ■ 피부관리도 여름 과일만 있으면 OK 동안(童顔)이 판을 치고, 주름관리가 최대의 과제가 되는 요즘은 피부 관리에 계절이 따로 없다. 특히 땀이 많이 나고 피부가 늘어지며, 강한 자외선으로 고통받는 여름에는 진정, 미백 등의 효과가 있는 피부 관리가 필수다. 외출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가능하면 모자, 양산, 선글라스 등으로 많이 가리는 것이 좋다. 집에 돌아오면 더위에 지친 피부에게 시원하면서도 피부 미용에 좋은 팩을 해준다. 여름철 입을 더욱 상큼하게 해주는 과일로 피부도 지키자. # 미백에 좋은 참외팩과 키위팩 수분이 많은 참외는 미백과 보습에 효과적이다. 참외 반 개를 잘게 다진 뒤 영양크림 1작은술을 섞는다.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뒤 얼굴에 잘 펴바른다.(밀가루 대신 다른 곡물가루를 섞어도 된다.) 팩이 마르기 전에 떼어내고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키위는 비타민 C가 많은 과일로 뛰어난 미백효과가 있다. 여름 햇빛에 탄 피부나 맑은 피부톤을 원하는 사람에게 효과 만점이다. 당분, 미네랄도 풍부해 탄력을 좋게 한다. 키위 한 개를 잘 갈아 영양크림 1작은술, 꿀 1/2작은술을 넣고 밀가루를 풀어 농도를 맞춘다. 밀가루를 푸는 것은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이유도 있지만, 산성이 강한 키위가 피부에 자극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만든 팩을 얼굴에 바르고, 거즈를 덮은 뒤 다시 한번 펴바른다.15분 정도 있다가 떼어내고,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 피부를 진정시키는 수박팩 더운 날씨에 화끈거리는 피부를 가라앉히는 데에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오이나 감자, 수박. 특히 수박은 수분 함유량이 많고, 피부 자극이 적은 과일(정확히는 채소에 속하는)이라 부작용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빨간 부분은 맛있게 먹고 남은 하얀 속을 갈아 밀가루로 걸쭉하게 만들어 팩을 한다. 꿀이나 흑설탕을 넣으면 보습제로 상승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수박을 얇게 썰어 얼굴에 붙이는 간단한 방법을 써도 진정효과를 볼 수 있다. 갈아서 쓰는 것은 다른 재료를 첨가해 기능을 더욱 높이기 위함이다. # 각질을 제거하는 포도팩 포도는 피부결을 정돈하고 하얗게 만드는 유기산이 풍부하다. 껍질을 깐 포도를 으깬 뒤 요구르트를 넣어 잘 섞는다. 얼굴에서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의 농도로 밀가루를 섞어 주고 얼굴에 바른 후 15∼20분 후에 씻어낸다. 수분이 부족해 각질이 생긴 거친 피부에 사용하면 좋다. 요구르트를 섞으면 보습 효과가 더욱 좋아진다. # 팩을 할 때는 깨끗한 피부에 팩을 해야 영양 공급이 잘 된다. 스팀 타월을 이용해 모공을 열어주면 더욱 좋다. 팩을 한 뒤에는 미지근한 물로 세안을 하고, 차가운 물로 헹궈내 모공을 조여준다. 영양크림이나 에센스를 발라 마무리한다. 팩은 일주일에 1∼2번 하는 것이 적당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기자가 본 오세훈 당선자

    서울시청 청사 인근 금세기빌딩에 자리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직무인수위원회 100여평 사무실은 이날도 북적거렸다. 상주 직원과 업무보고를 위해 찾아온 시 공무원, 취재진들로 바쁜 모습이었다. 서울시 업무보고 중간에 인터뷰에 응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첫 인상은 깔끔한 외모 못잖게 판단력이 좋고 논리가 정연하다는 점이었다. 오 당선자는 양해를 구한 후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얘기를 풀어 나갔다. 녹색 넥타이 대신 옥색 넥타이를 한 그는 선거과정에서 8㎏이나 빠진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듯 활기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끔 기침을 참지 못한 그는 “많이 좋아졌는데 얼굴살이 잘 회복되지 않는다.”며 싱긋 웃었다. 그는 사전에 준비한 원고가 있었지만 들여다 보지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 원고준비도 당선자 신분임을 감안, 공무원이 아닌 보좌진의 도움만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도중 서울의 경쟁력이나 문화, 환경문제 등이 나오면 ‘무척 할 말이 많았구나.’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선거전 때 토론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서 못다한 얘기를 해 오해를 풀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시장과의 관계와 차별화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며 특유의 순발력으로 피해갔다. 그러나 그는 곤란한 질문이더라도 피해가지는 않았다. 예민한 질문이 나오자 구체적인 답변을 아끼면서도 TV토론때 보인 약간은 격정적이면서 논리적으로 접근하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아직 선거전의 영향이 가시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몇몇 분야는 의욕이 넘치고, 낭만적 전망을 내놓아 현실과 좀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는 도식적인 질문과 답변을 싫어 했다. 시정에 대한 시각과 이해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젊은 시장의 새로운 시도로 서울시정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를 부풀게 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儒林(62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6)

    儒林(622)-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6)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6) 서탁 위에 올려진 분매의 모습을 본 순간 퇴계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흰 매화꽃이 극채색(極彩色)의 요염을 드러내고 있었고, 또한 꽃들은 천진한 옥설(玉雪)향기를 뿜고 있었다. 매화불매향(梅花不賣香). ‘매화는 춥더라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말은 퇴계가 매화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이 문장의 뜻을 통해 퇴계는 한평생 선비로서의 기개와 청빈을 지켜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생이 들고 온 매분에서는 낯익은 천향(天香)이 풍겨오고 있음이었다. 그 향기는 퇴계가 까마득히 잊었던 추억의 내음이었다. 언제였던가. 퇴계는 서탁 위에 놓인 매분을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 저 매화 꽃의 천향을 맡았던 적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그 순간 퇴계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올해 퇴계의 나이는 68세. 퇴계가 그 천향의 냄새를 맡았던 것은 까마득한 48세 때의 일이었으니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었던 것이다. 퇴계가 처음으로 매화의 향기와 같은 여인향기를 맡은 것은 바로 두향(杜香)으로부터였던 것이다. 그때 두향의 나이는 18세. 퇴계가 48세의 장년의 나이에서 어느덧 죽음을 바라보는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듯 두향이도 이제는 소녀의 나이에서 초로의 나이로 접어든 중년일 것이다. 퇴계는 알 수 있었다. 비록 화분에 심어진 분매이긴 하였지만 그 등걸은 기고(奇高)한 모습으로 용틀임치고 있었다. 적어도 20년은 족히 되었을 매화 등걸이었다. 매화를 기르는 데에는 가지치기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지치기에 따라서 매화의 모습이 고(古)하고, 아(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그 요령으로 말하면 등걸은 드러나야 하고, 줄기는 구부러져야하며, 가지는 성깃해야 하고, 꽃은 드문드문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매화 중의 으뜸은 단연 백매지만 백매 중에서도 최고는 육화(六花)의 엽이 모두 흰눈처럼 새하얀 단엽(單葉)이 최고의 명품이었던 것이다. 평소에 매화를 좋아하는 퇴계로서도 그 꽃은 처음 보는 최고의 빙기옥골(氷肌玉骨)이었다. 문자 그대로 흰눈과 얼음 같은 살결과 옥과 같은 뼈대를 지닌 화괴(花魁)였던 것이다. 이런 매화를 가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사람. 그것은 두향이뿐이었다. 두향이가 매화를 양매하는데 탁월한 솜씨를 지녔다는 것은 오늘날 두향의 묘비에 새겨진 다음과 같은 비문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지 않을 것인가. “성명은 두향. 중종조 시대의 사람이며, 단양태생. 특히 거문고에 능하고 난과 매화를 사랑하였으며, 퇴계 이황을 사모하였다.” 비문에 새겨진 대로 매화를 사랑하여 양매를 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던 두향. 두향은 퇴계와 헤어진 20여 년 동안 오로지 임을 생각하는 상사(相思)하나로 분매를 가꾸고, 가지치고. 꽃을 피워 마침내 퇴계가 평생 동안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아취고절(雅趣高節)의 매화 한그루를 이루어낸 것이다.
  • [우리구 최고야!] 도봉 녹색공간 ‘비비추 능선’의 할미꽃

    [우리구 최고야!] 도봉 녹색공간 ‘비비추 능선’의 할미꽃

    “할미꽃! 도대체 할미꽃이 뭐야.” 홈지기 언니가 닉네임을 당장 바꾸라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안개꽃, 아네모네, 이쁜공주 등 깜찍하고 발랄한 이름을 지었다. 그렇지만 나는 왠지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끌린다. 언니는 다들 젊어지려고 예쁜 이름을 찾느라고 난리들인데 하필이면 늙음을 자초하는 할미꽃이냐며 불평을 한다. 그러나 나는 할미꽃이 좋다. 할미꽃은 고향의 꽃이다. 그 꽃잎 속의 오솔길을 따라가노라면, 초가집과 기와집 사이의 골목길에서 고무줄 놀이하던 친구들이 보인다. 흰 눈이 내린 겨울밤 할아버지가 단종애사를 창(唱)으로 부르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기도 한다. 할미꽃은 할머니의 무명 행주치마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 봄 보송보송한 솜털로 뽀샤시하게 화장하고 보일듯 말듯 수줍게 고개 숙여 피는 새악시 같은 꽃, 그 충격적인 아름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어느 외로운 이의 무덤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꽃. 나는 그 꽃의 고운 마음 씀씀이 때문에 더욱 애착이가며 정겹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충격줄 만큼 아름다운 ‘고향의 꽃´ 지금 우리 주변에는 할미꽃이 희귀종이 되어 가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캐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며칠 전 도서관 가는 길에서 ‘비비추 능선’이라는 작은 오솔길을 발견하였다. 그곳은 사라져가는 우리 야생화를 심어서 자연친화적으로 동산을 만들고 있었다. 푯말에는 들꽃 동산은 자라나는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의 좋은 체험학습장이 될 것이며 도봉구 창1동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나는 꽃을 심고 있는 아저씨께 “고생이 많으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니 “풀에서도 산소가 나와요. 산소가…”하는데 풀냄새와 흙냄새가 향긋하게 풍겨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비비추, 금낭화, 원추리, 초롱꽃, 꽈리, 둥굴레, 노루오줌, 할미꽃, 꽃범의 꼬리 등 이름만 들어도 예쁜 꽃들이 오목조목 심어져 있었다. ●또다시 마구잡이로 캐 가면 어쩌나 ‘비비추 능선’에 할미꽃이 있다니 나는 너무 반가워 이리저리 살펴 보았지만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몇 번을 산을 오르내리다 겨우 찾았을 때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이 또 무분별하게 채취해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할미꽃이 꽃은 지고 호∼ 불면 날아갈 듯한 솜털이 할머니의 흰머리마냥 바람결에 흔들린다. 나는 그곳에서 내 고향 들녘을 떠올려 보았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사금파리로 소꿉놀이 하던 그 곳에도 할미꽃이 정겹게 피어 있었지. 나는 할미꽃 옆에 앉아서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세 딸들의 집을 찾아가는 할머니를 그려 본다. 두 딸들에게 문전박대당하고 셋째딸네 집을 찾아가다 쓰러진 곳에서 피어난 꽃. 삭막해져 가는 우리들 가슴에 효(孝)를 생각하고 반성하게 하는 꽃, 할미꽃이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할미꽃은 노고초(老姑草),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하며 뿌리는 해열, 소염, 이질 등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원추리는 망우초(忘憂草)로 모든 시름을 잊게 해 주며 주로 뜰안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이 꽃은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우리 꽃을 이름 지어 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조팝나무꽃은 북극으로 가는 기차 도란도란 꽃, 은방울꽃은 성모마리아의 눈물, 엄지공주꽃, 할미꽃은 고개 숙였다고 스탠드 꽃이라고 한다. 도심의 근처에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비비추 능선’이 우리의 꿈 동산이 되고 청라언덕이 되길 기원해 본다. 오늘 비비추 능선에 핀 할미꽃은 명심보감 한 구절을 떠 올리게 한다. ‘一日淸閑(일일청한)이면 一日仙(일일선)이니라.’ 하룻동안 마음이 깨끗하고 한가하면 하룻동안 신선이니라. 정희숙 창1동 주민
  • 儒林(621)-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4)

    儒林(621)-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4)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4) “하오면” 노인은 등에 메었던 걸망을 벗어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퇴계 선생께오서 서당에 계시옵니까.” “무슨 일이오.” 유생은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져서 물을 길어 올리고 있었다. 두레박에 든 물을 물동이에 가득 채우면서 여전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한눈에 보아도 서당 안을 드나들 수 있는 선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놈도 아닌 중인의 행색을 하고 있었으나 선생의 안부를 물을 만한 위치의 사람은 더더욱 아니어서 유생의 말투는 자연 시비조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으리께 드릴 물건이 있어서 그러나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벗은 걸망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우물가에 놓았다. 유생은 노인이 꺼낸 물건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분매였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도 그 매화는 여느 매화가 아니었다. 흔히 흰눈이 내리는 엄동설한에 피는 매화를 설중매(雪中梅)라고 하였고, 섣달에 피는 매화를 기우(奇友), 봄에 피는 매화를 고우(古友)라 하였는데, 노인이 꺼내놓은 매화는 고우 중의 으뜸인 백매(白梅)였던 것이다. 유생은 매화에 문외한이었으나 퇴계 선생이 유난히 매화를 사랑하여 평소에 매화를 매형(梅兄), 매선(梅仙)으로 의인화해 부르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대접할 정도로 유난히 매화를 사랑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뿐인가. 스승께서는 서당 서동쪽에 절우사(節友社)의 단을 쌓고 솔, 대, 매화, 국화를 심고 이들과 함께 절의를 맹세하는 결사를 이루지 않았던가. 이때 스승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지 않았던가. “솔과 국화는 도연명 뜰에서 대와 함께 셋이더니 매화형(梅兄)은 어이해서 참가 못했던가. 나는 이제 넷과 함께 풍상계를 맺었으니, 곧은 절개 맑은 향기 가장 잘 알았다오.” 풍상계(風霜契). 문자 그대로 함께 바람과 서리를 견디는 결사를 맺은 스승 이퇴계. 스승은 이들 중에서 매화를 가장 사랑하여 매화를 형으로까지 부르고 있지 아니한가. “어디서 온 누가 보내는 물건이라고 여쭙는단 말이오.” 남루하기 짝이 없는 걸망에서 나온 화려한 분매를 보자 유생의 태도는 한결 누그러졌다. “그것은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나으리께서 이 분매를 받아보시면 자연 누가 보낸 것인가 알아보실 것이나이다. 쇤네는 이 우물가에서 기다리고 있겠나이다. 나으리께서 매화꽃을 받아보신 후 쇤네를 부르시면 들어가서 문안인사를 여쭐 것이옵고, 부르시지 않으시오면 그대로 이 우물가에서 찬물이나 몇 잔 더 마시며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돌아갈 것이나이다.” “알겠네.” 유생은 선뜻 한 손에는 물동이를 다른 한 손에는 노인으로부터 받은 분재를, 들어올리며 대답하였다.
  • 멋진 응원복 멋진 월드컵 - 리폼으로 나만의 개성을

    멋진 응원복 멋진 월드컵 - 리폼으로 나만의 개성을

    2002년 월드컵에는 빨간 티셔츠만 어떨결에 걸쳤다. 올해는 준비된 자세로 월드컵을 즐겨 보자.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실력과 투혼만큼 높아진 붉은악마의 응집력과 패션감각을 보여줄 때. 언제 어디서 카메라가 다가와도 당당하게 감각을 뽐낼 수 있도록, 멋스럽고 개성있는 나만의 빨간 티셔츠를 만들어보자. 붉은악마의 공식 응원복, 베이직하우스의 붉은 티셔츠.공식 응원복이라고 똑같이 입을 수는 없다.티셔츠 소매나 밑단을 잘라 살짝 리폼하면 나만의 멋을 살릴 수 있다. 여기에 천을 덧대거나 주름을 잡은 리폼 티셔츠도 가능하다. 베이직하우스 모델인 인순이, 김민선, 아이비가 입고 나온 바로 그 티셔츠다. 붉은 티셔츠를 눈에 띄게 입을 수 있는 리폼 방법을 베이직하우스 디자인팀이 소개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섹시한 인순이 스타일 재료:붉은 티셔츠, 라이터 만드는법:(1)내 사이즈에 맞는 티셔츠의 목 부분을 V자로 잘라낸다.(2)잘라낸 목 부분 가장자리를 라이터를 이용해 살짝 지진다. 실밥을 말끔하게 제거하고 올이 풀리는 것을 막는다.(3)응원복의 양 옆 솔기 부분을 가슴 아래 5∼10㎝ 정도까지만 남겨 놓고 박음질을 뜯어낸다.(4)뜯은 옷의 한쪽 모서리의 앞·뒤판을 잡아 묶어 아랫부분이 V자가 되도록 한다.Tip:불로 지질 때 라이터를 천에 너무 가까이 대면 탈 위험이 있으므로 불꽃 끝이 살짝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천을 따라 빠르게 두 세 번 라이터를 움직여준다. # 여성스러운 김민선 스타일 재료:붉은 티셔츠, 흰색 망사 테이프, 붉은 실 만드는법:(1)티셔츠의 목 둘레를 넓게 잘라내고, 양쪽 소매 부분도 암홀(몸통과 소매가 이어지는 부분)을 따라 잘라낸다. 개성에 따라 기존의 암홀보다 더 깊게 잘라내도 좋다.(2)넓은 흰색 망사 끈을 목 둘레와 소매 부분 둘레 길이만큼 자른다. 망사 끈이 없으면 가는 레이스나 망사 천을 길게 잘라 사용해도 된다. 망사로 된 끈을 사용하는 것이 끝단 처리가 깔끔해 편리하다.(3)박음질하기 전, 시접 부분을 남기고 3개의 망사 끈을 옷핀으로 목둘레와 소매 둘레에 고정시켜 모양을 잡는다. 이때 박음질할 망사 끝 부분 0.5∼1㎝ 정도를 응원복 안쪽으로 댄다.(4)붉은색 실을 사용해 박음질을 한다. 붉은색 실을 사용하면 붉은 응원복 위로 바늘땀 표시가 나지 않아 깔끔하다.Tip:흰 레이스 끈 대신 검은색을 사용해도 멋스럽다. 검은색 천을 벨트처럼 허리에 두르고, 검은 티어드스커트(천을 층층이 덧댄 치마)를 매치해 입으면, 세련되면서도 맵시있다. # 멋진 몸매 아이비 스타일 재료:붉은 티셔츠, 흰색 민소매셔츠, 흰색 실 만드는법:(1)티셔츠의 목 둘레와 소매 둘레를 잘라 민소매로 만든다.(2)자른 부분을 흰색 실로 오버로크 하면 올이 풀리지 않아 깔끔하다.(3)오른쪽 옆 솔기의 가슴 위치에서 아랫단까지 사선으로 자르고 역시 오버로크 처리를 한다.(4)몸에 딱 붙는 흰색 민소매셔츠를 받쳐입으면 간단한 나만의 티셔츠 완성! ●컨셉트따라 포인트 가지가지 리폼을 할 때 초보자는 가위질이 서툴러 실수할 우려가 있다. 초크를 이용해 티셔츠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자르는 것이 예쁘게 리폼하는 기본 자세다. 무늬나 디자인 등 티셔츠 자체가 지난 멋스러움이 있다면 리폼할 때 주의를 기울여 포인트를 살려주는 것이 좋다.좋은사람들 ‘예스’의 윤영지 디자이너는 “섹시, 로맨틱 등 본인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컨셉트를 우선 정하고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을 따라 리폼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1) 개성있는 스타일 재료:티셔츠, 셔츠와 어울리는 색상의 고무 밴드, 안쪽에 같이 붙일 하얀 고무줄 만드는 법:(1)티셔츠의 원하는 위치에 밴드를 놓고 약간 잡아 당기면서 바느질한다. 천 앞에는 컬러 밴드를, 뒷면에는 하얀 고무줄을 같이 박음질한다.(2)밴드를 잡아당긴 정도에 따라 볼륨감이 나오면서 밑단이 커튼처럼 보이는 멋스러운 티셔츠가 완성된다.(3)밴드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거나 리본처럼 묶는 등 자유자재로 연출해 포인트를 준다.(4)뒤판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한다. Tip:옆선에도 꼭 밴드를 박아준다. 그래야 허리선이 들어가 옷이 몸을 따라 붙어 예쁘다. (2) 사랑스러운 스타일 재료:붉은 티셔츠, 원하는 색상의 밴드, 하얀 고무줄, 레이스(폭이 넓은 것과 좁은 것 다양하게) 만드는 법:(1)목선을 넓은 라운드 형으로 자르고 레이스를 박는다.(2)가슴선 바로 아래쪽으로 하얀 고무줄을 안쪽 원단에 두고 잡아 늘려 바느질하면 자연스러운 주름이 생기면서 엠파이어 스타일처럼 된다.(3)티셔츠 밑단을 잘라내고 레이스를 박는다. 폭이 넓은 것이 여성스럽다. 바느질할 때 주름을 잡아주면 보다 여성스러워진다.(4)소매 양 끝에 주름을 잡으며 밴드를 봉제한다. 소매 단 아래로 늘어뜨린 밴드는 예쁘게 묶어준다. ●갈기소매·롤업바지 ‘미스 태극전사’ 티셔츠는 면 소재로 된 것이 많기 때문에, 가위로 자르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특별히 끝 처리를 해 줄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가위와 옷핀만 있으면 최대한 멋을 낼 수 있다는 말씀. 자투리 천, 운동화끈 등을 살짝 덧대면 더욱 멋스러운 연출을 할 수 있다.카파는 붉은색 ‘스코어티셔츠’ 두 개와 흰색 민소매 티셔츠 한 개를 이용해 ‘나만의 응원복’을 연출했다.영화배우 이준기씨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희 실장(테이크 스타일)과 예작 디자인팀의 조언을 따라 티셔츠 개조에 들어가 보자. (3) 응원복도 겹쳐 입기 기존 라운드형 목선은 V형으로 오려내고, 소매는 잘라낸다. 하나 더 준비한 셔츠의 앞판을 아주 깊게 파낸 후, 소매 부분을 잘라 갈기를 만든다. 셔츠 아랫부분에 주름을 줘 고정시키면 끝. 최근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니 스커트나 짧은 반바지, 밑단을 접어 발랄해 보이는 롤업(roll-up) 바지와 함께 입으면 나도 ‘미스 태극전사’가 될 수 있다. 이국적인 목걸이를 걸어 화려하게 연출해도 좋다. (4) 귀엽고 시원하게 첫번째 리폼 셔츠를 만들다가 남은 자투리를 이용해 또 하나의 리폼 셔츠를 만들 수 있다. 첫번째 리폼에서 깊게 오려낸 부분을 민소매 셔츠 앞판에 덧댄다. 잘라낸 소매를 펴서 허리 부분에 붙이고 칼집을 내면 또 하나의 리폼 셔츠가 탄생한다. 전체적으로 귀여운 이미지의 짧은 바지, 운동화 등 캐주얼한 패션 아이템과 잘 어울린다. 액세서리는 귀여운 것으로 골라 깜찍한 분위기를 풍긴다. (5) 커플 셔츠 리폼도 OK! 남성용 티셔츠의 목 선을 원하는 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잘라낸다. 이 셔츠의 안에 색상이 다른 티셔츠와 함께 입으면 허름한 빈티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여성용 티셔츠는 양쪽을 모두 잘라낸 뒤 옷핀으로 연결시킨다. 뒤쪽도 과감히 잘라내 튀는 컬러의 운동화 줄로 마무리한다. 톱을 입고, 그 위에 리폼 셔츠를 덧입으면 섹시한 스타일이 탄생한다.
  • 두 시인 첫 시집

    곽효환은 4년 전 ‘시평’ 겨울호에 ‘수락산’등 5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하지만 시인의 꿈은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인디오 여인’(민음사)은 지난 10년간 그가 스쳐지나온 사람과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서사와 서정의 기록이다. “3월에 큰 눈이 내린 후/황새 한무리 길을 잃었다/검고 흰 날개를 펴고/철원평야를 건너 순담계곡을 배회하다/날개를 접었다/바이칼호가 아득하다//나도 어딘가에 길을 잃고 버려지고 싶다/아득히 잊혀지고 싶다”(‘길을 잃다’전문)처럼 시집에는 길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기록된 행로는 국경을 넘어 러시아와 프랑스, 쿠바, 멕시코로 뻗어나간다. 그곳에서 시인은 사람을 만나고, 역사와 대면한다. 가령 아스텍 신전에서 만난 “군옥수수를 파는 인디오 여인의 그늘진 얼굴”에서 시인은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군옥수수를 파는 인디오 여인’중)을 본다. 평론가 유종호는 “시인 곽효환은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주목하며 경청하며 적어두는 젊은 나그네”라고 평했다. 무심한 듯 풀어놓는 개인사의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나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아버지의 자살에 관하여”(‘자살에 관하여’중)라거나 “사업 실패로 추락한 아버지의 종착지”였던 “사당동 산 17번지”(‘물 길러 가는 길’)등은 시인이 겪은 가족사의 비극과 내면의 상처를 짐작케 한다. 신기섭은 지난해 12월 쏟아지는 폭설속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떴다. 경북 문경 출신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채 1년도 안돼 사라진 꽃다운 시인의 죽음을 많은 문인들이 안타까워했다. ‘분홍빛 흐느낌’은 등단 후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20여편과 평소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인 스스로 정리해둔 미발표작 등 53편을 묶었다. 평론가 신수정 등 시인의 은사와 서울예대 문우들이 발벗고 나섰다. 생전의 시인은 늘 웃음 띤 얼굴이었으나 시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겁고 쓸쓸하다. 죽음에 관한 시들이 유독 많은 것도 예사로이 넘겨지지 않는다. “오래 자다 일어난 것 같은데 어둡다 문득 잠결에 친구의 전화를 받은 기억, 그러나 그 친구 이미 오래 전 스스로 목을 매달고 죽은 기억”(‘봄눈’중)이나 “늙게 살면 빨리 죽는 거야/희망을 말하면 빨리 죽는 거야”(‘문학소년’중)같은 시구에서는 어느새 시인의 무의식을 짓누르는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엄마를 대신해 시인을 돌봤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눈물겹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분홍색 외투를 태우며 시인은 “이제는 추억이 된 몸속의 흐느낌들이/검은 하늘 가득 분홍색을 죽죽 칠해나간다”(‘분홍색 흐느낌’중)고 노래한다. 시인 문태준은 “고통의 품에 오래 안겨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대긍정이 그의 시에는 있다.”고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킴 루오토넨 주한 핀란드 대사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킴 루오토넨 주한 핀란드 대사

    핀란드는 인구가 서울의 절반 수준인 520여 만명에 불과하지만 국가 경쟁력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통신업체 노키아와 자일리톨 껌, 여성 대통령이 먼저 떠오르지만 저력이 느껴지는 나라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터널에서 북악 스카이웨이 가는 길에 자리 잡은 대사관저에서 킴 루오토넨(58) 주한 핀란드 대사를 만났다. 탁트인 전망에 정원의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 손님을 맞았다. # 닭요리 잘해요 한국에 온 지 2년된 그는 활기 넘치는 서울 생활이 만족스럽다. “오늘은 무슨 전시회를 볼까.”하고 고민할 정도로 문화적으로 즐길 만한 전시회, 공연이 넘쳐나서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유럽영화제’에 출품된 핀란드 영화 ‘나의 어머니’도 직접 소개할 정도로 문화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루오토넨 대사는 지금이야 바쁜 업무로 요리할 기회가 별로 없지만 핀란드에서 생활할 때면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직접할 정도로 요리를 잘한다. 미감이 있어서인지 자주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요리책을 보고 뚝딱 요리 한 접시 선보일 정도는 된단다. “여름 휴가때 별장으로 놀러가면 친구들을 불러 닭고기 요리에 샐러드, 감자요리도 내놓고, 그릴에 구운 양고기 바비큐도 합니다. 감자와 닭요리는 핀란드 사람들의 단골메뉴이지요.” 그가 이날 선보인 요리도 ‘버섯을 채운 닭가슴살’이다.“먼저 고단백, 저지방인 닭가슴살의 안쪽과 바깥쪽을 잘라 주머니를 만들어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내세요. 주의할 점은 닭가슴살을 칼등으로 가볍게 두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고기가 부드러워지거든요.” 핀란드 남부지방의 주변을 둘러싸는 발틱해에서는 염분 농도가 낮아서 연어, 송어, 청어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 생선요리가 발달한 이유도 거기 있다.7,8월 바다가 아닌 호수에서 잡는 작은 바닷가재를 이용한 요리도 핀란드의 별미다. 빵은 흰 빵이 아니라 호밀 빵을 주로 먹는다. “거친 호밀로 만든 호밀 빵은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돼 있어 대장암 발생을 줄일 수 있어요. 음식은 부드러운 것보다 거친 음식이 몸에 좋지요.” 좋은 음식을 먹어서인지 별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대사의 몸매가 군살없이 날씬하다. 한국 음식으로는 갈비, 불고기, 비빔밥 등을 좋아한다. 특히 고기를 구워 먹은 뒤 나오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외국인들은 보통 된장 냄새를 싫어한다고 하자 고개를 저으며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고 했다. # 나비 넥타이 즐겨매는 멋쟁이 루오토넨 대사에게서는 외교관보다 학자풍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다. 동그란 안경 너머 보이는 선한 눈매, 조용한 말투, 목을 가볍게 감싸안은 나비 넥타이… 마치 교수님 같다고 건네자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핀란드인의 성격 그대로 조용히 웃음 짓는다. 은은하게 멋을 낸 옷차림에서 그가 옷 잘입는 스타일리스트임이 한 눈에 보인다. 직접 고른 나비 넥타이 20여개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이날 드레스 코드에 맞춰 파란색 바탕에 흰 물방울이 잔잔히 맺혀 있는 나비넥타이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넥타이가 길면 식사할 때 음식이 묻잖아요. 나비 넥타이는 매기도 편하고요.” 그의 예술적 취향은 대사관 거실에 걸린 20여점의 그림에서도 잘 나타난다. 평소 그림과 조각을 좋아해 주말에 갤러리를 돌며 전시회를 본다.“개인적으로 그림을 컬렉션하기도 하는데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너무 비싸 선뜻 사기가 어렵네요.” 그는 삼청동과 인사동에서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30분∼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늘 걸어 다닌다. 경복궁을 끼고 돌아가기도 하고, 지름길로 가로 지르기도 한다. 가끔 경주, 광주, 제주도 등 전국 각지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인상 깊었던 곳은 한국의 전통미가 살아 숨쉬는 전주의 한옥마을이라고 말했다. # 친환경 기술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요 루오토넨 대사가 부임하면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과 핀란드 양국간의 경제 협력의 확대와 무역 증진이다. “현재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조선용 기계를 포함한 기계류 및 장비류 품목이 주로 한국으로 수출되지만 앞으로 환경 친화적인 기술제품의 수출을 늘려 나가고 싶습니다.” 여러 분야에서의 통합적인 환경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플라스틱 병과 비닐 가방이 사라진 지 오래란다. 대사 자신도 쇼핑을 할 때 쇼핑가방을 직접 갖고 다니고, 물건을 살 때는 재활용이 가능한지를 먼저 살펴볼 정도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친환경 사회를 만들려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조직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친환경 기술과 제품이 보급되면 자연 개인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오는 7월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게 될 핀란드는 앞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큰 역할을 맡게 됐다고 소개했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핀란드는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는 총 국토면적이 33만 8000㎢로 국토의 약 70% 가량이 삼림이다. 면적으로는 유럽내에서 6번째로 크지만 인구는 약 520여만명으로 유럽내에서 비교적 적은 인구를 가진 국가 중 하나다.20만여개의 호수가 있어 ‘호수의 나라’라로 불리는 핀란드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백야 현상 등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넋을 잃게 한다.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접하고 있어 러시아로 가는 서부의 관문이기도 하다. 1906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총선에서 피선거권을 줄 정도로 여성의 지위가 높다. 문학, 미술, 건축, 디자인 등 문화 수준이 높고, 교육, 복지정책이 잘 발달됐다.1990년대 이후 전기장비와 전자제품을 포함한 금속산업의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 핀란드 맛 3선 ● 버섯을 채운 닭가슴살 재료:뼈없는 닭가슴살 4조각, 버섯 400g, 부추 한단, 버터 50g, 크림 20㎖, 소금, 흰후추. 만드는 법:(1)버섯은 얇게 썰고 부추는 다진 뒤, 버터와 크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소금과 흰 후추로 양념해 차게 둔다.(2)닭가슴살의 안쪽과 바깥쪽 토막 사이를 잘라 주머니를 만든다.(3)닭가슴살을 가볍게 두드려준다.(4)닭가슴살의 주머니를 버섯과 부추로 채운 뒤 원래 모양대로 정돈해 준다.(5)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닭가슴살을 튀긴 뒤 소금과 흰후추로 양념한다.(6)토마토, 밥, 부르고뉴 지방의 백포도주와 함께 내놓으면 좋다. ● 블랙커런트 파르페 재료:계란노른자 2개, 설탕 65g, 블랙커런트 퓨레 50㎖, 더블 크림 190㎖. 만드는 법:(1)계란 노른자, 설탕, 블랙커런트 퓨레를 80℃의 중탕 용기에서 익힌다.(2)익힌 것을 걸러서 저은 다음 얼음 위에 놓고 식힌다.(3)크림을 넣는다.(4)사진 필름처럼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 비닐로 둥근 형태로 만든 뒤 얼린다. ● 순록고리를 얹은 멜론 재료:멜론 한쪽, 훈제된 순록고기 만드는 법:(1)멜론을 먹기 좋게 자른다.(2)훈제된 순록고기도 얇게 썰어둔다.(3)멜론위에 순록고기를 모양좋게 올려 놓는다.
  • 儒林(616)-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2)

    儒林(616)-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2)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52) 마치 인류가 낳은 최고의 성인이었던 노자와 공자의 만남을 연상시키는 퇴계와 율곡의 만남을 통해 우리나라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가 벌인 이 이중창의 대화는 짧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를 맞는 우리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는 바로 교육. 굳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국가의 운명은 청년의 교육에 달려 있다.’는 금언이 아니더라도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먼 장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것이다. 그러한 백년지계인 교육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는 이즈음 퇴계와 율곡이 나눈 마지막 대화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교육의 지표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일일 것이다. 즉 ‘위기주의자’로서의 퇴계와 ‘위인주의자’로서의 율곡의 대화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의 교육이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명예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공자가 주장하였던 ‘옛날에 배우고자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공부하였다.(古之學者爲己)’라는 군자학에서 비롯된 ‘위기지학’임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퇴계가 율곡의 간곡한 청원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결연히 고향으로 낙향하였던 것은 이러한 ‘위기지학’으로서의 학문적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 태도인 것이다. 우리교육의 목표가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과 명예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서의 공명주의에서 벗어나 자기의 인격, 학식, 덕행의 향상과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위기지학’의 원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오늘날의 교육적 위기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퇴계와 율곡이 16세기의 현실에 맞추어서 나눴던 짧은 대화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가진 통시성과 일치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위대한 철인이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감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퇴계가 뛰어난 성리학자였으면서 대정치가였던 율곡보다 한층 더 위대한 사상가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위기주의자’로서의 면모 때문이었던 것이니, 퇴계는 그로부터 4년 뒤인 선조4년 70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이때 율곡도 병환으로 벼슬을 사직하고 잠시 처가가 있는 해주의 야두촌으로 돌아가 야인생활을 하고 있었는데,1570년 12월 퇴계가 별세하였다는 부고가 오자 율곡은 신위를 만들어 놓고 곡을 하였다. 소대(素帶)를 차고 외실에서 거처하였으며, 동생 우를 시켜 제문을 바치도록 하는 한편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심상하였다. 비교적 자대하는 면이 있어 고집이 세고 남을 비평하기를 잘하여 여간해서는 타인을 대단하게 평가하지 않았던 율곡이었는데, 유독 퇴계만은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여 평생동안 스승으로 섬겼던 것이다. 그러한 스승 퇴계가 마침내 7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였던 것이다. 율곡은 제문에서 퇴계를 일러 ‘천지사이에 뛰어난 기질을 모아서 타고나 은연함이 옥과 같고 모습이 순박하다.’고 칭송하였으며,‘행실은 가을 물처럼 맑고 깨끗하다.’고 표현하였다. 또한 스승의 학문에 대해서는 ‘뭇 학설에 서로 다른 점을 절충하여 하나로 모으되 주자를 스승으로 하였다.’고 추모하였던 것이다.
  • ‘北 발견’ 발해 고분벽화 첫 공개

    지난 2004년 9월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금성리에서 발견된 발해(698∼926)시기 고분벽화가 처음 공개됐다. 금성리고분은 안길(널길)과 장방형인 주검칸(널방)으로 구성된 석실봉토분(石室封土墳·돌칸흙무덤)으로, 이 고분의 벽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무릎 아래 일부만 모습이 남아 있지만 발해시대 복식 이해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발해 복식 연구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민지(미국 거주)씨가 국내에서는 접근이 차단된 북한 웹사이트 ‘내나라’에 게재된 자료를 확인, 지난 27일 공개한 것이다. 이 고분은 원래 주검칸 벽과 천장에 회를 바른 뒤 동·서·북쪽 벽면에 벽화를 그렸지만, 발견 당시 북쪽 벽면 아랫부분에만 약간의 회벽과 함께 벽화가 남아 있었다. 벽화 속 인물 그림은 흰 각반을 차고 검은 신발을 신은 사람의 다리를 표현했다. 발해시대 벽화고분은 지금까지 1980년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현에서 발견된 정효 공주묘와 91년 발해 수도였던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상경성(上京城) 부근에서 확인된 싼링둔(三靈屯) 2호분이 학계에 보고돼 있으나, 후자는 실물사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금성리 벽화고분은 북한에서 처음 발견된 발해 벽화고분인 셈이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얘들아’ 제목까지 닮았네

    약속이라도 했을까. 시인 김용택, 소설가 이순원이 나란히 어린이책을 냈는데 용케도 제목들이 닮았다. 김용택은 ‘얘들아, 백두산 가자’(이육남 그림, 스콜라 펴냄)라고 구슬리고 이순원은 ‘얘들아 단오 가자’(이보름 그림, 생각의나무 펴냄)라며 다정히 어깨에 손을 얹는다. 올들어서만 어린이책을 몇 권이나 내놓은 김용택은 또 한번 부지런한 글쓰기를 자랑한다.‘김용택 선생님의 우리 산 옛날이야기’란 큰 제목 아래 묶인 책은 모두 3권. 백두산 편을 비롯해 ‘얘들아, 금강산 가자’(그림 김명호) ‘얘들아, 한라산 가자’(그림 이동진) 등이다. 또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등 인기 장편소설로 알려진 이순원의 책은 풀어쓴 시처럼 소담한 글맛을 원없이 보게 해준다. 섬진강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지 30년이 넘는 ‘내공’ 덕분일까. 김용택의 새 책은 어린이들의 사회교과 실력까지 부쩍 끌어올려줄 것 같다. 시인은 현장답사의 생생한 감동과 관련 정보들을 균형있게 전하려 애썼다. 예컨대 “백두산 천지는 내 짧은 혀로, 내 은 연필로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령스러웠답니다.”라고 서문에서 밝힌 백두산 편은 소년 주인공 복이를 내세워 창작동화처럼 느긋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백두산 천지의 용왕, 돌기둥, 산삼 동자 등 현장에 얽힌 전설들이 구수한 입말체의 여운 깊은 읽을거리로 되살아난다. 백두산 관일폭포, 흰사슴에 얽힌 이야기 등이 하도 흥미진진해 민족 최고의 영산(靈山)을 꼭 한번 올라보고 싶다는 소망이 절로 솟구친다. 책 뒷부분에 각 명산의 정보들이 부록으로 간추려졌다. 산의 넓이와 높이에서부터 식물분포, 산에 얽힌 우리 시조 등 정보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단오는 내게 꿈이었습니다.”로 운을 떼는 이순원의 ‘얘들아 단오 가자’는 단박에 아이들의 마른 가슴을 적셔 놓을 듯 글의 운치가 깊다. 박물관의 박제된 풍습으로 남은 단오를 현재의 삶 속으로 자연스레 끌어들이는 작가의 기지가 반짝인다. 산골마을 대가족 은수네. 산수유 꽃망울 터지는 봄이 오면 해마다 그렇듯 단오제 준비로 모두가 바빠진다. 칠사당에 신주 빚을 쌀을 준비하고 깊은 산속에서 수리취를 따오는 어머니, 경포호수에서 창포를 캐어와 식구들 목욕할 창포물을 우려내는 욱태 아저씨, 창포비녀를 꽂고 단옷날 아침 굿당에서 가족들의 평안을 비는 할머니…. 여행길에서 스친 강릉 단오제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잊혀진 절기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려 자료조사에 무척이나 많은 공을 들였다. 폭설의 겨울에서부터 청보리 남실대는 초여름까지 단오의 여정을 여유롭게 좇아가는 글 전개에서 그 공력이 드러난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차 몰고 북녘땅 달리고 싶어”

    “죽기 전에 기관차를 몰고 북녘땅을 달리는 게 소원이었는데 다시 기차가 남북을 이어 달릴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이틀 앞둔 23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사천리 제진역을 찾은 강종구(85)씨의 감회는 남다르다. 흰 연기를 뿜으며 강원도 양양과 원산의 동해북부선 기찻길을 따라 수시로 증기기관차를 몰던 60년전 일이 감개무량하기만 하다. 현대식으로 번듯하게 지어진 역사와 말끔하게 단장된 승강장을 돌아본 강씨는 “동해북부선에 열차가 다시 운행하는 것을 죽기 전에 다시 보게 돼 여간 기쁘지 않다.”며 “금강산 관광은 물론 이산가족들도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42년부터 1944년까지 기관사로 일한 강씨는 주로 동해북부선을 운행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열차가 전기나 디젤기관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열차는 증기기관차였다. 그래서 기관사의 역할도 그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강씨는 “당시만 해도 서울을 오가는 영동지역 주민들이나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을 실어 날랐던 동해북부선은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이었기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1944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늦은 시간 화물열차를 운전하고 평양과 승호리 구간을 운행 중이었는데 대동강 상류 승호리역 인근의 철교에서 아이를 업은 여자 두명이 철교를 건너다 열차를 피해 뛰어 내렸지요. 그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옛날의 저진역은 저기 바닷가 쪽이었는데 새로 지은 역은 상당히 안쪽으로 들어왔네요. 역이름도 제진역이 아니라 저진역이었고요. 그리고 철로는 저기 저 산모퉁이를 지나 골짜기 쪽으로 났었는데….” 오랜만에 찾은 제진역사에서 옛 기억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25일 시험운행을 대비한 선로점검용으로 가져다 놓은 새마을호 열차의 기관차 운전석에 앉은 강씨는 “생각 같아서는 지금의 디젤기관차도 충분히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도 열차를 몰고 금강산을 지나 원산까지 한번 달려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儒林(61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6)

    儒林(610)-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6)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46) 그런 의미에서 장원급제한 율곡의 명문 ‘천도책’은 스승 퇴계가 내려준 ‘거경궁리’의 화두를 타파한 율곡의 오도송(悟道頌)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 23세 때 질풍노도의 계절에 2박 3일의 짧은 만남이었으나 율곡이 스승 퇴계로부터 받은 영향은 실로 지대하였던 것이다. 첫 상면이 있은 지 12년 후 율곡은 퇴계 선생이 돌아가시자 ‘퇴계 선생을 곡하다(哭退溪先生)’란 만사를 짓고 스승에 대한 예로 흰 띠를 두르고 심상(心喪)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율곡은 퇴계 선생으로부터 자신이 얻은 학문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내가 학문의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사나운 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여 가시밭의 거친 들에 있다가 방향을 고쳐서 옛길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은 실로 퇴계 선생의 계발에 힘입은 것이다.” 율곡은 그 후에도 스승 퇴계를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명종이 승하하고 선조가 막 즉위하던 과도기였다. 그때 마침 퇴계는 서울 한양에 올라와 있었다. 명나라에서 새로운 황제 목종이 등극하여 이 사실을 우리나라에 알리고자 사신을 보냈는데, 퇴계가 이들을 맞는 임무를 부여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양에 당도하여 정식으로 명을 받기도 전에 명종이 승하하고 말았으므로 퇴계는 즉시 명종을 추모하는 글을 짓고 가급적이면 빨리 한양을 떠나 도산서원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다. 이때가 1567년, 퇴계의 나이는 66세였고, 그는 깊은 병중에 있었다. 명종의 부르심을 받고 상경하는 도중 풍기에 머물면서 사퇴하는 장계를 올렸으나 임금은 윤허하지 않고 오히려 각 지방관에게 퇴계를 호송하고 전의는 가서 치료하여 모셔와 제수토록 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명종은 퇴계에게 공조판서와 예문관의 제학(提學)을 겸임시켰는데, 이때의 상황을 판관 우언겸(禹彦謙)의 아들 우추연은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병인년(1562년)에 왕명에 따라 퇴계 선생은 예천까지 가셨으나 병환이 너무 깊어서 상경하지 못하고 장계를 올린 후 안동 산사에 머물면서 왕명을 기다렸다. 모든 접대를 받지 않으시고 모두 뿌리치셨다. 다만 중에게 밥을 시켜서 드시니 그 소연하심이 정말 빈한한 선비 같으셨다. 봉화현감께서 그때 안기찰방(安奇察訪)으로 있었기 때문에 가서 시중을 들고자 하였으나 물리치시고 하인들도 보내지 못하게 하였다.” 이때 퇴계가 머물렀던 곳은 안동시 태장리에 있는 천등산 봉정사. 골수에까지 깊은 병이 든 퇴계는 이곳에서 다음과 같은 감상적인 시를 짓는다. “예 와서 공부한 지 오십년이 흘렀구나.(此地從遊五十年) 백화 앞에 고운 얼굴 봄을 즐겼더니 (韶顔春醉百花前) 함께 왔던 그 친구들 지금은 어디 가고,(只今携手人何處) 창암에 폭포 물만 예대로 흐르는가.(依舊蒼巖白水懸)” 간신히 한양에 도착한 퇴계는 그러나 뜻밖에도 명종이 승하하자 인산(因山)이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도산으로 돌아가려 하였다.
  • [녹색공간]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박은경 세계YWCA 부회장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국가입니다.” 교황의 손을 맞잡고 감격에 넘쳐 “한국에 추기경 두 분이 계셔서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라고 말하자 교황은 위와 같이 한국의 중요성으로 화답해 주셨다. 지난 10일 아침 10시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교황의 ‘일반관중’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금줄에 금 십자가와 금술이 달린 넓은 허리 띠 외에는 온통 하얀색으로 입은 하얀 머리의 베네딕트 16세 교황은 뚜껑 없는 하얀 차를 타고 모습을 보였다.1시간 전부터 소지품을 검사받고 자리한 전 세계에서 온 1만여명이 운집해 있는 광장 속을 누비고 사열하며 친근감을 뿌려 주었다. 바티칸 성당 바로 앞 단상에 마련된 특별석에서 보이는 성베드로 광장의 둥그런 수십개의 베이지색 건물 기둥들과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은 무척 세련된 색의 조화를 연출하였다. 그 속에서 조그맣게 멀리서 움직이는 하얀색 차위에서 움직이는 교황의 모습은 마치 동화속의 요정 같이 보였다. 맨 뒤 마지막 줄까지 돌고 돌아 드디어 하얀 차는 단상에 이르렀고, 교황은 바티칸성당 정문 앞 중앙에 마련된 붉은 햇빛 가리개 천막 밑에 마련된 교황의자에 앉았다. 좌측에는 붉은 장식이 빛나는 추기경들이 앉아 계셨고 우측에는 단상에 특별히 초대된 인사들이 앉아 있었다.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이태리어 등 6개 국어로 그 자리에 와 있는 전 세계의 단체들을 다 열거할 때 각 단체들은 함성과 함께 교황을 찬양하였고, 의자에 앉으신 교황께서는 일일이 손으로 화답하셨다. 교황께서는 의자에 앉아서 신부들의 도움을 받아 6개 국어로 세계에서 온 성도들을 매 번 환영하고 축수해 주셨다. 2시간에 걸친 미사가 끝났을 때 추기경들을 시작으로 교황의 알현이 시작되었다. 교황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는 추기경들의 모습에서 교황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맨 앞줄 10여명만이 교황과 대담할 수 있도록 허락되는데, 필자의 옆에는 미국 부시대통령의 동생인 플로리다 주 주지사 부인이 있었다. 우측 단상으로 교황께서 오셨을 때 네 번째 서 있던 필자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고 추기경이야기를 꺼냈다. 교황은 무척 다정하고 평화롭고, 비형식적이었다. 필자의 손을 감싸 안은 손길은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었다. 의례적이거나 형식적인 모습은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세계 YWCA 부회장으로 두 번 피선되어서 7년 째 일하고 있는 필자는 회장, 사무총장과 함께 바티칸 정부의 초대를 받고 교황을 만날 수 있었다. 교황을 뵙기 하루 전 날 종일 교황청에서 관계자들을 만나서 알게 된 바티칸 정부의 행정력 또한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구조로 짜여져 있었다. 11개의 교황청 위원회 중 기독교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한 위원회, 평신도 위원회, 정의 및 평화 위원회 등 3부서를 방문하여 긴 시간 상호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1960년대부터 천주교는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하였고, 최근에는 예수를 구세주로 믿지 않아 구세주가 재림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대교와도 대화를 시작하였다는 맥도널드 신부의 보고를 듣고 천주교의 맹렬한 평화 시도를 읽을 수 있었다. 필자는 기독교의 다양한 원리속에서 어떻게 통합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무티소 신부는 다양함 속에서 더 평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가치있다고 답하였다. 지난 사월 초파일 정진석 추기경이 조계사에 가서 지관 총무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각 성당에서 인근 불교 사찰로 가 상호 유대를 맺어 가는 일들이 이렇게 바티칸 정부의 오랜 종교간의 대화를 통한 평화 추구에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박은경 세계YWCA 부회장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22)群鷄一鶴(군계일학)

    儒林 (594)에는 群鷄一鶴(군계일학)이 나온다. 닭의 무리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난 인물’을 이른다. ‘群’은 손에 방망이를 들고 명령하는 어떤 官職名(관직명)을 나타낸 ‘君’(군)과 群集性(군집성) 동물을 지칭하는 ‘羊’(양)이 결합된 形聲字(형성자)이다.用例(용례)에는 ‘群輕折軸(군경절축:가벼운 것도 많이 모이면 수레의 굴대를 부러뜨린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뭉치면 큰 힘이 됨을 이름),群雄割據(군웅할거:여러 영웅이 각기 한 지방씩 차지하고 위세를 부림)’등이 있다. ‘鷄’자에서 音符(음부)로 쓰인 ‘奚’는 ‘포승에 묶여 꿇어앉은 사람’의 상형이며,意符(의부)인 ‘鳥’(조)는 ‘새’의 상형.‘鷄犬相聞(계견상문:인가가 잇대어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름),鷄口牛後(계구우후:큰 집단의 꼴찌보다는 작은 단체의 우두머리가 나음을 이름),鷄鳴狗盜(계명구도:비굴하게 남을 속이는 하찮은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등에 쓰인다. ‘一’은 가로의 한 획으로 數(수)의 ‘하나’를 나타냈다.數의 첫째라는 점에서 ‘처음’‘근본’의 뜻이 파생하였고, 둘 이상의 것이 아닌 하나라는 뜻에서 ‘한결 같다’‘오로지’라는 뜻이, 둘로 나뉘지 않고 합쳐져 있는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鶴’은 形聲字로 ‘두루미’를 나타낸다.用例에는 ‘鶴首苦待(학수고대: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림),鶴林(학림:석가모니의 입멸이 슬퍼서 숲이 말라 흰 학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되었다는 데서 유래하여 석가모니의 열반을 이름)’등이 있다. 晉書(진서)의 기록에 의하면, 혜소는 竹林七賢(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혜강의 아들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先親(선친)의 절친한 벗인 산도(山濤)의 薦擧(천거)로 벼슬길에 나갔다. 왕은 죄인의 아들이나 아비는 벼슬길을 제한하는 社會的(사회적) 通念(통념)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斷行(단행)하였다. 죄인의 아들인 혜소를 천거에 의해 任用(임용)하면서 주청한 것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벼슬을 除授(제수)한 것이다. 혜소가 처음 洛陽(낙양)에 올라 왔을 때의 일이다. 어떤 사람이 七賢(칠현)의 한 사람인 왕융(王戎)에게 “어제 사람들 틈에서 처음으로 혜소를 보았지요. 그의 氣像(기상)은 닭의 무리 속에 서 있는 학과 같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왕융은 “자네가 그 사람의 아비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라고 하였다. 혜강이 훨씬 뛰어난 인물이었음을 의미한다. 혜소는 얼마 후에 여음의 太守(태수)가 되었고, 늘 職分(직분)에 충실하고 강직함을 잃지 않았다.永興(영흥) 元年(원년), 팔왕의 난이 한창일 때 왕은 河間王(하간왕)을 치려고 군사를 일으켰으나 전세가 불리하자 혜소를 불렀다. 부름을 받은 혜소가 行在所(행재소)에 도착한 것은 왕의 군사가 탕음(蕩陰)에서 패배했을 때였다. 혜소는 모두들 도망해버린 행재소에서 홀로 왕을 警護(경호)하다가 화살을 맞아 鮮血(선혈)이 御衣(어의)를 물들였다. 전쟁이 끝난 뒤 近侍(근시)들이 왕의 의복을 빨려하자,“이것은 혜시가 흘린 忠義(충의)의 피다. 씻어 없애지 마라.”하며 옷을 빨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데스크시각] 낙산사에 배꽃이 피어야 할 이유/서동철 공공정책부장

    누구든 진솔한 마음을 담아 부르기만 해도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관음보살은 인도 남쪽의 ‘포탈라카’에 살고 있다고 화엄경은 적고 있다고 한다. 불경이 중국으로 전해지며 포탈라카는 보타락가(補陀洛迦)로 음역됐다. 낙산사(洛山寺)는 곧 관음보살이 살고 있는 절이라는 뜻이 된다. 바닷가에 솟은 포탈라카는 희고 작은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산으로 묘사되어 있다. 의상대사가 관음신앙의 성지(聖地)를 닦을 터를 찾아 헤매다 양양땅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치며 ‘나무관세음보살’을 되뇌지 않았을까. 이름없는 바닷가 봉우리가 낙산이라고 불리고, 해돋이 명소로 떠올랐으며, 하얀 배꽃이 화사한 절로 유명해진 것 하나하나에 우연이라고는 없다. 산불로 잿더미가 되기 이전에 낙산사를 가리켜 누군가 ‘볼 것 없는 절’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통보전에 모셔졌던 관음보살은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법열(法悅)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절을 둘러친 담장은 찾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게다가 세조의 발원이 담긴 칠층석탑과 동종이 건재하던 시절이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절을 서둘러 재건하느라 주전인 원통보전부터가 허술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알 만할 전문가가 ‘볼 것이 없다.’고 했다면 아마도 낙산사가 가진 의미에 견주어 보물 몇점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역설은 아닐까. 문화유산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너무나 눈에 보이는 것 위주여서 서글프다. 해외여행에서 마주치는 문화유산을 단순히 크기와 화려함으로 우리 것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휩싸이곤 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정말이지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절이 되어버린 지금도 관음보살의 상주처(常住處)로 낙산사가 갖고 있는 의미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동안에도 낙산사가 아름다웠던 것은 눈에 보이는 문화재 덕분이 아니라, 불교철학에 담긴 상징성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그런 점에서 이 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걸음 나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발굴조사로 초기 가람의 모습을 확인하고, 옛모습을 제대로 되찾을 수만 있다면, 낙산사가 ‘볼 만한 절’로 탈바꿈할 기회를 제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산불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올 들어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해안 지역에서는 산불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산불은 언젠가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제로 튼튼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낙산사에서는 지금 산불이 경내로 번지지 않도록 불에 강한 활엽수로 방화벽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산불이 타고 넘었던 7번국도변에는 대표적 내화수종인 은행나무를 심는다. 바람이 강해 쉽게 불이 번지는 능선에도 신갈나무와 굴참나무로 내화수림대를 만들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내화수림(耐火樹林)이라는 용어는 몰랐겠지만, 그 효과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미당 서정주가 ‘동백꽃은 아직 일러…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만’ 듣고 왔다는 고창 선운사의 동백숲이 그렇고, 지리산 화엄사의 각황전 뒤편 동백숲이 그렇다. 불에 강한 동백숲과 참나무숲으로 구획을 지어 산불의 침범을 막았다. 그런 점에서 산림청이 낙산사 주변에 내화수림대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조상의 지혜’라는 무형의 문화유산을 되살리는 또 다른 의미의 문화재 복원작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낙산사 가장자리에 배롱나무를 둘러 심겠다는 계획은 조금 바꿨으면 좋겠다. 배롱나무는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는 별명처럼 오랫동안 붉은색 꽃을 즐길 수 있고 절의 정취에도 어울린다. 하지만 관음성지라는 낙산사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꼭 배나무가 아니더라도 작고 흰꽃이 피는 수종이면 어떨까. 훗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낙산사에는 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았을 때,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 또한 만개(滿開)할 것이다. 서동철 공공정책부장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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