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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학생 수학·과학 성취도, 세계 ‘최고’ 흥미 ‘꼴찌’

    우리나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수학·과학 성취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신감이나 흥미도는 세계 꼴찌였다. 한국교육과학평가원은 11일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50개국 초등학교 4학년생과 42개국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IEA는 4년마다 각국 학생들에게 같은 시험을 보게 해 국가별로 성취도를 매긴다. 한국에서는 2010년 12월 초등학생 4335명, 중학생 5167명이 시험을 치렀다. 우리나라 초등 4학년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2위, 과학 성취도는 1위였다. 중 2학년은 2007년 조사에 비해 수학은 2위에서 1위, 과학은 4위에서 3위로 1계단씩 올랐다. 성취도가 가장 높은 ‘수월 수준’ 학생의 비율도 초등 4학년은 수학 39%, 과학 29%로 1995년(수학 25%, 과학 22%)보다 크게 향상됐다. 중 2학년 역시 수학 47%, 과학 20%로 2007년(수학 40%, 과학 17%)보다 나아졌다. 반면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중2 학생 가운데 이 두 과목을 좋아한다고 답한 학생은 수학 8%, 과학 11%였다. 과학은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 수학은 슬로베니아만 한국보다 낮았다.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이 수학 26%, 과학 35%인 것과 비교하면 두 과목 모두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초등 4학년생들 역시 흥미도 순위에서 수학이 23%로 꼴찌였고 과학은 39%로 조사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국제학회서 ‘한국 스트리트 댄스’ 알려요”

    “국제학회서 ‘한국 스트리트 댄스’ 알려요”

    헐렁한 힙합 바지에 삐딱하게 얹어 쓴 검은색 야구모자. 누가 봐도 교수보단 스트리트 댄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최종환(34) 서울예술종합대학교 무용예술학부 교수가 최근 우리나라 대중문화 알리기에 독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 여러 국제 학회에 초청돼 한국식 댄스문화를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최 교수는 지난 3월 힙합 댄스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아 이목을 끈 원조 힙합댄서다. “힙합댄스라는 독특한 콘텐츠 덕분인지 여러 분야의 학회에서 초청을 받고 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을 분기점으로 한국식 힙합 문화가 한국의 대중문화에 기여한 측면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지난 1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마케팅과학회(KSMS) 국제 콘퍼런스에 참여, 비상한 관심과 함께 발표 후 엑설런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주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한국콘텐츠학회(ICCC) 국제 심포지엄에도 초정받아 발표자로 나선다. “학계에서는 힙합 댄스라는 다소 생소한 연구 주제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일부에서는 ‘어디 딴따라가 감히’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마치 계급사회인것처럼 스트리트 댄스가 천대받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이미 스트리트 댄스가 대중문화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도권에서 스트리트 댄스의 가치를 알리고 스트리트 댄스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제 꿈입니다.” 최근 최 교수는 그가 16년을 이끌어 온 엔와이댄스 팀 동료과 제자들은 스트리트 댄스의 움직임에 메시지나 주제의식을 담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현대 무용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스트리트 댄스다. 스트리트 댄스의 전형성을 깨뜨리면서 ‘자유’라는 진정한 스트리트 댄스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셈. 기술을 떠나 대중들과 함께 즐기는 춤을 추구하기도 한다. 5년 전부터 일반인들과 함께 즐기는 스트리트 댄스 행사 ‘퍼포먼스 더 이어’를 열어 온 것도 같은 이유다. “어떤 춤 장르든 대중에게서 멀어지거나 스스로 진화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틀을 깬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연구해 나가면서 스트리트 댄스의 발전을 고민해 보는 거죠.”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유권자들이 본 대선공약] “투표할 것만 강조하지 말고 20대도 정치개혁 주체로 봐달라”

    [유권자들이 본 대선공약] “투표할 것만 강조하지 말고 20대도 정치개혁 주체로 봐달라”

    대학생들은 이번 대선에서 20대가 여야 후보들의 표심 경쟁에서 ‘도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20대를 위한 공약에 인색한 대선 후보들이 20대에게 투표할 것을 강조하며 표만 가져가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희오씨는 10일 “대선 후보들이 정치 개혁과 쇄신을 말하면서 정작 20대에게는 ‘투표하는 유권자가 되라’고만 하며 수동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후보들이 20대를 정치 개혁의 능동적 주체로 봐주고 20대의 권리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대학생들은 “말로는 대선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실제로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20대의 가장 큰 문제”라는 기성세대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반론을 폈다. 한림대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순영(23·여)씨는 “대학생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대학에서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투표 시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안타깝다.”면서 “20대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투표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나라씨는 “반값 등록금 타령만 하는데 그것만 해결해 준다고 우리가 뽑아주는 줄 아느냐. 화려한 공약으로 대학생들을 현혹하려 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라면서 “20대 표심을 이번 대선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봤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이번 대선에 저마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황지용씨는 이번 대선을 ‘꿈’에 비유했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꿈을 펼칠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희오씨는 대선을 ‘예능’이라고 표현했다.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라는 곡을 TV 토론에 빗대 “‘정희’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근혜’와 그걸 지켜보는 ‘재인’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토론”이라고 개사한 것처럼 대선과 관련된 패러디물이 흥미롭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나라씨는 이번 대선을 ‘시범 경기’에 빗대 설명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로 그해 팀 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듯 대한민국 향후 5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정엽씨는 대선을 ‘수술’이라고 정의했다. “망가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치료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노원구 주민 강좌 수강생 모집… 외국어 등 92개 자격증반 개설

    노원구는 10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2013년 제1기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수강생 모집은 노원평생교육원, 여성교실, 주말학교 등 강좌별로 이뤄진다. 강좌 과목은 ▲외국어 ▲음악 ▲미술 ▲인문 ▲건강 ▲댄스 ▲취미 등 총 92개. 자격증반을 개설해 수화 통역사, 바리스타, 직업 상담사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수강은 구 거주 주민이면 가능하고 교육 기간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다. 수강 신청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노원평생교육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 신청을 하면 된다. 김성환 구청장은 “교육이란 학교 졸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과 생활 현장에서 지속되는 평생활동”이라면서 “앞으로도 주민들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반영해 체계적이고 흥미로운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패전국 일본의 피해망상, 극우 망령을 낳다

    패전국 일본의 피해망상, 극우 망령을 낳다

    “패전 후 북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대표적인 놀이 중에 ‘마담 다바이’와 ‘야미부네곳코’가 있다. 마담 다바이는 러시아어로 ‘부녀자를 내놓으라.’는 뜻으로 소련군이 일본인을 협박할 때 항상 내뱉던 말인데, 이것이 어느새 아이들의 놀이 소재가 됐다. 놀이 방식을 보면 사내아이들이 나무로 깎은 권총을 쥐고 ‘마담 다바이, 다바이.’라고 외치며 여자아이들을 쫓아가 둘러싸는 것이다. ‘야미부네곳코’는 일종의 촌극놀이로, 직역하면 도둑배놀이라는 뜻이다. 일본인이 몰래 배낭을 메고 도둑배에 올라타면, 이내 사이렌이 울리고 조선인 보안대원이 나타나 배를 둘러싸고 밀항자를 체포하는 모습을 흉내낸 놀이였다.” “남한의 일본인보다 불쌍한 북한의 일본인, 북한의 일본인 중에서도 제일 불쌍한 만주 피란민이라는 등식은 일본 귀환항에 도착하는 순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단적인 예로 해외 일본인들은 점령군으로부터 ‘선량한 처자’를 지키기 위해 게이샤와 창기들로 위안대를 삼고자 했으나 본토에 도착한 순간 결국 모든 부녀자는 외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사춘기 소녀부터 폐경기의 부녀자까지 귀환항 트랩에 올라 부인과 검사대에 눕는 순간, 이들은 동포로부터 받는 멸시와 차별이 얼마나 깊은 상처로 자리잡는지 절감했다.” 이 문제는 곤혹스러운 점이 있다. 결국 지배, 억압, 통치, 전쟁은 그것으로 이득을 누리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행복한 기억일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본의 문제라면 달라진다. ‘일본인 역시 피해자’라고 하는 순간 ‘아니, 그놈들이 한 짓이 있는데 그까짓 몇 가지 예외적인 것 때문에 징징댄단 말인가?’라는 반론이 툭 튀어 나온다. ‘화냥년’을 떠올리게 하는 ‘히키아게샤’(引揚者·전후 일본으로 돌아온 귀환자)의 처지건만, 이런 고민에 대한 반론 역시 박근혜식 한마디면 끝이다. “위안부는요?” 이러니 2차대전 말 일본 국내외의 비참한 풍경을 묘사한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물의 묘’, 미국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같은 작품들이 한국에선 친일이라 비판받고 개봉을 못하기도 한다. 만약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전쟁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이미 1980년대부터 유통됐음에도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와중에 이슈로 적극 부각된 ‘요코 이야기’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1945년 8·15 ‘패전’ 이후 일본으로 귀환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조선을 떠나며’(이연식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도 ‘역사 논픽션’임을 내세워 1차적인 담담한 서술에 주안점을 뒀다. 패망의 설움(?) 속에서 살아 남아야 했던 그들의 상황과 기억을 고스란히 쫓아갔다. 세 가지 점이 흥미롭다. 첫째, 늘 성가신 일본 우경화에 대한 조금 다른 각도의 대응법이다. 한일관계사 전문가인 저자도 일본인의 책임을 캐묻는다. 자기들의 피해만 과대포장하고 평화주의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해방 당시 원산중학교 학생이었던 가사이 히사요시라는 사람이 남긴 회고록이다. 가사이는 이 책에다 자기가 살았던 원산의 지도를 그려 뒀는데, 일본인들이 살던 원산부는 건물의 모양, 위치, 골목 이름 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한국인들이 살던 원산리는 그냥 먼 풍경으로 지붕 몇 개 대충 그리다 말았다. 해방 이전 일본인에게 조선인은 있지만 없는 존재였다는 의미다. 요즘 유행어로 번역하자면 일본인의 심상지도 속에서 조선인은 서발턴(subaltern·하위주체)이었다. 그러니까 일본인의 고통은, 눈 깔고 굽신대며 소리없이 오가던 조선인들이 어느 순간부터 허리를 쭉 펴고 똑바로 쳐다보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던 때부터 시작됐다. 지배와 가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지배와 가해로 인한 이득의 기반 위에 서 있던 일본인 개개인이 가진 기억은 어쩌면 이런 일정한 한계 속에 갇혀 있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분명 일본인의 피해와 한국인의 피해는 수준과 차원이 다른 문제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우경화를 막기 위해 한국의 피해를 강조한 것 못지않게 일본인 너희 자신에게조차 결코 이로울 바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일자만 나와도 분개하는 한국인들이 흔히 내놓는 누구 피해가 더 큰가, 누구의 피해가 더 본질적인가라는 논점에 대한 비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인의 피해가 더 본질적이었다고 연신 강조해두는 저자가 마지막 장 제목을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을 넘어서’로 붙인 까닭이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두번째는 지금 현재 일본 우익의 내면풍경이다.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국력 차이는 점령군으로서의 태도 또한 차이나게 만들었다. 부유했던 미국은 일본인들의 조용한 원상복귀만 추진했던 반면 후진국이었던 소련은 만주와 북한에 있는 일본인 고급 노동력과 산업시설을 활용할 욕심에 사로잡혔다. 지금도 시베리아에는 이들의 강제노역으로 지어진 시설물들이 있다. 이때 동원된 이들은 지금 일본 우익 세력의 할아버지뻘 되는데, 지금 일본 우익 세습 정치인에게 러시아, 공산주의, 북한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론 제국의 영광을 내걸었던 이들의 남루한 뒷모습이다. 이는 패전 직후 조선 내 일본사회 지도층의 구질구질한 행적에 대한 묘사에서 아낌없이 드러나 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1962년 20만통의 항의 편지가 일본 총리실에 날아들면서 벌어지는, 해외 귀환자 배상문제를 둘러싼 일본 국내의 법적 논쟁을 다뤘다. 역시 국가와 민족의 이름을 강하게 내걸수록, 엉터리 사기극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1만 4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오래된 지혜’ 펴낸 신화학자 김선자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오래된 지혜’ 펴낸 신화학자 김선자 교수

    동양과 서양의 신화(神話)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많다고 한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한 서양의 신화들이 주로 인간의 근원적 탐욕을 비추고 있다면 동양의 신화는 대개 협력과 합심을 통한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담고 있다. 그 속성의 차이는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적 배경의 다름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옛 사람들이 후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란 점에서 공통의 맥이 통한다. 연세대 김선자(55) 교수는 그 신화의 묘미에 흠뻑 빠져 사는 독특한 인물이다. 지난 10여년간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이 간직해 온 신화를 발굴해 그 속의 메시지를 건져내는 작업을 벌여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화학자’다. 그 작업의 결실로 펴낸 ‘오래된 지혜’(어크로스 펴냄) 역시 요즘 사람들이 잊고 살지만, 되새김 직한 삶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 신화에 흥미를 갖고 덤벼들기 시작했을 때는 문헌적 접근에 치우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니 중국 소수민족의 신화들이 국가와 민족주의에 이용되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래서 소수민족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 10여년간 그 현장을 돌며 체험해 오고 있다. “놀랍게도 그 신화는 박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생활 속에 이어지고 있는 산 교훈이었어요. 그네들의 제의며 풍습, 일상에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서양 신화 속 주인공들은 정복과 통치의 영웅으로 드러난다. 김 교수가 만나고 파악한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의 신화 속엔 그 정복과 압제의 다스림 대신 소통과 희생이 짙게 깔렸단다. 그리고 김 교수가 알아낸 그 소통과 희생의 바탕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철학이다.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자연과 생태를 훼손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씁니다. 마을 뒷산의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낼 때도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땅을 파헤칠 때면 꼭 다시 흙으로 덮어줘야 한다고 믿지요.” 현대인들은 그 노력을 미신이나 오래된 종교의 흔적으로 볼 수 있을 터. 하지만 김 교수는 그들의 몸짓과 습관을 오랜 세월 축적돼 온 배려와 공존의 지혜로 본다고 강조한다. “고대 그들의 먼 조상들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차원에서 자연과 환경을 무시한 채 훼손하는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었을 테지요. 그래서 돌아오는 재앙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들의 신화는 그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교훈과 다름없다고 봐요.” 그들 소수민족이 지금도 새와 쥐에게 먹을 것을 남겨주는 배려의 풍습은 우리에게도 스며 있다. 감나무에 까치 몫으로 남겨두는 감이 그 배려와 닮았다. 그래서 소수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순기능과 역기능의 교훈은 우리도 눈여겨볼 대목이 많단다. “흐르는 물을 억지로 제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댐을 쌓았다가 대 재앙을 만난 신화 속 사례는 벌써 후유증이 일고 있는 우리의 4대강사업을 다시 보게 만들지 않나요.” 타고 다니는 차와 살고 있는 집의 크기에 따라 능력과 수준이 저울질되는 세태. 그 무한경쟁의 살벌한 현실에서 ‘나눔과 배려를 보라.’는 외침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강의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그 나눔과 배려엔 공감하지만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김 교수. 그래서 그 소수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오래된 지혜’가 더 빛이 나는 것 아니냐며 웃는다. “아직도 미처 만나지 못한 소수민족 사람들이 많아요. 동아시아 소수 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추악한 인간 본성을 끄집어내 거꾸로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업을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사례를 별로 찾지 못한 것 같아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나무에 담은 아날로그 감성

    나무에 담은 아날로그 감성

    아날로그 나무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목수 김씨’임을 내세우는 김진송 작가가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선보이는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전이다. 문화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마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라는 책의 저자로 더 낯익을 것이다. 전시는 아기자기하고 재밌다. 나무로 깎아 만든 작은 인형들은 앙증맞고 귀여운 데다 작가 스스로 ‘움직인형’(automata)이라 이름 붙인 나무 인형들은 실제 손으로 작동 가능한 것들이다. 정교한 작품도 있고, 투박하지만 손으로 가지고 놀기에 적당히 좋아 뵈는 작품들도 있다. 원래 가구를 만드는 목수에서 출발했지만, 이런 목공 작품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옮겨간 것은 남아 도는 나무 부재들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어떤 목적을 위해 준비됐던 것들 가운데 목적에 쓰이고 남은 것들을 활용한다는 것이 무용에서 유용을 찾아내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거기다 인문학자답게 각각의 인형에다 이런저런 나름의 이야깃거리들도 함께 부여해 뒀다. 출품작은 모두 150여점. 그 많은 나무조각들이 모두 사연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1만 2000원. (02)399-1152.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내집 갖고 결혼 10년새 12%P 늘어… 왜?

    내집 갖고 결혼 10년새 12%P 늘어… 왜?

    # 대기업에 근무하는 서른두 살 P씨는 여교사 J씨를 지난해 초 만나 같은 해 12월 결혼했다. 두 사람은 집 문제로 고민하다 다소 무리해 집을 장만했다. 2년마다 전셋값 인상을 걱정하느니 부담이 되더라도 집을 사 놓고 집값 상승을 노리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P씨가 저축한 돈 6000만원에 J씨가 3000만원을 보태고 P씨 부모가 6000만원을 얹었다. 부족한 자금 1억 5000만원은 은행에서 빌려 경기도에 31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 35세 회계사인 노총각 J씨는 지난 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8살 어린 디자이너 E씨를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만나 8개월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J씨는 자신이 1억 20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억원은 은퇴한 부모에게 손을 벌렸다. J씨의 부모는 노후 수단으로 갖고 있던 상가 사무실을 처분해 아들의 신혼집 장만에 썼다. 집을 갖고 출발하는 신혼부부가 최근 10년 사이 12.5% 포인트 늘었다. 서울신문이 결혼정보업체 선우와 함께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 323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쌍 중 4쌍(40.9%)은 집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530쌍 조사)에는 자가 마련 비율이 28.4%에 그쳤다. ‘단칸방에서 출발하는 신접살림’이란 말이 점차 옛말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선우는 2년 주기로 같은 조사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집값 가운데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1년 8.1%에서 2011년 9.8%로 1.7% 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유성열(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 백석대 교수는 “부모 등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방증”이라면서 “신접살림에서도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중에는 노후를 저당 잡혀 자녀의 집 장만을 돕는 부모 세대도 적지 않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자녀들이 늘면서 노후자금 등을 무리해 넘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부부부터 은퇴부부에 이르기까지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유 교수는 우려했다. 신혼집 평수도 10년 사이 22.2㎡(6.6평) 넓어졌다. 2001년 73㎡(22.1평)였던 주택 평수는 2011년 95㎡(28.7평)가 됐다. 전세난 심화로 매번 골머리를 썩느니 저금리 때 싸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 놓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선우 측은 분석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강화됐지만 집은 여전히 남성의 몫이었다. 남자가 신혼집을 마련한다는 응답이 2001년 87.4%에서 2011년 91.3%로 되레 늘었다. 유 교수는 “이제 반지하나 옥탑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면서 “부모 세대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결혼이나 집은 남자가 장만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고정관념을 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는 2001년 530쌍, 2003년 308쌍, 2005년 285쌍, 2007년 321쌍, 2009년 356쌍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말랑말랑한 범퍼스티커 속 심오한 철학 이야기

    ‘아기가 타고 있어요.’ 요즘 차량 뒤 유리에 많이 붙어 있는 스티커다. 스티커를 만든 것은 미국 회사다. 1984년 “운전자의 인식을 높이고 아이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적어도 이런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보면 조심하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귀여운 스티커 문구는 ‘까칠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나, ‘아기가 운전하고 있어요.’ 또는 ‘장모님이 트렁크에 타고 있어요.’로 변형되기도 한다. 자동차 문화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차량 스티커가 다양하게 활용됐다. 1970~1980년대 들어서는 사회적 주장을 담거나 각종 선거에서 지지 후보 선거운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자신의 유머러스함을 과시하는 게시판으로 변모했다. 철학자 잭 보웬은 ‘범퍼스티커로 철학하기’(이수경 옮김, 민음인 펴냄)에서 차량스티커가 품은 의미를 사회현상과 철학으로 버무려 살핀다. 인기 캐릭터 스누피가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의 작가 찰스 슐츠는 “철학과 범퍼스티커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지만, 저자는 “평균 여덟 단어의 범퍼스티커는 풍부한 사유와 심오한 호소력을 지니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어렵지만은 않다. ‘I ♥’를 보면서 철학자와 시인, 과학자들이 논의한 사랑의 가치를 탐구한다. 스토아학파가 주장한 “이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라.”와 파스칼이 말한 “가슴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이성은 그것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비교한다. 감성에 대한 진화론적 의견을 덧대다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두뇌의 화학물질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러브(love)보다 러브(lobe·엽)가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농담도 던진다. 도덕적 판단부터 인생철학, 종교, 자아, 가치, 지식, 언어, 정치 등 사회의 거의 모든 이슈를 다룬다. 미국 범퍼스티커 얘기지만, ‘익투스’(물고기 그림) 스티커처럼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스티커 얘기도 간간이 나온다. 딱딱한 철학에 이론뿐 아니라 영화, 시사, 역사를 꺼내들면서 흥미롭게 설명한다.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길고양이를 제발 죽이지 마세요”

    가까운 미래 사회, 영국 전역에 ‘고양이 독감 바이러스’가 퍼지고 거리의 고양이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한다. 막강한 부를 기반으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대기업 ‘바이아파라’가 사육하는 고양이들만 예외를 적용받는다. 예방 접종과 분양, 교배, 판매에 이르기까지 고양이에 대한 모든 관리는 바이아파라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뤄진다. 몰래 고양이를 키우다 발각되면 ‘국가보안법’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바이아파라에서 관리하는 고양이의 값은 어마어마해 최상위 계층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고양이 독감이란 실체가 없었다. 고양이를 독점적으로 관리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대기업과 이를 방조한 국가의 이해관계가 빚어낸 허상일 따름이다. 영국 버크셔주 출신의 작가 존 블레이크가 쓴 청소년 소설 ‘프리캣’(사계절 펴냄)은 사회 시스템에 관한 도발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독창적인 소재 외에도 날카로운 유머와 감칠맛나는 문장이 흥미를 돋운다. 어마어마한 음모에 대적하는 주인공은 10대 소녀인 제이드. 아버지를 잃고 형편이 어려워져 상류층이 사는 동네에서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로 이사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부유층의 별장에서 노니는 고양이밖에 본 적 없던 제이드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정원으로 우연히 찾아든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고선 한눈에 반한다. 하루만 데리고 있기로 하고 집에 들인 암코양이 ‘필라’는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씻어내지만 엄청난 사건을 몰고 온다. 고양이를 죽이려는 정부 기동대의 급습으로 집안은 난장판이 되고 제이드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는다. 제이드는 같은 반 남자 친구 크리스의 도움으로 필라를 데리고 고양이를 자유롭게 기를 수 있는 아일랜드로 탈출하기로 한다. 새끼를 밴 필라를 데리고 ‘고양이 자유 연대’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행을 재촉하며 내적 성장도 경험한다. 과거 암울했던 시절 겪어온 사회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은 소설은 ‘순진한 희망’이 아닌 진일보한 사실주의를 택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라는 섣부른 결말이 아니라 제이드의 수감 생활로 끝머리를 장식한다. 절망적이고 비루한 현실에 녹아든 희망을 노래한 것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띵동~! ‘호두까기 인형’ 공연선물세트가 도착했습니다

    띵동~! ‘호두까기 인형’ 공연선물세트가 도착했습니다

    ‘일곱 살 소녀 마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생쥐왕을 물리치고 과자 나라로 환상적인 여행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이다. 여기에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만들고, 러시아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를 더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화려하고 환상적인 무대로 눈과 귀를 홀린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신선하게 즐겨도 좋고, “너무 많이 봐서 이젠 지겹다.“면 다른 모양새를 선택해서 봐도 좋다. 일단 기본은 발레다. 1892년에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120년 동안 많은 안무가가 조금씩 변형하면서 10여 가지 버전이 생겼다. 국내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 국립발레단의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 서울발레시어터의 한국형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31일 공연 보고 새해맞이 하고 싶다면…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은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매일 낮과 밤에 무대를 꾸민다. 동화에서 클라라(발레에서는 이런 이름이다)의 대부로 나오는 드로셀마이어가, 바이노넨 버전에서 마술사로 바뀌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드로셀마이어가 마술을 부려 인형들을 춤추게 한다. 낮 공연 2막에는 ‘마더진저와 봉봉 춤’에서 커다란 치마 속에서 어린이 10명이 나와 흥겨운 춤을 추는 장면이 흥미롭다. 31일 공연은 밤 10시에 시작해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새해를 맞이하도록 꾸몄다. 14, 15일에는 경기 군포에서 공연한다. 1만~10만원. 070-7124-1737. 조선 궁중예복 ‘한국형 공연’ 만나고 싶다면…서울발레시어터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안무한 한국형 공연이다. 다소 지루한 부분은 과감히 줄이고, 음악 템포를 경쾌하게 했다. 공연 2막에 나오는 각 나라 춤에서 마더진저는 커다란 드레스가 아닌 조선 궁중예복을 입고, 무용수들은 농악대의 상모를 돌리며 신명을 더한다. 경기 과천(7, 8일), 부산(24, 25일), 경남 창원(28, 29일)에서 관객을 만난다. 3만~7만원. 02-3442-2637. 크리스마스 파티 분위기 느끼고 싶다면…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은 18~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을 올린다. 이 버전은 소녀 이름을 동화대로 마리로 부르고, 아버지는 의사, 드로셀마이어는 법률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무엇보다도 발레 마임을 모두 춤으로 바꾸고, 이국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춤의 향연을 펼쳐 경쾌하고 소란스러운 크리스마스 파티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어린 무용수가 호두까기 인형을 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아이는 깜찍하고 앙증맞은 몸짓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5000원~9만원. 02-587-6181. 아이와 손잡고 뮤지컬·영화 보고 싶다면… 가족뮤지컬 가족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은 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발레와 재즈, 아크로바틱으로 펼치는 안무와 영상을 가미해 화려함을 더했다. 2만 5000원. 02-2157-8780. 두 가지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 3D’를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 실황을 담은 작품은 개봉한 상태. 아역배우 엘르 패닝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19일 개봉한다. 인형 바비가 주인공이 된 애니메이션은 24일과 25일, 경기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상영한다.
  • 朴 5060 vs 文 2030… 40대가 ‘캐스팅보트’

    朴 5060 vs 文 2030… 40대가 ‘캐스팅보트’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선명한 세대별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50~60대 고연령층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20~30대 젊은 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야말로 박 후보의 ‘5060’과 문 후보의 ‘2030’ 맞대결 구도다. 유권자 수에서도 행정안전부의 선거인명부 기준(지난 11월 23일) 50~60대는 전체 유권자의 40.0%, 20~30대는 38.2%로 서로 1.2% 포인트 차이에 불과해 세대별 대결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틈새에 끼인 40대 표심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40대 지지도 조사에서는 문 후보의 근소 차 우위 속에 엇비슷한 지지율이 나오고 있어 이번 대선을 결정지을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신문과 여론 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의 지난 5일 여론조사 결과 20대 지지도에서는 문 후보가 압도적이었다. 문 후보 53.4%, 박 후보 30.4%로 23% 포인트의 큰 격차로 문 후보가 앞섰다. 30대에서도 문 후보 52.3%, 박 후보 32.6%로 19.7% 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러나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박 후보가 월등했다. 50대 지지도에서 박 후보는 61.4%, 문 후보는 26.1%로 집계됐다. 35.3% 포인트 차로 박 후보가 앞섰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은 71.0%가 박 후보를 19.3%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무려 51.7%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 같은 ‘세대 투표전’ 양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로 박 후보의 유세장을 찾는 청중들은 50~60대 비율이 높다. 문 후보의 유세장에는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할 경우가 많다. “박 후보를 찍어라.”는 부모와 “문 후보를 찍겠다.”는 자녀가 서로 지지 후보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로서는 박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후보에 대한 2030세대 표심보다 박 후보를 향한 5060세대 표심이 보다 더 집중력 있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보다 5060세대의 투표율이 훨씬 높다는 점도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 때의 세대별 투표율을 살펴보면, 50대는 83.7%, 60대는 78.7%였던 반면 20대는 56.6%, 30대는 67.4%에 그쳤다. 문제는 40대 표심이다. 이들은 10년 전 노무현을 대통령을 당선시킨 당사자들로 한때 야권 성향을 가졌거나 현재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다. 현재 지지도에서는 박 후보 39.9%, 문 후보 44.7%로 4.8% 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문 후보가 앞서고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WINE FRANCE 메독 와인과 사랑에 빠지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붉은 빛 가득한 레드 와인의 향연. 메독의 가을은 마녀가 빚어낸 사랑의 묘약처럼 유혹적이고 향기로웠다. 메독의 8개 아뺄라씨옹으로 떠난 일주일의 여정 동안 매일 조금씩 다채로운 메독 와인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1 수확을 모두 마친 포도밭. 하나둘 낙엽이 지고 있다 2 중세시대 고성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샤또 라스꽁브 3 전통과 현대 기술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샤또 씨싹 4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의 숙성고. 오크통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고품격 스펙트럼을 지닌 와인 성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북쪽, 지롱드Gironde 강 서쪽 하구에 형성된 메독 지역Medoc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 가운데 하나다. 보르도 공항을 벗어나 처음 만난 메독의 첫인상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 이었다. 이미 수확을 마친 포도밭은 무척 한가로워 보였고 듬성듬성 낙엽마저 지고 있었다. 포도밭 너머로 드문드문 서 있는 고성古城들이 그나마 심심한 풍경에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메독은 원래 중세시대 귀족들의 사냥터로 숲과 늪지대, 거칠고 메마른 황야가 펼쳐진 별 볼일 없는 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토양은 포도를 재배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고 16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그 가치를 알아본 귀족과 상인들이 하나둘씩 포도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후 포도 재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점차 고품질 와인들이 생산되었고 1855년 등급 제정과 해외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메독 와인은 단번에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샤또 마고, 무똥 로칠드 같은 스타급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에 속해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이너리도 수없이 많다.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메독 와인이 월드 클래스 와인으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메독와인협회의 까뜨린 블리망Catherine Vlimant은 무엇보다 ‘포도 재배에 적합한 모래와 자갈, 점토질이 고루 섞인 특별한 떼루아’를 그 비결로 꼽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경작하는 품종은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yvignon으로 메독의 척박한 토질에 완벽히 적응해 그 어느 곳보다 수확량이 높고 품질 좋은 열매를 생산해 낸다고. 진한 색상과 약간 떫은 맛이 특징인 까베르네 쇼비뇽은 메독 와인의 특징 중 하나인 풍부한 타닌과 꽉 짜인 구조감을 만드는 데 주효하게 쓰인다. 특히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빈티지(생산년도) 높은 와인을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메를로Merlot로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향이 까베르네 쇼비뇽과 조화를 이루며 강한 타닌 맛을 좀더 편안하고 온화하게 순화시켜 준다. 두 품종을 주원료로 와이너리마다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르므네르Carmenere 등을 소량 블렌딩하는데 그 비율과 양조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와인이 탄생된다. 몇몇 와이너리에서 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이용해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로 메독에서는 100% 레드 와인을 빚어내고 있다. 메독 와인이 오랜 세월 명성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물론 ‘떼루아Terroir, 포도 재배의 모든 조건’ 덕이 크지만 그 뒤에 감춰진 1%는 바로 ‘사람’이다. 몇 세대에 걸쳐 대물림되어 온 숙련된 양조 기술과 최상급 와인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메독 와인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또 다른 공신이다.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지켜 나가고 있는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토대로 메독의 와인은 와이너리마다 서로 다른 스펙트럼으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메독의 8개의 AOC가 닮은 듯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1, 2, 3 와인 시음을 통해 각 와이너리 특유의 향취와 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시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와인과 와인잔 4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에서는 시음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5 뽀이약 마을의 포도밭 전경 6 포도밭을 누비며 가는 기계차 7 포도밭 토양에 따라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 달라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 마고 Margaux 뽀이약 Pauillac 언젠가 한껏 분위기를 낸다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적이 있다. 와인 이름도 빈티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 하나가 ‘마고Margaux’다. 와인에 대해선 생초짜였던 시절, 그래도 유명한 와인 한번 마셔 보자고 고른 게 바로 마고 와인이었던 거다. 마고는 메독에서 가장 유명한 AOC이다. 최상급 와인에 주어진 그랑크뤼 끌라쎄 등급을 획득한 와이너리가 21개로 가장 많다 보니 자연히 메독을 대표하는 와인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마고 하면 많은 이들이 샤또 마고Chateau Margaux만을 떠올리는데 이곳에는 약 74개의 와이너리가 운영되고 있다. 샤또 마고가 톱클래스 와이너리이긴 하지만 이 이외에도 가볼 만한 와이너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샤또 라스꽁브Chateau Lascombes는 중세시대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숙박하며 그랑크뤼 끌라쎄 2등급에 빛나는 고품격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특별한 와이너리다. 마고에서는 드물게 메를로 비율이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더 높은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매년 가을 100~150명 정도 인부들이 일일이 손으로 포도알을 따는데 방문했을 때엔 이미 수확을 마친 터라 그 장관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성에서 보낸 하룻밤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새벽녘 창문을 열고 내려다본 이슬에 촉촉이 젖은 포도밭 전경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니 말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마고 와인으로 샤또 오브르똥 라리고디에르Chateau Haut-Breton Larigaudiere도 가볼 만하다. 다만 지갑 단속은 단단히 해야 한다. 와인 테이스팅 후 바로 구매가 가능해 몇 번 시음하다 보면 자꾸만 지갑이 열린다. 일행 중 4명이나 지갑을 연 것이 비단 분위기 탓만은 아니었을 거다. 메독 중앙부에 있는 뽀이약에도 마고와 견줄 만한 걸출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그중 샤또 랭츠 바즈Chateau Lynch-Bages는 1855년 등급 제정 당시 그랑크뤼 끌라쎄 5등급을 받았지만 2등급에 비견할 만한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미리 예약하면 가이드가 동행해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고 시음도 준비해 준다. 연간 48만병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규모 와인 양조장과 저장고도 볼 만하지만 옛 양조 도구들을 빠짐없이 전시해 놓은 박물관 같은 공간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와이너리 투어 후 주변 바즈 마을Village de Bages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꽤나 쏠쏠하다. 예쁜 카페에서 식사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가득한 기념품 숍에서 쇼핑하는 동안 여행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 샤또 퐁레오에서 생산된 와인들 2 비밀 창고처럼 꾸며진 양조장 입구 3 닭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 레드 와인 4 신식 스테인레스 큐브를 이용하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 5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샤또 건물 반짝반짝 빛나는 메독의 보물 리스트락 Listrac 물리스 Moulis 생줄리엥 Saint-Julien 리스트락에 있는 샤또 퐁로Chateau Fonreaud와 레스따즈Lestage는 와인도 와인이지만 나폴레옹 3세 시대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고성에서 빚어낸 와인은 어떨까. 자신을 ‘포도 농사꾼’이라 소개하는 오너는 정말 평범한 시골 아저씨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와인은 결단코 평범하지 않았다. 입 안 가득 상큼함이 퍼지면서 남아 있던 아침잠을 한달음에 모두 날려 버렸다. 이런 와인이라면 아침부터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이날 점심은 물리스 AOC에 속한 두 명의 여성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했다. 샤또 라 갸릭Chateau La Garricq의 마르띤느 까즈뇌브Martine Cazeneuve와 샤또 뒤쁠레스Chateau Duplessis의 마리로르 뤼르똥Marie-Laure Lurton 두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 여성 와이너리 오너 가운데서도 여러모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른바 ‘메독의 여인들’이다. 음식에 곁들여 나온 두 종류의 샤또 와인은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에 갖가지 아로마를 쏟아내는 것이, 식사 내내 끊임없이 수다를 풀어내는 두 여인과 꼭 닮았다. “물리스 와인은 구조감이 강해 양조 과정이 좀 까다롭죠. 와인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발효부터 숙성, 블렌딩 비율까지 늘 신경써야 하거든요. 대신 나이가 들수록 마시기 좋은 와인이랍니다. 안타까운 건 와이너리 규모가 작아 브랜드화 시키는 게 늘 어려운 숙제죠.” 마르띤느 까즈뇌브 오너의 설명에 마리로르 뤼르똥씨는 작은 끄덕임으로 동조했다. 아닌게아니라 물리스는 메독에서도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없는 물리스의 와인은 알고 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자랑하는 메독의 숨은 보석이다. 사실 이번 와인 여행에서 큰 수확을 꼽자면 물리스 와인의 발견이다. 샤또 브라나스 그랑 뿌조Chateau Branas Grand Poujeaux에서 맛본 와인은 물리스 와인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소박한 여주인처럼 어떤 꾸밈이나 장식도 하지 않은 단아한 여인네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에는 마치 포인트를 준 듯 작은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이곳은 포도를 발효시킬 때 뭉쳐진 껍질을 위에서 눌러 으깨 주는 전통적인 방법을 쓴다는데 이런 양조 기술의 차이가 모두 맛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물리스 와인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생줄리엥에 있는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에 닿았다. 샤또 레오빌 뿌아페레Chateau Leoville Poyferre는 루이 13세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포도알을 알콜 발효시키기 전 일정 기간 저온 상태에서 유지시켜 둡니다. 이 과정을 통해 진한 색과 풍부한 과일향을 얻을 수 있지요.” 오너인 디디에 꾸블리에Didier Cuvelier씨가 자신있게 설명했다. 직접 시음을 해보니 과연 자랑할 만했다. 와인에서 품격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안쪽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더 재미난 와이너리 투어가 기대된다. 1 크뤼 브루주아인 샤또 뚜르 까스띠용의 2009년산 와인. 맛이 아주 부드럽다 2 음식을 곁들인 특별한 시음회 3 오크통에서 햇 와인을 뽑아내고 있다 4 먼 옛날 역사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허물어진 망루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전원 풍경에 담긴 뜻밖의 선물 생떼스떼프 Saint-Esteph 메독 Medoc 오메독 Haut-Medoc 크뤼 아르띠장은 메독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 명칭이다. 소유주가 와인의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운 좋게도 여정의 마지막 즈음 생떼스떼프에 있는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인 샤또 라 뻬르Chateau La Peyre를 방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뤼 아르띠장이 그렇듯 이곳도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마침 바람결에 실려 시큼한 향이 코끝으로 전해져 왔다. 햇와인이었다. 이제 막 발효를 마친 2012년 산 와인이 아담한 저장고 안에 꽉꽉 채워져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가 큰 와이너리에는 없는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시음을 마쳤다. 와인은 산도가 좀 높은 편이었다. 신기한 건 같은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에 따라 신맛의 정도가 달랐다. 와인 애호가들이 왜 그토록 빈티지에 열을 올리는지 직접 체험해 보니 그 차이가 느껴졌다. 메독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한 덕에 오래 둘수록 더 깊은 맛이 난다. 알수록 더 매혹적인 와인이다. 메독과 오메독은 서로 반대쪽 끝에 자리해 있다. 지롱드강 상류 지역에 펼쳐진 광활한 오메독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샤또 씨싹Chateau Cissac도 그중 하나. 전통적인 방법과 현대식 양조 기술을 적접히 배합한 이곳의 운영 철학은 와인에서도 그대로 배어난다. 입 안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그 위에 덧입혀진 다양한 향미가 메독 와인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도 멋스럽다. 메독에 있는 샤또 뚜르 까스띠용Chateau Tour Castillon은 이번 여행길에 방문한 마지막 와이너리. 가이드인 송현주 선생이 “지금까지 본 풍경보다 훨씬 시골 같을 거예요” 하고 미리 귀띔했다. 정말 그러했다. 시골스럽다 못해 야생의 언저리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거칠 것 없는 시야, 거리감 없는 강가, 언덕 위로 넘어가는 포도밭…. 시골집 식탁에서 이뤄진 와인 시음은 오히려 만찬(?)에 가까웠다. 와인은 음식과 궁합을 맞춰 봐야 한다며 몇 가지 음식이 푸짐히도 차려졌다. 와인에 취한 건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한 건지, 이제껏 쥐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려 나갔다. 와인을 테마로 피크닉, 산책, 콘서트 등 여러 가지 투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니 이를 어쩐다. 여행의 마지막에 메독을 다시 와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정은주 취재협조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www.sopexa.co.kr ▶Travel to Medoc 항공 에어 프랑스(www.airfrance.co.kr)를 이용해 파리를 거쳐 보르도 공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는 약 11시간, 파리에서 보르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또는 파리에서 보르도까지 기차(www.raileurope-korea.com)도 운행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보르도에서 메독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숙소 메독에서 묵어 갈 만한 숙소로는 골프 뒤 삐앙 메독Golf du Pian Medoc과 를레 드 마고Relais de Margaux, 꼬르데이양 바즈Cordeillan Bages를 추천한다. 골프 뒤 삐앙 메독과 를레 드 마고 두 곳은 골프 코스 안에 자리한 호텔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샤또 랭츠 바즈에서 멀지 않은 꼬르데이양 바즈는 외관은 오래된 고성 느낌이지만 심플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인테리어가 특히 인상적이다. 외부에 야외 풀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를 갖추고 있다. spot 또넬르리 나달리에 Tonnellerie Nadalie 메독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크통 제조회사로 1902년 설립돼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프랑스 산림청 나무 경매를 통해 참나무를 공수해 오며 미국산 참나무도 소량 사용한다. 오크통에 사용되는 나무는 오랜 기간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 작업만 2년 넘게 걸린다. 또넬르리 나달리에는 메독 지역을 비롯해 보르도 등 프랑스 전역과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 오크통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일반인 방문도 가능하며 가이드 안내에 따라 오크통 제작 과정을 둘러볼 수 있다. www.nadalie.fr spot 라 와이너리 La Winery 프랑스 와인은 물론 전세계 와인을 취급하는 숍과 전문 시음 공간, 레스토랑, 피크닉과 공연장 등을 갖춘 와인 예술의 메카다. 와인셀러에는 보르도 지역이 50%, 프랑스산이 40%, 세계 와인이 10% 비율로 진열되어 있다. 1년에 5만5,000명 정도 방문하는데 그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메독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와인을 사거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아도 야외 피크닉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 메독에 가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www.winery.fr 와인 등급 그랑크뤼 끌라쎄 메독 와인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메독을 포함해 보르도 최고급 와인에게 주어지는 그랑크뤼 끌라쎄(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뉜다)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독에는 60개의 그랑크뤼 끌라쎄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 등급 순서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딱 한 번 1973년 샤또 무똥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바뀐 적이 있다). 이에 반해 크뤼 부르주아는 매년 심사를 통해 품질 좋은 와인들을 선별해 등급을 매긴다. 가장 독특한 카테고리는 크뤼 아르띠장. 아르띠장Artisan이란 우리로 치면 ‘장인匠人 정도 되는데 이 명칭을 단 곳은 소유주가 포도 재배부터 양조, 판매까지 직접 맡아서 해야 한다.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는 메독에서도 44곳밖에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전주-선비처럼 놀고 한량처럼 마시다

    전주-선비처럼 놀고 한량처럼 마시다

    1,000년 역사의 자존심을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고장, 전주를 찾았다. 그리고 풍류를 마셨다. 약 700여 채의 한옥과 문화유적 등이 가득한 전주한옥마을은 전주 여행의 1번지라 할수 있다 전주 여행 1번지, 한옥마을 전주는 후백제 견훤이 도읍을 정하고 왕업의 바람을 일으켰던 곳이자,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의 건국을 위해 한나라 유방의 시 ‘대풍가’를 불렀던 왕조의 발상지다. 또한 숱한 전란과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는 역사의 바람을 다스리며 전통문화의 요람으로 꼿꼿이 자리를 지켜 왔다. 그래서 전주를 여행할 때 항상 1번지가 되는 곳은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의 한옥마을이다.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해 사람들은 이곳에 한옥촌을 형성했다. 현재 전주한옥마을 내에는 약 700여 채의 도시형 한옥들과 경기전, 전동성당, 오목대, 향교 등 유명한 문화유적지와 한옥생활체험관, 전통문화센터, 전통공예방과 찻집, 카페, 음식점 등 다채로움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경기전’이다. ‘왕의 사당’을 일컫는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의 초상화, 즉 ‘어진御眞’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 지어진 건물로,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지만 광해군 6년에 중건되었다. 입구에서부터 하마비,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초상화를 모신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로 150cm, 세로 218cm의 태조 어진은 경기전 본전에 봉안되어 있는데 실물 100% 크기로 태조의 나이 60세 때 그려진 것이다. 경주와 평양 등지에 봉안했던 다른 어진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고 전주 어진만이 유일하게 남았다. 화려하면서도 위엄이 살아있는 초상화에서는 곤룡포에 익선관을 쓴 6척 장신에 야전장수다운 태조의 기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기전 내에는 또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史庫와, 태조어진박물관이 볼거리다. 2010년 건립된 어진박물관은 태조 외에도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의 어진이 전시되어 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조어진 봉안 때 사용하던 가마를 볼 수 있다. 또한 1872년 태조어진 봉안행렬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반차도(행렬 그림)’도 흥미진진하다. 전주한옥마을 | 주소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문의 063-232-6293 한옥마을에는 재미있고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들이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전주에는 막걸리가 또한 유명하다 / 술보다는 현란한 안주에 입이 떡 벌이지는 전주막걸리골목. 주당과 함께라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소리가 아름다운 집 전주에는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이 사셨던 양사재를 비롯해 풍남헌, 동락원 등 한옥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품격 있는 한옥 민박이 여러 곳 있다. 그 가운데 한옥마을 내에 자리한 학인당學忍堂은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이자 민가 중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한국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백범 김구 등 정부요인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원래는 99칸이었지만 지금은 본채인 학인당과 별당채인 진수헌, 사랑채인 예지헌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전국 국악 명인 명창들의 무대였던 전주대사습놀이가 강제로 폐지되자, 인재 백낙중 선생은 판소리 명창들을 위한 무대로 1908년 학인당을 건립했다. 그후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임방울, 김소희 등 판소리 대가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펼치며 판소리의 맥을 이어 왔다. 평상시 응접실인 본채의 대청은 공연 때는 공간을 합쳐 1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공간이 된다. 마룻바닥의 널판은 폭이 좁아 소리가 빠져나갈 틈을 줄이고, 두께는 10cm 이상 두꺼워 소리의 진동으로 인한 떨림을 줄인다. 한지 또한 4겹을 발라 소리의 울림을 극대화했다. 학인당의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도 빼놓을 수 없다. 연못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는데, 끝에는 한여름 냉장고 대용으로 쓰였던 땅샘이 있다. 학인당 |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105-4 문의 063-284-9929(전화예약만 가능) 5 한옥마을 민가 중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학인당 6 472년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 전주사고에 보관되어 있다 7 경기전 내의 어진박물관에 전시된 반차도 8 태조의 초상화가 모셔진 경기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소문난 잔치에 오시게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라는 명성까지 얻은 전주에는 비빔밥, 콩나물국밥과 함께 막걸리의 명성도 자자하다. 전주막걸리가 맛있는 이유는 물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한옥마을이 있는 교동은 예부터 청수정淸水町이라 불릴 만큼 좋은 물맛을 자랑했다. 게다가 전주는 김제와 만경 등 비옥한 전북의 쌀 생산지를 옆에 두고 있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여러 곳 있다. 삼천동, 서신동, 경원동, 평화동, 효자동 등 권역별 막걸리촌마다 안주가 다르고 특색이 있지만 공통점은 막걸리 값만 내면 안주는 공짜라는 점이다. 3병이 들어가는 기본 한 주전자를 비우고 다시 한 주전자를 더 시키면 새로운 안주가 펼쳐지고 최대 여섯 번까지 새로운 안주판이 펼쳐진다. 전주막걸리골목의 원조는 삼천동이다. 가장 많은 막걸리집이 모여 있고 선택의 폭도 넓다. 최근 뜨고 있는 서신동은 기존 막걸리전문점과는 달리 푸짐한 안주로 인기다. 젊은 단골들이 많다. 안도현 시인의 단골집인 홍도주막은 효자동에 있다. 블로그나 현지민들에게 가장 입소문이 자자한 서신동 막걸리 골목의 옛촌막걸리는 최근 막걸리골목 업소들의 안주가 획일화된 것에 비해 안주의 수준에서 제일 낫다는 평을 듣는 곳 중에 하나다. 이곳은 기본 2만원에 부침개, 미니족발, 두부김치보쌈, 삼계탕의 기본안주 4가지가 첫 번째 상이다. 두 번째 주문부터는 꽁치양념구이, 꼬막, 계란부침, 세 번째부터 간장게장밥, 홍합탕, 산낙지, 홍어삽합, 전어구이, 떡갈비, 은행볶음, 새우구이 등 6차까지의 안주가 아주 현란하다. 많은 가짓수보다는 제대로 된 안주 서너 가지를 내놓는다. 주인장은 당일 제조한 신선한 막걸리와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오기에 푸짐하게 대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한다. 막걸리의 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탁주로, 머리가 아플 것이 염려된다면 가라앉힌 맑은 술로, 달달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탄산음료와 섞어 마셔도 좋다. 무엇보다 전주막걸리골목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배가 고플 때 주당과 함께 가는 것이다. 옛촌막걸리 | 주소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843-16 문의 063-272-9992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02-757-7485 ▶travie info 전주 서신동 막걸리골목 전주에서 가장 많은 막걸리집이 밀집한 대표적인 막걸리타운은 삼천동이지만 삼계탕이나 족발처럼 든든한 안주를 먹고 싶은 사람들은 서신동을 찾는다. 특히 이곳에는 삼계탕은 기본 안주로 하는 곳이 많다. 젊은 취향의 막걸리 집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퓨전 안주에도 도전해 보시라. 버스 노선은 서신동사무소 3-1, 3-2, 5-1, 5-2, 61, 105, 161 비사벌APT 5-1, 5-2, 61, 105, 161, 309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금융특집] 외환은행

    [금융특집] 외환은행

    외환카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지배 아래에 놓이면서 그 위상이 급격히 위축됐다. 신규 카드 출시는 눈에 띄게 줄고 시장점유율도 낮아졌다. 하지만 1978년 4월 국내 최초 신용카드 발급,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신용카드 지정, 1998년 플래티늄카드 최초 발급 등 외환카드의 역사는 ‘대한민국 신용카드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화려하다. 이런 외환카드가 윤용로 행장 취임 후 신상품을 선보였다. 바로 지난 6월 12일 선보인 ‘2X카드’다. 론스타 시절 떠난 고객을 되찾으려는 윤 행장의 야심작이다. 기존 카드는 많이 쓸수록 혜택이 크지만 이 카드는 사용한 시간에 비례해 혜택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6개월만 써도 혜택이 두 배가 되는 식이다. 그래서 ‘고객 라이프 타임(Life Time) 카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더불어 통계분석을 통해 각 연령층에 가장 필요하고 적합한 서비스만 최적화했다. 세 가지 상품 중 선택할 수 있다. 우선 젊은 세대를 겨냥한 ‘2X 알파카드’는 커피전문점 최고 50% 할인과 편의점 최대 10% 할인이 장점이다. 알뜰살림족을 겨냥한 ‘2X 베타카드’는 관리비 최대 10% 할인과 대형마트 최대 5% 할인이, 중·장년층의 웰빙라이프를 위한 ‘2X 감마카드’는 의료업종 최대 10% 할인과 골프업종 최대 10% 할인이 특징이다. 발급비중으로 놓고 보면 알파카드(49.2%) 인기가 가장 높다. 그 다음은 베타카드(31.2%)다. 이 카드의 광고모델인 배우 하지원과 개발자인 외환은행 직원(이원웅 과장)이 모두 1978년생으로 외환은행 신용카드가 처음 출시된 해에 태어났다는 점도 흥미롭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김아중 “베드신… 당당하게 찍었죠 남자들 성적 판타지 다 알게 됐어요”

    김아중 “베드신… 당당하게 찍었죠 남자들 성적 판타지 다 알게 됐어요”

    올겨울 모처럼 화끈한 ‘19금’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등장했다. 잘못 걸린 전화로 연결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섹시 코미디로 풀어낸 ‘나의 PS 파트너’(6일 개봉)다. 영화 제목의 PS는 폰섹스의 줄임말로 서로 얼굴을 모른 채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던 두 남녀가 마음을 열고 진짜 사랑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여주인공 윤정 역을 맡은 김아중(30)을 만나 영화 얘기를 나눴다. →‘미녀는 괴로워’(2006) 이후 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간 드라마와는 달리 다소 도발적인 소재의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그동안 제 나이 또래의 평범한 여성 역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주로 연예인(KBS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법의관(SBS 드라마 ‘싸인’)처럼 전문직을 맡아서 그런지 이 역할에 더 끌렸다. 섹시 코드가 있기는 하지만 폰섹스가 잘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라서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릴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남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장면도 있고, 베드신 등 과감한 연기도 있었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야한 장면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없었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자주 출연한 섹시 코드의 로맨틱 코미디가 천박해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하고 멋있게 보여 좋았다. 대본 리딩에 들어갔을 때는 솔직히 부끄러움과 창피함도 있었지만 주인공 윤정은 나 개인보다 변성현(32) 감독의 로망이나 이상형이 많이 입혀진 부분이 더 컸다.(웃음) →감독이 불과 두 살 많은 또래인데 촬영할 때 호흡은 어땠나. -감독과 1대1 리딩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지만 똑같은 질문이라도 부끄러움을 갖고 하면 더 어색해질 것 같아서 오히려 감독의 성적 취향 같은 부분을 툭 터놓고 솔직하게 물어봤다. 대사 중에 남자들이 나누는 음담 패설이 있는데 너무 노골적인 부분이 있어서 감독에게 재확인하고 실망한 적도 있다. 그 부분은 솔직히 알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웃음). 내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뿐만 아니라 남자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노련한 연기를 주문했다. →5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 승준(강경준)이 청혼하기만 기다리는 윤정의 신세가 애처롭다. 엉뚱한 남자인 현승(지성)에게 야릇한 전화를 한 것도 자신에게 무심한 연인을 자극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결혼에 조급한 윤정의 입장이 이해가 됐나. -그동안 결혼은 조금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이 역할 때문에 친구들에게 일부러 물어보면서 나도 결혼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도 결혼이지만 연애를 하고 있는데 솔로일 때보다 더 외로워지거나 사랑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더 외롭지 않겠는가. 나도 연애를 하면서 내가 남자 친구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느꼈던 외로움이 되살아나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연기했다. →영화처럼 얼굴을 모른 채 전화로 비밀스럽게 속마음을 터놓는 상대를 꿈꿔 본 적이 있나. -연애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편이라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연애할 때 속으로는 애태워도 남자가 마음이 떠났다 싶으면 놔주고 혼자 우는 소심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이가 든 분들은 영화 속 윤정과 현승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더 좋아하시더라. →조건은 좋지만 애인을 두고 바람피우는 ‘나쁜 남자’ 승준과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찌질한 순정파 현승 중 한 명을 고르라면. -굳이 선택을 하라면 현승 쪽이다. ‘나쁜 남자’들이 무섭고, 다치고 싶지 않다. 주변에 ‘나쁜 남자’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 남자들이 자주 나오는 TV드라마 탓인가(웃음).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남자들의 위험한 세계에 여자들이 위태롭게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경이나 조건보다는 나와 잘 통하고 위로가 되고 늘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편안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내 이상형은 마음이 넓은 남자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적인 면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윤정이 평범한 인물이지만 뚜렷한 설정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변주를 주려고 했다. 예를 들어 승준과 연기할 때는 애정 결핍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지만 외로워하는 정서를 표현했고, 현승과 만났을 때는 편한 친구 같지만 도발할 수 있는 면을 보여 주고자 했다. 영화가 남성적인 시각에서 보여지지만 윤정이 지금보다 더 주체적으로 그려지기를 원했고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과 의견 조율을 꽤 오래 했다. 적어도 내 남자에게 얼마나 상처받고 외로운지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용기를 표현하려고 했다. →‘미녀는 괴로워’의 성공 이후 드라마 흥행이 주춤했는데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나. 각종 루머에 휩싸일 때 여배우로서 힘들었던 적은 . -영화가 워낙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드라마가 아주 대박의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나올 만큼은 나왔다고 생각한다. 저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여자이기도 한데 유독 여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오해들을 많이 받은 것 같아 속상하다.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그런 소문에는 아직도 덤덤해지지가 않는다.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평가받고 싶나. -그 전에는 제 부족한 면을 들킬까봐 완벽해지려고 연연했었는데 30대인 저를 보러와 주는 관객들에게 연기적으로 실망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영화관 문을 나설 때 무언가 얻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CNN 사장 된 前 NBC 사장

    제프 저커(47) 전 NBC유니버설 사장이 CNN월드와이드의 차기 사장으로 선임됐다. CNN은 29일(현지시간) 저커가 내년 1월부터 CNN뉴스 채널, CNN인터내셔널, CNN닷컴 등 타임워너가 소유한 23개 뉴스, 정보 사업 분야를 총괄한다고 발표했다. 10년간 CNN을 이끌어 온 짐 월턴 현 사장은 지난 7월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CNN의 모기업인 터너브로드캐스팅의 필 켄트 회장은 “언론 경영인으로서 저커의 폭넓은 경험과 성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프로그램 기획자, 브랜드 제작자와 지도자로서 CNN에 새로운 사고와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저커는 기자회견에서 “뉴스의 정의를 넓히는 방향으로 CNN을 이끌 계획이며 이념 지향적인 뉴스 채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CNN이 사실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이상을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활기차고 흥미로워야 한다.”며 “편파적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커는 또 “뉴스 시청률만으로 CNN을 평가해선 안 된다.”면서도 “폭스뉴스와 MSNBC의 시청률을 누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CNN의 평균 시청률은 폭스뉴스와 MSNBC에 이어 3위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가장 낮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저커는 26세 때 NBC의 간판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투데이’의 제작을 맡으며 단숨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NBC유니버설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승승장구한 저커는 2010년 NBC유니버설이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업체인 콤캐스트에 인수 합병되면서 물러났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인생 갈림길 너는 알고 가는가(안희옥 지음, 문학스케치 펴냄) 서울대 법대 졸업 후 9급 동사무소 서기보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급 청와대 비서관에 오른 저자가 황소처럼 걸어온 행정 33년, 개구리처럼 뛰어오른 정치 10년을 이야기한다. 분명한 목적 의식, 튼튼한 기초, 치밀한 계획, 과감한 추진, 꼼꼼한 마무리 등 인생에서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1만 2000원. ●36 시간:길고도 아픈 치매가족의 하루(낸시 L. 메이스·피터 V. 라빈스 지음, 안명옥 옮김, 조윤커뮤니케이션스 펴냄) 존스 홉킨스 의대 교수들이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30여년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치매 가족이 겪는 절박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어떻게 치매환자를 돌볼지, 치매 진행속도와 고통스러운 증상을 어떻게 완화할지, 가족과 친지의 고통을 어떻게 덜지 등 다양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2만 5000원 ●통계에 담긴 진짜 재미있는 경제 (유병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저자가 국내 경제지에 4년 동안 기고한 글을 모았다. 세상에 알려진 통계가 사실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여론조사, 경제성장률, 실업률, 물가상승 같은 사회·경제 지표 속에 숨은 사실을 파악한다. 다양한 통계를 제대로 읽고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준다. 1만 5000원.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고상만 지음, 돌베개 펴냄) 숱한 의문이 불거진 장준하 의문사 사건의 담당 조사관이었던 저자가 사건의 모든 것을 낱낱이 짚어냈다. 최초로 공개하는 자료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법정스님, 박정희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등 당대 주요 인물과 나눈 상세한 대화를 실었다. 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만 3000원. ●고용 없는 성장과 응원석 경제(박웅서 지음, 북치는마을 펴냄) 어렵고 구조적인 경제학, 그 중에서도 이 시대 최대 과제로 꼽히는 고용 문제를 상식에 근거한 이야기로 풀었다. 방법론이나 실증, 통계적 증명이 아니라 정치, 역사, 문화, 윤리, 과학 기술 등 여러 차원에서 원인과 대책을 찾으면서 경제를 바라본다. 1만 8000원. ●불한당들의 미국사(새디어스 러셀 지음, 이정진 옮김, 까치 펴냄) 해적, 술꾼, 창녀, 춤꾼, 히피, 게이 등 ‘불량한 사람’들이야말로 미국의 혁명가로, 이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시민’의 억압을 뚫고 어떻게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했는지 전한다. 미국 역사를 민중사적으로 새롭게 조명한 시각이 흥미롭다. 2만 5000원. ●리슨:5분 경청의 힘(버나드 페라리 지음, 장세현 옮김, 걷는나무 펴냄) 20여년간 세계 50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를 컨설팅한 저자가 ‘경청 노하우’를 담았다. 탁월한 리더와 그저 그런 리더의 결정적 차이는 ‘경청’에 있다고 확신한다. 능동적으로 듣는 노하우로 질문의 달인이 될 것,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것, 침묵을 지킬 것,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반대 의견을 낼 것 등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만 3500원.
  •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주말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 논란을 그린 ‘21세기 골드러시 세일가스’라는 TV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보았다. 미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 알려진 세일가스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룬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얘기였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미국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세일가스가 새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심지어 불이 붙는 장면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느꼈을 충격을 실감했다. 세일가스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태양력,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혁신적인 대체에너지로 칭송을 받던 세일가스에 흠이 드러난 이상 달리 대안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 미국인들이 세일가스로 혼란을 겪는다면 지금 우리 앞에는 원자력에 대한 거대한 불신이 있다. 최근 잇따른 원전사고와 한수원의 내부 비리는 우리를 ‘원자력 멘붕’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인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마법의 에너지’를 희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확신을 갖기엔 요원하다. 무엇보다 원전을 대체할 만큼의 안전성과 경제적 장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미래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믹스(Energy Mix)가 화두다. 정답은 없지만, 화석연료와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되 신재생에너지를 차츰 늘리자는 게 공식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일정기간 공존은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지기 전까지 30년 정도는 원전이 차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6%이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산업이 짜여 있으며, 에너지 요금 체계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도 극단적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뚜렷한 특성이 있다. 당장 전기요금이 얼마나 인상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원자력이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30년이 완료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 이내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간에는 수명 연장 불가피론과 폐기론이 맞서 있다. 수명 연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새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7000억원을 투자해 전면 개보수했기 때문에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폐기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대구시 연간 전기소비량의 35%에 해당하는 전력이 단숨에 날아간다고 한다. 전 세계 435기의 가동 원전 중 151기의 수명이 연장됐다는 그럴싸한 통계도 내놓는다. 폐기론자들의 입장은 명약관화하다. 후쿠시마 사태를 반면교사로 제시하면서 단 한 번의 사고로 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재앙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변한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는 단순히 월성1호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2008년에 국내 원전 중 처음으로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는 물론 가동 중인 23기 전부와 건설 중인 5기의 존폐에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결정에 미래 에너지 믹스의 향방이 걸려 있다.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원전정책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핵발전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 증설에는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수명 연장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규 증설과 수명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탈핵론자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국가의 에너지 미래를 결정지을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joo@seoul.co.kr
  • 美 나사 “수성에 거대한 얼음”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의 극지방에 대규모의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수성 탐사선 메신저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이비드 로렌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박사는 29일(현지시간) “수성 극지방에서 거대한 얼음이 발견됐다.”면서 “얼음을 넓게 퍼트리면 워싱턴 DC를 덮을 수 있고 얼음 두께는 3.2㎞ 정도”라고 말했다. 수성 극지방에서는 얼음과 함께 검은 물질 역시 발견됐는데 전문가들은 유기화합물 덩어리로 추정되는 이 물질이 수성에 어떻게 물이 존재하게 됐는지 밝혀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행성 중 하나로 정오에는 수성 적도 부근의 온도가 약 섭씨 400도까지 치솟는다. 그러나 태양빛이 전혀 닿지 않는 극지방의 경우 영하 220도까지 내려간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항상 그늘져 있는 극지방에 얼음을 비롯한 흥미로운 물질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해왔다. 컬럼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션 솔로몬 박사는 “지난 20년간 수성 극지방에 충분한 얼음이 저장돼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면서 “메신저호가 이를 확실히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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