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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눈 물/이춘규 도쿄특파원

    아이가 겨울방학을 이용, 고향에 다녀왔다. 돌아온 지 며칠이 흐른 뒤에야 아이가 휴대전화에서 사진 두 장을 보여준다. 눈세상이 된 고향들녘, 그리고 어머니…. 깜빡 잊었다면서 “아빠가 보고싶어 하시니 찍어 왔어요.”라며 미안하단다. 순간 숨이 덜컥 막힌다. 눈자위가 뜨거워진다. 흰머리, 굽은 허리의 여든셋 어머니.“엄마, 아빠 울어요.”라고 아이가 걱정한다. 이게 아닌데…. 방으로 가서 눈물을 훔쳤다. 많은 이들에게 어머니는 그리움이요, 눈물이리라. 지난해 여름 15개월만에 일시 귀국, 마음을 다잡고 마을어귀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머니.“어머니…”하고는 눈물만 나왔다.“충기야, 나도 안 우는디…”라며 중년의 아들을 달래주셨다.“너 돌아올 때까지 아프지도 못헝게, 마음놓고 있다 와라.” 하셨던 어머니다. 남자의 눈물은 입방아에 오른다. 태어나서 세번만 우는 게 사나이라던가. 최근 일본에서도 사나이의 눈물이 논란이다. 스스로를 ‘비정한 승부사’라고 주장했던 고위급 정치인이 눈물을 흘렸던 사실이 빌미가 돼 “비정한 승부사라고 할 수 없다.”고 유명 작가가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실컷 우는 것은 건강에 좋다.”는 학설도 있다. 남자의 눈물. 굳이 참아야만 할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춘규 도쿄특파원 taein@seoul.co.kr
  • [길섶에서] 염색과 내복/이목희 논설위원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말 하기 싫은 일이 두가지 있다. 첫째는 머리 염색이고, 둘째는 내복을 입는 것이다. 남들은 동안이라고 하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는지 아침에 머리를 감은 뒤엔 흰머리가 얼마나 늘었나 훑어보게 된다. 어느 아침,5∼6년은 염색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다짐을 했다. 내복을 언제부터 입지 않았는지 기억이 감감하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분명히 입었다. 그때는 왜 남자아이에게도 빨간 내복을 입혔는지….“빨강은 따뜻한 색이고, 잡귀를 쫓아준단다.” 어떤 어른이 그렇게 설명했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자주 빨아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 중학교 2,3학년 시절부터는 “그깟 추위쯤이야.”하면서 내복을 멀리했던 듯싶다. 몇년 전부터 겨울이면 무릎이 시렸다. 추위가 매서웠던 올겨울은 더 그랬다. 내복의 유혹이 강렬했다. 마침 정부와 시민단체가 내복입기 운동을 벌였다.“차제에 에너지 절약운동에나 동참할까.” 나이가 아니고, 애국심 때문에 내복을 입는다는 자기합리화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오늘내일 미루다 보니 입춘이 저앞에 다가오고 있다. 일단 올해는 젊게 보내고 내복 고민은 다음 겨울에 해야 할 것 같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 신개념 ‘하류’ 열풍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 신개념 ‘하류’ 열풍

    일본에 ‘하류사회’ 열풍이 불고 있다. 소비·도시·문화연구 싱크탱크인 ‘컬처스터디스연구소’를 운영중인 미우라 아쓰시(47)가 지난 9월 ‘하류사회’라는 책을 출판하면서부터다. 책은 출간 3개월만에 65만부가 팔리는 초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은 “하류는 단순히 소득이 낮은 하층과 다르다. 의사소통 능력, 생활능력, 일할 의욕, 배울 의욕, 소비의욕 등 총체적으로 의욕이 낮은 사람이다.30대초 남성이 주류”라고 정의했다. 소득도 올라가지 않고, 미혼 확률이 높은 ‘하류’가 일본에서 보통명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하류사회’의 저자 미우라는 책 출판 뒤 유명인사가 됐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기업들에서 마케팅 전략에 대한 강연 요청도 줄을 잇는다. 릿쿄대학에서는 26일부터 3일간 특별강연도 한다. 미우라를 도쿄도 외곽의 사무실에서 만나 하류사회 열풍에 관해 들어보았다. 일반회사와 잡지 편집장, 미쓰비시종합연구소를 거쳐 1999년부터 소비·문화·도시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류’의 정확한 개념은. -1970년대 초반 태어난 제2베이비붐세대(최대 1400만명)가 주류다. 이들이 자랄 때는 일본이 경제대국이 되고, 총중류사회가 됐다. 당시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중류가 됐다. 이들은 신분상승 욕구가 적다. 놀기를 좋아하고, 일하려는 의욕이 낮다. 경쟁에서 탈락한 반에 가까운(연구소 조사결과 이 세대 남성 48%가 ‘하’라고 대답) 수백만명이 하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류화 경향은 언제 시작됐나. -30년, 짧게는 20년전부터 시작됐다.400만명 정도인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생활)들 다수가 하류다. 이들이 고교·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 거품이 붕괴돼 취직이 어려웠고, 정사원 대열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주로 하류다. ▶하류사회는 과도기적 사회현상인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 제2베이비붐 세대는 소득차가 20∼30배 이상 나기도 한다. 하류들은 원래의 중류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하류를 프리터, 니트족(無業者), 파라사이트족(부모에 얹혀 호화롭게 사는 젊은이), 하층계급과 구분할 수 있나. -4가지 부류에 다 포함되는 사람도 있다. 의욕과 희망을 가진 프리터도 있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하류가 아니다. 하류의 중심세력은 30대의 제2베이붐세대 남성이다. 하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욕의 유무다. ▶하류들은 복권을 선호하나.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경향이 상류보다 강하다. 운에 좌우되는 복권과 파친코를 하류들이 선호한다. ▶‘의사소통 능력’이나 ‘의욕의 정도’에 따라 하류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 측면도 있다. 다만 내 이론에 아직까지 공식 반론은 없다. ▶하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가. -이들은 세대인구가 많아 수험경쟁도 심했고, 진학률도 낮았다. 취직도 어려웠다. 운이 나쁜 세대다. 취직이 돼 5,6년차가 되어도 후배가 안 들어와 복사나 커피심부름을 했다. 이런 환경들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10∼20년 뒤에 부모와 하류의 자녀가 함께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하류일수록 부모의 소득이 낮다. 정사원이나 프리터는 부모학력과 수입도 높지만 실업자, 니트 등은 부모 수입도 낮다.60세 전후 부모들의 퇴직도 시작됐고, 이중파탄(부모와 하류가 함께 파산하는 것)도 시작되는 단계다. ▶하류들의 ‘37세 위기설’‘사회 불만 폭발 가능성’을 지적했는데. -하류는 32세가 가장 많은데 5년뒤가 문제다. 동료 중에 부장급으로 승진해 집도 사고, 연수입도 1000만엔이 넘는 사람들이 나온다. 반면 자신은 결혼도 못했는데 흰머리만 늘고, 직장도 없이 초라하다. 질투가 생긴다. 범죄에 빠질 수 있다. 최근 흉악범죄자(나라현 초등생 살해 등)가 37세 남·녀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류사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 기업의 대책은. -부모는 자녀가 정사원이 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일본은 자기책임주의사회다. 국가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경제계도 자유방임주의다. 고이즈미 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 따라서 복지사회가 되긴 어렵다. 실패한 젊은이들이 몇번이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프리터노조 인정, 정사원과 유사한 연금 보장 등이 필요하다. ▶하류들도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조사결과가 있던데. -하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 바람을 바람으로 끝내버리는 게 하류다. ▶하류를 무시하면 기업도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책 속에 있는데. -하류도 무시못할 소비층이다. 하류 분류는 마케팅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류들은 ‘바보의 벽’,‘하류의 벽’에 막혀 ‘벽너머’에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는데. -사회가 모든 걸 제공하니까 젊은이들에게서 의욕을 찾아볼 수 없다. 창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문명 발달의 영향이 크다. ▶하류들은 탈출할 기회가 막혀있나, 아니면 기회는 있는 것인가. -창업을 통해 탈출할 기회를 늘려주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회가 생긴다. 다만 하류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은 제2베이비붐세대의 문제다.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하류들은 후지TV를 즐겨 보고, 자민당을 지지하며,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는데. -조사결과가 그렇다. 표본이 적지만 결과는 납득할 수 있다. 하류들이 자민당에 투표했는지 뒷받침할 조사결과는 아직 없다. 내년에 조사한다. ▶하류사회 이론을 한국사회에도 적용시킬 수 있나.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을 것이다. 미국의 영향도 많이 받고, 소자화(少子化:저출산)문제도 심각하다.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류 문제를 먼저 체험한 나라는 미국이다. 백인 젊은이중 17∼18%는 의욕부족으로 정사원이 안 된다. ▶왜 하류사회라는 책이 이 시점에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보나. -대부분의 책은 최초 구입층이 50∼60대다. 이들이 책판매의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하류사회는 최초 구입층이 제2베이비붐 세대였다. 힘든 시대를 보내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생각, 절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이한 현상이다.2주에 10만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taein@seoul.co.kr ■ ‘하류’ 겨냥 잡지·레스토랑·호텔까지 ‘하류 마케팅’ 뜬다 |도쿄 이춘규특파원|미우라의 ‘하류사회’ 열풍이 출판시장을 넘어 학계와 산업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류사회 돌풍의 영향은 산업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저자인 미우라가 “1억 총중류 시대가 아닌 상류·중류·하류로 분류되는 시대의 마케팅기법이 필요하다.”고 설파하자 식품회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회사들이 특강을 요청하고 있다. 유명 식품회사인 닛신식품의 안도 고기 사장이 지난해 가을 기존의 대량소비사회에서 벗어나 “저소득층을 겨냥한 상품도 개발한다.”고 선언해 화제를 뿌린 것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앞서 니와 우이치로 이토추상사 회장도 “일본 소비자는 미국처럼 소득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다. 특정소득계층을 무시하면, 지금부터 일본기업은 고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주장이 미우라의 실증 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른바 ‘하류 마케팅’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출판사인 K사는 하류를 겨냥한 새로운 잡지를 내년 창간할 예정이다. 남성전문지로 주요 독자층은 ‘하류사회’다. 하류들에게 새로운 삶의 자극을 주는 방법론을 개발, 전달하겠다는 것이 잡지사측의 설명이다. 다른 하류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류들을 겨냥한 레스토랑과 호텔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최근 업계관계자들이 “하류대국인 일본에서 하류를 배제하면 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하류가 화제다. 하류사회 관련서적들도 덩달아 인기다. 도쿄가쿠게대학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의 ‘희망격차사회’나 ‘양극화일본’(가와마타 사치히로 저) ‘연수입 300만엔시대를 살아남는 경제학’(모리나카 타쿠로 저) 등이 화제다. 이 책들은 총중류사회가 무너지고 상류·하류로 양극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분석했다. taein@seoul.co.kr
  • 후세인 재판 차질빚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측근 변호인으로 지난 19일 재판에 참여했던 사둔 수가이르 알 자나비가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지 하루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BBC는 자나비의 죽음으로 인해 증인이나 변호인들의 재판 회피를 불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21일 지적했다. 이라크 당국은 저항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정 TV중계를 허용하면서도 주심 판사를 제외하고는 법관들 얼굴 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자나비 등 대다수 변호사들은 카메라에 얼굴이 잡혔다.AFP통신은 흰머리에 검정색 콧수염을 기른 자나비가 피고의 오른쪽 둘째 줄에 다른 변호사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철통같은 신변 보호를 장담했던 정부도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후세인 전 대통령과 함께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아와드 하미드 알 반데르 전 혁명재판소장의 변호인인 자나비는 재판 다음날인 20일 저녁 바그다드 사무실에서 복면을 한 괴한 10여명에 의해 납치됐다. 경찰은 피랍 당일 밤 바그다드 파르두스 사원 근처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은 그의 변사체를 발견,21일 가족들로부터 신원을 확인받았다. 한편 지난 19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재판을 TV로 시청한 후 바그다드 외곽 사드르 시티의 자택을 나서면서 괴한에 납치됐던 영국 일간 가디언의 로리 캐롤(33) 기자는 석방됐다고 이라크 내무부 고위 관리가 20일 밝혔다.임병선기자 외신종합 bsnim@seoul.co.kr
  • 자전거타는 ‘할머니 회원’들

    자전거타는 ‘할머니 회원’들

    은륜(銀輪)에 몸을 싣고 제2의 인생 전성기를 향해 달리는 여인(?)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자전거연합회 회원 100여명이 바로 그들이다. 대부분 나이가 환갑 안팎이어서 할머니가 분명하지만,‘진짜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날렵한 몸매에 착 달라붙는 선수용 유니폼, 스포츠용 선글라스에 야무진 헬멧까지 착용한 모습은 영락없는 20·30대 모습이다. 머리 희끗한 할머니인 줄은 누가 상상이나 할까. 헬멧과 선그라스를 벗어야,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으로 나이를 겨우 짐작할 따름이다. 마포구 자전거연합회를 이끄는 박수자(68) 회장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자전거는 만병통치약이에요. 계단을 오르내리기조차 힘들었던 무릎 관절염이 자전거를 탄 이후로 씻은 듯 사라졌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회원들 모두 아픈 곳이 사라진 것을 경험했습니다.” ●은륜의 구정 ‘알리미´ 성산대교 북단 끝 다리 밑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가 마포구 자전거연합회 사무실이다. 허름하지만 회원들에게 이곳은 다른 어느 곳보다 따뜻한 ‘사랑방’이다. 회원들은 매주 월·수·금요일 아침 이곳에 모여 차 한잔 마신 뒤 바로 주행에 나선다. 주로 한강변을 달리지만 코스는 매번 다르다. 주말에는 교외로 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 7월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강화도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회원들은 어김없이 모여든다. 궂은 날씨 때문에 자전거를 탈 수는 없지만 동료들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안부라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마포구 자전거연합회는 회원들끼리의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마포구가 추진하는 여러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있다. 특히 화려한 유니폼을 입은 자전거 운전자들이 수십대의 자전거를 질서정연하게 타는 모습은 시각적인 효과가 커 구정 홍보에도 제격이다. 회원들은 자신들의 등이나 자전거에 구정홍보 문구를 부착하고 여러 차례 주행에 나서기도 했다. ●“자전거는 만병통치약” 연합회 회원들은 모두 박수자 회장의 ‘자전거 만병통치약론’에 동의하고 있다. 비단 아픈 몸만 치료하는 게 아니란다. 부부사이가 좋지 못하거나, 자녀와의 대화가 부족했던 이른바 ‘아픈 가정’도 치유해 준다는 것이다. 박 회장의 말에 따르면 자전거 타는 아내를 남편들이 더 좋아한단다. 적극적이고 매사에 자신감이 늘어가는 달라진 아내 모습 때문이다. 연합회의 최고령은 별명이 ‘왕언니’인 김희자(74) 할머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심장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위험했었던 적도 있었다. “뭐든지 조금씩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지난해 처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러던 것이 1년 만에 서울에서 강화도까지 1박2일 주행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해졌다. “자전거에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건강이 좋아지니까 손자·손녀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졌습니다.” ●건강 주는데 가격이 무슨 대수 연합회 회원들은 자전거 값을 묻는 질문을 가장 꺼려한다. 자전거의 매력을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이 단지 자전거 가격만으로 자신들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사무실에 모인 10여명의 회원 가운데 100만원 이하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수자 회장이 타는 150만원짜리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회 고문인 유장성(72) 할아버지가 타는 자전거는 연합회에서 가장 비싼 650만원짜리다. 이복희(53) 부회장은 “운동 마니아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의 미묘한 품질 차이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 “자전거가 높여준 ‘행복지수’를 고려한다면 자전거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유장성 고문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을 때 들어갈 병원비 등을 생각하면 자전거에 드는 돈이 많은 것이 아니다.”면서 “단순히 자전거 값만 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이 든 여성에게 ‘딱이에요’ 회원들에게 자전거 에티켓과 기술 등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차경만(46) 감독은 “나이가 든 여성분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 자전거”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나이든 사람도 스피드를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관절 등에 부담이 비교적 덜 하기 때문이다. “연합회 성(性)비율이 8대2 정도로 여성이 높습니다. 또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연령대도 높은 편이죠. 그만큼 자전거가 노년층 여성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죠.” 연합회에는 이제껏 자전거 페달을 단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없다. 연합회에서는 초보회원용 프로그램뿐 아니라 연습용 자전거 35대를 확보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베테랑 회원들이 달라붙어 일일이 지도해줘 실력이 부쩍부쩍 는다. 마포구 자전거연합회는 봄·가을 연2회 정기 신입회원을 모집한다. 매회 60∼70명이 가입하며, 신입교육은 한달코스로 진행된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자전거 연합회 이모저모 어렸을 때 자전거를 쉽게 배운 사람들에게는 ‘자전거 배우기’가 ‘그까이꺼∼’지만, 나이 50을 훌쩍 넘긴 노인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그 것도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할머니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든 일. 자전거 배우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처음 3∼4일이 가장 큰 고비다. 이때까지 ‘안장에 올라 앉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차경만 감독은 “자전거 배우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초기 3∼4일 동안 나온다.”면서 “어렵더라도 이 기간만 넘기면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라고 설명했다. ●자전거의 최대 적 인라인(?) 연합회 회원들은 자전거의 최대 적으로 주저없이 인라인을 꼽는다. 회원들은 “특히 최근에 한강변에서 자전거와 인라인의 충돌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라인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한강 대부분 구간에서 자전거와 인라인 도로가 구분돼 있지 않아 접촉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차경만 감독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라인은 스피드도 자전거 못지않을 뿐더러 각종 기술들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충돌이 잦다.”면서 “자전거는 대부분 나이든 분들이 타는 만큼 인라인을 타는 젊은 사람들이 좀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끼리의 충돌도 인라인 못지않게 자주 발생한다. 이는 자전거 에티켓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게 연합회 회원들의 분석이다. 자전거도 방향을 전환할 경우, 뒤에 오는 사람이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수신호를 해줘야 한다. ●장거리 코스 화장실 반드시 고려해야 연합회원들이 주말을 이용해 장거리 주행에 나설 때 코스를 결정하는 차 감독은 자전거도로 유무 여부·도로상태·주변 경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장실이다. 교외로 나가는 경우, 화장실을 찾지 못해 3∼4시간을 도로에서 버텨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합회 회원들이 대부분 여성 노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화장실 문제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주행 코스를 결정하는 중대 변수다. 연합회 회원들이 출전하는 생활체육 자전거 대회에는 스피드경주가 있는 동시에 ‘거북이 경주’도 있다. 이 경주는 얼마나 천천히 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거북의 경주’의 강자들은 한 자리에 거의 서 있다시피 한다. 몇 번만 페달을 구르면 넉넉히 갈 거리도 10분 이상을 버티면서 느리게 간다. 마포구 연합회에서는 스피드 경주 대회의 입상자는 있지만 아직까지 ‘거북이 경주’ 입상자는 없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여름철 보약 복용 어떻게

    여름철 보약 복용 어떻게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이면 가족을 위해 보약을 준비하는 가정이 많다. 기력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몸에 좋은 보약이지만 적응증과 체질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먹었다가는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얻을 수도 있다. 여름철 보약,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보약이란 한의학에서 말하는 보약은 기본적 치료방법인 보법(補法)에 사용하는 약재를 말한다. 흔히 보약을 ‘건강상 부족한 점을 보충해 주는 약재’로 이해하나 이보다는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 생리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약’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런 보약에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건강이나 체질 진단없이 ‘몸에 좋겠지.’하고 먹어서 보약효과를 얻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예컨대 체질적으로 몸이 냉하고 추위를 많이 타며, 혈압이 낮은 사람이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먹는 인삼과, 열이 많고 더위를 많이 타며, 혈압이 높은 사람이 먹는 인삼은 효과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사람을 4가지 특성군으로 분류한 것이 바로 사상체질이다. ●체질과 보약 ▲태양인 태양인은 양(陽)이 많고 음(陰)이 적으므로, 양은 줄이고 음은 보충해 줘야 한다. 태양인은 주로 다리가 허약하며 여기서 오는 병에는 오가피, 소나무 마디 등을 쓴다. 또 태양인에게 많은 열격, 해역, 반위 등에는 모과, 포도나무 뿌리, 다래, 합조개, 붕어, 순채나물 등을 쓴다. 태양인은 폐가 큰 반면 간이 작으므로 채소, 과일, 조개류를 써서 이를 보완한다. ▲소양인 소양인은 양이 많고 음이 적으므로 음을 실하게 하고, 양을 억제해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소양인은 비(脾)가 크고 신(腎)이 작은데, 이 신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는 약재로는 숙지황 산수유 복령 지모 택사 목단피 황백 과루인 강활 방풍 황련 저령 생지황 석고 등이 있다. 닭고기 부자 인삼 조각 침향 등은 약효를 저해하므로 처방에서 제외한다. 소양인에게 좋은 보약재는 숙지황 산수유 구기자 생지황 영지버섯 등이다. ▲태음인 태음인은 본래 피가 탁하고 기가 칼칼하기 때문에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것이 질병 치료의 기본이다.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에게는 폐의 기운을 살리는 맥문동 오미자 산약 길경(도라지) 우황 황금 상백피 행인 마황 의이인 황율 웅담 원지 등을 주로 쓴다. 감수 계지 영사 석고 시호 황백 등은 태음인의 약제가 아니므로 쓰지 않는다. 태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는 녹용 웅담 오미자 맥문동 갈근 등이다. ▲소음인 소음인은 혈과 기가 약하므로 덥게 보하는 것을 위주로 병을 치료한다. 소음인은 신대비소(腎大脾小)한데, 비(脾)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인삼 백출 감초 당귀 천궁 관계 진피(귤껍질) 백작약 도인 행화 포부자 목향 정향 향부자 등을 쓴다. 갈근 감수 메밀 대황 영사 배 마황 석고 수은 사군자 쇠고기 시호 돼지고기 황백 황련 등은 피한다. 소음인에게 좋은 보약재는 인삼 부자 황기 계피 당귀 등이다. ●보약 먹을 때 주의할 점 음식물을 소화, 흡수시키는 기능이 좋지 않을 때에는 어떤 보약을 먹어도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화기능을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감기 등 급성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 보약을 잘못 사용하면 병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보약을 복용할 때는 충분한 수면과 안정된 마음가짐을 취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는 음식이나 술 담배 등은 피해야 한다. ●보약에 대한 몇가지 오해 ▶보약에는 인삼 녹용이 꼭 들어간다? -그렇지 않다. 건강 상태나 체질적인 요인 등을 고려해 필요한 약재만 사용하므로 인삼 녹용이 들어가지는 않는 경우도 많다. ▶보약(특히 숙지황)과 무를 함께 먹으면 머리가 희어진다? -그렇지 않다. 숙지황과 나복자(무씨)는 서로 상반된 성질을 가져 약효의 감소는 있을 수 있으나 흰머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그렇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의 원인을 수분대사 장애로 보며, 적합한 약물치료로 체중을 줄일 수도 있다. ▶여름철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나간다?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려 원기가 부족할 때에 보약이 더 필요하다. ■ 도움말 이장훈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1내과 교수. 이수경 경희의료원 사상체질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국적 달라도 ‘소리는 하나’

    국적 달라도 ‘소리는 하나’

    “빠빠∼빠∼” 13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이틀 뒤인 15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되는 ‘블랙’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번디트 웅그랑시(34)의 지휘 아래 트롬본의 육중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검은 캐주얼 차림의 웅그랑시는 연습실 한 가운데 높은 의자에 앉아 80여명의 단원들을 움직인다. 태국인인 웅그랑시가 ‘넘버 빠이브(5악장)’라면서 오른쪽을 가리키자 콘트라베이스를 안고 있는 주자들이 큰 몸짓으로 ‘군무(群舞)’를 춘다. 흰머리가 희끗거리는 중년남성, 긴 생머리의 젊은 여성, 파란 눈의 외국인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는 같다. 이번 공연이 전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서울시향 단원의 재정비 이후 첫 공연인 만큼 연습실 양쪽에 설치된 에어컨 2대가 모자랄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전날 도착한 뉴욕 필하모닉 수석 트럼본 주자이자 줄리아드 음대 교수인 조지프 알레시는 협연자로 참여해 전날 도착한 여독(旅毒)도 잊은 듯 1시간여 동안 서서 트롬본을 분다. ‘블랙’은 서울시향이 세 차례 개최하는 ‘서머 오브 패션(Summer of Passion)’ 가운데 첫번째 시리즈로 이후 ‘레드’(29일 세종문화회관, 지휘 레머라이트, 바이올린 협연 데이비드 가렛),‘블루’(8월23일 예술의전당, 지휘 웅그랑시, 피아노 협연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이어진다. (02)3700-6300. 한편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8월15일 서울광장에서 ‘광복 6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정명훈 서울시향 상임지휘자가 악단 출범 후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안익태 선생의 ‘한국환상곡’, 베토벤의 ‘합창교향곡’,‘그리운 금강산’ 등을 들려 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과 강준일 작곡의 ‘사물놀이 협주곡’ 협연도 이뤄진다. 또 소프라노 박은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이정원, 베이스 손혜수 등도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잘먹고 잘살자] 서울 중앙시장 ‘홍어찜’

    [잘먹고 잘살자] 서울 중앙시장 ‘홍어찜’

    팔순 할머니가 혼자 식당을 한다? 손자·소녀의 재롱을 보면서 밥상받을 연배가 훨씬 지났지만, 먹기 살기가 궁핍해 혼자 식당을 꾸려가는 것일까? 서울 중앙시장 문짝골목의 홍어찜 김희임(80) 할머니는 “내 음식 먹자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서 하는 거지.”라고 이유를 댔다. 김 할머니의 얼굴은 젊은 새댁 못지않게 해맑았다. 흰머리칼과 주름살이 연륜을 느끼게 하지만 나이는 예순쯤 돼 보인다. 건강 비결을 묻자 “홍어를 많이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한 것이지 뭐.”라고 손사래를 친다. 김 할머니가 내놓는 홍어찜은 두 종류. 전남 여수가 고향인 김 할머니가 어릴 때 먹었던 방식대로 만든 톡쏘는 홍어는 눈물을 뽑아낼 정도로 맛이 얼얼하다. 쏘는 맛이 없는 홍어도 내놓는다. 젊은 아가씨들이 찾는다고 한다. 삭히지 않은 홍어찜의 경우 졸깃하고 뒷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홍어찜 소자의 경우 어른 2인분이다. 삭힌것과 삭히지 않은 것을 섞어서 내달라고 해도 된다. 홍어회와 홍어탕도 있다. 메뉴판에 붙어 있지 않은 홍어삼합의 경우 하루전에 예약해야 한다. 돼지고기를 바로 삶아 손님들이 도착하는 시간에 뜨끈뜨끈하게 내놓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농사를 짓는 남편(84)이 보내준 고추와 마늘, 식초로 만든 양념에다 양배추를 덮어 적당히 넣고 쪄낸다. 고추도 절구에 직접 빻아 맛이 더 난다. 김 할머니는 “고추와 식초, 막걸리는 최고”라고 자부한다. 독특한 양념맛과 홍어에 양념이 알맞게 배도록 졸이는 시간을 조절하는 게 맛의 비결. 홍어는 흑산도산 참홍어가 좋긴하지만 너무 비싸서 칠레산 홍어를 쓴다고 털어놨다. 홍어를 먹고난 다음 남은 양념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별미다. 곁들여 내놓는 깍두기는 담은 지 1년 됐다는데, 아삭아삭하면서 청량감이 들 정도로 맛이 시원하다. 할머니가 직접 담근 찹쌀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다. 농주처럼 약간 걸쭉한 막걸리를 자유당 시대부터 단속을 피해 담아왔다는 것. 그 맛은 온 시장에 소문이 쫙 퍼졌다. 이 막걸리로 홍어를 삭히기도 하고, 식초를 만들어 양념장으로 홍어를 찍어 먹게도 한다. 이 집은 교통이 좀 불편하고 장소가 좁은 게 흠. 지하철 2·6호선 신당역 11번 출구로 나와 중앙시장 문짝골목으로 들어가 아무나 붙잡고 ‘홍어잘하는 집’을 물어 보면 누구나 안다. 맛이 워낙 소문났을 뿐만 아니라 36년째 한 장소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 ‘뮤직토크’ DJ맡은 전영록

    [★들에게 물어봐] ‘뮤직토크’ DJ맡은 전영록

    최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7080 콘서트’ 리허설에서 그를 만났다.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얻었던 ‘그 때 그대로’였다. 뿔테 안경에 쉽게 차려 입은 티셔츠, 그리고 언제나 청바지. 백밴드의 연주에 맞춰 ‘불티’ ‘내 사랑 울보’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등 히트곡을 연달아 뜨겁게 토해내고 있는 무대 위 중년의 남자. 눈 비비고 들여다봐야 간신히 흰머리 한 가닥을 발견하고는 세월의 무게를 느낄 정도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딸을 둔 아버지. 누구일까. “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돌아왔다는 말은 별론데요.” ‘영원한 젊은 오빠’ 전영록(51)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결같이 음악 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다만 방송을 통해서가 아니었을 뿐. 쉬지 않고 작곡을 하고 미사리 카페 등지에서 언더로도 활동하고, 콘서트도 꾸준히 열었다. “그래도 13년 만에 정식 앨범 낸다고 하고, 라디오 DJ도 맡았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달 캐나다 공연을 갔다 오고 나면 6월에 본격적으로 녹음에 들어간다고 한다.“보다 많은 것을 들려주고 싶어서 작업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며 몸을 들썩였다. 지난 2일부터 KBS라디오 해피FM(수도권 106.1㎒)에서 ‘뮤직 토크’(오후 4∼6시)의 진행을 하고 있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어색하지는 않았을까.“인터넷을 통해 청취자 반응이 즉각 올라와 진땀이 흐르던데요.”라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그동안 라디오 진행 요청이 많이 들어왔으나 사양했다고 한다.“70∼80년대의 낭만이 없어진다고 느꼈어요.30∼40대에게 그 시절 낭만과 문화를 되돌려주는 작은 기회라는 생각에 덜컥 DJ를 맡았습니다.” 새로 준비하는 앨범의 장르도 그래서 ‘포크 트로트’다. 지금은 명맥이 끊겼지만, 그동안 음악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찾아낸 장르. 미발표곡을 포함, 자작곡 등 7∼10곡을 담을 예정이다.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인기가 그리워서가 아니다.“인기라는 것은 부질없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 콘서트에 찾아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노래해야 합니다.” 영화배우로, 가수로, 방송진행자로 ‘만능 엔터테인먼트’였던 ‘젊은 시절’과는 다소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예전에 가요 1위 상을 받으면 최고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보면,34년 가수생활 동안 후배들이 손에 쥐어준 30주년 헌정 앨범이 가장 큰 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이후 그동안 모셔놨던 가수상 등 상패들을 모두 버렸다는 전영록은 “어떤 상패에는 1돈쭝 정도 나가는 금박이 붙어 있었는데, 그거 팔아가지고 듣고 싶은 앨범을 샀지요.”하고 껄껄 웃었다. 젊은 시절 흔쾌한 칭찬 한번 던져주지 않았던 아버지(황해)가 최근 곁을 떠나 쓸쓸함을 느낀다는 그는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각오뿐입니다. 첫 데뷔하는 심정으로 말이죠.”라고 진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부고]

    ● 한병구 경희대 명예교수 한병구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명예교수가 6일 오전 5시50분 별세했다.77세. 고인은 경희대 학생처장, 정경대학장, 신문방송대학원장, 제7대 한국신문학회(옛 한국언론학회) 회장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안인귀(시인) 여사와 장녀 지원(미국 유학), 정원(일러스트레이터), 기태(조선호텔 근무)씨 등 1남 2녀. 빈소는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발인은 8일 오전 8시.(02)958-9545. ● 조계종 명예원로 벽암 스님 불교조계종 명예원로의원이자 신원사 조실인 벽암(碧岩) 스님이 6일 오전 8시 충남 공주 신원사 벽수산방에서 입적했다. 세수 81세, 법랍 60세. 고인은 이날 법전·지성 등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게에서 “시간을 던져 지옥에 들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라.”면서 “해가 가고 해와 달이 시냇물처럼 흐르누나. 마음에 머금은 바 있되 채우기도 전에 흰머리만 휘날리누나. 한 번 할하다.”고 전했다.192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간사이(關西)공업전문대에서 공학을 배운 뒤 45년 서울 호국사 역경원에서 월봉 스님을 계사로, 적음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 교무부장, 불국사 주지, 중앙선학원 원장과 이사장, 동국학원 이사장,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조계종 종정 직무대행, 원로의원, 원로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영결식은 10일 오전 10시 신원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봉행된다. ●신호식(건축업)영식(자영업)명식(서울신문 독자서비스국 직원)태식(자영업)씨 부친상 6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 송두리 399번지 자택, 발인 8일 오전10시 (043)533-3905 ●문용린(서울대 교수·전 교육부 장관)용제(의왕시청 계장)용철(자영업)씨 모친상 조광연(해룡목장 대표)정환구(자영업)씨 빙모상 6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31)787-1511 ●권장혁(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남혁(서울남부지방법원 법원장)진혁(대원과학대 사무처장)씨 모친상 하종태(전 포항시 건설국장)조정희(전 우촌초등학교 교감)이원기(전 동국무역 상무)배선욱(전 대우자동차 이사)씨 빙모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410-6915 ●김성수(뉴욕액셀런트 대표)성택(한국무역협회 홍보실장)윤섭(YTN 마케팅국 부장)씨 모친상 이종두(전주이신경외과원장)김열(국민건강보험공단 부장)민병록(동국대 교수)임준수(미국 거주·공학박사)씨 빙모상 김수진(뉴욕시 검찰청 검사)씨 조모상 이승환(목원대 교수)씨 외조모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6 ●이성수(스포츠한국 광고국 부장)씨 상배 6일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959-1099 ●김기천(전 덕수상고 교감)기원(한라공조 상근감사)기근(배가텍 부사장)씨 모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010-2239 ●권준상(세계로열린교회 목사)문상(종가 팀장)씨 부친상 강준원(선일상사 전무)김진형(구리열린교회 목사)김용호(초원레스토랑 대표)씨 빙부상 박정순(실버코치 대표)씨 시부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010-2291 ●서정남(서울디자인고 교사)성남(국민은행 차장)창남(회사원)씨 모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010-2294 ●최순호(포항스틸러스 기술고문)씨 빙부상 5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7일 오후 12시 (02)590-2660 ●김원식(머니풀 대표·전 매일경제TV 보도국장)씨 모친상 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590-2697 ●이양우(전 수협중앙회 상무)철우(전 SK 상임감사)숙희(화순산부인과 원장)숙진(전 국민대 교수)행자(재미 〃)숙환(포천중문의대 〃)숙영(성악가)씨 모친상 권오윤(제양 회장)서재남(재미 회계사)이수택(전 SK 전무)씨 빙모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2)3410-6917
  • [길섶에서] 아들의 도전/이호준 인터넷부장

    퇴근길. 어깨 위의 피곤을 애써 털어내며 집에 들어선다. 무슨 눈치를 챘는지, 인사만 하곤 제 할 일이 바쁘던 큰 아이가 유난히 수다스럽다.“사내녀석이…. 용돈이 궁하냐?” 은근히 핀잔을 하지만, 마음의 주름은 활짝 펴진다. 그런 평화도 잠시, 녀석의 제안에 정신이 번쩍 든다.“아빠, 모처럼 팔씨름 한 판 어때?” “뭐? 팔씨름?” 승패를 점치는 눈에, 부쩍 커버린 아이의 덩치가 산만해 보인다. “싫다. 이 녀석아. 새삼스럽게 팔씨름은 무슨….” 하지만 쉽게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몇번 버티다가 결국 팔소매를 둥둥 걷고 손을 맞잡는다. 작은 아이가 “아빠, 이겨라!”를 외치지만, 나는 안다. 약자를 위한 응원일 뿐이라는 걸. 예상대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두 손을 든다. 생전 처음 아빠를 이긴 아이는 환호성이 대단하다. 짜식! 말은 안 하지만 너를 못 이기는 게 한두 가진 줄 아냐? 게임도 너만 못하고, 달리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알까? 제 힘이 세진 것보다 아빠의 힘이 빠진 게 먼저라는 걸.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갈수록 저희들 곁에 서 있을 날이 줄어든다는 걸….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강남의 맛집

    [뒷골목 맛세상] 강남의 맛집

    마침내 입춘과 우수를 지나고 봄이 비롯되었다. 얼핏 보면 봄이야 시절에 따라 저절로 오는 것 같지만, 결코 저절로 오는 봄이란 없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모진 눈보라가 있어야 비로소 꽃 피는 봄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봄과 마찬가지일 터이다. 절망을 거치지 않은 희망이란 얼마나 무의미할 것인가. 우리 선인들이 입춘이 되면 봄맞이라도 하듯이 대문이며 사랑방 기둥에 크게 써 붙이던 입춘대길(立春大吉)의 대길은 주역의 지천태(地天泰)에서 나온 말로, 역술인들은 입춘대길과 함께 이 괘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 지천태의 괘는 곤괘(坤卦)의 땅이 위로 올라가고 건괘(乾卦)의 하늘이 아래에 있어 얼핏 위아래가 뒤바뀐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뒤바뀜을 선인들은 크게 길하게 여겼으니 그이들의 깊은 뜻이 오늘에 새삼스럽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뒤바뀌는 立春 선인들에게는 봄이야말로 어두운 음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하고 밝은 양의 기운이 땅에 가득하여 이 뒤바뀐 기운으로 만물이 생겨나는 시절인 것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다 보면 천하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만물도 생겨날 수가 없다. 대신에 하늘과 땅이 뒤바뀌면, 절망과 고통이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가운데에서도 하늘과 땅이 본디 자리로 돌아가려는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늘과 땅의 교류가 이루어져 만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비록 절망과 고통이 뒤따른다 해도, 이런 천지의 뒤바뀜이 어찌 크게 길하지 않으랴. 천지의 뒤바뀜을 사람살이 식으로 풀이하자면, 가장 깊은 절망의 가운데에서 한 가닥 희망이 솟아나오고, 반대로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한 희망의 가운데에서 이미 한 가닥 절망은 비롯된다는 지혜일 터이다. 천지의 뒤바뀐 기운은 어느 새 그대를 파고들어 마침내 그대에게도 지천태의 입춘대길로 봄이 온다. 길고 긴 절망의 터널을 지난 그대가 이제는 희망을 꽃피우고, 그리하여 일생에 가장 소중한 이를 만나게 된다. 자, 이 크게 길한 날에 어디에 소중한 이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까. 강남의 지하철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스타타워라는 멋있는 빌딩이 바라보는 이의 고개를 모자라게 할 만큼 높은 키로 세련된 외양을 자랑하고 있다. 그 빌딩을 끼고 돌면 후문이 나오는데 후문 바로 앞에 ‘바이더웨이’라는 24시 편의점이 있을 터이다. 그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걷다보면 ‘민들레(02-558-8513)라는 자그맣고 예쁜 입간판을 만나게 된다.2층 양옥집을 개조하여 전통 한정식집으로 꾸몄는데, 깔끔하면서도 멋스러운 실내 디자인과 개량한복 차림의 종업원들이 예사롭지 않은 주인의 성품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다. 얼핏 한정식집 주인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깊은 눈빛과 단아한 분위기의 오성숙씨가 있는 듯 없는 미소를 띤 채 그대에게 조용히 인사를 할 터이다. 그 첫 대면의 순간 그대는 그이에게서 어쩌면 그대와 함께 사람살이의 신산고초를 겪으면서 심성이 보다 그윽해진 큰누님이나 혹은 큰언니 같은 살붙이의 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 살붙이의 정을 느끼면서 그이의 곁을 보면, 이번에는 흰머리가 참 잘 어울리는 장년의 노신사가 역시 그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 흰머리의 그이는 다름 아닌,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김세균 박사이다. 방학이 되거나 한가할 때면 그이는 이따금씩 민들레에 나타나 아내인 오성숙씨를 도와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한때 참교육·여권운동에 몸담기도 민들레에 와서 주인 내외를 만나본 이들은 한결같이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적어도 이 나라 명문대학의 교수이고 또 그 부인되는 이가 도대체 더 이상 뭐가 부족해서 한정식집까지 차리게 된 것일까.1997년 민들레라는 한정식집 주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성숙씨는 명문대학의 교수부인이기에 앞서 1980년대 후반부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을 맡아 전교조와 함께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운동권에 몸을 담아온 소위 여성운동가였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편집실장이며 정책실장으로, 저소득여성들이나 근로여성들을 위한 지원활동에 나서 공부방이나 쉼터를 열어주고, 주부들을 위한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여성의 지위를 자리매김하는 여권운동의 일선에서 뛰어온 이였다. 그런가 하면 그이의 남편 되는 김세균 교수는 형제인 사회학의 김진균 교수와 함께 진보적 지식인의 길을 걸어오며 1970년대부터 이 땅의 민주화운동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이이기도 했다. 오성숙씨가 자신의 잘못된 빚보증 한번으로 집이며 재산 따위를 깡그리 다 잃고 무일푼이 되어 남편이며 아이들과 함께 10여 평 남짓 되는 셋방에 나앉게 된 것이 바로 1997년이었다. 이때부터 그이는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여기저기서 돈을 그러모아 한정식집을 차린 것이었다. 기실 그이는 평소부터 음식솜씨가 남달라서, 남편과 함께 독일의 베를린에 있는 자유대학에 유학 중이던 1980년대 초에는 당시에 소위 운동권 출신 유학생들이며 황석영씨 같은 정치적 망명자들 사이에서는 그 뛰어난 음식솜씨 때문에 청진옥으로 불리기도 했다. 청진옥이란 그이의 큰아들 김청진이라는 이름에서 따서 유학생들이 붙인 별칭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이해동목사 내외의 해동여관과 함께 유학생들에게는 공짜로 자고 공짜로 고국의 음식을 먹으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소중한 쉼터이기도 했다. ●단아한 분위기의 큰누님같은 안주인 민들레의 한정식은 코스요리를 주로 하지만, 낮손님들을 위해서는 민들레밥상이라고 하여 흑임자죽이며 녹두죽 같은 죽에 잡채, 야채샐러드, 해물무침, 고등어조림, 김치전, 콩비지 등에 된장찌개며 밥이 나오는데, 무나물이며 취나물, 고사리나물 무침에 조개젓, 도토리묵, 김치 같은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이 8000원짜리 민들레밥상에 곁들여 불고기볶음이며 제육주꾸미볶음, 해물한정식, 더덕구이, 갈비찜오분자기, 메로구이, 간장게장 등이 추가되면 각각 1만원에서 1만 5000원짜리 정식이 된다. 저녁나절에 주로 하는 코스요리에는 1인분에 2만 5000원짜리 기본정식과 3만 5000원짜리의 민정식이 있는데, 그대가 소중한 이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자리라면 약간 무리할지 모르지만, 민정식을 권하고 싶다. 민정식은 나오는 순서에 따라, 녹두죽에 야채샐러드, 탕평채, 찹쌀화전이며 생선전이며 표고버섯전으로 구색을 맞춘 삼색전, 도미찜, 굴이며 소라며 우렁이며 새우가 들어간 모듬해물, 도다리며 도미의 싱싱한 모듬회, 연어쌈, 수삼과 꿀, 해물고추잡채, 홍어와 돼지고기에 보쌈김치를 곁들인 홍어삼합, 구절판, 새우튀김, 갈비찜, 해물냉채, 대구탕, 장어구이 등이 나오고, 마지막으로는 민들레밥상의 반찬과 밥에 누룽지가 함께 나온다. 민들레에는 10여 개의 방에 130석의 자리가 있어 얼마든지 대형 모임도 가능하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내려 7번 출구를 나와 시티극장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50미터쯤 언덕길을 올라가면, 골목 막다른 곳에 푸치니(02-552-2877)라는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일찍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곧장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에 있는 페스타라 음악원에서 10년 가까이 유학을 하고 돌아와 모교에서 강사를 지낸 테너 안종선씨가 주인인데,1998년에 자신이 살던 양옥을 개조하여 3층까지 한결 깔끔하고 격조 있는 레스토랑으로 바꾸어 놓았다. ●유학생활 10년동안 익힌 미각 잘살려 투명한 유리창으로 지붕을 덮은 정원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소중한 이와 함께 정통 스파게티며 파스타를 즐기고, 밤이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도 헤아릴 수 있는데, 푸치니의 지배인으로 있는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파텔라씨의 감미로운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될 터이다. 볼로냐의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서울발레단의 음악감독으로 왔다가 8년 넘어 머무르고 있는 안토니오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안종선씨의 테너 독창까지 들을 수 있다면 거기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푸치니의 손님들은 거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들이고, 그만큼 주인 되는 이의 정통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주로 이탈리아인들을 위시한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데, 기실 10년 가까이 이탈리아에 유학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미각을 익힌 그이가 귀국하자마자 푸치니를 차린 것도 그때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이 그의 미각을 만족시키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이는 통밀에서부터 치즈같이 이탈리아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푸치니에서 레스토랑의 이름을 내걸고 손님들에게 특선메뉴로 내놓는 ‘스파게티 알라 푸치니’는 푸치니 스페셜로 부르기도 하는데, 볼로냐와 피렌체 사이의 산간지방인 폴리아에서 주로 먹는 토속음식으로 파마산 치즈 중에서도 3년산 레지아노 치즈를 사용한다. 이 치즈는 무게가 35kg이 나가는 거의 맷돌만한 크기인데, 치즈 가운데에 홈을 파서 홈에 ‘바카디151’이라는 높은 도수의 럼주를 붓고 불을 붙여 치즈를 녹인 후에 여기에 스파게티며 야채를 넣어서 비벼내는 식이다. 1인분에 1만 8000원인 이 푸치니 스페셜은 강한 화력으로 럼주가 증발한 후에도 그윽한 향이 남아 여성들도 즐기는데, 요리사가 주방에서 나와 손님 앞에서 직접 시연을 펼치고 서브까지 한다. ■다국적 요리·술 한자리에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출구 앞에 레비스(02-565-5959)라는 퓨전요리집이 있다. 간판에도 버젓하게 내세운 ‘다국적 식주공간(食酒空間)’답게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위시해서 세계의 퓨전요리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옛날두부김치에서 매운낙지볶음, 직화구이곰장어, 신닭발, 화이어뽈에서 일식의 해물오코노야키, 해물 스테미나나베, 후지볼케이노롤, 모리아와세, 겐키도리, 중식의 광동갈비, 팔보라조, 타이치킨, 홍콩야식, 깐소꽃게, 양식의 레비스초이스, 새우퐁듀, 철판돈가스, 시푸드치즈그라탕, 치즈칠리치킨, 파에리아 이외에도 훈제연어허브샐러드, 아보카드샐러드, 펌킨셀러드에 군고구마베이컨 피자, 데리야키 치킨피자에 소이웰빙파스타까지 모두 100가지가 넘어 미처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요리들을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거기에 술 또한 우리의 백세주며 천국, 설중매를 위시해서 일본의 나마조조나 고노이즈미부터 중국의 죽엽주와 금화고량주, 공부가주, 죽봉주에 와인이며 양주, 생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비하여 20대의 신세대들은 물론 30,40대의 취향에도 뒤지지 않게 구비해 놓았다. 다국적 요리들이라고 해서 결코 싸구려로 맛이며 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레비스에서는 이 다국적 요리들을 위해 대학에서 조리학과를 나온 젊은 조리사들이 각각 한중일양으로 나누어 모두 12명이 주방을 맡고 있다. 게다가 직접 조리를 담당하지 않은 관리직들도 저마다 한두개씩은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퓨전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기도 한다. 레비스에서 개발해낸 퓨전요리 중의 하나로 훈제연어 허브 샐러드는 훈제연어에 비타민이라는 야채, 케이퍼라는 서양배추 봉오리, 치커리, 물냉이, 양상치, 트레비스라는 보라색양상치, 천연의 천도복숭아, 가늘게 채 썬 양파를 올리브유로 드레싱해내는 식이다. 팔보라조는 갑오징어, 해삼, 새우, 참소라, 피조개 등의 해산물에 죽순,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베이비콘을 넣어 매운 소스로 볶아내는 식이다. 그러나 레비스의 뛰어난 점은 380평에 360석이라는 대형 홀에 대한 섬세하고도 세련된 실내 디자인에 있을 터이다. 홀을 크게 나누어 한식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 일식집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 중식집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에 양식집 분위기의 이국적 공간에 이어 룸살롱처럼 화려하고 푹신한 둥근 소파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요리며 술을 맛보며 소중한 이와 함께 저녁 한때를 즐길 수 있다.
  • 노인 10명중 7명 노후준비 못했다

    노인 10명중 7명 노후준비 못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7명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인 상당수는 취업을 원하지만 취업률이 낮고 취업구조도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7일 발표한 ‘2004년도 전국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 따르면 노후를 위해 경제적으로 준비를 했다는 노인은 28.3%에 그쳤다. 노후를 준비했을 경우 방식은 공적연금(67.2%), 저축(38.3%), 부동산(19.7%), 개인연금(4.8%) 등의 순이었다.6년 만에 이뤄진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6∼9월 전국 9308가구와 65세 이상 노인 327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특히 노인부부나 독거노인들의 가구비율이 매년 늘면서 전체 가구의 51.2%에 달했다.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는 1994년 56.2%에서 1998년 53.2%, 지난해 43.5%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노인 취업률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창출 노력에도 불구,30.8%에 그쳐 1998년의 29%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은 농ㆍ어ㆍ축산업(53.9%), 단순노무직(27.8%)이 주종을 이뤘다. 노인들의 월평균 용돈은 13만 3000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고 정부에는 노후소득지원(49.4%)과 취업지원(23.6%)을 가장 희망했다. 노인들이 자신을 노인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기력쇠퇴(42.7%), 노인 대우를 받을 때(12.5%), 흰머리ㆍ주름살(7.3%), 손자녀가 생겼을 때(6.7%), 건망증(5.7%) 등을 꼽았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노인은 5.4%에 불과했고 16.2%는 향후 정보화 교육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노인 수발자는 장남ㆍ며느리(31.8%), 배우자(29.7%), 딸ㆍ사위(15.3%), 장남외 아들ㆍ며느리(13.8%)가 많았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윤석화 10년만에 삭발 연기

    윤석화 10년만에 삭발 연기

    난소암을 앓고 있는 50대 여교수 비비안 베어링. 국내 초연되는 연극 ‘위트’로 5년만에 정극 무대로 돌아오는 배우 윤석화가 맡는 역이다. 삭발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19일 설치극장 정미소 맨 위층에 자리잡은 서재에서 만난 그는 진짜 병을 앓고 있는 사람 같았다.“지금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 보이는가가 관건이에요.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처럼 마음 먹기 따라서 변하는 것 같아요. 될 수 있으면 초췌하게…이마에 주름도 패어야 될 거 같고 제 마음이 그렇네요.” PMC가 기획한 여배우시리즈 ‘여우열전’의 첫 주자로 11일부터 청담우림씨어터 무대에 서는 그는 “오랜만에 작품다운 작품을 하게 됐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신의 아그네스’를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진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가장 연극적이면서도 감각을 잃지 않은 작품이죠.” 작품을 위해서 ‘덕혜옹주’ 이후 10년 만에 다시 삭발을 했다. 듬성듬성 적나라하게 드러난 흰 머리는 연극인생 30년의 무게를 실감케 해줬다.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원래 머리를 많이 쓰는지라…(웃음), 마흔 살 때부터 염색을 해왔거든요. 말기 암환자 역할인데 흰머리가 없으면 오히려 도움이 안되죠.”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도도한 여교수 비비안은 병원에서 깐깐한 의사의 모습에서 젊은 날의 자신을 본다. 윤석화 또한 비비안을 통해 자신의 옛날을 되새기고 있다.“제가 연출할 때 굉장치도 않았거든요. 야단치고 나서 미처 마음을 못 풀어주게 될 때가 있는데 왜 이렇게 살까. 그냥 내버려두지 하는 회의감이 들곤 했죠. 내 삶에서 비슷하게 치러낸 것들이어서 (배역으로)들어가기가 쉬운 면도 있어요.” 이번 작품은 유독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삭발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때문이다.“난소암을 앓던 어머니가 많이 생각 났어요. 장면마다 엄마 간호할 때의 심정이 녹아들더군요.”순간 쓸쓸한 표정이 역력해지면서 겸연쩍은 듯 눈길이 대본으로 향한다. ‘위트’를 올리기에 앞서 걱정스러운 게 하나 생겼다. 요즘 전국의 난소암 환자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고 있단다.“‘저희에게 희망을 주세요.’하는데 작품 속에서 여자는 죽거든요. 정말 걱정되죠. 죽음을 절망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하지만 힘든 차원이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도 봐요.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은 그만큼 깊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3월27일까지.(02)569-0696.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이주상기자 rainbow@seoul.co.kr
  • [길섶에서] 어떤 송년회/이호준 인터넷부장

    연말이 되면서 각종 모임이 잦아진다. 그 중 가장 반가운 건 역시 초등학교 동기모임이다. 수십 년의 세월을 흰머리와 처진 어깨에 이고 지고 모이지만, 마음은 냇가에서 물장구를 칠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갈수록 줄어 이젠 많이 모여야 스무명 안팎이다. 여름에는 고향으로 가고, 겨울에는 시골 친구들이 서울로 온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들은 소풍가듯 모여 기차를 타고 온다. 그들에게는 고향 뒷산의 솔바람과 흙냄새와 새소리가 묻어서 온다. 마디마다 옹이가 박힌 손을 잡으면 잊고 있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가슴속에서 걸어나온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농사로 시작된다. 올 수확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옆자리의 친구는 씁쓸한 웃음부터 베어문다.“배추 농사는 망했어. 한포기에 100원씩이라는데, 그나마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갈아엎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배추를 갈아엎을 때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하지만 친구는 의연하다.“걱정 마라. 굶어죽기야 하겠냐. 내년에 제대로 하면 되지.” 그 와중에도 ‘내년의 희망’을 얘기하는 친구의 잔에 술이나 채울 뿐이다.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 팔순 장갑진 감독의 농구열정

    팔순 장갑진 감독의 농구열정

    농구대잔치 개막전이 열린 7일 잠실실내체육관.2부 서울대와 전남대의 경기가 대회 첫경기로 열렸다. 순수 아마추어팀인 서울대 벤치에 흰머리 지긋한 노신사가 눈에 띄었다. 서울대 농구부를 40여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장갑진(80) 감독. 이날 따라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부산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손자 기현(19·체육교육과 1)이가 다른 선수들과 함께 자신의 팀에 섞여 있던 것. 기현이에게는 이날이 대학농구 무대에 데뷔하는 날이기도 했다. 관악중학교 체육교사인 아들 일준(46)씨도 자신이 지도하는 서울대 농구부를 거쳐 갔지만 손자와 함께 공식경기 코트에 섰다는 사실에 또 다른 흥분을 느끼는 듯했다. 경기는 이미 4쿼터 중반에 접어들고 있었다. 스코어는 38-76, 전남대가 더블스코어로 앞서 승부가 이미 결정된 상황. “2단계!2-3 지역방어 하란 말이야. 딱 달라붙어!” 애가 타는 듯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작전타임을 부르더니 목이 쉬도록 수비전략을 지시하는 그의 시야에 벤치만 지키고 앉아 있던 손자가 들어오지만 이내 무시해 버린다. 기현이 또한 흘깃흘깃 쳐다만 볼 뿐 출전명령을 내리지 않는 할아버지가 야속할 만도 하지만 이내 벤치로 되돌아간다. 결국 이날 경기는 49-86, 서울대의 완패로 끝났다.1학년 기현이는 데뷔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했다.“재능은 있는데, 시작한 지 9개월밖에 안돼서 서툴러.”라면서도 “신장(185㎝)이 좋으니 가다듬으면 내년부턴 잘 할 것 같다.”고 에둘러 사랑을 표현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기현이는“처음엔 감독님이란 말이 입에 안붙어 ‘할아∼’하다가 혼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1부예선 A조에서는 연세대가 ‘특급가드’ 김태술(13점)과 이광재(26점)의 활약으로 ‘전통의 맞수’ 고려대를 94-88로 따돌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진의 섹스&시티]백발의 남친

    ‘난 커서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 민정이.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좋아 그냥 한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또래의 남자친구를 몇명 사귄 다음부터 ‘이제는 연상의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자기한테는 비슷한 연배보다는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이 더 맞을 것 같다나요. 이런 민정이가 하루는 새 남자 친구를 공개하겠다고 하더군요.‘그 사람은 날 이해하고 공주처럼 대하는 데다가 섹스까지 대만족이야!’라며 거의 날아갈 것 같은 말투로 얘기하더군요. 민정이는 좀처럼 남자친구 자랑을 하지 않는 타입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습니다. 압구정의 한 웨스턴 바에서 민정이를 먼저 만나 함께 남자친구를 기다렸습니다. 그때 백발의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설마, 저 사람이 민정이 남자친구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흰머리 신사가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닙니까. 당황한 나를 의식했는지 민정이는 ‘내 남자친구야.’라고 얼른 소개를 하더군요. 나이차는 무려 25살. 남자친구의 나이가 ‘조금’ 많다고는 얘기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저는 평소 띠동갑이 궁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12살 안팎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5살이라니 너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회춘을 바라는 노인네가 꿍꿍이를 가지고 민정이를 만나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도 좋지 않았죠.‘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의 싱싱함·섹스를 돈으로 맞바꾸는 것?’ ‘이 사람 유부남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습니다. 둥근 얼굴을 가진 민정의 남자친구는 백발 탓에 실제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습니다. 일 때문에 결혼은 한번도 한 적 없고 부모가 돼 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고 했습니다. 민정이와는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게다가 민정의 친구인 저에게 ‘점수’를 따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자신이 이뤄놓은 것들에 대해 열심히 얘기하더군요. 결국 자신에게 없는 것은 젊음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민정이를 위해선 모든 것을 맞추겠다며 아낌없는 애정 표현도 했죠. 민정을 만나 삶의 활력을 얻고 있고 생각도 젊은 사람처럼 하게 돼 사는 게 즐겁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민정이와 백발 신사는 사랑에 빠진 겁니다. 그것도 모르고 전 이 만남을 회춘을 바라는 노인네와 섹스를 매개로 경제적 도움을 바라는 어린 여자의 결합으로 의심했던 거죠. 물론 세상에는 원하는 것이 있어서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정이 커플을 보면서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하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남녀관계에, 사랑에 정답이 없다는 얘기를 오늘만은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59돌 경찰의 날…이들이 있어 우리는 안전하다

    제59회 경찰의 날인 21일을 맞아 감회가 남다른 경찰관들이 있다. 대를 이어 민중의 지팡이가 된 부녀 경찰관, 힘든 강력반에서 근무하는 형제 경찰관이 그 주인공이다. ■ 노원경찰서 김정휴·영정 부녀 서울 노원경찰서에 근무하는 김정휴(57·정보통신계) 경사는 요즘 발걸음이 가볍다. 딸 영정(28·여성청소년계)씨가 지난 5월 순경 계급장을 달고 같은 경찰서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어서다. 딸과 나란히 경찰서로 들어오는 모습에 주위 동료들은 부러움과 시샘어린 눈길을 던진다. 김 경사는 “계급장을 달고 있는 딸의 모습을 처음 보는 순간 꼬옥 안아주고 싶을 만큼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김 경사는 오는 1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에 딸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김 순경은 “어릴 때 아버지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경찰의 꿈을 키웠는데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없는 것이 솔직히 아쉽다.”면서 “아직 신참이지만 반드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는 멋진 경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순경은 “기회가 된다면 ‘경찰의 꽃’인 강력계 형사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방배경찰서 박학준·학동 형제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나란히 근무하는 강력반장 박학준(51) 경위와 형사계장 박학동(47) 경감은 ‘강력반 형제’다. 어느덧 서로의 흰머리를 확인해야 하는 나이가 됐지만 경력과 실적은 ‘난형난제’라고 할 만큼 화려하다. 동생은 1995년 33차례에 걸친 강도·강간 행각으로 온 국민을 불안케 했던 막가파 일당 9명을 검거했다. 꼼꼼한 일처리로 소문난 형은 국민고충처리위 파견 시절 국가행정발전 기여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형 학준씨는 “나랏돈 받으면서 동생과 함께 도둑잡으며 살아온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었다.”면서 “동생과 함께 남은 기간 몸 건강하고 명예로운 경찰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생 학동씨도 “가끔 퇴근길에 형과 소주를 나누면서도 강력반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린 어쩔 수 없는 형사”라면서 “다시 태어나도 우리 형제는 강력반 형사가 될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형(1976년)보다 4년 늦게 경찰에 입문한 동생이 지금은 한계급 높아도 30년 가까운 형제의 경찰인생에서 걸림돌은 아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깔깔깔]

    ●입장 차이 * 남의 흰머리는 조기 노화의 탓,내 흰머리는 지적 연륜의 탓. * 남이 천천히 차를 몰면 소심운전이고,내가 천천히 몰면 안전운전. * 남의 남편이 설거지하면 공처가,내 남편이 설거지하면 애처가. *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고,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아야 한다. * 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운 탓이고,내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것은 줏대없는 일이다. * 남이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이고,내가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 남이 술잔을 돌리는 것은 위생관념이 전혀 없는 것이고,내가 술잔을 돌리는 것은 다정다감한 정을 나누자는 것이다
  • 美대선 케리·에드워즈의 4세 연상 부인들

    |보스턴 이도운특파원|거침없는 ‘퍼스트 레이디’와 뚝심있는 ‘세컨드 레이디’가 탄생할 것인가. 미국 민주당은 28일(현지시간) 밤 보스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존 에드워즈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을 각각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로 공식지명했다.전당대회는 정·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행사지만 이들의 부인과 가족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특히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가족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돼 후보의 부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크다. ●5억弗 재단 운영… 前남편 姓 유지 케리 대통령후보의 부인 테레사 하인즈와 에드워즈 부통령후보의 부인 엘리자베스는 공통점이 많다.우선 ‘연하의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있다.65세인 테레사는 61세인 케리보다,55세인 엘리자베스는 51세인 에드워즈보다 각각 4살이 많다.두 사람은 또 주부이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슈퍼우먼군(群)’에 속한다.테레사는 전 남편인 하인즈 의원으로부터 물려받은 5억달러(6000억원)의 유산으로 설립한 하인즈 재단을 운영하며 환경보호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엘리자베스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유능한 변호사였다. 두 사람은 가족을 잃은 아픔도 공유한다.테레사는 지난 91년 전 남편인 하인즈 펜실베니아주 상원의원을 불의의 헬기사고로 잃은 뒤 그의 친구였던 케리와 재혼했고,여동생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변호사… 첫 아들 잃고 48·50세에 출산 엘리자베스는 지난 96년 16살이던 맏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엘리자베스는 그후 48세와 50세에 각각 딸과 아들 하나씩을 더 낳을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남편 내조에 충실해온 공화당의 로라(부시 대통령의 부인),린(체니 부통령의 부인)과 대비된다. 워싱턴에서 전당대회를 참관하러 온 로비회사 직원 에벌린 모튼은 “테레사와 엘리자베스는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민주당의 정신에 맞는 인물들”이라면서 “적어도 이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로라보다 힐러리 스타일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힐러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스스로의 정치적 야망이 없다는 것이다.테레사는 전 남편 사망후 상원선거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거부했고,엘리자베스는 “남편으로 통하는 창문 역할에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다. ●야심은 없지만 선거는 관여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남편의 선거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테레사는 남편이 당내 예비선거에서 고전하자 선거책임자를 해고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엘리자베스는 선거참모들이 남편에게 건의하는 전략이나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두 사람은 연하의 남편과 사는 스트레스도 함께 느끼고 있다.테레사는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 시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있다.또 엘리자베스는 나이도 어린데다 동안인 남편을 의식,흰머리를 감추려고 염색을 하고 다이어트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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