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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 접대도 도박처럼…방만경영 적발

    강원랜드가 무리한 공사를 추진해 사업비를 낭비하고 접대비를 과다지출하는 등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행태가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11일 감사원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지난 2001년 9월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 문화·이벤트 공간을 준공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골프장 건설을 위해 문화·이벤트 공간을 흙으로 덮는 성토공사를 진행해 6억 3700만원의 사업비를 낭비했다. 골프장 건설 예정지에 이용하지도 못할 문화·이벤트 공간을 짓는 데 거액을 쓴 셈이다. 강원랜드는 또 수의계약 대상이 아닌데도 특정업체에 19억여원에 달하는 문화·이벤트 공간 공사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문화·이벤트 공간 공사를 추진하도록 동의한 8명의 이사에게 6억 37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도록 했다. 강원랜드는 또 2001년부터 2년 동안 간부직원과 임원에게 특별한 명목이 없는 접대비를 매월 20만∼142만원씩 책정, 주말이나 휴일에도 술값이나 회식비로 사용토록 하는 등 9억 1700만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결과 이들 간부직원과 임원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2264건의 접대비를 지출했다. 강원랜드는 명목이 없는 접대비 외에도 부서 회의비를 직급별로 직원 1인당 1만 5000∼130만원씩 편성, 퇴근 뒤 회식비 등으로 12억 4600만원을 쓰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강원랜드측에 접대비 및 회의비를 편성목적대로 집행하도록 하고 개인용도로 사용한 접대비 1400만원은 회수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함께 메인 카지노 및 호텔 식당의 수요보다 31만여점(구입금액 21억여원)이나 많은 주방용품을 구입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강원랜드처럼 자치단체와 민간부문이 공동출자해 운영하는 전국 38개 ‘제3섹터’ 법인 가운데 29개가 경영이 부실해 누적결손금이 138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6개 법인은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로 파악됐다. 또 역대 제3섹터 법인 대표이사 98명 가운데 24명은 회사운영 경험이 없는 공무원 출신이 운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야! 토성이다…중미산 과학캠프

    야! 토성이다…중미산 과학캠프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 북극성은 그 빛을 타고 800년을 날아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 신비의 별 북극성과 환상의 데이트가 대한민국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3리 중미산 천문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겨울철 야외 놀이도 체험할 수 있어 초등학생들에게 어린시절의 추억을 심어주는 별자리 캠프. 서울신문이 마련한 중미산 천문대 겨울방학 천문과학캠프를 동행취재했다. 체감온도 영하 15도. 서울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매서운 추위다. 두꺼운 내복에도 모자라 겉옷을 여러 벌 껴입고 장갑에 목도리로 완전무장한 ‘별 사냥꾼’ 70명이 지난 4일 양평 중미산 천문대에 모였다. ●행성·별·성단 등 배우고 보고 겨울바람은 찼지만 구름 한점없이 맑은 하늘은 별보기에는 안성맞춤. 별이 좋아 논산에서부터 한달음에 쫓아온 최연소 참가자 샘(6)도,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를 좋아한다는 오류초등학교의 ‘별 박사’ 병건(9)이도, 나란히 참가한 매송초등학교의 은중(8)·범중(7)이 남매도 모두 들뜬 모습이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은 숙소에 짐을 풀고 강당에 모여 2박3일을 함께할 팀을 짠다. 한 팀은 7∼8명으로 팀마다 1∼6학년을 고르게 구성했다. 형제없는 외톨이가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언니나 형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아이들은 팀 이름을 정하고 팀을 상징하는 깃발을 만든다. 매송초등학교 현우(8)는 깃발에 토성을 그려 넣었다. 능길초등학교 윤나(9)는 아름다운 우리별, 지구와 상상 속의 비행접시,UFO를 그렸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가득 담은 깃발을 앞세우고 아이들은 앞마당에 모였다. 오늘 첫 이벤트는 썰매타기와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아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40평 남짓한 연못 위에서 썰매를 타고 신나게 얼음을 지친다. 도심에서 이런 연못을 좀처럼 볼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썰매를 타본다고 했다. 아이들은 썰매의 매력에 푹빠져 “놀이동산의 범퍼카는 저리가라.”라고 입을 모았다. 비료포대 눈썰매의 재미도 쏠쏠하다.50m가량 되는 흙 비탈에 폭 1m 정도의 눈길을 냈다. 신남성초등학교 철홍(7)이는 TV에서 보았던 봅슬레이 선수의 자세를 흉내낸다. 비료포대 위에 앉아 등을 뒤로 바짝 붙이고 다리를 쭉 뻗어 최대한 몸을 일자로 만든 철홍이는 엄청난 스피드에 놀라 환호성을 지른다. 즐거운 겨울 놀이에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이른 저녁을 먹고나니 하늘은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아이들은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 밤 무슨 별을 볼 것인지 점검한다. 수성부터 명왕성까지 지구가 속한 태양계 식구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오늘 관찰할 토성과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낮엔 태양흑점 망원경 관측 이윽고 밤 하늘에 초롱초롱 별이 떠오르자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주 관측실로 들어선다. 원형돔이 자동으로 열리고 새까만 밤 하늘에 헤아릴 수 없이 반짝이는 별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길초등학교 은지(10)는 8인치 굴절망원경에 눈을 대고는 토성을 찾아보았다. 은지는 “책에서만 보았던 토성의 고리를 직접 확인하니 너무 신기하다.”면서 활짝 웃는다. 원형돔 밖에서는 황소자리에 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찾느라 법석이다. 우리말로는 ‘좀생이별’이라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북동쪽 하늘에 옹기종기 모여 신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삼정초등학교 지윤(12)이는 “앞으로 과학시간에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생각날 것 같다.”면서 “우주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도 많이 생겨 책을 많이 보아야겠다.”고 말했다. 중미산의 첫날 밤이 가고 새 아침이 밝았다. 오늘 아이들이 관찰해야 할 것은 태양의 흑점. 온도가 아주 낮은 태양의 흑점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통신장애를 불러일으키는 등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능길초등학교 한솔(10)이는 11년을 주기로 숫자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흑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망원경으로 태양 중심 부위에서 작고 검은 점 3개를 관찰하긴 했지만 흑점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한솔이는 “태양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아 앞으로 과학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눈썰매 타고 언덕길 질주도 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나자 태양계 체험활동이 펼쳐진다. 팀별로 우리 은하를 직접 꾸며보는 것이다. 백마초등학교 혜진(10)이는 은하계의 핵심인 태양을 맡았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수성은 능길초등학교 예지(9)가 맡았다. 샛별이라고 불리는 금성은 신남성초등학교 동현(7)이가, 우리별 지구는 능길초등학교 융경(10)이가, 화성은 영본초등학교 항식(8)이 몫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응봉초등학교 민수(10), 고리가 아름다운 토성은 신흥초등학교 지은(9)이에게 맡겨졌다. 이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공전하는 모습과 스스로 회전하는 자전도 실험해본다. 혜진이는 “우리 은하계에 많은 별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면서 “이번 캠프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별에 관심 많아 캠프에 가게 해달라고 엄마를 졸랐다는 병건이는 “캠프에 와보니 우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이 생겼다.”면서 “미래에 훌륭한 천문학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중미산천문대 천문과학캠프는 12∼14일 제5차 캠프로 겨울 일정을 마무리한다. 양평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중미산 천문대는 3000여개 별 육안관측 가능 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에 자리잡은 중미산 천문대는 서울 근교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이곳은 천문대가 문을 열기 전부터 ‘별 좀 본다.’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서울의 밤 하늘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별은 가장 밝은 1등성 20개 정도. 하지만 불빛과 공해가 없는 중미산 천문대에서는 북반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4000여개의 별 가운데 3000개가 보인다. 김학(50) 중미산 천문대장은 별보기 좋은 해발 437m 지점에 사비를 털어 2001년 천문대를 세웠다. 대지 1만 3000여평 규모의 중미산 천문대는 천문관측실과 과학실험교실, 숙박시설 및 자연체험학습장을 갖추고 있어 체험캠프 장소로 적합하다. 천체 관측 기구들의 성능도 좋다. 지름 6.6m로 360도 회전하는 주관측실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원형돔이다. 독일 APM사의 8인치 굴절망원경으로는 성단, 달의 크레이터, 행성을 관측할 수 있다. 이밖에도 10여개의 굴절·반사·보조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50여명이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야외 관측소도 있어 여름에는 평상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다.(031)771-0306 양평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별 재미있게 보는 법 별을 관측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중미산 천문대 송한석(29)교육팀장은 무턱대고 하늘만 바라본다고 별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보자가 별 보는 데 재미를 붙이려면 순서를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자는 먼저 북극성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북극성은 나침반이 발명되기 오래 전부터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사람들이나 밤 길을 가는 이에게 방향을 일러주는 친근한 벗이었다. 북극성을 만나려면 북쪽 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이나 카시오페이아를 먼저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은 잘 알려져 있는 대로 국자모양, 카시오페이아는 W모양이다. 북극성은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의 사이에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방향을 파악한 뒤에는 길잡이 별을 찾아야 한다.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길잡이 별은 가장 밝은 1등성으로 별자리를 찾는 지표가 된다. 늘 한자리에 있는 북극성이 먼 길 떠나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듯 계절마다 이정표가 되어 준다. 봄철 길잡이 별은 목동자리 별 가운데 가장 밝은 아크투르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이다. 여름철 길잡이 별은 거문고자리의 직녀성, 독수리자리의 견우성,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이다. 한여름 밤 밝은 세 개의 별이 직각삼각형으로 놓여져 있어 여름철의 대삼각형으로 불린다. 가을밤이 깊어가면 하늘 한가운데에 거대한 사각형을 볼 수 있다. 페가수스 자리의 몸통 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각형이 가을철 길잡이 별이다. 겨울에는 우주 축제라도 열린 듯 볼 수 있는 별이 많다. 오리온 자리의 리겔이 겨울철 대표적 길잡이별이다. 계절별 길잡이 별을 확인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별자리부터 찾는다. 송 팀장은 별자리 공부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밤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을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선으로 이어보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의 주인공을 함께 연관해 상상하며 별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 팀장은 “처음 별을 볼 때는 가로등이나 자동차 불빛 등 주변에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맨눈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면서 “별 관찰이 익숙해지면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어두운 별도 관찰하면서 서서히 성단과 성운까지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게 별을 보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송 팀장은 “하늘을 뿌옇게 가리는 공해와 별 보기를 방해하는 자동차·가로등 때문에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별 관찰이 익숙해 지면 친구 또는 가족들과 서울 근교로 별소풍을 떠나면 좋을 것”이라고 권했다. 양평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트래버스·앵거스· 메이지·오클리 지음

    사자들이 떼지어 어슬렁거리는 야생의 들판에서 뛰어놀고, 발 밑에서 부스러지는 흙과 뺨에 부딪치는 바람만을 느끼며 아프리카 대지 위를 달리는 파란눈의 아이들. 문명에 길들여진 시선으로 보기엔 짜릿한 모험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속엔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과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뚫고 나아가야만 자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기에, 아프리카에서 살고있는 아이들이 직접 쓴 ‘오카방고의 숲속학교’(홍한별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에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 담겨있다.‘낭만’으로 포장될 수 없는 생생한 자연과, 이 속에서 훌쩍 성장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시선 속에 빛나는 것. ●아이의 눈에 비친 자연의 법칙 1999년 책을 쓰기 시작할 당시 6∼16세였던 메이지·트래버스·오클리·앵거스(사진 왼쪽부터)는 5년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체험한 일들을 번갈아가며 기록했다.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다 내친김에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이사하기로 결심한 엄마 케이트를 따라나선 아이들은, 오카방고 삼각주에 있는 마운의 새 집에서 아프리카의 생활을 시작한다. 말라리아가 위협하고 오물이 섞인 물이 나오는 ‘이상적’이지 않은 생활 앞에서 처음엔 멈칫대지만 이내 적응해간다. 야생동물이 우글대는 숲으로 소풍길을 나섰다가 코끼리나 사자떼에 놀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자를 연구하는 피터아저씨를 따라 숲속 산타와니 캠프로 이주해, 울타리 없이 바로 야생과 호흡하는 천막 생활에 들어간다. 아이들은 곧바로 피터아저씨의 사자 연구 프로젝트를 돕는다. 책의 장점은 흥미진진한 야생의 생활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는 점. 아이들은 사자 연구를 통해 “동물에 대한 이해가 자연을 보존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숲속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하면 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야생동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서 “관광객들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총을 쏴서 맹수를 제압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마치 잘 쓰여진 모험 성장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경험담 속에 깊이있는 시선이 번뜩이는 것. 아이들이 썼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인 관찰력과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문장도 한 몫했다. ●가족의 의미 함께 일깨워 새아빠가 된 피터아저씨와 함께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이들의 모습도,‘정상 가족’의 이데올로기에 젖어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가족과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듯싶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젊은이,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킬 책이다. 책 뒷부분에는 백과사전이나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이들만의 ‘사자 관찰 파일’을 실었다.1만 5000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아빠랑 엄마랑 특별한 겨울방학

    아빠랑 엄마랑 특별한 겨울방학

    기나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야 마냥 즐겁지만 부모님들은 두 달이나 되는 방학이 좀 걱정되시죠. 실내에서 뛰는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치지만 그렇다고 수십 수백만원 하는 캠프에 보내자니 빠듯한 형편에 부담이 되니까요. 그렇다면 주변에 있는 체험공방으로 눈길을 돌려보세요.1만원 안팎이면 도자기도 만들고 무지개 양초, 귀걸이나 목걸이를 만들 수 있는 공방들이 많습니다. 또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위한 곤충박물관이나 인삼에 대해 알려주는 인삼박물관 등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보세요. 아이들과 웃으며 지내는 즐거운 시간, 가족간의 정이 새록새록 깊어질 것입니다. ■혜지네와 함께하는 공방 오선규(33·회사원)씨는 장난꾸러기 두 아이, 혜지(8·신곡초1)와 정민(7)을 위해 경기도 안성 너리굴문화마을 체험에 나섰다. 너리굴 문화마을은 안성 보개면 깊은 산 속에 만들어진 문화체험 공간. 금속공방, 칠보공방 등 7개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이 있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출발 전부터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난 예쁜 초를 만들래.”,“아니야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어야지.” 오랜만의 행복한 다툼이다.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간다. 이런 산골에 문화마을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우선 양초공예를 하러 공방을 찾아간다. 문화마을답게 가는 길도 예술이다. 양과 두꺼비 등 다양한 동물조각과 사람, 장승 등을 본뜬 여러 조각들이 길 주변에 서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공방에 들어서자 정민이는 신기한 물건에 먼저 눈이 간다.“엄마 이게 뭐야?” 연탄 난로가 신기한 아이들은 손을 불에 쬐어보며 마냥 즐겁다. 선생님이 설명을 시작한다. “이것은 파라핀이에요. 여기에 염료를 넣어 파랑, 노랑, 분홍, 초록 등 다양한 색의 파라핀을 녹여서 예쁜 양초를 만들어 보세요.”파라핀은 차가우면 굳어지기 때문에 냄비에 넣고 불로 가열해서 녹인후 액체로 만든다. 예쁜 모양에 넣고 식히면 멋진 양초가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초를 어떤 형태로 만들까. 별, 하트, 입술, 꽃 등 다채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종이컵을 구부려 형태를 만드는 것을 가르쳐준다.“나는 하트를 만들 거야? 엄마 아빠는 뭘 만들 거야?” 아빠는 “어, 물방울 모양이 멋지겠다.”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선생님의 설명대로 종이컵을 이리저리 구부리고 접으며 가족이 함께 양초틀의 모양을 만든다. 그다음 액체로 변한 파라핀을 컵에 붓는다. 한 3분의 1정도만. 그러고는 창가에 10분 정도 놓아 굳힌다.“이번엔 노란색, 다음엔 파란색을 부어야지.” 뜨거우니 조심조심. 세 번을 차례로 다른 색 파라핀을 부어준 후 식히니 예쁜 삼색 양초가 탄생한다. 맨 위의 파라핀이 굳기 전에 심지를 심어준다. “내가 만든 양초가 제일 멋있어.” 기대에 들떴던 아이들은 20분을 기다려 종이컵을 벗겨낸다. 노랑, 파랑, 분홍 등 아름다운 양초가 모습을 드러낸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부모까지 즐겁게 한다. 예쁘게 포장까지 마치니 1시30분이 걸렸다.1인당 7000원. ‘꽥꽥 꽥’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뛰어가는 정민.“우와∼ 거위다!”라고 소리친다. 뒤뚱거리는 거위를 보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뛰어놀던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1인당 7000원.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극기훈련장, 미술관 등 문화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혜지는 금속공방에 관심이 많다. 집게, 망치, 사포 등 신기한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아빠, 이거 한번 하고 가자.”고 조르는 혜지. 아빠는 오랜만의 외출에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모두 들어줄 모양이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았다. 선생님이 알루미늄 철사를 구부리고 돌돌 말고 꺽으니 예쁜 나비가 되네. 신기하다. 혜지는 나비를, 정민이는 쉬운 음표모양의 열쇠고리에 도전.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1시간동안 열심히 만들어 거뜬히 작품완성.7000원. 옆에 있는 공방은 석고로 자신의 신체모양을 뜨는 소조공방. 손, 발뿐 아니라 귀, 배꼽까지 만들 수 있다. 엄마가 “아빠 입술을 한번 만들어 볼까?”하는 제안에 모두 박수로 동의. 돗자리를 깔고 누운 아빠 입술에 석고를 바른다. 신기한 듯 혜지와 정민이는 웃고 만지고 난리다.10분 뒤 떼내니 영락없는 아빠의 입술모양 완성. 오른손에는 예쁜 양초를, 왼손에는 열쇠고리를 들고 너리굴 문화마을을 나서는 아이들은 흐뭇한 웃음으로 아빠 엄마를 즐겁게 한다. 너리굴 문화마을(031-675-2171)은 이외에도 천연염색공방, 물로켓 도미노게임 등을 만드는 과학실험교실, 흙으로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는 도자공방, 칠보공예를 해보는 칠보공방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전화로 예약하고 가는 편이 좋다. 또 가족들이 쉴 수 있는 펜션 형태의 숙소와 단체를 위한 숙소도 있다. 단, 너리굴 문화마을 내에 있는 어떤 숙소에서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는 없다.2곳의 식당과 레스토랑, 찻집이 깔끔해 이용하면 된다. ■경선네는 찰흙나라로 신동성·경선(신정초 3·2학년) 남매는 파주의 이시소 자연문화학교로 도자기를 만들러 갔다.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고운 찰흙인 조합토를 한 덩어리씩 나눠줬다.“으∼차가워!” 동성이는 소리쳤지만 조물조물 흙을 떼 만지면서 경선이는 “흙이 부드러워. 뭘 만들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자, 이제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워볼까.”하는 선생님을 따라 열심히 흙을 주무르고 두드리고 민다. 먼저 흙을 동그랗게 만들어 엄지손가락을 꾹 누른 다음 주변을 펴는 핀칭기법, 흙을 바닥에 놓고 손바닥으로 밀어 뱀처럼 길게 늘여 쌓아 가는 코일리기법, 넓게 편 흙을 잘라 붙이는 판성형기법으로 간단하게 컵과 그릇을 만들어본다. “이제 뭘 만들어 볼까요?”하는 선생님의 물음에 “새요, 공룡요!”하는 동성,“나비요.”하는 경선.“그럼, 자, 선생님을 따라하세요. 먼저 공룡은 흙을 떼어 이렇게 동글동글 밀어 몸통을….”하는 설명을 듣고 진지하게 따라 하는 아이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보통 2시간이면 작품 하나를 완성한다. 회비는 1만 2000원. 아이들이 만든 작품은 유약을 발라 구워서 택배로 보내준다. 또 초벌구이된 컵에 직접 그림을 그려 색칠을 할 수도 있다. 이것도 구워서 택배로 보내준다. 이시소(031-948-2072,www.isisonc.co.kr)는 이화여대 도예과 김옥조 교수가 파주 영장초등학교 분교에 연 도자기학교. 도자기체험뿐 아니라 염색체험, 자수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이밖에 도예농(031-637-6555)과 신둔면 남정리의 예원도요(031-634-2244)는 대형 흙가마를 갖추고 도자기 생산과 함께 다양한 코스의 도예교실도 운영한다. 도자기 페인팅에서부터 손으로 빚기, 물레성형, 장작 가마 안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수강료는 코스별로 1만∼2만 5000원. 예약해야 한다.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 있는 토우도예(031-885-8410)는 향기 좋은 차를 마시며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경상북도 문경에 있는 도자기전시관(054-550-6416)은 일상에서 자주 쓰였던 생활 도자기들을 전시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일체험 1만원. 백제요(www.bekjeyo.com,041-836-0300)는 1400여년전 백제토기를 전통적 방식으로 재현하는 곳.2시간동안 진행되는 백제 토기 만들기(7000원)와 백제 8문양전 탁본찍기(2000원), 천연염색(8000원) 등도 할 수 있다.선도예(www.sundoye.com,041-834-7544)에서도 황토, 치자, 쑥 등을 이용하는 자연염색, 물레와 장작가마로 토기를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우성이네는 인삼박물관으로 “심봤다!심봤다!” 6살 우성이와 친구들은 처음 온 인삼박물관에서 심마니가 된 양 이곳저곳 신나게 뛰어다녔다. 박물관 입구는 산삼을 캐러 산에 오르는 듯 오르막이다. 문을 열면 인삼향이 풍긴다. 생생한 체험을 위해 박물관이 인삼향을 뿌리기 때문이다. “야∼ 인삼이 사람처럼 생겼네.” 박물관을 들어서자 바로 오른쪽에 특이한 모양 그대로의 인삼이 유리병에 담겨있다. 첫날밤(初夜), 씨름, 발레…. 제목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상징을 닮은 남성삼, 여성삼도 있다. 아이들은 역시 심마니 체험장을 가장 좋아했다. 고려시대 옷을 입고 모형 산삼을 뽑자 “심봤다∼!”란 외침이 박물관 내부를 쩌렁쩌렁 울렸다. 예약하면 인삼박물관과 함께 고려인삼창의 견학도 가능하다.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041-830-3242로 예약하면 자세한 안내와 박물관 및 인삼창까지 견학 가능. ●곤충체험장도 가보세요 “우와, 애벌레닷!”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난 은 나무토막 밑의 흙을 몇차례 손으로 헤집자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나타났다. 덩치 큰 애벌레는 꿈틀대지 않고 가만히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버섯 균사를 집어넣었던 구멍이 숭숭 남아있는 나무토막을 자르거나 들추면 곳곳에서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애벌레가 숨어 있다. 애벌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 수목리의 한국곤충체험학습장(www.insectkorea.com,041-836-7288)이다. 강화도의 벅스투유(www.bugs2u.com,032-934-9405), 강원도 원주의 곤충농장(www.bugs farm.co.kr,033-763-8421)은 유충, 사슴벌레, 장수풍뎅이의 변천사를 보고 직접 곤충들을 만져볼 수 있다. 글 사진 한준규 윤창수기자 hihi@seoul.co.kr
  • ‘미술과 화학’ 오묘한 조화

    고대 그리스 철학은 밀레토스의 자연철학으로부터 출발했다. 물과 불, 흙, 공기를 우주 구성의 4원소로 간주했던 것을 보면 철학의 뿌리는 화학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술 또한 화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중세의 프레스코나 템페라 기법이 지닌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기름물감도 사실은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용제에 대한 실험의 소산이었다. 미술이 화학과 만난 예는 현대에 들어서면 더욱 흔하다. 미국의 잭슨 폴록은 멕시코 화가 시케이로스의 벽화워크숍에 자극받아 공업용 도료를 활용해 거대한 전면(全面)회화와 ‘드리핑 회화’ 세계를 펼쳤다. 서울 소격동 갤러리 조선에서 열리고 있는 ‘케미컬 아트’전은 화학재료야말로 무엇보다 훌륭한 미술 재료임을 보여준다. 참여작가는 구영모 길현수 낸시랭 박진범 박희섭 엄정순 이상희 정훈 한혜성 등 9명. 홀로그램 페인트나 카멜레온 페인트 같은 다양한 빛깔을 내는 화학 신소재와 비료로 쓰이는 요소, 포토그램, 파라핀, 실리콘, 무수프탈산 등 온갖 화학 재료가 동원됐다. 박희섭의 ‘Mother Nature of Pearl’은 아크릴과 비단, 홀로그램 페인트와 전통 소재인 자개를 응용한 작품.1㎏에 300만원이 넘는 고가의 홀로그램 페인트를 아크릴과 자개에 뿌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연출한다. 박진범은 도료나 안료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제품인 무수프탈산과 천연 원료인 송진으로 만든 직육면체 구조물 안에 일일이 조명을 밝힌 ‘튜브’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무수프탈산은 비등점이 섭씨 131도로 1도만 온도가 내려가도 고체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 작가는 이런 특성을 이용해 냉동실의 성에 같은 형태의 동결된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이상희는 국가경제의 한 축이었던 섬유산업의 대표주자이자 동시에 산업재해의 주범이었던 원진레이온이 철거되기 직전 공장에서 실험도구들을 직접 수거해 만든 오브제 작품 ‘게임의 법칙’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또 신세대 작가 낸시랭은 천사와 악마의 이미지가 결합된 캐릭터를 통해 현대의 물신주의를 비판한 ‘터부 요기니’시리즈에 카멜레온 페인트를 이용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사간이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기획한 특별전이다.(02)723-7133.1월18일까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예술의 고수들’ 원로작가 14인전

    예림(藝林)이란 말이 있다. 예술의 숲, 즉 예술가들의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무예의 고수들이 최고를 꿈꾸며 벌이는 살벌한 적자생존의 세계가 무림(武林)이라면, 예림은 왠지 향기롭고 아늑한 미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화가 박노수 오태학 이종상 천경자, 서양화가 김형대 이만익 전혁림 황용엽 하영식, 그리고 조각가 강태성 민복진 백문기 전뢰진 최종태. 이 14명의 원로 작가들이 자신만의 그윽한 예술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림을 걷다-시대와 함께, 작가와 함께’전은 오랜만에 만나는 ‘고전적인’ 분위기의 전시다. 백제 문화가 숨쉬는 몽촌토성을 배경으로 자연과 조각이 어우러진 서울올림픽미술관의 아름다운 공간, 그 속에서 예술의 이상향을 그려보자는 게 기획 의도. 전시장에는 회와와 조각 40여점이 나와 있다. 원로작가들의 초기작이자 애장품인 1950∼60년대 작품부터 80년대 전후의 작품, 최근작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한국화는 박노수의 ‘고사(高士)’, 오태학의 ‘월하’, 이종상의 ‘원형상91007-흙에서’, 천경자의 ‘괌도’ 등이 출품됐다. 또 서양화는 김형대의 ‘씨족525’, 이만익의 ‘하백(河伯)일가도’, 전혁림의 ‘민화로부터’, 하영식의 ‘조각보예찬’, 황용엽의 ‘여인의 환상’ 등이 전시중이다. 조각으로는 강태성의 ‘토르소’, 민복진의 ‘모자상’, 백문기의 ‘화우’, 전뢰진의 ‘모자합주’, 최종태의 ‘얼굴’ 등이 나왔다.2월23일까지.(02)410-106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儒林(254)-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儒林(254)-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제2부 周遊列國 제6장 孔子穿珠 어느 날 재여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이를 본 공자가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으로 다듬을 수 없다(朽木不可雕也,糞土之牆不可 也). 그러니 내가 재여에게 뭐라고 꾸짖을 수 있겠느냐.” 이 대목은 논어 전편을 통해서 가장 신랄하고 준엄한 꾸짖음으로 낮잠 정도 잔 것으로 너무 심하게 제자를 몰아세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평소에는 말을 잘하면서도 행동은 못 미치며, 자신의 말재주만 믿고 게으름에 빠져 있는 제자를 질타하는 스승의 간절한 충정도 엿보게 하는 장면인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공자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전에 나는 남을 대함에 있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지만 이제 나는 남을 대함에 있어 그의 말을 듣고서도 그의 행실을 살피게 되었는데, 재여로 인해 이렇게 태도가 바뀌게 된 것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 말과 행동이 서로 같음을 비로소 재여로 인해 믿지 않게 되었다는 공자의 선언은 공자가 얼마나 말을 앞세우는 말재주꾼을 싫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산증거인 것이다. 이는 훗날 맹자가 재여에 대해 ‘그들의 지혜가 성인을 알아보기에 충분하였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만 아첨하기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였다.’라고 평가하고 재여가 스승 공자를 ‘내가 선생님에 대해서 살펴본 것은 요임금, 순임금보다도 더 현명하시다는 것이다.’라고 존경하였던 예를 들어 재여를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공자는 유독 재여에 대해서만은 가장 엄격한 꾸중을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논어의 양화편에는 이러한 재여와 공자간의 열띤 대화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이 장면을 보아도 제자들에게 항상 너그럽고 관대한 공자가 유독 재여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하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재여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스승님,3년의 상은 기한이 너무 오래됩니다. 군자가 3년의 예를 지키지 못하면 예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고,3년 동안이나 음악을 못하면 음악이 반드시 붕괴될 것입니다.” 공자에게 예에 대해서 따지는 재여의 태도는 거인 골리앗에게 감히 돌팔매질로 도전하는 양치기소년 다윗을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공자는 어려서부터 예를 갖추는 장난을 하며 성장할 만큼 예를 숭상하는 유의 신분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사기에도 ‘공자는 소싯적부터 놀이를 할 때는 언제나 제기를 벌여놓고 예를 갖추는 장난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듯이 공자에 있어 예는 모든 인간의 규범과 행동의 기준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 계시면 예로써 섬겨 드리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고, 예로써 제사지내드려야 한다.” 공자의 이 말은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곳이 없게 된다(不學禮 無以立).’라고 자신의 아들 공리에게 가르쳐준 내용처럼 예를 인간행동의 절대가치로 본 공자에게 감히 재여가 정면도전하고 있음인 것이다. 재여의 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란한 수사법의 제1인자답게 재여는 화려한 비유로 다음과 같이 말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묵은 곡식이 없어지고 햇곡식이 나며, 불씨를 일으키기 위해서 수(燧)나무를 비벼 뚫는데도 나무종류가 완전히 바뀌는 기간이니 복상도 3년 상으로 계속할 것이 아니라 1년으로 끝낸다 하더라도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길섶에서] 군화/김경홍 논설위원

    운동화나 수제화를 신던 발에 흉측스러운 군화(워커)가 어울릴 턱이 없다. 무겁기도 하거니와 딱딱해서 도대체가 걸음걸이와 조화가 되지 않는다. 발 크기만 대중해서 지급된 군화는 발에 신발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발에 발을 맞춰야 한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는 것은 오히려 낫다. 발과 신발의 재봉선 이음새가 맞지 않아 뼈가 조이는 상태는 걸음을 뗄 때마다 온몸이 자지러들게 한다. 그래서 훈련병들의 군화는 군데군데 면도칼 자욱이 훈장처럼 남았다. 훈련소만 벗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근무한 부대는 광나는 군화가 아니라 빛을 빨아들이는 어둠을 닮아야 한다. 이른바 세무 구두다. 구두고무창을 불에 태워 가루를 낸 뒤 병에 담는다. 천으로 마개를 하고 쇠브러시로 흙을 떨어낸 군화에 콕콕 찍어 검은 분칠을 한다. 새벽녘, 스무켤레쯤 분칠을 하고 나면 손톱 밑은 물론 콧구멍, 속옷까지 검댕투성이다. 2006년부터 군대에 신형전투화가 보급된다고 한다. 가볍고 품질이 우수하고, 치수도 다양하고, 세탁도 가능하다고 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국제플러스] 바그다드 폭탄 테러 29명 사망

    |바그다드 연합|이라크 바그다드 서부 가잘리야 지역의 민가에서 28일 오후(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발생, 이라크 경찰관 7명 등 29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이날 폭발은 가잘리야 지역에 무장세력의 은신처가 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해당 안가에 진입하는 순간 발생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주변에 있던 가옥 6채가 무너졌고 흙 더미 속에 사람들이 더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군들이 문제의 가옥 주변에 매복했다가 공격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AFP통신은 주택가에 미리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 ‘사이버 흙 은행’ 새달 17일 가동

    서울시는 다음달 17일부터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토사의 반입·반출 정보를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사이버 흙 은행’(soilbank.seoul.go.kr)을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이버흙은행을 이용하면 토사의 반출·반입량을 신속하게 알 수 있어 운반거리 단축과 공사비절감, 교통량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흙 은행’은 19개 공사장에서 모두 17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면서 “흙의 무단투기와 음성적 거래도 차단하는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2004 결산] 사라진 별들-꽃은 졌으나 그 향기는 영원하리라

    세월은 정직하다. 그 어김없는 흐름에 올해에도 각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사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은 가도 자취는 남는 법. 그들이 남긴 지혜와 역정은 오롯이 남아 후세의 귀감이 된다. 현실이 실타래처럼 꼬일 때마다 그들의 부재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각부 종합 ■ 국내 ●정·관계 지난 9일 한국 외교계와 야당사에 큰 획을 그은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과 이민우 신민당 전 총재가 나란히 타계해 세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 전 장관은 10여년 동안 한국 외교사의 주요 현장을 지킨 ‘외교사의 산 증인’으로 65년 한·일협정을 비롯, 베트남 파병 등 외교사의 길목에서 기틀을 다졌다.1958년 4대 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6선을 거쳐 87년 신민당 총재로 정계 은퇴하기까지 정치 인생 40여년을 외곬으로 야당을 지켰다. 유도 10단으로 대한유도회장, 대한체육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남다른 체력을 자랑하던 5선 의원 출신의 신도환 전 신민당 최고위원도 세월을 비켜가지 못했다. 관계 인사로는 장예준 초대 동력자원부 장관을 비롯, 79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이한빈 전 부총리,98년 한은법 개정 뒤 첫 한은 총재에 부임해 외환위기 타개를 이끌었던 전철환 전 한은 총재, 내무부와 보건사회부 장관을 거친 뒤 노태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홍성철씨 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밖에 5·16 직후 군정에 반대하다 군복을 벗은 원충연 전 국가재건최고회의 공보실장이 캐나다에서 생을 마감했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부인 홍기 여사도 세상을 떠났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수사받던 안상영 전 부산시장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시절 인사·납품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박태영 전 전남지사는 ‘자살’로 삶을 마감해 충격을 던졌다. ●재계 카지노의 대부로 불렸던 전낙원(77)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지병으로 타개했다. 그는 73년 국내 최초의 서울 워커힐호텔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관광공사로부터 인수, 이를 기반으로 호텔과 면세점, 건설 등 관광·레저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파라다이스그룹을 일궈냈다. 대한산업그룹 창업주의 아들로 40여년간 대한전선을 중견그룹으로 키워낸 설원량(62) 대한전선 회장도 지난 3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박남규(83) 전 조양상선그룹 회장도 해체된 조양상선그룹의 재기를 보지 못하고 지난 2월26일 세상을 떴다. 또 장기하(72) 전 진로그룹회장은 9월에, 이은범(76) 전 범양사 사장은 5월에, 양회문(53) 대신증권 회장은 9월에 타개했다. ●사회·체육계 사회분야에서는 종군위안부로 고통을 겪은 김순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만년에 김 할머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머물며 종군위안부의 피해실태를 증언하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했다. 원일한 전 연세대 재단이사와 설대위 전주예수병원 원장 등 두 사람의 미국인도 눈에 띈다. 원씨는 연세대와 YMCA를 설립한 언더우드가(家)의 3세이다. 미국 이름이 데이비드 존 실인 설씨는 전쟁 고아와 버림받은 노약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체육분야에서는 1970년대 씨름왕 김성률씨와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 이원우씨, 송만덕 한양대 배구감독 등이 많지 않은 나이에 부음을 알려 안타까움을 더했다.1935년 프로자격을 얻은 한국인 프로골퍼 1호로 국제대회 첫 출전과 국내대회 첫 우승 기록을 보유한 연덕춘씨도 타계했다. ●문화예술계 문화예술계에서는 우리 문학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해온 큰 인물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져 안타까움을 남겼다. 연작시 ‘초토의 시’에서 한국전쟁의 고통을 초월해 구원의 세계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줬던 한국 시단의 원로 구상(85) 시인은 7개월여의 폐질환 투병 끝에 지난 5월11일 별세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 ‘다보탑’으로 친숙한 시조 시인 김상옥(84)은 부인 김정자 여사가 먼저 세상을 뜨자 식음을 전폐하고 슬퍼하다 장례식 이틀만인 지난 10월31일 세상을 하직해 세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국민의 애송시 ‘꽃’의 시인 김춘수(82)는 기도폐색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4개월간 투병을 벌이다 지난달 29일 끝내 타계했다.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과꽃’‘꽃밭에서’등 350여편의 주옥 같은 동시를 지은 아동문학가 어효선(79)도 지난 5월15일 소천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농부 작가 전우익(79)은 지난 19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등의 저서를 통해 그가 전해준 소박한 삶의 소중함은 더욱 가치있게 다가온다. 1953년 출판사 ‘일조각’을 설립, 반세기 동안 출판 외길을 걸어온 출판계 원로 한만년 대표도 ‘한국사신론’(이기백 저),‘고가연구’(양주동 저) 등 기념비적인 책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예술계에서는 60년대 한국 액션영화를 누빈 악역 스타이자 영화배우 독고영재의 부친인 원로배우 독고성(75)이 지난 4월10일 별세했다.‘빨간 마후라’를 작곡한 작곡가 겸 평론가 황문평(85)도 800여곡의 영화·드라마 음악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했다. 재즈계, 타악 연주계의 거목인 김대환(71),‘오뚜기 인생’의 가수 겸 음반제작자 김상범((66),‘곡예사의 첫사랑’을 부른 가수 박경애(50)도 올해 우리가 떠나보낸 스타들이다. ●학계 올해 학계도 훌륭한 스승을 잃었다. 사학계에서는 동양사학계의 거목 고병익(80) 박사와 연세대 황원구(74) 교수가 5∼6월 잇따라 별세했다. 실증주의사관의 확립자로 불리는 국사학계의 태두 서강대 이기백(80) 교수도 6월 타계했다. 한글학회에서도 ‘한글지킴이’ 허웅(86) 한글학회 회장이 1월26일 눈을 감았고 지난달 21일에는 KBS 라디오프로그램 ‘바른 말 고운 말’로 유명한 한글재단 한갑수(91) 이사장마저 세상을 떠났다. 진보사회과학계의 큰별 서울대 김진균(67) 교수도 2월14일 별세했다. 민족과 계급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한 김 교수는 늘상 정권의 핍박에 시달렸지만 그가 만든 산업사회연구회는 진보학술운동의 모태였다.‘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협의회’도 김 교수의 작품이다.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육각수이론을 창안해 ‘물박사’로 통했던 전무식(72) 박사와 한국 핵의학분야를 개척한 전 서울중앙병원장 이문호(82) 박사가 8월13일, 지난 5일 각각 별세했다. 또 전 과학기술처장관 최형섭(84) 박사도 5월29일 타계했다. 화학야금학을 공부한 최 박사는 박정희 정권 시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대소장, 과기처 장관을 지내면서 과학발전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을 받았다. ●종교계 올해 종교계는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세수 77)의 입적이 무엇보다 큰 뉴스였다. 지난달 30일 원적에 든 숭산 스님은 달라이 라마, 틱 낫한 등과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추앙받으며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진력해왔다.1966년 일본 홍법원 개설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세계를 돌며 32개국에 120여개의 선원을 세웠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꽃)라는 가르침 속에 한국 불교 세계화에 일생을 바친 숭산 스님은 5만여 눈푸른 납자와 제자들을 뒀다. 기독교 쪽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지낸 조용술 목사가 지난달 15일 84세로 별세했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신대를 나와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재단이사장,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상임고문 등을 맡으며 복음 전파와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 국외 한 시대를 풍미한 지구촌의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숱한 영광과 오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한줌의 흙이 됐으나 그들이 남긴 자취는 또렷하다. 올해 사라진 인물들을 되돌아본다. 야세르 아라파트(75) 35년간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을 이끈 중동의 풍운아. 이집트 태생으로 지난달 파리의 군병원에서 사망했다.59년 무장단체 ‘파타운동’을 설립했다.67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96년 자치정부 수반이 됐다. 테러와 평화협상을 병행하면서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94년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말년에는 부패와 개인축재 등의 의혹에 시달렸다. 그의 사망으로 중동의 평화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로널드 레이건(93) 구두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나 B급 영화배우에서 미 40대 대통령(81∼89년)에 올랐다. 뛰어난 정치감각과 유머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됐다. 공급경제학 ‘레이거노믹스’를 추진했고 우주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타워스’를 구상,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 퇴임 이후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다 지난 6월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타계했다. 자크 데리다(74) 이성 중심의 전통적 서양철학에 반기를 든 ‘해체론’의 창시자. 알제리에서 태어난 프랑스 현대철학의 거두로 10월 파리에서 췌장암으로 숨졌다. 언어의 명료성과 통일성이 아니라 다극적 의미를 강조, 니체나 하이데거와 같은 ‘반(反)철학’의 후계자로 평가된다. 레이 찰스(74) 노래로 미국 내 흑백통합을 이룬 흑인 솔 음악의 거장.7살 때 시력을 잃고 15살 때 고아가 됐으나 천부적인 자질로 13차례나 그래미상을 받았다.‘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I can’t stop loving you)’는 한국에서도 유명하다.8월 사망했다. 말론 브랜도(80) ‘대부’의 돈 콜리오네 역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배우.‘워터프런트(50년)’와 ‘대부(73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두번째 상은 북미 인디언에 대한 미국의 차별정책에 항의해 거부했다.‘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51년)’,‘지옥의 묵시록(79)’ 등에서 열연했다.7월 타계. 크리스토퍼 리브(52) 가슴에 ‘S’자를 달고 붉은 망토를 걸친 불멸의 ‘슈퍼맨’.78년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슈퍼맨에 발탁된 뒤 83년까지 3차례 시리즈에 출연했다.95년 승마대회에서 목뼈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됐다. 재활치료 끝에 휠체어를 타고 영화에도 출연했으나 10월 심장마비로 숨졌다. 장애인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다. 에스티 로더(97) 지난 4월 타계한 미 화장품업계의 여왕. 그가 창안한 ‘공짜샘플’과 ‘고급매장’ 전략은 20세기 모든 마케팅의 표본이 됐다. 부엌에서 만든 미용크림으로 46년 에스티 로더를 창업했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현재 세계 130여개국에서 50억달러어치의 화장품을 판다. 프랜시스 크릭(88) 1953년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처음 발견한 영국의 생물학자. 지난 8월 결장암으로 미 샌디에이고에서 숨졌다. 인간의 유전정보가 다음 세대로 복제되는 과정을 밝힌 공로로 62년 노벨상을 탔다. 생명공학 산업의 기초를 일궈 다윈과 멘델에 견줄 만한 과학자로 평가된다. 이밖에 할리우드의 여배우로 ‘킹콩’의 페이 레이(96)와 앨프리드 히치콕의 스릴러 ‘사이코’에서 열연한 재닛 리(77)가 8월과 10월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내전을 카메라에 담은 전설적 사진작가 앙리 브레송(96)은 8월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슬픔이여 안녕’의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69)은 9월에 타계했다. 자신을 마담으로 부르도록 한 네덜란드의 여왕 줄리아나(94)는 1월에, 장징궈(蔣經國) 전 타이완 총통의 부인인 장팡량(蔣方良·88)은 지난 15일 사망했다. 1968년 북한에 피랍된 미 첩보함 푸에블로호의 함장 로이드 부커(76)는 1월에 죽었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창시자 셰이크 아메드 야신(66)은 이스라엘의 헬기 공격으로 숨졌다. 의약업계의 황제 잭 에커드(91)와 이탈리아 자동차 왕국 피아트의 움베르토 아그넬리(69)는 5월에 운명을 달리했다.
  • 전남 해남·충남 서산등 5개 시·군 유치전 치열

    경남 진해에서 옮기게 될 해군 교육사령부를 붙잡기 위해 전남 해남·영암·신안 등 3개 군과 충남 서산시, 강원 동해시 등 전국 5개 시·군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군은 진해의 현 교육사령부(78만평)가 비좁고 시내권으로 편입되면서 100만평 규모의 새터를 찾고 있다. 사업비 3000억여원에 2007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의 연간 교육생은 1만 5000여명이고 영외 거주자 등 주변 상주인구는 2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전남 해남군은 정유재란 때 배 12척으로 왜선 300여척을 수장시킨 충무공의 명량대첩지(울돌목) 인근 등 2개 후보지를 선정해 해군에 제시했다. 제1 후보지로 문내면 용암리와 황산면 옥동리 사이 간척지 180만평을 추천했다. 이곳은 울돌목과 500m 거리로 역사적 유적지 인근인데다 땅 임자가 1명이어서 매입이 쉽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목포시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고 국도 18호선(해남읍∼진도읍) 주변으로 접근성도 좋다. 특히 여기서 6㎞쯤 떨어진 산이면 덕호리 간척지 90만평에다 해군이 통신기지를 건설중이다. 제2 후보지로는 흙 매립공사를 마치고 논바닥을 고르고 있는 영산강 3-2 간척지구인 계곡면 잠두리와 덕정리 사이 160만평이다. 영암군은 민·관으로 유치위원회(70여명)를 구성하는 등 범 군민이 나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위원회는 금정면과 군서면을 후보지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신안군도 목포시와 다리로 연결중인 압해도 일대 공유수면을 매립해 후보지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충남과 강원도에서도 자치단체의 행정적 편의 등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사각사각 삭사각.’ 입속에서 씹는 소리가 유별난 연근(蓮根). 연근만큼 웰빙 바람의 덕을 본 작물도 드물다. 격식을 차린 전통한식 밥상에 찬거리로 간간이 올랐던 연근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식물로 알려지면서 웰빙이라는 훈풍을 만나고 있다. 어느 날 석가가 중생들을 모아 놓고 설법 대신에 난데없이 연꽃 한송이를 들어 보였다. 모두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제자 가섭만이 ‘연꽃은 진흙속에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더러운 것이 묻지 않듯이 불자 역시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추함에 물들지 말고 오직 선을 행하라.’라는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를 가진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인 염화시중 또는 염화미소란 말의 유래다. 이처럼 연은 그동안 식용작물보다는 불교의 상징물로 더 알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연근은 불교의 상징물만이 아닌, 농약에서 해방된 안전한 먹을거리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구라고 하면 빼곡한 섬유공장으로 인해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연근의 국내 최대 집산지다. 대구사람들조차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근의 절반 정도가 대구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에서 연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동구 사북·금강·대림동 일대의 속칭 반야월. 이곳은 토질이 비옥한데다 부근에 안심습지가 있고 금호강을 끼고 있어 연근 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금호강 주변 늪지대에 아무렇게나 자생하던 연을 1950년대 중반, 부자들만 먹는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농가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재배에 나서게 됐다. 반야월 연근단지는 재배면적이 95㏊에 이르며 국내 생산량의 절반인 연간 3000t의 연근을 생산한다. 연은 연꽃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이집트가 원산지. 매년 4월 중순 파종해 그해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거의 연중 내내 수확된다. 식용뿐만 아니라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가 가능하다. 좋은 연근은 몸통에 흠이 없고 통실통실하며 마디가 굵고 일정하면서 잎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반야월 일대는 유기질이 많이 함유된 점토가 널리 분포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연근보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연근은 열을 내리고 피를 서늘하게 하며 출혈을 막아주는 약효가 있어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며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나는 것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코피가 자주 나는 어린이에게 연근즙을 내어 먹이면 잘 낫고 눈에 열이 나고 핏발이 서는 것도 가라앉혀 준다. 연근즙은 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며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좋다. 연근 30g을 강판에 간후 생강즙을 한숟갈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연근을 익혀서 먹으면 비·위장을 건실하게 해 소화기능을 돕고 오래 먹으면 화내는 것을 가라앉게 하는 효과도 있다. 연근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하다. 깨끗이 씻은 연근의 껍질을 벗기고 얄팍하게 썰어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에 불린 쌀과 연꽃 열매를 넣고 약한 불에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하면 담백한 연근죽을 맛볼 수 있다. 또 연근을 강판에 갈아 찹쌀가루와 반죽해 새알심을 빚어 놓은 후 미역과 들깨가루를 넣어 끓이면 연근 찹쌀수제비가 된다. 연근을 4㎜정도 두께로 썰어 식초물에 살짝 삶아 물기를 빼둔 후 육수, 진간장, 청주, 설탕, 커피, 물엿, 후추를 넣고 윤기가 나도록 졸여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내면 맛있는 연근조림이 된다. 연근 구멍에다 물에 불린 찹쌀과 당근 등 채소를 다져 넣고 찜통에 쪄내는 연근밥은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대구농업기술센터가 연근을 이용한 음료수 개발을 진행중이다. 소비자들이 흙에 묻은 연근을 구입해 껍질을 벗겨야 하고 쓰레기가 나오는 번거러움을 덜어주기 위해 연근을 세척후 진공포장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대구 반야월농협 (053)962-2881.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발언대] 나무가 숨쉬게 하자/조연환 산림청장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둔 도심의 나무들이 장식용 조명등을 달고 온몸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 나무들의 이러한 희생(?)으로 삭막한 겨울 도심거리는 화려하게 빛난다. 조명등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면서 아름다움보다는 ‘나무에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일이다.36개월 된 손녀를 데리고 시내에 나갔다가 불을 밝히고 서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예은아, 저 나무들 참 예쁘지?”하고 물었다. 그런데 손녀가 하는 말은 “할비! 저 나무 누가 저렇게 했어. 나무가 앗, 뜨거 하잖아. 나무가 아프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 아닌가. 순간 36년간 산림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누구보다 나무를 사랑한다고, 나무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장식용 조명등을 달면 나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므로 조명등을 설치할 경우에는 나무들이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12월에 시작해서 2월말 이전에는 철거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도심의 나무들이 고통을 받는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나무는 뿌리로도 숨을 쉬며 물과 양분을 공급받는다. 나무는 가지가 뻗어 나가는 만큼의 뿌리를 뻗을 공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도심의 나무들은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뿌리뻗을 공간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키는 자라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생육공간이 좁아져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봄, 과천 정부청사 안에 심어진 가로수 주위의 콘크리트를 걷어 내고 보드라운 흙과 유기질 비료를 넣어 주고 공기통을 설치해 주었다. 나무들은 감옥에서 해방된 기쁨으로 춤추며 신나게 잘 자랐다. 늦가을까지 푸름을 유지했다. 조사해 보니 엽록소의 양이 3배이상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나무가 행복한 도시라야 사람들도 행복한 도시가 아니겠는가? 오늘도 조명등을 달고 온몸으로 불을 밝히는 나무에게 말한다.‘나무야 미안하다. 내년에는 신바람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보아 주마. 이 겨울을 잘 견디어다오.’ 조연환 산림청장
  • [씨줄날줄] 브나로드 운동/이기동 논설위원

    모스크바국제공항의 정식이름은 세르메체보국제공항. 세계 유수 여행사들이 서비스, 청결, 안전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의 국제공항’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그 이름만은 러시아 역사상 최고의 한량, 세르메체프백작을 딴 것이다. 모스크바 교외에 위치한 그의 저택은 일명 작은 베르사유궁이라고 불리는데, 지금도 18세기 러시아귀족들의 영화를 엿보는데 손색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저택 안내판에는 그가 거느린 농노가 20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농노제의 위세를 짐작케 한다. 백작인 그가 농노의 딸을 정식 아내로 맞아들였다는 기록은 그가 탐욕의 화신처럼 돼있는 다른 러시아지주들과는 자못 다른 유의 귀족이었음을 은근히 내비친다. 혁명 뒤 볼셰비키들이 모스크바국제공항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도 그가 신분, 계급을 넘어 러시아인들의 존경을 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1917년 볼셰비키혁명 때까지 제정 러시아는 철저한 농노국가였다. 따라서 19세기 러시아의 지식인들이 농민계몽을 혁명의 첫 단계로 삼고 ‘브나로드(V Narod·민중속으로)’운동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볼셰비키혁명의 성공도 사실은 브나로드운동에 힘입어 황제 차르와 대지주의 권위를 우습게 보기 시작한 계몽된 농민들 때문에 가능했던 셈이다. 일제하 이 땅의 젊은 지식인들이 브나로드운동에 눈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심훈의 ‘상록수’는 이광수의 ‘흙’과 함께 계몽형 브나로드 소설의 대표작이다. 다만 한국판 브나로드의 주인공들은 공산혁명가가 아니라, 농민계몽으로 식민시대의 질곡을 헤쳐보려던 젊은 남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적 또한 대지주가 아니라, 갖은 교활한 꾀로 이들을 괴롭히던 주재소 일본 순사들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석연변호사가 주도하는 헌법포럼이 헌법 브나로드운동을 주창해 화제다. 급진세력의 개혁독점을 배격하고, 헌법정신이 국민의 구체적 삶에 파고들도록 만들겠다는 결의다. 일반국민 뿐아니라, 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 이후 헌법재판소 때리기에 나섰던 여권 일각의 급진세력 또한 이들의 계몽대상이다. 어지러운 세상, 사실 헌법보다 더 좋은 나침반이 또 있겠는가. 반개혁, 반노(反盧)라고 성급하게 매도하기보다는 헌법바로세우기 운동쯤으로 받아들이며 어디로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길섶에서] 흙냄새/심재억 문화부 차장

    흙냄새를 잊고 산 지 오래다. 봄날, 어쩌다 애들 채근에 밀려 화분 분갈이라도 할 때가 아니면 흙 만질 일이 없다. 그러니 언감생심 냄새이겠는가. 소싯적, 이맘 때면 흙냄새에 묻혀 살았다. 벼를 베어낸 뒤 빈 논을 갈아엎는 쟁기 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보습에 동강난 미꾸라지가 지천에 널렸고, 막 새싹을 드러낸 보리밭을 뛰며 연이라도 날릴라 치면 어느 새 바짓가랑이가 흙투성이가 되곤 해 야단을 맞았던 기억은 차라리 일상에 가까웠다. 그 속살 드러낸 흙에서 풍기는 냄새는 바로 생명의 증거, 그것이었다. 모든 곡식이 그 흙에 뿌리내리고 자라 일용할 밥과 찬거리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란 사람들이 이제는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냐는 듯 흙을 잊고 산다. 요새 수십층씩 올라가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인기다. 모두들 선망하는 탓에 프리미엄이라는 것도 소시민들이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그런 엄청난(?) 곳에도 없는 게 있다. 바로 내가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기도록 깨우치게 하는 대지의 주술(呪術), 흙의 향기다. 어디든 땅의 축복이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사막 아니겠는가.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본업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홍신 ‘21세기 장총찬’ 쓴다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본업으로 돌아온 소설가 김홍신 ‘21세기 장총찬’ 쓴다

    그 이름은 ‘권총찬’이었다. 그러나 군부의 사전 보도검열 때문에 ‘장총찬’으로 바뀌었다. 장총찬의 아버지는 서부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장총을 든 주인공들이 악의 무리를 죄다 쓰러뜨리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래서 아들 이름을 장총찬으로 지었단다. 어쨌든, 그는 1980년대의 ‘인간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당대를 풍미했다. 소설가 김홍신(57).1년전 이맘 때 국회의원직을 돌연 사퇴했다.4개월 뒤,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재도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500여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젠, 정치무대와 완전 고별하고 본업인 작가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시집을 하나 내놓아 ‘시인’으로서 명함을 추가했다. 그는 서슬이 퍼렇던 80년 군사정권 시절에 ‘인간시장’의 장총찬을 배짱으로 등장시켰다. 이는 신군부를 겨냥하는 모습처럼 비쳐졌다. 원고는 살얼음 걷듯이 아슬아슬하게 검열대를 통과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결국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에서도 100만부 이상 팔릴 수 있다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정치판에서 새로운 무공을 쌓은 그가 이제 ‘21세기 장총찬’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내년 2월 수필집을 낼 예정이다. 소설, 시, 수필 등 장르를 자유자재로 뛰어넘으며 작품세계가 더 깊어지는 듯하다. 지난 3월에는 부인과 사별하는 등 인생의 전환점도 맞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자택에서 2시간 동안 만났다. ●내년 봄 달라이 라마 만날 것 서울고 뒤편에 위치한 그의 집은 2층 단독주택이었다.20년째 살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1만여권의 각종 서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지하창고에도 골동품 같은 서적들이 1만여권 있단다. 그러나 몇해전 동파이프가 터져 물벼락을 맞는 바람에 소중한 자료들이 못쓰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창밖을 넌지시 바라본다. “빚쟁이로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빚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종로구민한테도 그렇고, 부모님, 국가, 민족에게도 빚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 빚을 갚을 수가 없어요. 대신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용서하고…. 그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정치인 8년이면 작가로서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자 소재가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이어령씨도 정치판에서 얻은 경험을 잘 살려보라고 권유했지만 실명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뒤따른다.”고 했다. 이어 “작가는 등장인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전지적 능력은 있지만 옳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 “선과 악에 대한 공정성과 공평성, 또 작가가 옳다고 하는 확증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 산이 하나 있습니다. 동쪽에서 보면 서쪽산이요, 서쪽에서 보면 동쪽산입니다. 동과 서, 방향에 따라 주관이 각각 다릅니다. 객관적일 필요가 있지요. 사실, 태양이 뜨고 진 적이 한번이라도 있나요. 지구 자체가 돌고 있을 따름이죠. 인생이라는 것이 갈등이고 목마름입니다. 물이 흐르는 이유는 산과 땅이 꾸불꾸불 삐뚫어져 있기 때문이죠. 우리 인생은 물 흐르듯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떤 도의 경지에 이른 수사(修辭)처럼 느껴졌다. 김씨는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교철학에도 조회가 깊다. 지난해 3월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과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며 침묵의 걷기 명상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또 내년 봄, 티베트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달라이 라마와 직접 만나 초청의사를 전달하고 수행과 정진의 깊이를 몸소 체험할 예정이란다. 그는 이어 책상에 올려진 의정활동을 담은 500쪽짜리 두툼한 책자를 꺼내들며 “이런 책이 여덟권이나 된다.”고 웃었다. “글쓰던 사람이 정치 하니까 처음에는 주위에서 우려와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저는 정말 열심히 (의정활동)했습니다. 옳은 일에 앞장서고 쓴소리도 많이 했지요. 나중에는 ‘저런 사람이 정치를 왜 진작 안했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습니다. 요즘 문학계 인사들을 만나면 ‘자존심을 세워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그의 언행은 거의 날마다 매스컴에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칼날같은 매서움으로 공무원들을 몰아붙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미워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가장 믿음직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는 절대 발설하지 않는 신뢰와 관용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트북’ 같은 예쁜소설도 구성중 ‘21세기 장총찬’은 언제 탄생하느냐고 물었다. 즉 ‘신(新)인간시장’이다. 그는 정치판의 이런저런 경험을 살려 책을 쓴다면 적어도 10여권짜리는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구상 단계는 이미 끝났음을 암시했다. “(80년대 장총찬보다)정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물을 그리고 싶습니다. 가령 아주 매끄러운 정원석이 있지 않습니까. 돌을 깨서 서로 막 돌리면 나중에 예쁜 정원석이 됩니다. 젊어서는 강한 기질로 사회를 비판하고 기존의 윤리와 도덕을 거부하려는 몸짓, 그런 과정을 통해서 숙성됩니다. 이제는 거친 응징이 아닌,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응징을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담담한 인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약간 그려진다. 거침보다는 부드러움, 튀는 것보다는 담담한 인물이 생각났다. 이같은 ‘신인간시장’도 쓰겠지만 영화 ‘노트북’같은 예쁜 소설도 써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욕이 새록새록 생긴다는 것. 이미 자료수집이 다 끝난 작가적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최전방 소대장 때 北장교와 총격전 그는 충남 공주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걸레질, 변소청소 등 집안의 온갖 굳은 일은 도맡아 했다. 얼마나 혹독했던지 처음에는 계모로 여길 정도였다. 하루는 친척뻘 되는 아이를 두들겨팬 일이 있었다. 그쪽 집안의 5형제가 와서 보복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을 길가 나무에 새끼줄로 꽁꽁 묶어놓고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루종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네사람들이 수십번 만류해서야 겨우 일어섰을 정도였다. 또 한번은 동네의 곱추를 놀렸다가 호되게 맞았다. 그런 다음 장애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보란듯이 음식을 마련해주었다. 거짓말하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용서 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이는 오늘날의 ‘김홍신’을 있게 한 토대가 됐다. 건국대학 3학년때 대학신문 문화상에 소설이 당선됐고 4학년 때는 전국 문화예술축전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졸업 후 광주보병학교에서 장교훈련을 받고 6사단 최전방 철책근무 때였다.71년 7월 1일 새벽. 그는 북한군 장교 3명을 발견 총격전 끝에 전원 사살하는 무공을 세웠다. 마침 이날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 날. 언론 등에 의해 무공이 부풀려지면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행이 곧 닥쳤다. 거적을 아무렇게나 덮어 가매장된 북한 장교의 시신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무를 깎아 십자가를 만들었다. 이어 소대원들과 기도를 했다. 그러자 빨갱이로 몰려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때 “죽은 자는 흙이다. 영화에도 보면 적장이 죽었을 때 경례를 붙이지 않느냐.”라고 대들었다. 80년대 중반에는 실천문학운동에 뛰어들었다. 고은, 이호철, 신경림, 송기숙, 백낙청, 이문구 등과 인권운동에 매달렸다. 그러던중 하루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불러 “머리 깎은 내가 하랴,(정치판에)참신한 젊은이가 있어야 해.”라고 권유했다. “인생은 일회용 휴지와 같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행복해야 합니다.”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지우지 못해서인지 가급적 외출은 삼가고 있다. 청탁받은 칼럼, 또 소설쓰는 일 등 할 일도 많단다. 집안 일은,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단다. 주위에서 그를 가리켜 “체형은 왜소하지만 사회를 관통하는 깊이와 날카로움은 무궁무진한 사람”이라고 주저없이 표현한다. 최인호씨 역시 “첫 모습은 작지만 금방 6척장신을 능가하는 풍모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21세기 장총찬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km@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싹 난 감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싹 난 감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

    바야흐로 겨울식품을 준비하는 계절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저장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김장독을 땅에 파묻는다든지,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려 저장한다든지, 각종 발효음식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 모두가 선조들의 빼어난 지혜의 소산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훌륭한 지혜가 김치냉장고나 성장억제제와 같은 약품에 의해 대체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겨울에 먹는 식품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의 식탁에까지 공급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무뎌지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그런 문명의 이기(利器)가 선조의 지혜를 별 문제없이 대체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감자다. 감자는 보통 ‘땅 속의 사과’라고 부른다. 감자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감자 2알 정도만 먹으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C를 모두 섭취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비타민B1은 사과의 10배나 되고, 비타민B2,B3도 사과보다 3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감자가 좋다. 칼륨은 여분의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감자에는 나트륨보다 12배나 많은 칼륨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예방한다며 공복에 감자 생즙을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유익한 감자지만 겨울에 먹을 때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에 수확해 저장하는 동안에 감자에 독성 물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를 햇볕에 오래 노출시키거나 오래 보관하면 표면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싹이 난다. 바로 이 부분에 솔라닌이라는 독성 물질이 생긴다. 흔히들 감자 싹은 주의하지만 초록색으로 변한 곳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주의해야만 한다. 솔라닌은 구토, 설사 등의 식중독 증세와 면역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싹과 초록색 부분을 깨끗이 도려내고 먹는 것이 좋다. 싹을 도려낼 때에는 눈 부분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싹이 나지 않은 저장 감자를 당연히 선호하겠지만 한번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감자의 수확은 보통 6월 말에서 7월 초에 하고 저온창고에 보관해도 보통 6개월을 넘겨 저장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늦은 겨울부터는 싹이 조금씩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싹이 나오지 않은 감자만 유통되는 것은 일부 하우스 감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성장억제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감자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햇감자와 묵은 감자는 표면에 묻은 흙의 색과 습도로 금방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묵은 감자이면서 2,3월이 지난 후에도 싹이 나지 않은 것은 차라리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유기농 매장에 나오는 감자는 싹을 심을 때부터 살균처리를 하지 않고, 유기 퇴비로 길러 수확한 것을 저온창고에 저장했다가 파는 것이다. 이 때문에 3월만 되어도 싹이 나기 시작한다. 싹이 난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 싹만 잘 도려내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감자를 사다 집에 잠시라도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면 종이 상자에 넣어서 직사광선을 받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두는 게 좋다. 이때 감자 싹이 나지 않도록 하려면 박스 안에 사과 한두 개를 함께 넣어두는 방법이 있다. 감자를 원료로 한 제품을 구입할 때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유전자조작 감자를 사용했는지의 여부다. 매장에서 파는 생감자는 문제가 없겠지만, 가공하여 냉동상태로 수입하거나 감자 녹말가루, 건조 감자, 당면 등의 가공품, 감자 스낵의 경우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수입 감자를 원료로 한 식품은 먹지 않는 게 좋다. 감자를 조리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잘못 알려진 상식 중에 하나가 감자를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문제는 감자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조리과정에 있다. 감자와 비교할 때 같은 양의 감자 칩은 7배, 감자튀김은 2배나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감자를 기름에 튀기거나 볶지 말고 찌거나 찌개에 넣어 같이 먹으면 된다. 또 감자는 단백질 함량이 낮은 편이어서 두유 등으로 영양 균형을 같이 맞춰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번 겨울, 맛있는 감자로 가족의 건강을 튼실하게 가꿔 보면 어떨까.
  • [빌딩 X 파일] 명동 유네스코회관

    서울 중구 명동 입구에 자리잡은 11층짜리 유네스코 회관. 쉽게 떠올리기 힘들겠지만,1967년 완공 당시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최신식 고층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시내 명물로 통했었다. 건물 주인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8층과 10층을 나눠 쓰고 있다. 이 건물에서 가장 볼 만한 곳은 유네스코가 운영하는 ‘작은누리(nuri.unesco.or.kr)’라는 생태공원.12층 옥상에 올라가면 190평 규모의 숲이 펼쳐진다. 옥상을 방수처리한 뒤 30∼50cm 두께의 흙을 깔아 야생덤불숲과 풀꽃동산, 연못, 텃밭을 만들어 놓았다. 반경 1.5㎞ 안에 있는 남산에서 날아온 새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중국대사관에서부터 덕수궁까지 서울명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도 일품이다. 2층에 위치한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미지센터·www.mizy.net)는 서울시가 세워 유네스코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센터내 ‘미지까페’에서 인터넷 서핑, 디지털 비디오디스크(DVD) 시청, 음악감상, 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모임터’는 세미나·공연 등을 하기 좋도록 빔프로젝터, 텔레비전, 비디오, 스크린 등이 갖춰져 있다.24세가 넘은 성인은 2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청소년은 공짜로 쓸 수 있다. 단,1주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11층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은 과거 ‘스카이 파크’라는 경양식집이 있던 자리. 귀한 집 자식이 명동성당에서 결혼하면 식사대접을 이 곳에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그러나 97년 화재 발생 뒤 리모델링을 거쳐 3년 전 다시 문을 열었다. 이밖에 유네스코 회관에는 병원, 피부관리실, 증권사, 사채업자 사무실 등이 있다. 이런 사무실들이 자리잡고 있는 덕에 유네스코 회관은 연간 40억원의 임대료(건물가는 350억원대 안팎)를 거둬들이는 ‘캐시카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대료는 유네스코의 기금으로 적립돼 국내 교육·문화·과학·청소년 사업 등에 골고루 쓰인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대륙의 찬란한 기억/광하해운문화공사 엮음

    중국에는 “살아서는 소주(蘇州), 항주(杭州)! 죽어서는 북망(北邙)!”이란 말이 있다. 하남성 낙양 북쪽의 망산, 일명 북망산은 산수가 깊고 흙이 두꺼워 대대로 묘 자리로는 최고로 꼽혔다. 최근 몇십년 동안 이 일대에서 발견된 묘는 이미 1만 기가 넘고, 출토된 유물도 30만 점이 넘는다. 마침내 1987년 망산에는 낙양 고묘(古墓) 박물관까지 탄생했다. 중국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박물관이 1800여 개나 있어, 수천년 중국 문명의 역사를 전한다. ‘대륙의 찬란한 기억’(광하해운문화공사 엮음, 박지민 옮김, 북폴리오 펴냄)은 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박물관 100곳을 골라 소개한다. TV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만큼 글은 영상 텍스트처럼 간결하고 생생하다. 편의상 역사박물관, 생활사박물관, 예술사박물관, 과학사박물관, 고궁·고성·고묘박물관 등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 설명한다. 중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문학자인 위추위(余秋雨)가 편집한 이 책은 무엇보다 딱딱해지기 쉬운 역사에 감정을 불어넣고 자유로운 상상여행을 떠나도록 하는 것이 특징. 책은 상나라 사람들은 귀신을 숭상했고, 주나라 사람들은 조상을 숭배했으며, 당나라 시대 중국은 청춘의 기운이 넘쳐났고, 송대의 문약함은 원나라의 강건한 기마문명을 낳았음을 구체적인 역사의 흔적을 통해 보여준다. 명대는 지천명의 사상을 표현했다는 지적도 흥미롭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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