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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 들소 사냥하는 사자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 들소 사냥하는 사자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 들소가 사자에게 목숨을 잃는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냉혹한 동물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이 영상은 지난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말레라인 게임 리저브에서 촬영됐다. 공개된 영상은 들소들이 평화롭게 풀숲에 모여 식사를 즐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잠시 후, 풀을 뜯던 들소 무리가 사자들의 공격을 감지했는지 급히 도망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신없이 몸을 피한 들소들 뒤로 새끼 들소 한 마리가 오도카니 남아 있다. 미처 무리를 따라가지 못해 혼자 남은 것이다. 녀석은 어미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며 울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 소리를 들은 사자들이 다가와 순식간에 녀석을 공격한다.이 영상은 관광객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필드가이드 클리프 버틀린(34)이 촬영했다. 그는 “우리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미 한 차례 사자가 녀석들을 공격했다. 들소들이 도망간 뒤, 사자들은 다시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며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가 공격을 받을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미 들소가 새끼를 구하러 다시 오지 못한 것은, 사자들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상처를 입어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투어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사자의 공격을 목격한 것에 대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과연 적절한 비유인가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과연 적절한 비유인가

    비유란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다른 비슷한 현상이나 사물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일을 말한다. 자신을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빗댐으로써 처지를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유배인들 가운데도 그렇다. 숙종 때 제주 유배인 김춘택은 자신을 ‘지렁이’(?蚓)에 비유했다. 유배 생활이 길었던 김춘택은 땅속에 갇혀 세상에 고개를 내밀 수 없는 지렁이가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흙이 비옥해지려면 반드시 지렁이가 필요하다. 지렁이 덕분에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렁이가 귀여운 동물은 아닐지 몰라도 그것이 없다면 아마도 세상은 황폐해졌을 것이다. 김춘택도 마찬가지였다. 사생활과 과격했던 정치 활동으로 정적은 물론 자기네 세력으로부터도 외면을 받아 유배되기는 했지만 김춘택은 글씨뿐만 아니라 시에 대한 재주와 문장이 워낙 뛰어나 그 명성이 높았다. 제주에서도 많은 시와 ‘사미인곡’ 같은 작품을 남겼는데 만일 그가 없었다면 조선의 유배문학은 결코 풍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광해군, 인조, 효종에 이르는 동안 온갖 역적질을 마다하지 않았고 끝내 효종의 북벌계획을 청나라에 밀고했다가 광양에 유배된 김자점을 사람들은 사갈(蛇蝎)에 비유했다. 알다시피 사갈이란 뱀과 전갈을 함께 이르는 말로 남을 해치거나 심한 혐오감을 주는 사람을 비유한다. 오죽했으면 김자점을 두고 그랬겠는가. 그는 북벌계획을 청나라에 밀고해 효종과 정적들을 제거하고 다른 왕족을 내세워 권력을 잡고자 했지만 결국은 반역죄로 처형된다. 야사에 따르면 본보기로 김자점의 시신을 갈기갈기 찢어서 항아리에 나눠 담아 조선 팔도에 하나씩 보냈다고 한다. 왜 사갈이라고 비유했는지 알 만도 하다. 사람의 처지를 동물에만 비유한 것은 아니었다. 제주 유배인 추사 김정희는 자신을 빈화(?花)에 비유했다. 빈화란 ‘부평초’라고 물 위에 떠 있는 풀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를 뜻한다. 추사는 길고 긴 제주도 유배가 끝나자마자 함경도 북청에서 또 유배 생활을 했으니 자신을 그렇게 비유할 만도 했다. 우리 근대사의 여러 어려움 때문에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돌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즐겨 불렀던 유행가 중에는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이라는 고복수의 ‘타향살이’처럼 부평초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들이야말로 자기 땅에서 유배된 사람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한승원 선생은 ‘흑산도 하늘길’에서 흑산도 유배인 정약전을 승률조개에 비유했다. 정약전은 그가 집필한 ‘현산어보’에서 파랑새가 그 승률조개 안에서 살고 있었고 어느 날 보니 그 파랑새가 날아가 버렸다는 신비스런 이야기를 했다. 한승원 선생은 그 조개껍데기에 갇힌 파랑새가 다름 아닌 흑산도에 갇힌 정약전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듯 비유의 목적은 우리에게 현상과 사물을 보는 또 다른 눈을 열어 준다. 적절하거나 그렇지 못한 비유에 대해 그것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상과 사물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선거 정국에서 ‘향단이’와 ‘방자’에 대한 비유로 서로를 인신공격하고 있다. 과연 이 비유가 적절한지 살펴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여겨진다.
  • [新전원일기] 연잎과 메기의 콜라보…농업도 어업도 브라보

    [新전원일기] 연잎과 메기의 콜라보…농업도 어업도 브라보

    손바닥과 다섯 손가락 마디마디가 굳은살이 단단히 박인 투박하고 거친 손이다. 정완희(66) 대표와 악수를 하는 순간 그의 노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언가를 손에서 놓지 않은 손, 끊임없이 움직여 상처가 나고 아물기를 셀 수 없이 한 손. 그의 손이 그랬다. 지금의 ‘느랑골 연잎메기교육농장’을 일군 삶의 흔적이었다.“우리 남편은 손재주를 타고 났어요. 뭐든지 보기만 하면 척척 만들어 내요” 따끈한 연잎차를 건네며 아내 김홍분(61)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느랑골 농장은 구석구석 정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나무를 직접 자르고 깎아 만든 농장 팻말부터 입구에서 체험장까지 길목에 늘어선 장승들이며 농장 한가운데 놓인 정자, 그네, 토담집, 체험장 등 농장의 모든 것은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그가 만든 작품들을 보며 감탄의 찬사를 쏟아내자 그는 구수한 사투리로 말문을 열었다. “워낙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께 이렇게 됐네유. 별거 없어유.” 겸손의 말이다. 그렇지 않다. 온 정성과 땀을 쏟아내 그가 만들어낸 느랑골은 아이들에겐 최고로 손꼽히는 체험교육농장이다. 아이들은 연잎과 메기를 직접 만지고, 보고, 먹으며 다양한 체험을 한다. 그야말로 신나는 놀이동산인 셈이다. # 8000평 농장서 메기와 연이 함께 어울리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터를 잡고 있는 느랑골은 연과 메기를 동시에 기르는 농업과 어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으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는 교육농장이다. 농장 규모는 총 8000평. 그중에서 연이 2000평, 1500평 정도의 메기양식장에는 10만여 마리의 메기가 있다. 정 대표가 메기 양식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8년째. 타지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귀촌하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던 중, 양어장이 농사보다 수입이 더 좋다는 친구의 조언으로 메기를 알아보게 됐다.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는데 농사짓는 친구 녀석이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1년 동안 12마지기에 농사를 지었는데 800만원 벌었다는 거예요. 거기서 또 이것저것 빼고 나니까 400만원밖에 안 남더라는 거죠. 그러면서 농사보다도 양어장이 훨씬 낫다고 추천을 해주더라고요.” 정 대표가 귀촌을 준비하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은 자그마치 꼬박 4년. 그 긴 시간 동안 메기 양식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다니며 묻고 배웠다. 처음에는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조차 몰라 헤매기가 부지기수였고 농촌 한가운데에서 어업을 한다고 하니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다져나갔다. 그 결과 지금은 메기 판매로만 연 매출 8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농장이 됐다. 가공과 체험교육농장까지 포함하면 연 1억원이 넘는다. 처음에 땅을 직접 파서 메기 양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연 농사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부터도 오로지 메기 양식 하나만 생각했던 그가 어떻게 연 농사까지 겸하게 된 걸까. “메기를 기르면 부산물이 나와요. 배설물, 몸에 있는 점액질, 사료 먹다 남은 것들이 부패하면서 가스를 발생시켜요. 그 가스가 메기한테는 치명적이거든요. 그래서 물을 정화하는 방법이 약품을 사용하거나 물을 교환하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해요. 하지만 식물을 활용해 정화를 시키면 비용도 절약되고 자연 그대로 건강하게 메기를 키울 수가 있어요.” 정 대표는 메기가 사는 물을 자연 그대로의 방법으로 정화시키는 방법을 찾다가 연 농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직접 보여주겠다며 우리 일행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의 농장은 산을 끼고 있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다. 봄바람과 따스한 햇볕이 살갗을 스치는 기분이 싱그러웠다. 농촌에 살아서 좋은 점이 있다면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와 햇살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 몸이 고되더라도 넉넉한 마음까지 곁들인다면, 그것이 바로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리라. 메기가 있는 노지 양식장에는 여러 대의 수차가 힘차게 돌아가며 녀석들에게 산소를 열심히 공급해 주고 있었다. “저기 좀 보세요. 연밭에서 정화되어서 나오는 물이에요. 정말 깨끗하죠?” 그는 다소 들뜬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메기가 사는 물을 펌프질해서 연밭으로 올려주면 연이 그 발효된 부산물을 먹어요. 아주 좋은 식사죠. 자연 그대로의 비료잖아요. 따로 거름을 줄 필요가 전혀 없어요. 연밭에서 정화된 깨끗한 물을 다시 메기가 사는 곳으로 흘려보내줘요. 서로 도와주는 거죠. 이렇게 24시간 돌아갑니다.” 그야말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자연순환 농법이다. 메기는 양식하기가 그다지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과 햇빛 등의 자연조건만 잘 맞춰주면 잘 자란다고 한다. “자연은 사람만 건들지 않으면 아무 문제없어요. 사람들이 자꾸 인위적인 것을 해서 탈이 나는 거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잘 활용하면 모든 게 순조롭습니다.” 정 대표의 자연주의 철학이다. 그는 어떤 농사에도 절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선택한 자연순환 농법이 이제는 정 대표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바뀐 셈이다.# 맑은 공기, 맑은 웃음, 맑은 정성이 있는 체험농장 “거기 느랑골 농장이죠? 아이들이 가면 뭘 할 수 있나요?” 매년 봄이 되면 수시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다. 그럴 때마다 정 대표 부부는 자랑스레 설명한단다. “메기를 맨손으로도 잡고, 통발로 미꾸라지도 잡고, 연잎밥도 싸고, 대나무로 낚시도 하고, 메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고 그릴 수 있고 연잎으로 수제비누도 만든답니다.” 그러면 영락없이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체험교실을 예약한다. 어디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고구마, 감자 캐기가 아닌 느랑골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3년째 체험·교육농장을 운영하면서 정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찰 때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하지만 아내 김씨에게는 쉽지만은 않다. 청소부터 아이들 간식까지 준비해야 하고, 음식을 찾는 사람들까지 담당하려면 할 일이 많다. “체험교실 일은 남편보다는 거의 제 일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좀 힘들긴 해요(웃음). 그래도 맑고 좋은 공기 마시며 사는 덕에 감기약하고 소화제를 달고 살았는데 여기 와서는 뚝 끊었어요.”# 왕대추·야콘·초석정… 끊임없이 가꾸는 부창부수 지금은 아내 김씨가 도리어 팔 걷고 나섰다. ‘왕 대추’는 3000평에 500그루나 심었고, 야콘과 고구마, 초석정, 감자, 오미자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작물을 늘려나간다. “시골 일이라는 게 줄어들 수가 없어요. 사람 욕심처럼 자꾸 커져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래요. 힘들어서 접고 싶다가도 가만 보면 내가 또 늘리고 있어요. 아침에 눈 떠서 집 밖을 나가면 깜깜해질 때까지 방에 못 들어간다니까요. 사실 시골에서 농사지으면 다 돈이 되거든요(웃음).”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남편이나 끊임없이 작물을 심고 가꾸는 아내나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얼마나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체험장 옆에 있는 닭장에서는 토종닭들과 강아지 두 마리가 함께 놀고 있었다. 산짐승이 내려와 닭들을 물어가는 통에 지킴이로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가끔 귀한 손님이 오시면 토종닭을 잡기도 해요. 어디 한 마리 잡을까요?” 우리 일행이 손사래를 치고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정 대표는 당장이라도 닭장으로 들어갈 태세였다. 그의 아내는 정 대표가 소나무와 대나무, 백토로 손수 만든 토담집으로 안내했다.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느랑골 식당은 어느 곳 하나 정 대표의 정성이 스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테이블 하나까지 소나무를 직접 자르고 매만져 땀으로 가꾼 공간이었다. 아내는 맛집 농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건강한 맛을 선사하고, 정 대표는 메기 박물관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앞으로 농촌이 살아남으려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돼요. 생산에서만 멈춰서는 안 됩니다. 2차 가공도 하고 3차 산업에도 도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농민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에요. 지원 시스템이 좀 더 많아져야 해요.” 그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한다. 차별화된 농장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농장으로, 농촌의 맛과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유쾌한 체험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 길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한마디 구수하게 말을 건넸다. “힘들다고 그만두면 어쩔 꺼유. 뭐 할 꺼유. 열심히 해야쥬.” 그의 정겨운 대답에 절로 고개가 끄떡였다. 이보다 더 확고한 대답이 있을까. 그날이 오면, 자연의 바람과 햇빛에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에도 꽃처럼 화사한 봄의 미소가 번지리라. 부부는 그날을 향해 오늘도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린다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 ‘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 [新전원일기] 최소 3년 준비…집 먼저 짓지 말고 땅에 맞는 작물부터 결정하세요

    [新전원일기] 최소 3년 준비…집 먼저 짓지 말고 땅에 맞는 작물부터 결정하세요

    정 대표는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우선 귀촌을 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충분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교육을 받고 현장 견학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최소한 내가 어떤 작물을 해야 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잡고 내려와야 해요. 그래야 실패하지 않아요.” 그다음으로 귀농·귀촌을 하고 나면 집은 나중에 지으라는 것이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땅을 사고 그 땅에 무엇을 심을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리 작물을 결정하고 내려오면 땅 사기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작물은 자기가 좋아하는 땅이 있기 때문이다. “땅을 먼저 사고 그 땅에 맞는 작물을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흙을 떠서 기술센터에 가져가면 검사를 다 해줍니다. 또 남의 땅에 농사를 지으면 투자비는 적게 들어가지만 고정 투자를 할 수가 없어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고정시설 해놓은 것들을 가져갈 수 없잖아요.” 정 대표는 자연주의 농부다. 자연을 거스르면 탈이 난다고, 자연에 맞춰 살아야 실패가 없다고, 자연의 순리대로 천천히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이다.
  • [명예기자가 간다] 꽃들을 시들게 하던 마이너스의 손… ‘3평의 행복’에 빠지다

    [명예기자가 간다] 꽃들을 시들게 하던 마이너스의 손… ‘3평의 행복’에 빠지다

    농림축산식품부 직원이라고 해서 농사일에 능숙한 것은 아니다. 손수 기른 싱싱한 배추며 고구마를 수확하는 달콤한 기쁨은 거저 오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텃밭을 가꾸다 보면 ‘농사나 지어야지’, ‘귀농이나 해야겠다’는 따위의 말은 쏙 들어간다.# 수확하는 달콤한 기쁨은 거저 오지 않는다 정은주(42) 농식품부 대변인실 온라인팀장의 생생한 텃밭 실패담을 들어 보자. 정 팀장은 지난해 4월 정부세종청사 근처 도시농장에서 9.9㎡ 크기의 텃밭을 분양받았다. 작은 화분도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게 만드는 ‘마이너스의 손’인 정 팀장은 옥수수를 심기로 했다. 2m 가까이 자라는 옥수수를 심기엔 땅이 너무 좁다는 전문가의 충고는 가볍게 흘려버렸다. 아이들과 함께 옥수수알을 심었다. 한 달이 지나도 새싹이 올라올 생각을 안 했다. 밭은 잡초로 뒤덮였다. 밭갈이도, 거름 주기도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던 정 팀장은 새벽마다 텃밭에 커피 거름을 뿌리고 흙을 뒤섞어 줬다. 그해 8월 한여름이 되자 굵직한 옥수수가 대롱대롱 달렸다. 그는 “2포대를 가득 채울 만큼 옥수수를 받아든 만족감을 잊을 수 없다”면서 “도심에서 흙을 만지며 무당벌레, 땅강아지와 노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 큰 배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호균(34) 창조농식품정책과 사무관은 2년차 ‘도시 농부’다. 마트에서 무심코 사 먹던 상추와 쑥갓, 토마토를 제법 능숙하게 길러 낸다. 그는 “주말마다 아들과 함께 밭에서 땀을 흘리면 유대감도 깊어지고 대화도 많이 한다”면서 “서로 다른 작물을 키우는 옆 텃밭 이웃과 수확한 농산물을 나눠 먹으며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사람 사이의 정을 쌓게 된다”고 말했다.‘도시 농업’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한동안 ‘삼시세끼’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다. 자극적이고 속도감이 빠른 일반 예능과 달리 농촌에서 직접 채소를 키우고 텃밭을 이용해 아침, 점심, 저녁상을 차려 먹는 정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쳐 있었다는 의미였으리라. 최근 몇 년 사이 귀농·귀촌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리고 직장과 가족 때문에 귀농·귀촌을 택할 수 없는 이들 사이에서는 잠시나마 도시를 떠나 농사를 체험하는 도시 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 농업에 매료된 텃밭 농사꾼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5만 3000명이었던 도시농업 참여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159만 9000명으로 6년 새 10.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시 텃밭의 면적도 104㏊에서 1001㏊로 9.6배 늘었다. 농식품부는 내년까지 도시농업 참여자가 200만명, 텃밭 면적은 1500㏊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텃밭은 소통의 장소이자 힐링의 명소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작물 경작과 재배로 한정된 도시 농업을 양봉, 곤충 사육, 수목 재배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시 농업 전문자격제도를 도입한다. 오는 10월 공무원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도시 농업 활성화 과정과 도시 농업 전문가인 ‘마스터 가드너’ 양성 과정이 개설된다. 안전한 먹거리와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4월 11일을 ‘도시 농업의 날’로 지정하고 오는 6월 경기 시흥 배곧공원에서 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한다. 도시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 수단을 넘어섰다. 현대인에게 텃밭은 소통의 장소이자 힐링의 명소다. 이번 봄에는 가족과 함께 텃밭으로 나가 보자. 김현우 명예기자(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실 사무관)
  • [길섶에서] 봄의 일/황수정 논설위원

    큰 길가 플라타너스 굵은 가지들이 뭉텅뭉텅 잘려 나간다. 이른 아침부터 장정 여럿이 대드는 것이 척 봐도 때가 오기를 기다린 모양새다. 이 나무 저 나무 공중을 옮겨 다니는 크레인에서 무심하게 전동톱은 돌아간다. 손발 저릿해지는 기계음에 잠도 깨고 봄도 깬다. 자를 테면 진작에나 자를 일이지. 고달픈 엄동 다 보낸 마당에 이제 와서 무슨 심술 악취미인가 싶고. 잘린 가지는 삭정이가 아니다. 떨어진 가지 더미에서는 수액의 향기 설핏하다. 상처 난 자리에 더욱 맹렬히 자기 치유의 기운이 돋는다니, 더 분발해 싹 틔워 보라고 멀쩡한 생가지를 쳐낸다니. 졸음 같은 소생의 시간에 천둥 같은 생명의 역설. 흙 있는 손바닥만 한 땅 어디에서나 봄이 봄일을 하느라 바쁘다. 봄비 오기도 전에 제 힘으로 부푼 화단 흙에서도 연한 속잎들은 봇물로 솟는다. 쑥 말랐던 자리에 쑥이, 비비추 시들었던 자리에 비비추가 실금을 그어 놓고 착착 다시 돌아오고 있다. 새움 틔우려 제 몸 내어주는 일, 갈 때 올 때 다르게 소리 소문 없이 제자리 찾아와 있는 일, 욕심 없는 봄의 일.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미와 부, 남성성의 기준이 ‘불룩한 배’인 나라

    미와 부, 남성성의 기준이 ‘불룩한 배’인 나라

    아름다움을 ‘생존’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보디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미는 색다르다. 다이어트와 성형에 몰두하는 우리와 달리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배 둘레를 키운다. 지난 29일(현지시간)영국 데일리메일은 '남성의 커다란 배 둘레가 부의 척도이자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믿는 에티오피아 남성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매년 여름이면 에티오피아의 오모 계곡에서 부족민들간에 경쟁이 벌어진다. 6개월의 시간동안 가능한한 뚱뚱해지려고 하는 보디족 남성들. 그들은 반년 동안 체중을 늘리기 위해 신선한 우유와 소의 피 외에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그 기간에는 성관계를 가지지 않고, 집을 떠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아녀자들은 우유와 피를 항아리나 대나무 통에 담아 부족 남성에게 배달한다. 대회에서 허리둘레가 가장 큰 남성에게 주는 상은 없지만 대신 명예와 자부심을 얻는다. 배와 허리 둘레가 크면 클수록 부족 여성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남성으로 여겨진다. 보디족 남성들이 집착하는 선발대회는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켈(Ka‘el) 축제의 일부다. 모든 가정의 미혼남이 도전할 수 있으나 결혼을 해 아이가 셋인 남성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의식이 치러지는 당일, 부족 남성들은 오두막에서 나오기 전 몸에 흙이나 재를 바르며 치장을 한다. 사진작가 에릭 라포르그는 “보디족에게 소들은 신성한 존재라서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피는 창살로 소의 혈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서 얻고, 필요한 만큼 뽑고 나면 흙으로 그 구멍을 막는다”고 말했다. 에릭은 “뚱뚱한 남성이 온종일 우유와 피를 마신다. 특히 첫 잔은 해가 뜰 때 마신다”면서 “날벌레가 들어가더라도 피가 응고되기 전에 빨리 마셔야 한다. 그러나 모두 들이키지 못해 뱉어내기도 한다”고 말을 이었다. 슬프게도 켈 축제와 보디족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은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전국 각지로부터 30만명의 사람들을 부족의 땅에 이주시킬 계획이다. 당분간 부족은 자신들의 방식을 계속 고수할 예정이며, 매년 6월 열리는 켈 축제 역시 전통 양식대로 열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관광해설사 동반 ‘뻔뻔(funfun)부천시티투어’로 부천명물 구경

    관광해설사 동반 ‘뻔뻔(funfun)부천시티투어’로 부천명물 구경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하루코스 경기 부천관광 ‘뻔뻔(funfun)부천시티투어’가 인기다. 오는 11월까지 토요일마다 진행된다. 부천은 테마박물관과 테마파크, 원예체험장, 생태공원, 유적지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하루 동안 부천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는 ‘뻔뻔(funfun)부천시티투어’로 춘삼월 봄 관광을 만끽해보자. 2층버스투어를 비롯해 야간투어와 광역투어 등 색다르게 즐기는 게릴라 시티투어도 있다. 다음달 8~9일에는 부천의 3대 봄꽃축제인 벚꽃·진달래꽃·복숭아꽃축제를 연계한 2층버스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동반해 부천의 명소와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준다. 5년째 진행되는 부천시티투어는 만화와 영화·음악 등 문화인프라가 풍부해 이용객들이 매우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코스는 판(환경여행), 타(과학여행), 지(역사여행), 아(만화여행) 등 모두 4개 코스로 일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신규코스와 체험코스를 신설해 더 색다른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환경여행을 테마로 하는 ‘판 코스’는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코스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부천시친환경도시원예체험장’에서 계절별로 고추와 감자· 토마토 등 다양한 생태텃밭 체험을 할 수 있다. 흙·작물·곤충·사람이 어우러지는 텃밭 체험은 생태순환 교육의 장으로 손수 농사짓기를 경험한다. 서부수도권을 대표하는 어린이 학습장이며 시민휴식처로 자리 잡은 자연생태공원 탐방코스도 많이 찾는다. 이곳에는 도시형 수목원인 무릉도원수목원과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용 자연생태박물관, 5개의 테마관과 2개 식물체험관을 갖춘 부천식물원이 있다. 로봇파크와 공예체험관, 천문과학관을 견학하는 과학여행 ‘타’코스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체험공간이다. 국내 최초 로봇상설전시관인 부천로보파크를 견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예체험관을 들러 무공해 천연비누를 만들어보고, 천문과학관에서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해 볼 수 있다. 역사여행 테마인 ‘지 코스’는 부천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 여행한다. 대표적으로 활 박물관과 궁도장, 고강동선사유적지, 옹기박물관이 볼 만하다. 부천시궁도장은 아름다운 공간조형으로 설계된 국내 최초의 현대식 국궁장이다. 이 궁도장에서는 부천시티투어 관광객에게만 활쏘기 체험을 제공한다. 또 청동기시대의 집단 취락지인 고강동 선사유적지와 옹기박물관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마지막 ‘아 코스’의 테마는 만화여행으로, 상동에 있는 국내 최대의 한국만화박물관 관람이다. 판·타·지·아 4개코스를 완주하면 시에서 기념품을 준다. 가족이나 친구, 애인이 원하는 일시에 맞춰 시문화관광해설사가 방문하는 ‘찾아가는 해설서비스’도 운영한다. 부천시티투어는 사전예약제로 이용요금은 성인 1만원, 초중고생 9000원, 미취학아동·65세이상·장애인은 8000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부천문화원 홈페이지(www.bucheoncultur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공희정 컬처 살롱] 보고 싶다

    [공희정 컬처 살롱] 보고 싶다

    매화도 피고, 산수유도 피었다. 오랜만에 미세 먼지 지수가 낮고, 햇볕이 좋기에 베란다 난간에 이불을 내다 걸었다. 숨죽었던 이불은 보송보송 살아났다. 집안 곳곳에 쌓여 있던 먼지들을 쓸어내고, 여기저기 널려 있는 흐트러진 일상을 정리하고 나니 봄이 집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잠시 소파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데 한 자락 바람이 커튼을 밀어내며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버지의 내음이었다.아버지는 이십년 전에 이 세상 소풍을 마치셨다. 혼미해진 의식을 부여잡고 응급실 드나들기를 여러 번, 입춘은 넘기셨지만 봄꽃이 피는 것을 아버지는 보지 못하셨다. 살아 계셨다면 가족들과 함께 환갑의 기쁨을 나누었을 날 아버지는 땅에 묻히셨다. 자신의 환갑날이 발인 날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는 딱 60년을 살고 가셨다. 생전에 등산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는 봄이 오는 산을 좋아하셨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나뭇잎들은 먼 산의 풍경을 가리지 않아 좋고, 온몸에 와 닿는 바람은 겨울만큼 살을 에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 채 녹지 않은 얼음이 겨우내 산을 덮고 있던 낙엽 아래 숨어 봄기운에 들뜬 등산객들을 노리고 있으니 봄 산은 발끝을 조심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산에 갔다 오신 아버지 품에 안기면 흙 기운 가득 품은 산의 정취와 하산 후 마신 막걸리의 시큼함이 풍겨 왔다. 난 그 냄새가 참 좋았다. 건강한 하루를 보낸 사람의 기운이 오롯이 전해 오는 듯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아시는지 아버지는 매년 봄이 되면 바람을 타고 찾아오신다. 바람 한 자락에 묻어 있는 아버지의 내음이 나를 부르는 순간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한다. 올해도 아버지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날아와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둘러보고 가셨다. 죽음은 건널 수 없는 강과 같다. 같은 하늘 아래 있다면 천리 먼 길 달려가 만날 수 있겠지만, 죽음이 갈라놓은 세상은 넘을 수가 없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잊지 않으려고 간직한 사진도 들춰 보고, 그 사람이 애지중지하던 물건들을 꺼내 보기도 하고, 심지어 그 사람이 입었던 옷을 빨지도 못한 채 그리울 때마다 코를 박아 보지만 두 손 마주 잡았을 때 전해 오는 따뜻함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이 됐다. 그래서 그립고, 또 그립다. 꽃 소식과 함께 남쪽 먼바다에서는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천일이 넘는 동안 차가운 물속에 있었을 사랑하는 사람들. 오고 싶은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했을까, 달려가 만나고 싶은 마음이야 얼마나 애절했을까.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그것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신께 빌어 볼게”라며 애절하게 죽음을 맞이하던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처럼 그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어떤 날은 비로 찾아왔을 것이고, 어떤 날은 햇살로 빛났을 것이고, 또 어떤 날은 살랑거리는 바람으로, 반가운 첫눈으로 안겨 왔을 것이다. 다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지만 그렇게 영원히 또 함께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먼저 간 사람들, 눈물 나게 보고 싶은 봄이다.
  • 고려의 검은 꽃 일상의 푸른 꽃

    고려의 검은 꽃 일상의 푸른 꽃

    고아하게 퍼져 나가는 푸른빛, 상감기법으로 새긴 정교한 무늬…. ‘고려청자’라고 하면 단박에 이런 귀족적 풍모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고려청자가 펼친 드넓은 미학의 일부일 뿐이다.흐드러지게 피어난 검붉은 모란, 자유분방하게 가지를 뻗어낸 버드나무가 검푸른 청자를 채웠다. 철분을 듬뿍 머금은 흙 안료로 쓱쓱 그려낸 고려의 철화청자다. 재빠르고 힘 있는 붓질 덕에 호방하고 시원한 기운이 서려 있다. 고려청자에 대한 선입관을 깨는 소탈함과 대범함이 정겹기까지 하다. 고미술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호림박물관이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9월 30일까지 여는 고려 철화청자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의 풍경이다. 박물관이 철화청자전을 여는 것은 21년 만으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철화청자의 90%가 전시장에 나왔다. 이 가운데 절반은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다.유진현 호림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비색 청자, 상감기법의 청자가 개경의 왕실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철화청자는 중류층, 일반 백성 등 다양한 계층이 사용한 것이어서 문화사적 의미가 크다. 때문에 주전자, 매병, 난간, 세숫대야, 장구, 화분, 기름병, 분첩 등 청자의 다채로운 쓰임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전시를 관람하는 순서는 제1전시실인 4층에서 제2전시실(3층), 제3전시실(2층)로 내려가면서 보는 게 좋다. 명품 철화청자들은 제1전시실에 대거 몰려 있다. 특히 모란을 닮은 듯 연꽃을 닮은 듯한 상상의 꽃(보상화)을 꽉 차게 철사안료로 그려 백토로 무늬의 바탕을 상감한 매병이 눈길을 잡아끈다. 유약을 입히지 않아 광택 없는 질감이 외려 과감한 붓질의 장식효과를 극대화한다. 유진현 학예연구팀장은 “매병 가운데 유약을 입히지 않은 철화청자가 소개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일 것”이라며 “13세기 후반 청자에 유약을 입히지 않던 예외적인 시기에 탄생한 드문 작품”이라고 귀띔했다.표면 전체에 산화철을 칠해 검은 바탕을 만들고 상감기법으로 학과 구름을 그려 넣은 매병도 이색적이다. 흑색의 자기에 그려진 학과 구름은 김환기의 새와 겹쳐 보일 만큼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제2전시실에서는 철화청자의 다양한 쓰임과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철화청자의 무늬를 음각, 양각의 다른 기법이나 비슷한 문양을 지닌 상감청자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불화와 웹툰을 함께 엮은 재기 넘치는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시왕도(十王圖·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대 시왕들의 재판 광경 및 지옥에서 고통받는 망자들을 묘사한 불화)를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의 장면으로 설명하는 ‘웹툰 <신과 함께>로 만나는 지옥의 왕들’이다. 전시된 시왕도는 조선 후기인 1764년 그려진 작품으로 필선이 일정하고 탄력적이어서 실력 있는 화승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망자의 혀를 길게 뽑아 쟁기질하는 장면, 오장육부를 빼내는 장면 등 인물들의 표정이나 장면 묘사가 실감 나게 그려진 데다 웹툰과 곁들여지니 흥미진진하다. 이장훈 학예연구사는 “우리는 르네상스, 바로크 등 서양미술은 가깝게 느끼면서 정작 우리 문화의 뿌리인 불교미술은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관람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불교 속 이승과 저승, 한국의 토속신앙을 만화로 옮겨 인기를 끈 웹툰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꾸며 본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농기계 운전 배우는 여성 농업인

    농기계 운전 배우는 여성 농업인

    22일 여성 농업인들이 강원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에서 강사로부터 관리기 운전기술을 배우고 있다. 관리기는 흙을 잘게 부수고 밭고랑을 만드는 기계다. 춘천 연합뉴스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생 고민에 해답 준 ‘손안의 참고서’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생 고민에 해답 준 ‘손안의 참고서’

    장정일은 시인이다. 지금 장정일은 시를 쓰지 않지만 그의 시를 좋아했던 내게 장정일은 언제나 시인이다. 내가 써 놓고 처음으로 흡족한 기분이 들었던 첫 습작은 어느 정도 장정일의 시를 모방한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시보다는 소설 쪽이 더 근사한 문학 세계라고 믿고 있던 내게 무엇보다 큰 충격을 안겨 준 작품을 쓴 것도 장정일이었다. 그 시는 ‘삼중당문고’다.장정일이 쓴 시를 발견할 무렵 나는 이미 삼중당문고를 읽고 있었다. 아니, 내가 아는 한 책 읽기를 즐기는 모든 사람이 삼중당문고를 읽었다. 1970~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치고 삼중당문고를 한 권이라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정일의 시 ‘삼중당문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열다섯 살,/ 하면 금세 떠오르는 삼중당문고/ 150원 했던 삼중당문고” 내가 삼중당문고라는 걸 처음으로 읽었던 때는 이미 새 책 가격이 700원 정도였기 때문에 150원짜리 삼중당문고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지만 1980년대도 저물어 가고 있던 그때 삼중당문고는 헌책방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마땅한 벌이가 없는 학생 신분이라 용돈을 아껴 가며 그 책을 한 권씩 샀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게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샀던 삼중당문고가 무엇이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당시 학교에서는 춘원 이광수에 대해 배웠는데 선생님은 ‘흙’이라는 소설 내용이 매우 길어서 수업 시간에 다 읽을 수는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나중에 어느 곳에서든지 꼭 구해서 읽어 보라고 했다. 수업이 끝난 다음 나는 선생님께 그 책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었고 우리 반 담임이기도 했던 그분은 친절하게 “유명한 책이라서 헌책방에 가면 여러 종류가 있을 거다”라고 알려주셨다. 그날 당장 학교 근처 시장에 있는 헌책방으로 달려갔고 선생님 말씀은 틀림이 없었다. 거기엔 ‘흙’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이 여러 권 있었는데 내 호주머니 사정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건 300원짜리 삼중당문고를 벗어날 수 없었다. 거기엔 분명히 상, 하 두 권으로 나뉜 삼중당문고 ‘흙’이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토마스 만이라는 독일 작가의 소설 ‘마의 산’이었다. 그 책은 ‘흙’보다 더 길어서 세 권짜리였다. ‘흙’과 ‘마의 산’을 모두 산다면 300원짜리 다섯 권이니까 총 1500원이다. 이 돈이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이고 책을 사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다른 곳에 쓸 돈이 없다. 어째야 할까. 이런 속마음을 헌책방 주인아저씨는 꿰뚫고 있었던 걸까? 내게 다섯 권을 모두 사면 권당 100원씩 빼준다는 제안을 하셨다. 두말 할 것 없이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작지만 두툼한 삼중당문고 다섯 권을 1000원에 사들고 날아갈 듯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흙’은 조금 미뤄 뒀고 궁금했던 ‘마의 산’이 먼저였다. 그렇게 며칠 동안 교과서 대신 삼중당문고를 붙잡고 지냈다.그날 이후로 헌책방을 돌며 삼중당문고 찾는 게 일이 됐다. 우선 값이 싸서 부담 없었고, 책 크기 또한 가격만큼이나 작았기 때문에 가방에 넣어 다니기 좋았을 뿐만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해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아무 일 없이 공원에 앉아 있을 때, 종로서적 앞에서 친구를 기다릴 때, 그 존재를 잊고 있던 때도 많았지만 언제나 손에는 삼중당문고가 있었다. 책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졌을 즈음엔 삼중당 말고도 여러 출판사에서 문고본을 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문고본을 펴내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부터다. ‘정음문고’가 첫 시작이었고 그 뒤를 이어 ‘을유문고’, ‘민중문고’ 등이 선보였다. 그러다 고도 성장 시기인 1970년대 이후 문고본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범우사, 동서문화사, 삼성출판사, 전파과학사, 박영사, 탐구당, 서문당 등 당장 기억나는 것만 열거해도 이렇게 다양한 출판사에서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문고본을 펴냈다.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활자 매체 외에는 딱히 없던 그때 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린 지식의 보물 창고였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책에서 꿈과 희망을 찾았고 반대로 어디론가 숨고 싶은 때도 책은 좋은 도피처를 마련해주었다.학생 시절 내가 만난 ‘마의 산’으로 말하자면 아주 훌륭한 ‘인생 참고서’였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때, 날마다 하고 있던 이상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그 책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어울리지 않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했다. 그런 얘기를 친구들이나 부모님과 거의 하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의 산’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 역시 나와 비슷한 처지였다. 젊고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었지만 몸이 약한 사촌 요하임을 만나러 스위스의 한 요양원을 방문하면서 그의 세계는 완전히 뒤바뀐다. 그곳에선 죽음이 생활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급기야 삼주 정도만 휴가 삼아 머무를 계획으로 이곳을 찾은 카스토르프 자신이 병에 걸리면서 자그마치 7년 동안 요양소 신세를 지게 된다. 그 역시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입장이 된 것이다. 주인공은 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요양소에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서 삶의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 간다. ‘마의 산’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도 몇 가지 판본을 새로운 번역으로 읽어 볼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는데 본문이 세로쓰기로 된 삼중당문고로 서너 번은 읽은 것 같다. 전자책으로도 한 번 읽었고 고동색 하드커버 장정이 멋진 을유문화사판으로도 읽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아끼는 책은 삼중당문고에서 펴낸 세 권짜리 책이다. 그 책만큼은 아직까지도 갖고 있다. ‘마의 산’을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고 있는데, 편하기로는 전자책이 제일이겠지만 내게는 역시 삼중당문고가 가장 좋다. 손바닥만 한 삼중당문고를 펴서 읽을 때면 책이란 내용만 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몸의 모든 부분이 함께 느끼며 감동한다는 걸 깨닫는다.독일 타우흐니츠문고의 발간 목록은 5000권이 넘는다. 현재까지 6800종 이상을 펴낸 크세주문고는 프랑스의 자랑이다. 영국에는 개성 넘치는 표지 디자인으로 예술성까지 인정받은 펭귄북스가 있다. 1927년부터 문고본을 펴내기 시작해 올해까지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이와나미문고도 여전히 일본출판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가장 규모가 컸던 삼중당문고가 1975년부터 시작해 1990년까지 총 500권을 펴내긴 했어도 우리 문고본 시장은 작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한 1987년 이후에는 발간되는 문고본 종수가 줄어들거나 출판사 자체가 아예 없어지는 추세를 이어 왔다. 최근 들어 몇몇 출판사들이 ‘쏜살문고’, ‘땅콩문고’ 등 새로운 기획으로 다시 문고본을 출판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지만 아직까지 삼중당문고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가진 삼중당문고 ‘마의 산’ 책등에는 473번이라는 숫자가 박혀 있다. 책 뒤에는 발간 목록이 있어서 읽은 책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 재미도 컸다.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그런 재미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우리나라 문고본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 본다.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 “배고파 먹을 반찬이 없어…” 김치 훔쳤다 붙잡힌 70대 노인

    “배고파 먹을 반찬이 없어…” 김치 훔쳤다 붙잡힌 70대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70대 노인이 배가 고파 김치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노인은 한달에 5만원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피해 시장상인은 안타까운 마음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시장에서 판매용 김치를 훔친 혐의(절도)로 최모(7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14일 0시 30분쯤 광주 동구 대인시장의 한 김치 판매점에서 좌판에 진열해 놓은 5만원 상당의 김치 한 봉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김치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약 1㎞를 걸어 세 들어 살던 모텔로 향하다 봉지를 땅에 떨어뜨렸다. 김치는 흙이 묻어 먹을 수 없었으나 최씨는 훔친 김치 일부를 먹고 나머지는 모텔에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시장 안팎의 CCTV를 뒤져 최씨의 범행을 확인해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배가 고파 먹을 반찬이 없어 김치를 훔쳤다”고 진술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최씨는 수급지 20만원을 받아 이중 15만원을 월세로 지출하고, 5만원으로 한 달 식비를 해결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피해 시장상인(65·여)씨는 “최씨가 과거 시장 이웃이었다”며 “과거 생활형편이 넉넉했을 때는 시장 상인들에게 짜장면과 수박 등을 나눠주는 인정 있는 이웃이었다”고 기억했다. 시장 상인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그래, 너를 보니 봄… 섬진강 따라 남도 밝히는 꽃등불

    그래, 너를 보니 봄… 섬진강 따라 남도 밝히는 꽃등불

    바야흐로 봄꽃들이 흐드러질 때다. 매화는 벌써 팝콘처럼 터지기 시작했고, 산수유꽃도 노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달 하순께면 ‘꽃전선의 북상경로’ 섬진강을 따라 남도 전역에서 꽃등불이 켜질 전망이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봄꽃 축제는 취소됐다.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의 확산 우려 탓이다. 그래도 봄꽃 감상에는 문제가 없다. 사람이 만든 일정이 취소됐을 뿐 자연의 프로그램은 변함없이 진행된다.광양 섬진마을 달콤한 벚굴 한입 화신(花信)의 봉홧불은 전남 광양의 섬진마을(매화마을)이 켜 든다. 국내 최대 매화 군락지다. 섬진강을 따라 수만 그루의 매화가 꽃물결을 이룬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역시 청매실농원이다. 농원에 들면 희고 붉고 푸릇한 꽃망울들이 객을 반긴다. 비탈진 언덕엔 수업이 많은 장독들이 늘어서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 세트장이었던 초가집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꽃과 섬진강, 그리고 강 건너 하동의 평사리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가는 강변 드라이브도 제격이다. 진월에서 월길, 신구, 신아 등의 마을들을 지날 때마다 화사한 매화꽃이 반긴다. 이맘때 광양에서라면 벚굴을 맛봐야 한다. 벚꽃 필 무렵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녀석이다. 몸피가 건장한 남도 사내의 손바닥을 넘어설 정도로 크다. 제철은 2월부터 4월까지다. 5월 초까지도 먹는데, 그 이후는 독성이 생기기 시작해 채취를 하지 않는다. 광양 끝자락의 망덕포구가 주산지다.하동 녹색 융단이 품은 단아한 매화 섬진강 너머 경남 하동 땅에서 맞는 매화 향도 범상치 않다. 특히 청매실농원과 섬진강을 두고 마주한 흥룡리 흥룡마을과 먹점마을 등이 소문난 매화마을이다. 지리산 골짜기와 밭두렁, 고샅길과 개울가 등이 온통 매화나무다. 하동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특히 인상적인 풍경이 야생 차밭이다. 꼭 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이맘때면 야생 차밭 사이사이에 매화꽃이 핀다.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자태가 일품이다.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 알려진 화개면 일대에 야생차 재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신라시대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머지않아 차 애호가들의 ‘로망’ 우전차(곡우 전에 따는 차)가 나온다. 첫 수확한 찻잎을 덖을 때면 손 데는 줄 모르고 향기에 환장한다던 바로 그 차다. 남도 먹거리로 배를 채웠다 해도 차 한 잔 들어갈 여유는 그래서 남겨 둬야 한다.구례 돌담길 감싸안은 산수유의 여유 전남 구례는 국내 ‘산수유 감상 1번지’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산동면 일대에 산수유 마을들이 몰려 있다. 가장 이름난 곳은 상위마을이다. 만복대 자락에서 흘러내린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꽃과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 낸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이웃한 반곡마을은 계류 사이에 핀 산수유꽃이 일품이다. 산수유 마을 전경은 상위마을 위쪽의 팔각정이나 산수유 사랑공원 전망대에서 보면 된다. 계천리 현전마을에선 한적하게 산수유꽃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입구 연못에 산수유꽃이 반영되는 풍경이 백미다. 계척마을은 산수유 시목지(始木地)가 있는 곳이다. 현천마을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원 쪽으로 5분 남짓 떨어져 있다. 3월 말~4월 초 사이에 구례를 찾을 예정이라면 화엄사 각황전 옆의 홍매화를 놓쳐선 안 된다. 조선 숙종 때 각황전 중건을 기념해 심었다는데, 색이 검붉어 ‘흑매’라고도 불린다.순천 선암사 휘감은 깊고 진한 매향 전남 순천에선 봄꽃과 어우러진 절집을 찾아야 한다. 봄의 선암사는 ‘화훼사찰’이라 불린다. 200년 된 영산홍과 300년 된 철쭉, 목련 등이 번갈아 피고 진다. 특히 절집의 내력만큼이나 오래된 매화가 많다. 각황전 담장을 따라 핀 늙은 매화들의 자태가 일품이다. 이달 말부터 새달 초순께면 흙 담장을 따라 홍매와 백매, 청매 등의 매화가 일제히 꽃등불을 켠다. 620년 이상 살았다는 ‘선암매’와 각황전 돌담길의 550살 홍매 등은 천연기념물(488호)이다. 송광사는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선암사와 마주하고 있다. 덜 알려졌을 뿐 송광사에도 늙은 매화는 있다. 이른바 ‘송광매’로, 대웅전 앞마당 오르는 계단 옆을 지키고 섰다. 수령은 200년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는 바닥에서 다섯 가지로 뻗어 올랐다. 호사가들은 이를 보고 오지벽매(五枝碧梅)라 부르기도 한다. 봄의 송광사를 꽃대궐로 만드는 건 산수유다. 당우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의성 마늘밭 바라보는 산수유의 미소 경북 의성의 숲실마을도 산수유 군락지로 이름난 곳이다. 숲실마을은 다래덩굴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골이 깊고 벼농사가 잘된다고 해서 화곡(禾谷),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풍년이 든다고 해서 전풍(全豊)이라고도 불렸다. 요즘엔 산수유 꽃피는 마을로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화전2리에서 3리에 이르는 십리길이 온통 산수유꽃 일색이다. 이 일대의 산수유는 수령이 얼추 300년을 오르내린다. 늙은 나무들이 전하는 풍경의 깊이와 기품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3만여 그루에 달하는 산수유 노거수들이 화석 같은 나뭇가지에서 노란색 꽃을 틔워 내는 모습은 어디서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노란 산수유꽃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것이 연초록의 마늘밭이다. 노란색이나 초록색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며 화사한 풍경을 연출한다. 양반마을로 이름난 산운마을, 이웃한 사촌가로숲(천연기념물 405호) 등도 묶어 돌아보면 좋다.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하숙집 딸들’ 이미숙, “영화 ‘뽕’ 감독과 매일 싸웠다” 왜?

    ‘하숙집 딸들’ 이미숙, “영화 ‘뽕’ 감독과 매일 싸웠다” 왜?

    ‘하숙집 딸들’ 이미숙이 32년 전 출연했던 영화 ‘뽕’의 촬영 비하인드를 허심탄회하게 고백한다. 14일 방송되는 예능 KBS 2TV ‘하숙집 딸들’ (연출 정희섭, 박지아(씨그널))에서는 네 번째 예비 하숙생으로 김준호가 등장해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미숙이 파격적인 노출로 큰 화제를 모은 영화 ‘뽕’ 출연 당시 밝힐 수 없었던 남모를 사연을 고백했다고 전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날 김준호는 “이미숙과 친해지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학창시절 이미숙이 자신의 우상임을 고백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김준호는 “어렸을 적 ‘뽕’을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다”라며 자신의 어렸을 적 영화 속 우상의 대상인 이미숙을 향한 선망의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박수홍과 이수근 또한 ‘뽕’에 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자신들의 사춘기 시절 우상인 이미숙과 영화 ‘뽕’ 코멘터리를 쏟아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이미숙은 32년 만에 영화 ‘뽕’ 출연 당시의 속앓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하숙집 안방마님 이미숙은 평소 화끈한 입담과 털털한 성격을 보였던 터라 그의 속마음에 하숙집 식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이미숙은 “’뽕’ 출연 당시 감독님과 매일 싸우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32년 전 과거를 회상했다. 특히 이미숙은 “등 전체에 흙 범벅이 된 적도 있다”고 전하며 감독님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과도한 연기 디렉팅을 폭로해 현장을 초토화시켰다는 후문이다. 이에 이미숙의 ‘뽕’ 속앓이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김준호-박수홍-이수근이 들려줄 ‘뽕’ 관람 스토리에도 관심이 수직 상승된다. 한편 팜므파탈 안방마님 이미숙과 미모의 네 딸 박시연-장신영-이다해-윤소이, 더불어 만년 개그 고시생 박수홍과 미숙의 남동생 이수근이 하숙집에서 벌이는 시추에이션 리얼 버라이어티 ‘하숙집 딸들’은 오늘(14일) 밤 11시 10분 방송된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화제의 영상> 나무 뽑으려다 봉변당한 운전자

    <화제의 영상> 나무 뽑으려다 봉변당한 운전자

    차를 이용해 나무를 뽑으려던 운전자가 ‘나무 폭탄’을 맞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다.  호주 나인뉴스는 13일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 하나를 소개했다. 영상에는 흙길 한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를 뽑기 위해 남성 몇 명이 자동차와 나무를 줄로 연결해 당기기 시작한다. 가볍게 출발한 차는 나무뿌리의 힘을 이기지 못해 덜컹하며 멈춘다. 그러자 운전자가 조금 더 강하게 나무를 당기기 위해 차를 후진한 뒤 다시 힘차게 출발시킨다. 그러나 차를 향해 ‘나무 폭탄’이 날아가 유리창이 박살 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나무는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만, 함부로 뽑거나 괴롭히려 든다면 우리에게 복수를 할지 모른다”며 “이렇게 나무에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업보를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고 재치 있게 소개했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화성 감자’, 똑같은 조건 재배 성공했다 (연구)

    ‘화성 감자’, 똑같은 조건 재배 성공했다 (연구)

    '마션'은 화성에 고립된 우주 비행사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당연히 영화 자체는 허구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러 설정은 과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논쟁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하나는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부분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영화처럼 감자를 재배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화성같이 극한적 환경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015년 나사와 국제 감자 센터(International Potato Center)의 과학자들은 화성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감자를 개발하기 위해서 합동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이 감자를 선택한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일 뿐 아니라 현재 세계의 주요 식량 자원이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감자 품종을 만들어낸다면 당장에 화성에서 재배가 어렵더라도 식량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작물 재배가 어려웠던 지역에서 추가로 감자를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주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 합동연구팀은 페루의 팜파스 데라 요야(Pampas de La Joya) 사막에서 화성의 토양과 가장 비슷한 흙을 구해 큐브 셋(CubeSat)이라는 작은 격리 상자에 담고 감자를 재배했다. LED를 이용해서 화성의 약하지만, 방사선이 강한 태양 빛을 대신하고 지구와는 크게 다른 화성의 대기 조건을 흉내 낸 가스를 넣어서 감자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이고 기압이 낮은 대기 조건과 약한 빛, 낮은 기온에서도 감자가 자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연구를 이끈 줄리오 발디비아-실바는 "이 감자가 화성에서도 자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화성 표면에 감자를 심으면 잘 자란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환경이 갖춰진 화성 기지에서 화성 대기를 이용해서 감자를 재배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미래 화성 유인 탐사에서는 화성 감자 재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주 정거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것처럼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화성 감자의 맛을 보고 지구의 익숙한 맛과 비교할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명예기자가 간다] 일진이 안 좋다, 산꼭대기다… 그러나 산불씨, 내 다리근육 무시마라

    [명예기자가 간다] 일진이 안 좋다, 산꼭대기다… 그러나 산불씨, 내 다리근육 무시마라

    “또 너야?”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주말 오후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설마 산불인가? 아니나 다를까. 전 직원 산불 현장 출동 문자다. “이번엔 또 어떤 놈이야”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한껏 차려입은 원피스와 구두를 벗어던지고 산불 진화복으로 갈아입는다. 진화도구와 소중한 비상식량이 든 가방을 들쳐메고 차량에 올라탄다. 출동하는 차 안에서 세상 모든 신들께 기도한다. 소나기라도 내려주기를, 오인신고였기를, 정상에서 난 불만 아니기를….건조한 날씨에 주말마다 산불 현장으로 출근도장을 찍다 보니 도로 근처에서 난 산불은 고마워서 넙죽 절이라도 할 판이지만, 오늘은 틀렸다. 산꼭대기란다. 힘든 여정이 예상된다. 현장이 가까워질수록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찌른다. 빨갛게 불타고 있는 나무, 까맣게 그을린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십년 자란 나무들이 눈앞에서 힘없이 쓰러진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이렇게 물거품이 되나 싶어 안타깝다. 이제 긴장을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돌이 굴러올지, 나무가 쓰러질지 바람에 날린 불씨가 내 옷을 구멍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산림 헬기가 부지런히 오가며 물을 뿌린다. 신입 시절에는 괜히 조마조마했던 적도 있었다. 아까운 물을 애먼 곳에 뿌리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 기우란 걸 금세 알게 됐지만 공중에서 정확히 뿌려주는 실력이 감탄스럽다. 땅에서도 분주하다. 흙을 뒤엎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잔불을 정리하고 고목에 붙어 있는 불길을 잡는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지만 능선과 계곡 사이를 부지런히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연기로 인해 속이 답답하다. 그래도 내 손끝에서 사그라드는 불씨를 보면 뿌듯하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불씨를 정확하게 조준해 꺼뜨릴 때는 왠지 모를 쾌감도 느껴진다.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어두워진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깜깜한 산을 내려온다. 치열한 전투를 치뤄내며 전우애(?)가 쌓여 간다.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각자 현장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고단함을 웃음으로 넘겨본다. 그리고 고생했다며 서로를 위로한다. 다음 주말은 제발 큰 산불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원한다. 불은 소방서에서 끄는 거지 왜 네가 끄냐고, 헬기가 끄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산불은 산림청 소관이다. 큰불은 헬기가 잡아주지만 잔불 정리는 사람이 직접 한다. 산불진화대가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예외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유난히 건조했던 작년 봄,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업무를 중지하고 뛰쳐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주말의 마무리는 산불 현장이었던 것 같다.질리도록 먹었던 김밥과 주먹밥, 김밥과 생수 10인분을 메고 낑낑대며 정상까지 배달하던 일, 나날이 튼튼해지던 하체 근육, 산불현장에서 부모를 잃고 떨고 있던 아기다람쥐 장평이를 만난 기억, 날리는 불씨에 머리카락이 그슬리고 나무에 부딪히며 생겼던 수많은 멍들, 화마로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 동시다발적 산불 발생으로 동분서주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실수로 낸 산불에 소중한 자산인 숲이 사라지고, 동물들은 집을 잃는다. 누군가는 그 불을 끄기 위해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 연인과의 오붓한 데이트를 포기해야 한다.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자나 깨나 산불을 조심하자. 김경화 명예기자(산림청 대변인실 주무관)
  • 조선의 소반과 도자기 뺏지 않고 지킨 일본인

    조선의 소반과 도자기 뺏지 않고 지킨 일본인

    소설 다쿠미-조선을 사랑한 일본인/박봉 지음/솔과학/283쪽/1만 4000원‘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 망우리 공동묘지 아사카와 다쿠미의 무덤에 새겨진 글귀다. 해방 이후 일제 잔재가 걷어내지는 과정에서 그의 묘가 소중히 가꿔진 이유는 뭘까. 그는 ‘조선소반’, ‘조선도자명고’라는 두 편의 기록을 남겼다. 조선의 소반과 도자기가 사라지고 잊혀지는 게 안타까운 마음에 남긴 작품이다. 같은 일본인들이 조선의 예술품을 무자비하게 약탈해 갈 때 그는 자신이 모은 이 땅의 민예품을 모아 우리에게 전해줬다. 얄궂은 운명으로 맺어진 두 나라 사이에서 묘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던 인물의 삶에 이 소설은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마음 통하고 배려하는 동물들, 인간보다 낫네

    마음 통하고 배려하는 동물들, 인간보다 낫네

    소리와 몸짓/칼 사피나 지음/김병화 옮김/돌베개/782쪽/3만 5000원 원제는 ‘비욘드 워즈’(Beyond Words)다. ‘(인간의) 언어 저편에’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언어는 인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도구다. 동시에 동물과의 경계를 가르는 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언어를 지극히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봤기 때문에 나온 결론이다. 형태는 다르더라도 언어와 다름없는 수단이 있다면 동물도 인간처럼 마음으로 소통하는 존재일 것이다. 새 책 ‘소리와 몸짓’이 파고든 것도 바로 이 분야다. 책엔 수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코끼리와 늑대, 범고래다. 코끼리가 코를 활용해 내는 소리와 늑대의 울음소리(하울링), 범고래가 가진 자기만의 ‘서명 휘파람 소리’ 등 각각의 소리와 몸짓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있다. 여기에 죽은 동료를 그리워하는 도마뱀,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는 보노보 등 여러 동물들에 대한 믿기 힘든 관찰기를 곁들였다. 코끼리의 사회성은 이미 알려졌다. 암컷이 죽은 새끼 주변을 지킨다거나, 여럿이 죽은 코끼리를 풀과 흙으로 덮어 주는 장면 등이 종종 관찰된다. 늑대의 사회성도 익히 알려져 있다. 알파(우두머리) 수컷은 사냥 때마다 중요한 몫을 한다. 하지만 사냥 뒤엔 다른 늑대들이 배불리 먹도록 자리를 비켜 준다. 권력을 잡았다 하면 이를 과시하려 드는 인간보다 더 낫지 싶다. 범고래는 잔인한 포식자다. 자신보다 큰 혹등고래라도 여럿이 맹렬히 돌진해 잡아먹는다. 범고래는 잡은 사냥감을 언제나 나눠 먹는다. 한 입거리도 안 되는 연어를 잡더라도 가족과 나누는 경우가 80% 정도다. 한데 이런 범고래에게 인간은 예외다. 다른 해양동물에게는 무자비한 범고래가 유독 인간을 해치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이들 역시 저마다 가진 ‘서명 휘파람 소리’를 통해 사냥하고 사랑을 나눈다. 저자가 동물들의 삶을 시시콜콜 설명하는 이유는 모든 생명은 하나란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69년 동안 늑대를 인위적으로 없앴다. 그 결과 엘크가 급증했고, 비버의 먹이는 줄고,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인간은 창조적인 동시에 파괴적이다. 이런 인간에게 저어새가 3000개체 남았다고 설명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들의 삶을 이해시켜야 한다. 책의 발간 목적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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