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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대문 보육시설에 자연이 숨쉰다”

    “서대문 보육시설에 자연이 숨쉰다”

    “흙을 밟고 햇빛을 쬐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설계 단계부터 내외부가 결합된 유기적인 형태를 지향했죠.”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서대문구 종합보육시설’ 개소식에서 시설 점검에 나선 관계자들이 건물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건물의 중심부에 위치해 1~3층을 관통하고 있는 중앙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통유리문으로 연결돼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중앙정원 가운데에는 대나무가 푸른 잎을 반짝이고 있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과감하게 실내외의 경계를 허물어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평했다. 건물 설계를 맡은 이상대 스페이스인 대표는 “곳곳에 야외 공간을 마련하고, 바로 옆에 가재울 어린이공원이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외부 공원도 앞마당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물에는 옥상의 놀이터를 포함해 모두 6개의 마당을 갖췄다. 이어진 점검에서도 문 구청장은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외부와 연결된 모든 출입구의 작동을 일일이 시연하고, 옥상의 놀이공간에서는 아이들이 난간을 넘어가는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지 높이를 재차 확인했다. 서대문구가 예산 129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3층 2141㎡(약 648평) 규모로 건립한 종합보육시설은 지역사회의 육아 지원을 위한 거점 기관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어린이집 지원·관리 및 가정 양육 보호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 보육 컨설팅, 보육교직원 교육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원스톱 육아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시설이다. 1층에는 아토피 특화 어린이집인 가재울어린이집이, 2~3층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가 각각 들어섰다. 가재울어린이집은 정원 65명 중 약 30%인 20명을 아토피 아동으로 구성하고, 간호사 등 전문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아토피 아동의 식단 관리, 알러지 예방 등을 담당한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열린육아방, 커뮤니티실, 장난감 대여실, 시간제 보육실, 요리체험실 등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육아 관련 시설이 자리잡았다. 대여 장난감수를 기존 1800개에서 2500개로 늘리고 시간제 보육실을 1개반에서 2개반으로 확대 운영하는 등 센터 기능을 강화했다. 매달 둘째·넷째주 토요일에는 가재울어린이공원에 대형 놀잇감을 제공해 ‘주말번개놀이터’도 운영한다. 구는 향후 북아현동 인근에 육아종합지원센터 분관을 열 계획이다. 문 구청장은 “서대문구는 지난해 국제연합(UN) 산하의 유엔아동기금(UNICEF)으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면서 “올해도 이곳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권리를 보장하는 다양한 맞춤형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가족과 함께 낭만 여행 봄, 일상의 예술을 빚다

    이천도자기축제가 오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17일간 ‘일상의 예술도자기, 낭만을 품다’라는 주제로 경기 이천시 신둔면에 조성된 공예인 마을인 ‘예스파크’에서 열린다. 이천도자기축제는 이천도자기를 세계에 알리고 전통 도자문화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1987년부터 열리고 있다. 이천은 경기 광주와 함께 도자기를 위한 좋은 흙과 풍부한 물길을 품고 있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수많은 관요·민요가 자리잡은 대표적인 도자기 특산지다. 이번 이천도자기축제는 관람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4개 마당으로 구성했다. 판매마당에선 스트리트 도자마켓으로 회랑거리를 따라 늘어선 도자마켓을 구성해 개성 있는 공방의 수제 도자기를 볼 수 있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마당은 모래 속 보물찾기, 코스튬플레이등 여러 무료체험과 유료체험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 놀이마당과 먹거리 마당에는 풍부한 놀거리와 휴식에 필요한 다양한 식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했다. 이 밖에 우리나라 도자명장의 작품 전시와 중국 경덕진시 도자전시행사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도자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각종 신상 도자기를 품평해 볼 수 있는 도자어워드, 해외작가와의 교류를 위한 워크숍도 열릴 예정이다. 축제가 열리는 예스파크는 학암천을 주변으로 바람개비동산, 한지등 퍼레이드, 닥종이 인형전 등 대형 포토존과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행사장 전역에 펼쳐져 있어 관람객을 유혹한다. 이천시에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품격에 걸맞도록 12년을 준비한 끝에 국내 최대 예술마을로 조성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현재 이 마을은 도자기를 비롯해 옻칠공예, 회화, 조각, 유리, 금속 등 갤러리형 공방들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 있는 종합문화예술 박물관인 셈이다. 설봉공원에서 30여회 열렸던 도자기축제가 지난해부터 예스파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천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가족과 함께 낭만 여행…봄, 일상의 예술을 빚다

    가족과 함께 낭만 여행…봄, 일상의 예술을 빚다

    이천도자기축제가 오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17일간 ‘일상의 예술도자기, 낭만을 품다’라는 주제로 경기 이천시 신둔면에 조성된 공예인 마을인 ‘예스파크’에서 열린다. 이천도자기축제는 이천도자기를 세계에 알리고 전통 도자문화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1987년부터 열리고 있다. 이천은 경기 광주와 함께 도자기를 위한 좋은 흙과 풍부한 물길을 품고 있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수많은 관요·민요가 자리잡은 대표적인 도자기 특산지다. 이번 이천도자기축제는 관람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4개 마당으로 구성했다. 판매마당에선 스트리트 도자마켓으로 회랑거리를 따라 늘어선 도자마켓을 구성해 개성 있는 공방의 수제 도자기를 볼 수 있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마당은 모래 속 보물찾기, 코스튬플레이등 여러 무료체험과 유료체험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다. 놀이마당과 먹거리 마당에는 풍부한 놀거리와 휴식에 필요한 다양한 식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했다. 이 밖에 우리나라 도자명장의 작품 전시와 중국 경덕진시 도자전시행사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도자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각종 신상 도자기를 품평해 볼 수 있는 도자어워드, 해외작가와의 교류를 위한 워크숍도 열릴 예정이다. 축제가 열리는 예스파크는 학암천을 주변으로 바람개비동산, 한지등 퍼레이드, 닥종이 인형전 등 대형 포토존과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행사장 전역에 펼쳐져 있어 관람객을 유혹한다. 이천시에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품격에 걸맞도록 12년을 준비한 끝에 국내 최대 예술마을로 조성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현재 이 마을은 도자기를 비롯해 옻칠공예, 회화, 조각, 유리, 금속 등 갤러리형 공방들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 있는 종합문화예술 박물관인 셈이다. 설봉공원에서 30여회 열렸던 도자기축제가 지난해부터 예스파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천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종묘(宗廟), 으뜸이 되는 사당

    세계문화유산 종묘(宗廟), 으뜸이 되는 사당

    종묘는 사직과 함께 왕조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장소다. 조선시대 한성에 화재가 나면 종묘가 진화 1순위였다. 군주제에서는 왕이 곧 국가이며 이 왕과 왕의 조상을 모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세운 시조의 조상과 그 후손인 왕들을 모시는 곳이 종묘다. 많은 외국인이 종묘를 파르테논과 비교해 ‘동양의 파르테논’이라는 별칭이 있다. 외국인들이 종묘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았던 것이다.종묘제도는 중국의 주나라 때부터 있었으나 중국은 공산화를 가치며 명맥이 끊기고 우리는 종묘와 종묘제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며 아직도 제례를 올리는 살아있는 정전을 유지하고 있다. 종묘에는 정전과 영녕전이 있으며 정전에 19분의 왕의 신주가, 또 영녕전에 16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업적이 있다고 판단한 ‘왕 중의 왕’ 19분을 정전에, 태조 이성계의 4대조와 사도세자를 비롯한 추존왕 9분과 재임기간이 짧고 업적이 미약한 왕 6분과 영친왕이 영녕전에 모셔졌다. 조선의 임금 중 폐위된 광해군과 연산군을 당연히 제외된다. 문화재 이전에 전주이씨의 사당이기에 제례는 전주이씨 종친회에서 주관한다. 사람이 죽으면 혼과 백으로 나뉘어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간다고 믿었다.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매장하며 신주를 만들어 혼을 신주에 모신다.종묘는 유학을 통치기반으로 삼은 조선에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새왕조가 들어서면 정통성을 위해 종묘를 세우고 전 왕조의 종묘는 패망한 왕조와 운명을 같이했기 때문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고려의 종묘는 송악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일제가 종묘를 없애지 못했기 때문에 이 위대한 건축물이 남아있다. 종묘는 임진왜란 때 한번 완전히 소실되었다. 일제는 종묘를 파괴하지는 안았지만, 조선왕조의 종묘 앞을 유흥가로 만들어 집창촌이 되도록 하였다. 이 집창촌은 ‘종삼’이라는 이름으로 1968년까지 번성하다가 세운상가 개발과 함께 ‘나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30여년 만에 해체되었다. 종삼 집창촌은 오랫동안 소위 먹물들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욕정을 풀어놓던 곳이었다. 어느 원로시인은 명동의 술과 종삼의 여자는 작가들에게 고향같은 곳이라고 말을 했단다. 세운상가는 군부정권의 상징적 도시개발 사업이었다. 일제는 미군의 공습에 대비해 화마를 끊기 위해 가로세로의 격자 공지를 조성하였는데 이를 소개지라 하였다. 세운상가는 이 소개지에 종로와 청계천을 잇는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이다. 이 소개지 덕분에 을지로, 퇴계로 등 지금 강북의 큰 길들이 쉽게 만들어졌다. 당시 군출신의 서울시장 김형옥이 세운상가 개발지 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집창촌의 한 여인이 시장임을 몰라보고 놀다가라고 팔을 잡았고 이에 화가 난 김형옥이 종로구청에 들러 집창촌의 해체를 지시했다고 하는 설과, 세운상가의 개발로 정비가 필요했던 지역에 대한 계획적인 정비였다는 설이 나도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군출신 시장의 추진력 덕분에 종묘 앞의 집창촌은 빠른 시간 내에 해체되었고 지금의 종묘 앞 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 공지로 있었다. 세운상가는 김수근이라는 대한민국 대표건축가의 작품이지만 군부정권의 기형적인 요구로 지어졌기 때문에 김수근 스스로 본인의 대표작품에 넣지 않았다. 종묘 주변은 많은 역사가 있다. 종묘의 한쪽 끝은 창경궁과 이어지는 북신문이 있다. 왕은 비공식적으로 이 문을 통해 종묘를 찾아 선대의 왕들과 많은 마음의 대화를 했었다. 창경궁과 창덕궁, 종묘는 붙어있었지만, 일제가 율곡로를 만들며 단절되었다. 현재 율곡로를 확장해 지하화하고 담장과 문을 복원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해 이 복원된 보행로를 따라서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종묘 뒤쪽으로는 익선동과 이어진다. 피맛길이라 하면 종로의 뒷길만 생각하지만 익선동길도 창덕궁 창경궁에 따른 피맛길이다. 종묘의 담장을 따라 순라길이 있었다. 순라군이라 하여 지금의 방범순찰대 역할을 하던 군인들이 육모 방망이를 들고 순찰하던 길이다. 지금도 순라라는 이름은 근처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종묘의 정문 앞에는 임금이 행차시 물을 마시던 어정이 복원되었고 하마비가 있다. 하마비는 누구든 종묘 앞을 지날 때는 말이나 가마에서 내리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종묘를 얼마나 신성시 하였는지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종묘를 살펴보자. 종묘의 문은 외대문 이라고 하지만, 원래 창엽문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정면은 세 칸이며 가운데 칸은 신문이다. 왕의 신주를 모실 때만 개방하는 문이니 이 문이 열리기를 바라지 마시라. 궁궐의 문과 달리 세 칸의 높이가 같은 평대문이다. 가운데 신문을 높여 솟을대문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나 사자의 집이라서 화려함은 없는 단아한 건물들로 축조되었다. 문을 들어서면 박석이 깔린 삼로가 보인다. 삼로중 중앙의 높은 길은 ‘신로’라 하여 산 사람이 딛지 않는 길이고 왼쪽은 ‘어로’라하여 임금의 길이다. 오른쪽은 ‘세자로’다. 신로는 지금도 관람객들에게 밟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다. 어로와 세자로는 지금 주인이 없으니 밟아도 된다. 종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신로를 따라 이동하여 정전에 이르는 길이고 하나는 신을 모시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재궁과 전사청을 거쳐 정전의 동문을 통해 정전에 이르는 방식이다. 신로를 따라 이동하는 방법은 정전과 영녕전의 남문인 신문이 개방되지 않아 평소 불가능하다.두 번째 길을 따라 이동하며 살펴보면 들어가며 좌우에 연못이 있다. 연못의 주 용도는 소방수로 쓰기위해 만들어지나 때에 따라서 정원의 일부로 보는 연못이 되기도 한다. 오른쪽의 연못은 네모난 연못의 가운데 둥근 섬이 있고 섬에는 소나무가 아닌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 죽으면 향기만 남는다는 뜻과 제당에 향이 쓰여서 향나무를 심었다 한다. 실제로 다른 향교나 사당을 가도 다른 장소에 비해 향나무가 많다. 지방의 향교나 서원에는 일제때 일본의 향나무인 가이스카 향나무를 심었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아직도 가이스카 향나무가 많이 보인다. 네모난 연못은 천원지방설에 따라 땅을 뜻하며 둥근 섬은 하늘을 나타내니 땅이 하늘을 품은 연못이다. 못 가운데 하늘은 사후의 세계라 향나무를 심었다고도 한다.우측에 향대청과 공민왕 사당이 자리잡고 있고 향대청에는 망묘루가 있다. 루라는 글자가 붙은 건물은 오늘날 피로티 구조와 같이 기둥으로 받혀진 떠있는 마루의 구조다. 주로 전망을 하며 쉬거나 연회를 하는 장소다. 경복궁의 경회루가 대표적이고 남원 광한루 진주 촉석루도 많이 알려져 있다. 망묘루는 건물의 형식이나 위계를 보며 정말 왕이 종묘를 보던 공간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향대청은 제례를 준비하는 곳이고 예전에는 근처에 종묘를 지키는 군인들이 머무는 건물도 있었다 한다. 현재 향대청에는 정전안에 모셔진 신위를 재현한 공간과 설명이 있다. 신주는 혼이 머무르는 집과 같다. 밤나무로 만들며 홀을 만들어 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공민왕 신전이 이곳에 있는 것에 대하여 전 왕조에 대한 예로 마지막 왕을 모셨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일인의 손에 있던 공민왕의 영정이 반납되어 적정한 장소를 찾지 못하다 종묘의 한쪽에 모셨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삼로를 따라가다가 길이 갈라진다. 신로는 없이 어로만 있는 길을 따라가면 재궁과 이어지고 신로를 따라가면 정전과 영년전의 정문에 이른다. 재궁은 임금과 세자가 제사전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며 제사를 준비하는 곳이다. 이곳은 세동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그나마 왕과 세자가 머무르는 공간이라 격을 조금 높였다. 향대청은 막새없이 앍매흙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나 재궁의 건물은 막새기와를 사용하였고 박공의 측면에는 풍판까지 설치되어있다. 세 건물 중 중앙에 있는 건물은 임금이 머무르는 어재실이다. 이곳에는 왕의 밀랍인형과 용교의라는 의자가 놓여있다. 이 밀랍인형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고종이나 순종이다. 이유는 9장복이 아닌 12장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는 12장복을 입고 왕은 9장복을 입었는데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임을 선포하였고 최초로 12장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12장복은 9장복에 비하여 화려하며 면류관에 구슬을 꿰어 단 유의 수가 12줄이다. 9장복은 류의 수가 아홉줄이다. 어재실의 한옆에는 무쇠로 된 큰 솥단지같은 것이 있는데 이름이 ‘드무’라하며 소방수를 담아두었던 단지다. 왼쪽에는 어 목욕청 건물이 있는데 목욕재개를 하는 곳이다. 왕이 어떻게 목욕을 하였는지 기록이 없어 욕조를 만들어 전시해놓고 있다. 재궁은 정전의 동측 마당으로 이어지고 그 뒤로 전사청과 제정이 있다. 전사청은 제수 음식을 준비하던 곳으로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로 건물이 앉아있다. 당연히 제기고와 찬간이 갖추어져 있고 생물을 도살하는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제례의 음식은 익히지 않은 생물을 올린다. 고기는 소와 양과 돼지고기를 생것으로 올리는데 전사청까지 살아있는 제수용 동물이 들어와 전사청에서 검사를 한뒤 도살되었다. 전사청 앞에 단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찬막단이라 하여 여러 제수 음식을 검사하는 단이고 하나는 성생위라 하여 살아있는 소 등의 제수용 생물을 검사하던 단이다.왕가에서는 소, 양, 돼지를 올렸고 양가에서는 양과 돼지를 올렸으며 민가에서는 돼지만 올렸다. 요즘 가정의 제사에는 소고기 산적을 올리는데 조상님을 왕의 대우를 하는 것인 셈이다. 전사청 옆에 담장으로 둘러싸이고 문를 통해 통제되는 우물이 하나 있는데 이 우물이 제정으로 제사때 쓰는 우물물이니 신성시되고 보호되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 되었다. 임진 왜란때 종묘의 건물들이 모두 불탔지만, 왕들의 신위는 제일 먼저 왕과 함께 피신되었다. 제사에 쓰이는 제기는 가져갈 수 없어 포장을 해서 이 제정에 숨기고 피난을 갔다고 한다. 배례를 마친 왕과 신하들은 동문을 통해 정전에 이른다. 이 정전 건물이 종묘의 백미다. 동문을 지나면 월대 위로 월랑이 보이고 이 월랑의 기둥 사이로 정전건물 전체가 보인다. 월랑은 정전에 없던 형식을 태종이 만들었는데 마치 학의 날개같이 정전건물은 한층 멋지게 보이게 한다. 월대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장치다.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를 오르면 높은 축위의 공간이 불국이듯 월대는 신의 영역을 상징적으로 구분한다. 월대의 중앙에서 살짝 비켜서 부알판위가 있는데 이는 삼년상을 모시고 신주를 모실 때 정전에 들어가기 전 신주를 임시로 모시는 곳이다. 백미터가 넘는 월대와 정전 건물은 담장 안 어느 곳 에서도 온전히 한눈에 담을 수 없다. 상하월대와 처마, 용마루의 수평선은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킨다. 수평선이 갖는 차분함은 경건함이 절로 우러나게 한다. 열아홉 칸을 구성하는 열주도 수직선이 아니고 수평선의 구성 요소로 보인다. 공간의 구성요소와 규모는 신전으로서 경건함을 갖기에 최적으로 디자인 되었다. 만약 전면의 신문과 담장이 더 물러나서 그곳에서 정전이나 월대가 한눈에 쉽게 들어왔다면 또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다.원래는 정전이 석실 5간 허실 두 간 합이 7실이었다. 유교의 법식에 4대조를 모시니 태조의 4대조와 이성계를 모시기 위해 다섯 간을 만들도 예비로 두간을 만들었다. 이전의 풍습을 따르면 4대조를 모시니 왕이 한 명 죽게 되면 제일 윗대의 한 분은 신위를 땅에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종이 승하하자 세종은 차마 땅에 묻지 못하고 중국 송대의 별묘기록에 따라 영녕전을 지어 태조의 4대 추존왕을 한 명씩 영년전에 모시고 정조를 정전에 모셨다. 영년전은 4대조가 넘어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묘였으며, 정전은 제사를 지내는 제묘였다. 연산군에 이르러 성종이 승하하자 다시 정전의 신실이 부족하게 되었고 태조를 영년전으로 모셔야 했으나 시조라 하여 불천위로 정전에 계속 모시고 정종을 영년전으로 모시게 된다. 이때부터 공적이 있는 왕은 계속 정전에 모시고 그렇지 못한 왕은 영년전으로 모셨다. 불천위가 있으면 원래는 그 이상의 공적이 있어야 다시 불천위로 모실 수 있었으나 자신의 부친 공적을 높여 불천위로 만드는 왕이 많아졌고 후대에는 그 공적이 미미한 왕조차도 불천위로 정전에 남았다. 명종대에 정전을 11칸으로 증축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종묘가 모두 소실되었다. 이후 선조와 광해군때 종묘가 정전 11간에 양 협실 두 간, 영녕전 네 간에 양 협실 세 칸씩으로 복원 되었다. 이후 정전은 동쪽으로 두 차례 네 간씩 증축 되었고 영녕전은 동서 양측으로 증축되어 최종은 현종때 정전 19간 영녕전 16간으로 완성되었다. 증축이 얼마나 정교하게 잘 되었는지 전문가들조차 증축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영녕전은 불천위가 아닌 왕과 추존왕을 모신 곳으로 효심, 또는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별묘다. 원래는 현 왕의 4대조까지만 모시고 나면 인연이 끝났다고 보고 땅에 묻는 것이나 불천위와 이 별묘는 조선왕조의 왕들을 영원히 모시도록 만들었다. 조선왕조가 세계에 유래 없는 긴 시간을 유지한 것에는 이곳 종묘의 공이 크지 않을까 싶다. 5월과 11월의 첫주에는 종묘제례가 시연된다. 이때 연주되는 제례악 역시 세종 때 만들어진 우리 음악으로 서양의 음악인들에게도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시기를 맞추어 가면 건축물로서 세계문화유산과 무형의 세계문화유산을 함께 만날 수 있으니 그때 가 보시길 추천한다. 글 사진: 최세일 한건축 대표
  • [세월호 5주기] 다섯 번째 봄, 팽목항 색바랜 노란 리본만 ‘그날’ 기억하듯 ‘몸부림’

    [세월호 5주기] 다섯 번째 봄, 팽목항 색바랜 노란 리본만 ‘그날’ 기억하듯 ‘몸부림’

    주민 “평일 한산… 주말엔 100여명 찾아” 20대 추모객 “4월만 되면 왠지 숙연해” 컨테이너 20여개 철거, 2동만 덩그러니 기념관엔 단원고생 반별 단체사진 걸려 팽목항 개발 사업중… 진도 관광객 증가세그날 이후 다섯 번째 봄을 맞아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들은 울음바다를 이뤘던 길에 활짝 피워 올렸지만 쓸쓸함을 달랠 순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가던 유람선 세월호 침몰과 함께 미처 꿈을 피우지도 못하고 차가운 물속으로 잠긴 5년 전 어여쁜 아이들이 자꾸자꾸 떠올라서일 터이다. 11일 오후 1시 며칠 사이 비가 내리고 강풍으로 벚꽃이 하나둘씩 떨어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은 약간 흐린 날씨에다 거센 바닷바람 탓에 썰렁하기만 했다. 뼈아픈 참사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렸던 비극의 장소이자 수습 거점으로 여겨졌던 팽목항은 5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어 이젠 평온하게 손님을 맞았다.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재석(50) 비취타운 사장은 “평일엔 사람들을 거의 찾을 수 없는데 주말엔 가족과 교회 단위로 100여명쯤 온다”며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더러는 처음 방문했다며 슬픈 얼굴을 한다”고 귀띔했다. 파랗게 출렁대는 바다에 시선을 보내고 있던 서승원(28·전남 순천시)씨는 “14일 생일이라 와보고 싶었다. 그날을 생각하면 해소되지 않는 먹먹한 슬픔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씨는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마냥 즐겁기만 한 날들이었는데 그날 이후 4월만 되면 꼬리표처럼 세월호와 학생들을 떠올리며 숙연해진다. 그러면서도 더불어 당연한 일상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사고 수습현장으로 자원봉사자와 미수습자 가족들이 4여년간 머물던 이동식 컨테이너 건물 20여개는 모두 철거되고 황량함만 풍겼다. 가족식당과 화장실, 세월호 팽목기념관 등 건물 2동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임시분향소로 이용됐던 팽목기념관엔 영정사진 대신 ‘그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경기 안산 단원고생들의 반별 단체사진들이 걸려 한결 밝은 표정을 자아냈다. 귀여운 미키마우스 인형과 장남감, 노란 색종이로 만든 바람개비 등이 놓여 방문객을 환영하는 듯했다. 바로 옆 방파제에는 색이 바랜 노란 리본만이 나부껴 안전한 대한민국을 빌었다.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한 5명에게 어서어서 신고 오라며 운동화 다섯 켤레가 꽁꽁 묶여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에게 하늘에선 안녕하기를 기원하는 희망의 편지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이곳 팽목항은 2020년까지 진도항 배후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대형 덤프트럭들이 연약지반 처리를 위해 흙을 나르느라 바빴다. 업무차 한 달에 두 번씩 이곳에 들른다는 김모(여·54·진도읍)씨는 “진도군민들로선 너무나 큰 생채기를 마음에 새기면서 고통을 함께 안고 가고 있다. 흐르는 세월에 따라 지우개처럼 잊는 게 아닌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기억과 각오를 새기고 지낸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기피지역으로 바뀌었던 진도엔 관광객이 차츰 예년처럼 회복되고 있다. 2014년 29만여명에 그쳤지만 이후 연간 50여만명, 지난해에는 73만여명으로 늘어났다.진도군은 오는 15일과 16일 팽목항 등대와 옛 분향소 마당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를 마련한다. 문화제와 토론회, 청소년 체험 마당, 예술 마당 등으로 그날의 아픔을 씻는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수색 작업은 지난해 10월 마무리됐다. 그러나 남현철·박영인(당시 단원고 2년)군, 양승진(당시 57) 교사, 제주로 이사를 가던 권재근(당시 50)·혁규(당시 6) 부자의 흔적은 끝내 찾지 못했다. 글 사진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아산 설화산 불 꺼졌다가 밤새 재발…소방관들 사흘째 잔불 정리

    아산 설화산 불 꺼졌다가 밤새 재발…소방관들 사흘째 잔불 정리

    지난 4일 오전 발생한 충남 아산 설화산 산불이 꺼졌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소방관들이 사흘째 잔불 정리에 힘쓰고 있다. 설화산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48분 산 중턱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과 산림청, 아산시 등은 헬기 9대와 화재 진압 차량 20여대를 동원하고 공무원 등 1400여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에 큰불을 잡았다. 그러나 6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31시간에 만에 꺼졌던 설화산 산불이 전날 오후 10시 37분 재발화했다. 소방본부는 차량 3대와 진압대원 42명을 투입해 이날 0시 57분 진화했고, 이때 꺼진 줄 알았던 불은 이날 새벽 5시부터 흰 연기가 다시 올라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소방관들은 흙을 뒤지며 남아있는 불씨를 제거하고 있다. 현재 충남도 대부분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고, 충남 서해안지역으로 초속 7~12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불씨 제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르포] 바람 기다리는 불씨…‘시계제로’ 진화작업 현장(영상)

    [르포] 바람 기다리는 불씨…‘시계제로’ 진화작업 현장(영상)

    육군 23사단 잔불진화작업 동행 르포송진 품은 소나무, ‘불쏘시개’ 역할강풍도 ‘방해꾼’…비화 현상이 피해 키워“매캐한 연기와 풀풀 날리는 잿가루 때문에 눈뜨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5일 오후 강원 강릉시 망운산 잔불 진화 작업에 나선 육군 제23사단 이왕훈(21) 일병은 “이렇게 큰 불은 난생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일병은 “연기 때문에 눈과 코, 목 등이 너무 따갑다”면서 “공업용 마스크를 끼고 있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강원도 고성·속초·강릉 일대에서 시작된 산불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지만, 잔불이 여전히 남아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 보인다. 불똥이 밤새 강풍을 타고 이곳저곳 날아다니다 떨어지는 비화(飛火) 현상 탓에 피해 면적이 커졌다. 주불은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물을 뿌려 잡지만, 잔불은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며 꺼야 한다. 서울신문은 5일 육군의 잔불 진화 작업 현장에 동행했다. ●연기 탓에 ‘시계제로’…연기에 갇혀 길 잃기도 망운산 인근에 도착하자 시계(示界)가 탁 막혔다. 산 중턱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퍼져 온통 뿌옇게 변한 탓이다. 바싹 타버린 나무와 낙엽더미에서는 탄내가 진동했다. 이 산의 주요 수종은 소나무다. 휘발성이 강한 송진 등을 품고 있어 한번 불이 붙으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이 탓에 불길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졌다.▶영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https://youtu.be/RzpmzTpgR0M를 클릭해주세요. 해발 230m 지점에 오르자 나무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시뻘건 불꽃이 일렁였다. 이를 확인한 노준 대령(23사단 동천연대장)은 장병들에게 급히 “불! 불!”이라고 외쳤다. 이어 직접 삽을 들고 진화에 나섰다. 삽, 깔개, 등짐펌프와 급수 통을 짊어진 병사 700여명이 뒤를 따랐다. 잔불 작업은 먼저 등짐펌프 조가 흙 주위에 물을 뿌리면, 그 뒤에 삽과 깔개를 든 조가 나서서 젖은 흙을 불씨 위에 덮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잔불 진화 작업은 연기와의 싸움이다. 노 대령은 “산 밑에서 보이는 연기를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가는데, 자칫하면 그 연기에 갇히기 쉽다”면서 “오늘도 올라오는 길에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진화 장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병들마다 체력이 다 달라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낙오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진화 작업이 길어질수록 장병들의 기력도 떨어지고 환자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잔불 진화는 주불을 잡는 것만큼 중요하다. 땅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기회를 엿보다 바람을 타고 다시 다시 불길을 옮기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처음 잔불 정리나선 장병들 “가족·시민들 걱정돼” 초속 10m가 넘는 강풍 역시 진화 작업의 방해꾼이었다. 불씨가 옮겨 붙은 곳마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고, 재가 계속 바람에 날려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노 대령은 “바람이 약할 때는 한 곳에서 오래 타니까 불 잡기가 쉬운데, 바람이 세니 불씨가 곳곳으로 옮겨 붙어 화재 면적이 훨씬 넓어진다”면서 “그만큼 진화 인력도 많이 들고 완전 진화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병사들 대부분은 화재 진압에 처음 나선 이들이다. 조성민(21) 일병은 “바람을 마주하고 걷지 않기,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까지 확인하기 등 화재 진압 교육을 오전에 받았는데, 막상 와 보니 불씨가 더 크고 화재 면적도 훨씬 넓어 진화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부모와 고모가 강릉 시내에 거주하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 “오늘 산불 진화 작업을 마치고 저녁에 전화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소박한 행복 넘치는 ‘불의 고장’…느긋한 풍경 익어 가는 ‘맛의 고장’

    소박한 행복 넘치는 ‘불의 고장’…느긋한 풍경 익어 가는 ‘맛의 고장’

    여행은 회복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좋은 풍경 앞에 서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한 숙소에서 쉬다 보면 지친 영혼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회복되는 것 같다. 어디 낯선 곳으로 가 사나흘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일본만큼 적당한 곳이 있을까.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저가항공도 많아 항공권도 비싸지 않은 데다 물가도 한국과 비슷해 금전적인 부담도 적다. 도쿄, 오사카와 함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도시는 후쿠오카다. 규슈에서 가장 큰 도시로 후쿠오카 시내를 다니다 보면 한국인이 행인의 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후쿠오카가 규슈의 대표 도시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신칸센이 들어오면서부터. 그 전까지 규슈의 중심은 구마모토였다. 우리에게는 후쿠오카, 미야자키, 나가사키 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구마모토현의 전체 인구는 약 180만명. 이 가운데 구마모토시에 약 80만명이 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정확히 1시간 20분 만에 구마모토공항에 도착했다. 구마모토공항은 국제선 공항이 국내선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 해외에서 여행객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수속도 얼마 걸리지 않아 10여 분 만에 끝난다.●일본 온천 랭킹 1위… 구로카와 온천마을 공항을 빠져나와 첫날 숙소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제주와 비슷하다.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일행 중 어떤 이는 이 풍경이 홋카이도와 비슷하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하와이와 비슷하다고도 말한다. 필리핀 보홀과 비슷하다는 이도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다니던 일본과는 약간 다른 풍경이다. 첫날 숙소는 구로카와 산아이 고겐 호텔. 1967년에 문을 열었다. 오래된 료칸호텔이지만 리뉴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룸 컨디션이 아주 좋다. 다다미방과 양실방이 모두 있다. 방도 방이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일품이다. 끝없는 아소 평원이 탁 트인 전망을 보여 준다. 구릉지대가 드넓게 펼쳐지고 갈대가 봄바람에 한가롭게 흔들린다. 멀리 옛 화산 분화 흔적이 보이는 높다란 산봉우리들이 이어진다. 방에 트렁크를 놓자마자 유카타(목욕용 가운)로 갈아입고 로텐부로(노천탕)로 향한다. 구마모토는 구로카와 온천마을로 유명하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구로카와 온천마을은 옛 온천 요양지의 소박한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온천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로텐부로의 운치는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는 순간 지극한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 든다. 사방이 탁 트인 로텐부로가 일본 여행의 백미라면 이 료칸의 로텐부로는 지금까지 경험한 일본의 여러 온천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어느새 해가 뉘엿하게 지고 푸르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든다. 지평선에 환하게 돋는 별. 여행을 떠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세계 최대 칼데라 화산… 아소산 구마모토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아소산이다. 다카다케(高岳·1592.3m), 나카다케(中岳· 1506m), 네코다케(根子岳·1408m), 에보시다케(烏帽子岳·1337m), 기시마다케(杵島岳·1270m)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통칭해 아소오악(阿蘇五岳)이라 부른다. 아소산은 세계 최대의 칼데라를 가지고 있는 화산으로, 가운데 자리한 나카다케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료칸에서 나와 아소산으로 향한다. 아소는 ‘불의 고장’으로 통하는데, 일본에서 화산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 분포된 화산 수는 111개. 이 가운데 아소에만 11개가 있다. 아소 지역은 평평한 분지 형태인데 이는 23만년 전에서 9만년 전 사이 4번의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칼데라 때문이다. 칼데라는 남북 25㎞, 동서 18㎞에 이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 여전히 수증기를 내뿜으며 화산 활동 중인 나카다케가 위험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에 여전히 살고 있는 이유는 물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이다. 용암이 굳어서 생긴 땅은 오랜 시간이 지나 용암이 부서지면서 흙이 된다. 이 흙은 많은 영양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 위에 다시 다양한 광물질을 함유한 화산재가 쌓이면서 농사짓기에 좋은 기름진 땅이 된다. 아소 지역에는 1만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5~6세기 일본 나라시대에는 이 지역에서 사육된 소와 말이 왕에게 진상될 정도였다. 그만큼 품질이 좋았다는 것이다. 료칸을 출발한 버스는 고원도로의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달려 넓은 초원에 도착한다. 아소산 서쪽에 자리한 구사센리(草千里)다. 해발 1000m에 자리한 구릉 초원으로 동쪽으로는 아소오악을, 반대 쪽으로는 구마모토를 달리는 거대한 산줄기와 평원을 조망할 수 있다. 차가 구사센리에 다가가면 산 정상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나카다케다. 수증기는 땅속에 있는 마그마가 스며든 빗물을 끓여서 다시 내놓으면서 생기는 것이다. 나카다케가 자리한 평원은 27만년 전 화산이 터지면서 만들어진 칼데라의 바닥이다. 원래는 물이 가득 찬 호수였지만 지금은 약간의 물이 보일 뿐이다. 평원 뒤로 펼쳐진 산줄기는 칼데라의 외벽으로 총길이가 128㎞에 달한다. 예전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나카다케의 분화구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단됐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유황이 날려 위험하기 때문. 실제로 살짝만 맡아도 가슴에 고통이 느낄 정도라고 한다. 나카다케는 796년 처음으로 폭발했다.●일본 3대성 구마모토성 아소산과 함께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구마모토성이다. 구마모토시는 구마모토성을 중심으로 거리가 조성돼 있다. 구마모토성을 만든 인물은 우리가 잘 아는 가토 기요마사다. 임진왜란의 선봉장이던 그는 전쟁에서 돌아와 이 성을 만들었다. 성벽의 높이가 20m에 달하는 이 성은 히메지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으로 꼽힌다. 보기에도 육중하다. 해자 바닥에서 재면 가장 높은 성벽이 무려 30m나 된다. 이는 일본 성 중 최고다. 가토 기요마사는 1597년 울산에 왜성(학성)을 쌓고 4만 7000명의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의 포위 공격을 견딘다. 그의 군대는 1만 5000명. 물과 식량이 떨어진 상황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는데, 조선과 명나라군은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성을 함락하지 못했다. 이 전투를 거울삼아 기요마사는 구마모토성을 쌓는다. 그는 소변과 말의 피를 마셨던 기억을 되살려 성내에는 우물을 120개나 파고, 만약의 경우 비상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구마 줄기로 다다미를 짰다. 은행나무를 많이 심은 것도 은행을 비상식량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구마마토성의 별칭이 은행나무성(銀杏城·긴난조)이다. 1977년 사이고 다카모리가 일으킨 세이난전쟁(西南戰爭)에서 규슈를 석권했던 그가 이 구마모토성만은 끝내 함락하지 못했다. 당시 다카모리의 군사는 1만 4000명, 구마모토는 고작 3400명이 있을 뿐이었다. 이 구마모토성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 주는 일화다. 하지만 지진은 견디지 못했다.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이 났을 때 무너져 내렸다. 아직도 곳곳에 지진의 잔해가 남아 있다. 성을 둘러싼 강은 무너진 돌이 가득 채우고 있고, 각종 건설 장비들이 성을 복원하고 있다. 구마모토성 앞에는 에도시대의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거리인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이 있다. 각종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오사카에 뒤지지 않는 구마모토의 음식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음식은 말고기다. 가토 기요마사가 임진왜란 뒤 먹을 게 없을 정도로 궁핍했을 때 죽은 말고기를 먹게 했다는 데서 말고기 식용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말고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구마모토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방식은 사시미. ‘바사시’라고 부르는데 마늘과 생강을 곁들인 간장에 찍어 먹는다. 맛은 소고기와 비슷한데 한결 진하다. 레몬을 살짝 뿌리면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혀를 튀겨 먹기도 한다. 닭모래집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식감이 더 부드럽다. 말고기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겁먹은 사람도 한 번 맛보면 젓가락이 바빠진다. 구마모토성 앞에서는 말고기 고로케도 맛볼 수 있다.‘가라시렌콘’도 구마모토의 명물 요리다. 연근을 유채 기름에 튀겨 낸 것인데 연근 구멍에 보리 된장을 섞은 겨자를 채워 넣었다. 연근의 아삭한 식감과 코를 톡 쏘는 매운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맥주 안주로도 좋다. 일본은 와인 생산국이다. 전국에 20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구마모토에도 와이너리가 있다. 생각보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기 때문이리라.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외곽을 나가면 ‘기카 와이너리’가 있다. 이 와이너리는 정말 멋진 샤도네이를 만들어 낸다. 향과 맛이 프랑스나 호주 등 유명 와인 산지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도 수준급이다. 식용 포도인 거봉으로 만든 레드와인은 디저트 와인으로도 좋다. 곧 피노누아 등도 생산한다니 기대가 된다. 와이너리를 돌아본 후 료칸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온천에 몸을 담갔다. 어느새 별이 환하다. 별을 바라보고 있으니 인생이 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잘 것 없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인생이란 게 꼭 커다란 이념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와 명예 같은 걸 이루어야 꼭 제대로 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냥 즐거운 음악을 듣고, 맛있는 술과 음식을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이나 다니는 인생 정도면 성공한 것 아닐까.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여행수첩 구마모토 시내 가미토리에 ‘디엠시 투어 플라자’(096-276-6875)가 있다. 일종의 여행자 안내소다. 한국어가 가능한 안내원이 상주한다. 구마모토현 내 여행상품도 판매한다. 구마모토의 마스코트인 구마몬 캐릭터 상품과 특산물인 딸기로 만든 쿠키, 바질페트, 차, 소바 등도 판매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짐 보관도 가능하다. 항공은 티웨이와 에어서울이 운항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이 걸린다. 구마모토 라멘도 맛보자. 고쿠테이(亭·096-321-6202)가 유명하다. 샛노란 날달걀 두 개가 얹혀져 나오는 ‘다마고이리 라멘’을 내놓는다. 돈코쓰라멘인데 국물색이 다소 붉고 뻑뻑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진하다. 탱탱한 면발은 후쿠오카의 그것보다 조금 더 쫄깃쫄깃하다.
  • ‘새싹삼 쌀국수’ 베트남서도 먹히네

    ‘새싹삼 쌀국수’ 베트남서도 먹히네

    장성군 생산 새싹인삼 활용 메뉴 인기 작년 수출 111%나 늘어 2만달러 규모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5성급 호텔인 인터컨티넨탈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쌀국수에 국내산 새싹인삼을 얹은 ‘새싹삼 쌀국수’를 맛볼 수 있다. 베트남 현지 음식점과 한식당에서도 새싹인삼을 활용해 개발한 샐러드, 비빔밥, 해물전, 야채튀김 등의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미래클 케이푸드(K-Food) 프로젝트’를 통해 새싹인삼의 수출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베트남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결과다. 새싹인삼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2만 2040달러로 전년(1만 439달러)보다 무려 111%나 급성장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래클 케이푸드 프로젝트는 잠재력이 높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농식품을 발굴·육성해 맞춤형으로 수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적을 뜻하는 ‘미라클’과 ‘미래에 클 농식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수출 유망한 ‘흙 속의 진주’를 찾아 해외 구매자를 소개하거나 마케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클 품목은 고구마 가공제품, 발효 현미, 냉동 곤드레 나물, 복분자즙, 유자에이드베이스 등 22개다. 이 중 새싹인삼, 쌀스낵, 오미자 음료, 킹스베리, 깻잎 등 다섯 가지 품목은 수출 실적이 우수해 농가 소득 향상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황룡농협 등에서 재배되는 새싹인삼은 잎부터 줄기, 뿌리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베트남 내 12개 매장에서 새싹인삼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 6000그릇 넘게 판매됐다. 건강식을 선호하는 현지 분위기와 한국 인삼의 높은 인지도가 맞아떨어졌다. 현지 고급 퓨전 레스토랑인 메이에메랄드와는 30만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전남 곡성산 쌀로 만든 쌀스낵은 국내산 쌀스낵 중 최초로 중국에서 유기 인증을 획득했다. 영유아 전용 쌀스낵 20개 제품이 지난해 중국으로 처음 진출해 수출 실적 5만 8000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1월에는 베이징 소재 영유아 전문업체인 미시그룹과 100만 달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시그룹은 중국 10개 성 25개 도시에 516개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서비스(O2O)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매월 5만 달러 규모의 대중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충남 논산에서 생산되는 킹스베리는 기존 딸기보다 2배 이상 크고, 복숭아 향기가 나는 국산 딸기 품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 진출해 3만 2000달러의 최초 수출 실적을 거뒀다. 경쟁 제품인 일본산 딸기와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용기 디자인을 바꾸고, 현지어로 된 보관 방법 설명서도 첨부했다. 깻잎은 앞으로의 성장이 가장 기대되는 품목이다. 일본에서 삼겹살이 대중화되면서 깻잎 수요도 커졌지만 그동안 농약 등 안전성 문제로 수출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충남 금산에서 국내 최초로 깻잎 양액재배(토양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법)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보따리상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수출됐던 깻잎이 정식 통관에 성공했다. 경북 문경에서 재배되는 오미자는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등의 음료 시장을 타깃으로 수출되고 있다. 수출 실적은 2017년 5만 달러에서 지난해 16만 달러로 221%나 뛰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서울신문·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 벌써 50년… 밭을 갈듯 온몸으로 詩 썼던 시인

    벌써 50년… 밭을 갈듯 온몸으로 詩 썼던 시인

    생전 쓴 라디오 대본 22편 담은 산문전집 신동엽문학상 수상 31인 신작 작품집 2종 부인 인병선 여사가 고증한 평전도 나와 고향 충남 부여 등에서 추모행사 이어져‘시인, 전경인, 신동엽.’ ‘온전히 밭을 가는 사람’이라는 뜻의 ‘전경인’(全耕人)은 신동엽(1930~1969) 시인의 지향이었다. 오는 7일 시인의 50주기를 앞두고 ‘전경인’ 신동엽을 톺아보는 추모 행사, 관련 저작들이 쏟아진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형철 신동엽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전경인’이라는 단어를 대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 “좌우 논리를 송두리째 받아 안으면서도 구체적인 땅, 흙을 놓지 않는 생태적인 사고까지 배태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껍데기는 가라’로 널리 알려진 저항시인, 민중시인이라는 타이틀은 시인의 일부에 불과하다. 다시 보는 신동엽은 아나키즘에서부터 중국 노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상적 기초를 가진 지식인임과 동시에 언어적 도피 없이 온몸으로 시를 썼던 시인이라는 것이 사업회와 신동엽학회 측 설명이다.새로 발간된 ‘신동엽 산문전집’(창비)은 총 7부에 걸쳐 시인의 시극·오페레타, 평론, 수필, 일기, 편지, 기행, 방송대본 등을 수록했다. 1967~1968년 그가 출연한 동양라디오의 프로그램 ‘내 마음 끝까지’의 대본 22편이 수록돼 눈길을 끈다. 시인은 대본을 직접 쓰는 한편 진행도 맡았다. 부록으로 실린 ‘석림 신동엽 실전 연보’는 그의 빨치산 의혹을 해소할 만한 증언으로 가치가 있다. 청년 시절 시인이 활동한 문학동인 ‘야화’의 일원이자 경찰 출신 노문씨는 1993년 남긴 편지에 ‘(한국전쟁 당시) 후퇴하는 과정 중 지리산으로 패퇴 집결하는 인민군 부대와 토박이 빨치산들과 얼마간 함께 생활할 수는 있었겠지만 실제 전투를 경험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시인은 공산주의자도, 빨치산도 아니며 ‘다소 복잡한 평화주의자’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한편 김응교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2005년 발간된 ‘시인 신동엽’을 보완,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씨의 고증을 거쳐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소명출판)을 펴냈다. 창비에서는 역대 신동엽문학상 수상자 31인의 신작 작품집 2종도 함께 출간했다. 하종오 외 20인의 신작시 63편을 묶은 시집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과 공선옥 등 9인의 소설 10편을 묶은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이다. 추모 행사도 연중 계속 이어진다. 5일에는 신동엽학회 주관으로 학술회의 ‘따로, 다르게, 새로 읽는 신동엽 문학’이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다. 시인의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는 오는 13일 전국 고교 백일장을 필두로 신동엽문학관 전시실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시가 이어진다. 6월에는 시인의 등단 이후 행적을 따라가 보는 문학기행이 서울 성북·종로·광진구 일대에서 열린다. 김형수 신동엽문학관 사무국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형수의문학난장’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시인의 삶과 시를 되짚는 콘텐츠 100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1인당 249만원 효과 ‘식목일의 과학’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1인당 249만원 효과 ‘식목일의 과학’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박목월 선생이 1964년 발표한 ‘나무’라는 시의 한 부분입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나무를 통해 고독감과 삶의 의미를 사색하는 내용입니다. 일상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들이 시인처럼 나무를 보고 깊은 상념에 빠지기는 쉽지 않지만 초록 물결 가득한 나무나 숲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나무와 숲은 인류 역사와 함께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초기에는 식량 공급원이나 땔감, 건축자재 등으로 쓰이는 동시에 종교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나무를 직접 활용해 얻는 효용은 많이 낮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만드는 대기질 개선 효과, 산사태와 가뭄 방지, 산림휴양, 생물다양성 확보, 온실가스 흡수, 열섬 완화 등 간접적이고 공익적 효과는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이 계산한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01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8.5%에 해당하는 126조원에 이릅니다. 숲이 국민 한 사람당 249만원 정도의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는 계산입니다. 기후변화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나무와 숲은 엄청난 일을 합니다. 과학자들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산림만큼 효율이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림은 전체 탄소량의 약 7%(9억 3500만t)를 저장한다고 합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와 흙, 낙엽이 이산화탄소를 잡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나 숲 가꾸기’라고 하면 어렵고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습니다. 2015년 영국 지속가능성 산림·기후변화 연구센터 과학자들은 도심의 자투리 땅을 이용해 나무를 심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임학분야 국제학술지 ‘도시 임학 및 원예학’에 발표했습니다. 도심 자투리 땅을 이용해 나무를 심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열섬 현상은 물론 대기오염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형 녹지공간을 덜렁 하나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도심 곳곳에 소형~중형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도시인들의 정서 안정에도 커다란 공원 하나보다는 곳곳에 있는 작은 도심 숲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국은 2015년 말 기준으로 남한 면적의 63%에 해당하는 633만 5000㏊의 산림이 조성돼 있습니다. 민둥산으로 가득한 40~50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전 국토가 푸르게’ 가꿔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년 산불로 인해 사라지는 산림 면적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도심 주변은 각종 개발공사 때문에 점점 녹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949년 시작돼 올해 74회를 맞는 ‘식목일’도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나무 심기 행사도 예전보다 덜 한 것 같습니다. 크게는 지구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한반도를 위해서, 작게는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시 나무 한 그루, 화분 하나 가꾸기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edmondy@seoul.co.kr
  • 봄나물에서 기준초과 농약 검출…식약처 주의 요청

    봄나물에서 기준초과 농약 검출…식약처 주의 요청

    미나리, 돌나물 등 5종류의 봄나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검출됐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5일부터 19일까지 15일간 도매시장, 마트 등에서 유통, 판매되는 봄나물 334건과 도로변 등 야생 봄나물 122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검사 결과 총 7건의 봄나물에서 잔류허용 기준보다 높은 농약이 검출됐다.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된 봄나물은 미나리, 돌나물, 냉이, 방풍, 취나물이다. 초과 검출된 농약은 살균제, 살충제 등으로 사용되는 프로사이미돈과 테플루트린, 살충제로 사용되는 페니트로티온 등이다. 식약처는 부적합 제품을 압류해 폐기 조치했다. 또, 해당 제품을 생산한 생산자에 대해 관계기관을 통해 안전 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봄나물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기만 해도 흙이나 잔류농약을 제거할 수 있다. 따라서 섭취하기 전에 세척해 위험요소를 없애야 한다. 식약처는 독초를 봄나물로 오해해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청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야산 등에서 봄나물과 유사한 독초에 의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봄나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면 채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경주 월성 해자서 4~5세기 나무 배·방패 발견

    경주 월성 해자서 4~5세기 나무 배·방패 발견

    신라의 왕궁이 있었던 경북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의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에 판 도랑)에서 4~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모형의 배와 온전한 형태의 나무 방패 2점이 나왔다. 2014년 12월부터 월성을 조사 중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일 지난해 정밀 발굴조사 중 해자 내부에서 발견한 유물 여러 점을 월성 현장에서 공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유물은 구덩이 형태의 수혈해자 최하층에서 발견된 카누처럼 옆으로 길쭉하게 생긴 모형 목재 배다. 가로 길이 약 40㎝의 이 배는 선수(뱃머리)와 선미(배꼬리)가 정교하게 표현된 준구조선(準構造船·통나무배에서 구조선으로 발전하는 중간 단계의 선박)이다. 연구소는 방패 안팎에 불에 그을리거나 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배 위에 불을 올려 의례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남태광 연구원은 “민속학적으로 배는 하늘과 인간 세계를 잇는 매개물로 여겨졌다”면서 “오늘날 축제나 행사에서 배를 띄워 보내는 의식을 하는 것처럼 이 배 역시 물가에서 벌인 의례에 사용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설명했다.역시 수혈해자 최하층에서 출토된 고대 방패 2점도 눈길을 모은다. 방패 중 한 점에는 손잡이가 달렸는데 연구소는 손잡이가 있는 고대 방패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방패의 크기는 가로 14.4㎝, 세로 73㎝이고 두께는 1㎝다. 제작 시기는 4세기 말~5세기 초 사이로 추정된다.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채색한 방패 위에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동심원과 띠 모양을 새겼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전쟁에서 실제 방어용 무기로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수변 의례 때 의장용(儀裝用)으로 세워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5세기 방패는 경북 경산 임당동 저습지에서 출토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발견된 월성 방패가 더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6세기 후반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적어 넣은 목간(木間·종이 발명 이전에 문자 기록을 위해 사용하던 목편)도 발견됐다. 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등장하는 지방관의 명칭인 당주(幢主)가 목간에 등장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벼, 조, 피, 콩 등의 곡물 부피를 일(壹), 삼(參), 팔(捌)과 같은 갖은자로 표현했다. 숫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복잡하게 쓴 한자를 가리키는 갖은자가 신라 통일 이전부터 사용된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이 밖에도 월성 주변의 식생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들도 눈에 띈다. 연구소는 고운 체를 사용해 해자 내부 흙을 걸러 총 63종의 씨앗과 열매를 확보했다. 쌀, 콩, 밀, 가래, 자두, 복숭아, 가시연꽃 등이다. 월성과 그 주변에서 다양한 곡식, 채소, 과일, 견과류 등이 재배되고 소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한 유물은 오는 5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한성에서 만나는 신라 월성’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주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바나나 돼요? 안돼요?”… 하루종일 속 태운 속비닐

    “바나나 돼요? 안돼요?”… 하루종일 속 태운 속비닐

    장바구니는 챙겼지만 속비닐 불편 호소 흙 묻거나 물 새는 제품 허용… 기준 모호 바나나 혼선에 환경부 “수분 없어도 허용” 소규모 점포·시장 등 예외 혼란 부추겨“흙 묻은 채소만 비닐봉지에 담을 수 있다더니… 기준을 모르겠어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첫날인 1일 40대 주부 이모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브로콜리를 구입하려다 기분이 상했다. 이씨는 “위생 걱정에 롤비닐(속비닐)을 찾아 헤매다 카트에 브로콜리만 덜렁 담았는데 다른 손님이 요청하자 직원이 따로 보관하던 비닐을 꺼내 담아줬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이날부터 환경부는 전국 대형마트 2000여곳과 면적 165㎡ 이상의 슈퍼마켓 1만 1000여곳, 백화점, 쇼핑몰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단 생선이나 고기, 어패류, 두부 등 물이 샐 수 있는 제품, 내용물이 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포장되지 않은 과일과 흙 묻은 채소 등 1차 식품 등에 한해 속비닐 사용을 허용했다. 계도 기간 3개월이 지난 이날 소비자 대부분은 장바구니를 미리 챙겨 마트를 방문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를 유발하는 건 속비닐이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신선식품 코너에는 ‘포장돼 있지 않은 낱개 상품에만 1장씩 무상 제공된다’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여러 장을 사용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일부는 속비닐로 1차 랩 포장된 생선이나 육류를 한 번 더 싸기도 했다. 주부 안모(31)씨는 “장바구니에 비닐까지 따로 집에서 챙겨 왔는데 속비닐을 5~6장씩 뜯어가 쓰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장바구니를 챙겨 오게 하려는 정책 취지와 달리 계산대에서 유료로 플라스틱 다회용 가방을 여러 개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개별 제품군을 특정하지 않은 환경부 지침에 어떤 상품에 속비닐이 허용되는지 마트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특히 바나나에 대한 질의가 잇따르자 환경부는 ‘겉면에 수분이 없더라도 포장되지 않은 1차 식품’이라며 바나나는 속비닐이 허용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비웃는 마케팅도 눈에 띄었다. 50대 신모씨는 “장바구니를 가져오지 않아 사은품으로 장바구니를 주는 시리얼을 샀더니 증정용 장바구니와 제품이 비닐로 묶음 포장돼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1차 포장된 제품을 또다시 비닐 포장에 담은 ‘1+1’ 묶음이나 ‘버라이어티팩’ 구성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체가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와 달리 동네 마트나 편의점 등 종합 소매업소는 매장 크기에 따라 비닐봉투 허용 여부가 달라져 혼란을 부추겼다. 종합 소매업 매장 11만 1427곳 중 비닐봉지 사용 금지 대상인 곳은 1만 1446곳으로 약 10%다. 동네 마트에서는 신선식품 코너에 사용 제한 안내문 없이 속비닐이 그냥 비치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규제 대상에서 빠진 소매업소, 전통시장, 동대문 등 도매시장까지 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들이 매출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는 한 일회용품 감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많이 높아졌지만 일괄 규제가 아닌 예외 대상이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다”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이행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숭례문 수리 참여한 김창대씨 제와장 보유자 인정 예고

    숭례문 수리 참여한 김창대씨 제와장 보유자 인정 예고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製瓦匠) 전수교육조교 김창대(47)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김씨는 2013년 별세한 제와장 보유자 한형준 문하에서 기와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아 20여년간 제와장 보존과 전승에 힘썼다. 2009년 전수교육조교가 된 이후 국보 제1호 숭례문과 보물 제1763호 창덕궁 부용정 등 각종 문화재 수리에 참여했다. 1988년 8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제와장은 건축물 침수와 부식을 막고 외관을 치장하는 다양한 기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능 또는 사람을 뜻한다. 제와장 보유자는 흙을 재취해 일정한 크기로 재단한 뒤 형태를 잡고 구워서 기와를 제작하는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노동력과 높은 숙련도를 갖춰야 한다. 문화재청은 제와장 보유자 인정 예고 과정에서 1년여간 제와장에 대한 이해도, 교수 능력, 심층 기량 평가를 진행한 뒤 김씨를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김씨의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우이령에 자연이 움튼다…서울의 허파가 숨쉰다

    우이령에 자연이 움튼다…서울의 허파가 숨쉰다

    북한산 길목 2000㎡ 묘목 700그루 심어 나무 47그루 경유차 1대 미세먼지 흡수 “나무 심는 소중함 알려 푸른 강북 조성”명산 북한산에서도 숨은 명소로 꼽히는 우이령길에 나무를 심는 손길이 한창이다. 한참이나 허리를 굽힌 채 소나무 묘목에 흙을 덮어 주고 정성스럽게 물을 뿌리고 나서야 기지개를 켜며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훔치는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은 “식목일을 처음 제정할 때만 해도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 산림자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젠 거기에 더해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라는 의미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강북구가 제74회 식목일을 앞둔 지난 28일 우이령길 ‘명상의 집’ 인근 임야에서 대대적인 주민참여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강북구의 상징인 북한산을 푸르게 가꿔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주민 300여명이 저마다 손을 보탰다. 행사는 말라 죽었거나 방치돼 있던 나무를 제거한 뒤 묘목을 심고 주변을 정리하느라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박 구청장은 “미세먼저 문제만 봐도 환경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라면서 “작년엔 250그루를 심었는데 올해는 2000㎡ 면적에 700그루를 심었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많은 나무를 심고 더 잘 가꾸도록 관심을 쏟으려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나무 한 그루에서 흡수하는 미세먼지는 연간 35.7g이나 된다”며 “나무 47그루로 치면 경유차 1대(1680g)에서 뿜어져나오는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강북구에서 이날 준비한 나무는 산딸나무, 팥배나무, 소나무 등이다. 산딸나무는 5월 말부터 꽃을 피우는데 흰색 꽃잎 네 장이 십자가 모양을 이룬다. 박 구청장은 “예수가 매달린 십자가가 산딸나무라고 해서 기독교인의 사랑을 받는 나무”라면서 “9월에 맺히는 빨간 열매는 직박구리 같은 산새나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되고 목재는 가구용으로도 유용하다”고 귀띔했다. 팥배나무는 5월에 지름 1㎝ 정도 되는 하얀 꽃 6~10개로 뭉쳐진 꽃을 피운다. 배꽃과 닮았는데 열매가 팥처럼 작다고 해서 팥배나무라는 이름을 달았다. 준비한 나무를 모두 심고 나니 어느덧 쨍쨍 내리쬐던 햇볕도 한풀 꺾였다. 박 구청장은 “나무심기 행사를 통해 우리 지역의 자연 생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의 소중함을 알리고 푸른 강북구를 만드는 데 꾸준히 관심을 이어 가겠다”며 주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퇴 김의겸 ‘특혜 대출’ 의혹…野 “본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지만 금융권 특혜 대출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 갔다.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3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대출 서류를 보면 김 전 대변인의 소득이 담보로 잡혀 있는데 이건 본인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러 정황상 특혜 대출을 받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9일 김 전 대변인의 배우자가 지난해 8월 자신의 집 근처가 아닌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은행에서 10억원을 대출받았다며 당시 해당 은행 지점장이 김 전 대변인의 군산제일고 1년 후배였다고 밝혔다. ●나경원 “특혜 대출 부분 정말 이상하다” 김 전 대변인은 사퇴하면서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는데 김 의원이 확인한 내용대로라면 김 전 대변인의 배우자는 우연히 남편의 후배가 근무하는 지점에 찾아가 평균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말이 된다. 이 때문인지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경남 통영 중앙시장에서 가진 4·3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김 전 대변인이 매입한 건물은 제 지역구인 흑석동에 있는데 부동산 하는 분들이 ‘그 물건은 흙 속의 진주’라고 하더라”며 “그 건물을 어떻게 샀을지 ‘특혜 대출’ 이 부분이 정말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김 전 대변인은 ‘아내 탓’이라고 하는데 기막힌 우연의 연속보다는 정권 실세에 대한 특혜 대출이라고 보는 게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며 “대출 과정에서의 의혹, 누가 그를 도왔는지 등을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 “직분 이용 등 대출 과정 밝혀야”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떴다방’ 대변인의 최후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며 “대변인 직분으로 정보를 얻지 않았는지, 대출 과정에서 압력은 없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진보 정당도 김 전 대변인 사태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대변인의 사퇴는 당연하다”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도 이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김 전 대변인은 명예를 버리고 돈을 좇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장바구니 꼭 챙기세요” 오늘부터 대형마트 비닐봉투 과태료

    “장바구니 꼭 챙기세요” 오늘부터 대형마트 비닐봉투 과태료

    환경부가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1일부터 금지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단속에 나선다. 대형마트 등을 이용할 예정인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지참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트 등이 규정을 어기고 고객에게 비닐봉투를 제공하다 단속에 적발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환경부는 이날부터 전국 대형마트 2000여 곳과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 1만 1000여곳, 백화점, 복합상점가(쇼핑몰) 등을 점검한다고 1일 밝혔다. 과태료는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시 위반 횟수에 따라 최고 300만원이 부과된다. 매장에서는 재사용 종량제봉투, 장바구니, 종이봉투 등을 사용해야 한다. 다만 생선, 고기, 두부처럼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이나 아이스크림처럼 내용물이 녹는 제품, 흙 묻은 채소 등에 한해서는 비닐봉투 사용을 허용한다. 앞서 환경부는 올 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3월말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1년에 총 22억 2800만장의 비닐봉투 사용이 감소할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국당, 김의겸 논란에 “靑 관사 개인 투기 사례 엄중히 따질 것“

    한국당, 김의겸 논란에 “靑 관사 개인 투기 사례 엄중히 따질 것“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위선과 이중성의 극치”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내가 사면 노후대책, 남이 사면 탐욕, 내가 받으면 착한 대출, 남이 받으면 나쁜 대출”이라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위선과 이중성의 극치를 달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다주택 보유를 죄악시하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부동산을 규제했다”며 “그 결과 대출이 필요한 서민 대출까지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주택자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 정부 고위공직자와 주요 인사들이 떳떳한 다주택자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제가 저희 지역구라 너무 잘 안다”며 “인근 부동산 업자들이 흙속의 진주를 샀다고 평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이 매입한 흑석동 상가는 나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다. 나 원내대표는 “당장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며 “얼렁뚱땅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의 표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요구한다.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양석 원내수석은 청와대 직원들의 관사 사용 실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수석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업무용 관사 개인 투기용으로 활용됐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직원들이 개인 목적으로 투기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보고 엄중하게 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4월부터 대형 마트·슈퍼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

    4월부터 대형 마트·슈퍼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

    4월 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상점가(쇼핑몰)와 매장 크기 165㎡ 이상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다. 환경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4월 1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선다고 오늘(27일) 밝혔다. 환경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현장 안내를 하고 있다. 따라서 4월 1일부터는 대형마트 2000여 곳과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 1만 1000여 곳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고객에게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두부나 어패류, 고기 등 포장 시 수분을 포함하거나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은 예외적으로 속 비닐 포장을 허용한다. 아이스크림처럼 상온에서 수분이 발생하거나 내용물이 녹을 수 있는 제품, 흙 묻은 채소도 제외된다. 국내 전체 비닐봉투 사용량은 2015년 기준으로 약 211억장이다. 이 가운데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비중은 약 25%(52억7천500만장), 대형마트는 약 8%(16억9천만장)를 차지한다. 환경부는 이번 조치로 1년에 총 22억 2800만장의 비닐봉투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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