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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대 기상 통보관 지낸 김동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초대 기상 통보관 지낸 김동완씨

    날씨처럼 인생과 밀접한 것이 또 있을까. 흥미로운 속담도 많다.‘장마는 나이 많은 아내의 잔소리다.’‘봄비가 많이 오면 아낙네의 씀씀이가 헤프다.’‘더위 먹은 소는 달만 봐도 헐떡거린다.’ 올 여름에는 100년 만의 더위가 찾아온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다면 어떤 더위일까.‘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유래됐다.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후덥지근하다. 끓는 물과 같다는 ‘가마솥더위’나 ‘찜통더위’도 비슷하다. 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따가운 ‘불볕더위’도 있다. 어쨌든 여름손님(더위)이 있어야 가을손님(열매)도 온다고 했다. ●날씨는 하루에 서른여섯번씩 변해 추억의 방송멘트가 있다.“여우가 시집가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과학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날씨는 하루에도 서른여섯번씩 변한다고 합니다. 봄날씨는 최소한 하루에 세 번 변합니다. 아침은 썰렁하고 점심은 덥고 저녁에는 바람이 붑니다. 돌아오는 길에 여벌의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기상대에서 김동완 통보관이었습니다.” 맞다. 이른바 우리나라 초대 기상통보관을 지낸 김동완(71)씨. 특유의 비유법과 정감 있는 목소리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나이 30대 이상은 적어도 하루 한번씩 김씨의 목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지금도 ‘프리랜서 기상해설가’로 활동 중이어서 45년 동안 ‘날씨해설 인생’이라는 흔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에피소드 #1. 어린이날이었다. 아침방송에서 김씨는 “오늘은 어린이 얼굴만큼이나 해맑은 날씨가 되겠습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 이어 방송국을 나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김씨는 비를 피하기 위해 다시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비는 계속됐다. 이때였다. 방송 자막을 통해 ‘오늘 효창공원에서 열리기로 한 어린이날 행사는 우천관계로 무산됐습니다.’라고 알렸다. 이를 보는 김씨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피소드 #2. 봄날 일요일이었다. 부부동반으로 고향 친구들과 등산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산밑 음식점 등으로 비를 피했다. 하지만 김씨는 혼자 떨어져 초라하게 비를 맞아야 했다. 사람들과 맞닥뜨릴 경우 얼굴이 알려진 그에게 무슨 얘기를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김씨는 “지역에 따라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겠습니다.”라고 예보했다. ●올 100년만의 무더위, 그때 가봐야 지난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상청에서 김씨를 만났다. 기상예보 역사의 산증인이나 다름없기에 인터뷰 장소를 기상청으로 정했다. 뒤뜰 의자에 앉자마자 다가올 여름 더위의 안부(?)부터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100년 만의 더위라는 말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한 박사가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 큰 더위가 올지 안 올지 아직은 미지수”라면서 “다만 요즘 계절의 변화를 볼 때 예년보다 10여일 이른 이달 하순부터 여름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본래부터 더운 나라”라고 전제한 뒤 “예부터 겨울을 ‘동장군’(冬將軍)이라 하고 여름을 ‘염제’(炎帝)라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그래서 겨울철에는 방한(防寒)이고 여름철에는 피서(避暑)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지만 여름철에는 열대성 기후여서 매년 열대야 현상이 20∼30일, 낮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인 열대일 현상은 57일가량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극복하려는 지혜가 많았습니다. 복(伏)날은 농업 위주의 전통적 생활환경에서 유래됐지요. 한여름철의 낮길이가 가장 길다 보니 노동시간이 자연히 많아지고 대신 휴식은 짧았습니다. 때문에 땀흘려 일했던 머슴들은 온·습도의 상승으로 왕성해진 병원체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복날을 정해 영양을 보충하고 하루를 푹 쉬게 했던 것이지요.” 하지(6월21일)에서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날로 정해 하루를 쉬며 개장국 등으로 기력을 보충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또한 머슴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는 일이 그림의 떡이었기에 집집마다 흔하게 키우는 개고기로 대신했다는 자료가 전해온다고 부연했다. 결국 복날은 노동자의 보건일로 경륜이 높은 정치가가 노동자를 위해 베푼 선정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속담에 ‘여름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할 만큼 옛조상들은 나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마을정자에 앉아 부채질 하나로 무더위를 이겨냈지요. 반면 지금의 우리들은 냉장고와 에어컨 등 냉방기구들을 잔뜩 갖추어 놓고도 여름철에 휴가를 떠납니다. 하지만 교통지옥 등으로 진이 다 빠져버리지요.” 지금의 여름철 휴가풍습은 북유럽 바캉스에서 유래됐으며 우리나라 기후로 볼 때 5월이나 10월 중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또한 사람은 섭씨 20도부터 더위를,30도부터는 고통을 느끼며 더위는 빙과류로, 고통은 차가운 음료수로 해결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부싸움 많은 여름엔 말조심을 무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날씨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쾌지수가 높다고 하지 말고 상쾌지수가 약간 낮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 또한 여름철에는 부부싸움이 많기 때문에 각자 말조심하는 것도 가정에 도움을 준다고 귀띔한다. 여성의 의상과 온도관계에 대해 흥미롭게 풀이한다. 예를 들어 겨울철 실외온도가 섭씨 0도일 경우 무릎위 20㎝가량 올라간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면 체감온도는 영하 4도라는 것. 또 1㎝씩 올라갈 때마다 체감온도는 0.5도씩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바지를 입었을 경우 영상 6도의 체감온도를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겨울철에 미니스커트를 자주 입는 여성은 생리적 부담으로 임신했을 때 순산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은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전씨와의 인연에 대해 “(전씨가)백담사에 머물 때 처음 만나 ‘(24회)선배님 26회 김동완입니다.’고 했더니 어깨를 툭치며 ‘(청와대)재임기간에 한번 오지 그랬느냐.’고 하며 무척 반가워했다. 하지만 곧 ‘그랬으면 지금쯤 청문회에 불려다니겠지.’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서울 연희동의 전씨 자택에서 고교 선후배간으로 몇차례 만났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원래 공군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구공고 3학년때 공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 응시, 합격했다. 그러나 최종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어 조종간부후보생 시험에도 합격했으나 기초군사훈련 중 또 탈락했다. 어쩔 수 없이 공군하사관학교를 나와 조교로 공군복무를 마쳤다. 조종사의 꿈이 무너지자 그는 수학선생이 되려고 마음을 먹었다. 서울대 사대 원서를 접수하러 가던 중 우연히 국립중앙관상대 모집 공고를 보게 했다. 결국 발길을 돌려 관상대 시험에 응시,1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이때가 58년 12월. “사무관 시절 날씨 해설을 할 때 ‘기상대의 김동완 사무관입니다.’라는 어감이 안 좋아 편의상 ‘통보관’을 사용하기 시작했지요.”이후 중앙기상대 예보분석관-통보관-예보과장 등을 거치면서 TV와 라디오 등에서 방송해설을 꾸준히 맡아 기상캐스터의 대명사가 됐다.1남4녀를 둔 그는 요즘 날씨와 관련된 원고를 써주기도 하고 각종 단체와 기업체 등에서 초청강의를 하느라 분주하다. 주말에는 주례를 보느라 더 바쁘다. 지금까지 어림잡아 1000여쌍의 주례를 봤다며 웃는다. 그는 평생동안 날씨에 대해 한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다. 이는 곧 자연에 대한 어리석음이기 때문이란다. ■ 그가 걸어온 길 ▲1935년 김천 출생 ▲55년 대구공고 기계과 졸업 ▲59년 중앙관상대 공채8기, 국립기상기술원 양성소 1기 수료 ▲59년∼82년 예보분석관, 통보관, 예보과장 ▲63년 국제대학 법학과 졸업 ▲82년∼92년 문화방송 보도국 보도위원 ▲92년∼현재 프리랜서 활동 ▲97년∼99년 한국일기예보회장 ▲2000년∼2001년 자민련 김천지구당 위원장 ▲2000년∼2002년 기상정보 케이블TV웨더뉴스채널의 김동완 기상뉴스 진행 ■ 저서 날씨 때문에 속상하시죠(좋은벗,1998년) k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2)제주·전라 잇는 42개섬 ‘추자군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2)제주·전라 잇는 42개섬 ‘추자군도’

    행정구역명은 북제주군 추자면이다. 그런데 추자도에서 제주도 토박이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대개 호남 말씨다. 남도 사투리의 ‘징함’이 빠진 채 표준화되어 조금은 무미건조하다. 공무원들을 만나 보면 조금 달라 제주도 말투가 엿보인다. 자연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간지대라고나 할까.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전라남도 영암·완도군 등에 딸린 섬이었다.1946년 북제주군에 편입됐으니 불과 60여년 전이다. 재미있는 것은 1831년에 잠시 제주목에 이속됐다가 1891년에 완도군이 창설되면서 이곳으로 되넘어간 기록이 나온다. 좀 왔다갔다 했지만 그러나 추자도는 틀림없는 호남문화권이다. 뱃길은 여전히 목포로 열려져 있어 농산물 공급은 물론이고 상급학교도 대부분 이곳에서 다녔다. 덕분에 추자도 1세대들은 ‘전라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근래 20여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이 덕분에 그들은 비교적 ‘제주도적’이다. 이곳 공무원들이 대개 제주도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그런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추자도 토박이로 제주도에서 교육받고, 집안에서는 전라도 말을 쓰는 사람의 경우, 그 문화적 정체성은 대단히 복잡하다. 제사나 장례, 세시풍속 등은 확실히 전라도적이다. 반면 제주도 출가 잠녀가 아니라 토박이 잠녀들이 물질하는 형태는 ‘제주도적’이며, 전복이나 소라맛 역시 ‘제주도적’이다. 그러나 묵리의 처녀당에서 해마다 올리는 당제의 명칭과 이때 걸궁이란 풍물굿을 동원하는 것은 ‘전라도적’이다. 풍물굿이 없던 제주도에 ‘걸궁’이 전파된 것이니, 추자도 걸궁은 본디 한반도 최남단의 풍물굿이 아니었던가 싶다. 흥미로운 연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추자도의 이런 중간자적 성격은 예로부터 육지와 제주도의 징검다리였다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지어졌다. 제주행 비행기에서는 망망한 바다 위에 떠있는 추자군도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도로 가다가 바람을 피해 머물렀다는 곳이 바로 추자도다. 지금도 상추자항의 봉줄리산 기슭에는 최영 장군 사당이 위엄있게 포구를 굽어보고 있다. 옛날에는 추자도를 징검다리 삼아 제주도로 향하였다. 예전에는 추자를 주자(舟子)로 불렀으니, 영암·무안·나주·진도 등 전라남도 남서해안으로 가는 뱃길이었다. 제주도는 애월이나 조천으로 드나들었다. 당연히 이름난 유배지였다. 유배객 중에는 해배 후 되돌아간 이도 있었으나 아예 섬사람이 된 이도 많았다. 정조 때 안조환은 유배 당시 천신만고의 생활상을 이렇게 노래했다.‘출몰사생 삼주야에 노 지우고 닻을 지니 수로천리 다 지내어 추저섬이 여기로다. 도중으로 들어가니 적막하기 태심하다. 사면으로 돌아보니 날 아는 이 뉘 있으리. 보이나니 바다이요 들리나니 물소리라….” 상추자, 하추자로 위·아래 섬이 갈리는데 추자교로 이어져서 이제는 상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상추자항은 대서·영흥리, 하추자항은 신양리 소속이며, 그밖에 예초·묵리 같은 아름다운 포구들이 흩어져 있다. 단단한 바위밭에 해류가 거칠게 흘러 흐리멍텅한 고기들은 살 수가 없는 곳이다. 참돔이나 감성돔·우럭·농어 같은 고급 어종이 바위밭에서 물살과 씨름하면서 육질을 키우는 까닭에 그야말로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도처에 보이느니 낚시꾼들이다. 추자도는 끊임없이 왜구에게 시달렸다. 왜구들은 제 집 드나들 듯 추자군도를 드나들었으며 심지어 20세기 초반까지도 수적(水賊)이란 이름의 바다도둑이 설쳐댔다. 일제시대, 이곳 수산자원에 눈독을 들인 일인들은 대서리에 진을 쳤다. 학교와 조합을 만들고 삼치어업에 매달렸다. 기선급 선박이 엄청난 양의 삼치를 잡아 그대로 상고선에 실어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른바 추자도 삼치파시는 이들 일본배들 때문에 이뤄졌다.1000여명이 넘는 ‘뱃동서’들이 일시에 포구로 쏟아져 들어왔으니 술집과 여관이 번성할 수밖에 없었다. 덩달아 일본 기생도 들어오고, 술꾼들은 취하여 쌈박질을 일삼아 이래저래 ‘난장’이었다. 당시의 여관 흔적 등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일본인이 물러간 다음에도 삼치어업은 이어졌다. 삼치는 예전 방식대로 잡는 즉시 일본으로 수출했으며, 덕분에 파시도 70년대까지 명맥이 이어졌다. 이곳에는 ‘시와다 그물사건’이라는 전설 같은 일제하 어민항쟁이 전해진다.1926년 5월14일, 추자면민들이 대거 운집해 면장과 추자어업조합에 대한 불편과 불만을 토로했다. 형세가 대단히 격렬해 목포와 제주에서 경찰이 들이닥치고, 주동자 21명이 검거, 압송되기에 이르렀다. 어업조합과 면장 등이 공모, 은행 빚으로 어구를 사들인 뒤 2배나 비싸게 팔았는가 하면,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우뭇가사리를 강제 매입해 빚어진 사건이었다. 낌새를 알아 챈 조합장이 주재소와 결탁해 어민들을 억압하려 하자 예초리 남녀 700여명이 함께 시위를 일으킨 것이다. 본디 이곳 사람들은 외줄낚시로 필요한 만큼의 고기만 낚았으나 일본인들이 대형 그물로 싹쓸이하듯 고기를 잡아가자 이에 반발한 사건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곳 노인들은 “물반 고기반이었는데 왜놈들이 싹쓸이해 가 그걸 못 보겠어서 다들 일어선 게지.”라고 말한다. 일제의 수탈적 약탈어업이 빚은 필연적 결과였다. 추자도에는 딸린 섬들이 42개나 된다. 돈대산에 올라서니 완도군 청산도가 한눈에 들어 온다. 청산도 삼치파시가 추자도 삼치파시와 다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구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청산도와 나로도, 추자도 남쪽에 삼치떼가 몰려든 것이다. 추자도 최남단에는 관탈도가 있다. 옛적 귀양객들이 이곳에 이르러 다왔다는 생각에 갓을 벗었다 해서 ‘관탈’이라는 지명이 붙었단다. 관탈도에서는 불과 30분이면 제주항에 닿는다. 그러니 완도-청산도-추자도-관탈도 등이 징검다리처럼 일렬로 늘어서 육지와 제주도를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 옛날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와 남해 바다를 만들 때 징검다리는 박아놓은 섬들은 아닐는지. 이곳 토박이인 황필운(38) 선장과의 약속에 맞춰 선착장으로 나갔다. 매일 아침 9시면 정확하게 행정선 추자호가 바다로 떠난다. 횡견도와 추포도를 들러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길게 누워 있는 횡견도의 바람막이 돌담이 이곳의 모진 삶을 웅변해 준다.13가구가 사는 이곳에서 여자들은 물질로 전복·소라 등을 잡고, 남자들은 톳·가사리·미역 등 해초를 뜯어 생활한다. 한때 횡견분교까지 있었으나 잡초만 무성하고, 보리농사로 자족자급이 가능했던 섬이 지금은 인적이 끊겨 한적하다. 추포도는 2가구가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1가구만 산다. 낚시꾼들 뒷바라지로 생계를 잇는다. 고도에서 사는 1가구, 결코 쉽지 않은 삶일 것이다. 정 다산이 ‘남도경영’을 부르짖으며 경세유표에서 ‘남도의 섬을 잘 다스려야 재물이 숲처럼 일어서리라.’라고 했건만, 이들 낙도는 오로지 낙도라는 오명만 뒤집어쓰고 파도 아래 잠들어 있을 뿐이다. 요트처럼 빠른 배라면 뭍에서 불과 1시간도 채 안돼 당도할 수 있는 이 ‘보물섬들’이 오로지 ‘떠나가는 섬’으로만 인식되고 있으니 이곳에서도 우리 바다의 미래는 아득하다. 추자군도의 최대 문제는 역시 물이다. 횡견도 같은 섬에서는 아예 빗물을 받아 쓴다.‘물 쓰듯’이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도저히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추자 본도에는 담수화공장이 있어 바닷물로 만든 비싼 물을 먹고 산다. 그래서 집집마다 거대한 물탱크 한두 개쯤은 갖추고 있다. 추자도는 아름다운 풍광에 비해 너무나 덜 알려진 섬이다. 강태석 면장은 “청정해역일 뿐 아니라 천혜의 어족자원을 갖고 있어 21세기형 관광에 적합한 곳인데, 문제는 뱃길이지요.” 무인도를 이용한 청소년 자연생태체험학습장과 유료 유어장 등이 면에서 꿈꾸는 올 여름 사업들이다. 제주항에서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아 1일 관광도 가능하지만 배편이 하루에 편도 1회뿐이라 잠을 자고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추자의 돈대산을 오르자 눈 아래 신양항이 굽어보이고, 멀리 전라도 바닷가가 한눈에 잡힌다. 날씨가 맑으면 한라산도 보인단다. 해양성 기후라 바람 심한 것을 빼면 아열대식물도 생존 가능한 곳이다. 그래선지 곳곳에 동백이 유난히 많다. 추자도에 딸린 사수도는 상록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고, 여기에 흑비둘기와 슴새들이 번식해 1982년 천연기념물(333호)로 지정되었다. 전복, 소라, 미역, 톳, 천초가 지천인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딨겠는가. 아, 그런데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는 상식이 하나 있다. 추자도 특산품하면 대개 멸치젓을 꼽곤 한다. 지금도 멸젓이 팔리고는 있지만 오늘날 추자도의 최고 특산은 ‘추자굴비’다. “어획량은 최고지만 문제는 덜 알려졌다는 점”이라는 김금충 수협 상무의 말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조기들이 동중국해에서 추자도 근해로 몰려오기 때문에 해마다 엄청난 양이 잡힌다. 예전에는 그대로 영광 등지에 생조기로 출하했으나 이제는 아예 굴비로 말리고 있다. 어족이란 참으로 묘한 것, 칠산바다를 떠돌던 조기들 간 곳 몰라 했더니 추자도에 운집했었나 보다. 지금 추세라면 법성포 굴비 못지 않아 ‘추자굴비’ 없으면 차례도 지내지 못할 날이 다가오지나 않을까. 실제로 추자군도에서 최대의 주력품으로 굴비를 키우고 있으니 곳곳에 조기잡이 안강망 어선들이 눈에 뜨인다. 조기를 잡지 않는 비수기에는 돔이나 고등어 낚시로 살아간다. 떠나 오면서, 추자도가 ‘오지’란 생각을 싹 잊어버렸다. 제주항에 1시간 만에 도착했고, 곧장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오는 데 고작 1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스티로폼 박스에 횟감과 함께 넣어 온 얼음이 서울에 도착해서도 그대로이니 ‘멀고도 가깝다.’거나 ‘가깝고도 멀다.’는 야누스적 표현이 모두 맞는 곳이다.
  • 갤러리 현대 ‘이대원’展

    갤러리 현대 ‘이대원’展

    “화랑이 주문하는 그림은 절대 그리지 않습니다.‘주문 그림’을 그리면 그 즉시 화랑의 노예가 됩니다.” ‘화단의 멋쟁이’‘화단의 신사’‘총장 화가’로 불리는 이대원(84)화백.“이미 친구들은 현역에서 은퇴해 수입원이 없는 만큼 내가 유일한 현역”이라고 자랑(?)하는 그지만 화랑이 작품 내용과 크기 등에 대해 이러쿵저렁쿵 주문하는 것은 ‘절대 사절’. 부잣집 아들로 경성제대 법대를 졸업하고 소아과 의사를 부인으로 맞아 예술세계에 전념하며 살아온 그다. 인생을 너그럽게 볼 나이가 이미 지났건만 예술가의 ‘자존심’만은 여전히 꼿꼿한 ‘칼날’이다. 홍익대 총장, 예술원회장까지 지내며 사회적으로도 ‘출세’의 길을 걸어 왔건만 풍취는 여전히 아티스트 그 자체다. 이 화백의 근작들을 둘러볼 수 있는 ‘이대원 전’이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고향이자 작업실이 있는 파주 과수원이 화폭에서 아름답게 살아난다. 사과나무며 배나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붉고 파랗고 하얗게 각기 다른 풍경으로 변신한다. 점을 찍듯이 번져가는 독특한 붓질과 화려한 색채는 ‘생동감과 활달함의 극치’란 평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팔순 노 화가가 줄 수 있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행복한 느낌은 보너스.50년 지기 가장 친한 친구 고고학자 김원룡 박사가 붙여준 그의 별명 ‘가장 팔자 좋은 사람’모습이 화폭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이상범 시인은 그의 그림을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했고, 프랑스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는 ‘호사스러움과 고요함, 기쁨이라는 표현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평했다. 올해로 결혼 60주년을 맞아 ‘혜화동 70년’이라는 화문집도 함께 냈다. 70년 혜화동을 떠나지 않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도상봉, 김환기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화랑인 반도화랑을 운영한 얘기, 중학교때 ‘선전’에 입선할 정도로 그림에 재능을 보였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법대에 진학한 얘기 등 잔잔한 스토리가 흥미롭다. 다음달 6일까지 .(02)737-250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책꽂이]

    ●역사속의 오늘1,2(김정형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1년 365일 역사달력을 통해 ‘역사 속의 오늘’을 살펴본 책이다. 그날 그날 일어난 국내외의 주요 사건 2가지를 선정해 ‘역사달력’의 형식으로 기술했다. 인물, 전쟁, 경제, 영화, 건축, 스포츠, 문학, 예술 등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한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뒤바꾼 역사적 현장을 소개해 준다. 각권 1만4 500원. ●칸트와 오리너구리(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여성 옮김, 열린책들 펴냄) 사람들이 어떻게 사물을 이름짓고 인식하는가라는 고전적 철학의 핵심문제를 기호학적 지평으로 흡수하여 명쾌하게 풀어낸 책. 언어와 인식의 관계라는 전문 영역을 일상의 이야기로 바꾸어 흥미롭게 전달한다.1만 8000원. ●지구, 우주의 한 마을(게리 스나이더 지음, 이상화 옮김, 창비 펴냄) 미국의 세계적인 시인인 지은이가 자연과 생명의 회복을 위해 40여년에 걸쳐 써온 강연문과 기고문을 모은 산문집. 자연 속에서 노동과 명상으로 생활해온 지은이의 인간·자연·우주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1만 2000원. ●로봇만들기(로드니A. 브룩스 지음, 박우석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세계 로봇공학계의 일인자로 불리는 MIT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인 지은이의 본격적인 로봇공학 대중 입문서. 로봇 개발과정과 현재의 기술수준, 로봇의 미래상 등을 흥미롭게 펼쳐놓았다.1만 5000원. ●우리는 걷는다(윤병용 지음, 효형출판 펴냄) 중학교 과학교사인 지은이가 제자 10명과 함께 강원도 화진포에서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350㎞를 걸어서 순례한 10박11일간의 기록.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우리 땅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9800원. ●사랑의 이미지(정진국 지음, 민음사 펴냄) 사랑의 이미지라는 창을 통해 르네상스 이후의 유럽 그림들을 탐사한다. 화가의 삶과 시대적·예술적 상황 위에 그림을 놓고, 그 그림에 담긴 인간의 욕망과 사랑과 고뇌, 예술사적 의의를 읽어낸다.2만원. ●우리시대 선배가 권하는 20대에 읽어야할 한 권의 책(김영건·김용우 엮음, 책세상 펴냄) 젊은 세대에게 실질적인 독서 길잡이가 될 만한 책 77권을 선별해 소개한다. 인지도는 높지 않더라도 삶과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망라하고 있다.1만 5000원.
  • 야만과 문명 / 잭 웨더퍼드 지음

    호주 남쪽 섬 태즈메이니아의 원주민은 왜 멸망했을까? 동남아시아·서인도제도 출신 사람들은 왜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유럽, 미국 등으로 이동해 커다란 도시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을까? 미국 매칼래스터대 인류학과 잭 웨더퍼드 교수가 쓴 ‘야만의 문명,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권루시안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는 역사속 인류의 ‘흥망성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지은이는 전 대륙의 도시와 오지를 오가며 현존하는 문명과 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는 현장을 답사해 인류의 1만년 역사 문명과 야만 사이의 교류와 협력, 폭력을 생생히 보여준다. 특히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유럽의 식민지 시대 이후 ‘문명’이 어떻게 ‘야만’을 폭압적으로 제거했는지, 문명이 스스로 행한 야만과 문명의 내부에서 자라는 야만이 어떤 것인지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각 장마다 지은이가 몸소 체험한 도시의 ‘인류학적 여행기’도 색다른 읽을거리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멕시코 아카풀코, 필리핀 마닐라 등 세계 유명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문명의 발달·교류의 시각으로 풀어낸 것도 흥미롭다. 기마기술·인쇄술의 발달, 바닷길의 발견, 식민주의 등 역사와 문명 발달에 큰 역할을 했던 주요 사건들로부터 세계 각 문명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상식도 얻을 수 있다.1만 8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이야기] 도시속 생태체험

    [서울이야기] 도시속 생태체험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모두 자연학습장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을 감명 깊게 읽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책을 꼽는다면 포리스트 카터가 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렸던 과거의 자연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구절이 있다.“수백 수천 마리의 생물들이 개천을 따라 살고 있었다. 만일 거인이 되어 그 구불구불 흘러가는 개천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개천이야말로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바로 그 거인이었다. 키는 겨우 1m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나는 거인처럼 쪼그리고 앉아 실개천들이 졸졸거리고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작은 웅덩이들을 연구하곤 했다. 개구리 알들이 웅덩이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포도송이처럼 오글오글 모여 있는 젤리 모양의 투명한 작은 공들 속에는 검은 올챙이들이 들어 있었다. 부화되어 나올 날을 기다리면서….” 물이 있고 흙이 있는 어느 공간에서나 우리는 움직이는 무언가를 관찰할 수 있다. 그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도 구석구석 관찰하고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무한히 많다. 최근 환경교육에서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체험학습 또는 체험교육은 주5일 근무제의 시행과 더불어 주말 여가활동의 일환으로도 어린이, 청소년을 비롯하여 일반 어른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은 전형적인 대도시이지만, 녹지 및 오픈스페이스의 면적이 서울시 전체면적의 40%에 달하는 등 풍부한 자연환경이 함께하고 있다. 도시 외곽의 산림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그리고 많은 지천과 습지자원 등 녹지와 물로 이루어진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이와 함께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생태체험은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숲속 여행 2000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숲속 여행 프로그램은 서울의 9개산과 서울대공원이 대상이며, 매월 1,3주 일요일 또는 2,4주 일요일로 나누어 매회 60여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가신청은 서울시 공원과나 각 자치구 공원녹지과로 전화하거나 서울시 숲속 여행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만남의 장소에서 10명 정도로 그룹을 나누고 각 그룹별로 한 명의 숲 해설가 선생님을 따라 숲속여행을 시작한다. 때로는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여 그룹을 나누기도 한다. 숲을 거닐면서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산과 관련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숲속 여행이 끝나면 모두 모여 자연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수건에 나뭇잎 물들이기, 숲에서 주운 나뭇잎이나 꽃잎 등을 이용하여 작품 만들기 등 다양하다. 대부분 가족단위인 참가자들은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든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산이 아닐지라도 틈날 때마다 가보지 않은 여러 산을 신청하여 참여하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숲속 체험을 하는 만남의 장소는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서울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산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참가하는 것도 좋다. 동일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안내를 해주는 해설가가 바뀌면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의 습지체험 태백시 금대산 계곡으로부터 김포시 월곶면으로 흐르는, 서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서울의 상징이다.1980년대 초부터 이루어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한강변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과거의 수자원 이용 수준에서 벗어나 생태, 문화, 레저를 고려한 복합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강에는 둔치를 따라 크고 작은 습지들이 모여 있다. 생명력이 풍부한 습지는 시민들에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체험 장소의 역할을 한다.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습지 생물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강서습지생태공원은 강서구 개화동에 위치하며, 자연관찰 학습장, 운동시설, 자전거도로 등의 시설이 있다. 이곳은 한강의 배후습지로 갈대, 물억새 등과 같은 다양한 습지식물이 자라고 조류, 어류, 수서곤충의 서식처 역할을 한다. 강동구 고덕동 소재의 한강변에 조성된 고덕수변 생태 복원지는 물가에 새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넓은 모래톱으로 형성되어 많은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물가의 버드나무숲은 꿩·해오라기의 서식처이며, 건생초지로 이루어진 얕은 둔덕은 야생화가 만발하여 나비나 잠자리와 같은 곤충의 서식처가 된다. 한강의 또 다른 명소인 여의도샛강 생태공원은 1997년 9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하천부지를 친환경적 생물 서식처로 복원하고, 생태적 자정능력을 갖추도록 하여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이러한 습지와 생태공원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진행하는 생태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하면 안내를 받으며 자연관찰을 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이용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각 관리사무소로 연락하면 된다. 한강에 조성된 자전거 길을 따라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하여 생태체험장인 습지까지 찾아갈 수도 있어, 자전거여행의 즐거움과 자연관찰의 유익함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서는 공원 안내책자 및 자연학습기록장 등 다양한 관련 자료를 제작하여 생태학습을 돕고 있다. ●도심의 자연학습장, 공원 도심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는 크고 작은 많은 공원들이 있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주요한 공간으로 휴식 및 운동 등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21개의 도시공원 중 11개 공원(남산공원, 낙산공원, 용산공원, 월드컵공원, 여의도공원, 보라매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 독립공원, 시민의숲, 천호동공원, 영등포공원)에서는 환경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립공원, 시민의숲, 천호동공원, 영등포공원에서는 계절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나머지 공원에서는 연중상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은 자연생태 체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 및 환경학습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며, 부모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각 공원 홈페이지 및 전화를 통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현장에서 관찰하거나 직접 작업을 해보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학습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자연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조류관찰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해설가와 2시간 남짓 걸으며 관찰하면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상기한 도시근린공원 외에 우면산생태공원, 아차산생태공원과 같은 자연생태공원도 다양한 생태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모두 밖으로 나가 자연을 느껴보자. 자연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배움터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공간이기도 하다. 장난감이 없어도 자연 속에 놓여진 아이들은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자연 속에는 함께 할 수 있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체험은 아이들의 자연과 삶에 대한 이해와 학습효과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주말시간 등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주말 여가활동의 하나이기도 하다.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기계발에 주말시간을 활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한 주의 충전을 위한 여가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도시를 벗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여행을 대표적인 여가생활로 생각한다. 그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한나절 정도의 시간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도시에서 온 가족이 진지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관찰하고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도시에서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가족간의 사랑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다양하다. 경작지, 텃밭, 물웅덩이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생물서식지가 모두 그 대상이 된다. 생태체험을 시작할 때는 해설가의 설명이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다지게 되면, 개인적으로도 자연학습기록장을 가지고 체험학습을 할 수도 있다. 생물도감을 뒤적이면서 몰랐던 생물종의 이름을 찾아내면 내 것이 되어 잊혀지지 않게 된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산, 공원, 하천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태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문제점 및 이에 대한 보완책을 살펴보면, 첫째,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의 미흡함이다. 특히, 공원의 경우는 공원 조성방식이 비슷하여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롭게 공원시설을 할 경우에는 생태프로그램까지 고려하여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생태체험의 공간유형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숲과 습지뿐만이 아닌 경작지나 재개발지 등 도시의 다양한 유형이 각기 나름의 생태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인위적인 토지이용과 결합된 문화 및 생태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해설가의 설명뿐만이 아닌 오감을 이용하여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훨씬 큰 흥미와 학습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오감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위한 시설 도입이 필요하다. 넷째, 자연학습장으로서 실내외 공간의 적절한 활용방안 마련 등 향후 지속적으로 생태체험 공간 및 프로그램을 보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송인주 서울시정개발 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부연구위원
  • [우리동네 문화 한마당] 창동문화마당

    5월은 가족의 달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까지…. 축제도 많고 행사도 많은 계절이다. 5월 내내 여기저기 행사출연, 방송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힘들지만 행사장까지 찾아준 관객들을 보면서 “그래, 최선을 다하자.”란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복잡한 공휴일에 아이들을 이끌고 먼 곳까지 공연을 보러 온 분들을 보면 참 감사하고 때로는 죄송하기도 했다. 내가 하는 행사나 공연은 그래도 좀 덜하지만 주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울어서 제대로 공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많은 분들이 발걸음을 돌린다고 한다. 연극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어린 아이부터 팔순의 어르신들까지도 다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공연은 없을까?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서울시에서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원에서 문화행사를 하니, 출연해 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동네 공원에서 하는 작은 축제, 동네사람들 모두가 나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너무나 흥미롭지 않은가? 나는 기쁜 마음에 출연을 약속했다. 내가 출연하는 축제는 ‘2005시민문화한마당’이라는 행사 가운데 ‘어린이 큰잔치’이다.‘2005시민문화한마당’은 서울시에서 각 공원을 돌아다니며 동네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만든 무료 축제라고 한다. 이번 ‘어린이 큰잔치’가 두번째 행사이고 다음주엔 경희궁으로 간단다. 이번 주 행사가 벌어지는 창동문화마당은 바로 창동역 옆이라 찾기도 쉽고, 주변 동네분들에게는 너무 가까이 있는 친숙한 공간이다. 공연보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러분! 저 강성범 보러 창동문화마당으로 오십시오! 토요일 오후이니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동네 산책하듯이 나오시면 됩니다. 물론 제가 오신 모든 분들을 위해 가장 좋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번 ‘어린이 큰 잔치’에서는 저와 어린이들이 함께 즐기는 장기자랑과 어린이들을 위한 뮤직그룹 ‘키즈스타’가 펼치는 뮤직쇼!, 제2회 서울특별시 사물놀이 겨루기대회 대상에 빛나는 계성초등학교 풍물부 ‘신바람 모듬북’ 등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습니다. 아! 그리고 푸짐한 선물도 준비돼 있습니다. 아이들 손 붙잡으시고 창동문화마당으로 오세요. 지하철 1호선이나 4호선 타고 창동역에 오시면 바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특히 도봉·창동에 살고 계신 분들을 꼭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럼 관객 여러분과의 멋진 데이트를 기대하며 창동에서 뵙겠습니다. 개그맨 강성범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9) 1923년 일본인들의 정감록 처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9) 1923년 일본인들의 정감록 처형

    ‘대일본제국의 애국적 지식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호소이 하지메란 일본인이 있었다. 그는 한일합병(1910년)을 전후해 ‘동경아사히신문’과 ‘한일전보통신사’ 기자로 다년간 한국에 체류했다. 갓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편입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호소이는 흥미를 느꼈고 나름대로 많은 ‘연구’도 했다. 그런 호소이에게 1919년의 기미독립운동은 전혀 뜻밖의 사태였다. 무지렁이로 보였던 한국인들이 수백만 명씩이나 길거리로 뛰쳐나와 독립을 요구할 줄 그는 미처 몰랐다. 한낱 정치군인에 지나지 않는 조선총독이 그걸 짐작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당한 한국전문가 호소이 자신도 사태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독립만세운동이 좌절되자 한국엔 예언서 ‘정감록’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대한독립이 박두했다는 둥, 신천지가 열릴 거라는 둥 갖가지 소문과 예언이 한반도를 뒤덮을 지경이었다. 특히 1921년부터는 계룡산을 중심으로 숱한 신흥종교단체들이 등장해 위세를 떨쳤다. 겉으론 종교를 표방했지만 은연중 독립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조선총독부는 정감록 비상이 걸렸다. 1922년 겨울, 호소이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조선총독부의 부탁을 받았다.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라는 것이었다. 동경의 자택 서재에 틀어박혀 호소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반도는 우리 대일본제국에 무엇인가. 제국의 용맹스러운 장졸(將卒)들이 목숨 바쳐 강적 청나라도, 러시아도 연달아 무찌른 다음 어렵게 얻어낸 제국의 새 영토가 아닌가. 저 버러지 같은 한국 놈들은 천황폐하의 신민이 된 영광을 모른다. 놈들은 감히 독립을 바라고 있다. 훈련된 군대도 총칼도 없이 맨주먹으로 일어서려는 무지막지한 저들의 맨주먹을 쇠뭉치로 둔갑시키는 것은 독립에 대한 부질없는 열망이다. 거기 불 붙이는 부싯돌이 바로 정감록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정감록을 처단할 것이다. 나 호소이로 말하면 천황폐하의 뜻에 언제나 기꺼이 순종하고 순수한 대일본제국 신민의 고귀한 혈통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는 위대한 제국의 충량한 신민이 아닌가. 우리 대일본제국으로 말하면 단일하고 순수한 혈통이 천만대를 두고 이어져온 아름다운 나라. 그에 비할 때 이른바 저 한국 놈들은 어떤가. 놈들은 우선 생리학적으로 열등하다. 혈액만 하더라도 한국 놈들의 피는 ‘거무칙칙하고 더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조 500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당쟁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지만 나라꼴은 늘 엉망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 놈들은 유전인자 자체가 불순하고 열등하다. 따라서 놈들에게 밝은 미래란 있을 수가 없다. 오직 천황폐하의 자애로운 품속에 있을 때만 그들은 행복을 바랄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나는 이미 두 권의 저서에서 명확히 입증했다.‘조선문화사론(朝鮮文化史論)’과 ‘조선 문제의 근본적 해결(朝鮮問題の根本的解決)’이 그것이다. 한국에 대한 나의 전문적인 연구는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해 바쳐질 것이다. 실용성이 없는 학문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대일본제국의 발전을 위해, 무지하고 악랄한 한국 놈들의 순화를 위해 나의 저술은 두고두고 쓰일 만한 것이다. 탁상공론으로 걸핏하면 양심을 들먹이는 비겁하고 위선적인 놈들이 있어 훗날 나 호소이를 대일본제국의 어용학자(御用學者)라고 불러도 좋다. 제국의 영예를 위한 나의 일편단심은 그럴수록 더욱 밝게 드러날 것이다. ●정감록을 죽이는 묘책 호소이는 묘안을 찾기 위해 좀더 생각했다.‘도무지 정감록이란 무슨 책이냐. 조선시대 위정자들도 몹시 두려워했던 책이 아니냐. 위정자들은 정감록을 소지하거나 퍼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범법 행위로 간주했다. 그런데 혹독한 금압 조치에도 불구하고 정감록은 널리 퍼져나갔다. 지금 반도의 덜떨어진 한국 놈들이 감히 독립을 바라는 것도 다 그놈의 정감록 때문이다.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공개하라. 그렇다, 금단의 예언서 정감록을 죽이는 방법은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감록은 신비함을 잃게 된다. 신비성을 잃어버린 정감록이라면 이미 반쯤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또 하나. 기왕에 공개할 바엔 정감록의 정본(正本)을 만드는 거다. 바로 이 호소이가 대일본제국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할 정감록의 정본을 결정한단 말이다. 총독부에서 수집해 놓은 정감록의 이본들을 자세히 살펴 그 가운데서도 정치적 선동성이 별로 없는 텍스트를 골라 공개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 텍스트에 살짝 손을 댈 수도 있다. 아주 심하게 손을 대면 조작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영악하고 의심 많은 한국 놈들을 상대로 하는 일인 만큼 더욱 주도면밀해야 한다. 나는 정감록을 순화시킬 뿐이다. 이것은 변조나 개작이 아니다. 나는 대일본제국과 천황폐하를 위해, 한반도와 한국 놈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정감록을 편집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잊지 말아야 될 일이 또 있다. 이렇게 교묘한 수단을 부려 김을 빼놓더라도 한국 놈들은 순화된 나의 정감록을 다시 개악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 놈들은 워낙 피가 더럽기 때문에 제멋대로니까. 그들의 망령된 행위를 막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을까. 그래, 예방주사를 놓자! 정감록은 이래서 진짜 믿을 것이 못 된다. 이런 식으로 계몽적인 비평을 잔뜩 써 가지고 독자 놈들의 배를 채우는 것이다. 정감록의 대가 호소이가 만든 정감록 정본의 맨 앞에 실린 비판을 읽게 하자. ●동경판 정감록에 대한 불만 대일본제국의 충량한 신민 호소이는 이미 수집된 정감록 이본들을 널따란 책상 위에 펼쳐놓고 수술을 시작했다. 일제는 이미 오래 전에 광개토대왕비문까지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변조했다. 정본이 따로 존재할 리도 없던 정감록을 개작하는 것쯤이야 호소이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그의 솜씨와 애국심은 참으로 대단해 불과 몇 달 만에 ‘정감록비결 집록’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한국인들에겐 억압의 상징인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정감록을 죽이기 위한 음모가 결실을 맺은 날은 1923년 2월15일이었다. 이것이 사상 최초의 정감록 인쇄본이다. 도쿄판 정감록은 인기가 대단했다. 초판으로 몇 부를 찍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출간된 지 약 보름 만에 제3판을 제작할 정도였다. 도쿄판은 아마 일본에서도 상당히 팔렸겠지만 주로는 ‘식민지 조선’에서 소비됐을 것이 뻔한 이치였다. 호소이가 바란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도쿄에서 만든 정감록으로 한국의 정감록 세계를 평정한다는 목표는 어쩌면 단시일 내에 달성될 듯도 하였다. 도쿄서 들어온 정감록이 잘 팔려 나가자 한국의 출판계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감록을 찍어내면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호소이의 민족성 비판에 강한 불만이 제기되었다. 내놓고 맞싸울 형편은 안 되었지만 정감록까지도 ‘그 잘난’ 일본인의 손으로 다듬어진 책을 봐야 되는가 하는 강력한 반발이 없지 않았다. 동경판의 뚜껑을 열어본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경악했다. 호소이는 무지한 한국 사람을 계몽한답시고 무려 50쪽이나 되는 정감록 비평을 썼다. 정감록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고 나아가 한국 사람의 타고난 ‘야만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논지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한국인들은 태초부터 불합리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련한 한국 민족의 정신적 미성숙은 그들이 정감록과 같은 미신에 맹목적으로 빠져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이렇게 유치하고 야만적인 성격이 한국민족의 본성이다. 국제적으로 저열한 한국의 민족성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한반도의 역사 및 지리적 조건이 빚어놓은 결과다. 당시 유행하던 지리적 결정론을 빌려 호소이는 ‘미개한’ 한국인을 질타했다. 귀신을 숭배하고 점치기를 좋아하는 풍습은 당시 일본사회에서 더욱 성행했다. 그러나 일본민족의 위대성을 맹신한 호소이의 눈에는 그런 현상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야만적’인 한국인까지도 호소이는 마음속 깊이 사랑했던 것일까. 그는 하루바삐 정감록 신앙에서 한국인을 구출하여야만 된다고 믿었다. 합리적이고 발달된 현대 일본사회의 참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한국인은 정감록 신앙을 포기해야 된다. 이것이 호소이의 변(辯)이었다. 그러나 1923년 동경판 정감록을 간행한 진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해 정감록이라는 정치적 폭탄에서 뇌관(雷管)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동경판이 제3판에 돌입한 지 보름 정도 지난 1923년 3월19일 김용주가 편찬한 정감록이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편찬에 나선 김용주는 호소이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는 정감록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비평도 보태지 않았다. 딱히 정감록을 옹호하지는 않았으나 이것은 호소이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었다. 굳이 김용주가 정감록을 신앙하였다거나, 민족주의자였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정감록에 대해 아무런 비평을 가하지 않은 데는 호소이의 지나친 악평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김용주에게는 정감록을 비판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첫째, 당시 많은 한국인들은 정감록의 내용을 틀림없는 예언으로 믿고 있었다. 식민지의 힘없는 지식인에 불과했던 김용주로서는 대중의 그러한 열망에 굳이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었다. 설사 그가 남다른 애국심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대한독립이 된다고 믿고 있는 동포들의 기대심리를 비난할 필요는 없었다. 둘째, 단순히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라도 잠재적인 독자들의 희망을 꺾어서는 안 됐다. 김용주의 편집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호소이에 대한 반감을 비롯해, 독립에 대한 기대와 상업적 목적이 골고루 다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김용주는 정감록의 신빙성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또 하나의 정감록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은 한성판이라 불릴 만했다. 한성판엔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동경판과 공통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 두 판본이 내용 면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매사를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민간에 퍼져 있던 허다한 비결 가운데 어느 것은 호소이만, 또 다른 것은 김용주만 수집해서 자연히 그렇게 됐다고 할 것이다. 실제 정감록은 수백 년 동안 필사본으로 암암리에 전파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수집본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동경판과 한성판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비결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그야 물론 좀 더 널리 퍼져 있던 유명한 예언서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전국 어디에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누구나 손쉽게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그런 대표적인 예언서 말이다. 나는 이런 입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동경판을 편집한 호소이가 매우 국수주의적이었단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수집된 정감록을 모두 출판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다.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달리 말해 진인출현이나 대한독립의 메시지가 약한 ‘순화된’ 비결만을 선별적으로 알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그는 ‘고약한’ 내용의 예언까지 인쇄에 부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김용주는 달랐다. 그는 도쿄본의 상당수를 답습하면서도 도쿄본에 실리지 못한 다른 비결들을 많이 포함시켰다. 김용주는 호소이가 정감록의 정본을 만들려고 한 의도를 정확히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쿄판이 정감록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진짜 정감록은 훨씬 더 위험한, 폭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정감록을 출간하지는 못했다. 총독부의 검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국 호소이의 뜻대로 되다 당연히 김용주의 정감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은 조선총독부의 의도와 배치된다. 일본인들이 보기에 김용주의 한성본이 딱히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눈에 거슬리는 점이 없지 않아 조만간 도태되어야만 될 책이었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지자 식민지 한국의 정세는 한결 경색됐다. 이른바 전시총동원체제가 작동돼 비상시국이었다. 엄격한 사상통제와 감시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정감록에 대한 통제도 한 단계 더 나갔다. 그 무렵 새로운 정감록이 나왔다. 현병주의 ‘비난정감록진본’이었다. 마침 경성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를테면 경성본이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해명돼야 할 문제가 있는 책자였다. 우선 표면상 출간연도가 미상이란 점이 문제다. 책의 간행지를 ‘경성(京城)’이라고 표기해 놓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식민지시기 서울에서 나온 것은 틀림없다. 경성본이 나온 시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내기 위해 나는 본문의 표기법을 자세히 분석했다. 문장의 구조와 맞춤법이 현대의 격식에 가깝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경성본의 간행시기를 1930년대 중반 이후로 확신한다. 경성본은 내용면에서도 앞서 간행된 한성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성본은 정감록이 사실무근의 허망한 책자라는 논설을 싣고 있다. 편자 현병주는 정감록의 가치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을 보류한 김용주와는 달랐다. 하지만 현병주가 단순히 일본인 국수주의자 호소이를 추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는 정감록의 허구성을 비판하였을 뿐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을 한국인의 저열한 민족성에서 찾지는 않았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현병주가 비결의 내용 중에서 자신이 동의하지 못하는 대목에 대해 일일이 비판을 가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비결의 본문에 길지(吉地)에 피난을 가더라도 피난 시기에 따라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부분이 있다. 현병주는 바로 그 구절의 끝에 괄호를 치고는 “생명을 건지는 땅 중에도 종종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비꼬는 투로 주석을 붙였다. 이와 같이 조목조목 정감록의 내용을 비판함으로써 현병주는 정감록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려 했다. 호소이의 정감록 말살 의도는 현병주에 이르러 더욱 공교해졌다. 나는 현병주가 친일파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다만 정감록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감록을 출간했다는 점에서 현병주는 호소이의 완벽한 후배다. 현병주는 좀더 중요한 점에 있어서도 호소이의 전통을 계승했다. 나는 지금 경성본에 실린 비결의 내용을 문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호소이는 35종의 선별된 비결을 공개했다. 김용주는 그보다 16종이 더 많은 51종을 간행했다. 그런데 경성본에는 25종만 실려 있다. 현병주는 호소이의 동경본과 김용주의 한성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비결로 한정했다. 결과적으로 말해 그는 호소이가 간행한 비결의 일부만이 정감록의 정본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기여했다. 호소이가 공개한 35개의 비결 가운데 25종은 광복 이후 간행된 여러 정감록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20세기 후반부터 한국사회에서 정감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호소이의 비결을 정본으로 대접하게 됐다. 그렇게 된 줄이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박은영의 DVD 레서피]씹으면 씹을수록 비리네

    [박은영의 DVD 레서피]씹으면 씹을수록 비리네

    남해 청정해역에서 잡아 말린 삼천포 쥐포는 붉고 두툼하며 결에 따라 쉽게 찢어진다. 석쇠 위에 놓고 녹녹하게 구우면 말랑하고 쫄깃한 육질에서 씹을 때마다 달콤하고 깊은 맛의 육즙이 흘러나온다. 질긴 어육을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오징어와 달리, 쥐포는 씹는 감이 좋아서 오래 씹어도 달고 부드럽다. 씹는 일만큼 익숙한 일도 없다. 음식은 물론 정치인들, 탈세를 일삼는 부자들, 양심 없이 행동하는 이들은 씹히게 마련이다. ‘공공의 적’은 강철중이라는 인물을 통해 통쾌함을 안겨줬다. 돈만 알고 도덕을 모르는 인간을 잘근잘근 씹는 과정을 보여줬달까.‘공공의 적 2’는 전편에 비해 씹는 강도가 덜하다.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강철중은 날렵한 턱선과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하는 강력계 검사다.“형이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거든∼.” 하며 17대 1의 개싸움을 벌이던 질기고 쌩쌩한 강철중의 디테일은 모호해졌다. 대신 거대 사학재단의 비리 이사장부터 부패 국회의원까지 싸잡아 수갑을 채우는 시원한 결말이 있다. 정치인들의 비리가 문제인 것은 우리만은 아닌 모양이다. 시리즈물 ‘웨스트 윙’은 미국 백악관을 조명한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 비리, 사건들을 참모진이 헤쳐 나가는 과정이 전개된다. 성조기가 휘날리며 시작하는 인트로는 정치 드라마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들큼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지만 전반적인 짜임이 탄탄하고 곱씹는 맛도 그럴듯하다. ●공공의 적 2 속편을 기획하면서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누가 공공의 적인가?”라는 문제였다고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기 위해서 좀 더 힘 있는 자를 악당으로 점찍었고 그에 따라 강철중의 지위도 승격되었다. 기본 구도는 전편과 유사한데, 좀 더 고급스러운 배경이라는 것이 2편의 다른 점이다. DVD는 1편보다 한결 매끄럽게 출시되었다. 영화가 어떻게 기획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촬영되었는지를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부가영상은 심도 있으며 화질과 사운드도 좋은 편이다. 별도로 수록된 김상진·장윤현 감독의 부분 연출 장면 제작과정도 흥미롭다. ●웨스트 윙 시즌 4 ‘웨스트 윙’은 백악관 비서실의 간부들이 근무하는 곳을 일컫는 용어다. 제목이 말하듯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지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참모들이다. 이번 시즌에선 대통령의 재선 과정이 전개된다. 대통령과 참모진의 관계가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표현되며, 자유롭게 의견과 농담이 오가는 모습이 이상적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보는 시리즈로 유명세를 탔으며, 탄핵되었을 때 인용했던 ‘California 47th’ 에피소드가 이번 시즌에 있다.‘The Letter of the World’에서는 4년간 엘 고어 수석 연설문 작가로 있었던 엘리 애티의 음성해설도 있다.
  •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햇차의 유혹이 시작됐다. 경남 하동군 화개골 지리산 기슭에서 전해오는 은은한 야생차의 맛과 향이 입과 코를 자극한다. 화개골은 천년전 우리나라에 녹차가 처음 전해진 녹차 시배지. 이 곳에 가면 지리산 이슬을 머금고 자란 야생차를 손으로 따 전통 제다법으로 덖어(볶아)낸 수제차를 맛볼 수 있다. 탁트인 섬진강과 지리산의 푸르름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녹차의 날(5월25일)을 전후해 녹차의 본고장인 이곳에서 19∼22일에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행사와 함께 명차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쌓인 시름을 훌훌털고 입과 코와 눈,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운 ‘원조 녹차’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천년의 향기 그윽한 원조 녹차 맛 따라 눈이 시원하다. 서울을 떠나 4시간 남짓 달렸을까. 야생차밭을 감싸안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화개장터를 지나 화개골로 가는 쌍계사 입구는 봄 한때 하얀 벚꽃 세상을 연출했던 가로수들이 청량한 녹색 터널을 선사한다. 차창을 열자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가볍게 뺨을 스친다. 먼저 찾은 곳은 쌍계사 인근의 녹차 시배지. 우리나라 차의 원조임을 증명하 듯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의 시배지 아래 우리나라에 처음 녹차씨를 가져온 김대렴 공의 추원비와 시배지 탑이 우뚝 서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녘인 이곳에 심었고, 이를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차 문화가 싹트게 됐다고 한다. 이 곳은 지방기념물 61호로 지정돼 있으며, 차인들이 대렴공의 추원비와 시배지탑을 건립하고 매년 5월25일을 차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어 쌍계사 앞으로 흐르는 화개동천을 따라 올라가자 경사가 급한 산기슭 바위틈 사이로 차밭의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수건을 둘러맨 채 손으로 조심조심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산세가 험해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다소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광활한 전남 보성의 차밭을 본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고 투박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하동 녹차밭의 자랑이다. 비록 대량 생산은 못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평지차가 인삼이라면 산지차는 산삼’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하동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차와 구분해 이 곳 차를 굳이 ‘야생차’라고 부른다. 섬진강 맑은 물과 지리산의 깊은 지력을 흡입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향이 짙다. 화개면 일대는 일조량이 높고 습도가 높은데다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가장 좋은 첫물차인 우전(雨前)차 수확이 10일 이상 빠르다. 우전은 곡우(4월20일) 무렵을 전후해 차를 손으로 직접 딴다. 이렇게 딴 잎은 멍석에 말린 뒤 가마솥에서 볶고 비벼서 말리는 ‘덖음’과정을 거친다. 차를 덖어 내면 차맛이 은은한 향기를 띠며 차가 오랜 시간 우러나온다. ●국내 유일의 녹차명인을 만나다 이 곳은 시배지 답게 국내에서 유일한 ‘전통 수제녹차’ 명인인 박수근(61)씨가 살고 있다. 다원이 밀집한 화개동천변에서 명인다원(055-883-2216)을 운영하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촌이자 차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윤포산 스님과 선친인 박봉준 선생으로부터 전수를 받았다. 그는 “차는 색과 향과 미에 기가 더해진다.”면서 “차의 색은 연둣빛이 나야하며, 진하고 구수한 향이 나야 하고, 먹고 나면 단맛이 나야 하며, 만드는 사람의 혼신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일본 품종인 야부기다종을 사용하지만 이 곳은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토종 차나무라고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소엽종이지만 천년의 세월이 흘러 토종화된 셈이다. 말린 찻잎은 날로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그는 올해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 작황이 좋지 않아 최고 차인 우전·세작을 예년의 3분의1 수준인 1500통(한 통은 100g)밖에 만들지 못했다. 이 가운데 우전은 300통 정도로 2000평의 광활한 차밭에서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전 가운데에서도 한해 10여통 정도밖에 만들지 않는 최고급은 한 통에 55만원 정도. ● 이렇게 가세요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경부·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IC에서 빠져 시내로 들어와 19번 국도 쌍계사 방향으로 가면 만난다. 다른 방법으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주IC에서 나와 임실과 남원, 구례를 거쳐 내려오면 된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웰빙이벤트 담당(880-2375), 녹차산업계(880-2751) ■ 오~설록차 녹차를 말할 때 제주도를 빼놓으면 아쉽다. 제주에는 서귀포 도순다원, 남제주군 서광·한남다원 등 총 40만평의 다원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선사한다. 또 제주를 여행할 때 녹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지나치면 섭섭하다. 태평양의 대표적인 녹차 브랜드 설록차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온다는,‘오∼, 설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녹차의 역사를 담아 녹차밭이라면 보통 보성과 해남, 하동 등을 들지만 제주도야말로 녹차의 유적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 남제주군은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에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랜 곳이다. 결국 많은 다인과 차를 통해 교류하며 다선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 섭씨 15도, 강수량 연간 1800㎜, 일조량이 많지 않아 차 재배의 적지이지만 돌투성이 땅에 차를 재배하기는 힘들었다. 태평양은 이곳을 2년동안 개간하고 1984년 차묘목 100만 그루를 심기 시작하면서 옥토로 바꾸어 녹차의 명소로 성장시켰다. 15만평 규모의 서광다원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설록차박물관 오’설록이 세워져 있다. 햇빛 좋고 공기 좋은 최적의 차 생산지, 제주의 멋을 느낄 수 있고 녹차와 한국 전통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학습공간, 푸른 빛으로 둘러싸인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 ●은은한 차 향기에 취해 1층 박물관에는 차와 관련된 세계의 역사, 공정과정, 삼국시대 토기잔과 상감기법으로 만든 고려잔 등 우리 찻잔 12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2층 오’전망대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서광다원의 차밭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야외에는 방사탑, 물허벅 등 제주 전통 문화유산을 보기좋게 전시해 놓아 제주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설록의 길’이라는 운치있는 산책로를 마련해놓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코스로도 딱이다. 다점에서는 연녹색의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쿠키, 녹차초콜릿 등과 다양한 선물용 녹차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광활한 녹차 밭을 바라보며 먹는 2500원짜리 시원한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별미다. 먹는 것을 뺀 입장료, 주차비, 구경값은 모두 무료다. ●찾아가는 길 서광다원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제주터미널과 서귀포터미널에서 ‘서광서리’ 가는 차량을 타면 내려서 25∼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동광’ 이정표를 따라 ‘동광검문소’까지 간 뒤 ‘설록차 전시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다.(064-794-5312·www.sulloc.co.kr) 제주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손으로 우려내 다함께 茶茶茶 화개동천변 40리(16㎞)에는 다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무료로 차를 시음하는 것은 물론 구입할 수도 있다. 업체는 소량으로 수제차를 만드는 곳까지 합치면 200여곳에 이른다. 하동군의 연간 차 판매량이 200억원에 달하고 전국 생산량의 25%가 하동에서 난다. 그렇지만 손으로 직접 따 덖어내는 고급 차인 우전과 세작이 대부분이다. 천변에 있는 예쁜 목조건물인 고려다원(883-5007)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차밭 전경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원장 하구(40)씨는 다산, 추사, 초의선사의 말을 빌여 야생차에 대해 자랑했다. 그는 ‘산다유향’(평지보다는 산지의 차가 향이 그윽하다),‘청취위성’(차의 색은 맑고 대나무 잎처럼 연녹색을 최고로 친다.),‘감윤위상’(맛이 달고, 부드러운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부초배근’(최고의 차는 손으로 덖어서 불에 말린다.) 등을 인용, 야생차의 장점을 말한다.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과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며, 찻잎이 여린 첫물에 딴 찻잎일수록 고급이다. 최고의 차는 우전으로 곡우(4월20일) 전후에 채취한 아주 어린 잎이며, 세작은 입하(5월6일) 전후에 딴 차다. 가격은 다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전이 6만∼10만원, 세작이 3만∼6만원, 중작이 2만∼3만원, 대작이 1만 5000∼2만원 정도다. 한편 하동군청은 19∼22일 3일동안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쌍계사)과 진교면 백련리 차사발 도요지 일대에서 ‘제9회 하동야생차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동안에는 각종 차를 20∼30%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차는 고온도와 습도, 산소, 광선 등의 영향에 따라 쉽게 변질되는 만큼 진공팩에 넣어 영하 5도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차는 종류와 양, 시간, 다구, 물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관(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도자기)을 사용할 경우 차를 충분히 끊인 뒤 숙우(물식힘 사발)와 찻잔에 붓는다. 이때 찻잔과 다기를 데우는 것으로 70∼80도 정도까지 식힌 뒤 250㎖의 물에 10g(5명 기준)에 식힌 물을 붓고 1∼2분 정도 우려낸 뒤 찻잔을 돌아가며 3회 정도 나누어 따른다. 특히 차는 마시는 것뿐만아니라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으로 다례를 배워두면 좋다. 특히 생활속에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 찻잎을 우렸다가 그물로 헹궈주면 농약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찻잎을 우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넣어두면 찌든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주부 습진과 무좀을 차로 해결할 수 있는데 찻잎으로 손을 씻으면 손에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놀랄 정도로 부드럽다. 하동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들에게 물어봐] SBS 새드라마 ‘패션70s’

    [★들에게 물어봐] SBS 새드라마 ‘패션70s’

    신세대 ‘불량’을 복고풍 ‘빠’으로 잇는다. SBS TV가 광복 60주년 기획으로 1970년대 한국 패션계를 담은 월화드라마 ‘패션 70s’(연출 이재규·극본 정성희·제작 김종학프로덕션)를 23일부터 내보낸다. 폭발적인 인기 속에 막을 내린 ‘불량 주부’의 후속이다. 어떤 드라마일까. ●패션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한국 전쟁부터 출발하는 이 드라마는 70년대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두 여인의 삶과 사랑을 장대한 스케일로 담아낸다. 한국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져 오스트리아에서 성장한 천재형 디자이너 더미와 별 볼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잣집 양녀로 자라나며 패션감각을 익히는 수재형 고준희가 주인공.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라이벌 구도를 따와 흥미진진하고 화려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는 최경자씨 등 실존 인물의 삶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요원 vs 김민정 결혼과 출산 등으로 연기 활동을 접었던 이요원이 2년여만에 돌아왔다. 김종학프로덕션에서 만들었던 대하사극 ‘대망’ 이후 처음이다. 올여름에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로 스크린에서도 팬들과 만나게 된다. 더미역을 맡은 이요원은 “예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카메라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MBC ‘아일랜드’의 김민정이 라이벌 준희로 나온다. 독특한 화법과 캐릭터를 지닌 에로배우로 인기를 끌었던 잔상을 털어버리겠다는 각오. 최근 드라마 캐스팅 가운데 최고의 황금 라인업을 짠 셈이다. 이들 두 주인공의 일과 사랑이 대통령 보좌관 김동영(주진모)과 다이버 장빈(천정명)dp 얽혀지au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폐인’ 또 탄생하나 특히 이 드라마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재규 프로듀서의 작품이기 때문. 지난해 ‘다모’를 통해 종래 TV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하며 골수팬들을 양산했다. 그가 ‘연타석 홈런’을 칠지 자못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 때 그 시절의 맛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 20억여원을 들여 오픈세트도 세웠다. 특히 미술적인 면에 세세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 PD는 “다시 시대극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기존 영상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신(新)TV는 사랑을 싣고(KBS1 오후 7시30분) 어린 시절, 아버지와 헤어진 뒤 재혼한 어머니. 당시 어린 수길씨는 말썽만 피웠고, 결국 어머니 곁을 떠나 나쁜 길로 빠져들었다. 그 후 어머니는 집을 떠나게 되고, 그렇게 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산지 어언 6년. 수길씨는 어머니를 찾아 지난날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데….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연예계의 지존들이 펼치는 깜짝 러브스토리를 공개한다. 내 남자친구는 연애박사라고 놀라운 발언을 늘어놓은 오윤아, 친한 친구 최정윤의 바람둥이 남자 친구를 소개받은 박진희의 반응,6살 연하의 남자 친구를 공개한 채연의 고백 등을 만날 수 있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식인상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호주의 ‘상어 관광’에 대한 찬반 논란을 짚는다. 주민들은 관광산업으로 돈을 벌어 성공적이라지만 상어가 사람과 먹이를 혼동하게 된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상어관광이 원인을 제공해 상어에 희생되는 사람이 생긴다고도 믿는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고민했음직한 상황이다. 아이의 흥미를 알았다면 어떻게 도와야 하고 흥미 계발은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본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정심은 한달 가까이 자신을 속인 노 소장에게 냉랭하게 대한다. 정심은 신혼부부에게는 노 소장의 퇴직을 내색하지 말라고 식구들에게 말한다. 신혼여행을 마친 시완과 성란이 행복한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선다. 식사를 마치고 성란은 정심과 노 소장에게 자신이 생활비를 책임지겠다고 제안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유치원 대신 연기학원을 선택한 원경이 엄마. 희귀병 환자라서 가끔은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엄마는 원경이가 가진 단 하나의 꿈을 키워주고 싶다. 병원에 가는 원경이와 엄마.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해 줘야만 원경이의 세상나들이가 허락되기 때문이다.
  • [책꽂이]

    ●동시성의 과학(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나타나는 동조현상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 수많은 반딧불이가 동시에 깜빡이는 이유, 태양계 행성들의 방전 이유 등 다양한 현상들을 통해 동조현상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1만8900원. ●문화와 제국주의(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우리가 아는 서양문화란 대체로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된 제국주의적 문화란 비판을 담았다. 서양이 동양을 한편으론 미개하게, 다른 한편으론 신비롭게 보아, 결국 타자화함으로써 식민주의를 정당화한다는 문화적 담론을 풀어낸다.3만2000원. ●한자, 백가지 이야기(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심경호 옮김, 황소자리 펴냄) 한자의 형성과 변천 과정, 구성 원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고대인의 상징적인 사유체계를 설명한 한자 입문서. 한자의 기본자들이 만들어지고, 작은 부분들이 서로 합쳐져 복잡한 의미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2만3000원. ●넬슨(앤드루 램버트 지음, 박아람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넬슨의 평전.200여년 전 영국함대의 제독이었던 넬슨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전력의 열세를 딛고 나폴레옹의 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이후 100여년간 영국이 세계의 바다를 지배케한 동력이 됐다.1만9800원. ●니체평전(강대석 지음, 한얼미디어 펴냄) 평생을 통해 기존의 질서와 투쟁한 철학자 니체의 삶과 사상을 담았다.‘신성’과 ’사악’,‘삶을 사랑한 철학자’와 ’삶을 증오한 철학자’ 등 엇갈린 평가와 함께 수많은 해석을 낳은 니체가 오늘에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모색해본다.1만8000원. ●참선일기(김홍근 지음, 교양인 펴냄) 불교신자가 아닌 지은이가 일상의 표피적 세계 이면에 있는 근본적 실체를 찾아 나선 100일간의 참선일기.‘나’의 껍질을 벗고 본래의 나를 만나면서, 실제적으로 삶에 밀착하여 존재의 소중함과 생활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1만원.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2(한국역사연구회 지음, 청년사 펴냄) ‘그땐 어땠을까’란 궁금증을 바탕으로 백성들의 삶과 밀착된 내용을 담은 조선시대 역사서. 중요 역사적 사건이나 시대구분, 왕조 등으로 짜여진 기존의 역사책과 달리 조선시대 일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각권 1만3500원. ●로마의 축제일(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한길사 펴냄) 아우구스투스 시대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축제일과 역사적 기념일을 중심으로 월별로 상세히 기록했다. 별자리에 얽힌 신화와 전설도 흥미롭게 풀어냈다.2만2000원.
  • [길섶에서] 장점 찾기/육철수 논설위원

    목표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치밀하게 사전계획을 세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살아 남는다…. 무슨 군사작전 같기도 하고, 영업사원의 판매전략 같기도 하지만 천만의 말씀. 도둑한테 배울 점이란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K씨가 어느 라디오 방송에 기고한 글의 일부인데, 혼자 웃고 그냥 넘기기엔 아깝다. 아이의 선생님이 하루는 ‘도둑에게 배울점 10가지 알아오기’를 숙제로 냈다고 한다.K씨는 학교생활에 별로 흥미를 못 붙이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 새 선생님을 만나고부터는 활기를 찾았기에 아들과 머리를 맞대고 도둑의 장점을 열심히 찾았단다.‘대도(大盜)는 유사시 적의 비밀을 빼올 수 있다’ ‘경찰·교도관·검사, 두부가게 주인을 먹여살린다’…. 찾아보니 도둑한테도 훔치는 일과 나쁜 마음을 빼놓고는 배울 점이 제법 있어 놀랐단다. 선생님이 이런 숙제를 낸 것은 어릴 때부터 남의 장점을 찾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함이었고, 발표시간엔 학급 아이들 모두가 즐거워하면서 소중한 가르침을 가슴마다에 새겼을 터이다. 뻔히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어른들이다. 미운 사람,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보지 못하는 건 아이들보다 못한 탓이 아닐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우리동네 문화마당] 뮤지컬열전

    [우리동네 문화마당] 뮤지컬열전

    이번 호부터 서울인에는 문화의 향기가 담겨 배달됩니다. 서울신문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는 ‘2005서울시민문화한마당’에 대한 칼럼 ‘우리동네 문화 한마당’을 13일부터 연재합니다.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씨, 배우 박정자씨, 서울문화재단대표 유인촌씨 등 유명 예술인들이 직접 행사에 대한 글을 쓸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호응을 부탁드립니다. ●뮤지컬열전 15일 오후 7시∼8시 30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연습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들어왔다.TV에서는 ‘2005하이서울페스티벌 뮤지컬 갈라쇼!’가 방송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 공연 관계로 출연하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쉬었다. 나는 출연하지 못했지만 남편(뮤지컬배우 주원성)이 출연했기에 공연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남편은 나를 약 올리듯이 TV를 보며 서울광장의 함성과 흥분을 마치 축구 해설가처럼 설명해 주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광장까지 가서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먼 거리를 가기엔 부담스럽다. 이런 우리부부의 마음과 같은 분들께는 희소식이 있다. 바로 ‘2005서울시민문화한마당’이다. 이 행사는 서울시내 곳곳의 공원과 광장에서 열린다. 게다가 어린아이에서 어른까지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으니 부담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첫 시작은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열전’이다. 공연 때문에 함께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주전자(우리부부 팬클럽) 식구들과 많은 뮤지컬 팬들, 그리고 주변에 사는 시민들께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뮤지컬 열전’은 여러 뮤지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선 흥미로운 것은 뮤지컬 ‘더 플레이 X‘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뮤지컬 ‘더 플레이 X’는 15만명 이상이 관람한 창작뮤지컬의 수작이다.2002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5개 부문(작품, 극작, 남우주연, 여우조연, 남우조연)을 수상했다. 지금도 역시 공연중인 ‘더 플레이 X’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기대되는 일이다. 특히 인기댄스그룹 태사자의 김영민, 여성댄스그룹 LUV의 조은별이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여 이번 축제에 함께한다. 후배들의 열정이 열광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뮤지컬 열전’은 그밖에도 익숙한 뮤지컬 노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레미제라블’,‘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돈키호테’ 등 멋진 음악들을 조승룡, 최재웅, 김희원 등 뮤지컬 배우들이 들려준다고 한다. 또한 뮤지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탭댄스 공연도 펼쳐지니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 계획을 잡아보는 것이 어떨까? 뮤지컬배우 주원성·전수경부부
  • [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자/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우리나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물을 것도 없이 자녀의 진학문제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병폐 중 하나가, 학벌지상주의라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거의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느 분야에서든 자녀가 1등이 되기를 바라는 ‘신념’은 최근 내신 반영비율 강화로 부정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1등을 위해 발버둥치다가 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이 잇따르는 것은 성적제일주의의 교육사회가 낳은 기형적인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자녀가 대학을 진학하는 시기는 부모의 중년기와 맞물린다. 그리하여 대학진학은 부모의 인생을 중간평가하는 객관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녀가 일류대학에 입학하면 부모로서는 영광이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며, 자녀가 하위권 대학에 입학하거나 아예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풀 죽어 있어야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자녀의 장래를 염려하는 부모라면 아이의 관점에 서서 최소한 10년 후의 인생을 그려볼 줄 알아야 한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배제된 명문대학 입학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것은 자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몸에 맞지 않는, 당장이라도 벗어던지고 싶은 재킷을 걸쳐 입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자녀의 적성과 흥미가 철저히 배제된 진학은 언젠가는 삶의 본질을 빗나가게 하는 걸림돌이 되어 다양한 부정적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위주의 진로결정이 아닌, 수능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교육제도의 불합리와 명문대학을 강요하는 부모의 기대는 가치관의 위협으로 여겨진다. 로봇과 같은 삶은 경쟁적이고 기계적인 생활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에서 정체감의 혼란을 초래한다. 삶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상실하고, 주변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데 따른 심리적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여 최후의 현실도피를 선택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의 기준을 높이기보다, 이제는 더 이상의 어떤 가치조차 발휘할 수 없다고 하는 자기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체할 만한 자신감을 높여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사람들의 지나친 기대를 줄여주는 대신, 자기가 가장 즐거워하며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선택의 비상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자녀의 성격이나 능력은 어느 누구보다도 부모가 더 잘 알고 있다. 직업이 요구하는 직업적인 성격이 있듯이, 자녀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한 하고 싶어하는 능력에 맞는 그 일은 자녀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죽어도 일등인 사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뻐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한 우리 모두의 교육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명예논설위원
  • ‘부활’서 첫 주연 맡은 엄태웅

    ‘부활’서 첫 주연 맡은 엄태웅

    ‘멋진 악당’ 엄태웅(31)은 속된 말로 요즘 완전히 떴다. 하지만 뜨기 전이나 이후나 변함이 없다. 늘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는 생각뿐이다. 인기를 얻자 각종 섭외가 밀려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우쭐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지냈다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그동안 ‘놀 만큼 놀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어요.” KBS드라마 ‘쾌걸 춘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변학도 역으로 주인공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엄태웅이 마침내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해신’의 후속으로 새달 1일부터 방영되는 KBS 2TV 수목드라마 ‘부활’(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전창근)을 통해서다. 첫 ‘타이틀 롤’의 기쁨도 있지만, 주연의 몫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 조연일 때는 주인공의 연기를 거들어 주면 됐으나, 이제는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각 다른 캐릭터와 운명을 지닌 쌍둥이 형제 서하은과 유신혁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야 한다. 두렵기보다는 ‘한 판 붙어보자.’는 에너지가 엄태웅에게서 뿜어져 나온다.“밑천이 다 드러나면 어쩌나 걱정도 들어요. 하지만 어떻게 해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들어야지요.”촬영에 들어간 뒤 성격이 불 같은 박찬홍 프로듀서에게 많이 깨지고, 또 많이 배우고 있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쾌걸 춘향’을 끝내고는 두 달 정도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담배도 끊어 보고, 좋아하는 자전거도 원 없이 타보고. 친한 친구가 군대 가면서 맡긴 복서 ‘찬’을 벗 삼아 자주 산에 올랐다.“예전보다 건강해진 탓인지 얼굴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네요.” 자신이 자랑하고 싶은 매력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겉하고 속이 다르다.”는 특이한 답을 던졌다.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이나 외모를 볼 때, 주변에서 ‘싸나이’로만 여기지만 내면으로는 감수성이 넘쳐나는 부드러운 남자란다.“위로 누나만 셋인 딸 부잣집에서 자라서 그런가 봐요.”라며 허허 웃는다. 촬영을 마치고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며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거침없는 도약을 하고 있는 엄태웅이 연기 생활에서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일까. “한순간 번뜩이다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길게 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연기라는 직업과 개인의 삶도 행복하게 꾸려 가고 있는 대선배 안성기를 닮고 싶어한다. 실미도를 찍을 당시 안성기가 자신을 가리키며 강우석 감독에게 “얘, 진짜 배우가 될 것 같지 않니?”라고 한마디 던졌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최민식도 꼽았다.“최민식 선배님은 치밀하게 계산을 해서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연기를 하지만, 오히려 사람 냄새가 배어나서 좋아요.”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영화와 TV 드라마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들까. 그는 “영화나 TV, 주연과 조연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라며 말을 꺼낸 뒤 “드라마는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는 긴 호흡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인다. 언젠가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정통 멜로물에서부터 ‘일급살인’에서 케빈 베이컨이 분했던 사형수 같은 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기도 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빌라도역을 했다는데, 혹시 누나 엄정화-영화 ‘오로라 공주’를 찍고 있어 서로 얼굴 보기 힘들다고 한다-를 닮아 음악에 도전하고 싶지는 않을까.“술 한 잔 걸치고 기분 좋을 때 악쓰며 노래하는 정도”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도 어느 덧 결혼 적령기에 이른 것 같다.“아직은 자신 없어요. 열심히 일을 한 뒤에 생각해 보려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려고 하자, 한마디 빼먹었다고 한다.“이번 드라마가 추리 기법에 멜로도 있고, 상당히 복잡하거든요. 그래도 한번 보시면 눈을 떼지 못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라고 첫 주연작에 대한 자신감을 전했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부활’은 어떤 드라마 24부작 드라마 ‘부활’은 한 남자의 복수담을 흥미진진한 추리와 지고지순한 멜로를 씨줄날줄로 엮어 간다. 주인공 서하은(엄태웅)은 7살 때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곡절 끝에 가족과 헤어져 노름꾼 서재수(강신일)의 집에서 키워진 강력계 형사. 그는 관내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을 수사하다가 쌍둥이 동생이자 건설업체 2인자인 유신혁(엄태웅)과 20년 만에 감격적인 해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은을 쫓던 무리는 신혁을 하은으로 잘못 알고 살해하게 된다. 하은은 자신을 버리고 동생으로 ‘부활’, 복수를 감행한다. 형제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미스터리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엄태웅은 4부까지 털털하고 다혈질적인 하은과 냉정하고 이지적인 신혁을 나누어 맡다가, 신혁의 죽음 이후 동생의 얼굴 속에 하은을 감춘 ‘야누스’의 모습을 이어간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첼시, 리그 최다승·최고승점 신기록

    50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 오른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최다승-최고승점’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첼시는 11일 펼쳐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37차전 경기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첼시는 올 시즌 1경기를 남기고 29승7무1패(승점 94)를 기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99∼2000시즌 세웠던 28승 우승과 93∼94시즌(당시 42경기) 달성한 시즌 승점 92점의 기록을 경신했다. 또 올 시즌 단 14골만 실점하고 있는 첼시는 이번 주말 뉴캐슬과 치를 시즌 최종전에서 2골 이상을 허용하지 않으면 78∼79시즌(당시 42경기) 리버풀이 세운 시즌 최저실점(16골)마저 깨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기록 달성을 위한 노력이 큰 자극제가 됐다.”면서 “부담없는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 오는 20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K-리그 챔피언 수원 삼성과 친선경기를 갖는 첼시는 17일 입국한다. 이번 친선경기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첼시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공식 클럽후원 계약을 맺은 뒤 성사됐다. 올해 창단 100주년을 맞는 첼시는 세계 클럽 랭킹에서도 7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팀으로, 올 시즌 전관왕을 노리는 수원 삼성과 흥미로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안양 ‘석수시장’ 예술공간으로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석수시장이 오는 14일부터 6월15일까지 33일간 활기넘치는 예술공간으로 변모한다. 보충문화대리공간 스톤앤워터(Stone & Water)는 10일 석수시장 내 비어 있는 가게들을 활용, 보충문화대리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석수시장 프로젝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안양지역에서 활동하는 50여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시장을 거대한 예술시장, 상상의 미술관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하게된다. 삼성산 일대를 그린 ‘안양진경(安養眞景)프로젝트’, 토요일마다 다양한 예술이벤트가 펼쳐지는 ‘차(茶)-da방 프로젝트’, 독립영화, 수묵애니메이션,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동네극장 오픈프로젝트’ 등이 마련된다. 또 어린이에게 꿈을 전하는 ‘달팽이공부방 프로젝트’, 석수동의 기념비적 작품이 설치되는 ‘동네갤러리 오픈프로젝트 갤러리 석수(石手)’, 석수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장 ‘아카이브 프로젝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계원대 매체예술과 학생들이 선보이는 ‘상상의 미술관’도 꾸며진다. 이명훈 총감독은 “재래시장은 서민 경제의 장이기도 하지만 서민문화의 장소이기도 하다.”며 “우리의 재래문화, 서민문화, 지역문화의 진면목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석수시장은 예술가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장소”라고 말했다. 안양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석수시장은 3000여평 규모의 광장형 시장으로,130여개의 점포 가운데 100여개의 점포가 문을 닫는 등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031)472-2886.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라져가는 생활유물 한자리에

    의복·식기·침구·지도 등 사라져가는 생활유물들이 한자리에 전시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은 지난 1993년 서울 경복궁터로 자리를 옮긴 뒤 10여년간 수집한 유물 6만점 중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170여점을 선보이는 ‘유물수집 10년(1995∼2004)’특별전을 11일부터 개최한다. 다음달 27일까지. 민속박물관은 지난 1945년 ‘국립민족박물관’으로 설립인가된 뒤 수차례의 이름 변경과 이전을 거쳐 현재 자리까지 왔다. 그러나 경복궁 복원계획에 따라 또다시 이사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이번 특별전은 박물관이 지난 10년을 결산함과 동시에 새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특별전은 의·식·주와 사회생활·과학기술 등 5가지 주제로 나눠 분야별 대표적인 유물들을 엄선해 선보인다. 의복·장신구를 비롯, 식기·도자기·가구·침구·침선구 등과 함께 관혼상제·놀이·교통통신·천문·풍수지리 관련 다양한 유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구한말 남녀 예복이 전시돼 조선 후기와 비교해 달라진 복식을 살펴볼 수 있으며, 함경도 지역에서 사용된 ‘석간주항아리’, 혼례에 사용되던 목안보와 가마, 바둑판, 약저울 등도 흥미롭다. 이와 함께 독도가 우리 땅으로 명확히 표시돼 있는 고지도 2점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지난 1822년 제작된 ‘해좌전도’(海左全圖)에는 독도가 ‘우산(于山)도’로 표시돼 있으며, 대마도도 조선 영토에 포함된 것으로 묘사돼 있다. 또 18세기 실학자 위백규가 편찬·간행한 필사 채색본 ‘환영지 조선팔도총도’는 울릉도와 지금의 독도인 우산도를 명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상도 동남쪽에 대마도, 거제 등이 표시돼 있다. 김홍남 관장은 “전시되는 유물 모두가 대표성을 띠고 있으며, 급속히 사라져 가는 생활유물을 살펴보고 향후 유물 수집방향을 모색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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