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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드로 읽는책] 패션으로 읽는 영화

    ‘5500벌의 드레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고 카피가 아니다.1930년대 흥행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역의 비비안 리를 위해 무려 5500벌의 옷을 디자인했다는 일화를 전해 주는 말이다.18인치 허리를 더욱 조이던 레이스 업 장면, 자신의 가난을 숨기기 위해 커튼을 뜯어 만들어 입은 초록색 벨벳 드레스, 검은 상복 차림으로 레트와 춤을 추던 모습, 스칼렛의 강한 성격을 잘 드러낸 불타는 붉은 드레스, 소매 넓은 레이스 잠옷에 이르기까지 마치 의상이 또 하나의 주인공 같은 영화가 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일찍이 “패션은 하늘에도 있고 거리에도 있다.”는 말로 패션의 편재성(遍在性)을 지적한 바 있다. 영화는 그 중에서도 단연 패션의 경연장이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35) 선임연구원이 쓴 ‘패션에 쉼표를 찍다’(랜덤하우스 펴냄)는 패션이 영화에 어떻게 빛을 던져주고 날개를 달아주는가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패션이라는 코드를 통해 모두 45편의 영화를 읽어낸다. 시인이자 의사인 한 러시아 기혼 남성이 정치운동가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면서 격동의 혁명기를 보낸다는 내용의 1960년대 영화 ‘닥터 지바고’. 주제음악 ‘라라의 테마’로 더욱 유명세를 탄 이 영화는 유럽 일대에 모피 열풍을 몰고 왔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나 이브 생 로랑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은 이 영화에서 선보인 모피 패션에 영향을 받아 ‘지바고 룩’을 발표했고, 모피 트리밍(장식)과 부츠는 새삼스레 유행의 물결을 탔다. 영화가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1967년 아서 펜 감독의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의 여주인공 보니의 의상은 ‘보니 룩’이라 불리며 지금도 해마다 재해석되고 있다.패션계의 단골메뉴인 셈이다.1960년대 패션 아이콘이었던 배우 페이 더너웨이는 이 영화에서 당대를 풍미한 미니스커트에 맞서 길고 풍성한 스커트를 입고 나와 미디스커트 바람을 일으켰다. 이는 1970년대 맥시스커트로 이어져 긴치마 유행을 낳았다. ‘자아의 연장’으로서의 옷, 그 다양한 패션 속에 담긴 의미와 상징은 사뭇 오묘하기까지 하다. 국내 몇 안되는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의 글은 아주 평이하지만 패션이 지닌 다양한 표정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1만 1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다운 바이 로(MBC무비스 밤1시) ‘브로큰 플라워’로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짐 자무시 감독의 초기작.1982년 찍다 남은 자투리 필름으로 만든 ‘천국보다 낯선’ 단 한편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독립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내놓은 후속작이다. 화려하고 다채롭게 포장된 미국의 이면을 꺼칠하면서도 극도로 정제된 형식으로 담아내는 짐 자무시 감독의 손길이 그대로 살아 있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당연히 우거진 수풀이 그려지지만 감독은 아주 황량하게 보이도록 연출할 뿐 아니라, 아예 흑백으로 찍어버렸다. 또 짐 자무시다운 점은 로드무비 성격. 항상 경계선 언저리에서 불안하게 떠다니는 사람들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 감독답다. 영화는 루이지애나 감옥에서 두 남자가 만나면서 시작된다. 이 둘은 그다지 썩 사이가 좋지 않다. 둘 다 모함받아 억울하게 감옥에 온데다 이름까지 똑같다. 한 명은 잭(Jack), 또 다른 한 명은 잭(Zack). 이 때 진짜 살인을 저지른 괴짜 이탈리아 사람 로베르토가 나타나면서 둘의 인생은 바뀐다. 탈옥을 모의하게 되고 그래서 마침내 성공한다. 다 따로 놀 것만 같던 두명의 잭이 감옥에서 한데 만나 합쳐지고, 여기에 로베르토가 등장하면서 다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조다. 그런데 이들 배우들이 주고받는 내용이 흥미롭다. 두 명의 잭을 각각 연기한 존 루리와 톰 웨이트는 실제 음악가들인데, 그래서인지 연기가 투박해 보이고 때로는 썰렁한 농담까지 불사한다. 여기다 로베르토는 이제 막 수첩에 적어가며 영어를 한창 배우는 단계. 그래서 말장난이라 하기도 뭣한, 희한하고 몽환적인 대사들을 마구 쏟아낸다. 가만히 들어보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흑백톤의 영화를 유감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 참고로 이 작품으로 짐 자무시 감독은 촬영감독 로비 뮐러를 얻었다.1986년작,107분 ●키 라르고(EBS 오후 2시20분) 금주법과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고전 갱스터 영화. 갱스터 영화 시대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배경은 플로리다 해변의 한 섬. 쫓겨났던 갱스터가 호텔을 차지하기 위해 되돌아오고 전우의 부인을 찾아왔던 퇴역 군인은 이들에 맞서 싸운다.‘악’이란 무엇인지 눈여겨볼 만. 필름 누아르 시대 주연으로 우뚝 선 험프리 보가트의 조연 때 모습을 볼 수 있다.1948년작,100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ook Review] 건국 공간속의 외세 다시보기

    오래된 풍경 하나. 남한은 북한을, 북한은 남한을 소련과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긴다. 남북은 미국과 소련의 후원 없이는 태어날 수 없는 정부였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기만 했을까. 가르마를 타 한쪽으로 머리카락을 빗어넘기는 단정함은 머리카락의 자연스러운 숨결을 반드시 죽게 한다. 풀이과정 없이 답안만 앙상하게 남는 격이다.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창비 펴냄·이하 ‘신화’)와 ‘북조선 탄생’(서해문집 펴냄·이하 ‘탄생’)은 역사의 머릿결을 자연스럽고 입체적으로 되살려 놓은 책이다.‘신화’는 국사학자로서는 처음으로 한·미 관계를 분석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노작이다. 찰스 암스트롱 미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센터소장이 쓴 ‘탄생’은 흔히 90년대 초반 소련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부정·극복됐다는 브루스 커밍스류의 수정주의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선 ‘신화’를 관통하는 저자의 생각은 미국 자체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와 동북아 전략이라는 ‘이해관계’ 사이에서 줄타기한 국가라는 것이다. 지금 부시 정부야 주먹질이 전부인 줄 알지만, 냉전기 미국 정부는 공산진영에 대한 ‘봉쇄(Containment)전략’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군사력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를 굉장히 꼼꼼히 따졌다는 것. 흔히 말하는 ‘세계여론’에 민감했던 이유다. 그러니 자연스레 미국의 대외정책은 시기와 국면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이 유동성이 바로 한국의 자율공간이다. 한국은 과연 이 빈 공간을 잘 이용했을까. 저자는 부정적이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을 무조건 퍼주는 ‘우방’이나 언젠가는 다 먹어치울 ‘제국’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봤기 때문. 그러니 미국의 대한 정책에 잘 대응하지도 못하고, 지나온 대미 관계에서 교훈도 얻지 못한다. 세세하게는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발전이론가 로스토를 재조명한 4부와 박정희 정권 때 미국의 집요한 김종필 제거전략과 역풍을 다룬 5부가 흥미롭게 읽힌다. 역사의 숨결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탄생’은 더 많은 눈길이 간다. 저자는 북한 건국의 키워드로 ‘민족주의’와 ‘혁명’을 제시한다. 원제가 ‘북조선 혁명(The North Korean Revolution 1945-1950)’이다. 국가 성립기 북한은 가장 급격한 사회변화를, 그것도 동유럽과 비교했을 때 아주 토착적인 방식으로 추진했다는 것.‘북한의 소비에트화’가 아니라 ‘소비에트의 북한화’였고, 그 중심에는 민족주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금도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것도 소련에 의해 세워진, 소련을 아주 가져다 베낀 나라가 아니라 이런 북조선혁명의 특성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를 포갠다. 지금 북한 형편이야 어처구니없지만,1950년에는 지금의 상황을 예측이나 했겠느냐는 게 저자의 반문이다. 어쨌든 남한은 성공했으니 훌륭했고, 북한은 실패했으니 절대악이라는 희한한 논리가 학문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불온’할 수 있겠다. 번역자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이정우(‘통일한국’ 편집장)가 여기저기 ‘이 책의 논의는 전적으로 학술적인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대목은 씁쓸하기도 하다. 이미 승패가 확연히 갈린 상황에서 이런 북한연구 성과 소개마저 조심스럽게 만드는 남한의 상황은, 트라우마일까 콤플렉스일까. 각각 1만 7000원,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마이 웨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재계에서 최근 최대 ‘이슈 인물’로 떠오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시장의 공통된 평은 이렇다.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 변화를 주목했지만 그의 ‘마이 웨이’(My Way)는 여전한 것 같다.‘밖’에서 뭐라고 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외고집마저 읽힌다. 이 회장과 태광그룹을 둘러싼 악재는 도덕성과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핵폭탄’급 수준이다. 이른바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타깃으로 삼았다면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 이야기’ 파문은 자칫 이 회장에게 불똥이 떨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도 예상된다. 이 회장(지분 50%)과 아들 현준(45%)군이 대주주인 한국도서보급은 국내 경품용 상품권 발행 1위 업체다. 이 회사는 사실상 태광 계열사에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한국도서보급 등 상품권 발행업체의 금품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이 지난 수년간 사업을 확장했던 방송과 금융분야의 인수합병(M&A)과 관련된 각종 루머도 시장에 나돌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바다 이야기’와 관련해 태광은 떳떳하다.”면서 “검찰 수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 계열인 대한화섬의 지분을 취득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지 보름이 훌쩍 지났다. 태광측은 아직도 “검토와 관망”이라며 “(장하성 펀드에 대한)최종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사인 태광시스템즈가 대한화섬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말도 나돌아 도덕성 논란을 일으켰다.장하성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의 누나인 이경훈씨는 최근의 주가 급등을 활용해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과연 은둔지에서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올지, 그를 둘러싼 악재로 인해 타의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는 대목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다큐멘터리 가을 스크린 점령

    흥행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영화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감각을 자극하고 은유로 에두르는 보편적 작법을 거부하는 다큐영화는 그러나 올 가을엔 전례없이 풍성하다.9·11 테러를 그린 ‘플라이트 93’의 8일 개봉을 필두로 국내외 화제의 다큐들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괴물’의 독주에 기가 꺾인 극장가 상황을 감안한다면 개봉 자체부터 의미있는 작품들이다. #사이에서(7일 개봉)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없는 이들의 숙명이 처연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다큐멘터리. 국내외 각종 페스티벌에서 굿과 공연예술의 접목을 꾀해온 대무(大巫) 이해경을 중심으로 신(神)의 선택을 받은 대가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인다. 흔히 ‘무당’이라 불리는 이들의 사연은 기실 말초적 흥미를 자극할 소지가 적지 않다. 다큐멘터리 채널(Q채널)에서 오랫동안 다큐물을 연출했던 이창재 감독의 이번 작품에는 신과 인간 사이의 불가해한 소통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애환이 시종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용해됐다.30년간 시름시름 무병을 앓다가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야 신내림을 받고 편안해지는 50대 여인, 귀신의 장난으로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실명한 8세 사내아이, 신내림을 거부한 어머니의 대물림으로 무당의 숙명을 타고난 28세 미혼녀. 세 사람의 사연을 조미료 없이 진지한 시선으로 담아낸 화면은 범접못할 존재론적 의미와 굿 제례 자체의 미학적 가치, 괄호 밖의 삶에 던져진 인간을 향한 이해와 깊은 연민으로 충만하다. CGV용산,CGV인디영화관(강변, 상암, 인천, 부산 서면)에서 상영.15세 이상 관람가.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14일 개봉)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은 난감하고 불편하다.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의 환경운동 강연을 옮긴 스크린을 마주하는 1시간 36분은 그래서 차라리 외면하고 싶게 께름칙한 시간일지도 모른다.2000년 대선 실패 이후 정치활동을 접고 환경운동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한 앨 고어가 직접 제작한 ‘슬라이드 쇼’라는 점에 일단 주목할 만하다. 지구온난화와 그 심각성을 위트와 재치로 경고하는 전직 미국 부통령의 개인적 역량 또한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다큐멘터리. 인류의 변화된 소비행태가 야기한 이산화탄소의 증가, 이로 인해 북극 빙하가 10년을 주기로 9%씩 녹아내리고 있다는 등의 ‘영상 증언’이 고어의 육성 강연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학술지의 논문들과 통계자료를 일일이 제시하는 고어의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을 만큼 과학적 설득력이 빛난다. 전체 관람가.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14일 개봉)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의 35년 역사를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다. 영국 남서부 서머셋의 글래스톤베리는 자유와 해방의 중심이자 유토피아다.1970년 마이클 이비스가 1파운드로 주말내내 팝과 포크를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던 축제의 시작부터 이후 사회, 문화, 세계 정세에 대항하고 변화해온 글래스톤베리의 모든 것을 담았다.2000년부터 축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한 줄리안 템플 감독은 글래스톤베리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으로, 이 축제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업성에 놀아나지 않고 처음 그때의 소박하고 순수한 정신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핑크 플로이드, 데이빗 보위, 스티븐 패트릭 모리시, 라디오헤드, 비요크 등의 공연실황이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다큐. 서울 압구정 스폰지하우스 개봉.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 부엌의 진화…자연 숨쉰다

    부엌의 진화…자연 숨쉰다

    부엌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부엌에서 채소가 자라고, 음식찌꺼기는 채소의 거름으로 쓰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부엌 자체가 예술작품이라면 부엌일이 더없이 즐거울 텐데. 7일부터 10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생활디자인-부엌×키친’전에 가보면 이같은 모습이 완전히 꿈만은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우리 부엌이 변해온 진화과정과 미래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 절구로 쌀을 찧고, 키질을 하고,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밥상을 들고 방으로 오르내리던 부엌의 모습이 일부 재현되고, 이후 서구화로 급속히 도입된 입식부엌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재래식에서 입식부엌으로 바뀐 시기는 급속한 서구화와 함께 한국적 정체성이 혼란을 겪던 과도기적 시기. 그래선지 전시에선 예전의 부엌이 오히려 자연친화적이었고 한국적 정체성 또한 강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특히 국내외 디자이너와 작가 12명이 설계한 미래의 부엌은 매우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될 듯하다. 일본 작가 하시모토 유키오의 작품 ‘미니멈 키친’은 어디서나 펼쳐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키친. 단순한 가구 같지만 열면 주방이 되고, 일부만 열어서 보면 예술작품의 오브제 같기도 하다. 친환경 스타일 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 ‘재배부엌’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부엌에서 직접 신선한 채소를 기를 수 있고, 아이들은 매일매일 생태계를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부엌을 지향한다. 이밖에 최소한의 공간에서 간단한 요리를 만들기 위한 ‘식탁부엌’, 조리도구들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부엌에 사는 작은 생물로서 모두의 얼굴에 미소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작된 ‘KOOK’, 보통은 패스트푸드를 먹지만 가끔은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미니 부엌 ‘양동이를 내려라’, 화분의 물높이만 보기만 해도 식물이 목이 마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플라워 파워’ 등도 흥미로운 작품이다.(02)580-1498.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가고일의 매직 배틀’ 국내첫선

    ‘가고일의 매직 배틀’ 국내첫선

    # 짜릿한 마법사의 대결 가을 축제와 함께 새로운 놀이기구인 ‘가고일의 매직배틀’을 선보인다. 움직이는 집과 바이킹을 결합한 형태. 어두운 실내에서 영상과 각종 첨단 장치로 스릴을 느끼게 하는 일종의 다크라이더로 우리나라에선 처음 선보이는 놀이기구이다. 중세 유럽의 한 마법학교에서 최고 자리를 놓고 다투던 두 마법사가 석상으로 변한 뒤 다시 대결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높이 13m, 폭 41m,250평 규모의 마법학교 안에 시계추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탑승시설에 사람들이 앉는다. 앞뒤로 진자 운동하고 건물의 벽, 천장, 바닥 등은 빙글빙글 회전 운동을 하며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마법사들의 흥미진진한 대결에 따라 현장감 넘치는 음향 효과는 물론 의자가 흔들리고 갑자기 다리 밑으로 무엇인가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에 다들 ‘끼∼악’하는 비명을 지른다. 또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갑자기 목·다리 뒤에서 쏘아지는 강한 바람에 ‘으∼악’소리가 절로 나온다.‘에어 샷’ 의자 등받이가 가라앉거나 심하게 진동하는 ‘콜랩스 효과’ 등 다양한 특수 효과에 마법사들의 대결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또한 탑승객들이 마법의 주문인 “호리 호리 호로롱 팡팡”하고 외쳐야 교실 문이 열리는 등 직접 참여하는 재미를 더했다. 마법학교는 전설을 듣고 주문을 외우며 선악의 마법사가 깨어나는 이야기를 보여 주는 ‘프리 쇼’, 두 마법사가 대결을 펼치는 ‘메인쇼’, 모든 것이 뒤집어진 상태에서 마법의 여운을 남기는 ‘포스트 쇼’ 등 크게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탑승시간 3분30초, 한번에 52명까지 탑승한다. 키 110㎝ 이상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 우리 아이 ‘다중지능’ 가이드

    우리 아이 ‘다중지능’ 가이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자녀 고민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잘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다중지능(MI)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8개 지능별로 강점과 약점이 다 있다. 부모가 모르는 아이만의 강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 교육학과 도덕심리연구실의 도움을 받아 다중지능을 이용한 진로지도 방법을 소개한다. ■ 다중지능 활용 진로지도 이렇게 다중지능 이론과 검사 결과를 활용하면 자녀의 진로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의 다중지능 프로필을 파악, 이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시키면 잘못된 진로선택에 따른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다중지능 검사를 해보면 나이대별로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이를 먹을수록 8가지 지능의 프로필이 달라지고, 높은 지능과 낮은 지능간의 차이도 커진다. 성별에서도 신체운동·논리수학·공간지능 등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보인 반면, 음악·언어·인간친화·자기성찰지능에서는 여학생이 높은 점수를 나타낸다. ●초등학생 때 자아성장 큰 발전 초등학생 때는 8개의 지능이 고르게 평균 이상으로 나타난다. 남학생은 논리수학지능에서, 여학생은 음악지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남녀 모두 자기성찰지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 시기에 자아성장에 큰 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등학교 때는 8가지 지능을 골고루 자극할 수 있는 교육이 좋다. 이 때는 각 지능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시기이므로 다방면의 교육을 통해 아이 지능을 파악해야 한다.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몇몇 지능은 계발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강점을 보인다면 신중히 고려해 그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생의 다중지능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능력이 유동적이고, 어떤 환경과 경험 기회를 주느냐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강점 지능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약점 지능은 관심과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경험 기회를 제공해서 각 지능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저학년 시기에는 자신의 흥미와 능력에 상관없이 다양하고 폭넓은 진로 성향을 보인다. 이때는 일찌감치 다양한 직업 관련 정보를 주고, 진로 인식을 향상시켜 줄 필요가 있다. 반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진로에 대한 확신은 줄어들고, 진로를 준비해야겠다는 의식은 높아진다. 진로선택에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선택의 기회를 폭넓게 준 뒤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 먹을수록 지능간 차이 커져 중학생이 되면 그래프의 평균이 조금 내려가면서 개인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친구들과 교류가 늘면서 남녀 모두 인간친화지능이 높다.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게 된다. 또 원하는 진로와 강점 지능이 일치하지 않아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는 좀더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고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한의사도 되고 싶고, 피아니스트도 되고 싶어하는 학생은 예술계 고교보다는 인문계 고교로 진학시켜 좀더 고민할 기회를 줘야 한다. 고등학교 시기는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이뤄지는 시기다. 그러나 이 때까지 자신의 강점 지능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강점 지능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다. 강점 지능을 파악한 뒤에는 대학 학과를 선택하면서 선호하는 직업군을 고려해 학과를 고르도록 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도움말 : 서울대 교육학과 도덕심리연구실 ■ 다중지능 검사 받으려면 현재 표준화된 다중지능검사는 ㈜대교의 한국교육평가센터에서 운영하는 심리검사진단 사이트(clinic.edupia.com)와 다중지능연구소(multiiq.com)에서 받을 수 있다. 다중지능연구소는 6∼7세의 유아 검사만 실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또는 전화(02-704-6615)로 신청하면 전문 교사가 집으로 방문해 그림카드와 도구, 음악 등을 활용한 일대일 수행평가 검사를 해준다. 시간은 20∼40분. 상담까지 해주는 1인당 검사 비용은 5만원이다. 연구소는 다음달 초등학생용 검사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교의 심리검사진단 사이트에서도 ‘MI적성진로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상은 만5세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다. 검사비는 온라인에서 신청과 검사,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검사는 1만원, 검사지를 집으로 보내 작성하도록 하고 이를 분석해 결과를 우편으로 보내주는 오프라인 검사는 1만 5000원이다. 내년 초쯤 성인용 검사도 출시할 예정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다중지능이란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MI)은 미국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만든 이론이다. 인간의 지능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으로, 기존 지능지수(IQ)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는 인간의 지능이 언어·논리수학·음악·공간·신체운동·인간친화·자기성찰·자연친화 지능 등 모두 8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각 지능은 두뇌의 각각 다른 영역을 차지하며 동등하고 독립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상호보완 작용을 하면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다. 다중지능 이론을 활용하면 기존의 지능지수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능력을 인정해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계발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발표는 잘 못하지만 어려운 수학 문제는 척척 푸는 아이나, 축구나 야구 등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은 잘하지만 노래나 악기를 다루는 데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 예전에는 IQ에 따라 아이의 지능을 한 가지로만 판단했다. 그러나 다중지능으로 보면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아이는 논리수학지능이 뛰어난 반면 언어지능은 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축구나 야구를 잘하는 아이는 신체운동지능은 뛰어난 반면 음악지능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의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중지능 이론은 부모와 교사에게 아이의 한 가지 면만 보지 말고 다양한 능력의 강·약점을 인정해 강점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약점은 보완하도록 돕는 역할을 강조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다중지능도 노력하면 높아져요 다중지능 이론에서는 개인의 노력을 통해 특정 지능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각각의 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언어지능 생각, 정서 등을 글과 말로 표현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극 대본이나 시를 큰 소리로 읽거나, 책이나 신문에 나오는 얘기를 일기나 수필로 재구성해 본다. 단어의 뜻과 어원, 유래 등에 관심을 갖거나, 발표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부모가 정기적으로 동화를 지어내 자녀에게 구연하는 것도 좋다. ●공간지능 장소와 건물 등 사물과 인물을 연상해 기억하는 습관을 들인다. 정보를 그림이나 도표, 다이어그램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보고서 등의 문서를 최대한 시각적으로 표현해 본다. 집안 가구배치를 할 때 그림을 그려 계획을 세워보고, 평소 그림·조각전시회를 찾아 심미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까다로운 공간 퍼즐에 취미를 붙인다. ●논리수학지능 생활 속에서 돈 계산 등 셈을 귀찮아하지 말고 직접 해본다. 과학적 원리를 쉽게 풀이한 신문 기사를 즐겨 읽는다. 정보와 자료 등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작업을 해본다. 기계나 장치 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원리를 유심히 따져본다. 추리소설 등을 읽을 때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본다. ●신체운동지능 다소 복잡한 동작과 기술을 요하는 레저스포츠를 익힌다. 춤이나 스포츠 종목에서 구분 동작을 하나하나 떠올려 실행한다. 스트레칭 습관을 들이고, 자신만의 동작을 창안해 본다. 육체노동에서 어떻게 하면 동작과 동선이 효과적일지 관찰하고 개선안을 만들어 본다. 텔레비전을 볼 때 연예인이나 피트니스 전문가의 동작을 따라해 본다. ●음악지능 사건이나 인물, 감정, 추억 등을 음악과 연관시켜 기억한다. 쉽고 대중적인 악기 하나를 골라 연주법을 익힌다. 악보를 보며 노래하거나 음악감상 취미를 가진다. 음악과 동작이 결합된 형태의 운동을 배워보거나 노래나 악기연주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한다. ●인간친화지능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를 기른다.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또래집단이나 학교에서 상대방이 편하게 느끼도록 배려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 ●자기성찰지능 자기계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 여부를 점검한다. 매일 일기를 쓰거나 정리, 반성해 본다. 자신의 진로계획을 세우거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알아보는 심리검사를 해본다.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떠올려 대안을 생각해 본다. ●자연친화지능 산에 오르거나 특이한 자연현상이 있는 곳에 가서 경험을 기록해 본다. 꽃이나 나무, 애완동물 등을 기르며 세세한 관심을 가진다. 자연다큐멘터리나 자연과 환경에 관한 책과 자료를 가까이 한다. ■ 출처:지력혁명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 저)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순찬 전쟁’ 독하게 하네

    ‘순찬 전쟁’ 독하게 하네

    소주 광고가 뜨겁다. 소주업계의 양대축 진로와 두산주류BG가 ‘참이슬 후레쉬’와 ‘처음처럼’을 각각 앞세운 광고전이 아슬아슬할 정도로 치열하다. 두 회사는 지난 2월 20도짜리의 ‘순한 소주’ 논쟁, 지난 6월 동갑내기 모델 남상미(진로)와 이영아(두산)씨를 내세운 광고전 이후 다시 맞붙은 셈이다. 이번에는 시장 1위 업체 진로가 참이슬을 개량한 알코올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내면서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진로의 점유율이 55.4%였으나 52.9%로 떨어지면서 위기의식이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이슬 후레쉬의 선제공격은 처음처럼의 만만찮은 기세에서 비롯됐다. 처음처럼은 출시 6개월 만에 전국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서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의 점유율은 15.6%다. 이에 진로가 신제품 출시 6개월만에 알코올 도수를 0.3도 낮춘 신제품을 내놓으며 맞받아쳤다. 참이슬 후레쉬가 ‘알카리수(水)’를 들고 나옴에 따라 이미 알카리 소주를 선점한 처음처럼과의 불가피한 대결 국면이 형성됐다. 진로는 지난달 21일 19.8도의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면서 “어떤 소주가 당신을 위한 소주입니까?”라는 비교 광고로 처음처럼에 직격탄을 날렸다. 진로는 광고에서 “참이슬은 천연 대나무숯으로 정제한 소주인데 반해 처음처럼은 전기분해 방식으로 만든 소주”라면서 “참이슬이 더 우수한 소주”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26일 나온 2차 비교광고에서 진로는 “참이슬은 알칼리 소주”라며 알칼리 논쟁에 불을 댕겼다. 광고에서 ‘죽탄(대나무숯)을 이용한 주류의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내용을 광고 문구로 표현하면서 ‘알칼리 소주’의 비법이라고 전했다. 진로의 2차례 비교광고로 폭격을 맞은 두산이 최근 반격에 나섰다. 두산은 “따라오려면 제대로 따라오라!”는 제목의 광고로 강도높게 반격했다. 두산은 광고에서 “‘알카리수’가 아니라 ‘알카리 환원수’라며 ‘죽탄을 이용한 특허로는 물을 네 번이 아니라 백 번을 걸러도 알카리 환원수를 만들 수 없고 처음처럼의 흉내만 내는 짝퉁이 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알카리 소주의 제조비법인 알카리 환원 공법의 특허내용과 특허번호를 공개하면서 자사 공법의 차별성과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처음처럼의 부드러운 맛은 단순히 도수가 아니라 알칼리 환원수의 작은 물입자 때문이라는 점까지 설명하는 등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번 광고전쟁을 주류업계뿐만 아니라 광고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는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 전달이라는 취지에서 ‘비교광고’가 2001년 9월 허용됐다. 그러나 종종 비방이냐 비교냐는 미묘한 공방거리를 낳았다. 두 회사의 광고전이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소주시장을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폭 800m 한강 외줄타고 건넌다

    서울 한강에서 ‘세계 외줄타기 대회’가 개최된다. 서울시는 3일 내년 개최를 목표로 기네스북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는 한강 도하 800m 외줄타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를 문화·관공도시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기존 최장기록 400m… 성공땐 기네스북에 서울시 관계자는 “기네스북 외줄타기 최장 기록은 400m여서 800m의 한강에서 외줄을 성공적으로 타면 기네스북 기록감”이라면서 “외줄타기가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토목 전문가와 영화 ‘왕의 남자’에 출연한 외줄타기 명장 권원태씨 등과 한강에 외줄을 설치하는 방법 등 기술적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왕의 남자´ 권원태씨등 세계명인 40∼50명 시는 세계적인 외줄타기 명인은 40∼50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두 팔이나 장대 부채 등 도구를 이용해 균형을 잡는다. 명인마다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면 보다 다채로운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일본 니혼TV 주최로 미국 플로리다와 경기도 안성에서 세계줄타기대회가 개최됐지만 정기 대회는 현재 없다. 지난해에는 한 곡예사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를 외줄을 타고 건너 주목받았다. 시 관계자는 “외줄에 의지해 한강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아슬아슬하지만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특색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설계한 삼성물산 상무 아메드 압둘라자크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설계한 삼성물산 상무 아메드 압둘라자크 씨

    인간이 하늘을 향해 벽돌을 쌓으면 얼마만큼 올라갈까. 이집트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사람은 시간을 두려워하고 시간은 피라미드를 두려워한다.’ 4600년 전의 일이다. 고대 이집트인 10만명이 3개월 교대로 20년 동안 돌을 쌓았다. 훗날 역사가들이 헤아려 보니 2.5t에서 10t 무게의 돌이 무려 230만개나 쌓아올려졌다는 것을 알았다. 높이가 오늘날 42층 건물과 비슷한 146m에 이르렀고, 넓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축구장 10개 크기였다. 이는 수천년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의 손으로 빚은 세계 최고이자 최대의 석조 건물로 인정되고 있다. 현대인을 뺨치는 건축공법 등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전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현대 최첨단 기술과 이슬람건축 접목 시계바늘을 2008년 12월로 돌린다. 중동지역에 피라미드 이후 최고 높이의 건물이 들어선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끝,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새로운 신화가 창조된다. 지상 160층, 높이 700m, 대지 3만 2000평, 연면적 15만평…. 얼핏 계산해도 우리나라 63빌딩보다 무려 3배에 달한다. 세계 최고층이 될 ‘버즈 두바이’(두바이의 탑)의 위용이다. ‘버즈 두바이’는 현재 60층까지의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사흘에 한 층씩 착착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다.1층부터 39층까지는 호텔,40∼108층은 아파트, 그 이상은 사무실과 전망대로 사용된다. 현대 최첨단 기술과 두바이 고유의 사막꽃 ‘블루딕’ 모양의 이슬람건축을 접목, 형상화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마천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세기의 작품’이자 인간도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물음표를 던져본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두바이는 석유로 돈을 벌여들여 불모지의 사막을 오아시스로 개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중동의 홍콩’식이다. 이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버즈 두바이’. 금세기 최고의 야심작으로 자부하는 ‘버즈 두바이’는 피라미드, 바벨탑, 사마라의 첨탑 등 끝없이 하늘로 향하는 중동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어 흥미를 끈다. 뿐만 아니라 ‘버즈 두바이’가 우리에게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8억 8000만달러에 이르는 공사 수주를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 따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12월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 30여개국의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참여한 경쟁에서 승리,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마천루가 될 ‘버즈 두바이’를 과연 누가 설계했을까. 중동계 미국인 아메드 압둘라자크(47) 삼성물산 상무가 주인공이다.‘버즈 두바이’ 수주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상하이의 진마오타워(88층), 우리나라의 타워팰리스 3차(69층) 등을 설계해 초고층계의 세계적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非) 미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토목공학회 구조설계부문 초고층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그가 어떻게, 무슨 연유로 한국에 왔을까. 지난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초고층팀 사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한국생활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미국과는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극복됐다.”고 입을 열었다.“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부터 언어문제, 생김새, 행동, 커뮤니케이션 등이 그렇다.”고 부연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며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단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제주도이며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편안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비빔밥, 바비큐, 불고기를 예로 든 뒤 고추장, 고춧가루, 매운 김치가 들어간 음식은 아직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다며 빙그레 웃는다. ●인상 깊은 여행지 ‘제주도´ 좋아하는 음식 ‘비빔밥´ 그의 가족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부인과 자녀 둘은 한국에 살고 있다. 부인은 잡지사 기자였을 만큼 글솜씨가 뛰어나 한국에 머무는 지난 2년 동안의 경험, 즉 만난 사람과 이웃들, 방문했던 곳 등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녀들은 서울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 중압감을 느낀다고 했다. 주말과 휴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비원, 한국민속촌,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음악회, 박물관 등을 찾는다고 했다. 서울 외곽을 드라이브할 때도 있고 서울국제학교 학생 부모들과의 모임에도 참석한다. 아메드 상무는 짬을 내 서울대 전임강사 자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초고층 건물 설계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학생들은 매우 영리하고 수업을 잘 따라온다. 설계의 개발단계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도전과제를 자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학생들의 기발한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면서 “다양한 기회와 실전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탁월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를 묻자 “미국에 있으면서 엘지 강남타워, 엘지 아트센터,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타워팰리스3차와 인천송도타워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낯설지가 않았고 만났던 사람들 또한 느낌이 좋았다.”고 전제했다. 삼성물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타워팰리스3차 시공 때.“당시 현장에서 한국 건설인력의 엄청난 근면성을 발견했고 또 스스로도 모든 지식을 쏟아부어 지었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아울러 삼성측이 보유한 건축응용 전자기술에 감동했다. 타워팰리스 곳곳에 전자시스템을 설치해 놓고 각종 데이터로 건물의 상태를 파악·진단하는 첨단공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람으로 치면 매일 건강검진을 받는 식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물산 이상대 CEO는 ‘신삼고초려’라고 할 만큼 아메드 상무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당시 최경렬 건축본부장 등 10여명의 관계자를 시카고에 보냈고, 스카우트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거듭 약속했다.“삼성측의 연구 및 설계에 대한 관심, 부서 관리, 전문성, 기술력 등은 매우 인상 깊었다.”면서 설계 아이디어를 시공에 결합시키는 좋은 업무환경이 한국행을 선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의 구조설계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이 초기 설계나 아이디어 창조에 대해서는 국제 설계 회사에 많이 의존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조설계 분야는 건축 평면설계, 감리, 시공을 통틀어 세계 건축업계의 핵심분야로 통한다. ●한국의 초고층 기술력·경험이 수주의 힘 그는 한국에 오기 전 마천루의 본고장이자 세계 3대 구조설계회사 중 하나인 미국 시카고의 SOM사에서 17년 동안 근무했다. 또한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일리노이 테크놀로지 인스티튜트 겸임교수로 몸담아 학자로도 명성을 얻었다. ‘버즈 두바이’ 수주역할과 관련,“SOM에서 쌓은 인맥도 도움이 됐지만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시공 제안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초고층 기술력과 경험이 중요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구조설계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을 했겠느냐고 하자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 조립하고 만드는 일을 좋아했으며 건축가가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대신했다. 아메드 상무는 어린 시절을 레바논에서 보냈다. 팔레스타인인 부모 아래 1981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베이루트에서 생활했다.“고교 시절에는 교내 축구선수까지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지만 미국으로 간 이후에는 멀리하게 됐다.”고 웃는다. 부모는 현재 시카고에 살고 있으며 가끔씩 조국을 찾는다. 친척들 대부분이 베이루트에 살았는데 얼마 전 이스라엘 폭격 이후에는 트리폴리로 이사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입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지요. 또한 가족의 일원이 된 것도 저에겐 큰 행복입니다.” 그는 이제까지 설계했던 작업들을 모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쉼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뒤를 돌아볼 기회를 갖고 자신처럼 구조설계가의 꿈을 안고 사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중동 사막의 후예 아메드.‘버즈 두바이’라는 세기의 작품으로 분명 마천루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아울러 좀더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아라비안나이트’에 새로운 얘기를 덧붙이고 있다.“처음 한국땅에 발을 디뎠을 때 마음먹은 것처럼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건축물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km@seoul.co.kr
  • “부시 총격 받고 암살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저격범의 총격을 받고 암살되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영국 TV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다음달 9일 첫 방영될 드라마는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의 암살을 그렸다는 점에서 섬뜩하다는 게 미국민의 반응이다. 문제의 장면은 부시 대통령이 시카고의 셰라턴 호텔에서 연설한 뒤 떠나려는 순간 저격범에게 총격을 받는 설정이라고 미국 드러지리포트가 31일(현지시간) 영국의 한 연예전문 웹사이트 ‘thisislondon.co.uk’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가브리엘 레인지 감독이 극본까지 쓴 90분짜리 드라마는 암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작사인 ‘모어포(More4)’의 피터 데일 이사장은 “선정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드라마가 아니라 현재의 미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흥미진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정치적 고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드라마는 이달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도 출품된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씨줄날줄] 백제금동 ‘마술램프’ /황진선 논설위원

    아라비안나이트는 6세기경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중심으로 발전해 15세기경에 완성됐다. 천일야화(千一夜話)로 잘 알려져 있다. 이란·이라크·시리아·아라비아·이집트 등 아랍 세계의 갖가지 민담과 설화를 포함하고 있다.‘알라딘의 신기한 램프’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는 나중에 삽입된 것이라고 한다.1703년 프랑스어판으로 번역된 뒤 전세계로 퍼져나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1993년 충남 부여군 능산리 고분군 절터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는 한국판 천일야화의 보물창고다. 중부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허강 교수팀이 향로에 새겨진 문양을 근거로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동영상 등 무려 805건의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냈다. 금동향로는 높이 61.8㎝, 몸통 지름 19㎝에 불과하지만, 받침대와 몸체·뚜껑에 용 불사조 물고기 사슴 학 봉황 인물 등 208가지 형상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 형상들은 백제인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역량이 함축된 백제 문화의 원형이다. 그 원형이 상상력의 보고가 됐다. 백제 창왕(위덕왕)이 아버지인 성왕의 죽음을 슬퍼하고 백제의 부흥을 기원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도 그것을 보여준다. 이는 같은 장소에서 백제창왕명 석조사리감(百濟昌王銘石造舍利龕)이 발견된 데 근거한 것이다. 문화의 원형에 상상력을 발휘하면 소설·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무궁무진한 문화상품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 일본 국보1호 고류지(廣隆寺)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미륵반가사유상(국보 83호)이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국보 1호로 내세워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만들었다. 철학자 야스퍼스와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앙드레 말로가 “인간 존재의 가장 청정하고, 가장 원만하며,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라는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천일야화를 간직한 백제금동대향로가 그보다 못할 까닭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세계적인 문화 원형으로 가꿔 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알라딘의 램프’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영어마을 학습효과 논란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어체험마을을 앞다퉈 만들고 있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투자한 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분석해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주겠지만 타당성과 프로그램 평가를 통해, 얼마나 효율적인지 점검해 보고 이미 세운 영어마을의 교육 내용을 개편해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는 없는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 “체험한뒤 흥미” 58% “실력 향상됐다” 62% 영어마을은 영어에 대한 흥미는 높여주지만 실제 학습효과는 학교 수업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배영미씨의 석사 논문 ‘영어마을 현황 조사 및 프로그램 효율성 검증’에 이같이 나타났다. 논문은 지난 4월10일부터 15일까지 A영어 마을을 다녀온 서울시내 3개 공립초 5,6학년 9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설문에 따르면 학교 영어수업을 받은 뒤 영어가 재미있어졌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1%는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영어 마을을 다녀온 후에는 58%가 ‘아주 그렇다.’고 해 영어마을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어마을은 학교수업에 대한 자세도 바꾸어 놓았다.62.3%가 영어마을에서 수업을 받은 뒤 학교 영어수업이 재미있어졌다고 답했다. 영어 실력이 향상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학교수업은 ‘그저 그렇다.’가 55.9%,‘대체로 그렇다.’가 22.1%,‘아주 그렇다.’가 10.3%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어마을을 다녀온 후에는 각각 37.7%,26.1%,36.2%였다. 즉 학생 스스로는 학교 수업보다 영어마을 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이 향상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업 후 기억에 남는 표현이나 단어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교 수업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학생은 14.7%였으나 영어마을 수업이 기억나지 않는 학생은 26.1%였다. 배운 내용을 쓰라는 항목에 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으로는 완전한 문장이나 특정 단어를 적어냈다. 반면 영어마을에서 배운 내용에는 hello,hi,my name is 등 영어 마을에서 배운 것이 아닌 자기 소개나 인사말을 쓰는 경우가 50% 이상을 차지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우후죽순 설립 제한 학교시설에 투자를”현재 영어체험마을은 서울 풍납·수유캠프와 경기도 안산·파주 캠프를 비롯해 모두 9곳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2007년 개원을 앞두고 있는 부산 글로벌빌리지와 대구영어마을 등 구체적인 설립 계획이 나와 있는 곳만 11곳에 이른다.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주민 표를 의식한 후보자들이 공약을 남발하면서 설립을 약속한 곳은 서울과 부산, 대전 등 광역자치단체 8곳과 기초자치단체 54곳을 포함해 모두 62곳에 이른다. 영어마을은 건립하는 데만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또 운영비도 매년 적잖게 든다. 경기도의 경우 안산, 파주, 양평의 세 영어마을 건립에 1709억원이 들었고 세곳의 한 해 운영비는 273억원을 쓰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영어교육 전문가와 교사들은 영어체험마을의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영어 교육의 본말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어마을 건립, 운영비를 영어교사 연수를 확대하거나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데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숭실대 영문과 박준언 교수는 “이벤트식 일회성 프로그램으로는 학습동기를 지속적으로 유발하기 어렵다.”면서 “실제 효과가 있는지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과학고 이성일 교사는 “광역 자치단체에 한두 곳 정도 세워 체험학습을 하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영어교육의 대안처럼 돼 버렸다.”면서 “학교교육이 중심이 되고 영어체험마을은 보조장치로서 역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영어체험마을을 세우는 데 돈을 쓰는 대신 영어교사의 연수 기회를 늘려 교사의 능력을 올려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눈에 띄네] 영화 ‘예의없는 것들’ 윤지혜

    [눈에 띄네] 영화 ‘예의없는 것들’ 윤지혜

    ‘예의없는 것들’. 씹어 내뱉는 도발을 품은 이 제목에 윤지혜(27)만큼 완벽하게 이미지가 맞아떨어질 여배우가 또 있을까. 이름 석자만으로 퍼뜩 그녀의 얼굴을 떠올려줄 사람은 솔직히 많지 않았다. 적어도 영화 ‘예의없는 것들’을 개봉하기 전까지는. 찌르는 듯 강렬한 눈매만으로 공포를 압축할 줄 알았던 ‘여고괴담’의 정숙 역.‘예의없는 것들’이 흥미롭고 의미있는 장르영화로 극장가를 매료시키고 있는 지금, 그런 부연설명 없이도 사람들은 똑똑히 그녀를 기억하게 됐다. 신인 박철희 감독의 누아르 영화에서 그녀는 주인공 벙어리 ‘킬라´(신하균)에게 밑도 끝도 없이 기습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바(Bar)의 화끈녀. 청부살인업자인 킬라에게 말 한마디 없이 강제키스를 감행하는 도입부 장면으로 그녀는 사정없이 관객의 허를 찌른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국산 액션누아르의 탄생을, 다름아닌 그녀의 기습 딥키스가 책임졌다는 얘기다. 벙어리 캐릭터인 남자 주인공을 빤히 쏘아보며 날리는 극중 대사는 번번이 영화에 포인트를 찍는다.(킬라의 자취방에서 사흘간의 깊은 잠에 빠졌다 일어나서)“소화도 시킬 겸 운동 한번 할래? 어른들이 하는 운동.”(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킬라의 뺨을 때리며)“난 니가 너무 고통스러워.” ‘사생결단’의 추자현이 그랬듯 올해 그녀는 한국영화가 뒤늦게 발견한 보석 목록에 틀림없이 끼일 것이다.‘여고괴담 호러퀸’의 갑갑한 괄호 밖으로 뛰쳐나오는 데 연기인생 6년이 걸렸다.‘물고기 자리’‘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강력3반’. 그녀의 전작들이 새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수학의 정석’ 40년 홍성대 저자가 들려준 공부비법

    ‘수학의 정석’ 40년 홍성대 저자가 들려준 공부비법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참고서로 이용했음직한 수학교재가 ‘수학의 정석’이다. 이 수학의 정석이 31일로 발행 40주년을 맞는다. 저자는 자립형 사립고인 전북 전주의 상산고등학교 설립자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서울대 수학과 재학시절 그는 등록금, 책값, 하숙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였다. ●3700만권 팔려…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125배 기존 참고서로 과외하다 이왕이면 학생들에게 좋은 문제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서울 광화문 일대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졌고 일본과 미국, 프랑스의 수학관련 자료도 모았다. 모은 자료가 늘면서 그냥 두기에 아까워 낸 책이 수학의 정석이다. 출간 첫 해 3만 5000여권이 팔리는 등 매년 판매 부수가 급증하면서 현재까지 최소한 3700만권이 팔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께가 3㎝인 책을 한 권씩 눕혀서 쌓아올리면 에베레스트산의 125배 높이가 된다. ●출제 예상문제 망라… 높은 적중률 보여 성지출판사 김재호 전무는 수학의 정석이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로 ▲ 수학의 기본과 원리를 논리성있게 알기 쉽고 친절히 설명했고 ▲ 출제 가능한 모든 유형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어떤 출제경향에도 높은 적중률을 보였으며 ▲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이면 혼자서도 능히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큰 손자가 고교생인데 ‘할아버지가 만든 책만 봐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 공부 잘하는 비결도 들려줬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종이에 직접 써보고 문제를 풀 때마다 혼자의 힘으로 풀어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예습 중심으로 학습을 할 것 등을 꼽았다. 특히 예습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강의를 듣는다면 수학이 훨씬 흥미로워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학습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교육당국이 서울에 국제중을 설립하는 것에 부정적인데 당연히 인가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숙제 숙제 숙제… “공부가 더 싫어져요”

    숙제 숙제 숙제… “공부가 더 싫어져요”

    미국 학생들의 숙제량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작 성적을 올리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9월4일자)는 ‘숙제에 대한 신화’를 고발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며 ‘쓸모 없는’ 숙제 때문에 온 가족이 매일 밤 압박을 받고 있고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시간 대학이 2004년에 2900명의 미국 학생을 조사한 결과 숙제량이 1981년보다 평균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학년으로 갈수록 숙제 부담이 커진다. 또 다른 연구에서 6∼8세 학생이 1981년에는 1주일에 평균 52분을 숙제하는 데 썼지만 1997년에는 128분으로 늘어났다.AOL과 AP통신이 올해 부모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78분을 숙제하는데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숙제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낙제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위력을 발휘했다. 미 연방 교육부는 매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해 성적이 부진한 학교에 대해서는 경영진 교체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문제는 숙제를 많이 한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듀크대 해리스 쿠퍼 교수는 “땀과 눈물이 밴 숙제가 읽기와 수학의 ‘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숙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쿠퍼 교수의 수십차례 연구 결과, 중·고교에서 약간의 숙제는 시험 성적을 올려주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매일 밤 60∼90분, 고등학생이 2시간 이상 숙제할 경우 성적은 되레 떨어졌다. 나라별 사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과 덴마크, 체코 학생은 미국보다 공부를 잘 하지만 숙제는 더 적다. 반면 미국보다 공부를 못하는 그리스, 태국, 이란 등은 학생들이 산더미 같은 숙제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학자들은 숙제가 공부 습관과 자기 훈련, 시간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학교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키워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메마르게 하고 공부에 대한 흥미, 호기심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게 타임의 결론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7)천년의 삶을 이어온 고도, 모로코의 페스

    [이슬람 문명과 도시] (17)천년의 삶을 이어온 고도, 모로코의 페스

    페스(Fes)는 1200여년 동안의 세월을 거슬러,809년에 도시가 건설될 당시 옛 삶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페스는 흔히 ‘시간이 멈춰버린 중세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중세시대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품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던 90년대나 귀국 뒤 연구차 몇 번이나 다시 방문했을 때나, 페스는 언제나 변함없이 천년 고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 동시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치열하고 뜨거운 삶을 살아온 페스 사람들의 숨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 찾은 8월에도 페스는 그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겨 주었다. 오늘날 페스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신시가지는 프랑스 식민지배 아래 프랑스인이 건설한 현대식 구역인 반면,‘페스 알 발리’라 불리는 구시가는 중세에 건설된 오래된 구역이다. 페스의 구시가는 거미줄처럼 얽힌 좁은 골목들이 무려 300㎞ 이상 펼쳐져 미로를 이루고, 이 안에는 모스크, 쿠란 학교, 아랍전통시장 수크,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연 염색장 등이 몰려 있다. 이곳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지어졌고 그 뒤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먼저 구시가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페스 성벽의 언덕에 올라 구시가의 두 구역, 안달루스와 카라윈 구역을 내려다 봤다. 스페인 안달루스에 살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페스에 안달루스 구역을 만들었고, 이곳에 자신들이 가진 모든 예술적 재능을 쏟아 부어 페스의 건축물들을 그리도 아름답게 장식했다. 또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한 아랍인들의 열정은 튀니지 카이로완을 떠나 이곳 페스로 향하게 했고, 그들은 이곳에 카라윈 구역을 만들었다. 카라윈 구역에다 많은 모스크와 쿠란 학교를 지어 이슬람을 전파했다. 특히 카라윈 모스크와 카라윈 이슬람 신학교는 페스를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구시가에 들어서자 시간은 갑자기 멈추어 버린 듯 중세로 되돌아 갔다. 안내자 없이는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처럼 얽힌 길, 그 길은 폭이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좁다. 이 골목은 온갖 것들로 가득차 있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당나귀들, 끊임없이 소리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가죽제품 상점들마다 풍겨나는 양가죽 냄새들, 골목마다 들려오는 아이들의 쿠란 읽는 우렁찬 목소리, 예배시간을 알리는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아잔 소리들, 찻집에서 풍기는 아랍 커피와 박하 차의 향기, 대장간과 그릇가게에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 이 풍경은 바로 중세 이슬람 최고의 문명도시였던 페스의 옛 모습 그대로이리라. 이러한 살아 있는 중세 모습은 유네스코의 관심을 끌었고,1981년 일찌감치 페스의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페스는 단지 모로코뿐만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유산임을 인정받았다. 지금 모로코와 유네스코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페스를 중세의 도시원형 그대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페스 알 발리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앙에 위치한 이드리스 2세의 사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드리스 2세는 모로코 최초의 이슬람 왕국 이드리스왕조(789∼926)를 건설한 이드리스 1세의 후계자이다. 페스를 왕국의 수도로 정한 뒤 도시의 원형을 완성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로코 사람들은 그를 페스의 ‘수호성인’으로 기리며 ‘자위야’라는 사당과 모스크를 지어 바쳤다. 그 다음 발길이 닿은 곳은 온통 푸른 기와로 뒤덮여 있는 카라윈 모스크.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슬람‘대학’으로써 더 의미 깊고 유명한 곳이다. 튀니지의 자이툰 대학, 이집트의 알아즈하르 대학과 함께 10세기에 건설된 세계 최초의 대학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14세기 카라윈대학의 도서관은 3만권의 장서와 1만 필의 필사본 두루마리를 소장하고 있었을 정도라 하니 가히 최고(最古)에 걸맞은 규모이자, 학문의 중심지다운 규모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역사가 ‘이븐 칼둔’이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철학자 ‘이븐 루쉬드’도 여기서 사색에 잠겼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온갖 상점과 건물을 구경하며 중세에 빠져들 무렵, 갑자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생각났다. 어릴 적 읽었던 그 책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왜 도적 두목이 알리바바 집 대문에 표시해서 알리바바가 눈치 채게 했냐는 것이다.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가 밤에 몰래 습격하면 그만인데. 그런데 이 페스의 골목을 한번이라도 둘러본다면 이 의문은 금세 우스운 것이 되고 만다. 좁디 좁은데다 얽히고 설킨 골목은 모두가 비슷한 형태고, 골목을 끼고 있는 그 수많은 집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크기와 모양인데다, 대문마저도 생김새가 거의 똑같다. 아무리 눈썰미 좋은 도적 두목이라 해도 밤에 몰래 찾으려면 대문에다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직접 보고 겪고 느끼지 않는 한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페스의 좁은 골목길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골목마다 퍼져 나오는 가죽 냄새를 따라 가니 과연 온갖 가죽제품을 진열해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한 가게로 들어가니 한쪽에는 가죽제품이 진열되어 있고 다른 쪽에서는 가죽 손질이 한창이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테라스에 오르니 수백 개의 통에 여러 색으로 천연 염색하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염색과정은 중세에 해왔던 방식 그대로, 모두 일일이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양이나 염소 가죽들이 숙련공들의 능숙한 손길을 따라 형형색색의 가죽들로 바뀌고 염색된 가죽들은 건물의 벽과 지붕과 바닥에 빼곡히 널려 건조되고 있었다. 이 일련의 과정으로 풍기는 냄새는 페스의 구시가 전체로 퍼져 나간다. 그래서 ‘페스의 냄새’라 불린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냄새를 피하려 건너편 테라스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박하 잎을 코에다 대고 있다. 그러면서도 염색하는 광경에 대한 호기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목을 길게 빼고는 이쪽을 건너다 본다. 눈은 경이로움을 좇고 코는 냄새를 피하려는 이런 모습은 어쩌면 이렇게 우리 인간의 이중성과 닮았던가. 안내하던 모로코 대학생은 이런 말을 건넸다.“페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한 부류는 너무 아름다운 페스의 모습과 중세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페스 사람들의 진지한 삶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립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페스를 가득 채운 가죽염색의 역겨운 냄새와 양고기 굽는 자욱한 연기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이들은 페스가 너무 지저분한 도시라고 비난하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얘기하죠.”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인가. 세계는 한 가족이라는 세계화 시대, 우리는 과연 이들을 얼마나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남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일까. 페스를 방문하고 떠나던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 처녀선생님의 이 젊음 다하도록

    처녀선생님의 이 젊음 다하도록

    경기(京畿)도 용인(龍仁)군 포곡면 전대리.「앞고지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중학교가 있다. 교사 1명에 학생 22명. 이 중학교엔 월사금도 잡부금도 없다. 추첨제입학도, 입학찬조금도 없다. 교복•교모는 물론 교과서와「노트」도 없어 헌 책방을 뒤져야 한다. 졸업식 조차 없다. 오직 있다면 46개의 초롱한 눈동자들 뿐. 학생수 22명의 한국 최소 용인두메의 꿈, 생활(生活)학교 1백30여가구가 모여 사는「앞고지마을」에「포곡중등학원」이 생긴 것은 69년8월초순의 일. 교주이자 교장, 교사이자 사환인 처녀선생님 이옥자(李玉子•24•서울서대문(西大門)구 불광(佛光)동)양이 이 마을에 온지 1주일뒤의 일이다. 용인은 바로 김대건(金大建)신부의 고향. 김신부는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신부가 된 사람이다. 독실한「가톨릭」신자인 이양은 몸이 쇠약해 요양을 위해 이곳「앞고지마을」을 찾아왔다. 신도가 없어 폐쇄되어 있던 20평 남짓한 천주교 강당이 이양의 거처가 되었다. 「슬랙스」차림의 낯선 이 아가씨에게 호기심 많은 동네 소년•소녀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양도 처음엔 벗삼아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1주일이 지나자 어느새 이양을 찾아오는 아이들은 80여명 가까이 되었다. 포곡면엔 중학교가 없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30리나 떨어져 있는 용인읍내 중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은 고작 20%가 될까말까한 실정. 한창 배워야 할 15~18세의 소년, 소녀들이 산으로 나무하러 올라가 북쪽하늘을 바라보며 무작정 상경(上京)의 꿈을 꾸기가 일쑤였다. 『걸핏하면「서울에 갈까 보다」였어요. 농촌아이들의 이런 도시병을 없애주는 것이 큰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래서 이양은 아이들과 의논, 버려져 있던 천주교 강당을 교실로 개조하는 작업에 나섰다. 요양하러「앞고지마을」왔던 이양은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용인읍내로 책상을 만들 합판(合板)을 사러 나갔다. 「스파르타」식 개교 정신은 동심(童心)묶어 도시병(都市病) 몰아내 그동안 아이들은 집에 버려져 있던 토막나무들을 모아 자신들의 손으로 대패질을 하고 톱질을 했다. 제법 꼴을 갖춘 책상과 걸상이 마련되었다. 다음은 교과서 차례. 이양은 자신의 돈을 털어 내놓고 아이들에게도 각자 능력껏 교과서 구입비를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10원도 좋고 20원도 좋았어요. 어떤 사내아이는 산에서 검불을 한짐 긁어다 30리 떨어진 읍내에 나가 팔아 50원을 마련해 왔어요.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죠. 자신을 위한 일은 자신이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는 의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였죠. 도시병과 함께 의타심도 없애야죠』 이런 처녀선생님의「스파르타」식 개교정신으로 처음 80여명에 이르던 지원자수가 22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이양은 모은 돈을 들고 서울 동대문시장 헌 책방을 돌며 교과서를 사들였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양은 혼자서 하루 4과목씩 가르쳤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있어 한 과목은 영어(英語). 국민학교때 배우지 않은 과목이었기 때문. 4시간 수업이 끝나면 교실청소차례. 처음엔 사내아이들이 전부 내뺐다. 말인즉 『집안소제는 여자가 하는건데』였다. 그러나 이젠 22명이 5명씩 돌아가며 청소당번을 정하고 있다. 11월말 처음으로 실력고사를 쳤다. 이양은 이 실력고사에서 1등한 학생에겐 삽과 쇠스랑을, 2등에겐 삽과 쾡이, 3등에겐 괭이를 부상으로 주었다. “시집•장가도 내힘으로” 자립교육 실천 『공부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처녀 선생님은 훈시를 했다. 이 학교의 교훈은『유행가를 부르지 맙시다』-이미자(李美子)와 배호(裵湖)의 노래 대신 외국민요가「앞고지마을」의 유행가가 되어버렸다. 3개월여에 걸친 이양의 노력으로 마을주민들과 이웃마을의 뜻있는 이들이 이 학원을 돕기 시작했다. 서울서 농대(農大)를 나온 한 청년은 자진해 아이들에게 1주일에 두시간씩 농사법을 가르쳤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속성 재배법, 특약작물의 경제성등,「앞고지마을」서 몇대째 농사 지어 온 사람들도 모르는 새 지식을 가르쳤다. 그러자 주민들은 그간 부락민이 공동 경작해 오던 국유지중 2천평을 이 학원의 실습장으로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양은 이 곳에 실습장을 세우기 위해 한창 동분서주. 『작은 땅이지만 축산, 임산등 모든 농사법을 가르칠 생각이에요.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가꾼 이 곳의 수확은 50%는 그 학생 몫으로 저축해 두었다가 자립의 터전이 되게 하겠어요. 가령 돼지 한마리 키워 새끼 8마리를 낳으면 4마리는 키운 아이의 몫으로 하겠어요. 4~5년 지나 군대에 갔다 돌아오면 부모가 물려 준 땅이 없어도 장가 들고 자립할 수 있잖아요?』 졸업장 대신 이농을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밑천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 서독(西獨)유학도 다녀 왔는데 삶의 보람을 이곳서 느껴 69년 12월24일 저녁을 위해서 학생들은 학원개교이래 처음인 잔치를 준비. 떡국과 시루떡을 마련하여 영문을 모르고 있는 처녀선생님을 어리둥절하게 해줄 계획이었다. 「크리스마스•파티」를 위해 학생들은 한달전부터 등교때 매일 한 줌의 쌀을 모아 왔던 것. 시간이 나면 남학생들은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다 팔기도 했단다. 선생님에게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모으는 것은 반장네집에서 모았다고. 『24년동안에 요즈음 4개월이야 말로 사는 보람을 느낀다』는 이 24세의 갸륵한 처녀 선생님은 강원도 홍천(洪川)태생. 홍천서 여고를 졸업, 가족을 따라 서울로 올라 온 이양은 9남매의 여섯째로 64년 서독에 유학, 3년동안 사회사업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아가씨다.「앞고지마을」에 오기 전 약 6개월간 수원(水原) 성(聖)「빈센트」병원서「소시얼•워커」로 근무하기도. 『우선 가장 시급한게 문고의설치예요. 책을 읽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읽힐 책이 있어야죠?』 하면서 이양은 또 한번 서울 동대문시장을 다녀와야겠단다. [선데이서울 70년 신년특대호 제3권 1호 통권 제 66호]
  • [28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2006년 8월11일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막을 올린 국내 최대의 체험형 과학축제인 ‘2006 대한민국과학축전’. 역대 행사와 달리 관람객들의 ‘체험’에 중점을 둬 흥미로운 과학 현장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구성된 과학축전을 살펴본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일명 ‘인천댁’으로 통하는 남자,47세 차영회씨가 그 주인공이다.1997년 외환위기의 칼바람에 직장을 잃은 뒤 아내 대신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 올해 전업주부 생활 10년째를 맞았다. 주부보다 주부를 더 잘 이해하는 남편. 여자보다 더 여자를 잘 아는 남자, 차영회씨의 아주 특별한 일상 속으로 찾아가본다.   ●천국보다 낯선(SBS 오후 9시55분) 희란과 윤재는 어느덧 헤어질 때가 되고, 서로 아쉬워하며 헤어진다. 기분이 좋아진 윤재는 산호에게 자신이 희란에게 고백했다고 털어놓는데, 갑자기 산호가 주먹을 날리자 놀라고 만다. 윤재는 산호로부터 자기 사장이 윤재와 희란을 둘러싼 사실을 알게 됐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는 고민에 빠진다.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8시20분) 선주는 만복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하고, 당황한 만복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떤 남자냐고 묻는다. 선주는 동수를 생수 배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미 만복은 이카루스에서 동수와 마주친 적이 있어 더 놀란다. 한편, 형철은 약혼을 취소하려는 선주에게 너무 늦었다고 하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외화와 다큐멘터리 해설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전해온 성우 김도현의 방송인생 40년이 공개된다. 뮤지컬 배우 출신의 아내가 말하는 청년 김도현, 배우 지망생 아들에게 듣는 아버지 김도현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까지 얼굴 없는 배우, 소리의 마술사, 중견 성우 김도현을 만나본다.   ●6시 내고향(KBS1 오후 6시) 100개 마을과의 아름다운 약속. 잘 사는 우리 고향 만들기 프로젝트.2004년 4월, 제주도 가파도를 시작으로 밝혀진 99개 희망의 불빛. 그리고 마지막 한군데, 전북 남원시 산내면. 그 곳에 가면 제2의 고향을 찾아 돌아온 사람들과 그 곳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귀농의 메카 산내면으로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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