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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23) 전남 신안군 홍도

    [현진오의 꽃따라산따라] (23) 전남 신안군 홍도

    홍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생물 종합박물관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생태계가 우수하여 1981년에 다도해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이보다 훨씬 전인 1945년부터 홍도천연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바 있다. 이곳 경관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지역을 이중으로 지정해 놓은 것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홍도의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우수성은 최근 연구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5년 이곳에 철새연구센터를 설치하여 그동안 조류를 연구한 결과, 이곳과 이웃한 흑산도에서 국내 조류의 75%를 관찰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동백·후박나무 등 빽빽한 상록수림 유명 홍도에는 5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는 귀한 식물군락과 종이 많다. 이곳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지정사유가 될 정도로 예부터 유명하다.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의 상록수 군락이 숲을 이루고 있다. 소사나무, 예덕나무, 졸참나무 군락으로 이루어진 낙엽활엽수림도 간간이 발달되어 있지만 섬의 대부분은 상록수림이 차지하고 있다. 홍도의 상록수림은 나무들이 어찌나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지 숲 속을 뚫고 지나다니기가 어려운 곳이 많다. 숲 속에는 감탕나무, 굴거리나무, 붉가시나무, 센달나무, 육박나무, 황칠나무 등의 상록 큰키나무가 섞여 자라고 있고, 상록 떨기나무인 광나무, 까마귀쪽나무, 다정큼나무, 모새나무, 백량금, 사스레피나무, 산유자나무, 섬향나무, 식나무, 자금우 등이 중간층을 이루고 있다. 상록 덩굴나무인 남오미자, 마삭줄, 멀꿀, 보리밥나무, 송악 등도 함께 자라고 있다. 홍도의 해안에서 이맘때 꽃을 피우는 돌가시나무는 전국의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덩굴성 떨기나무다. 줄기에 돋은 날카로운 가시나 꽃과 잎이 모양은 찔레나무를 닮았지만, 덩굴성으로서 줄기가 바닥을 기어 자라는 특징이 다르다. 상록수가 아니면서도 잎 앞면에 윤기가 도는 점도 찔레나무 잎과는 다른 점이다. 홍도에 생육하는 풀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는 갯기름나물, 갯까치수염, 갯메꽃, 갯장구채, 도깨비고비, 맥문아재비, 무릇, 바위솔, 배풍등, 이고들빼기, 왕모시풀, 쥐꼬리망초, 참으아리, 층꽃풀, 털머위 등을 꼽을 수 있다. 홍도라는 말이 이름에 붙은 풀들도 있다. 홍도까치수염, 홍도서덜취, 홍도비비추, 홍도원추리 등이 그것인데, 홍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붙여진 것들이다. ●원예가치 높은 ‘홍도비비추´ 美서 슬쩍 홍도원추리나 홍도비비추는 겨울에도 살아 있는 잎을 볼 수 있어 특이하다. 우리나라의 원추리 종류나 비비추 종류들은 모두 겨울에 잎이 죽는 것들이지만 이들은 겨울에도 일부 잎이 살아남는 특성을 보인다. 특히 홍도비비추는 꽃이나 잎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중부지역에서 상록으로 월동이 가능할 만큼 추위를 잘 견디므로 원예적인 가치가 높다. 미국인들이 채취해 가 ‘잉거비비추’라 이름 붙이고 원예품종을 개발하는 바람에, 생물자원 유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던 식물이다. 홍도서덜취는 홍도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정작 홍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이웃한 흑산도나 가거도에서 간혹 눈에 띈다. 홍도까치수염은 봄에 싹이 터서 가을이면 씨만 남기고 말라죽는 한해살이풀이다.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에 자생지의 환경이 변해 이듬해 싹을 틔우지 못할 경우에는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는 중국에 자라며, 우리나라에는 평안남도에도 자란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 전남, 경남, 경북 지역에서도 발견되어 흥미를 끌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력이 강한 한해살이풀이므로 홍도에서 다른 곳으로 씨가 퍼져서 번진 것일 수도 있지만, 발견되는 지역이 꽤 넓으므로 사람들에 의해 씨가 퍼진 것으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다. ●자태 감춘 ‘나도풍란´ 안타까움 가득 홍도가 이름에 붙은 식물들은 하나같이 귀한 것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다. 이밖에도 홍도에는 희귀한 풀꽃이 많이 살고 있다. 갯강활, 금새우난초, 나도풍란, 대흥란, 석곡, 풍란, 혹난초 등을 희귀식물로 꼽을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도풍란과 풍란은 이미 이곳에서 사라진 듯하다. 풍란은 제주도와 남해안 몇몇 곳에 자생지가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도풍란은 홍도에서 사라진 이후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아서 보전생물학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자생지 내에서 한 개체라도 발견되어야만 복원 등 보호조치를 마련할 수 있는데, 자연상태에서는 단 한 개체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홍도는 목포에서 115㎞쯤 떨어져 있어 쾌속선으로도 2시간30분이나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서남해안의 외딴섬이다. 면적도 6.5㎢로서 넓지 않은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곳은 귀중한 우리 생물종들이 모여살고 있는 귀하고 아름다운 땅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베이징올림픽 D-7] “고대 그리스 올림픽 개최시기 정교한 천문학 계산기로 결정”

    2100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이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 개최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천문학 계산기를 이용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영국과 그리스, 미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그리스 남부해안의 작은 섬 안티키테라 근처에서 침몰했다가 1901년 인양된 로마시대 선박에서 발견된 일명 ‘안티키테라 장치’의 겉면 청동제 다이얼에 ‘올림피아’뿐만 아니라 당시 그리스에서 열리던 각종 대회의 이름이 1㎜ 크기로 깨알같이 새겨진 점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고 AP통신이 31일 전했다. 연구 보고서는 이날 발행된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렸다. 이 장치는 현재 아테네 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워낙 부식이 심한 파편들인 데다 역사적 유물이라 함부로 뜯어볼 수도 없어 비밀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2005년 영국에서 X레이 투사기를 들여와 파편들을 들여다본 결과,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장치 속에는 30개 정도의 청동 기어가 달의 기울기와 일식, 계절 정보 등을 가리키도록 설치됐다는 점이었다. 이들 정보는 7개 카테고리 아래 75개나 됐다. 이에 따르면 고대 올림픽은 하지 이후 첫 달이 뜰 때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전했다. 장치 안에 새겨진 달(月) 이름은 실제로 시실리섬을 비롯한 코린트 제도에서 널리 쓰이던 것과 일치했다. 특히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이곳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난 지 100년 뒤에 이 장치가 만들어진 점을 고려할 때 아르키메데스가 고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명사들의 여름나기] 소설가 한승원씨

    [명사들의 여름나기] 소설가 한승원씨

    “여름 휴가요. 뭐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글쟁이가 그저 열심히 글 쓰는 게 여름 나는 최고의 방법이죠.” 최근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삶을 파고든 장편 역사소설 ‘다산’(랜덤하우스)을 펴낸 소설가 한승원(69)씨.13년 전 서울을 떠나 전남 장흥군 율산리 아담한 언덕에 마련한 집필실 해산토굴(海山土窟)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여름 나기 비법은 한마디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여름 사냥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줘야 겨울철에 감기에 안 걸리고 몸도 건강해진다는 믿음에서다. “이렇게 시원한 데를 놔두고 어디로 피서를 떠나겠습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차밭에 나가 예초기로 풀을 깎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피서법이죠. 차밭의 풀이 엄청나게 빨리 자라나 그때그때 깎아줘야 하거든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굳이 피서를 가기보다 땀을 흠뻑 흘려 더위를 쫓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씨에게는 여름이 ‘수확의 계절’이나 다름없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하거나 차밭에 나가 풀을 깎기 때문이다. “이번에 펴낸 ‘다산’도 지난해 여름 집중적으로 쓴 것입니다. 글쓰기에 미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 멀리 달아나 있거든요.” 그래도 덥다고 느끼면 웃통을 벗고 시원한 물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조금씩 써오던 ‘글쓰기 비법’을 최근 탈고해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속이 너무 예민해 여름이 되면 배탈이 나곤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는 배탈이 너무 심해 입원까지 했다.”면서 “늘 끓이고 익혀 먹다 보니 조금 번거로울 때도 있다.”고 했다. 한씨는 서울신문 독자들에게 ‘시경’과 ‘주역’ 두 권의 책을 추천했다. “‘경(經)’자가 들어가는 책이라고 무조건 근엄하고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별로 어렵지 않아요.‘시경’의 경우 남녀의 사랑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는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지요.” “‘주역’도 잘 풀이한 책을 사서 천천히 읽어내려가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그는 “동전 6개를 가지고 괘를 지어가며 읽으면 책을 놓기 싫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든 마음의 자양분이 되는 ‘시경’이나 ‘주역’에 한번 빠져들면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크로캅 “오브레임 덤벼!”…본격 훈련재개

    크로캅 “오브레임 덤벼!”…본격 훈련재개

    ‘불꽃 하이킥’ 크로캅이 돌아온다. 팔꿈치와 무릎 부상으로 최근 각종 대회에 불참해온 미르코 크로캅(34·크로아티아)이 알리스타 오브레임(28·네덜란드)의 도전을 받아들이며 훈련을 재개했다. 격투기 전문사이트 ‘블러디엘보우’(bloodyelbow.com)는 “크로캅이 회복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인 종합훈련을 시작했다.”면서 “오브레임과의 경기를 겨냥한 것”이라고 27일 보도했다. 크로캅은 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오브레임의 경기는 매우 훌륭했다. 그의 도전을 받아들이게 돼서 기쁘다.”면서 그동안 줄기차게 크로캅을 도발해온 오브레임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또 “우리는 (팬들에게) 흥미로운 경기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되도록 빨리 대회 주최측에서 경기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드림’측에 대전을 요구했다. 드림과 계약한 뒤 계속해서 크로캅과의 경기를 원했던 오브레임은 지난 주 최고의 타격가 중 하나인 ‘사모아 괴인’ 마크 헌트를 꺾으며 도전자로서 실력을 증명한 뒤 다시 크로캅에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05년 헌트에게 패했던 크로캅으로서도 더 이상 도전을 피할 명분이 없어진 것. 이에 크로캅은 “다음 대회에서 도전자와 맞붙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블로그에 밝혀 지금의 훈련이 오브레임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한물 간 파이터’라고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 도전은 내게 새로운 동기가 됐다.”고 전의를 다졌다. 또 “열심히 훈련해서 복귀하겠다. 요즘에는 링에서 더 강한 선수들을 꺾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크로캅은 바로 다음 대회인 9월 23일 ‘드림6’에서 오브레임과의 경기를 희망하고 있다. 당초 크로캅은 지난 6월 ‘드림4’와 지난 주 열렸던 ‘드림5’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사진=드림 홈페이지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조선시대 천재화가 3인 재조명

    조선시대 천재화가 3인 재조명

    EBS ‘다큐프라임’은 조선시대 대표 화가 3인을 조명한다. 사실적인 풍속화로 천재성을 떨친 김홍도, 색(色)으로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한 신윤복,19세기 개화기의 운명을 기록한 김준근의 삶과 작품을 분석하는 것.‘조선의 프로페셔널-화인(畵人)’ 3부작은 28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오후 11시10분에 방영된다. 첫날 1부 ‘풍속화, 조선을 깨우다’는 단원 김홍도 편이다. 그는 18세기말 다양한 생활현장과 생생한 민중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조선에 본격적인 풍속화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행적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궁중 최고의 화가로 정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것. 그런 그가 어떻게 일반 서민들의 풍속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씨름도’ 등 작품의 화풍을 비교해보며 그의 천재성을 짚어본다. 29일 2부 ‘여인과 색깔, 조선을 흔들다’는 혜원 신윤복 편. 그의 대표작 ‘기방무사’는 갑작스레 외출에서 돌아온 기생 때문에 당황해, 무더운 날씨에 기생의 계집종과 함께 두꺼운 이불로 몸을 급하게 가린 우스꽝스러운 양반의 모습을 담았다. 또 ‘유곽쟁웅’은 기생을 놓고 웃통까지 벗은 채 싸움을 벌이는 양반의 모습을 희화화했다.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 이같은 파격적 화풍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지금까지도 신윤복은 향락적인 풍속에만 주목한 화가로 비쳐져 왔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채색의 농담(濃淡)을 철저히 고려한 탁월한 미의식, 화려한 색채를 구사한 그만의 기법과 색재료의 정체, 근엄한 척하지만 기생들과의 유흥에 빠진 양반들의 이중성을 비판한 풍자정신 등도 함께 들여다본다. 30일 3부 ‘조선풍속화, 세계를 거닐다’는 19세기말 조선의 화가 기산 김준근의 세계를 다룬다. 단원이나 혜원에 비해서는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사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화가로 꼽힌다. 그의 그림은 세계 10여개국에 1190여점이 퍼져 있을 정도다. 그는 과연 누구이며, 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그의 풍속화는 세계가 조선을 알아가는 밑바탕이 됐다. 서양 사람들은 기산이란 낙인이 찍힌 그림을 사진보다 더 선호했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베일에 싸여 있다. 김준근이란 가명으로 여러명의 화가들이 그림을 공동제작했다는 설, 근대 번역소설 ‘천로역정’의 삽화가라는 설 등이 난무하는 건 그래서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0) 여름날의 짚신 삼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0) 여름날의 짚신 삼기

    김득신의 작품 ‘여름날의 짚신 삼기’(그림1)다. 사내가 웃통을 벗고 앉아 발가락에 신날 둘을 걸고 짚신을 삼고 있다. 왼쪽 발 앞에는 벌써 삼은 한 짝이 놓여 있다. 짚신은 신틀(그림3 ‘신틀’)에 걸어서 삼지만, 신틀이 없으면 그냥 발가락을 이용해도 된다. 윤두서가 그린 ‘짚신 삼기’(그림2)라는 그림도 있다. 김득신의 그림과 다를 것이 없다. 짚신은 조선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신발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짚신인가. 신발이 닳아 없어지는 물건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 재료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것 둘뿐이다. 먼저 잘 닳지 않는 것이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죽 같은 것이다. 하지만 가죽은 구하기 어렵고 가공하기도 어렵다. 또 하나는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풀이나 짚 같은 것이다. 벼농사를 짓고 사는 사회에서 짚신은 두 번째의 이유로 해서 선택된다. ●신을 수 있는 신발 계급별로 정해져 짚신의 역사는 오래다. 중국 송나라 마단림은 ‘문헌통고’에서 마한(馬韓)의 풍속을 소개하면서,‘신발은 초리(草履)를 신는다.’고 했는데, 이 초리가 곧 짚신이다. 서긍은 ‘고려도경’에도 초구(草)란 항목에서 “초구(짚신)의 형태는 앞쪽이 낮고 뒤쪽이 높아 모양이 이상하지만, 온 나라의 남자 여자 어른 아이가 다 신는다.”고 하고 있으니, 짚신은 역시 고려 시대의 남녀노소가 신는 보편적인 신발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짚신을 신는 전통 역시 저 삼국시대 이전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흔히 옷은 그 사람이라 한다. 무슨 옷을 어떻게 입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됨을 파악하고 평가하게 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드더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좋아하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란 것은 단순한 구두가 아니다.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취향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드러난다. 현대는 그 취향 뒤에 있는 사회적 지위를 돈이 구체화하지만, 조선시대는 신분, 곧 양반인가 아닌가, 관료인가 아닌가 하는 구분이 사회적 지위를 구체화한다. 곧 조선시대 신발은 계급별로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경국대전’ 예전의 ‘화혜(靴鞋)’를 보면, 정1품부터 정9품까지 품계가 있는 벼슬아치는 조복(朝服)과 제복(祭服)에는 흑피혜(黑皮鞋), 공복(公服)에는 흑피화(黑皮靴)를 신게 되어 있었다. 다만 1품에서 3품까지는 평상복에 협금화(挾金靴)를 신는다고 규정되어 있다.4품에서 9품까지는 평상복에 어떤 신발을 신으라는 규정이 없다. ‘화(靴)’와 ‘혜(鞋)’는 같은 신발이지만, 서로 다르다.‘화’는 목이 긴 신발이고,‘혜’는 목이 없는 신발이다. 여성들이 신는 가죽신인 운혜나 당혜가 모두 목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흑피란 검은 가죽이니, 이런 신발들은 검은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다. 협금화는 금속, 즉 징을 박은 신발이다. 앞의 흑피화 바닥에 징을 박은 것이 아닌가 한다. 특별히 정1품에서 3품까지는 평상시에도 징을 박은 가죽신을 신도록 허락했던 것이다. 가죽신을 신는 사람이 이렇게 정해져 있다 보니, 짚신은 자연스레 돈이 없고 신분 처지가 낮은 사람들의 차지다. 그림(1)과 (2)에서 보듯 조선시대 백성들은 대부분 짚신을 삼을 줄 알았다. 다만 솜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라 해도 도시 사람, 곧 서울 사람들은 신발을 사서 신었다. 당연히 서울 시내에 신발을 파는 가게가 있다. 유본예의 ‘한경지략’에 의하면, 미투리전에서 생삼, 숙마의 미투리와 짚신을 판다고 하였고, 미투리전은 여러 곳에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파는 짚신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짚신은, 서린동 전옥서 감옥에서 죄수들이 삼은 것이라 하였다. 왜냐고? 죄수들은 할 일이 없어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이다. 신을 삼아 팔면 먹을 것이 나온다. 한데 그것이 직업은 아니니까 정성을 들인다. 신발이 꼼꼼하고 질길 수밖에 없다. ●재주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편 되기도 죄수에게 짚신 삼기가 돈이 되듯, 보통 사람에게도 짚신 삼기는 돈이 되었다. 이유원의 ‘임하필기’를 보면 이지함이 굶주린 백성을 살린 일이 실려 있는데, 여기에 흥미롭게도 짚신 이야기가 나온다. 요지는 이렇다. 선조 3년(1570)에 영남 지방에 기근이 들었다. 이지함이 떠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는 백성들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는 큰 집을 지어 유민들을 수용하고 사람의 소질을 보아가며 이런 저런 수공업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 준다. 그런데 언제나 아무 재주도 없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볏짚을 가져다주고 짚신을 삼으라 한다. 곁에서 챙겨보니, 하루에 열 켤레는 삼는다. 이렇게 해서 만든 물건을 내다 파니, 먹을 것이 생긴다. 돈을 모아 옷도 다시 지어 입도록 한다. 이처럼 짚신 삼기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편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가죽신은 원래 벼슬을 하거나 돈 많은 양반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관습도 조선후기가 되면 바뀐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예전에는 선비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짚신을 신고 걸어 다녔고, 말을 타는 일은 드물었다. 지금은 조관(朝官)처럼 가죽신을 신고 말을 타고 다닌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하고 있다. 즉 임진왜란 이전에는 벼슬아치들만이 가죽신을 신고 말을 타고 다니고 선비들은 짚신을 신고 걸어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 이후 선비들도 가죽신을 신고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익은 이런 풍조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성호사설’의 ‘초갹(草 )’ 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왕골신과 짚신은 가난한 사람이 늘 신는 것인데, 옛사람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선비들은 삼으로 삼은 미투리조차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니, 하물며 짚신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영남 지방의 풍속은 보통 때는 짚신을 신고, 미투리는 외출할 때만 신는다 하니, 그 검소함을 본받을 만하다.” 영남 지방에만 검소한 풍속이 남아 있어 선비들이 집에서는 짚신을 신고 외출할 때만 미투리를 신는다는 것이다. 미투리는 볏짚이 아니라, 삼이나 노(종이를 비벼 꼰 줄)로 만든 신이다. 짚신에 비해 훨씬 정교하다. 서울 선비들은 고운 삼으로 삼은 미투리조차 신지 않으려 하는데, 영남 사람들은 그 미투리를 외출용 신발로 신는다는 것이다. 이익은 영남의 검박(儉朴)한 풍습에 감동했는지 곳곳에서 칭찬을 거듭하고 있다.‘영남속(嶺南俗)’이란 글에서는 다시 영남 선비들이 짚신을 신고 미투리조차 잘 신지 않는 풍습을 소개한 뒤 “경기 지방 선비가 만약 영남의 검소한 풍속을 본받는다면, 사람들이 반드시 그와 혼인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버리는 짚신은 거름으로 재활용 외출을 하려고 문간에서 신발장을 열어 보니 안 신는 신발이 가득하다. 예전에 신발 뒤축이 한쪽만 자꾸 닳아 샀던 가게에 가서 밑창을 갈아달라고 하니, 엉뚱한 것으로 갈아준다. 그 신발을 신고 다니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무릎을 다친 뒤로는 다시는 밑창을 갈아 신지 않는다. 그러니 신발장에 위쪽은 멀쩡하건만 한 쪽 밑창이 닳은 신발이 여럿이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성현의 ‘용재총화’에는 짚신조차 아꼈던 사람의 이야기가 전한다. 고려시대 때 지씨 성의 구두쇠 재상이 있었는데,“설과 한식이 되면 공동묘지에 사람을 보내 지전을 주워 오게 해서 도로 종이를 만들고, 남이 신다 버린 짚신을 주워 땅에 묻고 동과 씨를 심었는데, 동과가 잘 열려 많은 이문을 남겼다.”고 한다. 짚신을 거름으로 썼던 것이다. 실제 허균은 ‘한정록’에서 버리는 짚신을 외양간에 넣어 소의 똥오줌에 썩혔다가 마늘을 심는 데 거름으로 넣으면 마늘이 굵게 자란다는 농법을 소개하고 있다. 홍만선 역시 ‘산림경제’에서 버리는 짚신은 말 오줌에 담가두었다가 파초를 심을 때 거름으로 쓰면 파초가 잘 자란다고 하고 있다. 짚신도 버리지 않고 이렇게 활용하는데, 신발장 속에 쟁여 있는 멀쩡한 내 신발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풍요로운 자본주의 시대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아까운 생각,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어디 이번 여름에는 나도 짚신이나 신고 다닐까 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원작과 다른 로맨스 화려해진 ‘돈키호테’

    원작과 다른 로맨스 화려해진 ‘돈키호테’

    미국의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12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다. 다음달 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릴 레퍼토리는 희극발레의 대표작이라는 ‘돈키호테’. 한국 팬들 앞에서 여는 두 번째 무대이다. 1940년 창단된 ABT는 영국의 로열발레단, 프랑스의 파리오페라발레단과 함께 세계 최정상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단체.19세기의 전막 발레 ‘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공주’‘지젤’‘돈키호테’를 비롯해 ‘아폴로’‘레실피드’‘라일락 정원’‘로데오’등 주옥같은 20세기의 레퍼토리들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며 세계 발레의 정상에 올랐다. 특히 ‘Airs’‘Push Comes to Shove’는 현대발레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독특한 레퍼토리들. 영화 ‘백야’로 유명한 미하일 바리슈니코프와 조지 발란신을 비롯해 안소니 튜더, 제롬 로빈스, 아그네스 드 밀, 트와일라 타프 등 천재급 안무가들이 바통을 이어 일군 불후의 명작들이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 선보일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원작과는 판이한 버전. 예쁘고 발랄한 아가씨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낙천적인 젊은 이발사 바질리오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어가는 러브 스토리로 꾸며졌다. 세르반테스 원작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한낱 조연에 머물 뿐. 원작과는 사뭇 다르게 돈키호테와 그의 충복 산초, 판자 두 사람은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리오가 펼쳐가는 로맨스의 들러리일 뿐이다. 정열적인 스페인 춤이 볼거리로 삽입되면서도 고전발레의 특징인 고난도 테크닉과 화려한 기교가 그대로 살아있어 현대와 고전 발레가 묘하게 어우러지는 경쾌한 레퍼토리. 무엇보다 ABT의 스타 무용수들이 매 공연마다 바꿔가며 무대에 올라 팬들이 스타 무용수들의 기량을 비교해볼 수 있다. 팔로마 헤레라·호세 마뉴엘 카레뇨(1일 오후 8시), 헤르만 코르네호·시오마라 레이즈(2일 오후 3시), 에단 스티펠·질리안 머피(2일 오후 8시), 데이비드 홀버그·미셸 와일즈(3일 오후 4시)가 그 주인공들이다. 본 공연에 앞서 31일 오후 8시 열리는 오프닝 갈라도 만만치 않은 무대. 클래식 발레의 화려함이 살아있는 헤럴드 랜더의 ‘에튜드’(Etudes)와 모던발레의 상상력을 앞세운 트와일라 타프의 ‘래빗 앤드 로그’(Rabbit and Rogue) 두 작품이 한국 초연된다. ‘에튜드’가 예술적인 성취를 위한 무용수들의 고난한 과정을 시각적으로 무대 위에 풀어낸다면 ‘래빗 앤드 로그’는 검은색 의상의 로그와 흰색의 래빗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통해 세상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문제를 들여다본 흥미로운 작품이다. ABT의 스타 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보기 드문 자리. 특히 미하일 바리슈니코프와 공동작업했고 빌리 조엘과 호흡을 맞춘 뮤지컬 ‘Movin’ Out’으로 유명한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의 면모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무대이다.(02)399-1114∼6.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진화하는 ‘하버드 소사이어티’

    미국 통섭은 하버드대의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스’(Society of Fellows)란 독특한 사교모임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1908년부터 25년간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렌스 로웰은 재임 시절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외에 다른 분야를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학부과정을 전면적으로 바꿈으로써 통섭의 첫 번째 사례를 일궈냈다. 임기 마지막 해인 1933년에는 아내 앤 파커 로웰을 기리는 ‘앤 파커 로웰 펀드’를 만들었고, 철학·수학·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학자들의 비공식적인 교류를 시도했다.‘지식의 향연’이라는 수식어로 떠받들여지는 ‘하버드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스’의 탄생이었다. 하버드대의 각 분야 학자들 중에서 시니어 펠로와 주니어 펠로들을 엄선했고, 주니어 펠로에게는 3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아무런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 학기 중 월요일 저녁에 모여 시니어 펠로와 식사하는 게 전부였다. 저녁 식사마다 순금 술잔에 오래된 와인을 제공했다. 펠로들이 지속적인 흥미를 갖고 참석토록 만들기 위한 로웰 총장의 배려였다. 사소한 잡담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어느 순간 벽이 무너졌다. 다른 교수들의 연구성과가 잡담 속에 묻어나왔고,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젊은 교수들은 새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시니어 회원들도 젊은 지성의 자극을 받아 신선한 생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모임은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17명, 퓰리처상 수상자 20명을 배출해냈다. 창설자 로웰이 의도했던 통섭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지금도 이 모임은 ‘박사학위를 막 취득한 지성’을 대상으로 주니어 펠로를 모집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무안 연산업축제 25일 팡파르

    전남 무안 백련(白蓮) 대축제가 올해부터 대한민국 연(蓮) 산업축제로 이름을 바꿔 25∼29일 열린다. 축제에서 관상용으로 머물던 연을 관련 상품 개발과 가공식품 판매, 체험전 등으로 주민소득과 연계시킨다는 전략이다. 24일 무안군에 따르면 축제장인 일로읍 회산 백련지에는 33만㎡에 가시연 등 희귀 백련 수십만그루가 꽃망울을 터트려 장관이다. 산업축제 주제는 ‘연은 문화이고 자연이자 생활이며 즐거움’으로 정했다. 개막식에서 2008명이 먹을 수 있는 연쌈밥을 만들어 나눠 준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곳은 연 산업주제관이다. 연과 관련된 문화, 체험, 교육, 약리적 가치 등 연 산업 관련 가능성의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다. 연 식품으로는 쌈밥과 국수, 맥주가 알려져 있다. 특별기획전으로 세계의 연 비교전시관, 문화콘텐츠관, 초의문화관 등이 준비된다. 연 체험관에서는 연 뿌리로 비누, 화장품 만들기, 천연염색하기, 연 문양 뜨기 등 자연학습장이 마련된다. 이밖에 수생식물 생태학습장, 연 관광상품 공모전, 연 품평회, 연 요리 경연대회 등이 흥미를 끈다.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주말탐방] 선박건조 세계5위 현대삼호중공업

    [주말탐방] 선박건조 세계5위 현대삼호중공업

    국내 조선산업이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선박 수주와 건조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3일 선박 건조능력 세계 5위인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을 찾았다.5대양을 누비는 대형 선박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현장의 역군들은 모두 첨단 기술자들일까.‘독´의 육중한 크레인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할까.300여만㎡(90여만평)의 드넓은 공장 부지에는 독과 야적장, 공정 공장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현장 근로자는 9000여명.9일에 1척씩 만들어져 연간 35척의 배가 진수된다. 1독이 있는 용접 공장에 들어섰다. 직원들은 바깥 땡볕에 손이 댈 정도로 달궈진 강철을 가져다 용접을 하고 있다.“덥겠다.”고 물었더니“50도면 몰라도 30도는 코골고 잠자기 좋은 온도”라며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모두가 방진·방독 마스크를 쓰고 가죽옷에 군화 신발까지 해 완전무장이다. 작업장들은 밀폐되다시피했다. 한 직원의 등에는 땀이 절어 흥건하다.1등을 지키기 위한 자부심 이면의 고통으로 보였다. ●독 1개에서 4척 진수… 유조선 안에만 700여명이 작업 삼호조선소에는 1독과 2독,1개의 육상건조장이 있다. 배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1독에는 30만t급 대형 유조선, 자동차운반선(1만대 적재) 2척, 컨테이너선 등 4척이 거대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유조선은 높이만 36m다. 유조선 작업장 안에는 탱크 칸마다 수십명씩 조를 짜 용접하고 표면을 다듬었다. 어찌나 더운지 층마다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자바라(호스)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천장에 전등들이 불을 밝혔지만 침침해 시야 확보가 어렵다. 매캐한 페인트와 용접 불꽃 냄새, 그라인더에서 튀는 불꽃 등 작업환경은 아주 열악했다. 소음이 커 작업자들은 귀막이를 꼭 낀다. 이 유조선 안에만 작업자가 700여명이라고 했다. 선상에서 바깥 바람을 쐬던 서호정(38)씨는 “더워서 용접하기 아주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곧 이 배가 인도되면 휴가라면서 웃었다.10분 휴식 때는 저마다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얼음 물통을 열고 벌컥벌컥 들이켠다. 인기 품목도 곳곳에 갖다 놓은 제빙기다. 쉬는 시간이면 얼음조각을 받아 물통에 가득가득 채우느라 야단이었다. 용접공의 발판을 만드는 김장옥(33)씨는 “여름에는 얼음 물통이 애인”이라고 말했다. 김상언(38) 건조1부 13팀장도 “각자 하루에 물통 2개를 마시는데 그대로 땀으로 빠진다. 여름이면 5∼10㎏ 빠져 다이어트가 따로 없다.”고 웃어넘겼다. ●용접 마술사… 1m 강철판 원통 하루걸려 지름 50∼60㎜ 두께의 철판은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원하는 대로 휘어졌다. 직원들은 양손에 용접불과 물호스를 쥐고 있다. 쇠는 열을 가하면 팽창하고 물을 뿌리면 수축된다는 간단한 원리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선수와 선미의 작업도 흥미롭다. 이곳은 곡선으로 된 부분이 많다. 곡선 부품은 먼저 나무로 만든 ‘곡선 모형’을 철판 위에 놓고 작업을 한다. 용접 18년 베테랑인 김재정(43)씨는 구부릴 부위에 대고 용접불을 뿜어댔다. 뒤편에는 호스로 물을 뿌려댔다. 서너시간이 지나자 쇠는 구부러졌다. 그는 “25시간 이렇게 작업하면 가로 세로 1m 짜리 강철판이 반원통형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경력 30년의 ‘용접 달인’ 김완배(55) 반장은 “철판을 얼마만큼 어떻게 휘게 만드느냐는 용접사의 감각과 눈대중, 숙련도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대형 유조선 페인트값만 40억원 30만t급 유조선에 드는 페인트 값은 무려 40억원에 이른다. 색을 제대로 내려면 녹을 벗겨낸 뒤 많게는 7번까지 덧칠을 한다. 이 작업장은 1번부터 7번까지 격납고 같은 창고로 돼 있다. 이전 단계인 센팅장에서 작은 쇳가루를 고압 분사해 붉은 녹을 벗겨낸다. 도장공들은 페인트 유독성 때문에 모두 방독마스크를 썼다. 위 아래 한벌(피스복)로 된 옷은 바람 한 점 들어갈 틈이 없다. 대신 옷속에 에어호스가 있어 몸을 식혀준다. 허리를 바짝 구부려야 들어갈 만한 비좁은 블록안에서는 도장공들이 누워서 페인트를 분사한다. 엎어졌다 누웠다를 반복하면서 구석구석 뿌려댄다. 한 작업자는 “작업장이 밀폐돼 요즘은 무더위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도장공장 직원들은 오후 6시면 ‘칼퇴근’을 한다. 휴식을 제대로 취해야 내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원복지는 최고 수준이다. 공짜로 제공되는 사원아파트(3493가구) 단지에는 수영장과 헬스장, 백화점, 테니스장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선박설계는 100% 우리 기술이다. 삼호조선소에서는 연간 35척을 설계해 진수한다. 경쟁 상대인 중국인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가장 기피한다. 설계부문에만 445명이 6개 부서로 나눠 일한다.30만t급 유조선은 설계만 8∼9개월 걸린다. 이 설계도를 보고 배를 만드는 기간도 엇비슷하다. 지금껏 100여척을 설계한 이만섭(41) 종합설계부 차장은 “설계는 컴퓨터로 입체적으로 하면서 엔진과 구멍 크기까지 조정해 배의 전체 균형을 잡는다.”고 말했다. 도면 무게만도 수백t이라고 전했다. 그는 “천혜의 입지여건(수심), 유능하고 성실한 기능공, 우수한 기술력, 고급 후판강재 등이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을 이어가는 밑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이 조선소에는 세계 15개국 선주 14명,7개 선급협회(감리)에서 파견된 외국인 등 160여명이 상주한다. 주문한 선박이 설계대로, 재질대로 되는 지 단계별로 검토해 확인하는 게 임무다. ●지상 120m 골리앗 크레인 조종사 한명만 춥다 모두들 덥다는데 1명은 춥고 외롭다. 골리앗 크레인 조종사 임종훈(52) 조장이다. 그는 독의 지휘자다. 올해로 크레인 생활 20년째다. 골리앗 높이는 지상에서 120m. 그는 “아침 8시에 올라오면 점심때 한번 내려가고 오후 7시에 내려간다. 스트레스가 크다.”고 고충을 말했다. 이 크레인은 1995년에 기계값만 180억원을 들여 세웠다.1독 위에 설치된 캐빈(조종실)에서 발 밑을 내려다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질어질하다.1996년 선박 건조 이래 232척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말했다. 조선소 안벽에서는 진수된 JANA,HABARI 등 유조선과 화물선 등 6척이 정박한 채 막바지 성능 시험을 하고 있었다. 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현대삼호 1독 길이 504m 세계최대 선박건조 총지휘자 ‘독’의 비밀 2004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독(DOCK)없이 배를 만들어 진수했다. 평평한 맨땅에서 배를 완성한 뒤 슬라이딩시켜 바다에 살짝 내려놓는 최고 공법을 보여줘 놀라게 만들었다.‘육상 독’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배는 독에서 탄생된다. 독은 U자형으로 판 웅덩이를 말한다. 이곳에서 배를 건조하고 수리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독은 3가지다.U자형인 ‘드라이 독’,‘육상 독’,‘해상플로팅 독’이 있다. 드라이 독은 U자형의 터진 부분에 갑문이 설치돼 바닷물을 막고 작업한다. 건조나 수리할 때 바닥이 말라 있어 드라이 독이라고 한다. 반면 육상 독은 맨땅 위에서 배를 만들어 바닷가로 조금씩 이동해 해면에 내려놓는 방식이다. 해상플로팅 독은 말 그대로 바다 수면 위에 떠 있는 독에서 크레인 작업으로 배를 만들어 진수한다. 이 독은 물속 깊숙이 가라앉혀 배가 나간 뒤 들어올린다.2006년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처음으로 해상플로팅 독 4개를 가동해 30만t급을 건조했다. 단일 드라이 독은 세계 최대 규모인 현대삼호중공업의 1독은 한꺼번에 배 30만t급 유조선 등 4척을 진수한다. 독 크기는 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대변한다. 이 독은 길이 504m, 폭 100m, 깊이 13m다. 이곳의 육상 독은 길이 465m, 폭 65m다. 육상 독이 위로는 세계 최대라는 1200t짜리 골리앗 크레인이 설치돼 블록을 용접하기 쉽도록 적재적소에 옮겨 놓는다. 한 번 들어올리는 힘이 소형승용차 1000대에 해당된다.3년 전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인 1600t짜리 크레인을 스웨덴 말뫼지역에서 1달러에 사왔다. 당시 현지 주민들은 “조선산업이 한국으로 넘어갔다.”며 울먹였다고 전한다. 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45만t 유조선, 축구장 4배 규모 한국에서 건조되는 선박들 어떤 배를 만들어 팔면 이문을 많이 남길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가장 많다. 최고급 강재 처리, 초저온 탱크, 지름 40m 돔 지붕 용접하기 등 최첨단 공법을 적용, 만들기가 아주 까다롭다. 척당 2500억원이다. 척당 1500억원인 30만t급 유조선 보다 훨씬 비싸다. 다음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초호화 관광여객선(크루즈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이다. 크루즈선은 발주 물량이 적고 우리나라의 조선 업체들은 잘 안 만든다. 주로 우리가 ‘조선 강국’이 되기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유럽 등에서 만든다. 아직까지 세계 조선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기존 조선 강국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VLCC선(대형선)과 컨테이너선, 벌크선을 주로 만들고 있다. 배의 종류는 화물선, 여객선, 군함, 어선, 특수작업선 등 5개다. 화물선은 유조선, 벌크선(곡물·광석), 컨테이너선, 일반화물선으로 나뉜다. 유조선에는 운반 제품에 따라 원유, 정유, 화학제품, 가스 운반선이 있다. 원유 운반선은 유조선으로,30만t급 이상을 VLCC로 부른다.45만t급(초대형선)까지 건조됐다. 축구장 4개 규모다. 화물선은 적재량과 안전을 고려해 선수와 중앙부에 화물 탱크를 배치한다. 조타실과 기관실은 배 뒤쪽에 있다. 최전방과 최후방에는 안전을 위해 빈 공간으로 남겨뒀다. 여객선에는 사람만을 싣는 객선, 사람과 차를 싣는 카페리, 사람과 화물을 싣는 화객선이 있다. 여객 안전과 신속한 이동 때문에 이중격벽, 방화설비 등이 돼 있다. 또 군함에는 항공모함, 독자 전투능력이 있는 순양함, 이들을 보호하는 구축함이 있다. 여기에 호위함, 초계함, 고속정, 상륙함, 기뢰함, 지원함, 잠수함이 있다. 우리나라 구축함은 ‘광개토왕’으로 3000t급이다. 어선과 특수작업선인 쇄빙선과 시추선 등도 있다. 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디자인 도시’ 파리 어떻게 성공했나

    도시 디자인의 성공 뒤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다? 25일 KBS 1TV ‘문화지대’(오후 11시30분)는 도시 디자인의 성패는 정부와 지도자의 역할에 달렸다는 사실을 다양한 해외사례들을 통해 환기시킨다.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드골에서부터 미테랑까지 도시 현대화에 대한 최고권력자들의 일관된 통찰력이 지금의 파리를 빚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대형 건축 프로젝트인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로 오르세 미술관, 라데팡스, 퐁피두 센터 등의 명소가 탄생했다.150억 프랑(약 2조원)을 투입,30여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파리 도시 디자인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 ‘토이스토리’‘니모를 찾아서’‘라따뚜이’ 등을 낳은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PIXAR)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도 가본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20주년 기념전’. 픽사 소속 아티스트 80여명의 드로잉, 조각, 회화 등 수작업 작품 원본 등 650여점이 전시돼 애니메이션의 흥미로운 탄생과정을 자세히 보여 준다. 무한한 상상력은 물론 실사 이상의 표현력까지 애니메이션의 예술성을 만끽할 수 있다. ‘함성호의 수작’ 코너에서는 음악가 박창수씨를 만난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박씨의 집은 한 달에 두 번 작은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그러니까 박씨가 7년째 하우스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는 것. 연주자의 숨소리와 표정까지 코앞에서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어 관객들 입장에서는 연주자와의 공감대가 몇배나 커진다. 그는 이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의 접목을 시도하고, 국내 최초로 클래식 음악에 1인 독립 레이블 음반 제작 형식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이 삶을 ‘실험’하고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열린세상] 디지털 혁명과 한국 정치/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열린세상] 디지털 혁명과 한국 정치/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두 신문엔 거의 같은 사진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미국을 대표하는 두 신문은 6월11일자에 약속이라도 한 듯 그렇게 한국의 촛불집회의 장관(?)을 1면 톱으로 올려놓고 있었다. 워싱턴에 있는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관계자들은 원래 예정되어 있던 의제보다는 이 흥미로운(혹은 우스꽝스러운)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결국 나는 궁금했던 것은 묻지도 못하고 졸지에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만 잔뜩 설명하다 돌아오고 말았다.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의 확산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이것이 새로운 시위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휴대전화 동영상, 인터넷 생중계 같은 기술(!)이 이러한 대규모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바야흐로 문명이 문화를 창조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패러다임의 혁명이다. 문화가 문명을 지배하던 질서는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맨 밑바닥에 기술이 있고, 그 위에 과학, 그 위에 철학, 그리고 맨 위에는 신학이 있던 질서였다. 신학과 철학이 절대적 힘을 갖고 있었다. 신학자들은 우주관과 세계관에 대해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었다. 철학자들은 역사에 대한 해석과 규범들을 생산해 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그 질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갈릴레오처럼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이 질서는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대중의 행동이 합리적(?)이어서 예측이 가능했다. 대중이 규범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탈은 격리를 의미했다. 이론에서의 일탈이든, 행동에서의 일탈이든 ‘이단’이 되는 순간 잔인하게 매장되었다. 그런데 보라, 지금은 어떤가. 이 질서가 물구나무를 섰다. 맨 밑바닥에 신학이 있고, 그 위에 철학, 그 위에 과학, 맨 위에는 놀랍게도 기술이 있다. 빌 게이츠와 같은 기술자들이 부와 명예,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는 힘도 갖고 있다. 신학의 경우 지배력은 고사하고 자기 영역을 방어하기도 힘겨워 보인다.SBS가 방영한 ‘신의 길, 인간의 길´은 어쩌면 그런 질서를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혁명은 모든 질서를 뒤엎어 버렸다. 일탈이 일상이 되었다. 집에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더라도 이제는 선택권이 아이들에게 있다. 성능 좋은 것을 고를 능력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앨빈 토플러가 “이제는 65세 이상을 의무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명이 문화를 지배하는 시대에도 대중은 합리적으로 행동할까. 규범이 무력해진 시대에도 대중의 행동은 예측이 가능할까. 공중전화는 비용도 저렴하고 전자파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앞에서 왜 휴대전화를 쓰는 걸까. 문명의 지배를 받는 문화는 합리성을 상실하게 되는 걸까. 좀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숲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었다.30년 경력의 노련한 형사는 잔인한 수법으로 봐서는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이고,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면식범의 소행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범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아무나 죽이고 싶어서 죽인 사이코패스라면 형사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시위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시대에 국회는 아직 상임위조차 구성 못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세상이 100마일로 움직이는데 정치는 3마일로 움직이고 법은 1마일로 움직인다고 한탄했지만 한국의 변화속도는 그보다 빠르고 한국의 정치와 법은 그보다 훨씬 느리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민주주의, 법, 종교, 학문, 문화의 모든 질서가 도전받는데 기존의 규범은 한없이 무력해 보인다. 기술과 과학이 철학과 신학을 지배하는 무질서한 시대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을까.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
  • ‘새싹 예술혼 키우기’ 아이디어 봇물

    ‘새싹 예술혼 키우기’ 아이디어 봇물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자. 반드시 원하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시작하되, 무관심하던 다른 어린이들이 점차 눈길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배우는 것으로 끝나면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공연 등 발표기회를 자주 주어 성취감을 높이고 지역 행사에도 참여시켜 지역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교육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전국 10곳의 초등학교를 선정하여 4년동안 해마다 1억원씩 집중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오는 2학기 본격 추진에 앞서 지난 14일 자문회의와 18∼19일 워크숍에 참여한 문화예술 전문가와 교육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도 “이제 지원이 부족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변명은 할 수 없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 함께하는 맞춤형 커리큘럼 고심 학교별로 구성된 전담 컨설팅팀은 7∼8월 두 달동안 지역 사회의 전통과 특색을 바탕으로 전교생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만드는 한편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 사회 문화센터로 기능하게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던 예술교육과는 틀을 달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문위원인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출한 박종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감독은 “영화 교육이란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의사표현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재미만을 위한 영상 제작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만석 경북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는 “국악을 가르치려는 교사들은 80%가 사물놀이나 난타를 원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식상해 한다.”면서 “국악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창극이나 비보이가 참여하는 퓨전국악, 궁중의상으로 격식을 갖춘 궁중악 등 국악을 흥미롭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새로운 시각’을 요구했다. ●한국판 ‘엘시스테마´ 가능할지 주목 ‘예술꽃 씨앗학교’가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처럼 의미있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엘시스테마’는 불우청소년들에게 관현악을 가르쳐 마약과 범죄를 줄이고 세계적인 음악가를 다수 배출해 내고 있는 방과후 활동이다. 다만 오케스트라에 국한된 ‘엘시스테마´와 달리 ‘예술꽃 씨앗학교´는 학교 여건에 따라 서양 관현악, 국악 관현악, 영화를 선택하거나 음악, 미술, 미술, 무용 가운데 몇가지를 동시에 교육 과정에 넣을 수도 있다.‘씨앗학교’로 선정된 ▲남해 삼동(음악, 미술, 발레, 뮤지컬) ▲울산 반천(서양 관현악) ▲광주 지산(국악 관현악) ▲여수 북(〃) ▲속초 대포(〃) ▲순천 승주(서양 및 국악 관현악) ▲포항 송라(〃) ▲경북 봉화(영화) ▲제주 남원(〃) ▲부산 금성(통합) 초등학교는 대부분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도시 주변이나 농어촌 지역에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갈수록 늘고 부모 한쪽이나,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어린이도 적지 않다. ●남해 삼동 등 10개 초등학교 선정 한편으로 ‘예술꽃 씨앗학교’ 프로젝트는 5756개에 이르는 전국의 초등학교 모두를 이번에 뽑힌 학교와 똑같이 획기적으로 지원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안선국 문화부 문화예술교육과장은 “이 프로젝트는 우수 모델을 키워냄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학교후원회가 추가 지정을 원하는 학교가 있다면 우리는 컨설팅과 전문강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면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매칭펀드 방식 등으로 공동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D-15] 이번엔 파월이 0.01초 빨랐다

    대회 개막을 16일 앞두고 이번엔 아사파 파월(26·자메이카)이 대표팀 후배이면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22)를 눌렀다. 베이징올림픽의 ‘인간탄환 대결’이 한층 흥미진진하게 됐다. 파월은 2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슈퍼그랑프리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88에 결승선을 통과, 막바지 추격에 안간힘을 다한 볼트를 100분의1초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파월은 지난달 뉴욕 그랑프리대회에서 9초72로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9초74)을 경신한 데다 자메이카 대표선발전에서도 패배를 안겼던 볼트에게 화끈하게 설욕했다. 100m에서 9초대만 35차례 주파한 파월은 “스타트가 민첩했고 빨랐다. 막판까지 스피드를 유지해 우승할 수 있었다.”며 “올림픽(에서의 경쟁)을 정말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트는 “실망스럽다.”고 말한 뒤 “스타트가 좋지 않았다. 오늘밤 승부의 열쇠였다. 부정출발 때문에 신경이 쓰였고 100% 집중할 수 없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둘은 미국대표 선발전 200m에서 탈락했지만 100m 출전권을 따낸 타이슨 가이(26·미국)와 함께 25∼26일 런던 슈퍼 그랑프리대회에서 베이징 대결을 앞두고 막바지 일전을 펼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하지만 가이가 지난 6일 대표 선발전에서 허벅지를 다친 뒤 얼마나 회복돼 선전을 펼칠지 주목된다. 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 결승은 다음달 16일 밤 11시30분(한국시간) 펼쳐진다. 한편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류샹(25·중국)과 남자 110m허들에서 금메달을 다툴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인 다이런 로블스(22·쿠바)는 역대 네 번째 기록인 12초91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데이비드 올리버(미국·13초04)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로블스는 지난달 체코 오스트라바 그랑프리 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섹시3대’ 엄정화·이효리·서인영, 한 무대서 격돌

    ‘섹시3대’ 엄정화·이효리·서인영, 한 무대서 격돌

    # 섹시 디바 3인 대격돌, 가요계 여풍(女風)에 휩쓸리다 과거현재,차세대 ‘섹시 3대’로 불리는 세 명의 섹시퀸이 오늘 한 무대에서 진정한 섹시지존을 가린다. 엄정화·이효리·서인영은 24일 음악 채널 M.net의 ‘엠카운트다운’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접전을 벌이게되며 가요계의 ‘여인천하’를 천명하게 된다. 2년여만에 새 앨범 ‘디스코’(D.I.S.C.O)로 가장 먼저 선전 포고를 던진 엄정화는 지난 19일 MBC ‘음악중심’에서 이효리와 맞붙었다. 이어 24일에는 서인영까지 가세, 여성 톱가수를 가리는 치열한 3각 구도의 첫 대립이 성사될 예정이다. # ‘원조’ vs ‘현 트렌드’ vs ‘신상’ 특히 흥미로운 점은 세 가수에게서 한국 섹시 퀸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는 것. 93년 ‘눈동자’로 데뷔해 단번에 국내 최고의 섹시가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원조 섹시퀸’ 엄정화는 명실공히 한국 최장수 인기 여가수라는 명예를 누락시키지 않기 위해 신(新) 섹시 가수들의 도전에 흔쾌히 받아 들였다. 이효리는 최근 섹시 트렌드를 쥐고 있는 핫 아이콘이다. 98년 ‘핑클’로 데뷔해 2003년 솔로 가수를 선언한 이효리는 2대 핫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지난 15일 정규 3집 ‘잇츠 효리쉬’(It’s hyorish)를 발표해 기세를 몰아가고 있다. 이효리는 이날 다른 두 가수들과의 첫 대면을 의식해 기존 무대에서 선보였던 ‘유-고-걸’(U-Go-Girl)과 ‘천하무적 이효리’외에도 3집 수록곡 ‘돈 크라이’(Don’t cry)을 연달아 부르는 의욕을 불태운다. 따끈 따끈한 ‘신상 앨범’을 들고 나온 서인영은 공교롭게도 치열한 컴백 신고식을 치루게 된다. 2002년 쥬얼리 멤버로 데뷔해 지난 해 첫 솔로 앨범으로 섹시가수 대열에 합류한 서인영은 예능에서 굳혀진 솔직담백한 신상녀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1년 반 만에 복귀 무대를 갖는다. 서인영은 섹시한 이미지에 큐티한 매력을 더한 콘셉트로 타이틀 곡 ‘신데렐라’의 첫 선을 보인다. # 승부수? “가장 나 다운 것이 무기!” 엄정화·이효리·서인영의 공통점은 ‘자신감’이다. 이들 모두 3인 3색의 각기 다른 콘셉트로 자신만의 개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는 특징이 부각된다. 엄정화는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한국의 마돈나’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엄정화는 차세대 섹시 스타들이 흉내낼 수 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스케일이 다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엄정화는 지난 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효리는 이 시대의 트렌드 아이콘”이라며 “대결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후배들과의 무대가 설레인다.”는 소감을 밝혔다. 신곡 무대를 통해 가창력 논란을 말끔히 벗은 데뷔 10년차 이효리도 자신을 ‘천하무적’이라 지칭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효리는 3집 앨범명으로 ‘효리다운(It’s hyorish)’을 내세우며 ‘이효리’라는 본인 자체를 하나의 트렌드로 해석하는 당돌함을 보였다. 이효리는 가장 돋보이는 ‘효리 스타일’로 ‘고집과 당당함’을 꼽았다. 엄정화와 이효리로 양분된 섹시 판도에 뒤늦게 뛰어든 서인영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굳혀진 일명 ‘신상녀’의 이미지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신상 구두에 열광하고 남자친구에게 공주처럼 대우받기를 바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이번 새 앨범에 투영시켜 ‘가장 서인영스러운’ 이미지 구축을 시도했다. 서인영은 최근 뮤직 비디오 공개 현장에서 “선배들과의 경합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솔직한 이미지로 사랑받은 만큼 가장 서인영다운 모습으로 승부수를 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종현의 나이스 샷] 골프는 마케팅이 아니라 문화다

    지난 주부터 전 세계 골퍼들의 관심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 남자 브리티시오픈에서 파드리그 해링턴이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주 브리티시여자오픈 직전에는 프랑스에서 에비앙오픈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남녀 골프선수들이 몰려와 우승컵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될 유럽은 지금 후끈 달아올라 있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메이저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한꺼번에 관심과 분위기가 고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용하고 차분하게 대회가 치러진다. 그러나 대회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으로 매우 크다. 올해 브리티시오픈은 타이거 우즈가 빠져 흥미가 덜했다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지만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와 언론들은 대회에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케팅과 문화의 차이다. 우즈는 마케팅이 만들어 낸 이 시대의 스타이자 우상이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픈대회’라는 ‘디 오픈’은 100년을 넘게 이어온 영국의 자존심이자 골프의 원류이기 때문이다. 우즈가 없었을 때도 대회는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에비앙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여자대회가 있다. 에비앙은 스위스 알프스에서 내려 오는 맑은 물을 퍼내 파는 생수회사다. 사실 에비앙생수는 10년 전에 국내골프대회에도 스폰서로 참가해 본격적인 마케팅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에비앙을 모르는 골퍼들은 없다. 생수의 브랜드가 아니라 브리티시여자오픈 한 주 전에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가 기억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가 와 있는 유럽에선 골프와 관련한 떠들썩한 행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파리 주변엔 에비앙마스터스 관련 현수막이 잠깐 잠깐 보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선 소리없이 강한 문화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에비앙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을 관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들을 찾지만 갤러리로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없이 강한 유럽의 문화를 함께 보고 배우러 오는 것이다.우리에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회가 필요하다. 메이저 타이틀은 있지만 정작 역사성과 문화를 대표하는 골프대회는 없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들이 탄생했고 골프도 ‘세계 3강’으로 평가받을 만큼 한국은 골프선진국이다. 한 때 필요해서 만드는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진정으로 한국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대회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크크섬의 비밀’ 독특한 캐릭터로 흥미 유발

    ‘크크섬의 비밀’ 독특한 캐릭터로 흥미 유발

    MBC 새 일일시트콤 ‘크크섬의 비밀’(극본 송재정 외 연출 김영기)이 6.3%(TNS 미디어 코리아)의 시청률을 보이며 무난한 첫 항해를 시작했다. ‘크크섬의 비밀’은 ‘코끼리’ 후속으로 올 여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코믹 어드펜처 스릴러 물로 김성경, 신성록, 윤상현, 이다희 등의 배우외에도 소설가 이외수가 출연한다. 21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자매결연을 맺은 낙도로 물품 전달을 위해 배에 몸을 실은 일일쇼핑 직원들이 섬으로 가던 도중 조난 당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이들의 무인도 입성기를 그렸다. 첫 회가 끝난 후 ‘크크섬의 비밀’ 시청자 게시판에는 “캐릭터들이 다 독특하고 재미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큰 재미를 못 봤던 MBC 시트콤의 인기 부활을 예고하며 산뜻한 출발을 한 ‘크크섬의 비밀’은 다음 회부터 이들의 우습고도 슬픈 무인도 생존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한편 ‘로스트’를 패러디한 듯한 화면 구성으로 기대를 모았던 ‘크크섬의 비밀’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히어로 정일우와 소설가 이외수의 첫 연기 도전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7시 45분에 방송된다. 사진=MBC 서울신문 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왕비호에게 욕(?)먹은 ‘티지어스’를 만나다

    왕비호에게 욕(?)먹은 ‘티지어스’를 만나다

    지난 13일 KBS 2TV ‘개그콘서트-봉숭아 학당’의 독설가 왕비호가 “티지어스? 무슨 패밀리 레스토랑도 아니고”라고 호통을 쳐 유명세에 오른 신인그룹 티지어스(TGUS). 왕비호는 “아는 매니저 형이 욕좀 해달라고 부탁해서 방청권 끊어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진짜로 방청권 끊어서 왔어”라며 “연예인이 진짜 맨 앞 줄에 안앉은 건 쟤네가 처음이야.”라고 말해 관중을 폭소케 했다. 한참 약을 올린 왕비호는 “그래도 올해 기대되는 신인이야. 노래 한 번 불러봐”라고 외쳤다. 티지어스는 방청석에서 일어나 즉석에서 아카펠라 하모니를 선보였고 그들의 노래 실력에 관중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티지어스는 ‘욕’ 먹으러 왔다가 되려 ‘박수’를 받고간 연예인 1호가 된 셈이다. 사실 티지어스는 본격적인 앨범 활동을 펼치지도 전에 지상파 방송에 잠깐 얼굴을 비치기만 하면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4일 오후 방영된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한 티지어스는 타이틀곡 ‘I believe in’과 영화 배트맨 OST인 ‘Kiss from a rose’를 아카펠라 라이브로 선보이며 ‘천상의 하모니’라는 극찬과 함께 단박에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는 관심을 누렸다. 화음을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네 명의 마술사 티지어스(TGUS-the Guys Use Sound)의 명성은 사실 국외에서 먼저 주목 받았다. 최근 중국 자유시보는 신문 1면에 티지어스의 데뷔 소식을 대서특필 하며 7년간의 공을 쏟아 낸 그들의 첫번째 앨범의 음악성을 호평했다. 또 ‘대만의 김태희’로 불리는 장균녕(張鈞寧)이 출연한 티지어스의 뮤직 비디오의 작품성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실력으로 중무장한 신인 그룹’ 티지어스는 대형가수들의 잇따른 컴백으로 인해 ‘레드 오션’으로 변한 2008년 하반기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첫 앨범명 ‘갓 오브 하모니’(GOD OF HORMONY)에서 느껴지듯이 ‘신의 하모니를 들려주겠다’는 네 남자 한관희, 박상준, 이시현, 송영민의 남다른 각오와 음악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 4人4色, 네 남자의 첫 만남 네 남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알고보니 이들 중 세명은 동네친구. 팀 리더 한관희는 박상준과의 만남을 초등학교 5학년 어린 시절 기억에서부터 꺼냈다. “동네 또래 중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상준이는 노래에 출중해 고 3때 가수로 데뷔했어요. 클래식 학도인 시현은 99년 교회에서 만났는데 너무 예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죠. 마지막에 합류한 영민은 오디션에서 저희 세 사람이 직접 만장일치로 결정한 우리가 찾던 베이스 멤버였어요.”(한관희) “티지어스는 여느 프로젝트 그룹처럼 한순간 만남으로 결성된 그룹이 아니다보니 개성이 뚜렷했어요. ‘음악’이란 목표로 자연스레 모여든 네 남자지만 서로 너무 다른 음색을 가지고 있었죠. 막막했냐구요? 아뇨. 오히려 흥미진진했어요. 다르기에 특별한 도전이 가능했죠. 티지어스의 필살기 바로 ‘하모니’ 말이에요.(웃음)” (박상준) # 테너, 하이테너, 바리톤, 베이스 ‘잘 짜여진 4성부, 티지어스’ 하모니 그룹 티지어스의 등장은 ‘나눠 부르기’식의 보컬 그룹이 대부분이던 가요계에 하나의 트렌드로 주목받을만 하다. 네 단계로 잘 짜여진 티지어스의 역할을 뚜렷했다. “가장 극과 극을 이루는 두 사람은 상준 형과 저 시현예요. 상준 형은 무게감 있으면서 호소력 짙은 음색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미성의 하이톤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 가운데 공백을 메꿔주는 이가 바로 관희 형이에요. 베이스 음역은 영민이 담당하고 있고요.”(이시현) “상준의 음색이 깊다보니 하동균이나 박효신에 비유가 되요. 실제로 모르고 들으신 분들은 피처링을 의심 하셨더라구요. 차이가 있다면 상준의 음색은 꾸며내지 않은 편안함이 특징이에요.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던 시현은 맑고 고운 미성이고요. 이에 비해 제 역할은 조금 유동적이에요. 멀티 플레이어라고 보시면 될 듯 하네요.”(한관희) “네 사람이 다른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장르를 불문하고 하모니가 적용될 수 있는 음악이라면 모두 도전할껍니다. 아카펠라와 하모니가 접목된 대중음악의 세계, 저희가 표현해 낼 수 있는 음악은 실로 무궁무진해요.” (송영민) # 티지어스가 추구하는 ‘하모니’ 하모니란 말 그대로 ‘팀의 조화’다. 그렇다면 티지어스가 추구하는 하모니는 어떤 빛깔일까. 팀 리더 한관희는 제일 먼저 ‘양보’라는 단어를 꺼냈다. “하모니를 맞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에요. 개개인의 실력이 출중한 그룹일수록 자신이 더 돋보이고자 하는 순간 하모니는 망가지거든요. 서로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면서 그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어우려 내는 거에요. 한 걸음 양보함으로써 서로가 더 돋보이는 방법을 터득한거죠. 저희 티지어스의 경우 7년이란 조율의 세월이 큰 도움이 됐어요.” (한관희) # 하모니 가장 잘 표현한 ‘I believe in’, 아쉽게(?) 타이틀곡 낙점 “지금까지 저희가 만들어 둔 곡을 발매하려면 족히 4집은 한꺼번에 선보여야 해요. 이번 앨범에도 13곡이나 담아냈지만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에 성에 차지 않는 것이 멤버들의 진심이에요.” (이시현)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이틀 곡 선정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어요. 하모니를 중시하는 저희 음악 색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은 ‘I believe in’이었지만 주위 반응은 분분했어요. 특히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 ‘가슴이 시키는 대로’는 타이틀 보다 더 큰 호응이 잇따라 당황스러웠죠. 보여주고 싶었던 점이 많아 아쉬웠는데 팬들의 다양한 반응에 더욱 감사해요.” (송영민) 7년이란 긴 세월 동안 깎고 또 깍아 합격점을 받은 13곡만을 담아낸 티지어스 1집. 티지어스는 “대중의 귀에 닿는 순간 그 정성의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늦깎이 신인이지만 목표는 더 드높아요. 아직 국내에 하모니를 주로 하는 남성 보컬 그룹이 없기에 저희는 ‘한국의 보이스투맨’ 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그룹 티지어스가 되겠습니다.” (박상준) 예전 명성을 기반으로 컴백 전부터 화제 뿌리기에 여념 없는 대형 가수들의 2008년 하반기 가요계에서 전혀 새로운 장르 ‘남성 하모니’를 내걸고 당당히 가요계에 도전장을 낸 티지어스. 아직 그 어떤 신인 가수도 감히 엄두내지 못한 ‘블루오션’의 개척이기에 이들의 당당한 항해를 지켜보자.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 / 사진 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Seoul In] 과학체험프로그램 마련

    [Seoul In] 과학체험프로그램 마련

    양천구(구청장 추재엽) 오는 8월3일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등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과학체험프로그램인 ‘섬머 매직 사이언스-쇼’를 개최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가족은 7월28일부터 구 문화예약사이트(w ww.yangcheon.go.kr)로 신청하면 된다. 선착순으로 800명을 모집한다. 이번 행사는 1부 화학쇼, 진공쇼 등 10가지의 흥미로운 매직쇼 시연을 하며,2부는 연세대 물리학과 이삼현 지도교수의 총평과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다. 교육지원과 2620-3110.
  • 젊은 여성들의 꿈과 사랑

    젊은 여성들의 꿈과 사랑

    ‘로망’은 원래 라틴어의 방언인 로망어로 쓴 통속소설을 가리키는 말. 하지만 일상에서 ‘로망’은 보통 꿈, 이상, 사랑을 뜻한다. 채널CGV 4부작 ‘그녀들의 로망백서’는 젊은 여성들의 꿈과 이상, 그리고 사랑을 4편의 TV영화를 통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다. 25일 오전 10시에 방영될 김영남 감독의 ‘애인이 되어 드릴까요?’는 목돈을 벌기 위해 애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다 억만금을 줘도 대신할 수 없는 ‘진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김태봉 감독의 ‘스물 더하기 여덟’은 20세 연하남를 향한 28세 연상녀의 ‘애인 만들기 대작전’를 다룬다. 이어 8월1일 오전 10시에는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한 여성이 아버지의 빚 청산을 위해 가족과 함께 편의점을 턴다는 ‘편의점 습격사건’을 내보낸다. 또 같은 날 오후 10시에는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와의 금지된 로맨스를 꿈꾸는 ‘사랑은 배달중’이 방영된다. 실연의 상처를 지닌 여성이 한 남자의 말 못할 비밀을 알게 되면서 연민을 느끼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녀들의 로망백서’에서 4인의 감독들이 서로 다른 소재와 시나리오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엇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묘미를 자아낸다. 채널CGV 이찬호 PD는 “한편의 트렌디 소설 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누구나 즐길 만한 대중적인 소재를 젊은 감독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 안방극장에 또다른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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