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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연극 두번째 ‘즐거운 인생’

    ‘범진’은 노총각 고교 음악교사다.혼자서는 밥을 먹지 못해 거울을 친구삼아 숟가락을 들고,외로움에 지쳐 장난 전화를 걸기도 한다.술에 취해 옛 애인의 집에 찾아가서도 행패를 부릴 용기조차 없다.반면 범진이 가르치는 ‘세기’는 불우한 환경속에서도 남을 웃기는 개그맨이 꿈인,스승보다 어른스러운 제자다.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올리는 연극 ‘즐거운 인생’은 자의든 타의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 두 남자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젊은 연극 시리즈’두번째 작품으로,지난 2001년 연극 ‘이(爾)’로 동아연극상,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 등을 휩쓴 극작가 겸 연출가 김태웅(40)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결코 즐거울 수 없는 인생을 ‘즐거운’ 인생으로 승화시키는 매개체는 음악이다.극중 범진은 TV 전국노래자랑에서 노래부르며 정말 즐겁고 행복해하는 ‘미스 김’을 보며 “자신이 정말 즐겁고 좋아서 하는 음악이 부처의 음악이고,그 사람이 부처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누추한 일상에서 희망을 건져내는 작은 몸부림과 깨우침이 부처라면 음악은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존재라는 것.음악은 무대를 넘어 객석에까지 밀려온다.극 중간쯤 객석이 강의실로 바뀌면서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음악놀이를 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그의 전작들이 그렇듯 ‘즐거운 인생’도 ‘웃음’이라는 코드로 주제의 무거움을 희석시킨다.김태웅은 “힘든 삶이지만 그 삶을 견디면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바로 즐거운 인생”이라면서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희열을 막는 사회 구조에서도 즐거움을 추구했던 조선시대 광대들처럼 극중 인물 범진과 세기를 통해 그런 생명력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범진역으로는 ‘이’에서 연산군 연기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던 김내하가,세기역에는 신예 박정환이 출연한다.범진과 세기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범진의 애인 선영역은 박미현이 맡았다.30일까지 (02)580-1300. 이순녀기자˝
  • 여성 달리기 근력운동도 꼭 함께

    ‘웰빙’과 ‘몸짱’ 바람을 타고 달리기 마니아가 되려는 여성들이 많다.이들 대부분이 달리는 방법은 잘 알고 있지만,여성 달리기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체적 특성을 충분히 알아야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성별 특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골다공증과 생리불순,갱년기 증후군과 유방암 등 여성질환의 예방과 극복을 돕는 대표적 여성운동 달리기,과연 남성 달리기와 무엇이 다르며,어떻게 해야 좋을까. ●칼로리 소비 산소를 양껏 들이마셔 체지방을 태우는 유산소운동의 대표격인 달리기는 체중 55㎏인 사람의 경우 시간당 500㎉ 이상의 열량을 태워 수영의 420㎉,테니스의 350㎉,자전거타기의 320㎉를 압도할 만큼 칼로리 소비량이 많다.그만큼 체지방을 잘 없애준다는 뜻. 또 인체의 기초대사량을 늘려 활동하지 않을 때도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많은 열량을 소비하게 해 인체의 신진대사와 비만 예방에 그만이다.얼핏 단순한 운동 같지만 코스나 운동 방법을 잘 선택하면 건강뿐 아니라 빼어난 몸매까지 얻을 수 있다. ●골다공증 예방 달릴 때 골격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힘은 뼈의 생성을 촉진하고,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며,근골격계의 군살을 제거해 늘씬한 각선미도 덤으로 준다. 혹 관절이 약하다며 달리기를 기피해 왔다면 지금부터 적절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달리기에 나서보라.뼈는 물론 근력 강화에도 보약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생리증후군 극복 많은 지방이 체내에 쌓이면 여성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생리의 양과 주기가 불규칙해진다.만약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리 이상이 나타난 사람이라면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게 좋다. 또 생리 때만 되면 시작되는 짜증이나 우울감 등 생리증후군도 달리기로 간단히 해소된다. ●변비와 피부건강 여성들의 대표적 고민거리인 변비도 달리기가 해결해 준다.달리기를 하면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덩달아 대장 등 장기의 활동이 활발해져 변비 해소는 물론 장(腸)기능 이상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도 없애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성호르몬 통제 출산 시기가 지난 여성은 유방암,골다공증,갱년기 증상 등 바뀐 여성호르몬 체계 때문에 많은 육체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이런 경우 달리기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억제,유방암을 예방하며 체지방을 줄여 신체적,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한다. ●콜레스테롤 통제 활동적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 발작 빈도가 현저히 낮다. 심장을 빠르고 강하게 펌프질하도록 하는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면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혈관의 탄력성이 증가하는 등 심장과 심혈관계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가 된다. 그런가 하면 인체에 해로운 콜레스테롤(LDL)의 수치는 크게 떨어뜨리면서 동시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저단백(HDL)콜레스테롤의 수치는 높여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질환을 예방해 준다. ●엔돌핀 증가 러너들이 달리기 도중에 느끼는 희열을 뜻하는 ‘러너스 하이’는 체내 엔돌핀의 분비와 직접 관련이 있다. 즉,달리기로 체내 ‘베타 엔돌핀’ 생성량이 많아지면 달린다는 고통 대신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달리기를 시작해 30분가량이 지나면 체내 ‘베타 엔돌핀’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상쾌감을 느끼며 이때 스트레스도 함께 해소된다. ■ 도움말 달리는 의사회 이소라 박사,스포츠의학 영양연구소장 강형숙 박사.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모든 사랑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roma)’를 반대로 적으면 ‘사랑’이라는 뜻의 ‘amor’가 된다.로마는 필연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일본 작가 다나카 지세코의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중 이탈리아 ‘로마’에 대한 칭송의 감정을 표시한 문구중 일부이다. 이탈리아를 구성하고 있는 피렌체,베네치아,나폴리,시칠리아,밀라노. 그중 특히 로마 는 세계 유명 도시 중 영화계에서 단골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이다.엄격하고 단조로운 궁정 생활에서 벗어나 늘상 자유를 갈망하는 공주(오드리 헵번).경호원들의 감시에서 벗어나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미국 신문 기자(그레고리 펙)의 도움으로 로마 곳곳의 풍물을 유람한 뒤 다시 궁정으로 돌아간다. ‘로마의 휴일’은 제목 그대로 로마가 갖고 있는 명소를 화면에 골고루 담아 ‘로마에 대한 찬가적(讚歌的) 메시지를 담고 있는 명화’로 거론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점지된 운명적 남자를 만나기 위해 미국 처녀가 홀연히 ‘물의 도시’ 라는 애칭을 듣고 있는 베네치아를 찾아 온다는 마리아 토메이 주연의 ‘온리 유’에서는 산 마르코 대성당을 비롯해 리도 섬 등 주변 풍경을 하나 가득 담아 눈요깃거리를 제공했다. 마크 월버그,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2003년)’에서는 수백만달러어치의 금괴를 강탈한 갱단이 금고를 이송하다 동료의 배반으로 이를 모두 빼앗기게 된다.졸지에 뒤통수를 맞게 된 나머지 동료들이 절치부심해서 배반한 동료가 횡령한 금괴를 다시 되찾아 온다는 과정을 담은 액션극.이 영화에서는 베네치아의 주요 교통 수단인 곤돌라가 이동하는 수로(水路)에서 고속정(艇)끼리 맹렬한 추격전을 펼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20세기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는 시칠리아 출신의 마피아가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의 거물 갱스터 집안을 일구어 내는 입지전적인 일화를 묘사한 작품. 1960년대 육체파 여배우 소피아 로렌의 출세작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1963년)에서는 생활력이 강하고 억척스러운 나폴리 여성상을 보여 주었다.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계단을 내려오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의 배경지가 됐던 스페인 광장을 비롯해 ‘달콤한 인생’에서 극중 실비아(아니타 엑버그)가 가슴 선이 훤히 보이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상반신을 담갔던,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트레비 분수,베네치아의 운하를 유람할 때 반드시 지나가야 되는 리알토 다리와 탄식의 다리 등은 이탈리아 배경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명소이다. 현재 극장가에서 공개되고 있는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2003년)’도 풍성한 이탈리아 정취를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작가 겸 도서비평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30대 중반의 프란시스(다이앤 레인).그녀는 어느날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와 함께 재산 분할 청구 소송을 당해 거의 무일푼의 처지로 전락한다.단번에 생의 의욕을 상실한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무작정 이탈리아 전원도시 투스칸(Tuscan)을 찾아간다. 정열적인 이탈리아 남성과의 로맨스를 경험하고 뜨거운 태양볕이 작열하는 그림 같은 농촌풍경 속에서 알콩달콩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탈리아 서민들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대도시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생의 희열을 하나하나 느껴간다. 이와같이 이탈리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도시의 풍경은 영화 예술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배가시켜 주는 매우 효과적인 소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
  • 죽이는 girls

    ●안젤리나 졸리의 ‘테이킹‘ ‘자신과는 다른 삶 살기’ 15일 개봉한 ‘테이킹 라이브즈(Taking Lives)’는 제목 그대로 사람을 살해한 뒤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데 희열(?)을 느끼는 엽기 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범인은 쌍둥이 형만 편애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이 성장했다.대신 한 사람을 골라 죽인 뒤 그 사람이 돼 한시적으로 살다가 기생충이 숙주를 고르듯 피해자를 바꿔가면서 죽인다.영화는 이렇게 범인을 미리 밝히고 그가 어떤 인물로 변신해 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을 치열한 두뇌게임 풀듯 엮어간다. 캐나다에서 벌어진 잇단 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FBI 요원 스콧(안젤리나 졸리)이 파견나온다.직관을 중시하는 그녀는 시체가 발견된 건축공사장에 누워서 특유의 통찰력으로 범행 과정을 추리하는 등 살인범 추적에 몰두한다.그러다 연쇄 살인범의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미술품 중개상 코스타(에단 호크)를 ‘미끼’로 범인을 유도하려고 작전을 짜 함께 수사를 하는 동안 그에게 호감을 갖게되면서 수사관으로서 혼란에 휩싸인다.이후 코스타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영화는 속도를 낸다. 우리에게는 낯선 D J 카루소 감독은 어둡고 칙칙한 화면 구성에다 ‘악’소리를 낼 만한 스릴러의 요소를 장착해 안정적인 연출력을 선보인다.그러나 극적 효과가 약한 반전(특히 마지막 장면)이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로 스릴러의 맛은 떨어진다.안젤리나 졸리나 에단 호크의 연기도 기대에는 못미친다. ●드루 배리모어의 ‘첫키스‘ 첫 키스만 50번째 한 여자가 있다.바람둥이도 아니고 거짓말쟁이는 더더욱 아니다.매번 진지하고 사랑하는 순진한 여성이다.이 모순에서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의 기발함은 출발한다. 주인공 루시(드루 배리모어)는 교통사고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저장된 기억은 사고 직전까지의 일이고 나머지는 모두 ‘하루살이 기억’.한 남자를 좋아해서 키스를 나누고 설렘 속에 잠이 들지만 해가 뜨면 까마득히 잊어버리는,그래서 침대 옆 남자에게 ‘스토커’라 외치며 화들짝 놀란다. 그녀와 키스만 50번 하는 남자는 하와이 수족관의 수의사 헨리 로스(애덤 샌들러).낮에는 동물들을 돌보다 밤이 되면 여행온 숱한 여자를 ‘황홀하게 돌봐주는’ 유명한 플레이보이인 그가 루시의 청순함에 매료된다.여자 유혹하는 데는 이골난 그에게 루시와의 ‘작업’은 식은 죽먹기.아침 약속을 한 다음 날 레스토랑에 갔으나 루시는 전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루시의 병을 알게 된 헨리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다양한 소동을 벌인다.음식을 주문하지 못하는 문맹 흉내를 내며 다가가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하고 자기 몸을 묶어 강도를 만난 운전자로 둔갑해 루시의 관심을 끌려고 부심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현대의술로는 거의 치유가 불가능한 병이어서 유쾌한 하루짜리 만남만이 이어진다.마침내 헨리는 상실되는 기억을 추억으로 정지시키려고 시도한다.루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사고 증언과,루시와 자신이 보낸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편집해 보여주는 것.그러던 중 루시도 자신의 병을 알게 되고 헨리의 애정에 감동하지만 문제는 그 역시 하루짜리 감정이란 것. ‘기억 찾기’혹은 ‘사랑 구하기’란 큰 포맷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워가는 형식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그 장면들에 재기발랄한 웃음과 진한 감동이 동시에 실려있다. ‘웨딩 싱어’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샌들러의 웃고 울리는 연기와,그에 화답하는 배리모어의 모습도 자연스럽다.애덤 샌들러와 잭 니컬슨을 캐스팅한 ‘성질 죽이기’로 흥행에 성공한 피터 시걸 감독이 연출을 맡아 다시 폭발적 인기를 모은 작품.개봉은 15일. 이종수기자 vielee@˝
  • 무대 복귀하는 ‘원조 국민가수’ 최희준 씨

    가수 최희준(68)씨가 26·27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최희준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를 연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인간 최희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반세기에 가깝게 팬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가 노래로 그때 그 시절에 우리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보듬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사무실에서 최희준을 만났다.그는 3월말 문예진흥원 상임감사직 임기를 마친다.대뜸 이제는 원로 가수라고 불러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에이,원로는 무슨 원로예요.그냥 가수 최희준이지요.” 국회의원도 지냈고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TV에서 본 대로 권위 의식이 없다.서민적 외모에 성격도 소탈하다.하지만 원로라는 말에는 아직 거부감이 있는 듯하다. 가요계에 복귀하는 심정을 묻자 “노래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니까요.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노래를 할 생각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서울 경복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1959년 미8군에서 냇킹콜 등의 팝송을 부르기 시작해 1960년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가요계에 데뷔했다.진고개 신사,맨발의 청춘,길잃은 철새,빛과 그림자,하숙생,팔도강산….대표적인 히트곡들이다.하지만 가수로서 회한이나 후회 같은 것은 없었을까.민주당 조순형 대표,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서울대 법대 동기생들이다. ●노래에 진정성 불어넣을 때 희열 느껴 “가수라는 직업은 참으로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노래하는 순간 특히 노래가 잘 됐다고 느꼈을 때 가슴에 희열이 입니다.정성을 다해 노래를 불러 제 마음 속에 있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는 정말 행복합니다.순간순간 내 자신이 놓여있는 자리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며 한평생 산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가장 잊지 못할 공연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95년 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공연이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마치 산 정상을 정복한 느낌이었습니다.” 미8군 무대 시절 미군들은 ‘벨벳 보이스’라고 얘기했고,요즘도 부드럽고 감미롭다는 평을 듣지만 목소리에 의존하기보다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가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아마 그런 진정성과 가슴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전달돼 ‘한국 스탠더드 팝의 대부’,‘원조 국민가수’라는 평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자신의 말이 남의 사생활이나 인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학사가수’들의 근황을 들려 달라고 하자,위키리(이한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박형준은 시애틀에 산다고 전한다.그러나 무엇을 하며 사는지에 대해선 “자주 만나지 못해서…”라고 말끝을 흐린다. 가족에 대해선 더 말을 아꼈다.89년 7월, 10년 가까이 유방암과 싸우던 부인과 사별하고 91년 2월 현재의 부인(52)과 재혼했다.사별한 전 부인과는 2남1녀를 두었다.자녀의 근황이나 현재의 부인 이야기는 아픈 상처를 들춰내는 것이라며 쓰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숙생’은 해방 이후 가장 사랑받은 노래 중 하나다.그래서 본인도 ‘하숙생’을 제일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다른 노래들도 다 좋아하는데,‘하숙생’은 정말 고마운 노래지요.”하고 답했다.언뜻 자신에게 곡을 준 작곡가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변함없는 인기의 또 다른 열쇠는 성실함인 듯했다.“저는 우등상보다는 개근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그동안 제가 재주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 봤습니다.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데다 손석우 이봉조 길옥윤 김호길 최창권 선생 등 한국 가요사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지요.” ●15대 국회의원 4년간 단 한 번 결석 1996년 경기도 안양시 동안 갑(甲)에서 국민회의 공천으로 출마해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유명 연예인이었던 만큼 그 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알고 있었지만 정치에 입문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였다고 한다. “제 스스로 새정치국민회의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어요.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국민투표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정치하라고 누가 권하지도 않았습니다.그러다보니 공천을 받았고 선거에도 이겨 국회의원이 됐지요.” 16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아쉬움이 많았지만 요즘 정치권을 보면 오히려 그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수나 소설가 등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국정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본다.국회의원들이 보통 논리로 무장돼 있는데 비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정서적이어서 부딪침도 있지만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성실한 인간’ 최희준의 면모는 국회의원 시절에 잘 드러난다.“15대 국회 4년 동안 출석률 1위 의원이 누구인지 아세요.바로 접니다.4년 동안 지역구 행사 때문에 딱 한차례 결석했습니다.”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기 전부터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살고 있다.멀어서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출마할 때 주민들에게 ‘이곳에서 살다가 죽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말한다.그래서 다시 “앞으로 공직에 나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한다.정치인으로는 ‘천연기념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며 요즘의 탄핵 정국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너무 꼬였다.”고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얘기에서 그 답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지금까지 1000번 이상 주례를 섰는데,보통 신랑신부의 얼굴을 보며 4분 안팎 얘기를 한다고 한다.요지는 ‘오래 산 부부의 표정을 보면 편안하고 보기에도 좋다.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참고 배려해야 한다.성장 과정이 다른 만큼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그래야 자식들도 잘 커나간다.’는 것이다. ●“가수로서 받은 박수 국민께 되돌릴 터” 하루에 한 시간씩 집 안의 운동기구에서 걷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지만 요즘에는 나이 먹은 것을 느낀다.몇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 아름다운 계절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자문해 보기도 한다.90년부터 부인과 함께 인덕원 성당에 나가고 있다.지난해 9월에는 성당 사목회 총회장을 맡았다. “노래하는 인생으로 깨끗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어떤 분야건 자기를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분명한 것은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그럴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또 형편이 되는 한,가수로서 박수를 받으며 잘 살아올 수 있게 해주신 데 대한 고마움을 국민께 되돌리는 일을 하겠습니다.” 이제 자유인이니까 정동극장 공연이 끝나면 해외 및 전국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다.이번 공연에는 임희숙과 최백호가 게스트로 출연한다.02-751-1534. 황진선기자 jshwang@seoul.co.kr˝
  • [인물] 종합부동산세 주도 ‘세무달인’ 이종규 실장

    “남들한텐 별 일 아닌 일이 저한텐 늘 특별한 일이 되는군요.” 9급으로 출발해 1급에 오른 이종규(李鍾奎·57)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화제에 오르는 것 자체가)결국 나 못났다는 얘기 같아 민망하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국세청에서 재경부 국장으로 옮겨올 때도 그랬다.지난해 4월 대전지방국세청장에서 재경부 재산소비세심의관에 발탁되자,언론은 “비(非)고시가 재경부 본부국장이 됐다.”며 앞다퉈 카메라를 들이댔다.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와 행시 출신들이 즐비한 재경부에서,시골세무서 출신의 그가 ‘로또복권에 당첨’(1급 승진에 대한 청와대 정찬용 인사수석의 비유)됐으니 ‘야단법석’을 떨 만도 했다.그가 20년 전에 쓴 ‘법인세법 해설’이 스테디셀러에 오르고,대학교재로 쓰일 때도 세상은 비슷한 수식어로 그를 조명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에게서는 이렇다 할 흥분도,희열도 찾기 어려웠다.“기분 좋은 일인 것만은 분명하지요.”라며 담담하게 웃는 얼굴에서 복잡한 심경이 전해져 왔다.동기야 어찌됐든 결과가 좋은 만큼 그럴듯하게 포장할 법도 하건만 그는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이나 고시를 보지 않은 것은 평생의 핸디캡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고졸’ 창피 야간대학원 졸업 그는 1965년 충남 홍성고를 졸업했다.서울의 좋은 대학이 아닐 바에는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있겠나 싶어 이듬해 9급 공무원 재경직시험을 쳤다.첫 배치받은 곳은 인천세무서.이때만 해도 세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은 없었다.직장생활 중 입대(육군)해 ‘정보분석’을 맡으면서 “앞으로는 뭘 하든 전문가가 승산있겠다.”고 생각했다.그러다가 이력서에 매번 ‘고졸’이라고 쓰는 게 ‘창피해’ 뒤늦게 건국대 야간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76년)했다.재경부로 발령난 것은 74년.재산세·부가세·소비세·소득세 등 세제실 핵심부서를 사무관으로,과장으로 평균 두 번씩 돌았다.김진표(金振杓) 전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과는 ‘백지 위에 토지초과이득세와 금융실명제를 그리면서’ 각별한 동료애를 쌓았다. 그의 이력이 꽤 알려진 지금도 더러 전·현직 장관들은 “(고시)몇 회더라?”하고 묻곤 한다.지금이야 아무렇지 않게 “아,저는 아닌데요.”하고 받아넘기지만 젊은 시절에는 아픈 질문이었다.전문가로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힌 계기이기도 하다.그러자면 낮시간만으로는 부족했다.새벽 2시에 일어나는 횟수가 잦아졌다.지금도 그는 취미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다. ●작년 부동산값 폭등때 사표? 그런 그도 부동산값이 폭등하던 지난해 어느 날 사표를 쓴 적이 있다.몇날 며칠 날밤을 새워가며 대책에 매달리다 보니 온몸의 기운이 꺼지고 회의가 치밀었다.그런데 실무과장(김문수 재산세과장)의 말이 걸작이었다.“지금은 너무 바쁘니까 (사표를 낼 때 내시더라도)일단 대책지시부터 해달라.”는 것이었다.머쓱해진 그는 사표를 주워담을 수밖에 없었다.1가구 3주택자 중과세방안이나 이른바 ‘땅부자세’로 불리는 종합부동산세(가칭) 밑그림이 모두 이때 이뤄졌다. “집을 몇 채씩 갖고 있어도 세금부담이 거의 없다 보니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겁니다.선진국처럼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이는 쪽으로 틀을 다시 짜야 합니다.” 세제실장으로서의 가장 큰 짐도 이 부동산세제 개편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 것이다.일부 계층의 조세저항이 예상되지만,그는 “선진세정으로 가는 과도기에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며 일축했다.실무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전문지식으로 촘촘하게 정책을 짜 밀어붙이는 강단은 그의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이기도 하다.‘국가경제의 큰틀 아래에서 세제가 움직여야 하는데 미시(세금)에는 강하되 거시(경제)엔 약하지 않으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조심스럽게 세간의 우려를 전했더니 의외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다.부족한 점을 열심히 메워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한다.“아무래도 취미생활(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기)을 더 살려야겠다.”면서…. 안미현기자 hyun@˝
  • [탄핵정국-헌법학자 설문] 일반인 설문과 왜 차이나나

    헌법학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신문 전화 조사결과를 보면 탄핵이 잘못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일반 시민·네티즌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일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탄핵이 잘못됐다.’는 응답은 문화일보 76.2%,연합뉴스 74.9%,한겨레신문 71.1%,동아일보 70.3%,MBC 70.0%,경향신문 67.6% 등으로 나타났다.이는 헌법학 교수에 비해 7∼15%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네티즌 조사에서는 비율이 더 높아 서울신문 홈페이지 79.4%,야후 82.7%,포털사이트 다음 84.8% 등이었다. 헌법재판소 결정 전망에서도 교수들은 56.3%가 ‘기각’ 의견을 나타냈다.이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향신문 68.5%,문화일보 75.1%,한겨레신문 62.9%보다 최대 18.8%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교수의 경우 정치적·감정적 판단보다 법리에 입각해 신중하게 답변한 까닭으로 보인다.탄핵의 정당성 여부와 헌재 결정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사람이 각각 10.3%,31.1%를 차지한 것도 변수가 됐다. 이번 전화조사에서 답변을 준 교수 명단은 다음과 같다.▲강경근 숭실대▲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강태수 경희대▲계희열 고려대▲권형준 한양대▲김명규 단국대▲김문현 이화여대▲김배원 부산대▲김백유 한성대▲김상겸 동국대▲김수갑 충북대▲김승환 전북대▲김영천 서울시립대▲김영환 경주대▲김용화 호남대▲김욱 서남대▲김운용 성균관대▲김일환 성균관대▲김종서 배재대▲김학성 강원대▲김한성 연세대▲김형남 경성대▲김형성 성균관대▲김효전 동아대▲김효진 경운대▲남궁승태 대불대▲남기환 경기대▲남복현 호원대▲노기호 군산대▲류시조 부산외국어대▲명재진 충남대▲문광삼 부산대▲문재완 단국대▲문종욱 충남대▲민경식 중앙대▲박남규 창원대▲박병섭 상지대▲박수혁 서울시립대▲박인규 공주영상정보대▲박정원 국민대▲박종보 한양대▲변해철 한국외국어대▲서경석 광주대▲석종현 단국대▲소진운 군산대▲손병기 목원대▲송길웅 부경대▲송석윤 성신여대▲신광휴 한국외국어대▲심경수 충남대▲양진 한양대▲오동석 아주대▲윤명선 경희대▲윤재만 대구대▲은숭표 신라대▲음선필 순천향대▲이관희 경찰대▲이금옥 순천대▲이기철 위덕대▲이덕연 연세대▲이동훈 세명대▲이명구 한양대▲이상돈 고려대▲이승우 경원대▲이시우 서울여대▲이영우 목원대▲이완율 동의대▲이윤환 건양대▲이인호 중앙대▲이재명 안동대▲이준구 경북대▲이헌환 서원대▲이흥용 건국대▲장명봉 국민대▲장영수 고려대▲전일주 진주산업대▲전정환 원광대▲정순훈 배재대▲정연철 동의대▲정영화 서경대▲정정부 동부산대▲정태호 경희대▲최용기 창원대▲최용전 경북전문대▲허전 충북대▲허종열 서울교대▲황무임 안양대(이상 87명)˝
  • [고용있는 성장으로](3)창업실패에서 배워라-창업자질 테스트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미국의 창업전문가 바움백이 개발한 창업 자질 테스트를 소개한다.각 항목에 그렇다(3점),간혹 그렇다(2점),그렇지 않다(1점)로 답한 뒤 점수를 합산한다. 1.다른 사람과의 경쟁 속에서 희열을 느낀다.( ) 2.보상이 없어도 경쟁이 즐겁다.( ) 3.신중히 경쟁하지만 때로는 허세를 부린다.( ) 4.앞날을 생각해 위험을 각오한다.( ) 5.업무를 잘 처리해 확실한 성취감을 맛본다.( ) 6.일단 결심한 일이면 뭐든 최고가 되고 싶다.( ) 7.전통에 연연하긴 싫다.( ) 8.일단 일을 시작하고 나중에 상의한다.( ) 9.칭찬 받기보다는 업무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 10.남의 의견에 연연하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한다.( ) 11.나의 잘못이나 패배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 12.남의 말에 의존하지 않는다.( ) 13.웬만해서는 좌절하지 않는다.( ) 14.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 해결책을 모색한다.( ) 15.호기심이 강하다.( ) 16.남이 간섭하는 것을 못 참는다.( ) 17.남의 지시를 듣기 싫어한다.( ) 18.비판을 받고도 참을 수 있다.( ) 19.일이 완성되는 것을 꼭 봐야 한다.( ) 20.동료나 후배가 나처럼 열심히 일하기를 바란다.( ) 21.사업 지식을 넓히기 위해 독서를 한다.( ) 평가결과 63점 이상이면 ‘매우 좋은’ 창업자 자질을,52∼62점이면 창업자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또 42∼51점이면 창업자로서 ‘보통’의 자질을,41점 이하면 창업자로서 자질이 ‘매우 부족’하다.˝
  • '고품질’ 드라마는 안뜬다?

    시청자·언론·평론가들이 모처럼 ‘삼위일체‘가 돼 재미와 감동을 주는 드라마다운 드라마라는 호평을 쏟아내는 작품이 있다.KBS 2TV의 수목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노희경 극본 ). ‘거짓말’,‘화려한 시절’ 등 일련의 문제작을 집필했던 노희경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감칠맛 나는 대사가 빛을 발하고,고두심·배종옥·주현 등 중견 연기자와 김흥수·한고은 등 젊은 연기자들의 완벽한 조화,담백하고 깔끔한 연출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하지만 평균 시청률은 고작 7%대.지난주 막을 내린 ‘천국의 계단’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천생연분’의 틈바구니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 이 드라마,도대체 왜 안 뜨는 걸까?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우선 ‘꽃보다…’에는 팬터지가 없다.꿈을 꿀 수 없을 정도로 현실감이 뛰어나다는 것이 오히려 흠.미천한 여주인공이 재벌 2세의 맹목적 사랑을 얻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잘 생긴 검사를 잡아 보란듯이 신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환상과 대리만족의 희열은 애초에 글렀다. 되레 현실의 모순들만 환기시켜 줄 뿐이다.딴살림 차린 남편 앞에서 바보같이 순종적인 엄마의 모습은 맞바람으로 ‘복수의 칼’을 빼든 요즘 여성 캐릭터와 달리 답답함을 준다.총각 영민의 사랑을 받는 이혼녀 미옥은 영민의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난 뒤 “내가 대단하지.”라는 울음 섞인 자조를 토해내고,여대생을 좋아하는 전과자 재수에게 돌아오는 것은 “넌 대학생도 아니고 돈도 없어.집안도 별로고 인물도 안 좋아.그런데 쟤가 뭐하러 널 좋아하냐?”라는 냉소 뿐이다. 김종식 KBS 드라마 제작국장은 “시청률보다는 진실된 드라마를 추구한다.”며 “공영방송 KBS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그러나 굳이 TV를 켜지 않아도 접할 수 있는 신물나도록 낯익은 진실에서 시청자들은 구질구질한 현실만 확인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는 그간 재벌,불륜,복수,삼각관계 등 온갖 자극적 양념을 뿌려온 방송사의 책임도 크다.‘꽃보다…’의 시청률 저조의 외적요인으로 경쟁 드라마의 선정성을 꼽은 한 관계자는 “사회도 어려운데 드라마가 너무 무겁고 어둡다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빈약한 볼거리 서민 드라마 ‘꽃보다…’에는 화려한 의상,미끈한 외제차 등 눈요깃거리가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시청률 공식에서 한참 비켜서 있는 드라마다.스토리가 황당하거나 허술하다는 비판도 이른바 신세대 ‘몸짱·얼짱’스타가 뜨면 다 용서되는 게 현실.‘천국의 계단’이 과분한 인기를 누렸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권상우라는 ‘흥행수표’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제작진은 ‘천국의 계단’ 종영으로 당초 목표 시청률(15%)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그러나 SBS가 이번 주부터 내보낸 ‘햇빛 쏟아지다’ 역시 송혜교·류승범·조현재라는 스타시스템을 가동,‘꽃보다…’가 선발 주자로서의 이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욕할 인간이 없군 욕하면서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 속의 극명한 선악갈등은 재미를 극대화하는 요소.어느 드라마나 착하고 예쁜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밉살맞은 캐릭터들이 상존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은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마음속으로 돌을 던지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러나 ‘꽃보다…’를 보다 보면 누구 하나를 꼬집어 욕할 수 없다.처자식 버린 아버지가 몸아픈 젊은 부인에게 쏟는 애틋한 마음을 보면 한편으론 측은함을 느끼게 된다.사고뭉치 막내아들도 엄마에게는 더 없이 싹싹한 효자라 미워할 수만도 없고,미옥을 거절하는 영민 가족들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다.한마디로 이 드라마에는 ‘욕먹어도 싼’ 인물이 없다. 이렇게 모호한 선악개념은 가뜩이나 복잡한 머리를 더욱 싸매게 만든다.사는 것이 고달프고 스트레스 강도가 심해질수록 그저 때리고 부수는 액션 영화만을 찾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꽃보다…’와 같은 `고품질’ 드라마가 외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떠나볼까-횡성의 겨울

    강원도 횡성은 사계절중 겨울 나들이가 특히 잘 어울리는 곳.눈이 풍부하고,스키장,휴양림 등이 많아 한 겨울에도 나들이객들이 항상 붐빈다.험하디 험한 치악산 정상에 올라 온통 하얗게 변한 세상의 가운데 선 듯한 희열을 느껴보자.청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아 스릴 넘치는 산악스키에 도전해도 좋다.뽀얗게 연기를 피우며 숯을 굽는 참숯가마들을 찾아가 건강에 그만이라는 숯가마찜과 참숯 삼결살 구이 맛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겨울의 한복판,강원도 횡성을 찾았다. ●첫번째 이야기…청태산 휴양림 “산악스키의 매력은 ‘자연의 맛’이죠.긴 시간의 줄서기,리프트,잘 다져진 슬로프 등으로 대변되는 인공 스키장에선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것이죠.” 강원도 횡성군 청태산 자연휴양림.서울서 산악스키를 타러 왔다는 김명주(31)씨의 산악스키 예찬은 끝이 없다.리프트가 아닌,두 다리의 힘으로 헉헉 숨소리를 내며 자연설 쌓인 임도를 오르는 김씨와 그의 친구들의 모습에서 야성이 엿보인다.청태산 자연휴양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악스키학교가 상설 운영되는 곳.대한산악스키협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달 15일부터 2월 말까지 운영중이다. 스키는 5㎞의 순환 임도(林道)에서 즐긴다.휴양림 주변으로 이어져 있는 임도는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오르막 내리막이 적절히 반복돼 일반인들이 스키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올해는 적설량이 지난해보다 적지만 스키를 타기엔 별로 불편함이 없다.스키 경험자들은 처음엔 스키장의 다져진 눈에 익숙해 약간 어색하다.그러나 수북하게 쌓인 자연설을 헤쳐나가다 보면 이내 산악스키에 익숙해진다.눈보라를 일으키며 소나무숲 사이의 임도를 달려 내려오는 기분은 표현하기 어려을 만큼 상쾌하면서 짜릿하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법.스키를 신은 채 끌듯이 올라가기도 하고,V자 걸음을 걷기도 한다.뒤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산악스키엔 일반 알파인 스키와 다른 전문 바인딩을 쓴다.발 뒤꿈치가 바닥에서 떨어져 쉽게 올라갈 수 있다.또 스키 바닥엔 인조가죽에 털을 붙인 ‘씰’을 부착한다.뒤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준다. 스키학교에선 강태용(36) 학교장을을 비롯한 10여명의 강사들이 스키강습을 실시한다.강씨는 대학교 때까지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했다. “체력이 좋은 10대,20대가 많이 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30대에서 가장 많이 즐깁니다.여성도 꽤 많아요.” 스키학교엔 스키 숙련자 및 초보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숙련자는 업 다운 요령 등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별도의 강습 없이 곧바로 임도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초보자는 평지에서 걷기 및 산악에서 타기 등에 대해 2∼4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렌털료는 2만원.스키와 바인딩,부츠,폴,씰 등 장비 일체가 준비돼 있다.강습료는 단체일 경우 1인 3만원,가족 또는 개인별로 받으면 1인 8만원.문의 대한산악스키협회(02-573-9048). 대한산악연맹도 3박4일 일정의 산악스키캠프를 19∼22일,3월4∼7일 두차례 연다.참가비는 장비 일체와 숙박,식사,보험료,강습 등을 모두 포함해 34만원.장비 지참시 32만원.강습과 투어는 용평리조트 및 대관령,소황병산 일대에서 진행된다.문의 대한산악연맹(02-414-2750,016-9591-1531). ■산악 스노보드도 색다른 맛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갔다가 우연히 별난 젊은이를 보고 참 놀랐다.스노보드를 타고 좁은 등산로를 따라 유유히 내려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북부지방산림관리청이 관할하는 청태산 휴양림 직원 최종수(28)씨.보드 마니아인 그는 틈만 나면 청태산에서 보드를 탄다고 했다. “올핸 눈이 적게 와 타는 맛이 작년보다 덜해요.좁은 등산로를 따라 쏜살같이 내려오다 보면 스릴감이 끝내줍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으냐,다져지지 않은 자연설에 보드가 빠지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 개인 생각일 수 있지만 사람에 부닥치기 일쑤인 스키장 슬로프보다 오히려 덜 위험하게 느껴져요.청태산 자체가 워낙 완만하기도 하고요.”라고 답한다. 보드는 원래 다져진 눈이 아닌 자연상태의 눈에서 즐기기 위해 개발됐다고 그는 설명했다.폭이 좁은 스키는 자연설에 빠지기 쉽지만,보드는 웬만해선 빠지는 경우가 없다고. 최씨를 옆에서 지켜본 휴양림 소장 남해인씨도 최근 보드를 탄다.등산로엔 아직 못 올라가지만 휴양림내 완만한 경사지에서 기술을 익히며 ‘등산’ 을 준비하고 있는 것.남씨는 “일단 슬로프가 아닌 곳에선 스키든,보드든 그 맛이 너무 색다르다.”며 어서 최씨처럼 보드를 메고 산에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야기…치악산 구룡사 ‘계속 올라갈까,그냥 포기하고 돌아 내려갈까?’ 치악산에 처음 오르는 이들은 십중팔구 이같은 고민에 빠진다.눈이 쌓여 등산로가 미끄러운 요즘 같은 겨울엔 이같은 고민이 더욱 커지게 마련.치악산은 그만큼 험하다. 하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굽이를 돌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치악의 산세는 반복되는 고민속에서도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거친 여정 후의 상쾌함을 맛보고 싶다면 치악산이 제격이 아닐까. 험하지만 정상까지 가장 거리가 짧은 구룡사∼비로봉(1288m) 코스를 택했다.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구룡사 아래 주차장까지 걸린 시간은 차로 10분 정도.여기서 다시 10분 이상 걸어야 구룡사 원통문에 닿는다. 원통문 너머 사찰까지는 금강송 군락지.아득하게 높이 자란 수백년 수령의 금강송들이 절 입구까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이곳 금강송은 조선시대 궁궐의 황장목으로 쓰여 일반인의 벌목을 금지하는 황장금표(강원도 지방기념물 제30호)가 표지로 남아 있다.하얀 눈옷까지 입고 늘어선 금강송들은 구룡사 겨울풍경의 백미다. 구룡사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신라 문무왕때 지금의 대웅전 터에 연못이 있었고 그 안에 용 9마리가 살았다.의상대사는 터가 좋은 연못을 메워 절을 지으려고 용들과 도술시합을 했다.용들이 먼저 솟구쳐오르자 뇌성벽력과 함께 산들이 모두 잠겼으나,의상은 비로봉과 천지봉에 줄을 걸어 배를 매놓고 그 안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이어 의상이 부적 한 장을 그려 연못에 넣자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고,용들은 뜨거워 날뛰며 달아났다. 사천왕문을 지나 돌층계를 오르니 보광루다.그런데 누각 아래를 지나 마당 너머 보여야 할 대웅전이 보이지 않는다.지난해 9월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다고 한다.빗살문과 정자(井字)문,그리고 내부의 겹층 닫집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는데…. 구룡사 위로 이어진 구룡계곡과 큰골을 따라 세렴폭포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넒고 평탄하다.중간중간 구룡소,선녀탕,세렴폭포 등 명소들이 자리잡고 있다.계곡은 꽁꽁 얼어붙었다.얼음속으로 이따금씩 희미하게 물소리가 새어나올 뿐,계곡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본격적인 산행은 세렴폭포를 지나서부터.사라리병창길을 지나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수백개의 계단과 바위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가끔씩 나무에 매어놓은 밧줄이나 잡목 뿌리를 잡고 산에 오르길 30여분.등줄기에 후줄근히 땀이 흐른다. 해발 800m 이상 올라가니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 때문에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발이 미끄러진다.아이젠을 착용했어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8부 능선에 이르면 비로소 처음으로 시원하게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천지봉과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왼쪽으론 투구봉,토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정면엔 사다리병창 아래로 구룡사가 손마닥만하게 자리잡고 있다.정상에 올라가기가 힘에 부친다면 여기까지만이라도 올라와야 치악의 산세를 반쯤은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30분 남짓 강행군한 끝에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칼바람이 부는 정상 위엔 돌탑 3개가 나란히 쌓여 있다.그 와중에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라면을 끓여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눈에 띈다. 비로봉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치악산 산행의 압권.비로봉은 북쪽의 삼봉∼투구봉∼토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남쪽의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북동쪽의 천지봉,태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즉 3개의 능선이 모이는 곳.사방을 둘러보아도 더 높은 산은 보이지 않고,멀리 눈 덮인 산자락들이 새파란 하늘과 맞닿아 파노라마처럼 돌아간다. 주차장∼구룡사∼사다리병창∼비로봉 코스는 왕복 7시간 정도 필요하다.내려올 때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세렴폭포 부근 통제소에서 오후 1시 이후엔 입산을 통제한다. 글 치악산(원주) 임창용기자 sdragon@ ●세번째이야기…숯가마와 삼겹살 치악산 인근 횡성과 원주 일대엔 참숯을 구워내는 숯가마들이 많다.산행이나 스키를 즐긴 후 숯가마를 찾으면 참숯 굽기 구경은 물론 숯가마 찜질과 참숯 삼겹살 구이를 맛볼 수 있다. 구룡사 입구에서 나와 횡성군 우천면 방향으로 20여분쯤 가면 6번 도로 왼쪽으로 ‘강원둔내참숯마을’이 나온다.온통 눈으로 덮인 산자락 한 편에 자리잡은 숯가마 굴뚝에서 하얗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양이 참 아름답다. 숯을 굽는 과정은 간단치 않다.벽돌과 흙으로 만든 숯가마 안에 토막낸 참나무를 가득 채운 뒤 4∼5시간 불쏘시개로 불을 붙인다.이후 참나무는 4일 동안 스스로 탄다.5일째 되는 날 온통 새빨갛게 변한 불덩이들을 기다란 부삽으로 퍼내 흙구덩이에 파묻는다.이틀 정도 흙속에서 잠을 재운 뒤 꺼내면 가볍고 단단한 참숯이 나온다. 숯을 꺼낸 숯가마는 찜질방으로 최고 인기.가마속 온도가 70도 정도 되면 들어갈 수 있다.서울 고덕동에서 왔다는 50대 남성은 “숯가마 찜질이 주는 상쾌함은 도시의 첨단 찜질방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며 시간만 나면 숯가마를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따끈함이 느껴지면서도 전혀 끈적거림이 없는 게 일반 찜질방과 차이가 느껴진다. 숯가마 밖은 영하 10도 내외.숯가마 입구에 매단 거적을 밀치고 나오면 산골의 찬바람이 몰려들지만,한기보다는 시원함이 느껴진다.마치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숯가마를 서너번 들락거리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요금은 5000원.가운은 빌려준다.샤워실이 따로 없어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거나 바람에 말려야 한다. 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참숯 삼겹살 구이.숯을 꺼낼 때 쓰는 부삽에 삼겹살을 깔고,시뻘건 숯이 가득 든 가마에 3초 동안 넣었다 뺀다.일명 ‘삼초구이’로 불리는 삼겹살 구이법.하지만 실제로는 서너번 넣었다 빼야 먹기 좋게 적당히 익는다. 고소한 삼겹살 맛도 맛이려니와 먹을 때 콧속에 스며드는 참숯향이 향기롭다.이같은 삼초구이는 손님이 적거나 특별한 경우에만 가능하고,보통은 참숯을 피운 화덕에 석쇠를 놓고 삼겹살을 구워먹는다.1근(500g)에 1만원.주인이 내주는 신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033)342-0949.다양한 용도의 참숯과 목초액도 구입할 수 있다.(033)342-0949. ‘강원참숯’도 숯가마찜질로 유명한 곳.강원둔내 참숯마을에서 6번 도로를 타고 횡성 방향으로 가다가 정금리에서 우회전해 13번 도로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나온다.(033)342-4508.이밖에 우천면 오원리의 ‘경원참숯’(033-342-0413),서원면 유현리의 ‘서원참숯’(033-344-5508)에서도 숯가마찜질을 할 수 있다. 글 횡성 임창용기자 sdragon@ ■구룡사 가는 길 ●교통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에서 빠져 우회전해 42번 국도(원주 방면)를 탄다.2㎞쯤 가면 학곡리 3거리가 나온다.여기서 개울을 따라 좌회전해 4.5㎞쯤 가면 구룡사 입구에 닿는다.원주역,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룡사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있다.동신운수(761-3135). ●숙박 치악산장(731-8539),옥스포드산장(731-5678),피닉스산장(343-1555),코레스코(343-8978) 등 치악산 주변으로 여관과 산장이 많다.비둘기민박(731-3934),구룡민박(732-5667) 등 구룡사 입구의 80여가구가 민박도 친다. ■ 청태산 가는 길 ●교통 영동고속도로 둔내IC에서 빠져 6번도로를 타고 둔내면 방향으로 가다 보면 시내 못 미쳐 오른쪽으로 청태산휴양림 가는 길(17번도로)이 나온다.휴양림까지 이정표가 잘 표기돼 있다.둔내IC에서 휴양림까지 20분 정도 소요. ●숙박 숙박은 휴양림내 ‘숲속의집’이 쾌적하고 편하다.숙박료는 평형에 따라 1만 5000원(4평형),4만 4000원(7평형),5만 5000원(9평형),7만원(17평형).겨울에도 1개월 전 인터넷(www.huyang.go.kr)을 통해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따라서 주말은 숙박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그러나 평일엔 빈 방이 있기 때문에 예약을 못 했더라도 숙박할 수 있다.휴양림 숙박이 여의치 않으면 성우리조트 인근의 여관이나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033)343-9707. ■겨울산행 주의할 점 겨울산엔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기온이 매우 낮으므로 세심한 준비와 주의가 필요하다.아이젠,방한복과 방한모,방수 등산화 및 장갑은 기본.옷이 젖을 경우에 대비해 여벌의 옷도 하나쯤 챙기자.등산화 속으로 눈이 스며들지 않도록 행전(스패츠)도 필요하다.비상식량과 물도 준비하자. 눈이나 비 등 해당지역의 기상특보 여부도 확인하자.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를 참조하면 된다. ■ 산악스키대회 열려요 오는 15일 청태산 자연휴양림내 순환 임도에서 ‘제3회 산림청장배 산악스키대회’가 열린다.출발점에서 30초 간격으로 개별 출발해,최단 시간에 거리별 코스를 완주해 도착한 시간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남·여별로 주니어부,청년부,장년부,단체부로 나뉘어 진행되며,부문별 시상도 한다.산악스키 장비는 렌털이 가능하다. 참가신청은 대한산악스키협회 홈페이지(www.mountski.org)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해 이메일(mounski@monutski.org),또는 팩스(02-573-9058)로 해야 한다. ˝
  • [나의 건강보감] 화가 황순칠 씨

    그가 필자를 데려간 곳은 화실 근처 아파트 단지 귀퉁이에 있는 쌈지형 체육공원이었다.그곳에서 윗도리를 벗더니 주저없이 철봉으로 몸을 날렸다.족히 70㎏은 돼보이는 몸이 가볍게 리듬을 탔다.어느 순간,철봉을 타고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돈다.한참을 그렇게 매달려 몸을 달군 그가 가뿐하게 내려섰다.“화가의 일이 건강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그렇지 않습디다.한번 영감이 밀려오면 앉은 자리에서 날밤 새는 건 예사고,직장인들처럼 시간을 자로 재듯 쪼개서 쓸 수 없어 건강에 대해 더 절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화가들이기도 해요.아,누군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기야 하겄습니까?” ●날밤새는 게 예사인 화가… 건강 더 절박해요 화가 황순칠(49).그가 지난 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고인돌 마을’의 잔상이 어지러운 세상에 짧지만 날카로운 비명으로 날아가 박혔다.“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흰색이 좋다.어쩌면 온갖 색으로 덧칠된 추한 세상의 본디 모습일 수도 있고,그런 세상에 던지는궁극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어떻든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흰색이 좋다.” 그의 세계는 희다.배꽃처럼 시리게 희다.캔버스에 온통 검정을 담고,보라를 그리고,노랑을 덧칠해도 여전히 그는 희다.그의 세계가 희고,그의 생각과 발상이 모두 희어서다.살펴보니 시원하게 밀어붙인 그의 머리도 텅 비어 희다.뿐만 아니라 그는 이름도 희다.광주의 화실에서 만난 그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빡빡 민 머리를 뭐라고 하는지 아시요?” “뭐라나,배코?” “배코,그걸 쫌 빨리 해보쑈.” “배코,배코,그래도 배콘데요.” “그것이 내 이름이요.” 그러면서 그는 너털웃음을 토해냈다.그는 백호(白乎)를 아호로 쓴다.즐겨 읽는 논어에서 얻었다.말 그대로 희다는 뜻 아닌가.어떻든 그는 희다. 모든 화가들이 그렇듯 그도 ‘내 것’을 찾아 수많은 길을 헤맸다.“제가 처음부터 흰색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저도 젊어서는 사실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동양의 전통 색조인 오방색을 즐겨 쓴 적도 있고요.그러다가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무채색으로 바뀌어 저의 ‘흰색 시대’가 시작되는데,색이 그림의 본질은 아니지만 화가의 이상을 나타낸다고 보면 지금의 제 미술적 충동은 확실히 흰색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양화의 남종화를 거론했다.“남종화는 모든 세속적 욕망을 걸러낸 수묵의 그림입니다.모르긴 해도 인간을 지배하는 가장 세속적인 욕망 두 가지를 든다면 아마 물욕과 명예욕일 건데,화가로 산다는 것은 이런 욕심을 어느 정도 포기하거나 유예한다는 것을 뜻합니다.이런 정서가 배꽃 흐드러지는 내 그림 속에 담겼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겠지요.저는 지금도 나주 배밭에 가 그림을 그리노라면 마음이 뜨거워지고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낍니다.아마 ‘쾌(快)’라고 부를 수 있는 희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역동적인 건강한 삶의 활력은 ‘흥과 쾌' 그렇다고 그가 물욕이나 명예욕을 초월한 초인은 아니다.비록 가난하지만 그림값을 두고 흥정하는 일을 가장 싫어하는,어찌보면 좀 막힌 듯하지만 자신의 창의와 노고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범부(凡夫)인 제가 욕망에서 벗어나다뇨? 저도누구 못잖은 욕망을 갖고 삽니다.다르다면 저의 명예욕은 그림에 있다는 겁니다.제가 느끼는 절대적 행복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저만의 미적 감흥을 느끼는 일입니다.” 서예가로 출발해 서양 화단에 변화를 몰고 온 그를 두고 일부에서는 “하던 일이나 하지.”라며 냉소를 보이기도 했다.그러나 그런 사람들까지도 그의 거침없고 지칠 줄 모르는 실험이 한국 화단의 묵은 발상을 깨우는 자극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제가 지난 90년부터 삭발을 해오고 있는데 가난하지,가진 것 없지,오로지 그림 한길에 내 삶을 바쳐야 하는데,하는 듯 마는 듯 해서야 되겄습니까.그래서 머리 깎았어요.실험이든 뭐든 계기가 필요해섭니다.” ●체조선수처럼 손바닥에 굳은살 박여 그의 일상은 역동적이다.그처럼 미적 영감을 찾아 현장을 누비는 화가도 흔치 않다.군에 입대해 훈련소에서 ‘뺑뺑이’를 돌 때도 다른 사람들 다 텅텅 나가 떨어질 때 그만 독야청청 버텨냈다.이처럼 활동지향적이고 역동적인 그의 건강비결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은 바로 마음에서 키우는 ‘흥’과‘쾌’다.“흰색을 주조로 하는 지금의 제 그림이 힘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주체하기 어려운 힘이 똬리를 틀고 있는데,바로 ‘흥’과 ‘쾌’가 준 선물이라고 봅니다.” 더러는 등산도 하고 가끔씩은 수영으로 심신의 약을 삼지만 그의 ‘흥’,‘쾌’에 어울리는 운동은 철봉이다.인간이 다른 문명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날 수 있다면 아마 철봉에 매달리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저의 철봉 이력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로 거슬러가야 하지만 본격적인 화가로 나서면서 제대로 틀을 갖췄다고 봐야지요.” 외롭거나 노할 때,그리고 재밌거나 심지어는 심심해서 좀이 쑤실 때도 철봉에 매달린 덕분에 그의 손바닥에는 체조 선수처럼 굳은 살이 옹심이처럼 박여 있었다. “그래도 건강은 마음에 있습니다.자신감을 잃지 않고 낙천하며 사는 것,그리고 스스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건강의 조건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색하는 인간이라고 했다.이는 곧 부단한 도전이기도 하다.그의 책상 머리맡에 먹으로 그려 놓은 글귀,‘Be prepared for surprise.’(남들을 놀라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가 노도처럼 와닿았다.앞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영원한 청춘의 화가 황순칠. 글·사진 광주 심재억기자 jeshim@ 디스크·관절질환에도 좋아요 “언젠가 허리가 안 좋다는 지인에게 철봉을 권했지요.두고 봤더니 그이가 철봉을 오래 하지는 못하더군요.몸에 좋든 아니든,혼자 하는 운동에 흥미를 붙이기가 쉽지는 않죠.” 그러나 철봉에 대한 그의 열성은 각별했다.어려서는 평행봉도 곧잘 해 지금도 철봉 하는 김에 자주 평행봉에 매달리기도 한다.“체계적으로 배운 운동도 아니고,그래서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 철봉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가 내세우는 철봉의 장점에 귀가 솔깃해졌다.“인근 학교나 아파트 놀이터면 만족스러운 운동장이지요.따로 시설비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전국 어디서든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철봉에 매달리다 보면 온 몸이 나긋나긋 유연해지면서 척추 등 전신의 뼈가 새로 줄을 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현대인에게 많은 디스크나 관절질환도 철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그래요.디스크 환자들 재활 훈련 받을 때도 철봉 하잖아요?” 지금도 팔씨름만큼은 누구와 붙어도 자신있다.철봉으로 근력을 다진 덕분이다.물론 배우면서 이를 부러뜨리는 등 어려움도 겪었지만 그때의 두려움만 떨치면 철봉에 매달려 하는 운동이라 다칠 염려가 거의 없다는 것도 철봉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키 168㎝,몸무게 68㎏의 탄탄한 몸을 가진 그는 지금도 아침,점심 그리고 저녁 하루 세번씩 철봉에 매달려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본다.건강을 얻는 철봉이지만 어쩌면 그는 철봉에 매달려 바로 서기와 거꾸로 서기를 반복하면서,바로 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그들이 엮어가는 지난한 미학 공동체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심재억 기자
  • [술따라 맛따라]한산 소곡주

    설이 다가옵니다.명절이 가까워지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지요.전통주를 빚는 이들입니다.비록 반짝경기지만,이맘때는 술도가 사람들이 가장 신명나게 일할 때입니다.하지만 올핸 신명과 함께 한숨소리도 배어나옵니다. “반품이 얼마나 나올지.밤에 잠이 안오네요.”충남 서천에서 전통주를 빚는 나장연(40·한산소곡주 사장)씨의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백화점,할인점 등에 보낸 술이 무사히 소비자의 손에 닿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통주만큼 토속적이고 문화적인 것이 있을까요.술엔 우리 고유의 맛과 멋,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이같은 우리술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양주와 맥주,와인이 차지한 널찍한 매장 한 구석에,초라하게 자리한 전통주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자화상인 듯해 보기 민망합니다. 서울신문 주말판 We가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주가(酒家) 기행’을 떠납니다.주가 기행은 전통주에 얽힌 애환과 역사,술 빚는 이들의 치열한 장인 정신,정감 넘치는 술도가 작업장의 이야기를 담을 것입니다.또 가까운곳의 여행 명소도 함께 소개합니다.우리 조상들이 궁궐에서,주막에서,집에서 즐겼던 우리 술의 맛과 멋을 주가기행과 함께 느껴보십시오.첫회는 ‘한산소곡주’ 편입니다. 한산소곡주를 처음 마시면서 속기 쉬운 한 가지.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주도가 낮다고 판단해 폭음하기 쉽다는 것.오죽하면 ‘앉은뱅이술’이란 별명이 붙었을까.문헌상 가장 오래된 백제의 술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의자왕이 달콤한 소곡주에 취해 삼천궁녀와 놀다가 나랄 말아먹었구나.’란 추측이 들기도 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따르면 무왕 37년(635년) 왕이 신하들과 어울려 백마강 기슭 고란사 부근 경치 좋은 곳에서 마셨던 술이 한산 소곡주다.소곡주 제조법은 조선시대의 산림경제,양주방,임원십육지,동국세시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현재 충남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의 우희열(64) 여사와 아들 나장연씨가 소곡주를 빚고 있다.어머니는 제조 기능 보유자(충남 무형문화재 3호)겸 명주 명인,아들은 제조기능 이수자다. 두 모자(母子)를 한산모시관내 양지바른 곳에서 마주했다.모시관 길 건너편엔 소곡주 공장이 있지만,상당 부분의 공정이 대형화,자동화돼 예전의 술도가 정취를 찾아보기 어렵다.모시관 한쪽엔 관광객들이 단체로 오면 소곡주 빚기를 시연하기 위해 아궁이와 소주고리 등 전통적인 술 도구들을 갖춰놓았다. “술맛은 누룩이 첫째지유.누룩을 잘 띄워야 맛이 깊고 은근하니께유.” 나씨 집안으로 시집와 시어머니(김영신)의 가르침을 받아 소곡주를 빚은지 35년.시어머니가 친정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소곡주 제조 비방을 시집오면서 가져와 며느리,손자에게 명맥을 잇게 했다. “술 빚는 방법이야 비슷하지만 같을 수는 없지유.그래서 똑같은 술이라도 빚는 사람마다 맛이 달러유.아니 지가 빚는 술도 빚을 때마다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나유.” 그래서 술은 ‘만든다’ 하지 않고 ‘빚는다’고 하나 보다.예술하는 이들이 저마다의 예술 세계를 추구하며 그림이나 조각을 ‘창조’하듯,술도 미세하지만 빚는 이만의 맛이 담겨있는 것이다. 소곡주 맛은 달고 그윽하다.이는 술 빚을 때 들어가는 들국화가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게 우씨의 설명.들국화 자체의 그윽한 향과 잡균에 대한 강한 살균력으로 잡미를 없애 곡주 그대로의 감칠맛을 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생하는 들국화를 채취해다가 말려서 썼는데,이젠 여의치 않아 고민입니다.” 나장연씨는 술 생산량이 늘면 결국 들국화도 재배해서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제조과정도 다른 약주와 조금 다르다.우선 술을 빚을 때 물을 절반 정도만 써 알코올 도수(18도)가 약주치고는 꽤 높은 편.또 다른 약주는 효모균이 알코올을 만들 때 전분에서 나온 당분을 모두 소모하지만,소곡주는 절반 정도만 소모,남은 당분이 술 맛을 달게 한다.대개의 약주는 사라진 단맛을 내기위해 올리고당이나 아스파탐 등 인공적으로 당을 가미한다. 나씨는 어머니로부터 소곡주 제조 기능을 전수받았지만 맛의 개선에 관심이 많다.젊은 세대의 미각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누룩 특유의 냄새가 문제지요.예전의 어르신들은 누룩에서 나는 묵직한 맛을 좋아했지만 젊은 세대들은 가볍고 깨끗한 맛을 좋아합니다.누룩이 아닌 효모균만을 넣어 빚은 일본의 청주 같은 술 말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소곡주는 그대로 보존하되,이를 개선한 술도 빚을 수 있기를 바란다.이는 단순히 상업적 차원이 아니라,우리 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유럽이나 일본에서도 명주를 빚는 집안에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 더 좋은 맛을 창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전통식품 관련법상 민속주로 지정돼 제조면허를 받은 것은 재료나 방법을 조금이라도 달리하면 술을 생산할 수 없어 제도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한산소곡주는 현재 약주(18도)와 증류식 소주(43도) 두가지로 나온다.주도를 더 낮춘 13도짜리도 곧 나올 예정이다. “명절 때가 아닌,평소에 누구나 마시는,특히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는 소곡주를 빚고 싶습니다.” 모자의 꿈이 마치 술잔에 담긴 소곡주의 고운 빛깔만큼이나 담박했다. 서천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 한산소곡주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에서 빠져 서천읍내를 지나 23번,29번 국도를 차례로 갈아타면 한산모시마을에닿는다.모시관 건너편에 한산 소곡주 공장이 있으며,모시관 옆 특산물 판매장에서 소곡주 시음 및 구입이 가능하다.소곡주공장(041-951-0290).신성리 갈대밭은 모시마을에서 금강 방향으로 차로 10분 정도 가면 나오며,금강하구둑은 모시관에서 29번 도로를 타고 15분쯤 남쪽으로 달리면 닿는다. 한산소곡주 따라 만들기 ●준비물 찹쌀,멥쌀,누룩(통밀을 쓴 것),들국화 말린 것,메주콩,엿기름,생강 각각 한줌씩.홍고추.들국화는 경동시장 등 한약재시장에서 살 수 있다. ●빚는 법 멥쌀 2.4㎏을 빻아 떡(백설기)을 찐다. 백설기를 누룩가루(1㎏)와 혼합해 독에 넣고 물 8ℓ를 부어 섞어서 밑술을 만든다. 3∼4일간 밑술을 발효시킨다. 찹쌀 8㎏으로 고두밥을 짓는다. 누룩가루 1㎏ 및 들국화 말린 것,메주콩,엿기름,생강을 각각 한줌 정도 고두밥, 밑술과 혼합한다. 덧술에 홍고추를 꼽아 서늘한 곳(섭씨 15도 정도)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시킨다. 용수를 박아 술을 떠낸다.용수를 구하기 어려우면 베보자기 등에 덧술을 담아 짜내도 된다. ●여행명소 겨울철엔한산 소곡주 공장이 있는 한산모시마을,마량포구,금강하구둑,신성리 갈대밭,희리산 자연휴양림이 가볼 만하다.모시마을에선 그 유명한 한산 세모시를 구경하고,구입도 할 수 있다. 충남 장항과 군산을 잇는 금강하구둑 주변은 철새들의 천국.청둥오리,고니,붉은부리 갈매기 등 겨울철새 수만 마리가 연출하는 군무를 하루에도 여러번 감상할 수 있다.다른 철새 도래지와 달리 먹이를 주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가까이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금강변에 펼쳐져 있는 폭 200m,길이 1㎞의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으로 유명해진 곳.저녁 무렵 금강의 금빛 물결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마량항은 해돋이와 동백숲이 유명한 곳.서해에선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종천면 산천리의 희리산 자연휴양림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송 휴양림으로 사계절 푸르름을 자랑한다.숲속의 집과 야생화 관찰원,저수지 등이 주변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서천군 문화공보실(041)950-4224. ●맛집 서해안은 간재미가 제철이다.모양은 홍어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다.값은 홍어보다 싸지만 맛은 홍어 못지 않아 날씨가 추워지면 간재미를 찾는 발길이 잦다.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먹을 수 있다. 서천에선 대부분의 횟집에서 간재미를 낸다.마서면 당선리의 ‘해강’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은 식당.이곳에서 내는 간재미 요리는 회와 회무침 두가지.연한 뼈째 두툼하게 저민 회는 기름소금에 찍어 상추에 싸서 먹거나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고소하면서 연골과 함께 살점이 씹히는 맛이 일품.달콤한 소곡주 맛과 잘 어울린다.회무침은 매콤달콤한 양념맛 때문에 여성과 아이들이 좋아한다.간재미 회는 한 접시에 1만 8000원.둘이서 먹을 만하다.회무침은 2만 5000원.(041)956-8885.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겨울 골프의 참맛

    한 해를 정리하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연말연시.잦은 송년회에 몸은 피곤하지만 평소 보고 싶던 벗과 어울리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을 것이다. 다가올 설을 앞두고 해외 골프투어 예약이 폭주하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소리 소문 없이 해외로 골프투어를 다녀오는 이 겨울.몸이 근질거려 더 이상 필드 나들이를 외면하지 못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골프장을 찾아야 한다면 이맛살을 찌푸리지 말고 겨울 골프의 참 맛을 음미하는 것도 긍적적인 세상살이의 한 방법일 것이다. 일단 필드에 나서면 기술에 의해 스코어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날의 운이 스코어를 좌우한다는 운칠기삼의 말뜻을 되새기자.이를 위해선 필드의 칼바람을 녹일 수 있을 정도의 느긋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즐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워터 해저드로 향하던 미스 샷이 얼음판에 퉁겨 온 그린되는 행운에 쾌재를 부르고 잘 맞은 공이 언 땅에 바운스되면서 OB지역으로 들어가는 낭패를 보기도 한다.비록 춥지만 뜻밖의 결과에 동반자들과 박장대소하면서 즐기는 것이 겨울 골프의 묘미다. 이처럼 럭비공처럼 튀어대는 공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박장대소를 하게 되는 겨울 골프는 아무리 옆에서 “따따,따따따”를 외쳐도 그 어느 때보다 영어(?)를 많이 하게 된다.퍼터 헤드를 홀에 집어넣고 샤프트를 눕혀 OK 거리를 재던 각박한 인심이 사라지고 웬만한 거리는 “OK”를 외쳐주는 것이 기본이다. 명심하시라.영어로 발음하는 것에 인색하면서 “한 번 더”를 남발하면 가뜩이나 추운 날씨 때문에 위축된 혈관을 더욱 좁게 만들어 원하지 않던 고스톱 치는 밤을 맞게 될 것이다. 겨울 골프의 참 맛은 역시 그늘집에 있다.만끽하시라.따뜻한 정종 한 잔과 몸을 덥혀주는 어묵 국물은 저승 문턱까지 갔던 사람이 깨어나는 듯한 삶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 뜨겁게 덥힌 정종이 담긴 잔에 언 손을 녹이며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식도를 타고 내려오는 열기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이 환장할 맛에 겨울 골프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고 동장군이 설치는 필드 나들이를 감행하는 것이다. 겨울 골프의 환장할 마력의대미는 역시 언 몸을 녹이는 클럽 하우스의 목욕탕일 것이다.샤워기 앞에 선 후 물이 처음 몸에 닿는 순간,누구나 “앗,뜨거워!”라며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황당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면 “나도 그랬다오.”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는….겨울 골프를 즐긴 경험이 있는 당신의 모습일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golf21@igolf21.com
  • [나의 건강보감] 국문학자 김열규 교수

    생명을 키우는 햇빛과 대지를 감싸는 바람,그 앞에 맨몸으로 서서 깊게 호흡을 가다듬는다.해송숲 삼림에서는 솔향기가 번져나고,푸른 하늘의 새들은 날갯짓이 편하다.이윽고 대자연의 정기에 온몸이 말갛게 익을 무렵,가뿐한 걸음으로 흙길을 밟아 귀가한다.풍욕(風浴),말 그대로 ‘바람욕'이다.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걸음의 숨가쁨이나,차가운 겨울바람이 왜 자연의 축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거기서도 그냥 앉아 있는 건 아니다.마른 수건으로 전신을 가볍게 문지르면 금세 온몸이 따뜻하게 달아올라 한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바람의 끝,매운 삭풍도 거친 숨결을 누그러뜨리는 경남 고성의 한적한 남해바닷가,거기에 ‘있고도 없는 도깨비'처럼 그는 홀로 서 있었다. ●일흔 넘긴 나이에도 검버섯 하나 없어 김열규(71) 교수.일흔을 넘긴 그의 얼굴에서 속진의 기름때같은 끈적임은 찾아 볼 수 없었다.유리알처럼 맑은 얼굴에는 그 나이면 훈장처럼 번지는 검버섯 하나 자리하지 않았다.“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날 보고 물어요.‘왜 그렇게 건강한가,비결은 뭔가.’그래 이렇게 말했지요.내 어깰 만져봐라.부드럽지 않나.대자연에 묻혀 사니 어깨에 힘 줄 일도 없고,긴장할 인간관계도 없다.이렇게 살면서 건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가 “속되고 욕되다.”며 표표히 서울을 떠나 고향인 이곳에 정착한 게 지난 91년이니,벌써 12년째 한 걸음 뒤편에서 넉넉하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91년 서강대를 떠나면서 40년 서울생활을 함께 털어냈어요.험한 문명의 변화에 몸이 따라가질 못하더라고요.천성이 예민해 위·십이지장궤양도 심했고,또 감기를 몸에 달고 살았지.의사가 찬바람에 민감한 ‘콜드알레르기’라며,서울을 떠나 사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해요.도리없지.아내에게 난 고향으로 돌아갈테니 알아서 하라고 그랬죠.”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일도 버거웠고,자꾸만 가라앉는 몸도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작심하고 김해 인제대로 옮겨 정년을 맞았다.이곳에서 그는 바쁘다.바람과 햇빛,그리고 철마다 자태를 바꾸는 꽃과 새를 만나야 하고,오솔길을 걸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그의 일과이다. ●12년전 서울 떠나 귀향… 고성에 정착 그에게 귀향은 새 삶의 출발점이었다.“여기 와서야 서울사는 동안 나의 생체 리듬과 자연의 리듬이 맞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지금은 나를 철저하게 자연에 맞추며 삽니다.의사가 수술하라던 속병도 거진 나았고,알레르기도 걱정없어요.‘더 일찍 낙향했더라면…’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이렇게 그를 바꾼 것은 자연의 힘이었다.그 중에서도 그는 ‘풍욕(風浴)'과 ‘절식(節食 혹은 時食)'을 ‘건강 비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풍욕과 함께 그가 자연의 섭리를 체득한 또다른 비결은 절식.풀어서 얘기하자면 제 철 음식을 골라먹는 ‘자연식 섭생법'이다.“섭리에 순응하는 삶이란 자연에 맞서 중뿔나게 모를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도시에서는 계절 파괴란 말이 유행이지만,그건 자연성에 대한 왜곡일 뿐입니다.지천에 널린 계절음식으로 주린 속을 채우는 일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를 사랑하는 일인데,나물은 물론 어류도 다 제 철이 있어요.여기에서는 식탁에 오른 음식 만으로도 금방 계절을 느낍니다.”그러면서 익숙하게 구절초나 산능금 같은 이름을 외워 보였다. ●속병·알레르기 사라져 “더 일찍 낙향할걸…” “철마다 산과 들을 누비며 나물 캐고,꽃과 산과일을 따는 게 제 일입니다.매화,찔레꽃,인동초,비파꽃과 산수유,비파,유자는 잘 말려 녹차에 띄우거나 과일차를 달이고,들국화와 쑥부쟁이, 구절초는 목욕물에 띄우죠.”그는 지금도 저녁 8시면 따뜻한 물에 야생초를 담근 뒤 30분간 반신욕을 하며 일과를 정리한다.“아랫배가 잠길 정도로 따뜻한 물을 채운 뒤 꽃향기 속에서 편하게 복식호흡을 하며 ‘반가운 사람의 노크’처럼 깊고 깨끗한 잠을 맞습니다.그런 뒤 바로 잠자리에 들면 7∼8시간쯤 넉넉하게 깊은 잠을 자게 됩니다.”더러는 이런 생활을 호사라고 여길지 모르지만,전원생활이라는 게 움직인 만큼 얻는 것이어서 그런 일마저도 보람이라고 했다. 전원으로 귀향해 살았던 도연명의 삶이 이랬을까.바쁠 일 없어 아침 햇빛에 온 바다가 치자빛으로 물들 무렵,산까치나 붉은배새매의 노래를 들으며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달빛이 산야에 넘치는 날이면 잔잔한 물소리를 밟으며 갯가를 소요 하는 일.때론 옛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속삭인다.“이 사람아,내가 왕일세.” 그의 또다른 즐거움은 사철 발을 풀어놓는 일.“서울 살면서 안타까웠던 일 중 하나가 발바닥을 퇴화시키는 일이었어요.발바닥은 예민하고 중요한데도 도회에 살다 보면 죽도록 혹사시키고 숨도 못 쉬게 틀어막잖아요.전 가끔 맨발로 몽돌해변을 걷거나 보리밭을 밟곤 합니다.초록이 귀한 겨울에 싱싱한 보리싹을 맨발로 밟는 그 삽상한 쾌감,상상이 됩니까.” ●맨발로 해변·보리밭 걷고 매일밤 반신욕 국문학자로 민속학과 문화해석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그는 지금도 줄기차게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천착하고 있다.석좌교수로 있는 계명대에서는 매주 지역 주민과 교수들까지 수강하는 공개강의를 하는가 하면,농익은 학구열도 젊은 시절 못지 않아 새해 벽두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돋보기를 들이댄 역저 ‘한국인의 화와 화병'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사전에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없다고 했다.“사는 일이 고통인데 그걸 피할 수 있겠습니까.고통을 시인하고 기꺼이 수용하는 삶,그것이 건강한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우리 사회의 고질인 사회윤리의 붕괴,남에 대한 배려가 없고,돈과 권력에 매몰되는 현상도 그렇게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요.” 광기와 탐닉의 시대,모든 인간이 제삼자로 존재하는 혼돈 속에서도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사랑과 자유 없이는 모든 것,심지어는 종교까지도 악마일 뿐”이라는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예언을 믿으며 한사코 사람에게로 길을 내는 등대 같은 그가 있어서다. 고성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 ■김열규 교수의 풍욕법 김열규 교수의 풍욕은 하루하루 자신을 비우는 작업이다.비오는 날만 빼고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다르다면 겨울에는 햇볕 속에 나앉고,여름에는 솔그늘에 들어 따가운 햇볕을 피하는 정도다.점심 식사후 온몸 가득 햇살을 받으며 나서는 풍욕산책.보드라운 흙길을 밟으며 땀이 밸 만큼 빠른 걸음으로 솔밭길을 걷다 양지녘에 이르면 겉옷을 모두 벗고 바윗등에 앉아 맨살로 햇볕을 받는다.“풍욕 중에 가끔씩 쌓인 솔잎을 발로 뒤집으면 확,하고 다시 솔향기가 퍼지곤 합니다.내 풍욕은 일광욕과 삼림욕,산책과 명상이 어우러진 건데 중요한 것은 그 순간,머리 속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겁니다.‘멍’하게 앉아 오로지 바람소리,새소리만 듣습니다.” 그는 이를 철학에서 말하는 ‘부정이 없는 이상향’이라고 정의했다. 30∼40분을 걸은 뒤 20분 정도 하는 풍욕과 절식 덕분에 그는 감기를 잊고 산다.날마다 활력이 넘쳐 글을 쓰거나 먹고 자는 일이 마냥 즐겁다.살이 맑은 것도 풍욕과 절식 때문이다.풍욕길에 나서는 그의 손에는 항상 망원경이 들려 있다.망원경을 통해 이름모르는 새들과 ‘희열의 눈맞춤’을 하기 위해서다.그가 풍욕을 ‘새소리목욕’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섭생도 자연에 가까워 자연에서 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이를테면 아침식사는 제 철의 나물과 채소,식초를넣어 만든 즙과 우유,그리고 잣이나 호두 같은 견과류로 대신합니다.식탐은 하지 않고 조금 적다 싶을 때 숟가락을 놓는데,양이 적은 대신 가려서 먹지요.” 키 169㎝,몸무게 57∼58㎏의 단구인 그가 “이제야 꿈과 이상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이라는 걸 알겠다.”며 담박하게 웃는다.아직도 학문에 관한 한 ‘바람둥이’랄 만큼 지적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는 ‘청춘의 노학자’,그에게서 배우는 것은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아니라 건강 이후의 이룸이었다.그가 말하지 않는가.“지금도 내 분야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고. 심재억기자
  • 가자 아테네로/ 지금 선수촌에선

    ‘아테네올림픽 D-226’을 알리는 표지판에는 성에가 하얗게 끼어 있었다.불암산에서 몰아치는 새벽 바람이 온도계의 눈금을 끌어 내렸다. ‘올림픽의 해’인 2004년을 하루 앞둔 2003년 12월31일 새벽 6시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의 박정구 생활지도위원이 운동장의 불을 환하게 밝히자 태릉선수촌은 잠에서 깨어났다.개선행진곡이 울려 퍼졌고,선수들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하나둘씩 운동장으로 모여 들었다.밤 10시까지의 고된 ‘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운동의 기본은 예의’라는 말이 실감난다.종목별로 빙 둘러서서 에어로빅 체조로 몸을 풀더니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군대의 새벽 구보처럼 대오를 이뤄 뛸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어떤 선수들은 한 바퀴 걷더니 곧바로 어디론가 사라지고,또 어떤 선수들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뛰었다.몇몇 선수들은 날이 훤하게 밝을 때까지 계속 돌았다.박 지도위원은 “자신의 컨디션과 운동 스케줄에 맞게 몸을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식사는 7시부터.1식6찬이 뷔페식으로 제공됐다.냉장고에는 우유가 빼곡히 들어찼고,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통에는 한약 봉지가 떠 있었다.펜싱 국가대표 현희(경기체육회)가 “제 약 주세요.”라고 말하자 주방 아주머니는 수험생 딸에게 약을 챙겨주듯 정성스럽게 꺼내 줬다.아주머니들은 숱한 한약 봉지의 주인들을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몸매가 생명인 체조 선수들은 야채만 먹는다.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4관왕인 양태영(경북체육회)은 “아침보다는 온갖 고기류가 나오는 점심이 문제”라면서 “연습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인 ‘월계관’에 들어서자 땀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운동 기구만 750여개.언뜻 보기에는 일반 헬스클럽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선수 개인과 종목의 특성에 따라 운동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기구들이다.공압식이나 유압식 기구는 1대에 2000만원이 넘는다. 최근 ‘육성 종목’으로 떠오른 펜싱과 체조는 지난 8월 완공된 ‘개선관’을 꿰찼다.비인기종목에다 메달가능성도 별로 없어 변방에 머물던 이들 종목이 선수촌 한 가운데로 중심이동을 한 것.러시아에서 영입한 옥다이(펜싱 사브르) 코치는 “태릉선수촌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훌륭한 엘리트스포츠의 요람”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선수촌을 찾는 원로들은 “시설과 음식은 좋았졌는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예전 같지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곤 한다.프로화가 된 일부 종목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세상이다. 지난 1966년 개촌과 함께 농구 국가대표 선수로 입촌했던 김인건 선수촌장은 “선수들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면서 “세월의 변화에 맞게 선수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촌장은 “올림픽이 사라지지 않는 한,국민들이 스포츠가 주는 희열을 간직하는 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대표선수들의 자부심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연금과 일당 등 금전적인 보상외에 선수들을 운동에 몰입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자부심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단 선수촌에들어오면 외박이 금지됐고,매일 새벽과 밤 점호를 취했다.선수들 사이에서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현재의 태릉선수촌은 음주와 도박을 제외하고는 자율에 맡긴다.김 촌장은 “조만간 연습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선수촌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5시.특별한 훈련법으로 이름난 양궁대표팀을 찾았다.이날의 특별프로그램은 심리상담.서울대 정창희 교수팀이 선수들의 뇌파를 검사한 뒤 개인면담을 했다.윤미진(경희대)은 4∼5점을 앞설 때 의외로 흔들리고,박성현(전북도청)은 첫번째 화살을 쏠 때 가장 불안하다는 등 개인별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숙소의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한 밤 10시에도 농구장에서는 공 튀는 소리가 들렸고,복싱체육관에서는 샌드백 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골아떨어진 선수들이나 밤을 잊고 ‘나머지 공부’에 열중하는 선수들이나,그들의 가슴에는 아테네의 꿈과 영광이 영글고 있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 ■김인건 선수촌장 “금메달 13개 이상을 획득해 10위권에 재진입하는 게목표입니다.” 프로농구 감독에서 국가대표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의 총 지휘자로 변신한 지 1년이 지난 김인건(사진) 선수촌장은 올림픽 10위권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메달 가능성을 점검한다. 한국은 1984년 LA올림픽(금6·10위)을 시작으로 88서울대회 4위(금12),92바르셀로나대회 7위(금12),96애틀랜타대회 10위(금7) 등 네차례 올림픽에서 줄곧 10위권을 유지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대회(금8)에서 12위로 밀렸다. 김 촌장은 특히 “서울올림픽 이후 이어진 하향세를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반드시 상승세로 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촌장은 10위권 진입의 마지노선을 금메달 13개로 점치고 있다.“태권도 양궁 레슬링 등 효자종목은 물론 상승세를 보이는 배드민턴 펜싱 유도에다 역도 사격 체조 등에서도 깜짝 금메달을 노리고 있어 13∼16개를 점치고 있다.”고 밝혔다. 금메달 4개가 걸린 태권도에서는 이미 남자 68·80㎏급과 여자 57·67㎏급 4명이 모두 출전권을 따내 ‘싹쓸이’를 벼른다.양궁에서는 남녀 개인·단체 등 4개의 금메달 가운데 최소한 3개가 목표다. 지난 두 대회에서 심권호의 금메달 각 1개에 그친 레슬링은 문의재(자유형 84㎏급)를 중심으로 3개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국제대회 전승 행진중인 ‘꿈의 복식조’ 라경민·김동문이 버티는 배드민턴도 빼놓을 수 없는 유망 종목.혼복과 남녀 복식에서 1∼2개의 금메달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펜싱에서는 여자 에페 단체에 기대를 걸지만 상승세의 남자 개인 플뢰레도 꿈을 부풀리고 있다. 남자 유도에서는 세계선수권 우승자 이원희(73㎏급)와 황희태(90㎏급)가 금을 벼르고,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형주(66㎏급)와 여자 유도의 희망 조수희(78㎏이하)도 유망주다.역도에서는 이배영(69㎏급) 송종식(85㎏급)을 선두로 남·여 각 4체급의 선수가 92바르셀로나대회 전병관 이후 12년만의 ‘금사냥’을 노린다. 사격에서는 공기소총의 서선화와 더블트랩의 이상희가 92바르셀로나대회 여갑순 이후 처음으로 ‘금 타깃’을 겨냥하고,체조의 김승일(마루)은 사상 첫 금에 도전한다.오상은·유승민,이은실·김경아의 탁구 남녀 복식조도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을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프로농구/덩크슛·피말리는 연장전 급증 ‘겨울 코트’ 뜨겁다

    호쾌한 덩크슛,그리고 피말리는 연장승부. 프로농구 팬들은 요즘 이 맛에 경기장을 찾는다.반환점을 돈 03∼04프로농구가 덩크슛과 연장승부 등 흥미유발 요소가 예년에 견줘 대폭 늘어남에 따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구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덩크슛은 팀당 28경기를 치른 현재 449개를 기록중이다.이를 정규리그 전 경기(팀당 54경기)로 환산하면 산술적으론 866개가 나온다.01∼02시즌(653개) 02∼03시즌(764개)에 견줘 훨씬 늘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패와 관계없이 선수들의 화려하고 호쾌한 덩크슛을 보면서 관중들은 희열을 느낀다.선수들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덩크슛 뒤 독특한 골 세리머니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다 연장승부도 대폭 늘어 벌써 13차례나 열렸다.이런 추세로 정규리그를 마치면 25차례 안팎의 연장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01∼02시즌 15경기,02∼03시즌 17경기에 견줘 크게 늘 듯.특히 지난 25일 모비스-오리온스전은 3차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3차연장은이날 경기를 포함,프로농구 사상 세차례 밖에 열리지 않은 진기록. 올 시즌 연장승부가 유별나게 많은 데는 모비스의 공이 크다.모비스는 지금까지 7차례나 연장전을 펼쳤다.그러나 전적은 2승5패로 부진했다. 이런 영향으로 관중들은 3라운드(팀당 27경기)까지 모두 46만 2340명이 입장,지난 시즌 같은 기간(42만3560명)에 견줘 9.2% 증가했다.특히 지난 20일 발생한 사상 첫 ‘경기중단’ 사태로 인기가 시들해질 것으로 점쳐졌지만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얼마 뒤 열린 크리스마스 경기에서 원주 치악체육관과 전주체육관이 만원을 이루는 등 5개 경기장에 모두 2만 3228명이 몰려들어 당당한 인기를 뽐냈다.모양새는 좋지 않지만 ‘경기중단’ 사태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것이 오히려 흥미를 유발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용병들의 실력 평준화로 대기록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특히 트리플더블은 단 한차례만 기록됐다.전자랜드 앨버트 화이트(196㎝)가 지난달 1일 SK전에서 29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올렸다.00∼01시즌 21차례,01∼02시즌 7차례,02∼03시즌 6차례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박준석기자 pjs@
  • “둔황 벽화 원초적 힘에 매료”베이징서 벽화 개인전 연 서용씨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제가 받은 둔황(敦皇)에서의 충격과 희열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간쑤(甘肅)성 둔황의 불교 벽화에 미쳐 둔황 막고굴(莫高窟)에서 7년을 지낸 동양화가 서용(徐勇·사진·41)씨는 9일 베이징에서 열린 둔황 벽화 개인전 소감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베이징의 왕징(望京) 근처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에서 개막된 ‘서용,그리고 돈황’ 개인전에서는 중국 불교예술의 정수인 둔황 492개 벽화를 재창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출품된 50여개의 작품 중 절반은 둔황 벽화를 그대로 재현했고,나머지는 둔황의 원시미와 7년간의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들이다. 9m90㎝×2m45㎝ 등 대형 벽화 그림들을 둔황 현지에서 직접 트럭에 싣고 5일간을 달려왔다고 한다. 서씨는 “둔황 명사산(鳴沙山) 모래산에 눈이 내리면 사람을 미치게 하는 무엇이 있습니다.눈덮인 겨울 사막의 길을 걸으면 구도자의 느낌이 절실해지죠.”라고 ‘둔황에서의 7년’을 압축했다. 그는 자신의 둔황 사랑을 “기이한 운명”이라고 표현한다.베이징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 직전인 96년 10월 둔황을 찾았을 당시 그는 베이징 개인전에서 성공적이란 평을 받았지만 내적으로 알 수 없는 공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맹목적으로 유행을 좇고 순간성·단일성에 매달려 어거지로 그림을 그리다가 둔황 벽화의 원초적인 힘과 자연적인 편안함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한방 먹은’ 그는 곧바로 둔황 막고굴에서 월 660위안(10만원)짜리 셋집을 얻어 492개 동굴 벽화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 동시에 란저우(蘭州)대학에서 둔황학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7년간 갖은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를 두고 중국 스승인 쑨징보(孫景波) 중앙미술학원 벽화과 학과장은 “중국의 사막에서 고독과 적막을 벗삼아 모든 정열을 벽화 예술에 바쳤다.”며 치열한 예술혼을 평가했다.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서씨는 국내 벽화의 대가이자 지도교수이던 이종상(李鍾祥) 전 서울대 박물관장의 영향으로 벽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92년 한·중수교 때중국으로 건너와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주 석굴암이 실크로드의 종착역같이 느껴진다.”는 서씨는 베이징 전시회에 이어 내년 4월 서울에서 다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oilman@
  • 이종격투기 동호회 투혼 / 꺾기~ 던지기~ 조르기~

    “라이트,라이트,발차기.” “퍽,퍽,퍼억∼.” “잽,잽,발차기.” “퍽,퍽,퍼억∼.” “자∼ 좋아요.다시 하세요.” 지난 25일 밤 8시쯤 서울 은평구 신사2동 이종 격투기 체육관인 정심관.40평 남짓한 체육관은 이종 격투기 동호회인 ‘투혼’의 회원 10여명이 홍영규 관장의 지도로 이종 격투기 기술을 익히며 내뿜는 기합 소리와 샌드백 치는 소리로 뜨겁게 달아올랐다.2인1조로 샌드백을 치며 킥복싱을 연습하거나,꺾기·조르기 등을 하며 유술(柔術)을 연마하느라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됐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오히려 짜릿한 희열감이 배어 있었다. ●“남자들과 맞붙어도 자신있어요” “윗몸 일으키기 200∼300회 정도는 거뜬히 할 정도로 몸이 튼튼해졌습니다.몸에 군살이 빠지고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져 살빼기 효과가 뛰어나죠.게다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승부욕이 생겼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몸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이종 격투기에 입문한 노수진(22·여·애니메이터)씨는 “일반 호신술의 경우 여자가 열심히 수련을 해도 실제 완력이 센 남자들과 맞닥뜨리면 당해낼 수가 없다.”며 “하지만 이종 격투기는 킥복싱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각종 무술 등을 익히는 덕분에 이제는 남자들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자랑한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달 초 시작했다는 ‘왕초보’ 정형곤(30·굿모닝신한증권 주임)씨도 “품새 등에 너무 치우쳐 상황이 벌어지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다른 격투기와는 달리 이종 격투기는 실제로 상대를 제압하는 실전 무술”이라며 “퇴근 후 샌드백을 신나게 두드리고 나면 나도 모르게 낮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고 말한다.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 불문 이종 격투기를 즐기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나 정심관 등 이종 격투기 체육관 등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다.대표적인 동호회 중 하나가 ‘투혼’.회원은 120여명이며,1주일에 2∼3회씩 나와 운동을 한다.연령은 10∼50대로 다양하지만 박진감이 넘치고 다이내믹한 운동인만큼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즐겁습니다.하루 1시간30분 동안 몸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 전신 운동인 유술과 킥복싱을 연습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아 군살이 많이 빠지고 체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대학 시절 3년 동안 킥복싱을 배웠을 정도로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범준(33·딜로이트 컨설팅 부문 매니저)씨는 “TV에서 방영되는 피 튀기는 이종 격투기 시합을 보고 끔찍하고 무섭게 생각하는데,그것은 시합일 뿐”이라며 “일반인들은 주로 꺾기나 조르는 기술을 구사하는 유술로 스파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친구 오빠의 권유로 시작한 우경원(31·여·대한주택공사 사원)씨는 “여러가지 종목을 함께 연습하다 보니 싫증이 나지 않고,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샌드백을 신나게 두들기고 나면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어 기분 전환이 되는 운동”이라며 “여자들의 경우 여자들끼리 대련이나 스파링을 하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다.”고 거들었다. ●승부욕 생기고 자신감도 찾고 이들이 이종 격투기를 즐기는 이유는 간단하다.무엇보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고 건강을 챙기며,살빼기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방송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한 김기태(33·CF감독)씨는 “몸과 몸이 부딪치면서 끈끈함이 묻어나는 등 격렬한 남성 운동이어서 좋아한다.”며 “이종 격투기를 시작한 이후 승부욕이 생기고 자신감도 회복한 점이 큰 자산”이라고 활짝 웃으며 너스레를 떤다. 저혈압이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로 지난해 11월 입문한 이지은(28·여·명지전문대 교직원)씨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근육통·결림 현상이 있었는데,이종 격투기를 한 이후 말끔히 없어졌다.”며 “특히 여성들이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호신술로는 안성맞춤”이라고 덧붙였다. “상대방에게 걸거나 걸리는 이종 격투기의 기술은 매우 과학적입니다.관절 꺾기 기술 하나만 배워도 다른 여러가지 기술에 응용할 수 있어 재미가 새록새록 쌓이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입문한 김도현(23·작곡가)씨는 “이종 격투기를 하기 전에는 밤낮이 뒤바뀌는 불규칙한 생활로 허리와 어깨에 무리가 와 뻣뻣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잔병치레도 없어졌다.”고 말한다. 글 김규환기자 khkim@ 사진 강성남기자 snk@ ■이종격투기의 모든 것 이종(異種) 격투기는 어떤 무술을 사용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사실상 룰이 없는 무규칙 무술 경기이다.단지 눈 찌르기·깨물기·박치기 등 야비하고 목숨을 빼앗는 행위를 금하는 최소한의 룰만 있을 뿐이다.일명 ‘발리투도’라고도 불리는 이종 격투기는 90여년 전 브라질에서 탄생했다.일본 유술(柔術·유도의 전신)의 달인인 마에다 미쓰오가 브라질로 건너가 실전 유술로 다듬어 그레이시 집안에 전수하면서 창시됐다.상대방의 관절을 꺾어 제압하는 기술이 주요 테크닉인 만큼 작고 약한 사람이라도 강하고 힘센 사람을 쉽게 제압할 수 있다.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유술에다 손과 발,팔꿈치,무릎 등을 이용하는 킥복싱 등이 결합되면서 최고의 실전 격투기로 급부상했다. 이종 격투기가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것은 1993년 미국에서 UFC(무규칙 격투기 대회)가 열리면서부터.브라질의 호이스 그레이시가 자신의 가문에 전해오는 그레이시 유술을 익혀 세계 무술계를 평정했다. 특히 그의 이복 형제인 힉슨 그레이시는 다소 왜소한 체격을 지녔지만 유술의 특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무술인들과 겨뤄 450전 전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장충체육관에서 처음으로 이종 격투기 대회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소개됐다.앞서 지난해부터 케이블 TV와 위성방송,KBS스카이 등이 일본과 미국에서 열리는 K-1,프라이드 FC,킹 오브 더 케이지 등의 이종 격투기 시합을 중계방송하면서 인터넷 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다음 카페(cafe.daum.net)에는 이종 격투기 동호회 사이트가 100개 이상 개설됐다.이 가운데 ‘이종 격투기’와 ‘쌈박질’ 등은 회원수가 각각 16만명,11만명을 넘는다. 김규환기자
  • “서민 눈높이서 신바람 웃음 선사”KBS 해피FM ‘싱싱한 12시’ 진행자 이영자

    “인기와 돈을 얻고나니까 대단한 권력이라도 가진 듯한 착각에 빠져 사람들이 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이젠 확실히 깨달았습니다.뭐냐구요? 그야 물론 웃기는 일이죠.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일이 저의 임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개그우먼 이영자(35)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가 보다.호탕한 웃음,탁월한 입담은 여전했지만 “앞만 보다가 이제는 옆과 뒤도 둘러보게 됐다.”는 그의 표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이 한결 넓어진 듯 했다. ‘웃기는 능력으로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새삼 이를 악문 그가 요즘 신바람나게 웃음을 전파하는 무대는 KBS 해피FM ‘이영자 이창명의 싱싱한 12시’(매일 낮 12시15분). 지난 7월 SBS ‘해결,돈이 보인다’로 ‘다이어트 파동’이후 본격적인 TV활동에 나섰지만 지난달말부터 개그맨 이창명과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쉬는 동안 라디오를 무척 하고 싶었어요.TV는 아무래도 많이 꾸미게 되는데 라디오는 서민들 눈높이에서 편하게 웃음을 나눌 수 있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릅니다.” 방송사 개편때마다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가 ‘안티’팬의 비난으로 여러차례 좌절했야 했던 아픈 경험탓인지 그는 예전보다 방송활동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도 ‘해결,돈이 보인다’와 ‘싱싱한 12시’ 2개뿐.당분간 연예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얼마전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한 여고생에게서 ‘언니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걸 보고 희망을 얻었다.’는 편지를 받고 삶의 희열을 느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한살 아래인 이창명과는 처음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지만 벌써 대본 없이도 눈빛만으로 장단을 척척 맞출 정도로 친해졌다.이영자는 “본능적(?)으로 호흡이 잘 맞는 사이”라면서 두사람의 타고난 입심으로 서민들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 이순녀기자 coral@
  • [나의 건강보감]당뇨병학회 회장 강성구 교수

    ●합병증으로 이 여덟개 남고 다 빠져 이런 일화가 있다.그가 성모병원에서 신참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유행성출혈열 환자 한명이 들어왔다.파주에 사는 늙수그레한 그 환자는 몰골도 몰골이었지만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그가 정성껏 치료해 겨우 숨을 돌릴 만 하자 그 환자가 퇴원하겠다고 우겼다.사연이 기구했다.“내가 살겠다고 여기서 버티면 치료비 때문에 내 가족들이 골병든다.”는 것이었다.그는 퇴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치료를 마친 뒤 몰래 쪽문을 열고 그를 도망시켰다.그러나 병원측이 수소문에 나서 그 환자의 거주지가 확인됐고,그가 사주한 사실이 들통나 그때부터 치료비 명목으로 월급이 압류되기 시작했다.명색 의사가 집에 돈 한푼 들여놓지 못해 아내에게 미안했던 그는 견디다 못해 11개월째 들어 병원측에 이렇게 항의했다.“도대체 이 병원의 정신은 무엇이냐?”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4년의 레지던트 생활중 이렇게 월급을 받지 못한 게 36개월이나 됐다. 가톨릭의대 강성구(59) 교수.그는 당뇨병 환자다.현재 대한당뇨병학회 회장과 한국당뇨협회장,세계당뇨연맹(IDF) 아시아태평양지역 총재까지 맡는 등 ‘당뇨의 대가’다운 화려한 이력을 가졌지만 병마의 심술을 피하지 못했다.“2000년인가요.그때도 국내·외 곳곳에서 학술행사가 많아 무척 바빴어요.외국 학술행사에 참석했다가 새벽에 도착해 종일 강의하고,진료하고 그런 식이었지요.그때 데미지가 컸었던가 봐요.갑자기 이가 쑥쑥 빠지는 거예요.그래서 확인해 보니 당뇨 합병증이더라고요.”이가 몇개나 빠졌느냐고 묻자 “남은 걸 세는 게 훨씬 빠를 것”이라며 “여덟개 남고 다 빠졌다.”고 했다. ●돈없는 환자에 “돈 꿔줄테니 치료 받아라” 사실,그는 별로 의사답지 않다.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소탈한 품성에 낙천적인 기질까지 더해져,항상 경계하듯 환자를 대하고 방어적 습관에 젖어 언제나 최악을 말하는 세간의 그렇고 그런 의사와는 분명 달라보였다.“지금도 후학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환자를 머리로 보지 말고 가슴으로 보라고요.의료업은 결코 취재(取財)의 수단이어서는 안됩니다.국숫집을 해도의사보다 많이 벌 수 있잖아요?”그가 젊은 의사였던 시절,다른 의료진이 포기한 환자 한 명을 떠맡았다.폐에 물이 차 기관지를 절개하자 꿀럭꿀럭 물이 넘쳐나는 환자였다.그 환자를 곁에 두고 그는 중환자실에서 무려 27일간이나 숙식을 같이 했다.“살 확률이 3%,9% 이렇게 높아질 때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야 말로 의사라는 천직의 알파요,오메가 아니겠습니까?” ●술 줄이고 녹차 입에 달고 살아 당뇨가 문제였지만 그보다 먼저 간경화증이 나타났다.“아마 80년 무렵일 겁니다.술 때문에 간경화가 왔어요.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내 병증은 살 확률이 2%에 불과했어요.천행으로 그 2%에 들어 살아남았는데,그때 다짐한 게 있어요.‘만약 내가 이승밥을 더 먹을 수 있다면,나의 모든 것을 병든 이를 위해 바치겠다.’고.”그때부터 ‘의술을 취재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오로지 환자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는 다짐은 그의 생활지침이 됐다.돈없어 치료 못받겠다는 환자에게 “돈 꿔줄테니 치료부터 받으라.”며 설득한 일도 그의 ‘참의사’다운 면모를 설명하는 일화로 남아 있다. 그런 그에게 당뇨합병증이 겹치면서 송두리째 삶이 바뀌었다.바닥 모르고 마셔댄 술부터 줄였다.둘이서 소주 한 상자를 해치우고,서넛이서 양주 대여섯병은 거뜬히 비우는 그의 주량은 웬만한 의료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무렵 그는 녹차에 맛을 들이기 시작해 지금은 잠자는 시간 빼고는 녹차를 숫제 입에 달고 산다. ●등산·달리기도 빼놓을 수 없는 건강법 운동도 빼놓을 수 없는 건강법.타고난 운동 체질로 고등학교때 태권도가 공인 3단이었는가 하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도 뛰었다.산악등산도 전문가 못지 않아 지금도 짬만 나면 산행에 나선다.“집이 효자동이라 가까운 북한산을 자주 가는데,북한산은 손금보듯 하죠.더러는 도봉산이나 수락산도 타고요.”그는 50년대부터 북한산을 올랐다.지금이야 산이 망가져 등산로가 제한되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 규제가 없던 시절이라 그가 만든 등산로만 100개 코스가 넘는다.그런 그가 “의사 되고나서 건강 많이 망가졌다.”고 푸념했다. 당뇨 전문의이면서 환자인 그의 당뇨 얘기는 교과서의 범주를 시원하게 벗어나 있다.“누구나 나이 먹으면 호르몬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을 앓기 쉬운데,그 합병증이라는 것도 양태가 너무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틀림없는 것은 당뇨병이 무섭다는 것인데,예컨대 당뇨환자가 암에 걸릴 확률은 정상인보다 4∼6배나 높고,심근경색의 40% 이상이 당뇨성이거든요.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당뇨병이 무섭지만 관리만 잘하면 최소한 병증의 심화를 저지하거나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섭생 원칙도 의외로 간단하다.“포식을 하지 않습니다.의사이다 보니 대충 열량을 계산해 절대 과하게는 먹지 않죠.기름진 음식 대신 담백한 먹거리,육류보다는 생선을,그것도 튀기거나 볶은 것보다 찐 것을 선호합니다.”재미있는 것은 그의 ‘고추 건강론’이다.“다들 매운 고추가 위장에 해롭다고 믿는데,임상시험을 해보니 그게 안그래요.전 매운 청양고추를 즐겨먹는데,섬유소도 많고 매운 캡사이신 성분이 몸을 덥혀주는가 하면 위도 튼튼하게 해줘요.한국 여자들 피부 고운 것,상당부분 고추 덕분이기도 하고요.” ●청양고추 즐기고 기름진 음식 멀리해 “제게 중요한 것은 열심히 사는 건데,제가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건강 강박증같은 건 없어요.물 흐르듯 사는 삶이 아름답지 않습니까?”라는 그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묻자 “의사처럼 살면 안되지만 의사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파안했다.그의 얼굴에선가,어디에선가 더운 물에 녹차의 초록이 풀리듯 ‘참 의사’의 향기가 소리없이 배어나,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을 해거름이었다. 심재억 기자 jeshim@ ■강성구박사의 녹차 건강론 “녹차,좋죠.양질의 섬유소가 많아 공복감을 없애 식사량도 줄여주며,배변도 도와줍니다.또 열량이 거의 없어 먹는데 부담도 없고요.아침에 일어나 한 컵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해 하루에 2ℓ 정도 마실 텐데,덕분에 85㎏까지 나갔던 체중이 75㎏으로 줄고 피도 아주 맑아졌어요.”그 뿐 아니다.녹차는 복부비만을 해소해 체형에 신경쓰는 여자들이 가까이해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의 녹차론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일종의 경험방(經驗方)이다.“녹차를 비롯한 모든 잎사귀차(엽차)에는 사포닌,탄닌,비타민A·C와 항산화물질이 가득해 많이 마셔 나쁠 게 없습니다.특히 녹차는 적당하게 더운 물에 우리는데,그 온도에는 카페인이 잘 녹지않아 좋죠.”해마다 봄이면 그와 친교가 있는 구례 화엄사의 스님 한분이 “옛다,이거 먹고 좋은 일 많이 해라.”며 몇통씩 건네줘 즐겨 먹지만 흔한 티백차도 가리지 않는다.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지만 병은 그의 가슴에 있을 뿐 일상 생활은 크게 다를 게 없다.“특별히 까다롭게 따지진 않아요.기름진 음식,특히 튀긴 음식 정도 가리는 편이고…,밀가루보다는 쌀음식을,중국 음식도 기름이 많은 자장면 대신 먹어야 한다면 우동이나 짬뽕을 먹죠.술도 딱 잘라 먹네,안먹네 하지않고 필요하면 먹어요.”대신 그는 녹차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이런 섭생의 문제를 극복해 간다.“1주일에 4일 정도는 북악스카이웨이를 매번 4∼8㎞씩 뛰죠.운동 체질이라 그런 일상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복이라면 복이겠죠.외국에 나갔을 때 운동할 형편이 안되면 목욕탕에서라도 1만번씩 뛰니까요.” 경희대 한방병원 신현대 교수는 “녹차는 카데킨 등 유효 성분이 다량 함유돼 콜레스테롤을 낮춰 비만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항암작용과 함께 암세포의 전이도 억제하는 매우 뛰어난 차류”라며 “일반인의 경우 물 대신 1일 3∼4잔 이상을 지속적으로 마실 경우 인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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