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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루할 틈 없는 5분… ‘쇼트폼 애니’에 꽂힌 동심

    지루할 틈 없는 5분… ‘쇼트폼 애니’에 꽂힌 동심

    5분이 채 되지 않는 길이에 스토리와 유머는 꽉 채웠다. 최근 10분 이하의 쇼트폼(Short Form)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초단편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어린이들도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며 나타난 변화로 풀이된다. 지난 3월부터 KBS와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 중인 ‘마카앤로니’는 길이가 4분 안팎이다. 실험실 속 천재 과학자와 조수 두 명이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매개로 벌이는 소동극으로, 대사는 없지만 지루할 틈 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TV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문 ‘초단편’으로, 어린이부터 ‘MZ세대’까지 즐긴다. ‘디지콘6 아시아 어워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자니 익스프레스’(2014년)를 만든 우경민 감독이 연출했다. 당시에도 5분 길이의 작품을 연출했던 우 감독은 “영상 콘텐츠 경쟁이 심화하면서 단시간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유튜브나 틱톡 등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에도 용이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제작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지루한 부분이 없고 아이디어가 충만하게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너튜브’ 스타를 꿈꾸는 주인공의 예측 불허 일상을 담은 ‘된다! 뭐든!’은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선공개됐다. 약 4분에 기승전결이 담긴 시트콤 형식으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됐다.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사들도 단편 시리즈들을 제작하고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발굴하고자 2019년 시작한 픽사의 ‘스파크쇼츠’(Sparkshorts)가 대표적이다. 올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토끼굴’(Burrow)은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화 ‘소울’의 오프닝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유튜브로 공개된 픽사의 ‘플로트’(Float)와 ‘윈드’(Wind)는 2개월 만에 각각 5700만, 900만뷰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매체 환경 변화와 함께 어린이의 디지털 플랫폼 이용도 늘면서 짧은 애니메이션 제작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3~9세 어린이가 즐겨 보는 유튜브 콘텐츠 중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의 비율이 57.6%로 가장 높았다. 우 감독은 “이러한 타깃을 겨냥해 다양하고 짧은 포맷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쇼트폼 외에 OTT나 극장에서는 여전히 긴 서사를 가지면서도 집중력을 가진 작품들을 찾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획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애니멀플릭스] 태풍처럼 회전…드론이 포착한 순록 떼의 방어 행동

    [애니멀플릭스] 태풍처럼 회전…드론이 포착한 순록 떼의 방어 행동

    최근 러시아 북서부에서 순록 떼가 한데 모여 원을 그리며 뱅뱅 도는 보기 드문 모습이 드론(무인항공기)으로 촬영돼 화제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사진작가 레프 페도세예프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무르만스크주(州) 로보제로 마을 외곽의 한 농장에서 사육 순록 떼의 매혹적인 원형 무를 추는 모습을 드론을 띄워 촬영했다. ‘순록의 태풍’(Reindeer Cyclone)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사실 순록들이 천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다. 순록 떼는 위험을 감지하면 성체 수컷들이 주체가 돼 나머지 무리를 둘러싸듯 태풍처럼 회전하면서 이동 속도를 높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태풍의 눈처럼 생후 1년 미만의 새끼들이나 암컷들이 있어 바깥쪽을 회전하는 수컷들에 의해 보호되는 것이다. 이때 순록의 최고 속도는 시속 80㎞에 달하는데 순록들이 이렇게 무리 지어 빠르게 달리면 아무리 강한 포식자라도 뛰어들면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즉 이들 순록은 이렇게 함으로써 포식자가 각 개체를 표적으로 삼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보통 순록은 10마리에서 몇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면 봄철이 되면 최소 5만 마리에서 최대 50만 마리의 거대한 무리가 형성된다. 야생에서 보고된 세계 최대 기록은 시베리아 북부 타이미르반도에서 확인된 약 100만 마리의 순록 무리였다. 순록 태풍의 규모는 무리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00만 마리가 뭉쳐 회전한다면 어떤 천적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에 포착된 농장 내 순록 떼가 원형 무를 춘 이유는 곰이나 늑대 같은 포식자가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다. 이때는 마침 수의사가 순록들을 대상으로 탄저병 예방 접종을 하기 직전이었는데 낯선 사람의 접근에 위협을 느낀 순록 떼가 이런 행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한편 순록은 수컷은 물론 암컷도 뿔이 자라는 유일한 사슴과 동물이지만, 뿔의 쓰임새는 암수에 따라 다르다. 수컷은 주로 포식자를 물리치거나 라이벌 수컷과의 싸움에서 뿔을 사용하며 11월이나 12월에 한 차례 뿔을 떨어뜨린다. 반면 암컷은 봄까지 뿔을 유지하며 이를 눈 치우기 등에 사용한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타트업

    [임정욱의 혁신경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타트업

    최근 동네 마트에 가서 흙대파 한 단을 구입할 일이 있었다. 예전에 불과 3000~4000원 하던 것을 거의 7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대파가 금파가 됐다”는 얘기를 얼핏 듣기는 했지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이유를 찾아봤다. 그리고 대파 가격 상승 원인 중 하나가 지구온난화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여름 길었던 장마와 겨울 한파, 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이제는 우리의 밥상까지 위협하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나부터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에 기후변화 문제와 그에 따른 산업의 변화에 대한 좌담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토론의 중심 주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넷제로’의 중요성이었다. 넷제로는 지구의 기후에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고 흡수를 늘려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기후변화는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나 신경쓰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내놓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기온 증가율이 세계 평균보다 1.9~2.6배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68~2016년 49년 동안 한국의 주변 해표면 수온은 1.23도 오른 데 비해 세계 평균은 0.47도로 한국의 상승 속도가 2.6배 빠르다. 한국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대파 가격 상승이 아니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우리 정부도 물론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한국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또 최근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탄소배출량 저감에 무관심했던 국내 대기업들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해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 성장하는 기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문제해결사’ 스타트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기후변화 대응 회사들을 요즘에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럼 구체적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은 어떤 분야에 있는가. 우선 에너지 분야다. 청정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기업이나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효율적으로 연결돼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스마트그리드 개발 회사 등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그다음으로는 식품이나 농업 분야다. 음식물 낭비나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회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축산업을 대신할 대체육을 개발하는 회사가 꼽힌다. 또 부족한 농장, 농작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마트팜 회사들이다. 특히 대체육 회사로 미국의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은 조 단위 가치를 지닌 유니콘으로 성장했고, 한국에서도 지구인컴퍼니 같은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내연기관을 대체할 친환경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자동차 회사들이나 공유 이동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회사들도 기후테크 기업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것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자동차, 항공기, 기차, 선박 등이기 때문이다. 주택이나 빌딩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중요하다. 빌딩 건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단열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빌딩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대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난방 등에 활용해 넷제로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 흥미로운 영역은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들이다. 독일 베를린의 체인저스라는 회사는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매일매일 개인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도와주고 목표를 달성하면 쌓인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한국에서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더 큰 관심과 조명이 필요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나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 이들이 만든 기술과 제품을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 구매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필자부터 열심히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찾아볼 생각이다.
  • 0득점? 문길동의 리바운드를 조심해야 해요

    0득점? 문길동의 리바운드를 조심해야 해요

    안양 KGC 설교수님의 명품 강의를 듣는 상대팀에게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KGC에는 리그 최고의 수비수 문성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문성곤은 플레이오프에서 왜 자신이 리그 최고의 수비수인지를 연일 보여주고 있다. 문성곤은 2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KGC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에서 40분 풀타임을 소화한 제러드 설린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39분 13초)을 소화하며 팀의 75-67 승리에 힘을 보탰다. 흥미로운 점은 설린저가 40점 13리바운드로 폭격한 것과 달리 문성곤은 무득점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풀타임 가까이 뛸 수 있었던 것은 드러나지 않는 역할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문성곤은 이날 9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무려 6개가 공격 리바운드다. 현대모비스 숀 롱과 함께 이날 경기 최다 공격 리바운드다. 문길동이라는 별명다운 모습이 돋보였다. 외곽에 있다가도 공이 림을 향해 날아가면 어느 순간 골대 근처에 와서는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하고 기회가 되면 직접 잽싸게 리바운드를 걷어간다. 공이 튀어 오는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현장에서 마치 공이 어디로 올지 다 아는 것처럼 움직임이 활발하다. 공격 진영에서 공격이 아닌 수비로 상대를 휘젓는 신기한 장면이 연출된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는 만화 대사를 들지 않더라도 리바운드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는 우리 팀에게 한 번 더 공격 기회를 주고 상대 속공 기회까지 차단한다는 점에서 승리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이 경기 해설을 맡은 김동우 해설위원도 방송 중계 내내 “문성곤의 공격 리바운드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만큼 문성곤의 리바운드는 적극적이었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문성곤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35분15초 2.3점 7.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5.2점 4.9리바운드와 비교하면 리바운드가 더 늘었다. 공격 리바운드로 한정해서 보자면 문성곤은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공격리바운드 5개, 3차전에서 3개로 해당 경기 최다 공격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4강 플레이오프까지 4경기 중 3경기에서 가장 많은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안 그래도 수비 잘하는 선수가 수비를 작정하고 하니 더 무섭다. 문성곤은 “설린저 버스에 탑승했다”고 웃으면서도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해야 경기가 쉽게 흘러가지 않을까 해서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 리바운드를 잘하는 비결을 묻자 “좋은 타이밍에 잘 뛰어가서 몸싸움으로 공간 확보를 잘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말은 참 쉽게 하는데 실제 농구로 하려면 어려운 과제다. 문성곤은 “이기려면 공격 리바운드를 해야 하고 공격 리바운드로 기회가 한 번 더 생기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하려 한다”고 말했다. 간단하게 보자면 KGC는 현재 리그 최고의 공격수와 리그 최고의 수비수를 보유한 팀이다. 차원이 다른 농구로 연일 명품 강의를 보여주는 설린저, 무득점에도 코트에서 번뜩이는 문성곤이 있기에 KGC의 기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무서워지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금요칼럼] 신지식인 최한기를 꺾은 조선 사회/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신지식인 최한기를 꺾은 조선 사회/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철종 4년(1853) 가을, 서울에 사는 생원 최한기가 충주의 선배 학자 이규경을 찾아갔다. 이규경의 할아버지는 실학자로 이름난 이덕무였는데, 최한기는 이덕무의 책 ‘사소절’이 서울에서 간행됐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선비와 여성 그리고 아이들이 배워야 할 교양 지식이 듬뿍 담긴 책이었다. 이규경은 언젠가는 이 책을 꼭 간행해야 하겠다고 결심했으나 재력이 달렸다. 그런데 최성환이란 선비가 판서 박종보가 소유한 동활자를 빌려다가 책을 찍은 것이었다. 이규경은 활자본 ‘사소절’을 읽어 보고 싶었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최한기는 곧 그 책을 구해서 충주로 보냈다. 책을 받은 선배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규경 자신은 ‘분류 오주연문장전산고’를 썼다. 그 책을 읽다가 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최한기는 선배 이규경에게 최신의 지식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시골에 살던 이규경은 신간 정보를 놓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규경은 최한기를 “속된 선비(俗士)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19세기 중반, 동아시아에 전운이 감돌았다. 제1차 아편전쟁(1840~1842)에서 참패한 후 중국의 식자들은 서양 사정을 본격 탐구했다. 자연히 관련 서적이 잇달아 출간됐다. 국내의 선각자들은 중국의 신간서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이가 바로 최한기였다. 고관 중에도 영의정 조인영 같은 이가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이 장차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고뇌했다. 북경을 오가는 역관을 통해서 최한기는 중국 신간을 거의 모두 구입했다. 거질의 ‘해국도지’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 책은 여러 대륙의 인문지리를 상세히 기록했다. 또 ‘영환지략’도 구입했는데 역시 세계지리에 관한 책자였다. 역관 오경석도 자신의 벗 유대치에게도 이 책을 권유했고, 그 결과 드디어 조선에서도 개화사상이 움텄다. 이규경은 시골에 살았으나, 후배 최한기의 글을 통해서 세상일을 환히 알았다. 1860년대 중반이 되자 최한기는 자신이 쓴 책을 직접 중국 북경에서 간행했다. ‘기측체의’를 북경의 인화당(人和堂)에서 출간했다. 유학 철학서로 사물에 대한 사고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하자며 이를 인간의 신체를 분석해 비유한 책이다. 이 책에서 최한기는 이름 뒤에다 ‘패동’(浿東)이라고 명기해, 그가 패수의 동쪽 곧 조선사람임을 밝혔다. 그는 이제 중국이 제공하는 지식정보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로 발돋움한 셈이었다. 최한기는 왜 ‘기측체의’를 중국에서 간행했을까. 그는 제국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그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즉 ‘조민유화’(兆民有和)가 그것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라와 나라가 이익을 둘러싸고 싸우는데, 싸움을 중단하고 서로 화합하기에 힘쓰자는 말이었다. 최한기는 세계평화를 통해서 제국주의 침략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저술가 최한기에 대한 조선사회의 평가는 싸늘했다. 김헌기라는 선비는 편지를 보내어 이렇게 타일렀다. “책을 쓰는 것은 학자가 서두를 일이 아니네. 우선은 성리학의 고전인 ‘사서’와 정자 및 주자 선생의 글을 더욱 열심히 읽고 배우기 바라네.”(‘초암선생전집’, 권4) 세상은 항상 바뀌는 법이다. 새로운 것이 늘 옳지는 않지만 기성의 낡은 관념으로 움트는 새싹을 꺾어서는 안 된다. 19세기 후반에 우리는 최한기를 살리고 성리학을 낮췄어야 했다. 그런데 다들 거꾸로 달려갔다. 지금은 과연 어떠한가. 누구는 여성가족부를 없애자고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남성이 역차별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단다. 과연 세상이 이래도 좋은지 나는 모르겠다.
  • 그때 그 시절 담았기에… 더 흥겹고 더 애절한 트로트

    그때 그 시절 담았기에… 더 흥겹고 더 애절한 트로트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흥겨운 멜로디에 어깨춤이 절로 나는 가수 남진의 ‘님과 함께’. 신나는 이 트로트에는 탐욕으로 가득한 1970년대 경제 근대화를 벗어나 소박한 삶을 꿈꾸는 이의 모습이 엿보인다. 가수 설운도가 부른 애절하고 구슬픈 가락의 ‘잃어버린 30년’은 1980년대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이산가족 찾기에 대한 노래다. 각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은 사회상을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예술의전당 사장·국회의원을 거치며 문화예술행정가로 일해 온 김장실은 ‘트롯의 부활: 가요로 쓴 한국 현대사’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가요 18곡을 분석한다. 1920~1980년대 시대정신을 담은 곡들을 꼽아 소개하고 작사가와 작곡가, 가수, 음반제작자 등 가요 관계자, 그리고 팬들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흥미롭게 곁들였다. 저자는 “경남 남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도록 용기를 북돋워 준 가수들에 대한 헌사”라고 책을 소개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점령한 트로트가 예전엔 어떤 사회상을 품고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는지, 책을 참고해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봄을 유혹하는 아스파라거스의 매력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봄을 유혹하는 아스파라거스의 매력

    들어도 쉽사리 공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부모님이 얘기해 주시던 그 시절 바나나가 그렇다. 한땐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다지 와닿진 않는다. 요즘 제철을 맞은 아스파라거스를 보니 문득 바나나가 생각났다. 수년 전만 해도 아스파라거스는 꽤 비싸 마트에서 집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국내 농가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생산하면서 비싼 수입산 대신 더 신선하고 저렴한 아스파라거스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국내에서 아스파라거스는 고기를 구울 때 곁들이거나 데쳐 먹는 외국 채소 정도로 인식하지만 서양에서는 두릅이나 달래, 냉이처럼 봄을 맨 먼저 알리는 전령사다. 이탈리아 북부나 프랑스 남부에선 봄이 오면 거의 모든 식당 메뉴에서 아스파라거스가 빠지지 않는다. 두꺼운 아스파라거스는 주요리에 곁들이는 부재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으로도 활용된다. 달걀과 버터, 레몬을 이용한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은 아스파라거스 요리는 프렌치 요리의 클래식이다. 아스파라거스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른 채소와는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 보인다. 잎이나 과실이 아닌 줄기를 먹는 몇 안 되는 채소 중 하나인 동시에 전부가 줄기다. 지중해 연안과 유라시아 대륙이 원산지로 알려진 아스파라거스는 해안가 바위 등에서 야생으로 자라다 어느 시점부터 인간에 의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폼페이 벽화나 1세기쯤 로마의 요리책 기록을 통해 고대부터 이미 아스파라거스를 먹어 왔다는 걸 짐작해 볼 따름이다. 아스파라거스는 4월 중순부터 제철을 맞는다. 환경에 까탈스럽지 않아 어디든지 잘 자라며 한번 심어 놓으면 죽순처럼 계속 순이 오르며 자라기 때문에 농가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키울 수 있다. 쭉쭉 뻗어 나가는 생명력과 생김새 때문에 동양의 미신처럼 서양에서도 아스파라거스는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좋은 효능이 있는 작물로 인식돼 왔다. 온라인에서 아스파라거스를 검색하면 온통 영양학적 효능 이야기뿐이지만 애석하게도 남성들에게 유의미한 이점은 딱히 없음이 밝혀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파라거스를 많이 먹으면 인체에 한 가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바로 소변 냄새가 지독해진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아스파라거스에 함유된 아스파라거스산이 우리 몸에 들어와 분해되면서 대사가 진행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성분이 스컹크의 지독한 방귀 냄새를 유발하는 메탄에티올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스파라거스 줄기 한두 개 정도 먹고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불판 위 고기를 먹듯 마구 집어 먹었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스파라거스는 초록색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가끔 흰색이나 자주색도 찾아볼 수 있다. 흰 아스파라거스는 따로 품종이 있다기보다 햇빛을 의도적으로 쐬지 않고 키운 것이다. 오래전에는 녹색보다 흰 아스파라거스가 더 인기가 높았다. 인위적으로 흙을 덮어 주며 키우다 보니 손이 많이 가 훨씬 비싼 값에 팔렸다. 녹색 아스파라거스가 아삭하게 씹는 맛이 있다면 흰색은 껍질까지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자주색 아스파라거스는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돼 보랏빛으로 보일 뿐 영양학적으로나 맛에선 큰 차이가 없다. 아스파라거스는 수확되자마자 수분과 향을 잃어 간다. 갓 수확한 게 맛과 향이 가장 강하다는 뜻이다. 수확한 지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수입산보다는 웬만해선 제철 맞은 국산 아스파라거스를 사는 게 낫다. 아직 진한 향을 간직한 수분을 품고 있는 아스파라거스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좋다. 신선하고 질 좋은 아스파라거스를 구했다면 선택지는 세 가지다. 살짝 데쳐 먹을 것인가, 쪄서 먹을 것인가, 구워 먹을 것인가. 향과 맛을 온전히 즐기려면 데치는 것보다 찌는 걸 추천한다. 끓는 물에 데친다는 건 재료가 갖고 있는 일부 수용성 성분을 잃어버리는 걸 각오하는 것과 같다. 기왕 향 좋고 신선한 아스파라거스를 구했다면 찌는 게 손실을 가장 줄이는 방법이다.하지만 가장 맛이 좋으냐는 또 다른 문제다. 버터에 아스파라거스를 구워 먹으면 그 자체로 메인 요리로 손색이 없다. 베이컨이나 와인 안주로 먹다 남은 초리소 조각을 넣고 구워도 좋다. 버터가 없다면 요리용 기름으로 구운 후 접시에 담아 질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소금, 후추만 살짝 쳐서 먹는 이탈리아식 방법도 적극 추천한다.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기엔 아스파라거스가 가진 매력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멈추지 않는 독일 예술의 심장

    멈추지 않는 독일 예술의 심장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화제] ‘조선왕릉 조성 비화’ 책 낸 황용선 전 파주 부시장

    [화제] ‘조선왕릉 조성 비화’ 책 낸 황용선 전 파주 부시장

    “경기 구리 수릉의 신정왕후(익종의 비,1808~1890) 능지를 고종이 정하면서 능 조성 일반 원칙에서 어긋나게 왕보다 왕후의 자리를 상위에 조성하게 한 것은 오로지 고종이 특별히 자기를 왕으로 만들어 준 분에 대한 보은 차원으로 보인다.”(본문 402쪽)경기도 문화복지국장을 거쳐 파주 부시장으로 정년 퇴임한 황용선(73)씨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여 기 전체가 어떻게 특정 자리에 위치하게 됐는지 추적해 책으로 엮어 화제다. 파주가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향교의 전교를 역임한 조부로 부터 명심보감(明心寶鑑)등을 배우며 옛것을 중히 여기는 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부친의 뒤를 이어 36년간 경기도 공무원으로 일한 그는 퇴직후 고향 파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틈틈히 풍수지리와 조선왕릉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연구해왔다. “왕릉 결정 과정에 얽힌 치열한 권력 다툼은 흥미 진진한 것을 넘어 섬뜩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씨는 최근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한 권의 책(왕릉 왜 그곳인가? - 청어람 M&B)으로 엮었다. 460여 쪽에 이른다. 황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선왕릉 40기와 연산군·광해군 묘를 보통 3~4회씩은 둘러봤다고 한다. 북한에 있는 정종의 후릉은 사료를 근거로 담았다. 그는 “임금의 무덤은 이미 자리한지 오래 되었어도 흉한 일이 계속된다면 옮겼다”면서 “정치적 잇속이나 시기심 때문에 옮겨지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광중에 묘에 성종의 능을 만든다면 인수대비의 입장에서 시숙부(媤叔父=媤三寸)의 묘를 파내는 것은 둘째이고, 작은아들의 묘를 위해 큰아들의 묘도 파내야 하는 상황이니 어머니로서 어찌 통절함이 없겠는가.”(본문 144쪽) 그러나 흉 한 자리를 개의치 않은 왕도 있었으니, 바로 세종이다. “세종은 자신의 산릉지로 택정해 놓은 곳에 소헌왕후(1395~1446)의 능지를 정하도록 명한다. 그러나 그곳은 물길이 있고, 물길은 풍수적으로 불길한 곳이라고 음양가들이 만류하였으나 ‘다른 곳에 복지(福地)를 얻는 것이 선영 곁에 장사하는 것만 하겠는가? 화복(禍福)의 설(說)은 근심할 것이 아니다. 나도 마땅히 같이 장사하되 무덤은 같이하고 실(室)은 다르게 만들라’고 하교하며, 부모의 곁에 묻히는 걸 고집하였다.”(본문 56쪽)황씨는 왕릉의 풍수적 요점을 정리해 서술하고, 그곳에 오기까지의 사연들을 사료에 근거에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는 “왕릉은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자리하지만, 많은 사연을 갈무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본문이 끝나면 저자가 특별히 준비한 ‘더 읽어 보기’와 ‘부록’이 있다. ‘더 읽어 보기’는 임진왜란 때 변고를 겪은 왕릉의 이야기다. 생생함이 느껴지는 그때의 기록들을 보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 느껴진다. ‘부록’은 조선 왕릉의 조성 경위와 변천 과정을 일람표로 작성한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또는 책을 읽으면서 그 정보들을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저자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나도 등산하다옹”…등산객 따라 해발 3000m 산 오른 고양이

    “나도 등산하다옹”…등산객 따라 해발 3000m 산 오른 고양이

    고양이 한마리가 해발 3000m 산을 오르던 등산객을 쫓아가다가 결국 정상까지 올라간 흥미로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은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브르스텐산에 오른 시릴 로러(24)와 에릭 로러(24) 그리고 이름모를 고양이 한마리의 사연을 보도했다. 등산객인 두 사람은 최근 만반의 장비를 갖추고 스위스에서 가장 긴 스키투어 코스로 꼽히는 브르스텐산(해발 3073m) 등정에 나섰다. 눈덮인 가파른 새벽 길을 오르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근처 숲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시릴은 "당시 시간은 새벽 4시 30분, 해발 1200m 지점이었다"면서 "민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난데없는 고양이가 나타나 무섭고 놀라웠다"고 밝혔다.이들의 특별한 만남은 이렇게 끝난 것 같았지만 고양이가 계속 등산객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계속됐다. 그리고 두 등산객과 고양이와의 뜻밖의 동행이 이어졌다. 시릴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고양이를 떼놓을 수 없었다"면서 "고양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극심한 추위에 떨고있었고 발에는 피가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두 사람은 지치고 다친 고양이를 배낭 위에 올리고 길을 재촉해 결국 정상에 다달았다. 이후 두 사람은 고양이를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해 하산했으며 곧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고양이가 산 아래 주민이 키우던 반려묘였던 것. 시릴은 "나중에 이 고양이가 집을 나간지 나흘째라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미 고양이가 다른 등산객들을 따라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중국이 러시아보다 미국 내 음모론 적극 유포…美 분열 목적”

    “중국이 러시아보다 미국 내 음모론 적극 유포…美 분열 목적”

    미국 FBI 출신이 세운 비영리단체 분석보고서 최근 미국 내에서 중국이 러시아보다 음모론 유포에 더 적극적이라는 분석을 미국 비영리단체가 내놨다. 20일(현지시간)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Soufan) 센터는 소셜미디어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미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의 내러티브를 허위 정보 유포에 활용해 미국 취약계층을 상대로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외부 세계에서 가장 허위 정보를 가장 많이, 그리고 정교하게 유포시키는 국가로 인식돼왔는데, 흥미롭게도 우리의 분석은 중국이 큐어넌의 내러티브를 증폭시키는 데 가장 많이 관여한 국가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상반기 큐어넌의 내러티브 유포와 관련해 러시아 측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는데, 지난해 3월부터 중국이 빠르게 허위정보 유포 활동을 확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충돌하기 시작했고, 양국 간 첨단기술 및 인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수판 센터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페이스북 게시물 16만 6820건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0년과 올해 1~2월 페이스북에 올라온 큐어넌 게시물 중 5분의 1 정도는 그 출처가 해외였다”며 “올해는 중국이 해외에서 큐어넌 내러티브를 온라인에 퍼뜨리는 선두주자”라고 전망했다. 수판 센터는 미국 시민들 간에 불화와 분열을 깊게 하는 것이 중국의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수판 센터는 9·11테러 이후 미연방수사국(FBI)에서 알카에다 조사를 이끈 알리 수판이 2017년 세계 안보에 대한 도전과 외국 정책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다.이번 조사는 온라인에서 인공지능(AI)으로 허위 정보를 분석하는 기업인 림빅이 분석을 지원했다. 림빅 설립자는 페이스북에서 외국 콘텐츠를 식별하는 것이 “정확한 과학”은 아니라면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언어 분석을 통해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의 유포자들과 큐어넌 내러티브 간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미국 내 허위 정보의 유포 문제에 대해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중국 측이 지원하는 허위 정보 유포 계정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6월 중국 공산당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는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2만 3750개의 계정을 삭제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와이즈캠프, AI와 선생님의 코칭으로 자기주도학습 습관 잡는다

    와이즈캠프, AI와 선생님의 코칭으로 자기주도학습 습관 잡는다

    초등 수학 국정교과서 발행사 비상교육의 초등 프리미엄 스마트학습 브랜드 와이즈캠프에서는 비주얼코칭 방법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관리하고, 비주얼씽킹 학습법을 접목한 콘텐츠를 통해서 학습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며, 머리에 오래 남는 학습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와이즈캠프의 눈에 보이는 학습관리 방법, 비주얼코칭은 AI학습 시스템, AI 몰리, 라이브화상수업, 1:1 전화튜터링을 통해서 진행된다. AI 학습 솔루션은 AI를 이용해 아이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학습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 학습 중 아이가 집중하지 않을 때 AI 학습친구 몰리를 통해서 학습에 집중을 유도한다. AI 몰리는 아이 트래킹 시스템으로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드하는 AI 학습 친구다.인강이나 온라인 학습 등 비대면 학습 중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AI몰리는 학습 시 친근하게 집중을 유도해 200% 몰입해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AI 몰리를 통해서 저장된 아이의 학습 데이터는 학부모 앱에서 AI 맞춤 리포트를 통해 아이의 학습 습관, 태도, 평가까지 모두 확인 가능하다. AI의 분석과 피드백을 제공해 향후 자녀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담당 선생님과 함께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라이브 화상수업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전과목 쌍방향 라이브로 진행되는 화상수업이며, 전국의 같은 학년 친구들과 담당 선생님과 함께 라이브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비주얼씽킹 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선생님이 강의를 진행하며, 한 명씩 돌아가면서 질문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으로 친구들에게 내가 배운 것을 설명하며 비주얼씽킹 학습법을 통해 동료 학습의 부재를 막을 수 있다. 또한 단원평가 점수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수학 전문 맞춤 화상수업은 수학 전문강사진을 통해 이뤄지며, 연산 영역 집중 강화를 위한 학습이 가능하다. 1:1 전화 튜터링은 담당 선생님과 통화로 학습적인 부분에 꼼꼼하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학습 진도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드백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와이즈캠프에서 학습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는 여러가지 콘텐츠 중 비주얼씽킹 학습법을 접목한 개뼈노트, 말뼈사전, 교과서 글뼈읽기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을 글과 이미지로 구조화 하는 시각적 사고방법으로, 기억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습 콘텐츠이다. 와이즈캠프에서 특허 출원한 말뼈사전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을 학년별, 단원별로 찾아서 단어의 뜻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초등 맞춤 사전이다. 텍스트와 음성 검색이 가능하며, 단어 뜻에 대한 설명을 이미지로 한눈에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개뼈노트는 교과서에 나오는 단원별 핵심 내용을 직접 개념의 뼈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개념을 정리하고 배운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이 개뼈노트에 포함되어 있어 지식을 체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교과서 글뼈읽기는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가지 종류의 지문들을 읽고 글의 뼈대를 잡는 연습을 통해서 전과목 학습 시 기본이 되는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학습 콘텐츠이다. 문해력은 문제의 내용을 파악하고,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어 자기주도학습 시 필수로 요구되는 부분이다. 와이즈캠프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자기주도 학습 습관을 바르게 잡아 주기 위해서는 꼼꼼한 학습 관리가 필요하며,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전했다. 한편, 와이즈캠프에서는 무료체험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무료체험 신청 시 스타벅스 커피 교환권과 비상교육 수학 문제집, 한자 급수 문제집을 100% 증정하며, 학부모 학습 후기 이벤트를 통해 백화점 상품권과 피자상품권 등을 증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와이즈캠프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4일마다 새해 맞이…36광년 거리 슈퍼지구 발견

    2.4일마다 새해 맞이…36광년 거리 슈퍼지구 발견

    지구 시간으로 이틀 반 정도면 새해를 맞이하는 슈퍼지구가 발견됐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천체물리학연구소(IAC) 연구진은 지구에서 36광년 거리에 있는 외계항성 ‘글리제740’을 공전하는 외계행성 글리제740b를 발견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글리제740은 지름과 질량이 모두 우리 태양의 절반 정도인 적색왜성(표면온도 약 3600℃)으로 뱀자리 방향에 있다. 그 주위를 공전하는 글리제740b는 최소 질량이 지구의 약 3배로 추정돼 슈퍼지구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행성은 흥미롭게도 주성에서의 거리가 약 0.029AU(천문단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약 3%로, 행성과 주성이 그야말로 바짝 붙어있는 셈이다. 이 행성의 공전 주기는 약 2.4일로 극히 짧으며 평균 표면 온도는 무려 550℃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적다.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이런 외계행성을 4300개 이상 발견했는데 그중 대부분은 시선속도 측정법이나 통과 관측법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해 감지한 것이다. 시선속도 측정법은 외계행성의 공전에 따라 원을 그리듯 약간 흔들리는 주성의 움직임 가운데 지구에서 본 시선 방향의 움직임을 주성 색상의 미미한 변화를 토대로 포착해 외계행성을 감지하는 것이다. 반면 통과 관측법은 외계행성이 주성의 앞을 통과할 때 생기는 주성 밝기의 미묘한 변화를 바탕으로 외계행성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번 관측은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운용하는 칠레 라실라천문대 망원경에 장착된 초정밀 시선속도 행성추적기(HARPS)와 카나리아제도 로크데로스무차초스천문대 망원경의 북반구용 초정밀 시선속도 행성추적기(HARPS-N) 그리고 스페인 칼라르알토천문대 망원경의 분광기 카르메네스(CARMENES)로 수집한 시선속도법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공전주기와 최소 질량을 도출 할 수 있지만 정확한 지름을 알 수 없다. 글리제740b의 지름은 지구의 약 1.4배로 추정되지만, 더 정확한 값을 알아내려면 통과 관측법에 의한 추가 관측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테스(TESS) 우주망원경이나 유럽우주국(ESA)의 케옵스(CHEOPS) 우주망원경에 의한 관측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이번에 확인된 글리제740와는 별도로 공전주기가 약 9년으로 토성 정도(지구의 약 100배)의 질량을 지닌 다른 외계행성이 같은 항성계 안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태양계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글리제740의 외계행성 글리제740b에 대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유럽초대형망원경(ELT)이나 30m 망원경(TMT)과 같은 구경 30~40m급 대형 망원경의 관측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IAC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톱 외인’ 서열정리, 4강 PO서 끝난다

    ‘톱 외인’ 서열정리, 4강 PO서 끝난다

    2020~2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향한 정규시즌 1위 전주 KCC와 5위 인천 전자랜드, 2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3위 안양 KGC의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가 각각 21일, 22일 시작한다. 현대모비스와 KGC의 격돌은 진정한 ‘톱 외인’을 가리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에이스 숀 롱(왼쪽)은 정규시즌 득점 1위(경기당 평균 21.3점), 리바운드 1위(10.8개)를 석권하며 외국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득점왕과 리바운드왕을 동시에 차지한 건 KBL 역대 3번째다. 시즌 내내 최고 외인은 롱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으나 5라운드 후반 제러드 설린저(오른쪽·KGC)가 KBL에 입성하며 물음표가 생겼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5년간 269경기를 뛴 보기 드문 경력의 설린저는 막판 정규 10경기에서 평균 26.3점에 11.7리바운드를 거둬 들였다. 출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득점, 개인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롱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한 것. 장외 득점왕·리바운드왕인 설린저는 여세를 몰아 부산 kt와 6강 PO에서도 평균 28.0점, 10.3리바운드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앞서 둘은 지난 4일 6라운드에서 딱 한 번 마주쳤다. 당시 롱(33점 12리바운드)이 개인 기록에서 설린저(22점 13리바운드)를 앞섰으나 승리는 KGC가 챙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번 정규시즌 맞대결에선 KGC가 4승2패를 기록했다. 전자랜드의 ‘라스트 댄스’가 천적 앞에서도 빛을 발할지 관심이다. 올 시즌 마지막 비행을 하는 전자랜드는 코로나19로 포스트 시즌이 열리지 않았던 지난 시즌을 빼고 2시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 4강 상대가 천적인 팀과 감독이다. 전자랜드는 이제껏 PO에서 KCC를 2008~09시즌 6강과 2010~11시즌 4강, 2017~18시즌 6강 PO에서 만나 모두 졌다. 물론 손쉽게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니다. 2008~09, 2017~18시즌은 2승1패로 우위를 점하다가 뒷심 부족으로 4, 5차전을 거푸 내줘 아쉬움을 남겼다. 전자랜드는 전창진 KCC 감독의 다른 팀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03~04시즌 원주 TG삼보(현 DB)와 4강, 2011~12, 2013~14시즌 kt와 6강에서는 만나 모두 졌는데 상대팀 지휘봉을 전 감독이 잡고 있었다. 인생을 건 전자랜드의 마지막 농구가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신한코리아, UFC와 라이센스 계약…UFC 브랜드 의류 제작 및 유통

    ㈜신한코리아, UFC와 라이센스 계약…UFC 브랜드 의류 제작 및 유통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JDX로 알려진 ㈜신한코리아(대표 김한철)가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15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신한코리아는 다년 간 한국과 일본에서 UFC 브랜드 의류, 신발, 액세서리(가방, 헤드웨어 등) 등의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웨어와 팬 기어 제품의 제조와 유통에 대한 권한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내년 상반기 한국과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UFC 브랜드 매장’이 오픈될 예정이며, UFC 팬들은 UFC의 폭넓은 어패럴과 액세서리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UFC 글로벌 상품 부문 수석 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 Global Consumer Products) 트레이시 블렌친스키는 “신한코리아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음으로써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UFC 팬 기어, 라이프스타일 의류 및 액세서리 제품을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코리아는 과거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 성공적인 협업을 이뤄냈으며, 그들과 첫 UFC 브랜드 매장에 대해 협업하고 UFC 제품 라인을 선보이는 것에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한철 대표는 ”UFC와 같이 영향력 있는 스포츠 브랜드를 통해 한국의 트렌드를 동아시아에 널리 알리며, 팬들에게 UFC의 명성에 걸맞은 최고의 스포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화답했다. 신한코리아에서 선보이게 될 UFC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웨어 컬렉션은 올 하반기 캡슐 형태로 출시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2022년 SS 시즌 공식 론칭해 온·오프라인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으며 추후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유통망을 다각화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와우! 과학] 공룡 시대에 굴 파고 살았던 포유류의 조상 발견

    [와우! 과학] 공룡 시대에 굴 파고 살았던 포유류의 조상 발견

    거대한 공룡이 활보하던 쥐라기와 백악기에 포유류의 조상은 대부분 쥐 같은 형태의 작은 동물이었다. 하지만 현생 설치류와 비슷한 형태로 수억 년을 변화 없이 지냈다가 조류를 제외한 공룡이 멸종하고 난 후 현재처럼 진화한 것은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중생대 포유류 역시 생각보다 다양하게 진화해 다양한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 진 멩과 그 동료들은 1억2000만~1억3000만 년 전 시기 백악기 초기 생물상을 보존한 중국 제홀 생물군(Jehol Biota)에서 굴을 파고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고대 포유류 신종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첫 번째 화석인 포시오마누스 시넨시스(Fossiomanus sinensis)는 몸길이 30㎝ 정도로 당시 포유류 중에서는 다소 큰 편에 속한다. 이들은 사실 현생 포유류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 멸종된 원시적인 그룹인 트리틸로돈트과(Tritylodontidae)로 포유류형 파충류로 불린 고생대 수궁류의 마지막 후손이다. 그러나 이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포시오마누스가 굴을 파고 사는 현생 포유류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 중생대 포유류의 화석은 가장 단단한 부분이 이빨이나 턱 일부만 발견되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예외적으로 골격 전체가 잘 보존되어 고해상도 CT를 통해 전체 몸구조를 자세히 복원할 수 있었다.(사진) 그 결과 포시오마누스는 굴을 파고 사는 현생 포유류처럼 짧고 튼튼한 앞다리와 흙을 파는 데 유리한 손톱, 그리고 짧은 꼬리를 지니고 있었다.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두 번째 화석이 전혀 다른 그룹임에도 비슷한 몸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주에코노돈 체니(Jueconodon cheni)는 백악기 원시 포유류 중 하나인 삼돌기치목(eutriconodontan)의 일종으로 몸길이 18㎝ 정도의 작은 포유류다. 주에코노돈 역시 현생 두더지나 땅을 파고 사는 설치류의 직접 조상은 아니지만, 이들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포시오마누스와 주에코노돈 모두 수렴 진화에 의해 같은 형태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수렴 진화의 사례는 현재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박쥐와 새의 날개, 그리고 물고기와 고래의 지느러미처럼 근연 그룹이 아닌데, 같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진화해 비슷한 형태와 기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백악기 포유류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중생대 포유류가 다양한 그룹으로 나뉘고, 또 여러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비슷한 환경에서 수렴진화의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중생대 포유류는 단순히 공룡 밑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쥐와 비슷한 동물이 아니라 더 역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했던 생물인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순녀의 문화발견] 팬데믹 시대, 샤머니즘 품은 현대미술

    [이순녀의 문화발견] 팬데믹 시대, 샤머니즘 품은 현대미술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신당(神堂)이 차려졌다. 금동 불상처럼 꾸민 마네킹과 탱화를 차용한 지옥도, 형형색색 천 조각들이 어우러진 난장이 범상치 않다. 벽에는 고구려 벽화 속 사신(四神), 우주론적 세계관을 형상화한 이미지들과 ‘승진 도움’ 등 복을 비는 부적이 걸렸고, 기도하는 손 모양의 조각 옆에는 ‘목사님, 눈물을 거두세요’라는 책자가 놓였다. 정체불명의 신당이 들어선 곳은 뒷골목이 아니라 전시장이다. 일민미술관이 지난 금요일 개막한 ‘운명상담소’(7월 11일까지)에서 선보이는 곽은정, 김수환, 박가인, 최장원 작가의 ‘2021년형 네오 신당’이란 작품이다.미술관에 펼쳐진 건 신당만이 아니다. 탑골공원 주변에 즐비한 ‘사주포차’,  손바닥을 맞대 뇌를 스캔한 뒤 관람객의 본능에 맞는 캐릭터를 그려 주는 ‘본능미용실’이 차려졌다. 정신과 의사, 점술가, 예술가가 관람객과 상담한 뒤 처방하는 ‘오래된 약국’도 있다. 미신으로 치부되던 샤머니즘과 명리학, 우주론 등 신비주의가 현대미술의 한 형태로 미술관에 들어온 풍경은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과학적인 사고가 더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샤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과거 은밀한 행위였던 사주, 역술, 타로가 최근 젊은 세대에선 편하고 가볍게 즐기는 문화로 떠오른 현상을 예술적인 접근법으로 풀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1층 ‘운명’, 2층 ‘상담소’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현대미술 작가 17명이 참여했다. 토요일 오후에 방문한 전시장은 20~30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상담소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한 20대 여성 관람객은 “미술관 밖에 걸린 ‘운명상담소’란 제목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왔다”면서 “전시장에서 사주를 보니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일종의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이지만 작가와 관람객 모두 실제 상담처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대면 상담을 통해 위로를 주고받는 과정이 현실을 반영하는 예술의 일환”이라는 조 실장의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마침 광주비엔날레(5월 9일까지)에서도 샤머니즘과 관련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동서고금 다양한 지성의 형태와 체계를 돌아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적 지성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전통 무속 신앙에도 주목했다. 서울의 샤머니즘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 소장품들과 국내외 작가의 신작이 어우러진 1층 전시실은 영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중에서도 토속 문화와 샤머니즘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김상돈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진도의 전통 장례 문화인 ‘다시래기’를 모티프 삼아 애도와 치유 행위를 재해석한 ‘행렬’, 마트 카트에 부적과 의례용 장식품 등을 달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질문하는 ‘카트’ 등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쌍두마차에 올라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를 사유와 성찰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무속 신앙과 신비주의는 인류의 탄생부터 함께해 온 오랜 동반자다. 이성과 과학이 지배하던 시기에 음지로 숨어들었던 샤머니즘이 기후위기와 바이러스 습격 등으로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나면서 불안을 잠재우는 전통적인 치유의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무분별한 미신 숭배로의 회귀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성찰의 한 방편으로서 말이다. 정작 우리가 고민할 것은 전통 샤머니즘이 아니라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물질 숭배, 물신주의일지도 모른다. ‘영끌’, ‘빚투’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사회에 넘쳐난다. ‘돈을 벌려면 돈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본주의 샤머니즘’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혼돈과 불안의 시대, 흔들리지 않게 발밑을 단단히 지켜 줄 백신은 없을까. coral@seoul.co.kr
  • [리뷰]확률형 아이템 없어 ‘속시원’…한국 이용자 ‘취향 저격’은 글쎄

    [리뷰]확률형 아이템 없어 ‘속시원’…한국 이용자 ‘취향 저격’은 글쎄

    ‘애플 아케이드’에는 확률형 유료 아이템이 없다. 요즘 웬만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는 돈을 지불하고서도 운수에 따라 재화를 획득하게 되는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가 있는데 스포츠, 레이싱, 캐주얼, 음악장르 게임이 많은 ‘애플 아케이드’는 그렇지 않다. 월 6500원만 내면 180여개 게임을 광고 시청 없이, 게임 내에서 추가 결제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구독형 서비스’라는 차별점이 있다. 요즘 MMORPG는 기본적으로 공짜라지만 결국에는 아이템에 꽤 많은 돈을 써야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월 구독형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주일간 이용해본 미국 애플의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는 마치 어릴 적 즐겨 갔던 오락실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달 초에 30여개의 게임이 추가돼 총 180여개의 선택권이 있어 어떤 것을 해야할지 고르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렸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고르듯 게임 하나를 선택하면 곧바로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이 다운로드된다. 게임을 내려받지 않아도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이 이미 시중에 있긴 하지만 애플은 아직까지는 다운로드 방식이 더 안정적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이 보급된다면 애플 아케이드도 스트리밍 방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이번에 새로 추가된 30여개의 게임 중에 가장 큰 기대를 받은 것은 ‘NBA 2K21 아케이드 에디션’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이 등장하는 농구 게임인데 2021~21 시즌의 NBA 선수들로 선수단이 꾸려져 있기 때문에 응원하던 팀을 직접 운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와 똑같은 정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완성도 높은 그래픽 덕분에 몰입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농구라는 종목이 워낙 공수 전환이 빠르고 전술도 다양한 편인데, 게임 내에서 그렇게까지 세세한 조작을 할 환경이 잘 꾸려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여럿이서 자동차 경주를 즐기는 ‘소닉 레이싱’도 화면이 박진감 넘치고 조작도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 빨리 적응해 즐길 수 있었다. ‘레고 브롤즈’도 익숙한 레고 캐릭터를 이용해 여럿이서 전투를 벌이고, 게임에서 승리해 받은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꾸며나갈 수 있어 흥미로웠다.180여개의 게임은 전체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끼리 모여 기분 전환을 위해 즐기기에 좋은 것들로 구성돼 있었다. ‘가족 공유’를 통해 한 계정을 최대 6명이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확률형 유료 아이템 구매에 매달 수십만원씩 쓰는 사람이라면 6명이서 월 6500원에 즐길 수 있는 ‘애플 아케이드’의 가격이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게임이 180여개나 되지만 과연 한국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아 떨지는 것들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MMOPRG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가 MMORPG이기도 하다. MMORPG를 하려면 ‘애플 아케이드’가 아닌 다른 게임을 찾아 보는 편이 낫다. 국내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게임을 장시간 꾸준히 즐기는 ‘적극 이용자’의 비율이 높은데 그들을 만족시킬만한 대작 게임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향후 계속해서 신규 게임이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게임들이 입점할지 여부가 애플 아케이드 흥행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외출하기 두려운 봄철… 어린이들이 읽을 자연과학 도서는

    외출하기 두려운 봄철… 어린이들이 읽을 자연과학 도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00~700여명을 넘나들며 ‘4차 대유행’이 사실상 현실화된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외출보다는 독서를 권장하게 된다. 문학이나 그림책과 비교하면 어린이를 위한 자연과학 부문 도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교육 현장의 교사, 사서,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발간한 ‘2021 추천도서목록’의 어린이 자연 과학 서적 일부를 소개한다.●초등 저학년 학생에겐 공룡 등 생물 서적 권장 초등학교 1~2학년을 위한 자연 과학 서적으로는 ‘공룡이 나타났다!’, ‘난 곤충이 좋아’, ‘날쌘 담비야’, ‘조개는 왜 껍데기가 있을까?’ 등이 있다. ‘공룡이 나타났다!’(소피 헨 지음, 김영선 옮김, 보림 펴냄)는 공룡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담을 뿐 아니라 공룡의 실제 크기를 다룬다. 60㎝가량 되는 큰 판형을 가진 책을 펼쳐보면 공룡의 실제 발자국, 알, 코, 부리 등 공룡의 몸 전체 혹은 일부를 담은 장면이 나온다. ‘난 곤충이 좋아’(소피아 스펜서 마거릿 맥나마라 지음, 전수경 옮김, 미디어창비 펴냄)는 곤충을 좋아하는 어린이 소피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다. 소피아는 곤충을 죽이지 않으려고 집 안에 들어온 곤충을 결국 놓쳐버리는 웃지못할 사건을 겪는다. ‘날쌘 담비야’(최태영 지음, 비룡소 펴냄)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담비의 한해살이를 세밀하고 잔잔한 그림으로 담았다. 이 책은 소중한 생명이 우리와 같이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동물들의 삶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마중 물이 된다. ‘조개는 왜 껍데기가 있을까’(멜리사 스튜어트 지음, 김아림 옮김, 다섯수레 펴냄)는 연체동물의 껍데기가 왜 모양·크기·색깔이 각각 다양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껍데기의 생김새는 각각의 연체동물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작가는 수채화와 글로 전달한다.●초등학교 중간 학년에는 신체, 우주, 항공 등 다양한 관심사 반영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한 과학 도서로는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 ‘밥에서 똥까지’, ‘블랙홀이 뭐예요?’, ‘어린이 비행기 대백과’ 등이 있다.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마승애 지음, 노란상상 펴냄)는 수의사인 저자가 시골 살림을 시작하면서 만난 이웃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웃 텃밭에 상추와 고추를 훔쳐가는 밤손님의 정체를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밥에서 똥까지’(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외 1인 지음, 김영화 옮김, 풀빛 펴냄)는 우리 몸의 소화, 흡수, 배설의 원리를 상세하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교, 단백질이 하는 일과 종류, 대변 색깔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설명은 웬만한 성인 건강 서적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다. ‘블랙홀이 뭐예요?’(미네시게 신 지음, 전희정 옮김, 이성과감성 펴냄)은 ‘블랙홀’에 대해 쉽고 친절한 설명을 담은 그림책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블랙홀이 어떻게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알려준다. ‘어린이 비행기 대백과’(손봉희 지음, 바이킹 펴냄)는 비행기의 탄생 과정부터 독특한 비행기의 종류까지 역사와 과학을 소개한 책이다. 80여 종의 비행기를 복엽, 단엽, 전투기, 여객기 등으로 묶어 구분해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다.●초등 고학년 학생에겐 과학사, 이론, 바이러스 등 높아진 눈높이 적용 5~6학년 과학 도서로는 ‘과학의 우주적 대실수’, ‘매머드 사이언스’, ‘원자에서 우주까지 과학 수업 시간입니다’, ‘지구를 들었다 놨다! 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있다. ‘과학의 우주적 대실수’(루카 페리 지음, 김은정 옮김, 봄볕 펴냄)는 과학자들이 실수로부터 연구 방향을 수정하고 인내하며 다시 연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학자도 실수를 하며, 실수의 결과를 바로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때로는 그 실수에서 발견이 시작된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매머드 사이언스’(데이비드 맥컬레이 지음, 이한음 옮김, 크래들 펴냄)는 화학·생물학·물리학·지구과학으로 이어지는 과학 이론이 망라돼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물질, 생명, 에너지, 힘, 지구와 우주 등 다양한 과학의 원리를 매머드를 통해 쉽게 알려준다. ‘원자에서 우주까지 과학 수업 시간입니다’(마이크 바필드 지음, 이은경 옮김, 풀과바람 펴냄)은 다양한 과학자들의 업적과 실험을 소개한 책이다. 만화 형식으로 구성해 독자가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실험을 직관적으로 따라할 수 있다. ‘지구를 들었다 놨다! 세균과 바이러스’(유다정 지음, 다산어린이 펴냄)은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봉건제도를 무너뜨린 흑사병, 아즈텍과 잉카 문명을 멸망시킨 두창, 황열, 발진, 콜레라 등이 어떻게 인류 역사를 바꿨는지를 일깨워준다.●모든 학년이 공유할 책들도 흥미진진 이밖에 전 학년이 모두 공유하면서 볼만한 자연 과학 도서도 있다. ‘경이로운 동물들’(벤 로더리 지음, 이한음 옮김, 보림 펴냄)은 자연사 화가가 쓰고 그린 친절한 동물 그림책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의 놀라운 능력, 위장, 진화, 암수, 색깔의 비밀 등을 담았다. ‘우리는 물이야’(이정모 지음, 아이들은자연이다 펴냄)는 화학과 물에 대해 안내하는 책이다. 우리 몸 대부분을 이루는 물질은 물이다. 물 캐릭터와 주인공이 대화하면서 물의 탄생, 물의 구성, 물의 작용과 변화에 대해 세세히 알려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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