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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 (7) 경북 영양 일월산

    [도시와 산] (7) 경북 영양 일월산

    우리나라는 곳곳이 산이지만 경북 영양은 온통 산이다. 이렇듯 무수한 산 가운데 우리 민족의 영산이 백두산이라면 영양의 영산은 일월산(해발 1219m)이다. 영양군민들은 한결같이 일월산에 신령스러운 일월(日月)신이 살고 있으며, 이로부터 정기를 받고 영험을 얻는다고 믿는다. 안동·영주시 등 인근 주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즐겨 찾는다. 경북의 최고봉인 일월산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고산자 김정호는 조선 철종 12년(1861)에 작성한 대동여지도에서 일월산을 찬양했다. 그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은 영동, 서쪽은 영서, 남쪽을 영남이라 일컬었고, 이 세 곳의 정기를 모은 곳이 바로 일월산이라 했다. ●태백산맥의 영험스러운 ‘여산(女山)’ 일월산은 세인들의 접근을 쉬 허락하지 않는다. 그만큼 여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안동과 영주에서 국도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길은 좁은 데다 구불구불하다. 초보 운전자들은 기겁할 정도다. 하지만 일단 일월산을 향하면 때묻지 않은 산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방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마침내 안동에서 1시간여 만에 맞는 일월산은 둥글둥글 큰 덩치의 모습이다. 영양군의회 권영기 전문위원은 “일월산은 영양 일월면과 수비면, 청기면, 봉화군 재산면을 아우르며 인근에 청량, 백암, 칠보, 통고산 등 수많은 중봉과 소봉을 거느린 높은 산이지만 정작 산세는 완만해 ‘순(順)산’이다.”라며 “그래서 사람들은 일월산을 여자의 산이라 칭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만큼 산행코스는 다양하면서도 쉽다. 등산로 대부분은 가파르지 않다. 어떤 코스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기름진 흙길로 이어져 있다. 이 중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에서 정상부의 일자봉(1219m)과 월자봉(1205m)으로 오르는 2개 코스가 가장 인기다. 이를 번갈아 오르내리면 4시간 남짓 걸린다. 등산로변은 4~6월이면 정상까지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가 널려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자랑한다. 잘 보존된 원시림이 하늘을 가려 긴 터널을 이룬다. 정상에 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태백산맥 줄기의 수없이 많은 작은 산들이 구름바다를 이루며 저마다 두둥실 떠다닌다. 그 너머로 멀리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권종덕(39)씨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섶은 야생화 군락인데다 처녀지 같아 밟기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상에 서니 천하를 얻은 느낌”이라면서 “전국의 많은 산을 올라 봤지만 이런 묘한 기분이 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국 명산과 달리 천년고찰 없어 일월산은 무속 신앙의 명소다. 무속인들은 접신을 위해, 일반인들은 영험을 얻기 위해 사시사철 찾는다. 월자봉 남서릉에 있는 황씨부인당은 영험의 상징이다. 옛날에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소박맞은 황씨 부인의 영혼을 모신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권 전문위원은 “황씨 부인의 신랑은 신혼 첫날밤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신방 앞에 서자 문 창호지에 칼날 그림자가 얼씬거리자 연적의 소행이라 오해하고 놀라 달아났다. 칼날 그림자는 사실 문 앞에 있던 대나무 그림자였다.”면서 “황씨는 신랑을 기다리다 지쳐 한을 품고 죽었다.”고 들려줬다. 일월산의 음기와 영기가 가장 강하다는 일월 용화리 선녀골의 선녀탕(기도객들이 목욕 재계하는 곳)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계곡과 잇닿은 곳에 수많은 넙적돌로 쌓아 만든 굿당과 기도처가 즐비하다. 계곡은 온통 무속의 기운뿐이다. 이 때문인지 일월산은 전국의 다른 명산과는 달리 천년 고찰이 없다. 일월면에 사는 이모(78) 할아버지는 “예부터 일월산의 주신은 황씨 부인이어서 부처님을 모시지 못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비록 암자 크기인 용화사와 천문사 등의 절이 있지만 불상을 모시지 않는 사찰이다.”라고 귀띔했다. ●인재의 산실 일월산 일월산 자락은 명당으로 소문났다. 수많은 인재가 배출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봉 아래에 자리한 한양 조씨의 동족 마을 ‘주실마을’은 ‘승무’로 유명한 시인 조지훈을 비롯해 문인과 박사만 28명, 장성 10여명 등 숱한 인재를 배출했다. 일월산 골짝 중 가장 골이 깊고 넓은 일월면 오리동은 1970년대 한국 구세군사의 전환점을 마련한 김해득(1918~80) 제14대 구세군 한국사령관이 태어난 곳이다. 일월산의 물줄기가 면면히 이어지는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은 작가 이문열의 고향이다. 그는 2001년 이곳에 광산문학연구소를 열어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의 어머니 상으로 떠오른 조선 중기 여성 군자 장계향 선생도 일월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 영양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조물조물 산나물 食神들도 군침 ‘참나물, 취나물, 어수리나물, 병풍취나물, 우산나물….’ 산나물 천지인 일월산은 요즘 채취객들로 북적거린다. 경북 영양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산에 오른다. 전국 각지에선 대형버스와 승합차가 몰려든다. 하루 평균 500여명에 이른다. 4~6월이면 주민들은 짭짤한 수입을 얻으려고, 외지인들은 전국 산나물 가운데 으뜸으로 쳐주는 일월산 산나물의 진미를 맛보기 위해서다. 영양군 농정과 김상준 유통계장은 “청정지역 일월산의 기름진 부식토에서 자라는 산나물은 40여㎞ 떨어진 동해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산악지대 특유의 큰 일교차 영향으로 향이 진하고 부드러워 전국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는다.”고 자랑했다. 이어 “조선시대 때 일월산에 생산되는 60여종의 산나물 중 금죽, 참나물, 고사리 등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양 주민들은 일월산 산나물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봄철 잠시 산나물로 올리는 매출액은 30억~40억원에 달한다는 것. 일부는 한철에만 2000만~3000만원의 목돈을 거머쥔다고 영양군의회 권재욱(영양읍 일월·수비면) 의원은 귀띔했다. 일월산 마니아인 권 의원은 “일월산 산나물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들을 연명하게 했고, 이후엔 돈을 벌어 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말했다. 영양군도 산나물을 관광자원화해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일월산 산나물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올해 축제엔 외지 관광객 25만명이 다녀갔다. 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산나물 및 특산품 25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경제유발효과는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일월산 산나물축제는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지역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일월산이 영양 주민에게 안겨 주는 정신적·물질적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고 말했다. 영양 김상화기자
  • [실내장식] 4월 이야기-허브 바구니

    [실내장식] 4월 이야기-허브 바구니

    하루하루가 봄 향기로 행복한 4월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과 햇살로 꽃과 식물들이 신나게 자라려고 준비하고 있겠지요? 이번 <4월 이야기>에서는 허브 바구니를 만들어 향기가 있는 그린을 실내에서 키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식물의 경우에는 잠깐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키워나가야 하므로 내가 선택한 식물이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를 숙지하여야만 합니다. 길고 추웠던 지난 계절을 털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내 자신에게, 또는 이웃에게 선물해 보면 어떨까요?! 만드는 법 ■ 재료: 바구니, 비닐, 난석 허브: 골든레몬타임, 실버타임, 커리플랜트, 라벤더 1. 준비한 바구니에 적당한 사이즈의 비닐을 바닥에 깔아 물이 새지 않도록 한다. 2. 사진1과 같이 난석, 또는 굵은 마사토를 바닥에 얇게 깔아준다. 3. 허브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빼내지 말고 바구니에 넣어준다. 이때 용기는 그림1처럼 높이를 맞춰 잘라주거나, 조금 작은 용기에 옮겨준다. 4. 높이를 맞춘 플라스틱 용기를 바구니 안에 적당히 배치해 준다.사진2 5. 난석을 화분 사이 빈 공간에 넣고 사진3과 같이 용기가 보이지 않도록 가득 채운다. 6. 마지막으로 카드에 허브의 이름 등을 적어서 꽂아준다.사진4 ■ 허브 키우기 1. 허브는 햇빛과 통풍이 중요하다. 혹시 집 안에 그러한 공간이 없다면 조명이 밝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을 선택한다. 2. 허브는 플라스틱 용기 안의 흙이 말랐을 때 반 컵 정도 양의 물을 넣어준다. 3. 허브는 스트레스 받는 것을 좋아하므로 자주 만져주고 향기를 맡고 또 잎을 따서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허브를 잘 자라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4. 가을이 되면 플라스틱 용기에서 허브를 꺼내 큰 화분으로 분갈이해 주고, 통풍이 되는 실내에서 월동시킨다. 글 이현아 플로리스트 http://blog.naver.com/flowercoms
  • 제주 설문대할망제 가볼까

    ‘먼 옛날 설문대할망은 망망대해 가운데 섬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치마폭 가득 흙을 나르기 시작했다. 제주섬이 탄생했고 하늘에 닿을 듯한 한라산 산봉우리가 생겨났다. 산이 너무 높아 봉우리를 깎아 던졌더니 안덕면 사계리로 떨어져 산방산이 됐다. 흙을 나르다 터진 치마 구멍으로 흘러내린 흙은 360여개 오름으로 변했다.’ 제주섬을 낳은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을 주제로 한 설문대할망제가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린다. 15일에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었다는 신화가 천지창조의 성격을 띠고 있어 천제(天祭)의 형식을 빌려 제를 올리며 여성제관과 집사가 주재한다. 16일에는 ‘탐라에서 신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설문대할망 신화를 재조명하는 시간도 마련돼 현용준 제주대 명예교수, 조현설 서울대 교수, 최원오 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한다. 17일에는 설문대할망 신화지인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해녀박물관, 엉장매코지, 용연 등을 답사하는 행사가 열린다. 2005년 300억원 들여 조성한 제주돌문화공원은 돌과 흙, 나무, 쇠, 물 그리고 제주 섬을 창조한 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돌에 관한 전설을 주제로 화산섬 제주의 돌문화 진수를 보여 주는 공간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Let´s Go] 대전 계족산 황토숲길…맨발의 향연

    [Let´s Go] 대전 계족산 황토숲길…맨발의 향연

    “적나라한 태양은 고통스럽게 뜨거웠다. 나는 오븐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소금이 두 눈을 아프게 찔렀다. 잠시 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손으로 땀을 닦아냈지만, 내 손과 얼굴 모두 소금투성이였다.”(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59)는 그리스에서 옛 마라톤 코스를 직접 뛰며 겪었던 고통스러움을 이렇게 적었다. 그는 자신이 내놓은 30여권의 책에 육박하는 26차례의 마라톤 완주를 했고, 3시간30분대의 풀코스 기록을 갖고 있는 심각한(?) 마라톤 마니아다. 문장쓰기는 두뇌 노동에 해당되지만, 책을 한 권 만드는 것은, 마라톤과 같은 육체 노동이라는 신념으로 그는 뛰고 또 뛰었다. 어디 하루키뿐이랴. 최근 10년 남짓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국내 마라톤 인구는 30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이들은 굵은 허벅지와 날렵한 엉덩이, 탄탄한 복부를 자랑하는 건강마라톤 동호인이면서, 상당수는 하루키처럼 달리기 중독증에 빠진 이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눅들 일 없다. 늘어나는 뱃살과 처진 엉덩이를 가진 사람은 달리지 말란 법도 없다. 또한 길은 꼭 달리라고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명품 황톳길로 유명한 대전 계족산 숲길 13㎞ 코스라면야! 대전광역시 대덕구 장동 계족산 황토 숲길은 빠르게 달릴수록 그만큼 손해다. 가능한 한 느릿느릿 천천히 걸어보자. 그러다 흥이 돋으면 힘이 닿는 만큼 뛰어도 좋다. 계족산 황톳길은 장동 산림욕장에 있다. 대전터미널에서 차로 10~2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아쉽게도 대중교통은 약간 불편하다. 차를 갖고 대전나들목 또는 신탄진 나들목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자마자 성급한 사람은 여기에서부터 운동화며 양말이며 모두 벗어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600m 남짓 걸어올라가야 드디어 진짜 황톳길이다. 5월의 햇볕 내려앉은 신록은 산들바람에 몸을 뒤척거릴 때마다 연두색에서 짙은 초록색으로 색깔을 바꿔낸다. 길 양쪽으로 우거져 쭉쭉 뻗은 나무들은 황톳길에 적당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황톳길은 아예 신발도, 양말도 모두 벗어던지라고 귓전에 속삭인다. 조심스럽게 맨발을 내디디면 체로 곱게 쳐놓은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황토가 발바닥을 푸근히 감싸준다. 멀지 않게 보이는 대청호는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한참을 걷노라면 흘리는 땀방울에서도 풀내음, 흙내음이 가득해진다. 풀썩거리는 황토 먼지조차 싱그러운 계족산 황톳길은 봄날 가족나들이, 사랑하는 연인의 호흡 느껴보기, 꼬마 아이들 자연체험 등 모든 것에 딱 들어맞는다. 그뿐인가. 3년 전부터는 매년 5월이면 아예 여기에서 마라톤 대회까지 열린다. 지난 10일 오전 5000여명의 맨발들이 계족산 황톳길에 모였다. 국내에서 유일한 맨발 마라톤이다. 이름하여 ‘에코힐링 마사이마라톤대회’다. 맨발로 걷고 뛰는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족은 육식을 즐기면서도 성인병 및 근골격계 질환이 없기로 유명하다. 여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에코힐링은 자연을 통한 치유를 의미한다. 이름은 마라톤이지만 ‘계족산 황톳길 정신’을 고스란히 구현한 대회다. 당연히 맨발이라야 한다. 물론 양말 또는 운동화를 신어도 되지만 황톳길 체험 기회를 차버리면 자기만 손해 아니겠는가. 또한 기록의 의미도 크지 않다. 5㎞와 13㎞로 종목이 나뉘는데, 13㎞를 뛴 뒤에는 완주증에 자신이 직접 기록을 적는다. 이러다 보니 기록을 위해 정신없이 뛰는 마라톤 마니아부터 길 위에서 딴전 피우기 일쑤인 서너 살 꼬맹이 손잡고 천천히 걷는 부모, 군데군데 펼쳐지는 숲속 음악회 듣고, 황토 머드팩 바르며 데이트하듯 술렁술렁 걷는 젊은 연인들, 황톳길을 신기해하는 외국인들까지 참가자들도 다양하기만 하다. 참가비는 1㎞당 1000원이다. 즉, 5㎞는 5000원, 13㎞는 1만 3000원이다. 여기에 30세 미만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돈에 구애받지 말고 운동을 즐겼으면 하는 주최측의 바람이다. 게다가 이 참가비조차 전액 문화체육 예술분야 꿈나무 육성 장학금으로 기탁된다. 사실 이러한 황톳길은 대전 지역의 대표기업인 ‘선양’ 조웅래 회장의 뚝심으로 만들 수 있었다. 선양은 3년 전 1000t의 황토를 13㎞ 산책로에 깔았다. 1년에 서너 차례 황토를 부어야 한다. 36번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 조 회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이 코스를 돈 뒤 출근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쏟아붓는다. 대회조직위원장인 조 회장은 “티격태격 부부싸움한 다음날 아이는 살짝 떼어놓고 계족산성 황톳길을 걸어보라.”면서 “몸과 마음으로 부부 금실이 달라진다.”고 살짝 귀띔했다. 황토 발마사지에 산림욕 효과 등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인가. 이번 마라톤대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11월까지 매월 두 번째 일요일마다 계족산에서 황토길 맨발 걷기와 숲속 음악회 행사를 갖는다. 맨발로 황톳길을 밟다가 산속에서 만나는 오카리나 연주는 천상의 소리인 듯 편안함을 안겨준다. 이날 30여개국의 외국인 500여명도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졌다. 네팔에서 왔다는 엠 마굴(35)은 13㎞를 완주한 뒤 “맨발에 닿는 흙의 느낌이 너무도 좋다. 운동화 신고 아스팔트 밟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새소리, 나무냄새 맡으며 뛰다 보니 1시간17분이 흘렀다.”고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참, 하루키는 마라톤을 예찬하며 또한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가치있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는 영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법이다.” 하루키가 황톳길 맨발 마라톤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하는 소리다. 계족산 황톳길만큼은 예외다. 이는 효율도 넘치고, 가치도 충만하다. 이번 주말, 한 번 발 걷어붙이고 걸어봄직하지 않나. 마라톤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호젓한 산길 걷기의 유쾌한 중독증에 걸려보자. 글 사진 대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도시와 산] 춘천 삼악산

    [도시와 산] 춘천 삼악산

    푸른 북한강을 휘감아 돌리며 강원 춘천~서울을 잇는 길목에 삼악산(654m)이 우뚝하다. 해자를 두른 성처럼 춘천 도심의 지킴이 역할을 하는 주산이다. 삼악산은 그래서 춘천의 대문으로 통한다. 수천년 춘천을 요새처럼 지켜오며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장이기도 하다. 삼악과 더불어 살아온 춘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도 푸짐하다. 규모는 작지만 설악과 금강산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 아름다운 자태도 일품이다. 빙하기 때 얼음이 녹으며 형성된 등선폭포 일대 기암괴석의 오묘함은 신기로움 그 자체다. 바위 틈을 헤집고 수백년은 족히 넘게 자랐을 소나무들은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바위 절벽, 흙 능선 두 얼굴의 산 삼악산은 두 얼굴을 간직한 산이다. 산세가 험한 바위로 형성된 경사면이 있는가 하면 두루뭉술한 육산으로 이뤄진 능선도 있다. 헉헉거리며 바위를 기다시피 오르다 보면 어느덧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산책로 수준의 내리막이 나타난다. 해발 600m를 넘나드는 용화봉(645m), 청운봉(546m), 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줄곧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은 많다. 이 가운데 의암댐~등선폭포 코스를 많이 찾는다. 의암댐에서 바위를 타고 정상까지 1시간30분쯤이면 족하다. 초입의 상원사를 지나 깔딱고개쯤 오르면 한겨울에도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깔딱고개에서 8부능선까지 줄곧 암벽을 올라야 하기에 쇠밧줄과 발 디딤쇠, 철 계단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초행길이면 아찔한 등산길이다. 정상으로 오르며 의암호수와 춘천시내를 조망하는 풍광은 장관이다. 호수 위에 붕어섬과 중도, 위도 등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아담한 도시와 어울러진 산과 강이 기막히다. 춘천이 호수의 도시라는 것이 실감난다. 주말마다 오는 차진석(47·자영업)씨는 “안개가 자주 끼어 구름 속으로 언뜻언뜻 내려다보이는 도시와 호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며 “마치 기구를 타고 하늘을 여행하는 듯하다.”고 삼악 예찬론을 편다. 정상에서 등선폭포쪽 길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다. 산책하듯 내려오는 ‘아침 못’에 이르면 솔향기 가득 코끝을 자극한다. 아늑한 곳이다 보니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있다. 중간에 333 돌계단을 지나 흥국사에 이르면 다시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나오고 등산길 끝자락에 등선폭포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등선폭포는 빙하시대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계곡이다. 연이어 만들어진 폭포와 연담은 층층마다 모양을 달리한다. 깎아지른 듯 양쪽이 패어 만들어진 절벽은 하늘벽을 이룬다. 절벽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손바닥보다 작다. 하산길은 1시간 남짓 걸린다. 의암댐에서 등선폭포로 내려오는 2~3시간의 산행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마치 선녀와 함께 폭포를 여행하는 듯한 환상적인 코스다. 연인, 직장인,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기형 삼악산관리사무소 직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성수기 주말이면 2000~3000명, 겨울이면 1000명이 찾는다.”며 “정상에서 강촌쪽으로 이어지는 산성코스와 진달래코스,덕두원길 등 다양한 등산길이 있어 취향대로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한다. ●산성 등 수천년 역사의 흔적도 즐비 삼악에는 수천년의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쉰다. 오랜 세월 곳곳에 흔적으로만 남은 삼악산성과 기와조각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2000여년 전 춘천 우두벌을 근거지로 번성했던 고대 맥국이 외세에 밀려 삼악산에 처음 산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1100여년 전 후삼국시대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가 다시 삼악산성을 쌓아 한때 춘천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이후 구한 말(1896년) 춘천을 중심으로 5000~6000명의 의병들이 옛 산성을 보수하며 구국의 의지를 불사르기도 했다. 1000년 세월을 징검다리처럼 삼악산은 역사의 발자취를 하나씩 새겨 온 셈이다. 지금도 춘천지역 사람들은 ‘삼악산에 구름이 끼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는 것처럼 삼악산은 그렇게 춘천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오고 있다. 조선시대 춘천~한양을 잇는 옛길이 있는 곳이다. 1920년대 지금의 북한강 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신작로가 생겨나기 전까지 한양으로 가던 길이 삼악산으로 통했다. 지금도 옛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덕두원이란 지명도 옛 주막이 있었다는 흔적이다. 한양에서 춘천으로 부임하던 전·현직 부사가 상견례를 하던 석파령도 있다. 우리나라 대표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귀의 성’(1907년 만세보에 연재)의 주요 무대도 삼악산이다. 서울로 시집간 춘천댁이 본처의 질투로 죽음을 당한 뒤 삼악산에 묻혀 봄만 되면 새가 되어 구슬프게 운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삼악 산행길에 새소리만 들려도 소설속의 춘천댁이 그려진다. 문학평론가 김영기(72) 씨는 “삼악산은 뛰어난 풍광과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산으로 조만간 고속도로와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곤돌라 등을 설치해 새로운 춘천의 관광자원으로 크게 기대되는 산이다.”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지자체 “한푼이라도 아끼자” 예산절감 아이디어 톡톡

    지자체 “한푼이라도 아끼자” 예산절감 아이디어 톡톡

    “생각을 바꿔 한푼이라도 아끼자.”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예산 절감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소모성 경비 등을 줄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외부에 맡겼던 업무를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거나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흙을 재활용하는 등 기발하면서도 마른 수건 짜내기식 묘안이 백출하고 있다. ●해운대구 우편→전자우편으로 돈절약 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는 올해 발주하는 각종 사업의 설계를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술직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합동설계반’을 운영하고 있다. 토목, 도로, 교통, 공원녹지 등 4개 분야 21명으로 합동설계반을 편성했다. 이들은 41건 36억원의 대상사업에 대해 실시설계를 추진 중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대부분 외부에 의존하던 설계작업을 전문지식을 갖춘 기술직 공무원이 직접 설계함으로써 예산절감은 물론 사업의 조기발주로 지역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고장난 업무용 컴퓨터를 자체 수리하는 ‘컴퓨터 정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도에는 직원 컴퓨터 3391대가 있는데, 하루평균 20여대의 고장수리를 의뢰받는다. 직원들은 “컴퓨터를 자체 수리하면 예산절감뿐 아니라 정보의 유출도 막을 수 있다.”며 좋아한다. 수원시는 택지개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표토(지표면 흙)를 재활용하여 예산절감과 생태계 보전을 꾀하고 있다. 택지개발 중인 광교신도시와 호매실지구 등 4곳에서 발생하는 표토를 채취해 공원 조성에 재활용하고 있다. 수원시는 또 외부 용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반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벌여 2억원이 넘는 예산을 아꼈다. 경기도는 사전 계약심사제를 도입해 올들어 1000여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단속통지·납부 겸용 고지서로 1억원↓ 성남시 수정구는 불법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해 단속 사전통지서 및 자진납부 겸용 고지서를 발송해 수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구청은 “지난해에는 사전통지서와 납부고지서를 각각 따로 발송해 우편비용만 연간 3억원이 들었으나 올해는 절반 수준인 1억 5000만원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구는 또 중복된 과태료 고지서를 ‘묶음 발송’하는 방법을 고안해 한 달 120만원, 연간 1400여만원의 우편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는 5월부터 수작업에 의존하던 지방세 고지서 송달방법을 우체국 전자우편으로 변경했다. 지금까지는 담당공무원이 지방세 고지서를 출력해 봉합·분류작업을 거쳐 우체국에 접수, 해당주민에게 보내기 때문에 발송부터 도착까지 최소 7일이 걸렸다. 부산시 수영구는 각 부서에서 세외수입 체납고지서를 보내던 ‘개별발송’을 대신해 세무과에서 개인별 체납현황을 취합해 보내는 ‘통합발송’으로 변경, 우편발송 예산을 줄였다. 경남 창원시는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치 전자정부 통신망 회선에 대한 요금 3억원을 한국통신 측에 납부했다. 시는 요금을 미리 납부하면서 37%의 할인율을 적용받아 1100만원의 예산을 아꼈다. 충청남도는 해외사무소에 분기별로 보내던 경비를 한번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1억 25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400억원의 가용예산 가운데 행사성 경비를 절약하고 연가보상비 지급 일수를 5일 줄이는 방법으로 100억원을 마련해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즐거운 귀농 사례

    경기 용인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최철환(59)씨는 지난 2년을 정신 없이 보냈다. 제약회사 지점장으로 은퇴한 뒤 하릴없이 있던 최씨는 동창 모임을 통해 수도권 내에서도 귀농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준비에 착수했다. 현재 최씨는 수원시내에 살던 집을 그대로 둔 채 용인으로 매일 출퇴근하며 복숭아농장을 운영 중이다. 농사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데다 일손이 부족해 일부는 ‘가족 농장’으로 분양했다. 첫해에는 적자를 봤고, 지난해에도 큰 수익 없이 적자만 간신히 면했다. 그래도 최씨는 자신만만하다. 그는 “그래도 다들 우리 복숭아가 맛있다고 한다.”면서 “올해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북 고창 시내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다 귀농한 김모(65)씨. 토종닭 농장을 운영한 지 5년이 돼 간다. 시내에서 호프집을 운영할 때 장사도 잘돼 돈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식을 앓은 뒤로는 활력을 잃어 버렸다. 그는 “당시에 아내도 몸이 좋지 않아 이 기회에 시골로 내려가자고 결심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고향을 떠날 순 없다는 생각에 고창 외곽 지역을 알아봤다. 토종닭은 일반 양계와 달리 식용 고기와 달걀을 모두 얻을 수 있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토종닭 1000마리로 시작한 농장은 이제 4000마리 규모로 커졌다. 맑은 공기를 마시다 보니 천식도 사라졌고 아내의 건강도 회복됐다. 김씨는 “큰 수익을 바라기보다 흙과 함께 살겠다는 마음을 갖고 오니 만사가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묻지마 귀농’은 위험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단지 ‘흙이 좋아서’ 무작정 귀농에 나섰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귀농에도 일정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며 단기간에 모든 역량을 다해 추진하는 것보다 일정기간 ‘워밍업’을 한 뒤에 농촌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단편적인 정보를 얻기보다 서울·부산·경기·경남 등 9개 지역에 위치한 ‘전문귀농학교’ 방문을 추천한다. 귀농은 기술을 준비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철학의 변화도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적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수형 간사는 “직업을 바꾸고 사는 지역을 바꾼다고 해서 농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생명에 대한 동경과 생태가치 등을 되새겨 마음자세와 철학부터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귀농교육은 현장실습뿐만 아니라 귀농 선배와의 만남, 농촌 주거문화, 농가 공동체 형성 등 농촌에 장기간 거주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역별로 교육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전국귀농운동본부 문의전화(02-2281-4611)를 통해 미리 일정을 체크한 뒤에 참여해야 한다. 이밖에 천안연암대학(041-580-1123), 한국농업대학(031-229-5078), 여주농업전문대학(03 1-883-8272) 등에서도 귀농교육을 하고 있다. 귀농자에 대한 정책지원 정보는 전국귀농운동본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경영인력과(02-500-1730) 등에 문의하면 자세히 알려 준다. 농업인재개발원에서 운영하는 통합농업교육정보시스템(www.agriedu.net)에서는 온라인 귀농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실직이나 폐업 등으로 농촌에 정착하려는 귀농자에게 1인당 2000만~1억원의 창업자금과 2000만원의 주택구입 자금을 빌려 주는 ‘귀농·귀촌 종합대책’이 마련돼 귀농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리는 3% 수준에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 융자금의 90%를 보증해 준다. 정부는 또 시·군별로는 마을협의회 등이 운영하는 ‘귀농인의 집’을 마련하도록 지원해 초기 귀농자가 임시 거처로 사용하면서 창업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농협에는 ‘귀농·귀촌 종합센터’가 설치돼 정보·교육·컨설팅 등을 단계별로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실시된다. 다만 정부는 귀농자를 지원하기에 앞서 귀농교육을 받았는지와 귀농에 대한 의지를 우선 평가할 계획이어서 반드시 지원신청이 가능한 기준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독자의 소리] 봄가뭄 심각… 물 절약해야/충남 보령시 웅천읍 전화조

    봄 가뭄이 너무 심해 논에 물 대기를 미루어 왔던 농부들은 마른 들판에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논을 정리하고, 밭에는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그 사이로 비닐을 편다. 농부들은 물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어 한 방울의 물이라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주전자로 고추모종에 물을 주고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흙으로 덮어 준다. 이렇게 매일 가뭄에 대처하는 농부의 한숨은 늘어가고 깊은 주름살은 오늘 따라 물을 대는 수로처럼 깊어 보인다. 가뭄이 심한 이곳 서해안 지역 보령댐 주변은 보령호가 있어 그나마 물 걱정이 덜한데 올 들어 물 부족이 지난해보다 훨씬 심하다고 한다. 한 주전자의 물이 이렇게 귀중한 생명의 물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는 내 스스로 물을 관리·보호하는 관리자로 새롭게 태어나련다. 내게 필요한 물이 농업용이든, 아니면 식수이든 모두가 너무나 소중하기에 현재의 가뭄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선 모두가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전화조
  • 금호강변 마라톤 코스 조성

    낙동강 지류인 대구 금호강변에 시민을 위한 마라톤코스가 조성된다.29일 대구시에 따르면 금호강 동촌유원지와 달서천 합류지점 사이에 왕복 42.195㎞의 정스를 만들기로 하고 6월에 공사를 시작한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에 완공, 공개된다.이 코스는 금호강변을 따라 폭 6m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충격 흡수가 뛰어난 특수 흙을 다져 포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한강 둔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연결, 시민이 언제나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2011년 육상대회를 앞두고 시민이 금호강을 따라 뛰면서 마라톤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육상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시는 설명했다.시는 이 코스가 완공되는 대로 전국 단위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대구시는 마라톤코스와 함께 금호강 일대에 자전거 길과 산책로, 역사탐방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시론] 4대강 사업 기후변화·중소하천 고려를/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시론] 4대강 사업 기후변화·중소하천 고려를/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하천에 붙은 곳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하천변에 모여 살면서 필연적으로 홍수 문제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인더스문명은 홍수에 망했다고 하며,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로 일컬어지는 요순시대에도 홍수는 골칫거리였다. 요임금이 치수를 맡긴 사람은 곤이었는데, 곤은 상제의 보물인 식양을 훔쳐 치수에 사용했다. 식양은 끝없이 불어나는 흙으로, 이를 이용해 제방을 쌓았으나 상제가 식양을 거두어 가자 홍수가 다시 범람해 많은 백성들이 죽었다. 요임금의 다음 임금인 순임금은 곤의 아들 우에게 치수를 맡겼다. 우는 13년 동안 쇠신발이 닳도록 산에 오르고, 자 하나로 구주팔황을 측량했다. 우는 아버지 곤과는 달리 하천의 막힌 곳을 터서 잘 흐르도록 하고 강바닥을 파서 물길을 열어주니 마침내 천하의 물길이 잡혔다. 이 공으로 임금이 된 우는 하왕조의 시조가 된다. 예로부터 이수(利水)·치수(治水)와 같은 하천관리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중요 책무였다. 곤이 치수에 실패한 이유는 흐르는 물길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제방이 일시적으로 홍수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결국 9년 동안의 노력에도 제방이 무너져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우는 아버지 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모든 하천을 직접 답사해 특성을 파악한 후 지역적 특성에 맞춰 필요한 곳에서는 강제로 막힌 제방을 열고 강바닥을 파내 13년 만에 물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제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몇 가지만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그동안 대하천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더 큰 관심을 둬야 한다. 대하천에 비해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건천화 등 하천유량의 부족으로 용수원의 역할이 어려워지면서 가뭄과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하천이 대동맥이라면 지방하천·소하천은 동맥과 실핏줄로 지방하천과 소하천이 지역특성에 맞추어 살아날 때 대하천도 제 기능을 다하게 된다. 다음으로 기후변화를 고려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돼야 한다. 기후변화는 모든 측면에서 인간과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유역의 수자원과 하천유량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강우량은 늘지만, 강우일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홍수와 가뭄이 더 빈번해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과거와 현재의 수문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후변화의 영향까지 고려해 미래에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모든 사업을 완료하려는 조급한 마음은 버려야 한다. 경제상황이 힘든 현 시점에서 실물경기 회복이 급선무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하천을 살린다는 것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사업인 것이다. 억지로 제어할 때 어디선가 탈이 나고, 순리에 따라갈 때 비로소 물길을 잡을 수 있었던 곤과 우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후대에 진정 ‘4대강을 살린 사업’이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하에 단계적으로 순리에 따라 사업이 수행돼야 한다. 왜냐하면 하늘의 보물인 식양으로도 하천을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재응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
  • [26일 TV 하이라이트]

    ●MBC스페셜(MBC 오후 10시35분) 올 초 호주의 산불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가뭄, 유럽의 폭염,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동남아시아의 사이클론 등 기후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들은 모두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깊다.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와 키리바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영상앨범 산(KBS1 오전 7시30분) 13세기 초 건설되어 16세기 중반까지 중앙 안데스 일대를 지배한 잉카제국. 페루의 옛 수도 쿠스코에는 옛 잉카문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케추아어로 배꼽이라는 뜻의 쿠스코는 잉카인들에게 세계의 중심이었다. 남미 여행가 유원식씨와 함께 잉카 문명의 심장부인 마추픽추로 향한다. ●도전, 골든벨(KBS1 오후 7시10분) 호텔조리학과, 인터넷 비즈니스과, 디지털 정보통신과, 사이버 정보통신과.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취미에 딱 맞춘 특성화 교육의 산실로 정보계열과 조리계열로 양분된 대구 상서여자정보고등학교. 이 학교 학생들이 73대 골든벨을 향해 펼치는 50문제와의 대결을 지켜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7세기 궁정화가로 세계 3대 명작 중 하나인 ‘시녀들’을 남긴 디에고 벨라스케스. 이 그림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데….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 고흐와 시엔. 세기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유명 연인들 그리고 아인슈타인과 한 여인의 특별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SBS 오후 8시50분) 설란은 금란이 가지고 온 와인을 마신 뒤 잠에 취해 기억 없이 스포츠센터를 또 찾아가 트레이너인 태우를 다시 만난다. 설란과의 우연한 수영장 만남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태우는 스포츠센터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설란을 보고 그 뒤를 쫓으며 폴라로이드로 설란의 모습을 찍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밤 12시20분) 또래보다 걸음이 늦다고만 생각했었던 수빈이. 4살이 될 무렵까지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다리에 힘이 없는 것이 걱정돼 찾은 병원에서는 자세한 병명을 얻을 수가 없었다. 한창 친구들과 함께 동네방네 뛰어 놀 나이인 열 한살 수빈이는 오늘도 집에만 있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몽골은 1년 중 7개월이 겨울이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몽골의 유목민들은 나무와 가축의 말린 배설물,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재료를 이용한 난방은 비효율적이며 흙이나 물의 오염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 난방을 할 때 배출되는 매연은 더욱 심각한 대기 오염을 일으킨다.
  • 신나는 도자기 축제 함께 해요

    신나는 도자기 축제 함께 해요

    경기도 이천, 여주, 광주, 오산의 지명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청자·백자·막사발 등을 떠올린다면 사회 실력이 일단 초등학교는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5월 전국 도자기 가마의 50%가 밀집해 있는 이곳 경기도 남부에서 대대적인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으로 올해 5회째를 맞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12회째인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2009’가 그것이다. 안산 경기도미술관도 현대미술 작품들을 대거 선보이는 ‘현대조형도자전, 세라믹스 클라이맥스’ 전시를 연다. ●5월24일까지 ‘불의 모험’ 주제로 열려 ‘불의 모험’을 주제로 한 전시, 공연, 교육, 학술 등이 5월24일까지 열린다. 지역마다 전시의 특성이 있어 이천에서는 현대도자기가, 광주에서는 청자와 백자 등 전통도자기, 여주에서는 생활자기가 전시된다. 3개 지역 모두 신나는 도자체험 프로그램 ‘에듀 비엔날레’를 마련했다. 어린이들이 불꽃이 되어 땅과 물, 불,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상을 제공한다. ‘터치터치!세라믹’은 유아들이 도자기 제작 과정에 참여해 흙을 만지면서 감성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오감체험’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까지 참여하는데 흙밟기, 흙던지기를 통해 흙과 뒹굴 수 있다.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만들거나, 핸드페인팅을 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주로 이천과 여주에서 참여 프로그램이 많다. 학술행사로 이천 도자진흥재단 세미나실에서는 도예가, 큐레이터, 환경전문가, 비평가가 참여해 ‘도자와 에콜로지’를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세계 20여개국 도자 전공 대학생들이 모여 워크숍, 세미나, 도자영화제 등을 통해 도자예술을 토론하는 ‘세계 대학생 도예대회’도 진행된다. (031)645-0531. ●막사발축제에선 체험교실도 진행 ‘막사발 장인’으로도 불리는 현대 도예가 김용문씨가 1998년부터 시작한 막사발 축제로 5월1일부터 10일까지 오산시민회관과 궐동 빗재가마에서 열린다. ‘빗재’는 김용문 작가의 호. 김 작가는 2005년부터 중국 산둥(山東)성 쯔보(淄博)시에서 초청받아 ‘막사발(Macsabal)’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 행사를 여는 등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개최 횟수는 12년이지만, 해외에서 열린 축제까지 포함하면 18회째 열리는 축제다. 올해 막사발장작가마 축제에도 아르헨티나의 빌마 빌라버드를 비롯해 전세계 현대 도예작가 19명이 참석한다. 해외 참가작가들은 모두 자비로 참가하지만, 매년 해외 작가의 참여는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김 작가가 사재를 털고 오산시가 경비의 일부 지원하는 이 행사는 규모 자체보다는 행사의 밀도에 주목해야 한다. 축제에 참여하면 59명의 도예가가 참석한 가운데 시범을 하는 장작가마 불 때기와 가마에서 도자기 꺼내기 등을 해볼 수 있다. 8~10일까지는 오산시민회관에서 체험교실이 진행된다. 같은 기간 오산시에서 ‘물향기 축제’를 연다. 수목원과 오산천 생태공원 일원에서 환경뮤지컬, 콘서트, 누에고치 공예체험 등이 진행된다. (031)378-2816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엄마가 된 수늑대/양호문

    [엄마와 읽는 동화] 엄마가 된 수늑대/양호문

    성질이 사납고 게으른 외톨이 늑대가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아이고! 배고파!” 늑대는 배가 너무 고파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집에 있던 마지막 음식을 먹은 지 벌써 나흘이 지났으니까요. 목도 타는 듯이 말랐지만 물이 있을 리가요. 왜냐고요? 이른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한여름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계곡물이 다 말라 버리고 말았지요. 외톨이 늑대는 겨우 몸을 일으켜서 일단 굴 밖으로 나왔어요. 굴속에 앉아 있어 봐야 누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예전에는 말만 하면 엄마가 무엇이든 가져다 주었는데. 지난달에 사냥을 나갔다가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요. 그때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면서 엄마한테 먹을 걸 가져오라고 소리치는 게 노래였지요. 그러나 이제 직접 먹이를 구해야지 어쩌겠어요? 오늘은 무엇이든 꼭 먹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숲 속을 뒤져도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 거 있죠. 그러자 늑대는 머릿속에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엄마가 보고 싶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었어요! 그럼 왜였냐고요?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서 날 이렇게 고생시키는 거야?’, 그렇게 엄마를 원망하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외톨이 늑대는 엄마를 싫어했어요.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고 말도 안 했죠. 함께 외출을 하지도 않았고요. 엄마랑 같이 다니는 게 창피했거든요. 나이가 들어 보여 할머니 같은 데다 앞다리 한쪽이 잘려져 다리가 세 개뿐이었거든요. 옛날에 사나운 멧돼지의 공격으로부터 아기 늑대를 지키기 위해 온힘을 다해 싸우다 그렇게 되었던 거였어요. 하지만 늑대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자기 머릿속에는 그런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괜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오히려 엄마를 더욱 구박했죠. 거짓말쟁이라고, 늙었다고, 장애자라고 마구 소리를 쳐댔어요. 아무튼 그렇게 엄마를 원망하며 서너 걸음 더 갔을 때였어요. “아니, 이게 뭐야?” 무언가 코끝에 걸리는 게 있지 않겠어요. 늑대는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자세히 살펴 보았죠. “에게게!” 그것은 바로 방울새 알이었어요. 그나마 보통 것보다도 작아 겨우 엄지손톱만 했죠. 어디서 떨어진 것인가 하고 위를 올려다 보았어요. 나뭇가지에 빈 둥지가 거꾸로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지 뭐예요. “어미 새도 있을 텐데?” 늑대는 전에 엄마가 해주었던 통닭을 생각하며 마른 숲 속을 열심히 뒤졌어요. 하지만 어미 새는 없었어요. 하기는 어미 새가 있다 해도 잡을 수가 없었지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사냥방법을 몰랐거든요. 엄마가 그렇게 사냥 방법을 배워두라고 타일렀는데, 늑대는 콧방귀를 뀌며 성질만 부려댔었죠. “에이! 이거라도 먹어야지!” 그렇게 투덜거리며 늑대는 방울새 알을 앞발에 올려놓고 막 입에 털어 넣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동작을 뚝 멈췄어요. 그러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니야!” 중얼거리더니, 알을 잘 감싸 쥐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 다음 자기 굴로 어슬렁어슬렁 되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행여나 떨어뜨릴세라 걸음걸이도 조심조심 하면서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늑대는 서둘러 마른 풀을 뜯어다가 바닥에 두툼하게 깔았어요.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그 위에 방울새 알을 올려 놓았어요. 그런 뒤 알 위에 살며시 엎드려 방울새 알을 품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예전에 찔레나무 둥지에서 딱새가 알을 품는 걸 본 적이 있었거든요. “요걸 지금 먹어봐야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그러고 보니 늑대는 알을 부화시킨 다음에 잡아먹을 속셈이었지 뭐예요. 그런 나쁜 마음을 갖고서 외톨이 늑대는 방울새 알을 정성스레 품었어요. 배에 땀띠가 나고 허기가 져 어질증이 일어도 이를 악물고 참았죠. 곧 맛있는 방울새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면서 말이에요. 배가 너무 고프면 썩은 나무뿌리를 씹으며, 심지어 흙을 핥아먹으면서 잠시도 둥지를 떠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날짜가 지나갔어요. 그만 포기하고 후딱 집어삼킬까도 여러 번 생각했었죠.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자기 혀를 깨물며 배고픔을 달랬어요. 어느 날, 늑대는 너무도 피곤하고 배가 고파 깜박 잠이 들었어요.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고 잠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알에서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어요. 그리고 알이 꿈틀거리는 것도 배에 느껴졌죠. 놀란 외톨이 늑대는 머리를 흔들어 잠을 털어내고 가만히 배를 들어 올렸어요. 그랬더니 알이 조금씩 깨어지며 새부리가 나오는 거지 뭐예요. 연필 끝처럼 조그맣고 뾰족한 부리였어요. 곧 아기 방울새가 머리를 내밀었어요. 그리고 다시 한참동안 안간힘을 쓰는가 싶더니, 드디어 깨어진 알 구멍을 비집고 힘겹게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죠. 알에서 방금 나온 아기 방울새는 눈도 못 뜨고 몸에는 깃털도 하나 없는 게, 그야말로 작은 통닭과 똑같았어요. “고생을 한 보람이 있군!” 늑대는 방울새를 단숨에 삼키려고 입을 크게 벌렸어요. 그런 다음 서서히 아기 방울새에게 뾰족한 이빨이 가득한 입을 가져다 댔죠. 그러다 어찌된 일인지 또 동작을 뚝 멈추는 것이었어요. “아니야!” 한 입에 집어삼키기엔 아무래도 아직 너무 작은 것 같아, 얼마간 방울새를 더 키우기로 했던 거예요. “짹짹! 밥! 짹짹! 밥!” 알에서 나온 아기 방울새는 입을 찢어져라 벌리며 밥을 달라고 졸라댔어요. 매일매일 그게 노래였죠. 그러니 늑대는 방울새에게 먹일 벌레를 잡으러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방울새 먹이를 찾아 하루 종일 메마른 숲 속을 헤집고 다녀야 했죠.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처럼 뜨거운 숲 속을 말이에요. 그런데도 하루에 잡을 수 있는 먹이라고는 겨우 송충이나 쐐기 네다섯 마리가 고작이었어요. 늑대는 전혀 먹지도 않는 그런 벌레를 어렵게 잡아다가, 이빨로 질겅질겅 씹어서 아기 방울새에게 먹여야 했지요. 구역질이 나서 속이 여러 번 뒤집혔지만, 어쩌겠어요. 방울새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기다리려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참고 참으며 부지런히 날라다 먹였지요. 그러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방울새의 똥과 오줌을 받아내고 잠자리를 갈아주곤 했어요. 외톨이 늑대의 정성으로 아기 방울새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어요. 이제 제법 몸에 보들보들한 깃털도 나고 더듬더듬 말도 하게 되었지요. 물론 눈도 뜨고 말이에요. “엄마! 또 주세요! 또!” 아기 방울새는 맛있는 간식을 해달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투정을 하며 늑대를 성가시게 했어요. 어느 정도 크자, 이제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댔어요. 외톨이 늑대는 커다란 나뭇잎을 들고 따라다니며 방울새에게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을 막아줘야 했지요. 그뿐인 줄 아세요?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면 등에 업고 달래면서 계곡을 한 바퀴씩 돌아주어야만 했는걸요.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나뭇잎으로 부채질을 하며 모기나 파리를 쫓아야 했고요. 때에 맞춰 간식도 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또 깃털도 골라주며 늘 신경을 써야 했어요. 방울새가 여름감기에 걸렸을 땐, 사흘 밤이나 꼬박 새워 간호까지 했는걸요 뭐. 그러느라 늑대는 점점 더 힘이 빠지고 야위어만 갔어요. 얼굴에 주름도 많이 잡혀 나이가 훨씬 더 들어보였죠. 그러던 어느 날, 늑대는 방울새에게 먹일 벌레를 잡으러 산등성 너머 멀리까지 나갔다 돌아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글쎄, 험상궂게 생긴 비단 구렁이가 집에서 아기 방울새를 물고 밖으로 나오고 있지 않겠어요. “엄마! 살려 주세요!” 방울새는 늑대를 보자마자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어요. 두 눈에서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요. “아니? 저것이 내 아기를?” 놀란 외톨이 늑대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비단 구렁이에게 덤벼들었어요. 그런데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지요. 구렁이는 굵은 소나무 가지만 했거든요. 게다가 힘도 엄청나게 셌고요. 그래도 늑대는 열심히 싸웠어요.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가 찢겨져 피가 철철 흐르도록 말이에요. 앞발까지 다쳐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늑대는 머리로 구렁이의 가슴을 힘껏 들이받았어요. 그 바람에 구렁이는 입에 물고 있던 방울새를 놓치고, 대신 늑대를 칭칭 감아 버렸죠. “늑대고기를 또 먹게 되었군! 흐흐흐!” 비단 구렁이는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놓고 두 눈을 번득이며 군침을 흘렸어요. 그러면서 풀숲에 떨어져 울고 있는 아기 방울새에게 소리쳤어요. “거기 꼼짝 마! 넌 이따가 입가심으로 먹겠다.” 그러잖아도 방울새는 온몸이 떨려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 모습을 본 외톨이 늑대가 크게 외쳤어요. “아가야, 어서 도망 가! 어서!” 늑대가 계속 소리치자, 아기 방울새는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풀숲으로 들어갔어요. 자꾸 뒤를 돌아다보면서 말이에요. 늑대는 뒤돌아보지 말고 어서 도망가라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멀리! 더 멀리! 이 엄마 걱정은 말고.” 그러면서 늑대는 비단 구렁이가 뒤쫓아 가지 못하도록 꼬리로 나무뿌리를 단단히 잡고 있었어요. 꼬리가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놓지 않을 각오였죠. 어떻게든 아기 방울새를 살리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비단 구렁이는 천천히 늑대를 삼키기 시작했어요. 구렁이의 삼키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늑대의 꼬리가 고무줄처럼 늘어났어요. 그리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마저 가물가물해졌어요. 물론 숨도 막혔고요. “방울아! 엄마는 죽더라도 너는 살아남아야 돼. 사랑하는 내 아가야!” 외톨이 늑대는 이제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해서 멀리 도망가라 외쳤지요. 몸은 점점 비단 구렁이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얼마 후 아기 방울새가 멀리 도망가고 있는 모습을 구렁이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보고 나서야 늑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때, 머릿속에 다리가 세 개뿐인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외톨이 늑대는 엄마의 주름 가득한 얼굴을 그리며 속으로 말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엄마가 자기를 키우느라 불편한 몸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 생각을 하며 외톨이 늑대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어요. 자기가 아기 방울새를 키우기 위해 쏟았던 정성보다 몇 배나 더한 정을 퍼부어 주었던 엄마가 너무나 고마웠어요. 반찬투정을 하며 밥그릇을 집어던지고, 늙었다고, 장애자라고 엄마를 구박한 일들도 기억 나 몹시 후회가 되었고요. 외톨이 늑대는 비단 구렁이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무어라고 한 마디 크게 소리쳤어요. 생전 처음 해본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늑대는 끝내 비단 구렁이의 뱃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요. 외톨이 늑대가 마지막으로 소리친 말이 무엇일까요? 대체 무슨 말이었기에 죽어가면서 그리 크게 외쳤던 것일까요? 그 말은 바로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이었어요.* ●작가의 말 전에 40대 초반의 한 아주머니가 11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봉제공장에서 가져온 일감을 집에서 1차 가공하여 납품하는 일이었는데, 한쪽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다녔다.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이며 이기심이 강하고, 제 엄마를 마치 자기 몸종 부리듯 하며 엄마의 사랑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의 시중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엄마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며 심지어 놀리기까지 했다. 이 동화는 그 아이를 생각하며 몇 년 전에 써둔 것이다.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희생적이고 고귀한 것인지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의 품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마운 것인가를 알게 하기 위해서. ●약력 ▲1960년 충북 보은 출생. 강원대학교 졸업. ▲2000년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 수상 (강원일보). ▲2008년 장편소설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 수상 (비룡소). ▲현재 춘천 소양강변에서 오로지 소설 창작에만 전념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음.
  • [그의 삶 그의 꿈] 농사꾼으로 돌아온 IT산업의 전설

    [그의 삶 그의 꿈] 농사꾼으로 돌아온 IT산업의 전설

    “농업은 우리 산업의 기반이자 새롭게 각광 받는 미래의 IT산업입니다.” 농업의 고부가가치산업 가능성에 여생을 걸고, 오로지 건강하고 합리적인 농업환경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이재욱 노키아TMC 명예회장(68). ‘흙은 만물의 생명이자 어머니’라고 말하는 이 회장은 “미래의 농업은 6차 산업입니다. 순수한 경작은 1차 산업이지만 이것을 가공하면 2차 산업, 유통 및 판매를 하면 3차 산업입니다. 이 모든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농사는 물론 가공, 판매까지 모두 갖춰져야 고수익이 창출되는 건전한 농업, 즉 6차 산업화 되는 것입니다.” IT산업의 신화, 농사꾼 되다 마산시 진북면 영학리 학동마을. 점점 험해지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이 구석진 곳에 IT산업의 전설적 인물이 칩거(?)해 있나?’ 하는 의아함이 든다. 물어물어 산 중턱까지 오르니 제법 큰 저수지 맞은편에 양옥 한 채가 보인다. 적자투성이 휴대폰 제조사를 취임 8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재임 18년 동안 연평균 30%씩 성장시킨 이 회장의 집이다. 이 회장은 2003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후 부인과 함께 이곳으로 귀농했다. 임파선 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농업환경개선에 바치겠다는 일념에서였다. 그리하여 시작한 것이 직접 농사를 짓는 일. 1만3000㎡(약 4000평)의 천수답을 어렵게 사서 농사를 시작했다. 논다랑이 수가 20개가 넘는 볼품없는 ‘쪼가리 논’이었다. 이 천수답에서 몇 년간의 농사 경험을 쌓다보니 현재의 농법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선 잡초와 병충해에의 노출이 심하다는 것. 그리고 자연을 거스르는 농법이라 사람의 손길도 많이 간다는 점이다. 이렇게 기존농법의 문제점을 개선한 끝에 그는 ‘친환경 고수익’의 ‘지장농법(地藏農法)’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건전한 농법과 쌀 소비촉진에 심혈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연구한 ‘올바른 농업경영과 쌀 소비촉진’에 대한 이론을 또박또박 막힘없이 설명을 했다. 큰 수술로 혀 일부가 절제되어 말이 어눌했지만 그의 말에는 힘이 있고 결의에 찬 울림이 가득했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 생산량이 연간 450만 톤 정도입니다. 그러나 1인 소비량이 연 76kg 정도로, 약 350만 톤이 소비되고 100만 톤 정도가 매년 남습니다. 100만 톤이면 경상남도 총생산량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 쌀들이 매년 정부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그 처리방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그는 안타까워한다. 우리가 매년 수입하는 밀이 연 200만 톤. 100만 톤의 우리 쌀을 잘 이용하면 수입 밀을 대체할 수가 있다. 그래서 매년 남는 100만 톤의 ‘자포니카 쌀(밥 용)’을 ‘인디카 쌀(면, 빵 용)’로 재배를 한다면, 밥 이외에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수입 밀 구입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수입 밀을 인디카 종의 ‘고아미’ 쌀로 대체를 하면 약 8조원의 국부가 창출됩니다. 쌀 80kg 한 가마니에 16여만 원 하니까 100만 톤이면 약 2조원이 되는데요, 이 쌀로 가공하고 음식으로 만들어 팔면 8조 원의 이익을 보게 되죠.” 지장농법이란(地藏農法)? 한창 ‘우리 농법의 구조적 문제점’을 이야기하던 이 회장이, 집안에 있는 다랑이 논에서 자신이 개발한 ‘지장농법’을 설명하겠다며 현관문을 나선다. 작업복으로 입은 옷에는 곳곳에 흙이 묻어 있었다. 흙 묻은 고무신까지 신고 나서자 영락없는 농사꾼 그 자체다. 뒤뜰의 논에 섰다. 그런데 꼭 잔디밭 같다. 한창 보리가 시푸르게 자라고 있는 논을 자세히 보니 땅을 갈아엎은 흔적이 없다. “지장농법은 땅을 갈지 않고, 논에 물도 안 가두고, 모내기 대신 직접 볍씨를 뿌리는 농법입니다.” 전문용어로 ‘무경운 이모작 건답직파’로 불린다고 한다. 지장농법의 큰 특징 중 하나가 흙을 태양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 모내기 한다고 흙을 갈아엎어 버리면 흙 속의 유익한 미생물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을 가두어 두지 않기에 잡초 및 병충해도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보시다시피 지금 논에 보리가 자라고 있는데요, 보리를 수확하기 2~3일 전에 볍씨를 파종합니다. 그리고 수확할 때 짚은 그대로 논에 둡니다. 그러면 짚 속의 습기 때문에 벼이삭이 싹을 틔웁니다. 그래서 모내기를 할 필요도, 논에 물을 안 가두어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나 재배에 드는 비용도 10분의 1로 절감되고요. 또 무농약, 유기농으로 쌀을 재배하기 때문에 기존 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회장의 지장농법은 작년 가을 작은 결실을 거뒀다. 그의 ‘지장농법’을 높이 평가한 경남 고성군에서 무상으로 임대받은 13만㎡(약 4만평)의 농지에서 ‘고아미’ 수확을 했던 것. 총 960만 원의 생산비를 들여 62톤(약 7,800만 원)의 벼를 수확했으며 보리 생산금액 2,000만 원 등을 합산한 결과, 8,000만 원의 순수익을 냈다고 한다. 벼 생산량도 일반 농법의 95%까지 끌어올려 지장농법의 우수성도 인정받는 귀한 자리였다. 이날 수확한 ‘고아미’로 쌀자장면과 쌀냉면, 쌀국수 등 쌀 가공음식도 제공했는데 쫄깃하고 깔끔한 맛에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 음식들은 그에게 있어 ‘쌀의 제2 주식’으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쌀 가공품 생산을 위해 우선 밀가루 특유의 점성을 가진 쌀가루를 생산해야 합니다. 쌀에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없어 쫄깃쫄깃함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미세가공기술입니다. 쌀을 미크론(1㎜의 100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빻으면 밀가루와 같은 끈기가 생깁니다. 이를 한국, 일본인들이 밥으로 먹는 자포니카 종자 대신 세계 쌀 인구의 95%가 즐겨 먹는 인디카 종자로 대체하면, 아주 맛있는 면이나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지장농법으로 생산하면 생산비가 다른 쌀에 비해 적게 들고 비싸게 팔 수 있어 수입 밀과의 가격경쟁력에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렇게 개발한 쌀자장면과 쌀국수 등은 초등학교 학교급식으로 이용된다. 경남 합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급식재료로 납품하고 있는 것. 최근 밀가루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살 가공품의 가격경쟁력도 뒤지지 않게 되었다. “곧 닥칠 미래는 세계적으로 식량전쟁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모든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무기화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입 농산물은 우리 농산물로 대체하고 어릴 때부터 우리 농산물에 입맛을 들여야 합니다. 제가 ‘쌀의 제 2 주식화’와 ‘학교급식 지원사업’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글 최원준 시인
  • “제주 올레 걸으며 절경 만끽하세요”

    “제주 올레 걸으며 절경 만끽하세요”

    제주의 아름다운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올레 걷기코스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본격 육성된다. 서귀포시는 올해 사업비 9억 6100만원을 들여 제주올레 걷기코스에 대한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올레코스 환경정비 및 안전을 위해 17개 구간에 우회코스를 개설하고 시멘트 및 아스콘 포장도로 2개 구간를 흙길로 복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존건물의 화장실 개방 및 이동식 화장실 설치 등을 통해 모두 71곳에 화장실을 만들고 쉼터 75곳, 할망민박 30곳, 무인카페 10곳, 건강체험관 10곳 등을 조성한다. 특히 올레코스 60여개 마을의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올레걷기행사와 허니문 제주올레 행사 등도 추진된다. 시는 제주 올레의 관광자원화로 관광객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올레란 제주어로 거리길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뜻하며, 서귀포시 해안가를 중심으로 12개 걷기코스가 개발돼 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참조하면 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올 ‘문경 찻사발축제’ 풍성

    올 ‘문경 찻사발축제’ 풍성

    경북 문경은 한때 광산도시로 이름을 날리며 인구가 16만명에 이를 만큼 활기찬 산업도시였지만 지금은 인구 8만명의 한적한 농업도시로 돌아갔다. 이런 문경에 도자기는 커다란 문화산업 자산이다. 이곳엔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흙과 물, 땔감이 풍부하다. 그릇을 대량 소비하던 서울과 영남을 최단거리로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에 자리잡았다는 지리적 이점이 보태지며 조선시대 백자가 대량 생산됐다. 지금도 중요무형문화재 사기장 보유자(인간문화재)인 백산 김정옥을 비롯해 30명 남짓한 사기장인이 활동하고 있다. 새달 1일부터 10일까지 펼쳐지는 ‘2009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이렇듯 경쟁력 있는 전통 문화 자산을 새로운 지역발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경을 비롯한 경남북 일대에서 생산된 찻사발은 막사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름처럼 수수한 그릇이 조선 초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명품 중의 명품으로 떠받들어지며 찻그릇으로 정착했다. 당당하면서도 꾸밈이 없고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막사발이 일본인들의 정서와 미의식에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찻사발은 가루로 된 말차를 타서 마시는 데 주로 쓰인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방법으로 차를 마시지만, 우리나라에선 대중화되지 않았다. 노력에 따라서는 무궁무진한 찻사발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경찻사발축제도 이것을 노리는 듯하다. 문경찻사발축제는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그동안에는 문경도자기전시관을 중심으로 펼쳐진 사기장인들의 조촐한 잔치였다면 이번에는 장소부터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으로 범위를 크게 넓혔다. 문경전통도자기명품전과 무형문화재특별전, 문경의 도자 100년 사진전 등 지역 도자기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뿐 아니라 전국도예명장8인특별전으로 다른 지역 찻그릇과 비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 것도 어른스럽다. 나아가 일본과 중국, 타이완, 영국, 미국, 캐나다 등 25개국이 참여하는 찻사발국제교류전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차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TV드라마 ‘대왕 세종’의 세트장을 체험행사장으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도 신선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다투어 세트장을 지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애물단지가 되어 고민스러운 지방자치단체라면 한번쯤 벤치마킹해 봐야 할 것 같다. 경복궁의 각 전각을 70% 크기로 재현했다는 대왕 세종 세트장에선 문경의 대표적인 사기장인들이 찻사발 제작을 시연한다. 관람객은 찻사발 빚기, 찻사발흙 맨발걷기, 문경 특유의 망댕이가마 불지키기 등을 체험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축제장 곳곳에 문경이 자랑하는 산채 비빔밥과 한우, 두릅을 맛볼 수 있는 저잣거리도 펼쳐진다.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054)550-6395.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sabal21.com 서동철 문화부장 dcsuh@seoul.co.kr
  • [물은 미래다] 정수 뒤 남은 슬러지 시멘트·화분토 활용

    ■ 물쓰레기가 친환경 소재로 물 1t을 정수하면 약 0.055t의 물쓰레기가 나온다. 이것을 ‘슬러지’라고 하는데,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슬러지 전량을 재활용하고 있다. 슬러지는 겉으로 보면 찰흙과 같은 상태다. 1~2시간 햇볕을 쏘이면 흙처럼 부서진다. 슬러지의 성분은 주로 흙, 식물성 플랑크톤, 광물질이기 때문에 일반흙보다 용도가 다양하다. 슬러지는 석회에 섞어서 시멘트로 쓰이거나, 비료와 섞어 화분토로서 나무를 심을 때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로 생긴 산 비탈면에 슬러지를 섞은 녹생토를 바르면 보기에도 좋고, 나무와 풀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흙보다 값이 싸 도로를 건설할 때 높이를 맞추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재생벽돌의 주원료로도 쓰인다. 한국수자원공사 이송희 수돗물품질팀장은 “하수 슬러지는 유기물량이 너무 많고 오염도가 높아 재활용이 안 되지만, 정수 슬러지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물질이다.”라면서 “시멘트의 원료로만 쓰이다가 최근 5년 사이 활용방법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8만 5000t의 슬러지가 발생해 4만 9627t이 시멘트로 재활용됐고, 1만 1000t은 도로건설에, 8582t은 녹생토 등으로 활용됐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엄마와 읽는 동화]불량식품은 맛있어! -이환제-

    숙제를 하면서도 지금 내 마음은 문구점에 가 있어요. 학교 앞 문구점에서 연필이나 공책, 색종이 같은 문구만 파는 게 아니잖아요. 쫀쪼니, 쫀듸기, 달고나, 짱셔요…. 그리고 여러 가지 색색깔의 새콤달콤 맛있는 사탕들…. 우리 엄마는 용돈을 절대로 안 주거든요. 나하고 같은 2학년 아이 중에 날마다 천 원씩 용돈을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나도 용돈을 받았으면….’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날마다 불량식품을 실컷 사 먹을 수 있잖아요. 이상하게 엄마가 사 주는 간식거리는 맛이 없어요. 어른들이 먹지 말라는 불량식품은 어떤 줄 알아요? 그야 뭐 무지무지 먹고 싶고, 엄청나게 달콤하고, 아주아주 맛나지요. 친구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때 조금씩 떼어 주어서 잘 알거든요. 숙제는 하기 싫고, 불량식품은 먹고 싶고…. 나는 숙제를 하다 말고 발딱 일어섰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가고 아빠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어요. 거짓말을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 대신 엉뚱한 말이 툭 튀어 나왔어요. “아빠, 티브이 보세요?” “응?” “헤헤, 티브이 보시냐고요?” “이 녀석아, 알면서 왜 물어?” “그냥.” 나는 상냥하게 말하며 아빠 어깨를 주물러 드렸어요. “진희, 너 아빠한테 할 말 있지?” “어떻게 알았어요?” “갑자기 아빠한테 존댓말 하며 예쁜 척하는 거 보면 다 알아.”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어요. 아빠한테 거짓말 하려는 내 마음을 들켜 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아빠 몰래 숨을 크게 들이 쉬었어요. “아빠, 공책 사게 천 원만 주세요.” 공책 산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 돈으로 불량식품을 사 먹을 생각이에요. 한번 말문이 트이자 거짓말이 술술 나왔어요. “국어 공책도 사야 하고, 알림장도 사야 돼. 공책 때문에 어제는 선생님한테 혼났어. 다 쓴 공책을 모르고 그냥 가지고 갔거든.”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아빠는 뭔가 생각에 잠겼어요. 무슨 말을 할 듯하다 말고 지갑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어요. “공책 사가지고 민지네 가서 숙제 하고 올게.” 나는 학교 갈 때처럼 가방을 챙겨 나왔어요. 나는 곧장 민지네 집으로 갔어요. “민지야, 우리 문방구에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숙제 하자.” 내가 돈을 보여 주며 말하자 민지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와, 신난다! 얼른 가자.” “쉿! 조용히 해. 너네 엄마 다 듣겠다.” “히히, 알았어.” 우리는 문방구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몽땅 샀어요. 모두 다 100원짜리로만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학교 운동장 제일 구석진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고 돌아와 얼른 숙제를 했어요. 집에 오자 아빠가 소리 없이 웃더니 말했어요. “진희야, 아까 너 공책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거짓말한 것 때문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 갑자기 배가 아픈 것 같았어요. 불량식품이 잔뜩 들어가 있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요. 갑자기 아빠가 말했어요. “진희야,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무슨 이야기?” “들어 보면 알아.” 너처럼 꼭 3학년 때 일이야. 어느 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다 말고 집으로 재빨리 뛰어갔어. 공책을 사야 하는데 깜빡하고 돈을 안 타 갔거든. 삽짝 문을 들어서며 소리 쳤지. “공책 사게 돈 좀 주세요.”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부엌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어. “공책 한 권이 얼마냐?” “20원요.” 엄마는 젖은 손으로 방에 들어가더니 이내 도로 나왔어. 지금 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거야. 내가 울상을 지으며 서 있자 엄마는 얼른 부엌에서 달걀 두 개를 가져왔어. “달걀 하나에 10원이다. 이거 두 개 가지고 가서 공책하고 바꾸어 써라.” 아휴, 달걀하고 공책하고 바꾸어 쓰라니, 난 무척 창피했어. 달걀하고 공책을 바꾸는 걸 누가 보기라도 해봐. 얼마나 창피하겠어. 뭐? 달걀을 공책하고 바꾸고,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거야 지금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네가 그때 나였다면 넌 아마 더 창피했을지도 몰라. 전에 우리 반 누가 달걀을 연필하고 바꾸어 쓰는 걸 보고 아이들이 막 놀려 먹었거든. 연필 살 돈도 없는 가난뱅이라고.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구점은 언제나 아이들로 붐볐어. 그러니까 아무도 몰래 공책하고 달걀하고 바꿀 수도 없잖아. 누구든 보기만 하면 금방 소문을 내고 말테니까. 달걀을 주머니에 하나씩 나누어 넣고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어. 느릿느릿 학교로 가던 나는 길에서 벗어나 개울가로 갔단다. 나뭇가지로 개울가 둑을 판 다음 달걀 두 개를 흙속에 묻어 두었어. 그리고 얼른 학교로 갔지. 선생님한테는 공책도 없이 공부하러 덜렁덜렁 왔다고 혼이 났단다. 대나무뿌리 회초리로 손바닥을 다섯 대나 맞았어. 무척 아팠지만 참았어. 친구들한테 놀림 당하는 것보다 선생님한테 회초리 맞는 것이 차라리 나았으니까. 그 달걀은 어떻게 한 줄 아니? 공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하고 구워 먹었어. 어떻게 구워 먹었냐 하면, 먼저 진흙으로 달걀을 두툼하게 싸는 거야. 그래서 그걸 땅속에 묻고, 달걀 묻은 자리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는 거지. 모닥불 열기 때문에 땅 속에 묻은 달걀이 맛있게 잘 익거든. 집에 돌아와서는 거짓말을 했어. 학교 가다가 넘어져서 달걀 두 개를 다 깨버렸다고. 다음날 나는 또 공책 사게 돈을 달라고 했지. “돈 없다. 달걀하고 바꾸어 써라.” 그러면서 엄마는 또 달걀 두 개를 손에 쥐여 주시는 거야. 당연히 오늘은 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어쩔 수 없이 또 달걀 두 개를 가지고 가는 수밖에.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들이 미워 보였어. 우리 집에 닭이 없으면 달걀도 없었을 테고, 그러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고. 어른들 몰래 나는 닭들한테 괜히 심술궂은 발길질을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닭들이 너무나 고마운데 말이야. 힘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나는 또 달걀을 땅속에 묻어 두고 학교로 갔어.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 것은 정말 싫었거든. 나는 선생님한테 또 매를 맞았지. 이번에는 열대나 맞았어. 얼마나 아프던지, 매를 맞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뚝 떨어지더라. “와, 많이 아팠겠다. 그런데 땅에 묻은 두 번째 계란은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또 구워 먹었을 것 같은데.” “아니야. 이번에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가게에 가서 군것질을 했단다. 계란하고 먹고 싶은 것하고 다 바꾸어 먹었지. 한 개에 5원씩 하는 풀빵하고도 바꾸어 먹고, 쫄쫄이하고 달고나 하고도 바꾸어 먹고….” “어, 쫄쫄이하고 달고나는 지금도 있는데!” “정말이야? 그런 불량식품이 지금도 있다니 놀랍구나.” “달걀로 군것질하고, 집에 가서 안 혼났어?” “네 할머니는 내가 당연히 공책하고 바꾼 줄 알았겠지.” 나는 사지 못한 공책은 어떻게 했냐고 물었어요. “또 공책 없이 학교에 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달걀을 훔치기로 했어. 날마다 닭장에서 알을 꺼내오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거든. 그날 저물녘에 달걀을 꺼내면서 그 중 두 개를 아무도 몰래 숨겼지. 삽짝 밖 호두나무 아래 풀숲에.” “정말?” “다음날 아침, 숨겨 놓은 달걀을 가지고 아주 일찍 집을 나섰어. 아이들이 없을 때 문방구에 가서 공책하고 바꾸려고. 다행히 아이들 눈을 피해 무사히 공책하고 바꾸었단다.” 아빠가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았어요. 처음엔 배가 많이 아픈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아빠 말을 듣다 보니 배 아픈 것이 가라앉았어요. 그래도 아빠를 속이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타 내어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아빠는 나보다도 더 했는데 뭘.’ 우리 아빠는 거짓말을 하고 달걀까지 훔쳐 냈잖아요.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아빠한테 거짓말한 것도 들키지 않았고, 불량식품을 먹었는데도 배가 안 아팠기 때문이죠.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 난다고? 흥, 엄마는 거짓말쟁이. 히히, 난 이렇게 괜찮잖아.’ 그래도 혹시 배 아프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배를 문질러 보았어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져도 나한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저녁, 민지네 집으로 전화를 했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어요. 민지 좀 바꾸어 달라니까, 민지 엄마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이러는 거예요. “진희야, 우리 민지 지금 막 토하고 난리 났다! 뭘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배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고 토한다니까! 얘, 얼른 전화 끊자. 민지 데리고 응급실에라도 가 봐야겠다.” ●작가의 말 몇 년 전 북한강변으로 이사하고 봄부터 아이들하고 닭을 길러 보았습니다. 암탉이 알을 낳고, 그 알을 품어 병아리가 깨어나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듬해가 되자 닭은 이십여 마리로 불어났답니다. 달걀을 많이 낳아 이웃집하고 나누어 먹었지요. 달걀을 보니, 어릴 적 문방구에 가서 달걀을 공책이나 연필하고 바꾸고, 불량식품하고도 바꾸어 먹던 기억이 났습니다. ●작가약력 ▲1963년 충남 청양 출생. ▲19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으로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잘가라, 산도깨비야’ 등이 있음. ▲지금은 경기도 양평 북한강변에서 가족과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음.
  • [도시와 산](1) 순천 조계산

    [도시와 산](1) 순천 조계산

    전남 순천의 조계산(해발 884m)은 참 허술하다. 멀리서 내비친 넉넉하고 만만한 산세가 쉽게 보인다. 남녀노소가 오른다. 갖춰 입기보다는 이웃집 마실 가듯 헐렁한 옷이나 운동화 차림새도 그렇다. 등산로에는 노부부와 손자들까지 마치 도시락 싸들고 공원에 놀러나온 차림이다. 이들은 십중팔구 순천시민이거나 인근 여수, 광양 등에서 왔다. ●해발 884m… 남녀노소 마실 가듯 순천시민들은 조계산을 ‘제집 드나들 듯’ 한단다. 선희곤(47·자동차정비업·순천시 조례동)씨는 “조계산을 오를 때는 오이 한 개만 달랑 들고 가도 장군봉까지 쉽게 간다.”고 자신했다. 지팡이를 짚은 정채봉(75·순천시 연향동)씨는 “일주일에 두 번은 이렇게 산에 오르지.”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암사에서 10분 거리인 야외생태체험장에서 동창생 10여명과 사진을 찍던 정병국(76)씨는 “목요일마다 사범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조계산에 놀러 오는 게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자랑했다. 반면 관광버스 수십대에서 내린 형형색색 복장의 등반객들은 짙은 선글라스에 한결같이 쏙 빼입은 멋쟁이들이다. 외지인들이다. 하나 놀라는 쪽은 오히려 이들이다. 누군가 “야, 저런 신발로 산에 오르나봐.” 하며 신기해했다. 서울에서 온 전인동(60)씨는 “조계산에는 유달리 여성 등반객들이 많다.”고 환하게 웃었다. ●주요 탐방로 5개… 혼자 걷는 명상길 조계산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호남정맥의 길목으로 광주 무등산과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을 거쳐 나온 줄기다. 그리고 오성산을 거쳐 광양 백운산으로 가지를 뻗는다. 주요 탐방로는 5개. 1000년 고찰인 선암사와 송광사 앞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게 쉽고 편한 길이다. 일명 스님 오솔길이어서 ‘명상로’로 통한다. 길에 들어서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러나 주봉인 장군봉을 놓치는 아쉬움이 남는다. 2~3부 능선으로 이어진 이 길은 끊이지 않는 계곡물 소리, 굴참나무 낙엽이 바람에 실려 발길 사이로 까끌거리는 소리, 짝을 찾는 새들의 지저귐이 어울린다. 길옆의 산수유처럼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린 생강나무는 영락없이 생강 냄새를 풍긴다. 요즘엔 귀한 선물이 더해졌다. 선암굴목재와 송광굴목재 사이 언덕이 은하수처럼 환해졌다. 아름드리 굴참나무 뿌리 사이로 보랏빛 얼레지 꽃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봉긋봉긋 솟아났다. 한 중년 여성이 나팔처럼 생긴 꽃봉오리가 땅으로 숙여진 모습에 “시골처녀처럼 낯가림한다.”고 어쩔줄 몰라했다. ‘조계산 지킴이’인 양회명(55) 순천시청 공무원산악회장은 “조계산 등산의 묘미는 한여름에도 햇볕을 쐬지 않고 흙길을 밟는 명상로에 있다.”고 설명했다. 명상로에서 스친 탐방객들은 혼자이거나 두 명씩이 대부분이었다. 도중에 소설 ‘태백산맥’ 안내판이 나왔다. 빨치산들의 연락로로 쓰였다는 설명이다. 작가 조정래는 선암사에서 자랐다. 반면 주암면 접치재에서 출발하는 탐방로는 순천시민들이 찾아낸 길이다. 1000원 내는 시내버스가 경유해 접근성도 좋다. 두 사찰에서는 탐방객에게 입장료(2500원)나 주차료(1500원)를 받지만 접치재에는 매표소가 없다. 하나 산 좀 타는 이들은 선암사~장군봉~연산봉~송광사에 이르는 종주산행을 즐긴다. 전문 산악인들은 선암굴목재~배바위~장군봉을 타기도 한다. ●선암사·송광사 천년 고찰 향기 ‘순천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마라.’는 속설은 빈말이 아니다. 조계산 자락의 순천이 인심 좋고 경치 좋고 물이 맑은 까닭이다. 진인호(70·향토사학자) 순천문화원 부원장은 “일제 강점기 때 순천에 지주들이 많아 그 자식들이 비단옷으로 치장해 ‘순천에서 옷 자랑하지 마라.’고 했다.”며 “1960년대 세일러복을 입은 순천 여고생들의 인물이 남달랐고 이후 미스코리아가 나오면서 옷 자랑이 미인 자랑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하게도 조계산은 동쪽 장군봉 밑에 태고종 총림인 선암사, 서쪽 연산봉 아래에 승보사찰인 송광사라는 가람을 품고 있다. 선암사 전각 스님은 “산 하나에 태고총림(선암사)과 조계총림(송광사)이 있는 곳은 조계산밖에 없다. 총림은 선원·강원·율원 3개 경전 교육기관을 모두 갖춰야 지정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스님은 “조계산은 1천년 역사에 바랜 문화재 수천점이 숨쉬는 역사·교육·문화의 도량”이라며 “산에 갔다만 와도 수양을 쌓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요즘 선암사 경내 원통전 담 옆으로 600년 된 매화나무 20여그루가 추위를 이겨내고 활짝 꽃을 피워 볼 만하다. 송광사에는 한꺼번에 500개를 포갤 수 있는 능견난사(能見難思·나무그릇)가 흥미롭다. 공교롭게 선암사 어디서나 휴대전화가 잘 터진다(소통). 하지만 보조국사 지눌 등 16국사를 배출한 송광사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참선). 조계산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봄 머금은 산사 비빔밥에 홀리고 18명 국사배출 十八公 전설 흐르고 조계산은 천년 고찰을 거느린 품새만큼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사찰 밑에는 식당 20여개, 숙박업소 8개가 성업 중이다. 도시 생활의 찌든 때를 산속의 맑은 공기로 씻어 버린 이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찰인 선암사와 송광사 아래를 찾아 휴식을 취한다. 특히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요즘 더욱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송광사 아래서 금광식당을 하는 김화영(43·여)씨는 “봄이 되면 손님이 많은데 요즘에는 수학여행 아이들이 몰려들어와 산채 비빔밥을 즐겨 찾는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식당 옆 조계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어 갔다. 송광사의 이름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신라 때는 길상사, 고려 때는 수선사로 불렸으며 조선시대 때부터 송광사로 불렸다. 소나무가 무성해 당시 불렸던 ‘솔개이메(솔강이메)’에서 유래해 솔을 송(松), 갱이(광이)를 광(廣)으로 옮겨 송광산이라고 한 것으로 전한다. 전설에는 ‘송(松)’을 파자(破字)하면 ‘十八公’으로 송광사에서 18명의 국사가 나올 것이라고 풀이된다. 그래서 고려와 조선조에 16명의 국사가 배출되었으니 앞으로 2명의 국사가 더 배출된다는 기대를 가지고 스님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다. 송광사에는 목조삼존불감(국보 42호), 고려고종제서(국보 43), 송광사국사전(국보 56), 송광사경패(보물 175), 송광사영산전(보물 303) 등의 문화재 외에 곱향나무(천연기념물 88호)도 있다. ●가는 길 광주~송광사는 광주 광천버스터미널(062-360-8114)에서 오전 8시50분부터 오후 3시45분까지 하루 5번. 광주~순천은 버스터미널에서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10~20분 간격. 순천~송광사는 순천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45분까지 40분 간격으로 111번 시내버스(061-753-5377). 순천~선암사는 순천역에서 오전 5시50분부터 오후 8시20분까지 수시 운행 1번 시내버스. ●묵는 곳 선암사와 송광사 입구에 모텔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문의는 매표소(선암사 061-754-6160, 송광사 755-5308) 조계산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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