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희노애락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잠실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소득 격차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칼부림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정유라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5
  • 이주일의 아동도서/ ‘안데르센 동화’

    안데르센 동화 51편을 6권에 담은 ‘안데르센 동화’(햇살과 나무꾼 옮김,소년한길)가 나왔다.세상에는 수많은 안데르센 동화가 넘치지만 각각 다른 색깔이 있다.이 동화집은 원문을 전혀 개작하지 않은 것이 특징.안데르센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다시 한번 손때를 묻혀볼 만하다. 특히 안데르센과 국적이 같은 덴마크의 그림작가 이브 스팡 올센의 삽화가 눈에 띈다.연필선 위에 은은한 파스텔톤 물감을 칠해 덴마크의 향토색을 그대로 살려냈다.올센은그림을 그리기 전 안데르센의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읽고,배경이 되는 풍경화를 들여다 보고,실제 장소를 찾아가 스케치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그 결과 안데르센과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가장안데르센다운 삽화가 탄생했다. 1835년 첫 안데르센 동화집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에 수록된 ‘부시 쌈지’‘공주와 완두콩’‘작은 클라우스와 큰 클라우스’에서부터 영원한 동화의 고전 ‘못생긴 새끼오리’‘인어공주’‘성냥팔이 소녀’까지 우리가 알만한안데르센 동화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겼다. 1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안데르센 동화가 계속 살아남는이유는 뭘까.‘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영혼을 파고들 수 있는 유일한 작가’라는 칭송을 받는 안데르센.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의 동화는,그가 첫 동화집 서문에 “어릴 때 들은 이야기를 옮겨 쓰면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야기에 신선함을 가미했다.”고 밝혔듯이 떠돌아다니는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이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 또 안데르센은 인간 정서의 기본인 희노애락을 다루면서삶의 다양성을 끌어안는다.아름다운 인어 공주의 이야기를 하면서,물거품이 되고 마는 인어공주의 비극적인 운명을마녀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사랑을 얻고자 부모·형제를 떠난 인어공주가 당연히 견뎌내야 할 고통을 그린다.거기에는 삶의 참모습과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 주제 못지 않게 그가 창조해 낸 세계의 외양도 눈부시다.꽃과 요정이 춤을 추고,개와 고양이가 말을 하며,장난감인형들이 사랑을 나누고,초록 숲과 푸른 바다의 나라가 펼쳐지면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누구나 꿈꾸지만꿈에 머물고 마는 세상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당연히 가슴이 뛸 수밖에 없다. 이번에 출간된 ‘안데르센 동화’는 일본의 후쿠잉칸 출판사에서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펴낸 ‘애장본 안데르센’을 번역했다.일본의 안데르센 연구 전문가 오쓰카 유조가작품을 선정했다.각 권 1만원. 김소연기자
  • 현대에 비친 전통 채색의 美

    고려 불화,조선 민화 등 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한 채색화의 전통을 잇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혁신해온 작가의 작품 50여점이 14일부터 내년 1월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채색의 숨결-그 아름다움과 힘’이라는 주제의 전시회에는 천경자,박생광,박래현 등 미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3인과 정종미,김선두,이화자 등 현재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 3인등 6명의 작가 그림들이 출품된다. 가나아트센터는 “선정기준은 옛 전통의 껍데기가 아니라당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인간의 감성과 미학을 잘 드러냈느냐의 여부”라고 밝혔다. 물론 작품성과 조형 양식의 독창성,안주하지 않는 실험과탐구정신,치열한 작가정신 등도 고려됐다. ‘장미와 나비’ 등을 내놓는 천경자는 다소 퇴폐적인 분위기의 여인,꽃,동물 등을 소재로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색채와 사실주의 기법을 혼합했다.그는 10여권의 수필집을 낼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도 지녔으며 자신의 희노애락을 실은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그려왔다.1954년부터 20년간홍익대 교수를 지냈고 78년 이후 예술원 회원으로 있다.2년전 자신의 대표작 57점과 드로잉 36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기증했다.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고양이’ ‘작품16’ 등이 출품되는 박래현은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구상을 넘어 추상의 세계에 몰입했다. 박생광은 ‘혜초스님’,‘무속도’ 시리즈 등 민족정신을현대화한 그림을 제작했다.이들 작품은 70세가 넘어 제작한것들이다. ‘몽유도원도’의 정종미는 지난 93년부터 2년간 미국 뉴욕 유학때 그곳에 모인 각국의 미술품에 자극받아 귀국후 우리 전통 회화에 관한 연구에 몰두해왔다.최근 전통채색기법에대한 연구를 모은 ‘우리 그림의 색과 칠’을 출간했다. ‘행(行)’ 시리즈의 김선두는 한국적 자연을 배경으로 한채색화를 많이 그렸다.‘초혼’ 등을 출품하는 이화자는 채색화의 현대적 표현방법을 모색하는 작가이다. 이 센터는 제1전시장에 50년대부터 독창적 작품 세계를 펼쳐온 천경자와 박래현의 대표작 15점,제2전시장에 채색의 전통을 이으면서 현대적 감성을 통해 재창조를 시도한 정종미,김선두,이화자의 작품 15점을 선보인다.제3전시장은 박생광의 특별코너로 마련돼 20여점이 전시된다.(02)720-1020. 유상덕기자 youni@
  • 국립국악원 개원50돌 기념 ‘우리시대 예인의 무대’

    자기 세계에서 각기 최고의 실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와가야금 연주자의 차이는 무엇일까.국립국악원이 개원 50주년을 맞아 ‘우리시대 예인(藝人)의 무대’라는 대형무대를 기획했다.출연진 전원이 인간문화재이거나,준문화재급 명인명창.3일부터 28일까지 9차례에 걸친 마라톤 연주회다. 이 연주회를 들여다 보면 그 차이는 ‘돈’에서 가장 뚜렷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한국 최고,곧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줄지어 나오지만 관람료는 일반 8,000원,학생 4,000원.세계적인 수준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한국에서 독주회라도 갖는다면 그 열 배는 충분히 되지 않았을까.아직국악이 이른바 시장경제의 구조속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증거라는 점에서는 걱정이 앞선다.‘최고의 연주자’들에게 당연히 합당한 개런티를 주어야 하나 이런 수준의 관람료로는 계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같은 이유로 수준높은 연주를 매우 싼값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우리시대…’시리즈는연주회를 모두 녹음하여 음반으로 출반하면 그대로 ‘한국전통음악 전집’이 될 것 같다.국악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그 만큼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다음은 연주회 일정과출연진. ●3일 ‘그윽한 풍류의 뒤안길,정악 1’.정재국 김응서 강사준 박종설 최충웅 구윤국.●10일 ‘소리,그 서정의 샘물’.이은관 묵계월 이은주 이춘희 황용주 강정숙.●12일 ‘우리 삶의 희노애락,산조 1’.이영희 이종대 이생강 김영재윤윤석. ●17일 ‘우리 삶의 희노애락,산조 2’.이재숙 원장현 김무길 박정실 박종선.●19일 ‘그윽한 풍류의 뒤안길,정악 2’.곽태천 박용호 조운조 김정자 김선한 사재성 이양교 조창훈.●21일 ‘소릿길 소리사랑 1’.한승호 오정숙성창순.●24일 ‘명인 명무’.김영숙 강선영 이흥구 이애주홍금산. ●26일 ‘풍물놀이 한마당’.이광수 최종실 김선옥임광식 류명철 이금조 국악원 사물놀이.●28일 ‘소릿길 소리사랑 2’정광수 박동진 안숙선. 장소는 우면당,공연시간은 오후 7시30분,21일과 28일만 오후 3시.(02)580-3333서동철기자 dcsuh@
  • 무대 달구는 비언어 퍼포먼스

    비언어(Non-Verbal)퍼포먼스가 새해 초부터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뮤지컬 ‘난타’가 지난해 여세를 몰아 여전히 관객몰이에 앞장선 가운데 창작 뮤지컬 ‘도깨비 스톰’이 난공불락의 ‘난타‘에 도전장을 냈다.또 러시아 마임극단 리체데이도 두번째 내한무대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어김없이 과시하고 있다. 이처럼 비언어 퍼포먼스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서양에 뿌리를 둔 기존 뮤지컬을 ‘우리 것’으로 익혀내기가 힘든 데 비해 이 넌버벌 퍼포먼스는 언어 제한을 받지않아 세계무대 진출이 다른 공연에 비해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도 넌버벌 퍼포먼스가 주류를 이루는데 탭댄스와 다양한 일상소재로 연주하는‘스텀프’를 비롯해 공사판 현장 이야기를 다룬 ‘탭덕스’,온갖 사물을 이용한 ‘튜브스’가 모두 대사없는 넌버벌 퍼포먼스 그룹이다. 우리나라 ‘넌버벌’그룹은 해외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독특한 개성 연출이 용이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따라서 작품만 좋으면 외국무대 진출에도별 어려움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PMC프로덕션 ‘난타’는 서울 정동 전용극장 공연에 매회 270∼290명 정도가 몰리는 등 국내 공연물중 여전히 인기정상이다.올해는 본격적인 해외진출 계획을 세워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4개팀중 3개팀이 해외공연팀으로 배정돼 있다.새해들어 이미 앵콜공연으로 지난 3∼7일대만공연을 가진 데 이어 이달에 싱가포르·이탈리아,3월 일본,8월호주,9∼10월 말레이지아·북미 투어에 이어 유럽 순회공연도 짜여있다.오는 5월엔 어린이 난타를 시작할 예정으로 어린이가 쉽게 볼만한 버전을 마련해 현재 별도팀이 연습중이다. 미루스테이지의 ‘도깨비 스톰’은 18일부터 2월25일까지 대학로 동숭홀에서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난타가 일상생활 속 사물을 활용한퍼포먼스인데 비해 도깨비들의 파티란 극적 흐름에 강렬한 연주를 살린 게 특징이다.사무실에서 야근하던 두 직원이 꿈에서 도깨비 파티에 어울린다는 내용으로 도시인들의 내적 욕구를 도깨비를 통해 풀어내는 구성이다. ‘난타’의 첫 연출자인 전훈이 가세한데다 동숭홀 개관이래 최장기공연(5개월)계약을 맺은 점도 관심을 끈다.해외공연 계약도 활발한데 3월 뉴질랜드,5월 미국,11월 일본 오사카 공연 계약이 이미 끝났다. 5월 캐나다,7월 홍콩,8월 영국 등 모두 25회 해외공연이 예정돼 있고 브로드웨이 진출도 섭외 중. 지난 5일 시작해 1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러시아 마임극단 ‘리체데이’는 99년 첫 내한공연때보다 더 많은 관객을모으고 있다.지난 공연땐 입소문이 나면서 후반부에 큰 반응을 얻었지만 이번 공연에선 처음부터 평일 70∼80%,주말엔 매회 매진 성황이다. ‘리체데이’는 광대극에 코미디와 비극을 결합한 퍼포먼스 그룹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음악과 소도구를 결합해 인간의희노애락을 치밀하게 표현하는데 24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유머와코미디를 선사하는 혼합형 비언어 퍼포먼스이다.이번 공연에선 ‘푸른 카나리아’‘마술가방’‘날아다니는 모자’‘스틱’‘빨래터 풍경’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 ‘리체데이’ 내한공연 오늘 개막

    러시아를 대표하는 퍼포먼스 집단 ‘리체데이’가 5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1968년 러시아 성페테르부르그(옛 레닌그라드)의 작은 마임 스튜디오에서 출발한 리체데이는 각국 순회공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단체.서커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대들의 동작을 한 차원 높은 마임 테크닉과 결합,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광대극을 줄거리로 음악과 다양한 소도구를 써 인간의 희노애락을 편안하게 표현한다.공연은 24개의 옴니버스 형식.화려한 무대장치와 흥겨운 음악속에 예측불허의 연기가 이어진다.(02)548-4480김성호기자 kimus@
  • 김용옥 가라사대 “너희가 공자·유교를 아느냐”

    “논어는 유교의 정경(正經)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이며 언어였습니다.이번 강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얘기를생동감있게 전달, 잊혀져 가는 공자와 유교의 참 뜻을 다시 깨어나게하겠습니다” 오는 10월 6일 방영을 시작할 KBS의 ‘도올의 논어이야기’에서 강사를 맡은 철학자 도올 김용옥(金容沃·52)씨.그는 “공자와 유교를비판하기에 앞서 그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도올의…’는 내년 9월 14일까지 50주에 걸쳐 100회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EBS에서 ‘노자와 21세기’를진행하면서 ‘강의프로는 인기프로가 될수 없다’는 통념을 깨뜨렸다.그의 이러한 인기는 무엇보다도 어려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지식은 공유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김씨의 평소 신념에 따른 것이다.이번 강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때론 세계적인 석학·인기연예인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거나 중국 고대문명의 현장을 답사하는‘Intellectual Show’형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씨는 요즘 사람들이 유교를 거부하는 것은 논어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공자’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규율로만 이해되고 있기때문이라고 진단한다.그에 따르면 공자는 예술가적 심미안을 가진 탁월한 예술가였으며,보통사람처럼 희노애락에 젖어 살던 사람이라는것.이런 공자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김씨는 “논어는 도덕교과서가 아니라 공자와 제자가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기 때문에 문맥을 재구성하면 아주 역동적인 드라마가 될 수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용옥’이라는 개인이 강의를 하는 게 아니라 김용옥의몸을 빌어 시대정신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강의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 마임컴퍼니 ‘리체데이’ 16-26일 내한공연

    러시아를 대표하는 마임컴퍼니 ‘리체데이’가 오는 16∼26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리체데이는 피에로 광대극의 바탕위에 기발한 소도구,재치있는 음악,익살스런 판토마임 등을 얹어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비언어 퍼포먼스 극단.89년 베를린장벽 붕괴 축하공연에서 그룹 핑크플로이드의 ‘더 월’과 나란히 전파를 타 ‘찰피 채플린의 계승자’라는 찬사를 받았던 바로 그 극단이다. 모스크바 크렘린궁의 단골 문화프로그램인 리체데이는 그간 미국을 비롯해유럽,남미,아시아 등 안 가본 나라가 없을 만큼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일정한 줄거리나 대사없이 갖가지 소품만으로 웃음과 눈물,쾌락과 비애를 엮어내는 리체데이의 솜씨는 ‘시적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광대극’이라는 평을 얻을 정도.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가 구름과 번개,무지개 모양의 소품을 들고 나와 폭풍뒤의 무지개를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구름과 번개’,말머리가 달린 긴 막대기를 타고 등장해 말발굽 소리에 맞춰무대를 빙빙 도는 코미디 ‘말타기’등 14개 소품을 선보인다.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마스크와 독특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를 선사한다.공연 마지막에는 무대와 객석에 오색 풍선을 날려 축제 분위기를 돋울 예정.배꼽빠지게 웃기는가 싶으면어느새 삶의 페이소스를 전하는 리체데이만의 독특한 무대로 한해를 마감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02)548-4480. 이순녀기자
  • 부산-광주 연극판 터줏대감 전성환-박윤모 특별대담

    부산과 광주연극판의 터줏대감 전성환(59)과 박윤모(46)가 지난 2일 서울에서 만났다.전성환은 지난 63년 부산에서 극단 ‘전위무대’를 창단하면서 본격적인 연극생활에 돌입한 뒤 151편의 작품에 참가했다.박윤모는 광주 토박이로 대학연극반에서 연극과 첫 인연을 맺은 뒤 7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들은 각각 광대인생 35년과 30년 기념작으로 소속 지역에서 히트친 ‘물건’으로 서울 공연 길에 나섰다.전성환은 ‘리어왕’(이윤택 연출)으로,박윤모는 모노드라마 ‘아버지를 위하여’(김종진·한창용 연출)를 들고 왔다.이들의 대화는 정작 작품 얘기보다는 지역 연극인의 애환과 고충을 중심으로끝없이 이어졌다.연극이라는 ‘주변부 예술’을,그것도 저 변방에서 외곬으로 지켜온 이들의 맺힌 응어리를 들어 보았다. 먼저 말문을 연 쪽은 선배인 전성환. “한 마디로 참담합니다.손톱 만큼의 지원에다 ‘새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행정가들의 마인드가 겹쳐 창작극은 거의 불가능합니다.물론 연극인이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런 질식할 듯한 공기도 무시할 순 없지요”. 여기에 박윤모가 동병상련의 심정을 털어놓았다.“그나마 부산은 시립극단이라도 있지만 광주는 오래 전에 명맥이 끊겼습니다.제가 수년 동안 노력을기울여 재창단이 눈 앞에 다가왔는데 IMF때문에 그나마도 물거품이 되었죠.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초청공연이 태반이고 힘들여 자체 공연을 올려 놓아도 반응이 서늘합니다”. 하지만 ‘절망의 우물’에서 희망을 긷는 방법에선 한 목소리를 냈다.“돈이죠.현재 각 지역에서 거둔 문예진흥기금을 서울 문예진흥원에서 모아 지역별로 예산을 배정하는데 실제 제작비의 10% 밖에 안 됩니다.‘우리가 거둔건 우리가 쓴다’는게 꿈인데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면 지원 규모라도 늘려야 합니다”. 지원을 30%만 늘려도 지역극단을 키울 ‘종자돈’이 된다고 한다.한국연극협회 소속의 연극단체가 부산은 14곳,광주는 10곳.지금의 지원으로는 설 땅이 거의 없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전성환이 방송국에서,박윤모가 강단에서돈을 벌어야 했던 이유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무대를 지켜온 배경도비슷했다.“지방 연극을 지키겠다는 게 아니라 무대 매력에 빠져 약간의 ‘허영’으로 시작했는데 세월이가면서 애증이 교차하고,오기가 생기고 뭐,그런 과정이 쌓인겁니다”라는 선배의 말에 후배는 “연극 연습하는 순간에는 두렵고 고통스런 모든 것을 잊을수 있어서 그냥 좋았습니다”라고 응수한다.이어 “남들은 이해 못 할지모르지만 신들림이나 끼 같은 거라고 할까요”라고 말하자 전성환은 “미친거지”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개인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때 “생기가 없고 허전했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화제는 지역간 문화교류로 이어졌다. 박윤모가 “5·18광주항쟁 20주년을 맞아 내년에 민관 합동으로 총체극을공연합니다.황석영씨 극본의 이 작품을 지역화합 차원에서 부산의 이윤택씨에게 연출을 제의했습니다”라고 교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이어 “선배와의 만남을 계기로 제 작품도 영남 순회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전성환은 “‘리어왕’으로 순천을 다녀왔는데 좋은 반응이었다”며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두사람은 공교롭게도 13일까지 동시에 서울공연 일정이 잡혀있어 서로의 작품을 볼 수 없게 된 데 대해 아쉬움을 나눈뒤 ‘정기적인 연극교류의 디딤돌’이 되자고 다짐을 하며 자리를 떴다. 첫 만남이었지만 이들은 ‘연극의 다리’ 위에서 오래된 지인처럼 통했다. 각자의 연습장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얼굴엔 ‘무대’하나로 지난 세월을 버텨온 고집과 ‘연극 지킴이’로서의 자긍심이 빛났다. 이종수기자 vielee@- 전성환-박윤모 두 사람이 말하는 내작품 ■리어왕 원작 ‘리어왕’은 4시간이 넘는 작품으로 인내심이 없으면 볼 수 없다.연출을 맡은 이윤택이 스토리텔링이나 맥만 유지하고 2시간10분으로 재조합했다.시적 언어와 운율은 그대로 살리고 현대적 분위기를 강조했다.예컨대 리어왕이 등장하여 세 딸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장면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 시작하는 분위기로 연출하고,리어왕이 헤매는 황야는 포장마차로 설정했다.주제는 동양적인 효(孝)사상과 신·구세대의 갈등으로 잡았다.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3일까지.(02)516-1501■아버지를 위하여소설가 한승원이 처음 쓴 희곡으로 현대의 ‘고개 숙인 아버지’를 달래는내용이다.전반부는 정통극 형식으로 후반부는 마당극으로 진행한다.회갑연을 맞은 주인공이 손님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집안 내력과 11남매를 키워 온 희노애락을 들려주는 형식이다.걸쭉한 남도사투리로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다.모노드라마의 취약점인 서사성도 보완해 작품성을 높였다.아울러 관객을자식으로 상정하여 떡도 나누어 먹고 대화도 함께 하는 무대다.대학로 마당세실극장에서 13일까지.(02)742-8836이종수기자
  • 日 “돈독한 부모자녀관계” 5계명

    부모 자식간 관계가 갈수록 멀어지는 일본에서 이들 사이를 두텁게 하는 ‘가정 5계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도요(東洋)대학 사회학과 나카자토 요시마사(中里至正)교수는 “부모 자식간의 거리감이나 학급붕괴 등 교육 황폐화의 근본원인은 가정에 있다”며 5계명을 제안했다. 첫째는 가정의 규율을 만들 것.‘내가 연 문은 내가 닫자’,‘안녕히 주무셨어요’ 등 아이의 연령에 맞는 규율을 만들어 지키게 하자. 둘째,가장(家長)이 누군인지를 분명히 할 것.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줄 수있는 존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아버지와 어머니 중 혼내는 쪽이 있으면 다독거리는 쪽을 확실하게두는 등 역할을 분명히 분담할 것. 넷째,아이와 희노애락을 공유할 것.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되고 남을 배려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에게 집단생활을 시켜 부모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몸에 익히도록 할 것. 나카자토 교수가 이런 계명을 낸 것은 일본 가정의 부모 자식 관계가 세계최악으로 치닫기 때문. 지난해 도쿄,홋카이도(北海道) 중고교생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아버지와 심리적 거리감이 없다”는 학생은 10명중 1명꼴에 불과했다. 같은 질문을 다른 7개국 청소년들에게 실시한 결과 미국,중국의 경우 90%이상이 “부모를 존경한다”는 상반된 응답을 했다. 나카자토 교수는 “있으나 마나한 부모라는 인식을 바꾸려고 5계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황성기기자 marry01@
  •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어머니들

    드라마에서 어머니가 ‘뜬다’.하긴 어머니없는 드라마는 없다.그러나 딱히 성격이나 개성이랄 것도 없는 ‘그냥 보통엄마’이던 것에 비교한다면 요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은 신세대만큼이나 개성이 강하다.드세지고또 자아가 강한 개성있는 어머니가 드라마를 누비고 있다. 달라진 어머니상의 첫번째자리는 김혜자의 몫이다.김혜자는 그동안 무엇이든 수용하는 넉넉한 품을 가진 우리들의 ‘전형적인 어머니’로 그려져 왔다.그러나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에서 4형제의 어머니로 나오는 그는지난 시대 어머니상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졌다.큰소리치는 낙으로 사는 남편에게는 죽어살아 왔지만 안으로만 삭이는 스타일은 아니다.꿍얼꿍얼할 소리는 다하고 국졸의 짧은 학력이지만 유식하게 풀어놓는 사설에는 인생의 깊이가 있다.술이라도 걸치면 한 곡조 뽑는 ‘재미있는’ 어머니이다. “한동안 어머니 역할이 싫었어요.연기할 게 없어 답답했죠.그런데 어머니역에 이렇게 성격이 생기니까 좋아요”김혜자는 새로운 모습의 어머니역에크게만족하고 있는듯 하다.‘김혜자 연기에 묻혀 다른 사람은 안보인다는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자 소녀처럼 깜짝 놀라며 미안해 한다.그러나 ‘장미와 콩나물’을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면 능청스레 할말을 다하고 살아가는 어머니로 돌아온다. 김혜자와 정면대결하는 SBS의 새 주말극 ‘파도’에선 자식을 위해 억척스레 희생하는 어머니다.생선가시에 손이 찔려도 알약 한 알로 해결하고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일 수 있다면 도둑질과 화냥질을 빼곤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그 어머니역을 외관상으론 가녀린 김영애가 맡았다.그전에 모녀로도 같이 출연했던 선배 김혜자와의 경쟁이 재미있다는 그는 ‘모래시계’‘야망의 전설’‘형제의 강’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의 한국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우리 어머니들은 모두 강했지요.그러나 실제로는 여리디 여린 사람인데힘들게 살다보니 눈물도 말랐고,기름기도 다 빠져버린 겁니다”요즘 드라마속의 어머니가 워낙 드센 것같아 연약함 속의 생명력으로 ‘순수’를 고집했다고 작가 김정수씨는 말했다. 어머니의 일생을 담고 있는 KBS 아침드라마 ‘당신’에는 지난 시대의 전형적인 어머니가 등장한다.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하고 첫 아이를 혼자된 손위동서에게 양자로 보내는 아픔도 감내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다.이 역을맡은 김혜선은 “시대는 다르지만 내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어려움을 말없이 겪어온 어머니를 연기하는 것은 앞으로 제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같아요”라고 말한다. 김혜선에게 장애물격인 손위동서 김해숙 역시 지난 시대 어머니의 아픔을안고 있는 인물이다.시동생의 큰아들을 양자로 삼고 평생 청상과부로 혼자살아간다.그의 심통과 푼수끼는 사랑받지 못한 아픔의 슬픈 표현이다. MBC일일극 ‘하나뿐인 당신’의 어머니 정혜선과 김윤경도 만만치않다.정혜선은 괴팍한 남편(김인태)에게 황혼이혼을 요청하며 “잘못된 나의 결혼생활을 지우는 거다.나는 나로 살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며느리이자 어머니인 김윤경은 유식하지도 않고 말은 뻣뻣하지만 속으론 정깊은 그런 어머니로 나름의 개성을 아낌없이 보인다.KBS일일극 ‘사람의 집’에서의 어머니는 남능미와 고두심.이들 역시 평범한 어머니가 아니다.고아원 출신으로 뒤바뀌는 인생을 그리는 만큼 개성이강할 수 밖에 없다.친구의 양부모집에서 도둑질을 하고 사라졌던 고두심은강한 성격을 위해 ‘난생처음 커트머리로 변신했다’. 강한 개성의 어머니들 연기에 연기자들은 신이 났다.‘빨리 늙게하는’ 방송풍토가 점차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 박정란씨는 “잔잔하고 깔끔하다는 작품평에서 벗어나고자 강한 인물들을 포진시켰다”고 말했다.물론 40∼50대가 워낙 이전 세대와 달라진 현실을 드라마들이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또 희생·봉사의 상징으로서 보다는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어머니가 더 인간적으로 느끼는 시청자들의생각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이경호교수 모성애 다룬 춤 ‘강의 노래’ 공연

    전통무용가 이경호 교수(전북대)가 현대여성의 모성애를 다룬 ‘강(江)의노래’를 공연한다. 이번 무대는 강이 지닌 넉넉함을 모성애로 비유하면서 그 부활의 필요성을춤사위에 담는다.이교수는 “실직자 문제가 가정 파괴에 영향을 끼치는 데이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모성애를 생각해본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습과 통념을 형상화하면서 모성의 아름다움은 변할 수 없음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 3장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희노애락’을 삭이면서 역사의 한 귀퉁이를 이끌어 온 모성애를 오버랩시킨다. 1장 ‘잠시 멈춰 섯’은 맞벌이부부를 소재로 했다.남편과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는 여자가 일상화된 기계적인 생활에 지쳐,안식의 강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2장 ‘어머니의 강’은 출렁이는 강의 모습을 통해 여성이생명력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다.강의 ‘몸짓’은 생명의 뿌리인 모성과 하나임을 알려준다.3장 ‘달빛처럼,별빛처럼 흘러’는 모성애라는 변함없는 주제의 영원성을 담는다.얼핏보면 가벼워 보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현대 여성의 내면에도 모성애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춤들이 펼쳐진다. 미시족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현대무용도 도입했다.이교수는 앞으로 전통 춤과 현대 무용,발레가 아우러지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17,18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25,26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갤러리. 李鍾壽
  • 공주 민속극박물관(생활속의 박물관·미술관:12)

    ◎“잡귀야 물렀거라 신명난다 인간사”/탈·인형극에 담은 선조들 희로애락/각종 탈·인형 유물 3,000점 전시/짚 방상씨탈 등 희귀자료 가득/전통악기·외국민속탈도 눈길 충남 공주시내에서 연기군 전의면쪽으로 차를 몰아 20분쯤 달리면 의당면 청룡리라는 한적한 마을에 닿는다. 마을로 들어서면 소나무 숲으로 된 이색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깨끗하게 잘 가꾼 공원 분위기가 더한 아담한 문화공간.바로 공주민속극박물관(관장 沈雨晟)이다. 마을의 옛 지명 ‘돌마루’ 간판이 걸린 문을 들어서 왼쪽의 자그마한 원두막을 지나면 안쪽에서 농기구자료관과 민속극자료관을 차례로 만난다. 곳곳의 석물(石物)들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 포근히 안겨 민속공원 분위기를 살려준다. 소나무 숲길이 끝날 무렵 주 전시관인 민속극자료관이 나타난다. 자료관 앞 50평 크기의 잔디 놀이마당이 깔끔하다. 놀이마당에서 한차례 탈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으로 160평 규모의 2층 전시장에 오르면 온갖 탈이며 인형들의 표정이 정겹다. 우리 민속극은 인형놀이와 탈놀이·놀이굿을 모두 포함한다. 옛 사람들은 민속극으로 삶의 애환과 갈등을 풀어내면서 생활의 활기를 되찾는 멋을 지녔다. 따라서 옛 탈과 인형은 민초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그 무엇을 담고 있다. 공주민속극박물관은 이 민속극에 쓰이는 각종 탈과 인형 악기 옷 등 대소도구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곳이다. 민속극계의 전문가인 沈雨晟씨가 사재를 털어 3,000평 규모의 선산에 세운 공간. 민속극박물관으론 국내 유일하다. 1966년 인사동에서 창립된 한국민속극연구소에서 시작,박물관으로 발전한 것이다. 인형놀이·탈놀이·놀이굿에 쓰이는 관련 유물이 3,000점. 꼭두각시놀음·발탈·만석중놀이·서산박첨지놀이 등 전통 인형극 관련 자료만도 200여점이 들어 있다. 네 면의 벽에 그림자극 인형들이 매달렸고 그 아래 탈춤에 쓰이는 각종 탈들의 모습이 정겹다. 그림자극 만석중놀이의 만석중이 우뚝 서있어 인형에 매달린 끈을 잡아당길 때마다 가슴을 탁탁 치는게 퉁명스럽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각양각색의 탈. 양주별산대부터 하회별신굿,통녕오광대,봉산탈춤 등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수영·동래들놀음,강령·은율·봉산탈춤,남사당놀이 덧뵈기,처용무,하회별신굿,꼭두각시놀음,통영·고성·기산오광대,강릉관노탈·송파산대·만석중놀이의 등장인물들이 금방이라도 살아날듯 생생한 표정을 머금고 있다. 짚으로 만든 탈들은 박물관의 자랑거리. 방상씨(方相氏)탈,열두띠(十二支)탈,만석중놀이에 쓰인 그림자인형들은 모두 이곳에만 있는 것이다. 짚 방상씨탈은 남사당패 출신인 朴龍泰씨의 고증을 거쳐 재현됐다. 1930년대까지도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방상씨 탈은 장례행렬 앞에서 악귀를 쫓는 역할을 했던 것. 궁중에선 나무,양반들은 종이를 썼던데 비해 서민들은 주로 짚을 썼다고 한다. 인형극에 쓰이는 각종 인형들도 만만치 않고 그림자 인형들이 벽면 윗부분을 빙둘러 장식해 그림자극을 벌이는 것만 같다. 전시품중엔 독지가들의 기증품이 상당수. 沈관장과 뜻을 같이해온 민속극·국악계 인사들의 정이 담긴 것들이다. 국악인 朴範薰 崔태현 李輔亨 金素熙씨의 이름이 눈에 띈다. 서울국악예고가 갖다놓은 장구·북과 李相薰 화백이 기증한 金得洙씨의 북,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기증한 갖가지 판소리북·퉁소·단소들이 훈훈한 정을 더한다. 우리 탈과 인형들의 중간중간엔 외국 민속탈이 드문드문 끼어들어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미얀마 수문(守門)탈,뉴기니아 구나면(驅儺面),일본의 무악면(舞樂面),인도네시아·베트남 민속탈,브라질의 기우제 탈,중국의 면구(面具)…. 우리 것과는 생김새가 사뭇 다르지만 탈에 담긴 표정과 분위기는 우리 민초들의 희노애락에서 그리 멀지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민속극자료관을 둘러본뒤 내리막길을 따라 입구 쪽으로 걷다보면 농기구자료관이 기다리고 있다. 沈관장의 연구실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가볍게 둘러볼만한 공간. 학교 교재엔 들어 있지만 사라진 옛 농기구들을 만날 수 있다. 충남 일원에서 쓰였던 재래 농기구와 생활집기 200여점을 모아놓아 인근 학생들의 견학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沈관장은 박물관의 기능이 단순히 옛 물건들을 보여줌에 그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전시품을 매개로 우리민속을 재현,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청소년 어울마당’을 마련,청소년들에게 우리가락·춤·민속이야기를 가르치고 있다. 또 음력 3월15일을 전후해 지내는 계룡산 산신제와 9월 첫째주 금·토·일요일 3일간 개최되는 ‘아시아 1인극제’도 모두 沈관장의 욕심이 일군 알찬 행사들이다. ◎이렇게 가세요 인근에 국립공주박물관,무령왕릉,공산성,계룡산 갑사,마곡사 등 유적지와 명사찰들이 있어 이 곳들과 연계해 가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민속극 관련 전시자료를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토·일요일엔 직접 강좌에 참가해 이론교육과 실기를 체험해볼 수도 있어 교육적 가치가 큰 박물관이기도 하다. 공주버스종합터미널에서 전의쪽으로 방향을 잡아 의당파출소 앞에서 우회전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종합터미널에서 노선버스 18번·20번이 운행되고 있고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관람에는 1시간 정도가걸린다. 입장료는 어린이 600원,청소년·군인은 800원,일반은 1,000원. 단체의 경우 어린이는 400원,일반은 800원을 받고 있다. (0416)55­4933. ◎한마디/沈雨晟 박물관장/“우리 전통문화 재창출 구심점 됐으면…”/40년 외길 민속학자/단순한 전시공간 탈피/국제연극제 등 개최 희망 沈雨晟 관장(65)은 민속극계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민속학자. 40년간 이 분야에 천착해 살고 있으며 공주 민속극박물관은 그의 고집이 만들어놓은 옹골찬 문화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沈씨의 박물관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전국에서 유일한 민속극박물관이란 명칭에 비해 미흡한게 많습니다. 전시장이 작아 보여주지 못하는 소장품이 너무 많지요. 전시품을 매개로 우리 전통문화를 재창출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됐으면 합니다” 공주민속극박물관이 민속학자들은 물론 학술답사단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있는 민속극의 보고로 성장했지만 더 많은 관람객들이 직접 찾아와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게 沈씨의 욕심이다.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전시를 매개로한 문화행사나 국제연극제,학술세미나등을 수시로 열어 그야말로 민속극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겠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나마 만든 것도 쉽진 않았습니다. 연구과정에서 모은 자료들이 넘쳐나 친구와 친척들 신세도 많이 졌지요.” 지난 50년대말부터 민속극을 배우기 시작해 민속극 관련단체의 구심 역할을 해왔고 전국민속경연대회 심사위원을 해마다 맡아오고 있다. 전국 답사를 다니면서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한 자료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 박물관 건립을 계획했고 부친과 자신의 사재 7억원의 비용을 들여 우뚝 세워 놓았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탈만도 전국에 15종이 되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우리 탈춤과 인형극을 보기란 쉽지 않지요. 차츰 잊혀져가는 이 민속극은 우리 조상들의 놀이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유물이란 점에서 많이 찾아와 즐기기를 바랍니다”
  • 노인 TV프로/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중국 24효자중 한사람인 노래자가 70세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재롱을 부리면서 늙은 부모의 마음을 위로했다는 고사는 유명하다.이를 ‘반의지희’라고 한다.부모앞에서는 누구라도 어린아이와 같다.70이 아니라 80이 되어도 부모보다 어른일 수는 없다. 또 나이든 부모가 정신이 흐려지거나 언어가 불편해보여도 ‘우리 어머니는 총기도 밝으시지’‘우리 아버님은 젊은이 못지않게 정정하시다’고 격려해 드린다.망령든 부모가 실수를 하면 더러는‘사랑스러운 마음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그러나 부모 얼굴에 깃든 세월의 그림자와 가족을 위해 희생한 희노애락의 흔적때문에 자식은 웃음속에 눈물을 감추게 된다. 그런 노인들을 TV프로그램에 불러놓고 ‘웃음거리’로 삼는다면 누구라도 불쾌해지지 않을 수 없다.아무리 TV가 프로그램개발에 궁색하다 하더라도 노인의 일거수일투족과 실수연발을 바라보면서 그때마다 배를 잡고 웃어야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물론 집안 어른을 모시듯 친절한 체하지만 진행방식부터가 마음먹고 ‘놀려먹자’는식이다.이를테면 ‘최근 일본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개최지는 어디냐’고 묻고 나가노·나가리·노가리·나가요를 제시한 뒤 그중에서 정답을 고르게 한다.이때 노인들이 가장 귀에 익은 ‘노가리’를 고르면 기다렸다는듯이 박장대소로 난리법석을 치른다.노인들은 졸지에 ‘희극배우’가 되고 자신의 행동이 남을 웃겼다는 데 재미를 느낀 나머지 프로그램이 의도한대로 철저히 ‘바보’가 돼버린다. 노인들의 재혼 등 결혼을 알선하는 TV프로그램도 역겹기 짝없다.일생을 책임지는 배우자찾기를 오락성 게임으로 격하하여 몇마디 질문만으로 ‘성사’를 부추기기에 급급하다.인생을 가볍게 바라보는 것이 신세대적인 사고방식이며 시대에 뒤떨어지지않는 것처럼 잘못 유도하는 것이다.과연 이렇게까지해서 웃어야할까.어린이들이 이 프로를 보면 ‘노인들은 아이들도 아는 가장 쉬운 문제도 모른다’고 무시하게 될 것이 뻔하다.경로가 아니라 농로가 아닐지 우려되는 문제다.
  • 국채 콘서트/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후조처럼 이역을 떠돌던 작곡가 안익태는 바르셀로나에서 조국 하늘을 바라보면서 ‘코리아 환타지’‘강상의 논개’‘흰백합화’ 등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그가 ‘애국가’를 작곡한 것은 1935년 부다페스트에서였으나 ‘애국가’를 처음 들은 것은 1950년 6·25 참상을 전하는 뉴욕의 텔레비전 뉴스에서다.그는 당시 그가 지휘하려던 뉴욕 필하모니의 레퍼토리를 ‘애국가’가 들어있는 ‘코리아 환타지’로 바꿔 넣었고 ‘애국가는 하나님의 선물이며 나는 하나님의 영감을 조국에 전했을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음악인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은 ‘나의 조국에 태양은 빛난다’의 쇼스타코비치나 쇼팽과 시벨리우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쇼팽은 러시아군이 조국 폴란드의 혁명운동을 탄압한다는 소식에 ‘혁명 에튀드’를 작곡했고 39세로 파리에서 사망할 때는 바르샤바의 흙을 유해에 뿌렸으며 그의 심장은 이송되어 바르샤바 성십자가교회에 안치되었다.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도 러시아 치하에 있던 핀란드가 1919년 독립할 때까지 핀란드 국민을 격려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음악은 통분과 우울,기쁨과 희망이 교차될 때마다 민중의 마음을 움직여 왔고 예술가들은 ‘조국’의 뿌리가 없이는 어떤 위대한 창작도 탄생될 수 없음을 증명해 왔다. 나라 전체가 경제위기로 움츠러든 마당에 음악인들의 ‘국채 판매 촉진’ 해외콘서트는 여간 반가운 노릇이 아니다.‘조국을 위하여(Salute to Korea)’란 타이틀을 내걸고 2월과 3월 서울을 비롯한 미국·일본 순연에서 정부가 발행한 1백억 규모의 국채 판촉에 앞장 선다는 것이다.국제적으로 명성을 굳힌 정명훈을 필두로 신영옥과 장영주,판소리 명창 안숙선과 가야금 명인 양승희가 협연하여 해외교포들에게 한바탕 ‘조국애’를 분발시키게 된다. 음악은 다른 예술이 할 수 없는 설득력으로 그때마다 민중의 희노애락에 깊이 참여해 왔고 민중을 다스리며 선동하고 용기와 힘을 주었다.민족의 단합과 일체감을 촉구하고 한국인의 강인한 민족정신에 호소하려는 음악인들의 의지에 공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서울예술단,20·21일 가무악 「네가 마음을 보느냐」

    ◎몸짓과 소리로 찾는 「마음의 세계」/춤·노래·연주 혼합… 주제 표현·관객 감흥 불러/희노애락·위협·투쟁·평온회복의 상념 스케치 서울예술단이 오는 20·21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가무악 「네가 마음을 보느냐」를 공연한다.이 무대는 우리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지난 88년 창단한 서울예술단이 어려운 성장기를 거쳐 2∼3년전 비로소 자신들만의 몫으로 찾아낸 「가무악」으로 야심있게 대중과 만나는 자리가 된다. 서울예술단이 독자적으로 창안한 종합예술의 한 장르인 가무악은 원래 우리 전래 연희에서 원형을 찾을수 있다.춤과 노래,악기 연주를 한 무대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혼합시켜 주제의 표현과 관객의 감흥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양식이다.출연자가 무용과 소리,악기연주를 한꺼번에 소화해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는데다 일반에는 널리 알려져있지 않아 아직까지는 공연장르로 크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하지만 서울예술단에서는 95년 첫 선을 보인 「신의 소리·춤」에 이어 지난해 「천년전설」이 연달아 국내외에서호평을 얻음에 따라 이제는 정기공연의 고정 레퍼토리로 굳혀졌다. 이번에 공연하는 「네가 마음을 보느냐」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명상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마음작용을 객관화시켜보려는 작품.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마음을 인간의 몸과 소리 및 다양한 악기음으로 꿰뚫어 그 실체를 찾아내려는 시도다.『형식적으로는 가무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다양한 이미지 창출을 위해 현대적 특성을 보다 많이 가미했다』는 것이 안무와 주역을 맡은 김나영씨의 설명이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정돈된 상태의 고요한 마음이 애욕과 분노,위협과 투쟁,절망과 환희 등을 거쳐 다시 평온을 회복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춤과 소리로 그려낸 상념의 스케치라 할 수 있다.변화무쌍한 마음의 작용을 다루는 만큼 몸짓과 소리의 변화폭이 크고 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무용수들이 발휘하는 창과 연주도 즉흥성을 많이 띤다. 또한 각기 다른 상념의 특성 및 이들간 조화·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북·장고·징·꽹과리의 사물 및 바라·아쟁 등 다양한 전통악기와 함께 재즈피아노를 한 무대에 올려 전통악기와 현대 서양악기의 이색적 어울림을 맛볼수 있게 하고 있다. 안무와 주역을 맡은 김나영과 사물놀이패를 제외한 출연진 대부분이 20대 단원들이다.따라서 사물놀이의 타악 연주음과 이들 젊은 출연진들의 역동적 춤이 어우러져 전반적으로 힘있는 무대분위기를 맛볼수 있다.피아노 연주는 유일하게 외부에서 초빙된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이 맡는다. 일반 대중과의 친화를 통해 우리 전통예술을 되살려 간다는 공연취지에 맞춰 관람료를 받지 않고 무료공연하며 국내공연이 끝나면 해외공연길에 나선다.20일 하오7시30분,21일 하오5시.523­0983.
  • 이 한장의 명반/안동림(화제의 책)

    ◎불멸의 음악가 예술세계와 명반 소개 세계 음악사를 장식한 불멸의 음악가들의 예술세계와 그들의 음악적 열정이 담긴 명반을 상세히 소개한 클래식 음악 입문서.260여 항목,1천5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르네상스시대의 작곡가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에서부터 윤이상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세계 음악거장들의 대표곡들을 풀이했다.또 마리아 칼라스,하이페츠,박하우스,디누 리파티,자크 티보,티토 스키파,카잘스,크라이슬러,카펠,쿤츠,샬리아핀,엘만,디 스테파노 등 세계적인 명연주·성악가의 명반을 소개하고 그들의 음악과 인생을 꼼꼼히 다뤘다. 삶의 희노애락이 담긴 「또 하나의 인생무대」라 할 수 있는 오페라의 세계도 속속들이 살핀다.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베토벤의 「피델리오」,벨리니의 「노르마」,도니제티의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바그너의 「방황하는 화란인」,베르디의 「오델로」,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브」,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오르후의 「달」,라벨의 「어린이와 마법」 등 명작들이 망라됐다.현암사 3만2천원.
  • 메마른 합리주의/문용린 서울대교수·교개위 상임워원(시론)

    이 시대는 해독제를 필요로 한다.언제부터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사회 곳곳에 독이 들어가 정상적 삶이 시들어져 가고 있다. 가정 속에 독이 들어가서 이혼하는 부부가 점점 늘어가고 있고,학교 속에 독이 들어가서 동급생 친구들간에 칼로 찌르고,패싸움을 해댄다.우리는 비정상적인 일에 이골이 나 있어서 웬만한 일엔 놀라지도 않는다. 우리가 지금 중독되어 있는 독이란 무엇인가? 「메마른 합리주의」라는 독이다.부부사이에 메마른 합리주의만 존재하게 될때,그들은 필경 부딪치게 되고,싸움을 하다가 아이들을 모두 팽개쳐 두고 헤어지게 된다.친구들간에도 마찬가지다.메마른 합리주의에 물들어 있어서 자기 주장만 하다 보니,싸움만 하게 된다. ○자기주장만 “옳다” 억지 메마른 합리주의란 무엇인가? 감정이입 없이 누가 옳은가를 따지기만 하는 삶의 태도다.자연 현상속에는 정답이 분명히 존재한다.그러나 부부와 친구 사이,그리고 노사간에 정말로 누구는 옳고,누구는 그르다는 정답이 존재하는가? 메마른 합리주의란 사람간의 문제와 사회현상의 문제를 정답이 있다는 신념만을 가지고 풀어가려는 태도이다.그렇기 때문에 논쟁이 붙으면,자기는 옳고 상대방은 틀리다는 확신을 갖고 임하게 된다. 메마른 합리주의의 전형적인 예는 이혼 문제를 다루는 가정법원에서 흔히 보인다.제3자인 누가 보아도 부부중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결국 부부간의 문제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가름하는 정답찾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즉 메마른 합리주의를 가지고는 부부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부문제는 양보할 줄 알고,참아줄 줄 아는 감성과 정서의 기술을 가지지 못해서 생긴 문제이며,결코 정답에 관한 이견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닌 때문이다.그래서 메마른 합리주의는 건강한 부부간의 관계를 해치는 독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진통을 겪고 있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문제도 그렇다.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정답이 있는 문제인가? 각자 자기들 주장이 정답이라고 외치면서 상대방의 답이 그르다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제3자인 국민이 보기에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는감성과 정서의 기술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 확실하게 보인다.어느 한편이 정답을 주장하고 있고,다른 편이 오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 협동하여 최선의 답을 찾아가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메마른 합리주의는 자기들 주장이 정답이라는 확신 때문에,상대방의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감정이입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그래서 대립만이 있고 양보와 타협 그리고 신뢰가 없다.그래서 메마른 합리주의는 건강한 노사관계를 해치는 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메마른 합리주의라는 독에 대한 해독제는 무엇인가? 요즈음 정서지수 즉 EQ라는 유행을 불러일으킨 골만이라는 심리학자는 그의 유명한 책 「정서지수」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즉 우리의 거리에서,학교에서,가정에서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독제가 필요하다.읽고,쓰고 지적으로 우수하게 만드는 일에 너무 집중하다가 삶에 스며든 독을 해체시킬 정서교육이라는 해독제를 우리는 그간 잊어 왔다. 이 세상의 문제가 합리적 논의로 해답을 찾을수있다는 순진한 신념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어떤 종류의 논의건 간에 사람의 문제와 사회의 문제는 상대방의 처지에 대한 감정이입적 사고 없이는 옳게 풀리지 못한다.이것이 있어야 양보가 가능하고,타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서지능은 IQ만으로써는 풀리지 않는 삶의 고리와 매듭을 풀어준다.메마른 합리주의로써는 풀리지 않는 양보와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예민성과 공감능력이 정서지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식 사고 필요 EQ가 단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왜냐하면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된 메마른 합리주의라는 독의 해독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서로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서 희노애락을 함께 해주게 되면,논리와 이치만으로써는 풀리지 않는 인간의 애증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 총체극 「영고」/전통·현대음악 어우러진 실험뮤지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20∼26일 공연/사물놀이·춤·판소리에 전기기타까지 등장/대중문화의 고급화,고급문화 대중화 겨냥 김덕수패의 사물놀이판인가 하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판이고 김혜란·이금미의 경서도창에 정가가 뒤섞인다.춤꾼 사이를 누비는 도깨비는 가만히 보면 탤런트 이덕화고 귀신 역을 맡은 치렁치렁한 머리의 가수 전인권은 분장을 안해도 그대로 귀신이다.마음좋게 생긴 판소리꾼 신영희도 귀신인걸 보면 귀신도 귀신나름인가보다.여기에 국악연주단의 시나위가락이 가슴을 휘젓다가도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가 분위기를 바꾼다. 예술의전당이 주최해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총체극 「영고」의 모습이다. 총체극(Total theater)이란 글자 그대로 다양한 표현기법을 총동원하는 종합적인 무대를 뜻한다고 한다.「영고」도 사물놀이와 춤 현대음악 소리 국악관현악 연극 그림자극 등 다양한 표현매체가 대거 동원된다. 그러나 「영고」는 다양한 표현기법이 동원된다는 의미의 총체극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통틀어 국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의미에서 그동안의 어떤 총체극보다 더욱 총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아무리 평소 문화예술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관객이라도 이번 무대에서는 한사람쯤 낯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영고」는 일부에 한정되지 않은 총체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영고」란 잘 알려진대로 부족국가 부여의 제천의식이다.총체극 「영고」는 당시 하늘의 상징이었던 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한다.국악과 현대예술이 함께하는 축제적 외형과 주인공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북을 잃었다 다시 찾는 과정에서 겪는 희노애락을 내용으로 한다. 「영고」의 제작진 또한 출연진만큼이나 총체적이다.문화기획가 강준혁을 총감독으로 강영걸 극단 민예 대표가 연출,사물놀이패의 김덕수가 예술감독으로 무대를 지휘한다.또 명인의 반열에 접어들어가는 북잡이 이태백이 음악,설치작업으로 명성을 날리는 육근병이 미술,임이조가 안무를 맡았다. 이들은 『「대중문화의 고급화」와 「고급문화의 대중화」를 동시에 꾀함이 이 작품의 목적』이라면서 『실험적인 수준을 벗어난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총체극만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 청원군 두루봉동굴 조각(한국인의 얼굴:1)

    ◎20만년전 사슴뼈에 새긴 첫 인물상/높이 27㎜,가로41㎜의 예술품/짝 눈에 벌린 입… 귀여움이 가득 사람의 얼굴은 감정의 희노애락에 따라 표정이 무한하게 변한다.천의 얼굴이라 말하는 까닭도 여기있다.특히 지역과 민족,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얼굴이라고 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얼굴을 가진 사람들인가.여기 해답을 던져주기 위해 유구한 역사를 더듬어가며 우리 스스로가 그려낸 얼굴들을 살펴보기로 했다.이는 역사속에 투영된 민족의 자화상이기도 한 것이다. 얼굴에는 눈·코·입이 달려있다.사람의 몸을 대표하는 부분이 얼굴이기도 하다.얼굴은 인격을 상징하거니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그래서 원시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얼굴을 신앙의 대상으로도 삼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20만년 이전부터 얼굴을 표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이 밝혀졌다.그 대표적 유물이 충북 청원군 문의면 노현리 두루봉 동굴에서 나온 구석기시대 인물상이다.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 인물상은 사슴 왼다리 위쪽뼈를 새기개로 쪼아 조각한것이다.비록 코를 만들지 못했을 지라도 눈과 입은 뚜렷이 표현되었다.귀도 어느 정도를 형상화한 두루봉 뼛조각 인물상은 한마디로 귀여운 모습이다. 처음에는 얼굴 전체를 둥굴게 만들 작정을 했던 모양이다.그러나 여의치 않자 관절부분을 다듬어 평행을 이루게 했다.왼쪽 모서리를 떼어내려고 쪼았던 흔적이 본의 아니게 귀가 되어버렸다.눈과 입은 뽀족한 새기개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오른쪽 눈은 2번,왼쪽 눈은 1번을 쪼았다.입 만큼은 5번 정도를 쪼아서 벌린 입을 만들어냈다. 눈은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차이를 보인다.입을 중심으로 해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불균형수법이 적용되었다고나 할까….볼록한 면을 얼굴이 되도록 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다.아래턱은 약간 길쭉하게 표현했다.예술성이 분명히 들어있다.높이 27㎜,가로 41㎜,무게 49.8g에 불과한 뼛조각 인물상은 품에 넣고 다녔던 지닐 예술품인듯 싶다. 불교가 융성했던 역사시대에 작은 불상을 만들어 품에 지녔다.이같은 호신불 처럼 원시인들은 사람 얼굴을 만들어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늘 몸에 지녔을 것이다.실제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머리숭배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학설도 나왔다.이는 오스트리아의 인류고고학자 요하네스 마링거에 의해 제기되었다.특히 가족일원의 머리뼈에서는 경외심마저 느낄 정도였다는 것이다.조상의 머리뼈를 빌려 수호신의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청원 두루봉은 석회암 동굴지대.인물상 뼛조각이 출토된 동굴은 발굴 당시 명명한 제2굴이다.충북대 이융조(이융조)교수팀이 지난 1976∼8년까지 3차례에 걸쳐 발굴했다.불을 피우는 화덕자리와 숯,열매를 깨는데 썼던 돌망치,짐승의 가죽을 벗기거나 자르는데 사용한 긁개와 자르개 등의 석기도 발견되었다. 이 동굴에서는 지금은 멸종되어 사라질 젓소·쌍코뿔이·큰원숭이·사슴 등의 뼈도 나왔다.모두가 중기 홍적세 더운 시기에 살던 짐승들이다.가장 많이 잡혔던 사슴 이빨의 분석에서 사슴사냥은 9∼10월에 성행했다는 결론도 얻어냈다.인구고고학 방법으로 출토된 뼈를 분석한 결과 5식구가 이 굴에서 2천7백일 살았다는 문화모형이 만들어졌다.
  • 바그다드·암만/하트라의 축제(아랍서 지중해까지:2)

    ◎「저항의 역사」 신전을 무대로 재현/로마군 물리친 베드윈족 그려… 제사땐 양을 제물로 우리가 모술의 호텔 현관으로 들어설 때 아가씨 몇명이 나와서 일행들의 가슴에 빨간 장미 한송이씩을 달아주었다.가이드로 나온 사람,호텔 종사원들이 달려나와 박수까지 쳐줬다.우리를 환영한다는 뜻인데 이 장면은 약간 어색했다.환영하는 그들도,꽃을 받은 우리도 우리가 완전한 동지라는 확신은 아직 갖지 못했던 것이다.몇사람의 아랍계 사람을 제외하면 일행은 대부분 미국과 그 추종세력(?)인 서방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모술시로 두시간 내겐 그 꽃선물이 「동지가 되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기 보다 지루한 기차여행을 견디고 모술까지 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받아들여졌다.바그다드 정거장에서 모술역까지는 꼬박 9시간이 걸렸다.호텔 만수르의 어떤 가이드는 간밤에 모술까지 서너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말해줬다.서너시간이 9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다.이곳 사람들의 시간개념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여러곳에서 확인되었다. 바그다드 정거장은 우선 그 구역이 매우 넓고 복잡한 선로와 플랫폼이 질서정연하게 분리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시설은 아주 낡았지만 최초의 설계가 매우 치밀했음을 알 수 있었다.이 정거장이야말로 독일제국이 3B 정책의 상징으로 건설한 바그다드 철도의 시발점이 아닌가.비잔티움·베를린으로 이어지는 이 노선에서 모술도 중요한 거점의 하나였다.우리는 독일제국이 식민쟁탈의 수단으로 건설해 놓은 이 고색 창연한 철도를 이용해 모술로 가는 것이다. 넓고 긴 플랫품에는 북쪽에서 귀환하는 많은 군인들과 고향으로 가는 많은 민간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특히 군복을 느슨하게 입은 젊은 군인들이 아주 많았다.해가 진뒤 스산한 저녁나절에 군인들과 검은 차드르 혹은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른 부녀들이 한데 뒤섞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피난길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객차 좌석에 앉아있는 부녀자들은 거의 표정이 없었다.군인들도 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그들은 골격이 크고 윤곽이 분명해서 희노애락을 드러내기가 한층 쉬울텐데 마치님루드궁전 입구의 돌조각처럼 시종 무표정이다.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자궁핍과 낙후된 생활환경에 잔뜩 불만을 품고 있을까? 혹은 유구한 역사가 현재와 혼재되어 그 역사의 숨결을 하루하루 생생하게 느끼며 살고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일까? 그야 어떻든 그들이 우리 이방인의 시각에서 보면 놀라울만큼 순수하고 순진하다는 것은 분명했다.그점은 그들의 투명하고 매혹적인 눈빛에서 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바그다드∼모술간 철도주변은 대부분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해당되는 곳이다.밤에는 못봤지만 새벽이 되자 차창 밖으로 크게 자란 옥수수밭과 밀밭,감자밭들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러나 농지관리는 산만했고 구획이 정해진 농지보다 버려진 초지가 많은걸 볼 때 경작방법은 아직 원시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들에는 천막 가득 모술에는 아시리아제국의 수도였던 니네베성터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이 도시 자체가 유적이었다.인구 백만을 헤아리는 북부 최대도시로 알려졌지만 현대도시란 느낌보다 역사의 시간속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 고대도시란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우리가 묵은 모술호텔은 이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었다.호텔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모술 유적관람을 뒤로 미루고 축제가 열리는 하트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모술에서 하트라까지 버스로 다시 두시간 반이 소요되었다.가는 길목에서 이따금 언덕위에 설치된 포대와 군인들을 볼 수 있었다.이 포대는 아마 터키 국경부근에 출몰하는 무장 쿠르드족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양떼나 놀고 있어야 할 한가로운 언덕위에 견고하게 구축된 포대와 병사들,이것은 오늘날 이라크가 처해 있는 복잡한 내외환경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상징물로 보였다. 대상도시 하트라는 AD 1세기쯤 아라비아 반도에서 흘러온 베드윈족들이 건설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유명한 하트라 성도 베드윈의 캐러밴들(대상)이 세운 신전이며 하트라 부근에는 베드윈의 분위기,그 흔적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검은색 아라비아 의상을 걸치고 쿠트라란 이름의터번을 쓴,말을 탄 용감한 병사들이 많이 등장한다.골격이 뚜렷한 얼굴,멋진 수염,날카로운 눈빛이 이 용맹한 무사들의 공통된 특징이다.하트라에는 이런 복장,용모를 지닌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길가에 천막을 설치해 놓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앉아 있었다.수염을 멋지게 기른 베드윈의 촌장쯤 되어 보이는 남자들이 수십명 천막아래 나란히 앉아 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천막안에도 사담 후세인의 초상화는 한가운데 걸려있었다.한쪽에서는 산채로 양의 목을 베어 큰그릇에 그 피를 쏟아붓고 있다.사람들이 양의 피를 마시려고 주위로 몰려들었다. 축제때면 알라신에게 살아있는 양의 피를 바친다는 베드윈의 관습을 실행하고 있는 중이었다.멀리서 온 극동의 손님에게도 친절하게도 한 양푼의 양의 피를 권한다.우리가 질겁하고 뒤로 물러서자,촌장들은 점잖고 인정스런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이런 천막들 숫자가 하트라성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늘어났다.들에는 흰 천막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축제의 본무대인 신전은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이다.헬레니즘의영향을 받은 코린트식과 이오니아식의 화려한 원기둥들이 즐비하며 벽면의 조각품에도 그리스나 페르시아의 양식이 도입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얼핏 보면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많이 닮은 꼴이었다.그리스 신화 속의 괴물인 메두사의 머리가 전면 벽에 크게 부조된 것도 좋은 증거물이었다.무대로 사용되는 신전의 회랑에는 아무런 장식물도 설치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무대가 너무 썰렁하고 보잘것이 없었다.그러나 개막프로인 「사막의 힘」(춤과 노래가 혼합된 무용음악극)이 펼쳐지면서 붉고 푸른색 조명이 비쳐지자,지금까지 그늘진 폐허로만 보였던 그 무대가 갑자기 역사의 현장을 되살린 것 같은 지극히 환상적인 무대로 돌변했다.투구와 갑옷을 입고 방패와 창을 든 고대 로마군의 진격과 거기에 맞서는 베드윈 용사들의 항전­이것은 AD 2∼3세기 로마군이 하트라 성채를 공략했으나 주민의 저항으로 퇴각했던 실제 역사를 재현한것­이같은 극의 전개와 무대배경이 된 하트라 신전의 전면 회랑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음의 합창 장엄 이 무대는 역사물을 다룬 어떤 오페라 무대보다 더 장엄하고 더 환상적이며 더 실제적이었다.유적현장을 장식없이 그대로 무대로 사용한 착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그러나 주최측이 심혈을 기울인 「사막의 힘」은 구성과 춤동작에서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볼쇼이의 명품 「스팔타카스」처럼 춤동작이 좀 더 다양하게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면 그 환상적인 무대는 좀 더 빛이 났을 것이다.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 아랍인의 합창­이것은 하트라에서 내가 가장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다.정치적 의미를 배제하고 단순히 소리라는 측면에서 그것은 아름답고 장엄한 합창이었다.저녁 어스름에 뒤덮인 하트라의 평원을 찌렁찌렁 울려줬던 아랍 남성들의 저음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어떤 비원을 담고 있는 듯한 그 노래가락은 군중에게 충분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이 합창을 듣고 나는 하트라의 축제가 소기의 목적을 거두고 있음을 확인했다.왜냐하면 거기 모인 군중들­대부분이 차를 가졌거나 차에 편승이 가능한 중류층 이상이며 이들은 지배이데올로기 편에 서있을 가능성이 많지만­의 표정이 노래가 들리는 순간 하나같이 엄숙해졌기 때문이다.그들은 그 순간에 침략자를 상기하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민족이 더욱 뭉쳐야 한다고 다짐한건 아닐까. 하트라 축제의 포스러를 보면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네부 카드 네자르 2세(BC 605∼562년)와 나란히 사담 후세인의 얼굴이 나와있다.네부 카드 네자르 2세는 바빌론의 재건자이며 특히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유태인을 끌어다가 노예로 부린 장본인이다.이 포스터가 말하는 것은 후세인이 바로 그의 계승자란 사실이다.후세인은 아득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빌려 그의 통치이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그는 역사의 복원을 외치며 국민에게도 역사와의 동거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