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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순한 의도 없었다” 일베 자막 논란…워크맨 결국 징계

    “불순한 의도 없었다” 일베 자막 논란…워크맨 결국 징계

    스튜디오룰루랄라, 일베 자막 논란 제작진 징계 유튜브 인기 채널 ‘워크맨’이 일간베스트(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스튜디오룰루랄라는 결국 제작진을 징계하기로 했다. JTBC의 디지털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스튜디오룰루랄라는 지난 13일 ‘워크맨’ 유튜브 채널에 입장을 내고 “온라인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디지털 콘텐츠 제작진이 해당 자막으로 인한 파장을 예상치 못했다는 사실과 이런 상황을 야기한 관리 프로세스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관리자와 제작진에 책임을 묻고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제작진에 따르면 ‘노무(勞務)’라는 자막을 사용하는 과정에 정치적 함의나 불순한 의도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제작진은 일베라는 특정 커뮤니티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튜디오룰루랄라는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작 과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징계는 지난 12일 ‘워크맨’ 제작진이 내놓은 해명에 구독자들 반발이 가라앉지 않아 나온 조치로 보인다. ‘워크맨’ 시청자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여러 번 있었고, 제작진 해명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항의의 표시로 채널 구독을 해지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노무’라는 단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의 용어라는 지적에 대해 “사전적 의미인 ‘노동과 관련된 사무’의 뜻으로 전달하고자 했다”며 “해당 단어를 특정 커뮤니티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 중이라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워크맨’은 JTBC 아나운서 출신 장성규가 일일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면서 국내 다양한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웹 예능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코로나피자? 황색질병? 아픔 못 헤아린 ‘나쁜 풍자’

    코로나피자? 황색질병? 아픔 못 헤아린 ‘나쁜 풍자’

    프랑스 방송 이탈리아 코로나 피자 ‘풍자’伊 외교당국 항의에 홈페이지에서 삭제프 지역지 ‘황색조심’ 편집에 항의받기도英 왕세자 위기 공감 못한 농담에 뭇매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가운데, 일부 미디어가 질병 집중 확산국을 폄하하는 풍자나 조롱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감수성도 결여된 이런 행태는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들은 프랑스 방송 ‘카날+’이 지난달 29일 방영한 풍자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했다. 화덕 앞에 선 요리사가 기침을 해 피자 위에 초록색 타액 등 뱉는 등의 행동을 하자 이탈리아 국기 색인 초록색, 흰색, 빨간색을 넣은 피자가 완성된다. 여기에 자막은 ‘코로나 피자’라고 표출됐다.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코로나19의 집중 발생 지역이자 유럽 각국으로 질병을 확산시킨 발원지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사망자만 3000명이 넘는 비극이라는 점에서 생각이 부족한 풍자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풍자 프로그램이지만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이탈리아 국민을 이런 식으로 비웃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거센 반발에 카날+는 영상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하고 주프랑스 이탈리아 대사관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 이어 디 마이오 장관과 크리스티앙 마세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가 로마 중심가의 한 식당에서 피자를 나눠 먹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랑스의 과도한 풍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역 신문 르 쿠리에 피카르는 지난 1월 26일자 1면에 중국 여성 사진을 싣고 ‘황색 조심’이라는 제목을 달아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독일의 슈피겔은 지난달 1일자에서 신종 코로나를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로 표기해 중국에서 항의를 받았다.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포스텐도 지난 1월 27일 만평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의 다섯개 별을 신종 코로나 입자로 표현했다. 지난 2일에는 윌리엄 왕세손이 코로나19의 심각한 상황을 희화화하는 농담을 해 뭇매를 맞았다.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다면 기침을 하라”며 “다들 ‘너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곧 죽을 거다’라고 말하면 당신은 ‘아냐, 나는 그냥 기침을 한 거다’하며 해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코로나19에 너무 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미디어에서 과장되고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코로나19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비판이 현지에서 나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코로나19 확진자 행세’ 유튜버, 이번엔 “내가 신천지 교주다”

    ‘코로나19 확진자 행세’ 유튜버, 이번엔 “내가 신천지 교주다”

    부산의 지하철에서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하고 이를 찍어 유튜브에 올렸던 20대 유튜버가 이번엔 도심 한복판에서 “나는 신천지 교주다”라고 외치는 영상을 제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벼 강모(23)씨는 최근 부산 부산진구 서면 한복판에서 엎드린 채로 기어다니며 “나는 신천지 교주 이만희다!”라고 소리 지르는 영상을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강씨는 이 영상에서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개로 희화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면 의도적으로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연출해 이를 보고 불안해 하는 시민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한창 사람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강씨는 ‘경찰청장님도 제 구독자이십니다(고소장 직접 제출하심)’, ‘제가 진짜 신천지 교주입니다’ 등의 영상을 올렸다.경찰은 지난 19일 지하철에서 감염자 행세를 한 강씨를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지하철에서 코로나19 환자 행세하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씨는 이달 11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영상을 올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직업과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가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범행 당시 동영상이 확보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작다”면서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유튜버가 코로나19 상담전화 센터인 1339에 장난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광장] 총선 필승공식! ‘공천잼’ 보여 줘라/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총선 필승공식! ‘공천잼’ 보여 줘라/장세훈 논설위원

    4·15 총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의 경쟁 구도가 ‘인재 영입’에서 ‘인적 쇄신’으로 옮아 가고 있다. 대립과 갈등, 파행으로 점철된 지난 20대 국회의 민낯은 국민들로 하여금 ‘세대교체’에 대한 바람을 키우게 했고, 이를 정치공학적 용어로 바꾸면 ‘수직적 물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야는 국민에게 ‘공천잼(재미)’을 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선거의 3대 변수로 인물, 구도, 바람을 꼽는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구도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여야가 선거판세를 유리하게 짜려고 ‘프레임 전쟁’에 주력하는 이유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발로 ‘탄돌이’가 등장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뉴타운 바람을 등에 업은 ‘뉴타운돌이’가 등장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경제 민주화’ 프레임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2004년 열린우리당, 2008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 각각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현재 여당이 ‘야당 심판론’을,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각각 앞세우는 것도 프레임 전략이다. 다만 지지층을 결속할 수 있을진 몰라도 부동층을 흡수하는 확장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네거티브 선거전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야권통합은 불리한 판을 뒤집어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물론 ‘과거로의 퇴행’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떨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선거 프레임’이라는 정치공학적 용어를 다르게 표현하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거나 특징짓는 정신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시대정신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신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결국 후보와 정책 등에 해당 정당이 아닌 유권자들의 염원을 담아내야 한다. ‘작은 정치’는 세력만 구축하면 될지 몰라도 ‘큰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프레임은 새로운 인물의 국회 입성으로 귀결됐다. 이번 총선에서 인적 쇄신 프레임은 세대교체 프레임으로 더 구체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 언론사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역구 공천 신청자 1105명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전체의 86.6%를 차지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공천 신청자의 평균연령은 각각 57.2세와 56.6세다. 공천 신청이 곧 당선은 아니지만 역대 총선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17대 51.0세, 18대 53.7세, 19대 53.9세, 20대 55.5세)을 보면 여야는 ‘역주행’ 중이다. 여야의 공천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패배의 위기감이 감돌던 진보 진영에서는 ‘86세대 꼰대론’이 제기됐다. 이어 2017년 대선 이후 고배를 마신 보수 진영에서는 ‘젊은피 영입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른바 ‘운동권 족보’를 따지는 진보 진영, ‘이력서’부터 살피는 보수 진영이 각각 높은 기득권 장벽에 갇혀 있다는 반성이자 후배 세대를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깔려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공천을 통해 입증해야 할 대목이다. 여야는 공천 배제기준을 제시하고도 이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들의 공천 신청을 받아들인 채 어정쩡한 모습이다. 부적격자에 대한 ‘우격다짐’식 공천은 내부 갈등의 원인이 되고, 결과적으론 필패의 공식이 된다. 공천관리기구의 ‘영’(令)이 바로 서려면 원칙에 걸맞은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또 부산에서 거듭 출마한 ‘바보 노무현’에서 출발해 20대 총선에서 이정현(전남 순천), 김부겸(대구 수성갑) 당선으로 상징되는 ‘지역주의 타파’의 정신이 지금은 ‘험지 출마’라는 정치공학적 언어로 희화화되고 있다. 후보자 선정에 민의를 담겠다는 상향식 공천의 취지는 사라지고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나’를 따지는 여론조사 경선으로 둔갑하고 있다. 세력 챙기기와 의석수 확보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대 총선을 돌이켜 보면 볼썽사나운 공천 다툼으로 시작해 유권자들의 충격적인 심판으로 끝났다. 총선 때마다 ‘이변’이 연출됐고, 이변을 연출한 주인공은 늘 유권자였다. 여야는 그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건지 새까맣게 잊은 건지. 총선 필승공식을 찾는다면 국민들에게 ‘공천잼’부터 느끼게 해야 한다. shjang@seoul.co.kr
  • 볼썽사나운 ‘철새’들에 찬사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볼썽사나운 ‘철새’들에 찬사까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발’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이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 행태를 이어 가고 있는 한국당 역시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찬열(경기 수원갑)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건 ‘코미디’로 희화화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바른미래당 당권파 측에 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핵심 인물이다. 이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당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향해 “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원이 먼저 한국당에 투항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조국 사태’에 대해 질의를 하던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막기도 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 의원은 지난 12일 한국당 의총에서 입당 인사말을 하며 “(교육위 소속) 전희경, 김현아, 곽상도 의원님, 제가 언짢게 한 게 있다면 크게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또 “(총선) 턱밑에서 입당하게 됐다. 공천을 주신다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이에 심재철 원내대표는 “격하게 환영한다. 좌파독재를 막으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화답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의원을 보내기 위한 한국당의 꼼수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인 이종명 의원을 지난 13일 갑자기 제명했다. 이 의원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망언을 했을 당시 “제명시키라”는 국민적 분노에 눈감았던 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한국당을 위해 하루아침에 꼼수 제명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새로운보수당 정운천 의원도 지난 14일 느닷없이 탈당계를 내고 미래한국당으로 갔다. 미래한국당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한국당 의원들을 대신해 총대를 멘 셈이다. 정 의원의 입당으로 현역 5명이 된 미래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1분기 경상보조금 5억 5000만원 이상을 손에 쥐게 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가 극단으로 흐르면서 상식까지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이찬열까지 받은 한국당…보수통합 명분은 어디

    이찬열까지 받은 한국당…보수통합 명분은 어디

    더불어민주당의 ‘임미리 고발’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이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끄러움 모르는 정치 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찬열(경기 수원갑)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건 ‘코미디’로 희화화하기 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운 핵심 인물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는데 이 의원 등 당권파가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1표 차(찬성 12명·반대 11명)로 추인하며 관련 절차는 급물살을 탔다. 이 의원 선택의 무게감이 남다른 이유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동물국회’까지 재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고소·고발을 당했다. 4·15 총선을 앞둔 현재는 ‘공수처 폐지’를 사실상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의원들을 향해 “의총에서 투표로 결정된 패스트트랙을 막겠다는 행태가 한국당 의원인지 바른미래당 의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유승민 의원은 꼭두각시들을 데리고 한국당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의원은 보수통합을 진행 중인 유승민계 의원들보다 먼저 한국당과 손을 잡았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교육위 회의를 진행하며 ‘조국 사태’에 대한 질의를 하던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을 막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이 의원은 지난 12일 한국당 의총에서 “(교육위 소속) 전희경, 김현아, 곽상도 의원님. 혹시 제가 그동안 언짢게 한 것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크게 용서를 구한다”며 “수원에서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 저 혼자라도 당선이 되겠다. 공천을 주신다면 감사하다”고 밝혔다.‘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이 의원 입당에 대해 심재철 원내대표는 “격하게 환영한다. 좌파독재를 막기 위해 대통합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화답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의원을 보내기 위한 한국당의 꼼수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망언을 한 비례대표 이종명 의원은 지난 13일 의총에서 제명됐다. 강한 징계를 해야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요구에 1년 가까이 침묵하던 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한국당을 위해 하루 아침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새로운보수당이었던 정운천 의원은 지난 14일 느닷없이 탈당계를 내고 미래한국당으로 갔다. 정 의원은 “보수 승리와 전북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사실상 미래한국당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한국당 의원들을 대신해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의 입당으로 현역 5명이 된 미래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1분기 경상보조금 5억5000만원 이상을 확보했다. 비판에 대한 과잉 대응도 문제다. 한국당은 최근 황교안 대표의 ‘1980년 사태’ 발언이 5·18 민주화 운동을 지칭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자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는 각종 이합집산이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명분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치가 극단으로 흐르면서 정당들이 국민 상식과는 어긋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유명해지고 싶어서” 감염자 행세 유튜버 구속영장 기각

    “유명해지고 싶어서” 감염자 행세 유튜버 구속영장 기각

    법원 “주거 일정, 범행 시인, 증거 확보로 구속 필요성 없어”구속영장 신청 뒤 ‘경찰 조롱’ 영상 올렸지만 법정서 “반성”경찰 “신종코로나 관련 반사회적·불안유발 행위는 계속 엄단”유명해지고 싶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행세를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린 20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경찰은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반사회적 행동이나 시민 불안을 가중하는 행위, 가짜뉴스 등 허위사실 유포 등은 앞으로도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웅 부산지법 서부지원 부장판사는 11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모(23)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직업과 주거가 일정하고 피의자가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범행 당시 동영상이 확보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작다”면서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명해지고 싶었다”고 말한 데 이어 조사를 받고 경찰서를 나서는 모습도 브이로그(일상을 담은 동영상)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강씨는 경찰의 영장 신청 이후에도 도리어 영장을 신청한 경찰을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강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구속영장 두렵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합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초반부에 강씨는 구속 두려움에 떠는 척 연기하고, 자신의 바지에 물을 부으면서 “너무 무서워서 오줌을 쌌다”며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을 희화화했다. 영상 중반부터는 자신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을 조롱하고 영장을 신청한 경찰을 ‘견찰’(개와 경찰 합성어)이라며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강씨는 왜 반성을 하지 않느냐는 누리꾼들 질타에 박장대소하며 “이런 진중한 상황에 웃으면 안 되는데 반성하는 중입니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전 장애인입니다. 제발 그만 좀 악플 다세요”라는 후속 영상을 올려 누리꾼들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경찰은 강씨의 이러한 영상까지 법원에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린 법정에서 강씨는 “다시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쯤 부산 도시철도 3호선 전동차에서 갑자기 기침하며 “나는 우한에서 왔다. 폐렴이다.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라”며 신종 코로나 감염자 행세를 하고 이를 동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유튜브 개인 채널에 올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말도 많은 미래한국당 오늘 출범… ‘정치 우롱’ 비판 거세 성과 미지수

    말도 많은 미래한국당 오늘 출범… ‘정치 우롱’ 비판 거세 성과 미지수

    한선교 대표 “비례 47석 중 20석 목표” 보조금 염두 의원 5명 이상 늘릴 계획 황 대표 고발한 민주·정의당 우려 시선자유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항하기 위해 창당을 추진한 미래한국당이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다. 논란 끝에 ‘비례위성정당’이 현실화되자 여야는 이 당이 실제 미칠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이 ‘자체 공천’을 내세우는 등 변수도 적지 않은 데다 ‘정치 희화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 어떤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이 미래한국당 대표로 투입한 4선 한선교 의원은 창당대회 당일 대표로 정식 추대된다. 미래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는 한국당 홈페이지를 통해 인턴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도 올렸다. 미래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분기 경상보조금 지급일(15일)을 고려해 13일까지는 현역 의원을 5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보조금은 약 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어 분당이 본격화된 바른미래당(19석)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하면 미래한국당은 정당 투표 용지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다. 창당하자마자 다수 현역의원과 자금을 확보한 원내 3당으로 튀어오르는 셈이다. 한 의원은 4일 통화에서 “비례 47석 중 20석 획득이 목표”라며 “독립된 정당으로서 자체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려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의원이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라인’으로 통하는 만큼 별도 공천을 하더라도 황 대표의 의중을 대부분 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불출마까지 선언한 한 의원이 ‘본가’의 말을 전부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공천 과정에서는 물론 선거 후 재합당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당내에서도 “황교안 체제에 힘을 더하겠다”며 불출마를 결심한 한 의원이 이제 와서 독립 공천을 외치는 점, 한국당 영입 인재들이 비례 공천을 받으려면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모양이 우습게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황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을 준비하지 않지만 만약 이번에 한국당이 이득을 본다면 앞으로는 우리도 그런 식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비례의석이 크게 늘 것이라 기대했던 정의당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전략이 성공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이 정의당이다. 하지만 정의당 관계자는 “한 의원이 대표를 맡은 미래한국당은 인지도가 낮아 위성정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주원기자의 軍고구마] 軍 경례 구호는 왜 부대마다 다른 걸까?

    [이주원기자의 軍고구마] 軍 경례 구호는 왜 부대마다 다른 걸까?

    대부분의 남성이 거쳐 가는 군대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었을 법한 군의 고구마같은 모습을 약칭 ‘軍고구마’를 통해 사이다같이 밝혀 드리겠습니다. “필승! Yes I can!” (박명수) “…엎드려!” (흑곰 교관) 박명수가 경례를 힘차게 외쳤는데도 얼차려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경례 구호를 잘못 외쳤기 때문”이다. 2017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의 서툰 훈련소 생활을 다룬 ‘진짜사나이’ 편이 방송됐다. 박명수가 ‘I can do!’라는 경례 구호를 ‘Yes I can!’으로 잘못 외치는 바람에 모두가 얼차려를 받은 장면은 큰 웃음을 선사했다. 덕분에 육군 30사단의 독특한 경례 구호도 유명세를 탔다. 경례는 군인의 엄중하고 단정한 인사법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및 부대와 상관에 대한 복종과 충성의 의미가 담겼다. 군에서는 항상 절도 있는 자세로 경례를 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30사단의 경례구호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희화화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더라도 국군 부대 경례 구호에 왜 영어가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례 구호가 너무 길어 보다 짧고 간결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송 이후 30사단은 경례 구호에서 영어를 빼버렸다. 지금 30사단의 경례 구호는 원래대로 ‘필승’으로 되돌아갔다. 경례 구호는 부대 지휘관이 교체되면서 아예 바뀌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6사단의 구호는 ‘필승’이었다가 ‘청성’으로 변경됐다. ‘청성부대’라는 부대의 별칭을 따온 것이다. 이밖에도 맹호, 단결, 북진, 백마 등 현재 약 수 십여가지의 경례 구호가 사용된다고 한다. 이처럼 경례 구호가 부대마다 다르고 자주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군의 경례 관련 지침(육규 120 병영생활 규정 제19조 경례)을 살펴보면 기본 경례구호는 ‘충성’으로 하되 장성급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변경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충성’을 사용하면서도 지휘관의 지휘의도와 각 부대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준 것이다. 이런 방법은 부대원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인다. ‘백골’, ‘이기자’ 등 경례만 들어도 어떤 부대인지 알 수 있는 소위 ‘메이커’ 부대의 구호가 대표적인 것이다. 반면 ‘I can do’ 처럼 뒷말을 낳게 하는 구호도 있다. 지금은 해체된 26사단은 한때 ‘공격!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썼다. 당시 장병들 사이에서는 ‘대체 공격과 사랑이 어떤 조합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다른 일부 부대들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군 관계자는 “이성과 업무 차 통화할 때나 지휘관에게 사랑한다는 구호를 쓰면 기분이 이상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례 구호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육군사관학교는 ‘통일’이란 경례구호를 사용해 오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충성’으로 변경했다. 당시 진보적인 대북정책 기조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해석됐다. 그 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다시 통일로 환원하고자 했지만 무산됐다. 육사 외에 ‘통일’ 구호를 사용하는 부대도 많았지만 현재는 그 수가 줄었다. 정치적 함의가 다분한 ‘멸공’이라는 경례구호도 일부 사단에서 사용됐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2014년 국방부는 전군의 경례 구호를 통일하려고 시도했다. 모두 같은 경례구호를 사용해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이었다. 또 부대마다 경례가 중구난방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일부 부대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용에 들어가 ‘충성’ 경례구호를 일괄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각 부대마다 전통을 지켜달라는 지휘관들의 강한 반발이 나왔다. 예비역들까지 반발에 나서자 국방부는 계획을 철회할 만큼 경례 구호는 많은 뒷말을 불러 일으켰다. 미군의 경우는 어떨까. 미군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일반적으로 경례구호를 따로 붙이지 않지만 일부 전투부대는 전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미2사단은 “Second to none”(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이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미군도 구호는 지휘관의 재량에 따라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우리 군과는 달리 상관이 먼저 하급자에게 경례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군 관계자는 “인사 차원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경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복종과 충성의 의미를 크게 담고있는 우리 군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23조는 “경례는 엄정한 군기를 상징하는 군대예절의 기본으로 항상 엄숙, 단정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부대 전통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구호를 외치더라도 ‘군인의 멋’이 담긴 만큼 경례가 희화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국가혁명배당금당’ 예비후보 785명 최다… 182명 전과자

    ‘국가혁명배당금당’ 예비후보 785명 최다… 182명 전과자

    선거운동원 활용·기탁금 환급 전략 꼼수 녹색당·미래당은 0명… “정책으로 승부”4·15 총선 예비후보를 가장 많이 내세운 정당은 국가혁명배당금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은 전국 지역구 의석의 3배가 넘는 785명을 등록시켰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배당금당 예비후보 규모는 더불어민주당(410명)과 자유한국당(421명)을 합친 것과 비슷했다. 전체 예비후보 등록자 1846명의 42.5%다. 17개 시도 중 광주, 울산, 전북, 전남, 제주를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최다 예비후보를 배출했다. 이는 지역구 예비후보들을 사실상 당 이름을 알리는 선거운동원으로 활용해 비례대표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3%의 벽만 넘으면 원내정당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비후보 기탁금의 국가 귀속은 헌법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이런 전략에 날개를 달아줬다. 배당금당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기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선관위 답변을 ‘긴급공지’로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예비후보의 범람이 선거를 희화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당금당 예비후보 182명은 강제추행치상, 성폭력특례법 위반 등 전과가 있다. 반면 역시 비례 득표를 노리는 녹색당과 미래당 등은 예비후보가 0명이다. 무리하게 지역구 예비후보를 등록해 정당 이름을 알리는 대신 선거운동의 제한이 있더라도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당 김소희 공동대표는 “지역구 공식 후보가 되면 기탁금만 해도 1500만원이다”면서 “소수정당 후보가 득표율 10%(선거비용 반액 반환), 15%(전액 반환)를 넘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나치도 유대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지

    나치도 유대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지

    ‘조조래빗’ 독일인 소년·유대인 소녀 ‘세상 끝 동물원’ 생체실험당한 쌍둥이 어린아이 눈으로 바라본 나치·전쟁 참상 그 속에서도 빛났던 인간의 존엄성 전해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 75년, 그간 나치의 참상을 조명한 작품들은 수없이 탄생했다. 최근 유대계 감독·작가들 손에서 나온 이 작품들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영화 ‘조조 래빗’과 어피니티 코나 작가의 소설 ‘세상 끝 동물원’이다. ●‘기생충’ 제치고 토론토서 관객상 ‘조조래빗’ 새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조조 래빗’은 아돌프 히틀러를 우상으로 품고 사는 열살 소년 조조의 얘기다. 전쟁 열기에 한껏 고무된 독일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병정놀이하듯 유쾌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매켄지 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와이티티 감독이 직접 연기한 히틀러는 과장된 액션으로 아이를 어르고 달랜다. ‘수백만 목숨을 앗아간 전범을 희화화해도 되는가’라는 의문에도, 아이의 상상 속 인물이기에 심리적 방어기제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뿔과 꼬리가 있는 유대인’ 같은 허무맹랑한 우생학을 주장했던 히틀러를 상기하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아이러니로 똘똘 뭉친 게 전쟁일 터. 영화는 ‘희로애락을 가득 담은 롤러코스터’(빅토리아 애드보케이트)라는 외신 평처럼, 러닝타임 108분 동안 인간이 가진 모든 감정을 끄집어내 고양시킨다. 지난해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 등을 제치고 관객상을 수상했고, 새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미국 작가 어피니티 코나의 소설인 ‘세상 끝 동물원’(문학동네)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체실험을 강요당한 쌍둥이 소녀의 눈을 통해 홀로코스트를 증언한다. 서로의 생각을 모두 공유하는 열두 살 쌍둥이 펄과 스타샤는 우생학 연구에 골몰하던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눈에 들어 ‘동물원’이라는 막사로 간다. 실제로 멩겔레는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유전적으로 특이한 아이들 특히 일란성쌍둥이 1500쌍을 대상으로 한 잔악무도한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이다. 스타샤는 스스로를 멩겔레의 실험 대상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로 여기고, 그 대가로 할아버지와 엄마가 수용소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지만 갑자기 사라진 펄 앞에서 절망한다. ●손자뻘 유대계 감독·작가들의 작품 이들 작품을 만든 와이티티 감독과 코나 작가는 둘 다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유대계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유대인 어머니를 둔 와이티티 감독은 어려서 인상 깊게 읽었던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갇힌 하늘’을 각색해 ‘조조 래빗’을 만들어 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코나 작가는 생체실험 생존자 쌍둥이의 증언록 ‘불길의 아이들’을 읽고 10여년 조사와 집필 끝에 2016년 ‘세상 끝 동물원’을 발표했다. 끝끝내 살아남은 선대 이야기에서 이들이 상기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다. ‘조조 래빗’의 조조와 친구 요키는 어른들이 지은 괴담에 맞서 유대인들도 다 똑같은 인간임을 일찌감치 깨닫는다. ‘세상 끝 동물원’ 속 두 자매 옆에는 허기를 달래는 법을 알려 주는 씩씩한 알비노 소녀, 아이들이 좀더 오래 살아남도록 신상정보를 조작하는 일명 ‘쌍둥이 아빠’가 있다. 여기에 두 작품 모두 ‘춤’으로 인간의 자유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조조의 집에 갇혀 지내던 엘사가 해방의 그날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도 춤이며, 우리에 갇혔던 펄이 끝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던 것도 양심적인 의사 미리가 준 탭 슈즈였다. 아이들에게서 부모, 형제와 함께 춤을 앗아간 전쟁에 대한 반성이 이들 작품에 오롯이 녹았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울광장] 연동형비례대표제 200% 활용법/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연동형비례대표제 200% 활용법/박록삼 논설위원

    천신만고(千辛萬苦). 만시지탄(晩時之歎). 사필귀정(事必歸正). 용두사미(龍頭蛇尾). 어떤 사자성어로 수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오는 4·15 총선에서 처음 적용된다. 2018년 12월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합의할 때만 해도 새로운 민주주의 세상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국회에서 보여 준 기가 막힌 지리멸렬함은 굳이 더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민의의 왜곡을 막고 표의 평등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는, 일단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당초 기대에서는 많이 벗어났고 퇴색됐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저항하며,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고 역행시키기 위한 시도는 집요하기만 하다. ‘비례○○당’과 같은 위성정당인지 괴뢰정당인지를 설립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1차 꼼수는 지난 13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괴뢰(傀儡)라 함은 형식상으로는 독립적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단체에 종속돼 그의 말을 따르는 단체나 정권을 말한다. 하지만 선관위 제동에도 불구하고 ‘미래한국당’이라는 이름의 창당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년 넘는 동안 파행 끝에 나타난 해프닝만으로 여기기에는 뒷맛이 너무 씁쓸하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과제이자 지향점이다. 하지만 법과 제도 만으로는 이렇듯 허망하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는 1987년 체제 이후 오랫동안 겪어 왔다. 진짜 제도의 완성은 주권을 가진 시민의 몫이다. 온갖 저항 속에 어렵사리 미흡하게나마 만들어진 제도다. 이조차 희화화하고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시민이 나서서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참여하고, 감시하고, 심판해야 한다. 4·15 총선이 세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정당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았다. 정당정치의 문화가 부재하다시피 한 우리 현실에서 어떻게 진행될까. 공천 절차에 한창인 정당마다 크고 작은 잡음이 들려온다. 비례대표 일부는 나름의 기준으로 전략공천을 하고, 나머지는 공정성에 의문을 남기는 여론조사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정의당이 과거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 방식처럼 비례대표 선발에 개방형국민경선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시간의 한계, 제도의 미비 등으로 인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당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을 싸잡아 욕하는 것은 당장은 통쾌할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시민들의 역할이 될 수 없다. 투표에 적극 참여해 누군가를 지지하고, 누군가를 심판하는 역할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요체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당 참여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에 참여하며, 정당의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시민들의 삶에 굳게 뿌리를 내리는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진짜 풀뿌리 민주주의는 꼭 지방자치가 아니라도 시민의 구체적인 참여와 실천만 있으면 정당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정당정치 참여는 연동형비례대표제 활용법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또 다른 활용법이 있다. 다수의 노동자, 농민, 서민, 청년들은 아주 오랫동안 부자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곤 했다. 그렇게 계급 배반 투표를 해오다가 아예 정치 냉소로 돌아서버린 것은 그들 탓이 아니었다. 자신의 계급과 계층, 삶에 기반한 구체적인 요구를 담아낼 정당과 국회의원이 없었던 탓이다. 예컨대 청년 실업 문제를 실천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가칭 ‘청년당’이 있거나, 농민기본소득과 생태농업에 대한 담론을 실천하는 ‘농민당’이 있거나, 도시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빈민당’이 있다면 어땠을까. 과거에는 제도권 진입이 어려웠겠으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된 마당에는 이제 승산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목표를 가진 정당이 탄생하고, 이들 정당에서 시민들이 당원 활동을 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시작된 만큼 특수목적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해 민생과 관련된 법안을 만드는 현실을 얼마든 꿈꿀 수 있다. 이는 정치 문화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거대 양당 중심의 획일적 가치 혹은 삶과 유리된 정치가 아닌, 다양성을 보장하는 연대의 정치 말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그때 비로소 시작된다. youngtan@seoul.co.kr
  • [이슬기 기자의 볼까말까]설 영화 3대장을 분석한다

    [이슬기 기자의 볼까말까]설 영화 3대장을 분석한다

    설 대목을 앞두고 일제히 개봉한 한국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가족들과 보든 혼자 보든 아주 약간의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미스터 주: 엉성하지만 착한 애 드디어 한국에서도 동물과 대화한다는 설정의 실사 영화가 등장했다. 그것도 오랜 기간 관련 분야 공력을 쌓아온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에 뒤이어. 이성민과 셰퍼드 종의 개 ‘알리’가 주연한 영화 ‘미스터 주’다. 영화는 국가정보원의 베테랑 요원인 주태주(이성민 분)가 군견 알리와 함께 중국에서 특사로 파견된 팬더의 행방을 쫓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갑자기 얻게 된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러닝 타임 113분 중 앞의 1시간은 지루하다. 동물이 말을 한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숨쉴 새 없이 웃음 포인트가 터져 나와야 하는데 영 느슨하다. 부장 검사, 국회의원 등 고위직 전문 배우였던 이성민의 좌충우돌 연기는 어딘가 모르게 익숙치 않고, 팬더 탈 쓰고 슬랩스틱을 벌이는 후배 요원 역의 만식(배정남 분)은 안타까우리만치 민폐 캐릭터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다채로운 동물 목소리 캐스팅이다. 평생 쳇바퀴만 굴리는 햄스터 역에 이순재, 기막히게 로또 번호를 점찍는 흑염소 역에 이선균, 근육질 수컷 고릴라를 밝히는 암컷 고릴라 역의 이정은 등은 싱크로가 높다. 이성민이 극찬해 마지 않았던 알리의 연기도 볼만하다. 아쉬움이 많지만, 영화의 착한 메시지만큼은 새겨들을 만하다. 영화 후반부, 딸이 데려온 고양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던 비정한 아빠 주태주의 개과천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거나 현재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후반부, 한 줄기 눈물 방울이 흐를 법하다. 이성민 스스로도 “애들 영화”라 한 만치, 아이들 손 잡고 보기 좋겠다. 별점 ★★●히트맨: ‘용두사미’ 액션 코미디 ‘방부제 액션 스타’ 권상우가 이번에는 골방 웹툰 작가가 됐다. 절대 평범한 작가일 리 없다는 관객들의 의심처럼 이 작가, 과거가 화려하다. 국정원에서 비밀리에 키워 온 암살요원 ‘방패연’의 일원 ‘준’이 그의 과거다. 어렵사리 국정원에서는 탈출해 자신의 꿈이었던 만화가의 길을 가지만, 흥행 참패 악플 폭발. 쉽지가 않다. 그가 술김에 맘 놓고 그린 그 시절에 관한 웹툰은 아내(황우슬혜 분)의 클릭 한 번에 업로드되고 그 만화로 준은 일약 ‘히트맨’이 된다. 동시에 숨겨뒀던 과거도 팝업되면서, 국정원과 그의 소싯적 숙적 모두 그를 쫓는다. 믿고 보는 권상우표 액션은 웹툰적인 상상력이 가미되면서 더욱 화려해졌다. ‘방패연’의 리더였던 천덕규(정준호 분)와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중후반부부터 해도해도 너무한 헐거운 경비의 국정원과 시종일관 고함만 버럭버럭 지르는 보스 형도(허성태 분)의 존재는 안쓰럽다. 여기서부터 급격히 서사에 힘을 잃으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아내와 어린 딸을 지키려는 준의 고군분투와 가족애까지는 알겠는데, 가족중심주의가 지나쳐 혼자 사는 천덕규 같은 인물을 희화화하는 장면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영화가 끝나도록 머리를 맴도는 대사 하나, ‘방패연’ 꿈나무를 물색하기 위해 찾아온 덕규에게 어린 준이 하는 말이다. “만화를 그리면 기분이 좋아져요.” 결국 ‘하면 기분 좋은 일’을 따라 살려던 준이 겪는 풍파가 영화의 골자다. 희대의 유행어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를 떠오르게 한다. 별점 ★★☆●남산의 부장들: 스포의 사전 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격으로 사망하기까지, 40일을 그린 영화다. 여기까지는 전혀 흥미가 안 생긴다. 한국인이라면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여기에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을 얹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산의 부장들’은 올림푸스 신전에 오른 그리스 신들의 대전을 보는 듯 이들 연기가 주는 팽팽함이 영화를 압도한다. 박 대통령에게 방아쇠를 당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모티브로 한 김규평 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는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내비친다. 김형욱을 모티브로 한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장 역의 곽도원은 외모부터가 흑백 사진 속 실존 인물과 거의 똑같다. 박통을 연기한 이성민은 전혀 다른 외모임에도 뉘앙스와 아우라로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존재감을 지녔다. 영화는 독특하게 그들끼리는 ‘혁명’이었던 5·16 군사정변 등을 말하면서도 그 흔한 회상신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 굴곡진 역사를 배우들의 대사로만 처리한다. 제공되는 각 배역들의 전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에 김규평이 박통을 살해하기까지, 이해가 덜 되는 측면도 있다. “관객들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감독님이 일부러 차갑게 연출한 것 같다.” 청와대 경호실장 곽상천을 연기한 이희준의 말을 상기하면 마지막 장면까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다 아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재밌다, 스포의 사전 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 주는 영화다. 영화의 결말 뿐이 아니라 과정 자체도 영화니까. 별점 ★★★★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기는 호주] “호주가 불타고 있다”…시드니 시청에 몰려든 대규모 시위대

    [여기는 호주] “호주가 불타고 있다”…시드니 시청에 몰려든 대규모 시위대

    “나라가 불타고 있다!”, “총리는 물러가라“ 지난 10일(현지시각) 오후 5시 30분 시드니 시청 앞에서 산불 대처를 촉구하는 기후변화 시위가 열렸다. 현재 호주는 산불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피해지역이 이미 남한 면적을 초과한 상태로 26명의 인명피해와 10억 여 마리의 야생동물이 사망하는 최악의 자연재해을 겪고 있다. 시위가 시작되기 두어시간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시드니 시청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문구와 그림이 담긴 피켓을 들고 삼삼오오 시청 주변에 집결했다. 가족이 함께 온 모습도 보이고 반려견과 참석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시민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부족한 산불 대처로 비난을 받고 있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희화화 하는 문구와 그림이 많았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를 촉구하는 문구가 주를 이루었다. 이번 화마로 기능적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코알라 인형과 그림들도 시선이 모아졌다. 오후 5시 30분경 시위가 시작하면서 모여든 시민들로 최근 개통을 시작한 경전철이 운행을 멈추었고, 시청 앞 조오지 스트리트과 파크 스트리트 주변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드니 시위 참가 인원은 약 3만여 명으로 추산됐다.이번 시위를 주도한 ‘환경단체 멸종저항’과 ‘기후 정의를 위한 대학생 모임’이 구호를 선창하면 시민들이 호응을 하면서 시드니 중심가가 큰 함성으로 메아리쳤고 때로는 재미있는 구호에 웃음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장 많이 들리는 구호는 '나라가 불타고 있다' 와 '스콧 모리슨 총리를 파면하라'였다. 한 시민 참가자는 "여기에 모인 사람을 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불 대처와 기후 변화를 촉구하는지. 우리는 정부의 신속한 행동을 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 정의를 위한 대학생 모임’은 이날 페이스북에 "기후 범죄자들에게 댓가를 치르게 하자"며 "우리는 계속해서 정부를 압박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시청 앞에서 한동안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은 6시 경부터는 파크 스트리트를 가로지르는 시위행렬로 이어졌다. 안전 보호를 위한 경찰이 있었지만 특별한 충돌 없이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시위 행렬은 마치 축제 행렬을 하듯이 이어졌고 오후 8시경 시위 행렬을 마친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김경태 시드니(호주)통신원 tvbodaga@gmail.com
  • ‘연동형’ 겨냥 비례한국당 현실화 눈앞 비례민주·비례정의당 ‘선점’ 가능성도

    ‘연동형’ 겨냥 비례한국당 현실화 눈앞 비례민주·비례정의당 ‘선점’ 가능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노린 위성정당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비례한국당’을 창당해 이 선거제의 문제점을 내년 총선에서 증명해 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선거제의 맹점을 드러내기 위해 제도 허점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은 26일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전담 정당을 창당할 계획이다. 조만간 ‘비례한국당’ 이름을 선점한 최인식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장과 뜻을 함께할지 여부를 타진한다. 비례한국당 이름을 가져오지 못하면 새 당명으로 비례정당을 만들 예정이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내년 총선에서 이 해괴한 선거법이 반헌법·반문명적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 23일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버티며 표결을 지연하고 있지만 통과는 시간문제다. 민주당은 26일 시작하는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이미 제출했다. 비례한국당 카드가 현실화되면 선거판은 요동칠 전망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한국당만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비례 47석 가운데 20석 이상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다른 정당에서도 비례전담 정당 카드를 꺼내면 의석수는 크게 흔들린다. 유권자들이 선거제를 희화화한 책임을 물을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지역구 후보는 한국당을 찍고 정당투표는 비례한국당에 정확하게 몰아준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비례한국당이 투표용지에서 한국당 순번과 같은 ‘2번’을 받기 위해서는 의원 약 30명이 ‘비례한국당’으로 이적해야 한다. 한국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비례민주당·비례정의당 이름도 선점해 위성정당으로 만들어 선거운동에 나서면 선거판이 더 흔들릴 것”이라며 “그만큼 위험한 제도”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황교안, 文에 “감당할 수 없으면 내려와”…4+1 합의 ‘악법’ 규정

    황교안, 文에 “감당할 수 없으면 내려와”…4+1 합의 ‘악법’ 규정

    “연비제하면 정당 100개 생길 것”“공수청, 대통령에 충성하는 초법 기관”심재철 “공수처, 한국판 게슈타포될 것”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최종 합의한 것을 두고 “장기 집권을 위한 반민주 악법”이라며 결사 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황 대표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감당할 수 없으면 내려오라”며 사죄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잘못했으면 국민 앞에 사과하라. 국민의 요구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황 대표는 또 한국당이 정한 ‘7대 국민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즉각 답하라고 요구했다. 황 대표는 7대 의혹에 대해 “예산안 날치기는 잘 됐다고 생각하나”, “연동형 비례제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거법인가”,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한 선거개입을 어디까지 알았나”,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을 알고 있었나” 등을 주장했다.그는 규탄대회를 마치면서 “나라 망치는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국민의 질문에 즉각 답변하라” 등의 구호를 선창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규탄대회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100여개의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제 키보다 더 큰 투표용지로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기존 투표 용지와 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된 투표 용지의 길이를 늘어뜨려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게 정말 나란가. 우리 선거를 희화화하고,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게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선거가 엉터리가 되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따라서 우리는 결사적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야당이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악법”이라면서 “대통령에 충성하는 초법적 권력기관을 만드는데,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조금이라도 동조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심재철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수처에 대해 ‘한국판 게슈타포’라고 비난했다. 심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공수처에 대해 “한국판 게슈타포가 될 것”이라면서 “무시무시한 게슈타포 같은 권력을 통해 바라는 것이 바로 좌파독재 아니겠나. 우리는 좌파독재 공수처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에 대해 “내가 던진 한 표가 지역구에서도 비례에서도 다 계산돼 표의 등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연동률이 50%가 됐든, 10%가 됐든, 무조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런 헌법 위반 제도를 민주당과 2·3·4·5중대 국회의원들이 눈 딱 감고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바로 장기집권을 위해서”라고 비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국당 ‘비례한국당’ 꺼낸 까닭은…“절대 손해 안본다”

    한국당 ‘비례한국당’ 꺼낸 까닭은…“절대 손해 안본다”

    한국당 “위성 정당 만들면 20석 확보” 포석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 협의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카드로 맞섰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이 통과되면 한국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고, 위성 정당인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모아준다는 것이다. 여야 4+1은 “후안무치한 권모술수”, “국민이 우습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일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연합 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공식석상에서 ‘비례한국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4+1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연동형 적용 대상 비례대표 상한(캡) 30석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한 상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정당은 현행 선거법과 비교해 총선에서 의석수 손해가 불가피해진다. 이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손실을 ‘비례한국당’으로 막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한국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고, 위성 정당 격인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비례대표를 노린다는 것이다. 선거운동도 ‘지역구는 한국당, 비례대표는 비례한국당’으로 분할 투표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비례한국당’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대표로 내세우고 대거 의원들을 이동시켜 총선에서 한국당은 ‘기호 2번’을 유지하면서 ‘비례한국당’은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비례한국당’이 정당 득표율 20%를 기록하고 다른 정당들이 직전 총선 득표율을 얻으면, ‘비례한국당’은 20석 정도의 비례대표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에서는 보정을 통해 16석을, 연동형이 적용되지 않는 비례대표 20석에서는 단순 배분을 통해 4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위성 정당만 만들면 손해는 아니다”라는 판단으로 4+1을 압박하겠다는 포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국당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우려도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다. 우리 당 의석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제 의원총회에서도 위성 정당 문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위성 정당에 비례대표를 몰아주지 않으려면 ‘연동형 캡’을 30석 아래로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으로 “선거법 협상에는 임하지 않고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려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자당의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후안무치한 권모술수”라며 “한국당은 당장 협상에 임해 정도를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제외한 야권은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비례한국당’ 논쟁으로 어렵게 합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도는 모습이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총회는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곳인가. 항간의 뜬 소문으로만 여긴 ‘비례한국당’이 원내대표 입에서 공식 언급되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국민이 그렇게 우습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쇠고랑을 찬 사기꾼 투자자들처럼 페이퍼 정당을 만들어 당이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심 원내대표의 ‘비례한국당’ 계획은 선거제 개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탈법과 편법을 일삼아 온 한국당다운 계획”이라며 “‘비례한국당’ 계획까지 세웠으면 이제 선거제 개혁에 찬성하라”고 꼬집었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선거를 희화화하는 민심 왜곡으로 국민들을 외면하게 만들고 ‘폭망’해 결국 자해행위로 끝날 확률이 높다. 한마디로 헛소리”라며 “한국당이 할 일은 정상적으로 국회에 복귀해 지금 진행되는 모든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웃어 주는 여자들? 웃겨 죽는 여자들!

    웃어 주는 여자들? 웃겨 죽는 여자들!

    “이 잘 만들어진 리얼돌도 부족한 점이 하나 있더라고요. 남성분들이 간과한 게 있는데 이 리얼돌이 롱런하려면 이 기능이 추가돼야 해요. 모순적인 명령을 실행하는 기능요. ‘천박하고 퇴폐적이되 기품을 잃지 마.’”(고은별) “‘미쳐도 곱게 미쳐라’는 여자들한테 하는 이야기죠. 여자가 미치면 머리에 꽃을 꽂잖아요. ‘너네가 미쳤다고 꾸밈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어’라는 메시지가 담긴 거죠.”(김보은)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의 한 공연장에 관객 100여명이 모였다. 무대 위에 놓여 있는 건 마이크 스탠드와 마이크뿐. 텅 빈 무대에 차례로 오른 여성 7명은 마이크를 잡고 10분씩 ‘농담의 향연’을 펼쳤다. 가부장제의 부조리함부터 연극에서 여성 캐릭터에게 요구되는 이미지, 직장인의 애환, ‘29금’ 성적 농담까지 솔직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화려한 무대 장치도, 재미를 극대화할 소품 하나 없이 오로지 입담만으로 무대를 채운 이들은 여성 코미디언으로만 구성된 스탠드업 코미디 크루 ‘블러디 퍼니’다. 이날 첫 정기공연을 선보인 블러디 퍼니의 반전 가득한 이야기에 관객들은 한 시간 30분 동안 깔깔대며 환호했다. 국내에서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최근 몇 년 사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방송인 유병재와 박나래가 넷플릭스를 통해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KBS가 박나래를 진행자로 내세운 ‘스탠드업’을 방영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방송뿐만 아니라 홍대 인근 공연장이나 호프집 등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현장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남성 중심의 웃음 코드가 뿌리 내린 한국에서 여성 코미디언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여자는 남자보다 웃기지 않는다’는 편견 아래 여성은 코미디에서 주체보다는 객체에 머물 때가 많았다. 지난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정윤씨가 지난해 말 여성으로만 구성된 스탠드업 코미디 크루 ‘블러디 퍼니’를 꾸리게 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 번역가, 외신 기자 등의 일을 했던 최씨는 지난해 초 우연히 오픈 마이크(아마추어 공연자가 설 수 있는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얻어 한 달간 무대에 섰다. 그러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코미디언의 성지’로 여겨지는 미국 뉴욕의 한 코미디 클럽에서 두 달 동안 수업까지 듣고 돌아왔다.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지난해 6월 문을 연 스탠드업 코미디 전용 클럽 ‘코미디 헤이븐’에서 유일한 여성 출연진으로 무대에 섰던 최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해졌다. 여자 코미디언은 왜 이렇게 적을까. 그래서 최씨는 스스로 ‘웃기는 여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서 사라진 여자들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다. 최씨는 먼저 코미디 헤이븐에서 진행된 오픈 마이크에 종종 참여한 최예나씨를 섭외했다. 이후 두 사람이 다른 여성 코미디언들과 함께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한 ‘그날’이라는 스탠드업 공연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고은별, 이슬기씨가 팀에 합류했다. 지난 10월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와 연극을 결합한 공연에서 협업한 것을 계기로 연극배우 경지은, 김보은씨도 블러디 퍼니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정기공연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만난 이들은 “여자들은 늘 ‘웃어 주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회의 편견을 넘어 여자도 ‘웃기는 사람’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여성 코미디언이 적은 이유는 왜일까요. 최정윤 “제 생각엔 웃기는 여자도 되게 많고 코미디를 하고 싶어 하는 여자도 많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여자가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결혼식 사회자만 봐도 여성들이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나이 있는 희극인 남성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몇 번 들었어요. ‘(코미디를) 짜는 여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잘 짜는 여자들은 드물다’고요. 저는 여자들이 코미디를 잘 못 짠 게 아니라 본인의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최예나 “제가 예전에 돌잔치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남성분이 저를 보더니 ‘여자가 하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엔 많은 뜻이 내포돼 있잖아요. 일단 사회를 맡은 여자를 처음 본다는 의미가 있었고 사회를 맡은 저를 약간 못 미더워하는 뉘앙스도 묻어 있었고요. 이런 분위기가 코미디언들 사이에도 있어요. 여자 코미디언이 준비한 코미디는 남자 코미디언들이 많은 곳에서는 공감을 못 얻고 뒤로 밀리거든요.” -여성 코미디언들로만 이루어진 팀이라서 좋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최정윤 “여성 동료들과 공연을 하면서 느끼는 게 웃음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판에서 저희는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저희처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코미디의 깊이나 내용의 질적인 부분에서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서로를 보면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가 아니라 ‘잘했다’는 응원을 해 주니까 서로 성장할 수 있고요.” 이슬기 “방송에 출연하는 남성 코미디언들을 보면 자신들끼리 서열화된 모습을 개그로 많이 쓰잖아요. 어떤 사람은 신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라인을 따른다’고 언급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특정 역할 이상을 맡지 못하게 되잖아요. 저희들끼리는 누가 1등인지 누가 우두머리인지 상관하지 않아도 되니까 눈치를 볼 필요도 없죠.” -각자 생각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은 뭔가요. 최예나 “저는 방송사 코미디언 공채 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을 다녔었는데 여자들은 주체적으로 웃기기보단 어떤 특정 역할로 많이 쓰여요. 예쁜 역할, 못생긴 역할, 뚱뚱한 역할, 마른 역할 이런 식으로요. 콩트를 짜면 저 같은 경우는 뻔한 역할만 맡았어요. 아줌마나 혹은 마르고 예쁜 여자를 시기하는 못된 선배 같은 역할요.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는 남이 부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서 자기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내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보여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최정윤 “한국에서 코미디언이라고 하면 끼도 엄청 많고 뭔가 나대야 되고 무대에서 기도 안 죽는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스탠드업 코미디 자체는 내가 어떤 성향인지는 전혀 상관없거든요. 내 매력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농담을 잘하면 좋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될 수 있다는 게 멋있죠.” 이야기의 결은 다르지만 이들이 코미디의 소재로 삼는 건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애환과 고충이다. 지난해 스탠드업 코미디 개론서인 ‘스탠드업 나우 뉴욕’(왓어북)을 펴내기도 한 최정윤씨는 “뉴욕에서 코미디 수업을 들었을 때 선생님이 자신의 감정에 가장 큰 반응을 일으키는 이야기에 재미가 숨어 있다고 했다”면서 “아무래도 일상에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최정윤 “저는 낮에는 구성애 선생님이 운영하는 ‘푸른아우성’에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성교육 수업을 할 때 아이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을 때가 많아요. 거기서 이런저런 재밌는 에피소드를 많이 가져옵니다. 한국 사람들이 어릴 때 제대로 된 성교육을 못 받고 성인이 된 탓에 사회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그런 면에서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려고 해요.”김보은 “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예방 교육 강사도 하고 있어요. 무대 예술 작품을 만들 때 왜 젠더 의식이 필요한지 현재 작품들은 어떤 점이 문제인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강의를 할 때 다 하지 못한 말들을 스탠드업 무대에서 하기도 해요.”고은별 “사회적인 이슈 중 여자랑 연관이 없는 게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코미디의 소재로 엮을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정기공연에서 리얼돌에 대한 이야기도 할 예정이에요.” 아무래도 대중에게 익숙한 코미디는 ‘코미디 빅리그’나 ‘개그 콘서트’와 같은 짜여진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콩트나 ‘몸개그’라고 불리는 슬랩스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여성 코미디언은 조롱거리나 희화화의 대상으로 소비될 때가 많다. 남성의 관점에서 얼굴이나 몸매를 평가받고 성적인 농담이나 여성 혐오 발언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기성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코미디언들이 불편한 농담의 대상이 돼야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최예나 “코미디언 공채를 준비하면서 학원에 다닐 때 성차별 때문에 스탠드업 코미디 쪽으로 도피했거든요. 코미디를 빙자해서 여자 위에 남자가 올라가서 성행위를 하는 듯한 몸짓을 하기도 해요. 경력이 얼마 안 되는 여자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그럴 때 가만히 있지 않고 대들면 예민하고 유별난 사람 취급을 하고요. 여자에 대한 혐오가 너무 심하죠.”경지은 “제 코미디의 소재가 자기 비하적이고 자조적인 내용이거든요. 실제로 외모나 행동이 여성스럽지 못해서 조롱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속한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 자신을 더 격하해서 웃기거나 남자 선배가 내 외모로 웃기려고 할 때 그냥 수긍하기도 했어요. 스탠드업 무대에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제 제가 더이상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걸 보여 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박나래씨가 도전한 스탠드업 코미디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고은별 “내용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에 유명세 있는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한 건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자체가 대단하고 용기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박나래씨 덕분에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조명도 많이 되고 있거든요. 관심이 전무하던 상황에서 그 자체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최예나 “저는 현장에서 직접 공연을 봤는데 반응이 진짜 뜨거웠어요. 어떤 분은 미국 여성 코미디언 앨리 웡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고 영향을 받아서 삶이 바뀌기도 했는데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할 땐 미국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여자들의 스펙트럼은 넓고 색깔도 다양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로서는) 박나래씨 한 분이 선보인 거니까 그분만 보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일단 물꼬를 터 줘 고맙죠.”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이슬기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정기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난 9월부터 격주에 한 번씩 해방촌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픈 마이크도 계속해서 운영할 예정이고요. 재즈 보컬리스트, 래퍼 등과 협업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날 생각입니다.” 최정윤 “저는 언젠가는 각자 한 시간씩 스탠드업 쇼를 할 수 있으면 멋있을 것 같아요. 한 시간을 메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어떤 사람은 3년이 걸릴 수도 누군가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모두 다 그걸 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보은 “저는 다른 여성들도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을 가져서 꼭 저희 팀이 아니더라도 자신들만의 크루를 꾸려서 코미디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최예나 “나중엔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 크루끼리 타이틀을 걸고 대항전을 해도 재밌겠네요(웃음).”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보니하니’뿐일까… 재미찾다 뒷전 된 인권

    ‘보니하니’뿐일까… 재미찾다 뒷전 된 인권

    때리거나 비하… 단순 흥밋거리로 소비 나이 많은 남성·어린 여성 구조도 문제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EBS 대표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남성 출연자들이 미성년자인 여성 진행자를 폭행하고 성희롱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EBS는 방송을 중단하고 책임자를 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능 방송의 막말과 폭행을 장난과 재미로 포장하는 방송계의 오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고 출연자가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여러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BS는 또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인 유아·어린이 특임국장과 유아·어린이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제작진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에서 생방송된 보니하니에서 ‘당당맨’ 역할의 최영수(35)가 미성년자인 진행자 채연(15)을 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먹니’ 역할의 박동근(37)이 채연을 상대로 욕설 섞인 성희롱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논란이 되자 EBS는 “출연자끼리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생긴 심한 장난”이라는 해명을 내놔 시청자의 분노를 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김명중 EBS 사장을 만나 “폭력·성희롱 장면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폭력이나 인권에 무감각한 방송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료 출연자를 재미 삼아 때리거나 특정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5년 방영된 KBS 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에서는 출연자 박명수가 가수 설현의 머리를 손으로 세게 밀치는 모습이 방송됐다. 개그맨 장동민은 “여자는 멍청해서 남자에게 머리가 안 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나이 많은 남성과 어린 여성을 한 팀으로 출연시키는 방송 환경도 문제다. 방송 중에 폭력 행위나 성희롱 발언이 있어도 대부분 어린 여성인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의 유머 코드는 여성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작자들은 프로그램의 ‘재미’가 누군가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시론] 보이스피싱 예방, 통합대응 구축이 답이다/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시론] 보이스피싱 예방, 통합대응 구축이 답이다/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은행 지점에서 한 고객이 불만을 토로한다. “통장 하나 만드는 데 이렇게 서류가 많이 필요해요?” 이러한 상황은 은행 지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고객의 편의와 최상의 서비스 제공을 우선으로 하는 시대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이유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크고 작은 고객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통장발급 절차 강화와 고액현금 인출 때 추가 확인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17년 2431억원에서 지난해 4440억원으로 1년 새 무려 82.7%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10월까지의 피해 금액은 5044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금융회사들의 노력이 아직 부족한 탓일까. 국내 금융사들은 통장 개설 제한, 대포통장 명의인 정보 공유 등 촘촘한 보이스피싱 예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피해예방 홍보 활동과 내부 직원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 직원의 기지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았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이유다. 금융회사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보이스피싱 증가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보이스피싱 범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보이스피싱 범죄는 크게 4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접근’이다. 노출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정부기관과 지인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단계다. 2단계는 ‘설득’으로,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등 피해자를 압박·유혹하는 단계다. 3단계는 ‘고립’이다. 제3자에게 전화 내용을 발설하면 불이익이 있음을 경고하거나, 악성코드가 숨겨진 앱 등을 통해 피해자가 발신하는 모든 전화가 범죄조직에 연결되도록 한다. 4단계는 ‘금전 편취’로, 심리적으로 피싱범들에게 의존하게 된 피해자에게 송금을 요구해 자금을 취득한다. 통신·정보기술(IT)·심리·금융기술이 체계적으로 조화를 이룬 ‘완벽한 연극’인 것이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대응은 체계적일까. 현재 우리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대책협의회’를 구성해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방지 대책을 위한 전담조직이나 보이스피싱 발생에 대한 통합적인 대응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금융기관, 통신기관, 수사기관이 각각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받고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확인했더라도 발신 전화번호는 통신사에, 계좌번호는 금융회사에, 수사는 수사기관에 따로 의뢰해야 한다. 절차도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 사이 피싱범들은 다른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분산된 대응체계’로 인해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별 조치만 강화한다고 피해를 막을 수 없다. 보이스피싱 통합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보이스피싱의 최초 발생지인 대만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말 시작된 대만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0년대 중반엔 전체 사기범죄 3건 중 1건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뒤늦게 대만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통부, 법무부, 재정부, 금융관리감독원 등 범정부 차원의 ‘반사기연합방지회’를 만들어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신고가 접수되면 반사기연합방지회를 거쳐 전화번호 차단 조치, 계좌 동결 조치 등이 즉시 이뤄지는 형태다. 그 결과 2005년부터 보이스피싱 범죄는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범죄자 검거율은 2001년 6.8%에서 2009년 92.7%로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즈음부터 보이스피싱 범죄가 우리나라와 태국, 일본 등 이웃 국가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는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함께 희화화됐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법이 고도화되고 교묘해지는 것은 물론 범죄자들도 국제화된 범죄조직 체계를 갖추고 활동하고 있다. 유명 컨설턴트인 테아 싱어 스피처는 저서 ‘협업의 시대’에서 강력한 협업이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미 국제 범죄가 돼 버린 보이스피싱 범죄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강력한 협업을 통한 체계적인 대응이 아닐까. 보이스피싱 통합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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