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413
  • 초록의 품에 안겨… 붉게 저무는가, 봄

    초록의 품에 안겨… 붉게 저무는가, 봄

    보릿고개. 요즘은 일상에서 거의 들을 수 없는 단어다. 늘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의 세대에게 보리가 곤궁의 상징이었다면 요즘 세대에겐 풍경의 일부로 소비될 뿐이다.전북 고창에 아름다운 보리밭이 있다. ‘보리나라 학원농장’이다. 보리밭은 이삭이 팰 무렵 가장 아름답다. 류근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바람의 길을 따라 보리밭이 저희의 몸매를 만들 때”(‘두물머리 보리밭 끝’)가 바로 요즘이다. 고창은 신록의 계절에 더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명찰 선운사에 들러 신록의 초록 샤워를 맞아도 좋고, 세계인들이 감탄한 고창의 너른 갯벌을 보며 일상의 시름을 탈탈 털어내도 좋겠다. 그래서 간다, 고창으로. 초록의 품에 안기러.고창의 옛 지명은 모양현(牟陽縣)이다. 모양성 등 유적지나 고창 일대의 상점 등 간판에서 ‘모양’이란 글자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로 여기서 따온 표현이다. 한자로 모는 보리, 양은 태양을 뜻한다. 글자대로라면 보리가 잘 자라는 고장이라는 뜻이겠다. 청보리는 보리 이삭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누렇게 여물어 가는 ‘보리누름’ 전까지의 푸른 빛 보리를 말한다. 미풍에 살랑살랑 물결치는 모습이 싱그러워 특별히 청보리라 부른다. 고창에는 유난히 보리밭이 많다. 대표적인 곳은 공음면의 ‘보리나라 학원농장’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의 구릉 위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청보리밭이 파란 하늘과 맞닿아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는 곳이다. 실제 농작물 재배도 하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관농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봄에는 청보리,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메밀을 심어 사철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ASMR로 즐기는 보리와 바람의 합창소금기 머금은 갯바람이 보리밭을 휩쓸고 지날 때면 튼실한 이삭을 매단 청보리들이 물결처럼 춤을 춘다. 바람이 보리밭과 밭고랑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ASMR(자율감각 쾌감반응)로 손색이 없다. 일교차가 큰 날이면 새벽안개가 앉았다 간 보리 알갱이마다 이슬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 풍경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꼭 안개 때문이 아니더라도 청보리밭은 이른 아침 찾는 게 좋다. 그래야 명징한 푸름과 만날 수 있다. 조만간 보리는 노랗게 물들겠지. 그때쯤이면 농장에선 보리를 베고 메밀과 해바라기를 심을 테고. 푸름에 ‘유통기한’이 있는 게 못내 아쉽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또 가을이 올 터다. 학원농장 옆은 심원면이다. ‘마음 심(心)’ 자에, ‘으뜸 원(元)’ 자를 쓴다. 마음이 으뜸이란다. 불교에서는 이를 ‘일체유심조’라 했다. 그러니까 희로애락과 길흉화복이 모두 인간의 마음에서 온다는, 웅숭깊은 뜻을 지닌 마을인 셈이다.심원은 이름만큼이나 골골마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동네다. 흥미로운 인물도 만난다. 진채선과 검단선사다. 먼저 진채선(1842~?)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국창이다. 국창, 명창이란 칭호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시기에 ‘와장창’ 유리천장을 깬 이다. 조선 최고의 소리꾼이긴 해도 그에 대해 알려진 건 적다. 고창 읍내 판소리박물관에 가야 귀동냥이나마 할 수 있다. 그의 삶은 신재효(1812~1884)와 두텁게 얽혀 있다. 신재효는 판소리 이론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이론가이자 작가다. 태어난 시기는 달라도 둘의 고향은 같다. 진채선이 심원 검당포에서, 신재효는 읍내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둘은 사제 간이다. 진채선을 캐스팅한 이는 물론 신재효다. 검당포 무녀의 딸이었던 진채선은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로 소리를 익혔다.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던 진채선은 17세 무렵 신재효 문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웠다. 당시 판소리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최고의 이론가에게 지도받은 진채선은 쑥쑥 자랐고, 남자 명창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이 무렵 그의 일생을 또 한번 바꾸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대의 세도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흥선대원군은 남달리 소리를 즐겼다고 한다. 많은 판소리 명망가들과도 인연을 맺었는데, 신재효도 그중 하나였다.●조선 최초 여류 국창의 삶과 소리 신재효는 1867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경회루를 새로 지으며 베푼 낙성연 자리에 애제자 진채선을 데려가 데뷔시킨다. 진채선은 고운 외모와 청아한 소리로 단박에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중 가장 넋을 빼앗긴 이가 흥선대원군이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진채선은 운현궁에 들어가 살게 된다. 흥선대원군의 대령(待令) 기생으로 지내게 된 것이다. 이 일로 가장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는 스승 신재효였다. 절대 권력자의 애기(愛妓)가 된 제자를 함부로 만날 수 없게 되다 보니 그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신재효에게 진채선은 이미 단순한 제자가 아니었던 거다.제자에 대한 정이 사랑으로 변해 있다는 걸 확인한 그는 흥선대원군이 내린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제자를 향한 마음을 담아 판소리 단가 ‘도리화가’(桃李花歌)를 지었다. 이 이야기는 동명의 영화(2015년)로 제작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쉽게도 심원엔 그를 기억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 검당포에 그의 생가터를 조성해 놓았는데, 차마 찾아가 보라 권하기도 민망할 만큼 옹색하다. 심원면에서 2021년부터 9월 1일을 ‘진채선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는 것에 비춰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고창 읍내 판소리박물관에 진채선의 코너가 자그마하게 조성돼 있다. 그에 얽힌 대략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시각적 볼거리로는 두암초당이 그중 낫다. 거대한 암벽 아래 들여 지은 정자다. 두암초당이 있는 암벽에서 진채선이 연습을 거듭해 득음했다고 전해진다.검단선사는 선운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백제시대 고승이다. 당시 선운산 주변엔 산적들이 들끓었다. 검단선사는 이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도적질을 그만두게 했다. 이들이 정착한 곳이 검당마을이다. 양민이 된 산적들은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검단선사에게 소금을 보냈다. 이를 보은염(報恩鹽)이라 부른다. 당시 이들이 소금을 생산했던 ‘소금 벌막’을 재현한 건물이 검당마을 소금전시관 앞에 세워져 있다. 선운산 뒷자락 화산마을엔 원불교를 일으킨 소태산 대종사의 이야기가 전한다. 화산마을 연화봉 자락에 초막을 짓고 3개월 정진했는데, 이는 훗날 대각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연화저수지 앞에 이를 기념하는 ‘연화삼매지’가 조성돼 있다. 심원면 앞은 저 유명한 고창 갯벌이다. 람사르습지(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201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21년)에 등재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갯벌이다. 면적이 얼추 60㎢에 달할 만큼 거대하다. 한눈에 담을 수 없는 너른 갯벌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준다. 만돌마을 계명산 아래에 서해안바람공원이 조성돼 있다. 계명산은 ‘닭 계(鷄)’ 자에 ‘울 명(鳴)’ 자를 쓴다. 만돌마을에서 닭이 울면 중국에서 들린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높이라야 고작 해발 29m에 불과하지만 정상에 서면 만돌마을 일대와 너른 갯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창엔 읍성이 두 곳 있다. 모양성이라 불리는 고창읍성과 무장읍성이다. 이번 여정에선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무장읍성을 찾아간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1417년(태종 17년) 세워진 석성이다. 꼬박 130년 전인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엔 농민군이 이 읍성에서 승전보를 올리기도 했다. 전국적 봉기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이른바 무장기포(茂長起包) 후 세를 불린 농민군은 무장읍성을 향해 진군했고, 이들의 기세에 화들짝 놀란 관군들이 줄행랑을 친 덕에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무장읍성을 장악한 농민군은 옥문을 부숴 동학교도 40여명을 풀어 주고 군기고를 파괴해 무기를 확보했다. 3일간 머물며 전열도 정비했다. 농민군 숫자도 1만여명까지 불어났다. 무장읍성이 일종의 교두보 구실을 한 셈이다. 지금도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선운사 들러 신록의 ‘푸름’도 만끽 무장읍성은 야트막한 구릉을 마름모꼴로 감싼 평지성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견줘 무척 큰 규모다. 성이 축조될 당시 이 일대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 곳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정문은 남문인 진무루(鎭茂樓)다. 둥근 옹성 안에 2층 누각으로 세워졌다. 무장읍성 복원 전에는 무장초등학교의 교문으로 쓰였다고 한다. 당시 학생들은 세상 가장 멋지고 든든한 문으로 등하교를 했을 터다. 진무루를 넘어서면 숱한 세월을 살아낸 노거수들 사이에서 거대한 옛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사지관(松沙之館)이라 불리는 객사다. 옛 무장현의 위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건축물이다. 선조 14년(1581년)에 지었다니 400년이 넘었다. 객사 뒤는 사두봉(蛇頭峯)이라는 작은 구릉이다. 풍수지리적으로 뱀의 눈에 해당하는 지점이라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선운사는 고창 여정의 디폴트값 같은 곳이다. 절집 뒤란의 동백꽃(천연기념물)은 지고 없지만 신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신록의 빼어남은 단언컨대 어느 계절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선운사만큼이나 유명한 곳이 절집 옆 도솔계곡(명승)이다. 이 계곡을 따라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작은 이파리들이 물위에 비치면 물빛마저 신록처럼 푸르다. 이즈음 찾을 만한 명소 두 곳 덧붙이자. ‘책마을 해리’는 고창의 ‘핫플’ 중 하나다. 폐교를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입장료는 책을 사는 것으로 대신한다. 해리면 월봉마을에 있다.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는 ‘모든 순창 이팝나무의 어머니’라 불러도 좋을 만큼 수형이 거대하고 아름답다. 이번 주말께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알처럼 희디흰 작은 꽃들이 모여 흰 구름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 “어머! 파리알 아냐?”…대형마트 치킨서 파리 ‘꿈틀’

    “어머! 파리알 아냐?”…대형마트 치킨서 파리 ‘꿈틀’

    경남 창원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프라이드 치킨에 살아있는 파리와 파리알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창원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최근 자녀들과 치킨을 먹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대형마트에서 프라이드치킨을 주문했다. 그런데 배달된 포장용 비닐 안에는 살아있는 파리가 있었다. A씨는 치킨을 담은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 내부를 살폈다. 치킨 튀김옷에는 파리알로 추정되는 흰 물질이 여러 가닥 묻어나왔다.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진을 보면, 튀김옷 겉면에 희고 가느다란 물질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다. A씨는 이 흰 물질을 파리알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파리와 이물질을 발견한 뒤 A씨는 즉각 대형마트 고객센터에 항의했다. 마트 측은 “배송 과정에 파리가 유입된 것 같다”며 환불 조치 및 제품 수거를 위한 교통비를 지급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A씨는 “(이물질을) 모르고 먹었을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 치킨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치킨만 보면 구역질이 나온다”고 연합뉴스TV에 호소했다. 한편 마트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치킨 포장 과정에서 위생을 철저히 하기 위해 현장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치킨 포장 과정에서 용기 뚜껑까지 밀봉하지만, 해당 경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밀봉이 풀리면서 물질이 유입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트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받아 이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할 예정”이라며 “조리된 상품을 철저히 밀봉하고, 배송 과정의 위생 관리도 더욱 강화해 고객이 안심하고 드실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빵빵 터지네…대학로 사로잡은 이 남자의 유머 코드

    빵빵 터지네…대학로 사로잡은 이 남자의 유머 코드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웃긴 연극, 뮤지컬을 딱 꼽으라면 단연 ‘아트’와 ‘웨스턴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티켓 판매 순위가 대학로 작품 중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요즘 관객들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아트’는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연극이 원작이고 ‘웨스턴 스토리’는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작품은 코미디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또한 성종완 연출이 작품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장르만 코미디가 아니라 두 작품 모두 배꼽 빠지게 웃느라 정신이 없다. 조용히 소리 안 내고 지켜보는 게 기본 매너인 대학로에서 ‘아트’와 ‘웨스턴 스토리’는 시체관극(죽은 듯 조용히 공연을 보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빵빵 터지는 유머 코드에 정신없이 웃다 보면 공연장은 후끈한 열기에 휩싸여 시끌벅적해진다.‘아트’는 세르주가 흰 바탕에 흰 칠을 한 그림을 5억원에 산 것을 두고 친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처럼 ‘이것은 흰색이 아니다’를 보여주는 그림인데 마크는 자기 눈에 그저 흰색뿐인 그림을 세르주가 5억원에 주고 샀다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마크와 세르주 사이에서 평화주의자인 이반이 어떻게든 중재해보려 하지만 친구들의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그림을 두고 친구들 사이에 벌어지는 말다툼을 통해 작품은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통찰력을 전한다. 서로의 고집과 편견에 갇혀 양보 없이 대립하는 모습은 요즘 한국 사회의 풍경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 있는 주제지만 ‘아트’는 한국적 감성에 맞춰 유쾌하게 펼쳐내 부담 없게 다가온다. 성 연출은 “원작 자체가 코미디로서 굉장히 수준이 높다”면서 “한국 관객들이 보기 때문에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코미디는 트렌디함이 필요해 배우들도 저도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트’의 친구들은 서로 다르기에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미워서 죽이고 싶어도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따뜻한 우정을 보여준다. 더는 안 볼 것처럼 싸워도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는 한마디에 금방 화해하는 친구들을 보며 관객들도 미소 짓게 된다.‘아트’가 원작을 바탕으로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면 ‘웨스턴스토리’는 성 연출이 직접 집필한 작품으로 작정하고 웃음 폭탄을 곳곳에 숨겨뒀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공연 영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학로 창작 뮤지컬 중 줄곧 판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웨스턴 스토리’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제인 존슨이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술집 다이아몬드 살롱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현상금을 노리고 탈출을 꿈꾸는 제인, 부모님의 원수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빌리 후커, 현상금이 걸린 3인방을 사칭하는 배우인 와이어트 어프, 조세핀 마커스, 조니 링고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웨스턴 스토리’에서는 어느 캐릭터 하나 비중이 떨어지지 않게 관객들을 빵빵 터뜨린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웃긴 장면들이 한가득하다. 여기에 대학로 관객들을 위해 특별히 다른 작품에 대한 패러디를 곳곳에 숨겨놓기도 했다. 최근 의료계 사태를 두고 성 연출의 작품인 ‘사의 찬미’를 거꾸로 해 “미친 의사”라고 하는가 하면 주변 공연장에서 최근에 했던 작품들의 제목을 활용해 대사에 넣어 대학로 관객들을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성 연출은 “연습실에서 했던 것 중에 재밌는 걸 선별해 넣었다”면서 “대학로 특성상 봤던 관객들이 또 볼 때는 아무리 재밌어도 웃음의 강도가 떨어져 공연하면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람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학로를 웃음으로 사로잡은 성 연출은 “코미디를 좋아하고 코미디 만드는 과정도 좋아한다”면서 “감성 자체가 비주류라고 생각했는데 저랑 코드가 맞는 사람이 많다는 게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마냥 재밌는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두 작품을 놓칠 수 없다. 곧 막을 내리는 ‘아트’는 12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웨스턴 스토리’는 6월 9일까지 인터파크 유니플렉스에서 볼 수 있다.
  • 백로 부화부터 성장까지… 울산 태화강 백로류 번식지 관찰장 운영

    백로 부화부터 성장까지… 울산 태화강 백로류 번식지 관찰장 운영

    백로가 둥지를 틀어 알을 낳아 부화하고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울산 태화강에서 볼 수 있다. 울산시와 태화강 생태관광협의회는 오는 7월 21일까지 태화강 생태관광 상설 체험장에서 ‘태화강 백로 서식지 관찰장’을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관찰장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관람객은 망원경으로 태화강에 번식하는 백로 7종을 관찰한다. 태화강 자연환경 해설사의 전문 생태해설도 들을 수 있다. 관찰 가능한 백로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7종이다. 백로들은 매년 5월 초에 번식을 위한 둥지를 틀지고, 하천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이어 알을 낳아 부화하고, 새끼를 키운다. 6월부터 7월 중순까지는 어린 백로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관찰장에는 백로의 번식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고 사진과 영상도 전시한다. 시는 또 백로 기념품 만들기·나무 열쇠고리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준비된다. 시 관계자는 “백로 번식지 관찰장이 여름철 울산 철새 생태관광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찰장은 도심 하천과 태화강 대숲의 생태적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 ‘마술사 깜짝 공연’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 ‘마술사 깜짝 공연’

    102회 어린이날을 앞두고 광주시교육청이 다채로운 가족 단위 행사를 마련하는 가운데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마술사로 변신해 어린이들 앞에 섰다. 이정선 교육감은 최근 광주 동구 지한유치원을 찾아 원아 20명 앞에서 마술사 분장을 하고 유아 20명을 상대로 마술공연을 펼쳤다. 아무것도 없는 흰 백지를 그림책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나무에서 꽃을 피우는 등 이 교육감은 손수 연습한 마술 공연을 어린이들 앞에서 펼쳐 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광주시교육청은 어린이날을 맞아 각급 학교와 유치원에서 가족 단위 체험행사를 마련했다. 5월 2일에는 유아교육진흥원에서 가족 체험 행사를 통해 마술쇼 공연과 포토존,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열린다.
  • [마감 후] ‘검찰청사 내 술자리 회유’에 대한 몇 가지 의문

    [마감 후] ‘검찰청사 내 술자리 회유’에 대한 몇 가지 의문

    “제가 아는 우리 조직 시스템상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주 한 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검찰청사 내 술자리 회유’ 주장에 대해 물었더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교도관이 구치소에서 식사를 싸 오고, 청사 내 구치감에서 별도로 먹는다는 것이다. 주말에 음식을 배달시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술은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만에 하나 술이 들어오더라도 피의자 호송을 책임져야 하는 교도관이 가만 있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술 한잔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어회가 배달됐다’, ‘흰 종이컵에 소주를 따랐다’ 등 이 전 부지사 측의 주장이 꽤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교도관이 과연 검사 뜻을 거스를 수 있을까’란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양측의 진실 공방이 지속되면서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에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에 대한 이 전 부지사 측 말이 계속 바뀌는 게 의아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소주를 마셔) 얼굴이 벌게져서 한참 진정되고 난 다음 (구치소로) 귀소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지사의 주량이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꽤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지난 18일 유튜브에 출연해 “(쌍방울 관계자가) 종이컵에 뭘 따라 주기에 (이 전 부지사가) 마시려고 입을 댔더니 술이더라. 그래서 본인(이 전 부지사)은 안 드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이 술을 마셨다고 주장한 시기는 약 10개월 전이라 정확한 기억을 되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마셨다’와 ‘입만 대고 말았다’는 다른 얘기다. 의문이 제기되자 김 변호사는 다시 유튜브에 나와 이 전 부지사 측이 법정에서 한 진술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취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술을 마셨다는 날짜가 오락가락하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1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음주가 지난해 6월 30일 오후 5~6시쯤이라고 구체적으로 못박았다. 하지만 이날은 이 전 부지사가 검사실이 아닌 구치감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김 변호사는 6월 28일과 7월 3일, 7월 5일 세 날짜를 새롭게 지목했다. 그런데 수원구치소 소속 교도관이 작성한 출정 기록을 보면 이 전 부지사는 세 날짜 모두 오후 5시 전후로 조사를 마치고 검사실을 나간 것으로 기재돼 있다. 오후 5~6시쯤 ‘술판’이 벌어졌다는 앞선 주장과 배치된다. 술을 마셨다는 장소도 바뀌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처음엔 ‘검사실 앞 창고’라고 했다가 이후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이라고 번복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에 대한 주장이 계속 바뀌니 신빙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술자리 회유’가 사실인지 조작인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 대표까지 나서 “의혹이 100% 사실로 보인다”고 주장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는 6월 7일로 예정돼 있다. 정치권은 더이상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는 게 옳다. 임주형 사회부 차장
  • 부산 소녀상 제작 김운성 작가…‘철거’ 검은 봉지 씌운 30대 고소

    부산 소녀상 제작 김운성 작가…‘철거’ 검은 봉지 씌운 30대 고소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가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에 ‘철거’라고 쓴 검은 봉지를 씌운 30대 남성을 고소했다. 김 작가는 30대 남성 A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부산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작가는 “모든 작품에는 작가의 인격권이 부여된다. 소녀상을 훼손한 것은 작가의 인격권을 무사힌것과 마찬가지”라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 작가는 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자랑한 것을 넘어 ‘챌린지’라며 범죄를 조장하고 있었다. 장난을 넘어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용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일 소녀상에 흰색으로 철가라고 쓴 검은 봉지를 씌우고, 그 위에는 빨간색으로 ‘철거’라고 쓴 흰 마스크를 붙였다. 이런 행동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인 부산겨레하나가 A씨를 재물손괴와 모욕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취지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청했지만, 경찰이 관련법에 따라 일본 영사관 앞 일부 구역에서 집회가 제한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저작권법상 동상에 침을 뱉거나 소변을 보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하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인데 김 작가가 직접 고소장을 제출한 만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도심 속 ‘하얀 눈꽃 길’…송파구, 탄천수변에 이팝나무길 조성

    도심 속 ‘하얀 눈꽃 길’…송파구, 탄천수변에 이팝나무길 조성

    서울 송파구가 그늘이 부족한 탄천변 송파둘레길에 구민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아름다운 경관 제공을 목적으로 이팝나무길을 조성한다고 24일 밝혔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둘레길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이 산책길에 그늘이 없어 불편하다며 나무를 심어달라는 의견을 많이주셨다”며 “구민들의 도심 속 쉼터인 둘레길에 보기도 좋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이팝나무길을 조성키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구는 송파둘레길 탄천변을 따라 총 4.5㎞의 이팝나무길을 조성한다. 기존에 조성돼 있는 이팝나무길(광평교~탄천유수지) 1.2㎞ 구간에 이어, 탄천유수지에서 강남운전면허시험장까지 3.3㎞ 구간에 약 400주 이팝나무를 식재할 방침이다. 공사는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이팝나무의 학명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로 ‘흰 눈꽃’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꽃이 예쁘고 병충해나 공해에도 강해 가로수로 인기가 많다. 특히 수술이 화관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꽃가루를 밖으로 날리기 힘든 구조라 꽃가루에 예민한 이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식재가 완료되면 총 4.5㎞의 서울에서 가장 긴 이팝나무길이 탄생한다.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꽃이 피면 눈처럼 흰 이팝나무꽃 길이 절경을 이뤄 구민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서 구청장은 “탄천수변을 따라 녹음이 가득한 4.5㎞ 이팝나무길이 구민들 일상에서 힐링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황매화꽃이 필 때 생각나는 사람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황매화꽃이 필 때 생각나는 사람

    우리에게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이 있다. 그러나 식물을 관찰하는 나에게 계절은 더 촘촘히 쪼개져, 봄 또한 네 계절로 나뉜다. 복수초와 산자고·생강나무와 매실나무꽃이 피어나는 첫 번째 봄, 개나리와 철쭉·벚나무 꽃이 피는 두 번째 봄, 돌배나무와 수수꽃다리·황매화와 튤립꽃이 피는 세 번째 봄, 마지막으로 다채로운 장미들이 꽃을 피우는 네 번째 봄. 지금 나는 세 번째 봄을 지나는 중이다. 숲과 정원에는 다양한 동물의 등장에 맞춰 다채로운 색의 봄꽃들이 피어난다. 흰 꽃의 분꽃나무와 귀룽나무, 보라색 수수꽃다리와 분홍빛 철쭉. 그리고 연한 빛깔 꽃들 사이에서 선명하게 샛노란 황매화꽃도 눈에 띈다. 황매화는 도시의 아파트, 빌딩, 관공서, 공원 등의 화단에 심기는 우리나라 주요 조경 식물이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소나무 아래, 사람들이 오가는 화단 가장자리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라며 때가 되면 화려하게 꽃을 피워 우리나라 도시 화단에 없어서는 안 될 식물이 됐다. 황매화라는 이름은 매화를 닮은 노란 꽃을 뜻한다. 4월에 피는 이들 꽃은 개나리와는 조금 다른 진노란 빛이다. 우리가 밝고 옅은 노란색을 가리켜 개나리색이라 부르듯 일본 사람들은 노란색과 주황색 사이의 진노랑을 야마부키(황매화)색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황매화가 우리나라 개나리의 존재감에 견줄 만한 대중적인 식물인 셈이다. 황매화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하며 학명의 종소명 자리에는 일본을 뜻하는 라틴어명 ‘자포니카’가 쓰여 있다. 매년 황매화꽃이 만개할 때면 나는 자연스레 한 인물을 떠올린다. 19세기 플랜트 헌터(식물 사냥꾼)로 활약한 윌리엄 커. 황매화의 속명 케리아(kerria)는 이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커는 영국 큐가든 소속의 원예가였다. 박물학자인 조지프 뱅크스 경으로부터 식물 채집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1804년 중국 광저우에 파견됐다. 플랜트 헌터로서 8년간 중국에 머무르며 사철나무, 참나리, 남천, 베고니아, 마취목 등 현재 세계의 정원에 식재되는 주요 식물들을 영국에 보냈다. 영국을 넘어 세계의 정원 풍경을 바꾼 역사적 인물인 셈이다.하지만 영국을 떠난 지 10년 만인 1814년, 그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아편 중독. 중국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아편 중독자가 됐고 1812년 스리랑카로 파견됐을 때는 이미 상당히 아픈 상태였다고 한다.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플랜트 헌터로 중국에서 살기에 넉넉한 봉급을 받지 못한 점도 아편에 빠지게 된 원인 중 하나라 추측한다. 영국이 중국을 모함하기 위해 수출한 아편은 본국을 위해 일하던 국민까지도 곤경에 빠지게 했다. 불순한 저의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도 갉아먹는다. 커가 중국에서 채집해 영국으로 보낸 식물 중에는 황매화도 있다. 후에 그의 공을 기리기 위해 식물학계는 황매화 속을 케리아라 명명했다. 내가 이 계절의 황매화를 보고 나와 전혀 다른 시공간에 살던 한 인물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황매화 속에는 황매화만큼이나 우리나라 화단에 많이 심기는 죽단화도 있다. 커가 황매화를 영국에 보내기 전인 1776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툰베리가 먼저 황매화를 유럽에 소개했으나 당시 채집된 표본이 황매화가 아닌 죽단화였던 데다 채집된 자료가 충분치 않아 황매화 속은 혼돈의 식물이란 멍에만 지닌 채 더는 분류학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황매화와 죽단화는 언뜻 같아 보이지만 꽃의 형태와 색이 다르다. 황매화는 홑꽃잎이지만 죽단화는 겹꽃잎이며, 황매화는 꽃 색이 노란색에 가깝지만 죽단화는 주황색에 가깝다. 식물의 노란색은 다 같지 않다. 황매화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바로 지금이다. 그러나 이들이 봄에만 볼만한 것은 아니다. 가지가 연두색인 황매화는 겨울 동안 흰말채, 노랑말채와 함께 갈색빛 화단에 화사한 빛깔을 더해 준다. 조경가들은 춥고 긴 겨울에도 제 몫을 해내는 황매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황매화 가지에는 지는 꽃과 피는 꽃이 공존한다. 꽃이 더 오래 피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식물의 전략이다. 지는 꽃 중에는 꽃잎이 흰색인 것도 있는데, 이것은 빛과 온도에 의해 색이 바래는 현상이다. 5월이 돼 꽃이 지면 한 개에서 다섯 개 사이의 씨앗을 담은 열매가 열리고, 여름과 가을을 지나며 열매는 갈색으로 익어 갈 것이다. 꽃이 진다는 것은 열매의 생장이 시작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 정부 “日의원 야스쿠니 집단참배…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정부 “日의원 야스쿠니 집단참배…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정부가 일본 여야 국회의원 94명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서 집단 참배한 데 대해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초당파’(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정당을 넘어 공통의 목표를 위해 협력)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 신사의 춘계 예대제(제사)를 맞아 이날 오전 참배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신사인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여명을 신격화해 군국주의(군사력이 국가의 최우선이라는 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장소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강제로 전쟁에 동원됐던 한국인 2만여명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것도 문제다. 신사 측은 유족의 합사 취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21일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에 이어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까지 각료 2명이 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했다. 일본의 여당인 자유민주당을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춘계 예대제 첫날인 21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고 마사카키(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라는 공물을 봉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는 2021년 총리 취임 이후 8번째 봉납이다. 기시다 총리는 춘계 예대제 시기와 맞물려 패전일인 8월15일에도 공물 다마구시료(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를 봉납해 오고 있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와 함께 이와 관련한 반성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집권 이후 관행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 ‘술판 회유’ 진실공방 속 이화영 옥중서신 추가 주장…“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동원해 회유”

    ‘술판 회유’ 진실공방 속 이화영 옥중서신 추가 주장…“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동원해 회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으로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검찰청 술판 회유’에 이어 이번엔 ‘검찰 전관 변호사 동원’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이 전 부지사는 22일 김광민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옥중서신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A 검사(수사 검사)가 연결해 만났다”며 “1313호실 검사의 사적 공간에서 면담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과 약속된 내용’이라고 나를 설득했다”며 “‘김성태의 진술을 인정하고 대북송금을 이재명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해주면 재판 중인 사건도 나에게 유리하게 해주고 주변 수사도 멈출 것을 검찰에서 약속했다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또 논란이 된 ‘술판 회유’에 대해서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하자 연어회·회덮밥·국물 요리가 배달됐다. 흰 종이컵에 소주가 따라졌다. 나는 한 모금 입에 대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며 “교도관 2∼3인이 영상녹화 조사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아울러 이 전 부지사는 수감자를 계호하는 교도관과 검사 간 갈등 상황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쌍방울 직원들은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와서 김성태, 방용철(쌍방울 부회장)의 수발을 들었다. 김성태는 ‘냄새나는 구치소에 있기 싫다’며 거의 매일 검찰청으로 오후에 출정 나갔다”며 “김성태 등의 행태를 말리는 교도관과 ‘그냥 두라’고 방조하는 검사와의 충돌도 있었다”고 옥중서신에 적었다. 이날 공개된 옥중서신은 ‘이재명 대북송금 조작사건(1)’이라는 제목으로 A4 용지 한장 앞뒤 면에 작성됐다. 제목에 번호가 붙여진 것으로 미뤄 향후 추가적인 주장이 서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 변호사도 이날 낸 입장에서 “검찰이 지속적으로 회유·압박을 부인하므로 추가 주장한다”며 “이화영 피고인은 김성태와 A 검사의 주장만으로 검찰의 제안을 신뢰할 수 없었다. 이에 A 검사가 동원한 방법은 고위직 검찰 전관 변호사”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전관 변호사는 이화영에게 검찰이 원하는 것과 그에 협조할 경우 대가를 소상히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해당 변호사는 이화영을 구치소에서 접견하고 수원지검에서도 만났으므로 접견 기록과 검찰 출입처 명단 기록으로 확인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전관 변호사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수원지검이 공개한 2023년 6월 28일, 7월 3일, 7월 5일 치 출정기록을 보면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이 함께 소환됐다”며 “공범 관계인 이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검사실에서 소환한 것은 매우 큰 문제”라며 “김성태 등을 같은 장소에 소환해 회유·압박했다는 이화영의 진술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검찰과 진실 공방을 벌인 ‘술판 회유’ 날짜에 대해서는 “출정 기록 등 모든 자료를 가진 검찰은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이화영 주장을 선별하여 반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부당한 상황 개선을 위해 출정 기록 등 정보가 확보되기 전까지 날짜 등에 대해 반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023년 5월 2일부터 그해 6월 30일까지 가운데 27개 날짜를 특정해 이 전 부지사 등의 출정 기록을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달 4일 열린 자신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김성태 등의 회유로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소주를 하얀 종이컵에 따라 나눠 먹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놓고, 굉장한 성찬이었다”고 진술하며 처음으로 ‘음주 회유’를 언급했다. 이 같은 진술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고, 검찰이 이 전 부지사 계호 교도관들의 출정일지와 음주 장소로 지목된 1313호 영상녹화실 사진 등을 공개하며 반박하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 청도의 달빛·묵향, 베네치아를 물들이다

    청도의 달빛·묵향, 베네치아를 물들이다

    경북 청도의 보름달 빛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석호 물결에 스며 반짝인다. 전시장은 벽면과 바닥 위를 힘차게 굽이치는 거대한 붓질로 한 폭의 거대한 화선지가 됐다. 한쪽 벽면 앞에는 짐바브웨 검은 화강암을 깎아 만든 높이 4.6m의 조각 ‘먹’이 우뚝 자리해 있다. ‘숯의 화가’ 이배(68) 작가가 고향 청도의 전통 의례 ‘달집 태우기’와 ‘달빛’을 지구 반대편 베네치아로 옮겨 와 전통과 현대의 맥을 이었다.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병행전 가운데 하나로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는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는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라며 상기된 표정이었다.전시장으로 들어서는 복도에서 먼저 만나는 건 화염과 연기를 뿜어내는 ‘달집 태우기’ 영상이다. 그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낸 새해 소원을 한지에 옮겨 적은 뒤 2월 24일 정월대보름, 청도에서 달집에 묶어 태운 과정을 담은 것이다. 가장 압도되는 장면은 흰 벽면과 바닥에 살아 움직이듯 용틀임치는 ‘붓질’(2024)이다. ‘붓질’ 3점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전시장 건물 바닥과 벽면 전체를 새로 도배하는 것부터 공을 들였다.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친환경 종이 뒤에 한지를 바르는 전통 배첩 방식으로 벽면에서 벽지를 띄웠다. 그 위에 ‘달집 태우기’에서 나온 소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느티나무, 포도나무 등 다섯 가지 나무의 숯을 도료 삼아 ‘붓질’을 그려 여백의 미 속 사람의 문화와 자연의 합일, 비움의 순환,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23t의 검은 화강암을 깎아 세운 ‘먹’은 3t 이상은 건물 내부에 들이지 못하는 베네치아 규정에 따라 내부를 우물 파듯 깎아내고 이탈리아 카라라 공방에서 운송하는 것만 1년이 걸린 대작이다. 청도의 ‘달집 태우기’로 시작된 전시를 매듭짓는 것은 청도의 달빛이다. 그는 “달빛을 통해 베네치아의 석호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했다. 베네치아 운하로 이어지는 건물의 뜰 위로 임시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천장의 노란 유리 패널에서 내려오는 빛이 베네치아의 라구나를 노란 달빛처럼 비추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도의 달빛을 가져와 베네치아 석호를 비추는 ‘달빛 통로’를 만들고 ‘달집 태우기’ 영상 작품을 처음 선보인 것 등은 모두 제겐 새로운 시도로 전통과 현대의 연결고리를 보여 주고자 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미술뿐 아니라 영화,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역량이 오랜 전통에서부터 깊게 축적돼 온 것이라는 것도 알리고 싶었죠.” 한편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0일 열린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개막식에서 국제전(본전시)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을 ‘마타호 컬렉티브’에 안겼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했던 마타호 컬렉티브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 4명으로 이뤄진 작가 집단이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아키 무어가 전시장 벽면을 칠판으로 꾸미고 6만 5000년 호주 원주민 역사를 분필로 그려 넣은 호주관에 돌아갔다.
  • 청도의 보름달 빛, 베네치아 물길 비추다…‘숯의 화가’ 이배의 새 도전

    청도의 보름달 빛, 베네치아 물길 비추다…‘숯의 화가’ 이배의 새 도전

    경북 청도의 보름달 빛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석호 물결 위에 스며 반짝인다. 전시장은 벽면과 바닥 위를 힘차게 굽이치는 거대한 붓질로 한 폭의 거대한 화선지가 됐다. 한 쪽 벽면 앞에는 짐바브웨 검은 화강암을 깎아 만든 높이 4.6m의 조각 ‘먹’이 우뚝 자리해 있다. ‘숯의 화가’ 이배(68) 작가가 고향 청도의 전통 의례 ‘달집 태우기’와 ‘달빛’을 지구 반대편 베네치아로 옮겨와 전통과 현대의 맥을 이었다.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병행전 가운데 하나로 베네치아 빌모트재단에서 열리는 개인전 ‘달집 태우기’에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는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라며 상기된 표정이었다.전시장으로 들어서는 복도에서 먼저 만나는 건 화염과 연기를 뿜어내는 ‘달집 태우기’ 영상이다. 그가 처음 시도한 영상 작품으로 세계 각지에서 보낸 새해 소원을 한지에 옮겨 적은 뒤 2월 24일 정월대보름, 청도에서 달집에 묶어 태운 과정을 담은 것이다. 가장 압도되는 장면은 흰 벽면과 바닥에 살아 움직이듯 용틀임치는 ‘붓질’(2024)이다. ‘붓질’ 3점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전시장 건물 바닥과 벽면 전체를 새로 도배하는 것부터 공을 들였다.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친환경 종이 뒤에 한지를 바르는 전통 배첩 방식으로 벽면에서 벽지를 띄웠다. 그 위에 ‘달집 태우기’에서 나온 소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느티나무, 포도나무 등 5가지 나무의 숯을 도료 삼아 ‘붓질’을 그려 여백의 미 속 사람의 문화와 자연의 합일, 비움의 순환,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23t의 검은 화강암을 깎아 세운 ‘먹’은 3t 이상은 건물 내부에 들이지 못하는 베네치아 규정에 따라 내부를 우물 파듯 깎아내고 이탈리아 까라라 공방에서 운송하는 것만 1년이 걸린 대작이다. 청도의 ‘달집 태우기’로 시작된 전시를 매듭짓는 것은 청도의 달빛이다. 그는 “달빛을 통해 베네치아의 석호를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소개했다. 베네치아 운하로 이어지는 건물의 뜰 위로 임시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천장의 노란 유리 패널에서 내려오는 빛이 베네치아의 라구나를 노란 달빛처럼 비추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도의 달빛을 가져와 베네치아 석호를 비추는 ‘달빛 통로’를 만들고 ‘달집 태우기’ 영상 작품을 처음 선보인 것 등은 모두 제겐 새로운 시도로 전통과 현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미술뿐 아니라 영화, 음악 등 각 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역량이 오랜 전통에서부터 깊게 축적되어온 것이라는 것도 알리고 싶었죠.”한편 베네치아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열린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공식 개막식에서 국제전(본 전시)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황금사자상 최고작가상을 ‘마타호 컬렉티브’에 안겼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했던 마타호 컬렉티브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여성 작가 4명으로 이뤄진 작가 집단이다.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아키 무어가 전시장 벽면을 칠판으로 꾸미고 6만 5000년 호주 원주민 역사를 분필로 그려넣은 호주관에 돌아갔다.
  • 어르신 치매 예방 앞장… 노인이 행복한 구로

    어르신 치매 예방 앞장… 노인이 행복한 구로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구립가마산경로당에 흰 가운을 입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들이 도착하자 할머니들은 화투를 치던 식탁을 깨끗하게 치우고, 방과 거실에 두 무리로 나뉘어 앉았다. 한 할머니가 “오늘 뭐 하는 날이여”라고 묻자 센터 관계자는 “어머니, 오늘 만들기하는 날이에요”라고 답했다. 이날은 경로당에서 구로구의 ‘치매안심경로당’ 프로그램 3회기를 진행하는 날이다. 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치매안심마을’(고척2동, 수궁동, 오류2동, 구로2동) 내 구립 경로당 30곳을 우선 대상으로 4회기에 걸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를 모두 마친 경로당엔 치매안심경로당 현판을 부착한다. 가마산경로당 노인들은 앞서 2주에 걸쳐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과 치매 바로알기 교육(1회기), 치매 예방 영양교육(2회기)을 받았다. 이날 진행하는 3회기에는 가장 핵심적인 활동인 인지 프로그램과 운동 교육이 포함돼 있다. 할머니들은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를 따라 앉은 채로 몸을 푸는 체조를 한 뒤 격자무늬 틀로 된 전통 무드등을 직접 만들었다. 올해 새로 추가된 4회기엔 웃음치료와 프로그램 평가가 진행된다. 만들기는 격자 목제 부품에 컬러펜으로 색칠한 뒤 조립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 3명과 자원봉사자 2명이 할머니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만들기를 도왔다. 할머니들은 어린이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색을 칠했고, 도움을 받아 조립을 마친 뒤에도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오선형 구로구 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는 “치매 예방엔 인지 활동도 중요하지만 뇌를 자극하는 손가락 소근육 움직임도 중요하다”며 “치매안심경로당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실제 치매안심센터에서 사용하는 검증된 활동들”이라고 했다. 지난달 시작된 프로그램은 오는 11월까지 경로당 30곳을 순회하며 진행된다. 구는 치매안심경로당 프로그램에 대한 노인들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마산경로당 총무인 최영자(77) 할머니는 “화투를 치고 싶어 하는 일부 할머니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프로그램을 하는 날엔 경로당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구로구에 치매안심마을이 한 곳 추가된다. 구는 노인 인구 현황과 지역 균형을 고려해 선정할 예정이다. 오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치매’라는 단어만 들어도 불편해하셔서 활동을 거부하거나 검사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 ‘낙선 인사’로 바쁜 후보도 있습니다...이승환 “4년 후에도 중랑을”

    ‘낙선 인사’로 바쁜 후보도 있습니다...이승환 “4년 후에도 중랑을”

    제22대 총선이 막을 내린 지 닷새가 지났는데도 흰 점퍼에 끈 달린 피켓을 목에 걸고 지하철과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는 후보가 있다. 진보 텃밭인 서울 중랑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다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선인에게 밀려 2위로 낙선한 이승환(41) 국민의힘 후보가 그 주인공. 이 후보는 선거에선 비록 패했지만 지역 주민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거 이튿날부터 낙선 인사를 다니고 있다. 15일 오전 7시 봉화산 출근길 인사를 마친 그는 통화에서 “지지자들께서 너무 속상해하시길래 밝게 웃고 인사하고 다녔더니 ‘왜 속없이 웃고 다니냐’고 주민들께 혼이 났다”며 쉰 목소리로 웃었다.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박 당선인에게 1만 9702표 차로 뒤지며 낙선했지만 88년 신설 지역구 36년 역사에 보수당 후보로 가장 많은 표(42.27%·5만 2898표)를 얻으며 의미 있는 결과를 남겼다. 그는 낙선 인사를 돌던 중 “이 후보가 잘못한 게 아니야. 이 후보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60대 아버님의 격려가 가장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보좌관 출신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을 거쳤으나 용산을 향한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이번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후보는 “지역구 표심은 지역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과, 지역 밖으로 출퇴근하는 이들로 나뉘는데 특히 지역 밖에서 하루는 보내는 3050 직장인들은 중앙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다”며 “당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파격을 보이지 않는 한 수도권에선 늘 지는 선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납작 엎드려 당이 용산과 거릴 두고 민심과 밀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4년 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당연하다는 듯 “다시 서울 중랑을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치를 하기 위해 중랑을 택한 것이 아니라 중랑을 위해 정치를 택했다. 포기하지 않고 중랑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 “본 적 없는 밥상” 폭로…고기 싸들고 온 김정은에 ‘코웃음’ 쏟아졌다

    “본 적 없는 밥상” 폭로…고기 싸들고 온 김정은에 ‘코웃음’ 쏟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기까지 직접 싸 들고 가는 등 군 장병들의 식사를 챙기는 모습이 포착되자 제대한 군인들 사이에서 “선전 목적”이라며 반발이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최고위급 군지휘관을 양성하는 김정일군정대학을 현지 지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학 강의실과 숙소, 식당, 작전연구실 등을 두루 돌아봤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직접 마련해온 음식들로 교직원, 학생들의 저녁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당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식탁 위에 휴대용 가스버너와 고기 불판, 물티슈가 자리마다 놓여 있다. 고기와 상추 등의 채소와 김치도 그릇에 담겨 있다. 사과와 배 6~7개 정도를 통째로 쌓아 올려놓은 모습도 눈에 띈다.김 위원장이 군 장병들의 식사를 각별히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할 때도 부대 식당에 방문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김 위원장이 “기념사진 촬영, 사단 예술선전대 공연 관람, 부대 식당 및 병실 시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부대원들의 생활 여건에 관심을 쏟았다”고 보도했다.당시 김 위원장이 방문한 부대 식당에는 군인들이 빼곡히 들어앉은 가운데 상당히 많은 양의 흰 쌀밥, 붉은 양념이 들어간 국, 고기 요리와 삶은 달걀로 보이는 반찬 등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이렇듯 김 위원장이 군인 먹거리나 생활 여건을 챙기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했지만, 북한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군부대 밥상에 쌀밥과 고기, 고춧가루를 푼 빨간 국물, 신선한 채소, 과일이 올랐는데 이를 사진으로 본 청진시 주민들은 대부분 선전용이라면서 비난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특히 제대한 군인들은 “군사 복무하면서 한 번도 저렇게 (음식이) 나온 적이 없고 생일날에도 저렇게 준 적 없다”, “제대군인들은 다 코웃음을 칠 것”, “선전 목적인 게 뻔히 보여 더 화가 난다”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빛바랜 팽목항 리본… 노란 물결이 살아났다

    빛바랜 팽목항 리본… 노란 물결이 살아났다

    “아직도 딸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10년이나 지났지만, 금방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요.”(세월호 참사 희생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이제 빛을 잃어 색깔조차 구분이 힘든 노란 리본을 고쳐 달거나 새로 가져온 샛노란 리본에 ‘미안하다’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많이 목숨을 잃은 1997년생 학생들과 동갑인 자녀가 있다는 차연순(60)씨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 한편이 저린데 자녀를 떠나보낸 유가족의 아픔은 감히 상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은 전남도에서 연 추모제에 함께해 검푸른 빛의 바다에 하얀 국화 여러 송이를 바다에 띄우기도 했다. 인근 공터에 마련된 ‘0416팽목기억관’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1997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추모객은 검은색 펜으로 ‘10년 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글을 적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바다에서 인양된 세월호가 2017년부터 거치 중인 전남 목포신항에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미수습자 5명의 영정 사진 옆에는 생전 고인들이 좋아했던 음식물이 가지런히 놓였다. 지난 13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침몰 해역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선상 추모제가 열렸다.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 조은화 학생과 허다윤 학생의 부모는 이날 추모제에서 먼저 간 아이들을 위해 빌었다.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지금까지도 (자녀를) 찾지 못한 분들은 몹시 (마음이) 아플 것”이라면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찾아서 ‘그래도 돌아왔구나’라는 작은 위로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년 넘게 팽목항을 지켜 딸의 주검을 찾은 그는 미수습자 가족 생각을 먼저 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서울과 진도, 광주,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가 진행된다. 4·16재단은 16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이 참여하는 선상 추모식을 연다. 또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노란 리본 공작소와 노란 종이배 퍼포먼스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 성북구립미술관, 최만린 ‘흰:원형’전 개최

    성북구립미술관, 최만린 ‘흰:원형’전 개최

    서울 성북구립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시로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거장 최만린의 석고 원형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한 ‘흰:원형’전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전시는 3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1958년부터 2010년대까지 60여년이 넘는 최만린의 조각사를 대표하는 석고 원형 54점과 드로잉 11점 등 총 6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이번 전시에서는 최만린의 흰 석고 원형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빛깔과 각각의 시간을 지닌 석고 원형들이 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성북구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조각 탄생의 순간과 흔적들 그리고 조각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새겨진 석고 원형 조각을 직접 마주하며 조각의 이면에 깃든 작가의 예술 세계를 또 다른 시각으로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은 조각가 최만린이 30년간(1988~2018) 머물렀던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로 80년대 후반 이후의 석고 원형 대부분이 탄생한 곳이다. 성북구는 지난 2018년 최만린의 자택을 매입 후 리모델링을 통해 성북구립미술관 분관으로 ‘최만린미술관’을 조성했다. 최만린 조각전은 현장 접수 및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을 신청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일·월요일 및 공휴일에는 휴관한다. 단체 도슨트 전시해설은 별도 예약이 필요하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전화(02-6952-5016) 문의할 수 있다.
  • 집착하는 부모…아들이 9살 연상 이혼녀와 집 떠난 사연

    집착하는 부모…아들이 9살 연상 이혼녀와 집 떠난 사연

    한때의 영광을 평생의 업적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툭하면 “나 때는”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상대하기가 여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이들은 대체로 안타까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과거의 영광에 인생이 아직도 매여있을 만큼 현재가 초라하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도 잘난 사람들은 굳이 과거를 자랑할 필요가 없다. 8년의 수감생활과 8년의 칩거 생활 끝에 부와 명예를 잃고 몰락한 욘이 그렇다. 잘나갔던 시절을 떠올리며 “난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었어”라거나 남성성을 강조하며 “난 남자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난 언제라도 다른 여자로 바꿀 수 있어”라는 식의 ‘꼰대’ 같은 대사를 듣자면 단전 깊은 곳에서 한숨이 나올 정도로 갑갑함을 느끼게 된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욘, John’은 근대극의 선구자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재탄생한 작품이다.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잃은 남자 욘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충돌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극적으로 그려냈다.맺힌 게 많은 욘의 아내 귀닐은 욘을 시체처럼 취급하며 산다. 남편에 대한 환멸은 아들 엘하르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이 정도만 해도 부부 갈등이 상당할 것 같은데 여기에 귀닐의 언니 엘라까지 있다. 엘라는 젊은 날 욘에게 실연당한 상처로 조카 엘하르트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한다. 저마다의 이유로 욕망의 대상이 된 엘하르트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요”라고 반항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지도. 부모 세대가 자신의 명예와 성공, 성취감을 위해 자녀 세대에 올인하고 집착하는, 요즘의 한국 사회가 지극히 공감할 만한 풍경이 100년도 더 된 노르웨이 연극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이 놀랍다. 집착을 견디다 못한 엘하르트가 9살 연상의 이혼녀와 떠나버린 날 욘은 눈보라 몰아치는 산꼭대기로 올라간다. 막장 드라마 같은 극에 부제 ‘눈보라치는 고독 속에서’가 왜 붙어있는지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다. 고선웅 연출은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올라가는 욘의 모습이 슬펐다”며 “이 순간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다 결국 흰 눈이 쏟아지는 장면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치 북쪽 나라의 한겨울 풍경을 마주한 듯한, 온통 흰 풍경인 이 장면은 그 자체로도 웅장한 감동을 선사한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한 채 쓸쓸하게 눈을 맞는 노년의 욘을 보는 관객들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욘, John’은 생각 없이 보면 막장 같지만 그 속에 숨은 삶을 통찰하게 하는 촘촘한 가지들이 이야기의 전개와 함께 숲을 이루며 인생이 무언지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남다른 미장센이 욘을 맡은 배우 이남희의 열연과 맞물려 정통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입센은 전 세계에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자주 공연되는 극작가지만 국내에서는 ‘인형의 집’과 ‘유령’ 등 외엔 자주 접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는 게 이유 중 하나였는데 ‘욘, John’이 이번에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15년 동안 입센의 모든 희곡 23편을 번역한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의 공이 컸다. 지난해 입센 전집 번역으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을 받기도 한 김 명예교수는 “욘은 현재 우리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담겨 있어 굉장히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욘, John’은 입센 작품 가운데 노르웨이어 원작을 직역해 올린 국내 첫 연극이라는 점에서 의미도 남다르다. 아무리 메시지가 훌륭한 작품일지라도 공연의 매력을 살리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재미다. ‘욘, John’은 그 특유의 유머 코드 때문에 한편으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연극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1일까지.
  • 황석영 ‘철도원 삼대’ 英 부커상 최종 후보에

    황석영 ‘철도원 삼대’ 英 부커상 최종 후보에

    황석영(81) 작가의 ‘철도원 삼대’ 영문판(Mater 2-10)이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쇼트리스트)에 올랐다. 부커상은 지난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기존 1차 후보(롱리스트) 13편 중 황 작가의 작품을 포함한 6편의 작품을 최종 후보로 좁혔다고 공지했다. 황 작가의 작품은 소라 김 러셀과 영재 조세핀 배가 영어로 옮겼다. 앞서 부커상은 이 작품을 “한 세기 한국사를 엮은 서사적 이야기로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 해방을 거쳐 21세기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2019년에도 ‘해질 무렵’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1차 후보에 올랐었다. 그가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강 작가는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받았고 2018년에도 소설 ‘흰’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국문학은 2022년에는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 지난해에는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각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꾸준히 부커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