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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송영길 ‘조국 사태’ 사과, 강성 지지층과 거리 둬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어제 ‘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면서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가 사과한 것은 2019년 10월 당시 이해찬 대표에 이어 두 번째다. 송 대표는 앞으로 ‘내로남불’, ‘언행불일치’ 문제 해결을 위해 “본인 및 직계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송 대표의 이날 사과는 조국 사태가 대선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연령별 집단심층면접(FGI)을 통해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도 조국 사태는 지난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요인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내 반발도 이어지고 있어 매끄러운 수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미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충분히 사과했고, 민주당이 나서서 사과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적 야욕을 위해 상급자를 희생양 삼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도 “명분 없는 조국 죽이기”, “송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등의 강력한 성토가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송 대표에게 보낸 항의 문자를 인증하는 게시물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입시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 11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1심에서 입시비리 및 불법 사모펀드 관련 14개 혐의 중 10개가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은 뒤 법정 구속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국 사태는 운동권 엘리트의 위선을 상징하는 사건이고, 민주당이 이들 부부를 감싸며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는 참극을 낳았다. 조 전 장관 부부의 혐의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유죄 여부를 사법부에 맡기면 된다. 지금은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는 모두 인정된 점을 감안해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탈한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녀서는 앞으로 9개월 남짓 남은 대선에서 패배는 물론이고 헤어나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엄마가 아이 구하려 위험 무릅쓰는 까닭은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엄마가 아이 구하려 위험 무릅쓰는 까닭은

    엄마들은 자식을 위해 위험한 상황에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부모가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식을 구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진화론적 설명 말고는 부모의 희생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주는 연구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를 뇌과학과 유전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뇌 속 특정단백질 ‘칼시토닌 수용체’ 때문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뇌과학센터, 리켄 생물시스템동역학연구센터, 뇌회로·행동생리학연구실, 행동유전학연구실, 센슈대 자연과학연구소, 국립 수의·생명과학대 동물과학과, 도쿄대 의대, 농업생명과학대학원, 도쿄대 고등과학연구소, 후쿠시마의대 공동연구팀은 엄마가 아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뇌 속 특정 단백질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6월 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시상 아래쪽, 입천장 바로 위쪽에 존재하는 ‘시상하부’, 그중 ‘중심 내측전시각중추영역’(cMPOA)에 주목했습니다. 아몬드 크기 정도로 작지만 먹고 마시는 행위, 체온 조절, 호르몬 분비, 감정 조절 등에 관여하는 자율신경계 중요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cMPOA에 있는 7종의 주요 뇌신경세포(뉴런) 중 양육과 관련된 20개의 후보 단백질을 찾아냈습니다. 그중 칼시토닌 수용체라는 단백질이 양육 행동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칼시토닌은 혈액 속 칼슘량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인데 칼시토닌 수용체는 칼시토닌을 받아들이고 결합하는 단백질을 말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칼시토닌 수용체를 갖고 있는 cMPOA의 뉴런 숫자는 새끼를 낳은 경험이 있는 암컷 생쥐가 짝짓기를 하지 않은 암수 생쥐나 짝짓기를 한 수컷 생쥐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또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 생쥐는 칼시토닌 수용체 cMPOA 뉴런의 활성화 정도가 높고 다른 뇌 부위와의 연결성도 활발하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 생쥐에게 칼시토닌 수용체 cMPOA 뉴런의 활성을 낮추거나 차단하자 양육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새끼들을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MPOA 뉴런 차단한 암컷 생쥐, 새끼 방치 또 연구팀은 생쥐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높이에 새끼들을 올려놓고 어미 생쥐의 행동 관찰실험도 했습니다. 실험 결과 칼시토닌 수용체를 가진 cMPOA 뉴런 활성도를 낮춘 어미 생쥐들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새끼를 구하려 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어미 생쥐들은 새끼들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나 희생 같은 단어들로 표현되는 양육 행위의 이면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런 과학연구 결과들을 보면 도킨스 교수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전자의 조종’이나 ‘양육 기계’로 설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도덕적, 윤리적 행위들의 과학적 배경을 알게 됐다고 해서 그것들의 가치가 폄하되거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edmondy@seoul.co.kr
  • “장거리 통근자, 최소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수면 필요”

    “장거리 통근자, 최소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수면 필요”

    장거리 통근은 수면 부족뿐만 아니라 수면 리듬도 깨뜨려 만성적 수면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2일 “장거리 통근 직장인들은 집에 돌아오면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수면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내 시간을 만들려는 경향이 짙다”면서 “잠들기 어려움뿐만 아니라 얕은 잠도 ‘불면증’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수면장애가 만성화되면 우울증, 기억력 저하와 같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성도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장거리 통근 직장인들은 단거리 통근자보다 더 의식적으로 최소 7시간 이상의 수면 스케줄을 규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최하위다. OECD국가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장의 회식 문화보다는 야근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 교수는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50대 이후 갑자기 몸이 확 무너지고 수명도 줄어들 수 있다”면서 “나를 위한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잠을 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장거리 통근자, 최소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수면 필요”

    “장거리 통근자, 최소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수면 필요”

     장거리 통근은 수면 부족뿐만 아니라 수면 리듬도 깨뜨려 만성적 수면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2일 “장거리 통근 직장인들은 집에 돌아오면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수면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내 시간을 만들려는 경향이 짙다”면서 “잠들기 어려움뿐만 아니라 얕은 잠도 ‘불면증’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수면장애가 만성화되면 우울증, 기억력 저하와 같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성도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장거리 통근 직장인들은 단거리 통근자보다 더 의식적으로 최소 7시간 이상의 수면 스케줄을 규칙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최하위다. OECD국가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장의 회식 문화보다는 야근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 교수는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50대 이후 갑자기 몸이 확 무너지고 수명도 줄어들 수 있다”면서 “나를 위한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잠을 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황인구 서울시의원, ‘2021 대한민국 혁신인물·브랜드 대상’ 우수지방행정 부문 대상 수상

    황인구 서울시의원, ‘2021 대한민국 혁신인물·브랜드 대상’ 우수지방행정 부문 대상 수상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황인구 의원(강동4,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대한민국 혁신인물(기업·기관) 브랜드 대상’에서 지방자치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황인구 의원의 이번 수상은 서울시의회 남북교류협력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주도, 「서울특별시교육청 남북교육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안」 대표 발의 등으로 지방정부 남북교류협력 활성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서울특별시교육청 도농교육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안」과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하는 등 지방의정 내실화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이뤄졌다. 특히, 혁신서울교육 구현에 있어 농촌유학과 서울시교육청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을 법제화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를 비롯한 여성경제인의 애로사항을 듣고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펼치는 등 적극행정을 넘어 적극의정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 의원은 이번 수상에 대해 “지방의원으로서 지역을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의미에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서울교육과 강동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10대 서울시의회가 마지막 4년 차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평화통일교육, 생태전환교육,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등에 있어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시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서울시의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인도] ‘SNS 친구’ 만나러 갔다가 25명에 집단 성폭행

    [여기는 인도] ‘SNS 친구’ 만나러 갔다가 25명에 집단 성폭행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의 한 숲에서 또 한 건의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SNS로 알게 된 친구를 실제로 만나려다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인도 현지 언론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델리에 사는 여성 A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사가르라는 남성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서로 친구라고 칭하며 친해진 사가르는 A에게 하리아나 주 팔왈 지역에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A가 사건 당일 약속장소인 팔왈에 도착했을 때, 사가르는 자신의 친구들 수 십 명과 함께 나와 있었다. 사가르와 친구들은 A를 발견하자마자 갑자기 돌변해 그녀를 납치했고, 인적이 드문 숲으로 끌고가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 A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가해 남성은 무려 25명에 이르렀다. 이후 가해자 일당은 정신을 잃은 A를 고철이 버려져 있는 인근 폐 공장에 버린 채 현장을 빠져나갔다. 고철 폐 공장에서 정신을 차린 그녀에게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고철을 줍기 위해 폐 공장을 기웃거리던 고철 매매상도 나를 성폭행했다”면서 “신고하면 목숨을 끊어놓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피고인인 사가르는 SNS를 통해 만난 피해 여성에게 친구라고 접근한 뒤, 직접 만나 집으로 데려간다는 핑계를 대며 공범들과 함께 피해 여성을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갔다”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주고받은 SNS 메시지 등 증거를 통해 용의자의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연일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인도에서는 지난달 말, 비하르 주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던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전봇대에 묶인 채 발견됐다. 이 여성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가해자들은 이 여성의 집에서 열릴 결혼식에 일을 하러 갔던 인부들이었다. 2012년 뉴델리 시내버스 내 집단 성폭행으로 20대 여성 대학생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15분에 한 명씩 강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적·사회적 신념에 따른 낙인이나 경찰 및 사법 당국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보고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애니멀플릭스] 똘망똘망 검은 눈동자…英 희귀 ‘블랙 재규어’ 탄생

    [애니멀플릭스] 똘망똘망 검은 눈동자…英 희귀 ‘블랙 재규어’ 탄생

    영국 잉글랜드에서 보기 드문 ‘블랙 재규어’가 탄생했다. 24일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켄트주의 ‘빅캣생츄어리’에서 멸종위기 재규어가 태어났다고 전했다. 아직 이름이 없는 새끼 재규어는 지난달 6일 암컷 ‘키이라’와 수컷 ‘네론’ 사이에서 태어났다. 성별은 암컷이다. 블랙 재규어인 수컷 영향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게 특징이다. 블랙 재규어는 재규어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캣생츄어리 관계자는 “직간접 관찰을 통해 '키이라' 임신을 확인했다. 우리는 흥분 속에 몇 주간 출산일만을 기다렸다. 지난달 6일 아침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인 '키이라'는 곧 까만 새끼 한 마리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고양이과 동물과 비교해 새끼 재규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태어난 지 2주 만에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재규어에게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규어(학명 Panthera onca)는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카대륙 18개국에 서식한다. 표범(학명 Panthera pardus)과는 미세한 무늬 차이로 구별이 가능하다. 서식지도 표범은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인도, 동남아, 시베리아 등으로 재규어와 차이가 있다. 한때 정글을 누볐던 재규어는 1960년대 모피 사냥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1973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제정되기 전까지 매년 1만8000마리가 희생됐다. 엘살바도르와 우루과이 2개국에서는 완전 멸종 상태다. CITES 제정 이후에는 산림 벌채와 같은 서식지 파괴에 내몰렸다. 현재 재규어 개체 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과학저널 ‘PLOS ONE’에는 서식에 적합한 아마존분지에 재규어가 밀집, 전 세계에 약 17만3000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바 있다. 하지만 환경보호단체들은 전 세계 야생에 서식하는 재규어가 1만5000마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일단 재규어는 2016년 기준 위기근접종(NT)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적색목록에 등록됐다. 위기 단계는 곧 취약종(VU)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이처럼 재규어 전체가 멸종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전해진 희귀 블랙 재규어의 탄생 소식은 큰 의미가 있다. 빅캣생츄어리에 따르면 블랙 재규어는 유럽멸종위기종보전프로그램(EEP) 계획 번식을 통해 태어났다. 재규어 보전에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빅캣생츄어리 측은 새끼 재규어 공개와 동시에 멸종위기 고양잇과 동물 보호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면서, 후원자들에게 새끼 재규어의 이름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뉴욕에서 화려하게 살았는데’ 마약왕 엘 차포의 아내 코로넬 독방 신세

    ‘뉴욕에서 화려하게 살았는데’ 마약왕 엘 차포의 아내 코로넬 독방 신세

    엠마 코로넬 아스푸로(31)는 미국 뉴욕에서 화려하게 지낼 때가 참 좋았다.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 로에라(64), 일명 엘 차포와 결혼해 그 과실을 열심히 따먹었지만 지금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윌리엄 트루스데일 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돼 벽만 쳐다보고 있다. 이따금 변호사가 반입해준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때운다. 영국 BBC의 타라 맥켈비 기자는 1일(이하 현지시간) 기사의 시작을 2019년 남편의 재판이 뉴욕에서 진행될 때 그녀를 만난 기억부터 털어놓았다. 당시 그녀는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고 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다. 부부는 멕시코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었다. 의붓딸은 아빠의 이름을 내걸은 패션 브랜드를 만들 정도였다. 몇개월 전만 해도 코로넬은 미국에서 남편 이름의 패션 회사를 설립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콜로라도주의 중무장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남편의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이 코카인을 유통시키는 음모에 함께하고 2015년 엘 차포의 멕시코 감옥 탈옥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아직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 유죄가 확정되면 감옥 밖으로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저 살림만 산 주부가 아니었다. 공적인 인물이었고 사업가였으며 게이트키퍼, 남편에게 접근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브루클린 연방 지방법원에서 재판 받을 때도 잎이 딱딱하고 도르르 말려 있는 결구 상추(iceberg lettuce) 식사를 즐기며 친구들에게 남편 조직원들의 아내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된다는 등 수다를 떨었다. 매일 재판정에 나왔다. 휴정 중에는 대리석 복도를 걸으며 양날 단검을 철거덕거렸다. 담대했다. 그녀의 변호사 미로는 “에너지도 넘치고 늘 웃었다”고 했다. 미국과 멕시코 이중 국적의 그녀는 17세 때 구스만을 처음 만나 결혼해 두 아이 마리아 호아키나와 이말리를 낳았다. 파리에서 안보 전문가로 활동하며 카르텔을 연구하며 멕시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로맹 르 쿠르 그랭매죵은 그녀를 ‘시날로아 디바’라고 했다. 늘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다이아몬드 반지나 목걸이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었다. 시날로아를 연구한 조지 메이슨 대학의 과달루페 코레아카브레라는 마약왕들의 아내를 가리키는 ‘부쇼나’를 대표하는 것이 코로넬이었다며 “그들은 비싼 옷들과 루이 뷔통 지갑들을 자랑했다. 모든 것이 사치였다. 그녀는 모양새에 신경쓰고 성형수술만 입에 올리는 것이 전형적인 부쇼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놀라운 것은 그녀의 뒤태(backside)라며 “대단한 곡선미”를 지녔다고 했다.구스만은 조직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불법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나약한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이 살해됐다. 희생자 중에는 라이벌도 있었고 자신과 가까운 이들도 있었다. 연인의 시신도 차 트렁크에서 나왔는데 라이벌 조직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오랜 정부로 두 아이의 엄마인 루체로 과달루페 산체스 로페스는 2017년 6월 미국과의 국경 근처에서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하고 10년형을 받았다가 검찰과 형량 거래를 해 뉴욕 재판에 나와 구스만에게 불리한 증언을하고 감형받았다. 그의 면전에서 불안에 떨며 눈을 깜박거리며 증언했는데 구스만은 애써 참으며 벽시계만 쳐다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넬도 그날 법정에 나왔는데 남편이 입은 것과 똑같은 벨벳 스모킹 자켓을 입고 출두해 눈길을 붙들었다. 구스만의 변호인이었던 윌리엄 퍼푸라는 ‘내가 안사람이고 그는 내 남자야. 첩따위는 꺼져’란 메시지를 산체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증언을 마친 산체스는 감옥으로 돌아갔고, 코로넬은 외식을 하러 갔다. 얼마 안 있어 두 여인의 처지는 바뀌었다. 산체스는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고, 코로넬은 보석도 안되는 수감 생활을 견디고 있다. 코로넬은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남편에게 충직했다. 산체스의 변호인 헤더 샤너는 코로넬이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안 뒤에도 산체스가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남의 불행을 고소히 여김) 기미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녀는 코로넬의 두 아이 걱정을 하며 슬퍼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나치에 빼앗긴 작품 되찾으려다 포기 “귀도 안 들리고”

    나치에 빼앗긴 작품 되찾으려다 포기 “귀도 안 들리고”

    프랑스 할머니 레오네 놀레 메이어(81)는 2012년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갤러리에서 낯익은 그림 하나를 보고 얼어붙었다. 양부모가 나치 독일에게 약탈당한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양을 데려오는 여자 목동’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1941년 프랑스 남서부에서 나치 장교들이 약탈한 수많은 그림 중의 하나였다. 오랫동안 행적이 묘연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 건너가 있었다. 미국인 가족이 매입해 2000년 오클라호마 대학 프레드 존슨 주니어 미술관에 기증한 사실을 알게 됐다. 메이어의 친부모와 가족은 홀로코스트에 희생됐다. 그녀는 입양돼 이본느와 라올 메이어 부부 손에서 자라났고 그들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2년이나 지나 막무가내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2016년 자신도 공동 소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대신 미국과 프랑스를 3년마다 오가며 전시하기로 타협했다. 프랑스에서는 자신이 갤러리나 미술관을 임대해 전시회를 열어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만약 메이어가 사망한 뒤 그녀의 권리를 대신 주장할 프랑스의 갤러리를 찾지 못하면 다시 오클라호마 대학이 오롯이 소유권을 갖기로도 합의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메이어는 당한 것만 같았다. 지더라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그녀의 변호사는 타협을 강요당했으며 순회 전시를 위해 두 나라를 오가는 운송 비용이 너무 들어 프랑스에서 갤러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결국 미국 법원은 메이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합의에 동의해놓고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고 공박했다. 현재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이 그림은 7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이를 막으려던 노력이 허사가 됐다. 오클라호마 대학은 그녀가 법적 행동을 계속하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메이어는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끝내 두 손을 들었다고 영국 BBC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녀는 이날 성명을 내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말도 알아들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싸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지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다른 어떤 선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아예 소유권 주장마저 포기하고 대신 오클라호마 대학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 프랑스에 교환 전시할 수 있게 하고, 작품 밑에 명판을 만들어 한때 메이어 가족 소유였음을 명시하게 하는 조건만 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악명 높은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 25년 형기 채우고 풀려나 유족들 분통

    악명 높은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 25년 형기 채우고 풀려나 유족들 분통

    11세 어린이의 시신을 산(酸)에 담그는 등 말도 못할 범죄들을 저지른 시칠리아 마피아 두목 지오반니 브루스카(64)가 교도소에 수감된 지 25년 만에 풀려나와 이탈리아를 들끓게 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검찰과 형량 거래를 해 동료나 라이벌 분파의 조직원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운 그가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는데도 너무 빨리 자유의 몸이 됐다는 반응이다. ‘인간 백정’으로 불리던 그는 마피아 처벌에 앞장섰던 검사 지오반니 팔코네를 암살하는 등 무려 100명 넘게 살해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자백한 뒤 2000년 들어 검찰을 도와 동료나 라이벌 조직원들의 신상을 불었다. 처음에는 종신형이 선고됐으나 마피아 소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25년형으로 감형됐다. 이제 가석방 신세로 4년만 더 보내면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다는 소식에 희생자 유족들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팔코네 검사와 함께 희생된 경호원의 미망인인 티나 몬티나로는 일간 리퍼블리카 인터뷰를 통해 “국가가 우리를 저버렸다. (남편이 살해된 지) 29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학살과 지오반니 브루스카의 진실을 여전히 알지 못한다. 우리 가족을 철저히 짓밟은 남자가 자유를 얻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팔코네 검사의 누이 마리아는 브루스카가 감옥을 나오게 된 것이 적법하다는 소식에 슬픔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인들도 동조했다. 극우 자유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는 “25년을 감옥에서 보낸 마피아 보스 지오반니 브루스카가 자유의 몸이 됐다. 이건 이탈리아인이 누릴 정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도 좌파 민주당 당수 엔리코 레타는 지역 라디오 방송인 Rtl 102.5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에 한방을 맞은 것처럼 숨도 못 쉬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시칠리아 마피아의 한 분파인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이었다. 마피아들에게 ‘두목 중의 두목’으로 통했던 살바토레 토토 리나가 동생 빈센초와 함께 경찰에 붙잡히자 그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1992년 5월 23일 마피아 처단에 앞장서던 팔코네 검사에게 폭탄 공격을 가해 처리했다. 검사의 아내 프란체스카 모르비요 뿐만 아니라 세 경호원도 목숨을 잃었다. 일행이 탄 차량이 팔레르모 근처 도로를 달릴 때 그가 심어놓은 무려 0.5t의 폭발물질이 터졌다. 두 달 전에는 팔콘의 동료 파올로 보르셀리노가 살해됐는데 역시 브루스카 일당의 소행이었다. 이때 이탈리아는 한바탕 들끓었고, 한층 강경해진 새 반마피아 법이 만들어졌지만 브루스카 일당은 한 술 더 떠 팔코네 검사까지 제거했다. 또하나 그가 저지른 흉악한 범행은 자신을 배신한 동료 마피아의 11세 아들 쥐세페 디 마테오를 살해한 일이었다. 그 소년을 납치해 고문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게 한 그는 시신을 산 용액 속에 담그게 해 증거를 인멸했다. 아들을 잃은 가족은 시신을 안장하지도 못했다. 1996년 체포된 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여러 건의 마피아 살해 사건들을 상세히 털어놓아 범죄자들의 체포를 돕긴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글로벌 In&Out]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기억하며/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 과정

    [글로벌 In&Out]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기억하며/페브리아니 엘피다 트리흐따라니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 과정

    한국에서 5월을 지내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는 특별히 ‘가정의 달’로 일컬어진 5월에 많은 기념일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은 물론이고 이번에 나한테 더욱 와닿은 것은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얼마 전 5월 18일에 앞서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전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고 그 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 속 정보를 연상시켰다. 석사를 시작하기 전에 광주에서 1년 동안 살았으나 그때 ‘광주 민주화 항쟁’에 대한 역사적인 정보를 깊이 알아보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 당시에는 ‘광주 민주화운동’ 혹은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 알았다. 오히려 서울에 올라온 후 잠시 광주에 다시 여행을 갔을 때 국립 5·18 민주묘지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다큐멘터리 영상을 관람한 후 부쩍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졌던 1998년 혁명과 거의 비슷한 면을 지닌다. 그래서 두 나라 역사의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상경했던 2017년에 마침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택시 운전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했다.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 그 영화에 나온 공간 설정이 나의 경험상 낯익은 장소들이기 때문에 그 당시에 실제 상황을 상상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같은 상황을 실제로 직면할 때 나도 그렇게 용감하게 시위에 나가고 싸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끔찍함과 공포감이 차올라 계속 울게 되었다. 특히 이 영화에 나온 등장인물 중에 구재식(류준열 분)이라는 한 대학생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에게 이 사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에서 매우 마음이 아팠다. 또한 택시 운전사들이 부상자를 살리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김만섭 택시기사(송강호 분)와 힌츠페터가 서울에 다시 올라오는 장면에 군인들을 막아 주는 다른 택시 운전사의 희생을 봤을 때도 아주 뭉클했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모든 피해자를 떠올린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 운전사’ 이외에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몇 편의 소설도 읽기 시작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2014)도 그중 하나다. 이 소설을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번역판으로 같이 읽었는데, 작가의 독특한 서사 기법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 2인칭 관점의 서술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이 기법 덕분에 독자로서의 나는 소설 이야기 속에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사건 현장에 있는 듯했다. 또한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린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공포감과 비참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한강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데, 예전에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과 이 소설에 관한 정보와 소감을 공유하고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주제로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5·18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관련한 문학 작품을 더 많이 읽을 의지가 생겼다. 특히 한국 근대 작가 중에 ‘5월 작가’라고 불리는 임철우 작가의 소설들을 더 많이 읽을 계획이다. 임 작가가 ‘5월 작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경에는 소설에서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소재를 상당히 자주 다루었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스스로 대학생 때 겪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문학적으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직접 해명한 바 있다. 작품 안에서 이 사건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래야 현재 이 사건을 다룬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고,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다시 생각해 보고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 한국戰 기리러 온 긴 줄… 한국 아닙니다, 미국입니다

    한국戰 기리러 온 긴 줄… 한국 아닙니다, 미국입니다

    “한국전쟁이 ‘한미 동맹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많은 미국인이 알았으면 좋겠어요.”미국의 현충일인 31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만난 멜라니 그랜트(39)는 “사실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을 잘 모른다”고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원봉사로 하루 4시간씩 이곳 방문객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알리는 그는 “한미 양국은 한국전쟁에서 함께 공산주의에 맞섰고 지금도 가까운 친구”라며 “공군으로 참전했던 나의 할아버지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격언을 가족들에게 자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한국전 기념공원은 ‘추모의 벽’ 공사 때문에 ‘기억의 못’ 둘레에 가림막을 설치했고, 전투대형으로 선 미군 19명을 형상화한 동상 주변에도 철조망을 친 상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뒤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기억의 못 둘레에 화강암으로 세우는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군과 카투사(미군 배속 한국군) 4만 3769명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이날 여러 명의 미국인이 공사에 대해 물었고 그랜트는 “완공까지 2년은 걸릴 것 같다”, “베트남전 추모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있는데 한국전쟁 추모비에는 없었다”는 등의 설명을 했다.현충일에 전날 호우까지 겹친 터라 이날 한국전 기념공원을 돌아보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렸다. 추모 화환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국전쟁의 역사를 가르치는 모습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베트남전 참전용사 밥 스와츠(82)는 “우리가 공산주의 때문에 도미노처럼 무너지던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을 텐데, 젊은 세대들은 전쟁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근 알링턴국립묘지에서 열린 현충일 기념식 연설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는 미국의 영혼이자, 지키기 위해 싸우거나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영혼”이라며 민주주의 강화와 보호를 통해 순국 선열을 기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바이든은 이 연설 후 부인 질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일정에 없이 워싱턴DC 14번가 프랑스 식당 ‘르 디플로맷’을 깜짝 방문해 점심을 즐겼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글 사진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인종차별 없는 그날이 오길… 美 최악의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

    인종차별 없는 그날이 오길… 美 최악의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인종폭력 사건으로 불리는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를 맞은 31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오클라호마 털사 그린우드 버논 AME 교회에서 열린 ‘기도의 벽’ 예배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털사 대학살은 백인 폭도들이 1921년 6월 31일부터 이틀간 최대 300명의 그린우드 거주 흑인들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으로, 이 교회는 당시 피해자들이 대피했던 곳이다(왼쪽). 이날 또 다른 추모행사에서 대학살의 생존자 3명 중 한 명인 비올라 플레처(107) 할머니가 꽃을 받아든 채 상념에 잠겨 있다(오른쪽). 사회통합 과제를 안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추모의 날’을 선포하고 인종차별 근절을 다짐했다. 털사 AP 연합뉴스
  • 美 현충일, 한국전 기념공원 ‘긴 줄’… “한국전쟁 의미 알았으면”

    美 현충일, 한국전 기념공원 ‘긴 줄’… “한국전쟁 의미 알았으면”

    ‘추모의 벽’ 공사에 가림막 및 철조망 세웠지만워싱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줄 서 관람자원봉사자 “한국전은 한미 동맹의 시작 의미”“한국전쟁은 그저 미군의 희생이 아니었어요. ‘한미 동맹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많은 미국인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미국의 현충일인 31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만난 멜라니 그랜트(39)는 “사실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고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원봉사로 하루 4시간씩 이곳을 찾아 방문객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설명한다는 그는 “지금도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하나인 한국과의 관계가 시작된 계기였다”며 “나의 할아버지도 한국전에 공군으로 참전했는데 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을 해주었다”고 했다. 이날 찾은 한국전 기념공원은 ‘추모의 벽’ 공사 때문에 ‘기억의 못’ 둘레에 가림막을 설치했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19명이 전투대형으로 행군하는 동상 주변에도 철조망을 친 상태였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뒤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기억의 못 둘레에 화강암으로 높이 1m로 설치되는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군과 카투사(미군 배속 한국군) 전사자 4만 3769명의 이름을 새겨 넣게 된다. 많은 미국인들이 공사에 대해 물었고 그랜트는 “완공까지 2년 정도 걸릴 것 같다”, “베트남전 추모비에는 전사자 이름이 있는데 한국전쟁 추모비에는 없었다”는 등의 설명을 했다.현충일에는 특히 방문객이 많은데 전날 호우까지 겹쳐 이날은 줄을 서서 돌아볼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렸다. 한국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화환이 공원 곳곳에 놓여 있었고, 곳곳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한국전쟁의 역사를 가르치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한 남성은 “군인들의 희생으로 미국이 안전한 나라가 됐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 데려왔다”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서 만난 베트남전 참전용사 밥 스와츠(82)는 “우리가 공산주의 때문에 도미노처럼 무너지던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했다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을텐데, 젊은 세대들은 전쟁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해 하기도 했다. 한국전 기념공원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고 표지판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몰렸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가 대략 절반을 넘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알링턴국립묘지에서 열린 현충원 기념식 연설에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는 미국의 영혼이자 지키기 위해 싸우거나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영혼”이라며 민주주의 강화와 보호를 통해 순국 연설을 기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연설 후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일정에 없이 워싱턴DC 14번가 프랑스 식당 ‘르 디플로맷’을 깜짝 방문해 점심을 즐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도쿄올림픽 출전권 얻은 성전환 女 역도 선수 논란…경쟁선수 불만

    도쿄올림픽 출전권 얻은 성전환 女 역도 선수 논란…경쟁선수 불만

    뉴질랜드의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43)가 트랜스젠더 선수로서 처음으로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한 가운데, 허바드와 같은 경기장에 설 경쟁선수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남성으로 태어난 허바드는 2013년까지 남자 역도 대회에 참가해오다, 성전환 수술로 트랜스젠더가 된 후부터는 여성 스포츠인과 경쟁하게 됐다. 허바드와 동일한 87㎏ 이상급 부문에서 경쟁하는 벨기에의 역도 선수 안나 반벨링헨은 최근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의) 포용 원칙이 타인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이 특별한 상황은 모든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논란이 된 허바드는 201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규정한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 IOC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가 경기에 참가하기 최소 12개월 동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수치 미만일 경우, 여성으로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허용하는 지침을 발표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침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뼈와 근육 밀도 등 신체 구성이 완성되는 시기에 남성으로서 사춘기를 겪은 사람들은 호르몬 수치와 관계없이 생물학적 ‘이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벨기에 역도 선수인 반벨링헨 역시 “이런 희귀한 사례를 연구할 때 (IOC 등이) 비 현실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예선에 참가한 선수 등 일부에게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며, 이에 대해 우리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바드의 출전에 불만을 가진 선수는 타국 경쟁선수만이 아니다. 동료이기도 한 뉴질랜드의 또 다른 여자 역도 선수 역시 현지 언론인 TVNZ와 한 인터뷰에서 “그 자리에서 패배하게 될 여성 운동 선수에게는 (허바드의 출전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다른 여성 역도 선수들이 내게 다가와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평등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고 탄식했다. 허바드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뉴질랜드 여자 역도 국가대표팀에 아직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다만 IOC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선전 취소로 규칙 개정안을 승인함에 따라 슈퍼헤비급 부문의 출전 자격을 보장받게 된 뒤 다양한 비판과 논쟁이 쏟아지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페루 하룻새 코로나 사망자 종전의 2.6배로, 100만명당 희생자 세계 1위로

    페루 하룻새 코로나 사망자 종전의 2.6배로, 100만명당 희생자 세계 1위로

    페루가 하룻새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를 종전의 2.6배 수준으로 크게 바로잡았다. 투명한 정보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나 중국은 팬데믹에 한참 시달렸을 때 오히려 확진자 숫자를 줄였고, 러시아와 심지어 미국에서도 통계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페루 정부와 당국의 조치는 신선할 정도다. 페루 정부는 3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3월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페루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이 모두 18만 764명이라고 밝혔다. 전날까지 보건부가 집계한 누적 사망자 수는 6만 9342명이었다. 정부는 종전까지는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은 뒤 사망한 사람만 집계에 포함시켰는데 더욱 정확한 집계를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준을 바꾼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올레타 베르무데스 페루 총리는 “업데이트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직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집계 사이트는 수정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는데 1일 낮 12시(한국시간) 기준 페루의 사망자 수는 미국(59만 4568명)과 브라질(46만 2791명), 인도(32만 9100명), 멕시코(22만 3568명)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10만명대 사망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수로는 페루가 단숨에 세계 첫 번째로 올라섰다. 이 나라 인구는 3300만명인데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5000명을 훌쩍 웃돈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구 대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헝가리로 100만명당 3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95만명 수준이다. 4월 가파르게 확산됐던 이 나라에서는 5월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하루 4000∼5000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 7058만 5283명, 누적 사망자는 354만 6915명, 백신 접종 횟수는 18억 9416만 537명으로 집계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021 제주포럼 올랑드·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참여 24∼26일

    2021 제주포럼 올랑드·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참여 24∼26일

    올해 제주포럼에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세계 정상급 인사가 온라인 등으로 참여한다. 제주도는 제16회 제주포럼이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제주해비치호텔에서 ‘지속가능한 평화,포용적 번영’을 주제로 국내외 20여 개 기관이 참여해 총 66개 세션으로 열린다고 1일 밝혔다. 올해에는 한국·소련 정상회담 제주 개최 30주년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 등을 기념해 25일 기념 세션과 행사가 진행된다. 포럼 첫째 날인 24일은 ‘청년의 날’로 운영된다.청년의 날 세션은 세기의 대화:100년의 시간을 넘어서다!,팬더믹의 현재와 미래,청년 주거 실태와 미래 방향성 등 청년세대의 직접적인 고민과 주제들로 구성됐다. 또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지히트 바네르지 교수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청년 대표들과 함께 ‘불평등과 포용적 번영’ 세션에 참여한다.또 청년들을 위한 토크콘서트와 버스킹 등의 청년의 밤 행사가 별도로 마련된다. 포럼 둘째 날인 25일에는 포럼 개회식이 열린다.개회식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참여한다. 또 개회식에 G20 출범의 주역인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태국 최연소 총리로 이름난 아피싯 웨차치와 전 태국 총리,지그마 가브리엘 전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현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개회식에 앞서 파리기후협약의 주역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 원희룡 도지사,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 및 국가적,지방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토론한다. 이외에도 1991년 제주 한·소 정상회담 계기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물꼬를 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반군과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 201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동시 세션에 참여한다. 또 특별기획으로 주한 아랍·이스라엘 대사단 라운드 테이블이 열려 중동평화 과정이 남북한 평화 구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며,공로명,김성환 등 전직 외교부 장관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 시대의 한국 외교 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연다. 특히 6·25 전쟁 발발일인 만큼 6·25 UN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와 한미 의원 종전 선언 지지 영상 등이 상영된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냉전 종식 30주년 기념 특별 세션’과 ‘4·3과 정의·화해·회복의 세계 보편모델의 폐막 세션’,폐막 선언 등이 진행된다.마지막 날에는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영국 아치 브라운이 참여해 ‘냉전 종식 30주년 기념 특별 세션’을 운영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시론] 새로운 청년세대 담론이 필요하다/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시론] 새로운 청년세대 담론이 필요하다/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최근 청년 세대를 매우 ‘특이한’ 존재인 양 분석과 해석의 새로운 대상으로 부각시킨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청년 세대에 관한 담론들을 살펴보면, 특수성을 유독 강조한다. ‘1990년대(생) 세대’, ‘MZ 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등의 담론이 그러하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 세대론들이 유독 이들을 ‘역대급 스펙에도 불구하고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혹은 ‘저주받은 세대’ 등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즉 출생 연도와 일상적 관계 및 소통 방식의 기술적 측면 혹은 가치관과 행동 방식의 측면에서의 차이를 넘어서서 비탄의 주체로까지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청년)세대론은 언제나 있어 왔다. 또 늘 담론의 한편에 부정과 비판의 시각을 담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서글프고 가여운 존재로 조명한 적은 없었다. 뿐만 아니다. 작금의 청년세대를 그리 규정하는 기준과 방식도 매우 기이한데, 그들 처지의 특성을 앞선 세대, 특히 최종대부자이자 부모세대인 ‘86세대’와의 비교를 통해 끌어낼 뿐 아니라, ‘86세대’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금 청년 세대의 궁핍함은 86세대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지금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과 죽음은 역사적 흔적과 유산 위에서만 이루어진다. 즉 ‘정치사회적 양극화’로 특징 지어지는 지금의 시대는 분단과 전쟁,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와 같은 거대 변동의 특수한 전개과정을 통해 만들어져 왔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에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이든 혹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여러 시대의 경험과 기억, 심지어 다가올 시대의 기운이 함께 아로새겨 있다. 역사가 ‘이야기’와 구분되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대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한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라는 범위에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포함된다. 청년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작금의 청년 세대의 처지는 특정 세력의 자원독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자원독점을 가능케 한 역사적 거대변동의 응축된 특성 때문이다. 즉 삶의 지평을 지리적·이념적으로 협소하게 만든 분단과 전쟁, 부의 균등한 배분을 원천봉쇄한 노동배제·재벌대기업 중심의 산업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권리 요구의 표출과 실현을 제한하는 고학력·도시중산층 주도의 형식주의적 민주화가 얽혀 만들어 낸 정치·사회경제적 질서 때문이다. 따라서 작금의 청년 세대의 처지를 바꿔 내려면 대안적 질서에 대한 구상과 실천, 그것을 담보할 주체 세력의 형성을 필요로 한다. 희망을 살려낼 비전과 전략, 담론과 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감세나 부동산 경기, 주식투자 활성화 등과 같은 기성 질서에 갇힌 생각과 방식으로는 상황이 결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청년세대 담론의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역사적 경험과 달리, 또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성과 달리 청년세대를 보호 및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안정적이고 부유해야 정상적인 것처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청년세대는 죽음을 무릅쓰며 기성질서에 저항하는 정치사회적 집단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청년세대는 참전자로, 산업역군으로, 민주화 운동가로 앞서 시대가 낳은 모순을 감당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유의 비전과 담론을 스스로 만들어 실천했다. 그래서 그나마 한반도 반쪽을 건졌고, 경제성장의 초석을 놓았으며, 실질적 민주화의 단초를 남겼다. 이 때문에 청년세대는 앞선 시대의 후예이지만, 다가올 시대의 창시자였다. 이는 전태일과 이한열을 위시로 한 수많은 청년의 이름이 역사로 남아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청년들마저도 역사적 사건의 기록 속에서 숭고한 삶과 죽음의 자취를 찾아낼 수 있다. 사라지는 시대에 매달릴 수 없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했기에 청년세대의 삶은 유동적이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세대의 평범함과 비범함 모두 그 유동성과 불안함에 기초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유동성과 불안함 그 자체를 조명하는 게 아니라, 그것의 실천적·창조적 함의를 포착하는 것이다. 가령 김용균을 비롯한 숱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은 산업재해 없는 시대의 필요성을 자각케 한다. 생명과 안전을 국가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며, 약자의 희생에 기댄 질서를 해체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겪는 고통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이 갖고 있는 초월의 힘, 즉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가능성의 자원임을 조명하는 담론이 필요하다.
  •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코로나19 500일,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간다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코로나19 500일,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간다

    오는 3일이면 벌써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00일을 맞는다. 힘들고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 온 길이 최선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꿋꿋하게 버텨 왔기에 “고생했어. 우리 정말 수고했어”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예고도 없이 찾아왔기 때문에 나라마다 서로 다른 대응을 해 왔다. 우리나라는 메르스의 험난한 경험을 통해 신종감염병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 코로나19 초기에 진단법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빨리 정착시켰고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소, 생활치료센터 같은 대응책을 신속히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었다. 외국 지인들 역시 미국이나 유럽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대유행을 이겨 내는 게 놀랍다고 말하곤 한다.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도 매번 유행이 지나갈 때마다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 있다. 과거의 성공이든 실패든 마음에 두지 말고 앞을 내다보고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방역 우수 국가로 꼽혔던 대만이나 싱가포르에서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고 예방접종이 지지부진한 걸 보면서 어느 국가든지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는 백신 접종과 유행 상황 안정화에 힘을 기울일 때다. 우리는 백신 접종 시작은 늦었지만 일단 시작한 뒤로는 빠른 속도로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65~74세를 대상으로 한 1차 접종이 시작된 지난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100만명 넘는 사람이 접종을 받았다. 특히 사전 예약자의 98%가 실제 백신 접종을 하고 있고, 잔여 백신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도 높아 잔여 백신 수량이 네이버나 카카오 앱 등에 나타나면 바로 소진되고 있다. 4월 이후 하루 확진자가 500~700명에 이르는 살얼음판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인도나 네팔, 일본, 대만처럼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위기는 국민들의 노력으로 막아 내고 있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이 가능하겠느냐는 설왕설래가 최근에 있었다. 바이러스의 종식이라는 집단면역의 궁극적인 상황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망률이 높은 고령층이 6월까지 접종을 순조롭게 마치면 사망자가 급감할 것이고 7월 이후 젊은층의 접종이 잘 이루어진다면 유행 상황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를 두려워했던 이유는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고령층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백신 접종을 통해 해결한다면 코로나19가 토착화돼 앞으로 몇 년 아니 몇 십 년을 유행한다고 해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백신 접종은 우리가 두려움 없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과학이다. 우리의 저력을 다시금 발휘할 때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케이트 윈즐릿은 왜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갔을까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케이트 윈즐릿은 왜 자동차 트렁크에 들어갔을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거대한 작품의 설치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이 작품은 20세기 중반 최고 인기를 누렸던 배우 매릴린 먼로가 1955년에 출연한 영화 ‘7년 만의 외출’에 등장한 장면을 7m가 훌쩍 넘는 조각으로 묘사한 것으로, 팜스프링스미술관 앞 도로변에 설치될 예정이다. 여주인공이 치마를 입고 지하철 환기구 위에 서 있다가 올라오는 바람에 치마가 들리는 이 모습은 매릴린 먼로의 영화를 본 적이 없는 세대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장면을 묘사한 매릴린 먼로의 동상은 이게 처음은 아니다. 시카고를 비롯해 다른 장소에도 이미 존재하는 이 동상이 이번에 논란이 된 이유는 “지금은 2021년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적 행동, 여성 비하적 묘사, 인종차별적 표현 등 과거에는 당연시되던 많은 것이 더는 용인되지 않는 거대한 문화적 변동의 한가운데 있는데, 그 밑을 지나는 관객들이 여성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소위 ‘업스커트’를 유발하도록 고안된 동상을 2021년에 더 만들어야 하느냐는 것이 이 동상 설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 동상 때문에 ‘매릴린도 피해자’라는 ‘#MeTooMarilyn’(미투 매릴린)이라는 해시태그도 생겨났다.●영화계, 여배우에 대한 차별·폭력 여전 매릴린 먼로의 동상 논란은 단순히 한 작품의 적절성 문제를 넘어 영화사에서 여배우들이 겪어 온 성적 대상화와 주체성과 자기 결정권을 상실한 객체화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영화란 게 원래 관객의 성적 욕망에 의존하는 산업 아니냐”거나, “여자 배우들이 그걸 모르고 영화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논리는 20세기 중반 이후 여성들이 가정주부라는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직업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왔다. 심지어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넉넉한 집안의 “정숙한 여성”은 직업을 갖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취직한 여성들은 남성들의 ‘가벼운’ 성추행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요즘 남자 직원이 직장의 동료를 성추행한 후에 “여자들이 그걸 모르고 회사에 다니겠냐”고 반문한다면 어떻게 들리겠는가. 그런데 똑같은 말을 여배우들에게는 해도 될까. 영화계에서 일하는 여배우를 보는 사회의 시선이 이런 식이기 때문에 여배우들이 받는 차별과 폭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자신을 영화계에 입문시켜 준 고(故)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윤여정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감독과 ‘열심히 싸웠던’ 일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화) ‘충녀’ 때 저만 빼고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가 미리 계획을 짰더군요. 처음엔 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이라고만 했어요. 그런데 조금 뒤 시트 밖으로 옷이 비치니 벗고 누우라는 거예요. 그 뒤에 느닷없이 쥐떼가 떨어진 거죠. 몸에 쥐가 달라붙는데 벗고 있다는 게 생각이 났겠어요? 정신을 놓고 난리가 났죠. 감독님이 귀여운 데가 있으세요. 집에 그 필름을 들고 오셔서 미스 윤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게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아 또 싸웠죠(웃음).” 옷 벗기를 원치 않는 어린 여배우의 노출 장면을 찍고자 50대 남자 감독과 남성 스태프들이 짜고 거짓말을 했고, 여배우에게는 알리지 않은 쥐를 떨어뜨려서 나체를 찍었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일단 그렇게 여배우의 몸을 도둑 촬영한 후에 “미스 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단다. 많은 돈이 투자된 영화의 성공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어린 여배우에게 “마음대로 하라”는 말은 한마디로 영화를 위해 네가 희생하라는 압력임을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감독과 스태프가 짜고 여배우 속이기도 하지만 이건 19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상황만이 아니다. 1992년에 나온 할리우드 영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은 여주인공 샤론 스톤의 성기가 드러나는 충격적인 노출신으로 큰 화제가 됐다. 영화를 감독한 파울 페르후번은 주인공이 그 장면에서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설정에 맞게 찍어야 하는데 샤론 스톤이 입은 속옷이 흰옷 밖으로 비치기 때문에 그냥 벗고 찍는 게 좋겠다는 (김기영 감독과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샤론 스톤은 카메라에는 민감한 부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만 듣고 촬영에 임했는데, 편집이 끝난 뒤 시사회를 보다가 자신의 성기가 정면으로 화면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노한 샤론 스톤은 페르후번에게 항의했지만 결국 그 장면을 영화에 포함시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여배우를 속여서 원하지 않는 장면을 촬영한 후 윽박과 설득으로 뒷수습을 하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막론하고 당연시됐던 거다. 샤론 스톤은 회고록에서 가슴 성형을 했을 때 이야기도 했다. 마취에서 깨어 보니 자신이 원했던 크기보다 더 크게 됐길래 의사에게 따졌다. 그랬더니 “내 생각에는 좀더 큰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여배우는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도 없는 것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역시 충격적인 노출신과 성행위 묘사로 유명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김 감독이 윤여정을 속여 노출신을 찍은 ‘충녀’와 같은 해인 1972년에 나온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마리아 슈나이더는 당시 19세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남주인공 말런 브랜도가 슈나이더를 힘으로 제압하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에서 30대의 남자 감독과 40대의 남자 배우는 대본에 없던 버터를 이용해 배우가 놀라는 표정을 찍기로 몰래 계획을 세웠다. 어린 여성이 정말로 수치심을 느끼고 우는 장면을 건지자는 것이었다. 김 감독이 윤여정 모르게 스태프들과 짜고 쥐를 준비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여배우는 자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노출 장면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하는 경우에만, 그리고 원하는 수준까지만 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영화 문화에서 여배우들은 대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노출신 촬영에 들어간다. 경험 많은 남자 감독과 스태프들이 공모해 현장에서 대본에 없는 요구를 하는 식으로 압력을 넣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면 대부분의 여배우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여배우가 너밖에 없는 줄 아느냐”는 말은 페르후번 감독만 사용한 말이 아니다. ●케이트 윈즐릿, 18세 데뷔 때 똑같은 경험 미투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할리우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촬영장에 여배우를 위한 성행위 코치를 두기 시작했다. 어린 여성이 직접 항의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영화판을 잘 아는 (대개는 나이가 더 많은) 여성이 민감한 촬영을 할 때 배우 곁을 떠나지 않고, 감독이 요구하는 내용이 대본과 다르면 배우 대신 거부하고, 촬영 중간중간에 배우가 보이지 않는 압력과 불편함을 겪지 않는지 살펴 주는 ‘힘 있는 큰 언니’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영화 스튜디오가 그런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배우 케이트 윈즐릿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18세의 여배우가 한밤중에 차 안에서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게 되자 자신의 촬영이 끝났음에도 어린 여배우 옆에 남기로 했다는 거다. 촬영기사와 감독 모두 훌륭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히지 않고 여배우 옆에 머물기 위해 차의 트렁크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내내 “혹시 불편하지 않으냐”는 말을 계속 건네며 ‘너의 편이 여기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윈즐릿은 왜 그렇게 자주 말을 건넸을까. 이 상황은 힘 있는 남성들이 많은 환경에서 여성이 겪는 아주 전형적인 상황이다. 미투운동에 불만을 가진 남자들이 흔히 “왜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여성이 겪는 사회적 압력은 너무나 미묘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먼저 “나는 이거 싫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누가 옆에서 “너 혹시 이거 싫지 않아?”라고 물어봐 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윈즐릿이 이렇게 나서서 어린 여배우들을 보호하는 이유는 자기도 18세에 영화에 처음 출연하면서 똑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 감독과 스태프들 사이에서 압력을 받으면서 누군가 도와줬으면 했던 경험이 지금의 ‘힘 있는 큰 언니’ 역할을 자임하게 만든 것이다. 나는 윤여정이 김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1972년에 윤여정이 겪은 일은 미화돼서도, 반복돼서도 안 된다. 영화판이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여성이 무언의 압력 때문에 ‘노’를 하지 못했다고 항의할 자격을 의심받아서도 안 된다. 여성이 자신의 장래를 쥐고 있는 남성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그러고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불평등한 구도는 우리가 끝내야 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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