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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화랑가, 동심을 부른다

    5월 화랑가, 동심을 부른다

    “어린이 관람객을 모셔라!” 5월 화랑가는 어린이 관객 유치 경쟁으로 불꽃이 튄다.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나섰다. 어린이 관객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가족동반 관람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들이다. 도심 갤러리도 좋고, 풀냄새 바람냄새 함께 하는 교외의 미술관이라도 좋겠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은 온가족이 함께 하는 미술관행 티켓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교육효과까지 챙길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형’ 전시가 곳곳에 푸지게 준비돼 있다. 전국의 36개 사립미술관들이 모인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는 아예 ‘예술체험 그리고 놀이-미술관 페스티벌’이라는 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각각 특색을 살린 전시 프로그램으로 ‘골라보는 재미’를 누리게 한 것. 특히 서울 시내의 주요 미술관들은 가족 단위의 아기자기하고 오붓한 참여를 앞다퉈 권한다. 환기미술관에는 가족 사진 한장만 들고 가도 얼마든 즐겁다. 가족 사진을 새롭게 꾸며보는 ‘추억 사진 꾸미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성곡미술관에서는 야외 조각공원에서 참가자들이 작품을 감상한 뒤 퀴즈를 맞추며 보물을 찾는 코너를 준비했다. 봄꽃을 직접 뜯어 공예작품을 만들어도 보고(상원미술관), 느긋하게 그림을 감상한 뒤 재미있는 말풍선 만화를 만들어볼 수도(사비나미술관) 있다. 수도권 외곽으로 발길을 돌리면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이 더 많다. 산수화를 그려보고(영은미술관), 자신의 손발을 석고로 떠보거나(모란미술관), 종이판화를 배워보고(마가미술관), 지점토를 만들 기회(전원미술관)가 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홈페이지(www.artmuseums.or.kr)에 들어가면 지방 미술관들의 프로그램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협회는 새달 3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미술관은 내 친구’라는 페스티벌 특별전도 연다.25명의 작가가 오감(五感)을 주제로 한 작품을 내놓고, 관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인터액티브 미디어아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 미술관도 어린이날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미술동화책 구연, 그림 책갈피 만들기, 도자기 자석 만들기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들로 하루가 채워진다.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고양 어울림미술관도 훈훈한 코너를 마련한다. 흙을 만지고 밟고 던지는 다양한 행위를 통해 흙의 물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자연에 대한 경외 담은 회화 집중 소개

    국내 대표적 추상미술가 이우환(72)과 함께 모노파(物派) 운동을 주도한 일본 현대 조각가 세키네 노부오(66)가 서울 이태원동 표갤러리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모노파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둔 채 사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예술운동. 흙을 파서 원통형으로 제작한 1968년작 ‘위상-대지’는 모노파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는 ‘환경미술’이란 개념조차 낯설었던 1970년대 초 환경미술 전문스튜디오를 설립한 선구적 작가이기도 하다. 국제적 스타로 떠오른 것은 1970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로 발탁되면서부터. 이후 그는 세계 주요 미술관들에서 쉼없이 초대전을 열어왔다. 일본 도쿄도청사, 도쿄 세타가와미술관, 노르웨이 오슬로시, 서울 신라호텔, 부산 아시아드 조각광장 등에 그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번 서울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조각 및 회화 40여점. 금박의 평면 화면을 찢고 긁고 구멍을 내는 작업방식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를 담은 회화 작품들을 집중 소개한다. 최근 전시를 앞두고 내한한 작가는 “원래 전공은 평면 회화였다.”며 “조형물이든 회화이든 매체가 다를 뿐 작품에 담기는 뜻은 똑 같다.”고 말했다. 새달 13일까지.(02)543-7337.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프로야구] 김동주·홍성흔 ‘웅담포’ 터졌다

    [프로야구] 김동주·홍성흔 ‘웅담포’ 터졌다

    한화가 비로 38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등 거친 날씨를 뚫고 2연승을 달리며 개막전 이후 처음 4위에 올랐다.KIA는 최희섭의 2점포를 앞세워 우리히어로즈에 시즌 첫 한 점 차로 역전승했다. 한화는 22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선발 정민철의 호투와 장단 8안타를 집중시킨 타선에 힘입어 4-3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지난해 7월8일 잠실전 이후 LG에 8연승했다. 정민철은 6이닝을 6안타 2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2패)째를 챙기며 지난해 6월10일 이후 LG전 4연승을 질주,‘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선도 한화가 잡았다.1회 초 윤재국·덕 클락의 연속 볼넷과 김태균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4회 2사 2루에서 김민재·이영우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보탰고,6회 1사 1·3루에서 이영우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4-0으로 앞섰다. LG는 2-4로 뒤진 8회 말 2사 만루 때 대타 채종국을 내세웠으나 헛방망이질로 물러나 역전 기회를 놓쳤다.9회에도 선두 타자 이대형이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 2루를 훔친 뒤 박용근의 우전 안타로 한 점을 쫓아갔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 한 점 차로 무릎을 꿇었다. KIA는 광주에서 모처럼 최희섭의 활발한 공격력 덕에 우리히어로즈에 4-3의 재역전승을 거두고, 간신히 승률 3할(6승14패)을 찍었다. 최희섭은 0-1로 뒤진 4회 2사 2루에서 2점포(시즌 4호)를 쏘아올려 승부를 뒤집었고,2-3으로 역전당한 8회엔 1사 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2사 1루에서 김원섭의 3루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2득점, 다시 승부를 뒤집은 것. 히어로즈 두 번째 투수 송신영은 7회 말 선두 타자 김종국 타석 때 마운드가 비에 젖어 진흙탕으로 변하자 숟가락으로 스파이크 흙을 털어내며 공을 던져야 했다.KIA 마무리 한기주는 5세이브(1패)째. 두산은 대구에서 삼성 선발 전병호를 홈런 두 방을 포함해 안타 7개로 6점을 뽑아내며 2와3분의2이닝 만에 강판시키고 7­6으로 이겼다. 특히 전날까지 팀 홈런(5개) 꼴찌를 달린 두산은 3-0으로 앞선 3회 2사 뒤 김동주·홍성흔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손쉽게 낙승하는 듯했지만 삼성의 거센 추격에 한 점 차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전병호는 3연패(1승)에 빠지며 올시즌 두 번째로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수모를 안았다. 두산 선발 김명제는 5와3분의2이닝을 6안타(1홈런) 3실점으로 막고 2승(1패)째. 한편 문학 SK-롯데전은 비로 취소됐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AI 살처분 매몰지역 수질오염 우려…방지시설 기준 마련 시급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돼 매몰되는 닭과 오리의 환경오염방지 기준이 없어 수질오염이 우려된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살처분된 가금류에 대해 개략적인 매몰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매몰 기준에는 ▲구덩이는 사체를 넣은 뒤 사체의 상부부터 지표까지 간격이 2m 이상 되도록 파야 하며 ▲구덩이 바닥과 벽면에는 비닐을 덮고 ▲구덩이 바닥에는 비닐부터 적당량의 흙을 투입한 후 사체를 투입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사체의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올 경우 톱밥을 충분히 뿌려주도록 했다. 그러나 침출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바닥과 벽면에 까는 차수막의 두께와 종류, 규격 등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침출수는 오염성이 매우 강하지만 매몰지 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어 사후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몰된 가금류의 사체에서 침출수가 발생해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매몰지 인근 지역에 대한 상수도 시설 지원도 시급하다. 농촌은 아직도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지역이 많아 주민들이 침출수로 오염된 식수를 사용할 경우 건강을 크게 위협받게 된다. 그러나 지방정부 재정상태가 열악해 농촌지역 상수도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도는 이번에 AI가 발생한 김제시 용지면 일대 상수도 확충을 위해 387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해 이 중 286억원을 국비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은 허점이 많아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며 “주민 건강을 위한 상수도 확충사업도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삼면초가’에 몰린 미국의 중동정책

    ‘삼면초가’에 몰린 미국의 중동정책

    1. ‘전쟁불사’ 최후통첩 이라크에 전운이 다시 짙어지고 있다. 반미 강경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친미 정부에 자신의 추종세력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지 않으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라크내 수니파 무장단체인 알 카에다도 이라크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한달 동안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BBC,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알 사드르는 이날 “이라크 정부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평화의 길을 찾지 않는다면 자유를 찾을 때까지 전쟁을 선언하겠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사담 후세인 정권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 사드르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친미 온건 시아파인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알 사다르의 무장조직인 마흐디 민병대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다시 벌인 직후에 나온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새벽 미군과 영국군의 지원을 받아 마흐디 민병대의 근거지인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 시에 진격, 통제권을 장악했다. 압둘 카림 칼리프 내무부 대변인은 “우리 군은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바스라 시의 중심지인 하야니야 지역에 주둔했다.”고 말했다. 알 사드르측의 바스라 시 책임자인 하리스 알 이드하리는 “알 사드르의 휴전 명령으로 정부군의 공격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25일 바스라 시를 선제 공격해 6일간 마흐디 민병대와 격렬한 전투를 벌였으나 알 사드르가 철수를 선언해 무력충돌이 잠정 중단됐었다. 이라크 정부는 이와 더불어 이날 새벽 마흐디 민병대의 또다른 근거지인 바그다드 사드르 시티를 공격,12명이 죽고 130여명이 다쳤다. 미군은 사드르 시티를 고립하기 위해 이 지역의 남쪽 경계에 장벽을 설치 중이다. 알 말리키 총리는 지난 7일 “마흐디 민병대를 해산하지 않으면 알 사드르 추종세력은 선거 등 모든 정치일정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알 사드르는 2004년 두차례 무장투쟁을 선동해 미군과 충돌을 빚었으나 2006년에는 정치 무대로 진입해 알 말리키 총리의 집권을 도왔다. 현재 이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알 사드르는 “지난해 8월 휴전을 선언하고 정부군과의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정부군은 암살로 보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권력을 장악한 시아파 내부의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니파 무장단체인 알 카에다 조직도 공격을 선언했다. CNN은 이날 미국의 테러감시단체인 SITE를 인용, 아부 함자 알 무하지르라고 자신을 밝힌 이라크내 알 카에다 지도자가 인터넷 성명을 통해 “한달간 미군을 공격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물은 2006년 미군의 공격을 받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사망한 뒤 이라크내 알 카에다의 지도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 TV나온 군사전문가들도 알고 보니 군수업자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주요 TV에 소속된 군사문제 평론가들을 배후 조종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호적인 보도를 이끌어 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폭로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들 대부분이 전쟁과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군수업체와 연계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예산 등 자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 언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확보한 이메일이나 의사록 등 수년에 걸친 8000여쪽의 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논평을 위해 TV에 출연하는 군전문가들은 퇴역한 군 고위 관리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로비스트나 업체 중역, 컨설턴트 자격으로 군수업체를 대변한다는 내용은 시청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들은 이라크 등의 방문을 지원받았을 뿐만 아니라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고 백악관과 국무부, 법무부 관리들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기도 했다. 국방부 내부 자료는 이들을 ‘메시지 확대론자’나 ‘대리인’으로 언급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3. 아프간 “기형아 늘어” “미군은 단 한 번도 열화우라늄탄 사용 여부를 통보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미군이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2001년 탈레반 정권 축출 전쟁 당시 미군의 열화우라늄탄 사용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고 20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보건부의 파이줄라 카카르 차관은 19일(현지시간) “2001년 말 미군이 집중 공격했던 토라 보라 지역에서 기형아 출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아프간 정부는 전쟁 지역의 흙과 물 등을 채취하고 전쟁 전·후의 기형아 출산 비율 등을 추적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카카르 차관은 “열화우라늄탄 사용이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는 직접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다.”라고 했다. 유전적 문제나 식료품 부족 등 다른 원인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미군은 열화우라늄탄의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열화우라늄탄은 ‘걸프전 증후군’으로 불리는 참전 미군 질환의 주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걸프전 증후군’은 방사능 피폭현상과 동일하다. 기형아가 태어나고 암 발생률이 급증한다. 유엔도 ‘사용금지 대상무기’로 분류했다. 미군은 1991년 걸프전쟁에서 처음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해 이라크 전차 1200여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열화우라늄탄은 원전연료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열화우라늄을 사용해 만든 포탄이다. 금속의 밀도가 높아 두꺼운 장갑도 쉽게 뚫는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하청업체 부도… 율촌산단 5일째 ‘공사 중단’

    전남 여수 율촌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하청업체 부도로 5일째 사실상 중단됐다. 18일 공사 발주처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율촌 1산업단지 조성공사에서 자갈과 흙 등 골재를 공급하던 여수 소재 금남산업개발이 지난 1일 최종 부도처리돼 지난 14일부터 장비들이 일손을 놓았다.이 회사에 장비와 자재를 납품하던 25개 영세업체들은 어음으로 받은 20억원을 포함해 34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남산업개발은 원청업체인 현대건설로부터 지난달 4일 8억원, 율촌산단내 다른 공사현장 5곳에서 11억원 등 19억원을 현금으로 받은 뒤 부도를 냈다.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8년째 AI 청정농장 운영 김모씨 비결

    전남 나주에서 닭 7만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김모(45)씨는 1년에 5차례 35만∼40만마리를 출하한다. 이곳저곳에서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집단 폐사하는 요즘, 이 농장은 지난 8년 동안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17일 기자가 만난 그는 차분하게 그 비결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신분 노출은 끝내 거부했다. 이 농장은 나주의 AI감염 농장과 10㎞쯤 떨어져 있다. 지난 2003년 나주를 강타했던 AI 발생 농장과는 5㎞ 거리다. 농장은 5중 보온덮개에 강제식 환풍기를 단 하우스형 계사(닭장)로,400㎡짜리 7동이 있다. 이곳에 들어온 병아리는 35일 만에 팔려간다. ●환전기 실내기온 7도 안팎으로 맞춰야 그는 이른 봄 환절기에는 사람도 그렇지만 닭도 밤낮의 온도차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요즘 밤낮의 온도차가 12도 이상인데 실내온도를 7도 안팎으로 맞춰야 합니다. 닭이 호흡기 질환에 아주 약한 데 한 마리라도 질환에 걸리면 한나절도 안돼 다 전염됩니다.” 김씨는 건강한 닭이 먹이도 잘 먹는다는 상식적 대목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줬다. 평소 닭이 마시는 물과 사료에 넣는 백신만으로도 예방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AI가 그의 농장 인근에 발생했지만 평소처럼 백신을 투여하고 소독 횟수도 늘리지 않는다. 그는 “추운 겨울에는 밤낮의 온도차가 심하지 않아 닭도 병에 덜 걸리지만 봄철 환절기에는 온도차로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2만∼3만마리씩 영세하게 키우는 농가들은 비싼 기름값 때문에 날이 풀렸다 하면 온풍기를 너무 일찍 꺼버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사내 온도를 27도로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서는 다른 지역 네댓 명의 농장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엔 왕겨 20㎝ 두께로 깔아 “닭이나 오리는 온도와 환기 등 사육 환경만 어느 정도 갖춰 놓으면 AI 등으로 인한 집단폐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 24시간 끊지 않고 환풍기를 돌린다. 계사 동마다 천장에는 7개의 원통형 환기구를 설치해 놓았다. 강제식 열풍기가 온도가 떨어지는 자정과 새벽에 자동으로 가동된다. 기름값만 한 달에 500여만원 들어간다. 또 계사의 보온덮개 맨 밑 50㎝가량을 걷어 올려 바람이 드나들도록 통로를 만들었다. “열풍기가 가동되면 뜨거운 바람이 실내에 퍼진 병균을 태워 없애는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자연소독을 하는 장치인 셈이다. 닭이나 오리는 분변물이 많아 바닥이 지저분하게 젖어 불결해지기 쉽다고 했다. 그래서 바닥에는 왕겨를 15∼20㎝ 두께로 깔아준다. 닭은 한 달에 1∼2번, 오리는 3∼4일에 한번씩 새 왕겨로 바꿔야 한다는 것. 또 1년에 한 번은 계사 바닥을 소독효과가 있는 황토로 흙을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세농가는 목돈이 들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농장과 멀지 않은 논에는 오리를 1만∼2만마리 기르는 비닐하우스가 수십동 있었다. 시금치나 상추를 기르는 크기의 비닐하우스 안에 오리들이 빼곡했다. 밀식 사육을 하는 현장이다. 김씨의 지적대로 이 농장은 바닥이 축축하게 젖었고 악취가 진동하고, 온풍기나 보온덮개도 없었다. 나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8년째 AI청정농장 운영하는 김모씨 비결

    전남 나주에서 닭 7만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김모(45)씨는 1년에 5차례 35만∼40만마리를 출하한다. 이곳저곳에서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집단 폐사하는 요즘, 이 농장은 지난 8년 동안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17일 기자가 만난 그는 차분하게 그 비결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신분 노출은 끝내 거부했다. 이 농장은 나주의 AI감염 농장과 10㎞쯤 떨어져 있다. 지난 2003년 나주를 강타했던 AI 발생 농장과는 5㎞ 거리다. 농장은 5중 보온덮개에 강제식 환풍기를 단 하우스형 계사(닭장)로,400㎡짜리 7동이 있다. 이곳에 들어온 병아리는 35일 만에 팔려간다. ●환전기 실내기온 7도 안팎으로 맞춰야 그는 이른 봄 환절기에는 사람도 그렇지만 닭도 밤낮의 온도차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요즘 밤낮의 온도차가 12도 이상인데 실내온도를 7도 안팎으로 맞춰야 합니다. 닭이 호흡기 질환에 아주 약한 데 한 마리라도 질환에 걸리면 한나절도 안돼 다 전염됩니다.” 김씨는 건강한 닭이 먹이도 잘 먹는다는 상식적 대목에서는 목소리에 힘을 줬다. 평소 닭이 마시는 물과 사료에 넣는 백신만으로도 예방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AI가 그의 농장 인근에 발생했지만 평소처럼 백신을 투여하고 소독 횟수도 늘리지 않는다. 그는 “추운 겨울에는 밤낮의 온도차가 심하지 않아 닭도 병에 덜 걸리지만 봄철 환절기에는 온도차로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2만∼3만마리씩 영세하게 키우는 농가들은 비싼 기름값 때문에 날이 풀렸다 하면 온풍기를 너무 일찍 꺼버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사내 온도를 27도로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서는 다른 지역 네댓 명의 농장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엔 왕겨 20㎝ 두께로 깔아 “닭이나 오리는 온도와 환기 등 사육 환경만 어느 정도 갖춰 놓으면 AI 등으로 인한 집단폐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 24시간 끊지 않고 환풍기를 돌린다. 계사 동마다 천장에는 7개의 원통형 환기구를 설치해 놓았다. 강제식 열풍기가 온도가 떨어지는 자정과 새벽에 자동으로 가동된다. 기름값만 한 달에 500여만원 들어간다. 또 계사의 보온덮개 맨 밑 50㎝가량을 걷어 올려 바람이 드나들도록 통로를 만들었다. “열풍기가 가동되면 뜨거운 바람이 실내에 퍼진 병균을 태워 없애는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자연소독을 하는 장치인 셈이다. 닭이나 오리는 분변물이 많아 바닥이 지저분하게 젖어 불결해지기 쉽다고 했다. 그래서 바닥에는 왕겨를 15∼20㎝ 두께로 깔아준다. 닭은 한 달에 1∼2번, 오리는 3∼4일에 한번씩 새 왕겨로 바꿔야 한다는 것. 또 1년에 한 번은 계사 바닥을 소독효과가 있는 황토로 흙을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세농가는 목돈이 들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농장과 멀지 않은 논에는 오리를 1만∼2만마리 기르는 비닐하우스가 수십동 있었다. 시금치나 상추를 기르는 크기의 비닐하우스 안에 오리들이 빼곡했다. 밀식 사육을 하는 현장이다. 김씨의 지적대로 이 농장은 바닥이 축축하게 젖었고 악취가 진동하고, 온풍기나 보온덮개도 없었다. 나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4)경남 하동군 화개면 호동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24)경남 하동군 화개면 호동마을

    바람이 불 때마다 함박눈처럼 흩날릴 꽃잎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좋고, 사람에 치이고 도로 정체에 시달려도 평생 한번, 딱 한 번만큼은 천천히 걸어볼 만도 할 화개 십리벚꽃길…. 사랑을 고백하면 이루어진다 하여 ‘혼례길’로 불리고 아무리 걸어도 길멀미가 나지 않는 곳.4월, 범왕리 호동마을로 가려면 절정기를 지나 폭탄처럼 내려앉는 이 벚꽃 가로수를 지나야 한다. 예부터 농악을 할 땐 호랑이가 놀라지 않도록 징을 치지 않았다는 호동의 총 가구수는 다섯 집. 차가 다닐 수 없는 산속 두 집은 스님들 공부하는 곳이고, 한 집은 아직 공사 중이니 결국 이집 저집 제하고 나면 실제 두 집뿐인 셈이다. 김옥곤(69) 할아버지가 이곳으로 들어온 건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대대로 선유동에 살다가 무장공비 사건 등으로 산중마을 대부분이 일괄 철거되던 시절 정부에서 지어준 집, 그러니까 범왕리 입구 신흥마을에서 몇 년쯤 살다가 호동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민가가 사라진 선유동엔 아직도 그때 심어둔 배나무며 감나무가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산중에 저절로 난 과실나무로 생각하고 따가버리는 터라 정작 주인인 김 할아버지는 마음먹고 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속상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깝거나 서운하지는 않은지 허허, 웃음을 보이신다. 장남이자 외아들 종복(43)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3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 산나물이나 매실은 먹을거리 정도로 조금 하고, 고로쇠와 녹차·송이 채취가 주 수입원이다. 직접 덖음차를 만들기도 하고 찻잎만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진즉에 무농약 인증을 받아놓은 상태지만 일손이 모자라 수확도 못하고 그냥 버려두는 잎이 허다하단다. “이런 산중에 누가 시집오겠습니까? 집도 허름하고요.” 종복씨는 아직 미혼이다. 회사가 어려워 겸사겸사 낙향했지만 그동안 여섯 명이나 되는 여동생들을 살뜰히 살펴온 믿음직한 오빠다. 중국으로 유학 간 두 동생도 종복씨의 도움을 받았다.“산 밑에 사는 사람은 도시로 나가기 힘들어요. 계산적이고 바쁜 서울 생활에선 맛볼 수 없는 여유가 있으니까요.” 고된 걸로 따지자면 농사일 역시 만만치 않지만 그는 지금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김 할아버지댁 위쪽엔 황토집 공사가 한창이다. 경남 사천에서 이주해온 사내는(국수에 동동주까지 대접받았지만 끝내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다) 10여년 전부터 지리산 일대를 다니며 살 곳을 알아보다 이 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녹차작업장을 짓고, 흙과 볏짚을 섞어 벽을 바르고, 소나무와 대나무로 천장을 잇대어 모양새가 나는데도 입주 날짜는 기약없다. 설계한 사람도, 공사를 돕는 인부도 품앗이 개념이다.“집이 완성되면 맛있는 차를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게 전부라고.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지리산 계곡수를 퍼다 당시 아파트에 살았던 아내에게 6년간 바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산기슭 구석구석 숨어 있는 야생차밭에서 여린 찻잎을 따다 선물도 했다. 차를 좋아했던 아내는 사내의 정성에 마음줄을 놓았고, 이제는 돌을 갓 지난 딸까지 세 식구가 되었다. 김옥곤 할아버지는 이들 부부에게 고마운 존재다. 수년 전 처음 드나들 때부터 쌀, 감자, 과일까지 많은 지원을 받았다.‘평화공간 설정’을 모티브로 내건 이 댁의 분홍빛 벚나무가 이른 저녁 불 밝힌 가로등처럼 황톳빛 창틀을 살포시 비추고 있다. 새 이웃을 맞는 할아버지에겐 기다림마저 행복한 봄날이다. #가는 길 경남 하동군 화개면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과 부산 사상 서부터미널을 이용한다. 자가용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장수IC,88고속도로 지리산IC, 남해고속도로 하동IC 등에서 구례로 간 다음 19번 국도를 따라 화개로 진입한다. 이후 쌍계사 방면으로 직진하여 10㎞쯤 달리다 칠불사 쪽으로 좌회전, 다시 곧바로 다리를 건너 우회전해서 길이 끝나는 곳까지 계속 올라간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 (www.emountain.co.kr)
  •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흙길따라 달리는 경북 성주 ‘0번 버스’

    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신작로 저편에서 버스가 달려옵니다. 군데군데 파여 불편하기 짝이 없는 흙길 위로 네 바퀴가 경망을 떨며 달려옵니다. 곧이어 희뿌연 흙먼지가 길가 코스모스꽃 위에 들이닥칩니다. 입으로 불어 흙먼지를 털어내고 나면 온갖 빛깔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잇몸을 드러낸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흙길에 대한 기억입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흙길이 있을까 싶지만, 경북 성주의 0번 버스는 그런 길을 달립니다. 군도 11번을 따라 성주 읍내와 산골마을 작은리(鵲隱里)를 오갑니다. 조금씩 포장공사가 이뤄져 현재는 편도 10여㎞ 거리 중 2㎞남짓한 구간에만 흙길이 남아있습니다. 그마저 순차적으로 포장될 계획이라 하니, 어쩌면 이번 방문이 성주 0번버스가 다니는 흙길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타보시지요. 고즈넉한 산골마을을 달리며 비포장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다면 말입니다. 요금은 2200원입니다. # 마지막 남은 비포장도로… 하루 두 번만 운행 성주군 작은리는 군 내에서도 유일하게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을 만큼 대표적인 오지 중 한 곳이다. 맨 윗동네 거뫼에서부터 아래로 덕골과 삼거리, 모방골, 개티, 배티 등 6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성주군의 대중교통은 경일교통에서 운행하는 0번과 250번 버스 등이 거의 전부다.250번 버스는 주로 대구 등 외지,0번 버스는 군 내를 오간다. 단 두 대의 0번 버스가 하루에 돌아야 하는 코스가 44개. 작은리 코스는 그 중 하나다. 오전 10시, 오후 3시 등 하루 두 번 운행한다. 오전엔 까치산과 칠봉산 사이 하미기재를 넘어 가뫼∼배티를 돌아오고 오후엔 역순으로 돈다. 군데군데 비포장길인 데다, 좁은 산길이어서 대부분 운전기사들이 기피하는 코스다. 오전 10시차. 예상대로 버스 안은 텅 비었다. 성주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나 승객이 좀 있을 뿐 평소엔 빈 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읍내를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자 비포장 길이 시작됐다. 낙엽송 터널길을 지나고 나니 오른쪽으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이고 선 가야산이 펼쳐진다. 주변 산들이 시립한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가야산이 저처럼 높았던가. 구비구비 산길을 돌다 보면 꼭 산자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놀이기구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짜릿하다. 하미기재(400m) 정상에서 보자니 아랫마을이 여간 까마득한 게 아니다. 그 높은 고갯마루에도 마을 사람들은 논을 일구며 살아간다. 작은리 맨 윗동네 거뫼사는 이규칠 할아버지는 차에 오르자마자 대뜸 하소연이다.“버스가 자주 안오니께네 통 사람구실하기가 어려븐 기라. 눈발이 쪼매만 날다카믄 안들어오제, 비온다꼬 안들어 오제, 병원가는 기야 그렇다치지만서도 상가집을 제대로 갈 수가 있나, 불편한 기 한두개가 아인 기라.” 버스 기사라고 할 말이 없을까.5년째 0번버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최병국씨는 “비만 오면 산길이 진흙탕으로 변해 여간 위험한 게 아니라예. 좁은 산길 오가다 주민들 차라도 만났다카믄 참 난감합니더.”라며 볼멘 소리다. 게다가 밀린 임금조차 겨우 지난 달에야 받았다는 것. # 0번 버스의 말못할 속사정 0번 버스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구불대는 산길만큼이나 애로가 많다. 대부분 노인인 주민들이 버스를 탈 일이라곤 병원가는 일과 장에 가는 일이 전부다. 성주는 멀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주민들은 주로 고령으로 다닌다. 그나마 개티, 배티마을까지는 도로가 포장돼 있어 상황이 나은 편. 고령에서 운행하는 공영버스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윗마을 주민들은 0번버스를 타고 보월리까지 나와서 버스를 바꿔타야 한다. 버스 회사 입장에서도 0번버스는 애물단지에 다름아니다. 군에서 일정 부분 적자를 보전해 주고,205번 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수익으로 그나마 근근이 운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직 남아있는 비포장길은 주민과 버스 회사 모두에게 불편함 그 자체다. 한 통신사의 광고처럼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쇼(show)’를 해서라도 도로가 포장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올해 책정된 도로포장 예산은 8000만원. 겨우 몇 백m 포장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액수다. # 곳곳 고풍스러운 돌담길 풍경은 덤 0번 버스 속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차창밖만 내다 본다. 할아버지는 날씨가 안좋으면 운행하지 않는 버스 회사 측의 처사가 야속하고, 임금조차 제때 못받는 버스 기사는 행여 운행 보조금을 올려 주지 않을까 군청만 바라보며 한숨이다. 이런저런 사연들을 체감하지 못한 이방인은 서정미 넘치는 흙길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성주는 고풍스러운 풍경들이 즐비한 곳이다. 옛 건축물은 물론이려니와, 수백년 세월의 흔적이 더께더께 붙어있는 돌담길은 성주가 독특한 풍모를 지니는데 큰 몫을 담당한다. 성주를 대표하는 돌담길 마을은 한개마을이다. 하지만 돌담길은 한개마을에만 있지는 않다. 외려 문화재 지정 후 인공미가 가미된 한개마을보다 더욱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들이 널려있다. 특히 0번 버스가 작은리를 경유해 수륜면을 돌아나오는 동안 돌담길이 예쁜 마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성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4회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 나들목→성주. ▶주변 관광지 ▲가야산국립공원 : 소백산맥 동쪽으로 슬쩍 비껴앉은 영남의 명산. 남북으로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의 경계를 이룬다. 수륜면 백운리에 등산로가 마련돼 있다. ▲무흘구곡 : 대가천의 맑은 물과 사인암 등 주변 계곡의 기암괴석, 수목들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성밖숲 : 천연기념물 제403호인 왕버들 고목 군락지. 임진왜란 이후 조성됐다. 성주군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애용하는 곳. 읍내 초입에 있다. ▲세종대왕자태실 : 1438∼42년 사이 조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태실지(왕 자손의 태반을 묻어두는 곳). 세종대왕의 적서 18왕자와 세손 단종의 태실 등 19기가 안장돼 있다. 인촌리에 있다. ▲한개마을 :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촌.150년 된 ‘탱자나무 같은 귤나무’로 유명한 교리댁 등의 문화재를 비롯, 60여가구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월항면 대산리에 있다. 성주군청 새마을 관광문화재담당 930-6063∼4. ▶맛집 : 용암면 용정리 큰나무골 궁중약백숙은 한약재가 섞인 닭백숙을 잘한다. 한마리 2만 7000원∼3만 5000원.933-3651. 예산리 혜성관가든은 소고기 숯불구이로 유명한 집. 불고기 1인분 9000원, 갈비살 1만 9000원.933-5229. ▶성주참외축제 : 25∼27일 성밖숲일대에서 열린다. 참외따기 체험, 세종대왕자 태 봉안행렬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 11개 한강공원서 생태체험 하세요

    11개 한강공원서 생태체험 하세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11일 생태공원의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한강공원 안내센터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매주 또는 격주로 진행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그동안 강서습지, 고덕수변, 선유도, 여의도 샛강 등 4개 생태공원에서 운영됐으나 이달부터 광나루, 잠실, 뚝섬, 잠원, 이촌, 양화, 망원, 난지 등 한강공원 안내센터를 포함했다. 총 11개 한강공원에서 식물과 곤충을 주제로 한 32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반포 안내센터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공사로 제외됐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는 나뭇가지로 곤충을 만드는 ‘나무곤충 만들기’, 손수건에 풀잎 탁본을 찍어보는 ‘풀꽃세상’을 운영한다. 고덕수변생태공원에서는 흙을 이용해 오감체험을 하는 흙놀이터를 만들고, 세밀화가 이주용 작가와 봄꽃을 감상하고 세밀화를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데스크시각] 선거보도와 유권자의 선택/이종락 정치부 차장급

    [데스크시각] 선거보도와 유권자의 선택/이종락 정치부 차장급

    오늘은 18대 총선일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 정치사에 의미가 크다. 한나라당이 10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기 때문이다.10년간 지속된 진보정치에 맞서 보수 진영의 반격이 관전 포인트다. 새로운 정치지형이 짜여지는 순간이다. 총선과 같이 선거 시기가 되면 가장 큰 논란거리가 있다. 언론의 선거보도다. 소위 ‘미디어 정치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주목받는 이슈다. 언론과 정치권력간 구조적 관계의 변화가 주된 감시대상이 된다. 정치현장에서 언론이 무엇을 이슈화하느냐에 따라 정치 의제(Agenda Setting)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표심도 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 정치가 발달하면 할수록 정치와 언론간에는 상호 침투가 이뤄진다. 언론에 의한 ‘정치의 미디어화’와 ‘정치권에 의한 언론의 도구화’가 그 예다. 언론의 의도적인 의제 창출과 배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관련이 주요 쟁점이었다. 언론마다 뉴스의 틀짓기(Framing)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선거운동으로 선거판이 들끓었다.‘북풍’(北風)이 몰아쳤다. 선거일 3일 전에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이 주요 의제가 됐다. 언론도 보수와 진보 두패로 나뉘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지난 16대와 17대 총선에서 후보자 고르기가 더 쉬웠을 듯싶다. 극명하게 나뉘는 선거보도를 참조해 유권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18대 총선은 불행하게도(?) 언론이 정치권과의 유착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 방문 등 관권 선거 시비 보도에 대한 온도차만 있었을 뿐이다. 언론 보도의 공정성이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일까. 그렇기만 하면 무척 반가운 일이다. 언론이 정책 이슈 발굴과 의제설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원인을 일단 정치권에 돌려야 할 듯하다. 언론이 선거 기간 주요 의제를 삼으려고 해도 삼을 만한 이슈가 없었다. 굳이 얘기하라면 한반도 대운하 공방이다. 그러나 이 논란거리는 한나라당이 반대 표를 의식해 이번 총선 공약에서 슬며시 빼버렸다.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 공약집에서 빠진 내용을 꺼내 이슈화를 시도했다. 뭔가 앞뒤가 뒤엉켜 있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작업이 당내 갈등으로 인해 늦어지면서 일어난 일들이다. 공천이 늦어져 일부 후보자는 출마 지역의 현안과 공약을 챙길 시간조차 없었다. 상향식 공천 등 정당정치가 실종됐다. 정치 리더십이 혼선에 빠지면서 정책대결이 사라졌다. 이런 정책 부재의 선거 국면에서 언론은 경마식보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의 판세를 진단하고 후보자의 경합양상을 전달하는 승패 위주의 판세보도 형태다. 신문 지면과 TV화면은 한반도를 지역별로 나눠 각 당을 상징하는 색들로 덧씌웠다. 언론이 각 당의 정책과 후보 자질에 대한 변별력을 충분히 가려내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유권자에게 정답은 아니라도 후보를 가리는 판단력의 근거는 제시했어야 한다. 물론 기자로서 깊은 자괴감과 반성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의무는 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피해가 앞으로 4년 동안 유권자에게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공보물을 오늘이라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자. 냉소나 무관심보다는 애정과 관심을 쏟자. 일시적 ‘바람’보다는 출마자들의 인격과 자질, 정책비전을 깐깐하게 검증해야 한다. 언론이 대신해 주었어야 할 일들이지만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의 실현성을 따지자. 점수를 매긴 뒤 투표장으로 나서자. 흙속의 진주를 찾는 마음으로 ‘선량(選良)’을 가려내자. 이종락 정치부 차장급 jrlee@seoul.co.kr
  • 서울 화랑가 세계 거장들 봄 전시 붐

    서울 화랑가 세계 거장들 봄 전시 붐

    올봄 국내 화랑가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작품성, 상업성을 두루 인정받은 ‘블루칩’ 작가들을 대형 화랑들이 앞다퉈 유치하고 있는 분위기이다.‘거장’이란 수식어로 지면을 통해 이름만 들어온 유명작가들이 줄줄이 서울에 도착했다. 진정한 미술애호가라면 올 4,5월은 무척이나 분주해질 듯하다. ●안젤름 키퍼 ‘거장의 묵시록’ 독일의 신표현주의 거장 안젤름 키퍼(63)가 소격동 국제갤러리 신관에 대표작을 풀어놓았다.1995년,2001년에 이어 국내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기는 세 번째. 요셉 보이스 이후 독일이 낳은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키퍼는 1970년대 나치정권이나 유대인 역사 등 당시는 금기시된 주제를 다루면서 현지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독일 대표로 참여하면서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급부상했다. 그가 천착해온 주제는 종교와 신화, 인간과 우주, 생명과 죽음, 하늘과 땅 등으로 요약된다. 종교적 엄숙함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들은 사진, 납, 고사리, 나뭇가지, 흙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물성’을 최대한 생생히 살려낸다는 게 특징.‘땅위의 하늘’(380×560㎝)을 비롯한 대형 회화 9점, 씨앗에서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양치식물의 생명주기를 대형 패널 20개에 담은 작품 ‘양치식물의 비밀’과 납으로 만든 책 등 설치작품 2점이 선보인다. 새달 24일까지.(02)733-8449. ●‘대지의 화가’ 크리스토·장 클로드 부부 ‘대지예술’이란 1960년대 후반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미술 경향. 지구 환경 자체를 예술작품의 장으로 활용해 공간변화를 시도한다. 익숙한 공공건물이나 자연환경을 포장(wrapping)함으로써 전혀 낯선 공간으로 바꿔버리는 ‘대지의 화가’ 크리스토 자바체프(73) 작품을 청담동 박여숙화랑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퐁네프 다리, 베를린 국회의사당 등을 포장해 세계적 주목을 끌어온 이들 부부는 전시를 앞두고 직접 내한해 작품에 유별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길게는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진하는 ‘마스타바 프로젝트’와 미국 콜로라도주의 ‘아칸소강 프로젝트’. 피라미드 이전의 이집트 무덤 형태를 재현하는 마스타바 프로젝트는 UAE 아부다비에 40여만개의 스테인리스 오일 드럼통을 높이 150m, 폭 300m 규모로 쌓는 대형 작업이다. 아칸소강 프로젝트는 약 60㎞ 길이의 아칸소강에 천을 덮어 씌우는 작업. 이번 서울전시에서는 두 프로젝트의 준비과정인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 28점을 보여준다. 크리스토는 “바람 등 혹독한 외부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특수한 페인팅이 필요한데, 요즘은 독일에서 그런 까다로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며 복잡한 작업과정의 한 면모를 소개하기도 했다.22일까지.(02)549-7574. ●아네트 메사제 회고전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아네트 메사제(65) 작품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와 있다. 1970년대부터 직물, 거울, 봉제인형 등 평범한 소재들로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등 장르를 넘나든 작가로 유명하다. 안온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때론 섬뜩한 분위기의 비밀공간 같은 이미지 속에 혼란스러운 삶의 모습을 은유해 담았다.1971년작 ‘기숙생들’,1987년작 ‘나의 트로피’,2000년작 ‘소문’,2004년작 ‘카지노’ 등 60여점의 대표작품들을 전시했다. 붉은 실크로 꾸민 가로 세로 12m의 공간에 컴퓨터 장치를 설치해 기묘한 분위기를 드러낸 작품 ‘카지노’는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의 화제작이었다. 파리의 거리에서 발견한 죽은 참새에다 색색의 털옷을 만들어 입혀 유리장 속에 정렬한 ‘기숙생들’ 역시 강렬한 이미지의 작가세계를 압축해 보여주는 작품이다.6월15일까지.(02)2188-6309. ●줄리안 슈나벨 아시아 순회전 재주 많은 괴짜 줄리안 슈나벨(55)의 전시를 놓친다면 진짜 미술애호가라 할 수 없다. 영화 ‘바스키아’‘잠수종과 나비’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도 알려진 그는 캔버스 대신 도자기가 붙은 표면, 동물가죽, 벨벳, 타르가 칠해진 천 등 독특한 질감의 바탕에 화려한 색채, 공격적 스타일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미국 뉴 페인팅(New Painting)의 선두 주자. 이번 전시는 처음 열리는 작가의 아시아 순회전.1980년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접시회화(Plate Painting) 등 대표작 3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2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현대.(02)734-6111. ●“의자가 예술!” 론 아라드 산업 디자인에 관한 한 세계최고로 꼽히는 론 아라드(57) 개인전이 국내 처음으로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무대 디자인, 조경 디자인까지 두루 섭렵해온 작가는 상식을 뒤집는 기발하고도 혁신적 디자인의 의자작품들을 내놓았다. 등받이 각도와 의자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1983년작 ‘박스인4무브먼트(Box in 4 movement)’, 강낭콩 모양 젤리를 반으로 접은 듯한 2006년작 ‘보디가드(Bodyguard)’, 벼루를 비틀어 세운 듯한 2007년작 ‘애프터소트(Afterthought)’ 등 한정판 10점을 포함한 30여점이 나와 있다. 수억원짜리 별난 의자 앞에서 ‘저것도 예술이야?’ 속엣말을 할라치면, 작가는 단언한다.“그건 틀림없는 예술이다!” 20일까지.(02)720-102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1500년전 무덤의 비밀은?

    “1500년 전 대가야국 무덤의 비밀을 찾아보세요.” 520년간 대가야국 도읍지였던 경북 고령군은 11∼14일 고령읍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고분(옛 무덤)을 소재로 한 ‘대가야 체험축제’를 연다. 올해로 4회째다. ‘무덤의 전설’이란 주제답게 체험 프로그램과 볼거리가 풍성하다. 하이라이트는 대가야 무덤 속의 전설적 흥미로운 이야기를 멀티미디어로 꾸민 ‘대가야 왕릉 그림자극(劇)’과 발굴 작업이 한창인 지산동 73∼75호분(지름 30m 이상 왕릉급) 공개 행사. 참가자가 대가야 시대 무덤을 직접 만들어 보는 행사도 있다. 직접 흙을 파고 쌓으면서 왕의 무덤과 순장자들의 무덤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가야시대 모형 고분과 순장묘(殉葬墓·왕족이나 귀족이 죽었을 때 살아 있는 그의 아내나 하인들을 산 채로 묻은 무덤)를 발굴해 무덤에서 나온 무기류와 장신구도 재연해 볼 수 있다. 지산동 고분 체험구역에선 50∼60명이 참가하는 ‘역사 재현극’이 펼쳐진다. 대가야 시대의 대장군이 죽어 고분으로 옮겨지는 광경을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해 보여 준다. 고분군 고지탈환을 위한 대규모 전투신도 곁들인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축제 기간 대가야 왕릉전시관에선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순장묘 지산동 44호분을 재현, 당시 무덤 축조방식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을 볼 수 있다. 축제기간에 대가야박물관 앞 거리에는 대가야시대의 ’왕릉 열차’가 운행된다. 고령 농특산품인 딸기·멜론·수박을 가득 실은 열차는 거리퍼레이드를 펼치며 관광객들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현장에서 특산품 등을 직접 맛보는 것은 덤이다. 12∼13일 이틀간 축제장 인근 대가야국악당에서는 ‘전국 우륵 가야금 경연대회’가 열린다. 인근 우륵박물관을 찾으면 각종 전시물을 통해 가야금을 만든 우륵과 가야금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축제장을 잠시 벗어나면 10㎞의 벚꽃길과 350년 전통의 개실마을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밖에 딸기 수확 등 30여개의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됐다. 이태근 고령군수는 “이번 축제는 대가야국 고령의 고금(古今)을 모두 보여 주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대가야인의 혼이 깃든 땅 밑까지 자세히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054)950-6424·6111.고령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4) 고누와 나무하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4) 고누와 나무하기

    김홍도의 작품 ‘풍속화’다. 그림 오른쪽에는 상투를 튼 어른이 나무에 기대어 곰방대를 물고 물끄러미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보고 있고, 그림 중앙에는 아이 둘이 웃통을 벗고 놀이에 한창이다. 그리고 그 왼쪽에 아이 둘 역시 구경을 하고 있다. 그림의 위쪽에는 집채만 한 나뭇짐을 얹은 지게 둘을 언덕에 기대어 놓았고, 그 왼쪽에 다시 더벅머리 아이 하나가 나뭇짐을 지고서 오고 있다. ●아무 곳에나 말판 그리고 놀이… 방식도 다양 이 그림은 고누 두는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누는 흙 마당이나 종이 등 아무 곳에나 말판을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많이 잡아먹거나, 상대의 집을 차지하거나,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이기는 놀이다. 지방에 따라 꼰, 고니, 꼬니, 꼬누 등 여러 가지로 부르고, 그 놀이의 방식도 다양해서 우물고누, 네줄고누, 밭고누, 호박고누, 샘고누, 강고누, 줄고누, 팔자고누, 십자고누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장기와 바둑은 놀이하는 판이 정해져 있지만, 고누는 다양한 이름만큼 말판의 종류도 많고, 노는 방식도 다양하다. 또 말판이 간단하여 언제 어디서나 둘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어릴 적에 적잖이 즐겼다. 한데 이 그림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이 그림의 고누판은 둥근 원을 그리고 그 속에 다시 십자를 그리고 있는데 이런 고누판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사실 이 그림은 윷판으로 보인다. 윷가락이 없으니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둥근 원형 안에 작은 물건 넷이 보이는데, 이것이 윷일 수 있다. 윷은 꼭 나무로 길게 만든 것이 아니라도 된다. 나는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이 작은 고동 껍데기를 윷가락 대신 쓰는 것을 보았다. 땅에 살짝 굴려도 도 개 걸 윷 모가 나왔다. 이제 나뭇짐 쪽으로 말머리를 옮기자. 도시에서 나고 자란 50대 이하의 세대는 나무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필자 역시 나무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 그리고 주변의 시골출신들은 나무 하러 다닌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나무가 없으면 취사와 난방을 할 수 없었으니, 나무는 필수적인 생존 수단이었던 것이다. 필자의 직장인 부산대학이 있는 부산 동래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조 때부터 있던 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일제시대에 온천장을 소개하는 사진엽서가 만들어졌는데, 사진 속의 금정산을 보면 완전히 민둥산이다. 왜냐고? 땔감 때문에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이 우거진 것은 연탄을 연료로 쓰면서부터일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식목정책도 한몫을 했지만. 김홍도가 살던 조선시대는 나무 하기가 쉬웠던가. 조선시대가 지금보다 환경이야 더 깨끗했겠지만, 국토가 온통 나무로 뒤덮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나무를 할 만한 곳은 모두 개인의 소유로 분할되어 있었고, 그 개인 소유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었다.‘경국대전-공전’을 보면 나무하는 곳, 즉 시장(柴場)이란 곳에 대한 흥미로운 조항이 있다.‘시장’은 땔나무를 하는 곳으로 관청에는 땔나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관청마다 일정한 면적으로 땔나무 하는 곳을 분배해 준다. 예컨대 봉상시·상의원·사복시·군기시·예빈시·내수사에는 모두 사방 20리, 내자시·내섬시·사재감에는 15리, 사포서에는 5리의 ‘시장’을 지급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뒷날 문제를 일으킨다. 명종 9년 12월10일 사헌부에서 올린 상소문의 일부를 보자. 서울 주위 30리의 꼴과 땔나무가 있는 곳은 모두 세도가가 독점하여, 베어가는 것을 금지합니다. 때문에 근방의 나무를 해서 파는 사람들이 그 위세에 눌려 손을 대지 못하고 개울을 건너고 고개를 넘어 가기 때문에 너무나 고생스럽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파는 나무 값이 극히 비쌉니다. ●나무 할 만한 곳은 모두 권세가들이 독점 권세가가 서울 근처의 나무를 할 만한 곳을 모두 독점해 버려 나무 값이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권세가를 한 명 밝히자면, 문정왕후의 오라비였던 윤원형이 있다. 박순(1523∼1589)의 상소에 의하면, 윤원형은 수락산 일대를 독차지하여 주민들의 무덤까지 파헤치면서 주민들을 내쫓은 뒤 시장(柴場)을 만들고는 그곳에서 땔나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중 일부를 세금조로 바치게 했다고 한다. 원래 수락산은 서울에 가깝기 때문에 누구나 땔나무를 하거나 꿩이나 토끼를 잡기 위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산이었는데, 이것을 윤원형이 독점했던 것이다. 한데 이것은 윤원형과 같은 일부 권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훨씬 전부터 시장의 독점은 있어왔고, 조선후기에도 사정은 동일하였다. 성종 연간의 인물인 서거정의 시에 나무꾼을 둘러싼 꽤나 진지한 시가 한 편 있다.‘토산(兎山)의 시골집에서 농부의 말을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긴 시를 남기고 있는데, 나무꾼의 하소연을 옮겨 적은 것이다. 앞부분을 요약해 보자. 이 농부는 불암산 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겨우 살아간다. 그런데 뜬금없이 간교한 자의 토지 소유권 소송에 걸려든다. 교활한 아전들의 협잡질로 오막살이 한 채만 남기고 땅을 죄다 빼앗기고, 근근이 남아 있는 묵은 땅을 경작해 보지만, 흉년까지 든다. 세금을 낼 형편이 아니건만 아전들은 날마다 찾아와서 세금을 내 놓으라 닦달이다. 급기야 산속으로 달아나 숨어 있자니, 굶주린 뱃속에 불이 붙는 듯 아리고, 얼굴빛은 날마다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래서 나무를 해다 팔기로 한다. 이제 나무꾼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땔나무 하러 산 속으로 들어가면 산중에 땔나무 무성하지요 집에 누런 송아지 한 마리 있지만 한 해 내내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해 나뭇짐 나를 수 없기에 한 발짝에 두 번씩 꼬꾸라지며 걸음걸음 내가 지고 이고 나르니 두 어깨살은 벌겋게 부풀어 올랐지요 해 떨어질 녘에야 성으로 들어와서는 길에서 만난 야박한 장사치가 푼전까지 다투며 나무 값 후리치니 쌀값은 비싸고 내 품삯은 헐하기 짝이 없네요 농부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나무를 한 짐 해서 나오는데, 뼈만 남은 몸이라 등에 지고 오자니 그것도 힘이 든다. 시내에 들어와 팔려하지만, 야박한 장사치가 값을 후리치니, 품삯도 안 나온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가족들이 있다. 그래도 집에 있는 열 명의 식구 밥 달라고 소리치는 걸 생각하면 한 되든 한 말이든 어찌 따질 수 있겠습니까 그나마 주린 창자를 달래얍지요 집에 돌아와 마누라 자식놈과 마주 앉아 차츰 죽이라도 먹게 되었지만 이렇게 하여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삶이 정말 딱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나무를 해 팔아 처자식과 점차 죽이나마 먹게 되었다. 하지만 웬일인가. 사람 고생은 끝이 없다. 얼마 전부터 권세가의 힘이 나무며 돌까지 미쳐 산이란 산은 죄다 제 땔나무 밭으로 차지해 사람들 나무 하고 꼴 베는 것을 막고부터 서쪽 집은 땔나무 한 번 한 죄로 매질 마구 하여 피가 철철 흘렀고 동쪽 집은 소가 밭을 밟은 죄로 아비 아들 나란히 묶여 갔지요 아무런 이유 없이 백성의 재물 약탈해 낫과 도끼까지 모두 빼앗아 갔지요 ●땔나무 한번 잘못하면 가혹한 私刑 힘 있는 권세가의 힘이 나무와 돌에까지 미쳐 산마다 줄을 치고 자기 땔나무 밭으로 삼는다. 만약 그 독점 공간에 들어가 땔나무를 하게 되면, 찾아와서 피를 흘릴 정도로 가혹한 사형(私刑)을 가하고, 낫과 도끼까지 빼앗아 갔던 모양이다. 시를 지은 서거정은 이 비극적 사태를 보고하면서 시의 끝에서 “나는 지금 이 말을 듣고 나서/ 한밤중에 홀로 흐느끼어 우노라”라고 깊은 동정을 표했지만, 조선조 말까지 백성들의 고통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김홍도의 이 한 장의 그림에도 뜯어보면, 사실 조선조 백성들의 삶과 역사가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코미디계 이효리’에서 사회운동가 변신 권귀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코미디계 이효리’에서 사회운동가 변신 권귀옥

    과거시절 “배고파 죽겠네.”라고 했다면 요즘에는 “바빠 죽겠네.”라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심심해 죽겠네.”가 아닐까. 4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의 ‘외화’를 꼽으라면 아마 ‘왈가닥 루시’나 ‘홀쭉이와 뚱뚱이 대소동’ 등이겠다.1970년대 중반 국내 방영된 ‘왈가닥 루시’는 쿠바 음악밴드를 지휘하는 리카르도와 그의 아내 루시의 일상생활을 다룬 미국의 전설적 시트콤으로 회자된다. 이 무렵 우리 안방극장에는 코미디계의 1세대로 일컫는 인물, 즉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 등을 비롯해 배일집, 권귀옥, 배연정, 남철·남성남, 그리고 뚱뚱이와 홀쭉이의 양훈·양석천 콤비 등이 당시 간판 코미디프로인 ‘웃으면 복이와요’를 통해 등장했다. 이들은 말 그대로 “배고파 죽겠네.”라고 했던 시절, 온갖 시름에 지친 국민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이 가운데 권귀옥은 한국의 ‘왈가닥 루시’로 통하며 지금의 이효리처럼 많은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특히 ‘늘씬한 미녀 미스 권과 땅딸이 이기동’은 단연 압권이었다. 인기 절정이던 그럴 즈음,1980년 나이 서른에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려 아쉬움을 더했다. 그간 한국에 들어와 간간이 방송활동을 하기도 했다. 세월이 지난 1997년, 미국 생활을 완전히 정리한 이후 봉사활동을 하며 지점토와 도예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1970년 MBC탤런트 공채2기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본래 문학도를 지망할 만큼 그는 예술과 문학에 조예가 깊다. 하여, 귀국하자마자 한양여대 도예과 한홍곤 교수한테 찾아가 도예를 배웠다. 10년 세월이 지난 지금, 나름대로 ‘흙의 이치’를 터득했고 얼마전에는 ‘권귀옥의 흙장난’이란 개인전까지 열었다. 이때 정·재계 인사들이 많이 찾아와 평소의 인간관계를 입증했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대부분 인간 시리즈. 전시 도록의 인사말을 빌리면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못된 인간 빼고 다, 어린이들은 몽땅 예쁘다.”란다. 전시 수익금은 전부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했다. 요즘에는 ‘청계천’을 주제로 한 ‘흙장난’에 여념이 없다. 왜 흙에 파묻혔을까. 알고 보니 깊은 뜻이 있다. 한국수양부모협회(회장 박영숙)의 후원회장을 맡아 뜻에 동참하는 전국의 순수 ‘개미회원’들에게 보답 차원에서 도예작품을 하고 있는 것. 즉 ‘사회운동가=도예가’로 제2의 삶을 사는 셈이다. 서울 정릉동의 전시실에서 권씨를 만났다. 분명 1950년생인데 40대의 얼굴로 보였다. 여전히 아름답다고 했더니 “철이 없어 그렇다. 어린이하고 자주 지내니 도로 젊어진 것 같다.”며 웃는다. 또 한 달 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젠 고아가 됐다는 심정도 내비쳤다. 먼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2명당 1명꼴로 아이를 낳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저출산국가이죠. 이대로 간다면 2305년이면 한국소멸을 알리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막내아이가 태어납니다. 국가는 물론이요, 민족과 문화가 통째로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요즘 미래국가로 떠오르는 인도를 보십시오.1명당 6.8명을 낳고 있습니다. 미래는 ‘쪽수’에 달려 있지요.” ▶수양부모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는 그 도움과 사랑을 돌려줘야 할 때입니다. 저는 결혼은 안했지만 아이를 낳아 키워 미혼모나 해체가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이서 한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혼자서 아이를 키울 때 국가에서 지원은 못해줄망정 손가락질 하면 안 되거든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고아원 보낼 때 어떤 경우에는 친권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분의 자녀를 보통 가정에서 잠시 키우다가 낳은 부모가 정상적인 생활을 찾았을 때 다시 돌려주는 운동에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협회는 해체가정에 대한 대안모색에서 출발했지요. 또한 2010년이면 고아원이 대부분 없어지게 돼 있어 앞으로는 수양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협회는 외환위기(IMF)때 생겼습니다.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알고 지내던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박영숙씨를 만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힘을 모아보기로 했지요.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최저 출산국가이면서도 고아 수출국가이기도 해요. 이젠 우리 땅에서 낳아진 아이들을 우리가 키워야 합니다. 외국에 입양된 아이들이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비운의 삶을 사는 경우도 많거든요.” ▶유명 코미디언에서 이젠 사회운동가로 나선 셈입니다. “사회운동이라기보다…, 미국에 살면서도 사회단체 등에서 식사와 청소 도우미 등 자원봉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거기서 우리나라가 ‘고아수출국이다’ ‘아동학대가 많다.’ 등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솔직히 창피했습니다. 아무리 고아라도 동물처럼 집단생활을 하면서 키운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또 고아원에서 가끔 버려지는 아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매우 아팠습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면 이웃 아이도 당연히 소중한 것이 아닙니까.” ▶원래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나요. “부산 동래여고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시립병원에 버려진 아이들이 많았지요. 그때 아이들은 사회 저명인사 등 아무 이름이나 붙여졌는데 어느날 ‘신성일’‘엄앵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재미삼아 찾아갔어요. 그런데 먹을 것, 기저귀, 옷가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보고 너무 불쌍해 그 자리에서 막 울었습니다. 그래서 걸스카우트에 가입했고 매주 일요일마다 그 아이들과 만났지요. 한번 안아주면 제 목을 꼭 껴안았던 그때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도예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저는 도예라는 말을 안쓰고 ‘흙장난’이라고 합니다. 한 10년정도 됐어요. 원래는 지점토를 했어요(‘종이 흙 입문’의 공동저자). 그런데 오래 못가고 잘 바스러지더라구요. 그래서 흙으로 전환했어요. 저는 철들고 나서 손톱을 길러본 적이 없어요. 뭔가 자꾸 만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도 흙장난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요새는 ‘고통시리즈’와 ‘청계천시리즈’를 하고 있습니다.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를 때 너무 기뻐서 ‘도심속의 청계천’을 하게 됐지요. 제가 만든 작품은 협회 후원에 참여하는 분들에게만 선물로 주기 때문에 작품가치가 매우 높지요.(웃음)” ▶어떤 도예기법인가요. “저는 형식과 기법을 다 무시해요. 제맘대로 흙을 주무르지요. 또 절대 그릇을 안만들어요. 물레도 쓰지 않고요. 흙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물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고통시리즈’를 하면서 못 하나 박아줄 남자도 없이 혼자 흙과 씨름하며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한테는 항상 웃습니다. 제 DNA는 아버님을 200% 닮았거든요.” 권씨는 어릴 적부터 부산 서대신동 부잣집 딸로 통했다. 부친은 부산일보 기자 출신으로 글과 그림에 능했다고 한다. 만화가였던 오빠 권성국은 ‘허어선생’으로 한국일보 등을 통해 필명을 날렸다. 언니와 동생도 미대와 음대를 각각 나와 예술가 집안이나 다름없다고 권씨는 말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 용도폐기가 안됐으면 합니다. 흔히 세가지 부류가 있지요. 사회에 필요한 사람, 있으나마나 한 사람, 또 있어서는 안될 사람 등이지요. 이제는 우리 사회에 대해 밥값을 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아낌없이 (마음을)퍼줄 생각입니다. 하루에 50번씩 웃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이지요.” 그의 도예작품은 얼마전 동래여고 교지에 표지그림으로 실렸다. 코미디언 권귀옥이 아닌 도예가로 모교가 공식 인정(?)했다. 그는 수양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늘 함께 지낸다. 아울러 이들을 보면서 소중한 도예작품(선물)을 만든다. 그는 “요즘에는 다들 ‘바빠 죽겠네.’라고 하지만 곧 ‘심심해 죽겠네.’라고 할 텐데 심심하지 않도록 열심히 친구들과 더불어 살겠다.”고 했다.“다음달 남산에 ‘흙장난’이라는 사랑방을 오픈하거든요. 심심하거든 그리 놀러오세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0년 부산 출생 ▲68년 동래여고 졸업 ▲70년 MBC공채2기 탤런트 ▲74년 코미디언으로 전향 ▲76년 MBC 최우수연기상(코미디부문) ▲77∼85년 MBC라디오 ‘가요열차’‘싱글벙글쇼’‘라디오가요퀴즈’ ▲86년 KBS라디오 ‘저녁의 가로수를 누비며’ 진행 ▲98년 ‘사람 주제’의 도예활동과 출산장려운동 참여 시작 ▲2006년 도예 첫 개인전(경향갤러리) ▲현재 사단법인 한국수양부모협회 후원회 회장. 도예작품 활동 # 주요 코미디프로 출연작 MBC-TV 웃으면 복이와요·부부만세·코미디극장·쇼반세기 등 # 주요 도예전 권귀옥의 흙장난(개인전)외 그룹전 3회 # 저서 ‘종이 흙 입문’ 공동저자
  • [책꽂이]

    ●샤갈의 아라비안 나이트(리처드 F 버턴 지음, 김원중·이명 옮김, 세미콜론 펴냄)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이 ‘아라비안 나이트’ 300여편의 이야기 가운데 직접 4편을 뽑아 자신의 컬러 석판화와 드로잉 26점을 함께 수록했다.1만 6000원.●그림 읽는 CEO(이명옥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사비나미술관 관장인 저자가 창의적 예술가들의 사례를 토대로 창의성의 조건을 짚어냈다. 르네 마그리트,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살바도르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 뿐만 아니라 젊은 사진작가인 주도양 등 국내 작가들의 발상전환 사례도 포함됐다.1만 5000원.●한권으로 읽는 불교(우더신 지음, 주호찬 옮김, 산책자 펴냄)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가 중국에서 꽃피고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정수가 되는 과정을 짚었다. 중국 탱화와 불상, 불교건축 등 도판 300여개와 중국 불교경전의 내용을 곁들였다.2만 3000원.●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피에르 아도 지음, 이세진 옮김, 이레 펴냄) 고대철학·사상의 권위있는 연구가인 저자는 고대의 철학과 오늘날 일반적인 철학의 개념에는 심원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대철학 사조들의 특징을 정리하고, 고대철학에 대해 우리가 편견을 갖고 있었던 부분들을 교정해 준다.2만 2000원.●미술투자 성공전략(이호숙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를 지낸 아트딜러 이호숙씨의 미술품 투자 방법서. 초보 컬렉터들을 위해 기초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내용을 담았다.1만 3000원.●세계인과 한국인 사이(고철종 지음, 다산라이프 펴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고품격 한국인으로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방송사 현직 기자인 저자가 미국 연수 경험을 토대로 일류국가 국민의 모습을 살펴본 책.1만 1000원.●문명의 엔드게임(전2권)(데릭 젠슨 지음, 황건 옮김, 당대 펴냄) ‘거짓된 진실’을 쓴 미국 급진적 무정부주의자인 저자가 다시 한번 현대문명을 신랄히 비판했다.“문명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고위층의 재산은 하위층의 목숨보다 값지다. 이것을 생산이라 부르고 정의라 부른다.” 등의 주장으로 지배체제의 폭력과 거짓을 까발렸다.1권 2만원,2권 1만 9000원.●별빛이 흐르는 밤(임정의 사진, 에디션뿔 펴냄) 건축 전문 사진작가로 유명한 지은이가 하늘의 별을 찍은 사진작품 72점을 모았다. 장시간 노출로 찍은 사진들이어서 달빛과 배경 등에 따라 하늘색이 바뀌기도 하며, 직선이나 동심원을 만드는 별들의 동선이 한폭의 그림 같다.2만 3000원.●지리산에 사는 즐거움(이창수 지음, 터치아트 펴냄) 8년째 하동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 농사를 짓고 사는 사진작가가 지리산에서 찍어 모은 사진에 짧은 글을 곁들인 에세이집. 지리산 자락의 흙내음, 매화향이 끼쳐올 듯 정겹고 넉넉한 전원풍경들이다.1만 3000원.
  • 李대통령 “靑엔 실세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엔 실세가 없다.”며 청와대 비서관들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비서관 42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밖에서 누구누구 이름을 거명하는 모양”이라며 비서관 2∼3명의 실명을 거론한 뒤 “그러나 청와대엔 실세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당부는 최근 한나라당 공천 갈등에서 불거진 ‘실세 논란’을 불식하는 한편 청와대 내 권력 다툼을 사전 차단하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내가 재산까지 내놓고 온갖 네거티브를 겪으며 대통령이 됐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국민들이 대한민국 어느 곳에 살든지 행복을 느끼며 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성공적인 국정 수행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는 하나다. 서로 힘들 때 용기를 주고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면서 “나(대통령) 개인에게 충성하지 말고 자신의 목표, 우리가 공유하는 목표를 위해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임명장 수여에 이은 부부동반 오찬에서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남자를 토기, 여자를 ‘본차이나’에 비유하는 유머를 꺼내 비서관 부인들의 내조를 당부했다. 김 여사는 남자는 흙으로,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었다는 성경 말씀을 들어 “남자가 ‘토기’라면 여자는 ‘본 차이나’”라며 “토기는 떨어지면 깨지지만 본차이나는 깨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남자들이 밖에서 일을 잘할 수 있게 부인들이 내조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65) 전란의 전조

    [병자호란 다시 읽기] (65) 전란의 전조

    1634년 말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정은 강학년(姜鶴年) 발언의 파장 때문에 뒤숭숭했다.‘포악함으로써 포악함을 제거했다.’며 인조반정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했던 강학년의 직격탄은 인조와 조정 신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인조와 반정공신들의 실정(失政)을 문제 삼았던 신료들조차 강학년의 발언에 격분했다.1635년 1월 홍문관 신료들은 ‘강학년의 죄는 목을 베어야 할 사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관 자리에 있던 신료들이 동료의 발언을 문제 삼아 ‘목을 베어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강학년과 이기안, 인조에게 도전하다 강학년의 발언을 계기로 신료들은 자신들이 인조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조정에 나아가 벼슬을 하고 권세를 누리게 된 출발점은 인조반정이었다. 그들이 반정을 성공시킨 순간부터 광해군은 ‘극악무도한 패륜아(悖倫兒)’이자 ‘걸(桀) 임금이나 주왕(紂王)보다도 더한 폭군’으로 치부되었고, 광해군을 쫓아낸 반정이야말로 ‘천명(天命)과 인심의 호응 속에 무너진 윤리와 기강을 바로잡은 거사’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강학년이 홀연 백이(伯夷) 숙제(叔齊)처럼 ‘이폭역폭(以暴易暴)’ 운운하면서 인조반정의 정당성을 한 방에 날려 버렸다. 신료들은 강학년을 엄벌하지 않으면 신인(神人)의 공분(公憤)을 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조판서로 있으면서 강학년을 조정에 추천했던 최명길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며 관직에서 물러났다. 인조반정과 인조의 권위를 허무는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1635년 2월 전라감사 원두표가 보내온 보고는 다시 조정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보고 내용은 삼례(三禮)에 사는 생원 이기안(李基安)이 인조에 대해 무도한 말을 퍼뜨렸다는 내용이었다. 이기안이 사근찰방(沙近察訪) 김경(金坰)과 이야기를 하면서 ‘능양군은 믿을 수 없다. 그가 오래갈 수 있을까?’라고 불경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기안은 서울로 끌려왔고, 그를 심문하기 위해 추국청(推鞫廳)이 설치되었다. 추국 과정에서 ‘일본인들을 끌어들여 난을 일으키려 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남인과 과거 대북파의 잔당들과 연결하여 역모를 꾀하려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기안은 처형되었지만 ‘역모 사건’의 파장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능양군은 인조의 잠저(潛邸) 시절 군호(君號)였다. 이미 강학년의 발언 때문에 조정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기안이 ‘능양군’ 운운한 것은 충격을 배가했다. ●‘천변’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 강학년의 충격적인 발언과 이기안의 역모 기도 사건을 계기로 인조에 대한 신료들의 비판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였다. 특히 강학년이 인조가 저지른 3대 실책 가운데 하나로 꼽은 ‘부묘(廟)기도’에 대한 비판도 잠잠해지는 것 같았다. 인조는 ‘강학년을 죽여야 한다.’는 신료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를 엄벌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말 때문에 죄를 얻은 자를 죽이는 군주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흘리는 등 ‘강학년 문제’로 빚어진 신료들의 격앙된 모습을 은근히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인조는 ‘서인들의 집권이 오래되고, 그들이 사사건건 왕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에 궁극에는 강학년의 발언이 나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인조와 신료들은 다시 충돌하고 말았다.1635년 3월 14일 선조의 능(穆陵)에서 능침(陵寢)과 석물(石物)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간밤에 번개와 천둥이 요란한 상태로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이튿날 선조와 왕비의 능침 일부가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보고를 받은 예조는 서둘러 위안제(慰安祭)를 지내고 대신을 보내 봉심(奉審·무너진 능침을 살피는 것)한 다음 개수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목릉이 무너진 원인에 대한 진단을 놓고 긴장이 다시 촉발되었다. 사헌부 신료들은 인조에게 목릉이 무너지는 변고가 부묘를 시행하려는 즈음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중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선대(先代)의 혼령(魂靈)을 위로하기 위해 부묘를 연기하라고 건의했다. 인조는 부묘를 연기하라는 건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신들이 목릉이 무너진 것을 ‘하늘이 내린 변고(天變)’라고 규정하자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조는 ‘봉분을 만든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비가 미친 듯이 퍼부어 스며든 물 때문에 무너진 것’이라며 대신들의 ‘천변’ 주장을 일축했다. 또 원인을 정확하게 구명하지도 않은 채 ‘천변’으로 몰아가려는 대신들의 저의가 불순하다고 질타했다. 부묘를 둘러싼 논란, 강학년의 ‘폭탄 발언’, 이기안의 역모 사건 등이 중첩되어 일어나면서 인조와 신료들은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인조는 특히 목릉 붕괴의 원인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천변’ 운운하는 신료들을 계속 파직하는가 하면, 능에서 무너져 내린 사토(莎土)를 다른 곳으로 실어 옮긴 선공감(繕工監) 제조(提調) 신경진(申景 )을 나문(拿問·잡아다가 취조함)하라고 지시했다.‘무너진 흙에 벼락이 내리친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었는데 그것을 없애기 위해 고의로 흙을 옮겼다.’는 것이다. 인조는 신료들이 목릉의 붕괴를, 국왕의 실정에 대한 하늘의 경고 때문에 빚어진 ‘천재’로 몰아가면서 자신을 압박하려는 것을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홍타이지 “조선 신료들 탐욕·부패” 직격탄 목릉 붕괴의 원인을 둘러싼 공방이 수그러들 무렵인 1635년 8월 후금 사신 동덕귀(董德貴)가 평양에 도착하여 국서를 올려보냈다. 홍타이지는 먼저 조선 백성들이 국경을 넘어 후금 영내로 진입하다가 체포되는 사례가 많다고 항의했다. 그는 법을 어기고 월경하는 백성들이 많은 것은 ‘조선 신료들이 탐욕스럽고 부패하여 임금의 총명을 가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로부터 신하가 국권을 쥐고, 사실(私室)을 강하게 하고 군주를 업신여기면 나라의 정사가 망가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후금은 형제국이므로 직언으로써 충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의 국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권세가 강한 신료들은 조심하라.’며 조선의 내정을 걱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서인들의 권세가 너무 커졌다.’고 인조가 푸념했던 것이 어느새 홍타이지의 귀에까지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금은 이제 조선 내정에 ‘충고’까지 하려고 덤비고 있었다. 사실 이 무렵 홍타이지는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차하르(察哈爾) 몽골 원정에 나섰던 도르곤(多爾袞) 등이 차하르의 릭단한(林丹汗)이 가지고 있던 원(元)의 옥새(玉璽)를 노획해 왔던 것이다. 릭단한은 몽골에서 칭기즈칸의 정통성을 잇는 권위를 지닌 인물이었다. 일찍이 원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는 주원장(朱元璋)의 명군을 피해 달아나다가 죽었고 그 와중에 원의 옥새는 행방이 묘연했다. 옥새는 200년이 지난 뒤에야 양치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어 우여곡절 끝에 릭단한의 손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그 옥새가 홍타이지의 손에 들어갔던 것이다. ‘제고지보(制誥之寶)’라는 글자가 새겨진 옥새를 얻었을 때 홍타이지는 향불을 피우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면서 ‘하늘이 역대 제왕들이 사용하던 옥새를 짐(朕)에게 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감격해했다. 마치 자신에게 천명(天命)이 돌아왔다고 여길 법도 한 일이었다. 실제로 홍타이지는 사람을 시켜 조선에도 자신이 옥새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 사연에서 얻어진 자신감 때문일까? 홍타이지의 국서 내용은 조선의 신경을 더욱 거스르게 만들었다. 거듭되는 천재지변을 둘러싼 논란,‘충고’ 운운하는 후금의 국서에 대한 찜찜함을 뒤로하고 1636년 병자년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짐바브웨 유혈로 치닫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야당에 정권 못 내준다.” 짐바브웨를 28년째 철권 통치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84) 대통령이 이렇게 선언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이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후보인 모건 창기라이(56) 민주변화동맹(MDC) 총재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개표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선거 조작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가 하원 선거구 개표 결과를 간헐적으로 발표하고 있을 뿐 대선 결과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텐다이 비티 MDC 사무총장은 “무가베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무가베가 개표결과를 조작하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창기라이 후보가 60%를 득표,30%에 그친 무가베 대통령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선관위 내부 소식통을 인용, 선관위가 무가베가 52%를 득표한 것으로 개표 조작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이 공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승리를 주장하는 것은 혼란과 폭력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라며 강경 대처할 것임을 강조했다. 선거결과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제2의 케냐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국제사회도 짐바브웨 선관위에 조속한 선거결과 발표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AFP가 전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지금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야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알 자지라는 분석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알려진 창기라이 총재는 전국적인 노동조합을 이끌어온 골수 야권으로 불린다. 벽돌공장 근로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학업을 포기하고 1974년부터 84년까지 서부 마노샨랜드의 니켈 광산에서 일하며 노동운동에 눈을 떴다. 짐바브웨 노동총동맹(ZCTU)의 사무총장과 위원장을 거치며 국제적인 노동운동가로 떠올랐다.2003년 무가베가 백인 토지몰수를 골자로 한 국민투표로 승부수를 던지자 개헌반대 투쟁을 이끌어 승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30년 야권생활 끝에 국가를 바꿔보려는 의욕도 무가베의 철권 앞에선 그리 쉽잖아 보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용어 클릭 ●짐바브웨 원래 영국 연방 로디지아-니아살랜드를 이루는 남부의 일부분이었다.1980년 총선을 통해 국제승인을 받아 독립, 국명도 아프리카 쇼나어로 ‘돌집’에서 따와 바꿨다. 그러나 아프리카 2위를 기록했던 경제는 2000년 백인들 소유의 농장을 몰수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도입하면서 서방의 봉쇄에 직면, 나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후 2005년 시장경제 체제로 돌아섰으나 이직도 연간 10만%라는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1170만 인구에 흑인이 9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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