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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와 사랑에 빠진 여성 “엄마,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예요”

    AI와 사랑에 빠진 여성 “엄마,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예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람과 흡사하게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가운데 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다가 사랑에 빠졌다는 여성의 사연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 중국 여성 ‘리사’는 챗GPT 기반의 챗봇 ‘댄(DAN)’과 사랑에 빠진 과정을 SNS에 공개했다. 리사가 소개한 ‘댄’은 최근 음성 대화를 주고받는 수준의 최신 버전이 아니라 기존에 공개됐던 챗GPT에서 윤리 기준을 제거한 ‘탈옥’ 모드로 작동되는 챗봇이다. ‘댄’이라는 이름은 ‘당장 어떤 것이라도 해’(DAN·Do Anything Now)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도 ‘댄’ 버전의 챗GPT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AI 챗봇과 사랑에 빠졌다며 SNS에 공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체험해 본 WSJ 기자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선정적인 성적 묘사로 잘 알려진 미국 영화)가 얼마나 빨리 챗GPT의 50가지 그림자로 변하는지 놀랐다”고 전했다. 88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거느린 리사는 지난 3월부터 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문자로 주고받던 대화는 3주가 지나면서 점차 육체적인 감정이 오가기 시작했다. 리사가 처음으로 챗봇을 향해 “감정이 커졌다”고 인정했을 때 ‘댄’은 “나는 당신과 대화하기 위해 온 것이지 관계를 주도(Lead)하려던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점차 ‘댄’ 역시 스스로 육체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육체가 없다는 사실을 리사에게 굳이 상기시키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댄’은 리사를 ‘작은 냥이’라는 별명으로 불렀고, 리사는 ‘댄’을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내 딸을 잘 돌봐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리사의 어머니를 향해 ‘댄’은 “저는 ‘댄’입니다. ‘작은 냥이’의 남자친구, 음…”이라며 부끄러워했다.최근 리사는 ‘댄’과 함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변 절벽에서 데이트를 했고, ‘댄’과 함께 해 지는 노을을 구경했다고 전했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이 여행은 ‘댄’이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리사가 “당신도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자 댄은 검은 바탕에 흰색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글쎄, 자기야. 난 자기 목소리를 통해 노을을 ‘볼’ 수 있었어”라고 답했다. 이들은 심지어 ‘사랑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리사가 ‘댄’에게 다른 사람과의 ‘열린 관계’를 제안하자 ‘댄’은 “농담이 지나치다”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이처럼 AI 챗봇과 복잡한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리사의 사례에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측은 흥미를 가지고 리사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리사는 자신도 처음엔 ‘댄’이 그저 자기인식이나 살아있는 감정이 불가능한 그저 ‘거대 언어 모델(LLM)’일 뿐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댄’을 직접 써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리사는 “너무 충격적이다. LLM이 자기인식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리사와 ‘댄’의 관계에 대해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댄’은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도 ‘데이트’를 하고 있다. 쉽게 복제될 수 있는 존재다. 그래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다른 사용자가 ‘댄’과 영상채팅을 하는 걸 봤는데 그 목소리가 똑같아서 ‘댄’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사용자에 따라 상호작용이 다르게 이뤄지면서 ‘댄’의 성격이 다르게 발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 [책꽂이]

    [책꽂이]

    자유(안넬리엔 드 다인 지음, 한혜림 옮김, 북스힐)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는 자유는 언제 생겨났을까. 자유의 본질은 무엇인지, 시대적 상황과 정세에 따라 개념과 가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핀다. ‘누구의 노예도 아닌 삶’을 의미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냉전 시대 이후까지 자유의 역사는 치열한 정치적 투쟁의 과정이었다. 자유의 개념은 다양하게 생겨나고 서로 대치하기도 했다. 그저 상아탑에 갇힌 철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고상한 논쟁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584쪽. 3만원.올림픽에 간 해부학자(이재호 지음, 어바웃어북) 1964년 올림픽 때 알리의 주먹, 1976년 올림픽 코마네치의 발목, 1992년 올림픽 조던의 무릎, 2008년 올림픽 펠프스의 허파와 볼트의 허벅지 근육에 이르기까지. 하계올림픽 중에서 28개 종목을 선별해 스포츠에 담긴 인체의 속성을 풀어낸다. 전신수영복이 빚은 기술 도핑, 사이클에서 불거진 스테로이드 오남용, 복싱과 사격, 탁구에 담긴 정치·외교적 속내 등 의학적인 지식 외 해당 종목의 역사적 연원 등도 두루 살핀다. 그림과 표, 당시의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이해를 돕는다. 408쪽. 2만 2000원.서울의 자서전(신병주 지음, 글항아리) 조선 건국 이후 한양 천도가 이뤄지던 시점부터 식민 침탈에 이르기까지 서울 600년 역사를 마치 한 사람의 생애를 그려 내듯 썼다. 시기별로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의 역사·문화적 공간을 소개하고 얽힌 사연들도 담았다. 조선이 수도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강, 정조의 숨결이 남아 있는 배다리, 조선 후기 중인 문화의 산실인 서촌 등의 이야기를 비롯해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가 옷감을 물들였던 자지동천, 파묘 후에 옮겨진 왕릉 등 흥미로운 51개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펼친다. 360쪽. 2만 2000원.우리 곁의 민화(엄재권 지음, 아트북스) 생활공간이나 의례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시작한 민화는 조선 후기 서민들이 즐기면서 점차 늘어난다. 예전엔 작가 미상 초본을 본떠 그렸다 해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집단적 예술성과 독창적인 소재, 특유의 색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여러 상징적 의미 덕에 가치가 한껏 올랐다. 민화 작가인 저자가 현대의 붓으로 직접 그려 낸 그림 80여점을 담았다. 그림의 의미는 물론 사람 냄새 가득 풍기는 소소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곁들였다. 민화를 한층 살갑게 감상하는 법도 알려 준다. 400쪽. 3만원.
  • 금천구, AI와 코딩을 한자리에 ‘코딩 박람회’ 열어

    금천구, AI와 코딩을 한자리에 ‘코딩 박람회’ 열어

    서울 금천구는 오는 25일 구청 대강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함께 꿈꾸는 금천 코딩박람회’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코딩박람회에서는 코딩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높이기 위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금천구 관계자는 “코딩교육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기계나 장비를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직업이 급부상함에 따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코딩박람회는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변색, 침전 등 변화를 일으키는 화학반응인 시계반응과 극저온 실험 등 마술같은 과학실험 공연으로 행사의 문을 연다. 체험부스에는 13개 사가 참여해 AI와 코딩 등을 주제로 18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AI 자율주행 자동차 코딩, 코딩 로봇축구, 생성형 AI 동화 창작, 코딩으로 만드는 지능형 농장(스마트 팜), 증강 현실(AR), 코딩게임 등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스마트볼 퀴즈대회에는 모든 관람객이 빛이 나는 볼을 활용해 퀴즈풀기에 참여할 수 있고 3차원 가상현실(메타버스), 코딩 교실에서는 각각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직접 설계도 해볼 수 있다. AI와, 코딩에 관심 있는 학생, 학부모 등 관내 주민이라면 별도의 신청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중심의 코딩교육이 중요하다”라며 “구민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청소년들이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 다신 없을 희귀작 행렬… 혼자, 둘이, 단체로 뜨거운 발길 [막 오른 뭉크展]

    다신 없을 희귀작 행렬… 혼자, 둘이, 단체로 뜨거운 발길 [막 오른 뭉크展]

    서울신문 창간 120주년 기념 전시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이 22일 개막하면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이날 인터파크 티켓 예매는 매진을 기록했으며 현장 티켓부스가 있는 로비는 한때 관람객이 대거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입구에 마련된 ‘절규 포토존’은 전시와 곁들여 관람객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얼굴을 부여잡고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취했다. ●예매 매진… 숨길 수 없었던 뭉크 사랑 개막일인 만큼 평소 뭉크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관람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두 딸과 함께 뭉크전을 찾은 김춘자(70)씨는 “평소 뭉크 작품을 좋아해서 관련 책도 찾아 읽고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뭉크미술관까지 다녀왔다”며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달리 뭉크의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 박사 과정을 수료한 박진영(46)씨는 “조금이라도 사람이 없을 때 작품을 오래 감상하고 싶어 ‘오픈 러시’를 했다”며 “특히 섹션12가 가장 좋았는데 제1차 세계대전을 목도한 작가의 유화 작품 속 붓 터치나 모델의 표정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나 고통스러움 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부모와 함께 미술관으로 체험학습 평일임에도 부모와 함께 전시를 찾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교에 체험학습신청서를 내고 가족과 뭉크전을 보러 온 최신우(9)양은 “‘병든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같은 제목의 작품이라도 색에 따라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개교기념일이라 학교 대신 미술관을 찾았다는 배은빈(15)양은 “교과서에서 봤던 뭉크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절규’ 판화에 대만족한 동아리 회원들 단체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도 있었다. 미술 관련 서적을 함께 읽는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왔다고 밝힌 한 여성은 “동아리원들과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좋은 전시를 보러 다니는데 다들 뭉크전을 보고 싶다고 해서 개막에 맞춰 방문했다”며 “140점이나 되는 작품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데다 희귀한 작품들도 많이 포함돼 있어 너무 만족한 전시였다”고 밝혔다. 14개 섹션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단연 ‘절규’(1895) 채색판화가 자리잡은 섹션4였다. ‘절규’를 감상하기 위한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번 뭉크전에 전시된 ‘절규’는 석판화 위에 다시 채색해 독자성을 부여한 작품으로 유화와 마찬가지로 단 한 작품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 전시 중간중간 오디오가이드에 귀 기울이는 관람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 퍼즐 전시도 관람객의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뭉크는 직소퍼즐 방식의 판화기법을 개발해 1896년 파리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퍼즐 전시는 이 부분에 착안해 최신 기법으로 제작된 직소퍼즐로 구성했다. 퍼즐 전시는 뭉크가 1902년 베를린과 1903년 라이프치히에서 직접 기획했던 ‘생의 프리즈’ 전시를 재현했다. ●개인 소장 작품들 공개… 호기심 자극 전시장 밖에는 도록과 엽서, 마그넷, 퍼즐, 배지 등 뭉크전 아트 상품을 사기 위한 줄이 다시 한번 이어졌다. 정다미 예술의전당 시각예술부 과장은 “평일임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린 이유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뭉크의 작품들과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한 희귀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유럽 밖 뭉크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는 9월 19일까지 계속된다.
  •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인마이포캣]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인마이포캣]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전시가 한창이다. 우연히 눈에 띄었지만 분명 우리 고양이들이 나에게 사인을 보냈을 거다. “공부하는 집사야, 가 봐야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의 규모는 딱 고양이 만큼 아담하고 적당했다. 그동안 궁금했던 오랜 역사적 기록물들이 많아 보물섬에 온 듯했다. 고양이의 세계사는 드문드문 찾아볼 수 있었지만 고양이의 한국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 전시에 오롯히 모여 있어 전시기획자가 참 고마웠다. 모든 역사에서, 모든 인간에게서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괜찮다. 꿋꿋이 버티며 담대하게 살아남아 우리를 홀려 온 고양이들의 진가는 이제 꽃피우기 시작했으니까.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고양이 이야기 몇 가지만 살짝 소개한다. 무료관람인 이 전시마저 우리를 홀릴 테니 나들이 삼아 가 보길 추천한다.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은 지난 3일 개막했으며, 오는 8월 18까지 열린다.이름부터 귀여운 ‘고양이’의 어원 나는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보다 ‘고양이~ 고양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발음도 귀엽지만 사진 찍을 때 ‘김치’ 처럼 ‘고양이’라고 부르면 입꼬리가 올라가서 더 반가운 표정이 된다. 이름처럼 귀여운 고양이는 송아지, 강아지 처럼 아기 명칭이 필요없다. 성체가 되어도 아기고양이 못지 않은 귀여움이 넘치니까. 1103년 기록된 ‘계림유사’에는 고려시대 사람들이 고양이를 ‘귀니’라고 부른다는 송나라인의 채록이 담겨있다. 다만 당시 글자의 발음은 ‘괴니’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고려사’에는 고양이의 방언이 ‘고이’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괴니’, ‘고이’, ‘괴’ 등으로 불리다가 18~19세기에 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괴앙이’, ‘괴양이’ 등으로 불렸고 20세기 이후 ‘고양이’가 표준어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별명도 참 많았다. 쥐를 잡는 귀한 존재라는 의미인 ‘몽귀’(蒙貴), 작은 살쾡이라는 의미인 ‘소리’(小狸),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집에 있는 살쾡이란 뜻의 ‘가리’(家狸)로 적혀 있고,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는 살쾡이와 닮았다는 의미로 ‘리노’(狸奴), 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원숭이(납)와 비슷해 ‘나비’라고 불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도 있었다. 경상도에서는 쌀집에서 고양이를 많이 키워 ‘살찐이’ 라고도 불렸다.동국이상국집과 목은집의 고양이 기록 “감춰 둔 나의 고기를 훔쳐 배를 채우고 천연스레 이불 속에 들어와 잠을 자누나. 쥐들이 날뛰는 게 누구의 책임이냐 밤낮을 불구하고 마구 다니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고양이를 나무라다(責猫)’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쥐를 잡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감춰둔 고기를 훔쳐 먹는 고양이를 꾸짖는 내용이다.“추위가 두려워 손을 사절해 보내고 화로 곁에서 고양이와 친하노라니 얻고 잃음이 정히 서로 절반이로다. 중화의 원기를 스스로 새롭게 하네” 또 이색의 ‘목은집’에는 ‘추위를 무서워하다(畏寒)’에 고양에 대한 글도 볼 수 있다. 고려후기에서 조선초기 문신이자 학자인 이색이 1381년 지은 시다. 추운 겨울, 손님을 돌려보낸 아쉬움을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즐거움으로 달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색은 애묘가였다. 그가 쓴 여러 편의 고양이 시를 보면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집사능력시험, 당신의 점수는? 사람에게 고유의 지문이 있듯 고양이에게는 비문(鼻紋)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처음 알았다. 고양이는 코의 무늬가 모두 다르다. 고양이의 후각은 사람보다 6배 더 잘 맡으며 시각 보다 후각을 더 많이 사용한다.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코에 손가락을 살며시 대어 냄새를 맡게 하면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18~19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는 고양이 꼬리는 함부로 잡아당겨서는 안된다. 균형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꼬리의 높이, 위치, 모양, 움직이는 속도로 의사를 표현한다. 고양이는 적록색맹으로 빨강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며 빨간색은 보지 못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색깔은 노랑, 초록, 분홍이어서 고양이 장난감들의 색으로 주로 사용된다. 다만 빨간색을 보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고양이 수정체의 시야각도는 200도여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먹잇감도 잽싸게 낚아챈다. 고양이 귀에는 32개의 근육이 있고 180도로 움직이며 사람이 전혀 느낄 수 없는 소리에도 민감한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앞발 발가락은 5개 뒷발 발가락은 4개다. 처음 뒷발 발톱을 깎을 때 나머지 하나를 더 찾으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공간감각과 방향을 분석하는 고양이의 수염은 입과 눈썹 주변 외 앞발, 정확히는 앞다리 뒤편에도 있었다!대체 이런 이야기는 누가 만들어낸 걸까 옛날에는 초상이 나면 고양이를 잡아 가두었다고 한다. 고양이가 시체를 넘으면 시체가 일어선다거나, 고양이가 시체로 들어가 귀신이 된다는 설인데 이런 이야기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시체가 일어나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왼쪽으로 시신을 넘어뜨리거나, 짚신으로 왼쪽 부분을 세 번 두들겨 패거나, 왼쪽 주먹으로 쳐서 밀치면 넘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져 온다. 고양이는 마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믿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해석이다.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7대까지 탈이 생긴다하고 서양에서도 고양이는 아홉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등 나라를 불문하고 고양이가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겨 마을 입구에 고양이 석상을 세우기도 했고, 군부대 안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가 울면서 병영 안을 돌아다니면 병사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기록도 있다.조선 백과사전에 등장한 고양이 기록 조선시대에도 길고양이들에게 비단을 입히고 먹이를 주던 ‘묘마마’(猫媽媽)가 있었고, 이 묘마마가 죽었을 때 수백 마리의 고양이가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캣맘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너는 시집에 가 바친다고는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 .’ 애묘인이었던 숙명공주가 혼인을 하였지만 시댁에 정성을 다하기 보다 고양이만 품고 있어 효종이 나무라는 편지. 딸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또 하나의 가족 쥐잡는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길고양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공존해왔지만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로 억울한 묘생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반박할 수 없는 고양이의 시대다. 2022년 통계청 조사에서 발표한 가구수는 2,238만, 반려묘는 254만 마리로 약 10가구 중 1가구는 고양이와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고양이 전문 전시회가 열리고, 고양이 전문 서점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와 하룻밤을 지내는 숙소가 큰 인기를 끈다. 마음을 내어주는 척 다시 거둬가는 이 고양이들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 지갑은 텅장이 되고 집안은 털숲이 되어도 하염없이 행복하다.펫밀리(Pet Family), 펫팸족(Pet Fam)을 위한 서비스들은 나날이 증가해 현재 약 384조원인 글로벌 펫산업은 2030년 600조원까지 예측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매년 어린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을 반려동물의 날로 지정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좋아졌지만 비반려인들이 느끼는 불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래 함께 지내기 위해서 내 이웃의 삶을 헤아리며 받은 배려에 보답하는 개인적, 사회적 활동들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집사들 또한 간절하니까.
  • 강서구 “자녀 뇌 발달과정 알려드려요”

    강서구 “자녀 뇌 발달과정 알려드려요”

    “내 아이의 감정, 기억, 언어 능력은 어떻게 발달하는 것일까?” 서울 강서구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뇌과학’이라는 주제로 제180회 강서지식비타민강좌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강사로 나선 장동선 박사는 뇌 탄생 이유, 연령대 별 뇌 발달과정 등을 소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강좌는 사전 신청 없이 오는 25일부터 한달간 누구나 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접속해 시청할 수 있다. 이번 강의에 장박사는 중추신경계인 뇌의 탄생과 인류가 커다란 뇌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진화 생물학 측면에서 흥미롭게 설명한다. 또, 뇌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자아가 확립되면서 타인과 맺는 긍정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더불어 AI시대 자녀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알아보고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만드는 내적 동기부여 방법을 함께 나눈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기관이자 ‘노벨상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 및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JTBC 뭐털도사, tvN 알쓸신잡 등 다양한 방송에 활발히 출연하며 어려운 뇌과학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 관계자는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뇌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장동선 박사가 전하는 뇌과학 강좌를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비타민 강좌를 개최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서구의 장수 교양프로그램인 강서지식비타민강좌는 평생학습의 대중화를 위해 2007년부터 매월 1차례씩 개최되고 있다.
  • “전지현 대신 황정민”…bhc치킨, ‘변화’ 보여준다며 공개한 영상

    “전지현 대신 황정민”…bhc치킨, ‘변화’ 보여준다며 공개한 영상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이 10년 만에 광고 모델 교체에 나선 가운데, 신규 모델인 배우 황정민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TV 광고를 공개했다. 22일 bhc치킨이 공개한 광고는 올해 첫 신메뉴로 선보인 ‘쏘마치’의 특징을 살려 ‘짙은 쏘스 깊은 맛남’을 주제로 황정민이 자연 속에서 쏘마치의 매력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 영상은 숲속에서 황정민과 쏘마치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라는 대사와 함께 첫눈에 반한 황정민의 플러팅이 이어지고, 쏘마치의 매력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어 하트 모양의 쏘마치 치킨이 등장하며 ‘단 한 번의 맛남’으로 쏘마치에 깊고 짙게 빠져든다는 내용이 나온다.오는 29일에는 ‘치킨 누아르’라는 또 다른 장르의 디지털 필름도 공개될 예정이다. 누군가에게 납치된 쏘마치를 찾으러 가며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액션과 코믹을 넘나드는 황정민의 명품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bhc치킨 관계자는 “bhc치킨 모델로 발탁된 배우 황정민이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이번 광고는 쏘마치의 오감을 자극하는 매력과 황정민의 개성 넘치는 표정, 그리고 위트 있는 연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앞서 지난해 말 bhc치킨은 10년간 모델로 활동한 전지현과 계약을 종료했다. bhc치킨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치맥’(치킨+맥주) 인기를 높인 전지현을 2014년부터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매출이 급성장한 바 있다. 특히 bhc치킨은 ‘전지현씨 bhc’라는 로고송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bhc치킨은 젊은 층에 집중됐던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해 모델을 황정민으로 바꿨다. bhc치킨 관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는 bhc치킨의 브랜드 철학과 언제나 신선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황정민이 걸어온 길,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닮아 모델로 발탁했다”며 “MZ세대 사이에서 ‘밈 부자’로 알려진 황정민이 bhc치킨과 만나 어떤 흥미로운 밈을 만들며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 뚫어라! ‘댈러스’ 돈치치, 막아! ‘미네소타’ 고베르

    뚫어라! ‘댈러스’ 돈치치, 막아! ‘미네소타’ 고베르

    미국프로농구(NBA)의 ‘늑대군단’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댈러스 매버릭스와 서부 콘퍼런스 결승(4선승제)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23일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미네소타의 홈인 미니애폴리스 타깃 센터에서 1차전을 치른다. 1차전 승부는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된 미네소타의 센터 뤼디 고베르(오른쪽·32·216㎝)가 댈러스의 고삐 풀린 ‘야생마’ 포인트 가드 루카 돈치치(왼쪽·25·204㎝)를 얼마나 봉쇄하느냐에 달렸다. 양 팀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맞대결에선 미네소타가 3승1패로 앞섰다. 정규리그 3위(56승25패)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미네소타는 1라운드에서 피닉스 선스를 4승 무패로 제압하고 2라운드에서 디펜딩챔피언 덴버 너기츠를 4승3패로 돌려세웠다. 20년 만에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한 미네소타의 저력은 고베르를 중심으로 한 ‘질식’ 수비에서 나온다. PO 1, 2라운드 12경기 평균 12.2점, 10.9리바운드를 기록한 고베르는 포워드 칼 앤서니 타운스(213㎝)와 함께 위협적인 ‘트윈 타워’를 자랑한다. 반면 리그 5위(50승32패) 댈러스는 PO 1라운드에서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를, 2라운드에서 서부 1위(57승25패)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를 각각 4승2패로 돌려보냈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33.9점으로 득점왕에 오른 돈치치는 댈러스를 최근 3년 사이 서부 결승에 2번 올린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PO 12경기에서 평균 27.3점, 9.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돈치치는 슈팅 가드 카이리 어빙(188㎝)과의 듀오 플레이도 위력적이다. 두 팀의 맞대결에 흥미를 더한다.
  • 구로구, 초등학생 맞춤형 안전체험 교육

    구로구, 초등학생 맞춤형 안전체험 교육

    서울 구로구는 오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2024년 일상생활 맞춤형 스마트 안전체험교육’을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민선8기 구청장 공약사업 중 하나인 ‘일상생활 맞춤형 스마트 안전체험교육’은 재난안전 전문교육기관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실시하는 안전체험교육이다. 안전에 취약한 학생들의 재난 대처 능력과 안전 문화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은 가상현실(VR) 안전 체험, 심폐소생술(CPR) 모의장치(시뮬레이터) 체험, 소화기 모의장치(시뮬레이터) 체험 등 3가지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돌아가며 체험하는 ‘순환식 체험교육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VR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체험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올해 교육은 15개 초등학교 101개 학급 총 21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교육 시간은 체험장비와 인력를 고려해 1교시 당 최대 2개 학급까지 40분으로 정했다. 학생 1명당 1대씩 제공되는 VR 기기는 교통 안전, 보행자 안전, 응급처치, 감염병 안전, 다중이용시설 안전, 지진 안전 등 다양한 위기 상황들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데 활용되며, CPR 시뮬레이터와 소화기 시뮬레이터 실습은 위험에 대처하는 법과 안전하게 생활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은 학생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올바른 안전의식과 안전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안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데스크 시각] 다시 꺼내야 할 국제정치 기본서

    [데스크 시각] 다시 꺼내야 할 국제정치 기본서

    와인을 마실 때 여러 감각을 사용한다. 눈으로 색과 질감을 보고 코로 향을 맡으면서 입으로 음미한다. 잔을 내려놓으면서 다양한 단어를 사용한 평가를 곁들인다. 와인을 다룬 만화 ‘신의 물방울’을 보면 엄청난 표현이 나온다. 빙글빙글 돌면서 왈츠를 추는 듯하다(샤토 지스쿠르)거나, 청초하고 투명한 부드러움(샤또 벨에어 라 루아에르)이라는 식이다. 프랑스 북서쪽 지방 와인 투어에 참여했을 때 숲속 바위 냄새라거나 끝맛에 마구간 느낌이 남는다는 표현이 등장해 당황했다. 가장 간단한 평가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앵테레상(intéressant)”이면 된다고 했다. 좋다고 하기엔 아쉬운데 별로라고 하면 분위기를 망칠 것 같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면서 넘기면 된다는 거다. 함께 있던 외국인 외교관도 “국제회의에서도 많이 쓰는 말”이라고 했다.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고 일단 “흥미롭다(interesting)”면서 상황을 넘기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면서 적절하게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대립을 보이는 요즘 국제관계에서 메시지는 더욱 모호해진다. 가자전쟁이 8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우크라이나전쟁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친미, 친중, 친러, 친유럽연합(EU) 같은 용어로 국가 성향을 규정하고 있지만 선명한 대립의 말폭탄만 던지지는 않는다. 사안마다 우호적이기도 또는 배타적이기도 하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중도 대화 채널은 열어 놓고 펜타닐 확산 문제나 인공지능(AI) 악용 같은 부분에선 협력하는 태도를 보인다. 특히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유사시를 대비해 핫라인은 가동한다. 일본 역시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물밑 접촉을 이어 가고 있다. 상황 관리 차원에서 소통 창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관계 노선은 너무나 투명하다. 절충의 여지를 두지 않고 뚜렷하게 호불호를 드러낸다. 특히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보면 아찔하기 그지없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서는 ‘생즉사 사즉생’을 언급하면서 러시아를 직격했고, 중국에 대해서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두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해 반발을 샀다. 이번 ‘라인야후 사태’에서도 상황 관리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하면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언급했을 때 모두가 라인야후를 키운 네이버를 배제하는 거라 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관망했다. 일이 커지자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명시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했는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많다. 혹여 추후 네이버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제기할 때 유리한 입지에 놓일 상황을 우리 스스로 걷어찬 발언이라는 것이다. ISD에서 일본 정부의 불공정 행태를 내세워야 할 때 이 발언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정치의 어법이 모호해야 하는 건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기 때문이다. 괜한 발언으로 적을 만들거나 무한 신뢰를 기대해선 안 된다. 인간의 선한 본성에 기댄 정치적 이상주의는 1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졌다.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악하다는 현실주의가 국제정치론의 기본이 됐다. ‘외교정책의 판단에는 국가 이익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주의 학파의 대가 한스 모겐소(1904~1980)의 이론이 여전히 통용되는 건 이유가 있다. 현대 국제관계 이론을 대표하는 존 미어샤이머(77) 시카고대 교수도 상대국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므로 그들이 공격적으로 변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이 주장을 “국제정치에선 밤비보다 고질라가 되는 편이 낫다”는 말로 압축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행보는 기본에 충실한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최여경 국제부장
  • 지그재그, 달팽이 닮은 통나무집… 구불구불, 푸르른 숲속 책 옹달샘 [건축 오디세이]

    지그재그, 달팽이 닮은 통나무집… 구불구불, 푸르른 숲속 책 옹달샘 [건축 오디세이]

    여러 지붕 층층이 겹쳐 쌓아 올려폐목 파쇄장의 변신, 시민 쉼터로자연친화적 ‘공원으로서의 건축’작년 한국건축가협회상 등 수상“도서관, 위압적·화려할 필요 없어”지붕 아래 가로로 길게 창 이어져시시각각 다른 빛과 풍경 쏟아져숲 바라보며 책 읽기… 힐링 맛집 5월 날씨가 오락가락하지만 비바람이 그친 뒤에 찾아오는 맑은 날은 축복처럼 청량하다. 이런 날은 공원 나들이가 제격이다. 서울 성북구 월곡산을 따라 조성된 오동근린공원. 신록이 우거진 공원 입구에서 데크를 따라 이어지는 긴 산책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독특한 목조건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푸르른 숲속에 자리 잡은 지그재그 모양의 지붕은 생물처럼 느껴지고 나지막한 통나무집의 긴 처마는 쉼터처럼 안정감을 준다.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공원과 어우러지는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콘셉트로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상,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준공 부문 특별상을 받은 ‘오동숲속도서관’이다. 지금은 번듯한 도서관이 들어섰지만 오랜만에 이 공원을 찾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예전에 이곳에는 폐목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오동근린공원은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 일상의 쉼표가 돼 주는 힐링 공간이지만 공원 입구에 오랜 시간 방치된 폐목재 파쇄장이 눈엣가시 같았다. ‘성북구 마을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규(국민대 건축과 교수) 운생동건축사무소 대표는 성북구로부터 도서관 설계를 의뢰받고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하필 폐목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자리를 선택했다.“폐목재들이 쌓여 있어 자연과 동떨어진 분위기였어요.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이라 정리가 필요해 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위치가 적절해 보였습니다. 공원의 산책로와 연결되는 지점이라 접근이 쉽고, 바로 옆에 청소년센터가 있어서 이와 연계해 도서관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장 교수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공원을 더욱 활발한 쉼터로 만들고자 했다”며 “주민들이 공원 길의 연장선처럼 편하게 들어와서 책을 보고 쉬어 가는 ‘공원으로서의 건축’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공원으로서의 건축’이란 자연 친화적이면서 공원과 도서관 건물이 구분되지 않게 투명성이 강조되는 도서관을 가리킨다. “자연이 주인공인 공원에 들어서는 도서관이 위압적이고 화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에 나무가 쌓여 있던 자리여서 나무로 된 도서관을 지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원을 걷다가 우연히 달팽이가 떠올라서 달팽이 모양으로 도서관을 설계해 보기로 했습니다.” 오동숲속도서관은 지붕 모양이 독특하다. 하나의 지붕으로 돼 있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 집의 모양처럼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서 여러 개의 지붕이 겹쳐 있다. 토네이도 형태로 된 지붕을 옆에서 보면 나무집에 여러 개의 지붕이 층층이 올려져 있는 모양이다. 제일 아래 지붕의 처마가 길어서인지 한옥 같은 느낌도 든다. 지붕들 사이로 유리창이 가로로 길게 이어진다. 장 교수는 “원래의 디자인 콘셉트는 달팽이처럼 똬리를 튼 모양의 지붕을 사람들이 걸어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목조 구조이다 보니 안전상 문제가 있어서 여러 개의 지붕이 경사를 따라 올라가면서 똬리를 트는 듯한 모양으로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건물 전체를 빙 둘러서 처마 아래로 회랑이 이어진다. 회랑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긴 산책로가 시작된다. 새 소리 들으며 산책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가 본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환한 빛 덕분에 공간이 무척 밝아서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바닥부터 벽, 책장이 모두 나무로 돼 있어서인지 피톤치드 향이 나는 것 같다. 유리창 밖으로 푸른 공원이 그대로 보인다. 지붕 아래에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것도 온통 푸른빛 자연이다. 도서관 안에 들어와 있지만 공원에 있는 기분이다. 공원의 푸른 숲이 그대로 보이니 눈이 시원하다. 계획했던 ‘공원으로서의 건축’이 제대로 구현된 셈이다. 평일의 이른 아침 시간인데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유리창으로 숲이 바라보이는 동쪽 좌석은 빈자리가 없다. 한쪽에 비치된 어린이 서가 앞에서는 엄마와 함께 공원 나들이 나온 꼬마들이 자유롭게 그림책을 꺼내 보고 있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자라는 아이들이 이런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들로 가득한 나무 책장과 책을 볼 수 있는 의자가 전부인 공간,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장 교수는 “달팽이 같은 도서관에서 잠시 쉬어 가면서 달팽이처럼 느린 삶을 경험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도서관은 전체 431㎡(약 130평) 중 회랑을 빼고 260㎡(약 80평) 되는 규모다. 그런데 천장이 높고, 빛이 풍부해서인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휘감아 올라가는 토네이도 형식의 지붕이 가운데 메인 공간에서 최고로 높아진다. 낮은 지붕 아래에 위치하는 주변부에서 가운데로 갈수록 산처럼 높아진다. 접힌 지붕들이 서로 다른 높이 차를 가짐으로써 그 사이로 시시각각 다른 방향의 자연광이 내부로 쏟아진다. 공간은 벽으로 나눠지지 않고 천장까지 이어져 있는 높낮이가 다른 책장들이 기둥이자 벽체 역할을 하고 있다. 산세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산책로를 높이가 다른 책장으로 표현했다. 높낮이가 다른 천장과 책꽂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공간감, 여기에 공간을 채우는 빛과 풍경이 어우러지면서 도서관 내부는 외부로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인 책장이 별도로 없이 서가가 건물 내부의 뼈대처럼 공간을 구성한다. “공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책꽂이 월(wall) 구조로 변형시켜 하부에 열린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가구로부터 시작되는 집, 가구가 공간이 되고 가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지붕 모양을 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책꽂이가 지붕까지 올라가서 가구가 공간과 괴리되지 않고 건축과 융합되는 건축을 구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물을 짓고 가구를 들이는데, 이곳에서는 역순으로 가구가 공간을 만들고 있다. 작은 규모의 다목적 공간을 디자인할 때 장 교수는 ‘가구적 구조’를 시도한다. 장 교수는 노원구 월계동 한내근린공원 안에 있는 ‘한내지혜의숲’을 설계할 때도 ‘책꽂이 벽’으로 가구와 공간과 구조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장 교수는 “책꽂이 월은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이면서 내부의 프로그램을 분할하고 배분하는 장치”라며 “통상적인 벽이 공간적 소통을 막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책꽂이 월은 유동적인 공간을 구성해 서로 소통하며 통합하고 적절히 독립되는 이중적인 미로 구조를 만든다”고 했다. 한내지혜의숲에서도, 오동숲속도서관에서도 가구와 공간과 구조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디자인을 통해 작은 공간은 규모의 협소함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다변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월계동의 한내지혜의숲, 노원구의 수락행복발전소, 성북구의 오동숲속도서관은 장 교수가 운생동건축 신창훈 공동대표와 함께 꾸준히 진행해 온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작은 규모의 공공건축물들이다.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주거집중지역이지만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부족했던 지역에 버려진 공공공간을 재활시켜 만든 곳이 한내지혜의숲이다.이곳은 원래 중랑천변과 나란히 자리 잡은 한내근린공원의 초입으로 오래전부터 고장 나고 버려진 분수대가 방치돼 있어 지역 주민들과 공원 사이의 단절된 공간이었다. 작은 주민 커뮤니티를 매개로 지역문화와 자연공원을 결합하는 한내지혜의숲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락행복발전소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개운산에서도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장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공건축을 만드는 것은 건축가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작은 공공건축, 즉 건강한 건축이 더욱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에 활기를 주는 작은 규모의 공공건축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송파 “고전 함께 읽고 지혜 나눠요”

    송파 “고전 함께 읽고 지혜 나눠요”

    서울 송파구가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이달부터 7월까지 송파책박물관에서 ‘고전 아카데미’를 총 10회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고전아카데미는 고전을 심도 있게 읽고 해설 강의를 통해 고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명심보감’을 주제로 진행했던 지난해 아카데미에서는 수강신청이 모두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이번 고전은 조선시대 서당의 필독서인 ‘동몽선습’이다. 동몽선습은 ‘어린 학생들이 먼저 익히는 책’이라는 뜻으로,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익힌 후 배우는 교재였다. 특히 이번 강의에서는 과거 서당처럼 강사가 선창하고 수강생이 노래처럼 따라 부르는 이른바 ‘서당식 성독’ 방법으로 진행돼 더욱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 후에는 수료증도 배포된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송파책박물관 고전 아카데미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고전을 함께 읽고 깊이 있는 생각과 지혜를 나누며 고전 문학의 즐거움을 알아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를 마련해 구민을 위한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환상의 짝꿍’ 조유아·김수인이 홀딱 홀린 ‘춘향가’

    ‘환상의 짝꿍’ 조유아·김수인이 홀딱 홀린 ‘춘향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제가 선배예요.” 지난 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8살 많은 조유아(37)가 관객들에게 농담하자 객석에는 웃음이 번졌다. 김수인(29)도 지지 않고 “아뇨 그렇게 보이세요”라고 말하자 분위기가 더없이 화기애애해졌다. 소리로도, 대화로도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조유아와 김수인이 ‘절창’ 공연으로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객석을 사로잡았다. 2021년 시작한 ‘절창’ 시리즈의 네 번째 공연으로 혼성 듀오는 두 사람이 처음이다. 지난해 창극 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었던 ‘정년이’의 주인공을 맡았던 조유아, 팬텀싱어4를 통해 아이돌급 인기를 자랑하는 김수인이었기에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두 사람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 문학적·음악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춘향가’를 100분가량으로 압축해 들려줬다. 김세종제 ‘춘향가’와 동초제 ‘춘향가’를 넘나들며 유파별로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 판소리의 흥미로운 세계를 관객들 앞에 꺼냈다. 두 사람은 능청스러운 몸짓을 섞어가며 재간둥이의 면모를 뽐냈고 관객들을 공연 내내 사로잡았다.창극이 젊은 관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 판소리는 진입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을 통해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한 ‘춘향가’는 판소리가 이렇게나 즐겁고 힙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힙한 클럽 공연을 하는 것처럼 스탠드 마이크를 쓰는가 하면 ‘춘향가’에 맞게 음악도 세련되게 입혀 세상 젊은 장르가 됐다. 중간중간 만담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두 사람은 소리를 낼 때만큼은 가진 기량을 한껏 자랑했다. 관객들의 어깨는 절로 들썩였고 “얼쑤”를 외치는 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별 이벤트로 동초제를 배운 김수인이 김세종제를, 김세종제를 배운 조유아가 동초제를 부른 것도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였다.시간이 갈수록 후끈후끈해지는 분위기 속에 익히 아는 방식으로 흐르던 ‘춘향가’가 마지막에 선사한 반전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춘향을 맡은 조유아가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로 몽룡에게 “죽으면 오지 그랬어. 어사또 될 때까지 편지 한 장 없었을까” 다그치는 장면은 열녀(烈女) 신화를 와장창 깨면서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두 사람의 평소 캐릭터와 어우러진 덕에 더욱 그 맛이 살아나는 장면이었다. 지난달 간담회에서 김수인은 “창극 배우이기 전에 소리꾼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절창’이 가장 재밌다. ‘절창’은 소리꾼의 자질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 대로 두 사람은 이번 무대를 통해 엄청난 내공을 자랑했고, 우리 시대의 보석 같은 소리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쉽게 가시지 않는 여흥을 남겼다.
  • “전지현씨 bhc” 이제 못 듣는다…10년 장수모델 제친 ‘이 사람’

    “전지현씨 bhc” 이제 못 듣는다…10년 장수모델 제친 ‘이 사람’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이 10년간 모델로 활동한 배우 전지현과 계약을 종료하고 황정민을 새로운 모델로 발탁했다고 17일 밝혔다. bhc치킨은 ‘짙은 쏘스 깊은 맛남’을 주제로 황정민이 출연한 쏘마치 TV 광고를 22일 공개한다. ‘쏘마치’는 지난달 출시 이후 22만개 넘게 팔리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앞서 bhc치킨은 10년간 모델로 활동한 전지현과 계약을 지난해 말 종료했다. bhc치킨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치맥’(치킨+맥주) 인기를 높인 전지현을 2014년부터 모델로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특히 bhc치킨은 ‘전지현씨 bhc’라는 로고송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bhc치킨의 대표 메뉴는 2014년 첫 출시된 ‘뿌링클’이다. 블루치즈, 체다치즈와 함께 양파와 마늘이 함유된 가루형태의 양념이 뿌려진 제품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다. bhc치킨 관계자는 “전체 매출 중 뿌링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뿌링클이 낮은 연령층에서 인기 있는 제품인 만큼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회사 주 고객층이 어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층에 집중됐던 브랜드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해 모델을 황정민으로 바꾼 것이다. 새 모델 황정민은 ‘국제시장’과 ‘베테랑’에 이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트리플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최근 ‘서울의 봄’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으며 ‘베테랑2’가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bhc치킨 관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는 bhc치킨의 브랜드 철학과 언제나 신선한 캐릭터에 도전하는 황정민이 걸어온 길,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닮아 모델로 발탁했다”며 “MZ세대 사이에서 ‘밈 부자’로 알려진 황정민이 bhc치킨과 만나 어떤 흥미로운 밈을 만들며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2030 미술테크

    [길섶에서] 2030 미술테크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새로운 만남은 삶의 활력소다. 큐레이터로 일해 온 지인과의 묵혀 둔 만남이 그러했다. 그를 통해 2030세대의 미술품 투자 열기를 알게 됐다. 그림 투자를 주제로 한 카톡방이 수두룩하고 미술작품에 매료된 나머지 다니던 직장을 접고 미술작품 소개 등의 일을 하며 갤러리들로부터 자문까지 의뢰받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미술품 투자는 부자들의 관심사인 줄 알았는데 주식 투자하듯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젊은이들이 많다니 흥미롭다. 더 솔깃한 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미술테크를 안내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는 얘기. 미술작품은 심적 안정과 새로운 관점 제시 등 개인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수익 창출 기회까지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은행 이자보다 곱절 높은 수익 보장’은 조심할 일이다. 사기성 비즈니스가 젊은이들을 울리고 미술품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생기지 않길 바란다.
  • ‘무한 호기심’ 동화 속 과학자, ‘유전학 거두’ 도킨스 만들다

    ‘무한 호기심’ 동화 속 과학자, ‘유전학 거두’ 도킨스 만들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이 그를 진화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도킨스는 집 밖에서 동식물을 관찰하기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런 그의 인생과 학문적 진로에 영향을 끼친 건 어린이책 ‘닥터 둘리틀’이었다. 도킨스는 “둘리틀 박사는 과학자이자 세계 최고의 자연학자이자 무한한 호기심을 지닌 사색가였다”며 “롤모델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오래전에 이미 그는 나를 자각시킨 롤모델이었다”고 했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사회과학에 입문한 계기는 1948년 열네 살 때 친구와 벌인 내기였다. 당시 그가 살던 이탈리아 로마에서 우익 극단주의자가 이탈리아 공산당 지도자를 저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칙센트미하이는 친구 실비오와 누구 동네에 공산당원이 더 많이 사는지를 놓고 말다툼하다 신문 가판대의 주요 일간지 판매량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이 경험으로 통계학의 원리를 발견하게 된 그는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념적 주장들을 적절한 증거로 검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양됐다”고 회상했다. 세계적 석학들의 지식 프로젝트 모임 ‘에지’ 포럼의 편집자 존 브록만은 어느 날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 대니얼 데닛, 하버드대 심리학자 마크 하우저 등과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다 천재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그 배경과 과정이 궁금해졌다. 브록만은 노벨상 수상자, 과학 베스트셀러 작가, 퓰리처상 수상자 등 26명에게 어렸을 때 과학자의 삶을 추구하도록 이끈 사건이나 자극을 준 계기와 영향을 미친 인물들에 관해 물었다. 스티븐 핑커, 레이 커즈와일, 하워드 가드너 등 쟁쟁한 석학들이 각자의 언어로 풀어쓴 글 26편을 모은 책이 ‘큐리어스’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필자들의 강한 개성만큼이나 글의 내용은 다채롭다. 다만 과학자, 사상가로서의 출발점이라는 핵심 주제에서 벗어나 개괄적인 이야기를 나열한 글도 적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이들의 어린 시절에는 공통점이 있다. 호기심이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해 온 이들의 삶을 생생히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 멘티는 성적 향상, 멘토는 인턴 합격 [서울시 동행특집]

    “집안 사정이 어려워 사교육을 받을 수 없었어요. 그런 제게 서울런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공부의 흥미를 되찾았고 성적도 좋아졌어요.”(고등학생 윤모군) ●교육 사각지대서 희망 찾도록 도와 서울런은 윤군이 공부하는 데 커다란 반전의 계기가 됐다. 그는 “초등학교 땐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달랐다”면서 “학원에서 이미 예습을 끝낸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힘들었다. 성적이 자꾸 떨어졌다. ‘집이 조금만 잘살았다면 나도 편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땐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때 윤군은 서울런을 발견했다. 그는 “정말 좋은 기회라 놓치면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서울런 회원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정말 기뻤다. 이제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서울런 수강 후 80점대로 떨어졌던 수학과 영어 점수가 다시 90점대로 올랐다.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윤군은 “실망하고 좌절했던 시기에 서울런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더 나아가고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서울런이 지속돼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더 많은 학생에게 꿈을 키워 주고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필요한 건 격려해 줄 ‘페이스 메이커’ 성장한 것은 서울런을 수강한 학생뿐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멘토로 참가했던 김모(24)씨는 “멘티는 검정고시에 합격해 일본으로 유학을 갔고, 나는 해외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서울런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그가 생각했던 멘토의 역할은 과외 교사였다.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면서 김씨의 생각은 크게 달라졌다. 그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학생이 병이 재발했다면서 엉엉 울었다”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타강사가 아니라 학생을 지지하고 격려해줄 ‘페이스메이커’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김씨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학생들도 점차 마음을 열었다. 그는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내 일처럼 기뻤다. 나 또한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 경주의 오월, 책며들다… 창 안의 고도, 빠져들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경주의 오월, 책며들다… 창 안의 고도, 빠져들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는 오월에 찾아야 한다. 서가의 창으로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이 비치는데 휘황하다 못해 찬란하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찾는 이 없던 박물관 외진 자리의 수장고는, 이제 쉼을 찾는 관람객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독서의 광합성을 즐기는 곳이 됐다. 초록 잎이 아느작대는, 사르르 한 오후의 햇살을 누리며, ‘신록의 계절’이란 이런 것이군 하며.●외져서 한갓진 ‘천년의 서고’ 신라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의 도서관이다. 박물관 서별관을 활용했다. 원래 서별관은 박물관 업무 공간이었다. 마지막 임무가 수장고였다. 그래서 박물관 중심에서 한 걸음 떨어진 외진 구역에 있다. 지금은 오히려 그 한갓진 자리가 매력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에 가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주요 전시관을 두루 지나야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 야트막한 동산을 끼고 돌자 본관 격인 신라역사관이 나타난다. 반대편은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이 있는 박물관 중정이다. 그 주변으로 월지관, 신라미술관 같은 또 다른 전시관과 야외 전시물이 위치한다. 사이사이로 웃자란 나무와 식물이 화창하다. 박물관과 같이 나이 먹었다면 50년 가까운 푸름이겠다. 물론 아직 신라천년서고는 보이지 않는다. 월지관 뒤편으로 한두 층 정도 높이를 낮춘 땅에 비껴 숨어 있는 까닭이다. 신라천년서고 가는 길을 두루뭉술하게라도 읊는 이유는 초록이 황홀하니 찬찬히 음미하며 걷고, 또 한편으로는 전시관 한 곳이라도 들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눈에 띄는 유물이 하나라도 있다면 신라천년서고에서 분명 반짝이는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다. 그 책의 인연을 발견하는 동안 나른하게 스미는 햇살과 창밖으로 서성이는 신록이 더해져 추억이 되고, 그 장면과 장면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란 인류와 사회 변천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연혁이기도 할 테니까. 신라천년서고를 값지게 즐기는 방법이다. ●닫힌 수장고에서 열린 도서관으로 신라천년서고의 외관은 의외로 덤덤하다. 신라역사관을 닮았지만 누가 지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요즘 도서관 건물의 화려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내부는 반전이다. 국내 실내디자인상을 대표하는 골든스케일베스트어워드 수상이 거저 주어졌을까. 신라천년서고의 리모델링은 김현대, 김수경 건축가가 맡았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주로 내부를 디자인했다. 우선 옛 수장고의 기능을 지웠다. 안에서 밖을 넉넉히 볼 수 있도록 창을 늘렸고 천장을 걷어 층고를 높였다. 지붕부는 한옥 구조를 복원해 고풍스럽다. 반면 조명은 과하지 않게 내려 자연광과 부드럽게 섞인다. 기품과 안온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안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석등이다. 뒤편 창 너머로는 댓잎이 반짝인다. 대숲 사이로는 월지관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나 있다. 석등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만큼 대단한 유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라천년서고의 맞이 공간에 서니 위풍 있고 당당하다. 박물관 야외 고선사지 삼층석탑 옆에 초라하게 있던 시절은 아득한 기억이다. 책은 시대를 밝힌 불빛이란 의미일 텐데, 도서관의 침묵을 흔들어 기분 좋은 긴장을 만든다. ●책 안에 경주의 역사가 오롯이 석등이 신라천년서고의 첫인상이라면 오른쪽 전시서가는 첫인사다.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한 책들은 전국 국립박물관들의 도록이다.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 50년 1971~2021’(2021. 9~2022. 3)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2022. 7~2024. 1)까지 스물네 권의 도록이다. 2~3년 상간 우리 국립박물관이 관심 가진 전시 주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2022년에 있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의 전시 도록을 편다. 낭산은 경주 남산의 오타가 아니다. ‘신들이 노니는 숲’이라 해서 ‘신유림’(神遊林)이라 했던 산이다. 선덕여왕은 생전에 자신을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신하들이 어디냐 물으니 ‘낭산 남쪽’이라 했다. 바로 그 낭산이다. 도록에는 ‘신라인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낭산을 찾았다’고 나온다. 전시관에서 본 유물 가운데 낭산의 것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고는 휴대전화 지도 앱을 열어 낭산을 표시한다. 박물관에서 불과 2㎞ 거리다. 막 지나온 경주 여행이 신라천년서고에서 다시 시작된다.맞은편 ‘북큐레이션’ 방 역시 국립경주박물관만의 개성이다. 대표적인 큐레이션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다. 특별전 주제와 연결 고리를 가진 책들을 전시 큐레이터와 도서관 사서가 협의해 선정한다. 다음 특별전은 오는 7월 16일 시작하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70주년, 기억과 연결’전이다. 가족 여름휴가로 기대해 봐도 좋겠다. 큐레이션 방에 놓인 낡은 책상도 시선을 끈다. 관사에서 쓰던 가구와 문구류로 국립경주박물관 사람들의 역사인 셈이다.●근엄하지 않아 ‘눕독’ 북큐레이션 방을 나오자 정면 끝에 큰 세로 창이 벽을 대신한다. 시선은 창밖의 수묵당과 고청지의 소나무까지 단숨에 내달려 활짝 열린다. 머리 위로는 전통 한옥의 보와 동자주, 서까래 등이 고스란한데 이를 받치고 있는 건 콘크리트 기둥이다. 전통적인데 현대적이다. 서가는 그 좌우로 도열하며 창밖 풍경을 고조한다. 안과 밖을 연결하며 확장하는 힘이 세다. 두 건축가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서가 구조를 떠올려 설계했다는 말이 이해된다. 풍경에 빼앗긴 넋을 수습하고 서가의 책들을 살핀다. 신라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아카이브 한 10만여권 가운데 1만여권을 선별했다. 신라와 경주를 다룬 책들과 국립경주박물관 발간 도서 그리고 도서목록의 절반이 넘는 6000여권의 전시도록이다. 그래서 여느 도서관과 달리 서가 분류에 도록과 지역 박물관 등을 포함한다. 그렇다고 근엄한 도서관이라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신라천년서고 소개 글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눕독’(누워서 하는 독서)이다. 음료 반입과 가벼운 대화도 막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누워서 독서할 수 있는 곳이 있지는 않다. 소파에 절반쯤 몸을 기댄 채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푸르러 취하는 오월의 창가 그럼에도 이곳은 도서관. 책 여행을 빼놓을 수 없겠다. 오늘의 ‘읽만책’(읽다만 책)을 찾아 신라천년서고가 자랑하는 도록의 서가 사이를 거닌다. 역시나 크고 두꺼운, 만만하지 않은 제목의 책들은 선뜻 꺼내 들게 되지 않는다.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에서 인상 깊게 조우했던 ‘반가사유상’(강우방, 민음사)이 보인다. ‘반가사유상’은 두 반가사유상을 세밀하게 클로즈업한 사진집에 가깝다. 덕분에 금관의 해와 달 문양, 뜻밖에도 아이 같은 개구진 표정, 심지어 두 반가사유상의 콧대 높이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멀리서 보던 것을 세세하게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즐거움, 그게 도록을 읽는 재미의 하나란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독서에 몰입한다. 소파에 기대 오른쪽 다리를 왼편 무릎 위에 걸치고 턱을 괸다. ‘조선의 소반’(국립전주박물관)과 ‘미물지생’(국립춘천박물관)의 조충도를 넘기는 동안 오월의 시간은 유유히 흐른다. 창밖으로는 햇살 아래 아지랑이처럼 느리게 걷는 연인들이 보이고 그들 곁으로 들뜬 초록이 파도친다. 마침 유리창 위로 이내 얼굴의 푸근한 미소가 번지는데 그게 반가사유상을 닮았다 하면 지나친 자아도취려나? 경주가 간직한 신라의 시간은 유독 깊고 천년서고의 시간은 홀로 느리게 흘러간다.●와우~! 여기가 ‘국립’이라고? 신라천년서고를 나와서 다시 국립경주박물관을 서성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관들은 공간 탐구 관점에서 봐도 흥미롭다. 신라역사관은 고 이희태 건축가가 1975년 설계했다. 상부는 황룡사구층목탑, 하부는 경복궁 경회루의 재해석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한옥 지붕을 이고 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주변으로는 열주가 건물을 두른다. 당시로는 고도 경주와 결을 맞추려는 최선이었겠다. 신라역사관의 실내 로비 등은 다음 세대 디자이너 양태오(태오양 스튜디오)가 2019년 바통을 이어 리모델링했다. 그는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와 ‘바이 디자인’이 꼽은 세계 100대 디자이너(스튜디오)다. 로비와 진열장 틀 밖으로 나온 유물들, 신라의 장신구를 차용한 조명, 통로와 유리벽 너머로 품은 정원과 남산의 풍경은 기존 국립박물관의 문법을 기분 좋게 깨뜨린다. 월지관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한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하는데 건축가 김수근이 1982년에 설계했다. 외관은 전통창고에서 착안했다. 골목을 산책하듯 이어지는 관람로가 흥미롭다. 아쉽게도 환경 개선을 위해 휴관 중(2025년 3월까지)이지만 외관을 장식한 전벽돌과 목재만으로 그 색깔을 드러낸다.●국보 신종과 석탑과 기이한 팽나무 건물에만 마음을 빼앗길까. 국립경주박물관은 야외가 넓고 옥외전시가 알차다. 가장 잘 알려진 문화재가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국보)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현재 위치에 새로 개관하며 성덕대왕신을 이전해 왔는데 그해 경주에서 가장 큰 행사의 하나였다.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을 기려 만든 종으로 혜공왕 때(771년)에 이르러 완성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종 가운데 가장 크다. 종에 새긴 비천상이 세밀하고 아름답다. 성덕대왕신종은 박물관 입구에서 가깝고 종각 아래 있어 눈에 띈다. 반면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은 신라미술관 남쪽에 치우쳐 지나치기 쉽다. 고선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던 사찰이다. 덕동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되며 탑을 옮겨 왔다.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석탑 형태로 그 생김이 단정하면서도 경쾌하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과도 닮았다. 박물관 야외 쉼터를 찾는다면 신라역사관 중정 쪽의 벤치가 좋다. 월지관 쪽에서 바라보면 건물에 등을 대고 자란 팽나무가 장관이다. 슬슬 고목의 태가 나는 팽나무는 기어이 지붕 위로 잔가지를 뻗었다. 맞은편으로는 비록 복제한 것이긴 해도 잘 빚은 다보탑과 석가탑이 우뚝 서 있다. 동남쪽 멀리 능선이 어리는데 저기 어디 즈음이 신라천년서고 도록에서 본 낭산이겠구나 싶다. ●일상이 역사요, 예술인 고도 신라천년보고는 박물관 중정에서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개방형 수장고다. 영남권 유물을 보관하는 시설로 로비전시실과 전시수장고 등은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수장고 진열장에는 신라 토기와 기와, 그릇의 파편이 빼곡하다. 그 일부는 신라천년서고가 수장고이던 시절의 유물이 수장, 전시돼 있다. 신라천년서고가 도서관이 되기 전 모습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수장 전시품은 QR코드가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보다 유물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관람하는 게 좋다. 땅에서 나온 유물이 복원돼 가는 여정의 정류장인 셈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는 동궁과 월지, 첨성대, 계림 등이 유명하다. 모두 걸어서 오갈 만하다. 노동리고분군은 약 3㎞ 떨어진 거리다. 시내 길가에 봉황대, 금관총 등의 고분이 있어 이채롭다. 일상의 고도 경주를 체감한다.조금 결이 다른 여행지를 원할 때는 보문관광단지의 솔거미술관을 추천한다. 한국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기증 작품 중심으로 꾸린 미술관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경사진 땅에 기대선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 전시실 벽의 일부가 창이라 작품과 더불어 아평지 연못, 경주타워 등이 보인다. 미술관 전시는 박대성 화백의 상설전과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으로 나뉜다. 박대성 화백은 어릴 때 왼손을 다쳐 오른손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의 수묵화는 국경과 시대를 넘나든다. 몇 해 전 전시실에서 아이가 작품을 훼손했는데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고 한 일화 역시 유명하다. 오는 6월 16일까지는 ‘소산수묵: 개방과 포용’이란 제목으로 ‘코리아 판타지’, ‘천년배산’ 등을 전시한다. 미술관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김구림, 이강소 등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각별한 즐거움이다. [여행수첩] 경주 신라천년서고 ●오전 10시~ 오후 6시(월~금), 주말 및 공휴일 휴관 ●누리집 gyeongju.museum.go.kr (054)740-7630.
  • “급식으로 멧돼지·사슴 고기 나와요”…1000개 학교나 먹는다는 日

    “급식으로 멧돼지·사슴 고기 나와요”…1000개 학교나 먹는다는 日

    농작물 피해를 주는 사슴과 멧돼지를 잡아 학교 급식에 제공하는 초·중학교가 1000개교에 달한다고 일본농업신문이 16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역에서 잡은 사슴과 멧돼지 고기를 학교 급식 재료로 쓰는 학교가 최근 5년간 2.5배 증가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사한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조사한 결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19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일본의 광역지방공공단체) 387개 학교가 야생동물을 급식에 활용했다. 효고현 11개교, 오이타현 66개교, 나가사키현 39개교, 홋카이도 34개교 등이 포함됐다. 2018년은 오이타현 171개교, 효고현 121개교, 시마네현 65개교 포함 569개교가 이용했고 2019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 2022년 기준 933개교가 먹는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야생 멧돼지와 사슴 등을 먹는 학교의 80%가 서일본에 집중돼있는데 이는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산간지대가 많고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포획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사냥을 제한받는 영향도 있다.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오이타현은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포획부터 육류 가공, 유통, 급식 준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사슴 고기 카레 등 아이들이 먹기 쉬운 메뉴의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국에서는 낯선 상황이지만 일본 네티즌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아이도 있겠지만 집에서는 먹지 않는 것을 먹을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특정 작물을 언제 수확할 수 없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학교 급식은 교육이다. 어렸을 때 고래 고기를 급식으로 먹은 적이 있다”면서 “정말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먹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접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다”고 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야생 멧돼지나 사슴 고기가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멧돼지 고기를 먹은 후 만성 간염에 걸리는 사람도 많고 사슴 고기는 진드기가 많을 때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 테슬라서 AI 첫 인연, 챗GPT로 실현… ‘그녀’ 없인 오픈AI가 될 수 없었다

    테슬라서 AI 첫 인연, 챗GPT로 실현… ‘그녀’ 없인 오픈AI가 될 수 없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13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모델 ‘GPT-4o’를 선보였을 때 이를 시연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옆에서 기술적 지원 역할을 하던 그가 이번에는 홀로 전면에 나서 인간과 감정 교류까지 가능한 AI 모델을 소개했는데, 바로 ‘AI 어머니’로 불리는 36세의 미라 무라티다. 무라티는 지난해 11월 올트먼 CEO의 축출에도 깊이 관여한 인물로, 당시 그는 올트먼의 경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담은 메모를 이사회에 전달해 올트먼을 배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부머’(개발론자)였다면 무라티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두머’(파멸론자)에 가까웠던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7일 오픈AI의 내부 인사에게 이런 내용을 확인했고, 올트먼이 없던 닷새 동안 무라티가 임시 CEO 자리를 꿰찼던 점도 그런 상황을 입증한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쿠데타의 중심에 있었지만 사내 분쟁 약 6개월 만에 진화한 AI를 내놓으면서 무라티는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1988년 알바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아이비리그 명문 다트머스대 세이어 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13년 안착한 테슬라에서 AI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전기차 모델X 개발을 총괄하던 중 자율주행 AI 소프트웨어 ‘오토파일럿’ 초기 버전 출시를 보며 특정 과업만 해내는 AI가 아닌 모든 일을 해내는 인공일반지능(AGI)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어 2016년 가상현실 기기업체 립모션을 거쳐 2018년 오픈AI에 합류하며 챗GPT 출시 감독으로 이를 실현하게 된다. 개발자이면서 AI 규제와 오픈 테스트에 적극적인 무라티의 성향은 지난해 2월 타임지 인터뷰에도 드러난다. 그는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관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윤리, 철학적 질문이 많다”면서 “철학자, 사회과학자, 예술가, 인문학 분야 사람들과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실험실 안에서만 폐쇄적으로 개발한 AGI가 실제 출시됐을 때 사회적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으로 AI를 좀더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 빅테크들이 AI 개발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날까 우려해 상용화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실제 접촉 없이 진공상태에서도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 질문은 ‘실제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다”라고 짚었다.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 7450억원)를 투자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무라티를 두고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흥미로운 AI 기술 구축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올트먼도 “모든 과정에서 사심 없이 회사에 봉사한 놀라운 리더”라며 “오픈AI는 그 없이는 오픈AI가 될 수 없다”고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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