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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메르 vs 베르메르/민음사 펴냄

    베르메르 vs 베르메르/민음사 펴냄

    1999년 장편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생활’로 제2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아온 우광훈(39)씨가 새 소설 ‘베르메르 vs 베르메르’(민음사 펴냄)를 펴냈다. 소설집 ‘유쾌한 바나나씨의 하루´과 장편 ‘샤넬’(2002)을 펴낸 이후 오랜 침묵 끝에 내놓은 작품이다. 소설은 2차대전 때 네덜란드의 화상이자 화가보다 전설적인 명화 위조범으로 더 유명한 반 메헤렌의 일대기를 다뤘다. 반 메헤렌은 나치에게 네덜란드의 국보급 유산인 베르메르의 그림을 팔아 넘긴 혐의로 재판정에 섰던 인물. 그는 그러나 베르메르의 미공개작이라며 내놨던 6점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진술해 ‘국보 유출’ 혐의는 벗었다. 2009년 베르메르 한국 특별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는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나’에게 베르메르의 미공개작 한 점을 세상에 발표하고 싶다는 편지가 날아드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나는 편지를 보낸 네덜란드인 브렌다 이벤스를 찾아가고, 브렌다는 베르메르의 그림 ‘지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보여주며 자신의 아버지 가브리엘 이벤스(반 메헤렌을 모델로 한 인물)의 유품이라고 소개한다. 가브리엘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위조한 화가이자 화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소설은 화가가 되려 했으나 고전주의 화풍을 외면하는 당대 미술 조류에 떼밀려 모사(模寫)와 위작에 손을 대고, 결국 나치에 국가 유산을 반출한 혐의로 투옥돼 감옥에서 삶을 마친 가브리엘의 생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서양미술사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이를 유기적으로 얽어낸 솜씨, 예술가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고민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1만 1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매뉴얼 오브 러브

    ‘매뉴얼 오브 러브’는 섹시한 영화이다. 실상 이 영화에는 섹스신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서로의 속살을 만져보지 못한 연인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눈빛과 같은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영화가 시작할 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고백처럼, 이 작품은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나를 들뜨게 해요.”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한다. 에로스와 포르노, 섹스와 음란 사이에 놓인 비밀한 사랑의 방식, 행복하고 난감한 욕망의 아이러니가 ‘매뉴얼 오브 러브’인 셈이다. ‘매뉴얼 어브 러브’는 ‘러브 액추얼리’처럼 옴니버스식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느새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으로 인증된 구성방식이 아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옴니버스식 영화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간 사랑의 비밀한 내면인 에로스를 들여다보는 태도이다. 영화 전반을 이끄는 주제인 사랑은 ‘에로스’로 압축된다. 하반신 마비가 된 환자의 성기마저 부풀어 오르게 하는 뜨거운 격정, 그것이 바로 사랑의 다른 이름인 에로스라고 말이다. 영화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하반신 마비 환자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니콜라는 사고로 인해 하반신의 감각을 잃게 된다. 마비가 영원히 지속될까 두려워 하던 니콜라에게 루시아(모니카 벨루치)라는 물리치료사가 나타난다. 그녀는 방금 스크린을 찢고 나온 배우처럼 육감적인 몸매와 촉촉한 입술을 지니고 있다. 니콜라는 그녀의 치료가 아니라 그녀의 목소리와 몸매에 온통 정신이 팔린다. 하반신이 마비된 니콜라의 성욕은 뇌수를 가득 채워 공상으로 뻗어나간다. 그의 정신은 이미 한껏 발기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에로스가 결국 그를 일어서게 한다는 사실이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 니콜라와 루시아가 나누는 정사가 섹스가 아님에도 에로틱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에로스란 늘 마술적인 기적을 일으키는 것일까. 마지막 에피소드는 에로스의 서글픈 양가성을 느끼게 한다.50대 레스토랑 지배인인 어네스토에게 자신은 나이든 남자에게 끌린다며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20대 여자, 세실리아가 나타난다. 세실리아는 어네스토에게 담을 넘어 남의 집 온천에 들어가자고 유혹하고 화장실에서 은밀한 섹스를 나누자고 재촉한다. 어네스토에게 그녀의 제안은 심장이 멎을 만큼 짜릿하고 강렬하다. 문제는 일탈을 하기에는 어네스토가 너무 늙었다는 데에 있다. 섹스는 약으로 해결되지만 20대 여성 세실리아를 감당할 에너지는 약으로 충당되지 않는다. ‘매뉴얼 오브 러브’는 섹스와 에로스에 관련된 네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은밀히 꿈꿔왔던 욕망과 판타지를 입체화해준다. 지오바니 베로네시 감독은 섹스와 에로스의 환상 뒤편에 놓인 부담과 책임, 위험을 가볍지만 진중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불임부부, 동성애인 등을 통해 조형해낸 그의 세계는 둘만 잘되면 만사형통식의 로맨틱 코미디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에로스로 환원되는 사랑의 비밀, 그 매력적 양가성이 이 영화 ‘매뉴얼 오브 러브’에는 녹아 있다.
  • 욕망과 갈등의 몸짓 ‘사랑굿’

    욕망과 갈등의 몸짓 ‘사랑굿’

    현대무용단 온앤오프무용단의 신작 ‘사랑굿’(안무 김은정)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이 새해 첫 기획으로 선보이는 작품. 아르코예술극장의 연간 프로그램 중 하나인 ‘새로운 도전 프로그램’ 당선작이기도 하다. 지난 2001년 춤꾼 김은정과 한창호가 창단한 단체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온앤오프무용단은 기존의 틀과 낡음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몸짓’을 화두로 삼고 있다. 문화운동의 방편으로 춤 공연을 택해 갤러리며 공원, 길거리, 지역 축제, 극장, 클럽 등 가리지 않고 달려가 실험적인 춤을 보여주고 있는 일종의 ‘게릴라’들이다. 지난 23일부터 소극장에서 공연을 시작,26·27일 이틀치의 공연을 남겨놓고 있는 ‘사랑굿’은 어찌보면 온앤오프무용단의 중간결산 격 레퍼토리로 볼 수 있다. 지난 7년간 무대에 올렸던 작품 가운데 사랑을 테마로 삼은 춤과 레퍼토리를 엮어 모노드라마 성격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는 욕망과 갈등을 춤 언어로 풀어낸 작품. 크게는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세 작품에 얹어 마지막 뒤풀이인 사랑굿으로 다듬었다. 무대를 여는 작품은 2001년 창단 당시의 초연작. 갈등, 사랑, 욕망을 표현한 사랑시(詩) ‘몽환’으로 시작해 우주적 공간을 초월한 인연을 다룬 ‘정신적 구멍’과 ‘거리에서 Ⅰ·Ⅱ’연작, 그리고 행위예술이자 실험무용인 ‘사랑굿’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 성격을 따라 출연자의 독백과 관객과의 대화, 고백, 폭로가 공연 내내 다양하게 이어지는 것도 흥미롭다. 안무자 김은정과 한창호, 백호울, 이미현이 무대에 오른다. 오후 6시.(02)2634-8333.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청어람 미디어 펴냄

    2001년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로 한국 사회에 뜨거운 지적 반향을 일으킨 다치바나 다카시가 자신의 독서편력을 담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박성관 옮김, 청어람미디어)을 펴냈다. 오직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고양이 빌딩’도 가득 차 이젠 몇 개의 맨션 룸까지 추가로 대여하는 등 책에 관해서라면 아마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욕심을 가진 그. 이 책은 제목대로 양서 500권, 악서 100권을 살펴본다기보다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지적 행로 가운데서 찾은 수백권의 진지한 책과 말랑말랑한 책들을 5대1의 비율로 다루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표제와 동명의 제목이 붙은 1부에서는 그가 ‘청춘표류’시대이자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라고 칭한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에서 만난 책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이 시기는 그가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을 내며 유명해지기 전까지의 시기로 “진정한 의미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가 이루어졌던 시기”라고 말한다. 2부 ‘나의 독서일기’에서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그가 잡지에 연재했던 서평을 모아 수록했다. 여기서는 문학으로 시작해 철학, 자연과학, 뇌, 생명과학 등으로 이어졌던 그의 방대한 지적 여정이 읽힌다. 또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 등 최근의 시사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한 권에 빼곡히 들어찬 지식의 성찬. 이를 맛보는 것은 마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 속을 함께 거닐며 그의 지적 우주와 역사를 함께 생생하게 체험해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2만 3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55) 후금,조선을 떠보다

    [병자호란 다시 읽기] (55) 후금,조선을 떠보다

    후금군이 침략해 오고, 사신을 보내 배를 빌려달라고 요구하자 조선의 위기 의식은 높아졌다. 조정은 김시양(金時讓)을 도원수로, 이완(李浣)을 평안병사로 임명하여 서북으로 내려보내고 전국에 징병령을 내렸다. 하지만 후금과 맞설 수 없는 처지에서 계속 강경책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선은 다시 기미책(羈策:오랑캐를 다독이는 정책)으로 돌아갔다.1631년(인조 9) 7월, 조선의 ‘태도’와 ‘능력’을 확인한 후금은 서쪽으로 명 원정길에 올랐다. ●때 아닌 斥和·主和 논쟁 1631년 6월13일, 배를 빌려줄 수 없다는 통고에 불만을 품고 호차 중남 등이 뛰쳐나간 직후 입직 포수(砲手) 이덕탁(李德卓)이 승정원에 나타났다. 그는 ‘오랑캐 사신들은 우리의 허실을 엿보기 위해 왔으니 그냥 돌려보내면 후환이 있을 것’이라며 빨리 그들을 억류하고 싸울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18일에는 후금군의 침략 소식에 놀라 이원익이 조정으로 달려왔다. 이원익은 당시 이미 은퇴한 데다 여든다섯의 고령이었다. 그는 인조에게, 하삼도의 군병을 동원하여 민심을 소란케 하지 말고 어영군(御營軍)을 비롯한 서울에 있는 정병을 평안도로 내려보내라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선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후금군과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이덕탁의 건의를 계기로 때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지평 심연(沈演)은 식량을 주지도, 회답사(回答使)를 보내지도 말고 후금을 공격할 계책을 의논하라고 촉구했다. 사헌부의 다른 신료들도 심연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들은 ‘정묘호란 이후 오랑캐와 서로 왕래한 것은 화호(和好)를 굳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지금 그들이 이유 없이 쳐들어와 맹약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더 이상 미봉책으로 대응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홍문관 신료들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들은 ‘오랑캐가 부모의 나라를 짓밟고 가도를 공격하려 한다면 갓을 쓰고서라도 달려가 구원해야 한다.’며 강약과 승패는 따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일부 신료들은 ‘조정이 아예 안주 이북의 방어를 포기했다.’고 통탄하고 군사를 총동원하여 싸우자고 주장했다. 삼사(三司) 신료들은 이참에 후금과의 우호관계를 끊고 척화(斥和)의 길로 나아가라는 주장을 폈던 것이다. 비변사(備邊司)의 입장은 달랐다. 비변사는 ‘후금과의 화의(和議)를 언제까지나 믿을 수는 없지만, 싸우려 해도 병마가 모이지 않고 군량도 제대로 댈 수 없는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이 후금을 다독거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조는 비변사의 의견에 동조하여 박로와 오신남(吳信男)을 회답사로 임명하여 심양으로 보냈다. 화친을 계속 유지하려고 결심한 것이다. 삼사 관원들은 굴욕적인 사신 파견을 당장 중지하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인조, 훗날 대비 강화도 정비 ‘올인´ 조선이 기존의 화친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후금군은 철수 길에 올랐다. 당시 후금군은 조선군이 쉽게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미 1629년과 1630년 이른바 기사전역(己巳戰役) 당시 만리장성의 외곽을 넘어 북경을 비롯한 명의 심장부를 유린했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갖고 있었다. 잘 훈련된 병력이 많은 것은 물론, 실전 경험까지 풍부하게 갖추고 있었다. 6월28일, 후금군이 철수를 시작했다는 보고가 조정으로 전해졌다. 철수 소식을 들은 인조는 신료들에게 강화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실 인조는 후금군이 쳐들어 왔던 직후 강화도로 피란할 계획을 세웠었다. 또 강화도로 들어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삼남에 독운어사(督運御史)를 파견했다. 혹시라도 강화도의 군량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미리 양곡 운반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후금군이 물러가자 본격적으로 강화도를 재정비하려는 깜냥이었다. 인조는 강화도에 10만 군사가 먹을 수 있는 양곡을 비축하라고 지시했다. 강화 읍성(邑城)과 갑곶성(甲串城)을 개축하고, 화기와 각종 장비들을 미리 옮겨 놓으라고 했다. 전국에서 올라오는 방물(方物)을 목면으로 바꿔 강화로 수송한 뒤, 나중에 군량 마련을 위한 자금으로 쓰려는 계획도 세웠다. 또 강화도 연안의 병력 주둔지에 큰 창고들을 지을 것을 주문했다. 측근들을 강화도로 보내 방어 상태와 시설 등을 수시로 점검했다. 인조가 강화도 정비에 ‘올인’ 하는 자세를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우선 조정에서 방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청북(淸北)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높았다.1631년 7월, 영유현령(永柔縣令) 정기수(鄭麒壽)가 상소했다. 그는 ‘청북은 포기할 수 없는 조종(祖宗)의 강토인데 조정에서는 청북을 지키려 하기는커녕 사람들을 지역에서 빼내려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청북 사람들은 정묘호란 당시 후금군에게 당한 원한을 갚기 위해 모두 싸우다가 죽으려는 결의가 넘친다.’며 조정의 지원을 촉구했다. 우의정 이정구는 다른 측면에서 인조의 ‘강화도 정비론’에 반대했다. 그는 서울이 팔도의 근원이며, 근원이 흔들리면 민심이 무너져 변경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먼저 서울 서쪽의 방어 태세를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이정구는 또한 강화도는 들어가려고 원하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요새로 정비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 때문에 불가능하고, 섣불리 강화도 정비에만 몰두하면 원망이 일어나 민심을 동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강화도 주변의 연도(沿島) 방어에도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인조는 이정구 등의 경고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조뿐 아니라 당시 많은 관인들이 ‘후금군은 수전(水戰)에 약하기 때문에 바다로 둘러싸인 강화도는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1636년 병자호란이 터졌을 때 인조는 강화도로 들어가지도 못했고, 후금 수군은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강화도를 함락시켰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집착할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후금군, 대릉하성 공략 나서 조선 조정이 위기의식 속에서 강화도를 정비하는 데 골몰하고 있던 1631년 7월, 후금은 다시 명에 대한 원정에 나섰다. 이번 원정의 공격 목표는 대릉하성(大凌河城)과 금주(錦州) 등지였다. 모두 영원성과 산해관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명군의 전초 기지였다. 홍타이지는 원정 시작에 앞서 소규모 정예 병력을 수시로 대릉하 주변으로 보냈다. 명의 장졸들이나 민간인들을 납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단순히 ‘인간 사냥’이 아니라 명군 관련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정찰의 일환이었다. 당시 후금의 정탐(偵探) 능력은 탁월했다. 이미 건주여진 시절부터 명 관인들은 누르하치의 간첩 활동과 정보 수집 능력에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었다. 명 관인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건주여진인은 간첩 활동에 가장 뛰어나다. 내응하는 자들 때문에 견고한 성도 앉아서 무너지고 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홍타이지는 ‘인간 사냥’을 통해 명의 총병(總兵) 조대수(祖大壽) 등이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여 산해관 바깥에 대릉하성을 비롯한 여덟 개의 성을 수축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후금군이 공격해 오기 전에 공사를 마치려고 밤낮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홍타이지는 원정을 결심하고, 후금에 귀순한 몽골의 여러 패륵(貝勒)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명령했다. 마침내 8월5일, 홍타이지의 대군은 대릉하 부근까지 전진했다. 대릉하 원정에 앞서 조선에 병력을 보내 위협하고, 배를 빌려달라고 한 것은 사전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받아들이기 곤란한 요구를 내세워 조선의 반응과 능력을 시험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서정(西征)하는 동안 조선이 배후에서 공격해 올 우려가 없다는 확신이 생기자 비로소 군대를 움직였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가자! 베이징] (18) 펜싱 물오른 남현희 金 찌른다

    길이 18m, 폭 2m의 피스트(piste·펜싱경기장) 위에서 날카로운 기합소리와 함께 1m 남짓한 은빛 검이 춤을 추듯 반짝인다. 전형적인 서양 귀족들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져 있다. 펜싱은 공격 가능한 신체 대상 부위에 따라 사브르, 플뢰레, 에페 등 3종목으로 나눠진다. 사브르는 몸통만 공격할 수 있고, 플뢰레는 상체와 머리, 에페는 온몸 공격이 가능하다. 펜싱에는 금메달 10개가 걸려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인에게 펜싱은 여전히 생소하다. 프랑스어인 공식 용어도 어렵고, 경기 방식도 흥미를 끌기에 부족하다. 그나마 아마추어 종목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며 ‘반짝 관심’을 받을 때조차도 늘 유럽세에 밀려 메달권과 다소 멀었던 펜싱은 대중의 관심 바깥에 있었다. 올림픽 성적 역시 1964년 도쿄올림픽 펜싱에 처음으로 남자 3명, 여자 1명의 미니 선수단이 출전한 이래 ‘노메달 종목’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단식 플뢰레 종목에서 김영호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고 동시에 이상기가 동메달을 따내며 펜싱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게 했다.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꾸준히 성적을 쌓아온 결과물이었다. 펜싱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4년전 아테네에서는 또다시 ‘노메달’에 그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펜싱협회 등록 선수가 고작 1500여명인 열악한 인프라에서 수만명의 등록선수가 있는 유럽 등을 넘어서기에는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펜싱 선수단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금메달을 포함,3∼4개의 메달을 자신하고 있다. 여자 플뢰레 세계랭킹 2위 남현희(27·서울시청)의 실력이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데다 남녀 사브르 단체와 여자 플뢰레 단체도 최정상인 유럽팀들을 넘볼 만한 실력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달초부터 남녀 선수단은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등 유럽오픈에 참가하며 포인트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상위 8개 팀만 참가하는 단체전 출전 쿼터를 확보하면 개인 3명 출전도 따라오기 때문에 일단 단체전에 주력하고 있다.‘미녀 검객’ 남현희는 시련을 통해 더욱 성장한 경우다. 그는 지난 2005년 12월 눈을 찌르는 속눈썹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하면서 보톡스 수술도 함께 받았다.그리고 이 때문에 ‘성형수술로 인한 훈련 소홀’이라는 이유로 국가대표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받는 등 사회적 파문이 일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후 자격정지 기간이 6개월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초 3주 연속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각종 개인, 단체전 우승을 휩쓰는 등 절정에 오른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대한펜싱협회 김국현 부회장은 “남녀 모두 사브르에서 일취월장하고 있어 메달이 기대된다.”면서 “16강에 오른 선수들이면 실력은 종잇장 차이에 불과해 시드를 어떻게 받는지, 당일 컨디션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남현희 금메달’을 위한 비장의 전술도 살짝 공개했다. 남현희가 유독 이탈리아 선수에게 약한 면이 있어 이탈리아 선수를 피할 수 있도록 시드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이 역시 실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조재진, 프리미어리그 풀럼과 곧 입단 협상

    조재진, 프리미어리그 풀럼과 곧 입단 협상

    끊임없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조재진(27)이 앞으로 며칠 간 런던 연고 프리미어리그 하위권팀인 풀럼과 계약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풀럼은 설기현(29)의 소속 팀으로 조재진과 설기현이 한솥밥을 먹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 인터넷판은 22일(한국시간) ‘풀럼이 한국 스타를 쫓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이 호지슨 풀럼 감독이 런던 크레이븐코티지 구장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조재진이 보여준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호지슨 감독은 “조재진과 같은 급이라면 굳이 테스트용 선수로 부를 필요는 없다. 그는 한국 대표로서 일본 J-리그에서도 매우 잘 해왔다”고 말했다. 스카이스포츠는 호지슨 감독이 조재진을 데려오길 희망한다면서 앞으로 며칠 간협상이 진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호지슨 감독은 “조재진은 매우 흥미로운 선수다. 그와 마주 앉아서 장래에 관해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빨리 적응해서 팀에 승리를 안겨줄 선수를 필요로한다”고 말했다. 풀럼은 프리미어리그 19위로 강등권에 떨어져있고 성적 부진으로 로리 산체스전 감독을 해임하고 지난 연말 호지슨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했다. 풀럼은 특히고공전에 약해 장신 공격수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조재진은 그동안 뉴캐슬, 포츠머스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과 입단 협상을 추진했지만 불발했다. 조재진이 풀럼에 입단하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 이동국(미들즈브러)에 이어 5번째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는 태극전사가 된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Seoul In] 청소년 진로탐색 강좌

    송파구(구청장 김영순) 25일 오후 2시 구청 4층 전산교육장에서 겨울방학 진로탐색 프로그램 강좌를 연다. 청소년커리어코치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은 ▲인간관계 훈련 ▲직업흥미유형 검사 ▲나는 문과형일까 이과형일까 ▲직업 및 진학 정보 찾기 ▲나의 미래비전 설정하기 ▲개인별 활동자료 프로파일 제공 등 다양한 순서로 진행한다. 지역경제과 410-3365.
  • [프로농구] 동부 ‘시즌 40승’ 넘을까

    ‘마(魔)의 시즌 40승’ 기록은 깨질 수 있을까. 또한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의 대이변은 가능할까.22일 오리온스와 KT&G 경기를 마지막으로 07∼08시즌 프로농구 4라운드가 끝나며 후반기로 치닫게 된다.5,6라운드 팀별 18∼19경기씩 남겨 놓은 상황에서 압도적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1위 동부의 정규시즌 우승은 거의 확정적이다. 여기에 오리온스가 5승30패의 저조한 성적을 보이며 꼴찌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관심은 정규시즌 우승팀이 역대 시즌 최다승(동부 03∼04시즌 40승)을 넘어설지에 쏠리고 있다. 또한 2위 KT&G부터 7위 전자랜드까지 종잇장 차이의 싸움을 벌이며 6강 플레이오프행 티켓 싸움을 안개 속으로 몰고가며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있다. 28승8패로 0.778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동부는 2위 KT&G에 5.5경기 차로 앞서 있다. 시즌 최다승 기록은 남은 18경기에서 7할 이상의 승률로 13승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최근 탄탄한 공수 팀워크로 7연승의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는 등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어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 오히려 중위권 싸움이 대혼전이다. 2위와 7위가 4.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공동 3위 삼성,KCC는 물론 5위 LG,6위 SK,7위 전자랜드 모두 한 번만 연승 흐름을 타거나, 한 번 삐끗 연패 수렁에 빠지면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뀐다.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4강 직행도 가능한 만큼 모든 팀이 혼신의 힘을 쏟아부을 태세다. KTF와 모비스, 오리온스는 ‘3약’으로 분류되며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승(30패)에 머물고 있는 오리온스의 최저 승률 여부도 ‘씁쓸한 곁다리 관심사’다. 현재 오리온스의 승률은 0.143이다.54경기 체제가 정착된 01∼02시즌 이후 최저 승률은 전자랜드의 0.148(8승46패)이었다. ‘매직핸드’ 김승현(30)이 복귀하며 점차 팀이 체계를 갖추고 있어 지난 11일 무서운 상승세의 강호 KCC를 잡고 11연패를 끊었듯 ‘도깨비팀’으로 바뀌어, 갈 길 바쁜 중위권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곽남신 ‘바라보기’展

    곽남신 ‘바라보기’展

    일상에선 그저 무덤덤한 실루엣일 뿐이지만 시각매체에선 유독 각광받는 소재가 ‘그림자’다. 회화는 물론이고 영화, 사진에서 그림자의 기능은 특별하다. 실체로부터 한시도 떨어질 수 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철저히 실체에서 소외된, 이중적 성격의 그 무엇. 드로잉, 회화, 입체, 설치, 판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섭렵해온 작가 곽남신은 지금 그림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그림자에 관해 깊이 탐구해온 작가는 ‘실재’와 ‘실루엣’의 대비를 통해 잊고 있었던 메시지를 건져 올리는 작업에 매달렸다.“인간 욕망의 덧없음”과 “실재가 되어가는 허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지금껏 다양한 재료와 표현방식을 욕심 부려온 작가에게 그림자 작업은 각별한 깨달음을 안겼다.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녹여내는 미술의 오브제로는 흑백의 이미지 하나면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에서 작가의 그림자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바라보기’라는 멋없이 덤덤한 제목을 붙인 전시장은 그대로 실재와 그림자의 관계를 고민해 보는 흥미로운 작업장이다. 얼굴을 알 수 없는 그림자 작품의 주인공은 우리 일상의 친숙한 대상들이다. 인터넷 포르노그라피 속의 여인이거나 춤추고 입 맞추고 운동하거나 싸우는 이들이다. 흑백 이미지 작업에는 이질적 재료와 기법들을 즐겨 썼다. 캔버스, 종이, 알루미늄판에 래커스프레이를 뿌리고 아크릴 물감, 연필, 잉크 따위로 덧칠을 하거나 볼트, 나무, 아크릴릭 등을 동원했다. 실루엣 너머로 관객의 무한한 상상력을 부추긴다. 전시를 기획한 성곡미술관 이수균 학예연구실장은 “이차원적 평면성만을 허용하고, 유기체적 구성의 그 어떤 환상도 거부하는 것이 그림자”라면서 “이번 전시는 어쩌면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일 것”이라고 말했다.3월23일까지.(02)737-765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청강만화스튜디오가 ‘무한상상 원정대1’을 발간했다. 대안학교 교장인 최영태씨와 중ㆍ고등학생 13명이 중국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담을 실은 학습만화다. 혼자 알아서 숙소까지 찾아가기, 처음 본 외국인을 식사에 초대하기, 끝도 보이지 않는 실크로드 사막 횡단하기 등 상황마다 주어지는 미션이 흥미롭다. 앞으로 인도, 이집트,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편도 출간된다.8500원.●해커스 어학연구소는 영어입문서 ‘해커스 리스닝 인트로’와 ‘해커스 리딩 인트로’를 출간했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기초부터 실전능력까지 탄탄히 공부할 수 있도록 기초트레이닝, 유형트레이닝, 실전트레이닝으로 이어지는 3단계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해커스토플 사이트(www.goHackers.com)에서 문의사항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숏버스, 음란영화 아니다”

    집단성교와 실제 성행위 장면 묘사 등으로 논란을 빚은 미국 영화 ‘숏버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 결정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종관)는 영화 ‘숏버스’의 수입·배급사인 S사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숏버스´가 인간의 존엄이나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한 음란영화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원형 경기장’서 즐기는 축구 中서 개발

    ‘원형 경기장’서 즐기는 축구 中서 개발

    최근 중국의 한 체육교사가 새로운 형식의 축구를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45세의 쉬다총(徐大從)씨는 장수(江蘇)성 수양(沭阳)현의 한 중학교 체육교사로 다년간의 연구 끝에 청소년을 위한 축구를 개발했다. 이 축구는 지름 30m의 원형 경기장에서 한 팀당 5~6명의 선수들로 경기가 진행되며 시간은 30분이다. 특히 골문이 한개 뿐이라는 특징 때문에 ‘중치축구’(中置·중앙에 놓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쉬씨는 “체력이나 골 결정력이 약한 청소년들을 위해 연구하기 시작했다.”며 “원형의 경기장은 기존의 경기장에 비해 볼의 연결을 훨씬 원활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차례 실험한 결과 골의 결정력이 높아져 한 경기당 평균 3~5개의 골이 터진다.”며 “아이들은 이전보다 축구에 더욱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쉬씨가 개발한 축구는 장수성 체육연구회의 정기토론회에서 정식으로 소개되었으며 몇몇 대학의 체육학과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그가 쓴 논문이 국가체육주간지에 발표되면서 현재 저작권을 신청한 상태이다. 한편 이 축구는 오는 4월 장수성 수첸(宿遷)시의 지원을 받아 공식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163.com(사진 위는 쉬씨가 개발한 원형 축구 경기장, 아래는 모형도)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청화백자 모란문 푼주. 푼주란 큰 대접처럼 생긴 도자기나 옹기로 된 그릇을 말하는데, 주로 식혜나 화채를 담거나 나물을 무치는 데 사용했다. 의뢰된 푼주는 맑은 청화문이 돋보이고 내부 밑바닥에 장수를 의미하는 ‘壽(수)’자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조선시대 궁중이나 왕실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뇌왕 아인슈타인(KBS2 오전 10시40분) 김나운, 이광기, 김영철, 김태현, 조원석, 장동혁, 강균성, 서단비, 이현지가 아인슈타인에 도전한다. 김영철은 MBC 라디오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을 통해 영철 영어 코너를 인기리에 진행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영어 강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개그맨 김영철이 영어를 잘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신비한 TV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세조 6년, 한 소설 속에 등장한 절세 영웅.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 영웅이 실존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조선왕조실록’에서 발견된 영웅의 기록을 놓고 학계에서는 그의 활동 범위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과연 그는 누구이며, 정말 실존했던 인물일까? ●굿모닝 세상은 지금(SBS 오전 7시40분) 취미를 넘어 프로 뺨치는 실력자들, 사람들은 그들을 ‘프로추어(프로페셔널+아마추어)’라고 부른다.‘프로추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 1인 미디어. 취미삼아 그린 만화, 요리 비법 등을 블로그에 올려 스타가 된 프로추어들을 만나본다. 연예계 지망생이 몰리는 ‘프로추어 오디션’ 현장도 가본다. ●스페이스 공감(EBS 오후 10시) 2인조 포크 록 밴드 ‘플라스틱 피플’. 이 밴드는 음악 전문 잡지 ‘서브(Sub)’의 기자 출신이자 밴드 ‘메리 고 라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김민규와 보컬리스트이자 드러머인 윤주미가 만나 2000년에 결성한 팀이다. 나른하고 기분 좋은 오후에 코코아처럼 달콤한 이들의 음악을 만났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스리랑카에서는 도시의 미용실에서부터 시골의 농장에 이르기까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탄자니아에서는 농산물 쓰레기를 연료로 벽돌을 구워냄으로써 숲을 보존하고 있고, 방글라데시에서는 태양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업인들에게 무담보 소액 대출을 지원해 1년에 1000만 리터의 등유를 절약하고 있다. ●SBS 스페셜(SBS 오후 11시5분) 평균 수명 100세를 꿈꾸는 21세기에 인간의 장애물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질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뇌질환 연구를 선도해온 세계적 권위자들의 처방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첨단 뇌영상 보고-당신의 뇌, 안전하십니까?’에서 제시한다. ●비포&애프터 성형외과(MBC 오후 11시40분) 기남은 어머니가 쓰러져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병원에선 계속된 적자 때문에 회의가 열리고 서진이 제안한 옥외광고를 추진하기로 한다. 기남은 건수에게 월급을 가불해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다. 한편 거만한 복부인과 딸이 병원을 찾아와서는 유지인, 송혜교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한다.
  • 대화가 있는 몸짓…바탕골댄스씨어터 ‘눈을 떠라’

    바탕골댄스씨어터가 다음달 2일 오후4시 양평바탕골예술관서 선보이는 ‘눈을 떠라’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무용극. 친숙한 고전 ‘심청’을 약간 비틀어 세대 구분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밝은 분위기의 무대작품으로 옮겨놓았다. 알 듯 모를 듯, 추상적인 몸짓 일색의 무용 공연을 대사가 있는 연극 형식으로 다듬어 출연진과 관객의 소통을 도운 게 ‘눈을 떠라’의 큰 특징. 심청을 모티브로 삼아 심청 이야기를 대략의 얼개로 삼았지만 몽상적 분위기 때문에 색다른 심청 무대로 비쳐진다. 우선 인간 세계를 축소시킨 동물세계를 통해 사람사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흥미롭다. 각종 동물로 표현되는 등장 인물이 어린시절의 정겨운 놀이형식의 유희로 관객들의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한다. 무용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관객들이 극의 내용대로 닫힌 눈을 뜨고 결국 마음까지 열도록 한다는게 제작진의 설명. 객석으로 뛰어든 무용수들에 이끌려 무대에 오른 관객들이 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지는 뒤풀이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김현주(바탕골댄스씨어터 대표) 연출, 문영(바탕골댄스씨어터 상임안무가) 안무.(031)774-0745.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오정환 옮김

    2005년 중세사람들의 생활과 내면을 추적한 ‘중세유럽산책’을 펴낸 일본의 중세 사학자 아베 긴야가 이번엔 중세 서민 풍속사에 주목했다. 세계사 연표에 오르내리는 권력자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역사학 논의에서 늘상 괄호 밖 존재였던 서민들을 통해 중세를 새롭게 이해했다.‘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오정환 옮김, 한길사 펴냄)이 그 산물이다. ‘중세 통(通)‘인 저자의 명성은 그대로 책의 신뢰로 이어진다. 중세 서양의 풍속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있는 데다 중세 서민층을 ‘정착’과 ‘이동’이라는 상반된 삶의 방식으로 나누어 재편한 시도가 새롭다. 중세 민중을 정착계층과 이동계층의 두 개 층위로 구분해 파악한 것이다. 이를테면 농민, 목욕탕 주인, 제분업자, 빵집 주인은 정착자의 세계에 속했고 집시, 거지, 직공 등은 방랑자의 부류에 들었다. 민중으로 뭉뚱그려져 있었으되 실상 전혀 다른 유형의 삶을 살았던 그들의 세계를 되짚는 과정에서 독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점을 체험하게도 된다. 성직자와 기사들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을 잃었던 중세 민초들의 삶이 그림처럼 생생히 재현됐다. 관리가 닭을 조세로 징수하러 농가를 방문했다가도 임산부가 있는 집에는 닭의 몸뚱이를 던져주고 갔다거나 나무껍질을 함부로 벗긴 자의 창자를 꺼내 나무에 감아둔 풍속 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정보이다. 통행에 필요한 중세의 토목공사와 통행로에 만들어진 여인숙, 목로주점 등의 풍경을 상상하며 중세의 숨겨진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페트라르카, 에라스무스 등 인문주의자들의 기록을 비롯해 쉼없이 인용되는 인문학적 사료들로 풍요로운 책읽기가 보장된다.1만 3000원. 특히 독일 중세사에 밝은 지은이는 그림형제의 독일설화집에서 중세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하기도 했다.‘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양억관 옮김, 한길사 펴냄)를 함께 펴냈다. 설화집의 작은 모티프에서 출발해 중세 어린이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역시 독특한 접근방식의 저작이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박중서 옮김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박중서 옮김

    젊고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와 갓 결혼한 오셀로. 그의 수하인 이아고는 부관의 자리를 뺏긴 데 앙심을 품고 오셀로로 하여금 데스데모나가 새로 온 부관 카시오와 바람을 피운다고 믿게 만든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죽이는데, 모든 진실이 드러나자 슬픔에 스스로의 목숨도 끊고 만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이같은 스토리는 우리에게 단순히 흥밋거리로만 다가오지 않는다.5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오셀로’가 고전으로 남게 된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감수성과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들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인간의 욕망에 대한 함축과 시사점을 한아름씩 안겨준다.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바래시와 생물·문학 전공자인 그의 딸 나넬 바래시는 문학작품의 이런 기능에 주목했다. 이들 부녀의 저작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박중서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에는 셰익스피어에서부터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플로베르, 헬렌 필딩에 이르기까지 숱한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남녀의 본성과 심리에 대한 분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개별적인 작품을 접해 보지 않은 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남녀관계에서 한번쯤 ‘이 감정은 뭘까?’‘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잘 알려진 작품을 다루는 데다 줄거리와 의미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눈에 쏙쏙 들어온다. 한 예로 책은 동일한 남자 주인공이 매번 상대를 달리하며 등장하는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를 통해 다수의 성적 상대를 바라는 남성의 욕망을 읽어낸다. 해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생물학적 관점의 분석 작업도 병행한다. 소설 속 특정한 설정에 대한 언급도 빠트리지 않는다. 예컨대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유혹의 기제를 묘파해 내는 대목을 들 수 있다. 여주인공 타미나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젊은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과정에 대해 쿤데라는 ‘타미나의 호기심을 자아낸 것은 그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기에게 질문을 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바래시 부녀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유혹적인 까닭은, 뭔가를 질문하는 행위 자체야말로 질문을 받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책은 이밖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에서 자신의 경쟁 상대가 나타나자 비로소 사랑을 깨닫게 되는 엠마에게서 여성의 특유한 심리를 간파해내고,‘테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남성 인물들을 통해 하룻밤 상대와 평생 배우자를 별개로 받아들이는 남성의 ‘성녀·창녀 콤플렉스’를 짚어낸다. 진화심리학과 생물학의 관점에 입각한 이들의 해석은 수수께끼 같았던 남녀의 심리를 낱낱이 해부하고 있어 시종 흥미롭다.1만 8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모던 타임스/조윤정 옮김

    모던 타임스/조윤정 옮김

    ‘지식인의 두 얼굴’ ‘근대의 탄생’ 등을 저술한 영국의 석학 폴 존슨(80)의 베스트셀러 ‘모던 타임스’(전2권, 조윤정 옮김·살림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책이 영국에서 초판된 것은 1983년. 이후 ‘20세기 대표 역사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초판 이후의 10년을 논의 범주에 추가해 1991년 개정판을 냈다. 국내에 선보인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폴 존슨이 파악한 20세기 세계사의 동력은 정치였다.20세기는 그대로 정치의 시대였다.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70여년의 역사를 조명한 책은 평범한 연대기식 서술방식이 아니라 인물들을 부표로 삼아 주요사건을 재해석했다는 점이 우선 주목할 만하다. 각권이 700여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저자가 선언한 ‘모던 타임스’의 시발점은 1919년 5월29일이었다. 그날 서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촬영된 일식 사진이 젊은 유대계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했다. 상대성 이론을 혼동한 산물, 즉 “세계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라는 상대주의적 시각이 세계 정치무대에 만연했다. 기존의 인식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돼버렸고, 사회에는 개인적 책임감과 객관적 도덕규범이 무너져 내렸다.“구질서가 종말을 맞고 방향을 잃은 세계가 상대주의적 우주 속을 떠도는 상황”을 자양삼아 권력의지로 중무장한 독재자들이 세계무대 위로 속속 올라올 수 있었다고 짚는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마오쩌둥 같은 인물들이 출현한 태생적 배경이 이렇듯 상대성 이론에 뿌리를 대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레닌은 종교적 혁명가, 히틀러는 낭만적 혁명가 20세기 주요 인물들을 불러내되 그들을 세밀화처럼 정밀묘사한 재담이 독자들에겐 무엇보다 두드러진 흥미포인트이다.1권에서는 권력을 장악하기까지 제각각으로 발현됐던 정치가들의 개인적 성향을 일일이 짚어 보인다. 지나치게 냉담했다는 평가를 들은 레닌. 혁명만을 위해 살았던 그의 외골수 기질 자체가 러시아 혁명과 볼셰비키당의 색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히틀러는 어땠을까. 레닌이 종교적 혁명가라면, 그는 “낭만적 혁명가”였다. 화가로 성공하지 못한 히틀러였지만 위축될 때나 혹은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때는 예술가의 행동양상을 보였다. 그런 개인적 성향이 독일인의 기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독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4개 국어를 구사하는 탁월한 언어능력으로 뮌헨회담의 스타로 떠오른 무솔리니는 따져보면 허영심 많은 야망가에 나르시시스트였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파시즘은, 여론에 극도로 민감했던 무솔리니의 성향과 천재적 모방능력에 폭력성이 더해져 빚어진 복합적 산물인 것이다. ‘인물’과 ‘사건’의 접점에서 역사를 재평가하는 시각은 상당부분 통념을 뒤집는다. 루스벨트는 “순전히 운이 좋아 미국을 구한 대통령”이었고, 마오쩌둥은 “난폭하고 세속적이며 인정머리 없는 농부”였다. 무솔리니는 “특이한 능력으로 평생 웅장한 오페라와 코미디 사이를 불안하게 오간” 인물이었으며, 처칠은 “대공황 직전 한몫 벌어보려 투기를 하고 객장을 어슬렁거리던” 인물이었다. 비폭력 운동의 상징어가 된 간디에 대해서도 지은이의 평점은 후하지 않다.“간디의 기행은 신성한 기인을 숭배하는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의 가르침은 인도의 문제와 인도의 소망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물레를 돌리는 일은 직물을 대량생산하는 나라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가 생각한 식량 정책을 추진했다면, 아마 많은 인도인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간디가 가난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엄청난 돈이 들었다는 등 인물 퍼레이드를 통해 아슬아슬한 통념 전복의 묘미가 이어진다. ●“마오쩌둥은 난폭하고 인정머리 없는 농부” 당대 지성인들을 바라본 시선에도 날이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스탈린의 러시아, 마오쩌둥의 중국 실정을 서구에 전했던 당시 지식인들의 시각이 신랄히 까발려지기도 했다. 노동수용소를 두고 “인간을 개조하는 소비에트의 방식은 매우 유명하고 효과적”이라고 찬양한 지식인도 있었다. 저자의 개인적 신념으로 이어지는 서술방식에 논쟁의 여지는 물론 많다. 그러나 20세기 ‘정치 실험’의 폐해를 전방위로 반박한 비판적 사유체계는 오만한 세계 위정자들의 각성제가 되기엔 여전히 유효하다. 각권 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노숙자로 전락한 퇴역미군 실상

    MBC ‘W’는 18일 오후 11시50분 ‘무방비 도시, 케냐 나이로비를 가다 외’편을 방송한다. 위기를 맞은 아프리카 케냐의 민주주의, 최초의 백인 게이샤, 퇴역 미군의 생활 등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아프리카의 모범생’이라 불리는 케냐.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통했던 이 나라가 폭동에 휘말렸다. 지난해 12월27일 네 번째 대통령 선거일 이후,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이 최루탄과 총으로 맞서 지금까지 600여명의 사망자와 4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같은 소요의 원인은 케냐 대통령의 부정선거 논란 때문이다. 케냐 국민들은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도둑맞았다.”고 외치고 있다. 얼마 전 백인 게이샤 관련 기사가 인터넷을 달궜다. 게이샤 사회의 400년 전통을 깨고 정식 게이샤로 데뷔한 호주 출신 여성이 화제의 주인공이었다.일본에서도 신비에 싸여 있는 게이샤 사회에 이방인이 발을 들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도쿄 아사쿠사에서 게이샤 생활을 시작한 최초의 백인 게이샤 사유키를 만난다. 미군의 퇴역 후 생활을 살펴보는 코너도 흥미롭다. 오늘날 미군은 전세계에 손길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같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퇴역 이후 생활은 안정적이지 않다.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사회로 복귀한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허드렛일뿐이다.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퇴역군인들은 노숙자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전쟁터에서의 스트레스로 정신 장애를 앓는 사례에서부터 사회부적응자로 내몰린 사례까지 미국 사회의 또다른 그늘이 돼버린 퇴역 군인들의 실상을 조명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킬링필드에서 온 스님 린사로 스님은 1년 6개월 째 한국 생활을 해오고 있다. 2005년 캄보디아의 큰 스님을 따라 한국 여행을 온 것이 계기였다. 그 이듬해인 2006년 4월 아예 한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스님은 지금 도선사에서 한국 불법(佛法)을 배우고 있다. 한국 불교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하다. 한국 생활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스님이 구사하는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고 있으면 스님이 얼마나 성실하게 한국 생활을 해 왔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시선을 끈 것은 특이한 옷차림이었다. 오렌지 빛이 강렬한 가사는 박음질이 전혀 없는 큰 천으로 몸 전체를 둘둘 말고 있는 듯했는데, 옷을 어떻게 입는지 그 방법이 자못 궁금했던 것이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오렌지 빛 가사는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태국,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베트남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스님들이 입는 남방 가사이다. 이곳 스님들은 속옷만 입은 채 다른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가사를 입는데, 세 조각으로 이뤄진 천을 몸에 칭칭 감고 둘둘 말아 입는단다. 스님들은 이 가사를 절대로 벗지 않는다고 한다. 겉을 두르는 한 조각은 절 안에서는 잘 개어서 왼쪽 어깨 위에 걸치고, 절 밖에서는 활짝 펼쳐서 몸에 두른 다음 둘둘 말아 왼쪽 어깨 뒤로 넘겨 겨드랑이 밑으로 넣는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슬리퍼를 신은 스님들은 몸놀림이 가뿐하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더운 기후에 맞춰진 가사인 셈이다. 앙코르와트의 그늘 지상 어느 나라인들 아픔의 역사가 없을까만 캄보디아는 드물게 큰 고통의 현대사를 안고 있다. 20세기 최악의 학살 사건으로 유명한 킬링필드의 나라. 그 현장에 세워진 위령탑엔 죽임을 당한 이들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아픔을 일깨워 준다. 최대의 불교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의 그늘에 이런 슬픈 역사가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캄보디아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다. 인구의 96% 이상이 불교를 신봉하는 캄보디아에서는 태어나면 바로 절에 와서 스님의 축복을 받고, 절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이다. 청년시절에는 일정기간 출가수행 과정을 밟아야 한다. 스님도 스무 살에 이 수행과정을 밟게 되었고, 이후 승려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보통 30명이 출가 수행과정을 밟으면 1~2명만이 승려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하는데, 가족 중에 승려가 있다는 게 아주 기쁜 일이어서 승려로 살아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란다. 스님이 이방의 나라 한국에서 배우는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의 체험은 색다르고 낯설 수밖에 없다. 언어, 기후, 음식부터가 다르고, 남방불교와 한국불교가 판이하다는 건 상식이니까 말이다. 스님은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단다. 보통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4시 이후에는 물 이외의 음식은 절대 취하지 않아야 하는 게 남방불교의 방식인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했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익힌 불법(佛法)은 이국의 땅에서도 지켜야 하는 계율인가.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동국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스님의 일정을 생각해 볼 때, 식습관을 지키는 것부터가 매우 힘든 수행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절에서는 취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탁발로 먹을 것을 마련한단다. 가정집을 번갈아 방문하면서 공양을 하는 탁발에 익숙한 스님에게 식당에서 식사 후에 돈을 지불하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음식을 돈주고 사먹다니! 기후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일 게 분명하다. 머지않아 다가올 한국의 겨울나기도 이 스님에겐 큰 수행이 아닐 수 없겠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괜찮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꿈 이야기 스님에게 언어 문제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동국대학교에서 1년이 넘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한국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6급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어로 하는 토론과 연설까지 가능한 수준이니, 6급을 마치고 인도철학과에 진학하여 배움의 길을 걷겠다는 스님의 꿈도 요원하지만은 않겠다. 스님은 앞으로도 수년 더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를 체득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그곳의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육을 맡아 할 것이라 한다.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스님은 자신의 꿈을 살짝 열어 보여준다. 궁금했는데, 깜빡 잊고 물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 스님도 꿈을 꾸느냐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꾼 꿈에서는 캄보디아말과 한국말 중 어떤 언어로 꿈을 꾸느냐고. 아니, 이건 질문거리도 되지 않을 듯하다.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을 하고 캄보디아 사람 만나면 캄보디아말을 할 게 뻔한 노릇이니까. 글 전해수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제교육원 강사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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