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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영화] 연애초보남 살벌한 그녀에 끌리다

    ●달콤, 살벌한 연인(MBC MOVIES 오후 11시)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인 32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9억원으로 230여만명의 관객을 모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2006년작. 주연인 박용우와 최강희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포인트다. 하지만 살인을 지나치게 희화화한 점이 거슬린다는 지적도 있다. 네티즌 평점 8.37(10점 만점·네이버). 대학 강사인 황대우(박용우)는 연애에 체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30살이 넘어서자 점차 결혼에 대한 조급함을 느끼는 대우는 친구의 장난으로 얼떨결에 같은 건물에 사는 미나(최강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된다. 미나는 뜻밖에도 대우의 연애신청을 쉽게 받아들인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대우의 서툰 표현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순수함이 살아있는 대우에게 미나는 마음을 연다. 하지만 미술을 전공한다는 미나는 몬드리안이 누군지도 모른다. 독서를 좋아하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모른다. 집에 무섭게 생긴 옛 남자친구가 찾아오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 외출하고 오면 어김없이 온몸에 흙을 묻혀 들어온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그녀의 본명이 ‘이미나’가 아닌 ‘이미자’라는 것. 미나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대우는 그의 정체를 놓고 갈등하게 되는데….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Zoom in 서울] ‘퇴출후보 투표’ 부서장 2명 직위해제

    ‘공무원 3% 퇴출’ 명단제출 기한인 15일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시는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집회를 열고 철회를 요구했고 서울시의회도 고유의 인사권 침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퇴출자 선정을 위한 투표를 실시했던 도로사업소장 2명을 직위해제하는 한편 ‘명단 제출기일을 엄수하라.’고 각 실·국을 독려하고 있다. 태만하거나 불성실하게 신인사제도에 대응하는 간부는 문책하겠다는 의지다.●시의회 ‘인사권 침해’ 들어 난색 서울시의회에는 23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시의 방침에 따라 3%인 7명을 추려내야 한다. 하지만 시의회 의장단은 “의회가 인사권 독립을 외치는 마당에 시의회 직원까지 시의 방침에 따라 퇴출자 명단을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시의회 공무원의 경우 임면권은 서울시장에게 있지만 관리는 시의회에서 한다. 타개책을 찾고 있으나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제도 도입 검토하던 자치구들 ‘없었던 일로…’ 당초 서울시가 일 안 하는 공무원 퇴출 시스템을 강구할 때 몇몇 구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본래 의도와 달리 퇴출문제만 부각돼 파문이 커지자 구청들은 제도 도입을 유보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서울시 브리핑 때 퇴출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자치구로 꼽혔던 종로구의 경우 아예 “제도 도입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3% 퇴출제도와 별개로 신인사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던 마포구도 최근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투표 대신 실·국장이 직접 뽑아라’ 시는 이날 퇴출자를 뽑기 위한 투표를 한 시 산하 성동 및 동부 도로사업소장을 직위해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 투표를 금지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투표 대신 실·국장이 소신 있게 선발하라는 것이다.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소지가 있고, 퇴출제 자체가 희화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는 13일 열린 주무과장 회의와 14일 오전 열린 도로·수도사업소 산하 사업소장 회의에서도 이같은 취지를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퇴출 대상자 가운데 실·국장들이 온정주의에 따라 구제해 줄 경우 담당 간부도 문책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각 실·국은 명단제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국장이나 과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한편 이번 퇴출 명단 작성 대상에는 소방방재본부가 제외됐다. 또 상수도사업본부는 별도의 인사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소방방재본부는 특수직인 점이 고려됐고, 상수도사업본부 역시 수도직렬로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사업본부에는 일 안 하는 공무원이 없느냐.”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오 시장 “노조가 도와 달라”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서울시 4개 공무원 노조 및 단체 대표들을 만나 “제도가 조금 미흡하더라도 노조가 도와줘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장시정추진단 운영 문제를 노조와 계속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에는 서울시 공무원노조, 하이서울노조, 서울시청 노조, 직장협의회 등 4개 공무원 단체 대표가 참석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진실·화해위원장 송기인 신부

    [신연숙 대기자의 금요 초대석] 진실·화해위원장 송기인 신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긴급조치 유죄판결 판사 명단 공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위원장 송기인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도 주목 받았던 인물. 송 신부를 20일 서울 필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성직자라기보다는 강직한 학자 같은 인상. 만나자마자 “내가 노 대통령보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인데…”라며 언론에 대한 경계심부터 내비쳤지만,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추진방법 등에 대해선 반대와 국민설득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긴급조치 조사 보고서가 정쟁거리가 돼버렸는데요. “섭섭한 부분입니다.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해소해 나가자는 뜻이었어요. 우리는 정리만 했지 새로 만든 것은 없습니다. 법관 이름이 안 들어간다면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법원, 특히 정당 쪽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명단 유출 때문에 다른 중요한 내용이 묻혀 버린 것도 아쉬워요. 예로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이나 이수근 위장간첩 사건 등은 언론이 상세히 다뤄줄 만한 사건이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5년 후에 보자고 했던 것은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혔는데 위원장직을 맡으셨습니다. 지난 1년을 평가하신다면. “거리를 두겠다는 원칙은 변함 없어요. 위원장직 맡은 것은 본의가 아닙니다. 거절해 놓고 유럽엘 갔다와 보니 발표가 나 있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과거사 정리는 꼭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게 씨가 된 겁니다. 맡고 보니 문제가 많아요. 작년 10월에는 두 차례나 뭇매를 맞았어요. 접수만 하고 왜 조사 안 하냐, 왜 이리 진도가 느리냐며 유족들이 농성을 하길래 나도 같이 농성하자고 했죠. 진실규명 신청을 해온 1만 845건 중 2836건(26.9%)에 조사가 착수돼 5건이 끝났어요. 할 일은 많고 어려운데 직원은 192명뿐이에요. 조사원은 그중 절반이니 일이 느릴 수밖에 없어요. ▶6년 한시 조직인데, 선별해 조사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부일장학회 건 등 재산 관련 사건까지 조사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어느 사건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는 누가 관련됐든 이번에 꼭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공통적 생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 만들 때도 야당이 더 찬성한 것 아닙니까. 다만 현재 인원으로는 13년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130∼140명만 더 있으면 될 텐데 정부와 국회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송 신부는 노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가는 길에 가진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당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을 실마리로 하여 정치적인 화제들을 꺼내 보았다. “여러 기사가 나왔나 본데, 사실 대통령에게 딱 두 가지 얘기를 했어요. 첫째, 돈을 모으지 마라. 전직 대통령들을 예로 들면서 당부했더니 ‘저를 모릅니까.’ 해요. 둘째, 개혁은 끝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두 가지 모두 섭섭한 문제가 없습니다. 적어도 내 부탁은 잘 이행하고 있어요. 고맙게 생각합니다. 물론 함량 부족이죠. 생각보다 모자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 4년에 대해 평가한다면. 실패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단연 성공이지요. 지난 4년간의 변화는 40년의 변화와 맞먹는 것입니다.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자금이 없어졌습니다. 이건 일본, 미국도 못하고 있는 일이에요. 정경유착이 끊어졌습니다. 아무리 책임이 많다지만 지금 정부 책임자들은 역사상 그 어떤 사람들보다 청렴합니다. 그 점은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렇다면 낮은 지지율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여권은 대통령 후보도 못내고 있는 상황인데요. “경제가 파탄됐다고 하는데 수긍이 잘 안갑니다. 솔직히 경제에는 문외한이라 내놓고 말할 처지가 못됩니다만. 지지율에 대해서는 걱정마라, 당신이 책임질 일 아니다, 정권 놓치는 것 당연하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한 정권만 계속 집권하면 되겠습니까. 바뀌어야 혁신이 되죠.” ▶그러나 정권의 실패를 민주세력의 위기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잖아도 누가 찾아와 민주 정착이 덜 된 상태에서 보수에게 정권이 넘어가면 그동안 고생한 게 도루묵이 된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그러나 이런 말은 민주화운동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입니다. 민주화 안 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는데 납득이 안 갑니다. 판결문에 나온 판사 이름 밝혔다고 말들이 많은데, 긴급조치 시대 땐 어땠습니까. 맘에 안 드는 말 한마디 했다고 3년,1년 반씩 징역 때렸습니다. 이걸 결국 민주화운동이 해결한 겁니다.” 정권을 재창출할 방법이라도 있느냐고 다그쳐 묻자 ‘희망사항’이 그렇다며 ‘지난번에도 봤지 않느냐.’고 2002년을 회상했다. 그해 봄 송 신부는 노 대통령과 여름 티베트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 얘기가 나오더니 바람몰이가 시작됐다. 광주 이변에다가 6월 월드컵 축구 4강 진출, 부산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획득,12월 대통령 당선 등 낭보가 이어졌다. 그해가 칠십 평생에 가장 즐거운 해였다는 송 신부는 “우리 국민들이 그런 저력을 갖고 있다.”며 장래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럼 정권 재창출에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저는 그런 것에 신경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 열심히 해서 임무 끝내고 후임자가 잘해 주길 바라면 된다고 봅니다. 아직 개혁과제 할 일이 많습니다. 교육, 법원, 기업 등 현재 상태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어요. 특히 사학법에 대한 국회의 태도는 맘에 안 듭니다. 나도 사학 이사 해봤지만, 재단에 재산 출연을 했으면 공익을 위해 일해야지요.” ▶개헌 제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시기가 어떻다 하는데, 개헌은 야당이 주장했던 것 아닌가요. 반대는 어거지를 위한 어거지지요. 야당이 다음 집권에 자신 있다면, 지금 하는 게 더 좋을 것입니다.” ▶노 대통령 취임 때 언론을 포용할 것도 조언하셨습니다. “요즘 언론은 국가를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론을 위한 언론, 회사와 그룹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공익과는 담을 쌓고 자기 주장만 관철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걸 감싸지 못한 정권도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인내심을 갖고 참고 기다릴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가 먹고살 거리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책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 삶의 자세를 어떻게 가지느냐, 생각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교육이 너무 경쟁, 기술만 강조했지 철학이 부재했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할 말은 하면서도, 정권에 대해선 애정이 여전했다. yshin@seoul.co.kr ■ 송기인 그는… 1938년 부산 출생(만 69세). 가톨릭대 신학과를 나와 1972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군사독재 시절 부산지역에서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때 노무현 대통령이 변론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1988년 13대 총선 때 노 대통령의 정계 진출을 끌어냈고, 대통령을 질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깊은 사이다. 교회사를 전공해 부산교회사연구소장직을 맡고 있고, 민족문제연구소 이사를 맡을 정도로 과거사 청산에 관심이 크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동아대 석좌교수. 요산 김정한 선생 기념사업회장을 맡아 생가와 문학관을 완공하는 등 은퇴 후엔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나 음식 쓰레기 안 남기기 운동 같은 시민운동에 참여할 생각이다.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 [열린세상] UCC선거의 명과 암/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선거가 아직 10개월여 남았고 각 정당의 후보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선정국은 이미 뜨겁다. 유력후보들의 경우 예닐곱 개의 팬클럽이 활동하고 있고, 회원 수도 수천에서 수만에 이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보다도 훨씬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인 팬클럽 활동을 관전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무엇보다 과연 제2의 노사모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핵심적 선거운동 방법으로 자리잡은 정치인 팬클럽이 선거문화와 우리정치에 미칠 영향이다. 전자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정치인 팬클럽의 영향이라면, 후자는 선거과정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문제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이 노사모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제2의 노사모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지 정치인 팬클럽을 대선 승리의 첫 번째 공로자로 꼽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에서다. 그 이유는 온라인 여론의 동원이 더 이상 특정후보의 차별화된 선거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너 개의 노사모급 팬클럽이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어느 누구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일방적 우세를 자신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2002년 대선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것이며, 모든 후보들이 온라인 선거운동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년 올해의 인물로 특정인사가 아닌 ‘당신(YOU)’을 선정할 만큼 네티즌 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우세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 소속 조지 앨런 상원의원이 민주당후보에게 패배했다. 앨런 상원의원이 민주당 지지 청년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장면이 동영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퍼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올해 한국 대선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UCC 영향력이 지난 대선에서 보여진 인터넷 선거 파괴력의 4∼5배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인 팬클럽 사이트에서도 UCC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꼭짓점 댄스와 마빡이를 패러디한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의 텍스트나 사진에 비해 동영상을 이용한 메시지 전달이 갖는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많은 정치인 팬클럽들이 UCC 제작에 몰두하는 것도 네티즌들을 유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위주의 UCC가 네티즌의 관심을 유발하고 지지자를 동원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선거가 가져야 할 본연의 기능 측면에서 볼 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대선 후 노사모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노사모는 분명 새로운 정치참여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과거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정치에 흥미와 재미를 곁들임으로써 정치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였다. 한편에서는 노사모의 그러한 활동양식이 정치를 오락화하고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노사모에 대한 이러한 우려가 이번 UCC 대선에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노사모는 텍스트 중심의 소통양식이 지배적이었으며, 게시판을 통해 지역주의타파와 정치개혁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펼쳤다. 이에 비해 UCC가 의사소통 양식을 지배하면서 재미와 흥미에 매몰되어 선거가 갖는 본질적 목적을 망각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인기몰이가 주목적인 연예인 팬클럽과 달리 정치인 팬클럽의 활동은 공공성에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여의도 in] 한나라 정체성 ‘舌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정체성 고수’와 ‘외연 확대’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운 가운데 참정치운동본부장인 유석춘 교수와 고진화 의원이 또 다른 극한 공방을 벌였다.3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대선전략’ 토론회에서다. 유 교수는 “노무현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우파 쟁점의 확산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중간층을 흡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김정일의 대남노선에 동조하는 당내 386운동권 세력, 특히 고진화 의원은 당 대선후보 경선의 장에 뛰어들어 정치를 희화화하는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개가 짖는 소리’,‘3류 찌라시’,‘시대착오적 망언’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반박한 뒤 유 본부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그는 “유 본부장이 기득권 옹호, 대결주의, 이념편향적 시각을 가진 채 어떻게 본부장으로 선정됐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유 본부장의 즉각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이런 발언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당이 철저히 조사해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압구정동 이형호 유괴살해사건 실화 그린 ‘그놈 목소리’

    압구정동 이형호 유괴살해사건 실화 그린 ‘그놈 목소리’

    박진표 감독의 신작 ‘그놈 목소리’는 흥행 조건을 두루 갖춘 영화다. 우선 영화는 지난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압구정동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을 소재로 했다.‘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 등에서 실제 이야기를 다뤄 반향을 일으켰던 박 감독이 또 하나의 실화를 다룬다는 점은 충분한 화젯거리다. 지난해 1월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 사건을 박 감독이 영화화한 의도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연출 시절에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하며 느꼈던 분노와 충격을 스크린에 옮겼다. 잊혀진 사건에 대한 국민적 각성을 촉구해 범인을 잡고 범법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도 짚어보고자 했다. 여기에다 애엄마가 된 김남주의 복귀작이자 설경구가 앵커로 나오고, 강동원이 목소리와 실루엣만으로 ‘그놈’을 연기한다는 점이 보태져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혀 왔다. 이형호군의 부모도 “잊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 줘 고맙다.”며 제작진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유명 방송국 앵커인 한경배(설경구)는 이상적인 아내 오지선(김남주)과 외아들 상우를 두고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 어느날 줄넘기 하러 나갔던 상우가 갑자기 사라진다. 얼마 후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범의 협박전화가 걸려오고 이들의 피말리는 고통이 시작된다. 견디다 못한 지선의 신고로 경찰은 비밀수사본부를 꾸리고 추적에 나선다. ‘현상수배극’이란 독특한 머리말이 붙은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만한 기초체력은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너무 기대가 큰 탓일까.“잡고 싶다.”는 감독의 지나친 열망이 ‘독’이 됐다. 메시지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영화적 재미를 많이 놓쳤다. 그 짧은 예고편만으로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다. 전화기에 매달려 울부짖는 김남주와 설경구의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실을 그대로 재현해 낸 것이라 해도 협박전화→부모의 울부짖음→경찰의 엉뚱한 추적의 반복은 지루하다. 또한 “과학수사”를 외치면서 유괴범의 꼬리조차 파악하지 못한 당시 경찰의 수사행태를 꼬집는 것까지는 좋으나, 과도한 희화화는 흐름을 뚝뚝 끊어 놓는다. 메시지에 집착한 감독은 마지막 무리한(?) 한방을 터뜨린다. 박 감독은 시사 후 가진 간담회에서 “한경배가 4분간 쏟아내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는 너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며 “마지막 장면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메시지를 담보한다. 대놓고 말하고 싶었다면 관객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발송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대선정국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 “정운찬씨 좋게 생각”

    [대선정국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 “정운찬씨 좋게 생각”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요즘 그의 ‘18년 지기’는 어떤 심정일까.21일 여의도의 개인사무실을 급습(?)한 기자를 보고 이기명 ‘국민참여1219’ 상임고문은 악수 대신 노기(怒氣) 어린 표정을 던졌다. 언론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친노(親盧)진영의 핵심인 그는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냐. 분란을 확대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막상 신당 관련 질문이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선주자로서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호감을 보였고, 대통령이 퇴임후 시를 쓰고 싶어한다는 뉴스도 공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내년 대선에 대한 그의 ‘낙관’이었다. ●신당파 하는짓 민주당 시절의 ‘후단협´과 똑같아 ▶신당 문제로 시끄럽다. -그 사람들(신당파) 하는 짓이 민주당 시절 ‘후단협’하고 똑같다. 후단협의 말로를 봐라. 자기들이 뭐라고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호남이랑 짝짜꿍해서 배지 한번 더 달려는 것 아니냐. 정치인이 뭔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 아니냐. ▶내년 대선에서 여당이 이길 것으로 보나. -그렇다. 어차피 대선은 51대 49의 싸움이다.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지금이야 지지율 높다고 우쭐대지만, 그것이 종국에는 독이 될 것이다. ▶그래도 민심이 워낙 안 좋은데. -하긴 애들 수능 못본 것도 대통령 탓이라고 그러대. 여론조사 믿을 거 못된다. 대통령 (후보되기 전)지지율 얼마였나. 지금같은 정치환경에서는 누가 대통령 돼도 임기 1년을 앞두고는 이런 지지율이 나올 수밖에 없다. ▶친노파에서는 합당 대신 ‘DJP연합’과 같은 범여권 단일후보를 내는 방안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전 국민이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된다. 거기서 1등한 사람이 후보가 되면 된다. ▶여권 주자로서의 정운찬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게 생각한다. 이명박, 박근혜보다는 낫다. 살아온 길이라든지, 철학이라든지…. 사람은 바로 앞에서 보면 모른다.100m정도 떨어져 봐야 그의 인생이 보이는 법이다. ▶서울대 총장 시절 대통령하고 사이가 나쁘지 않았나. -어디 대통령하고 부딪치지 않은 사람 있나. 부동산이니,FTA니, 노조니 누구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무조건 대통령 욕하지 않나. ▶요즘 대통령 심경은 어떤가. -아주 좋다. 낙관적인 분이다. ●盧대통령 퇴임후 詩쓰기 원해 ▶노 대통령이 퇴임후 국회의원 출마할 것이란 설도 있는데. -박찬종이 그런 얘기했다면 ‘희화화’지만 대통령이라면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실제 그러시면 희화화되겠지. 하긴 김해시장 하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는데. 대통령은 은퇴하면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대통령 되기 전에 소설도 2편 썼다. 원본을 내가 갖고 있다. 정말 글을 잘 쓴다. 머리가 좋은 분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공연리뷰] 서푼짜리 오페라

    [공연리뷰] 서푼짜리 오페라

    “어, 브레히트도 재밌네.” 올해 서거 50주기를 맞은 독일 극작가 베를톨트 브레히트는 현대 유럽연극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 관객에겐 줄곧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는 서사극이나 소외효과 같은 거창한 이론에 주눅든 관객의 어깨를 단번에 펴게 하는 작품이다. 브레히트의 신랄한 사회풍자와 쿠르드 바일의 흥겨운 음악이 절묘하게 맞물려 풍성한 연극적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영국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1728년)를 토대로 19세기 영국 런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악덕 사업가, 칼잡이 조폭 두목, 뇌물에 눈먼 경찰 등 과장되게 희화화시킨 인물들이 등장해 한바탕 소동극을 벌인다. 브레히트가 창단한 독일 베를린앙상블 출신의 연출가 홀거 테슈케는 원작의 시공간적 배경을 현대의 아시아 도시로 옮겨놓았다. 빈민가 다리 밑을 형상화한 세트에 서울 도심 고층건물과 고가도로를 배경영상으로 활용한 무대는 이질적인 듯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귀족들의 오페라에 반기를 들고 대중적인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던 바일의 음악은 한정림의 편곡을 거치며 한층 흥겹고 유쾌한 리듬으로 변모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뮤지컬에 가까울 정도로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연극배우들이 부르는 아마추어적인 노래가 오히려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렸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16명의 배우들은 근래 보기 드물게 잘 짜인 앙상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정형화된 몸짓과 말투로 칼잡이 두목 매키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지현준과 시종일관 대단한 에너지를 발휘한 폴리역의 김태희가 돋보였다.12월3일까지.(02)580-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선정성 좇다 공공성 길 잃다

    선정성 좇다 공공성 길 잃다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성폭력 보도.’ 용산 아동 성추행 살해사건,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 성추행 사건, 마포 연쇄 성폭력 사건, 교도관 성추행 사건 등 올 상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성폭력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이들을 다룬 언론의 태도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문제 드러낸 성폭력 보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올 상반기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 등 6개 일간지의 성폭력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성폭력 근절이라는 공공성 추구보다는 선정성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상담소의 분석에 따르면 성폭력을 연애나 성적인 관계로 바라보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깃거리로 희화화하는 보도가 두드러졌다. 이는 성폭력을 단지 어이없는 사건으로 몰고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문제점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에 대해 불필요하게 묘사하는 선정적인 보도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재현함으로써 피해의 심각성을 알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폭력성을 더 자극한다는 것이다. 성폭력의 원인을 가해자의 정신병리적 문제로 해석하거나 단순한 성욕의 문제로 치부하는 보도,‘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노렸다.’ 등 성폭력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보도,‘딸 가진 죄인’ 등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보호·통제를 강조하는 보도 등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의 순결을 강조하거나 피해자로 ‘전락’했다는 등의 표현은 피해 자체를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잘못된 통념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욕 준 여성에 화나서 범행’‘차량에 감금하고 구애공세’ 등 가해자의 시각에서 표현하는 기사,‘발바리’‘빨간모자’ 등 가해자를 지칭하는 용어 등도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고 폭력성을 희석시켜 재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이나 교직원 등 집단간 정치적 쟁점으로 성폭력 사건이 보도됨으로써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 필요 반면 성폭력 대책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쏟아낸 처벌 중심의 실효성 없는 대책만 보도했을 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모니터링 기간 동안 성폭력 대책에 대한 기사는 모두 98건이 보도됐으나 대책들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외국사례를 소개한 것은 고작 8건뿐이었다. 또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국회에 제출될 법안 등을 마치 시행된 것처럼 단정적인 제목으로 보도, 성폭력 문제가 해결된 인상을 줌으로써 대책에 대한 무관심을 낳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상담소측은“ 잘못된 성폭력 보도가 피해자에게 두려움과 불안감을 준다.”면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 전반적인 반성폭력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피해자 관점에서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치안 점검을 부각하며, 사회적인 안전망을 이슈로 삼는 기사가 필요하다.”며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표 참조)을 작성, 심포지엄 개최 이후 언론사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보도 모니터링 심포지엄 ‘나는 성폭력을 이렇게 읽는다’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새영화] ‘잘 살아보세’

    [새영화] ‘잘 살아보세’

    28일 개봉한 ‘잘 살아보세’(제작 굿플레이어)는 박물관에 보내버린 이야기를 능청스레 다시 끄집어낸 자신감으로 빛나는 코미디이다. 추석연휴 극장가의 대표 코미디를 자처한 영화에서는 질박한 코믹물에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이범수,‘오버’하지 않는 유머연기에 능숙한 김정은이 유감없이 주특기를 발휘했다. 1970년대로 회귀한 스크린의 외양은 이전의 복고풍 영화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시대상황을 집약해 보이는 ‘가족계획’이라는 이색소재는 영화의 알과 핵이다. 별난 이야깃감으로 시대정서를 반영하려는 접근방식은 그 자체로 그렇고 그런 코미디 계보에서 이 영화만의 차별점을 찍게 만드는 근거가 됐다. 시골마을 용두리 보건소로 가족계획 요원 박현주(김정은)가 부임해 왔으나 일이 순탄할 리 없다. 순진한 처녀 몸으로 열심히 피임법을 지도하고 다니건만 마을사람들은 도무지 설득될 기미가 없다. 소작농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순박한 가장 변석구(이범수)의 도움으로 다행히 출산율 0%의 실적 달성을 노려보지만, 어떻게든 손자를 얻으려는 마을 대지주 강씨(변희봉) 집안이 ‘복병’이다. 이 영화는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아우름으로써 복고풍 코미디의 장르적 편견을 털어낸다. 국민의 잠자리까지 관리하려 드는 느닷없고 획일적인 국가 이데올로기가 희화화되고, 영화 속 갈등주체인 지주와 소작농의 역학관계를 통해 권력의 근거와 타당성이 도마에 오른다. 선 굵은 메시지들이 코미디의 장치를 빌려 티나지 않게 은근히 스크린에 부각되는 건 영화의 미덕이다. 문제는, 출발점의 기대치를 메워주지 못하고 주저앉는 부실한 후반부에 있다. 임신부 보쌈까지 감행하는 등의 설정은 유쾌하면서도 ‘뼈있는’ 코미디의 개성 충만한 호흡을 급전직하시킨 무리수로 꼬집힐 만하다.‘오버 더 레인보우’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안진우 감독이 연출했다.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녹색공간] 물 한잔의 행복/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

    예쁜 아이들이 맑고 깨끗한 개울에서 물장난을 치며 웃고 떠드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가끔씩 본다. 물은 마심으로 갈증해소를, 뿌림으로 깨끗함을, 흐름으로 즐거움을, 다시 비가 되어 내림으로 생명력을 선사하는 완전한 존재이다. 옛말에 돈을 물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은 헤프게 쓸 수 있었던 대표적인 물건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물이 돈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수자원 쟁탈을 위한 전쟁이 날 것이라는 미래학자의 예측도 있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마을 앞 개울물을 길어다 먹는 집들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어느 틈엔가 그 개울물은 물항아리를 채우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더이상 멱감는 아이와, 소금쟁이, 물방개를 찾아볼 수 없는 개울이 되었다. 낙동강을 시작으로 팔당을 비롯한 상수원의 수질이 점차 악화되고, 주변의 개발로 오염원이 늘어간다는 보도에 국민들은 불안해졌다. 굳이 실험실에서 분석하지 않더라도 물이 죽어가고, 생태계가 달라지는, 눈에 보이는 변화를 누군들 모를 리 없다. 최근 우리가 먹다 버린, 그래서 환경중으로 흘러 들어간 의약품이 먹는 물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열진통제, 강심제, 위궤양 치료제, 정신신경치료제, 심장병치료제, 설파제 등이 우리나라 하천에서 검출되고 있고, 이들 환경의약품에 의한 독성 및 위해성의 우려를 낳게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약이 아닌 한잔의 물을 처방하는 의사가 코믹하게 그려진 외국 만화가 문제의 심각성을 희화화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의약품은 내분비 교란의 가능성도 있음을 학술 논문을 통하여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이 원치 않는 의약품을 항상 복용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데, 의약품 칵테일을 마심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독성영향은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는 경우보다 다섯 혹은 열(10)이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환경의약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금년부터 환경의약품오염 용역연구사업을 선정하여 조사하고 있다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수일 전 강의를 위하여 서울시 상수도연구소를 방문하였다. 아리수(서울 수돗물의 이름)를 병에 담아 제공하고 있었다.2006년 서울시 수도사업특별회계 예산이 8000억원을 넘고 있고, 환경부의 하수도 수질관리 예산이 1조 8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아리수 수질검사 성적이 매우 우수함에도 전반적인 수돗물에 대한 인식은 크게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미지의 유해물질의 오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리라 본다. 과거와 달리 국민의 요구는 날로 높아져 현재 55개 검사항목으로도 부족하고, 더욱 높은 수준의 음용수 수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설과 인력, 궁극적으로 예산이 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모든 국민이 만족할 만한, 믿을 수 있는 수돗물을 되찾는 일이 검사와 관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부 국가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선진외국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200여 검사항목을 추가하는 일만으로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을까? 깨끗한 물 한잔의 행복은 우리 모두의 몫이고, 이 행복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사람도 우리 모두여야 하듯이, 환경의약품에 대한 국민 모두의 인식제고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 제도적 뒷받침, 관계기관의 협조 또한 절실하다. 일부 환경단체의 폐의약품 수거운동이 애처롭기만 한데, 환경의약품의 오염을 방지하는 해법을 놓고 오염배출자인 이익단체 간에 또 다른 이익확보를 위한 논리의 하나로 환경의약품 문제가 논의되고 있음이 안타깝다. 물 한잔의 행복을 위해 모르는 게 약이 아닌, 물 한잔이 행복약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아직도 환경의약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는 오염배출자와 의약품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는 기관들의 관심의 폭이 유연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판기 용인대 산업환경보건학과 교수
  • [가슴속 그림 한폭] 민화 호표도-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가슴속 그림 한폭] 민화 호표도-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신분증 제시하세요.” 딱딱한 통과의례가 끝나고 직사각형 재경부 건물의 높은 계단을 오르며 자못 긴장한다. 여기 어디 예술의 흔적이라도 스며들 여유가 있겠는가.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의 방에 들어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미로의 그림에 사진 몇 점, 벽면이 액자로 가득하다. “그거 달력 오려서 액자에 넣은 겁니다. 사진은 친구 놈이 찍은 건데 인터넷에 떠 있는 것을 인화했죠. 비싼 그림 살 여유는 안되니 저렴하게 걸어놓고 값비싸게 즐겨야죠.” 재경부에서는 드문 국문학도 출신. 그가 내어 놓은 그림은 우리 민화 중 호표도였다. “민화는 서민들이 누구나 집에 걸어놓던 그림입니다. 편하고 친근하죠. 하지만 그래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호표도는 몸통이 정면을 향하는데 얼굴은 우측을 보고 있죠. 피카소보다 몇 백년 전에 입체파의 기법을 사용한 겁니다. 김기창 화백의 바보산수 역시 민화를 토대로 했죠.” 민화는 기법상 뛰어나다. 하지만 보통 민화 속 호랑이는 정부를 풍자하며 희화화한 것인데…. “내년이면 공무원 생활 30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몸을 낮춰 서비스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혹 자만할 때면 날 풍자할 사람들을 그려보곤 경계합니다. 가끔은 한 사람의 실수에 모든 공무원의 명예가 땅으로 떨어지는 세태에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부를 무서워하는 것 보다는 민화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말은 좋은데 와 닿지는 않는다. “일명 신용불량자 대책을 마련할 때 정책과 별개로 단어부터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바꾸자고 했었죠. 그들은 단지 금융채무만 안갚은 것인데 마치 인생 전체를 신용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낙인찍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부동산 정책도 당장은 역효과도 있지만 언젠가는 서민들을 위해 완성되고 재평가돼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결국 민화 속 호랑이지 풍자할 대상이 필요한 서민은 아니지 않은가. “아버지는 선생님이었고 그 후 광산을 하셨습니다. 기복이 심해 중3때 처음 더부살이를 시작했죠. 대학에 진학해선 봉산탈춤에 미쳤는데 특히 양반을 풍자하는 사람들의 해학이 좋았어요. 우습게 보이는 호랑이는 풍자 당하면서도 웃습니다. 그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넓은 품이 있어서겠죠.” 웃는 호랑이가 친근하다고 하지만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쌀 개방협상 때 그런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칼로스 쌀이 경매도 잘 안된다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땐 이 그림을 보며 그냥 웃지요. 그리곤 기다립니다. 제 좌우명을 되새기며….”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노자의 도덕경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중국의 영화 배짱

    문화가 국력이란 엄연한 사실을 새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스크린 안팎에도 많다. 할리우드 최대의 잠재소비국 중국이 할리우드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최근 중국 당국은 ‘미션 임파서블 3’의 상영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주인공 톰 크루즈가 여자친구를 구하려고 찾은 상하이 뒷골목이 대나무 빨랫줄에 속옷들이나 걸쳐놓은 남루한 장면으로 묘사됐다는 이유에서이다. 국제도시의 체면을 구겨놨으니 괘씸죄를 묻겠다는 얘기이다. 중국의 할리우드 딴죽걸기는 지난 2월에도 요란하게 외신을 장식했다. 장쯔이 주연의 스필버그 대작 ‘게이샤의 추억’이 심기를 건드렸다. 장쯔이가 게이샤가 된 것도 불쾌한데 일본인 남자의 정부로 묘사된 장면들은 도저히 국민적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다는 이유였고, 끝내 영화는 상영금지됐다. 사전 검열제도가 없는 지구촌 국가들이 볼 때 이런 뉴스는 거의 코믹 해프닝에 가깝다. 상하이라고 뒷골목이 없을 리 없고 그곳 사람들이 대나무 빨랫줄을 쓰지 말라는 법 없으니, 중국의 제스처는 대책없는 민족주의로 꼬집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태도를 ‘영화 미개국’의 촌극으로 우리까지 고민없이 재단해버릴 일은 아닌 듯싶다. 스크린은 총알 없는 문화전쟁터이다. 누가 뭐래도 할리우드는 힘이 세다. 그들 입맛대로 조합된 이미지들이 세(勢)를 얻어 현실을 압도하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향신료처럼 자주 등장하고 있는 ‘스시 바’만 해도 그렇다.2,3년 전까지 할리우드는 젓가락질 서툰 주인공을 클로즈업하며 웃기는 식사도구나 쓰는 나라로 일본을 희화화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산 로맨틱 드라마에선 사정이 180도 바뀌었다. 스시 바에 노련한 포즈로 앉은 남 주인공은 어느새 “진정한 뉴요커라면 반드시 와봐야 하는 곳”이란 대사를 날린다. 할리우드가 스시바의 나무젓가락을 동양문화의 대변자로 일방적으로 가치 재평가한 셈이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의기소침한 극장가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독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발 외신을 할리우드와 똑같이 코믹 가십으로 즐기기엔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무래도 심상찮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佛 인종차별·정치쇼 논란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가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주의 논쟁으로 시끄럽다. 논쟁의 발단은 극우 정치인인 필립 드 빌리에 프랑스운동(MPF) 당수가 펴내는 신간 ‘루아시의 이슬람사원들’이다.2007년 대통령선거 주자 중 한 사람인 드 빌리에는 이 책에서 프랑스의 이슬람화를 비난하면서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르와시의 드골 공항에 침투하고 있어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7일 출간되는 저서와 언론 회견을 통해 드골 공항에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취업해 수하물에 폭탄 설치, 항공기 납치 등 테러를 저지를 위험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또 공항내의 일반인 접근금지 구역에 드나들 수 있는 ‘알라의 일꾼들’이 수백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활주로 지하 통로들에 비밀 이슬람 기도소들이 25개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나온 직후 터무니없는 낭설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선을 겨냥한 ‘정치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 정보당국은 드 빌리에가 인용했다는 정보 보고서가 실제로는 경찰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저서에는 많은 모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드골 공항 노조 중 하나인 쉬드 아에리앵은 성명에서 ‘대선 후보가 정치적으로 이목을 끌기 위해 벌인 행위’로 규정했다. 노조는 드 빌리에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 관한 인종차별주의 및 편집증적인 주제를 개발, 극우 진영의 표를 확보하려고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내 최대 무슬림 단체인 프랑스무슬림신앙평의회의 다릴 부바케르 의장은 드 빌리에가 이슬람을 터무니없이 희화화했다고 비난하면서 수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강력한 이민 통제 정책을 펴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발언이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총재이기도 한 사르코지가 지난 22일 신규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프랑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없이 프랑스를 떠나라.”는 취지로 말했다.lotus@seoul.co.kr
  • [사설] ‘정보공개법’ 위에 군림하는 국회

    국회 사무처가 지난해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집행현황과 영수증 사본을 공개해달라는 서울신문의 청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공개 거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거나 ‘기자가 사실을 왜곡 보도할 것이다.’라는 등 상식 이하의 이유를 들어 세부내역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겨우 공개한 내용도 가관이다. 국회의원 이름과 영수증 내용은 뺀 채 “1번 4632만원…295번 348만 860원”하는 식이었다니 국회가 앞장서 법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가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 295명에게 정책개발비라는 명목으로 94억여원을 나눠줄 때도 지정된 용도로 집행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만큼 국회의 예산집행 행태가 후진적이라는 뜻이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예산 및 결산을 심의하는 국회로서는 먼저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남에게는 촘촘한 눈금을 들이대면서 자신은 적당히 덮고 넘어가는 것이 국민에게 각인된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1조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정보를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를 통해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용도로 집행한 국회의원이 드러난다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뒷전에서 수군거리면서도 정작 국회의원들의 치부가 공개되는 것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감세냐, 증세냐’하는 논쟁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치권이 먼저 자신들의 씀씀이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 유럽의 이중성

    마호메트 만평을 둘러싸고 서방과 이슬람 사이에 벌어지던 ‘표현의 자유’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오스트리아 법원이 20일(현지시간)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실체를 부인한 영국 역사학자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유럽 언론이 내세운 표현의 자유가 이슬람 모욕을 정당화하려는 ‘이중잣대’라고 비판해온 이슬람권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유대인 학살 부정하면 10년형 영국의 우익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어빙(68)은 지난 1989년 오스트리아에서 가진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치 독일 정권이 유대인 학살에 가스실을 이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히틀러가 학살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과 함께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발언을 범죄행위로 규정, 처벌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당연히 어빙을 수배했다. 오스트리아의 홀로코스트 관련 법은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이에게 최고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에서 불심검문 끝에 체포돼 이날 법정에 선 어빙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내 관점은 변했고, 더 이상 홀로코스트를 부인하지도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이 문제가 “명백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엘마르 크레스바흐는 “잘못된 주장을 펼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나치 망령과의 싸움…표현의 자유는 사치” 영국의 BBC는 “특정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심조차 금지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믿음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나라가 홀로코스트 부인 행위를 처벌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홀로코스트 관련 법은 1938년 나치 독일에 병합된 뒤 나치와 연관된 온갖 범죄에 연루된 오스트리아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같은 범죄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실제로 많은 오스트리아인들은 이 법이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응축된 것이라 믿고 있다. 독일의 역사학자 한조 푼케는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 표현의 자유라는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판결은 정작 다른 나라에서 더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란의 한 유력지는 “홀로코스트를 희화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겠다.”며 전세계 만화가들을 상대로 만평을 공모한 상태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반유대주의를 다룰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슬람을 모욕할 때 유럽인들은 이를 들먹인다.”고 비난했다.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무장관도 21일 “서방의 패러독스를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은 올봄 테헤란에서 홀로코스트의 실체 규명을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어빙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로 비치게 할 뿐 아니라 유럽의 이중잣대에 대한 무슬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만평시위’ 외국계기업 ‘정조준’

    파키스탄의 ‘마호메트 만평’ 시위가 반미(反美)·반 외국계 기업 정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아부그라이브의 포로 학대 사진 추가공개 여파로 이슬람권의 반서방 정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에서는 16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5만여명이 항의 시위에 나서는 등 폭동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시위대는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화형식을 가졌다. 시위대는 “예언자를 모독한 자들에게 신의 저주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동부의 물탄에서도 10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날 카라치에 있는 미국계 은행인 시티뱅크와 독일 지멘스 대리점은 검은 천으로 회사 로고를 가리는 등 무슬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시위를 주도한 이슬람정당 연합체 통일행동포럼(UAF)이 시위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폭력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키스탄에서는 5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보이지 않은 손’이 배후에 있다며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등은 “불온세력이 시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경찰은 지난 15일 50억원대의 피해를 낳은 삼미대우의 버스터미널 방화 사건과 관련,36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호메트 만평’ 불똥이 덴마크 국가대표 축구팀에도 튀었다. 세계적인 유제품 업체인 아를라 푸드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이스라엘과의 친선경기 때까지 덴마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에 부착된 자사 로고를 지울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성인을 희화화한 만평을 게재한 신문이 폐간됐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날 시당국이 러시아 볼고그라드시(市) 일간지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남용한 책임을 물어 폐간 조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경찰은 만평 게재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볼고그라드 신문은 지난 9일자에 마호메트·예수·모세·부처 등 4명의 성인이 TV를 보다가 2개의 종교집단이 싸우려고 하자 “우리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거늘…”이라는 만평을 실었다. 당시 만평에서 마호메트는 흉칙한 인상으로, 예수와 모세는 부랑인 차림을, 부처는 귀를 크게 그려 비난을 받았다.안동환기자·외신종합 sunstory@seoul.co.kr
  • 프랑스 유머·위트의 참맛

    프랑스 유머·위트의 참맛

    프랑스 뮤지컬이 흥행 연타를 날릴 수 있을까. 중세의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한 대서사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내한 공연에 이어 이번엔 몽마르트 언덕을 무대로 한 ‘벽을 뚫는 남자’가 국내 초연된다. 벽을 맘대로 통과하는 신통력을 지닌 남자 듀티율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1996년 파리에서 처음 막올라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 프랑스 국민작가 마르셀 에메의 탄탄한 원작,‘쉘부르의 우산’을 작곡한 미셀 르그랑의 주옥같은 음악이 흥행 비결로 꼽힌다. 브로드웨이에선 ‘아모르’란 제목으로 공연돼 2003년 토니상 5개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헤드윅’제작사 쇼노트가 만드는 이번 한국어 공연의 연출은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연출가 임도완(45). 서울예대 교수로, 극단 대표로 정신없이 바쁜 그를 제작사가 삼고초려해 영입했다. 20대때 배우로 몇번 뮤지컬 무대에 서기는 했지만 연출은 처음이라는 그는 “볼거리에 치중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프랑스 뮤지컬은 철학과 메시지가 강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마임교육기관인 ‘자크 르콕 국제연극마임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그는 1996년 사다리움직임연구소를 설립해 ‘보이첵’‘휴먼 코메디’ 등 인물의 움직임에 중점을 둔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여왔다.‘벚꽃동산’으로 올해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사회현상을 꿰뚫는 통찰력과 뛰어난 상상력’을 들었다. 무사안일한 공무원, 뇌물받는 경찰, 알코올중독자 의사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사회 각계각층 구성원들의 행태를 희화화시켜 풍자한다. 어느날 갑자기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갖게 된 소심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은 이처럼 부패한 사회에서 서민들의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노트르담 드 파리’와 마찬가지로 ‘벽을 뚫는 남자’도 대사없이 노래로만 극이 진행된다. 때문에 음악의 리듬감을 최대한 살리는 것과 배우의 표정, 움직임, 동작 등으로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이 관건이다. 단원들과의 집단창작을 중시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안무가를 따로 두지 않고 배우들 각자가 캐릭터에 맞게 스스로 안무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원작의 묘미를 무대 위에서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지도 관건.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재현한 몽마르트 거리와 사선으로 기운 무대 세트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동화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듀티율이 벽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진짜 벽을 뚫느냐고요?물론 그럴 수는 없지요. 하지만 관객들이 깜빡 속을 만큼 다양한 장치들을 준비해 뒀습니다.” 듀티율역에 박상원 엄기준이 번갈아 출연하고, 가수 해이와 임수연 등이 참여한다.28∼4월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4만∼7만원.1588-7890.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웃음·감동 ‘황금배합’

    아버지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말더듬이에 구구단도 외우지 못하던 어린 아들은 건장하고 말쑥한 천재 청년으로 변해 있었다. 이발사 아버지에게 머리를 맡긴 아들이 차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애타는 심정을 노래하며 눈물 흘릴 때 객석에도 뜨거운 물기가 번졌다. 미국 작가 대니얼 키스의 소설 ‘앨저넌에게 꽃을’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미스터 마우스’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다. 천재가 된 바보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 원작은 지난해 ‘바보 신동섭’‘철수 이야기’로 연극무대에 올랐고, 현재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으로 전파를 타고 있다. 몸은 다 자란 어른이지만 일곱살 어린아이의 지능과 맑은 심성을 지닌 서른 둘의 청년 인후.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고 중국 음식점 ‘짜짜루’에서 성장한 그는 언젠가 자신이 똑똑해지면 엄마가 찾아올 거라는 믿음으로 늘 미소를 잃지 않는다. 어느날, 기적이 찾아온다. 미래연구소의 ‘뇌활동증진프로젝트´ 실험대상자로 선정돼 뇌수술을 받은 인후는 지능지수 180의 천재가 된다. 그러나 불장난으로 여동생을 죽게 했고, 그 때문에 어머니까지 돌아가신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면서 행운은 곧 불행으로 변한다. 같은 실험대상이었던 생쥐 ‘이누’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직감한 인후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끝내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한다.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는 과학적 이상과 인간 존엄성의 경계에서 희생된 한 청년의 비극적 운명이라는 진지한 주제의식을 설득력있게 풀어낸 수작이다. 대학로 장기흥행작 ‘라이어’를 만든 이현규 연출가의 재치있는 연출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장소영 음악감독의 아름다운 노래가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해냈다. 소박하고 정많은 ‘짜짜루’의 식구들을 소개하는 경쾌한 노래로 막을 열어 뇌수술로 새 세상을 보기까지 인후의 변화를 그린 전반부는 재미와 웃음이 넘친다. 반면 자신이 실험용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후가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후반부는 진한 감동과 여운을 자아낸다. 그러나 몇몇 장면의 지나친 희화화와 일부 배우들의 부족한 가창력은 아쉽다.4월9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02)747-207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윤리 팽개친 ‘엽기경매’

    윤리 팽개친 ‘엽기경매’

    지난 12일 오전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는 엽기적인 매물이 올라왔다. 어떤 사람이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직전 중앙로역 지하철 표’라며 승차권 사진을 올리고 이를 경매에 부쳤다. 시작가 500만원에 즉시구매가 4000만원. 올린 사람은 “사고 나기 직전에 산 것이니 의미가 깊다.”는 문구까지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격분했다. 한 네티즌은 “아직도 유가족들은 사고와 연관된 아주 작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미고 숨조차 안 쉬어질 텐데, 장난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지.”라며 비난했다. 이 경매는 당일 오후 옥션측에 의해 강제로 종료됐다. 값싸고 손쉬운 구매수단으로 자리잡은 인터넷 경매가 일부 네티즌들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끔찍한 참사를 돈벌이에 이용하려 드는가 하면 정자나 순결 또는 죽은 동물까지 인터넷에 매물로 내놓고 있는 판이다. ●경매사이트업체 “모든것 검열 힘들어” 지난해 11월14일에는 옥션에 한 네티즌이 자기 얼굴사진과 함께 ‘20세 건강한 청년의 정자를 팝니다.’는 매물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사흘 뒤인 17일에는 역시 옥션에 ‘죽은 강아지’가 상품으로 등장했다. 올린 사람은 코카블랙종 애완견 사진을 띄워놓고 ‘분양받은 지 17일만에 죽었는데 살리려고 노력했던 게 아까워서 약값이나 건지려고 한다. 수의사나 필요한 사람들은 사가라.’고 했다. 앞서 같은 해 4월에는 한 여고생이 자세한 신상까지 게재하며 시작가 100만원에 자기의 순결을 팔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적잖은 사람들이 입찰에 참가해 수백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런 행태에 대해 경매사이트 업체들은 속수무책이다. 옥션은 80명으로 구성된 전문 검열팀을 따로 두고 총과 같은 무기, 술·담배, 장물과 약품 등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제품에 대해 임의로 경매를 종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하루 평균 20만건 이상 사이트에 올라오는 제품을 모두 검색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검열팀이 실시간으로 95%까지는 솎아내고 있지만 모두를 거르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희소성 미명아래 소비자본주의 이데올로기 확산” 전문가들은 네티즌들의 이런 행동이 ‘윤리적 무정부주의’와 ‘나르시시즘적 자기중심주의’의 만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려한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43) 교수는 “인터넷 경매로 모두가 판매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장기와 피, 난자와 정자 등이 ‘희소성’이라는 미명 아래 판매되는 소비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없이 자기를 특이한 사람으로 드러내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나르시시즘적 자기중심주의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52)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서 기존 질서가 파괴되면서 초등학생과 할아버지가 서로 욕설을 퍼붓는 등 모든 권위가 희화화되는 윤리적 무정부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실명제 등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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