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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中판 ‘살인의 추억’ 연쇄살인마에 사형선고

    [여기는 중국] 中판 ‘살인의 추억’ 연쇄살인마에 사형선고

    중국판 ‘잭 더 리퍼’로 불리던 50대 남성이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중신망 등 현지 언론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간쑤성 바이인중급인민법원은 강간과 살인, 시신 훼손 등의 혐의로 2016년 체포된 가오청융(54)에게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악의 연쇄살인범으로 불린 그가 처음 살인을 시작한 것은 1988년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간쑤성 바이인시(市)에서 23세 여성을 살해한 뒤 희열을 느끼고 연쇄 살인을 시작했다. 그가 2002년까지 무려 14년간 살해한 여성은 11명에 달한다. 주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과 살인을 저질렀고, 피해자 중에는 8세 소녀도 있었다. 당시 희생자 대부분은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목을 자르는 등 엽기적인 살인 방법 등으로 현지에서는 ‘중국판 잭 더 리퍼’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내 사건 중에는 미제로 남아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이를 토대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던 그는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지만, 엉뚱한 곳에서 꼬리를 잡혔다. 2001년 그의 친척 한 명이 범죄를 저질러 DNA검사를 받게 됐는데, 이 DNA와 희생자에게서 증거로 채취한 DNA 일부가 일치했던 것. 경찰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사망을 좁혔고, 결국 2016년 8월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조사 결과 그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하고 가정적인 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을 더욱 충격에 빠지게 했다. 희생자들을 살해할 당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진 않았다고 밝혀 사이코패스로 추정되기도 했다. 그가 체포되고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날까지, 희생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첫 번째 희생자의 자매는 “지난 30년 사이 오빠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그 사건 이후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며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한편 중국은 사형 집행 횟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선고와 집행에 대한 일부 정보를 국가 기밀로 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주4·3 희생자 달래는 몸짓

    제주4·3 희생자 달래는 몸짓

    30일 서울 여의도의 제주도 서울본부 건물 앞에서 열린 ‘제주 4·3 70주년 버스킹 공연’에서 시민들이 동백꽃을 주제로 제주 4·3 사건 희생자 영혼을 기리는 진혼무를 구경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개 구하려다… 女소방관들 ‘어이없는 희생’

    개 구하려다… 女소방관들 ‘어이없는 희생’

    경찰 “제동장치 밟지 않은 채 충돌” 예비 소방관 2명도 순직 처리될 듯 靑 “슬픔 가눌 길이 없어” 애도 미세먼지가 어지간히 걷히고 봄기운이 제법 느껴지던 30일 꽃다운 나이의 여성 3명이 공무를 수행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공직자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맞은 젊은이들의 비운(悲運)에 국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30일 오전 9시 46분쯤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편도 3차선)에서 허모(62)씨가 운전하는 25t 트럭이 개를 포획하려고 갓길에 주차 중이던 소방펌프차(소방용수 1200ℓ급)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펌프차 앞에 나와 있던 소방교 김모(29)씨와 소방관 임용예정 교육생 문모(23), 김모(30)씨 등 여성 3명이 충격으로 80m가량 밀린 펌프차에 깔려 숨졌다. 펌프차 옆쪽에 있던 남성 소방관 이모(26)씨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은 “개가 줄에 묶여 도로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교통사고가 우려돼 현장에 출동했는데, 막상 가 보니 개는 묶여 있던 게 아니라 갓길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이씨가 가드레일 쪽에서 여성 3명이 서 있던 펌프차 앞쪽으로 개를 포획하고자 몰던 중 트럭이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 개는 도망쳤다. 정식 소방관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문씨와 김씨는 각각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소방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이들은 충청소방학교에서 12주간 교육을 마친 뒤 4주 실습을 위해 지난 19일 둔포119안전센터에 배치돼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임용은 다음달 16일 예정이었다. 함께 숨진 5년차 소방관 김씨는 지난해 9월 동료 소방관과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던 새댁이다. 남편은 천안 서북소방서에 근무 중이다.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청와대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에서 희생자 3명이 젊은 여성임을 상기시키며 “인생의 봄날이었기에 슬픔은 더 가눌 길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트럭운전자 허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장소는 직선에 가까운 도로”라면서 “음주운전은 아니며, 충격 지점 이전에 화물차 스키드마크(타이어자국)가 없는 점으로 미뤄 제동장치를 밟지 않은 채 들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방관 김씨는 물론, 소방관 임용예정자 문씨와 김씨도 순직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공무원 연금법’에서 분리 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에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공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근로자도 공무원 재해보상심의회 심사를 거쳐 공무원과 동일하게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임용예정자 2명은 정식 공무원이 아니지만 ‘공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했기 때문에 해당 법상 순직자로 인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법 개정안 시행일이 9월 21일이기 때문에 이때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공무원 재해보상심의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일반순직 또는 위험직무순직 여부가 결정된다. 아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커버스토리] 좌·우 ‘영토 전쟁터’ 된 그곳… 광장

    [커버스토리] 좌·우 ‘영토 전쟁터’ 된 그곳… 광장

    각종 정치·사회 이슈가 사회를 휩쓸 때마다 광장은 늘 인파로 뒤덮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의 목소리는 사회를 바꿔놓기도 했다.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솎아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지만 광장이 아직은 좌우 세력 간 대결의 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광장은 진보·좌파의 영역이 됐다가 보수·우파의 영역으로 바뀌기도 한다. 서울 도심 내 집회 장소를 둔 진보·보수 세력 간 영토전쟁의 흐름을 짚어본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심판 선고를 받은 지 1년째인 지난 1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은 ‘서울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였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진보세력은 ‘광화문광장’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진보 단체의 주 무대였던 서울 도심 대부분의 집회 장소를 보수 단체가 점령한 것이다. 최근 들어 서울 도심 집회 장소를 놓고 진보·보수 세력이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돌아보면 1980~90년대 대규모 집회·시위는 군사정권의 독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때문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정치적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이 광장을 장악했고 이를 막으려는 정부와 충돌을 빚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집회 세력은 정권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분화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과 찬성하는 진보 세력이 선명하게 갈렸다.정치적 이념에 따라 크게 양분됐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광화문광장은 방한에 반대하는 진보 세력이, 서울시청 앞은 방한을 환영하는 보수 세력이 점령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찬반을 놓고 두 세력이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보수 단체들의 집회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서로 다른 목적의 집회를 여는 단체들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첫 번째 계기는 2002년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치어 숨진 심미선·신효순양 사건이었다.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서 재판을 받은 사고 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커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가 무죄 판결을 받자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로 나왔다. 당시 광화문은 차도로만 이뤄져 있어 도로 옆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인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희선 상명대 지리학과 교수는 2004년 논문 ‘서울시 집회·시위 발생 공간의 특성과 변화 : 1990~2003’에서 “시위를 강력하게 탄압하던 1990~91년에는 진압 경력이 들어올 수 없는 명동성당이나 대학교 교내 등 ‘성역형’ 공간에서 주로 집회가 이뤄졌다”면서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미선·효순양 사망사건,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영향으로 서울 교보문고·동화면세점 앞 등 광화문 광장이 부각된 ‘광장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보수 단체가 본격적으로 집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어버이연합이 설립되면서부터다. 주로 70대 이상의 노인층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어버이연합은 초창기 종북 세력에 대한 반대나 국가 안보 위기 등을 앞세워 서울역 광장, 종묘공원 등 주로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촛불집회 등에 비하면 당시까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2008년 광우병 파동이 벌어지면서 다시 촛불을 든 대규모 시위대가 등장했다. 이때 어버이연합과 고엽제 전우회 등 보수 단체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세력을 규탄하며 집회를 열였다. 진보 단체의 촛불집회와 보수 단체의 ‘맞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당시 촛불집회는 광화문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개최돼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당사가 있었던 여의도 등지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는 서울역광장을 중심으로 열린 후 촛불집회가 열렸던 청계광장으로 진출해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진보 단체=광화문, 보수 단체=서울역’이라는 ‘영토공식’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진보의 시청 광장 진출 계기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시청앞 광장까지 진보 진영의 영토가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경복궁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된 뒤에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후 대한문에 시민분향소가 마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를 포함한 진보 진영의 영토는 광화문에서 시청 앞과 대한문 앞까지 커졌다. 같은 해 9월 공사를 마치고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광화문광장의 등장으로 집회 시위의 영토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는다. 광화문광장이 미국대사관 100m 이내 거리에 있어 집시법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집회·시위의 개최 여부가 갈린다. 광화문광장을 개장했던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는 집회·시위보다는 대형 행사가 주로 열렸다. 그러다 2011년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가 재보궐 선거에 당선되면서 집회 시위의 허가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2012년에는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이후 병으로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해고자 등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되면서 대한문 앞 광장은 진보 진영의 영토로 재확인됐다. 2014년 6월 14일 세월호 참사는 광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고, 그동안 대형 행사 위주로 사용되던 광화문광장은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광장’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광화문광장을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촛불’로 상징되는 진보 진영의 영토가 광화문광장으로 집중되는 사이 보수 진영의 영토확장이 이뤄졌다. 그때까지 서울역을 중심으로 집회를 열어 왔던 보수단체들은 대한문 앞 광장을 집회장소로 쓰기 시작했다. 과거 진보 진영의 영토로 여겨졌던 대한문 앞 광장이 보수 진영으로 넘어간 셈이다. 진보와 보수의 집회·시위 영토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보수 단체들은 매주 토요일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광장,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 대변하는 상징으로”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대한문 앞 광장의 경우 오랜 시간 쌍용차 희생자들의 빈소가 유지되면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장소’라는 상징성을 보여줬다”면서 “‘태극기 집회’로 불린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됐다고 느낀 70대 이상의 고령층 비중이 높은데,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하는 장소인 대한문 앞 광장에서 이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이들의 목소리도 결국 우리나라 민주화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회 장소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시대적 상황과 집회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는 “‘태극기 집회’를 여는 보수 진영이라고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싶지 않겠나. 결국 집회 장소는 정치적 세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또 그 세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중국판 ‘살인의 추억’…세기의 연쇄살인마에 사형선고

    중국판 ‘잭 더 리퍼’로 불리던 50대 남성이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중신망 등 현지 언론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간쑤성 바이인중급인민법원은 강간과 살인, 시신 훼손 등의 혐의로 2016년 체포된 가오청융(54)에게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악의 연쇄살인범으로 불린 그가 처음 살인을 시작한 것은 1988년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간쑤성 바이인시(市)에서 23세 여성을 살해한 뒤 희열을 느끼고 연쇄 살인을 시작했다. 그가 2002년까지 무려 14년간 살해한 여성은 11명에 달한다. 주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과 살인을 저질렀고, 피해자 중에는 8세 소녀도 있었다. 당시 희생자 대부분은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목을 자르는 등 엽기적인 살인 방법 등으로 현지에서는 ‘중국판 잭 더 리퍼’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내 사건 중에는 미제로 남아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이를 토대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던 그는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지만, 엉뚱한 곳에서 꼬리를 잡혔다. 2001년 그의 친척 한 명이 범죄를 저질러 DNA검사를 받게 됐는데, 이 DNA와 희생자에게서 증거로 채취한 DNA 일부가 일치했던 것. 경찰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사망을 좁혔고, 결국 2016년 8월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조사 결과 그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하고 가정적인 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을 더욱 충격에 빠지게 했다. 희생자들을 살해할 당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진 않았다고 밝혀 사이코패스로 추정되기도 했다. 그가 체포되고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날까지, 희생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첫 번째 희생자의 자매는 “지난 30년 사이 오빠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그 사건 이후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며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한편 중국은 사형 집행 횟수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선고와 집행에 대한 일부 정보를 국가 기밀로 하고 있어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하늘도 야속’ 새댁 소방관 비보에 동료들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늘도 야속’ 새댁 소방관 비보에 동료들 “어떻게 이런 일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30일 도로 위를 활보하는 개를 포획해 달라는 자동차 운전자와 주민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교통사고로 숨진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동료들은 “믿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충남 아산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소방서 119에 “줄에 묶인 개가 도로에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아산소방서 둔포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A씨는 소방관 임용 예정 교육생 문모(23·여)·김모(30·여)씨와 함께 소방펌프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 막 현장 수습을 하던 중 25t 트럭의 추돌 충격으로 밀린 소방펌프 차량에 치여 변을 당했다. 이 사고로 장비를 꺼내려고 소방펌프 차량에서 내려 도로변에 나와 있던 소방관 김모(29·여)씨와 소방관 임용 예정 교육생 문모(23·여), 김모(30·여)씨 등 3명이 추돌 충격으로 밀린 소방펌프 차량에 치여 숨졌다. 또 트럭 운전자와 소방펌프 차량 운전자도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진 소방차가 당시의 처참한 현장의 보여줬다. 이들은 “개가 줄에 묶여 도로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 도착한 직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소방펌프 차량과 도로 가드레일 사이에 있다가 25t 트럭이 들이받은 충격으로 움직인 소방차량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80여m가량 밀린 소방펌프 차량 밑에서 발견됐다. 피해자 중 한명인 소방관 김씨는 결혼한 지 몇 개월 안 된 신혼이 때문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말 동료 소방관과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을 새댁이다. 남편은 천안서부소방서에서 근무 중이다. 동료 이모씨는 “늘 밝고 적극적이었던 김 소방관이 너무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를 쫓아 현장 실습교육을 받던 문씨·김씨도 임용을 불과 2주 앞두고 함께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문씨와 김씨는 각각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소방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제80기)한 예비 소방관들이다.이들은 16주의 교육 기간에 충남 천안의 충청소방학교에서 12주간의 교육을 마친 뒤 4주간의 관서실습을 하기 위해 지난 19일 이곳에 배치돼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아산충무병원에서 만난 한 동료 소방관은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사고 위험은 항상 노출돼 있어 고참 소방관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사회에 갓 나온 초년생들이 이런 사고를 당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개 포획 요청을 받고 출동했다가 추돌사고로 참변을 당한 충남 아산 소방관 3명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소방관 세 분이 혹여 사람들이 다칠까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며 “세 분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희생자 3명이 각각 30세와 29세, 23세 여성임을 상기시키며 “인생의 봄날이었기에 슬픔은 더 가눌 길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안 그래도 가슴 졸이며 살아왔을 세 분의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세 분을 대신해 국가가 유족과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아산 소방관 3명 참변 애도…“헌신 잊지 않겠다”

    청와대, 아산 소방관 3명 참변 애도…“헌신 잊지 않겠다”

    청와대가 30일 동물 구조를 하다가 참변을 당한 충남 아산 소방관 3명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소방관 세 분이 혹여 사람들이 다칠까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며 “세 분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은 전화기의 119를 누를 때 언제 어디서나 소방관이 달려올 것으로 믿는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는 신뢰에 보답하고자 소방관들은 365일 24시간 잠들지 못한다”며 일선 소방관들의 고충을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희생자 3명이 각각 30세와 29세, 23세 여성임을 상기시키며 “인생의 봄날이었기에 슬픔은 더 가눌 길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대변인은 “안 그래도 가슴 졸이며 살아왔을 세 분의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세 분을 대신해 국가가 유족과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소방관 A(29·여)씨와 소방관 임용 예정 교육생 B(23·여)씨, C(30·여)씨는 이날 오전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개를 잡아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 도롯가에 주차된 소방펌프 차량에 타고 있던 중 이곳을 지나던 25t 트럭에 들이받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4·3은 진행형”… 치유 버스킹 열다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 역사박물관 4·3 역사전 개최 제주 4·3사건 70주년이 임박하면서 제주도는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시회, 버스킹(길거리 공연) 등 관련 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제주도(지사 원희룡) 서울본부는 30~31일 양일간 ‘제70주년 제주 4·3 사건 알리기 버스킹’을 여의도와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각각 하루씩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본부 관계자는 “4·3사건은 제주도민이 화해와 상생으로 과거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와 인권의 미래 가치를 키워나가는 현재진행중인 역사”라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버스킹에서는 민요·국악·연기자 등 10~15명이 가야금, 대금, 피리 연주와 타악연기를 함께 선보인다. 주제는 ‘다시 피는 동백꽃’으로 잡았다. 동백꽃은 4·3사건 당시 희생된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4·3사건의 상징이다. 이날 공연과 함께 서울본부는 동백꽃 배지도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서울본부는 ‘동백꽃 배지 달기 릴레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 1000여명이 참여했다. 서울본부 관계자는 “잊혀져가는 4·3사건을 기억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30일부터 아름다운 섬 제주에 서린 아픔과 상처를 느낄 수 있는 특별전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를 개최한다. 정부에서 채택한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2003)의 내용과 기초자료에 근거해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4·3사건 관련 사료, 희생자 유품, 회화, 판화, 설치작품 등 20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 ‘마산형무소 수용자 신분장’, ‘군법회의 명령’, ‘제주 4·3 특별법 대통령 서명문’ 등 국가기록물 원본 9건을 볼 수 있다. 기록물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새달 10일까지만 원본을 전시하고 11일부터는 복제본으로 대체된다. 6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美특수부대원 시점서 촬영된 IS 대원 사살 영상 공개

    美특수부대원 시점서 촬영된 IS 대원 사살 영상 공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특수부대원들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의 전투원들을 사살하는 소탕 작전 영상을 미 국방부가 29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다.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이같은 작전 영상을 공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번 영상은 지난 26일부터 27일 사이 아프간 북부 주즈잔주(州)에서 수행된 야간 급습 작전 중에 미군 특수부대원의 시점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번 작전에서 IS 호라산의 지휘관과 일반 전투원들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간 북부에 근거지를 둔 IS 호라산을 겨냥한 작전 대부분은 외국인 전투원을 들여오는 조직의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집중돼 있다. 지난 22일에도 다르자브 지구에서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IS 호라산 전투원 4명을 사살했고, 앞서 16일에는 미군 소속 폭격기 한 대가 외국인 전투원들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IS 호라산 지휘관 2명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28일에는 아프간 정부군이 주즈잔주에서 외국인 전투원들을 들여오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최고 지휘관을 생포하기도 했다. IS 호라산은 아프간 주민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관여해왔다. 수도 카불에서는 수차례 자살 폭탄 공격을 수행해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이에 대해 아프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존 니컬슨 사령관은 “IS 호라산 전투원들은 대다수가 파키스탄 파슈툰족이며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에서 합류한 전투원들도 있다”면서 “나머지 약 10%는 세계 각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미 국방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황전원,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퇴 요구받아

    황전원, 세월호 유족들에게 사퇴 요구받아

    황전원 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이 세월호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조위)’ 는 29일 제1차 전원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자유한국당 몫으로 임명된 황전원 위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저지를 뚫고 회의실 입장을 하는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일었다. 회의 도중 발언권을 얻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정명선 운영위원장과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황 위원은 세월호 특조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당시 여당과 청와대에 회의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받은 대로 이행하며 피해자 참여를 철통같이 막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황 위원은 “유가족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 죄송하다”면서 “이번 특조위에서는 진상조사보다는 정부의 피해자 사후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상임위원 9명은 만장일치로 장완익 변호사를 위원장에 선출했다. 국회의장 추천으로 특조위원이 된 장 위원장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06년에는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에서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을 맡았다.장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돈을 중시한 자본의 탐욕에 의해 국민 생명에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을 국가가 방치한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병폐로 인해 발생한 것인 만큼 치유와 회복도 사회가 나서야 하며, 특조위가 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조사 결과를 진상규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성역 없이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 또 피해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민간에서 약 80명을 채용하고 부처에서 30여명을 파견받아 사무처를 꾸릴 계획이다. 본격적인 조사 활동은 7월께 시작될 전망이다. 특조위 안에는 ▲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 안전사회 ▲ 지원 등 4개 소위원회가 꾸려져 해당 분야 조사를 하거나 지원업무를 맡는다. 특조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뒤 서울 강서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자택을 찾아 위로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이어 경기 안산의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날, 잊으려 할수록 붉게 피어난다

    그날, 잊으려 할수록 붉게 피어난다

    흰 눈 위로 피 한 방울이 뚝 떨어집니다. 피는 얼음 결정을 따라 빠르게 번져 갑니다. 그 모습이 모가지 꺾어 떨어진 동백꽃을 닮았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흰 눈 위에 떨어진 피에서 혹독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길어 올렸습니다. 동백꽃은 그렇게 ‘제주 4·3 사건’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지요. 한 설문조사에서 4·3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3분의1, 관심 없다는 이는 절반을 넘었다고 합니다.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더욱 기억에서 멀어진 것이 4·3 사건입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과거가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사과할 건 사과하고 청산할 건 청산해야 합니다. 그래야 과거의 사악하고 검은 아가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 여정은 4·3 사건을 따라가는 것으로 꾸렸습니다.모처럼 제주까지 갔는데 상처의 흔적만 보듬고 오라는 말이냐고 힐난할 수 있겠습니다. 한데 앞서 결론을 밝히자면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습니다. 단언컨대 처음 제주를 방문한 이라도 그렇습니다. 4·3의 무대는 아름다운 제주의 또 다른 면일 뿐입니다. 우리가 무심했을 뿐 명소라 알려진 곳에, 혹은 그 주변에 없는 듯 있었습니다. 제주의 4월을 두고 흔히 ‘침묵의 봄’이라고 합니다. 북촌리 ‘아이고 사건’에서 보듯 눈물마저 죄가 된 시절엔 누구나 말을 아껴야 했으니까요. 피 끓는 포한과 바닥 모를 체념의 끝은 침묵이었던가 봅니다. 그러니 입은 있으되 말하지 못했고, 기억은 선연하되 한사코 떨어내려고만 했겠지요. 제주엔 진작 제비가 왔습니다. 반팔 옷차림으로 훌훌 싸돌아다닐 만큼 기온도 포근해졌습니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시립니다. 물론 스스로 삭이겠지요. 그래도 주변의 위로가 더해지면 생각보다 빠르게 녹을 수도 있을 겁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제주 4·3 평화기념관’에서 본 한 장의 지도였다. 제주 전체를 행정 구역에 따라 나눈 뒤 색을 입혔다. 공통적인 건 붉은빛 일색이라는 것. 구역에 따라 빨강과 분홍 등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체가 붉었다. 이는 ‘제주 4·3 사건’ 당시의 피해 정도를 표시한 지도다. 붉은빛일수록 더 많은 주민이 희생됐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4·3의 광풍에서 온전했던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는 게 지도에 담긴 의미다.●섬뜩한 진실과 마주한 ‘4·3 평화기념관’ 4·3 여정의 첫걸음은 제주 4·3 평화기념관이다. 4·3 사건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제주 사람들은 ‘4·3 사건’이란 이름 자체에 불만이다. 지나치게 ‘사실’(史實)에만 충실해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처럼 의미와 가치가 담긴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념관의 관람 동선 첫 코너에 ‘백비’(白碑)를 뉘어 놓은 건 그 때문이지 싶다. 백비는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석이다. 제주 사람들의 뜻은 간명하다. 언젠가 4·3 사건이 가치와 의미에 부합하는 이름을 얻게 될 때 이 비석에 새겨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다. 기념관 안엔 4·3 사건과 관련된 각종 기록과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육지부’에서 ‘관광차’ 온 이들이라면 담기 버거울 정도의 섬뜩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기념관 밖은 평화공원이다. ‘비설’(飛雪)이란 이름의 모녀상과 제단, 1만 4000여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각명비 등이 조성돼 있다. 공원 가장 위에 있는 행방불명인 표석은 꼭 찾길 권한다. 4·3 희생자 중 행방불명인 3800여명의 이름을 새겨 표석으로 세웠다. ‘육지부’의 형무소로 끌려가 못 돌아온 이도 있고, 바다에 수장됐거나 여태 제주 땅 어딘가에 묻혀 있는 이도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살아서 어머니의 품에 안기지는 못했지만, 이름이나마 한라산 아래 산담(무덤을 둘러친 돌담)에 안겼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이념으로 시작해 희생으로 끝난 섬의 눈물 이쯤에서 4·3 사건에 대해 개략적이나마 살피자. 도화선은 1947년 3월 1일 제주 시내 관덕정에서 열린 3·1절 집회였다. 경찰이 탄 말의 발굽에 어린아이가 차였다. 한데 기마경찰은 무심히 지나갔고, 이를 본 군중이 돌을 던지며 경찰을 쫓았다. 이를 경찰서 습격으로 오인한 경찰이 발포해 6명이 사망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미 군정에서 사태파악에 나섰다. 미 군정의 조사 보고서는 “경찰 발포로 도민 반감이 고조된 것을 남로당 제주조직이 선동해 증폭시켰다”며 “제주도 인구의 70%가 좌익 동조자”라고 적었다. 제주가 ‘레드 아일랜드’(빨갱이의 섬)라 규정되는 순간이다. 이어 좌익 색출을 명분으로 서북청년회와 공권력의 탄압이 자행됐다. 이에 맞서 남로당 제주도당이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에 나섰다. 이후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될 때까지 제주는 아비규환의 공간이 됐다. 물론 4·3 사건의 성격을 두고 여태 논란은 있다. 중요한 건 당시 제주도민의 9분의1에 달하는 희생자다. 최대 3만명에 이르는 희생자 가운데 목숨을 걸 만큼 정치적 신념을 가졌던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게다가 희생자 가운데 33%는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였다. 충돌의 배경은 이념이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었던 셈이다. 제주 4·3 사건을 이념보다 인권과 인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3 여정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단어는 ‘예비검속’이다. 일종의 블랙리스트다. 사상이 의심스러운 이들의 목록을 작성한 뒤 전쟁 등 유사시에 잡아들이거나 상황에 따라 즉결처형했다.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인근의 섯알오름이 대표적이다. 1950년 250여명의 예비검속자들이 총살당한 곳이다. 군이 출입을 통제한 탓에 1956년에야 유족들이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32구의 시신은 인근의 백조일손 묘역에 안장됐다. 묘역의 이름은 누군지 알 수 없는 백여명의 조상에 대한 제사를 한날한시에 올려 한 자손이 된다는 뜻이다.●아이의 작은 묘탑에 놓인 애달픈 장난감 북촌리 너븐숭이를 찾으면 코끝이 찡해진다. 어린아이의 묘가 있기 때문이다. 봉분은 작다. 면적도 작고, 봉분을 둘러싼 산담도 작다. 봉분은 모두 20여기 정도 되는데, 그중 최소 8기는 4·3 때 목숨을 잃은 아이의 묘라고 한다. 묘지 앞엔 검은 돌로 만든 작은 탑이 세워져 있다. 돌과 돌 사이엔 동백꽃 등을 꽂아 뒀다. 미니어처 자동차도 눈에 띈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타요 버스’다. 4·3 당시 비운의 별이 된 아이가 타요 버스를 알 리 없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일 것이다. 늦은 밤이면 봉분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꽂아 둔 사탕을 먹고 장난감도 갖고 놀 것 같다.●비행기 소리로 덮인 최대 학살터 ‘정뜨르’ 북촌은 이른바 ‘아이고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1954년 1월, 너븐숭이 주민 가운데 일부가 4·3 사건을 추모하며 설움에 북받쳐 울다가 경찰에 치도곤을 당했다. 이게 ‘아이고 사건’이다. 당시엔 이처럼 울음마저 죄가 됐다. 정뜨르는 어딜까. 4·3 당시 최대 학살터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4·3 지도에도 틀림없이 나와 있다. 한데 도두항 주변을 오가는 주민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고개를 외로 꼬기 일쑤다. 정뜨르는 지금의 제주공항이다. 바로 눈앞에 두고도, 너무 커서 보이지 않았던 거다. 손바닥 선인장 군락(천연기념물 429호)으로 이름난 월령리엔 고 진아영 할머니 집이 있다. 진 할머니는 ‘무명천 할머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4·3 당시 총탄에 턱을 다쳐 평생 무명천으로 턱 주변을 두르고 살았다. 작은 단칸방 한 켠에 진 할머니의 영정이 남아 있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길:4·3 사건 70주기를 앞두고 제주 곳곳에서 동백 배지달기 등 다양한 추념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이번만은 올레길에서 벗어나 4·3길을 따라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6~7㎞에 이르는 코스를 2시간 정도 걸으며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추천한 코스는 모두 4개다. 제주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돌아볼 수 있게 했다. 미리 신청하면 ‘4·3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걸을 수 있다. 4·3 콘텐츠 관련 내용은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www.visitjeju.net)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4·3 길을 걷다’란 지도도 꼭 챙기는 게 좋다. 길잡이로 큰 도움이 된다.→맛집 : 도두 해녀의 집(743-1500)은 전복미역국 등을 잘한다. 주방의 손길보다 신선한 재료가 맛을 낸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음식에 별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난다. 정뜨르(제주공항) 인근에 있다. 커피 한 잔 마시겠다면 쉴만한 물가(796-3808)가 괜찮다. 월령리 무명천 할머니집 앞에 있다. 커피 맛은 옅은 편이어도 업소 앞 풍경은 매우 짙다. 명진전복(782-9944)은 전복돌솥밥 등으로 소문난 집이다. 식사 때가 아니더라도 15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명소 반열에 올랐지만 맛은 여전히 예전처럼 좋은 편이다. 다랑쉬 오름과 가깝다.
  • 오멸 감독이 전하는 세월호 레퀴엠…‘눈꺼풀’ 4월 개봉

    오멸 감독이 전하는 세월호 레퀴엠…‘눈꺼풀’ 4월 개봉

    세월호 희생자들을 잘 배웅하기 위한 진혼곡과 같은 영화 ‘눈꺼풀’이 4월 개봉한다. 망망대해 위 외딴 섬 ‘미륵도’에서 떡을 만들며 저승으로 긴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눈꺼풀’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향한 작품이다. 오멸 감독이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연출에 임했다. 오멸 감독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세월호가 제주로 향했기에 더 큰 무게감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그는 희생자들을 가슴에 묻고, 잘 배웅해주기 위해 슬프고도 아픈 마음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영화는 제20회 부산영화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아이 캔 스피크’, ‘누에치던 방’ 등 다양한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이상희 배우가 학생들을 이끌고 섬에 도착한 선생님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갑작스럽게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한 끼라도 먹이고픈 마음을 담은 세월호 헌정 영화 ‘눈꺼풀’은 오는 4월 12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85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세월호 7시간 보고 모두 조작…유민아빠 “억장이 무너진다”

    세월호 7시간 보고 모두 조작…유민아빠 “억장이 무너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오전 집무실이 아닌 관저 침실에 머물며 뒤늦게 첫 상황보고를 받으면서 ‘구조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골든타임을 지나 침실에서 나왔다는 비판을 피하려 관련 보고와 지시시간을 사후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이와 관련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말 저는 끝까지 믿을 거다. 우리 아이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엄마, 아빠를 위해서라도 진실을 꼭 밝혀 줄 것이다. 하지만, 기다린다는 것이 왜 이리 힘들까”라고 적었다.이날 세월호 참사 보고서 조작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의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발생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19분∼10시20분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첫 보고 시점이라고 주장했던 10시보다 20분가량 늦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에 사건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받고는 곧바로 보고하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집무실이 아닌 관저의 침실에 머물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등 공식 일정을 마치면 주로 집무실이 아닌 관저로 돌아와 근무하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시인 2014년 4월 무렵에는 정호성 당시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수요일은 공식 일정을 잡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는데, 세월호 당일이 수요일이어서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에도 관저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장수 당시 실장은 관저에 머물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상황보고서 1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받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이후 안봉근 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대통령 보고가 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신인호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해 박 전 대통령이 머물던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신 센터장은 10시12분 상황보고서 1보를 완성한 후 상황병을 통해 관저 전달을 지시했다. 이에 상황병은 관저까지 뛰어가 10시19분 내실 근무자인 김모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했지만, 김씨는 별도의 구두보고 없이 상황보고서를 박 전 대통령의 침실 앞 탁자에 올려두기만 했다. 이 와중에 김 안보실장은 위기관리센터로 나려가 박 전 대통령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은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안봉근 비서관이 10시 12분 이영선 전 경호관이 준비한 승용차를 이용해 본관 동문을 출발해 관저로 갔고, 10시 20분 관저 내부에 들어가 침실 앞에서 수차례 부른 후에야 박 전 대통령은 침실 밖으로 나왔다. 세월호 상황보고서 1보를 접한 것도 이때로 추정된다. 안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고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하며 침실 안으로 들어간 뒤 10시 22분에야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해 노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시각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잡고 있던 10시 17분을 이미 넘겨 구조불가능한 상태로 선체가 침몰한 상황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침실에 머물며 상황보고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이 청와대 스스로 골든타임으로 여겼던 시각은 이미 지나버렸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국회에서 세월호 진상 조사에 나서자 이런 상황을 감추기 위해 최초 서면보고 시각이 오전 10시였던 것처럼 꾸민 답변서를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프란치스코 교황, ‘제주4·3’ 위로 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교황의 위로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 제주교구 4·3 70주년 특별위원회는 제주4·3 희생자추념일 전날인 2일 오전 10시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4·3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교황의 메시지를 발표한다고 27일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와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각각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회의와 제주시 중앙성당 제주교구청에서 교황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할 예정이다. 교황이 직접 4.3 위로 메시지를 전하기로 하면서 올해 70주년을 맞은 4.3이 가진 ‘화해와 상생’이라는 정신에 의미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 달 7일 오후 3시에는 명동성당에서 제주 4·3 70주년 추념 미사가 진행된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못 나가겠어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못 나가겠어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사망자 64명 중 어린이만 41명 SNS “실제 사망자 500명” 소문 유족 수천명 주정부 청사 앞 시위 탈출구 잠기고 경보 꺼져 피해 커“불이 났는데 못 나가겠어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화재로 희생된 빅토리아 포차니카·11) “극장에 갇힌 딸들에게 어서 탈출하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세 딸을 잃은 알렉산드르 릴레브얄리) 지난 25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케메로보에서 일어난 쇼핑몰 화재 참사로 사망이 확인된 64명 가운데 41명이 어린이로 밝혀져 러시아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고 CNN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현재 85명이 실종 상태다. 따라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화재가 난 시각 극장에 있던 빅토리아는 이모 예브게냐 오가네샨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소식을 알렸다. 오가네샨은 “비카(빅토리아)는 나갈 수가 없다면서,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전해 줘요’라는 말을 남겼다”며 울먹였다. 릴레브얄리는 “영화관 입구 틈새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봤다. 딸이 내게 계속 전화했다. 나는 딸들에게 어서 탈출하라고 외쳤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고르 보스트리코프는 아내 옐레나, 누이, 그리고 세 자녀를 화재 참사로 떠나보냈다. “옐레나가 극장 안에서 전화했어요. 도와 달라고, 구해 달라고, 갇혔다고 소리쳤어요.” 봄방학을 맞아 인근 지역에서 쇼핑몰로 놀러온 10대 6명도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한 명인 빌레나 체르니코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자신과 가족을 사랑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또 다른 13세 여학생은 친지들에게 “주변이 온통 불타고 있어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몇 분 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안녕!”이라고 이별을 고했다. 불을 피해 4층 난간으로 나온 11세 소년이 창문의 턱을 붙잡고 버티다가 힘이 빠져 아래로 추락하는 동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이 소년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화재가 4층 어린이 놀이시설 근처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무 놀이기구에 장난으로 붙인 불이 순식간에 영화 상영관 3곳으로 번져 상영관 중 2곳이 무너져 내렸다. 이후 3층으로 화재가 번졌다. 가까스로 극장에서 탈출한 디마 자레츠노바는 “영화를 보는 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영화관 문을 열어젖히더니 ‘불이야’라고 외쳤다. 극장 내부의 불은 여전히 깜깜했고, 비상벨도 울리지 않았다”면서 “출구가 2개라서 관객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잠겨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케메로보에 도착해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주정부 청사로 이동해 피해 수습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수사당국 조사 결과 화재 일주일 전부터 쇼핑몰의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었지만 수리하지 않았으며 쇼핑몰을 지키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은 사고 당일 화재 발생 신고를 접수하고도 방문객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방송 시스템을 꺼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쇼핑몰 내 영화관 출입문과 건물 비상탈출구 등이 잠겨 피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희생자 유족 수천명은 이날 오전부터 주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진상 공개를 촉구했다. 현재 SNS 등을 중심으로 실제 사망자가 300~500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넋을 기리고… 계엄 선포 문서 첫 공개하고… 우리 역사 된 제주 4·3

    넋을 기리고… 계엄 선포 문서 첫 공개하고… 우리 역사 된 제주 4·3

    27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 준비 최종 보고회에서 유족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오는 30일 개막하는 특별전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계엄선포 문서 원본을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27일 밝혔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사진은 마산형무소 수용자 신분장(장부). 제주 연합뉴스
  • 세월호와 함께하는 5·18…안산 416 시민기억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27일 세월호 참사 4주년을 맞아 ‘안산 416기억저장소’와 함께하는 ‘시민기억전’을 광주 5·18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5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ㄱ + (기억더하기) ing’라는 주제로, 2014년 4월 이후 광주지역 세월호 희생자 추모활동을 사진으로 남겨 온 김향득 작가의 초대전을 중심으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5·18사적지를 순례하는 시민, 광주를 방문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내걸린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의 기록물과 함께 416기억저장소의 협조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도 전시한다. 5·18기록관은 다음달 안산 세월호 유가족과 광주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집담회도 개최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효리,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내레이션 참여...루시드폴 공연도

    이효리,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내레이션 참여...루시드폴 공연도

    가수 이효리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여한다.27일 청와대와 제주도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가수 이효리(40)가 참여한다. 이효리는 올해 추념식에서 행사 주제를 전달하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효리 외에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44·조윤석)이 추념식을 찾아 기념 공연을 연다. 사회는 한승훈 KBS제주 아나운서가 맡게 됐다. 한편 대중 가수들이 추념식 본행사에 참여하는 건 지난 2014년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효리와 루시드폴 등은 현재 제주도로 거처를 옮겨 거주 중이다.이효리는 2013년 9월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한 뒤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에서 살고 있다. 루시드폴은 2014년 제주에 터를 잡고 감귤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JT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원희룡, 안철수 만남 거부 탈당·무소속 출마 임박?

    원희룡, 안철수 만남 거부 탈당·무소속 출마 임박?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만남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져 원 지사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26일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에 따르면 도당은 30일 오후 2시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법안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설명회를 일주일 앞둔 23일 늦은 오후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유는 당초 설명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안 위원장이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다. 이날 안 위원장의 방문은 바른미래당 소속 도의원 예비후보들과 당직자들을 격려하는 차원이기도 했지만, 안 위원장은 이날 원 지사를 만나 탈당을 만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거취를 고민 중인 원 지사에 대해 “같은 당에 소속된 분이고 정말 유능한 분이시기 때문에 조만간 만나 허심탄회하게 고민들을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관련 논의 과정에서 원 지사 측이 안 위원장 측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전하면서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다. 이와 함께 안 위원장의 제주 일정 또한 전면 취소됐다. 복수의 바른미래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원 지사 측이 (안 위원장과의 만남이) 불편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고,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설명회를 취소하게 됐다”며 “안 위원장은 4·3희생자추념식 때 제주에 올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복당 움직임 속에서도 원 지사와 함께 바른미래당 당적을 유지해 온 도의원들이 동시 탈당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원 지사의 무소속 출마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은 후보 발굴 등 대책을 고심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4·3 70주년과 동백꽃/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4·3 70주년과 동백꽃/이순녀 논설위원

    열한 살 소녀는 폭도가 뭔지 토벌대가 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1948년 11월 어느 날, 마을의 집들이 불타고 이웃 사람들이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이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엄동설한에 뒷산 동굴로 숨어든 주민 120여명은 빛 한 조각 들어오지 않는 어둠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50여일을 버텼다. 포위망이 좁혀오자 주민들은 동굴 밖으로 나와 더 깊은 산중으로 도망치다 눈밭에 난 발자국을 따라온 토벌대에 붙잡혀 대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소녀는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그때 일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홍춘호(81) 할머니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의 배경인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 마을 초토화 작전의 생존자이다. 무등이왓은 당시 폐허가 된 이후 사람이 살지 않는 폐촌, ‘잃어버린 마을’이 됐다. 지금은 무등이왓의 해설사로 그때의 끔찍한 기억들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증언하고 있지만 홍 할머니가 자식에게조차 꺼내지 못했던 응어리를 입 밖에 토해내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도 안 됐다. 할머니는 “오래 살다 보니 옛날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수십 년간 남모르게 피멍이 들었을 세월의 무게가 아프게 다가왔다. 4·3은 홍 할머니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금기의 역사였다. 군사정권 아래서 ‘공산폭동’으로 핍박받다가 1987년 민주화운동에 힘입어 40년 만에 재조명 움직임이 일어났다. 2000년에 이르러서야 ‘제주 4·3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 발간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이어졌지만 제주도민과 공동체가 입은 상처와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4·3 70주년을 맞아 제주도와 4·3유족회 등 시민단체들이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배우 정우성·안성기, 가수 장필순 등 유명 인사들이 앞장서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강렬한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은 4월이 되면 꽃잎이 시들기도 전에 통째로 낙화해 스러진다. 강요배 화가가 1992년 4·3 기록화 전시에 ‘동백꽃 지다’라는 제목을 붙이면서 4·3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져 왔다. 홍 할머니 가슴에도 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4·3의 진상을 온전히 규명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미뤄 둘 수 없는 일이다. 그때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홍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픔을 위로하는 것이리라.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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