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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박근혜 정부 ‘금융전문가’ 안 보인다/안미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박근혜 정부 ‘금융전문가’ 안 보인다/안미현 경제부장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전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박근혜 차기 대통령에게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 같다. 5년 전, 두 사람이 당내 대통령 후보직을 놓고 치열하게 다툴 때 이명박 당시 경선 주자는 경선 표밭을 다지러 가기 전에 반드시 묻는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박근혜 와?” 경쟁자인 박근혜가 오느냐 안 오느냐가 그에게는 온몸의 신경세포가 곤두서는 관심사였던 것이다. 한번은 강원도 어느 행사에 거의 다 도착했다가 예정에 없던 박 후보의 참석 첩보를 접하고는 급하게 차 머리를 돌렸다고 한다. 일방적인 ‘펑크’로 인한 표 떨어지는 소리보다 ‘수첩공주’와 맞닥뜨리는 상황이 더 싫었던 모양이다. 이런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봤던 한 인사는 “박통(박 대통령)이 말은 잘 못하지만 특유의 단문 화법에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박근혜는 아버지를 그대로 닮았다. ”라고 말했다. 새 정권을 향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걱정 중의 하나는 단연 경제다.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2~3%대 저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TV 토론을 지켜본 인상은 박근혜 당선인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인지는 몰라도 준비된 경제 대통령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인터넷 등에서 숱하게 희화화된 ‘지하경제 활성화’ 말실수를 꼬집으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경제정책조차 당선인에게는 ‘이거’ ‘저거’로 일반명사화됐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를 다 챙길 필요는 없다. 챙길 수도 없다. 기업인 출신의 이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 구호로 당선됐지만 정작 경제 성적표는 별로다. 박근혜 당선인 주변에는 자천타천 ‘경제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 불안한 조합이다. 핵심 두 축만 봐도 그렇다. 당선인의 대표 구호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입안한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자유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서강학파의 대표주자다. 또 다른 대표 구호인 ‘경제 민주화’를 설계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정통 시장경제에 반기를 든 주역이다. 두 사람은 땔감(성장)과 구들장(경제 민주화) 운운하며 우선순위 싸움을 벌였다. 1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 필요성을 놓고도 충돌했다. 또 다른 한 축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있다. 선거 막바지에 이들의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이제는 싸움에서 이겼다. 누구 말대로 ‘모순된 공존’인 만큼 언제든 갈등이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 물론 이미 주도권 싸움은 끝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더라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거 전부터 당선인 진영을 따라다녔던 우려 중의 하나는 ‘금융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었다. 안종범, 이종훈, 강석훈이라는 삼두마차가 있지만 안종범은 조세와 재정 전문이다. 이종훈은 노동경제학 전공이다. 박심(朴心)에서 멀어졌네, 아니네로 말이 많은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복지쪽이다. 경제연구소 금융팀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시중은행장 등 몇몇 인사의 금융 경력을 애써 끄집어 내기도 하지만 시장의 ‘전문성’ 평가와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가운데 목돈 안 드는 전세, 소유주택 지분 매각제도, 신용불량자 부채 일률 탕감 등 금융 쪽이 가장 몰매를 맞은 것도 허약한 금융 전문가 진용에서 원인을 찾는 시선이 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핵심 뇌관이다. 이런 와중에 이웃 일본의 차기 총리는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다.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면 핫머니(투기성 자본)가 밀려 들어왔다가 급격히 빠져나갈 수도 있다. 곳곳이 금융 지뢰밭이다. 당선인 어록 중의 하나는 ‘그러니까 대통령’이다. “그러니까 대통령 되려고 나왔고”, 또 됐으니 약속대로 가계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자면 사람을 잘 써야 한다. 당선소감에서 강조한 대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인재 풀을 넓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hyu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지지율 0.2%’에 휘둘린 시청률

    “이정희 후보 사퇴로 치킨집 사장들이 멘붕(멘탈 붕괴) 됐다.” 지난 16일 오후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이 시작되기 6시간 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전격 사퇴하자 트위터에 올라온 얘기다. 이 후보의 사퇴 소식을 전해 듣고 가장 실망한 사람들 중 한 부류가 치킨집 사장들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의 활약(?)으로 TV 토론 시간에 치킨집 매상도 덩달아 올랐는데 이 후보가 갑작스레 후보직을 내던지면서 토론을 보면서 치킨을 시켜 먹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이정희 빠져 시청률 8%P↓ 실제로 이날 지상파 3사 TV 토론 시청률(26.6%·AGB닐슨미디어리서치)은 2차 TV 토론(34.7%) 때보다 8% 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물론 세 번째 TV 토론이었던 만큼 관심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시청률이 4분의1 이상 폭락한 데는 이 후보의 토론 불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된다. 일부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지율 0.2% 후보에게 TV 토론 ‘시청률’이 휘둘린 셈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쏟아부었던 이 후보의 ‘막말’을 즐겼던 시청자들은 통진당이나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이어서였을까. 1, 2차 TV 토론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박근혜, 문재인, 이정희 세 후보를 풍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지지율 1% 미만의 후보는 지지율 40%대의 후보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TV 토론을 보며 ‘치킨’을 시켜 먹으려 했던 시청자 대부분은 이 후보를 통해 희화화되는 ‘정치쇼’를 기대했다. 정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질수록 냉소는 커진다. 이념과 지지하는 정당과는 또 다른 문제다. 3차 TV 토론 시청을 포기했던 시청자들 중에는 박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양자 토론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던 사람들도 포함됐다. ●희화화되는 ‘정치쇼’ 기대 결국 세 번에 걸친 TV 토론을 진행하면서 곱씹어 봐야 할 것은 ‘지지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후보가 지지율 40%대 후보들과 대등하게 방송의 3분의1을 점유하는 게 가당키나 하냐’만이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지지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후보 사퇴로 시청률이 8% 포인트가 떨어졌느냐’이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대선 사흘 앞두고 이뤄진 이정희 후보 사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대선을 사흘 앞두고 어제 사퇴했다. 이 후보는 사퇴 회견에서 “진보·민주·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뤄내기 위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로 야권 성향의 표를 총결집시키기 위한 사퇴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제 대선은 지지율 1%를 밑도는 4명의 군소 후보를 제외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의 진정한 맞대결 구도가 형성됐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여야, 보수와 진보 진영이 총결집한 정면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그가 내놓은 사퇴의 변대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이 전 후보로서는 야권 및 진보 진영 표를 문 후보에게 몰아줘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졌을 법도 하다. 야권 표 결집을 여망하는 지지자들의 기대감도 심적인 압박 요인이 됐을 것이다. 단 한 표가 아쉬운 문 후보로서는 그의 사퇴에 따른 막판 표심의 변화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그의 출마와 사퇴는 이런 판세의 유불리 차원을 떠나 대선 자체를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전 후보의 출마는 그 자체가 무리수였다. 지난 4·11 총선 때 당내 대규모 선거부정으로 진보진영 전체에 큰 상처를 안겨준 정당의 대표라면 마땅히 이에 책임을 지는 자세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온당했다고 여겨진다. 설령 출마했더라도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결집이 절실했다면 진보정의당 심상정 예비후보처럼 후보 등록 전에 깨끗이 사퇴하는 게 정도였다고 본다. 후보 등록을 통해 선거보조금 27억원을 챙기고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비집고 1% 안팎의 지지율로 후보 TV토론에 나가 상식에서 벗어난 쟁투의 모습을 보인 것은 공인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 그의 사퇴를 계기로 선거법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
  • [지금&여기] 홍어와 과메기, 그리고 민주화/맹수열 온라인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홍어와 과메기, 그리고 민주화/맹수열 온라인뉴스부 기자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장 즉각적이고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인터넷이다. 후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네티즌들에게는 좋은 얘깃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보들에 대한 기사 댓글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홍어들은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당께.”, “과메기들 또 수꼴짓 하네.” 여기서 ‘홍어’는 전라도 특산물인 삭힌 홍어에 빗대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는 것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전라도 사람들을 진압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과메기’는 경상도 명물과 경상도 사람들을 연결해 사용하는 말이다. ‘수꼴’은 수구 꼴통, 즉 극단적인 보수라는 얘기다. 참혹한 사건·사고는 물론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희화화한, 차마 옮길 수 없는 표현도 부지기수다. 이런 글들은 정치 기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회, 경제, 스포츠, 연예 등 모든 분야의 기사들에 전라도 혹은 경상도에 대한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연령층이 10~3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세대를 거치면서 케케묵은 지역감정이 해소되기는커녕 노골적인 조롱까지 더해진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들이 쓰고 있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미 실생활에서 민주화를 ‘따돌림’이나 ‘공격’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민주화 투사들을 폭도로 잘못 이해한 이들이 이와 관련된 숭고한 가치와 행동을 정반대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못된 인터넷 문화는 이제 우리 글을 파괴하는 수준을 넘어 젊은 세대의 역사관까지 왜곡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만의 문화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 가치관은 시간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훗날 이 땅의 사람들이 홍어와 과메기의 참맛을, 그리고 민주화의 가치를 잊어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guns@seoul.co.kr
  • 두 후보 풍자그림 잣대 다른 선관위

    두 후보 풍자그림 잣대 다른 선관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출산 장면을 그린 그림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성적으로 조롱한 만화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관위가 일관성과 형평성에 위배되는 결정을 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4일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문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를 성적으로 조롱한 최지룡(40)씨의 풍자만화가 빠르게 유포됐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풍자만화가인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박 후보의 출산 그림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문 후보 등 야권 후보를 희화화한 그림 40여점을 실었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절반씩 섞인 캐릭터가 함께 자위행위를 하는 네 컷짜리 그림도 있었다.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민망한 그림들도 그렇지만 선관위가 “그림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합법과 불법의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 비방흑색선전조사팀 관계자는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공직선거법상 비방죄의 요건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방죄가 성립되려면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데 이 그림은 추상적이고 특정 후보를 떠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를 소재로 풍자만화를 그린 홍성담씨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에 대해서는 “뱀의 몸통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산 장면을 그린 홍씨의 그림은 누가 봐도 박 전 대통령과 그의 딸인 박 후보를 비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의 판단에 대해 회사원 정보람(26·여)씨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양쪽 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한쪽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의 다시 못올 기회/김태균 사회부 차장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화려한 어록 중 초기 대표작은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취임하고 며칠 안 된 2003년 3월 9일, 검사들과의 대화 도중 한 검사가 듣기 거북한 질문을 하자 튀어나온 말이다. 당시 검사들의 공격적 태도는 “검사스럽다”라는 신조어가 돼 회자됐다.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당당함’의 개념도 있었지만, 검사들의 ‘위세’와 ‘자만심’ 등을 희화화하는 용도로 많이 쓰였다. 어쨌든 검찰 혁신을 공언했던 노 대통령은 그 목표에 거의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검찰 개혁은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에서 한결같이 공언한 시대적 요구였다. 대통령 후보들은 어김없이 검찰의 권한 축소를 다짐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선언적인 수준을 넘어 제대로 집행된 적은 없었다. 검찰의 위세가 강하기도 했지만 ‘정치검찰’이라고 비판했던 사람들조차 정권을 잡으면 스스로 비난했던 바로 그 용도로 검찰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와 같은 독점적 권력을 얻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민주화 때문이었다. 과거 ‘중정’(중앙정보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 등 공포정치 하에서 폭력과 억압의 수단들을 쥐고 있었던 기관들이 약화되면서 그들 손에 쥐어져 있던 힘이 검찰 쪽으로 급격히 쏠리게 됐다. 검찰이 지금 숨을 죽이고 있다. 10억원 가까운 돈을 긁어모은 고참 검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신참 검사의 엽기적인 추문이 터졌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에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검찰에 대한 비난과 변화의 요구는 한층 격하게 분출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돈검사’, ‘성검사’ 뉴스를 접하며 놀라워도 하지만 즐기고 있기도 하다. 잘난 척하고 힘센 학급반장의 추악한 뒷모습을 보는 후련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외부로부터의 혁신 압력의 조짐이 보이면서 검찰 수뇌부와 평검사들이 모임을 갖는 등 검찰 스스로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검찰 수뇌부의 거취다.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사퇴로써 지휘 책임, 도의적 책임을 지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장이 당장 물러나게 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단 한명의 검찰총장도 2년 임기를 못 채우는 꼴이 된다. 그가 스스로 물러날지,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물러나게 될지, 아니면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돼 검찰 총수가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총장 한 사람 물러나는 것은 검찰에 뿌리박힌 구조적 문제를 개인들의 부패와 일탈로 몰아 덮어 버리는 꼴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기업으로부터 태연히 돈을 받고 여성 피의자를 윽박질러 성관계를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 최소한 그럴 힘을 자기가 갖고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힘과 그런 집단의식이 범죄의 원천이 된 것이다. 결국 집중된 검찰의 힘을 합리적으로 분산시키는 것, 검찰의 막강한 사회 지배력의 시스템을 깨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인 셈이다. 여론에 떠밀려 검찰 총수가 반성문 한 장 낭독하고 물러난다면검사들의 잇따른 범죄가 만들어 준 개혁의 기회는 다시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보다는 당장 수뇌부를 중심으로 시늉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반대논리 개발을 위해 연구하지 말고 도입을 전제로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임용과 동시에 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현재의 검사 직급 인플레이션까지 원점에서 뜯어보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검찰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누가 검찰을 ‘검사스럽지 않게’ 변혁시킬 적임자인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괜찮겠다. windsea@seoul.co.kr
  • [셧다운제 1년 명암] (하) 스마트폰 게임 대책

    [셧다운제 1년 명암] (하) 스마트폰 게임 대책

    “스스로 조절이 안 돼서 공부할 때는 강제 차단 앱을 사용하고 있어요. 시간을 설정해 차단하고 공부하고 그래요.” “학교에서 아침 조회 시간에 휴대전화를 걷어 가거나 배터리를 빼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휴대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요. 기숙사생에게는 밤에 즐길 여가거리를 주거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복도에 놓아 주면 좋겠어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 청소년 23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인터뷰를 한 결과 청소년 자신들도 과다 사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는 20일 시행 1주년을 맞았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대한 모바일 셧다운제는 관련법에 따라 내년 5월 20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셧다운제에 대한 청소년의 반감은 게임시간 선택제를 홍보하는 만화 캐릭터 ‘민국이 엄마’를 선정적으로 희화화한 수많은 패러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스마트폰용 게임 ‘위너뱃’ ‘던전앤파이터’, 태블릿PC용 게임 ‘아스팔트 7:히트’ ‘스트리트파이터x철권’ 등 게임 100여종에 대한 중독성 평가가 이뤄졌다. 평가된 게임은 인터넷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 도중 얻는 게임머니나 아이템 등이 다음 게임을 수행할 때 그대로 남아 있어 연속성이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지 점수를 매기는 작업은 끝냈지만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물 평가에 청소년 게임중독 실태조사를 더해 내년 2월 모바일 셧다운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가부는 이날 완료된 게임물 평가에서 기준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자 평가 기준을 대폭 수정했다. 예를 들어 ‘우월감·경쟁심 유발’ ‘뿌듯한 느낌’ ‘도전과제의 성공’ 등의 문항을 모두 삭제했다. ‘게임을 하면서 같이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 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구조’는 ‘게임이 끝이 안 나거나, 또는 원래 끝이 없는 구조로서 오랫동안 계속해야 획득한 아이템이나 다른 보상을 잃지 않고 유지 또는 강화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변경했다. 반면 게임 평가지표에 따르면 인기 모바일 게임인 ‘애니팡’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여가부는 ‘애니팡’은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공표, 스스로 정책의 효율성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니팡은 인터넷망에 접속해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이용자와 컴퓨터 간의 대결 방식이라 처음부터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여가부 측의 설명이다. 셧다운제는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 상대가 1명 또는 여러 명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넷 게임에 한해서 적용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6)새내기 유권자에게 듣다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6)새내기 유권자에게 듣다

    첫 투표는 설렘입니다. 올해 만 19세가 돼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새내기 유권자들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뿌듯해집니다. 정말 제대로 뽑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느 후보가 나와 나라에 보탬이 될지 막연하기만 합니다. 공약들을 살펴봐도 정작 내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후보는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교 학창시절의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 만 19세 유권자 3명에게 그들만의 생생한 고민과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들을 들어봤습니다. 새내기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희망고문’으로 정의했다. ‘희망고문’이란 애매한 태도를 보여 상대방이 희망을 갖도록 해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들에게 정치와 선거는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고려대학교 정경학부 김도유(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임동민,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강윤서(여)씨는 대선을 40여일 남긴 6일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전부 ‘장밋빛’인데, 내 한 표로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며 기대 섞인 우려를 내비쳤다. ●새내기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20대 젊은 층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얘기하는 일부 기성 세대들이 있다. 실제로 새내기들에게 정치는 먼나라 얘기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김씨는 “어떤 친구들은 ‘문재인이 누구야’라고 묻기도 한다.”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거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투표하는 날만 ‘주인’ 대접을 받는 게 아니냐는 반문도 따랐다. 강씨도 “일상생활에서 정치가 화두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 무관심에 대해 결이 다른 해석도 있었다. 이념적 양극화로 인해 탈정치화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임씨는 “새내기들 간에 이념 양극화가 아주 심하다.”면서 “이념 성향이 다르다 보니, 친구들 간에 정치를 주제로는 대화가 안 통해 정치 얘기를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좌우 양극단에 있는 인터넷사이트들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은 ‘빨갱이’로, 박정희는 ‘히틀러’로 희화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영향을 받는 친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투표시간 연장이 논란이 되는 것에는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했다. 휴일에 쉴 수 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들이었다. 임씨는 “학교에 일용직이나 식당 아줌마들이 주말과 쉬는 날에도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일을 한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왜 투표를 못한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김씨도 “투표참여율이 저조하면 정당성이 결여된다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강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들만의 고민은… 강요받는 진로 새내기들만의 고민은 뭘까. 이들은 캠퍼스에만 들어오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푼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김씨는 “대학은 선진적인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필수로 들으라고 하는 과목은 시시하다.”면서 “대학생다운 공부를 하기가 힘들다. 학점을 위해, 과제가 적고 출석체크도 잘 안 하는 ‘꿀교양’만 찾아듣는다.”고 말했다. 임씨는 “새내기들 간에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 역시 “대학 가면 자유롭기만 할 줄 알았는데,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진로 문제였다. 어른들에 의해 강요받는 진로 문제 때문에 꿈을 갖기도 힘들고, 오직 입시와 취업 준비만 해야 하는 처지라고 이들은 하소연했다. 임씨는 “선배들이나 어른들이 항상 앞으로 뭐할 거냐고 물어서, 관심이 별로 없는데도 변호사 할 거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했다. 김씨는 “학교 공부가 진로를 위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장을 사는 것 같아 회의가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씨는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친구들 사이에 만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점수 맞춰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전과 신청을 심각하게 고민하지만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임씨는 “정치인들이 ‘요즘 애들 문제의식이 없다’든가 ‘열심히 노력을 안 한다’면서 혼내는 느낌이 많다.”면서 “안철수 후보가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은 이유는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 얘기를 듣고 토닥거려주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무줄 잣대’ 입시제도는 불만 고무줄 같은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은 공통적이었다. 입학사정관제의 혜택을 받은 임씨는 강남에서 입학사정관제 토론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토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경험 때문에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했다.”면서 “수능이 아닌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털어놨다. 입학사정관제에도 빈부격차의 문제점이 투영되는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공약들을 후보들이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김씨 역시 “입학사정관제는 주관적으로 점수 매기는 것”이라면서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강씨는 “입학사정관제보다는 논술의 객관적인 기준이 좀더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교육을 통해 입시 위주의 교육을 점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공약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술잔 꺾고 해롱대는 나귀, 하는 짓이 꼭 인간일세

    술잔 꺾고 해롱대는 나귀, 하는 짓이 꼭 인간일세

    화가 김영미(51)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7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전시 제목은 ‘동물로 담은 실존의 우리들’. 제목에서 짐작하듯 그림의 주된 소재는 동물들이다. 그리고 동물을 통한 인간에 대한 풍자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동물들은 동물들이라지만 하는 짓은 사람과 똑같다. 공원 벤치에 오랜만에 오붓하게 앉아 놀기도 하고, 배 타고 물놀이를 즐기거나, 나무 아래서 쉬고 있거나, 술집에 앉아 잔을 꺾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니까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던 영화 대사나, 우리네 정치현실이 꼭 동물들 놀음하고 비슷하지 않으냐던 우화 ‘동물농장’ 같은 얘기다. 작가는 원래 사람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다. 24년 동안 매주 모델을 작업실에 불러 와 인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작가가 갑자기 동물로 돌아선 까닭은 풍자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직설법을 살짝 비틀고” 싶었고 그래서 “인간을 가리고 동물로 변형된, 화면에 그려진 온갖 동물은 말하자면 우리의 모습이고 나이며 타인들”이라는 것이다. 여러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귀. 쫑긋한 귀에 탱글탱글한 얼굴이 마치 돼지 얼굴에 토끼 귀를 달아놓은 것 같은데 작가는 나귀를 의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눈, 맑고 밝다기보다 퀭하다. 작가가 나귀에 집중하게 된 것은 풍자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어느 짐승보다 지구력이 뛰어나지만, 겁이 많아 옴짝달싹 못하는 것을 똥고집이라 오해받는 동물이다. 여기다 못난 외모까지 겹쳤으니 이래저래 희화화되는, 그래서 고생한 만큼 그다지 대접받지 못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모습에서 오늘날 현대인들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니체에게 낙타가 있다면, 작가에겐 나귀가 있는 셈이다. (02)736-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법의 낭비가 많은 사회/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의 낭비가 많은 사회/임태순 논설위원

    대한뉴스에 나오는 19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장면을 보면 우리에게도 저렇게 공권력이 서릿발 같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머리 스타일과 옷 입는 건 개인의 자유이건만 덥수룩한 장발의 젊은이가 머리를 조아리고 20대 아가씨들도 줄자를 재는 경찰에게 입도 벙긋 못하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것이 다반사인 요즘으로선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새만금 건설, 천성산 도롱뇽 사태를 불러온 KTX 건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격렬한 시위는 서로간의 시각이나 견해 차가 커서 빚어지는 일종의 양심범, 확신범의 영역이라고 쳐서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가동 위반업소를 단속하는 것만 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문 닫고 영업하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종업원들이 단속공무원에게 눈을 부라리는 걸 보면 권한이 주어져 있다 하더라도 단속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이 간다. 공권력이 약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과거 같으면 공권력에 대해 따지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높은 교육과 해외 견문 등을 통해 보고 듣는 게 많아진 시민들은 법 집행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환경·인권 등 부쩍 힘이 커진 시민단체들은 이론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조직력까지 갖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권이 보수·개혁으로 교체되면서 정부 정책의 가변성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얼마 전 실시한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검사만 해도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으면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되지 않을까 싶다. 또 성장이냐 분배냐에 따라 금융·조세 등 경제정책은 물론 복지·노동정책이 180도 선회하기도 하니 정책의 정통성, 일관성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또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행정기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공권력이 조롱당하고 희화화된다. 공권력이 약화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단속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한다. 처벌이 강화되면 법을 잘 지킬 것이라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일례로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운전 중 담배꽁초 투기행위에 대해 벌점 10점을 부과하는 것 외에도 범칙금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했다. 꽁초 투기에 대해 평소 3만원의 범칙금을 꾸준히 물렸으면 질서가 잡혔을 텐데 범칙금 인상만으로 투기행위를 잡으려 하니 잘될지 의문이다. 이처럼 과태료, 벌금을 상향조정하고 형량을 높이는 법의 낭비 사례는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된다. 그러다 보니 법전은 누더기가 되고 법조문은 사문화되고 만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는 절전대책만 해도 장사를 하는 영세사업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1차 적발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300만원을 물리는데 단속공무원이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라면 주의를 주는 선에서 그치지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위반행위에 대한 과중한 처벌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효력을 잃는다.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저항하면 공무원들도 단속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죄에 대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고 그 수위는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과도한 처벌은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불신을 불러오고, 결국 공권력의 집행력이 약화된다. 공권력의 권위, 위엄이 손상됨은 물론이다.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 집행의 사회적 비용만 커지는 고비용-저효율의 악순환 늪에 빠진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시대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효율-저비용 사회로 전환할 때가 아닌가 싶다. stslim@seoul.co.kr
  • [글로벌 시대] 현대판 ‘그리스 비극’ /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현대판 ‘그리스 비극’ /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그리스에서는 지난 6월 17일 세계의 관심을 끌면서 2차 총선이 치러졌다. 5월의 1차 총선에서 그간 구제금융 조건으로 추진되어 왔던 긴축정책의 폐기를 주장하는 급진 시리자당이 돌풍을 일으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는데, 2차 총선에서는 긴축정책과 유로존 잔류를 옹호하는 신민주당이 신승함으로써 그나마 온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대로, 인구가 1000만명 남짓한 그리스의 총선이 5억 인구의 유럽연합(EU) 운명을 결정짓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소국이지만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바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위기가 확산되어 유로존이 붕괴되고 금융공황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려하였기 때문이다. 100년 전 보스니아에서 울린 한 발의 총성이 전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것과 비유되는 상황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인들은 유럽 문명의 정신적 원류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낙천적이며 놀기 좋아하는 ‘지중해적 성향’ 때문에 일부로부터 경원시당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2009년에 통계 조작으로 축소 은폐되었던 재정적자의 실상이 드러나고 여러 가지 사회적 치부가 희화화되어 보도되면서 이러한 편견은 확대 재생산되었고 여타 EU국의 그리스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팽배해졌다. 과도한 연금지급액, 남용되어온 조기은퇴제도,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 일상화된 탈세, 만연한 부패의 모습은 보도를 접하는 EU 국민들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경제적 논리로는 유로화 도입에 따른 대외경쟁력 상실, 저금리에 도취된 채무 팽창과 버블 형성 등이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미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데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된 것이다. 그리스의 현대사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제2차 세계대전 후 좌우대립에 따른 내란과 군사독재, 민주정부 수립 등의 굴곡을 겪었으며 이러한 정치과정 속에 현재의 전근대적 사회 모습이 굳어졌다. 1946년부터 3년간 벌어진 친공과 반공세력 간의 내전은 좌우진영 사이에 증오의 씨앗을 뿌렸으며, 미국의 지원으로 친공세력이 패배하고 이후 1960년대에 군사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좌파진영은 철저한 탄압을 받았다. 1974년 군사독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좌파진영이 정권을 잡자 이번에는 우파진영의 사회 참여가 봉쇄당했다. 이러한 전통 탓에 정치권은 전체적인 빵의 크기를 키우기보다는 누가 더 빵을 많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중도좌파 사회당과 중도우파 신민주당의 양당체제가 이루어졌으나 내부적으로는 유력가문이 지배하는 족벌주의 시스템이 지배하였으며, 사회 전체적으로 공익은 염두에 두지 않고 사익을 우선 추구하는 통합기능 상실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오죽하면 2009년 총리에 선출된 후 개혁을 시도했던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그리스 사회가 ‘뼛속까지 부패했다.’고까지 표현했을까. 최근 EU 정책당국자 사이에서는 유로존의 안정을 위해 그리스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약 70%의 독일인이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EU 중심국가들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그리스 비극’은 지금부터 약 2500년 전 아테네에서 상연되었던 연극을 기원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간의 고통·상실·죽음 등을 주제로 하고 있으나 이를 보는 관객들은 오히려 카타르시스나 쾌감을 느끼는 데 묘미가 있다고 한다. 현재 그리스 국민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고초를 겪고 있으나 여타 EU 국민들은 이를 자업자득으로 여기고 그리스인들이 ‘혼 좀 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유로존이라는 배가 풍랑을 맞게 한 장본인으로, 그래서 배가 난파를 모면하려면 배 밖으로 던져져야 하는 제물로 그리스가 지목되는 모습에서 ‘그리스 비극’의 현대판을 보는 것 같다.
  • 야 “新공안 정국” 여 “색깔론 호도”

    야 “新공안 정국” 여 “색깔론 호도”

    순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충절(忠節)을 기리는 현충일인 6일 여야는 거친 색깔론 공방을 주고받았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전날까지 종북 공세를 편 데 대해 신공안 정국 조성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집중 공세로 맞섰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색깔론 운운은 어불성설이자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새누리당은 종북·용공 광풍을 조장하고, 사상 검증이니 자격 심사니 하며 대대적인 이념 공세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매카시적 광풍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국가관 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는 “헌정질서를 유린한 5·16 군사쿠데타와 12·12 군사쿠데타에 대해 어떤 견해인가.”라고 되물으며 “박정희·전두환 군부정권의 후예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군사정권에서 찾고 민주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후보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신공안 정국 조성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이해찬 의원에게 퍼붓는 색깔 공세는 현 정부의 무수한 실정을 감추는 한편 신공안 정국을 조성하려는 불순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인권법 문제와 관련, “인권의 이름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우상호 후보는 “대선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세가 하루이틀 사이에 사라질 것이 아니라고 보는 만큼 범야권 진영의 공동투쟁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신공안 정국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하며 “국회의원의 사상을 검증해서 걸러 내겠다는 발상은 유신시대 박정희 독재자의 그것과 똑같다.”고 공격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박 전 위원장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호칭하며 여야 간 상임위 협상이 꼬이고 있는 것과 관련, “문방위를 주면 방송 장악과 박근혜의 정수장학회가 만천하에 드러날까 두려운가 보다.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이 풀어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증오와 분열의 색깔론이 아니라 희망과 단결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색깔 논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종북주의니 하는 말은 본인들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데 그걸 지적한다고 색깔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 “광범위하게 색깔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북한 인권을 논하는 새누리당에 대해 공안정국 운운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지 모르겠다. 북한 인권문제 언급에 있어 색깔론을 들고나온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면서 “인권 문제를 논한다고 해서 매카시즘이나 색깔론으로 호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를 해 오다가 (이념 문제) 불똥이 자기들한테 튀니까 벗어나 보려 했는데 임수경 의원 사건으로 여의치 않으니까 일종의 반격을 해서 초점을 흐려 보려는 거 아닌가.”라며 “성공할지는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종북주의는 민노당 분당과 이번 통합진보당 경선 논쟁 과정에서 자신들이 스스로 제기했고, 민주당도 수차례 우려를 표명했던 문제”라면서 “이래 놓고 색깔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국가의 핵심 가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색깔론 공방이 대선 정국까지 이어질지, 새누리당에 유리할지 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색깔 공방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대학교수는 “새누리당의 공세가 정교한 기획에 의하지 않고 우발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면서 “따라서 여야를 당혹스럽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이 있고 간단한 문제가 아님은 잘 알고 있다. 종북 논쟁 얘기를 하며 대북 정책과 관련된 논의가 파묻히는 것이 아쉽다.”면서 “정치가 희화화되는 것 같다.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좀 진지한 논의를 해 보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념 논쟁이 붙었을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정권 심판론과 반이명박 정서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전략적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이념 구도로 갈 경우 민주당이 더 불리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쟁점을 6개월 이상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대선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춘규 선임기자·최지숙기자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5월은 잔인한 달/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5월은 잔인한 달/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이사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snow)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알뿌리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날인 4월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아마도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생명체의 버거운 삶을 노래한 것이리라. 사실 올해 4월은 잔인했다. 19년 만에 4월에 서울에 눈이 내려 냉랭한 4월로 시작하더니 경찰청장까지 물러나게 한 수원 토막 살인 사건, 그리고 총선이 있었다. 어느 때보다 혼잡한 이합집산 과정과 폭로, 비방으로 롤러코스터 정국을 거쳐 왔다. 이제 가정의 달인 5월, 그 어느 달보다 사랑과 소통이 충만한 따뜻한 달이어야 하건만, 때 이른 무더위로 봄날은 온데간데없어졌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인생의 봄날에 해당하는 우리 청소년들도 마음껏 누려야 할 푸른 청춘의 날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요즘 시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온 나라의 어른들이 한숨과 우려를 토로하고 뒤늦은 학교 폭력 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달 4월 끝 무렵엔 여전히 학교 폭력과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중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랐고 카이스트의 한 대학생도 생때같은 목숨을 버렸다. 이런 일들이 가끔은 남의 자식 일로 여겨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아이가 셋 있다. 셋째인 아들 녀석이 올해 중학교 2학년이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북한이 쉽게 남침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중2 학생들이 무서워서란다. 그만큼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고 그런 청소년들을 합당하게 돌보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희화화해서 표현한 것이리라. 어쨌거나 그럭저럭 학교생활에 무난하게 잘 적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이 녀석이 요즘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한다. 딱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심인성 스트레스 질환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의 하루하루는 왕따·폭력·성적·진학문제로 시달리며, 더 나아가 대학을 가도 취업 전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제 곧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4월이 선거로 공허한 외침만 있었고, 6월의 국회에선 대선정국으로 들어서는 기싸움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복지, 장애, 가정의 문제 등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난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혹은 너도나도 공약으로 남발한 복지 팽창의 이슈를 이제 정말 정책으로 옮겨야 할 판을 마련할 시점이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도 정부 부처의 복지지출 요구예산이 101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복지예산보다 9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2016년에는 122조원까지 요구하는 형편이다. 총선 양상을 돌이켜보건대, 그리고 향후 대선 판도 장악을 위해 이러한 복지예산이 쉽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한번 늘어난 복지예산이 결코 축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여러 선진 복지국가들의 예에서도 드러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주민센터의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방탄유리 뒤에서라도 근무해야 할 판이다. 복지 전산망 정비 등으로 부정 수급이 드러난 복지 관련 수급자들이 수급이 끊어지거나 축소될 경우 울분을 참지 못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선심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엄청난 조세 폭탄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년 후엔 청·장년 3명이 벌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대학등록금, 취업 스펙 비용 마련을 위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참 암울하기 그지없다. ‘학교 다닐 때가 가장 좋았다.’라는 어른들의 옛말이 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정말 ‘옛말’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학교도, 학교 이후도 우울한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가장 화려한 청소년의 달 5월은 가장 잔인한 달인지도 모르겠다.
  •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내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번역 등을 통해 영국 정치 경제사에 대한 수준 높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두 사람을 더 다루고 싶다 했다. ‘동물농장’과 ‘1984’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조지 오웰(1903~1950), 그리고 우리에게 낯설지만 영국 노동당의 핵심 이론가인 리처드 토니(1880~1962)다. 케인스가 현대 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면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서 이 두 명의 삶은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조지 오웰-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한길사 펴냄)가 먼저 나왔다. 타이밍도 기막히다. 진보 논쟁이 한창이라서다. 오웰은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다.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안겨 준 ‘동물농장’의 인세가 밀려들기 시작할 무렵 마지막 소설인 ‘1984’가 거둘 놀라울 성공을 미처 누리지 못한 채” 폐결핵으로 숨졌다. 외롭고 가난한 것보다 오웰을 더 괴롭힌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물농장’을 반공 우화로만 생각하는 세태에 슬퍼하기도 했다. 물론 소련을 비판한 것은 맞다. 2차대전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스탈린의 패악에 눈감고 심지어 아첨까지 하는 좌파 지식인들을 못 견뎌 했다. “거짓을 말하고 진리를 억압하는 것이 정치적 대의를 진전시키는 길이라는 사고”와 “독재 방식, 비밀경찰, 역사의 체계적 조작을, 자기 편인 한 수용할 태세를 완벽히 갖춘 상태”가 파시즘보다 더 무서운 유럽 위기의 뿌리라 봤다. “히틀러가 책을 불태웠다면 스탈린은 책을 다시 썼다.”는 엄연한 진실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오웰이 보기에 “좌파 지식인이 스탈린을 숭앙”하는 꼴은 “글래스고 빈민가 아이들이 알 카포네를 숭배”하는 것과 똑같다. 1943년 11월부터 영국 노동당 내 좌파그룹 기관지 ‘트리뷴’에 소련 공산당을 극렬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쓰는가 하면 소련에 아첨한 지식인들에게 아예 대놓고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1949년에는 소련 공산당의 선전 공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영국 외무부의 정보조사처(IRD)에다 영국 내 공산당 비밀 당원과 동조자들 35명의 명단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전력들 때문에 오웰은 좌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노동계급을 동경했으나 자신의 출신 성분을 배반할 수 없어 결국 중간계층으로 되돌아갔고 그 뒤 비뚤어진 선입관으로 사회주의를 비난한 배신자로 취급받았다. 그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받쳐주지 않을 때면 그의 글과 책은 늘 인쇄가 미뤄지거나 거부당했다. 후대 좌파에게도 비판 대상이었다. 문화 연구로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문화 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도 오웰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오웰이 ‘비판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더 뿌리 깊은 신념을 지닌 사회주의자’였다고 본다. 실제 오웰은 평생 사회주의 혁명을 염원했다. 결혼 6개월 만에 ‘반(反)파쇼’를 위해 트로츠키 민병대원으로 스페인내전(1936~1939)에 참가, 목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다. 전간기와 2차대전을 겪으면서 영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라 믿었다. 이를 위해 오웰은 영국 노동자들이 식민지 보유로 인한 이득을 포기하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 산업국가의 모든 좌파 정당은 실제로는 가짜”라는 질타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서구 좌파들에게 ‘노동자 국제 연대 운운하면서 잘난 척 그만하고 식민지부터 먼저 포기해 보시지.’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가 오웰을 두고 “사회주의를 국제적 맥락에서 보려 했던, 제국주의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하려 했던 마지막 사회주의자”라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직한 우파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라면 오웰의 내부 고발 행위에 함부로 박수를 쳐댈 수 없을 것”이라 평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국 전통에 뿌리 박은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들이다. 오웰은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남을 깔보는 중간 계급적 우월감이라는 최악의 흔적”을 지닌 좌파 엘리트 지식인들을 경멸했기에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 사회주의, 윤리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좌파 애국주의’로 이어진다. 애국주의, 하면 벌써 좌파들은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단어는 극우 맹동 세력, 반동분자나 쓰는 말 아니던가. 해서 애국가를 그토록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웰은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한다. 그가 답답해한 것은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6장 ‘좌파 애국주의를 위하여’에 등장하는 “늙은 보수주의자의 뼈 위에 사회주의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란 말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 만한 묵직한 표현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붙이자면, 1949년 영국 정부에 공산당 동조자 35명의 명단을 넘긴 사건은 ‘세작질’이 아니다. 오웰은 명단만 넘긴 게 아니라 소련 공산당의 선전 선동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을 정부에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전후 영국에서 미국과 같은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치지 않은 것은 오웰의 그런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다는 평가는 거기서 나온다. 이 평을 누가 했을까. 바로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다. 추악한 독재자들과 거래했다며 마더 테레사에게 독설을 퍼붓는 등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여기저기서 희화화되곤 하는 바로 그 다혈질 좌파 히친스 말이다. 2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非朴의 반발…“대세론 결국 물거품 될수도 비대위 활동 빨리 접어라”

    “지지율이 낮다고 ‘경선 희화화’ 운운하면 독단적 당 운영은 괜찮다는 말인가.” 새누리당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2일 여권 내 비박(비박근혜) 대권주자들에 대해 “지지율 1, 2%도 안 되는 분들이 경선에 나가겠다면 경선을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비박 진영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대세론을 앞세워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막는 것은 잠재력 있는 대선 주자들의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라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은 발끈했다. 김 지사의 대선 캠프를 이끌고 있는 차명진 의원은 “지금 비대위원들의 발언은 어떤 것이건 비대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비대위 자체가 활동을 빨리 접어야 한다.”고 비대위에 먼저 비판의 날을 들이댔다. 그러면서 “비대위가 친박(친박근혜)계에 둘러싸여 있다는 뜻인데 그건 아니다.”라고 박 위원장의 눈치를 보는 비대위 행태를 정면 공격했다. 비박 진영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서는 “아직 대선 경선 일정도 안 잡혔고 경선을 관리할 새 지도부도 구성이 안 됐다.”면서 “새 지도부와 얘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몽준 전 대표는 2002년 박 위원장이 당시 이회창 총재의 제왕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탈당했던 전례를 상기시켰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교수의 발언을 놓고 “정상적인 사고가 없는 분이라고 본다.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외부 인사(비대위원)들이 ‘새누리당이 마음에 안 들어 당적을 안 갖겠다’고 하는데 이는 많은 당원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정치 수준이 많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위원장이 2002년 탈당하면서 하신 말씀이 있다.”며 ‘1인지배체제 극복이 정당개혁의 기본이다.’, ‘국민참여경선의 부작용을 우려해 시도도 해 보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과거 발언을 일일이 열거하며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정 전 대표의 측근도 “가능성 있는 대선 주자들을 미리부터 차단시키면 대세론도 결국 물거품처럼 스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오 의원 측은 공식 대응은 자제했지만 완전국민경선 방식의 대선 경선을 그대로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국민들의 완전한 참여가 보장된 공정한 경선을 치러야 흥행도 보장하고 정권 재창출도 이룰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전국 순회 민생 탐방 투어가 끝날 때까지 현안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가겠지만 경선 방식 관련 비박 연대는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親朴의 역공…“김문수·이재오 경선 희화화”

    여권 내 비박(비박근혜)계가 잇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의 ‘역공’이 시작됐다. 전날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정몽준 전 대표를 비난한 데 이어 2일에는 새누리당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비박계 대선주자들을 정조준했다. 이 비대위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대선 출마와 관련, “지지율이 1%, 2%, 심지어는 그것도 안 되는 분들이 저마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가겠다고 하면 잘못하면 경선 자체를 희화화시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너나없이 대선 후보에 출마하는 것은 기현상”이라면서 “대통령 경선 자체를 아주 우습게 만들어 버리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비대위원은 비박계 대선주자들을 한 명씩 거론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정몽준 전 대표에 대해서는 “2002년 대선 때 (후보단일화로)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당 대표로서 한나라당이 참패해 결국 당이 몰락하는 계기를 만든 사람이 아닌가.”라고 공격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같은 경우도 과거에 한때는 민중당인지 뭔지 했던 사람들이고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한 축을 이룬 사람들”이라면서 “자신들이 걸어 온 길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은 분들이 너나없이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현상은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비대위원은 조만간 대선출마를 밝힐 예정인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에 대해서는 “대통령 실장을 지냈다는 것, 특히 실패한 청와대의 실장을 지냈다는 것을 가지고 대통령 출마할 자격이 되는가. 그것도 굉장히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미 대권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 대해서는 “인천 재정을 파탄에 빠뜨려 2010년 지방선거 때 인천시장과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에서 완전히 한나라당을 전멸시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배려·참여의 장”… 성숙해진 대학 OT

    “배려·참여의 장”… 성숙해진 대학 OT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최근 단과대학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이나 환영회 등에서 여장 남자 공연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여성의 몸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남보라 총여학생회장은 “새내기들이 대학 문화를 처음 접하는 행사에서 성편향적·성폭력적인 요인을 없애기 위해 여장 남자 공연을 하지 말도록 하는 등의 수칙을 정해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학기를 맞아 대학마다 열리던 OT 및 신입생 환영회의 단골 메뉴였던 ‘여장 남자’ 행사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남학생들이 볼륨감을 살린 몸매에 짙은 화장을 하고 출전하는 미인대회, 패션쇼, 걸그룹 공연 등을 하는 놀이문화가 여성을 성적으로 희화화할 뿐만 아니라 성적 소수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자제하고 나선 것이다. 고려대 문과대는 학과마다 ‘보듬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성폭력 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 보듬이들은 여장 남자 공연을 하려는 학생들에게 다른 공연을 제안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유진주 문과대학생회 여성국장은 “여장 남자 미인대회 대신 스피드게임과 같이 여성도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 남아 있는 여장 남자 행사에 대해 불쾌감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서울대 3학년 정모(21·여)씨는 “여장 남자가 여성의 신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서울 모 대학교 2학년 최모(20)씨는 “얼굴이 예쁘장하다며 1학년 때 여장 남자쇼에 불려다녔다.”면서 “내 외모가 웃음거리가 되고, 여장을 강요당하는 느낌이 들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들은 남녀 모두 어울릴 수 있는 놀이문화 구상에 분주하다.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서는 행사 때마다 진행했던 학과별 구호 외치기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줄어들었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세를 과시하는 것이 남성 중심적 문화라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준량 연세대 사회과학대 부학생회장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문제점도 있어 단과대 전체 행사에서만큼은 구호 외치기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학에서는 남학생들이 도맡았던 짐 나르기에 여학생들도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혁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은 “남성은 힘쓰는 일, 여성은 주방일을 하는 성별 분업은 고정된 성 역할을 강화하기 때문에 성별과 관계없이 짐 나르기와 주방일·뒷정리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라·배경헌기자 sora@seoul.co.kr
  • 찰리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라고? 英정보국, 출생의 비밀도 못찾아

    찰리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라고? 英정보국, 출생의 비밀도 못찾아

    영국 국내정보부(MI5)가 1950년대 초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으로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1889~1977)의 출생 기록, 사생활과 관련해 뒷조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기밀 해제된 MI5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카시즘(광신적 반공주의)의 광풍이 불던 당시 FBI는 채플린을 공산주의 동조자로 확신하고, 국외로 추방하기 위한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려고 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MI5는 조사 결과 채플린을 위험 인물로 볼 만한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 당국은 1952년 채플린의 입국을 거부했고, 채플린은 스위스에 정착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미 의회는 자본주의를 비난하는 영화 ‘모던 타임스’와 독재자를 희화화한 ‘위대한 독재자’ 등에 출연한 채플린을 좌익 이념을 지지하는 대표 인사로 낙인찍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영국 정보기관조차 채플린의 출생과 관련한 어떤 기록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채플린은 생전 자신이 1889년 4월 16일 런던에서 뮤직홀의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부모에게서 태어났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채플린이란 이름의 출생 기록은 전혀 없었으며 FBI가 채플린의 본명일지 모른다고 주장한 ‘토른슈타인’에 관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보고서는 “채플린이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나 본명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앞서 영국 정부가 2002년 기밀 해제한 문서에서는 영국이 1956년 10월 채플린에게 기사 작위를 주려고 했지만 미국의 반감을 의식해 계획을 철회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채플린이 런던 출신이 아니라 버밍엄 근교의 집시촌에서 태어났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판사회의는 자성의 마당이 돼야 한다

    사법부가 근무성적 불량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판사 후폭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부지법 단독판사들이 서 판사 탈락의 잣대인 근무평정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모레 단독 판사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서울 북부지법 등 다른 재경 법원들도 동참할 분위기에서 사법부 내 갈등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판사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판사들의 자유다. 회의를 통해 근무평정이 됐든, 연임심사 제도가 됐든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명분이 맞고 시기가 적절하다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서부지법 판사들의 움직임은 순수한 행동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서 판사 개인문제가 아니라지만 서 판사 사태에 따른 실력행사나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서 판사는 자신의 재임용 탈락과 관련, 언론을 통해 “판사를 일반 기업의 정규직 직원보다도 못한 10년 계약직 신세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물론 사람의 죄를 묻고, 벌을 주는 법관은 다른 직업과 비견할 수 없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판사라는 자리가 철밥통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한번 법관은 영원한 법관’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세상이 변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법관 재임용 심사 제도는 더욱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무능하고 불성실한 판사는 당연히 걸러져야 한다. 퇴출이 없다면 고인 물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그 물은 썩게 돼 있다. 판사는 탄핵이나 금고(禁錮)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조차 요즘 시대에 유효한 것인지 이참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처럼 사법부의 권위가 추락하고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적도 없었다. 법관 스스로 부른 일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일부 판사들의 경박한 처신은 법관을 희화화했고, 사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일부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은 사회를 갈라 놓는 데 한몫했다. 연임심사가 잘못됐느니, 근무평정이 어떻느니 하며 집단 항의할 때가 아니다. 사법부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깊이 고뇌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먼저다.
  • 정부 “이적성 처벌” vs 네티즌 “사전 검열”

    정부 “이적성 처벌” vs 네티즌 “사전 검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의 ‘김정일 추모’를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찬반 격론이 일 조짐이다. 당국은 이적성이 뚜렷한 글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거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찰청은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김정일 추모 카페’ 2곳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9일 국가보안법에 근거해 인터넷과 SNS에 올라오는 ‘친북·종북’ 게시글을 중점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적성이 뚜렷한 글의 경우 감시 및 처벌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SNS에는 그의 사망을 애도하거나 그를 찬양하는 듯한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19일 “위대하신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근조 기간입니다. 상복을 입읍시다.”와 같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문제는 이런 글의 상당수가 장난이거나 조롱 또는 희화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해당 카페들이 이적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기존 판례에 비춰 이적성이 뚜렷한 글만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은 “김정일을 찬양·애도하는 글을 일일이 단속해 시민들의 혼란과 동요를 막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면서 “이는 사실상의 사전 검열로 이어져 헌법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글로 논란을 일으켰던 최은배(45·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인터넷 공간의 추모 움직임을 통제하겠다는 공안 당국의 방침을 ‘나치’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최 부장판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같은 의사소통기구를 주물럭거려 사고를 통제하는 나치와 비슷한, 반인권적 행태를 지적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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