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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계인 인증?… ‘십자가 문장’ 크롭서클 발견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남긴 인증 표시일까. 영국에서 중세 시대의 문장과 비슷한 형태의 ‘크롭서클’이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선에 따르면 최근 윌트셔 말버러 인근 웨스트우즈라는 곳에서 고대의 문장을 닮은 크롭서클이 나타났다. 사진을 촬영한 크롭서클 연구센터(CCCS)의 창립 회원이자 유명 전문가인 루시 프링글은 “인근에서 미스터리 서클이 자주 나타나곤 했으며, 확실히 사진을 찍기 전날까지 이 지역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프링글은 “이 흥미로운 디자인은 지름이 약 27m로 측정됐다.” 면서 “이 서클은 중심에서 점차 퍼져 나가는 클리세(Clechee)의 십자가 문장과 흡사한데, 이 십자가는 지식과 보호, 영토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새로 발견된 서클은 지난 몇 년간 영국 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모양 중 가장 최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까지 발견됐던 크롭서클은 별, 삼각형, 새 등의 기본 문양부터 기하학적인 입체 문양과 수학 코드를 숨겨놓은 복잡한 문양까지 여러 문양이 발견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슈퍼스타 ‘앙상블 디토’와 美그래미상 ‘파커 콰르텟’이 뭉쳤다

    슈퍼스타 ‘앙상블 디토’와 美그래미상 ‘파커 콰르텟’이 뭉쳤다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연주자들의 공연은 그 자체로 심장을 뛰게 한다. 그런 고수들이 여럿 뭉쳤다면? 클래식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앙상블 디토(비올라 리처드 용재 오닐·바이올린 스테판 피 재키브·피아노 지용·첼로 마이클 니컬러스)의 정례 공연을 실내악 축제로 확장시킨 ‘디토 페스티벌’(6월 23일~7월 3일)이 어느새 3년째를 맞았다. 올해 관전포인트는 ‘콜라보레이션’(협업). 페스티벌의 9개 공연 중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앙상블 디토와 미국의 현악 4중주단 파커 콰르텟이 만드는 무대다. 앙상블 디토는 아이돌 뺨치는 외모와 실력으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뽐내는 실내악 그룹이다. 여기에 올해 미국 그래미상(실내악 퍼포먼스 부문)을 받은 파커 콰르텟이 가세했다. 파커 콰르텟은 한국계 대니얼 정·캐런 김(바이올린), 김기현(첼로), 제시카 보드너(비올라)로 구성됐다. 대니얼과 제시카는 부부 사이다. 이들은 드뷔시의 현악 4중주와 브람스의 현악 6중주,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가 뭉쳤을 때의 쾌감을 전달한다. 다만 앙상블 디토와 파커 콰르텟의 악기 편성이 다른 탓에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지용이 빠지는 대신, 원년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가 함께한다. 또 하나의 콜라보레이션은 피아니스트 임동혁(27)과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24)의 조우. 새달 3일이다.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에서 임동혁이 2001년 우승한 데 이어, 신현수도 2008년 1위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닮은꼴 운명은 시작된다.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임동혁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파격적 조건으로 EMI클래식과 계약을 맺도록 추천한 사람이 아르헤리치다. 아르헤리치는 지난해 일본 벳푸에서 자신이 주관하는 페스티벌에 신현수를 발탁해 임동혁과 한 무대에 세웠다. 형(임동민)과 언니(신아라)가 같은 악기를 다루는 프로 연주자란 점까지 똑같다. 1년여 만에 재회한 두 스타는 쇼팽의 녹턴과 영웅 폴로네이즈, 사라사테의 파우스트 판타지, 프로코피예프의 토카타 등에서 눈빛을 교환한다. 3만~8만원. 1577-526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상금 1억원’ 예비부부들의 생존 게임

    ‘상금 1억원’ 예비부부들의 생존 게임

    최근 TV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이 거센 가운데 결혼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상금 1억원을 건 예비부부들의 치열한 서바이벌 과정을 담은 스토리온(Story on)의 ‘세기의 커플’이 바로 그것. 오는 26일부터 10주간 매주 일요일 밤 11시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세기의 커플’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생활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최고의 커플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연애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결혼 전 남녀가 알고 준비해야 할 항목들을 체크해 보는 것은 물론 반려자의 조건과 결혼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보는 참가자들의 진정성 넘치는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은 10주에 걸쳐 매주 한 쌍의 커플이 떨어지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다. 무인도 극한체험을 통한 믿음지수 테스트, 미리 해보는 웨딩 촬영, 가사분담 등 매주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미션 점수와 심사위원 평가를 통해 1위 커플과 최하위 두 커플을 결정한다. 다른 커플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탈락자가 가려진다. 최종 우승 커플에게는 5000만원의 결혼자금과 초호화 웨딩 패키지 등 총 1억 원 상당의 혜택이 주어진다. 공개모집과 심층면접을 통해 20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본격적인 대결을 펼칠 커플은 총 9팀. ▲연극배우 신상용-김현승 커플 ▲레슬링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엄혁-박경란 커플 ▲최고령 박동수-이선화 커플 ▲‘신화’ 백댄서에서 한 소녀의 영원한 아이돌이 된 김현석-이지은 커플 ▲적극적인 뮤지컬배우 여자친구를 둔 박광훈-김아름 커플 ▲7년차 최장수 연애 전석민-임선영 커플▲동갑내기 사업 파트너 박윤호-정소희 커플▲국제 변호사와 글로벌 애교녀 지미윤-조아름 커플 ▲연상연하 남보석-김수영 커플 등 개성 만점 커플들이 ‘최고의 커플’이 되기 위한 대결을 벌인다.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 연애기간 등 다채로운 커플의 결혼 체험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질 예정이다. 배우 최란, 부부행복연구원 최강현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최란은 아이 셋을 둔 결혼 27년 차 주부로, 참가자들의 멘토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최 교수는 가정법원 이혼조정위원회에서 500여 건의 이혼사건을 다룬 부부심리 전문가다. 이외에도 매회 미션에 맞게 트레이너, 경제전문가, 커플 매니저 등이 심사위원으로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與 당권주자 인터뷰] (6)홍준표 의원

    [與 당권주자 인터뷰] (6)홍준표 의원

    한나라당 당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들을 보호하는 ‘돌격형 리더’가 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평소 청와대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여당을 결속시키고, 야당과는 화끈하게 싸우는 대표’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는데, 5년 만에 내주게 생겼다. 내년 총선에서 밀리면 대선도 없다. 곧 전쟁 국면으로 들어가는데 내가 야당의 파상공세를 막을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전 대표 등 우리 대선 주자들을 야당의 공격에서 보호하겠다. →대표 출마는 곧 대선 후보 포기를 뜻하는데. -지금은 홍준표 시대가 아니다. 내 시대가 올 때까지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 →어떤 당 대표를 꿈꾸나. -돌파형 리더십을 가진 대표가 되겠다. →대표가 되면 무엇을 먼저 하고 싶은가. -내년 총선 때까지는 계파정치를 종식시키겠다. 서민정책을 강화하겠다.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 →계파 투표가 이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친이계는 핵심인물을 제외하곤 나를 지지한다. 친박계와 소장파 중에서도 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바람직한 당·청 관계는 무엇인가. -지난 전대까지는 수평적 당·청 관계가 목표였지만, 이젠 당이 선도해야 한다. 모든 정책을 당이 주도해야 한다. →당이 선도하면 대통령과의 대립이 불가피하지 않나. -대통령과 각 세울 일이 없을 것이다. 상시 연락체계를 갖추고 사전에 의논하겠다. 더 이상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배신의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에 공감하나. -지금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 새 당대표는 공정한 경선 관리의 틀을 만드는 역할만 하면 된다. 다른 후보들도 좀더 열심히 해서 경선이 흥미롭게 진행되면 좋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오 시장이 맞다. 정치적 타협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다.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등록금 인하 등 정책을 쟁점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와 조율이 안 돼 다소 거친 부분도 있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새로 다듬어야 한다.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향식 공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당선될 인사를 내세우는 게 공천의 기본이다. 당 대표는 공천의 최고 책임자다. 완전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은 미국에서도 시행하는 주가 별로 없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실시되면 현역 중 공천탈락자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강남 등 소위 ‘한나라당 벨트’를 선호한다. -당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비례대표 4년을 지낸 분들은 당연히 어려운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 →전직 지도부로서 책임론 시비가 있다. -포괄적 책임론은 인정한다. 그러나 차포 떼고 장기 둘 수 없다. 글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역사드라마는 무죄?

    역사드라마는 무죄?

    동북아역사재단이 22일 오후 3시 서울 미근동 재단 회의실에서 ‘사극 재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PD연합회와 공동 개최라는 점이 색다르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들이 많은 가운데 양측이 직접 무릎을 맞대고 앉는 셈이다. 재단 측 연구위원들은 물론 ‘주몽’을 연출한 이주환 MBC PD와 ‘대장금’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온 이병훈 PD가 토론자로 참가한다. 이런 취지로 볼 때 주창훈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가 발표하는 주제 ‘역사 드라마의 세 가지 상상력 : 강한 민족에서 탈민족으로’와 토론자로 나서는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의 토론문 ‘사극 전성시대는 역사학의 위기인가, 기회인가’가 눈길을 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요 테마로 제시 주 교수는 주제 발표문을 통해 방송 사극이 ‘기록적 역사서술→개연적 역사서술→상상적 역사서술→허구적 역사서술’ 4단계로 발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조선 왕조 500년’ 같은 초기 역사 드라마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기록 내용에 비교적 충실하려고 했다면, ‘용의 눈물’, ‘태조 왕건’ 같은 개연적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 위에 강력한 남성 영웅의 이미지를 덧대는 방식이었다. 이어 등장한 ‘허준’, ‘여인천하’, ‘대장금’, ‘이산’ 같은 드라마는 상상적 서술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들은 대개 의사, 후궁, 궁녀처럼 정사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기 어려운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료의 빈곤함을 고증에 기반한 상상력으로 메워 넣은 것이다. 주 교수가 이 부분을 “강한 민족주의에서 약한 민족주의로” 넘어갔다고 정리한 이유다. 허구적 역사 서술은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대망’, ‘다모’, ‘추노’, ‘짝패’ 같은 드라마는 역사를 배경으로 내세웠을 뿐, 거의 모든 스토리가 창작이다. 상상적 역사 서술이 중인이나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들 드라마는 아예 기록 자체를 찾기 어려운 노비나 왈짜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우리 민족은 하나라고 하지 않고, 민족 안에도 다양한 이해 관계와 갈등이 있었다고 외친다. 주 교수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민족보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주요 테마로 제시”하기 때문에 “가능태(Variation)로서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역사 드라마의 효용성이 극대화된다.”는 맥락에서다. ●“사실 여부보다 역사관에 더 관심을” 이주환 PD도 비슷한 맥락 위에 있다. 이 PD는 “정보전달과 대리만족의 측면에서 볼 때 역사 드라마는 대리만족을 위한 판타지를 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서 “대신 국적 불명의 오락물로 흐르지 않기 위해 역사관에 많은 신경을 쓰는 만큼 역사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특정 부분의 사실 왜곡보다 제작진들의 역사관, 드라마가 표방하는 주제에 집중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한다. 이런 제작진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더 크게 치고 나가는 김 교수의 주장도 흥미롭다. 그는 “사실만이 역사라는 것 자체가 근대역사학의 한계”라고 비판한다. 이어 “인간은 현실과 꿈의 두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과거 사실을 재현하는 역사뿐 아니라 ‘꿈꾸는 역사’를 욕망한다.”면서 “사극을 우리 시대의 ‘꿈꾸는 역사’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극의 인기란, 결국 역사가들이 사극처럼 꿈꿀 만한 역사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다. 다시 말해 역사학이란 학문 자체가 다양한 상상력을 북돋우기보다는 문헌 해석과 기존 이론의 무비판적 답습에만 매몰됐던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다. ●“판타지 사극 더 발전시켜야” 그래서 김 교수는 한류를 계기로 사극의 변신이 더 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국민을 상대로 한 사극에서는 강한 민족주의가 들어가겠지만, 동아시아나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인간의 보편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예 ‘판타지 사극’을 더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소설가, 극작가, PD 모두가 사관인 시대에 역사학이 사느냐 죽느냐는 역사학자들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0)동물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0)동물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

    인간이 자살을 하는 것은 고도로 발달된 대뇌 때문이다. 엄청난 자극에 의해 질서가 무너지면 사람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택하게 된다. 동물들은 어떨까. 사람과 달리 대뇌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자살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자살의 의미를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로 규정하면 그들도 자살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이 얼마든지 있다. 우선 고래의 자살, ‘스트랜딩’을 들 수 있다. 고래 떼가 해안가로 밀려와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현상이다. 지난해 호주의 해안가에 범고래들이 대규모로 올라와 죽는 일이 발생했다. 세계 곳곳에서 간간이 벌어지는 현상인데 예전처럼 고래 사냥이 유행할 때라면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칼을 들고 달려들었겠지만 대부분의 고래가 멸종 위기에 놓인 요즘, 이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나도 해안가에 밀려온 돌고래 두 마리를 구해준 적이 있다. 갯벌에 올라와 있었는데 피부에 상처만 조금 입은 상태였다. 돌고래처럼 삶에 충실하고 낭만적인 동물이 일부러 얕은 곳으로 밀려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자살과 진배 없는 일이다. 북극의 레밍(나그네쥐)도 동물 자살 이야기가 나올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동물이다. 레밍은 먹이 환경이 좋아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에 나선다. 거의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선두가 방향을 바다나 호수로 잡아 안내하면 그대로 빠져 죽는다. 내가 직접 겪은 다람쥐원숭이 사건은 자살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극적인 것이었다.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다람쥐원숭이가 있었다. 그런데 새끼는 태어난 지 1주일 만에 죽어 버렸다. 보통 자그마한 원숭이들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닌다. 그러나 새끼가 죽은 날엔 이상하게도 어미가 품에 안고 있었다. 젖을 주나 하고 봤더니 새끼는 이미 죽어서 축 늘어진 상태였다. 그럴 경우 보통은 어미를 쫓아서 새끼를 포기하게 만든다. 그날도 긴 장대를 이용해 어미로부터 새끼를 떼어낸 후 통상적인 부검을 거치고 바로 묻어 주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어미는 먹이와 일상 활동을 일절 거부했다. 끝내 한자리에서 그대로 못 박혀 죽고 말았다. 이 어미의 죽음에 대해 달리 쓸 말이 없어 진료부에 그냥 ‘자살’로 기록했다. 동물들은 죽음이 가까이 옴을 알고 무리를 벗어나 스스로 잡아먹히거나 코끼리 같은 경우는 무덤 자리(흔히 알려진 집단 무덤은 아니다)를 찾아가기도 한다. 얼마 전 새로 들어온 표범이 있었다. 마치 돼지처럼 사육되던 걸 구해온 건데도 낯선 환경 때문인지 보름 동안 먹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죽기 일보 직전 음식을 먹으며 ‘삶’을 선택했다. 이런 걸 보면 동물들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뭍으로 올라온 고래를 정성껏 구해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잘한 일인지, 아니면 그들이 선택한 죽음을 방해하는 것인지는 그들만이 정확히 알 것이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씨줄날줄] 골프 서밋/박대출 논설위원

    미국 대통령 중에는 골프 마니아가 많다. 이를 다룬 책도 있다. 돈 반 나타 주니어가 쓴 ‘백악관에서 그린까지’가 대표적이다. 그들에게 진 대선 후보들은 비(非)골퍼들이 많다. 앨 고어, 밥 돌, 마이클 듀카키스, 월터 먼데일 등. 지미 카터 전 대통령만이 비골퍼이다. 우리도 비슷하다. 비골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원래 골프를 쳤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즐겼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의 단초를 골프로 삼았다. 이를 통해 김종필(JP) 당시 공화당 총재와 손잡았다. DJ는 한때 골프 반대론자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되면 골프장을 갈아엎을 것이라는 악성 루머가 돌았다. 오해를 불식하려고 최경주 프로와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테니스를 선호한다. 물론 골프 실력도 수준급이다. 대통령이 된 후엔 다양하다. YS는 골프와 담을 쌓았다. 공직자들에게는 금지령을 내렸다. DJ는 조건부 허용을 했다. 비근무시간, 비업무관계, 자비 부담 등. 이명박 대통령은 YS에 가깝다. 때때로 금지령에 준하는 분위기를 이끌어왔다. 본인은 휴가 때만 골프를 치고 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즐겼다. 우리 정치에선 골프는 까다로운 영역이다. 시점만 잘못 잡아도 파문으로 이어진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골프 파문으로 물러났다. 산불 골프, 수해 골프, 3·1절 골프 등.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정치인도 있다. JP에게 골프는 소중한 수단이다. 건강을 단련하는 스포츠이자, 사람을 잇는 정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골프를 쳤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은 정치적 앙숙이다. 미국 언론들은 골프 서밋(Golf Summit)으로 불렀다. 1달러짜리를 주고받는 가벼운 내기까지 곁들였다. 백악관은 사교적 행사로 선을 그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분석이 흥미롭다. 둘은 이례적인 ‘초당적 승리의 전리품’과 ‘많은 숙제’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에 회동이 추진되고 있다. 날짜만을 놓고도 정치적 계산이 오간다. “29일에 하자.”(청와대) “22일에 하자.”(민주당) 의제 신경전은 절충을 더 어렵게 한다. 미국과 대비된다. 한편으론 미국이 부럽다. 한발 더 나가면 더 복잡해진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골프를 하면 어떨까. 당장 이런 여론이 비등하지 않을까 싶다. “시국이 어느 때인데 한가로이 골프냐.” 골프와 정치는 이래저래 어려운 관계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청춘을 ‘플레이’하다

    청춘을 ‘플레이’하다

    2009년 1월 음악영화 ‘원스’로 유명해진 프로젝트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버스킹(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공연)을 펼친 무명 밴드가 ‘스웰시즌’의 글렌 핸서드 눈에 띄어 즉흥적으로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된 것. 그리고 그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무명 밴드의 영화 같은 첫 무대까지의 이야기 3인조 모던록 밴드 ‘메이트’의 결성 이전부터 데뷔까지를 담은 음악영화 ‘플레이’(23일 개봉)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10월쯤 제작사의 제안을 받은 남다정(31) 감독은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멤버들을 쫓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세공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청춘들이 속을 다 내보이기엔 길지 않은 시간. 6개월 만에 나온 첫 시나리오는 그들의 얘기를 온전히 담지 못해 폐기했다. 1년이 지나고 비로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영화에 극적 사건이나 아찔한 반전은 없다. 주인공들은 청춘의 동의어처럼 박제화된 패기나 열정과도 거리가 멀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미숙한 탓에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모든 걸 설명하지도 않는다. 여백을 채우는 건 그들의 음악이다. 남 감독과 두 주연배우 정준일(28·건반 보컬), 이현재(23·드럼)를 지난 13일 서울 계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또 다른 멤버 임헌일(28·기타 보컬)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남 감독은 “영화사 제안을 받기 1주일 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이들을 처음 봤다. 언젠가 음악영화를 한 편 하고 싶었던 데다 또래의 고민을 담을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남 감독은 3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숱한 밤을 지새운 ‘메이트’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 처음 영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작 ‘메이트’는 시큰둥했다. 정준일은 “처음에는 동의를 안 했다. 무명시절을 딛고 앨범을 막 냈던 터라 음악에 충실하고 싶었다. 뭔가를 얻으면 다른 일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현재 역시 “우리 같은 신인 밴드를 영화로 만들어 뭐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고 다음 앨범을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즈음은 ‘좋아서 만든 영화’(2009),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2010), ‘조금만 더 가까이’(2010) 등 인디음악 뮤지션을 내세운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정준일은 “보통 음악영화라면서도 음악은 곁가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가난한 밴드 지망생들이 배를 곯고 밴드를 결성하고,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다 결국 성공한다는 식의 판에 박은 기승전결은 피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전문 배우와 신인감독의 조합이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준일은 “내가 첫 촬영이었는데 전혀 준비를 안 했다. 의상 정도만 준비했다.”면서 “뭣 모르고 과도하게 설정하면 영화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찔한 반전·극적인 기승전결은 없어 가장 열심히 준비한 이는 임헌일이라는 게 감독과 동료들의 증언이다. 이현재는 “헌일이 형은 상대 여배우(정은채)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상대가 전문 배우라고 해도 너무 밀리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대변했다. 임헌일은 유일하게 수줍은 키스신을 찍은 ‘배우’다. 막상 완성품을 보고난 뒤에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남 감독은 “되게 부끄럽다. 발가벗고 무대 위에 혼자 선 느낌”이라면서도 “이 친구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은 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준일은 “재밌었고 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내 연기를 보면 왜 저것밖에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재는 “지금은 어색하고 창피하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언제든 초심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거의 2년을 아옹다옹(?)했으니 정도 든 눈치다. 남 감독이 “언니(영화평론가 남다은)가 영화를 보더니 ‘니가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내내 말을 아끼던 시니컬한 이미지의 정준일이 치고 들어왔다. “쓱 보면 감독님 외모가 미녀는 아니고, 시크한 프랑스 여자 같은데 술 마시면 낭만적이고 소녀 같은 면도 있다.” 남 감독은 “쉽게 친해지는 성격들은 아닌데 지금 보면 흐뭇하다.”며 ‘수습’에 나섰다. 인생의 출발점에 선 것은 남 감독이나 ‘메이트’나 마찬가지일 터. 남 감독은 “1930년대 신여성의 치명적 사랑을 다룬 본격 치정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힘들 테니까 지금 찍어야 한다.”며 웃었다. 정준일은 “‘메이트’의 음악에서 록의 색깔을 덜어낸 솔로 앨범이 늦어도 가을에는 나올 것 같다.”면서 “내 음악을 제일 잘 아는 (이)소라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앨범 나오고 공연 몇 번 하다가 연말쯤 군대에 가야 한다. 더는 연기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각 같은 외모(미국인 할아버지를 둔 혼혈 3세)로 데뷔 전부터 모델 생활을 병행했던 이현재는 “재즈 세션도 하고 모델도 좀 할 것 같다.”면서 “연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란 게 뻔하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젓는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3년쯤은 ‘메이트’ 활동이 어렵다. 팬들은 이후가 궁금할 법하다. 정준일은 “연인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밴드 멤버끼리 영원을 약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팀을 유지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고 음악을 위해 팀이 존재한다. 열정이 있다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재도 “각자 영역을 터치하지는 않는다. 메이트로는 언제든 뭉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정무문: 100대 1의 전설’

    [영화프리뷰] ‘정무문: 100대 1의 전설’

    무림의 고수 곽원갑(1868~1910)은 열강의 침탈이 극심하던 시절, 중국 상하이에 근대적 무술학교 정무체육회를 설립하는 한편, 열강의 격투가들을 거푸 무릎 꿇린 국민 영웅이다. 결핵을 앓아 일본인 의사의 진료를 받았는데, 외려 증상이 악화돼 요절했다. 훗날 시신에서 비소가 검출됐다. 하지만 중국 전통의학에서 비소는 일상적으로 쓰였다. 사인은 미제로 남았다. 여기까지는 실제 이야기다. 스승 곽원갑의 죽음을 되갚고자 수제자 ‘진진’(가상 인물)이 일본 도장에 쳐들어가 100대1의 결투를 벌인다는 영화 ‘정무문’(1972)은 ‘아뵤~’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리샤오룽(李小龍·1940~1973)을 전설로 만들었다. 1994년 리롄제(李连杰)를 내세워 다시 만들어졌다. 17년이 흐르고서 현역 배우 중 최고수라는 전쯔단(甄子丹·48)이 진진에 도전했다.  22일 개봉하는 ‘정무문: 100대 1의 전설’은 오리지널 ‘정무문’ 이후 시점에서 출발한다. 진진이 스승의 원수를 갚고서 일본군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정무문’ 원작의 마지막 장면은 일본군을 향한 공중 발차기로 끝난다). 하지만 그는 중국군의 일원으로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전선에서 독일군과 맞서 싸운다.  진진과 동료 모두 전사자로 기록된 후 7년이 흐른다. 상하이는 중국 애국인사를 겨냥한 일본의 백색테러로 뒤숭숭하다. 어느날 밤 일본군의 사주를 받은 자객들이 중국 군부 거물을 제거하려던 순간 ‘천산흑협’이 홀연히 나타난다. 진진과 천산흑협의 연결고리를 의심한 일본은 진진의 주변인물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무간도’ 시리즈를 연출한 류웨이장(劉偉强)이 메가폰을 잡고, 1994년 ‘정무문’의 연출·각본을 맡은 천자상(陳嘉上)이 각본을 맡았다. 이들은 ‘정무문’을 붕어빵 찍듯 만들지 않았다. 어차피 리샤오룽과 원작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  대신 진진이 홍구도장 격투 이후 살아남았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함께 슈퍼히어로물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천산흑협 캐릭터를 진진에게 입혔다. 낮에는 사교클럽 ‘카사블랑카’의 투자자로 한량처럼 지내다가 밤에는 천산흑협으로 일본과 맞선다는 설정은 ‘배트맨’을 떠올리게 한다. 천산흑협의 검정 의상·마스크는 1966년 미국 TV시리즈 ‘그린호넷’에서 리샤오룽이 맡았던 ‘케이토’와 똑같다. 원조 진진에 대한 오마주(헌사)인 셈.  최고의 볼거리는 나이 50이 눈앞이지만, 특수효과가 필요없는 전쯔단의 맨몸 액션이다. 독일군 중화기를 요리조리 뚫고 침투하는 도입부와 일본 가라테 고수들과의 대결에서 선보이는 560도 공중 돌려차기 등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압도적인 스피드와 특유의 근접 격투기술은 배우가 아닌 무림의 고수를 알현하는 듯하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전쯔단의 피아노 연주나 수치(舒淇)와의 멜로 연기는 나쁘지 않다. 어색한 것은 상체 근육을 과하게 부풀린 그의 몸이다. 영화의 장단점과 궤를 같이한다. 블록버스터급으로 스케일을 키운 영화처럼 전쯔단의 액션은 힘이 넘친다. 그런데 예전의 우아함은 잃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 중고생 3명중 1명 ‘자퇴 고민’

    서울 중고생 3명중 1명 ‘자퇴 고민’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입시학원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학교는 통제가 너무 많다. 오전 6시에 나와 오후 10시까지 무려 16시간을 그런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불량식품을 먹으면 체벌이 가해지고, 운동장을 세 바퀴나 돌아야 한다. 등교할 때는 편한 체육복도 입지 못한다. 규제가 심해 정말 짜증 난다. 이럴 바에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에 다니는 편이 낫겠다.’(최근 자퇴한 A군) 서울의 중·고교생 3명 중 1명은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응답자 10명 중 1명은 학업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서울시교육청이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에 의뢰한 연구용역 ‘서울 초·중고교 학업중단 학생의 실태 조사와 예방 및 복귀 지원을 위한 정책대안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업 중단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2.2%(1088명)가 ‘한 번’ 또는 ‘자주’라고 응답했다. 지역별로는 중부(39.4%)·강동(38.0%)·강서(37.1%)·남부(35.1%)지역교육청 학생들이 학업중단을 고민한 비율이 높은데 비해 성동(25.9%)·동부(26.1%)·강남(29.5%)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한달간 서울지역 32개 중·고교 재학생 337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싶어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성적’이었다. 응답자의 22.5%가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성적이 좋지 못해서(17.0%)’, ‘진로 및 적성 불일치 때문(16.2%)’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학생들은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으로 부모(3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친구나 선후배(22.4%)였다. 이에 비해, 담임교사(7.3%)나 상담교사(10.0%)라는 응답 비율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았다. 특히 응답자의 3분의1에 가까운 26.9%는 ‘누구와도 상의하고 싶지 않다’고 답해 학업 중단 여부를 두고 홀로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조사 결과, 학업부진이 학교 중단의 직접원인이라기보다 낮은 성적에 따른 차별 대우나 소외가 학칙 위반과 비행, 일탈로 이어져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의 복귀를 돕기 위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지원 네트워크 구성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칠레 화산폭발 때도 UFO 나타났다

    칠레 화산폭발 때도 UFO 나타났다

    외계인들은 지구의 재해재난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최근 남미 칠레 화산폭발 당시에도 UFO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6일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에 따르면 지난 5일 칠레 푸예우에 화산 폭발 당시 UFO가 출현했다는 주장과 함께 온라인에 UFO를 포착한 사진이 소개됐다. 또한 화산폭발 당시 많은 사람이 UFO로 의심되는 빛나는 물체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화산 주위로 날아가는 비행물체의 잔상이 포착된 장면이나, 사진 속 비행물체를 확대해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다른 UFO 사진들처럼 이 사진 역시 흥미롭지만 진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칠레는 지난 수년간 자주 UFO 목격설이 나왔는데, 관광청이 직접 UFO 관광 코스를 운영할 정도로 UFO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편 이번 칠레 화산폭발 이외에도 지난 3월 일본 지진 발생 당시에도 UFO가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었다. 사진·영상=엘티엠포(http://youtu.be/QdCJ4MtcBms)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中베이징~ 상하이 항공기가 빠를까 고속철이 빠를까

    두 사람이 베이징에서 출발해 1300여㎞ 떨어진 상하이 도심 인민광장에서 만나기로 한 뒤 동시에 철도역과 공항으로 달려갔다. 한 사람은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에 올라탔고, 한 사람은 항공기에 탑승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고속철도를 선택한 사람이 항공기를 이용한 사람보다 37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고속철도 이용자는 6시간 38분 만에 약속 장소에 닿았고, 항공기 승객은 7시간 15분이 걸렸다. 물론 베이징 도심에서 기차역과 공항까지의 차량 정체 차이, 기상조건 악화 등에 따른 항공기의 이륙 지연 등 많은 변수가 개입되긴 했지만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법제만보가 19일 보도한 ‘고속철도, 항공기 비교체험’ 기사는 징후(京沪·베이징~상하이)고속철도의 등장이 중국의 ‘교통혁명’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총 연장 1318㎞를 최고시속 300㎞로 5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는 28일 정식 개통한다.   베이징~상하이 구간은 항공기 운항이 많은 중국 내에서도 최고의 황금노선으로 꼽힌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각각 하루 평균 40여편씩 항공기가 뜬다. 비행시간은 2시간 이내로 장장 10~22시간이 소요됐던 일반 기차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운행시간과 요금 등에서 고속철도가 항공기를 위협하는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공항을 오가는 시간, 보안검사의 불편함, 빈번한 이착륙 지연 등을 감안하면 상당수 항공기 이용객이 고속철도로 발길을 옮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포토다큐 줌인] 마이스터高 학생들을 만나다

    [포토다큐 줌인] 마이스터高 학생들을 만나다

    서울 남산 중턱의 정화미용고등학교. 수업을 마친 신다솔(17)양이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솔이가 향하는 곳은 학교 근처의 미용실.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꿈인 다솔이는 방과 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겸한 실습을 한다. “올해 안으로 국가기능사 자격을 따면 바로 취업할 거예요. 대학에 갈 생각은 없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엄마를 졸라 이 학교로 전학 올 때부터 다솔이의 꿈과 진로는 확고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생활비에 용돈까지 충당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세계최고 피부미용사·플로리스트·셰프를 꿈꾼다 지난 4월 피부미용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딴 임가빈(17)양. 선생님 추천만 받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이나 미용 클리닉에 취직할 수 있지만 가빈이는 부천 집에서 학교까지 두 시간이 넘는 힘겨운 통학을 감내하면서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 적응을 잘 못하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격증을 따 사회에 진출하는 걸 보면 마치 백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든든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학교 황지영 선생님의 말에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로봇대회 금메달 딴 후 삼성전자 취업·병역 특례도 강남공고로 출발한 서울로봇고는 2009년 캐나다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 때부터 생긴 로봇 종목에서 이 학교 학생이 금메달을 따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금메달을 딴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취업을 했으며 병역 특례도 받았다.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우리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로봇에 흥미와 열정이 있으면 우리 학교에서도 일류 대학 출신 못지않은 성공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상범 교장은 멀쩡한 아이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려 성적에 스트레스받고 열등생 취급받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한다. 특성화 고교가 훌륭한 대안과 탈출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성화 고교 중 일찌감치 자리매김하면서 유명해진 곳은 요리전문 고등학교다. 경기 시흥의 한국조리과학고는 웬만한 전문 대학들을 능가하는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어떻게든 실업계 행을 막아 보려는 부모들과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가 권유해서 오는 케이스도 많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거죠.” 일류 호텔 조리사 경력 20년인 김영운 교감의 말이다 경기도 고양고등학교에서 플로리스트를 양성하고 있는 문혜령 교사는 화훼 장식이 데코레이션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독창적인 문화 코드와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독일 플로리스트가 유명합니다. 그런데 국내에 선진국 교육과정이 다 들어와 있어요. 굳이 유학 갈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프로 뺨치는 실력을 가진 고등학생들도 많답니다.” ●“이젠 부모들이 권유… 시대가 변하고 있는 거죠” 과거 실업계, 기술고라는 차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특기, 취미를 살려 꿈을 이루려는 청소년들. 또래들이 사교육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때 이들은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또래들이 겨우 들어간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에 숨이 턱에 차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취업의 문턱에서 절망의 결정타를 맞을 때, 이들은 약관의 나이에 벌써 한 분야의 장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고학력 실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우리 교육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좇아 존재를 인정받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그런 미래를 만드는 힘. 그 힘을 이들 청소년들의 눈빛 속에서 찾아본다. 글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영화따라 떠나는 아시아 역사여행

    영화 ‘콰이강의 다리’는 한때 ‘TV 주말의 명화’용 고전으로 유명했다. 2차 대전 중 태국의 밀림 속에서 영국군 공병대가 일본군 포로 수용소에 잡혀 오고 일본군은 이들을 이용해 콰이강에 다리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영국군 공병대장 니콜슨 중령(알렉 기네스)은 영웅적인 지도력으로 수용소장 사이토 대령(세슈 하야카와)을 심리적으로 누르고 콰이강의 다리 건설 공사를 독단으로 해낸다. 마침내 콰이강의 다리 건설은 급진전되고 영국군 유격대는 폭파 작전을 감행한다. 1957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아카데미 7개부문을 수상하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고 있다. 전쟁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우선순위에 오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2차대전 때 일본군은 콰이강을 따라 태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했으며 열대의 강으로는 보기 드물게 하상(河床)에 자갈이 가득 깔리고 물이 맑아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만약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콰이강은 세상에 얼마나 알려졌을까. 영화는 진실성 여부를 떠나 역사의 배경을 한번쯤 더 돌아보게 하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콰이강 역시 영화 제작으로 유명해진 셈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소설가로, 르포작가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제3세계 사람들의 삶과 정치의 현장을 전해 온 유재현씨가 ‘시네마 온더로드’(그린비 펴냄)를 통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타이, 홍콩 등 아시아 14개국을 무대로 영화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시아의 영화 현실로 출발해 아시아의 근현대사라는 음화(陰畵)를 비추어내는 영화를 열심히 찾아나선다. 이런 탐색작업은 무심히 보고 지나치기 쉬운 영화의 배경 구석구석에 남긴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이야말로 이야기의 바탕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콰이강의 다리’에서부터 영화의 변방 몽골에서 만들어진 ‘우르가’까지 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다양한 영화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생소하거나 기존 영화 관련 도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영화들이 많다는 것도 눈길을 잡아끈다. 아시아의 역사에 방점을 찍으면서 영화의 바깥, 혹은 스크린 건너편의 역사와 현실을 말하고 있다. 서구 영화들이 아시아를 어떻게 보여 주고 있는가에도 관심을 두면서 제2차 대전을 전후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식민주의, 전쟁과 파시즘, 개발과 독재, 이념의 왜곡, 인종 간의 불화 등 갖가지 상흔으로 점철된 아시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1만 79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100살’ 침대가 말하는 인간 이야기

    “하기야 침대가 되는 것 이외에, 세상의 만사에 대해 가장 잘 이야기할 방법이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침대는 그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당신들 악마성의 근원이자 모든 희망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신비한 장소인 것이다.” 원고지 2000장이 넘는 최수철(53)씨의 신작 장편소설의 주인공은 ‘침대’(문학과지성사 펴냄)다. “나는 침대다.”로 시작되는 소설 ‘침대’는 서시베리아 침엽수 지대에서 자란 자작나무 ‘나(침대)’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실려 러시아 리에파야 항구에 도착하고 이어 발틱, 희망봉, 싱가포르를 거쳐 대한해협에 이르는 100여 년간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나’는 침대로 만들어져 전쟁터에 나가 온갖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침대가 실린 병원선이 일본 함대에 나포되면서 침대는 무라사키라는 일본 군인의 손에 들어가고, 기생 후쿠쓰케와 만난다. 후쿠쓰케는 조선의 풍류객 장선우의 아이를 낳다가 침대에서 세상을 떠나고, 침대는 조선의 세도가 송병수의 저택으로 옮겨진다. 조선으로 건너온 침대는 다시 유랑 서커스단장, 거지 왕초를 만나고 전쟁을 겪는다. 천일야화와 같은 무궁무진한 사건과 이야기들이 침대 위에서 전개된다. 작가 최수철은 “처음 침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정한 후로, 내 머릿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일화가 쉬지 않고 만들어졌다.”며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지 어떻게 한자리에 쓸어 담아야 할지 몰라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작가가 ‘침대’를 주인공으로 끝 간 데 없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인간들이 잠을 자며 여행을 할 때 그들이 타고 다닐 배를 만들었어요. 나는 그 배를 침대라고 이름 붙였어요.”란 소설 속 대모신의 말처럼 침대는 ‘인간사의 백과사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작인 ‘페스트’에서 의식의 해체, 엄정한 문체, 도저한 지적 사유란 작가적 스타일을 보여 줬던 최수철씨는 6년 만의 신작에서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의 재미란 어떤 것인지 작정하고 풀어놓은 듯하다. 영주의 초야권에 대항해 마법 침대를 만드는 목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침대, 침대 위에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등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침대’는 침대 위에서 흥미진진하면서도 때로는 오싹하게 즐길 수 있는 잠자리 이야기로, 촘촘하게 짜인 꿈 같은 소설 속 세상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프로복서 출신 유럽 오페라 주역 테너 조용갑

    [김문이 만난사람] 프로복서 출신 유럽 오페라 주역 테너 조용갑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6월에 매우 정열적인 오페라 하나 잠시 감상해 본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으로 유명한 푸치니의 ‘토스카’ 내용이다. 호색한 스카르피아는 국가의 주요 행사 때마다 무대에 서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의 미모에 반해 어떻게든 그녀를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와 열애 중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엮어 교수대로 보내고 토스카를 차지할 계략을 꾸민다. 토스카는 간교한 스카르피아의 덫에 걸리고 카바라도시는 스카르피아의 집무실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다. 연인의 목숨을 구하려는 토스카는 극한의 고통과 갈등 속에서 ‘예술과 사랑을 위해 살았을 뿐 누구에게도 몹쓸짓을 한 적이 없는 저에게 왜 이런 가혹한 벌을 내리시나요?’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부른다. 그러면서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하느님 앞에서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안젤로 성벽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다.1900년 1월 14일 로마에서 초연된 ‘토스카’는 격정적인 내용으로 공포와 괴기극 기법을 도입, 관객들로 하여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1막의 성 안드레아 성당, 2막의 파르네제 궁, 3막의 성 안젤로 성채 등 로마의 명소이자 역사적인 장소들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호른의 음색이나 양치기의 서글픈 노랫가락, 성당의 종소리 등도 인상적이다.여기에서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테너)에 주목해 본다. 화가이자 자유주의자로 정치적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카바라도시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인 오페라 가수가 있다. 테너 조용갑(41)씨.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300여회 공연을 가져 ‘동양의 파바로티’로 불린다. 특이하게도 그는 프로복서 출신이다. 하여 ‘가장 드라마틱한 테너’로 유럽 무대에서는 꽤 유명하다. 이런 그가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다음 달 2~6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카바라도시 역할로 국내 팬들과 만나는 것.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약해 온 지 14년만의 일이다. 어부의 아들-신문배달원-자장면 배달부-복싱 선수-오페라 가수로 이어지는 그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그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36㎞ 떨어진 가거도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거도는 인구가 400여명밖에 안 되고 흑산도에서도 65㎞를 더 가야 하는 말 그대로 적막한 절해고도(絶海孤島)이다. 여기에서 유럽 무대를 평정하는 오페라 가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방배동에 있는 ‘베세토 오페라단’(이사장 강화자) 연습실에서 조씨를 만났다. 상대역인 토스카 김지현씨와 한참 연습 중이었다. 음악에서 남성의 최고 영역답게 테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면서도 감미롭다. 사랑을 주고받는 정열적인 동작은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 잠시 후 연습실 한쪽에서 조씨와 마주 앉았다. 국내 첫 공연을 갖는 소감이 어떠한지부터 물었다. “한국에는 가끔 옵니다. 어머님도 시골에 계시고…. 그동안 한국 무대를 늘 그리워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왔다가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가 열린다기에 공개 오디션에 응했고 기쁘게도 발탁이 됐지요. 14년 전 성악가의 꿈을 안고 이탈리아로 떠난 후 이제야 국내 무대에 비로소 서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고요.” 유럽 무대에서는 어떤 활약을 했을까.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졸업한 산타 체칠리아 학교에서 음악공부를 하다가 캄포바소(Campobasso)라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습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20여회 입상한 경력을 인정받아 그동안 오페라 주역으로 300회 정도 공연을 했지요. 2009년에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과 함께 ‘오셀로’ 주역을 맡아 이탈리아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2006년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극장에서 오페라에서 가장 어렵고 최고로 여기는 ‘오셀로’의 주역을 맡아 각종 신문과 잡지에서 ‘리틀 파바로티’라는 찬사를 받았다. 대개 성악가라고 하면 음악대학을 나와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씨는 음대 출신이 아니다. 더구나 프로복싱에 몸담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프로복서가 됐을까. “고2 때였지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패거리들한테 엄청 맞은 적이 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친구와 청량리에 있는 권투도장에 갔지요. 복수를 해 줄 생각이었어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잽만 가르치더라고요. 나중에 스파링을 1년 넘게 한 사람이 아마추어 시합을 앞두고 저 보고 스파링 상대를 하라고 하더군요. 별로 배운 것도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스파링 상대를 해주는데 맞아서 코피가 나잖아요. 화가 나서 막 공격을 했더니 관장님이 근성이 있다고 하면서 제대로 가르쳐 주더군요.” 이때 그는 서울기계기술고등학교 전자과에 다니면서 신문팔이, 자장면 배달, 호떡장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해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집이 워낙 가난해서 돈벌이를 위해 무작정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던 것. 22살때의 일이다. 이 무렵 남동생도 시골에서 올라와 권투를 시작했다. “저 때문에 동생도 프로복서가 됐지요. 원래 저는 군 제대 후 목사가 되려고 신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전철에서 물건을 팔면서 학비를 충당했는데 프로복서가 훨씬 돈벌이가 되더라고요. 시합을 하고 나면 돈이 일단 생기니까요. 그렇게 5년 정도 복서생활을 했습니다.” 전적이 궁금해졌다. 그는 “한국 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렀다. 9전 5승정도, 그러니까 (승률)반타작은 한 것 같다.”며 웃는다. 동생은 동양챔피언 3차방어까지 치렀다고 귀띔했다. 복서에서 성악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공릉동에 있는 드림교회에 다녔습니다. 목사님이 ‘자네의 목소리는 조영남씨와 비슷하다. 성악을 공부해 보면 어떠냐.’고 권유하더군요. 그래서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 1997년 1월에 이탈리아로 떠나게 됐습니다. 그 목사님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지요. 그렇게 해서 페루자에서 1년 동안 어학공부를 한 뒤 산타 체칠리아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악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하루 8시간 이상씩 하느라 목에 결절이 생겨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유학한 지 2년 만인 1999년 오르비에토(Orvieto) 국제 콩쿠르 1위에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오페라 ‘라보엠’의 주역을 맡아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한국에서 음대를 나와 같이 유학했던 동료들보다 일찍 무대가 열리기 시작했던 것. 이쯤 되면 천부적인 목소리를 타고났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가거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버지는 어부 생활을 했고 어머니는 약초 캐러 다니시고…. 빚에 쪼들려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한 맺힌 노래를 들었고 어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드실 때마다 밤12시가 넘어도 저한테 노래를 시키곤 했습니다. 한을 달래려고 그러셨던 같아요. 저는 그런 것이 싫어서 집을 뛰쳐나오기도 했고 바닷가로 달려가 막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전기도 없이 호롱불을 켜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요.” 가거도에서 중학교(분교)를 나온 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에서 용접기술을 배웠다. 그러던 중 누나가 서울로 올라와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할 수 없이 포기했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 로마. 프리랜서 오페라 가수로 1년에 50여회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연주자 전문과정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실력 있는 후배 음악인을 키우고 있다. 이곳 출신 가운데 솔리스트 5명이 올해 국내 첫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결혼한 지 10년째. 부인 최에스터씨는 소프라노 가수로 활약할 때 만났다. 장모가 이탈리아에 여행을 왔을 때 관광 가이드를 하는 조씨의 성실함에 반해 딸을 소개해 줬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으며 여섯 살 된 딸이 노래를 제법 해 훌륭한 성악가로 키울 생각이다. 그에게 복서와 성악가의 공통점이 있느냐고 묻자 “폐활량과 호흡의 리듬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국영방송에 4차례나 단독 출연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과 이탈리아 축구경기에 앞서 파바로티가 평소 즐겨 불렀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승리하리라)를 열창해 이탈리아 전 국민을 잠 못 이루게 했다. 그에게 꿈을 물었더니 “내년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오셀로’를 공연할 예정”이라면서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세계무대를 누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토스카역의 김지현씨에게 조씨의 노래실력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소탈하고 아주 멋지다.”는 말로 대신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새달 2일 ‘토스카’로 돌아온 그는… 1970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분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성수동에서 용접공 생활부터 시작해 신문팔이, 호떡장사 등 궂은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서울 기계기술고등학교 2학년때 권투도장에서 스파링 상대역을 했고 해군 제대 직후 프로복서 무대에 뛰어들었다. 전적은 9전 5승. 한국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른 뒤 1997년 27살의 늦은 나이로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안정환 선수가 몸담았던 페루자에서 어학공부를 마친 뒤 조수미 등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산타 체칠리아(Santa Cecilia) 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시작했다. 테너의 거장 잔니 라이몬디(Gianni Raimondi) 등에게 사사를 받았고 2000년 ‘라보엠’에서 주역을 맡아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이후 파르마에서 열린 베르디 콩쿠르(2005)에서 1위 등을 비롯해 20여회 국제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의 국영방송(RAI)에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출연, 전 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라보엠’ ‘가면무도회’ ‘아이다’ 등에서 주역을 맡았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모두 300여회의 공연을 가졌다.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토스카’의 테너 주인공 카바라도시 역으로 국내 첫 무대를 가진다.
  • 10대 청소년도…40대 중년도 “가수가 꿈” 1위

    10대 청소년도…40대 중년도 “가수가 꿈” 1위

    우리 국민은 2011년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 4월부터 연간 프로젝트로 실시 중인 싸이월드의 ‘드림 캠페인’ 참가자 1만여명의 꿈을 분석했다. 결과는 흥미롭다. 10대와 40대 이상의 중년층이 동일하게 가수를 1위로 꼽았다. 16일 SK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드림 캠페인에 등록된 1만 733명의 꿈을 연령대로 분석한 결과, 10대의 18.06%가 가수를 꿈꾸고 있었다. 총 6842명의 10대들이 응답한 꿈에는 연예인이나 디자이너, 운동선수 등 대중의 주목을 받는 직업군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중 주목받는 직업군 다수 가수가 1위에 오른 건 국내 대중문화의 글로벌 진출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의 K팝 열풍이 크게 작용했으며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등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대중문화의 지평도 한층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10대라고 모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만 희망하고 있지는 않다. 요리사와 교사가 각각 2, 3위에 올라 10대부터 현실적인 직업군을 꿈꾸는 현상도 나타났다. 20, 30대는 성공적인 직업보다는 일상의 활력을 꿈꾸고 있었다. 총 3452명이 참여한 20대와 30대 모두 여행을 1위로 꼽았다. 사랑이나 연애도 똑같이 2위에 올랐다. 특히 20대에서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꿈도 총 12만개의 공감 득표에서 6623개의 득표수를 얻는 등 공감을 드러냈다. ●30대는 ‘부자’가 3위 또 30대에서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부자의 꿈이 3위에 올랐다.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 등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꿈도 현실에 충실했다. 40대 이상으로 참여한 174명의 꿈은 과거 미루어 뒀던 동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년층의 13.22%가 가수를 1위로 꼽았고 요리사, 디자이너, 운동선수, 배우 등이 뒤를 이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럽에서 유료 관객 1만명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여준 K팝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게 아이돌과 그 문화라는 점에서 국내 대중음악의 최대 수용자이자 소비자인 10대들이 가수를 꿈꾸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혀진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일루셔니스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일루셔니스트’

    가짜 예언자는 대중을 현혹한다. 반대로 진짜 예언자는 대개 비운의 인물로 산다. 대중이 진실을 종종 놓치는 탓이다. 영화감독 자크 타티(1909~1982)도 그런 인물 중 한 명이다. 대중은 그가 의욕적으로 제작한 ‘플레이타임’을 외면했고, 타티는 끝내 재정적 실패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현대사회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지녔다. 그의 영화는 기계문명과 소비의 거품에 짓눌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풍자하곤 했다. 시큰둥한 얼굴로 어리석은 행동을 비판하기보다 지긋한 미소로 현대인의 모습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그였다. 관객 스스로 눈을 키우게 한 것인데, 정신없이 지내느라 바쁜 이들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일루셔니스트’(L’illusionniste)는 타티가 1950년대 후반에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그 시나리오가 자기 모습에 너무 가깝다고 생각한 타티는 영화화를 단념한 뒤 ‘플레이타임’으로 옮겨 갔다. 50년이 흐른 어느 날,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는 데뷔작 ‘벨빌의 세 쌍둥이’를 준비하던 차에 타티의 딸과 만났다. 타티의 ‘축제의 날’을 영화에 삽입하려고 그녀와 접촉한 거다. 쇼메의 진가를 알아본 그녀는 묻어둔 시나리오를 건네며 영화화를 부탁했다. 사실 ‘일루셔니스트’의 시나리오는 타티가 딸에게 보내는 연서였다. 보내지 못한 편지가 운명처럼 쇼메에게 전달됐고, 그는 우편배달부가 되기로 했다. 때는 1959년. 중년남자 타티셰프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공연하는 마술사다. 도시 사람들은 그가 펼치는 예스러운 마술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마을로 공연을 떠나는데, 하필 그날 전기가 처음으로 마을에 들어오는 바람에 타티셰프의 공연은 또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그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으니, 여관에서 잡일을 하며 지내던 소녀는 마술에 매혹된다. 공연을 마친 그가 마을을 떠나는 날, 소녀도 그를 따라나선다. 이제 언어와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여정에 오른다. 단편영화 ‘노파와 비둘기’, 데뷔작 ‘벨빌의 세 쌍둥이’의 곳곳에 타티를 향한 애정을 이미 심어 놓았던 쇼메는 작정하고 타티와 노닌다. 타티셰프는 다름 아닌 타티의 본명이며, 우스꽝스럽게 걷고 행동하는 장신의 남자는 타티의 분신인 ‘윌로시’를 쏙 빼닮았다. 그리고 헌사에 그치지 않게끔, 타티를 통해 작품의 주제에 도달한다. 타티셰프가 우연히 들른 극장에서 타티의 ‘나의 아저씨’(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1958년 작품)와 만나는 장면을 보자. 타티가 타티와 대면해 영화의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 ‘일루셔니스트’는 관객이 ‘나의 아저씨’의 현실적 주제를 읽도록 권한다. ‘일루셔니스트’의 마법은 현실과 연결된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타티의 영화에서 대사는 별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로 쇼메의 영화에서도 대사의 기능은 미미한 편이다. ‘일루셔니스트’의 많은 장면은 무성영화 또는 판토마임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관객이 이미지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게 가능하다. 빠른 장면 전환과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인물을 특징으로 하는 요즘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른 차원의 작품이라 하겠다. 이미지가 낭비되고 이미지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 시대에 ‘일루셔니스트’는 각별한 가치를 지닌다. 영화평론가
  • [김형준 정치비평] ‘박근혜 현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

    [김형준 정치비평] ‘박근혜 현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

    정치권이 ‘반값 등록금’ 논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디어리서치가 이달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50% 정도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조사 결과로 박 전 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해 이명박(MB) 대통령과 의도적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유혹에 빠질지 모른다. 하지만 1997년 대선과 2007년 대선에서 보듯이 집권당 대선 후보들의 현직 대통령과의 섣부른 차별화 전략은 결국 대선 패배로 연결되었다. 여하튼 이런 여론 조사 결과는 ‘박근혜 대세론’으로 상징되는 ‘박근혜 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 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국민들은 비록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라도 박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MB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깊이 인식하는 것 같다. 이런 독특한 ‘박근혜 현상’은 민주당에는 양날의 칼로 다가선다. 국민들은 작금의 야당이 MB 정부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능력도, 인물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손학규 대표의 지지도가 15% 벽을 넘지 못하는 것도 이런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국민들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가 ‘박근혜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명박이 싫기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된 만큼 야당에는 고무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 전 대표를 ‘여당 내 야당’으로 보는 생각이 줄어들고, 박 전 대표가 탈당하지 않는 이상 MB와 한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요동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향후 MB와 박 전 대표를 동일하게 인식하는 ‘동인화 현상’이 나타나면 박 전 대표가 그동안 누렸던 반사이익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에 몰입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국민들이 인식하는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미를 넘어 한나라당이 진정 재집권에 성공하려면 몇 가지 치명적인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야당 후보로 누가 나와도 된다.’는 대세론에 대한 착각이다. 범야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고, 선거구도도 어떻게 짜여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의 대세론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둘째, ‘진보 세력이 무능하기 때문에 보수층이 늘 수밖에 없다.’는 보수 강화론에 대한 착각이다. 보수는 강화된 것이 아니고 진보가 하락하면서 마치 보수가 강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진보에서 이탈한 많은 사람들이 중도로 전환하면서 중도가 강화되고 있다. 보수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내년 대선 경선이 끝나면 한나라당은 결국 하나가 될 것이다.’ 라는 당 화합에 대한 착각이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은 왜 한나라당이 재집권해야 하는지,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 분열은 패배를 낳고 자기 것을 버리는 화합은 승리를 잉태한다.’ 는 점을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넷째, 내년 총선에서 지더라도 대선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다.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질 경우, 한나라당 재집권 가도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는 연일 MB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 등이 열릴 것이다. 더욱이, 진보 언론 등에서 한나라당 유력 대권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경우, 국회 차원의 검증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한나라당 구성원 모두 이런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나라당을 위한 고난의 학습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때만이 한나라당이 역동적이고 매력 있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괴이한 ‘박근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 물대포 쏘는 ‘아기별’ 발견

    갓 태어난 아기 별인 ‘원시별’이 마치 물대포를 쏘듯 대량의 물을 엄청난 속도로 방출하는 모습이 포착돼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구에서 750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원시별이 성간 공간에 많은 양의 물을 우주 제트(류)로 분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뿜는 물방울의 속도는 총알보다 훨씬 빠르다.”고 전했다. 원시별은 가스와 먼지 등을 흡수해 점차 거대한 구 형태로 성장한 뒤, 남과 북 양극으로 우주 제트와 함께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를 쌍극 분출이라고도 부른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라스 크리스턴슨 박사는 “우주 제트를 거대한 호스, 물방울을 총알이라고 생각한다면 초당 분출량은 아마존 강 유량의 약 1억 배에 해당한다.”면서 “그 속도는 시속 20만 ㎞에 도달, 기관총에서 날아가는 총알의 약 80배가 된다.”고 말했다. 북쪽 하늘의 페르세우스자리에 있는 이 원시별은 태어날 때 발생하는 가스와 먼지의 거대한 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이제 10만 년 정도 된 젊은 별이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허셜 우주 망원경에 장착된 적외선 장치를 사용해 구름속 별을 조사해 주위에서 물의 성분인 수소와 산소 원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소와 산소 원자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섭씨 수천 도가량 되는 이 원시별에 물이 형성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하지만 물방울은 일단 분출하는 우주 제트로 들어가면, 섭씨 10만 도 온도에서 다시 기체로 변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놀라운 이유는 이런 현상이 별의 ‘통과 의례’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라면서 “태양의 초기 단계가 어떻게 진행됐고 그 사이로 물이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설명하는 새로운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 별은 우주의 물뿌리개처럼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인 성간 공간에 존재하는 기체 등의 성간 물질을 양분으로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는 별을 낳는 은하 원반부의 중요한 성분이며, 이러한 원시별 물뿌리개가 추가 별의 형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논문에서 언급되고 있다. 크리스턴슨 박사는 “페르세우스자리에서 관측된 물 분출 현상은 “아마 모든 원시별이 치르는 임시 단계일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스프링클러가 은하 여러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천문학 저널인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될 예정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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