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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이야기④]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상상력의 맥주’

    [맥주이야기④]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상상력의 맥주’

    요즘 맛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 좋아하는 요리의 사진을 찍어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런 레스토랑 마다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요리사에 따라 다른 맛의 다양한 요리가 탄생하는데, 이는 요리사 각자의 레시피(recipe)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시피는 요리사들의 오랜 경험과 많은 시행착오에 의해 만들어 진다. 맥주도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많은 브루마스터(Brewmaster)들의 노력과 새로운 시도에 의해 개발된 양조 레시피에 따라 수 천 가지 종류가 전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도 10년 전만해도 20 여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0 종 이상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럼 이렇게 다양한 맥주가 가능하게 된 원천은 무엇일까? 맥주마다 맛이 다른 이유! 맥주는 어떤 종류의 맥아를 사용했는지, 어떤 품종의 호프를 사용했는지, 어떤 효모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고, 원료의 비율도 맛의 차이를 가져온다. 같은 맥아라고 해도 건조방식의 차이로 인해 맥주의 색도와 맛이 매우 다르게 된다. 또한 효모, 호프 및 양조 방법에 따라 맥주의 알코올 도수, 맥주의 색, 쓴맛의 정도, 향미의 특성이 달라진다. 먼저 맥주의 색깔을 결정하는 맥아의 색도는 맥아의 건조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낮은 온도에서 건조하면 색깔이 옅어지고, 높은 온도에서 건조하면 진해진다. 보통 옅은 색의 맥주를 담색맥주라 부르고, 진한 색의 맥주를 농색맥주라 부른다. 발효조건에 있어서 상온에서 발효시키고 숙성기간이 짧은 상면발효 맥주는 향이 풍부하고 쓴맛이 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인기있는 에일 맥주로, 호프의 향이 강하고 맛이 쓴 것이 특징이다. 스타우트는 검게 구운 맥아를 사용하며 알코올 도수도 4~11%로 다양하고 맛도 진하다. 포터(porter)는 스타우트와 유사하며 노동자들이 즐겨 마셨고 맥주 배달부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독일과 벨기에에서 양조되기 시작한 밀 맥주는 발아시킨 밀을 50%이상 사용하여 거품이 풍부하고, 흰색에 가까운 색을 내면서 부드럽고 산미가 높은 맛을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맥주는 하면발효에 의한 라거맥주인데, 대부분 상면발효맥주에 비해 마시기 편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편이다. 대표적인 라거는 낮은 온도에서 일정기간 숙성하는 맥주로, 이러한 숙성과정을 라거링(lagering)이라고 한다. 그 중 몇가지 특색 있는 예를 들면, 독일 북부 지역에서 유래한 복 맥주(Bock Beer)가 있는데 알코올 도수가 6.5% 이상이고 짙은 색을 띠고 향이 강한 편이다. 체코 필젠 지역에 살던 보헤미아인들에 의해 유래된 필스너(Pilsner)는 홉을 많이 넣어 쓴맛이 강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세계적으로 즐겨 마시는 맥주로 자리잡았고, 그 유명세를 보고 독일의 양조가들이 이 맥주를 모방하여 생산하면서 ‘필스’라도 불렀다. 그리고 독일 남부 지역에서 즐겨 마시는 헬레스 맥주(Helles bier)는 독일어로 연한(pale) 혹은 가벼운(light)의 의미로 필스너에 비해 홉의 향미가 약한 반면 맥아의 풍미가 매력적이다. 특이하고 색다른 맥주 맥주는 계절과 상관없이 마실 수 있고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누구나 부담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이런 이유로 맥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로 자리를 잡았다. 제조 방법 또한, 일부 소수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비슷하고 품질의 평준화가 이루어져 있어 지구촌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낯설지 않는 입맛의 맥주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은 상표나 병모양부터가 특이하고 색다른 맥주를 보게 되어, 맛이 어떤지 궁금해 마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벨기에 지역에서는 람빅(Lambic) 맥주가 유명한데 흥미로운 향이 특징적이다. 보통 람비맥주는 맥아와 함께 체리나 라즈베리를 넣고 야생효모를 원액에 노출시켜 발효한 다음, 오크나무 통에서 짧게는 1년에서 3년까지 숙성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대량생산과 일정한 주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야생효모의 배양이 가능해져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그래도 전통을 지키려는 양조장은 여전히 과거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벨기에의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수도원의 엄격한 규율에 따라 생산되는데 색상이 진하고 쓴맛이 강하다. 알코올이 8~12.5%까지 높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맥주에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여 맥주를 제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스맥주나 장기 숙성맥주가 있다. 일반적으로 물은 0도에서 얼지만 맥주는 알코올이 있어 일반적으로 영하 1.5~2도 이하에서 얼게 된다. 따라서, 숙성된 맥주를 냉각하여 얼리면 맥주 성분 중 물이 먼저 얼면서 단백질과 폴리페놀이 함께 침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맥주의 알코올은 올라가고 맛은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맥주를 얼리지는 않지만 저온에서 장기간 숙성한 장기 숙성 맥주도 이러한 맥락의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외국의 일부지역에서는 소형 맥주사나 중형급의 크래프트(Craft) 맥주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맥주 타입의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맥주사의 브루마스터들은 일반 대형 맥주사들이 하기 힘든 개성 있고 독특한 맥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딸기, 라즈베리, 체리, 호박, 배, 당근등의 과채류를 넣기도 하고 후추, 코리앤더, 정향 등의 항료 뿐 아니라 꿀과 초코렛, 커피 등을 사용하여 다양한 맥주 타입을 제조하여 레스토랑과 소매 유통을 병행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주세법에서도 과실을 총 원료의 20% 내에서 사용할 수 있고 식물약재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가 향후 한국에서도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충분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상에 꼭 하나뿐인 맥주 내 입맛에 꼭 맞는 나만의 맥주를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일이다. 물론, 가양주 철이 되면 포도, 매실과 같은 과일에 소주와 설탕을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과일주에 비해, 가정에서 맥주를 제조하려면 좀더 많은 노력과 과정이 필요하다. 맥아, 호프, 효모를 구입해야 하고 그 이외에 히터가 있어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담금통, 그리고 효모를 넣고 발효할 수 있는 발효통, 이외에도 수많은 도구들이 필요하다. 다행히최근에는 홈브루(home-brew)용 맥주 원액 캔과 도구가 판매되고 있으니, 이러한 홈브루키트를 활용해 나만의 맥주에 도전해 볼 만 하다. 좀 더 맛있고 특별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에서 훌륭한 요리 레시피가 새롭게 탄생한다.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도 이러한 창의적인 과정을 거치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에 유일한, 나만의 레시피로 만든 맥주! 맥주회사의 브루마스터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는 상상력의 맥주를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 = 하이트진로
  • 충남, 노인 9만명 우울증 선별검사

    충남도가 2년 연속 전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나자 노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우울증 검사에 나섰다. 통상 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어촌이 도시보다 자살률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농어촌 중에서도 충남이 특히 높은 비율을 보이자 자살예방 정책과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서둘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일선 시·군과 함께 1억 9200만원을 들여 만 75세(1937년생) 노인과 65세 이상 독거·저소득 노인 9만 3151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는 충남의 65세 이상 노인 30만 7000여명의 30%가 넘는 수치다. 장동화 도 주무관은 “자치단체 단독으로 이처럼 대규모로 노인 우울증을 검사하기는 국내 처음인 것으로 안다.”면서 “만 75세를 선택한 것은 이 나이가 넘어가면 삶의 의욕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가 우울증 검사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높은 자살률 때문이다. 충남은 2010년 인구 10만명당 44.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2009년에 이어 전국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했다. 같은 농어촌이지만 32~35명에 그치고 있는 영호남 지역과 비교해도 유난히 높다. 2010년 충남 예산군과 청양군의 자살률은 각각 74.9명과 70.9명으로 전국 평균 31.2명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장 주무관은 “참으면서 속앓이를 잘하고, 자식에게 신세지기 싫어하는 충청도 사람의 기질이 자살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충북지역도 자살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는 먼저 보건지소·보건진료소 직원을 동원, 대상 노인들의 거주지를 일일이 방문해 생활만족도, 활동 및 흥미, 미래 전망, 정신상태, 행복지수, 우울감 여부 등 15개 우울증 항목을 면접 조사한다. 방문간호사가 마을 경로당을 순회하며 검사하기도 한다. 항목당 1점씩으로 10점이 넘으면 우울증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또 도내 15개 시·군별로 전문 조사원을 선발, 노인 9600명을 골라 우울증 검사도 실시한다. 이 검사는 연령·성별·종교 등 일반사항, 자녀·동거인 등 가족사항, 질병·음주 등 건강사항, 모임·여가·사회활동, 교류 및 친분관계·경험 등 심리사항 등 총 5개 분야 24개 항목으로 자살률이 높은 이유와 우울증 원인 분석자료로 쓰인다. 도는 고위험군 노인에 대해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병행하고, 우울증으로 확진되면 치료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매달 1인당 3만원씩을 지원한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소통의 장’ 광장의 10년 명암] “거리응원·촛불시위는 한국의 에너지”

    도쿄신문 사사가세 유지(47) 서울특파원은 2002년부터 3년간 서울에서 특파원 생활을 한 뒤 지난해 11월 다시 서울에 왔다. 2002년 광장이 열리던 순간을 목격한 그는 “당시 한국의 거리응원과 촛불집회가 보여준 에너지는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면서 “술집에 가면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 큰소리로 떠들고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사사가세 특파원은 한국에서 그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가 과거에 비해 여유가 생긴 반면 그만큼 활기와 열정은 줄어든 느낌”이라면서 “한국도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세대간의 이해와 양보를 통해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통의 문제가 현 정권의 스타일과 관련이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사사가세 특파원은 “많은 일본인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강한 리더십의 성공한 지도자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것을 보면 강한 리더십이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업무 추진 방식이 국민들의 불만을 낳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2002년 월드컵을 목격하고 다이내믹한 한국에 푹 빠졌다는 이코노미스트의 대니얼 튜더(31) 특파원은 사사가세 특파원과 달리 한국 사회의 소통이 적극적이고 활발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2002년부터 한국과 영국을 오가다 2010년부터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는 튜더는 “몇 해 전 택시에서 기사가 대통령 지지율과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면서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집회는 영국에 비해 평화적”이라면서 “집회를 통해 끊임없이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영국인들이 사회문제에 냉소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튜더 특파원은 정치권과 언론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주장과 의견만 전할 것이 아니라 자세를 낮춰 국민과의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도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있다.”면서 “서구인의 오만한 시각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사랑하는 한 외국인의 의견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동현·배경헌기자 moses@seoul.co.kr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한국 외식문화 변천사

    꽃미남 배우들이 떼로 나와 화제가 됐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배경은 고려 말에 지어진 성균관이다. 유생들이 200명 넘게 함께 살며 공부하던 곳이다. 조선시대 들어 태조가 1398년 이곳에 부속건물을 지었다. 바로 유생들의 기숙사 겸 식당인 명륜당이었다. 집이 아닌 바깥에서 여러 명이 밥을 먹는 공간의 시초이기도 했다. 식당이란 말도 이 무렵의 ‘진사식당’(進士食堂)이란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8세기 들어 보부상들이 늘어나면서 주막이 생겼고 5일장이 활기를 띠면서 ‘외식’(外食)도 함께 발달하기 시작했다. 1902년에는 서양식 식당도 등장했다. 독일 여성 손탁이 서울 정동의 가옥을 고종에게서 하사받아 2층식 호텔(손탁 호텔)로 개조해 그 안에 식당과 귀빈실을 지은 것이다. 외교관들의 단골 모임 장소로 자리 잡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웨스틴조선호텔의 나인스 게이트와 서울역의 그릴도 ‘한국 최초의 양식당’을 표방한다는 사실이다. 나인스 게이트의 전신은 1924년에 문을 연 ‘팜코트’로 외교 공관 성격이 짙었던 손탁호텔과 달리 상업적인 식당이라는 점에서, 1925년 경성역사에 들어선 ‘그릴’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각각 ‘최초’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릴은 정부가 지난해 옛 서울역사를 복원하면서 식당도 옛 이름 그대로 다시 꾸며 ‘추억의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신문 광고를 낸 최초의 식당은 어디일까. 1906년 당시 일간지였던 ‘만세보’에 광고를 실은 요릿집 명월관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식당 1호는 1979년에 생긴 난다랑이다. 햄버거집 1호인 롯데리아가 등장한 것도 그해 10월이다.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외식산업은 비약적으로 도약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TGI 프라이데이(1991년), 시즐러(1993년), 베니건스(1995년) 등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외식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홍익대 앞 등에서 보듯 주방장(셰프)이 저마다의 개성을 요리에 담아 내는 ‘셰프 레스토랑’이 대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정답:① 난다랑 (1979년) ② 명월관 (1906년 일간지 만세보 게재)
  •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호랑이가 이긴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호랑이가 이긴다?

    ‘밀림의 왕’ 호랑이와 ‘초원의 왕’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미국의 한 동물 전문가가 이 같은 질문에 호랑이가 더 유리하다고 답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의 그레이트 캣(대형 고양잇과 동물) 큐레이터이자 동물학자인 크레이그 삽포는 사자와 호랑이는 각각 강점을 갖고 있으며 “주어진 대결의 결과는 완전히 개인 혹은 전력, 싸움방식, 습성에 달려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그 대결에 내기를 해야한다면 호랑이 쪽에 걸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따르면 첫째 큰 호랑이는 어떠한 사자보다도 체구가 클 것이지만 두 동물은 대개 비슷한 몸집을 갖고 있다. 추정은 다를 수 있지만 다 자란 수컷 아프리카 사자와 벵골 호랑이(가장 일반적인 야생 호랑이 종)는 모두 평균적으로 약 180~190kg의 무게를 갖고 있다고 삽포는 말한다. 또한 수컷 사자의 갈기는 물리적인 우위를 부여한다. 삽포에 따르면 이 선전적인 ‘갑옷’은 수컷 사자의 목덜미를 보호하고 있으며 이들은 그 사실을 싸움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삽포는 “사자는 호랑이와 달리 (무리를 이루는)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성장하면서 서로 훈련을 통해 싸움에 익숙해지고 자부심 또한 갖고 있지만 호랑이는 번식기 이외에는 단독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투 경험에 있어서는 베테랑 사자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자의 사회적인 성격은 호랑이와의 싸움에서는 궁극적으로 커다란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미네소타대학 사자연구센터에 따르면 사자는 2~3마리의 수컷이 무리를 이뤄 경쟁자들과의 영역 싸움을 벌이지만 호랑이는 항상 홀로 싸움에 임한다. 이런 차이는 두 동물의 본능에 영향을 미친다. 삽포는 “호랑이들은 사자들보다 더 공격적이고 상대를 단번에 죽이기 위해 목덜미를 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자는 동료들이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싸움을 놀이로 즐기지만 호랑이는 아니다. 호랑이는 항상 다른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신속하게 죽이는 것으로 진화를 통해 길들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사자와 호랑이 만이 아니라 남미의 재규어나 표범, 치타 등의 다른 대형 고양잇과 동물들 간에는 어떠할까. 삽포의 계산으로는 호랑이와 재규어, 사자가 상위귄에 위치하며 그 밑에 표범, 퓨마, 설표, 치타가 될 것이다. 그는 “가장 흥미로운 대결은 건장한 체구의 벵골 호랑이와 재규어 수컷일 것“이라면서 “이들은 같은 기질(성향)과 속도, 크기, 세기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규어는 와일드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삽포는 “재규어를 계산에서 빼면 안된다.”면서 “그들은 (비교적) 작지만 매우 강하며 싸움에 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주장은 16일(현지시각) ‘삶의 작은 미스터리’가 보도했으며 미국 허핑턴포스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등이 소개했다. 사진=제임스 워드(사자와 호랑이의 싸움, 1797년작)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영화프리뷰] ‘새먼 피싱 인 더 예멘’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영(反英) 감정’이 치솟는다. ‘물타기’를 위해 중동과 영국의 우호관계를 포장할 뉴스거리를 눈에 불을 켜고 찾던 총리실 홍보책임자에게 흥미로운 얘기가 들려온다. 낚시광인 예멘의 실세 무하마드 왕자가 5000만 파어드를 들여 영국 연어 1만 마리를 모국 하천에 방류시키기를 원한다는 것. ●억지 웃음 NO… 영국판 로맨틱 코미디 왕자의 영국 자산을 관리하는 컨설턴트 해리엇을 통해 자문을 요청받은 농수산부의 연어전문가 프레드 박사는 “사막의 플판이피싱은 화성 유인탐사만큼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며 단칼에 자른다. 하지만 뉴스거리를 발견한 총리실 홍보책임자는 프레드에게 프로젝트를 돕도록 명령한다. 프레드는 처음엔 왕자의 취미생활을 위한 돌발행동 정도로 오해한다. 그러나 척박한 예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댐을 짓고, 덕분에 생태계가 살아났음을 알리는 상징으로 왕자가 연어 낚시를 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해리엇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어의 DNA에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자연산이든 양식장에서 나고 자란 연어든 마찬가지다. ‘개 같은 내인생’(1985),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노 감독 라세 할스트롬은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에서 연어뿐 아니라 사람 또한 때론 정해진 흐름을 거슬러 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묻는다. 한마디 상의 없이 출세를 위해 6개월짜리 파견직을 덜컥 자원한 아내이든,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관계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길 요구하는 총리실 고위 관계자이든 프레드가 고분고분 따르라고 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레드는 깨닫는다. 종교이든, 신념이든, 믿음이든,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내던질 필요가 있다는 걸. ●이완 맥그리거 등 英 배우들에 눈이 호강 그렇다고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이 고리타분하고 엄숙한 영화는 아니다. 제법 긴 112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억지웃음이 아닌 드라마와 캐릭터에서 뽑아내는 영국 코미디 특유의 쏠쏠한 재미가 잘 담겨 있다. 냉소적인 프레드 역의 이완 맥그리거와 모든 일에 열정적인 해리엇 역의 에밀리 블런트, 총리실 홍보책임자로 나오는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 연기 잘하는 영국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도 제법이다. 다만, 둘 다 짝이 있는 탓인지 해리엇과 프레드가 서로 감정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급반전이라고는 하지만 예측 가능했던 결말은 옥에 티. 또한, 낚시란 소재 때문에 ‘흐르는 강물처럼’(1992)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플라이피싱은 단순한 낚시 행위를 넘어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면, ‘새먼 피싱 인 더 예멘’의 낚시는 코미디의 소재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지난 3월 개봉했다. 2961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은 이 작품의 신선도를 68%로 평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건축, 권력에 지배당하거나 공간을 지배하거나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보자. 어떤 이에게는 ‘예술의 중심지로 보일 테고 어떤 이에게는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건축물로 보일 것이다. 시인이자 건축가, 건축평론가인 함성호에게는 “궁궐 건축의 기둥 형태를 기괴한 스케일로 ‘뻥튀기’하여 육중한 돌로 포장”한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과거 양식 차용의 좋은 예”다. 그는 경복궁의 ‘국립민속박물관’이나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도 ‘한통속’으로 본다. 정치 권력과 자본의 시녀로 전락한 건축물이다. 그는 건축에 대한 날카롭고 진지한 비판과 건축 예술에 대한 찬사를 담아 ‘반하는 건축’(문예중앙 펴냄)을 냈다. “우리가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고 있는 건축이라는 공간 체험 예술이 어떤 내밀한 욕망과 사회적 담론들을 내재하고 있는지 밝혀내려고 했다.”고 말한다. ‘반하고 반하는 건축 이야기’라는 부제로 설명하자면 앞에 있는 ‘반(反)하는’은 건축의 본질과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고 뒤의 ‘반하는’은 가치가 살아 있고 감정적으로 끌리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두 성격으로 분리해 건축을 이야기한다. 그럼 ‘반(反)하는 건축’이란 무엇인가. 앞서 말한 건축물이 대표적이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3공의 콤플렉스는 도덕성 결여, 정당성 부재였다. ‘우리에게 전통이 있어.’라고 강조하기 위해 구례 화엄사 각황전, 법주사 팔상전, 금산사 미륵전을 ‘짬뽕’한 것이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유신시대에 지어진 세종문화회관의 거대한 수직 열주들도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대변한다. 건물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해 치워 버리기도 한다. 1997년에 사라진 조선총독부가 비근한 예다. 저자는 아파트 주거 형식이 민족 생활 환경을 어떻게 파괴하고 고부 갈등을 부추겼는지, 학교 구조가 어떻게 감시와 처벌의 공간으로 작용하는지, 종교 대자본가들이 선호하는 건축이 왜 체육관을 닮았는지 설명하면서 시대와 세태를 배반하는 건축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친다. 이어 모더니즘에서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 건축 사상을 소개하고 매혹적인 건축의 방법과 공간 개념, 한국적 미니멀리즘의 본령도 전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런 방식의 접근은 순전히 건축을 보는 내 자의적인 방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면서 “이 작업은 어쩌면 내 개인적인 가설이 될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고 했다. 그 개인적인 가설을 서울시 신청사에는 어떻게 대볼까 궁금증이 일어 저자에게 물었다. “슬쩍 지나가 보기만 했지 자세히 보지 않아서 어떤 분석을 할 수는 없지만 첫눈에 쓰나미(지진해일) 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저자는 “우리나라 관공서가 늘 원하는 것이 전통미인데 그런 의도에서 신청사가 처마 모양을 땄다는 것은 대단한 비약이고 구색 맞추기”라고 말했다. 저자의 ‘가설’에 철학적 사유도 덧대고 의미 있는 그림을 넣어 건축을 보는 시선에 대한 깊이와 즐거움을 상승시킨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法 “블로그에 올린 男성기 사진은 음란물”

    法 “블로그에 올린 男성기 사진은 음란물”

    법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음란물 검열에 반대하며 남성의 성기 사진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박경신(41)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문학·예술·교육적 가치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가치 없는 성기 사진을 음란물로 볼 것이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4부(부장 김종호)는 13일 정보통신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교수에 대해 “우리 사회 평균으로 볼 때 성적 수치심이나 흥미로 느낄 수 있는 음란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성기 사진과 함께 이 사진을 음란물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는 글을 덧붙였지만 이는 결론적인 의견만 간단히 제시한 것으로 성적 수치심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학술적, 과학적, 문학적, 교육적, 사상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발기된 남성 성기만을 부각해 노골적으로 촬영한 사진”이라고 밝혔다. 방심위 위원인 박 교수는 지난해 7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 사진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성적으로 흥분되나요?’라는 제목으로 남성 성기가 포함된 사진 5장을 올렸다. 이 사진은 남성 성기 사진 7장과 나체 남성의 뒷모습 사진 1장을 올린 개인 홈페이지 등을 캡처한 것으로, 방심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음란물로 판정해 차단한 게시물이었다. 당시 9명의 심의위원 중 박 교수만 음란물 판정에 반대했다. 박 교수는 사진과 함께 “성적 서사가 없는 성기 사진이 사회질서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방심위의 삭제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검열”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진을 자진 삭제했다. 박 교수는 같은 달 29일 건전미디어시민연대로부터 음란물 유포 혐의로 고발당해 지난 2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박 교수는 지난달 최후 진술에서 “검열 행위가 정당한가를 따지려면 무엇이 삭제되거나 차단되었는가를 직접 볼 필요가 있다.”면서 “검열에 대한 학문적 토론을 위해 검열 대상이 된 게시물을 그대로 게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재판 결과에 대해 “재판부가 게시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못한 것 같다.”며 “문학적, 학술적 가치가 없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상 징역형이 구형되는 음란물 유포죄에 대해 검찰이 벌금을 구형한 것만으로도 ‘절반의 승리’”라면서 “문화 예술인 등이 검열에 위축되지 않도록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기 위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적어도 성기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갈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밤하늘의 문을 열다’의 1호 민간천문대 대표 이세영

    [저자와 차 한 잔] ‘밤하늘의 문을 열다’의 1호 민간천문대 대표 이세영

    여름밤은 은하수의 계절이다. 직녀와 견우가 빛나고 그 사이에 물 흐르듯 하늘을 가로지른 별의 무리,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백조가 아름답다. 말 그대로 별들의 축제가 벌어진다. 여름에 볼 만한 별은 전갈의 심장인 안테레스와 직녀성이다. 특히 직녀는 1등성보다 더 밝은 0등성이다. 천구상의 좌표는 적위 38도인데 우리나라 서울의 위도가 37.5도이기에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다. 아울러 여름에는 수평으로 별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반짝반짝 빛난다. 이 반짝거림이 초여름 새벽에 피어 오르는 산 안개와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출해 낸다. 이럴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뛰는 멋진 여름밤이다. 이런 내용으로 최근 ‘밤하늘의 문을 열다’(계명사 펴냄)라는 책을 낸 이세영(59)씨.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천문과 관계없는 세라믹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어느 날 문득 본 밤하늘에 매료돼 1997년 경기도 가평에 ‘코스모피아’라는 민간 천문대 1호를 열었다. 따라서 15년 동안 밤하늘을 본 경험을 토대로 책을 썼다. “20년 전이지요. 밤하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천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아울러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별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느꼈지요. 특히 초등학생은 더 그랬습니다. 이런 부분에 고민하다가 천문대를 생각하게 됐지요.” 이씨는 여름밤 별들에 대한 감상법을 잠시 소개한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직녀성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직녀성 왼쪽에는 백조의 꼬리별이 있지요. 다시 말해 직녀와 견우 사이에 은하수가 있고 그 사이를 백조가 날아다니는 것이지요. 생각만 해도 아주 멋진 광경이 아닙니까.” 이 책은 일반인들의 잘 모르는 천문상식, 특히 여름밤 별들의 움직임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분, 그리고 밤하늘의 어려운 주제를 나름대로 쉽게 풀어 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의 대표적인 별자리와 남반구 여행을 통해 경험한 새롭고 신기한 현상을 소개했다. 특히 ‘12’라는 숫자를 목성의 움직임과 연계하면서 그 뜻을 흥미롭게 푸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목성의 태양 공전주기 12년은 우리가 사용하는 12진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천문 책에 있는 백과사전식 내용을 탈피해 화성과 지구 거리 측정 방법, 수성과 상대성 이론, 금성의 태양 통과, 화성과 탐사 로봇, 명왕성의 진짜 그럴듯한 퇴출 이유, 코페르니쿠스의 장례식 등은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천문대가 100여곳 있어요. 저의 천문대는 별과 1대1로 대화할 수 있는 곳입니다. 별과의 거리는 어떻고, 별의 생김새는 어떻고, 별이 얘기하고자 하는 모습은 어떻고 그런 것을 감상할 수 있지요. 책 내용도 그런 것입니다.” 별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감상하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책 안에는 천문학 박사인 염범석씨가 찍은 천체 사진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 둘의 만남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달드리는 데뷔 이후 작품마다 소재를 달리하면서도 일관된 주제를 유지해 왔다. 그가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세대가 다른 인물들이 맺는 관계를 통해 인물의 성장이나 사회의 바탕을 읽는 것이다. 사프란 포어는 전작 ‘모든 것이 밝혀졌다’에 이어, 각별한 감성을 지닌 젊은 세대가 우연히 습득한 열쇠로 앞 세대와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또 한 번 창조했다. 그러므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포스터는 하나의 이미지로 족하다. 소년의 경이로운 얼굴. 사프란 포어의 베스트셀러는 영화로 옮겨와 미국 평단의 환호를 들었다. 그 힘으로 올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엄청나게 시끄럽고’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못하고 홈비디오로 직행하고 말았다. 오스카는 9·11 테러로 아빠를 잃었다. 친밀한 가장이었던 아빠가 죽자 엄마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소년은 엄마의 품에서 점점 멀어진다. 1년이 지난 후, 용기를 내 아빠의 방으로 다시 들어간 오스카는 물건을 뒤지다 열쇠가 든 봉투를 발견한다. 봉투에는 ‘블랙’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열쇠가 아빠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연장해 줄 마법의 도구라고 생각한 소년은 틈나는 대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뉴욕에서 블랙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명씩 찾다 보면 언젠가 열쇠에 맞는 상자를 구하리란 믿음으로. 그런데 소년의 기대와 반대로 수많은 블랙들은 자기 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줄 따름이다. 여기에 할머니 집에 세든 낯선 노인이 도움을 자청하면서 오스카의 뉴욕 모험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프란 포어의 작품은 영화화하기에 쉽지 않은 상대다. 소재는 분명 역사의 한 지점에서 얻은 것인데, 그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종종 동화적인 면도 불사한다. 그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잘못 선택하면 영화가 길을 잃는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를 영화화한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의 경우, 못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미지밖에 남지 않은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게다가 사프란 포어가 끌어들이는 역사의 한 장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도 아니다. 전작에서 한 청년이 2차대전과 유대인의 비극으로 진입한다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 소년은 9·11 테러에다 유대인의 슬픔까지 슬쩍 얹은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소년은 인간의 증오가 낳은 거대한 역사 가운데로 난 길을 가야 하는 거다. 양 어깨에 놓인 무게를 버티기엔 소년과 영화의 힘이 부친다. 할리우드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수의 9·11 테러 관련 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국의 역사가 안겨 준 숙제에 답한다고 여기리라. ‘엄청나게 시끄러운’은 그 비중에 상응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한다. 특급배우들이 포진하고 일류 스태프들이 참여한 ‘엄청나게 시끄러운’이 감동적인 드라마의 결실을 거두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훈훈한 미담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9·11의 본질 가까이 도달하지는 못했다. 살아남은 사람이 귀 기울일 만한 말씀일지는 몰라도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역사 앞에선 순진한 문구에 불과해 보인다. 사실주의자 달드리는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느라 온 힘을 다했으나 원작의 기발하고 아기자기한 면 이상을 전달하진 못했다. 요즘 들어 계속 헛발을 디디는 중인 그가 어서 본령을 되찾기를 바란다.
  • 佛 오랑주 페스티벌서 미리 본 정명훈 지휘 ‘라보엠’

    佛 오랑주 페스티벌서 미리 본 정명훈 지휘 ‘라보엠’

    한국 관객들은 야외오페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란도트’는 유료관객 8만명의 성황을 이뤘지만, 무대 위 성악가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고 마이크로 증폭된 아리아는 기대 이하였다. 4개월 뒤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다’는 개선행진 장면에서 코끼리가 대변을 보면서 들어온 탓에 관객들은 추위는 물론 악취와도 싸워야 했다. 두 공연은 ‘운동장오페라’의 내리막길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새달 서울공연 성패 가늠할 시험무대 10년이 흘렀다.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연세대 노천극장(7000석)에서 프랑스 오랑주페스티벌 버전의 ‘라보엠’을 50억원을 들여 재현한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면 10년 전 기억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그린 푸치니의 ‘라보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레퍼토리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고 세계 정상급 성악가인 안젤라 게오르규(미미역·소프라노), 비토리오 그리골로(로돌포역·테너)가 출연하니 여태껏 한국에선 보지 못한 올스타급 캐스팅이다. 관건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시각적 쾌감을 전달하는 ‘아이다’, ‘투란도트’와 달리 사실주의 오페라의 대명사인 ‘라보엠’을 야외 무대에서 얼마나 흡인력 있게 구현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파바로티 후계자’ 그리골로 절창 부족함 없어 11일(한국시간) 프랑스 오랑주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라보엠’은 서울공연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무대였다. 1세기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명으로 지어진 너비 70m, 폭 22m, 높이 30m의 원형극장 무대는 웬만한 전문공연장 못지않은 음향을 구현했다. 성악가들은 와이어리스(무선마이크)를 쓰지 않았지만, 소리가 뭉개지거나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13년째 호흡을 맞춘 정명훈 감독과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의 호흡도 무난했다. 특히 연세대 노천극장에도 서게 될 그리골로의 절창은 부족함이 없었다. 1막의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을 비롯, 4막에 이르기까지 ‘파바로티의 후계자’로 불릴 만큼 미성을 뽐낸 것은 물론 쇼맨십으로 여름밤 무대를 한껏 달궜다. ●한국관객 ‘야외오페라 트라우마’ 극복 가능성 무대 설계와 공간 활용도 흥미로웠다. 막과 막 사이 무대 전환이 불가능한 야외무대의 속성상 1~4막의 세트를 하나의 무대에 표현하는 게 야외오페라의 큰 어려움이다. 제작진은 연극무대 같은 간결한 세트에서 해법을 찾았다. 예컨대 건물 세트를 짓는 대신 무대 바닥에 구획을 표시하는 선을 그어놓고 문짝만 세워 놓는 식이다. 대신 조명을 이용해 막마다 공간을 이동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폭은 좁고 너비는 극단적으로 긴 원형극장 무대의 특성도 영리하게 이용했다. 크리스마스의 거리풍경을 보여 주는 2막에서는 140명 안팎의 합창단을 한꺼번에 올려 활력을 끌어냈다. 죽음을 앞둔 미미의 심경을 드러내는 3막에서는 소품마저 최소화해 황량함과 스산함을 극대화시켰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야외무대에 걸맞게 무대를 상징화, 간소화했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스펙터클한 볼거리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 ‘라보엠’의 느낌을 충실하게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미흡한 구석도 일부 띄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박사과정(오페라연출 전공)의 이설련씨는 “미미가 죽음에 이르는 4막에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일반 오페라극장과 달리 관객 눈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오케스트라석의 조명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도 되짚어볼 만하다. 오랑주(프랑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맥주이야기③]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를 음미하라’

    [맥주이야기③] 맥주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맥주를 음미하라’

    사람들 마다 좋아하는 맥주가 다르고, 그 맥주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부드러워서, 보리 맛이 느껴져서, 목 넘김이 좋아서, 향이 좋아서라는 이유도 있겠고, 남과 다르게 차별화되는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떤 특정 브랜드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 수 없듯이, 사람마다 맥주를 마시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맥주라도 입맛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은 맥주를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과 맥주에 있는 여러가지 성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입과 코로 느끼면서 마시자 맥주를 마실 때, 먼저 눈으로 잔에 따른 맥주의 외관을 살펴보게 된다. 시각으로 본 맥주의 색도, 거품, 탄산, 혼탁 유무에 대한 정보가 뇌에 전달되어, 맥주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다음 후각을 이용해 향을 느낀다. 그리고 나서, 코, 혀, 목의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입으로 한 모금 마신다. 맥주의 향은 직접 코로 맡기도 하지만,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입 속으로 퍼지는 향을 코로 맡기도 한다. 맥주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향은 에스테르향과 호프향이다. 바나나와 사과 향과 같은 에스테르류의 향은 맥주 제조 과정 중 발효 시 생성되는 것으로,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향의 특성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맥주에서 느끼는 향긋한 호프 향은 장미와 같은 꽃 향기와 감귤 같은 과일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호프 향은, 맥주의 쓴 맛을 부여하는 비터호프와 달리, 아로마 호프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그 품종에 따라 따른 특징을 나타낸다.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아로마 호프로는 미국산 Cascade, 체코산 Saaz, 독일산 Hallertau Tradition품종 등이 있다. 맥주에는 좋은 향도 있지만, 맥주 품질을 저하하는 이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맥주의 숙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발냄새와 유사한 ‘다이어세틸’이라는 이취가 느껴지고, 오래된 맥주의 경우에는 산화과정을 통해 오래된 종이박스 냄새와 유사한 이취가 느껴지게 된다. 또, 맥주 병이 갈색인 이유는 햇빛 특히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함인데, 투명병이나 녹색병의 맥주제품에서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어 스컹크 향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일광취’가 발생한다. 따라서, 맥주는 가급적 햇빛에 노출되지 않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신선한 제품을 마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향을 맡은 후에는 혀에서 느끼는 맛과 함께 목 넘김까지 느껴봐야 한다. 최근에 국내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맥주 맛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부드러운 맛과 깨끗하고 상쾌한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맥주는 이취, 이미가 없이 과일 향과 호프 향이 적절하게 느껴지면서, 목넘김이 부드럽고 뒷맛이 시원하며, 떫은 맛이나 잡미가 남지 않는 맥주라고 하겠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맥주를 천천히 마시면서 입과 코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과 함께 오감으로 음미하고 평가해 보자. 하이트진로㈜의 경우, 맥주맛을 평가할 때 이화학적 분석 이외에 여전히 관능 검사를 중요시한다. 최근 과학적 계측장비가 상당히 진보되었으나 물리, 화학적 측정만으로는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과 최고의 품질관리를 위해 관능에 참여하는 연구원은 전문 관능 훈련을 받고, 정기적으로 평가를 통해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발된 관능 요원은 관능 검사 2시간 전에는 최고의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물 이외에 다른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 않고, 스킨로션, 향수 등도 관능의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절 사용할 수 없다. 그 어떤 기계보다도 최고의 분석장비는 우리의 몸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마시면 몸에도 좋은 술 요즘 건강에 좋은 성분도 많고 맛을 음미하기에는 와인이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맥주는 더운 여름철 갈증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주류이면서, 와인 보다 쉽게 찾아 마실 수도 있고 건강에도 와인 이상으로 유익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보통 알코올 3~6%(v/v)의 맥주는 주로 알코올에서 유래하는 칼로리와 함께 비타민과 미네랄 비교적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고, 또 미량이기는 하지만 소화되기 쉬운 단백질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맥주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영양학적으로도 식품으로서 섭취될 수 있는 훌륭한 음료라 할 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맥주 칼로리의 대부분은 빵이나 쌀 등의 탄수화물 칼로리와는 달리 혈액순환의 촉진이나 체온상승 등에 소비되기 때문에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전환되어 체내에 축적되는 일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맥주 내에 존재하는 엽산은 혈관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와인 보다 맥주를 주로 음용하는 사람의 심장병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세계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체코의 필센 주민 543명(35-65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사람이 혈중 엽산이 가장 높은 반면 혈관질환의 위험 인자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치매에 관하여 연구한 영국 왕립 리버풀 대학의 앤더슨 박사 연구팀은 ‘맥주 속의 실리콘 성분이 치매에 관계된 알루미늄을 제거한다’고 발표해 흥미를 끌고 있다. 그 이외에 맥주는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이뇨작용으로 체내의 노폐물 배설을 촉진하고, 호프의 상쾌한 쓴맛은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또한, 포르투칼 포르투대학팀은 맥주에 함유된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들이 유방암 발병률을 크게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팀은 “하루 한잔의 맥주 음용을 통해 심장마비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맥주에 많은 유용한 물질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모든 일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삼가해야 함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온도와 음용 조건 이렇게 다양한 풍미와 향 그리고 영양성분을 가진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용조건에 대해서 알아보자.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살얼음이 생길 정도로 차가운 맥주를 좋아한다. 과연 언 맥주가 혹은 얼 정도로 차가운 맥주가 맛있을까? 지나치게 차가운 맥주는 오히려 혀를 마비시켜 맛을 싱겁게 느끼게 한다. 마시기 가장 좋은 맥주 온도로 여름철은 4~8℃, 겨울철은 6~10℃를 추천한다. 맥주가 이 온도가 되면 탄산가스가 제대로 살아나 거품이 넉넉하게 생길 뿐만 아니라 맥주 특유의 향과 상쾌한 청량감이 가장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겠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배려한다면 오늘 저녁 친구들과, 동료들과, 가족들과 같이하는 맥주 한잔이 그 무엇보다도 더 맛나고 값진 보약이 되지 않을까? 사진제공 = 하이트진로
  • [장태평 징검다리] 비와 경마

    [장태평 징검다리] 비와 경마

    비 오는 날에도 경마를 한다. 사실 경마는 전천후 스포츠이다. 그러나 경마도 농사처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비가 오면 보통은 경마 매출이 올라간다. 이는 여러 가지 아웃도어 레저 활동이 불편해져서 사람들이 경마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말과 기수는 빗속에서 경주를 하지만, 관객은 실내에서 경마를 즐길 수 있다. 말이 달리는 경주로는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잔디로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모래로 되어 있다. 이 모래 때문에 비 오는 날의 경마에 많은 변수가 생긴다. 얼핏 생각하기에 비 오는 날엔 땅이 질퍽해 말들이 달리기 힘겨워할 것 같지만, 오히려 맑은 날보다 경주 기록이 빨라진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마른 상태일 때는 발이 푹 푹 빠지다가 비가 내리면 모래사장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모래 경주로에서는 비에 젖어 있을수록 말이 더 잘 달린다. 또, 비 오는 날은 앞장서 달리는 습성의 말이 우승할 가능성이 높다. 경주로가 젖어 있으면, 앞서 가는 말이 뭉쳐진 모래를 튀겨 올려 뒤쫓아 오는 기수와 말의 시야를 방해함으로써 추격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에는 첫 출발이 늦은 말들이 앞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대체로 비가 내리면 바깥쪽에서 달리는 말이 유리해진다. 경주로는 평면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빗물이 잘 흘러나갈 수 있도록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경주로의 바깥쪽 모래가 빗물에 쓸려나가 바닥이 더 단단해져 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말들은 경주가 시작되기 전에 비닐로 만든 우비를 입기도 한다. 안장이 비에 젖지 않게 하여 기수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야생성을 가진 경주마는 우비를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기수의 안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경마 팬들은 때로 비 오는 날의 경주를 더 기대하기도 한다. 경주로의 사정이나 말들의 컨디션으로 인해 종종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승 가능성이 낮은 말이 뜻밖에 좋은 결과를 내서 그만큼 배당이 높아지고 경기도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의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얼마 전 폭우가 내린 다음 날, 경마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밤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고, 아침까지 계속되면서 경주로가 일부 파손되었기 때문이다. 기수들이 포함된 합동점검반이 두 번이나 점검을 하여 경주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끝내 무산되었다. 서울 경마공원의 경주를 보며 즐기려던 15만명의 팬들이 낙망하게 되어 송구스러웠다. 이번 경기 중단은 기수들과 말의 안전을 우선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 예술 공연도 관객과의 약속을 어기고 취소하는 예가 거의 없듯이 경마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기수가 말을 타기로 하는 것은 마주와 조교사와의 업무상 계약이며, 고객에 대한 도의적 계약이기도 하다. 서울 경마공원에서는 그날 세 번의 숙고를 거쳐, 안전을 택한 기수들의 뜻을 따랐다. 그리고 관객들은 크나큰 불편을 겪었음에도 이를 수긍하고 인내해 주었다. 감사할 뿐이다. 경영 측면에서 경마산업에도 비가 내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경마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왔다. 우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마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마사회는 경마선진화와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경마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해서 사회공헌을 모범적으로 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또 장마가 계속될 것이다. 경마도 계속될 것이다. 경마 팬들은 빗속에서도 승률을 분석하고, 기수와 말의 실력을 가늠해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짜릿한 이변도 기대할 것이다. 마사회에서는 장마철 경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더 나아가 경마를 건전하고 사랑받는 레저스포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 “음식발기 ‘요리소 화부인’은 손탁호텔의 앙투아네트 손탁”

    “음식발기 ‘요리소 화부인’은 손탁호텔의 앙투아네트 손탁”

    ‘한식 세계화를 위한 조선왕조 궁중음식 고문헌 심포지엄’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11일 열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조선왕조 궁중음식 고문헌연구단(연구책임자 주영하 교수)은 한식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조선왕조 궁중음식 고문헌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진행해 왔다. 심포지엄은 ‘조선왕조 궁중음식 고문헌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성과를 소개하고 궁중음식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 결과를 살펴보는 자리다. 왕과 왕비, 왕대비 등 왕실 인물들의 생일 잔치에 관한 기록인 진찬(進饌), 진연(進宴) 의궤에 나오는 음식 이야기, 왕실 연회에 차려지는 음식상의 물목을 적은 ‘음식발기’, 70세 이상의 전직 관료 모임인 기로회 회원들에게 내린 음식 등이 소개된다. 주영하 교수는 이날 ‘음식발기에 기재된 요리소 화부인의 정체’란 논문에서 음식발기에 나오는 ‘요리소 화부인’이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손탁호텔’을 운영한 앙투아네트 손탁이라고 주장했다. 손탁은 주한 러시아공사 베베르의 처제로 명성황후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인물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조선 말기 아관파천의 중심에 있었던 손탁이라는 인물이 장서각 소장 음식발기에 기록돼 있다는 주 교수의 연구 논문을 비롯해 왕의 수라상에 김치만두가 올랐다는 내용 등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중국통신] 4년간 씻지 않은 박사 남편에 이혼 소송

    박사학위를 가진 ‘고학력’의 남성이 씻지 않은 죄로 결국 부인과의 이혼 위기에 처했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9일자 보도에 따르면 타이완에 사는 야오(姚)씨의 부인은 “남편이 지난 4년간 한번도 샤워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옷도 갈아입은 적이 없다.”며 자신의 더러운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이혼 소송에서 “무좀이 있어도 치료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온 몸에서 악취가 난다.”고 주장한 야오의 부인은 “냄새때문에 환기라도 하려고 창문을 열라하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면서 이 때문에 우울증까지 생겼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부인은 이와 함께 “박사 출신의 고학력이면서도 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가정의 경제적 책임을 나에게 전가했다.”며 더이상은 부부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인의 갑작스런 이혼 소송에 남편 측 또한 ‘공식 입장’을 밝히며 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야오는 “20년 전 무좀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발한 것”이라며 아내에게 욕설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년 전 실직을 한 뒤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 씻지 않고 옷을 안갈아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아내 진술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냄새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 한편 사건이 ‘오리무중(?)’으로 흘러가 공은 야오 부부의 딸에게로 넘어갔다 부부의 딸은 “아빠가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냄새가 참기 힘들었다.”고 야오 부인의 진술에 힘을 실어줬다. 사건을 맡은 법원은 “고학력 소지자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씻지 않는 등의 행동으로 아내를 절망감에 빠뜨렸다.”며 두 사람의 이혼 허가 판결을 내렸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봉산탈춤… 광대굿… 음악극 속으로

    봉산탈춤… 광대굿… 음악극 속으로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은 오는 13일부터 28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전통에서 소재를 얻은 음악극 3편을 올린다. 지난 5월에 진행한 창작 음악극 공개 모집에서 선정된 작품으로, 대바구니와 지게, 굿을 이용해 만든 유쾌한 음악극이다. 첫 문은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천하제일탈놀음 추셔요’(13~14일)가 연다. 장님과 절름발이, 검둥강아지가 벌이는 좌충우돌 여행이야기를 아리랑 음악에 맞춰 펼친다. 봉산탈춤, 고성오광대놀이,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이수한 젊은 국악인들이 밧줄과 여우가죽 등을 활용한 탈을 쓰고, 특유의 익살과 흥겨움을 표현한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상설공연 창작연희 작품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어지는 공연은 창작그룹 노니가 1900년대 떠돌이 예인집단을 그린 ‘1+1추락(樂)남매’(20~21일)이다. 지게로 등이 붙은 샴쌍둥이를 만든 모습이 독특하다. 지게놀이를 비롯해 둥근 판을 막대로 돌리는 버나놀이, 상모돌리기, 탈춤 등 신명나는 전통연희가 펼쳐진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남사당패와 유랑극단의 의상과 선율, 장단이 흥미롭다. 지난해 문화부 상설공연 창작연희 대상작이다. 연희집단 더(The) 광대의 ‘굿모닝 광대굿’(27~28일)이 마지막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부정풀이, 씻김, 길닦음, 축원 등 굿의 절차와 형식을 놀이와 결합해 굿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다. 2만원. (02)2261-0513.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책꽂이]

    ●도연명을 그리다(위안싱페이 지음, 김수연 옮김, 태학사 펴냄) 도연명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시가 귀거래사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초야에 파묻히는 인물의 상징이다. 도연명이 당대에서부터 존경받았던 것은 아니다. 주자 등 후대 유학자들이 추어올리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선비의 삶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중국 문학 연구의 대가인 저자는 이 도연명이 시대별로 어떻게 소화됐는지 그림을 통해 추적했다. 옮긴이 역시 한국에서는 도연명이 어떻게 소비되었는지를 첨부해 뒀다. 사실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초야에 파묻히겠다는 다짐은 거꾸로 강렬한 정치적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면 흥미롭다. 2만 2000원. ●재벌 총수는 왜 폐암에 잘 걸릴까(김중산 지음, 나남 펴냄) 한의학과 음식 등을 기반으로 건강에 관련된 문제를 재밌게 풀었다. 소재도 영화, 역사적 사실, 소설 등에서 끌어왔기 때문에 이해가 더 빠르다. 제목은 왜 그렇게 달았을까. 저자는 나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게 많은 재벌일수록 더 많이 내놓아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만 5000원. ●법은 왜 부조리한가(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저자는 시카고대 경제학 석사 출신으로 나중에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력에서 짐작하듯 저자는 경제학의 기반 위에 법학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 논한다. 사고실험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라 소화해 내기엔 다소 버겁다. 1만 5000원.
  • 전세계 협동조합서 한국식 답을 찾다

    유엔은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협동조합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7월 첫째주는 ‘세계 협동조합 주간’이고 7일은 ‘세계 협동조합의 날’이다. 유엔도 협동조합이 연대를 통해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사업 방식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협동조합이 일반적이지 않지만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여러 국가에서는 협동조합 기업이 자본주의 기업과 공존한다. 산업혁명기에 처음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까지 150여년 동안 자본주의 기업과 경쟁해 성공적으로 이겨왔다. 1950년대만 해도 가난했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주, 8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원동력이 돼 지금은 1인당 소득이 4만 유로에 이른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시장(마트) 간다.’는 말 대신 ‘콥(협동조합의 이탈리아어 발음) 간다.’고 한다. 1만 3000여개 양돈 농가가 주인인 덴마크의 축산 협동조합 기업 대니시 크라운, 연간 매출이 9조원으로 돈육 생산량 세계 11위이며 돈육 수출은 세계 1위다. 뉴질랜드의 250개 낙농 협동조합이 의기투합해 만든 폰테라는 뉴질랜드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유제품 수출업체다. 자본주의의 첨병처럼 보이는 미국도 협동조합의 뿌리가 깊다.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선키스트는 118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기업이다. 세계 4대 통신사로 손꼽히는 미국의 AP통신도 마찬가지. 협동조합과 상관없어 보이는 버거킹, 던킨도너츠, KFC 같은 업체도 모두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기업을 통해 식재료를 구매한다. 신간 ‘협동조합, 참좋다’(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푸른지식 펴냄)는 자연 친화와 사회 연대를 꿈꾸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협동조합 사례를 다루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을 시도하는 크고 작은 단체들이 어떻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 책은 단순히 잘사는 나라의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상황에 맞춰 가장 실질적인 문제인 ‘어떻게 협동조합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혼자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멀리 가는, 그런 행복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승자독식을 거부하고 정부의 시혜를 기대하지 않으며 여럿이 힘을 모아 여럿을 위한 기업을 스스로 세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과점을 하는 대기업과의 시장 경쟁에서 이겨내고 훈훈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1만 58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젊은 작가 8명이 말하는 고민·자기합리화

    굉장히 현실적이고, ‘해본 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에 “참 잘도 묘사하네.”라며 큭큭대다가(김애란의 ‘큐티클’), 인간관계를 이래저래 얽어 끌고가면서 말하고자 하는 지점에 명확히 독자를 데려다 놓는 구성력에 무릎을 탁 치게도 만든다(손아람의 ‘문학의 새로운 세대’). 치열하게 사는데도 비루하기만 한, 정상적인 듯한데 속내는 그렇지 않은, 아등바등 살아온 길이 허망하기만 한 현실을 작가 8명이 자신의 언어로 풀어냈다. 민족문학연구소가 선정한 작가의 소설을 한 데 묶어 낸 소설집 ‘포맷하시겠습니까?’(한겨레출판 펴냄)이다. ‘큐티클’은 소비에 대한 고민과 자기 합리화를 털어놓는다.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에 가면서 9㎝ 높이의 구두를 신고 ‘그럴듯해’ 보이고 싶은 스물아홉 살 여성의 하루를 추적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점점 더 나은 것, 좋은 것, 비싼 것을 구매하는 자신의 모습을 ‘건강한 삶’이라고 위안한다. 선배 언니의 ‘깨끗한 손톱’을 보고 네일숍에 들러 자신도 ‘솜사탕 같은 손톱’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불편하다. 9㎝만큼 삶의 질이 높아지길 바랐지만, 존재감은 “늘 반 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해 허망하기만 하다. 손톱 관리를 받고, 쇼핑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해본 여자들’은 아주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서로의 작품을 “어설프고 성급하다.”, “구태의연하다.”고 폄하하는 소설가 추와 평론가 정이 한 신문사 신춘문예 심사에서 맞닥뜨렸다. 심사에 동참한 소설가 셋과 평론가 둘을 불편하게 하며 우여곡절 끝에 고른 작품의 작가는 스물다섯 살 여성 ‘박’이다. “자신이 더없이 늙었음을 깨달”은 추에게서 문단의 세대교체를 말하려나 했더니 “한국 소설은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는 박의 말로 문단에 절망감을 안긴다. ‘문학의 새로운 세대’가 치밀하고 도발적이라는 느낌이 여기에 있다. 김미월의 ‘질문들’,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손홍규의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 조해진의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 최진영의 ‘창’ 역시 독특한 언어, 흥미로운 상징으로 사회를 새롭게 조망하도록 유도한다. 민족문학연구소가 쓴 기획의 말 중 “좋은 문학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고민케 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에 이 책이 “그런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이 소설집의 매력과 역할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합의하지 마, 마음대로 떠들어, 그게 민주주의야

    ‘일반의지 2.0’(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현실문화 펴냄)은 독특한 디지털 민주주의론이다. 1971년생인 저자는 가라타니 고진을 잇는 차세대 사상가로 꼽힌다. 그러나 게임이나 라이트노벨(애니메이션풍의 그림이 많은, 쉽고 가벼운 엔터테인먼트 소설) 같은 일본 하위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해서 ‘오타쿠 전문가’라는 별칭도 있다. 그만큼 고전, 걸작, 정전 위주의 상위문화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 반감은 디지털 세상과 친화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 책의 가장 큰 뼈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숙의민주주의’ 개념을 비판하면서 장 자크 루소의 ‘일반의지’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숙의 민주주의 지지자는 약점 가운데 하나로 ‘숙의에 참가하는 비용’을 든다. 하지만 이 약점은 그중 하나로 치부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이론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그러니까 주요한 이슈에 대해 숙의하려면 너무 검토하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결국 숙의민주주의는 엘리트들이 결정하는 대로 믿고 따르라는 말밖에 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때 다음 아고라를 두고 인터넷상의 공론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저자는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셈이다. 그러면 왜 루소의 일반의지인가. 루소의 1769년 저서 ‘사회계약론’의 한 대목에 주목한다. “만약 인민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져 숙고할 때, 시민들이 서로 어떠한 의사소통도 하지 않는다면, 작은 차이가 모여 그 결과 항상 일반의지가 생성되어 숙고가 항상 바른 것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구절을 두고 “일반의지는 집단 구성원이 하나의 의지에 동의해 가는, 즉 의견 차이가 사라지고 합의가 형성되는 것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다양한 의지가 서로 간의 차이를 내포한 채 공공의 장에 나타남으로써 순식간에 성립한다.”고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 서면 합의가 아니라 이견의 분출이, 소통이 아니라 불통이 민주주의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다. 루소 시대에는 이견 노출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매체가 없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상에 존재한다. 해서 저자는 “모든 숙의를 인민의 무의식에 노출하라.”는 강령을 내세운다.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론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 많지만, 읽어 나가는 내내 현실 세계를 너무 매끈한 공간으로 여기는 낙관적인 태도가 영 거슬린다. 발랄한 논의 전개를 위해 거친 현실을 너무 많이 깎아내 버리다 보니 지나치게 사변적이라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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